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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경영을 강요하는 병원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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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경영을 강요하는 병원의 문제점

익명 (미확인) | 화, 2015/08/25- 12:06

 

의료법의 제정목적을 보면 “의료의 적정(適正)을 기하여 국민 건강의 보호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병원은 의료법상 비영리기관이어야 한다. 재벌대기업이 만든 사립병원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과는 달리, 비영리의료법인으로서 조세를 감면받는 세제혜택을 받는다. 그런 만큼, 사업목적 이외의 영리추구행위가 금지되어 있으며 수익이 발생되어도 목적사업에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 보건의료는 서비스산업으로서의 기능이 있다. 하지만 수익창출 등 보건의료서비스가 갖는 산업적 측면이 ‘꼬리’라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보편적인 건강권과 의료접근권 보장 등 국민 모두의 건강증진이라는 공공적 가치는 보건의료의 ‘몸통’이다. 의료법의 제정목적은 꼬리를 통제하여 몸통을 보전함에 있다.

비록 우리나라의 보건의료는 전 국민건강보험이란 공적 시스템의 외피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은 실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부구조 즉, 의료기관의 90% 이상이 민간사립병원이다. 공공의료부분은 10% 정도로 매우 취약하다. 그리고 이들 민간병원들의 팽창과 경쟁을 적절히 조절하는 의료전달체계가 없어 병원 간의 무한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무정부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보건의료가 ‘wag the dog’* 현상을 막고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공공의료를 확충하여 의료기관 간의 공공 대 민간의 적절한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병원 간의 무한경쟁을 통제하여 보건의료자원이 낭비되는 것을 막고, 국민의료비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주치의제도 등 적절한 의료전달체계를 갖추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현실은 불행하게도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보건의료의 ‘wag the dog’ 현상

오히려 최근까지, 정부는 보건의료산업 선진화란 미명하에 다양한 방식의 의료영리화 정책을 펼쳐왔다. 2003년 경제자유구역 내에 영리병원 허용, 자본투자형 MSO 허용, 유헬스 정책 등 이윤추구를 노리는 자본이 보건의료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견제하는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를 지속해왔다.

현 정부 들어서는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아예 제쳐두고 병원의 영리적 부대사업 확대, 영리자회사 허용, 약국영리병원 허용, 병원의 인수합병 허용, 의료관광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골적인 의료영리화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앞으로도 건강관리서비스의 민영화, 원격의료의 확대, 의료관광 및 수출, 국민 개개인의 의료정보 상업화 등이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보건의료환경에서는 ‘wag the dog’ 현상 즉, 국민건강이라는 공공적 목적은 구석으로 처박히고 수익을 위한 노골적인 병원경영 행태가 전면에 경쟁적으로 도입될 수밖에 없다.

재벌의 보건의료산업 진출과 신경영전략의 뱀파이어 효과

1990년 이후 재벌·대기업이 대형병원을 설립하는 등,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재벌·대기업의 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표면적으로는 재벌·대기업의 기업이익을 공익적 목적으로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이었지만, 실은 이윤추구를 위한 ‘신경영전략’이란 경영기법이 병원분야에 도입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어 뱀파이어효과에 의해 타 병원들도 경쟁적으로 신경영전략을 도입하게 되었고, 사실상 영리병원과 다름없는 돈벌이 경영이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는 사립대학병원뿐만 아니라, 서울대병원같은 국립병원들, 심지어 가톨릭교구와 같은 종교재단에서 운영하는 병원에서도 영리적 목적으로 신경영전략을 도입해 수익창출에 몰두하고 있다. 경악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신경영전략이란 기존업무를 재계획하고 재조정해 노동자에 대한 새로운 지휘와 통제권을 획득하는 것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성과급제와 비정규직 노동인력의 확대가 있다.

병원들은 앞 다퉈 성과급제나 능력급제를 도입하고 직책과 직위를 분리해 승진단계를 확대한 다음, 이에 대한 경영자의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노동자 내부의 경쟁을 확대하고 있다. 또, 병원들은 새로운 경영전략에 따라 노동인력을 외주화하거나 사내하청을 확대한다. 이에 따라 임시직 파트타임 노동자, 계약직 등 비정규직 노동인력을 늘려 정규직을 축소시킴으로써 기존의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있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최근 가짜환자 유치로 문제가 된 인천 국제성모병원과 노조탄압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인천성모병원은 신경영전략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인천성모병원은 처음, 성모자애병원으로 시작해 6.25 전쟁 이후 전쟁고아 등 가난한 이들에게 선한 의술을 제공하는 자선적 병원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2005년 무렵 천주교인천교구가 성모자애병원을 인수하고부터는 재벌병원 등의 영리적 목적을 가진 병원 경영방식이 도입됐고, 뒤늦게 재미(?)를 붙여 앞서서 신경영전략을 도입한 병원을 오히려 능가하며 노골적인 돈벌이에 나서고 있어 사회의 지탄을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영리병원의 문제점

병원이 영리에만 매몰되면 다양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우선 국민의료비가 폭등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병원 문턱이 높아져 의료접근에 대한 빈부의 격차가 확대된다.

그리고 의료의 본질도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과잉진료로 인해 의료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종합병원의 의사들은 마치 환자를 유치하는 영업사원이 되어야 하고, 시티(CT), 엠알아이(MRI)가 환자에 대한 기본검사인 양 다루게 돼 문제가 될 수 있다. 갑상선질환의 과잉검진과 수술, 건강검진을 빙자한 과다한 시티촬영 등이 그 예다. 이로 인해 의료방사선 노출이 과다해지면 암 발병률이 높아지게 돼 의료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병원의 지나친 영리추구는 의료서비스 전체의 질을 떨어뜨린다. 병원의 의료서비스는 의사, 간호사, 영양사, 의료기사 등 다양한 전문직종의 인력이 서로 협동하지 않으면 그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병원이 병을 만드는 의인성 질환 즉, 병원내 감염을 증가시킨다. 최근 메르스사태는 이런 문제를 잘 보여준다. 병원들이 의료인력을 경시하고 시설과 장비에만 의존하다보니 병원이 병을 만들어내고 확산시키는, 그야말로 의학역사에도 길이 남을 병원성 감염질환의 폭발이라는 희귀한 사례까지 낳고 말았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은 의료기관 및 의료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우게 된다. 우리나라 병원의 고용구조는 극단적으로 의료인력을 최소화하고 필수인력을 외주화하도록 돼 있다. 그러다 보니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환자와 국민의 만족도는 낮다. 이는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의 벽을 높이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wag the dog: 주객전도 또는 본말의 전도를 의미하는 영어 표현

 

김정범  (보건의료단체연합 상임대표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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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 게티이미지

- 윤석열 정부 원격의료는 플랫폼 기업 배불리는 의료민영화

- 영리 플랫폼의료는 ‘의료판 배달의민족’ 초래할 것

 

최근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비대면진료(원격의료) 플랫폼 수수료는 의료기관‧약국이 지불하고 정부가 해당 비용만큼 수가를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기업 퍼주기를 위해 의료비와 보험료를 인상하겠는 윤석열 정부 원격의료의 본질을 드러낸다. ‘수가’는 건강보험 진료의 비용으로, 정부가 원격의료 수가를 추가 책정하면 일정 비율대로 환자 본인 의료비가 인상되고 건강보험 재정지출도 늘어난다. 즉 플랫폼 기업 배를 채우기 위해 의료비와 건강보험료 인상이라는 이중의 형태로 환자 주머니가 털려 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원격의료는 ‘플랫폼 민영화’라는 점을 지적해왔다. 차관의 발언은 그것을 확인시켜줬을 뿐이다. 난립해 있는 업체들 뿐 아니라 삼성, LG, SK, KT,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들이 원격의료에 투자한 이유는 플랫폼을 빨대로 수익을 뽑아내기 위해서다. 한국에서는 영리기업이 의료로 수익을 내는 것이 금지돼 있지만 원격의료가 통과되면 이것이 가능해진다. 윤석열 정부의 원격의료 허용은 영리병원 허용이나 원리 상 크게 다를 바 없다.

외국에서도 코로나19 등을 계기로 허용된 원격의료는 의료비를 올리는 등 의료를 상업화시켰다. 캐나다, 영국, 미국 등에서 영리 업체들이 원격의료 플랫폼을 운용하면서 진료비가 상승했고 비윤리적 과다청구가 늘었으며 국가 의료시스템 재정이 악화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또 디지털 문해력이 낮은 취약계층의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불평등이 심화됐고 의료정보 유출과 해킹범죄 피해가 많아졌다. 이처럼 정부는 외국 핑계를 대지만 외국에서도 원격의료 도입은 대개 의료민영화로 귀결되었다.

