[논평] 가든파이브 정책실패 공개토론회 거부, 유감스럽다
형사처벌은 교육영역에 대한 위헌적인 국가개입이 될 수 있어
영화 ‘억압받는 다수’의 성폭력 철폐의도를 고려해야
광주의 중학교 도덕교사인 배이상헌 교사가 ‘성과 윤리’ 단원 수업 중 엘레노르 푸리아(Eleonore Pouriat) 감독이 제작한 <억압받는 다수>라는 단편영화를 상영했다는 이유로 경찰은 아동복지법 위반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해당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개입은 교권의 침해는 물론이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검찰이 교육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이 논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 처분을 할 것을 요구한다.
아마도 해당 사건에 대한 죄목은 아동복지법 제17조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로 추정되는데, 엘레노르 푸리아의 영상은 음란물도 아니고 배이교사의 상영행위를 성희롱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해당 영상은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과 성관계가 완벽하게 역전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통해 현재 우리의 현실을 미러링하고 패러디한다. 영상은 남성으로 태어났기에 남성이 살아가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을 위협과 굴욕, 멸시를 가상의 스토리로 대리체험해보라는 것과 이것이 여성이 매일 겪고 있는 일상이라는 것을 짧고 직설적으로 전달한다. 이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감독은 폭력 장면과 거친 언설을 여과 없이 재현하거나 오히려 과장한다. 영화의 직설적 화법은 영화의 의도 전달을 용이하게 해 수용층의 폭을 확장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미러링의 특성상 현실의 암담함과 참담함이 잔인하게 반복된다는 것과 문제의 해결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뚜렷한 한계를 가진다. 즉 영상 자체, 감독이 현실의 문제를 재현하기 위해 채택한 재현의 방식과 이 방식으로 인해 영화에 담긴 내용에 거북함을 느꼈을 학생들이 있으리라는 가정은 쉽게 할 수 있다. 성인들 역시 미러링에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성인들이나 학생들이 느끼는 거부감은 영상의 이와 같은 정치적 급진성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급진성이 감독이 영상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성폭력 해소나 철폐와 같은 애초의 목적을 어떻게 그리고 왜 곡해하였는가와 같은 문제는 현재의 미투 국면에서 더 치열하게 논의하고 논쟁해야 할 사안이다.
일부 학생들이 거부감을 느꼈다고 해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헌법에 보장되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에 의해 보장되는 교사의 교육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해당 영상은 ‘성과 윤리’라는 단원 수업을 위한 학습자료로 선택된 것이며, 자료의 선택은 교사의 재량이다. 교사가 음란물, 명예훼손물, 또는 청소년유해매체물을 배포했다면 법적 개입이 필요하겠지만, 수업을 위해 합법적인 자료를 선택했다면 사회 상규에 어긋나거나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이라 해도 학교 내에서 교육전문가들을 포함하는 교육의 당사자들이 학습 자료 선택의 옳고 그름에 관해 자주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옳다. 수업을 위해 어떤 자료를 선택할 것인가는 교육철학과 교육윤리의 영역에 속한 것으로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이해관계자들이 논쟁하고 논의할 문제이지 경찰이나 검찰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비전문적인 판단으로 전문적이고 특수한 영역의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 경찰은 자료로 활용된 영상이 어떤 수업의 어떤 목적과 목표를 위해 채택되었는지와 같은 지점들은 무시한 채 신체의 노출 정도, 폭력 재현의 수준과 방식 같은 1차원적이고 기계적인 판단에 근거해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법적 처벌을 시도하고 있어 영상자료가 비윤리적인지를 진지하게 다투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형사처벌은 교육의 영역에 대한 국가의 일방적인 개입이 되어 정권이 지향하는 이념과 취향에 좌우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법적 처벌이 현실화된다면 교사들이 수업을 위해 채택하는 자료의 범위는 현저하게 축소될 것이다. 법적 처벌은 교사들에게 위축 효과로 작용해 수업 내용 구성과 학습자료의 범위를 자발적으로 검열하고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의 두 당사자인 학생과 교사 사이의 갈등과 대립에 초점을 과도하게 맞추어 학생이 제기한 문제의 입장과 반대되거나 다른 의견표명을 그 학생에 대한 가해로 해석하고 있다. 학교의 수업은 강의자가 지식과 의견을 전달하고 학생들이 이를 수용하면서 이루어진다. 수업의 특성상 지식과 의견의 전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거나 학생들에게 쉽게 수업의 내용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제공하는 자료는 일정정도 일방적으로 전달될 수밖에 없다. 