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는 더 나은 복지동향을 만들기 위해 2015년 4월 22일부터 5월 10일까지 복지동향 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 지정 후원하는 독자 139명, 복지동향만 구독하는 독자 37명, 총 176명의 독자가 설문에 참여하였다.
<설문개요>
1. 조사 목적 : 복지동향 200호를 맞이하여 독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복지동향 활동에 활용하고자 설문조사를 실시함
2. 조사 방법 : 설문지를 이용하여 이메일 조사
3. 조사 대상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회원과 복지동향 정기구독자
4. 조사 기간 : 2015년 4월 22일~5월 10일
5. 조사 응답 : 총 176명(회원 139명, 비회원 37명)
1. 복지동향을 구독하는 이유는?
복지동향을 구독하는 이유에 대해, ‘사회복지분야 최근 이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가 응답자의 71%(125명)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그 외 ‘참여연대 지원 차원에서(16%)’,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가 풍부해서(9%)’, ‘보던 거라고 그냥 계속 보고 있음(3%)’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의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대다수의 독자들이 사회복지분야 최근 이슈를 파악하기 위해 복지동향을 구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이는 복지동향 창간 목적에 일정정도 부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 현 복지동향 코너 중에서 제일 관심 있게 보는 코너는 무엇인가?
현재 복지동향은 총 5개의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가장 관심 있게 보는 코너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69%(122명)가 ‘기획주제’를 꼽았다. 뒤를 이어 ‘동향’이 16%, ‘칼럼’이 10%, ‘열린광장’이 3%로 나타났다. 반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를 소개하는 ‘동서남북’ 코너가 1%로 응답자의 선택이 낮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3. 최근 2년 복지동향 기획주제 중 인상 깊었던 주제는?
최근 2년 동안 복지동향 기획주제 코너에서 다뤘던 주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에 대한 질문에 ‘복지국가재정/조세정책’이 76표로 가장 많은 표를 받았으며 뒤를 이어 ‘무상복지논쟁’이 53표를 얻었다. 그 이외는 ‘사회복지사의 인권과 일터(29표)’, ‘정부예산안평가(28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개편(27표)’, ‘청년문제(24표)’, ‘참여연대사회복지운동평가(23표)’ 등이 비슷한 득표율을 보였다.
4. 앞으로 복지동향이 개선했으면 하는 점은?
복지동향이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 응답자의 44%가 ‘읽기 쉽고 재미있게 구성’해야 한다고 답했다. ‘전문성을 강화했으면’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4%, ‘페이지가 늘어나더라도 더 많은 정보를 담았으면 좋겠다’고 답한 응답자도 20%를 차지했다. 그 외 2%의 독자는 ‘표지 디자인과 내부 편집 업그레이드’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였으며, 기타 의견으로는 ‘신진 연구자나 새로운 관점을 가진 연구자들의 투고 확대’ 등의 의견이 있었다.
기획주제의 필자가 대부분 전문가 중심으로 이루어지다보니 독자에게 기획주제 구성이 어렵게 느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복지동향이 현재와 같이 전문성은 유지하되 독자들에게 쉬운 구성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것 같다.
5. 복지동향이 공개적으로 원고를 모집한다면 투고할 의향이 있는가?
복지동향에서 공개적으로 원고를 모집하게 되면 응답자의 45%가 복지동향에 글을 투고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반면 53%는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6. 복지동향 구독을 주위사람들에게(친구/지인)에게 권유할 의향이 있는가?
응답자의 95%는 복지동향을 주위 사람들에게 권유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회원과 비회원 모두 권유할 의향이 각각 96%, 92%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은 응답자의 일반적 특성에 관한 것이다.
1. 응답자의 복지동향의 구독기간은?
응답자의 복지동향 구독 기간은 1년 이상 5년 미만이 108명(62%)로 다수를 차지했으며, 1년 미만이 27명(15%), 5년 이상 10년 미만이 23명(13%), 10년 이상이 18명(10%)로 나타났습니다.
2. 응답자의 성비
응답자의 성별구성은 남자 49%, 여자 50%로 균등했다.
3. 응답자의 연령 분포
연령대별 분포는 40대가 38%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30대가 29%가 그 뒤를 이었다. 50대과 20대는 각각 15%, 14%임을 알 수 있었으며 60대가 3%로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
4. 응답자의 직업
응답자의 직업분포를 살펴보니 ‘복지분야 종사자’가 44%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사무직/전문직’이 20%, ‘교수/연구직’이 14%, ‘학생’이 5%, ‘자영업/사업’, ‘활동가’가 4%로 나타났다.
2020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13조 9,939억 원으로 전년 추경예산 대비 9.2% 증가함. 생계급여, 의료급여, 긴급복지, 자활사업 등을 합한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은 12조 2,6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4% 증가함. 반면, 국토교통부 소관 예산인 주거급여 지원은 전년 대비 2.5% 감소, 교육부 소관 예산인 교육급여는 전년 대비 22.8% 감소함.
전반적으로 내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두 자릿수의 인상률을 기록했지만, 위기가구에 대한 단기적 지원 대책인 긴급복지 외의 기초생활보장급여의 대상자가 유의미한 폭으로 증가하지 않았음. 이와 같은 소극적인 개선안은 최근 가계동향조사에서 나타난 저소득 가구의 소득 하락 현상, 그리고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나타난 불평등 심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
생계급여 예산은 전년 대비 5,762억 원 증가한 4조 3,379억 원이 편성되었음. 2019년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의결한 2020년 기준 중위소득에 따라 생계급여 인상률은 2.94%에 불과하나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근로소득 공제 확대 ▲재산기준 완화 등의 제도개선이 이루어져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예산이 증액되었음. 정부는 2020년 추진할 제도 개선에 따른 신규 수급가구를 약 7.1만 가구로 추정했음.
2019년 하위 20% 이하 노인가구, 2020년 하위 20~40% 노인가구의 기초연금이 각각 5만 원씩 인상되면서 생계급여 예산지출이 6,576억 원 감소했으나, 2019~2020년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등 미약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데 편성한 예산은 7,262억 원에 불과함. 정부가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지 않고, 일부 취약가구에 대해서만 부양의무자기준을 완화해온 것은 생계급여 수급자 수가 감소하는 것을 막기 위한 ‘현상 유지’ 대책에 불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2) 의료급여경상보조
의료급여 제도에는 정부가 2020년부터 추진하는 특별한 제도 개선은 없지만, 예산은 전년 대비 8.8% 증가한 7조 38억 원이 편성됨. 1종 의료급여 수급자의 경우만 하더라도 2016~2018년 예산상의 1인당 진료비가 실제보다 7~9%가량 부족하게 책정됐다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의 지적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2020년부터 기본진료비 단가를 현실에 맞게 인상한 것이 예산 증액의 주요 요인임. 부양의무자기준을 일부 완화한데 따른 신규 수급자의 수급권을 보호하기 위한 예산이 1,458억 원 증액되긴 하였으나, 의료급여의 경우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조치가 생계급여보다 소극적으로 이뤄졌음. 게다가 중기재정계획을 살펴보면 정부는 2021년부터 의료급여 예산 증가율을 3%로 고정하였는데, 이는 대통령 공약에 따라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임.