한국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된 원격의료도 이미 여러 문제를 노출했다. 대표적으로 ‘닥터나우’ 같은 영리 업체들은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기고 전문의약품을 광고하고 배달전문약국을 설립하는 등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위법 소지가 높은 행위들을 벌였는데 정부는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지금 의료가 극도로 상업화된 이 나라에서 대면진료조차도 정부는 대리수술, 과잉검사‧과잉수술 등 온갖 상업적‧비윤리적 의료행위를 규제하지 못한다. 여기에 원격의료로 영리업체들이 뛰어들어 의료 시장화를 가속화하면 의료비 폭등은 물론 환자에게 위해를 끼칠 상업적 의료행위가 더 판치게 될 것은 뻔하다.

며칠 전에는 배달의민족이 편의점 안전상비약을 배달할 수 있도록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신청했다는 점이 알려졌다. 온갖 갑질로 배달수수료를 챙겨 음식값을 올리며 노동자들을 쥐어짜 배를 불리는 이 플랫폼을 예로 들며 시민사회는 ‘원격의료는 의료판 배달의민족’이 될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이번에 아예 이 기업이 약배달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은 우려가 현실이 될 것임을 입증한다.

우리 단체들은 정보통신 기술을 의료에 적용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예컨대 영국처럼 국영의료시스템이 운영하는 공공적 전화상담을 도입하는 데 찬성한다. 언제든 아플 때 전화하면 의사, 간호사 등이 무료로 상담하고 의료가 필요하면 이송차량을 제공하는 이런 공공시스템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는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또 필수 대면 인프라부터 확충해야 한다. 도서벽지마다, 의료취약지마다 응급실과 분만실이, 의사와 간호사가, 공공병원이, 그리고 닥터헬기가 필요하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대응을 위해서도 부족한 병원과 의사와 간호사가 절실하다. 영리기업 돈벌이 기회를 제공할 뿐인 원격의료는 이런 상황들을 해결하지 못한다.

정부는 최근 대한의사협회와 원격의료 추진방안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히며 밀어붙이려 하지만 의사협회와 정부는 그런 합의를 할 자격이 없다. 의료민영화의 가장 큰 이해당사자들은 시민들이다. 시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고 누구와 합의한단 말인가? 정부는 대다수 시민의 신뢰를 별반 얻지 못하는 의사협회와의 협의를 근거로 원격의료를 밀어붙일 생각은 접기 바란다.

윤석열 정부는 올 상반기까지, 이르면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심각단계 해제가 예상되는 4월 이전까지 법 개정을 완료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정부는 감염병 재난을 기업들이 오래 전부터 숙원해 온 원격의료를 강행할 기회로 여기는 것이다. ‘재난자본주의’의 전형적 행태다. 원격의료는 정부 의료민영화의 최전선 중 하나이다. 삼성 등 대기업들을 위해 의료비와 보험료를 인상시키고 그나마 남아있는 의료공공성마저 붕괴시키려는 윤석열 정부의 원격의료는 중단되어야 한다.

 

 

 

2023년 2월 21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화, 2023/02/2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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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 설치된 임시 격리실 앞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뉴시스)

 

또 다시 국가는 어디 있는가를 묻는다. 어느 때이건 내가, 내 가족이 아프면 ‘어느 병원으로 가야할지’를 알려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이 불안과 공포에 떠는 이 상황에서도 내가 갈 수 있는 병원이 어딘지 알 수가 없다. 이제 사람들은 ‘어느 병원을 가지 말아야 할지’를 묻는다. 이조차 정부가 알려주지 않으니 사람들은 자신들끼리 정보를 나누고 각자 알아서 살 길을 찾는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사람들이 나누는 귓속말을 ‘괴담’으로 몰아가고 조금 큰소리로 말하면 잡아가겠다고 한다. 국민을 도와야 할 국가는 없고 정보를 알려주어야 할 역할조차 하지 않으며 살길을 찾는 국민들을 범죄자로 몰아간다. 도대체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애초 정부가 초기 대응을 잘했더라면 지금 같은 상황도 없었을 일이다. 이른바 B병원에서의 초동대응이다. 정부는 한 병실에 있던 사람들만 격리조치 했을 뿐 8층 같은 병동의 여러 사람들에 대한 격리조치를 하지 않았다. 정확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병동을 비웠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병동 입원 환자들 중 상당수가 메르스 확진환자로 드러났다. 이 환자들을 격리하지 않고, 또는 병동에서 내보내기까지 했다면 그 환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입원환자들이니 결국 다른 병원에 입원해야 했을 것이다.

정부 초동대응의 문제는 환자를 놓친 것만이 아니다. 사실 정부는 환자들을 지역사회병원으로, 또 더 먼 병원까지 흩어놓았다. 그리고 이 환자들이 제2의 감염원이 되어 3차 감염자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어디 있었나를 넘어 도대체 어떤 일을 저질렀나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B병원의 같은 병동환자들을 어떻게 해야 했을까? 그대로 그 병원에 가두어놓아야 했을까? 민간 중소병원에서 이를 감당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했을 텐데 어느 병원으로 보내야 했을까? 이것이 정말 따져보아야 할 질문이다. 그 8층 병동의 환자들은 그러면 어느 병원으로 보내야 했을까?

대답부터 하자면 그 8층의 환자들을 보낼 병원은 애초에 없었다. 다른 병원으로 보내서 격리했어야 할 터인데 자신들의 입원환자를 비우고 그 환자들을 받아줄 병원이 그 지역에는 없었다. 아니 한국의 어떤 지역도 그런 병원은 없다. 바로 적절한 감염격리 시설을 갖춘 지역공공병원 말이다.

지금 한국의 현실이 바로 그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고위험 감염병 환자 30명이 넘어간 시점에, 이미 환자들은 서울의 국가중앙병원급 격리병실을 다 채웠고, 벌써 전국 각지에 흩어져있다. 의심환자와 격리대상자까지 따지면 이미 한국이라는 한 나라의 해결능력을 넘어버린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30명 환자가 국가재난이 된다. 이것이 105개 국가지정 격리병상(‘병실’숫자로 세면 이보다도 적다)의 실체이고 한국 공중보건의료체계의 실체다.

신종플루 때 영국의 대응과 매뉴얼을 따져보는 것이 지금 우리 상황을 이해하는데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영국에서는 감염병이 발생하면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지역의 1차 동네의원들은 환자들을 그 거점병원으로 보낸다. 핫라인도 개설되어 질병에 대한 상담을 하고 의심이 되면 각 지역의 거점병원을 알려준다. 감염병이 확산되면 그 지역 거점병원은 입원환자들을 주변 병원으로 보내고 감염병동을 운영한다. 이 지역거점 공공병원은 물론 감염격리병실과 감염격리병동까지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영국만의 예가 아니다.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의 대응매뉴얼은 대체로 이와 같다.

그런데 이런 대응이 가능하려면 중요한 전제가 있다. 바로 병원 중 공공병원이 상당한 비중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음압격리병실(약한 음압이 걸려 병실 내 병균이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다)과 음압격리병동까지 갖추려면 돈이 든다. 병실의 공기조절을 별도로 해야 하고 전기료도 많이 든다. 또 격리병실은 평소에는 환자가 없을 수도 있어 ‘비효율적’이고 돈을 못 벌 수 있다.

별 자세한 이야기를 다 한다 싶겠지만 바로 이 때문에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따지는 민간병원에서는 이런 병실을 짓지 않는다. 병실도 이런데 음압격리 ‘병동’은 말할 것도 없다. 수익성을 따지지 않는 공공병원만 이를 운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한국의 몇 안 되는 격리병실과 격리병동의 거의 대부분을 공공병원이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공공병원은 몇 개나 되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공립병원 비중은 73%이고 대부분의 나라들이 80%가 넘는다. 가장 적은 미국과 일본만 하더라도 공립병원이 30% 정도다. 최소한 지역병원 3개 중 하나는 공립병원이라는 이야기다. 한국은 어떤가. 병원수로는 6%, 병상수로는 10%다. 병원 20개 중 하나만 공립병원이라는 소리다. 이런 한국의 의료전달체계에서는 감염격리병실 혹은 병동을 갖춘 지역거점병원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지금 온 나라가 난리인데 무슨 공공병원 이야기를 하는가고 물을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의 공공병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스, 신종플루, 그리고 이번 메르스 사태 때 발생하는 문제들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50년 주기’ 홍수 대비 댐이 없으면 홍수에 대한 방도는 없다. 소방서가 수익성 때문에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할 장비를 갖추어 놓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라. 그런데 한국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필수 의료시설인 감염 격리시설이 절대부족한 상황이 바로 지금 한국의 상황이고 바로 이 때문에 30여명 환자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져있다. 소방서 20곳 중 1곳만 돈 안 따지는 소방서인 나라가 있다면 그 나라가 정상일까.

공공의료체계는 댐이나 소방서 같은 ‘사회적 인프라’다. 이것이 없는 상황에서 모든 대책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이제 환자가 더 늘어나면 병원 마당에 텐트라도 치고 컨테이너라도 들여놓아야 할 판이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되풀이해야 하는가.

