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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경영을 강요하는 병원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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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경영을 강요하는 병원의 문제점

익명 (미확인) | 화, 2015/08/25- 12:06

 

의료법의 제정목적을 보면 “의료의 적정(適正)을 기하여 국민 건강의 보호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병원은 의료법상 비영리기관이어야 한다. 재벌대기업이 만든 사립병원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과는 달리, 비영리의료법인으로서 조세를 감면받는 세제혜택을 받는다. 그런 만큼, 사업목적 이외의 영리추구행위가 금지되어 있으며 수익이 발생되어도 목적사업에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 보건의료는 서비스산업으로서의 기능이 있다. 하지만 수익창출 등 보건의료서비스가 갖는 산업적 측면이 ‘꼬리’라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보편적인 건강권과 의료접근권 보장 등 국민 모두의 건강증진이라는 공공적 가치는 보건의료의 ‘몸통’이다. 의료법의 제정목적은 꼬리를 통제하여 몸통을 보전함에 있다.

비록 우리나라의 보건의료는 전 국민건강보험이란 공적 시스템의 외피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은 실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부구조 즉, 의료기관의 90% 이상이 민간사립병원이다. 공공의료부분은 10% 정도로 매우 취약하다. 그리고 이들 민간병원들의 팽창과 경쟁을 적절히 조절하는 의료전달체계가 없어 병원 간의 무한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무정부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보건의료가 ‘wag the dog’* 현상을 막고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공공의료를 확충하여 의료기관 간의 공공 대 민간의 적절한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병원 간의 무한경쟁을 통제하여 보건의료자원이 낭비되는 것을 막고, 국민의료비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주치의제도 등 적절한 의료전달체계를 갖추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현실은 불행하게도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보건의료의 ‘wag the dog’ 현상

오히려 최근까지, 정부는 보건의료산업 선진화란 미명하에 다양한 방식의 의료영리화 정책을 펼쳐왔다. 2003년 경제자유구역 내에 영리병원 허용, 자본투자형 MSO 허용, 유헬스 정책 등 이윤추구를 노리는 자본이 보건의료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견제하는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를 지속해왔다.

현 정부 들어서는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아예 제쳐두고 병원의 영리적 부대사업 확대, 영리자회사 허용, 약국영리병원 허용, 병원의 인수합병 허용, 의료관광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골적인 의료영리화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앞으로도 건강관리서비스의 민영화, 원격의료의 확대, 의료관광 및 수출, 국민 개개인의 의료정보 상업화 등이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보건의료환경에서는 ‘wag the dog’ 현상 즉, 국민건강이라는 공공적 목적은 구석으로 처박히고 수익을 위한 노골적인 병원경영 행태가 전면에 경쟁적으로 도입될 수밖에 없다.

재벌의 보건의료산업 진출과 신경영전략의 뱀파이어 효과

1990년 이후 재벌·대기업이 대형병원을 설립하는 등,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재벌·대기업의 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표면적으로는 재벌·대기업의 기업이익을 공익적 목적으로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이었지만, 실은 이윤추구를 위한 ‘신경영전략’이란 경영기법이 병원분야에 도입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어 뱀파이어효과에 의해 타 병원들도 경쟁적으로 신경영전략을 도입하게 되었고, 사실상 영리병원과 다름없는 돈벌이 경영이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는 사립대학병원뿐만 아니라, 서울대병원같은 국립병원들, 심지어 가톨릭교구와 같은 종교재단에서 운영하는 병원에서도 영리적 목적으로 신경영전략을 도입해 수익창출에 몰두하고 있다. 경악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신경영전략이란 기존업무를 재계획하고 재조정해 노동자에 대한 새로운 지휘와 통제권을 획득하는 것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성과급제와 비정규직 노동인력의 확대가 있다.