3) 긴급복지
내년 긴급복지 예산은 1,656억 원으로 2019년 추경예산 대비 1.9% 증액됐으나, 본예산과 비교하면 16.5% 증액됨. 그동안 긴급복지 예산은 제도의 대상인 저소득 위기가구 수를 정확히 추계할 수 없다는 것을 근거로 본예산을 보수적으로 편성한 후, 추경 또는 다른 사업에서 이용·전용하는 관행이 있었음. 이 관행에 대해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반복적으로 시정을 요구하자, 정부는 2020년부터 예년의 본예산보다 큰 규모의 예산을 편성한 것임. 그런데 긴급복지 예산의 중기재정계획을 살펴보면 정부는 2021년 예산을 다시 2019년 본예산 수준으로 감액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 긴급복지 지원이 필요한 위기가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대상을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이후에도 2020년과 마찬가지로 추경 예상분까지 반영한 수준으로 본예산을 편성해야 함.
4) 자활사업
자활사업 예산은 전년 추경예산 대비 14.9% 증가한 6,022억 원이 편성됨. 다른 예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자활사업의 증액분은 사회서비스일자리형, 시장진입형 자활근로 단가가 5.0% 인상되고 대상자를 각각 25.3%, 28.3% 증가시킨 것에 기인함. 그런데 자활근로의 단가가 최저임금 대비 지나치게 낮아, 자활에 참여할 의무가 부과되는 조건부 수급자까지도 차라리 자활사업에 참여하기보다 일용직 일자리에 참여하는 것을 선호하는 등 자활사업 참여자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음. 이는 생계급여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자활장려금의 대상을 전년 대비 70.6% 수준으로 대폭 낮춘 것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남. 보건복지부는 자활사업 참여자의 문턱을 낮추고 있으나, 2020년부터 고용노동부 소관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신설됨에 따라 두 부처·제도 간의 역할을 정립해야 하는 과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자활사업 참여 의무를 부과하는 대상을 넓힐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자활근로의 단가가 보다 높은 수준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음.
5) 주거급여 지원
주거급여 예산은 생계급여, 의료급여와는 달리 전년과 비교해 예산이 삭감되었음. 주거급여 수급가구 선정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44%에서 45%로 상향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거급여 예산이 삭감된 것임. 그 이유는 정부는 2018년 10월부터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여 수급가구 수가 최대 139.5만 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2019년 6월 기준 주거급여 수급가구는 114.1만 가구에 불과했기 때문임. 주거급여 신규 수급가구 증가가 저조해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주거급여 선정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50%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과 만 30세 미만 미혼 청년 단독가구에게 주거급여를 지급하는 방안 등을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었으나, 국토교통부는 2017년 수립된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음.
게다가 국토교통부는 2018년 예산안 수립 당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따른 신규 수급가구의 월평균 주거급여 수급액을 9.5만 원으로 예상했으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2018년 결산자료 분석에 따르면 2018년 10~12월 신규 수급가구의 월평균 주거급여 수급액은 예상치의 2배를 초과하는 19.9만 원으로 나타나, 신규 수급가구의 경제적 상황에 대한 예측에도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됨. 2018년 말 기준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주거급여 수급가구의 경우 실제 임차료 대비 주거급여액이 82.7%에 불과했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주거급여 신청가구의 주거환경이 면밀하게 조사되지 않아, 면적 이외의 다른 항목에서 최저주거기준 미달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임. 2020년 소폭 상향된 주거급여의 기준임대료조차도 2019년 초 기준 최저주거면적 수준의 민간임대주택의 평균 임대료의 절반 수준에 불과함.
이와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주거취약계층이 내몰린 열악한 거처의 임대료보다도 낮은 주거급여의 보장성을 대폭 강화하지도 않았고, 비주택 거주가구와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에 대한 주거환경 확인조차 하지 않았으며 신청자 또는 수급자에게 필요한 주거지원도 제대로 연계하지 않았음. 국토교통부가 시범사업 성격으로 전국 20개 지역에 비주택 거주 주거급여 수급자를 지원하기 위한 신규 사업으로 20억 원을 편성한 것은 바람직하나, 원칙적으로는 기초생활 보장제도 신청이 이루어지는 읍면동·시군구 단위에서 신청자 또는 수급자의 주거환경이 점검되고 공공임대주택을 비롯한 필요한 주거지원 서비스가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함. 해당 사업이 임시적인 조치로서 주거급여 지원 예산에 포함되는 것은 이해될 수 있으나, 적어도 단계적으로는 전국 시군구에 주거복지 지원 확대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함.
결론
문재인 정부는 광범위한 사각지대 해소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명목으로 각 기초생활급여의 자격기준과 생계급여의 보장수준을 결정하는 기준 중위소득을 미미한 수준으로 인상하는데 그쳤음. 무려 17.4%에 달하는 상대적 빈곤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해야 했으나, 대통령 공약이었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아님. 주거급여 사례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듯이,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수급권을 침해당하는 빈곤층은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으로 추정됨. 따라서 정부는 2020년 수립될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통해 반드시 생계급여,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해야 함.
요즘 정치권에서 청년 표심 잡기위한 노력이 눈물겹다. 지난 6월 청와대는 대통령 비서실 청년비서관을 깜짝 발표하고, 대통령 선거캠프에서도 청년정책 전문가를 영입하느라 바쁘다. 인터넷 검색창에 ‘청년정책’을 검색하면 ‘청년지원정책 모아보기’, ‘청년주거지원 정책 모음’과 같은 청년정책 길라잡이 정보가 넘쳐난다.
금수저, 흙수저, N포세대라는 청년세대의 문제가 수년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청년에게 좀 더 나은 삶을 보장하라는 투쟁하기를 몇 년, 지난해 청년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우리 사회가 청년에게 기회를 주고, 더 나은 삶을 보장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
과연 청년의 삶은 변화하고 있을까?
