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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5.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정요구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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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5.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정요구 사건

익명 (미확인) | 화, 2015/08/25- 11:17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 다섯 번째 판례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정요구 사건1) -*

 

1. 사건의 배경

甲은 포털사이트인 ○○의 블로그에 재활용 폐기물로 생산된 국내산 시멘트의 유독성에 관한 글을 게재하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한국□□협회 등으로부터 이 게시글에 대한 심의신청이 제기되자, 이를 심의한 후 이 게시글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44조의7 제1항 제2호 소정의 불법정보인 ‘비방 목적의 명예훼손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09. 4. 24.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송통신위원회법’이라 한다) 제21조 제4호, 같은 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제2항에 근거하여 ○○에 대하여 이 게시글의 삭제를 요구하였다(이하 ‘이 사건 시정요구’라 한다). 甲은 이 사건 시정요구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제기하였으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009. 6. 23. 이의신청을 기각하자, 2009. 8. 31.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이 사건 시정요구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며, 서울행정법원은 2010. 2. 11. 甲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항소하여 항소심 계속 중이던 2010. 6. 8. 甲은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호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은 2011. 2. 1. 그 중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의 법적 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2)에 대한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여 헌법재판소에 이르게 된 것이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의 주요 내용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서 내린 핵심적인 판시사항은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의 법적 성격이다. 이와 관련하여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국가행정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에게 조치결과 통지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이 이에 따르지 않는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의 해당 정보의 취급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이라는 법적 조치가 예정되어 있으며,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게 되는 결과의 발생을 의도하거나 또는 적어도 예상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는 단순한 행정지도로서의 한계를 넘어 규제적ㆍ구속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헌법소원 또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았다.

둘째,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의 법적 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의 위헌 여부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 중 ‘건전한 통신윤리’라는 개념은 다소 추상적이기는 하나, 전기통신회선을 이용하여 정보를 전달함에 있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질서 또는 도덕률을 의미하고,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이하 ‘불건전정보’라 한다)’란 이러한 질서 또는 도덕률에 저해되는 정보로서 심의 및 시정요구가 필요한 정보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며, 정보통신영역의 광범위성과 빠른 변화속도, 그리고 다양하고 가변적인 표현형태를 문자화하기에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위와 같은 함축적인 표현은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① 불건전정보에 대한 규제를 통하여 온라인매체의 폐해를 방지하고 전기통신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점, ②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하여금 불건전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에 적절한 방법이라는 점, ③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시정요구는 정보게시자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고자 시행령에서 단계적 조치를 마련하고 있고, 시정요구의 불이행 자체에 대한 제재조치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며, 달리 불건전정보의 규제수단으로 표현의 자유를 덜 침해할 방법을 발견하기 어려우므로,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점, ④ 인터넷 정보의 복제성, 확장성, 신속성을 고려할 때 시정요구 제도를 통해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이라는 공익을 보호할 필요성은 매우 큰 반면, 정보게시자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해당 정보의 삭제나 해당 통신망의 이용제한에 국한되므로, 법익균형성도 충족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사건의 의의

이 사건은 소위 ‘최△△ 목사 사건’으로서,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의 법적 성격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사건의 배경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2011년 2월 1일 최△△ 목사 사건의 제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은 사건심리 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제도의 법적 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송통신위원회설치‧운영법’이라고 함) 제21조 제4호에 대한 최△△ 목사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동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을 제청하는 결정을 내렸다.3) 담당 재판부는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내리면서 명확성원칙 위반, 과잉금지원칙 위반 등을 그 이유로 제시하였다.

그런데 법원의 위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의 내용 및 취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의 계기가 된 당해사건(본안에 해당하는 사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해사건은 바로 최△△ 목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한 소위 ‘쓰레기 시멘트’ 관련 게시글이 한국□□협회 등의 명예를 훼손하는 불법정보에 해당되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 및 삭제의 시정요구를 한 것이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실제 이 사건에서 다투어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처분이 적법한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이었다.

제1심 법원은 불법정보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였고, 실제 이 사건에서 다투어진 시정요구처분은 관련 게시글이 ‘비방목적의 명예훼손정보’ 즉, 불법정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4)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측이 항소를 하여 제2심에 계류 중이었는바, 소속계속 중 최△△ 목사측이 이 사건 시정요구의 법적 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에 대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담당 재판부가 이를 인용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담당 재판부의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으로 인하여 분쟁의 양상은 ‘불법정보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및 개별 명예훼손정보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가 적법한지 여부’ 문제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제도의 법적 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의 위헌 여부’ 문제로 전환되게 된다. 그리고 후자와 관련된 분쟁의 해결은 헌법재판소로 넘어 가게 되었고, 결국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이 나오게 된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 사건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불법정보를 비롯한 인터넷 콘텐츠를 대상으로 하는 행정기관의 심의 및 시정요구에 대한 ‘행정소송법적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현행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전신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및 동 위원회의 행정작용의 법적 성격과 관련한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과거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결정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적이 있다.5) 하지만 불법정보에 대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는 직접적인 법적 강제력이 없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존의 판례의 입장이었다.6) 그런데 기존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기능과 기존 방송위원회의 기능 중 심의기능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최△△ 목사 사건의 제1심 법원은 불법정보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에 대해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인정하게 된다.