민원의 내용 중 수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해당 교사가 학생들에게 성적 위력이나 위력을 행사해 수업을 강행했다는 내용은 언급되지 않고 있으므로 이 사건을 스쿨미투 사건으로 간주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또한 학습교재로 인해 불거진 불쾌감을 권력의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이 있는데, 이 역시 수업이나 강의와 같은 지식전달 시스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접근이다. 또한 해당 사건을 성적 위계의 문제나 젠더폭력, 성폭력의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도 있는데, 이러한 접근은 성폭력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 적용하므로 문제적이다. 성폭력의 범주를 이렇게 광범위하게 확장하게 되면 학생과 교사나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과 같이 지식이나 의견을 전달하거나 지시를 내려야하는 관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갈등을 모두 성폭력으로 간주할 가능성을 높여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이 역시 형사처벌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오픈넷은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수사중단을 촉구하며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려줄 것을 요구한다. 광주시교육청 역시 사태해결을 위해 형사처벌에 의존해 배이상헌교사를 직위해제하였다면 이를 취소하고 교육당사자들 사이의 논의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2019년 10월 1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2020년 11월 26일 헌법재판소는 청소년의 스마트폰에 유해정보 차단수단을 강제로 설치하게 하는 전기통신사업법과 시행령 조항들, 일명 “청소년 스마트폰 감시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헌재 2020. 11. 26. 2016헌마738). 청소년과 청소년의 부모인 청구인들을 대리하여 4년 넘게 헌법소원을 진행한 사단법인 오픈넷은 청소년의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그리고 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스마트폰 감시법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2015년 4월 16일부터 시행된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7은 이통사가 청소년과 전기통신서비스 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청소년유해매체물 및 음란정보에 대한 차단수단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으며, 동 법 시행령 제37조의8은 이통사가 계약 체결 시 차단수단의 종류와 내용 등을 고지하고 차단수단을 설치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계약 체결 후에는 차단수단이 삭제되거나 차단수단이 15일 이상 작동하지 아니할 경우 법정대리인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차단수단이라 함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말하며, 현재 이통사가 제공하는 앱들이 주로 설치되고 있다.
청소년 스마트폰 감시법의 가장 큰 문제는 이통사가 청소년이나 부모의 의사와 상관없이 차단수단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차단수단의 삭제 또는 비활성화 여부를 확인해서 부모에게 통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통사는 차단수단을 통해 청소년이 스마트폰으로 어떤 정보를 검색하고 접근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차단수단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청소년의 스마트폰을 상시 감시해야만 한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청소년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청소년과 법정대리인의 개인정보를 수집, 보관, 이용하기 때문에 개인정보자기결정권도 침해한다. 또한 차단수단에 의해 유해정보뿐만 아니라 합법적이고 교육적인 정보도 차단되어 청소년의 알 권리를 침해하며, 차단수단 설치 여부에 대해 청소년 및 법정대리인의 선택권을 인정하지 않아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한다.
그런데 헌재는 이동통신사업자의 차단수단 제공의무에 대해 “차단수단을 제공받는 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를 설치하여 줄 의무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시행령에서 차단수단의 설치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통사에게 차단수단 설치의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였다면 이렇게 규정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고, 차단수단이 삭제되거나 15일 이상 작동되지 않을 경우 법정대리인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도 차단수단 설치에 동의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이러한 절차가 차단수단 설치의무가 포함된 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통사에게 차단수단 “설치” 의무가 없다고 하면서 차단수단 제공의무 관련 조항들에 대한 청구는 각하해버리고 통지 조항에 대해서만 판단했다.
