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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찬성 근거 및 회의록 정보공개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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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찬성 근거 및 회의록 정보공개청구

익명 (미확인) | 수, 2015/08/12- 10:25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찬성 근거와
의사결정에 관한 회의록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 정당성 없는 의사결정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서 6000억원 정도의 투자손실
- 투명한 정보공개 없이는 주주 및 연금가입자 가치를 훼손하면서 까지 재벌을 옹호하는 기관이라는 국민들의 거센 비판과 책임규명에 직면할 것
 - 국민연금의 기금운용과 의사결정 절차 등에 대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국민연금이 11.21%를 보유하고 있으며, 합병 찬성을 하여 논란이 되었던 삼성물산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걷고 있다. 삼성물산 주주총회 전일인 7월 16일 종가 69,300원에서 8월 10일 종가는 51,300원으로 18,000원 가량(7월 16일 종가대비 26% 하락) 급락했다. 역시 지분 5.04%를 가지고 있는 제일모직의 주가는 주총전일인 7월 16일 종가 194,000원에서 8월 10일 종가는 150,500원으로 43,500원 가량(7월 17일 종가 대비 22% 하락) 하락했다. 이로 인해 두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 투자 손실액이 6,000억원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실련은 삼성물산 주총이 있기 전 지난 7월 13일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해 양사의 부당한 합병으로 인해 국민연금의 손실이 추정되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합병 반대 의견을 표명할 것과 찬성근거에 대해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찬성 근거에 대한 발표도 없었으며, 7월 10일 투자위원회가 결정했던 대로 주총 당일(17일) 서면을 통해 찬성의견을 통지했다. 무엇보다 양사의 합병승인은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손에 달려있어, 의사결정과 함께 그 과정이 공정하고, 정당하게 진행되어야 했었다. 아울러 양사의 합병은 부당한 합병비율 산정으로 인해 총수일가와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가치 상승과 지배력강화 목적이 명백하여, 연금의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컸음에도, 국민연금은 찬성표를 던졌다. 찬성에 대한 구체적 근거도 없이 투자위원회 단독 결정에 의한 합병찬성은 결국 연금의 손실과 함께, 양사 주주들의 가치까지 훼손시킨 결과를 초래했다.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 제4조(주주가치 증대)에는 ‘기금은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아울러 제8조(의사결정의 주체 등) 2항에는 ‘기금운용본부가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은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라고 되어있다. 제8조 3항에는 의결권 행사시 외부 의결권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을 수 있다‘라고 까지 나와 있다. 이러한 지침에 비춰 봤을 때, 이번 국민연금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는 지침에 나와 있는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목적도 아니었으며, 합병 사안이 매우 중요해 찬성과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이었으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결정 요청도 하지 않았다. 더욱이 국내 외부 의결권 전문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와 서스틴베스트에서는 합병 반대 의사를 밝혔었다. 이상하게도 이번 삼성그룹의 합병건과 비슷한 SK그룹의 SK와 SK C&C에 대해서는 의결행사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하여 반대의견을 피력했었다. 결국 국민연금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찬성 의사결정은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른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 이에 경실련은 오늘(12일) 국민연금을 대상으로 합병 찬성 의사결정 과정에 있었던 내용들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실시하였다. 청구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7월 10일 기금운용본부가 투자위원회를 개최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관한 주주총회 건’을 투자위원회 단독 결정을 하기로 한 회의록 일체

 

 둘째, 7월 10일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의 합병 찬성을 결정한 회의록 일체(각 위원별 찬반 의견 내용 포함)

 

 셋째, 7월 10일 투자위원회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정에 대한 구체적 근거

 

 넷째, 기금운용본부가 지난 6월 4일 이후 삼성물산 주식을 1.69%(2,714,730주) 추가 장내매입을 결정한 구체적 근거

 