최근 몇 년간 청년정책이 가장 자주, 많이 발표되는 정책이다. 2018년 3월 청년 일자리 대책이 발표되고, 2019년 7월에는 계층 이동성 강화 및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목표로 한 청년 희망사다리 강화 방안이 나왔다. 2020년 3월에는 5대 분야 34개 과제를 망라한 제1차 청년의 삶 개선방안이 발표되었고, 지난해 청년기본법에 따라 12월 정부는 「제1차 청년정책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으로 부족했는지, 지난 3월 「청년정책 기본계획」 등에 포함된 기존 정책(4.4조원, 79.4만명+α)에 "1조 5천억원, 24만 6천명(+α)"을 추가로 지원하는 내용의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도 발표했다. 그리고 8월 16일 코로나 위기 극복, 청년세대 격차해소, 미래도약 지원 등 3대 방향성 아래 일자리·교육·주거·복지·참여·권리 등 5대 분야 청년특별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기본계획, 추가대책, 특별대책의 이름으로 쏟아진 무수한 정책들로는 사회이동성의 하락을 포함한 불평등의 심화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청년세대 내부의 격차가 더 벌어졌고, 계층 사다리의 바닥과 천장은 더욱 끈적끈적해졌다. 세계경제포럼이 올해 발표한 ‘사회이동성지수2020’에서도 드러났듯이 한국의 공정한 임금 분배와 사회보장 수준은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에 속한다. 이제 한국사회는 격차사회를 넘어 장벽사회의 문턱에 다가서고 있다. 특히 90년대생인 20대 청년에게 그 장벽은 좀 더 가깝게 다가가 있다. 그리고 같은 20대 청년 가운데에서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청년에게 그 장벽은 더욱 견고하게 보인다. 현재의 지배적인 불평등 구조는 특정한 나이에 특정한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만 안정적으로 보장된 인생 경로를 가질 수 있고,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단일한 기회구조 모델을 재생산하고 있다.
한편, 청년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하는 기존 사회보장정책을 손질하는 못하는 상황이 더욱 안타깝다. 이현주 외(2020) 연구에 따르면, 기존 현금급여와 사회서비스, 사회보험의 수급 혜택이 상대적으로 낮은 집단과 청년세대가 대체로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좀 더 들여다보면, 실업급여는 청년 가구 가운데 저소득층의 수급률이 상대적으로 더욱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8~25세 청년 가구는 가구 기준 소득 5~6분위의 수급률이 가장 높았고, 26~39세 청년 가구는 소득 4~6분위의 수급률이 가장 높았다. 특히, 모성보호 급여의 수급률은 소득 상위 8~10분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세대 문제해결을 위해 사회보장제도의 재구조화가 필요
청년세대가 직면한 문제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청년정책의 효과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사회보장 제도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세대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최근 전반적인 일자리의 부족 속에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자리로 급부상한 플랫폼 노동에도 여러 불안정 요소와 함께 기존 사회보장 제도가 제대로 포괄할 수 없는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러한 당면 과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적 노력과 함께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확보 문제로도 더욱 눈을 돌려야 한다. 하지만 이는 개별 청년정책을 넘어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와 성장 잠재력을 키워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 구조개혁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불평등을 해소하는 구조개혁의 방향을 분명하게 설정하면서, 각종 사각지대 제거를 위해 기존 사회보장 정책의 틀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다양한 청년정책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전체적인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로드맵의 작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불평등 구조를 변화시키고, 사회이동성을 촉진시키기 위해 조지프 피시킨이 제안한 기회 다원주의(opportunity pluralism) 모델을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정책 목표로 삼을 필요성이 있다(Fishkin, 2014). 기회 다원주의 모델은 생애주기의 어떤 시점에서든 다양한 관문에서 다양한 삶의 경로를 추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희소한 지위를 둘러싼 제로섬 경쟁이 벌어지는 단일한 기회구조 모델과 이에 기초한 불평등의 구조화를 변화시킬 수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살리는 교육을 추구하고, 후자의 교육을 택하더라도 다양한 양질의 고용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며, 어떤 시점에서 어떤 인생 경로를 선택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이 보장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좋은 대학에 가서 인기 높은 전문직종으로 진출하거나, 공무원이 되고 대기업에 취업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청년 불평등 완화와 관련한 모든 정책의 실질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조건이 마련된 사회는 인생에서 두 번 세 번의 기회가 주어져 한 번의 실패로 좌절할 이유가 없는 사회이기도 하다. 여기서 기회 및 결과의 불평등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복리와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 아래에서만 용인될 것이다.
1) 이 글에는 필자가 연구한 김승연, 최광은 외, ‘장벽사회, 청년불평등의 특성과 과제’, 서울연구원(2021)의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문헌
김승연․최광은 외. 2021. 「장벽사회, 청년불평등의 특성과 과제」. 서울연구원.
이현주·오욱찬·이윤경·이원진·성재민·이길제·박형존·이병재, 2020, 「사회보장정책 효과성 분석을 위한 행정데이터 연계‧활용 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사회보장위원회.
Fishkin, J., 2014, Bottlenecks: A New Theory of Equal Opportunity, Oxford University Press. (조지프 피시킨, 2016, 「병목사회: 기회의 불평등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대안」, 유강은 옮김, 문예출판사.)
세계보건기구가 1978년 카자흐스탄의 알마아타(현재 명칭은 알마티)에서 개최한 일차보건의료(primary health care)에 관한 국제학술대회를 공중보건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학술대회에서 134개 국가가 선언문에 서명을 하였다. 이 선언은 건강 패러다임 전개 과정의 전환점이 되었으며, 오늘날까지 알마아타 이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40년 동안 국제연합의 어떤 결의도 그 정도 규모의 도전할 만한 목표를 제기한 적이 없었다. 2000년까지 ‘모든 이에게 건강을(Health For All)’ 이라는 기치를 내세운 알마아타 선언은 일차보건의료를 보건의료체계의 주춧돌로 만드는데 필요한 목표였다. 이 선언은 과도하게 ‘병원 중심적’이고 의료화된 체계를 피하고, 보다 사회학적 접근방식을 선호하였고,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1978년 시점의 냉전 논리 속에서 의미 있는 일련의 주요 요소들을 명확히 하였다 ─ ①협력과 세계 평화, ②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 ③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인식, ④건강증진에 있어서 다른 부문들을 참여시킬 필요성, ⑤일차보건의료의 기획, 실행, 관리에 지역사회 참여, ⑥건강 형평성.