헌재의 입장에 의하면 이통사의 차단수단 제공의무는 “제공”에 그칠 뿐 청소년이나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없는 설치는 의무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이통사들이 스마트폰 감시법 입법 이전에도 차단수단을 “제공”해왔으며, 입법 이후에는 부모나 청소년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차단수단을 설치하고 설치가 안 된 경우 계속 문자 등을 보내왔다는 점을 간과한 판단이다.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는 2016년 법정대리인이 차단수단 이용 거부 신청을 할 수 있게 하는 단서를 신설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차단수단 설치의무의 문제점을 자인한 바도 있다. 이처럼 헌재가 가장 중요한 쟁점을 심판대상에서 제외해 판단을 회피했다는 점은 매우 실망스럽다.
그리고 헌재는 시행령의 통지 조항에 대해 설치에 동의하여 차단수단을 설치한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전제하면서, “청소년이 청소년유해매체물등 차단수단을 삭제하였는지 여부나 차단수단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였는지 여부 등은 해당 청소년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속할 뿐 아니라, 청소년유해매체물등을 대하는 해당 청소년의 성향이나 태도 등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로서 청소년의 실명 등의 자료와 결합하여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개인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통지 조항이 청소년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통지 조항만으로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기 때문에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청소년의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뿐만 아니라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차단 앱 다수는 유해정보 차단을 넘어 스마트폰 사용 모니터링, 위치 조회 등 청소년을 감시하는 기능들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감시 기능을 갖춘 앱은 보안이 취약한 경우가 많아 해커들의 표적이 되며, 청소년을 개인정보 유출, 해킹 등의 보안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 감시 소프트웨어를 통신기기에 강제로 설치하도록 하는 법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는 감시 앱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온라인상 유통되는 청소년유해정보의 경우, 이미 전자적 표시의무 등 필터링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적용되어 있고 이러한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본인확인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때 사용되는 필터링 기술은 차단 앱들이 사용하는 것과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동일한 차단수단이어서 굳이 추가 소프트웨어의 설치를 강제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오픈넷이 제기한 이런 문제에 대해서 헌재는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았다는 점도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청소년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차단수단 설치는 청소년과 청소년에 대해 1차적 교육권을 갖는 부모(법정대리인)의 동의, 그것도 차단수단의 기능, 효과, 보안 취약성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간과한 청소년 스마트폰 감시법은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에 치우쳐” 국가가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까지 챙기고 간섭하는 것을 허용하는 “전근대적이고 국가주의적일 뿐만 아니라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치의무가 없다고 보아 대부분의 쟁점에 대한 판단을 회피한 이번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2021년 1월 4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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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택시기사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타다를 법으로 금지하려고 하고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정부가 진정으로 운수노동자들의 후생 또는 저소득층의 경제활동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이들의 노동자성을 보장해주는 법을 통과시키는 한편, 더 많은 서민층이 운수업에 참여하여 자력갱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타다금지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타다금지법의 논리적 근거였던 우버금지법, 카풀금지법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이번 ‘타다금지법’은 단순히 기존 법의 허점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뿌리뽑는 조직적인 입법활동의 표적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타다는 스스로를 “새로운 이동의 기준을 제시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일상 속 이동이 필요할 때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타다는 평소 택시 탑승이 어려웠던 단체 승객이나 거동이 불편한 승객에게 택시의 좋은 대체재로 긍정적 평가를 받아왔다. 타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제18조 제1호 바의 예외규정을 활용하여 승차정원 11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여 운전자를 알선하는 형태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였다. 국토교통부마저 “불특정 다수를 태우고 1인당 운임을 정하는 등 사실상 운송사업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법령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영업을 시작한 지 1년이 경과하고 사용자가 130만 명에 달하자, 타다금지법이 발의되었고 며칠 후 검찰은 타다 운영을 불법으로 보아 대표를 기소했다.
국회는 타다금지법 이전에도 플랫폼 산업을 주도적으로 말살해왔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혁신성장이 강조되어왔지만 달라진 것 없이 국회는 꾸준하게 이와 상반되는 입법을 계속 시도 중이다. 플랫폼운송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버가 2013년 8월 한국시장에 들어온 후 약 1년이 지났을 무렵 일명 ‘우버금지법’이 발의되었다. 개정입법 제안이유를 살펴보면 우버를 ‘불법’으로 미리 규정짓고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주범으로 보아 규제의 대상으로 삼는다. 거대 자본을 가진 국제 기업이 국내 여객운수업 시장질서를 훼손시킨다는 명분과 함께 우버는 국내에서 ‘불법’인 사업으로 인식되었고, 2015년 한국에서 영업을 종료했다.