그동안 정보통신윤리위원회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측은 자신이 행하는 시정요구는 단순히 권고적 효력만을 가지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인 행정지도에 불과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조직, 권한, 법적 성격, 시정요구제도의 기본구조 등을 고려하여, 이용자(게시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성을 인정하였다. 비록 대법원의 판결은 아니지만, 최△△ 목사 사건의 제1심 법원이 기존의 판례와는 정반대로 행정처분성을 인정하였다는 것은 결국 불법정보를 비롯한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에 대해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을 인정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는 단순한 행정지도로서의 한계를 넘어 규제적ㆍ구속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헌법소원 또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최△△ 목사 사건의 제1심 법원의 입장을 지지함으로써, 이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을 통한 구제가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입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정요구 사건’과 같은 날에 선고된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서 2008년도에 일어난 소위 ‘조중동 광고불매운동’과 관련된 사건에서도 동일하게 선언되었다.7)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사건’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일부 네티즌들이 포털사이트인 ○○ 내의 ‘▽▽’ 게시판과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이라는 인터넷 카페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에 광고를 게재한 회사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목록을 작성하고, 위 회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위 각 신문사에 대한 광고 게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자는 취지의 게시글을 작성하여 등록을 하였다. 포털사이트 ○○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 사건 각 신문사에 대한 광고게재중단 캠페인과 관련한 게시글들에 대하여 심의를 신청하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포털사이트 ○○이 심의신청한 게시글 중 일부 게시글들이 불법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포털사이트 ○○에 대해서 ‘해당 정보의 삭제’라는 시정요구(이하 ‘이 사건 시정요구’라고 한다)를 하였다. 이에 포털사이트 ○○은 이 사건 시정요구에 따라 당해 게시글들을 삭제하였다. 그러자 삭제된 게시글들을 작성‧등록한 이용자들이 이 사건 시정요구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것이다.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의 법적 성격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정요구 사건’에서와 똑같이 헌법소원 또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보면서, 동시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를 공권력의 행사라고 보는 이상 이는 항고소송의 대상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이라 할 것이고, 이 사건에서 삭제당한 게시글들을 작성‧등록한 이용자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을 우려가 있으며, 관련 법령에 이용자들의 이의신청권을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들 이용자들의 원고적격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들 이용자들은 이 사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최△△ 목사 사건의 제2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도 이 사건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내려진 판결에서 제1심인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유지하면서 피고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항소를 기각하게 된다.8)

둘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의 법적 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에 대해서 명확성원칙,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함으로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제도에 대해서 합헌성을 인정하였다. 이 사건은 그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제도의 합헌성을 인정함으로써, 그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헌법이론적인 측면에서 문제는 남아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즉 “사법부의 판단 이전에 행정기관이 일정한 표현물이나 정보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함과 동시에 그를 전제로 삭제 등의 시정요구를 통해 당해 표현물이나 정보의 유통을 금지하는 것”으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행정심의가 사실상 행정기관에 의한 검열의 위험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라고 하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2010. 10. 18.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한 심의 및 시정요구가 사후심의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행정기관의 자의적 통제를 허용할 여지가 있어 사실상 검열로서 기능할 위험이 매우 높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보통신심의에 대해서는 민간자율에 위임할 것을 제안한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 기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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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소개하는 판례와 해설은 커뮤니케이션 이해총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커뮤니케이션북스, 2015년)에 소개된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게시글은 오픈넷 홈페이지 하단에 있는 “별도 표시가 없는 한 오픈넷에 게시된 내용은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이용허락표시와 달리 출판사의 출판권에 따라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1) 헌재 2012. 2. 23. 2011헌가13,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4호 위헌제청

2)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심의위원회의 직무) : 심의위원회의 직무는 다음 각 호와 같다.
    4.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

3) 서울고등법원 2011. 2. 1. 2010아189,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4) 서울행정법원 2010. 2. 11. 2009구합35924, 시정요구처분취소. 행정사건인 2009구합35924사건에서 피고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사건 시정요구의 처분성 여부와 관련하여, “피고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독립기구의 성격을 지니고 있을 뿐 행정청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설령 행정청이라고 본다고 하더라도 방송통신위원회설치‧운영법상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이 피고의 시정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으므로, 이 사건 시정요구는 단순히 권고적 효력만을 가지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인 행정지도에 불과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5) 대법원 2007. 6. 14. 2005두4397, 청소년유해매체결정취소.

6) 서울행정법원 2001. 5. 4. 2001구3555, 이용정지처분취소.

7) 헌재 2012. 2. 23. 2008헌마500,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4호 위헌확인 등.

