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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가해자와 피해자 – 성균관대 성추행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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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가해자와 피해자 – 성균관대 성추행 사건의 전말

익명 (미확인) | 화, 2015/07/28- 21:55

지난달 성균관대에서 불거진 대학원장의 여교수 성추행 사건은 가해 교수가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고 보도되면서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 결과 대학 측은 사건 초기부터 가해자를 옹호하고 사건을 축소하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사 과정에서 대학 측 조사 담당자들이 가해자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으며, 피해 여교수는 학사 행정에서 배제되는 등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 2월 23일 두 명의 대학원생이 성균관대 교내 성평등상담실에 익명의 투서를 하면서 불거졌다. 투서는 지난해 4월 이 대학원 엠티에서 A교수가 두 명의 여교수를 대상으로 ‘여교수들과 함께 잘 테니 방을 따로 준비하라’는 성희롱 발언을 하고 여교수인 B교수의 몸을 만졌다는 내용이었다.

교수님들과 학생들의 술자리에서 A교수님은 B교수님의 몸을 만지셨고, 이어지는 언행에 학우들은 매우 당황스럽고 불쾌했습니다. 여 교수님 두 분에게 각각 ‘우리 둘이 오늘 밤에 같이 잘 테니까 우리 방은 따로 준비하라’고 하셨고 B교수님의 어깨와 팔뚝을 만지셨습니다.
– 투서 내용

투서에는 같은해 11월 엠티에서도 ‘소맥 자격증’이 있다고 농담하는 여학생에게 A교수가 “그 자격증은 술집 여자들이나 따는 것이다”, “술은 여자가 따라줘야 맛있다”라는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 6월 대학원장의 여교수 성추행 사건이 알려진 성균관대학교.

▲지난 6월 대학원장의 여교수 성추행 사건이 알려진 성균관대학교.

사건 초기부터 축소 의혹

투서가 접수된 직후 대학 인사팀 관계자는 피해 여교수로 언급된 두 명의 여교수 중 C교수를 불러 따로 만났다. 이 관계자는 C교수에게 이 사건에서 빠져 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실제로 C교수는 대학 측과 이 사건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아래는 C교수가 B교수에게 전한 말이다.

나한테 그렇게 얘기하는 거야. 선생님들이 (이번 사건에) 들어가 있으면 안 되니까 선생님들은 일단 빠져라.
-C교수

학생들의 투서가 접수됐을 때 가해자인 A교수는 해외 출장 중이었다. 투서 다음날 A교수는 또 다른 피해 여교수인 B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팀에서 (출장에서) 편하게 있다 오라고 했다. 나중에 경위서 하나 제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학교 측은 C교수에게 B교수를 잘 설득해달라고 주문했다고 C교수는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B교수는 동료 교수들로부터 이상한 소문을 전해 들었다.

“조용히 하고 있으면 그냥 지나간다.”
“이것은 B교수가 기획한 일이다.”

상습적 성추행 있었다

B교수의 증언에 따르면, 가해자인 A교수는 지난해 4월 유명 방송사 계열사 관계자와의 회식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했고, 회식이 끝나고 나서는 B교수와 방송사 관계자를 억지로 껴안게 하기도 했다.

A교수님이 저를 밀어서 OOO원장님(방송사 관계자)을 안게 한 거예요. 그러니까 OOO원장이 저를 깍지를 껴서 꽉 안은 거예요. 제가 정말 진짜 그 때 완전 죽고 싶었어요. 빠져 나오려고 별 짓을 다했는데 남자 둘이서 미니까 빠져나올 수가 없었어요.
– 피해 여교수 인터뷰

▲피해 여교수는 지난해 4월 방송사 관계자와의 회식 자리에서도 A교수의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삽화 이정익

▲피해 여교수는 지난해 4월 방송사 관계자와의 회식 자리에서도 A교수의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삽화 이정익

2011년 4월에는 더 심각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A교수와 B교수, 연구원 3명이 참석한 엠티에서 A교수는 자고 있는 B교수의 침대에 두 차례 올라와 A교수를 껴안았다. 피해 여교수인 B교수는 그동안 이런 성추행 사실에 대해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대학원의 명성에 누가 될까 염려됐고, A교수가 직장 상사였기 때문이다.

가해자인 A교수와 피해자인 B교수의 전화 통화 내용에 따르면, A교수는 위 두 사건에 대해 “실수다”, “죽을 죄를 졌다”고 사과했다.