 끝으로 국민연금기금운용규정 시행규칙에 제9조(합리적 의사결정 및 기록의 보관·유지) 1항에 보면 ‘기금운용 관련 의사결정은 적절한 연구와 조사에 의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에 의하여야 한다’, 제2항에는 ‘제1항에 따른 의사결정을 할 경우 합리성 및 타당성을 증명할 수 있는 적절한 기록들을 보관·유지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국민연금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찬성 의사결정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에 의해 했다면, 관련 기록들을 보관 하고 있으리라 본다. 따라서 국민들의 연금으로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양사의 투자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이 시점에 의사결정 과정에 있었던 모든 자료들을 국민들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민연금이 국민들을 위한 기관이 아닌, 재벌들을 옹호하기 위한 기관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끝>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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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4차 재정추계 그 의미와 과제, 바람직한 국민연금 개혁방향은?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과 국회의원 남인순(더불어민주당), 윤소하(정의당) 공동 주최로 8월 23일(목)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 9간담회실에서 “4차 재정추계 그 의미와 과제, 바람직한 국민연금 개혁 방향은?”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지난주 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가 발표되면서 국민연금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매우 뜨겁습니다. 특히 이번 재정계산에서는 기금소진 시점이 기존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당겨지고,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으라.’는 제도발전위원회 자문안이 나오면서 국민들은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정계산 때마다 반복되는 기금고갈론에 근거한 재정안정화 방안은 세대 간 연대에 기초한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국민연금의 적정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켜 왔습니다. 국민연금이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먼저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제도개선보다 70년 후 예측 불가능한 기간까지 기금을 유지해야 한다는 재정안정화 방안은 국민들이 결코 수용할 수 없으며, 제도에 대한 불신과 가입 거부를 양산할 뿐입니다. 이에 본 토론회에서는 국민연금 재정계산마다 불거지는 기금고갈론, 재정안정화 프레임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국민연금이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개혁방안에 대하여 검토해보았습니다. 

 

 

일시 : 2018. 8. 23. (목) 오전 10시

장소 :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 

주최 :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 윤소하 의원(정의당),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좌장 : 정용건(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집행위원장)

발제 1 : 4차 재정추계 결과와 의미 - 정세은(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발제 2 : 국민연금 지속가능성을 위한 개혁방향 - 정해식(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연구센터장)

토론 : 유재길(민주노총 부위원장), 정광호(한국노총 사무처장), 김남희(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최경진(국민연금지부 위원장), 장호연(보건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장) 

 

자료집[원문보기/다운로드]

목, 2018/08/2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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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내고, 늦게 받고, 적게 가져간다? 

국민연금 이슈를 말끔하게 알려드립니다. 

국민연금, 정말 안전할까? 팩트체크! 

 

2018. 10. 

기획 | 구창우 김남희 오종헌 정나위 송준호

제작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얼룩말공작소

내레이션 | 조주영

___________

 

참여연대는 2015년 3월 전국 30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http://www.peoplepower21.org/Welfare/1243489