병원들은 앞 다퉈 성과급제나 능력급제를 도입하고 직책과 직위를 분리해 승진단계를 확대한 다음, 이에 대한 경영자의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노동자 내부의 경쟁을 확대하고 있다. 또, 병원들은 새로운 경영전략에 따라 노동인력을 외주화하거나 사내하청을 확대한다. 이에 따라 임시직 파트타임 노동자, 계약직 등 비정규직 노동인력을 늘려 정규직을 축소시킴으로써 기존의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있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최근 가짜환자 유치로 문제가 된 인천 국제성모병원과 노조탄압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인천성모병원은 신경영전략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인천성모병원은 처음, 성모자애병원으로 시작해 6.25 전쟁 이후 전쟁고아 등 가난한 이들에게 선한 의술을 제공하는 자선적 병원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2005년 무렵 천주교인천교구가 성모자애병원을 인수하고부터는 재벌병원 등의 영리적 목적을 가진 병원 경영방식이 도입됐고, 뒤늦게 재미(?)를 붙여 앞서서 신경영전략을 도입한 병원을 오히려 능가하며 노골적인 돈벌이에 나서고 있어 사회의 지탄을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영리병원의 문제점

병원이 영리에만 매몰되면 다양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우선 국민의료비가 폭등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병원 문턱이 높아져 의료접근에 대한 빈부의 격차가 확대된다.

그리고 의료의 본질도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과잉진료로 인해 의료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종합병원의 의사들은 마치 환자를 유치하는 영업사원이 되어야 하고, 시티(CT), 엠알아이(MRI)가 환자에 대한 기본검사인 양 다루게 돼 문제가 될 수 있다. 갑상선질환의 과잉검진과 수술, 건강검진을 빙자한 과다한 시티촬영 등이 그 예다. 이로 인해 의료방사선 노출이 과다해지면 암 발병률이 높아지게 돼 의료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병원의 지나친 영리추구는 의료서비스 전체의 질을 떨어뜨린다. 병원의 의료서비스는 의사, 간호사, 영양사, 의료기사 등 다양한 전문직종의 인력이 서로 협동하지 않으면 그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병원이 병을 만드는 의인성 질환 즉, 병원내 감염을 증가시킨다. 최근 메르스사태는 이런 문제를 잘 보여준다. 병원들이 의료인력을 경시하고 시설과 장비에만 의존하다보니 병원이 병을 만들어내고 확산시키는, 그야말로 의학역사에도 길이 남을 병원성 감염질환의 폭발이라는 희귀한 사례까지 낳고 말았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은 의료기관 및 의료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우게 된다. 우리나라 병원의 고용구조는 극단적으로 의료인력을 최소화하고 필수인력을 외주화하도록 돼 있다. 그러다 보니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환자와 국민의 만족도는 낮다. 이는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의 벽을 높이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wag the dog: 주객전도 또는 본말의 전도를 의미하는 영어 표현

 

김정범  (보건의료단체연합 상임대표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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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편집자의 글

경제위기와 민주주의의 위기, 노동법 개악과 의료영리화 / 우석균

 

특집기획

과학기술학과 첨단의료기술: 몇 가지 화두 / 김명진

줄기세포 거품으로 누가 이익을 보고 있는가? / 김병수

한국의 원격의료, IT 발전이 가져올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인가? / 김형성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 난소 절제를 통해본 젠더와 현대의학 / 윤정원

 

쟁점

박근혜정부 ‘노동개혁’은 의료서비스와 환자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이상윤

노동조건 후퇴는 노동자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 김형렬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하여 / 공유정옥

 

시론

역사를 거스르는 박근혜정부의 노동정책과 역사교과서 국정화정책 / 김정범

 

연구보고서

건강보험 흑자, 무엇이 문제인가? / 이은경

 

영화로 보는 의료이야기

휴 그랜트의 선택(Extreme Measures, 1996) / 채민석

 

역사와 의료

다시 돌아온 ‘체공녀’와 ‘굴뚝남’의 시대 / 최규진

 

시가 보는 세상

詩와 함께 가는 길. 2 / 노태맹

 

서평

감염병과 인문학 / 김성아

 

국제

화분 모델과 큰 나무 모델 / 노다 히로(野田浩夫)(번역 이수정)

메르스 그 이후 : 우리는 얼마나 더 고통스러워야 하나? / 장효범

 