알마아타 선언에서의 일차보건의료란, 지역사회에서 개인과 가족에게 보편적으로 접근 가능하며, 지역사회와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이루어지는 필수적인 보건의료이다. 일차보건의료는 국가의 보건의료체계와 지역사회 전반의 사회적 경제적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구성한다. 또한 개인과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가 국가 보건의료체계와 첫 번째로 접촉하는 지점으로서, 보건의료를 사람들이 살며 일하는 곳에서 가능한 가깝게 놓이도록 하며, 보건의료 과정의 첫 번째 요소를 구성한다. 일차보건의료는 지역사회의 주요 건강문제들을 다루며, 건강증진, 예방, 치료, 지지 및 재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차의료(primary care)와 일차보건의료는 유사한 용어로서 종종 혼용한다. 일차보건의료는 필수적이고 보편적인 접근이 가능한 서비스, 국가의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발전의 중요한 부분, 지역사회와 국가가 감당 가능한 비용, 다학제 협력와 팀워크 등을 강조한다. 반면에, 일차의료는 질병이 아니라 사람에 초점을 둔, 오랜 시간 동안 지속하는 의료서비스, 환자와의 지속적인 동반자 관계 등을 강조한다. 선진국에는 일차의료라는 용어를 개발도상국에서는 일차보건의료라는 용어로 더 잘 사용한다. 일차의료는 그 기능과 특징에 있어서 가정의학(general practice/family medicine) 업무와 대체로 일치한다. 일차의료가 일차보건의료의 중심에 위치하는 국가에서 일차의료 의사는 여러 일차보건의료 활동들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한편, 일차의료를 일차진료(primary medical care)로 오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국내 보건의료 현실에서 일차진료는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있지만, 일차의료는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일차의료는 일차보건의료와 일차진료를 포괄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일차진료가 지역사회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하여 일차보건의료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개념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표 2-1>)
일차의료라는 용어의 기원은 1920년 영국의 도슨(Dawson) 보고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보고서는 의료 제공 단계를 일차보건센터, 2차 보건센터, 교육병원으로 구분하였다. 일차보건센터에서 치료가 어려운 경우는 2차 보건센터로 의뢰하며, 교육병원은 의과대학과 연계되어 어려운 질환을 주로 취급하면서 교육 수련을 담당하는 곳이라고 하였다. 이 같은 개념 구분은 훗날 많은 나라에서 보건의료체계 개편의 틀을 제공하였으며, 일차의료 부문의 역할을 강조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차의료라는 용어가 문헌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에서 의료 전문화가 한창일 때인 1960년대 화이트(White) 등의 일차의료 연구에서였다. 그들은 ‘의료 생태계(The Ecology of Medical Care)’라는 제목의 논문(1961)에서 역학적인 분석을 이용하여 대부분의 보건의료 문제들이 일차의료 영역에서 적절하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일차의료 개념 정의
미국 의학연구소(1996) 일차의료 미래 위원회는 일차의료를, 개인적으로 필요한 보건의료 서비스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의료인이, 환자와 지속적인 동반자관계를 형성하면서, 가족 및 지역사회 맥락에서, 통합적이며 접근성 있는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였다. 일차의료 석학인 바바라 스타필드(Barbara Starfield, 1998)는 일차의료를 “보건의료체계 최초접촉 진입 지점으로서 오랜 시간에 걸쳐 질병이 아니라 사람에 초점을 두고, 매우 드문 질환들을 제외한 모든 질환들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른 제공자 의해 다른 장소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들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보건의료체계의 단계”로 정의하였다. 국내에서 일차의료 관련 전문가 77인이 참여한 델파이 연구와 한글학회 자문과정을 거쳐 ‘우리나라 일차의료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2007)하였다 ─ "건강을 위하여 가장 먼저 대하는 보건의료를 말한다. 환자의 가족과 지역사회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환자-의사 관계를 지속하면서, 보건의료 자원을 모으고 알맞게 조정하여 주민에게 흔한 건강 문제들을 해결하는 분야이다. 일차의료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 보건의료인들의 협력과 주민의 참여가 필요하다."(이재호 외, 2007)
일차의료의 핵심속성
일차의료의 정의는 공통적으로 최초접촉, 포괄성, 조정기능, 지속성을 포함한다.
1) 최초접촉
일차의료는 보건의료체계 최초접촉 진입지점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이 같은 진입지점이 필요한 이유는 의료서비스의 내용, 그 적절한 시기나 적합한 제공자에 관한 사항들을 일반인들이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초접촉은 접근성을 포함하는 의미이다. 접근성은 지리적 위치, 진료시간, 예약 없이 방문하는 환자를 받아들이는 정도, 비용부담 등을 포함한다. 일차의료 접근성 향상은 다른 전문의 또는 응급실의 불필요한 방문을 감소시키며, 질병의 이환율과 사망률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최초접촉 지점으로 일차의료 의사(vs 질병 전문의)를 이용하는 경우, 보다 적절한 건강관리와 우수한 건강결과에 이르게 한다.
2) 포괄성
일차의료는 건강증진, 예방, 흔한 질환의 진단과 치료, 다른 제공자들에게로의 의뢰, 만성질환, 재활, 완화의료, 그리고 때로는 사회적 서비스까지 포함한다. 일차의료는 남녀 구분이 없이, 모든 연령에서, 질병과 건강의 모든 스펙트럼에서 환자의 건강을 위해 부족한 것들을 찾아내고 해결한다는 의미에서 포괄성을 지닌다.
3) 조정기능
일차의료는 지역사회 자원의 합리적 배열, 유기적 연결, 적절한 자문과 의뢰를 통하여, 환자의 건강요구에 적합하게 건강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는 조정기능을 지닌다. 부적절한 의뢰는 의료비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치료에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으며, 적절한 의뢰는 치료 효과와 치료 만족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일차의료 의사는 의뢰 여부를 결정하는 문지기(gate-keeper)가 아니라 조정자로 기능한다.
4) 지속성
일차의료는 환자-의사 신뢰관계 속에서 질병이 아니라 사람에 초점을 두는 의료서비스를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는 의미의 지속성을 지닌다. 일차의료 지속성은 진료의 지속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개인이 상용기관(또는 주치의)을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로 평가할 수 있다. 의료기관 또는 팀이 상용치료원인 경우는 주치의가 상용치료원인 경우보다 조정기능에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지속성은 주치의가 환자를 보다 잘 파악하게 하고, 처방된 약물의 순응도를 높이며, 예방 서비스를 더 잘 받게 하여 효율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하다.
일차의료 구조의 취약성에 기인하는 우리나라 건강통계
1)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방문 빈도 회원국 중 최고
일차의료 영역에서 각 분야 전문의들이 자유롭게 의원을 개설하여 일차진료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병원도 임상과별로 일차진료를 제공하여 서비스 분절화가 매우 심하다. 우리 국민은 증상별로 스스로 의사 또는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진료 빈도는 2012년에 일본을 추월하여 OECD 회원국 중 최고를 기록하며 계속 상승하고 있다. 2017년 현재 연간 16.6회로 회원국 평균(6.8회)을 크게 상회한다. 최근 10여 년 동안 큰 변화가 없어 왔던 다른 국가들과 크게 비교된다.
2) 인구 천 명당 병상 수, 가파르게 증가하는 유일한 국가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단독진료가 대부분인 동네 의원에서, 양질의 일차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뇨, 천식 등 일차의료 영역에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 받는 경우가 흔하다. 게다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및 검진 확대 정책은 우리 국민으로 하여금 대형병원을 찾도록 유인하였다. 그 결과 최근 수십 년 동안 대형병원들은 경쟁적으로 병상을 확충해 왔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병상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인구 천 명당 병상 수는 2017년 현재 12.3 병상으로, 회원국 평균(4.7 병상)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일본(13.1 병상)에 이어 2위이나 조만간 일본을 추월할 것이다.
3) 국가 보건의료비 증가율 회원국 중 2위
인구의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의료비 증가는 각국의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10여 년 간 연간 의료비 증가율이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017-2018년 의료비 증가율은 9.0%로 회원국 평균(2.4%)을 크게 넘어섰고, 리투아니아(10.1%)에 이어 2위였다. 일차의료 영역에서 조정기능 결여는 건강자원에 대한 무분별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여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을 초래한다.