금, 2018/11/0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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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xe_content"><h1 dir="ltr">노후소득 보장의 다층구조 속에 사라지는 국가의 책임</h1> <p dir="ltr"> </p> <h3 dir="ltr" style="text-align:right;">이은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정책위원</h3> <p dir="ltr"> </p> <p dir="ltr">공적연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사적보험과 공적보험의 관계를 논의의 장으로 끌어오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 추가로 드는 개인연금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하지만 한 개인이 자신만의 노후를 위해 더 준비할 수는 있지만, 문제는 다층 체계의 주장이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각자도생으로 가자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는 점이다.</p> <p dir="ltr"> </p> <h2 dir="ltr">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가입자는 늘었는가</h2> <p dir="ltr">인구구조 변화를 우려하여 국가가 관리하는 단일의 노후소득 보장이 아닌 다층의 안전망을 마련하자는 주장은 고령화가 현실이 된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본격화되었다. 한국도 개인연금은 1994년부터 퇴직연금은 2005년부터 시작되었고 제도의 수정과 보완을 기하면서 개인에게 노후소득의 일정 부분을 책임지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노후준비는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축되고 있는가.</p> <p dir="ltr"> </p> <p dir="ltr">퇴직연금은 꾸준히 적립금과 가입률이 늘고 있다. 2012년 말 퇴직연금을 도입한 사업장 수는 20만 개소로 전체 사업장(152개소) 대비 13.4%의 도입률을 보인다. 여전히 확정급여형을 선호하며 권리금 보장형이 93.1%로 운영되고 있다. 개인연금은 2011년 말 기준 약 850만 명이 가입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20-60세 인구의 약 30%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sup>1)</sup>. 2012년 말 기준으로 약 216조 원이 적립되었던 개인연금 자산은 2017년 말 344.7조 원 규모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정승희, 2018).</p> <p dir="ltr"> </p> <p dir="ltr" style="line-height:1.38;margin-top:0pt;margin-bottom:0pt;text-align:center;"><img alt="<그림 2-1> 전체 연금자산 및 개인연금의 유형별 자산 추이" src="https://lh3.googleusercontent.com/YLdalHNMgYaiAFtlLBJOcp7GvG_ybZFoovD-J…; /></p> <p dir="ltr"> </p> <p dir="ltr">퇴직연금은 법적으로 강제되기 때문에 가입자는 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승폭은 크지 않다. 개인연금은 누가 가입하는가? 실제로 개인연금은 자산 축적의 수단으로 만들어진다. 즉, 노후소득 보장의 목적보다는 과세제도 적용의 유인으로 가입하고 연금자산의 관리 운용 및 가입자 보호 기능이 미흡하다는 문제 인식을 하고 있다(금융위원회, 2016, 개인연금법 제정 방향 보도자료). 결국 정부가 개인연금으로 노후보장의 기회를 열어놓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속적인 노후소득 관리와는 거리가 있다.</p> <p dir="ltr"> </p> <p dir="ltr">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목적이 노후의 소득 보장이 아니라 필요한 목돈 마련이라는 것은 해지 현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2016)의 보고에 따르면 개인연금 가입 후 경과연도별 연금 해지율을 보면 1차년에 11.4%, 3차년 24.5%, 10차년에는 43.5%인 것으로 나타난다. 은퇴 이후 안정적인 자금 확보를 위해 10년 이상 유지하는 사람은 가입자의 절반에 불과하다. 퇴직연금은 더 심각하다. 2016년 기준으로 적용 사업장이 늘었음에도 가입률은 26.9% 수준이다(1,181,464개소의 도입 대상 사업장 중 약 34만 개의 사업장이 퇴직연금제도를 도입, 통계청, 2016). 가입자 수로 보면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가 약 50%가 가입했지만(통계청, 2016년 기준 퇴직연금 통계보도자료), 이러한 수치도 퇴직연금 가입대상 근로자 10,879,260명 중 5,439,436명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 대비로 봤을 때 1/5 수준에 불과하다. 3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도입사업장의 82.5%를 차지하고 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10.9%로, 여전히 취약한 사업장이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퇴직연금 도입 기간은 5년 미만이 65.1%<sup>2)</sup>이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통해 노후를 대비하자는 주장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법정 의무연금의 보호 대상이 늘지 않고 보장성도 확보되지 않는 원인을 노동시장의 열악성, 사업주의 회피, 개인 인식 등 복합적으로 고려할 수는 있지만 강제성을 띈 제도가 이렇게 더디게 확장되는 것을 일시적 현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데이터는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 제도에서 배제되는 제도 내 불공평을 명백히 보여주는데도, 이를 제도의 흠결로 넘겨야 할지도 의문이다.</p> <p dir="ltr"> </p> <p dir="ltr" style="text-align:center;"><img alt="<그림 2-2>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 추이" src="https://lh6.googleusercontent.com/Xu3eI5XUVjc04SgMVH-ToOC-dudO5TNDRJTom…; /></p> <p dir="ltr"> </p> <p dir="ltr">퇴직연금이 노후소득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명백한 실적은 또 있다. 2016년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비율은 전년 대비 42.8%로 증가했는데, 주택 구입을 위한 인출이 절반을 차지했고, 장기요양, 주거 목적의 임차보증금을 감당하기 위해 퇴직연금을 가져갔다<sup>3)</sup>. 퇴직연금의 일시금 수급자는 2016년 전년 대비 5만여 명이 증가하였고, 수급금액은 약 4조 원에 이른다. 거의 대부분은 일시금으로 수급했고 연금수급자는 전체 수급자의 6-7% 수준에 불과하다<sup>4)</sup>. 이런 현실에도 퇴직연금을 다층의 한 층으로 안착시켰다고 분명히 얘기할 수 있을까? 10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퇴직연금은 노후준비자금이 아니라 일시적인 목돈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온 것이다.</p> <p dir="ltr"> </p> <p dir="ltr">개인연금과 마찬가지로 퇴직연금도 강제저축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저축조차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퇴직연금의 운용까지 넘어가면 개인이 계산해야 할 몫들이 늘어난다. 