보건의료운동

누구를 위한 협정인가: TPP 협정의 문제점 / 남희섭

보건의료 관점에서 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의 문제점 / 우석균

한국 공공의료의 모범이 될 시민이 주인인 성남시의료원을 기대하며 / 김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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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5/11/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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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무서운 민심이다. 비관적인 것은 오히려 이른바 진보적 사회운동이었다. 많은 이들의 예상과는 달리 박근혜 정권 심판이 너무도 뚜렷이 드러난 선거결과다. 그래도 여전히 아쉽다. 여도 야도 심판을 받았다면, 그 심판으로 약진을 해야 할 것은 진보정당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득표에서 가장 앞선 진보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는 다른 ‘독자적’ 정치세력으로 활동하지 못했고 인식되지 못했다. 독자적인 정치활동을 벌인 진보정당들은 지역이나 노동자들 속에서 자신의 근거를 가지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디를 찍어야 할지 모르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민들은 참으로 놀랍게도 정권을 심판했고 보수야당과 또 진보정당에게 준엄한 경고를 보냈다. 결국 문제는 민중들의 ‘보수화’가 아니었다. 문제는 우리, 즉 진보적 사회운동이었다.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다시 신발 끈을 묶어야 할 때, 라는 생각을 하는 선거 다음날이다.

- 편집자의 글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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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04/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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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 설치된 임시 격리실 앞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뉴시스)

 

또 다시 국가는 어디 있는가를 묻는다. 어느 때이건 내가, 내 가족이 아프면 ‘어느 병원으로 가야할지’를 알려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이 불안과 공포에 떠는 이 상황에서도 내가 갈 수 있는 병원이 어딘지 알 수가 없다. 이제 사람들은 ‘어느 병원을 가지 말아야 할지’를 묻는다. 이조차 정부가 알려주지 않으니 사람들은 자신들끼리 정보를 나누고 각자 알아서 살 길을 찾는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사람들이 나누는 귓속말을 ‘괴담’으로 몰아가고 조금 큰소리로 말하면 잡아가겠다고 한다. 국민을 도와야 할 국가는 없고 정보를 알려주어야 할 역할조차 하지 않으며 살길을 찾는 국민들을 범죄자로 몰아간다. 도대체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애초 정부가 초기 대응을 잘했더라면 지금 같은 상황도 없었을 일이다. 이른바 B병원에서의 초동대응이다. 정부는 한 병실에 있던 사람들만 격리조치 했을 뿐 8층 같은 병동의 여러 사람들에 대한 격리조치를 하지 않았다. 정확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병동을 비웠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병동 입원 환자들 중 상당수가 메르스 확진환자로 드러났다. 이 환자들을 격리하지 않고, 또는 병동에서 내보내기까지 했다면 그 환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입원환자들이니 결국 다른 병원에 입원해야 했을 것이다.

정부 초동대응의 문제는 환자를 놓친 것만이 아니다. 사실 정부는 환자들을 지역사회병원으로, 또 더 먼 병원까지 흩어놓았다. 그리고 이 환자들이 제2의 감염원이 되어 3차 감염자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어디 있었나를 넘어 도대체 어떤 일을 저질렀나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B병원의 같은 병동환자들을 어떻게 해야 했을까? 그대로 그 병원에 가두어놓아야 했을까? 민간 중소병원에서 이를 감당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했을 텐데 어느 병원으로 보내야 했을까? 이것이 정말 따져보아야 할 질문이다. 그 8층 병동의 환자들은 그러면 어느 병원으로 보내야 했을까?

대답부터 하자면 그 8층의 환자들을 보낼 병원은 애초에 없었다. 다른 병원으로 보내서 격리했어야 할 터인데 자신들의 입원환자를 비우고 그 환자들을 받아줄 병원이 그 지역에는 없었다. 아니 한국의 어떤 지역도 그런 병원은 없다. 바로 적절한 감염격리 시설을 갖춘 지역공공병원 말이다.