8) 서울고등법원 2012. 5. 3. 2010누9428, 시정요구처분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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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경미 (오픈넷 연구원)

사단법인 오픈넷이 2020. 8. 21. 2020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IGF)에서 ‘인터넷 공간의 안전’이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했다. KrIGF는 국내 주요 인터넷 공공정책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대화 및 토론을 위해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KIGA),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 기관 및 단체가 함께 연 1회 개최하는 포럼이다. 

오픈넷과 진보네트워크센터의 공동기획으로 개최되었던 이번 워크숍은 2020 KrIGF의 큰 주제인 인터넷 공간의 안전에 초점을 맞추어 사회적 소수자에게 인터넷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지, 모두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이를 위해 우리가 해야할 것들은 무엇인지를 짚어보는 시간이었다. 

워크숍은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미루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오경미 오픈넷 연구원의 발제에 이어 이승현 비온뒤 무지개 재단 이사장, 오영택 국가인권위원회 혐오차별대응 기획단 사무관, 왹비 주홍빛 연대 차차 활동가와 양지혜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활동가가 토론했다. 1. 현재 우리가 마주한 혐오와 배제의 현실은 어떠한가, 2. 우리가 생각하는 ‘안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안전 담론 그 이후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3. 혐오와 배제를 넘어 ‘안전’과 ‘연대’를 이루기 위해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아래는 발제문 전문과 요약한 토론 내용이다. 

[발제문] 인터넷은 ‘모두’에게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간인가? – 오경미 오픈넷 연구원

인터넷은 마치 공기와도 같았습니다.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든” 인터넷을 통해 연결될 수 있었고 여전히 그러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하고, 커뮤니티를 만들며 서로 연결되고, 익명성을 기반으로 안전을 추구했던 시절이 한때 우리에게 있었습니다. 또한 지금은 퇴색되었을지라도 인터넷의 미덕은 접속자가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며,  젠더의 구분 없이 혹은 자신이 원하는 젠더로서 개인이 존재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이러한 인터넷의 특성으로 인해 인터넷이라는 공간과 기술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해방의 공간이자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이 갖춘 익명성의 미덕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거나 의사를 표현하기에 효과적인 도구로 인터넷이라는 기술을 채택한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여성들은 인터넷을 통해 일생을 안전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인권과 노동권을 외쳤습니다. 여성을 타겟으로 한 악의적인 00녀 시리즈 등 우리 사회와 인터넷 공간에서 넘쳐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와 적대에도 맞서 싸워왔습니다. 미러링을 통해 적대적인 혐오에 대항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국내의 여성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여성들과도 연대했습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페미니즘 해시태그 운동은 전 지구적 규모의 여성이 인권 향상과 여성을 대상으로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항하고 있다는 것을 서로에게 알렸습니다. 또한 거대한 연대의 힘이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막강한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여성의 해방과 연대는 아주 협소하고 배타적인 범주의 ‘여성’을 위한 것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폭력을 없애고 성적 대상화를 거부한다는 이유와 ‘여성’의 품격을 평가절하시킨다는 이유를 근거로 인터넷 상에서 성, 섹스,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터부시되거나 심지어는 적대시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를 잣대로 이 기준에 맞지 않거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집단이나 개인에게는 비난, 혐오, 적대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배타적인 권리 주장은 현실 세계에까지 실질적인 위협으로 드러나는 등 높은 파급력으로 충격을 되먹이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와 성노동자 등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집단에 속하지 못한 소외된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수위 높은 낙인과 배제가 그 결과일 것입니다.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절대적일 수도 없고, 가치중립적이지도 않은 기준은 공격과 비난을 받아도 될 대상과 사회가 보호해야 하는 대상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어떤 누군가가 사회가 비난하고 꺼리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거나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 경제, 문화 등등의 무수한 맥락은 단지 전체 여성의 가치 저하라는 추상적이지만 절대적인 명제로 빨려들어가 사라져버리고 있습니다. n번방 피해자에게 책임을 되물었던 일부 여론은 음란과 성폭력의 구분을 우리 사회가 한사코 거부했던 결과일 테지만, 여성 청소년의 성적 욕망이나 실천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이나 사회적인 인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여성의 성적 대상화 금지라는 높은 장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변방의 목소리로 묻혀버렸습니다. 

바로 지금 ‘여성’의 해방과 연대는 ‘여성’이라는 범주에 속할 수 없는, 속해서는 안 되는 이들이 사라져야만 실현 가능한 것인 듯합니다. 안전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존재를 부정하고 그 존재의 삭제를 요구해도 되는 정당한 권리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꿈꿨던 인터넷을 통한 연대의 가능성도 무참히 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해방과 연대를 가능하게 한 인터넷의 미덕과 가치가 빛바랜 과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들은 되물어야 합니다. 도대체 우리가 놓친 것은 무엇인지, 사회적 보호와 안전이라는 것은 어떤 기준을 통과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선별적인 특권인 것인지,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의 진정한 해방과 연대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말입니다. ‘여성’의 연대에서 배척되었던 소수자들이 경험했던 차별과 혐오 그리고 배제의 경험들을 들어보며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에게 인터넷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지, 모두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공존할 수 있을지, 이를 위해 우리가 해야할 것들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토론] 

1. 현재 트랜스젠더, 성노동자, 여성청소년이 마주한 혐오와 배제의 현실은 어떠한가?