‘거대 자본’을 수반한 ‘불법’적인 택시 운송이 아닌 ‘카풀’의 경우에는 다른 운명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2017년 12월 스마트폰 앱으로 카풀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들을 역시 ‘불법 유상운송 알선행위’로 보아 택시산업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개정입법이 제안되었고, 평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만 카풀이 가능하다는 개정법(실상 ‘카풀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풀러스, 럭시를 비롯해 우버셰어와 같은 공유경제 서비스들은 날개를 펴보기 전 실질적으로 영업종료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택시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 없이, ‘플랫폼운송’, ‘공유 경제’, ‘휴대폰 앱’을 활용한 혁신적인 시도가 이루어질 때마다 이를 ‘불법’으로 규정짓고 금지하는 것이 국회의 뚜렷한 입법패턴이었다. 새로운 산업이 도약하면 기존 산업이 타격을 입는 것은 비단 운송업계만의 특징이 아님에도, 미래에 대비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통해 그저 기존 사회 질서를 현상유지하는 데 급급하다. 타다금지법 법안를 살펴보면 너무나도 낯익은 기분을 떨칠 수 없다.
정부여당의 이와 같은 신산업 규제가 저소득층 보호 차원에서 이루어진다고 했을 때, 플랫폼을 금지하는 것은 플랫폼이용자들 즉 운전자들의 시장진입 자체를 막는 것이며 나아가 인터넷이라는 통신수단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려는 훨씬 더 많은 서민들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여 장기적으로는 불평등을 고착시킨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또 기존 산업종사자 즉 택시운전사들의 후생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에도 맞지 않는다. 플랫폼들과 경합하는 택시운전사들은 그들대로 사납금제도의 질곡에서 신음하고 있다. 진정으로 택시운전자들의 후생이 걱정된다면 이들이 택시회사의 통제를 받는 노동자임에 착안하여, 노동계 전체의 오랜 숙원이었던 ‘노동자성’ 문제 즉 파견이나 하청을 통해 노동통제는 하면서 사용자 책임을 피해왔던 문제를 해결하고 사납금도 더 이상의 유예나 예외 없이 폐지해야 할 것이다.
저소득층 보호도 아니고 택시운전자 후생도 아니고 단순히 여객운수면허제의 강고한 틀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일까? 그러나 여객운수면허제는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여객운수면허제는 여객운수시장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시장실패를 예방하기 위해 시행되는 숫자제한, 요금제한, 품질관리, 기사안전보호 등의 제도의 근간이 된다. 여객운수면허제의 그러한 필요성은 플랫폼을 통해 상당히 완화된다. 예를 들어, 숫자제한은 택시들의 손님 확보 경쟁이 발생시키는 혼잡이나 폭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고 요금제한은 길거리에 서서 당장 움직여야 하는 손님의 열악한 협상력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 문제들은 새로운 정보기술을 통해 완화될 수 있으며 여객운수면허제의 필요성은 줄어들게 된다. 미국은 이들 플랫폼들을 법적으로 허용하면서도 AB5법이라는 노동자성보호법을 통해 한편으로 더많은 사람들이 노동자로 인정되도록 하는 한편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 플랫폼 참여자들은 더 많은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누리도록 하는 일거양득의 정책효과를 내고 있다.
기존 업계와 새로 도약하는 산업이 갈등을 빚을 때마다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법안 개정을 통해 신산업을 ‘불법’화하고 사회와 기술 변화를 막는 것이 지속가능한 해결 방안일까. 비단 운송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문제해결이 아닌 문제해소를 위한 이러한 접근법이 바람직한 것일까. 장기적으로 국민들을 위하여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떤 것일까.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들에 귀기울이지 않고 그때 그때 화두가 되는 새로운 플랫폼 사업의 규모가 커질 때마다 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의 손쉬운 회피 방안이 아닐까.
산업종사자와 소비자의 권익보호에 충실하고, 새로 도약하는 산업의 혁신과 상생을 가능케 하는 근본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오픈넷은 타다금지법을 반대하며 국회가 이러한 물음에 숙고를 거쳐 응답할 것을 촉구한다.