지금 한국의 현실이 바로 그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고위험 감염병 환자 30명이 넘어간 시점에, 이미 환자들은 서울의 국가중앙병원급 격리병실을 다 채웠고, 벌써 전국 각지에 흩어져있다. 의심환자와 격리대상자까지 따지면 이미 한국이라는 한 나라의 해결능력을 넘어버린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30명 환자가 국가재난이 된다. 이것이 105개 국가지정 격리병상(‘병실’숫자로 세면 이보다도 적다)의 실체이고 한국 공중보건의료체계의 실체다.

신종플루 때 영국의 대응과 매뉴얼을 따져보는 것이 지금 우리 상황을 이해하는데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영국에서는 감염병이 발생하면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지역의 1차 동네의원들은 환자들을 그 거점병원으로 보낸다. 핫라인도 개설되어 질병에 대한 상담을 하고 의심이 되면 각 지역의 거점병원을 알려준다. 감염병이 확산되면 그 지역 거점병원은 입원환자들을 주변 병원으로 보내고 감염병동을 운영한다. 이 지역거점 공공병원은 물론 감염격리병실과 감염격리병동까지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영국만의 예가 아니다.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의 대응매뉴얼은 대체로 이와 같다.

그런데 이런 대응이 가능하려면 중요한 전제가 있다. 바로 병원 중 공공병원이 상당한 비중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음압격리병실(약한 음압이 걸려 병실 내 병균이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다)과 음압격리병동까지 갖추려면 돈이 든다. 병실의 공기조절을 별도로 해야 하고 전기료도 많이 든다. 또 격리병실은 평소에는 환자가 없을 수도 있어 ‘비효율적’이고 돈을 못 벌 수 있다.

별 자세한 이야기를 다 한다 싶겠지만 바로 이 때문에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따지는 민간병원에서는 이런 병실을 짓지 않는다. 병실도 이런데 음압격리 ‘병동’은 말할 것도 없다. 수익성을 따지지 않는 공공병원만 이를 운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한국의 몇 안 되는 격리병실과 격리병동의 거의 대부분을 공공병원이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공공병원은 몇 개나 되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공립병원 비중은 73%이고 대부분의 나라들이 80%가 넘는다. 가장 적은 미국과 일본만 하더라도 공립병원이 30% 정도다. 최소한 지역병원 3개 중 하나는 공립병원이라는 이야기다. 한국은 어떤가. 병원수로는 6%, 병상수로는 10%다. 병원 20개 중 하나만 공립병원이라는 소리다. 이런 한국의 의료전달체계에서는 감염격리병실 혹은 병동을 갖춘 지역거점병원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지금 온 나라가 난리인데 무슨 공공병원 이야기를 하는가고 물을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의 공공병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스, 신종플루, 그리고 이번 메르스 사태 때 발생하는 문제들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50년 주기’ 홍수 대비 댐이 없으면 홍수에 대한 방도는 없다. 소방서가 수익성 때문에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할 장비를 갖추어 놓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라. 그런데 한국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필수 의료시설인 감염 격리시설이 절대부족한 상황이 바로 지금 한국의 상황이고 바로 이 때문에 30여명 환자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져있다. 소방서 20곳 중 1곳만 돈 안 따지는 소방서인 나라가 있다면 그 나라가 정상일까.

공공의료체계는 댐이나 소방서 같은 ‘사회적 인프라’다. 이것이 없는 상황에서 모든 대책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이제 환자가 더 늘어나면 병원 마당에 텐트라도 치고 컨테이너라도 들여놓아야 할 판이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되풀이해야 하는가.

메르스 사태는 한국의 공중보건의료체계의 파산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공병원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야 하고, 민간병원들이 수익을 따지기 전에 공공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월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국가는 없다. 이제라도 시민들이 국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우석균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ㆍ의사

목, 2015/06/0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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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노출자진료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입원한 음압격리병실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공공의료 확대 없으면 ‘의료 후진국’ 못 벗어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중동 지역을 제외하곤 거의 퍼지지 않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한국에서 ‘창궐’하고 있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발병국이다. 중동을 거쳐온 2~4명 정도의 내국인을 성공적으로 방역 차단한 미국, 영국, 독일 등의 나라와 비교해 볼 때는 ‘의료 후진국’이란 말이 적당하다.