메르스 사태는 한국의 공중보건의료체계의 파산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공병원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야 하고, 민간병원들이 수익을 따지기 전에 공공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월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국가는 없다. 이제라도 시민들이 국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우석균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ㆍ의사

목, 2015/06/0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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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되는 의료민영화] ① 의료기기의 규제 완화 (上)

‘이슈어(Essure)’는 바이엘(Bayer)사가 개발한 영구 피임기기다. 4cm 정도의 코일을 나팔관에 삽입해 염증과 흉터를 만들어 막는 것이 원리다. 미국의 많은 여성들이 산부인과 의사에게 이슈어 시술을 추천받았다. 간단한 시술이라 45분 만에 병원을 나올 수 있고, 수술 흉터가 남지 않고, 성공률은 99%라고 했다.하지만 결과는 끔찍했다. 이슈어를 삽입한 여성들은 만성 통증, 과다 출혈, 고열, 두통, 심지어 자가면역질환을 겪게 됐다. 많은 여성들이 자살을 시도했다. 시술을 받고 임신한 사람도 많았다. (기존의 수술보다 피임 실패율이 7배나 높았다.) 이렇게 임신한 아기에게도 문제가 생겼다. 삽입된 철제 코일이 양막낭(amniotic sac)을 찢어 조산아가 발생했고 아기들이 죽었다.

바이엘(Bayer)사의 이슈어 피임기기 광고 ⓒ 다큐멘터리 ‘첨단 의학의 덫’ 화면 캡처
 의료기기 규제가 붕괴된 미국다큐멘터리 <칼날 위에 서다: 첨단 의학의 덫>은 이슈어와 같은 비극을 만든 미국의 의료기기 허가 제도를 파헤친다. 사람들은 흔히 미국의 FDA라고 하면 깐깐한 허가 절차를 갖추고 있을 거라 믿고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의료기기 기업들은 로비를 통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규제완화 법을 만들었고, 기업의 관계자를 규제 기관인 FDA 임원으로 앉혔다. 또 의료기기 연구에 자금을 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내도록 했다. 그 결과 이슈어는 짧은 기간에 엉성한 임상시험을 수행해 제출했음에도 FDA에서 승인을 받았다.

비단 이슈어 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에서는 코발트가 포함된 인공관절로 고관절 치환 수술을 받은 환자가 경련, 발작, 정신장애 등의 증상을 겪은 사례도 있었다. 한 의사가 이들의 혈중 코발트 농도가 정상인의 100배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고관절을 다른 재료로 교체하고 나서야 증상은 사라졌다. 인공관절에 사용된 코발트가 중금속 중독을 일으켰던 것이다. 이 재료는 미국에서 여전히 1000만 명 넘는 사람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코발트 인공관절은 이른바 ’510(k) 방식’으로 FDA를 통과했다. 새 의료기기가 시중에 이미 나온 기기와 ‘상당히 유사’하다면 무조건 허가받는, 기업 로비로 만들어진 제도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98%의 의료기기가 510(k) 방식으로 통과된다. 기존에 나온 의료기기에 문제가 발생해 리콜되어도, 이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허가된 기기들은 쉽게 퇴출되지 않았다.

 

 ▲ 다빈치 수술로봇의 피해자 ⓒ 다큐멘터리 ‘첨단 의학의 덫’ 화면 캡처
다빈치 수술로봇도 510(k) 제도를 이용해 FDA 허가를 받은 경우다. 미국에서 다빈치 로봇을 이용해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들 중 수술 후 내장탈출(evisceration)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사례들이 속출했다. 여성들은 ‘물 소리가 나더니 창자가 무릎 쪽으로 빠져나왔다’, ‘화장실에 갔더니 대장이 90cm나 밖으로 나왔다’고 했다. 수술 부위가 터지는 이런 합병증 발생은 로봇으로 수술할 경우 3~9배나 더 많다. 엄격한 결과 검증 없이 ‘신기술’을 도입한 결과다.

검증 안 된 ‘혁신’ 의료기기?

우려스러운 점은 한국 정부도 최근 의료기기 규제완화에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기기 허가 절차를 대폭 줄여 신기술 의료기기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한 ‘혁신성장’ 과제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신의료기술평가’를 무력화하려 한다.

신의료기술평가란 의료기기를 사용한 의료행위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절차다. 2007년에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16년까지 총 1800건의 의료행위가 평가됐는데, 연구결과가 부족하거나 안전성·유효성 미달로 퇴출된 것이 700건(약 40%)에 이른다. 만약 이러한 절차가 없었다면 국민들은 안전하지 않거나 효과가 없는 수많은 의료기기에 노출되어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 신의료기술평가 무력화 계획 ⓒ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 (2018. 10. 24)
정부는 앞으로 정보통신·생명공학·로봇기술을 활용한 ‘혁신 의료기기’의 경우엔 연구 결과가 부족해도 혁신성 같은 ‘잠재가치’를 반영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의료에서 ‘혁신’이란 무엇일까? 정부가 말하는 것은 기업의 시장 선점과 이윤창출을 위한 경제성이다. 하지만 의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는 첫째가 환자의 ‘안전’이고 둘째가 ‘효과’다. 그리고 이것은 충분한 연구를 통해 검증된 것이어야 한다.

ROSA SPINE(로사) 척추 로봇수술은 신의료기술평가의 역할을 보여준 분명한 예다. 로사는 미국에서 510(k)로 도입돼 한국에 건너왔다. 하지만 2016년에 한국의 신의료기술평가 위원회는 로사를 퇴출시켰다. 기존 척추수술과 비교해 방사선 노출량이 많고 수술 소요시간이 길다는 이유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듬해인 2017년 로사 제조사는 로봇 팔이 오작동을 일으켜 수술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긴급 리콜을 결정했다. 또 같은 기술을 이용한 로사 뇌수술의 경우엔 오작동이 사망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로사는 미국에서 허가됐다는 이유로 한국에 들어왔으나 신의료기술평가 제도가 제대로 걸러냈던 것이다. 만약 신의료기술평가가 없었다면 환자들은 비싼 가격에 긴 수술 시간 때문에 합병증 위험이 높은 치료를 받게 됐을 것이다.

 

반대로 다빈치 수술로봇의 경우에는 한국에 이 제도가 생기기 전에 도입되어 평가를 피할 수 있었던 사례다. 이 기기가 들어온 이후 병원들은 의사에게 인센티브까지 주면서 사용을 독려했고, 아시아 전체에 48대가 보급돼 있을 때 한국에 20대가 있을 만큼 경쟁적으로 도입되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10년 다빈치 로봇수술이 비용부담은 크지만 치료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환자 건강상의 위해도 끼칠 수 있다고 보고했지만 이미 도입된 로봇수술은 규제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신의료기술평가를 축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에 평가를 면제받은 의료기기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좋아하는 단어가 혁신, 혁신, 혁신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혁신이란, 새로운 무언가가 나왔을 때 그것의 장단점을 검증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 것이 혁신이에요. 검증이 안 된 거라면 그건 혁신이나 개발이 아니라 그냥 모르는 거에요.” (‘첨단 의학의 덫’, 데버라 코헨 박사, 영국 의학 학술지 부편집장)

* (下)로 이어집니다.

화, 2018/11/2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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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 죽음의 공장이 된 병원을 멈추자

“하루에 세네 시간의 잠과 매번 거르게 되는 끼니로 인해 점점 회복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월 서울아산병원 입사 6개월 차인 故 박선욱 간호사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모의 일부다. 고인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태움’으로 고통 받았다. 부족한 교육을 받고 중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압박감도 컸다. 유족들은 활달하고 자신감 넘치던 고인이 병원에서 일하며 점차 우울해 했다고 비통해 했다. 그런데도 서울아산병원은 고인이 ‘원래 예민하고 우울한 성격’이었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분노를 샀다.

그러자 매일 같이 ‘태움’과 과로노동에 시달려 왔던 간호사들이 침묵을 깨기 시작했다. 추모제에 모인 수백 명의 간호사들은 “우리를 활활 태운 연료로 병원이 운영되고 간호사들은 재가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움직임은 <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공동대책위’) 결성으로 이어졌다.

노동자와 환자를 쥐어짜는 돈벌이 병원

서울아산병원은 하루 평균 외래 환자가 1만 명이 넘고 지난해엔 매출액 1조 원 이상, 순이익 789억 원을 기록한 거대 병원이지만, 간호사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신규간호사들은 16시간씩 일한다고도 알려진다.

한국의 병상 수 대비 간호사 인력은 OECD 평균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태움’이 벌어지는 이유는 선배 간호사들이 도저히 신규 간호사를 교육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간호사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지만, 진짜 가해자는 이 구조를 만들고 이익을 얻어온 병원과 이를 방조해온 정부다. OECD 국가 대부분은 공공병원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한국은 민간병원이 90% 이상이다 보니 인력을 줄이거나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병원은 인건비가 40~50%에 이르기 때문에 (제조업은 약 5%) 특히 그래왔다.