2020년 2월 19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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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부무 장관은 2018년 3월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때 자신에 대한 비난글을 블로그에 쓴 70대 노인 등을 직접 고소하였으며, 관련 재판에서 1심 유죄판결이 났다고 한다. 글의 내용은 조국 법무부장관의 사법고시 이력 및 국정원 재판과 관련된 민정수석 활동에 대한 것이었다.
명예훼손 형사처벌에 대해 UN 자유권위원회를 포함한 각종 인권기구들은 ‘평판이 훼손되었다고 해서 그 훼손의 단서가 된 발언을 한 사람을 인신구속까지 하는 것은 비례성(“not a proportional remedy”)이 없으며 민사손해배상으로 충분하다’는 이유로 반대권고를 계속 내려왔다.1 사람의 평판은 그 사람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을 인지하는 타인들의 정신 속에 있음을 고려하면 일리있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명예훼손 형사처벌제도는 검찰이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한 당대의 권력의 평판을 보호하려는 노력에 남용될 위험이 너무 높다. 이러한 이유로 공인의 명예 보호를 위한 명예훼손 형사처벌은 OECD 국가에서는 거의 사문화되었고 영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은 위헌결정2 또는 입법을 통해 폐지되었다.3 오픈넷도 국내에서 공인의 평판 보호를 위한 형사처벌 움직임에 대해 계속 반대표명을 해왔다.4 그런데 위 사건은 검찰 및 경찰 정책에 있어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위치에 있는 민정수석이 자신의 평판 보호를 위해 명예훼손 형사고소를 한 것으로서 인권의 차원에서 두 겹, 세 겹 문제가 되는데, 특히 자신의 영향력이 매우 크게 미치는 검찰 및 경찰을 동원해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면에서 더욱더 문제가 된다.
게다가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장관에 임명되면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되었다. 물론 유무죄 판단은 중립적인 법원이 하지만, 그가 공소유지와 공판 업무를 수행하는 검찰에 더욱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올랐기 때문이다. 조국 법무부장관은 표현의 자유, 특히 일반인이 현직 고위공무원을 비판할 자유를 조금이라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불벌의사를 밝혀 더 이상 재판이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픈넷은 조국 법무부장관이 인권보호의 수장으로서의 모범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 “General comment No. 34”, U.N. Human Rights Committee, 102nd session, published 12 September 2011, www.ohchr.org/english/bodies/hrc/docs/GC34.pdf ; Joint Declaration on Freedom of Expression and the Administration of Justice, Commercialisation and Freedom of Expression, and Criminal Defamation (2002), available at www.oas.org/en/iachr/expression/showarticle.asp?artID=87&lID=1; Tenth Anniversary Joint Declaration: Ten Key Challenges to Freedom Of Expression in the Next Decade (2010), http://www.oas.org/en/iachr/expression/showarticle.asp?artID=784&lID=1; 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 cases, Cumpănă and Mazăre v. Romania, no. 33348/96 (2004), Affaire Belpietro c. Italie, no. 43612/10 (2013), Affaire Mika c. Grèce, no. 10347/10 (2013), Mariapori v. Finland, no. 37751/07 (2013)
- 2016.2.3. 짐바브웨, NEVANJI MADANHIRE, NQABA MATSHAZI V. ATTORNEY-GENERAL; 2016.2.21 도미니카 공화국 case of Miguel Franjul of Listín Diario, Oswaldo Santana of elCaribe and Rafael Molina of El Día – and the Foundation for Press and Law; 2017.2.6 케냐, Jacqueline Okuta & another v Attorney General & 2 others; 2018.5.18 레소토 BASILDON PETA v The Minister of Law Constitutional Affairs and Human rights, Attorney General, and the Director of Public Prosecutions.
- Armenia, Bosnia and Herzegovina, Cyprus, Estonia, Georgia, Ireland, Kyrgyzstan, Moldova, Montenegro, Norway, Romania, Tajikistan, the former Yugoslav Republic of Macedonia, the United Kingdom and Ukraine는 최근 형사명예훼손을 폐지함.