피해 여교수 : 오셔 가지고 둘이 끌어 안어!
A교수 : 내 실수죠 실수. 아휴
피해 여교수 : 둘이 안어, 막 이러니까 뭐가 되냐고 내가 정말 혈압이 올라가지고…
피해 여교수 : 아니 그래도, 여자 교수 혼자 자고 있는 방을 들어 와 가지고 선생님, 누가 뒤에서 끌어 안고…
A교수 : 그러니까 그거는 그거는 내가 죽을 죄를 졌고, 그건 5년 전 얘기니까…
– 피해 여교수와 A교수의 통화 내용

가해자를 두둔한 대학

이번 사건의 대학 측 조사위원회는 학생처장, 교무처장, 교원인사팀 팀장, 가해 교수가 소속돼 있는 대학 학장 등으로 구성됐다. 조사위원들은 지난 3월 조사위원회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좋은 쪽으로 나가자”, “A교수가 지각이 아주 없는 분은 아니지 않느냐”, “경종을 울릴 만큼 경종을 울렸다”, “A교수가 사형선고 수준 정도로 본인이 숙지하고 있을 것이다” 등 가해자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균관대 징계위원회는 A교수에 대해 지난달 정직 3개월 징계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했다. 최종 징계는 이사회에서 의결하는데 학교측은 이사회가 열린 것인지, 언제 열릴 예정인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이번 징계는 과거 성균관대가 성범죄에 연루된 교수에게 내린 처분과 비교된다. 성균관대는 2013년과 2014년 학생 성희롱으로 교수 2명을 잇따라 해임했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많고, 성추행이 상습적으로 이뤄졌으며, 성추행의 정도가 심각했다는 점에서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반면 학교 측은 “서로 별개의 사건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성균관대는 2013년과 2014년 학생 성희롱 사건으로 교수 2명을 해임한 바 있다. 성균관대가 교육부에 제출한 자료. (박주선 의원실 제공)

▲성균관대는 2013년과 2014년 학생 성희롱 사건으로 교수 2명을 해임한 바 있다. 성균관대가 교육부에 제출한 자료. (박주선 의원실 제공)

배제되고 소외되는 피해자

피해자는 2차 피해를 입고 있다. 피해 여교수는 해당 분야에서 국내 몇 안 되는 전문가로 꼽힌다. 해당 대학원을 설립할 때도 준비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크게 기여했다. 대학원 설립 후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운영위원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이 불거진 후 B교수는 모든 학사 행정에서 배제됐다. B교수는 당장 내년도 재임용 여부와 강의 배정에서 제외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학생과 동료 교수들 마저 피해자를 외면하고 있다. B교수는 “학생과 여강사, 여교수들을 위해 제보한 것인데 학생들이 매스컴에 인터뷰를 왜 하느냐고 항의해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학교 인사팀은 처음 투서를 한 학생들의 신원을 알아내 조사위 참석을 요구했다. 이런 ‘제보자 색출’ 작업은 주변 학생과 동료들의 추가 진술 확보를 어렵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인 B교수는 A교수를 형사고소하고 학교와 A교수를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A교수와 학교측은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일절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이번 성추행 사건을 수사한 혜화경찰서는 지난 22일 A교수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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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로 뻗어나간 미국 다국적 기업들은 금융위기를 몇 번이나 겪고도 굴하지 않고 잘 살아남아 혁신을 거듭하며 승승장구 해왔다. 이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이라 불리며 전세계 젊은이들이 한 번쯤은 일해보고 싶어하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리고 이 기업들이 생산하는 물건 또는 서비스가 세계인의 생활 속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과연 이들은 기업활동에 대한 정당한 세금을 내면서 지금의 자리에 온 것일까. 이번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유출 문서를 토대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와 참여 언론사들이 함께 취재한 결과, 이들 기업은 다양한 목적과 방법으로 조세도피처를 동원해 돈을 번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방법은 조세도피처 한 곳이 없어질 경우 다른 곳으로 옮겨가거나, 각 자산의 유형에 맞는 최선의 조세도피처를 찾아 관련 수익을 몰아 넣고 숨기는 것이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투자를 주고받아서는 안되는 제재대상국과 거래하는 데 조세도피처를 활용하는 것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조세도피처 통해 직접 투자받을 수 없는 국가의 자금을 투자받다

러시아 자금은 국제 제재 때문에 직접 투자 받을 수 없도록 돼있다. 그러나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조세도피처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러시아 자금을 투자받았다. 중개자 역할을 한 재미 러시아 사업가 유리 밀너와 그의 회사가 연계된 조세도피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서다.

트위터의 사례는 이렇다. 러시아 국내 2위 은행인 국영은행 VTB은행은 은밀하게 재미 러시아 사업가 유리 밀너가 운영하는 투자펀드 DST 글로벌에 1억 9100만 달러를 투자했다. DST 글로벌은 이 액수의 대부분을 2011년 트위터 투자에 사용했다고 알려져있다.