트랜스젠더, 성노동자, 여성청소년의 성에 대한 담론은 제대로 인식되기도 전에 비가시화되거나 부정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온라인을 중심으로 ‘사이버 불링’ 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피해자가 해당 공간에서 떠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여성청소년의 경우에도 단순히 청소년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고 제대로 된 대화나 토론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비가시화된 존재로서 성소수자로 뭉쳐져 이야기되어왔을 뿐 제대로 이야기된 적이 없었다. 그러다 조금씩 트랜스젠더의 이야기, 성소수자 내에서도 다양한 존재들이 있다는 이야기들을 통해 가시화되기 시작했지만,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는 심화되고 있다. 복합적인 맥락에서 혐오가 발생하고 있고, 여전히 트랜스젠더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 

성노동자에 대한 모순된 시선이 존재한다. 여성운동가들은 성매매 철폐를 외치며 이를 성착취라고만 이야기하고 성노동자들의 운동을 폄하하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어느 곳에서도 누구도 성노동자의 경험과 목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 성노동자는 말할 수 없는 존재로 존재해야 한다. 언어를 가진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게 성노동자의 언어를 탈취하여 성노동자를 타자화시키는 것이 일부 여성주의 진영이 취하는 전략이다. 성노동자의 현실이나 당사자들의 운동 자체를 부정하는 상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웹페미니스트들은 사이버 불링의 타깃으로 삼기도 한다. 디지털 공간에서 소수자가 자신을 말하고 드러내는 행위가 안전해지기 위한 논의가 절실하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을 경험한 세대이고, 기초적인 감각이 인터넷 기반에서 구성되어 있다. 이들에게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정보 획득을 넘어 적극적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공간이다. 분명 인터넷은 청소년에게 많은 가능성을 열어준 공간인 것은 맞다. 스쿨미투 역시 그런 배경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청소년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그러면서도 여성청소년들에게는 ‘여성’으로서의 성적 매력, 어리고 순결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적 요구 등 사회가 여성청소년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는 다양하지 않고 여성청소년이 권리주체로 존재하지 못하고 있다. 또 사회적으로 청소년의 성적 쾌락과 성담론을 문란한 것으로 치부하고 규제하려고만 하고 있다. 이런 모순적인 사회 구조의 문제는 N번방 사건 일탈계에서 나타난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국가인권위에서도 혐오차별에 대한 대응을 지속적으로 해왔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진정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지정되어야 하는데 혐오, 차별 표현은 하나의 집단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건 처리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앞으로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 혐오차별 대응기획단도 만들고 혐오표현 리포트를 발간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기획단은 혐오표현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범사회적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설정했고, 리포트를 발간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정책적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2. 우리가 생각하는 안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안전 담론 그 이후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가 ‘연대’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시험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여성주의 슬로건 중에 “단 한 명도 더 잃을 수 없다”는 슬로건을 좋아한다.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는 것은 단 한 명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단 한 명도 고립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마치 파이싸움처럼 누가 더 많은 파이를 가질것이고 누가 파이를 가질 자격이 없는지를 검증하는 배제주의적 페미니즘을 직시하고 주변화된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한다. 모두의 사회경제적 상황이 다르고 사회구조적 문제, 개인의 관계망 등 여러 원인으로 성노동자가 되곤 한다. 이런 사회구조적 논의 없이 똑같은 자리에 선 사람들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자격이라면 우리가 싸우고 있는 기득권과 다를 바 없다. 

청소년 보호법이 오히려 청소년을 규제하는 것으로만 작용하고 정작 무엇이 유해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청소년들은 자신의 성적 정체성, 성적 쾌락, 성담론을 일탈적으로밖에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따라서, 일상적인 감각으로서의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고 금지하는 것만으로 안전한 환경을 만들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대응해야 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집단이 아니라 젠더 규범과 차별의 역사를 계속 반복시키는 사람들의 생각이어야 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는 페미니즘은 결국 누가 조금 더 빠르게 안전한 곳으로 가느냐를 두고 갈등하는 것이다. 단기적인 방식으로 안전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시도는 투쟁의 대상을 단순화하고 맥락에서 제거시킬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혐오와 차별, 배제가 작동하게 만들 수 있다. 젠더 규범은 그렇게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단기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각각의 접점을 만들어 소수자간의 연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의 혐오표현 규제들은 맥락과 역사적인 고려 없이 단순히 거친 표현, 욕설 등을 주로 규제하고 있다. 앞으로는 다양한 경험들을 공유하면서 무엇이 혐오표현이고 어떤 것이 차별의 맥락을 담고 있는 것인지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 포털 기업들 또한 이에 대한 책임이 일부 있음을 인정하고 그 역할을 해 줄 필요가 있다. 