4) 일차의료 민감 질환 입원율 상위권
일차의료에서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들 중 대표적인 질환이 당뇨이다. 당뇨 환자가 양질의 일차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관련 질환들 때문에 병원 입원 사례가 증가한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십만 명당 당뇨병 입원율은 245.2명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248.5명) 다음으로 높으며, 회원국 평균(129명)을 크게 넘어섰다.
5) 갑상선암 과잉진단율 세계 최고
주치의의 근거에 바탕을 둔 권고에 의해 건강검진이 이루어진다면, 질병 조기발견으로 사망을 피할 수 있다. 국내에서 건강검진은 시장에 맡겨져 있어 과잉진단 가능성이 높다. 국가 건강검진도 일차의료 지속성을 저해하고 의료서비스 분절화와 대형병원 환자쏠림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리나라는 갑상선암 발생률(사실상 발견율)에 있어서 지구상에서 예외적으로 높다. 특히 여성 갑상선암 과잉진단율은 90%로 추정된다.
일차의료 강화의 핵심은 주치의제도 도입
일차의료 강화는 보건의료체계의 형평성과 효율성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보편적 건강보험의 역사가 30년이 지난 국내에서 일차의료 영역은 거의 변화가 없어왔다. 일차의료에 대해서 그 개념조차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의 건강보장체계는 물론이거니와 미국의 민간보험도 권장하는 일차의료 의사(주치의) 보유·이용을 우리나라 정부와 건강보험은 의사협회의 눈치를 보면서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의약분업(2000) 실시로 발생했던 의사파업에 대한 정신적 상처가 남아 있는 듯하다. 주치의제도에 대한 인식도 90년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책임 방기가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 주치의제도 도입은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핵심 정책이다. 주치의제도는 지역사회 주민 개인 또는 가족이 일차의료 의사와의 지속적인 관계(rapport)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험자 또는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이다. 주치의제도 하에서의 지불제도는 전통적인 인두제를 연상하기 쉽지만, 행위별수가제, 성과급제, 봉급제 등을 혼합한 방식이 세계적인 동향이다. 주치의제도는 주치의가 환자의 합리적인 의료서비스 이용을 돕는 제도이며, 의료서비스 이용을 규제하는 제도가 아니다. 주치의 제도는 일차의료 의사 본연의 역할을 지원하는 제도이며, 희생을 요구하거나 통제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
주치의라 하면, 병원 의사와 구분해야 하며 지역사회에서 건강 전반을 담당하는 일차의료 의사를 의미한다. 일차의료 의사는 일차보건의료팀과 더불어 주민의 건강증진, 질병예방, 만성질환 관리, 그리고 의뢰-회송을 포함한 건강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조정기능을 수행한다. 일차의료 의사는 대체로 가정의(GP 또는 family physician)를 의미하며, 일차의료 의사가 되기 위해서 의대 졸업 후 3~6년의 전공의 수련 과정을 이수하는 것이 세계적인 동향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일차의료 의사의 범위를 한정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일차의료 의사로 가정의(가정의학 전문의)를 양성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단과 전문분야 의사들이 일차의료 영역에서 일차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주치의제도 도입 과정 주요 과제 중 하나가 일차의료 의사 범위 한정이다. 일차보건의료팀은 일차의료 의사,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다학제 보건의료진(15∼20인)을 의미한다. 일차의료 의사 1인 진료보다는, 일차보건의료 팀과 더불어 그룹 진료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의뢰제도와 주치의제도 보유여부에 따라 해당 국가의 일차의료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데, OECD 국가들을 분류하면 다음 표 2와 같다. 이 중에 최근 20년간 주치의제도를 도입했거나 도입 중에 있는 국가들은 노르웨이, 프랑스, 캐나다, 스웨덴, 터키, 동유럽 국가들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과 함께 둘 다 없는 10개 국가에 속하지만, 그 중에서도 일차의료 개념부재와 공공의료 취약성을 고려하면 일차의료 수준이 최하위권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는 민간 부문이 주도해 왔으며, 대형 병원 중심의 치료 위주의 의료가 발달해 왔다. 상대적으로 공공 부문의 역할과 기여는 부족했으며 일차의료는 그 개념조차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단계적인 주치의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최소 5년의 시간이 도입을 위해 필요할 것이며, 정착을 위해서는 10년 이상 소요될 것이다. 90년대 방식의 의사(제공자) 주도형 제도 도입이 아니라 국민(이용자) 주도형 제도 도입이 바람직하다. 제도 도입에 관한 국가 지도자의 의지 표명 후에, 단계적으로 집중해야 할 과제로 여론 형성, 합리적인 의료이용, 일차의료 기반조성, 의사 참여, 지불제도 개편과 같은 5단계로 설명할 수 있다.(<표 2-4>)
국민적 관심사가 될 수 있도록 주치의 보유에 관한 긍정적인 인식의 확산을 목표로 한다. 주치의를 두고 합리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대국민 홍보를 시행한다. 주치의 보유의 필요성과 그 편익을 홍보한다.
<제 2단계: 합리적인 의료이용> ‘이용자 편익 부여’: 제 2년차부터 시행하여 지속
주치의를 지정하고 이용하는 환자에 대해서 혜택을 부여한다. 이 단계에서 주치의 자격 기준이 엄격할 필요가 없다. 환자가 원하는 어떤 의사도 주치의로 지정이 가능하다. 일단 주치의로 지정한 후에는 자신의 모든 건강문제에 대해서는 가장 먼저 그 주치의와 상의해야 하도록 한다. 주치의 의뢰를 통한 건강 서비스 이용이나 단과 전문의 진료에 대해서, 본인부담 비중을 연차적으로 줄여 나간다.