그런데 이런 놀랄 정도의 감염병 확산을 아직도 단순히 ‘운이 없다’거나, 몇몇 실수에서 빚어진 것으로 보려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우선 먼저 밝힐 객관적 자료만 봐도,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결핵 유병률을 가지고 있다. OECD 평균의 8배 정도다(2011년 OECD healthdate). 다재내성(여러 결핵약이 듣지 않는) 결핵 감염자 비율도 높다. 참고로 결핵은 공기감염질환이다.

이런 이야기를 먼저 하는 이유는 결핵도 방치했는데, 메르스에 웬 호들갑이냐고 말하려는게 아니다. 이미 이번 메르스 창궐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서이다.

2003년 사스의 잘못된 교훈

혹자는 2003년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아래 사스)을 한국이 잘 막았다는 사실을 들추어 낸다. 당시에 중국을 비롯해 수많은 나라에서 감염자들이 속출하고 사망자가 발생할 때도, 한국은 3명의 감염자에서 추가 전파를 차단했다.

당시 국무총리를 중심으로한 대책팀과 일선 의료진의 노력으로 방역에 성공한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당시에도 나왔던 문제들 중 가장 큰 문제가 ‘지정병원’ 부족 문제였다. 이 문제는 이후에도 큰 논란거리였다.

어찌보면 공항 방역과 초기 대응의 적절함으로 인해, ‘지정병원’ 문제가 2순위로 밀린 측면이 컸다. 도리어 중앙정부 차원의 감염병 관리체계를 구체화시킬 계획이 제출되었고, 이것이 지금의 질병관리본부가 만들어지게 된 이유다.

사스 전염 교훈에서 만들어진 질병관리본부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겠다. 중요한 점은 당시에도 민간병원이 진료를 거부해서 공공병원에서 사스 환자를 진료했다. 때문에 공공병원과 격리병상 부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해결책으로는공공병원을 늘리는 문제보다는 질병관리본부 등을 만들어 민간병원을 포함한 한국 의료체계에서 효과적인 자원 배분과 방역을 위한다는 방향이 실행되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우선 민간의료기관의 자원을 관리하려면 설득과 동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병원 손실을 보전해주지 않고 민간의료기관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이번에도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 등의 공공의료기관이 우선적으로 메르스 환자 진료 및 격리치료에 동원되었다.

아쉽게도 2003년 사스 감염 이후에도 공공병상 비율은 계속 축소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역사상 최초의 공공병원 폐원까지 이루어졌다. 진주의료원 폐원이 그것이다.

너무나도 열악한 공공의료 환경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의료 환경이긴 하지만, 다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내 공공병원은 기관 수로 전체의 5%대에 불과하다. OECD 평균 70%와 비교해도 말이 안되고, 민간의료의 천국인 미국의 27%와 비교해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 5% 안에 서울대병원을 위시한 국립대병원들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사실상 실질적인 공공의료기관은 눈씻고 찾아봐야 한다.

그러다 보니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인 적정진료나 진료표준화는 생각조차 할 수 없고, 민간의료기관이 진료를 기피하는 빈곤층 진료에 주로 집중하게 된다. 실제로 지방의료원의 빈곤층 진료 비중은 민간의료기관의 10배 이상 높다. 그런데 ‘의료산업화’가 추진되면서 공공의료기관도 경영능력으로 평가받는 구조가 되었다. 빈곤층을 주되게 진료하는 공공의료기관이 민간의료기관만큼 수익성이 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진도 취약해지고, 재투자가 안 되어 병원시설과 장비도 노후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그래서 국민들도 공공의료기관의 필요성을 점차 잊어버리고, 공공의료기관은 그저 전염병이 돌거나, 재난시에만 필요한 것인냥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나마 지금 존재하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수익성 없는 빈곤층 진료와 감염병 진료를 하고 있어, 여타 공중보건이 유지되는 측면이 크다. 대표적으로 결핵 감염자들과 에이즈 감염자 같은 감염 질환자들은 대부분 공공병원에서 입원치료하거나 통원한다. 적은 수의 공공병원이 공중보건의 최전선을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과 공공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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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크 착용 필수가 된 삼성병원 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던 삼성서울병원 본관 앞으로 의료진들이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이번 메르스 창궐의 2차 발원지는 한국 최고의 병원이라는 삼성서울병원이다. 삼성서울병원은 1번 환자를 확진하고도, (자의든 타의든) 이를 공표하지 못했다. 정말 자랑할 만한 일인데 말이다.