3. 혐오와 배제를 넘어 ‘안전’과 ‘연대’를 이루기 위해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성소수자, 성노동자, 여성청소년을 규제와 혐오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은 없는지 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혐오표현의 규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사회 전체적 맥락에서 무엇이 당사자들에게 가장 필요한지 이야기 나눌 공론장의 구성이 필요하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목, 2020/09/1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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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얼마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떠돌았을 때, 많은 사람이 ‘우리는 북한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라는 말을 새삼 실감했다. 북한 특유의 폐쇄성으로 인해 그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는 특히 북한에 대해 무지한 부분이 많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나 적으로 취급하든, 혹은 같은 언어와 민족성을 나누는 통일과 화합의 대상으로 보든, 상식적으로 우리가 분단국으로서 북한을 제일 잘 알아야 하는 나라임을 고려하면 더욱 아이러니하다.

왜 그럴까. 한국은 북한에 대해 알려고 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뿌리 깊은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가 생긴 배경에는 북한을 찬양·미화하는 표현물을 ‘이적표현물’로 보고, 이의 유포와 소지를 범죄화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제7조가 가장 큰 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많은 남용의 역사를 거쳐, 법원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 등으로 처벌 규정을 엄격히 해석하는 기준을 마련하긴 했다. 그러나 이는 개인을 형사처벌하는 경우에만 고려될 뿐, ‘이적표현물’ 조항의 존재는 여전히 우리가 북한에 대해 알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위축시키고 있다.

북한의 폐쇄성, 통제성으로 인해 북한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조선중앙통신,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의 국영·선전매체가 직접 생산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에는 누구나 알다시피 낯간지러운 북한 체제에 대한 찬양·미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이들 콘텐츠와 북한 사이트 등 거의 모든 북한발 정보를 이적표현물(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로 분류하고 온라인상에서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관행으로 수난을 겪은 두 명의 외국인 ‘마틴’ 씨들이 있다. 북한 기술과 관련한 뉴스를 전달하는 온라인 매체인 ‘노스코리아테크’를 운영하는 영국인 ‘마틴 윌리엄스’는 뉴스의 출처로써 조선중앙통신을 링크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사이트가 차단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노스코리아테크는 북한발 보도에 의혹을 제기하거나 독자적·학술적 분석을 해온 매체였기 때문에 법원에서 차단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아 차단은 해제되었지만, 그는 한국 정부가 북한 정보를 통제하는 방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북한학을 공부하는 독일인 ‘마틴 와이저’씨는 연구를 위해 북한의 장애인 관련 단체 사이트를 비롯한 각종 북한 사이트에 접속하려고 했지만 대부분이 차단되어 있어 한국에서 정상적인 인터넷 활동으로 북한의 정책이나 관행을 연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한다. 그는 인권위에 정보 접근권 침해를 이유로 민원도 넣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그는 아마 한국이 전 세계에서 북한 연구가 가장 힘든 곳일 거라는 말을 덧붙였다. 최근에는 외국인이 운영하는 KCNA watch라는 사이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으로 한국에서 차단된 것 같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 사이트는 조선중앙통신 등의 북한 매체 및 각종 온라인상 북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아카이빙하여 검색 편의를 제공하는 사이트로, 북한 연구자, 외교부, 통일부 등 공공기관 관계자, 언론 등에서 많이 활용했던 사이트다.

우리나라는 북한에 대한 정보가 최대한 많이 파악되고 공유되어야 하는 나라다. 북한발 정보의 왜곡·과장·미화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대부분의 국민이라면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또한 모든 ‘정보’가 그러하듯, 정보를 어떻게 수용하고 활용할지는 정보에 대한 접근 이후 비로소 독자들이 선택하는 영역이다. 북한발 정보가 북한 체제에 대한 찬양·미화적인 요소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의 존립·안전에 위협이 될리는 만무하다. 또한 세계적 시각에서 북한의 동향은 늘 ‘핫한’ 이슈로, 한국의 국가 가치 역시 북한과의 관계에서 중요성이 더 크다. 실리적 관점으로도 북한 정보에 대한 접근을 수월하게 하여 이해관계나 언어적 이해력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가 북한 연구와 보도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럼에도 북한발 정보를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로 보는 뿌리 깊은 관행으로 인해 우리 국민의 북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사실상 원천적으로 통제·차단되는 위헌적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 국민의 보도·연구 활동이 오히려 다른 나라에 비해 크나큰 제약을 받게 됨으로써, 북한의 소식을 외신을 통해 접하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이 새로 임명되었다. 정부는 더 이상 국가보안법을 확대해석하여 우리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불필요하게 옥죄는 구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새 수장을 맞이한 기관들이 당장 이적표현물 조항의 폐지 추진은 어렵더라도, 최소한 북한 정보에 대한 우리 국민의 자유로운 접근과 활용을 보장하는 열린 태도를 견지하길 기대한다. 그것이 바로 정부가 우리 체제와 북한 체제와의 근본적인 차이를 선언하는 길이자, 우리 국민과 체제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을 보여주는 길일 것이다.