<제 3단계: 일차의료 기반조성> ‘일차의료 강화’: 1∼2년차에 준비, 3년차부터 추진
일차의료의 개념과 일차의료 의사의 범주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일차의료 의사의 장기적인 육성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동네의원 단과 전문의에게는 희망할 경우 일차의료 의사로 기능 할 수 있도록 연수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세제 혜택, 수가 조정 등으로 그룹 진료를 권장한다. 국가가 표준 일차의료 기관(‘마을 건강센터’)을 지원하거나 설치한다.(표 2.) 의과대학·간호대학과의 제휴를 통해 일차의료와 일차보건의료에 관한 교육과 수련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제 4단계: 의사 참여> ‘주치의에게 혜택부여’: 제 3년차에 준비, 4년차부터 추진
환자가 주치의로 지정하고 이용하는 그 주치의에게 환자의 수에 따라서 보험자가 환자 당 일정액의 건강관리 비용을 지불한다. 아울러 주치의로부터 의뢰된 환자를 진료하는 단과 전문의에게는 수가조정을 통해서 일정부분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제 5단계: 지불제도 개편> ‘혼합형 지불방식 시행’: 제 5년차부터 추진
환자가 주치의로 지정한 의사가 자신을 주치의로 지정한 환자 명단을 확보하여 보험자에게 제출하면, 일정비율 인상된 건강관리 비용을 제공한다. 일차의료 질 평가(예, 환자경험에 근거한 일차의료 속성 평가, 임상 질 지표 평가, 구조 평가 등)의 결과에 따라 추가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참여연대가 발간하는 『복지동향』 지난 2022년 6월호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한 진단과 평가를 다루었다. 여기서 남기철 교수는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경우, 통상 과거 정부의 정책은 폐기되거나 새로운 브랜드로 덮여지는 일이 많지만 사회서비스 정책에 있어서 새 정부의 국정과제는 사실상 큰 변화가 없음을 지적하였다(남기철, 2022). 급증하는 돌봄·복지 수요에 대응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하고, 사회서비스 산업 발전을 통해 복지와 고용성장의 선순환을 구현한다는 정책방향은 2000년대 중반 사회서비스 정책이 도입된 이후 큰 변화 없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치적 시각으로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차별화된 철학과 비전이 있다. 공공성 강화와 좋은 공공일자리 확충을 추진하였던 문재인 정부의 사회서비스를 현금급여의 대체재 그리고 민간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사회서비스와 동일하다 볼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문재인 정부의 예외적 노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지난 20년간 사회서비스 정책의 산업화 방향은 흔들림 없이 견고한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새 정부 출범 1년의 시점에서 우리는 사회서비스 정책의 솔직한 속내를 보게 되었다. 사회서비스 혁신이란 절실한 수요의 변방에서 산업적 진흥을 위한 것이고, 공공의 규제는 최소화되어야 자율적 시장이 형성되며, 노인·아동·장애인의 ‘돌봄을 받을 권리’에는 관심이 없다.
이 글에서는 폭증하는 돌봄 수요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보장이 아니라 신규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로적 왜곡이 점철된 사회서비스 정책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새 정부의 사회서비스 국정과제는 민간 주도 사회서비스 혁신으로 지속가능한 한국형 복지국가를 이루는 것이다. 여기서 혁신이란 산업화를 통한 ‘복지·돌봄 서비스 고도화’이며, 지속가능이란 ‘개인의 부담 능력에 따른 소비’를 의미한다. 국정과제로는 규모화와 다변화를 통한 수요·공급의 확대, 혁신 기반 구축, 종사자 처우 개선의 세 가지 주요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추진 방향과 동일하다. 문재인 정부 사회서비스원으로 대표되는 공공성 강화는 열악한 서비스 질로 수요가 낮고, 고용안정으로 혁신이 저해되며, 다수를 차지하는 민간 일자리의 상대적 박탈감을 야기할 뿐이라는 기존 비판에 따른 것이다. 물론 지난 정부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모델의 실패가 뼈아프다. 그러나 새 정부의 사회서비스 전략은 문제를 제기한 영역에 대한 해법이 아니다. 사회서비스의 범주와 목적이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성 강화는 한국형 돌봄국가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 보편적 돌봄의 보장성 강화와 돌봄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주로 다루었던 반면, 새 정부의 혁신과 고도화 방향은 사회서비스 산업 육성을 염두에 두고 상품성이 있는 서비스 창출에 몰두하고 있다. 이미 막대한 재정투입에도 미충족 수요가 광범위한 노인요양과 장애인돌봄 등 보편적 사회서비스 몸통은 보지 않고,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정책과의 주무사업인 전자바우처 사회서비스 사업이 혁신을 대표하고 있다.
사회서비스 정책에 대한 동상이몽 : 보편적 공공서비스 vs 수요자 중심 민간서비스
사회서비스 정책은 노무현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그 이전까지 사회서비스는 취약계층 대상 생활시설과 이용시설 복지서비스에 한정되었으나, 복지국가 패러다임이 개인의 역량을 지원하는 이른바 사회투자국가로 선회하면서 보편적 사회정책이 되었다. 2006년 정부는 국가의 장기종합전략으로 『비전 2030』을 선포하면서 5대 전략 중 성장동력확충 전략으로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를, 그리고 사회복지선진화 전략으로 보육, 요양, 방과후 돌봄, 주거복지 확충을 선언하였다. 후속 조치로 91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하여 사회서비스향상기획단을 발족시켰으며, 사회적기업, 노인장기요양,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이 제도화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사회서비스 분야의 재정지출 확대를 원하지 않았다. 반면 복지의 체감도와 효율성에 주목하였고, 주요 개선과제로 찾아가는 서비스, 통합전산망 운영, 시장 중심 서비스 창출을 제시하였다. 사회서비스는 시장기능을 강화하여 민간기관이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보하는 방향에서 추진되었으며 이러한 성격에 부합한 제도인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에 주목하였다. 이 시기 대표적 정책은 10대 유망사회서비스 발굴 및 지원이다. 아동정서발달서비스, 노인맞춤형 운동처방서비스, 정신장애인 토탈케어서비스 등 사회서비스 모델을 발굴하고 바우처 방식으로 구매력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확대되었다. 이 사업은 사회서비스 비활성화 이유가 사회서비스 미개발, 영세한 공급기관, 인지도 있는 브랜드 부족 문제로 인식하였고, 따라서 2011년 예산 253억 원을 시작으로 1,353억 원을 10대 유망사회서비스 기관에 집중 지원하는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사회서비스도 산업 육성에 초점이 주어졌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고용·복지는 보육에 대한 국가책임,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전달체계 효율성과 민간자원 활성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하였으나, 사회서비스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와 연결되어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되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고부가가치 사회서비스일자리 창출방안’을 발표하였고, 구체적으로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R&D, 세제혜택, 정책자금 지원을 사회서비스 부문에 적용하여 시장형 일자리를 확충하고 민간진출 사업으로 육성하고자 하였다.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제공기관의 규모화·전문화 추진,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의 창업·육성, 고객관리시스템 개발, 유망 사회서비스 R&D 투자 등이다. 무엇보다 사회서비스 제공기관 진입규제 완화를 위해 바우처 사업을 지정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고, 소득에 따라 본인부담률을 달리하여 가격규제를 완화하고, 사회서비스 이용자 인정기준 완화로 유망 사회서비스 수요를 개발하는 전략을 추진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서비스는 양적 확충보다는 수요자 측면에서의 보장성 강화와 공급자 측면에서의 공적 책임성 강화를 제시하였다. 재정만 국가가 부담하고 민간에 맡긴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의 개선 없이는 아무리 보장성을 높인다 해도 국민 체감도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범부처 사회서비스 발전 방향’하에 6대 추진 과제로 생애주기별·분야별 사회서비스 확충, 지역 사회서비스 균형 발전,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 및 내실화,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통합적 사회서비스 제공 체계 구축,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의 사회권 실현을 제시하였다(관계부처합동, 2018). 더 나아가 지역사회 통합 돌봄, 아동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 노인 맞춤돌봄 서비스,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 대책 등 포괄적 서비스 제공을 통해 서비스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이 노무현 정부와 이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는 사회서비스의 보장성 강화로 보편적 돌봄을 제도화한 방향은 동일하였으나 방식에서는 시장형 일자리 창출과 전달체계의 국가책임 강화라는 측면에서 다른 경로를 형성하였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보장성 확대를 통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가 직접 부담하는 방식으로, 일명 미국식 사회서비스 상품 개발에만 관심을 가졌다. 정작 돌봄에 대한 국가 책임은 외면하는 방식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무상보육을 통해 돌봄제도 확충에 기여하였으나 여전히 사회서비스는 고부가가치 상품시장이라는 전략에서 이명박 정부의 경로를 이어갔다.