일하다가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은 처음이 아니다. 육체적 과로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야간노동으로 인한 수면장애, 만성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밥 먹을 시간과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 생기는 위장장애, 방광염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병상 확대와 과잉진료를 부른 의료영리화 또한 살인적 노동 강도의 주원인이다. ‘의료 군비경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간이 소유한 병원들의 규모 경쟁은 심각하다. 괴물처럼 커져버린 서울아산병원은 2,700병상으로 세계 최대 수준이고, 한국의 병상 수는 OECD 평균의 2.5배나 돼 버렸다. 늘어난 병상들은 불필요한 과다 진료와 처치, 수술로 손쉽게 채워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OECD 국가 중 의료비가 가장 빠르게 오르고, 1인당 외래진료를 받는 횟수도 가장 많은 나라다. CT와 MRI도 많고, 다빈치 로봇수술 같은 안전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값비싼 의료기기도 많다. 건물과 설비에는 과다 투자하고 노동력에 투자하지 않는 자본주의적 이윤창출 구조 속에서, 환자들은 비용을 강탈당하며 건강을 잃고 병원 노동자들은 과잉진료에 동원되어 초과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간호대 정원 확대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지만 이는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간호사 배출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열악한 노동조건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간호사들은 평균 5.4년 만에 병원을 떠나고, 병원은 그 자리를 저임금 신규 간호사들로 돌려 써 왔다. 손쉽게 대체할 수 있는 예비 인력을 늘리는 것은 병원 자본가들이 요구해온 정책일 뿐이다.

모두의 생명을 위한 투쟁

시민사회단체들과 간호사들이 모인 공동대책위는 이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병원의 책임 인정과 사과, 산업재해 인정,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간호사들을 혹사하고 산업재해를 방조한 서울아산병원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또 간호인력 충원 등을 위한 ‘박선욱 법’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는 간호사 뿐 아니라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가 1명 많아질 때마다 환자사망률이 8%씩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호사가 많을수록 환자의 합병증이 줄고, 재원일수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실제로 간호사들은 병원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도저히 한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살인과 치료의 경계를 물으며 불안과 압박 속에 일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영리화된 의료체계에서 환자 치유의 공간이어야 할 병원은 점점 죽음의 공장에 가까워진다.

서울아산병원에 반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에는 신입 간호사 채용 면접에 참여한 예비간호사들에게 고인의 사건을 언급하며 신입 생활을 어떻게 버틸 것인지 물었다고 알려졌다. 죽지 않고 버틸 수 있겠냐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여태껏 사과 한 번 없이 오로지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병원을 향한 문제제기는 계속돼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병원이 간호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도록 강제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인력충원을 전제로 하지 않은 조치들은 결국 무용지물이기 쉽다.

간호사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며 나섰고 우리 모두의 삶과 안전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여기에 손잡고 연대하자.

2018년 8월 21일

전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 변혁정치 제70호

금, 2018/10/1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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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심병원에서 체육대회 장기 자랑에 병원간호사들을 동원하여 선정적인 춤을 추게 한 일이 보도됐다. 이 병원은 장기자랑 준비를 하는 시간 및 추가 근무에 대해서 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 신입간호사들에게 밤낮없이 춤연습을 시켰으며, 짧은 치마, 민소매 등의 복장을 강요했다는 진술도 잇달았다. 여기에 차출된 간호사들은 무려 행사 2주전부터는 춤연습만 했다고 한다.

사실 평범한 시민들이 보기에 아픈 사람을 돌보고 치료하는 병원에서 감히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하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경우들을 많이 보아왔다. 즉 이번 사태로 밝혀진 내용은 정도가 심하지만 성심병원만의 독특한 병원문화라고 할 수는 없다.

이미 한국의 여러 병원에서 송년회에서 장기자랑을 시키고, 시간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각종 폭언과 ‘태움’문화에서 간호사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이런 비정상적인 문화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개선되기는커녕 병원내에서 암묵적으로 유지되는 현실에 정상적인 사람들은 납득을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병원 내 극단적 권위주의와 간호사에 대한 부당한 강요 등은 세습된 ‘문화’만은 아니다. 그 근본에는 한국의료체계가 성장,축적한 본원적 방식이 놓여 있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본관 모습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본관 모습ⓒ민중의소리

한국의 병원

한국의 병원은 기관수로 95% 가량이 민간병원이다. 즉 대부분이 개인이나 민간비영리법인이 운영한다. 이는 OECD 국가 대부분 민간병원이 20-30% 선인 것과 비교해서 너무 높은 수치이며, 의료민영화의 천국인 미국의 70%선과 비교해도 높다. 사실 한국의 민간병원 비율은 OECD 국가 최고수준이다.

그런데 원래 한국이 애초부터 민간병원 천국인 것은 아니었다. 해방 당시를 보면 당시는 민간병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병원이 몇 개 없었고, 대부분이 공공병원이었다. 일본제국주의는 한일합방이후로 일본군 주둔지에 병원을 지었다. 이것이 지금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의 효시다. 또한 1930년대 만주사변이후로는 한반도를 후방 병참기지화 하면서 공공병원을 좀더 확충했다.

문제는 해방 이후로 공공의료기관이 거의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부 국립대병원을 제외하면 공공병원은 일제가 만든 유산들이 고작이다. 그렇다면 왜 공공병원을 늘리지 않았을까? 우선 해방이후 미국식 종합병원, 전문의제도등이 이식되면서 의료부분에 대해서는 시장지향점이 분명해졌다. 또한 한국전쟁이후 폐허속에서 의료공급은 우선순위에서 밀려있었다.

1960년대 말부터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필수의료의 요구가 늘어갈때도 박정희 정권은 의료공급만은 철저히 민간에 의존했다. 건강보험이 도입되는 과정에서도 의료수요는 모조리 민간병원이 독식했다. 이런 과정에서 초기에 작은 의원에서 시작한 개인의사들이 유명해지고 병상이 커지면서 병원을 짓게되고 이를 확대축적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이번 갑질사태가 밝혀진 성심병원도 1960년대말 의료수요를 기반으로 확대해서 대학교까지 만든 민간병원자본(인제대 백병원, 순천향병원, 김안과 건양대병원, 을지병원, 차병원, 길병원 등)의 표본 중 하나다.

이들 민간병원들은 병상을 확충하면 할수록 돈을 벌었기 때문에, 계속 병원을 늘려가거나 병상을 늘리는 방식의 축적을 계속했다. 성심병원의 경우만 보더라도 한강성심, 강남성심, 강동성심, 춘천성심, 평촌성심, 동탄성심 등 계속 병원을 늘린 대표적 사례다. 이런 축적은 빠른 병상확충을 우선하면서 병원설립자가족의 막강한 권력과 기형적인 권위주의, 높은 수익성을 기반으로한 병원 확대를 특징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모형이 이후 국공립병원은 물론 재벌들이 만든 병원에도 이식이 되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공공병원이 의료체계의 모델이 되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빠른 증식형 민간병원이 공공병원의 모델이 되었다. 이 과정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례라고 볼 수 있어 씁쓸할 따름이다.

 

 

높은 노동강도와 위계질서

이들 민간병원은 병원수익성과 팽창을 기반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노동자들의 승진등을 미끼로 강력한 위계질서를 양산했다. 살아남아 위로 진급한 의료인들에게는 높은 권한이 부여되고, 일부는 병원관리에 참여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우선 애초부터 한국은 의사,간호사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들 병원은 의사는 물론이고 간호사 한명이 수십명의 환자를 돌보는 체계에서 발전해왔다. 정상적인 병상관리에서 수십명의 환자를 한명의 간호사가 돌볼 수 없기 때문에, 간병은 가족에게 맡겨졌다. 또한 간호조무사와 잡무를 담당하는 하위파트너가 확충되어 이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런 일부업무(간병 및 이송 등의 업무)가 가족과 하위파트너로 빠졌다고 해도, 의사인력도 적었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해야 할 의료업무가 늘어갔다. 간호사들은 간호기록, 활력징후측정, 투약 같은 기본적인 환자 돌보기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는 의사들이 주로 하는 근육주사, 혈관주사, 정맥 주사 수액공급에 튜브교체 등의 업무까지 해야했다. 여기에 간병을 가족들에게 맡기고, 문병객을 제한하지 않는 민간병원의 영리추구 때문에 환자보호자 응대까지 해왔다.

이런 높은 노동강도는 수간호사-주임간호사-평간호사-간호조무사-보조인력으로 이어지는 위계질서 속에서 유지되었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일을 놓치거나 실수를 하면 서로 힘들어졌기 때문에, 항상 고도의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특히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시간은 서로의 책임소재문제가 겹쳐져 간호사들의 태움문화가 만들어졌고, 신경질적인 분위기가 정착되었다.

사실 외국은 한국처럼 많은 환자를 한 간호사들이 절대 돌보지 않는다. 병상의 특징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체로 4명 안팎의 환자를 한 간호사가 돌본다. 한국은 간호인력에서 여유가 있는 병원조차도 15명에서 20명정도의 환자를 일반적으로 한 간호사가 돌본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환자치료수준이 올라간 것은 모두 병원노동자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어서 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노동강도를 기반으로 민간병원은 팽창하고 경영진들은 돈을 벌었지만, 계속된 경쟁과 축적압력으로 병원노동자들은 더욱 쥐어짜져왔다. 인력확충이나 노동자들의 처우가 일부라도 개선되기 시작한 것은 1987년이후 노동조합등이 만들어지면서부터다. 하지만, 이런 위계질서는 노동조합설립과 가입에 대한 불이익, 특히 병상내 진급누락 등의 불이익을 발생시켜 간호사들의 정상적인 노조활동조차 가로막힌 상태다.