- 2019.5.17. 오픈넷, 사이버 모욕죄 가중처벌 법안(박완수 의원안)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2019.3.12. 오픈넷,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처벌 범위 좁히는 형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김병기 의원안)에 대한 찬성의견 제출, 2019.2.11. 오픈넷, 양형위원회의 명예훼손범죄 양형기준안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2018.12.26. 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 사실적시 명예훼손 비범죄화해야, 2018.11.1.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국제인권기구 아티클 19, 한국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포함한 형사 명예훼손죄 폐지 촉구 성명 발표, 2018.7.13. 미투 운동의 걸림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쟁점과 개선 방안, 2018.4.6. 법학 교수, 변호사 등 법률가 330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촉구 법률가 선언문> 발표, 2018.4.18. 공익을 위한 함정, ‘사실적시 명예훼손’
2019년 9월 20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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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국제인권기구 아티클 19, 한국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포함한 형사 명예훼손죄 폐지 촉구 성명 발표 (2018.11.01.)
미투운동의 걸림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쟁점과 개선 방안 (언론중재, 2018년 여름호 147호)
공익을 위한 함정, ‘사실적시 명예훼손’ (국가인권위원회, 웹진 인권(2018년 3월호))
[보도자료] 법학 교수, 변호사 등 법률가 330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촉구 법률가 선언문> 발표 (2018.04.06.)
[논평] 헌재 정보통신망법 진실적시 명예훼손죄 합헌 결정은 표현의 자유의 후퇴 -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과 국제 기준에도 맞지 않아 (2016.03.04.)
사단법인 오픈넷은 3월 17일 일명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일명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인터넷언론사인 ‘미디어오늘’과 인터넷언론사의 이용자를 대리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했다(2020헌마406).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등은 인터넷언론사가 선거운동기간 중에 인터넷 홈페이지의 댓글창을 비롯한 게시판 서비스 이용자의 실명확인조치를 취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구 정보통신망법의 상시적 인터넷 게시판 본인확인제에 대해서는 위헌으로 결정하였으나, 본 조항에 대해서는 ‘선거’ 상황의 특수성 등을 이유로 2015년 합헌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매 선거의 선거운동기간마다 인터넷 이용자의 실명확인조치가 강제되고 있으며, 곧 있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적용이 예정되어 있다.
익명표현의 자유는 정치적ㆍ사회적 소수자가 외부의 명시적ㆍ묵시적 압력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사회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그들의 역시 국가의 정책결정에 반영될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점에서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중요한 기본권이다. 특히 정치적 표현은 정치적 보복이나 차별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익명표현의 자유가 더 강하게 보호받아야 하며, 나아가 대의민주제 하에서 ‘선거’기간은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행사함에 있어 가장 긴요한 시기로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활발한 표현이 보장되어야 한다.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이렇듯 중요한 선거기간 중 정치적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이다.
나아가 본 제도는 이러한 이용자들의 익명표현의 가치를 중시하고,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바탕으로 여론을 형성‧전파하려는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도 중대하게 침해한다. 이용자들의 익명표현의 자유 보장을 중시하는 인터넷언론사나, 기술적·비용적 부담으로 인하여 실명확인시스템을 적용하기 어려운 다수의 인터넷언론사는 선거운동기간마다 댓글이나 게시판 운영을 아예 중단하고 있다. 한편, 본 제도의 적용대상인 ‘인터넷언론사’는 대형 포털부터 소규모 인터넷언론사까지 포함하며 해석에 따라 소위 1인 미디어들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인터넷 공간에 본 제도가 적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한국 정부에 본 제도의 개정을 명시적으로 권고했다.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본 제도가 헌법 및 국제기준을 위반한다는 의견을 냈고, 2012년 공직선거법의 집행을 담당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조차 본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인터넷 실명제’는 전 세계적으로 입법례를 찾기 어려운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표현의 자유 제한이다. 이렇듯 국내 국가기관과 국제사회 모두가 헌법과 국제기준에 명백히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는 본 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속히 위헌을 선언하여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하루빨리 제대로 보장해주기를 기대한다.
– 첨부. 2020헌마406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헌법소원심판청구서
2020년 3월 18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인터넷 실명제의 위헌성 (법연 Winter 2019, 2020.01.31.)
[의견서] 오픈넷, 인권위에 인터넷 실명확인제도에 대한 의견서 제출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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