이 과정에는 캔톤(Kanton Services)이라는 페이퍼 컴퍼니가 있었다. 2011년 7월 VTB은행은 먼저 1억 9100만달러를 맨섬에 있는 DST글로벌의 펀드 DST Investment 3에 투자한다. 그리고 같은 달 밀너가 DST 글로벌이 3에 대해 갖고 있던 지분의 절반을 트위터에 지분투자했다. DST Investment 3의 주요주주로는 DST 글로벌과 캔톤, VTB은행이 등록돼 있다.

유리 밀너와 함께 이 건에 참여한 파트너들은 트위터가 2013년 IPO를 단행하자 곧 지분을 매각했다. VTB은행도 DST Investment 3에 갖고 있던 지분을 캔톤에 넘겼다.

VTB은행은 러시아 정부 집권세력과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2014년 러시아 크림반도 침공 이후 미국에서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이 사건은 밀너의 DST글로벌이 트위터 지분을 매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VTB은행은 ICIJ의 취재에 “이익금을 남기고 트위터 지분을 매각했기 때문에 성공적인 투자”였고 “러시아 정부는 이 투자와 관련이 없다”고 답변했다.

밀너는 이 투자에 VTB은행이 참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총 투자 액수 중 러시아 정부와 연관된 액수는 5%도 안된다며 DST가 실질적인 투자를 맡고 은행은 패시브 참여자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트위터 대변인도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한 투자자라 투자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페이스북의 경우, 밀너는 2009년 초 페이스북 투자 검토를 위해 만남을 가지는 등 마크 저커버그와 친해지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그해 말에 투자를 단행했다.

이후 2011년까지 3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페이스북 투자를 단행했다. 메일루(Mail.ru), DST글로벌 등 밀너와 관계된 여러 회사를 통해 투자된 금액을 다 합치면 총 70억 달러에 이른다. 이렇게 밀너 소유의 회사들은 페이스북의 외부주주들 중 2번째로 큰 주주가 됐다. 그리고 2012년, 페이스북이 기록적인 규모의 IPO에 성공한 단 나흘 후 DST 글로벌의 한 자회사는 10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각해 돈을 챙겼다.

러시아 정부와의 관계에 대한 의혹에 페이스북은 “경영에 참여할만한 투표권, 이사회 참여권 등이 없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패시브 투자자였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당사의 IPO 이후 지분을 매각하고 나갔기 때문에 당사와의 관계는 거기까지였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투자로 밀너는 금융위기로 허덕이던 실리콘밸리에서 러시아 자본 중개인으로 명성을 쌓는 계기를 잡았다. 투자는 하되 경영참여를 하지 않는 댓가로, 이해관계 충돌 없이 비슷한 업계의 다른 기업에 투자가 가능한 형식으로 협약을 맺음으로써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효과가 생긴 것이다.

블라다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안드레이 코스틴 VTB은행 회장이 2017년 10월 한 컨퍼런스에서 만남을 가졌다. ⓒ Getty Images

▲ 블라다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안드레이 코스틴 VTB은행 회장이 2017년 10월 한 컨퍼런스에서 만남을 가졌다. ⓒ Getty Images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밀너를 통해 러시아 국영 자본인 가스프롬과 VTB은행에서 투자받은 사실에 푸틴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이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이유는 이들 기관의 과거 행적 때문이다.

러시아 최대 국영기업인 가스프롬은 푸틴 및 러시아 지도층과의 관계가 두텁다. 특히 밀너를 통해 직접 페이스북 투자에 참여한 Gazprom Investholding은 우스마노브가 10년 넘게 운영해왔다.

밀너는 러시아에서 나고 자란 뒤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와튼스쿨을 나와서 양국에 인맥이 두텁다. 그는 2001년 인터넷 버블 이후 경영이 어려웠던 ‘메일루(Mail.ru)’라는 인터넷 기업에 CEO로 가서 회사를 일으켜 세웠다. 이를 시작으로 2005년 Digital Sky Technologies(DST)를 설립, 이후 러시아 억만장자 우스마노브의 투자를 받아 2009년 투자펀드인 DST 글로벌 설립했다.

러시아 정부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대규모로 투자를 한 이후 경영에 실제 관여했거나 중요한 투자정보를 미리 받았을 거라 단정지을 만한 직접적인 흔적은 없다. 그러나 이번 유출문서에 의해 밝혀진 것은,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하기 수년 전 미국 소셜미디어에 금전적인 흥미를 두었다는 사실이다.