투자할 곳을 확인하고 저축을 어떻게 굴릴 것인지를 꼼꼼히 따지는 개인은 많지 않다. 오죽하면 돈을 알아서 관리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인기일 정도일까. 하루하루 살아내기에도 바쁜 현대인에게 투자까지 신경 쓰라는 건 개인 관리의 범위를 넘어서는 요구이다. 더 슬픈 현실은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13% 정도로 선진국에 비해 낮을 뿐만 아니라<sup>5)</sup> 아무리 사적연금 활성화 정책을 시도해도 변화는 미온적이다. 10년의 제도적 노력이 보여준 결과는 이렇게 초라하다. 그럼에도 다층체계를 우리가 가야 할 길로 설정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그리고 어떻게든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행동경제학까지 들어 조장한다. 그렇지만 국민은 알고 있다. 저금리 시대 0.1%씩 이자를 모으듯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통해 어떻게든 불안한 층을 만들어놓으라는 정부의 메시지가 잘 통하지 않는 이유를.</p> <h2 dir="ltr">원점으로 돌아가서</h2> <p dir="ltr">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는 현재보다 미래가 매우 중요해졌으며 사람마다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일부 국민은 국민연금을 믿고(?) 가입한다. 소위 형편이 괜찮은 지역 주민 중에서 임의가입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개인적으로 안전망을 마련해놓고 공적인 추가 안전망을 장만하는 사람들이다. 반면 더디게 오르는 임금에 생계유지도 힘든 많은 사람들은 정부가 떼어가는 보험료가 부담이라고 말한다. 건강보험은 그나마 병원에 가면 체감할 수 있다고 위로하지만, 국민연금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고 은퇴 이후는 멀기만 하니 허상임에 틀림없는데 누구를 믿고 당장의 소중한 생활비를 대신 모아놓으라고 하는지 난감하다.</p> <p dir="ltr"> </p> <p dir="ltr">국민연금은 내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이, 내가 매달 눈으로 확인하기도 전에 이미 ‘순삭’(순식간에 삭제)되어 나간 돈들이 차곡차곡 어딘가에 모아져 있다는 ‘약속’으로 남아 있다. 국민연금이 불안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나간 돈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투자되고 있고 자금은 돌고 있다는데 그게 나에게 무사히 돌아올지 걱정이다. 국민연금이 개인 적금이라고 생각해도, 눈에 보이는 숫자는 잊을만하면 나에게 은퇴 후에 월 얼마가 나올 것이라는 ‘알림 기능’만 있을 뿐이다. 강제로 가져가고 노후에 돌려줄 것이라는 정부의 약속은 국민연금이 개인 적금과 다를 바 없다는 ‘오해’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정부는 이러한 개념을 천천히 수정해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에 대한 안정감보다는 정부가 모아서 관리하는 돈으로 장기간의 노후 생활을 감당할 수 없으니 이제는 조금씩 개인이 더 ‘합리적’으로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 다층체계의 논의는 여기에서 나온다.</p> <p dir="ltr"> </p> <p dir="ltr">한편으로는 개인이 통장을 만들고 쌓여가는 돈들을 확인하면서 현실의 고통을 위안받고 안심하는 건 우리가 미래를 위해 혹은 다른 삶의 계획을 위해 실천하는 가장 일상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연금은 우리에게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정부와 국민 사이에 불신이 만연한 상황에서도 은퇴 이후를 위한 준비는 어떻게든 언제든 시작해야 한다는 불안과 열망이 공존하고 있다. 신뢰만 있다면 국가를 통해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는데 우리는 어쩌다가 이렇게 서로 신뢰를 잃게 되었나? 사적 연금의 초라한 실적을 보면서도 국민연금이 불안하니 사적보험으로라도 어떻게든 대비하자는 외침이 이다지도 설득력 있어 보이는 것은 각자도생의 길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보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불안정한 층을 쌓으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다. 더욱이 다층구조로, 개인적으로 더 준비해놓으라는 메시지를 국민 전체의 노후의 삶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주는 신호라는 게 통탄할 현실이다.</p> <p dir="ltr"> </p> <p dir="ltr"> </p> <h2 dir="ltr">거시적인 데이터가 아니라 현실의 나를 중심으로 보자</h2> <p dir="ltr">노후준비를 비용으로만 따지고 돈으로 계산하는 방식은 자본주의 시대가 만들어놓은 ‘합리성’의 민낯이다. 은퇴 이후 얼마나 받을 것이라는 숫자로 내 행복을 장담하기는 더욱 어렵다. 자금의 총량은 늘 부족하고 아쉽기 마련이다. 더욱이 균열된 노동시장으로 인해 사회의 평균과 표준이 사라져가면서 누구나 보편적인 수준의 노후소득 보장을 기대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똑같은 노동을 하면서도 처우는 다를 수 있는 게 너무 자연스럽게 일상화되었다. 그나마 이런 현실에서 ‘따박따박’ 들어오는 소득은 대한민국 국민의 일상 속에서 두려워하는 미래를 반전시킬 수 있는 가장 큰 기반이다. 일정한 소득, 일정한 수입이 보장해주는 안정감은 그 크기를 논하기 전에 조금 더 나은 삶을 상상해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삶의 방식이 바뀌는 것이다. 공적 연금은 이런 기능을 가지고 있다. 공적연금은 이런 안정감을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p> <p dir="ltr"> </p> <p dir="ltr">그럼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은 어떤 차이가 날까? 공적연금은 신뢰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보장받는다. 사적연금도 죽을 때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10년만 넣는다면 이자가 이자를 불러와서 은퇴 후 20년을 받을 수 있다고 얘기한다. 물론 20년이 내 수명의 전부인지 장담할 수도 없거니와 20년 동안 소진해서 비어버린 주머니를 여생 동안 어떻게 메꿔야 할지도 난감하다. 공적연금이든 사적연금으로 안정되게 보장받을 수 있는지는 은퇴 이후를 봐야 한다. 그런데 20년 후를 봐야 하는 조건은 같음에도 불구하고 한쪽은 든든하고 한쪽은 화가 난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두 상황은 다 오지 않았다. 물론 주변의 경험들은 청취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사적연금만으로 안정되게 오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직 들어보질 못했다. 그것도 내가 모아놓은 주머니 안에서 곶감 빼먹듯 나가기 때문에 주머니가 꺼지는 건 금방 보인다. 그럼에도 보이는 내 주머니는 안정적이고 안 보이는 주머니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안 보이는 주머니가 너무 실감이 안 나고, 죽을 때까지 보장해준다는 말이 너무 비합리적이니 그걸 억지로 믿으라고 하기도 어렵다. 2017년 말에 국민연금이 이미 621조 원이 운용되고 있음에도 숫자로 보이는 돈은 허수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국가는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업은 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다.