*이 글은 미디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8.05.)

수, 2020/08/1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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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혜정 인턴(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수습 기간: 2020.08.10(월) ~ 2020.08.21(금)
  • 수행 과제: 정보인권보고서 개정 발간 연구 학습,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발의안에 대한 반대의견서 작성, 모욕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 피고 답변서 작성, 휴대폰 기지국 접속정보의 개인정보 해당 여부 보고서 작성,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IGF) ‘인터넷 공간의 안전’ 온라인 워크숍 참석

제 첫 사회생활이자 실무수습은 아주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친언니처럼 격 없이 친절하게 대해주신 오픈넷의 김가연, 손지원 두 변호사님 덕분입니다. 벌써 실무수습이 끝나서 후기를 작성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쉽게만 느껴집니다.

저는 학부에서 통계학을 전공하던 중 데이터 활용과 보호에 관심이 생겨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는데, 한 학기 만에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으로는 제 관심 분야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변호사 시험에 출제되는 법들을 소화해내기도 버거웠지만 1학년이 아니면 앞으로는 더욱 관심분야를 탐구해 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마침 서울지방변호사협회에서 공익인권프로그램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특히 정보인권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오픈넷이 협력기관으로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원 기간이 기말고사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저 없이 자기소개서를 제출했습니다. 선발 소식과 오픈넷 배정 결과를 전하는 이메일을 받았을 때는 법학전문대학원 합격 이후 가장 기뻤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가야했던 4일을 제외하고 6일의 짧은 실무수습 기간이었지만, 두 변호사님께서 저를 위해 내주신 과제들을 수행하면서 정보인권 분야의 현안들을 알차게 맛볼 수 있었습니다. 제 첫 과제는 「2019 정보인권보고서 개정 발간 연구」를 읽으며 공부하는 것이었습니다. 생소한 개념과 용어도 포함되어 있어 쉽게 읽히는 연구보고서는 아니었지만, 이 자료를 공부하면서 그 이후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 보고서가 아니었다면 법학을 한 학기 겨우 배운 제가 이후 주어지는 과제들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 돌이켜보면 이 과제를 먼저 내주신 것이 변호사님의 큰 배려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이 보고서는 아직 외부에 발간되지 않아 희귀한, 현재 한국의 정보인권과 관련된 쟁점들을 유형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자료였습니다. 저는 이 보고서를 통해 정보인권과 관련된 현안의 세계적인 동향과 법안, 권고사항과 한국이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 시정해야할 문제들과 개선방안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분야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보고서를 읽는 것만으로도 학문적 갈증을 많이 해소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출간되면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열심히 과제 수행중인 김혜정 인턴]

두 번째 과제는 최근 발의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중 하나인 전용기 의원안에 대한 반대의견서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개정안은 온라인상 혐오·차별표현에 대한 모욕죄를 신설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자살방조를 처벌하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의 반의사불벌조항을 삭제하고, 온라인상 혐오·차별표현에 대한 삭제요구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법안이었습니다. 온라인상 악성 댓글로 인해 최근 자주 발생한 연예인 및 공인의 자살을 방지한다는 좋은 취지의 법안이었지만,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위축시켜 여러 문제를 발생시킬 위험성이 다분했습니다. 실제 법안을 분석하여 헌법상 표현의 자유,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과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 등을 적용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지만,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학교에서 배운 죽은 지식이 살아나는 것 같은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반대의견서는 국회의 법안 발의에 대한 시민사회의 민주적인 감시와 견제 수단이었기에, 활동가이자 법률전문가인 공익변호사님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계신지 체험할 수 있는 뜻깊은 과제였습니다.

세 번째 과제는 “돈에 환장한 악마, 사이코패스 같은 년”이라는 댓글을 썼다가 박소연 케어 대표에게 민사소송을 당한 피고를 대변하는 소송대리인이라고 가정하고 답변서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학교에서 민사소송법을 배우지 않은 상태였는데 실제 민사소송절차의 일부인 답변서를 작성하면서 소송절차에 대해 예습할 수 있었고, 답변서가 어떤 형식을 취하고 있는지, 어떤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지도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님께서 주신 답변서 샘플을 통해 모욕죄에 관한 민사소송에서 실제 변호사들이 어떤 근거로 무죄를 주장하는지, 판례가 모욕죄 성립에서 고려하는 기준들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네 번째 과제는 최근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통신사 기지국이 휴대폰 이용자의 접속기록을 방역 당국에 제출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휴대폰 기지국 접속기록’이 개인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문제점과 관련 법령, 판례를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정의) 제1항 나호에 의하면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도 개인정보입니다. 이 경우 쉽게 결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다른 정보의 입수 가능성 등 개인을 알아보는 데 소요되는 시간, 비용, 기술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야 합니다. 위치정보 추적자료는 청구인들의 인적정보와 결합하여 특정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개인정보이고, 수사기관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제공받은 위치정보 추적자료를 통해 그의 활동반경·이동경로·현재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는데 시간관계상 완성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향후 오픈넷에서 이 주제와 관련된 의견을 표명하거나 헌법소원을 청구한다면 관심을 가지고 그 결과를 지켜볼 것입니다.