윤석열 정부의 사회서비스 – 보건복지부의 산업부화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44번 ‘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돌봄서비스 고도화’를 제시하였고, 목표는 ‘다양한 주체’가 ‘질 높은 서비스’를 ‘누구에게나’ 이용하게 하는 보편적 복지·돌봄 체계이다. 새 정부의 사회서비스 방향은 2022년 8월과 2023년 1월 보건복지부의 업무계획에 다음과 같이 구체화되었다. 이른바 사회서비스 고도화란 이제껏 없던 소비시장을 개발하고, 산업 육성을 위해 R&D 투자를 확대하고, 정부는 사회서비스원을 사회서비스진흥기관으로 바꾸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전부처의 산업부화’가 충실히 반영된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의 사회서비스 산업화는 박근혜 정부의 사회서비스 전략과 동일하다. 용어도 그대로이다. 업무계획은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으로 “복지-고용-성장” 선순환을 이루고, 그 근거로 사회서비스 산업의 높은 고용유발계수를 제시하고 있다. 과거 반복된 사회서비스 시장창출 실패에 대한 분석이나 새로운 정책 수단도 없다. 첫째, 정부는 사회서비스 수요창출을 위해 사회서비스 신상품을 개발·공급하고, 이용가격은 제공기관이 탄력적으로 조정함과 동시에 본인부담도 차등화하고, 제공기관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서비스를 통합하여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 예시로는 가사서비스, 병원동행서비스, 심리상담 등을 추가하고, 융합으로 보육·아이돌봄+놀이교육·예체능+청년사회서비스사업단 등 개별사업을 함께 제공할 수 있게 하여 보편적 사회서비스 시장 형성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둘째, 양질의 공급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영세한 민간 기관을 규모화·조직화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소셜프랜차이즈나 사회적협동조합 전환, 기업·종교계의 사회공헌, 사회적기업과의 파트너십 등이 제시되었다. 혁신펀드(140억 원)를 조성하여 영세한 기관의 규모화를 지원하고, 시장진입의 규제를 완화하여 사회서비스 기술개발(스마트 R&D)과 고령친화산업, 돌봄로봇, 보조기기, 스마트서비스 등 첨단기술이 사회서비스 상품에 연계되도록 하였다. 셋째, 지원·육성을 위한 제도로 「사회서비스지원및진흥법안」 을 제정하고 사회서비스원을 공공서비스 제공기관이 아닌 산업진흥기관으로 역할을 바꾼다. 이 밖에 사회서비스 보장성 강화로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대상 확대, 보호종료아동 자립준비, 영케어러 가족돌봄, 고립은둔청년 고독사 대응도 포함되었으나, 이는 기존 종합계획의 극히 일부 실행 또는 사회서비스 예산으로 보면 매우 미미한 주변적 사업이다. 세부 내용은 박근혜 정부 당시 사회서비스 발전포럼에서 다룬 바 있고, 또한 고부가가치 사회서비스 육성 방안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인구고령화로 인한 돌봄 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사회서비스 제공체계에서 개인화, 통합화, 특히 코로나19 이후 긴급한 공공돌봄 대응 요구가 가중되어 왔는데, 처방은 과거로 회귀하였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사회서비스
지난 동안 사회서비스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 발굴 및 확충, 사회서비스 시장 형성 및 산업화, 사회서비스 품질 제고를 목표로 추진되어 왔다면, 이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개념 오류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그동안 사회서비스 개념은 광범위하고 모호하여 어떤 사무가 있고 누가 책임을 져야하는지 보장기관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정책의 효율성이 매우 떨어졌다. 사회서비스는 [사회보장기본법] 제3조에 명시된 사회보장급여이지만, 노인·영유아·아동·장애인·저소득층 등 다양한 대상을 중심으로 개별 정책 사업을 아우르고 있어, 각 사업부처가 사회서비스의 전반적 구조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정책 방향의 혼선을 가져왔다.
윤석열 정부의 사회서비스 전략에 있어서 산업화가 주요 의제가 되는 이유는 돌봄국가의 서비스보장 체계에 총체적인 접근을 하지 못하고, 유망사회서비스를 발굴하는 전자바우처 사업이 과대 대표되기 때문이다. 2022년 예산기준 사회서비스 정책의 주요 세부사업은 노인, 아동, 장애인 돌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노인장기요양보험 그리고 영유아보육, 그리고 장애인활동지원의 제도화가 이루어지면서 이 사업이 사회서비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2022년 기준 노인장기요양보험 예산은 13조 3,467억 원(보험료 수입 8조 8,010억 원, 정부지원금 4조 4,967억 원) 규모로 성장하였고(국민건강보험공단, 2022), 영유아 무상보육은 저출산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4조 8,908억 원(영유아보육료 지원 3조 2,028억 원, 보육교직원 인건비 운영 지원 1조 6,880억 원) 규모를 차지하며, 장애인활동지원은 1조 7406억 원을 차지한다(보건복지부, 2022). 이용자 수는 2021년 기준 노인장기요양 급여이용 수급자수는 90만 명, 영유아보육 이용자 수는 118만 명, 그리고 장애인활동지원이 10만 명이다. 반면 8대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의 예산 규모는 2009년 3,228억 원에서 2018년 1조 986억 원, 그리고 2021년에는 2조 7,744억원으로 증가하였으나, 이 사업의 절대 부분을 차지하는 장애인활동지원을 제외하면 전자바우처 사업의 예산은 6천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유망사회서비스 개발을 추진하는 지역자율형사회서비스투자사업은 2022년 예산 2,100억 원과 1,770억 원(균특)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사회서비스 고도화가 신규 수요 창출이고 상품시장을 창출한다는 영역에서 정부예산 규모는 아주 미미하다. 정부의 수요지원 없이 이용자가 부담하는 민간 시장의 자율적 창출을 기대할 뿐이다. 정작 사회서비스 몸통의 혁신은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서비스 분야의 수요는 공공시장의 규모, 즉 사회서비스 보장성에 종속되어 있다. 노인·영유아·장애인 돌봄의 사회서비스는 정부가 이용자 지원 방식으로 급여를 지출하는 공공시장의 사회서비스다. 따라서 수요 창출의 중심은 주요 사회서비스 제도의 보장성과 전달체계다. 주요 사회서비스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급여자격 및 급여수준을 정하는 제도로서 시장이 형성되며, 전달체계는 주로 지자체 관리하에 민간 개인 시설들에 의해 제공된다. 따라서 사회서비스 보장성에 대한 확대 없이 그리고 공급기관의 구조변화 노력 없이 사회서비스 시장의 고도화는 달성하기가 매우 어렵다. 물론 사회서비스는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보편적 욕구를 가지고 있어, 본인부담의 시장이 창출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보조금 없이 창출되지 않았던 수요가 갑자기 형성될 리 만무하다, 정부의 지불보조 없이도 산업적 수익성이 있었다면 영리 기업이 이미 진출하였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현재와 같이 요양과 보육을 중심으로 사회서비스 산업이 형성된 것은 각각 장기요양보험과 무상보육 정책의 결과이지, 산업화 추진의 결과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산업화는 일자리 창출의 방법이기는 하나,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상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며, 스스로 사회서비스 수요와 공급을 창출하는 추진 동력이 아니다. 오히려 산업화라는 공급 방법론은 사회서비스 제도 노동자의 처우문제, 수가 중심의 과도한 수익 규제, 서비스 품질의 저하, 그리고 사회보장 수급권 훼손 등의 문제를 야기해 왔다.