</p> <p dir="ltr"> </p> <p dir="ltr">보험의 원리는 위험의 분산이고 이는 더 많은 사람이 십시일반으로 모으면 위험이 닥쳤을 때 적은 부담으로 대비할 수 있는 마법을 보여준다. 따라서 함께 모아가야 한다. 각자 다른 삶의 조건의 차이는 크지만, 기본적인 수준에서 누구나 인간다운 삶, 존엄한 노후를 꿈꾸며 살 권리가 있다. 이건 내가 가진 범위 내에서 나의 노력으로만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기에 가능한 것이다. 소득 중단은 그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예측불허의 시대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할 수 없다는 것이 불안의 정점을 찍는다. 그런데 이런 불안감은 실은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공동의 기여 속에서 훨씬 더 안정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그게 공적연금의 운영원리이다. 공적연금은 국민들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대리인 정부의 충실한 관리 속에서 완성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그 어떤 것도 보장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공적연금이 불안하니 각자도생으로 살아가려고 하지만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금방 드러난다.</p> <p dir="ltr"> </p> <p dir="ltr">신뢰 회복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가? 정부는 강제가입을 볼모로 잡아놓은 물고기처럼 가입자들을 외면하지 말고 개인보험 업계만큼이나 개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관리해야 한다. 노후의 존엄한 생활을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한다면 600조 원이 넘는 돈을 잘 굴리는 것만으로, 혹은 기금 소진 시점을 3-4년 늦추는 것만으로 역할을 다했다고 큰소리칠 것이 아니라 일상의 개인들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줘야 한다. 공적보험을 믿고 사적보험에 사기당하지 말라는 계몽주의가 아니라 국민의 행동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한다. 그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p> <p dir="ltr"> </p> <p dir="ltr">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다층이 대안일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건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다층이 기본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할 수 있는 사람만 국민으로 끌고 가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도 아니다.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의 보완으로 다층체계의 안정성을 얘기하지만, 국가가 먼저 보장해야 할 부분을 개인 책임까지 포함시켜 설정해놓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사적보험을 합리적인 선택의 영역으로 남겨 놓고, 공적보험을 어떻게 확충시킬 것인지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택의 여지로 자율성을 둔다는 정부의 게임 규칙은 설정 자체가 불합리한 것이다. 어떻게 공적보험에 대한 부담을 나누어 가질 것인지를 사회구성원들이 합의해줘야 할 부분이 있는데 이를 외면하고 자꾸 회피하면서 다른 게임 규칙만 설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공적보험의 역할은 자꾸 수축시키면서 사적보험의 여지를 주는 메시지는 정부가 개인 책임으로 공동의 사회적 위험을 돌리겠다는 의무의 포기일 뿐이다. 규제를 통해 사적보험을 관리한다는 욕심만 부릴 것이 아니라, 누구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최소한의 노후 생활의 존엄성을 연대를 통해 보장받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복지국가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p> <p dir="ltr"> </p> <p dir="ltr">신뢰는 확실한 보장을 통해 쌓아갈 수 있다.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국민연금 제도 개선의 논의가 보험료 인상과 보장성(소득대체율)의 선후를 따지면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와 관계 부처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보장의 약속을 주저하면서 국민에게 신뢰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욕심이야말로 허상이다. 적정성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계속 조정해 가면 되는 것이다.</p> <p dir="ltr">국민도 마찬가지다. 어떤 돈이든 묶어 놓으면 쌓이기 마련이다. 당장 나가는 돈은 아쉬워하면서 관리되는 돈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국민연금을 없애고 돌려달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요구하면서, 막상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신뢰는 어느 한쪽의 구애로 성립되지 않는다. 누구나 할 수 없는 각자도생을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이끄는 정부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맡긴 돈이 잘 관리되는지 확인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노후준비의 문제가 개별의 사례에서 시작되어 개별 보장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불확실성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더 믿지 못하겠다고 어깃장을 놓을 게 아니라 개인이 어렵게 기여한 노후 자금을 어떻게 잘 관리하고 나누는지 확인하고, 누구나 존엄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p> <p dir="ltr"> </p> <hr /><p dir="ltr"><sup>1) 이석호, 임형준, 2013, 연금저축 활성화방안, 한국금융연구원.</sup></p> <p dir="ltr"><sup>2) 5~10년 미만 32.6%, 3~5년 미만 28.2%, 1~3년 미만 23.1%, 1년 미만 13.8%, 10년 이상 2.3%(통계청, 2016)</sup></p> <p dir="ltr"><sup>3) 통계청, 2016, 퇴직연금통계</sup></p> <p dir="ltr"><sup>4) 장인봉, 2016,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의 현황 및 개선 검토, 한국증권법학회</sup></p> <p> </p> <p dir="ltr"><sup>5) 보험연구원, 2015, 퇴직연금 도입 10년에 대한 종합평가와 정책과제, 고령화리뷰 3(2): 19 미국은 38%, 호주는 35%의 소득대체율을 보인다.</sup></p></div>
월, 2019/02/0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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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04년 탐사보도 '기록이 없는 나라' 시리즈 연재 / 文대통령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제정 등에 세계일보 공 커" / 알권리 확대에도 불구하고 일부 공공기관 정보공개 '소극적'