유리 밀너는 자신의 투자 결정은 항상 비즈니스상의 이익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ICIJ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이들 러시아 국영 금융사와의 비즈니스가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지난 9월 중순 해명했다. 본 프로젝트의 파트너사인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밀너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투자 건은 미-러 관계가 좋았을 때 일어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애플

유럽연합 (EU) 등 국제기구들은 특정 국가들이 정부 차원에서 다국적 기업의 탈세를 용인하고 있다며 압박을 지속했다. 이에 따라 2013년 10월 아일랜드는 자국에 들어와 있는 거대 다국적 기업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현지에서 운영되는 대부분의 애플 자회사들이 벌어들인 대부분 수익에 대해서 과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2014년 중순, 애플을 비롯한 구글, 페이스북, 링크드인, 애봇 등이 아일랜드 현지 법인을 통해 탈세가 가능한 구조를 용인해왔던 더블 아이리시 (Double Irish) 시스템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됐다.

더블 아이리시 시스템은 원래 아일랜드 국민을 고용하는 사업장 한 곳에 수익을 모으고, 이걸 버뮤다, 그랜드케이맨, 맨섬 등 다른 조세도피처에 보낼 수 있도록 용인하는 시스템이었는데, 2015년부터 이런 행위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아일랜드 정부가 더블 아이리시 폐지를 발표하자 다국적 기업들과 그들의 법률 자문 로펌들은 바쁘게 움직여 새로운 도피처를 찾고 법을 완화하기 위한 로비를 시작했다. 이런 노력으로 결국 아일랜드는 폐지 발표 당시인 2014년 7월 아일랜드에 법인 등록한 기업을 대상으로는 2020년까지 재정비할 수 있는 기간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번 유출 문서에 따르면, 법망이 좁아지기 시작한 이후 애플은 새로운 조세도피처를 찾아나섰다. 애플의 법률 자문을 맡던 세계적 로펌 ‘베이커 맥켄지’는 역외 세계에서 최고라는 애플비를 대행사로 정하고 영국령 저지섬으로 조세도피처를 옮기기로 했다. 저지는 애플이 아일랜드에서 역외 자금을 관리하던 시절 계좌를 열어놓은 영국 은행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데다가, 비록 영국령이긴 해도 입법도 자체적으로 하고 EU법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조세도피처로서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 애플이 역외 조세도피처에 보유한 현금 현황(출처: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 애플이 아일랜드 자회사를 재편한 후 세금 지출이 줄어들어 보유 현금이 늘어났다. ⓒ ICIJ

▲ 애플이 역외 조세도피처에 보유한 현금 현황(출처: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 애플이 아일랜드 자회사를 재편한 후 세금 지출이 줄어들어 보유 현금이 늘어났다. ⓒ ICIJ

애플은 2014년 말 아일랜드 소재 자회사들을 정리한 뒤 지금까지 미국 이외의 해외에서 벌어들여 아일랜드에서 축적한 2460억 달러를 저지로 옮겼다. 그 이후 3년간 애플은 해외 수익의 5.5%, 단 1300억 달러만을 세금으로 지출했다. OECD의 2015년 연구에 따르면 이처럼 다국적 기업들의 적극적인 조세도피 행위로 인해 전세계 정부가 거두지 못한 세입은 해마다 2400억 달러에 이른다.

더블아이리시법의 폐지가 거론된 이후, 애플이 조세회피를 위해 도입한 새로운 방법이 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ICIJ가 취재한 바에 의하면, 아일랜드의 주요 자회사 3개 중 하나인 ‘애플 오퍼레이션 유럽’에 그 역할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2곳은 저지로 옮겼지만, 이곳만은 아일랜드에 남아있다.

여전히 아일랜드에서 절세의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인데, 아일랜드에 위치한 자회사를 통해 무형자산을 구매하면 매입가에 대해서는 세금이 아주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조세도피처에 위치한 자회사에서 아일랜드 자회사로 무형자산을 파는 경우, 조세도피처에 등록돼있던 자산을 팔아 아일랜드로 유입되는 소득에 대해서는 아예 세금이 없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더욱 유리하다.

그러나 이는 애플만이 구사했던 방법은 아니다. 2015년 아일랜드의 GDP는 전년 대비 26% 뛰었다. 2700억 달러 규모의 무형자산이 여기저기서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는 아일랜드 전체 부동산 중 거주시설의 총 가치보다 큰 액수인데, 전문가들은 아일랜드가 이를 발전모델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나이키

2005년 무렵 나이키는 네덜란드 조세당국과 10년간 실효세율을 줄여주는 협약을 맺었다. 이전에 버뮤다에서 탈세를 통해 수익을 축적하던 나이키는 유럽으로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옮겨왔다. 그 이후 3년간 세후 이익이 55%나 늘어났다. 나이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전세계 곳곳에 내던 평균 세율이 34.9%에서 13.2%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나이키가 매년 전세계에 내는 총 세율(출처: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 2007년 네덜란드와 실효세율을 줄이는 협약이 실시되고 총 세율이 급격히 줄어들고, 2014년 상표권의 소유권을 네덜란드의 CV로 이전한 후 또 한 번 세율이 줄어들었다. ⓒ ICIJ