 

제46회 국제간호사의날인 5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계단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보건의료분야 50만개 일자리 창출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인력법 제정, 50만 일자리 창출을 촉구하고 있다.
제46회 국제간호사의날인 5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계단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보건의료분야 50만개 일자리 창출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인력법 제정, 50만 일자리 창출을 촉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공공성이 관건

이런 병원내 위계문화와 오너일가의 갑질, 부당노동, 살인적 노동강도 해결은 우선 적절한 인력 충원과 노동강도 조정이 해결책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병상관리가 정착하는데 과연 민간병원들이 인력충원을 통해서 이를 제대로 구현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병원의 수익성을 우선으로 하고 있고, 2000년대 이후로 이제는 주요도시에서는 병상과잉으로 민간병원들 사이의 경쟁도 격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력을 늘려도 병동관리가 아니라 QI, 교육, 잡무 등으로 말짱 도로묵이 되기 일쑤다.

결국 적절한 인력확충과 병상관리는 적정모델 설립이 필요하다. 개인이 설립한 혹은 이사회를 오너일가가 좌지우지 하는 병원이 아니라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이 정책적으로 이런 모델병상을 개발하여 긍정적인 모델을 양산하는게 가장 현실적 대안이다. 당장 병상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적정인력과 적정노동강도의 병상을 시범운영하고 여기에 자원배치를 해야 한다.

물론 병상대비 한국의 간호사수는 절대수치에서도 매우 낮다. 인구 1000명당 6명으로 독일(13.1명)이나 일본(11명)에 반도 안된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높은 노동강도와 태움문화는 그 조차 활동간호사의 수마저 줄어버렸다. 간호사면허 보유자중 약 13만명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간호사를 더 배출하는 것 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들 간호사들이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조건 역시 적절한 노동강도와 일하는 보람일 것이다.

이를 위해 여러가지 사회적 방안이 마련되고 있지만, 민간의료기관의 선의를 기대하는 것은 이번성심병원 경우를 보듯이 순진한 생각이다. 인력을 늘리면 병상경쟁을 위해 시간외 병원홍보등에 간호사등을 배치하는 병원들까지 새롭게 생겨나는 상황에서 적정진료는 모델이 필요하고 공적인 책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역할을 외국에서는 대부분 공공병원이 하고 있다. 이미 민간병원이 공공의료마저 망가뜨리고 있는 한국의료체계라고 공공병원을 포기해선 안된다. 현재 한국의 공공병원이 가진 위계적 병원문화와 높은 간호사 노동강도 역시 개선의 대상이다.

결국 어디선가 적정진료모델을 시범적으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간호대학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결코 인력문제가 해결 될 수 없다. 공공병원이 늘어나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지만, 간호사들이 인간적인 노동을 통해 환자치료의 질을 향상할 수 있기 위해서도 절실하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민간병원을 매입하여 적절한 노동강도의 병원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위계질서속에서 개개인의 윤리회복이나 병원경영진의 개과천선만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문제는 관념이 아니라 체제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17.12.18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원문출처: 문중의 소리 http://www.vop.co.kr/A00001233658.html)

화, 2018/01/0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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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건강궁금해소 ③] 로봇수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16.10.17 20:59l최종 업데이트 16.10.18 11:27l

이 기사 한눈에

  • 로봇수술의 효과가 실제적으로 입증된 건 전립선암 수술 정도다.
  • 로봇수술은 비급여라 무척 비싸다. 동시에 병원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 영리적인 목적으로 로봇수술을 환자에게 강요하는 행위는 더 이상 안 된다.

참여연대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 6월 2일부터 8월 30일까지 ‘건강’을 주제로 팟캐스트 ‘참팟’을 진행했습니다. 알쏭달쏭 궁금하지만 속시원히 해결하지 못했던 의료분야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여 알려드립니다. – 기자 말

사회자 : 이경민(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전문가 : 정형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로봇수술, 오류 없고 투자할만한 좋은 수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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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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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말로만 들었던 로봇수술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미래 공상과학 드라마나 SF 애니메이션에 보면 로봇이 수술해주잖아요. 그래서 그런 장면을 많이 생각하시는데 로봇수술은 로봇이 하는 수술이 아닙니다. 사람이 수술을 하는데 정교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술도구가 로봇인 거죠.

예를 들면 예전에는 수술을 하게 되면 배를 갈라서 내부를 다 열어놓고 시행했다면 수십년 전부터는 복강경 수술이라는 게 시행됐죠. 배에 몇 군데만 구멍을 뚫어서 복강경이라는 도구를 집어넣고 수술을 하는 게 보편화돼 있습니다. 로봇수술은 이런 구멍에 로봇팔 같은 장치가 들어가서 밖에서 사람이 이 로봇장치를 조작해 수술을 하는 걸 말합니다.”

Q2. 로봇수술이라고 하면 더 정밀하게 할 수 있고 오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로봇수술의 효용성이 높은가요? 

“로봇수술의 장점으로는 기존 수술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상처 부위가 넓지 않고 후유증이 적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효과가 입증된 것은 전립선암 수술 정도입니다.

미국의 경우 수술 비용 자체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일반 수술보다 로봇수술이 30% 정도 비쌉니다. 한국은 10~20배 정도 비싼데요. 수술비용을 놓고 봤을 때는 미국에 비해 한국의 로봇수술은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Q3. 로봇수술이 비싼 이유는 무엇입니까? 

“로봇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에서 받고 싶은 금액을 환자에게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공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항목에 가격을 임의로 정해 요구할 수 있는 나라는 몇 되지 않는데 우리나라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비급여의 범람을 막기 위해 그나마 효용성 평가를 2007년부터 하고 있는데, 이것이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역할입니다. 안타깝게도 로봇수술은 2003년에 도입돼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이런 평가에서 제외됐고, 그래서 지금 의료현장에서 마구 시행될 수 있습니다.”

Q4. 병원에서 로봇수술을 권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첫째는 비급여이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 수 있습니다. 2014년 시립병원인 보라매 병원조차 로봇수술을 할 때마다 집도하는 의사에서 30만 원에서 50만 원의 인센티브가 지급됐다고 합니다. 이처럼 병원 수익성 목적에서 로봇수술을 더 장려할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로봇수술이 고가의 장비다 보니 장비 리스 비용이 많이 들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함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학병원 같은 경우 연구 목적으로 로봇수술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해외에서는 로봇수술이 많지 않으니 우리나라에서 로봇수술의 경험을 통해 논문이 나올 수 있는 여지가 큰 것이죠. 그리고 이런 과정 때문에, 거꾸로 로봇수술의 숙련도가 여타 수술보다 높은 집도의가 양산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Q5. 제일 중요한 것은 로봇수술의 결과가 훨씬 좋냐는 것입니다. 

“효용성 및 안전성에 충분한 신뢰가 갈 수 있는 시술이라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아직 해외나 국내에서 전립선암 수술을 제외하고는 로봇수술이 더 낫다는 것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로봇수술을 권유하는 것은 윤리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이 한국의 의료제도의 문제입니다.”

Q6. 환자 입장에서 의사가 권유하면 무시하기 힘듭니다. 거절하기 쉽지 않고요. 만약 권유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로봇수술을 많이 하게 된 이유로는 로봇수술에 많은 자원을 투자한 병원들이 수술 예약 시간을 정할 때, 여타 수술보다 로봇수술을 우선한 것도 큰 이유입니다. 여타 수술방법을 원하는 사람들은 예약이 밀려있게 되고 로봇수술을 하기 원하는 사람들은 빠른 시일 안에 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거죠. 때문에 부모님을 환자로 모시고 온 가족들은 빠른 시일에 치료를 받으려 다른 수술보다는 로봇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려운 일이지만 시민사회단체나 시민들이 이런 부분들의 개선을 더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 전에 의료인들의 각성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 1년에 한 번씩 로봇수술에 대한 문헌고찰 및 평가를 하고 있는데, 이제라도 소급적용해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수술의 로봇수술 적용은 막아야 합니다.

참고로 2015년까지도 로봇수술이 기존의 개복수술보다 훨씬 효과가 좋고 안전성이 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몇몇 교수님들이 로봇수술이 과도하다는 목소리를 이미 내고 있습니다.