[김혜정 인턴과 김가연 변호사]

저처럼 정보인권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오픈넷에서 실무수습을 경험할 기회를 꼭 잡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쓰기 능력이 부족하여 수습 기간 동안 배우고 느낀 점들을 후기에 잘 담아내지 못한 것 같지만, 오픈넷은 우리나라에서 정보인권 관련 목소리를 내는 몇 안 되는 기관 중 하나이고, 변호사님께서 현실의 사안과 연계된 과제들을 통해 흥미롭게 이 분야를 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활동입니다. 후기를 쓰는 시점은 전날 밤이어서 아직 수행하지 못한 마지막 과제는 내일 개최될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lGF)의 ‘인터넷 공간의 안전’ 온라인 워크숍에 참석하는 것입니다. 인터넷 공간이 모두에게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간인지에 대한 토론을 지켜볼 수 있는 드문 기회라는 생각에 설레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무수습 기간 동안 한참 부족한 제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교대역 인근 맛집에서 맛있는 점심도 사주시고, 제가 배우고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과제를 만들어주신 두 변호사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변호사님께서 너그럽게 가르쳐주시고 크게 부담스럽지 않도록 배려해주신 덕분에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과제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두 변호사님처럼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따뜻한 법률가로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2020_예비법률가_공익프로그램_자료집

화, 2020/09/0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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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10.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HY 과학기술 윤리·법·정책 센터가 주최한 “AI 윤리 성찰 포럼”에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가 토론자로 참가해 인공지능과 젠더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토론문] 인공지능과 젠더 문제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

사단법인 오픈넷은 자유, 개방, 공유의 인터넷이라는 가치를 옹호하자는 취지 하에 2013년에 설립된 비영리 시민사회단체입니다.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오픈데이터, 망중립성 등 정보인권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발제를 맡은 이상욱 교수님께서 오픈넷의 이사로 계시기도 합니다.

오픈넷에서는 한 3년 전부터 인공지능과 윤리에 관한 논의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여러 국내외 관련 세미나에 참석을 하고 토론회를 주최하는 등 동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내년 1월에는 하버드 대학교 버크맨 클레인 센터 등과 함께 인공지능과 윤리에 관한 국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 인공지능이 정보인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유의미한 사례가 발생하지는 않아서, 미래를 대비한 연구나 예측을 하는 연구소나 학계와 달리 활동 중심의 시민사회단체로서는 관련 논의를 관망하는 수준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인공지능 개발에 필수적인 빅데이터의 활용에 수반되는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에 대해서는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얼굴인식기술 등이 국가감시 고도화에 악용될 가능성을 항상 경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여러 원칙들을 비교해보면 큰 틀에서 몇 가지 공통되는 핵심 가치를 찾을 수 있고 이는 발제문에서 잘 정리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원칙들이 앞으로 유네스코에서 성안할 윤리 규범에 잘 반영되길 바랍니다. 또한 유네스코에서 기존의 시도와 달리 윤리 전문가 및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워킹 그룹을 꾸려 논의를 시작하고, 젠더나 아프리카 대륙 같이 논쟁적인 주제(mandate)를 다루기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지난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이용자 중심의 지능정보사회를 위한 원칙」을 발표했는데, 이를 논의하는 자문단에 기업과 학계만 참여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논의에는 당연히 이용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시민단체가 참여했어야 하는데 오픈넷은 전혀 초대를 받지 못해 유감스럽습니다. 다양성과 전문성을 함께 추구하는 유네스코의 방식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의 AI는 우리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로서 우리가 가진 편견 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결국 AI와 윤리는 AI를 개발하고 관리·감독하는 인간을 감독하는 원칙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발제자께서 개발자나 이용자 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하셨는데 매우 중요한 지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논의에서 AI와 젠더 문제는 간과되고 있는 면이 있어서 더 비중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유네스코의 방향성은 매우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네스코에서 올해 발표한 디지털 기술 성 격차 관련 <I’d Blush If I Could> 보고서도 매우 좋은 자료인데요, 보고서에서 다룬 인공지능 음성비서의 성정체성 관련 논의를 통해 AI와 젠더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애플 시리, 삼성 갤럭시 빅스비, 네이버 클로바, 아마존 알렉사 등 인공지능 음성비서 또는 스피커는 현재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형태의 AI일 것입니다. 대부분 기본적으로 여성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세계의 인공지능 음성비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여성 비서’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들은 사용자들이 인공지능과 대화할 때 진짜 인간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의 개성과 성장과정, 이력과 같은 세세한 ‘인간적인’ 면도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하는데, 이러한 정체성이 대부분 여성을 상정하고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여성형 음성비서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에 대해 크게 세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여성의 목소리를 선호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는 것입니다. 여러 연구에서 사람들은 여성의 목소리를 더 따뜻하게 느꼈다고 하고, 스탠포드 대학의 Clifford Nass 교수는 “인간의 뇌는 여성의 목소리를 좋아하도록 발달했다(“It’s a well-established phenomenon that the human brain is developed to like female voices.”)”라고 말한 바도 있습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장조사에서 일반 유저들이 여성 목소리를 더 선호한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는 여성형 인공지능이 덜 위협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여성형 인공지능이 많은 이유가 대중문화에서 접한 남성형 인공지능의 위협적 성향 때문이라는 가설입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등 SF 영화에서 남성형 인공지능은 살인을 저지르는 등 종종 매우 위협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워싱턴 대학의 Gender, Women & Sexuality 학과의 Michelle Habell-Pallan 교수는 다수의 엔지니어가 일반인들이 새로운 기술을 위협적으로 느끼거나 거부감이 들게 하지 않도록 여성형의 인공지능을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여성형 음성비서가 많은 이유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은 전통적으로 여성이 비서 역할에 자연스럽기 때문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IT 업계 핵심 직종의 종사자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것은 우리들에게 이미 익숙한 사실이며, 이를 고려한다면 음성비서가 여성으로 성별화되어 있다는 것이 IT 과학자들의 무의식 속 성편견의 반영물이라는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유네스코가 발표한 보고서는 ‘시리’를 비롯한 음성비서들이 대부분 ‘젊은 여성’ 목소리를 기본값으로 설정해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답을 내놓게 돼있어, 여성 역할을 수동적·소극적이며 명령자에 복종하는 역할에 한정해 젠더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문제점이 단순히 AI 개발이나 활용에 적용되는 윤리를 강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 같진 않습니다. 결국 다른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고 성평등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처럼 AI 분야에서도 근본적으로 성격차를 줄이고 성평등을 이루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젠더 문제에 관한 별도의 윤리 규범을 논의하기로 한 유네스코의 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논의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시민사회도 더욱 활발하게 의견을 내고 지지하도록 하겠습니다.