▲ 나이키가 매년 전세계에 내는 총 세율(출처: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 2007년 네덜란드와 실효세율을 줄이는 협약이 실시되고 총 세율이 급격히 줄어들고, 2014년 상표권의 소유권을 네덜란드의 CV로 이전한 후 또 한 번 세율이 줄어들었다. ⓒ ICIJ

나이키는 버뮤다에 ‘나이키 인터내셔널’을 설립하고 로고의 소유권과 기타 상표권에 대해 미국 밖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이곳으로 들어오도록 구조를 만들었다.

유출 문서에 따르면, 과거에는 나이키의 유럽법인 본사가 있는 네덜란드에 로열티가 들어오도록 했었지만, 나이키 인터내셔널 설립 이후에는 수십억 달러를 유럽에서 버뮤다로 옮겨왔다. 그렇지 않으면 이에 대한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이 버뮤다 회사는 기업등기소와 애플비 문서에만 존재하고 실제 직원이나 사무실이 없는 페이퍼컴퍼니다. 여기에는 미국 본사 고위직들이 개입했다는 정황도 보였다. 나이키 인터내셔널의 공식 직인이 오레곤에 위치한 나이키 미국 본사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상표권 로열티 수익 총 38억 6천 달러가 버뮤다로 들어갔다. 덕분에 나이키는 2014년 6월 시점에서 66억 달러의 역외자산을 모을 수 있었다. 미국 밖에서 세금은 3% 가량밖에 내지 않았다. 버뮤다 자금이 무한정 재투자된 것으로 간주돼 미국 법인세는 내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공식입장은 “세법을 완전하게 따랐다”였다.

2014년, 나이키는 네덜란드 정부와 맺은 협약이 끝날 때가 되자 현지 법인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베이커 맥켄지 등 법률 자문단은 해당 협약이 끝날 경우 유럽법인 본사에서 받은 로열티 수익이 버뮤다로 이동하는 합법적인 방법을 고안해냈고, 로열티 수익은 그대로 네덜란드에서 받기로 결정했다.

로고 등 상표권 수익은 버뮤다에서 새로 네덜란드 나이키 이노베이트 CV라는 회사를 세워서 그 회사로 받았다. 유출된 나이키 관련 자료를 보면, CV라는 이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건 ‘commenditaire vennootschap’, 즉 합자회사(limited partnership)를 뜻한다.

나이키, 우버, 테슬라 등 미국 상위 기업들이 도입하는 신종 탈세법

네덜란드 내에서 합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나이키 뿐만 아니라 다수 다국적 기업 사이에서 최근 인기가 많아지고 있는 방법인데, 네덜란드 이외의 국가에서도 세금을 피할 수 있는 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국적이 아닌 파트너가 이 CV를 소유하게 되면, 이른바 국적 없는 자산이 된다. 세금을 안 내도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많은 미국 다국적 기업은 네덜란드가 아닌 곳에서 회사를 만들어 네덜란드로 들어가 CV를 형성하는 것이다.

ICIJ가 2017년 6월 기준 주식시장에 제출된 미국 500대 상장기업의 서류를 조사한 결과, 총 214개의 자회사가 네덜란드 CV로 등록돼있었다. 나이키는 현재 11개의 CV형식의 자회사가 있다.

EU는 지난해 말 2022년까지 CV를 포함한 조세회피를 위해 만든 형식의 기업에 대한 세법을 강화하는 법을 도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네덜란드는 이 같은 세법 강화로 인해 미국 다국적기업이 빠져나가면 8만개 가까운 일자리가 줄어들어 자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준다며 개혁법 도입을 연기해달라 요청했다.

우버도 애플비를 통해서, 자회사 넷앱 이름으로 네덜란드에 CV만들었고, 14-15년간 로열티 수익으로만 11억 달러를 벌고도 법인 소득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우버와 넷앱 모두 답변을 거부했다.

테슬라 또한 2015년 맨섬에 있는 애플비 사무실에 연락해 CV 설립과 관련된 미팅을 하자고 요청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테슬라는 답변을 거부했다.