결론은 영리적인 목적으로 로봇수술을 환자들에게 강요하는 행위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겁니다. 로봇수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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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10/1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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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건강궁금해소 ①]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평소 건강 지키는 일이나 의료분야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지만 제대로 된 해결방안을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참여연대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 6/2~8/30일까지 팟캐스트 참팟, 건강팟 코너를 통해 ‘건강’을 주제로 하여 방송을 진행하였습니다. 알쏭달쏭 궁금하지만 속시원히 해결하지 못했던 내용을 정리하여 알려드립니다. -기자 말
기사 관련 사진
▲  민간의료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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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실손보험이 뭔가요?
우리나라는 전 국민 건강보험에 가입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진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일부 본인부담금이 있다. 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가 있다. 예를 들어 감기 때문에 병원에 가게 되면 1만4000원~1만5000원 정도의 비용이 청구되는데 그중 30%, 4500원 정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보험이 되지 않는 수액주사 같은 경우 비용이 몇 만 원 정도인데, 이것은 모두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건강보험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기에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민간보험회사들은 병원에 지불한 돈을 대부분 보장한다고 광고하며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Q2. 실손보험은 정말 내가 지불한 돈을 다 보장해 주나요?
실손보험의 문제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 내가 받은 진료가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의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들은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공적으로 보장해주지 않는 것이다. 꼭 필요하지 않은 진료를 받기 위해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두 번째, 실손보험은 민간보험이다. 민간보험은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실손보험이 주기적으로 갱신되면서 보험료가 14~20% 정도 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식으로 보험료가 오르면 40대에 1만3000원짜리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20년이 지나면 12만 원, 40년이 지나면 60만 원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Q&A, 금융감독원, 2012.8.30)

Q3. 본인부담금을 환급받는 등 이익을 보지 않나요?
보통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실손보험 가입해서 비보험 치료도 받고, 본인부담금을 환급받으니 이익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실손보험이 처음 시장에서 판매된 것이 2007년이다. 민간보험에서 이 상품을 출시할 때, 건강보험 제도에서 커버되지 않는 일부 영역에 대해 판매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점차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병원과 의사들이 비보험 진료를 늘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수액치료, 도수치료 등의 수요가 늘어났고, 무릎이나 어깨 검사를 하는데 MRI를 적용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결국 과잉진료를 부추기고 실손보험료를 더 오르게 하는 꼴이 되었다.

법정 본인 부담금을 실손보험에서 보상해서 1차 의료기관(동네병원) 이용을 활성화하고 의료 전달 체계를 유지한다는 초기의 목적과는 다르게 2, 3차 의료기관(대학병원)에서는 고가 검사를, 1차 의료기관에서는 수액 치료 등의 비급여 진료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실손보험을 통해 일시적으로 병원에서 공짜 치료를 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의료 전달 체계 와해, 불필요한 검사 및 처치 확대 등을 불러올 수 있다.

Q4. 환급형 보험이라고 만기가 되면 돌려준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손해는 아니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만기환급형 보험에 가입한다. 만기환급형 보험은 예를 들어 20년을 만기로 해서 그 기간 동안 보험료를 내면, 이자는 쳐주지 않지만 원금은 다 돌려주는 상품이다. 어차피 원금을 돌려받으니, 손해는 아니지 않을까 궁금할 것이다. 일반실손보험은 약 4~5만 원의 보험료를 내는데 만기형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10만 원이 넘어간다. 문제는 3~4년 정도 가입한 사람들이 중간에 해약하면 손해를 본다는 데 있다. 만기환급은 미끼일 뿐이다. 만기형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올라가도 해약하기 어려운 상품이다. 따라서 환급형 보험이라도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은 빨리 해약하는 것이 좋다.

그뿐만 아니라 만기환급시 받는 금액은 정기 적금의 이율보다도 낮다. 그나마 실손보험은 단독형이 낫고, 나머지 금액은 적금을 드는 게 낫다. 실손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층이 많은데, 실제로 젊은 층은 병원을 많이 이용하지 않는다. 계산해본다면 내가 실손보험의 혜택을 받은 것에 비해 보험사에 납부하는 보험료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 경우도 실손보험과 같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는 대신 적금을 드는 것이 더 좋다.

*이 내용은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16.09.27 19:51l최종 업데이트 16.09.27 19:51l
글: 참여연대(pspd1994)
편집: 김예지(jeor23)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화, 2016/10/0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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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26/04/2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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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무서운 민심이다. 비관적인 것은 오히려 이른바 진보적 사회운동이었다. 많은 이들의 예상과는 달리 박근혜 정권 심판이 너무도 뚜렷이 드러난 선거결과다. 그래도 여전히 아쉽다. 여도 야도 심판을 받았다면, 그 심판으로 약진을 해야 할 것은 진보정당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득표에서 가장 앞선 진보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는 다른 ‘독자적’ 정치세력으로 활동하지 못했고 인식되지 못했다. 독자적인 정치활동을 벌인 진보정당들은 지역이나 노동자들 속에서 자신의 근거를 가지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디를 찍어야 할지 모르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민들은 참으로 놀랍게도 정권을 심판했고 보수야당과 또 진보정당에게 준엄한 경고를 보냈다. 결국 문제는 민중들의 ‘보수화’가 아니었다. 문제는 우리, 즉 진보적 사회운동이었다.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다시 신발 끈을 묶어야 할 때, 라는 생각을 하는 선거 다음날이다.

- 편집자의 글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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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04/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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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글

절망이 아니라 냉정하게 현실과 전망을 말해야 할 때

 

기획특집

보건의료, 혹은 건강문제와 정치_ 우석균
영국 NHS의 민영화를 둘러싼 정치적 쟁점_ 이원영
미국 선거 정치와 낙태를 둘러싼 담론 지형_ 문현아
아베정부와 의료영리화정책 그리고 일본 선거_ 이상윤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조건 : 에너지전환과 정치의 만남_ 조보영
2000년 이후 국내 진보정당의 보건의료 공약_ 정형준

 

쟁점

‘전공의 특별법’ 통과, 한국 의료체계를 변화시킬 지렛대가 될 것인가_ 이승홍
경제위기와 정치적 양극화, 그리고 한국_ 이정구

 

시론

청년을 ‘위안부’ 피의자로 만들지 마라!_ 송기호

 

번역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유럽의 정치 그룹들이 내세운 건강 관련 공약들 EPHA (번역 : 이상윤)
NHS의 민영화과정_ 제니 고슬링(Jeni Gosling) (번역:김지민, 문현아, 채민석)

 

연구보고서

원전 주변주민 역학조사 후속 연구결과와 향후 과제_ 백도명

 

영화로 보는 의료

의혹을 파는 사람들(Merchants of Doubt, 2014)_ 채민석

 

야옹선생의 자연주의 육아

감기를 부탁해: 열경련! 당황금지

 

역사와 의료

응답하라 1975! ‘서울의대 간첩단 사건_’ 최규진

 

시가 보는 세상

詩와 함께 가는 길. 3_ 노태맹

 

서평

건강과 건강권_박한종

 

국제

일본에서의 「주민 중심의 지역 포괄 케어」의 실천 사례연구_ 노다 히로(野田浩夫)(번역 이수정)
영국의 설탕세 도입에 관한 논란_ 류재인

 

보건의료운동

임금피크제가 공생이면, 암세포도 생명인가_우지영
국내 첫 영리병원 승인 이후 투쟁의 의미와 과제_전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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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6/02/1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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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균

(의료와사회 2호)

 

박근혜 대통령은 10월 22일 여야 영수회담격인 5자회동에서 “국회에 계류중인 서비스법·관광법·의료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이야말로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만드는 핵심 법안”이라고 말했다. 10월 27일에도 국회에서의 시정연설을 통해 국정교과서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도 “중요한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수년째 처리되지 못하고”있다면서 “69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비스산업법)의 처리를 첫 번째로 강조했다. 도대체 서비스산업법이 무엇이길래 박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타들어가는 심정”인데도 국회는 몇 년째 통과를 안시키고 있는 것일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역사

 

애초 정부는 처음에 2011년 11월 서비스산업법을 제정했다. 지난 국회 즉 18대 국회였다. 그러나 이 제정안은 1) 교육과 의료 등 공공사회정책의 영역을 ‘서비스산업’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사회공공성이 강조되어야 할 분야를 산업으로 취급하여 공공성을 침해할 법이며 2) 교육부나 복지부 등의 주무부처를 제쳐놓고 기획재정부가 기재부장관이 위원장이 되는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통해 직접 관련부처의 관련 사안이나 법령을 개폐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는 점, 3) 따라서 가뜩이나 강력한 부처인 기재부가 공공적 사회정책까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는 점 때문에 결국 18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고 폐기되었다. 막판 국회에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던 정부의 의도는 좌절되었다.

그러나 그냥 넘어갈 박근혜정부와 기재부가 아니었다. 2012년 정부는 문제점을 일부 ‘개선’했다는 서비스산업법 제정안(이하 2012년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을 다시 제출했다. 이 법안에서도 기존에 지적되었던 내용은 실질적으로 변화된 바는 사실상 거의 없다.