제공기관 규모화를 통한 사회서비스 고도화에 대한 오해
사회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공급체계를 고도화하는 방향은 윤리적으로 합당하고, 민간 시장의 활성화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다. 다만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수단을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회서비스는 복지혼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서비스 제공에 민간이 참여해야 효율적인 전달체계가 마련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복지혼합은 재원조달, 의사결정권, 이용권한과 규제라는 다차원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의 혁신과제는 공급 주체의 다원화, 이용권한에 있어 수요자 중심주의, 그리고 정부의 규제역할 모두 산적한 과제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서비스의 고질적 문제는 영세한 영리 제공기관이 과도하게 시장을 차지하고 있고, 수요자가 원하는 고품질의 사회서비스가 없다는 질 저하 문제가 지적된다. 이에 영세사업체의 성장지원을 통한 규모화와 비영리 사회적경제의 시장진입 활성화 방향은 타당하다. 문제는 정책수단이다. 규제를 철폐하는 정책이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사회서비스의 해결책이기 어렵다.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의 성장을 장려해야 하고, 이를 위한 국가의 규제와 책임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고, 그에 맞는 정책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
규모화와 관련하여, 주의 깊게 참고할 만한 연구 결과가 있다(Harrington, C. et al., 2017). 영국과 미국의 요양서비스 경우 규모화된 프랜차이즈 기업의 비중이 전체 공급의 50%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사회서비스가 영리기업을 중심으로 발달하는 과정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프랜차이즈로 활성화되었다. 미국의 요양원의 경우, 5개 프랜차이즈 기업이 전체 시장의 10%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 5개 기업은 모두 미국 내 조세 피난처로 알려진 델라웨어 주에 본사를 두고 있고, 모두 최근 미국 법무부(USDOJ)에 의해 사기행위로 기소되어 소송이 진행된 바 있다. 이유는 계약된 서비스 미제공, 부당청구, 사기, 서비스 남용, 적정인원 미배치 및 품질 위반, 부당청구이다. 정부의 서비스 모니터링 결과 서비스 질도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요양원도 5개 프랜차이즈 기업이 전체 시장의 35%를 차지한다. 한 곳은 다국적 민영보험회사이고, 네 곳은 민간 유한회사로 조세 피난처에 등록된 개인투자 그리고 사모펀드 그룹 소유다. 영국의 규모화된 프랜차이즈 요양기관은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의 재정안정화 조치로 지방정부 돌봄서비스 시설들을 인수 합병하면서 성장하게 되었는데, 서비스 질은 오히려 저하되었다.
캐나다의 요양원도 5개 프랜차이즈 기업이 전체 시장의 23.8%를 차지한다. 그러나 두 번째로 큰 규모로 76개의 요양원을 운영하는 Revera Inc는 공적연금기금(Canadian Public Sector Pension Investment Board)이 100% 소유한 회사다.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경우도 돌봄시설이 다수 공공기관 운영이나, 영리와 비영리 민간 소유의 경우 프랜차이즈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지방정부가 돌봄을 제공하고 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구매자와 공급자를 분리시키고, 소비자 선택권 강화 차원에서 일부 지방정부가 요양시설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즉 지방정부가 조직과 민간 공급자와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민간의 서비스 질을 관리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의 규모화된 프랜차이즈의 서비스 질은 당연히 미국 그리고 영국과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규모화된 영리목적 사회서비스 제공기관들은 낮은 서비스 품질, 부족한 인력배치, 품질 위반 등의 사례가 자주 보고된다. 특히 고수익을 올리는 대형 프랜차이즈는 비용절감을 통해 조직 생존율을 높이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대형 민간회사와 사모펀드에 의해 소유되면서 전반적으로 서비스 양, 종류, 질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김형용 외, 2021).
따라서 한국적 상황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시설은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사회적경제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규모화하거나 법인화하는 노력이 바람직하지만, 단순히 규모의 경제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위험성은 경계해야 한다. 제공기관의 규모화가 정책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규모화는 사회서비스 공급 주체의 다원화와 함께 설정될 필요가 있다. 유럽의 경우, 사민주의 북유럽국가(노르웨이, 덴마크)의 장기요양 제공기관의 90%에 가까운 시설이 공공부문에 속하며, 일부 동유럽과 발칸반도 국가들(라트비아, 폴란드, 체코)도 공공부문이 70%가 넘는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자유주의 유럽국가들(영국, 아일랜드)만 뚜렷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는데, 영리비중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공공이 20% 내외, 그리고 비영리민간이 1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2021년 기준 총 2,076개의 장기요양시설이 있으며, 공공 46%, 민간이 54%(영리 29%, 비영리 23%)이며, 미국의 경우도 공공은 1.3% 정도에 불과하지만 비영리부문이 14.8~50.8% 사이에 머물고 있다. 즉 우리나라와 같은 극단적인 영리민간 비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김형용 외, 2021). 따라서 규모화는 신규 수요를 개발해서 형성되는 시장이 아니다. 돌봄에 막대한 재정이 이미 투입되고 있다면 이 부문에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을 형성하는 것이어야 하며, 다변화된 공급주체로서 비영리나 공공의 규모화를 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장기요양, 영유아보육, 장애인활동지원의 공급체계 혁신이 중요하다. 단순히 140억 원으로 펀드를 구성한다고 해서 새로운 제공기관의 진입구조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이미 폐기된 아이디어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국민연금기금 연계투자 정도의 규모화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관계부처합동. (2018). 범부처 사회서비스 발전 방향. 사회보장위원회
국민건강보험공단. (2022). 장기요양 수입/지출예산
김형용 외. (2021). 사회서비스분야 사회적경제 육성지원사업 성과분석. 보건복지부
남기철. (2022).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진단과 평가. 월간복지동향 2022년 6월호
보건복지부. (2022). 새 정부 업무계획
보건복지부. (2022). 2022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개요
보건복지부. (2023). 주요 업무 추진계획
정부민간합동작업단. (2006). 함께 가는 희망한국 VISION 2030
Harrington, C. et al. (2017). Marketization in Long-Term Care: A Cross-Country Comparison of Large For-Profit Nursing Home Ch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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