토, 2019/12/2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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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가연(오픈넷 변호사)

일시: 2019. 7. 31(수) – 8. 2.(금), 3일간

장소: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뭉크스쿨(Munk School of Global Affairs)

참석자: 김가연(오픈넷 변호사)

CLSI 2019 Agenda 보기

Citizen Lab Summer Institute (CLSI)는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뭉크스쿨 산하 시티즌랩 주관으로 2013년부터 매년 여름 개최되고 있는 행사입니다. “인터넷 개방성과 권리 모니터링(Monitoring Internet Openness and Rights)”이라는 주제로 인터넷 보안 및 정보인권 관련 최신 이슈들에 대해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2~3일 동안 논의하는 연구의 장입니다. 오픈넷은 2015년 처음 시티즌랩의 초청을 받아 CLSI 2015에 참가한 이후 매년 참가하고 있습니다.

CLSI 2019에는 김가연 변호사가 참가했으며, 참가의 주된 목적은 오픈넷이 2016년 시티즌랩과 공동으로 진행한 AMI (Ask My Info) 연구 최종 보고서 마무리와 AMI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중인 KT 상대 개인정보 공개 청구 소송 전략 모색이었습니다. AMI는 통신사들이 이용자에 대한 어떤 정보를, 얼마나, 어떤 목적에 의해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내용을 얼마나 공개하는지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로, 2014년 시티즌랩과 Open Effect의 주도로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오픈넷은 2016년에 국내에서 AMI 연구를 수행했는데, SKT, KT 및 LGU+ 주요 이통 3사를 대상으로 두 단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김가연 변호사는 첫날 진행된 오리엔테이션과 이후 이틀 간 5개의 세션/워크샵에 참석했습니다. 그 중 “정보주체의 정보접근권(Data Subjects’ Right to Access Information)”세션이 특히 유용했습니다. 세션 주최자인 Lights Institute의 Maristela Miranda는 필리핀의 개인정보보호법제와 정보주체의 권리에 관한 내용에 대해 발제를 했는데, 필리핀의 개인정보보호법상으로는 열람청구권이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권리를 행사할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세션 참가자 대부분이 열람청구권 관련 소송을 해본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이어서 흥미로운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김가연 변호사는 한국에서 AMI 연구를 진행한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세션 참석과 별개로 시티즌랩의 AMI 연구팀과 만나 최종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KT 소송에 대해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를 받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AMI 연구 관련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논평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티즌랩, 오픈넷이 참여한 아시아 5개국 통신사 개인정보 열람청구권 보장 실태 연구 결과 발표

수, 2020/02/2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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