 

사회공공성을 산업발전의 장애로 여기는 ‘기재부 독재법’

 

첫째 2012년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도 교육과 의료 등 공공적 사회정책의 영역 모두를 실질적으로 포괄하고 있다. 2011년 안에서는 「제2조(적용범위) 이 법은 의료, 교육, 관광‧레저, 정보통신서비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비스산업(이하“서비스산업”이라 한다)에 대하여 적용한다.」고 되어있어 교육 및 의료 등 공공적 사회정책에 해당하는 사안을 서비스산업으로 포괄하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었다. 반면 2012년 안에서는 교육과 의료, 정보통신 등의 명문이 빠진 대신「제2조(정의)…“서비스산업”이란 농림어업이나 제조업 등 재화를 생산하는 산업을 제외한 경제활동에 관계되는 산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업을 말한다」고 되어있다.

오히려 아무런 명문도 없이 대통령령으로 위임함으로써 교육이나 의료뿐만 아니라 제조업 이외의 모든 분야를 서비스산업으로 포괄하도록 그 범위를 더욱 넓혔다. 철도, 운수, 가스, 전기 등 사회적 공공서비스 모두를 넣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정부의 ‘시행령’ 위임이라는 행정독재의 전횡도 여전해서 국회보고서에서 조차 ‘포괄위임’금지를 어겼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의 법안이다.

의료분야만 보더라도 영리병원 허용문제, 원격의료문제, 전문자격사선진화문제, 건강관리서비스 기업 허용문제, 영리법인약국문제, 교육 분야의 외국인 학교문제, 영리학교 문제, 방송 분야의 종편관련 방송광고문제, 문화·관광분야의 케이블카 설치 문제 등이 이 서비스산업과 직접 관련되어있다.

둘째 기재부의 권한도 그대로이다. 서비스산업 선진화위원회를 통해 서비스산업기본계획이 정해진다는 점(제 5조 1항), 이 기본계획에 따라 각 부처의 실행계획이 결정되어야 하고(제 6조 1~3항) 각 부처의 기본계획은 정부의 기본계획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제 3조 2항)에서 볼 때 여전히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가 서비스산업으로 규정될 수 있는 모든 사안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행사하게 된다.

2012년 안에서도 해당부처의 장이 시행계획을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하고 선진화위원회는 개선의견을 통보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세부내용은 또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포괄적으로 위임되어있을 뿐 달라진 바가 없다.

즉, 앞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의 적용범위가 대통령령 뒤로 숨은 것처럼, 여기서도 기재부와 다른 부서의 의견이 충돌할 경우 각 부처가 시행계획을 기재부장관에게 제출하고 선진화위원회가 각 부처에 개선의견을 통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개선의견은 단지 의견이 아니라 각 행정부처의 장이 모여 결정한 위원회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있는 ‘의견’이 아니게 된다. 이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는 각부처 장관이 모인 또 다른 국무회의 급이다. 그리고 이 준 국무회의는 기재부장관이 위원장이다.

물론 선진화위원회의 구성도 지극히 편파적이다. 우선 선진화위원회가 민관합동위원회라고는 하지만 이때의 민간위원은 국회가 추천하는 위원이 하나도 없고 각 부처의 장관이 추천하여 기재부장관이 위촉하는 것이다. 공공적 사회정책분야에서 각 부처의 기본계획을 심의 의결하고 각 부처가 정하는 시행계획에 개선의견을 통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무소불위의 위원회가 행정부처들 간의 추천과 위촉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지금까지 어떤 공적 사회정책분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구성이다. 간단히 말해 건정심이나 방통위를 생각해보라.

더욱이 그 민간위원은 기재부장관이 최종적으로 위촉을 하게 되어있고 위원회의 장 2인 중 기재부장관이 1인이다. 나머지 1인은 기재부장관의 위촉을 받은 민간위원 중 호선을 하도록 되어있다. 이는 기재부의 권한이 다른 모든 부처에 비해 최우선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결국 2012년 서비스산업법은 공공적 사회정책분야인 교육과 의료, 문화관광, 방송통신, 나아가 철도, 운송, 가스, 전기 등 공공서비스 전체를 ‘서비스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정책을 산업정책으로 축소시키는 법이다. 즉 사회정책이 가져야 할 공공적 이익, 사회정의와 평등이라는 기본적 성격을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파괴하려는 법이다. 지금도 관계부처 장관회의나 규제개혁장관회의, 또한 예산 집행 등을 통해 기재부 독재는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를 아예 법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보건·의료’ 포함 혹은 제외가 문제인가?

 

올해 3월 17일 박근혜대통령, 문재인 김무성 여야 대표 3자회담을 통한 합의문에는 서비스산업법에 대해 “서비스산업에서 보건·의료를 제외한다”고 되어있다. 기재위에서 공청회를 거쳐 상임위 의결절차만 남겨놓고 있는 서비스산업법은 이번 10월 5자회동을 통해 문재인 대표가 보건의료를 제외하면 합의할 수 있다고 밝혀 다시 한번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우리쪽에 안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안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대체로 의료법 중 의료인 관련 법조항과 의료기관 관련 법조항 몇 개, 또 건강보험법에서 건강보험 관련 조항 몇 개 등을 법 내지 시행령에서 제외하는 안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식적으로 보건·의료의 법조문에서의 제외 명시를 공식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대로 의료기관, 의료인, 건강보험 등 몇 개의 법 조항이 서비스산업법에서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보건·의료가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원격의료의 경우 의료기관의 비영리기관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무관하게 추진될 수 있다. 건강관리서비스처럼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경우는 더욱 상관이 없다. 약국법인화의 문제는 아예 빠지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의 타협안 대로 가게 되면 보건·의료제외는 말로만 제외가 될 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보건·의료’ 제외도 문제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우선 보건·의료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제외할 것인가의 문제도 남는다. 예를 들어 민영의료보험과 제약산업 부문은 보건·의료에 포괄시킬 수 있을까? 가능성이 적다.

또한 만일 포괄적으로 보건의료를 제외할 수 있다 쳐보자. 서비스산업법이 일단 통과되면 복지서비스까지 서비스산업법에 범위에 들어가게 된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과연 보건의료가 예외가 되는 것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또한 다른 공공서비스들이 모두 영리화되고 민영화되는 마당에 보건의료만 홀로 외로운 섬처럼 남을 수 있을까? 보다 근본적으로 국민건강은 과연 의료서비스만으로 결정되는 것일까? 국민건강과 건강불평등의 사회적 결정요인 중 의료서비스의 중요성은 다섯 손가락안에도 못드는 경우가 많다. 고용, 소득, 교육, 주택, 공공요금 등 모든 공공서비스가 영리화되고 민영화되어 서민들의 삶이 곤궁해지면 건강은 지켜질 수가 없다. 바로 우리가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도 그것이다.

 

경제위기와 서비스산업법 등 소위 경제활성화법안

 

박대통령은 이번 시정연설에서 서비스산업법과 함께 원격의료를 허용할 수 있는 의료법 개정, 국내 비영리병원들의 해외영리병원투자, 보험사와의 직계약, 광고규제완화 등등의 규제완화와 이를 통한 국내규제완화를 규정한 국제의료법 등을 통과시켜야 할 가장 중요한 법안으로 꼽았다. 관광진흥법을 제외하면 모두 의료에 관한 법률이다. 이런 법안들이 경제활성화 법안이라고? 재벌들이 의료분야에 진출하고 안전성도 효과도 개인질병정보보호도 되지 않는 원격의료를 통해서 이익을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 1인1개소 법조항을 무력화시켜 네트워크 병의원을 합법화시키면 누가 이익을 보는가. 영리법인약국체인이 들어서면 누가 이익을 보는가. 한마디로 경제위기로 투자할 곳을 찾기 힘든 재벌들의 돈벌이 통로를 의료에서 찾겠다는 발상이다.

서비스산업법이 바로 그렇다. 세금도 전혀 혹은 거의 못 물리는 재벌들의 사내보유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경제위기시기에 자본이 투자할 곳이 없는 것이다. 이 경제위기 시기에 재벌들은 그나마 서민들이 의존하던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고 영리화하여 자신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만들고자 한다. 재벌들의 경제는 활성화가 되겠지만 서민들의 경제는 결딴이 난다. 정부·여당의 경제활성화 법안은 의료인들에게도 재앙이지만 우리 사회의 평범한 서민들에게는 완전한 민생파탄법안일 뿐이다.

오히려 지금은 건강보험을 강화해서 의료비를 낮추어야 한다. 국민들의 건강보험료와 세금으로 걷은 건강보험료가 17조원이나 흑자다. 의료비 때문에 병원문턱이 높아 17조원이 곳간에 쌓여있는데 박근혜 정부는 이 돈을 의료비를 낮추는데 쓰는 것이 아니라 재벌에게 풀어놓으려고 한다. 바로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산업화 정책, 보다 정확히는 의료영리화, 의료민영화가 그렇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폐기가 정답이다.