취재: ICIJ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공동취재단 Simon Bowers, Spencer Woodman, Jesse Drucker 기자
번역: 김지윤

참고기사
How Nike Stays One Step Ahead Of The Regulators
Leaked Documents Expose Secret Tale Of Apple’s Offshore Island Hop
Kremlin-Owned Firms Linked To Major Investments In Twitter And Facebook

화, 2017/1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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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케이, 한국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제2의 세월호 참사 – 정부, 2011년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유독성 연관성 이미 인정 – 살균제 회사, 뇌물로 안전보고서 논문 조작해 – 정부의 늦장 대응에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분노 일본 니케이 신문은 4일 ‘치명적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한국 사회을 뒤흔들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옥시 사태가 “제2의 세월호 참사”라 불린다며 피해자들과 가족들이 한국 ...
수, 2016/06/0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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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한겨레신문(2016. 9. 6)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공시족 40만은 한국의 산업, 노동, 복지, 교육 등 거의 모든 문제가 집약된 모순 덩어리다. 정부의 대기업 밀어주기 정책과 장기 산업정책의 실종, 취약한 사회적 안전망, 사회적 공정성 결여, 교육부의 고학력 인력 수급 정책 부재가 맞물려 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취업 준비생 65만명 중 40%인 26만명이 공시족, 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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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 힘들고, 취업해도 고용이 불안하다. 최근에는 연령제한까지 폐지됐다. 그러면서 너도나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면서 노량진 공무원 학원가는 절정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진 출처: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7070114321)

지난해 9급 공무원 공채 시험에는 역대 최대인 22만명이 응시하여 51 대 1의 경쟁을 보였다. 실제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사람은 40만명 정도라 하고, 현재의 직장인 38%가 생업과 공무원 시험을 병행한다는 믿기 어려운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에서 공무원이 너무 많은 특권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 그런 점이 있다. 청년들의 안정 지향, 그리고 한국 사회의 관존민비 전통이나 노동천시 문화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기업의 근무조건이 열악하고 고용이 너무 불안하기 때문에 공시에 매달린다고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 신입사원의 27.7%는 1년 안에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는데 기업의 숨 막히는 조직문화가 주요 사직 이유라고 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고용조건이 극히 불안해졌지만, 사회적 안전망은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 정규직의 좋은 일자리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고, 일단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대기업으로 올라타기 어렵다. 대기업에 들어가더라도 극심한 경쟁과 권위주의적인 조직문화에 시달리며 ‘저녁이 없는 삶’을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공시족 폭발은 공직이 천국이어서라기보다는 사기업에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거의 의탁할 수 없는 데 기인한다.

공무원 시험 응시 나이 제한이 폐지된 이후 다년간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꽤 많아졌고, 쉰살이 넘어 공무원이 된 사람들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공시족의 경우 3년 정도가 지나면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의욕도 상실한 자폐적 존재가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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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공무원시험에 몰리면서 인간관계가 단절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혼자먹는 밥과 술을 의미하는 ‘혼밥’, ‘혼술’은 공시족 40만시대의 문화코드가 됐다. 대중문화에서도 이런 현상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최근 공시족의 삶을 그린 드라마가 좋은 예이다. 최근 방송 중인 tvN의 ‘혼술남녀’.

물론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없다. 그런데 도전과 변화를 감행해야 할 우수한 청년들이 안정을 찾아 이렇게 공시에 몰려드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좋지 않은 징조다.

게다가 2년 혹은 4년 동안 비싼 등록금과 귀중한 시간을 바치고도 전공과 거의 무관한 공시를 별도로 준비한다는 사실은 국가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지만 대학 교육도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가적으로는 극히 ‘비합리적인’ 결과가 초래되었지만 공시족 개인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지만 한국처럼 이렇게 많은 청년들이 공직으로 몰리지는 않는다. 유럽과 달리 한국의 청년실업, 공시족 폭발은 대졸 노동시장의 문제다.

즉 1990년대 이후 한국은 제조업의 고용흡수력이 축소되는 서비스 경제로 진입하여 기업은 대졸 사무직을 고용해서 훈련시킬 여유가 없어졌다. 과거 교육부는 90년대 이후 이러한 경제 환경이나 노동시장의 변화를 무시한 채 대학 정원 특히 인문계 정원을 무책임하게 늘렸다.

특히 한국의 학부모나 학생들도 대학 진학 때 전공에 대한 관심보다는 오직 학벌 간판 취득에만 관심을 갖는다. 학벌이 노동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한국 사회에서 대학 전공은 취업 혹은 이후 노동의 성과와 별로 관련이 없다.

대기업이 골목시장까지 다 장악했기 때문에 창업도 거의 실패로 끝난다. 결국 청년들의 입장에서 보면 공무원 시험이 그나마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고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인 셈이다.

결국 공시족 40만은 한국의 산업, 노동, 복지, 교육 등 거의 모든 문제가 집약된 모순 덩어리다. 정부의 대기업 밀어주기 정책과 장기 산업정책의 실종, 취약한 사회적 안전망, 사회적 공정성 결여, 교육부의 고학력 인력 수급 정책 부재가 맞물려 있다.

사회의 모든 부와 자원이 재벌 대기업에 집중된 극도의 불평등하고 불안정한 나라가 만들어낸 결과다.