이 때문에 삼성서울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조차 메르스의 전파경로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평택성모병원을 거쳐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를 무려 3일 동안 방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정보공개가 늦었다는 점이고, 그 이유는 삼성서울병원의 경영상 고려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국 삼성서울병원은 의료진을 포함한 수많은 감염자를 양산했다. 그리고 확진된 환자(35번)를 공공의료기관으로 이송했다. 막상 감염병이 확산되자 공공의료기관을 활용한 경우다.

수지타산을 중심에 놓는 민간의료기관이 감염병을 제대로 관리하리라 생각한다면 너무 큰 기대이긴 하다. 그래서 최소한의 공공의료기관이 필요하다. 의료전문가들은 최소한 공공병원이 전체의 30%선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30%가 안 되면 실제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될 수 없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집권 공약에는 공공의료기관 30% 확충이 있었다. 물론 이 약속은 여러가지 이유로 지켜지지 못했다. 공공병원 부족은 감염질환 치료병상의 부족뿐 아니라 2차적인 문제점도 많이 동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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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업한 진주의료원 건물 바깥에는 외벽이 설치되어 있고, 도로변에는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촉구하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이번 메르스 확산은 공공병원에 입원하거나 치료받는 저소득층 환자들에게는 ‘유탄’이 되어 돌아왔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메르스 환자 수용을 위해 기존의 입원환자를 전원 보내거나 퇴원시켰다. 서울의 시립병원은 결핵병동 한 층을 격리병동으로 소개하면서 환자들을 퇴원시켰다.

이들은 가난해서 혹은 감염질환이라서 민간병원에서 입원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메르스 확산에 턱없이 부족한 공공병상을 활용하려다 보니 빈곤층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보는 경우다.

국립중앙의료원과 시립병원에 결핵환자, 에이즈 감염자들이 상당수 입원해 있는데, 이런 면역저하 및 호흡기 질환자들에게 메르스 감염은 치명적이다. 이런 환자들이 다수인 병원에, 격리시설이라지만 메르스 확진자들을 모아두는 것은 어찌봐야 할까? 결국 한줌도 안 되는 공공병원 때문에 위험은 고스란히 빈곤층이 짊어지고 가는 셈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진주의료원을 폐원하면서 “공공의료법이 바뀌어서 민간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정된 민간의료기관에 예산지원을 하기로 돼 있다”고 말했다. 우선 이 황당한 공공의료법은 이명박 정부 때 소리소문 없이 통과된 법이다. 암튼 홍 지사의 이야기는 민간병원이 공공의료를 하면 된다는 취지다.

그런데 그런 일이 가능할까? 지금 메르스 창궐을 보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현재 한줌도 안 되는 공공병원과 보건소에서 메르스 확진자를 보낼 ‘치료병원’이 없어 고생하고 있고, 메르스와 관계없는 환자들도 ‘메르스 병원’에 있었다는 이유로 전원 및 치료를 거부당하기 일쑤다. 공공병원이 거의 없으니, 감염질환 하나에 모든 의료체계가 와해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아랍에미리트의 공공병원인 왕립 셰이크 칼리파 병원 위탁을 서울대병원이 했다며 자랑했다. 막상 국내에서는 진주의료원 폐원을 승인하고, 공공병원이 없어 감염질환 하나도 제대로 막지 못하면서 말이다. 중동의 공공병원 위탁운영이 문제가 아니라 국내 공공병원이라도 제대로 건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이번 감염확산으로 얻을 교훈 중 하나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공공병원 확대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공공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적, 물질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메르스는 물론이고 결핵 후진국의 멍에도 벗어 던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언제든 반복될 것은 자명하다.

15.06.11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화, 2015/06/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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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5/10/2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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