화, 2015/12/2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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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편집자의 글

경제위기와 민주주의의 위기, 노동법 개악과 의료영리화 / 우석균

 

특집기획

과학기술학과 첨단의료기술: 몇 가지 화두 / 김명진

줄기세포 거품으로 누가 이익을 보고 있는가? / 김병수

한국의 원격의료, IT 발전이 가져올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인가? / 김형성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 난소 절제를 통해본 젠더와 현대의학 / 윤정원

 

쟁점

박근혜정부 ‘노동개혁’은 의료서비스와 환자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이상윤

노동조건 후퇴는 노동자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 김형렬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하여 / 공유정옥

 

시론

역사를 거스르는 박근혜정부의 노동정책과 역사교과서 국정화정책 / 김정범

 

연구보고서

건강보험 흑자, 무엇이 문제인가? / 이은경

 

영화로 보는 의료이야기

휴 그랜트의 선택(Extreme Measures, 1996) / 채민석

 

역사와 의료

다시 돌아온 ‘체공녀’와 ‘굴뚝남’의 시대 / 최규진

 

시가 보는 세상

詩와 함께 가는 길. 2 / 노태맹

 

서평

감염병과 인문학 / 김성아

 

국제

화분 모델과 큰 나무 모델 / 노다 히로(野田浩夫)(번역 이수정)

메르스 그 이후 : 우리는 얼마나 더 고통스러워야 하나? / 장효범

 

보건의료운동

누구를 위한 협정인가: TPP 협정의 문제점 / 남희섭

보건의료 관점에서 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의 문제점 / 우석균

한국 공공의료의 모범이 될 시민이 주인인 성남시의료원을 기대하며 / 김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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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5/11/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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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5/10/2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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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째다. 5월 20일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고 이 글을 쓰는 오늘이 6월 19일이다. 이제 어떻게 메르스라는 질병이 메르스 ‘사태’로까지 불리우게 될 만큼,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게 되었는지, 도대체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중간점검을 해보자.

정부의 초동 대응 문제는 지난번 글(<노동자 연대> 150호, ‘메르스, 한국 자본주의의 민낯’)에서도 다뤘다. 전파 경로를 차단할 범위를 좁게 잡았다는 것이다. 병실만이 아니라 병동의 환자와 보호자로 격리대상자를 넓게 잡고 차단했어야 했다.

문제는 삼성서울병원에서도 똑같은 잘못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메르스 ‘사태’의 시작이다. 5월 29일 문제의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되었다. 5월 28일 6번 환자도 확진되었다. 두 환자 모두 평택성모병원의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가 아니었다. 같은 병동의 다른 병실 환자였다. 그렇다면 최소한 29일 정부는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즉각적인 역학조사를 하고 이에 따라 감염자 격리를 폭넓게 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삼성서울병원에서도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다.

△ 볼드모트 병원 이윤에 지장이 생길까 봐 이런 대형병원의 문제를 숨겨서 사태를 키우더니, 이제는 부분폐쇄를 이유로 원격진료 허용이라는 특혜를 주려 했다. ⓒ조승진

초기 조사는 삼성서울병원이 알아서 했고 관리대상 명단은 삼성서울병원이 쥐고 있었다. 정부가 이 명단을 넘겨받은 것은 6월 3일이었고 전면적인 역학조사를 시행한 것은 열흘이 지난 6월 8일 이후였다. 삼성병원이 작성한 명단에 들어 있는 환자보다 들어 있지 않은 확진자가 많을 정도로 그 명단은 허술했다.

병원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것도 핵심적 문제다. 정부는 투명한 위험정보 공유는커녕 최소한의 정보인 병원 이름조차 알리지 않았다. 평택성모병원을 6월 5일에 밝혔고, 삼성서울병원 등의 병원들은 6월 7일이 돼서야 밝혔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29일 이후 14번 환자한테 감염된, 격리되지 못한 메르스 3차 감염자들이 전국에서 여러 병원을 다녔다. 예를 들어 76번 환자는 요양병원에 가 있다가 강동경희대병원을 들러 6월 6일 건국대병원에까지 갔다. 정부가 이름을 밝히기 하루 전이다. 건국대병원에서는 이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있었는지를 정부가 아니라 삼성서울병원에 확인했다. 지금 강동경희대병원 투석실의 1백 명이 넘는 환자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는 이유다.

삼성병원과 137번 비정규직 용역 노동자

삼성서울병원은 비정규직 용역 노동자였던 이송요원을 격리자 명단에서 빠뜨렸다. 그가 삼성병원 직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137번 환자는 응급실에서 병실로 옮기는 일을 하는 노동자였다.

서울시가 삼성서울병원 비정규직 노동자 2천9백44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기 시작하자 삼성병원 측은 ‘전직원 8천4백40명을 대상으로 증상 조사를 하고 하루 두 차례씩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있다고 답했다. 처음부터 그렇게 했다면 2일부터 증상이 있었던 137번 환자가 빠질 리 없다. 이 55세의 노동자는 메르스에 걸리고 나서야 삼성병원의 ‘직원’이 되었다.

삼성병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체 직원의 35퍼센트에 이른다는 것도 이번에야 알았다. 보건의료노조가 2009년에 조사한 자료를 보면 전체 병원의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21.5퍼센트이고 이중 3분의 2인 13.5퍼센트가 간접고용이다. 병원노동자도 다른 노동자들처럼 비정규직 고용에서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없는 삼성병원은 비정규직 비율이 다른 병원 평균치의 두 배에 가깝다.

신종플루 때도 비정규직 병원 노동자들은 예방접종 대상에서 빠졌고 마스크도 지급받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들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결국 137번 환자로 이름붙여진 노동자는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의 구석구석을 다녀야 했다. 삼성병원이 부분폐쇄된 직접적 원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도 사람이었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 또한 다른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과 마찬가지로 삼성병원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다. 메르스가 밝힌 진실이다.

메르스와 공공의료

1989년 아산의료원, 1994년 삼성서울병원이 세워졌다. 1987년 6월 항쟁과 7월부터의 노동자 대투쟁 이후 전국민 건강보험이 도입되었고 이 때문에 병원의 문턱이 낮아졌다. 그러나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성취는 거기까지였고 이후 역대 정권은 공공병원을 늘리지 않았다. 사립병원을 공적으로 통제하지도 않았다. 전국민 건강보험 도입 이후 늘어난 의료 수요를 메운 것은 사립병원들이었고 이 와중에 규모 경쟁에 앞장 선 것은 다름 아닌 삼성과 현대 재벌의 이 두 병원이었다.

냉전시대의 군비경쟁을 방불케 한다 해서 ‘의료군비경쟁’이라 불리는 이 규모 경쟁 끝에 현대병원은 3천 병상의 초대형 병원이 되었고 삼성서울병원도 2천 병상에 가깝다. 연 매출 1조 원이 넘는 병원들을 이제 ‘빅 5’라 부른다.

이 ‘빅 5’ 초대형 병원들은 너무나 커져서 전국의 환자들을 다 흡수할 정도다. 삼성병원이 메르스에 당하니 전국에서 환자들이 나오는 것을 보라. 이들은 덩치가 너무 커서 격리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이렇게 초대형 병원들 중 하나가 메르스에 당하니 한국의 공중 방역체계 전체가 무너졌다.

△ 진주의료원 박근혜 정부의 의료 영리화·민영화 정책은 공공의료와 전염병 대처 능력을 한껏 약화시켰다. 이 정부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미진

지금까지 공공병원의 역할은 계속 축소돼 왔다. 그 결과 메르스가 평택시 한 곳에서만 발생했을 때부터도 메르스 환자와 의심환자들이 1백여 곳의 국가지정 격리병상 찾기가 힘든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국립대병원까지 합쳐 공공병상이 10퍼센트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지역거점 공공병원은 없고 따라서 지역방역체계도 없다. 한 도시의 메르스 문제가 곧바로 전국적 재난이 된 까닭이다.

메르스와 박근혜 정부

따라서 메르스 사태는 처음부터 중앙정부의 문제였다. 그리고 삼성병원이 메르스의 새로운 진원지가 되고 나서는 중앙정부가 대처를 해야 했다는 것이 너무나 분명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대처하지 않았고 또 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는 메르스 관리와 대처를 삼성병원에 맡겨 놓았다. 의료를 민간병원에 맡겨 두고, 의료를 자본에 맡겨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육성시켜야 한다는 것이 이 정부의 정책이다. 그 결과는 우리가 지금 보는 참혹한 ‘메르스 사태’다. 확진자가 1백60여 명이 넘고 사망자가 24명이 넘고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유족들에게 고개 숙이고 깊이 사과해도 모자랄 대통령이 고개 숙인 삼성병원장에게 사과를 받는 모습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다. 국민들에게 정보를 알리지 않고, 같은 잘못을 두 번이나 저질러 전국을 메르스 공포에 빠뜨린 현 정부의 대통령이 경제를 살린답시고 시장에 나가서 쇼를 하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우리는 보고 있다. 이제는 국민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어서 죄송하다고 대통령에게 고개 숙이고 사과할 차례인가.

이제라도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병원이 수익성을 추구하도록 하는 의료민영화·영리화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메르스 사태에서 정부의 역할을 포기한 박근혜 정부에 그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부대표, 의사)
 이 글은 <노동자연대> 151호에 기고된 글입니다.
월, 2015/06/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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