불안은 청년들의 정신을 갉아먹고 온 사회를 갉아먹고 국가의 미래를 갉아먹는다. 취업률을 대학 평가기준으로 삼는 교육부의 대학 길들이기 정책은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좋은 일터가 사라졌고, 노동문화나 직업의식도 사라졌다. 국가, 기업, 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목, 2016/09/0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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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KBS와 MBC의 언론인을 사찰하고, 프로그램과 인사에까지 관여했다는 증거가 나왔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 같지 않나요? 바로 1980년 전두환의 보안사가 자행했던 언론통제공작과 말 그대로 ‘판박이’입니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로부터 해직됐던 고승우 당시 합동통신 기자와 이명박의 국정원으로부터 사찰 당하고, 배제됐던 현재 KBS 기자, 피디들의 육성을 직접 비교해보시죠.


취재 : 신동윤
촬영 : 신영철
편집 : 정지성

월, 2017/09/18-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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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원문(영어) 보기 | See original version(EN)

최근 미국은 한국에 대한 선진 무기 수출 및 군사기술의 이전을 “상당히 증가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핵 문제 대응방안을 논의한 뒤 나온 결과물이다.

뉴스타파가 미국 정부 성명 및 군수업체 웹사이트를 검토한 결과,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대규모로 수출할 품목은 북한과의 전쟁에서 군사시설과 공격 목표를 찾아내서 파괴할 수 있는 정보·감시·정찰(ISR)용 무기일 가능성이 높다.

미사일 방어 시스템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미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패트리엇(PAC-3), 이지스함 탑재용 요격미사일(SM-6) 등의 한국 판매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사드 시스템과 패트리엇 포대는 록히드 마틴에서, 이지스함 탑재용 요격미사일은 레이시온(Raytheon)에서 제조한다.

정보·감시·정찰(ISR)용 미국산 무기 수입 늘어날 것으로 전망

▲록히드 마틴이 2017 미국 워싱턴 육군 정기회의 및 박람회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시스템을 홍보하고 있다.

▲록히드 마틴이 2017 미국 워싱턴 육군 정기회의 및 박람회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시스템을 홍보하고 있다.

정보·감시·정찰(ISR)은 그동안 한국이 중요하게 여겨온 분야다. 미국의 권위있는 군사전문지 디펜스 뉴스(Defense News)에 따르면, 최근 한국 정부는 “자체적인 감시 및 정찰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물자조달 및 연구개발 예산으로 106억 달러(약 12조 4,780억원)를 배정하고, 2년 내에 군사용 정찰위성 5기중 1기를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이 전시작전권을 회수하게 될 경우 필요한 업그레이드된 통신시스템에 있어서도 정보·감시·정찰(ISR) 기술은 중요하다.

일부 관측자들은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으로 기존에 ‘프레데터(Predator)’로 알려졌던 ‘어벤저(Avenger)’ 드론을 꼽았다.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eneral Atomics Aeronautical Systems)이 만든 이 무인항공기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미 공군이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및 시리아 등지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한 바 있다. 최신 어벤저 드론은 센서와 폭탄을 1.36톤까지 적재할 수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무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제너럴 아토믹스의 ‘어벤저 드론’

▲제너럴 아토믹스의 ‘어벤저 드론’

어벤저 드론은 한국이 2015년도에 구매하여 2018년 도입을 앞둔 노스럽 그러먼(Northrop Grumman)사의 RQ-4 ‘글로벌 호크’ 4기로 이루어진 고고도 무인정찰기 편대를 보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스럽 그러먼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군수업체로, 삼성 및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제너럴 아토믹스는 지난 8월 외국 구매자와 어벤저 드론 판매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는데, 디펜스 뉴스는 이 외국 구매자가 인도 정부라고 보도했다.

한국에 어벤저 드론을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미국 의회조사국이 미국 의원들을 위해 준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바마 정부에서 한국 정부에 수출한 글로벌 호크는 오로지 정찰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고, 무기가 탑재되지 않은 것이었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이 때문에 한국 국방부가 2021년 완성을 목표로 무장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를 자체 개발하는 데 거의 4억 5천만 달러(우리돈 약 5,106억원)를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과 미국 국방부는 아직까지 향후 한국에 수출할 무기와 기술에 대한 세부사항은 거의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기수출도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의 안보전문매체 ‘리얼클리어디펜스(Real Clear Defense)’는 지난 9월 “미국 정부의 대외군사판매(FMS)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는 오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매체는 군사장비 수출 절차는 “일반적으로 두 국가 간 합의도 필요하지만, 미국 정부 내에서도 국방부, 국무부, 그리고 미 의회를 중심으로 한 복잡한 협상과정을 거친다”고 덧붙였다.