세계일보 /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공동기획 "알권리는 우리의 삶이다"

⑤ 특활비 공개 판결 무시…‘감출 권리’ 급급한 공공기관



정보공개 청구제도가 한국에 도입된 것은 노태우정부 시절인 1991년 지방자치제 시행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주민이 직접 뽑은 충북 청주시의회 의원들이 국내 최초로 행정정보 공개 조례안을 의결한 것을 시작으로 다른 지자체들도 앞다퉈 정보공개 조례 제정에 뛰어들었다.


급기야 19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김대중 등 주요 후보들은 일제히 ‘당선되면 중앙정부 차원의 정보공개법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입법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저항이 거셌지만 결국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6년 12월 ‘공공기관의 행정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의 정보공개법 제정은 세계에서 13번째이고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다. 이웃 일본의 경우 지자체 차원의 정보공개 조례 제정과 관련 청구는 활발했어도 중앙정부에 의한 입법은 그때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이렇게 산고 끝에 탄생한 정보공개법은 김대중정부가 출범한 1998년 1월부터 정식 시행에 들어갔다. 당장 언론사는 물론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 정보공개 청구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정보공개 청구로 정부기관에서 얻어낸 자료를 분석해 예산 낭비 등 문제점들을 발견한 뒤 그 시정과 개선책 마련을 요구하는 방식이 언론 보도 및 시민운동의 새로운 유형으로 자리매김 했다.


정보공개 청구제도는 정부가 그간 생산한 기록이 온전하게 보존돼 있음을 전제로 한다.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공개와 기록물의 철저한 관리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다. 그런데 정보공개 청구 과정에서 정부의 기록물 관리 실태가 엉망이란 점이 새삼 드러났다.


2004년 5월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이 보도한 ‘기록이 없는 나라’ 시리즈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제정과 감사원의 사상 첫 국가기록물 관리실태 특별감사 등으로 이어지며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4년 세계일보는 참여연대와 공동으로 기획한 탐사보도 ‘기록이 없는 나라’ 시리즈 연재를 통해 이를 지적함으로써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보도 후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을 중심으로 국가기록물 관리 시스템의 대대적 정비와 혁신이 이뤄졌다.


노무현정부 청와대의 민정수석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창간 30주년을 맞은 세계일보에 보낸 축하 영상 메시지에서 “참여정부 시절 ‘기록이 없는 나라’라는 탐사보도가 기억난다”며 “참여정부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350만건이라는 역대 대통령기록물의 열 배가 넘는, 방대한 자료를 후손들에게 남길 수 있게 된 데는 세계일보의 공이 크다”고 평가했다.


제도 시행 첫해인 1998년 2만6338건이었던 정보공개 청구는 2017년 85만5021건으로 무려 32배나 증가했다. 그만큼 국민의 알권리가 확대됐으나 ‘공개시 국가안보에 해가 될 수 있다’ 등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하는 일부 정부기관 및 공무원의 비밀주의가 여전한 것도 현실이다.


2월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일보 창간 30주년 기념식 참석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영상 메시지를 경청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04년 세계일보의 ‘기록이 없는 나라’ 탐사보도가 참여정부의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 등에 큰 공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문재인정부는 개헌안을 발의하며 ‘모든 국민은 알권리를 가진다’(22조 1항), ‘국가는 정보의 독점과 격차로 인한 폐해를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22조 3항) 등 조항을 신설하려 했으나 개헌 자체가 좌초하며 무산됐다.


앞으로 개헌 논의에 다시 불이 붙으면 알권리를 헌법에 꼭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을 지낸 김유승 중앙대 교수(문헌정보학)는 “권력자들은 기록을 감추거나 없애려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기록이 중요하다”며 “기록에 접근할 권한, 그것을 이제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취재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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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공동기획 "알권리는 우리의 삶이다"

 
정보공개 판결나도 ‘복지부동’ 공무원 비공개·소송전 버티기


“공개해야 되는 게 뻔한데도 꼭 한바탕 씨름을 해야 돼요….”


환경운동단체 녹색연합에서 활동하는 황인철(44)씨는 환경부 등 정부기관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곤 한다. 소송으로 이어지는 일이 워낙 빈번해서다. 법원이 공개 판결을 내려도 실제 정보를 받는 것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9월 법원이 “환경부는 ‘부평 미군기지 환경오염 조사결과’를 인천녹색연합에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을 때 정작 환경부가 보인 반응은 ‘모르쇠’였다. 결국 ‘30일 이내 공개하지 않을 시 다음날부터 하루 300만원씩 배상하라’는 법원 결정이 추가로 나왔다. 환경부는 30일째 되는 날이 되어서야 자료를 공개했다.


“오염수치 공개와 관련해선 판례가 굉장히 많아요. 판례만 봐도 ‘공개’ 결정이 날 수밖에 없는 사안임에도 법정소송까지 가는 일이 많습니다. 판결이 날 때까지 1∼2년 동안 비용이며 에너지며 불필요한 소모전을 해야 하는 거죠.”


지난해 2월 그가 정부에 대기오염물질 배출 위반 사례를 조사한 보고서 공개를 청구했을 땐 기업명이 모두 가려져 있는 자료만 받았다. 이의신청 끝에 원본을 받아 냈지만 시간이 꽤 흐른 뒤였다. 그는 “앞서 같은 내용의 자료를 청구했을 때 지방자치단체들이 ‘국민 건강권에 관한 정보’라며 기업명을 공개했음에도 중앙부처 인식은 영 딴판이었다”고 꼬집었다.


정보공개를 둘러싼 정부와 시민사회의 ‘줄다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들이 정보공개법에 있는 비공개 단서조항은 넓게 해석하는 반면 국민 알권리는 좁게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공무원들이 별 부담 없이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소나기는 피하자’ 인식 만연해”


17일 세계일보 취재팀이 연도별 ‘정보공개 연차보고서’를 분석해 보니 1998년부터 2017년까지 20년간 공공기관이 당초 비공개 처리했다가 청구인의 불복신청(5만5065건)을 받아들여 공개한 경우가 1만5789건(28.6%)이나 됐다. 원래 정보를 청구했던 기관을 상대로 한 이의신청으로 결과가 바뀐 경우가 1만4590건(인용률 33.4%)으로 가장 많았고, 행정심판위원회가 판단하는 행정심판 921건(9.5%), 법원에서 이뤄지는 행정소송 278건(16.3%)이었다. 다만 이 통계는 국회, 법원, 국가정보원 등 일부 기관이 빠져 있어 실제론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은 1만7393건의 불복신청이 제기돼 그중 4704건(27%)이 받아들여졌다. ‘비공개’ 통보를 받고 불복절차를 밟는 경우가 극히 드문 점을 감안하면 매년 공개돼야 할 정보 수천건이 비공개되고 있는 셈이다.



공개가 원칙임에도 공공기관이 일단 비공개부터 하고 보는 건 ‘소나기는 피하자’는 식의 태도가 만연한 탓이 크다. 대표적인 것이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이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은 참여연대가 국회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국회는 ‘의정활동 위축’ 등 주장을 폈으나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 이 판결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것이었다. 대법원은 2004년 10월에도 같은 취지로 “15대 국회 특활비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또 ‘비공개’로 처리돼 2년 넘게 지루한 소송전만 벌인 셈이다. 국회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 후 이뤄진 여러 건의 특활비 등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서도 비공개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를 상대로 정보공개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하승수 변호사는 “기관장이나 국회의원들이 ‘임기가 끝날 때까지라도 버텨보자’는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늦게 공개돼야 자신들한테 이득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공직사회 구조 탓… 당근·채찍 모두 없어”


정보공개 관련 소송은 일단 1심에서 공개 결정이 나면 상급심에서 뒤집히는 일이 드물다. ‘이동통신비 원가 자료 공개’나 ‘사면심사위원회 위원 명단 공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문 공개’ 등 소송이 모두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공개 판결이 나왔다.


그럼에도 대법원까지 소송이 이어지는 건 공직사회 특유의 ‘복지부동’ 관행 탓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불리한 정보를 섣불리 공개했다가 돌아올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뜻이다. 정치·외교 사안이나 기업 관련 정보일수록 공개 과정이 지지부진하다.


한 지방자치단체 정보공개 담당 공무원은 “법원까지 가서 ‘공개하라’는 결정이 나면 내·외부에 ‘우리도 할 만큼 했다’는 식의 대응이 가능해진다”며 “사실 책임져 줄 사람만 있으면 담당자 입장에선 별 미련 없이 공개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다른 부처 직원은 “소송까지 가는 사안은 대체로 조직에 부정적인 것들”이라며 “일선에서 비공개 처리를 할 때에는 ‘위에서 판단해 주시라’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정부 시절의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문서’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인 송기호 변호사는 “공공기관들이 정보를 공개할수록 자신들의 권력이 약해진다는 인식을 가진 듯하다”며 “정보 비공개를 ‘조직 보호’와 동일시하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조민지 사무국장은 “정보공개 활성화를 위해선 가장 먼저 공무원들에게 정보공개에 따른 유·무형의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부 지자체 사례처럼 정보공개를 잘한 공무원한테 인센티브를 주는 식의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현재로선 ‘당근과 채찍’이 모두 없는 탓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송기호 변호사 “권력기관의 정보공개, 민주주의 가늠자”


“수년 전 정보공개제도를 배우러 온 중국 공무원 등을 만난 적이 있어요. 우리를 참고해 정보공개제도를 발전시키겠다는 거였죠. 한국이 아시아 민주주의를 끌어올린 셈입니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하는 송기호(사진) 변호사는 권력기관의 정보공개가 한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본다.


공개가 잘될수록 권력기관에 대한 시민통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한국은 아직 아쉬운 수준입니다. 정보공개는 국가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함께 고민할 수 있게 만들죠. 아쉽게도 현재로선 한계에 부딪히는 일이 더 많습니다.”송 변호사는 그간 1000건 넘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론스타 과세 피해액 규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시민은 물론 국회의원조차 접근이 어려웠던 한·미 FTA 협상 내용이 2017년 2월 공개된 것은 치밀한 정보공개 청구의 결과물이었다.“앞으론 전처럼 단순히 ‘외교·통상’이란 이유만으로 비공개할 수 없을 거예요. 외교 사안도 국민 알권리에 앞설 수 없음이 확인됐습니다.”일단 정보공개 청구가 이뤄지면 해당 공공기관은 반드시 어떤 ‘반응’을 보인다고 송 변호사는 전한다.


그는 “돌아온 반응을 보고 문제의식을 가다듬으면 한 발짝 더 파고들 수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도 시민이 뭘 원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서로 나쁠 게 없다”고 강조했다.법률가이지만 소송이 썩 달갑지만은 않다. 그는 현재 외교부와 대통령기록관에 각각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문서’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비서실 등에서 작성한 문건 목록’의 공개를 청구했다가 거부당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세월호 관련 문건 목록은 1심에선 승소했으나 2심에서 뒤집혔다.“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기록물인 만큼 대법원에서 전향적 결과가 나오길 바랍니다. 현재 거의 공개가 되지 않는 기업 관련 정보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공개기준 마련이 시급해요. 조만간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봅니다.”


특별기획취재팀=김태훈(팀장)·김민순·이창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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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9/03/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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