후퍼 중장, “무기 빨리 제공하기 위해 전력 다할 것”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기수출은 미 육군 찰스 후퍼 중장이 감독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미국 군수품 수출업체들에 대한 미국 국방부의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책임지고 있는 국방안보협력국(DSCA) 국장을 맡고 있다.

워싱턴 현지시간 10월 10일, 후퍼 중장은 2017 미 육군 정기회의 및 박람회(2017 AUSA Annual Meeting & Exposition)에 모인 수백 명의 군수업체 관계자들과 외국 군 관계자들에게 미국 국방부가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군사적 파트너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최대한 많이 들을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후퍼 중장은 국방안보협력국이 “파트너들에게 무기를 가능한 한 빨리 제공하기 위해” 무기 수출을 서두르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현재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연설한 곳은 미 육군이 매년 주최하는 미 육군 정기회의 및 박람회로, 미국의 모든 주요 군수업체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20여 개 군수업체가 참여했다.

▲미 육군 정기회의 및 박람회에 참여한 한화의 부스

▲미 육군 정기회의 및 박람회에 참여한 한화의 부스

후퍼 중장은 구체적인 무기 수출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그러나 지난달 그는 다른 회의에서 미국 국방부가 이미 “동맹국인 한국이 당면한 상황을 평가하고 우리의 공동 이익을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방면에 있어 경험이 풍부하다. 지난 3년 간 그는 이집트에서 미국 국방무관으로 근무했는데, 이집트의 미국산 무기수입은 2016년 2억 3,800만 달러(우리돈 약 2,695억 원)로 2011년에 비해 46% 증가했고, 이는 이집트 총 무기수입량의 16%를 차지한다.

한국은 세계 6위 무기 수입국…다시 대목 맞은 거대 군수업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무기거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16년도에 한국은 약 16억 달러 (약 1조 8천억 원) 상당의 무기를 수입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인도, 이라크와 이집트에 이어 세계 6위의 무기수입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대부분의 무기를 미국에서 수입한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미국산 무기의 주요 구매자”이며 “대외군사판매(FMS) 고객 명단에서 상위권을 차지한다”고 언급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16년 사이 정부 간 대외군사판매(FMS)에 따라 한국이 맺은 무기수입 계약은 157억 달러(약 17조 8천억 원), 민간 군수업체와의 무기 조달 계약은 69억 달러(약 7조 8천억 원)로, 이 기간동안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수입하는 데 총 225억 달러(약 25조 5천억 원)를 썼다.

미국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한국이 수입한 무기의 75%는 노스럽 그러먼,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그리고 보잉(Boeing) 등 미국 군수업체로부터 구매한 것이다. (보잉사는 최근 한국의 F-15 편대를 유지하기 위한 5년짜리 계약을 따냈다.) 이들 4개 업체는 모두 세계 무기시장에서 5위권 안에 든다.

▲이지스함 탑재용 요격미사일 제조업체 레이시온의 부스

▲이지스함 탑재용 요격미사일 제조업체 레이시온의 부스

미국 의회조사국은 또 “유럽과 이스라엘의 군수업체들이 계약 수주를 위해 경쟁한다. 한국은 국방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시장이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경쟁하는 업체들 중 유럽의 에어버스(Airbus)는 최근 보잉을 제치고 한국 공군으로부터 13억 달러(우리돈 약 1조 4천억원)짜리 공중급유기 계약을 따냈다.

대외군사판매 절차 중 ‘복잡한 협상’의 대부분은 기술이전에 관한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록히드 마틴의 도움으로 개발한 KF-X 전투기 등 한국의 주요 무기시스템의 핵심 기술은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항공기의 ‘눈과 귀’에 해당하는 신형 레이더의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 정부와 미 국방부는 이러한 기술을 이전해 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거절해왔다. 특히 미사일 기술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한국의 미사일 기술은 한국이 2001년 미사일 기술 통제체제에 가입하면서 제한되어 왔다.

군사분석가 존 파이크(John Pike)는 자신의 유명한 군사 관련 블로그인 ‘글로벌시큐리티(Global security)’를 통해 당시 “미군은 한국이 자체적인 장거리 타격 역량을 갖추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적었다.

2012년에야 한미 양국은 타협을 통해 한국의 미사일 사정거리를 300킬로미터에서 800킬로미터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 한국이 요청한 장거리 공대지 정밀 미사일 재즘(JASSM)의 수입에 “퇴짜를 놓았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재즘(JASSM)은 록히드 마틴이 제조하는 미사일이다.

미사일 수출과 기술이전에 대한 미국 측의 제한은 이제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에 따른 긴장 고조의 결과로 느슨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 9월 3일 사상 최대 규모의 6차 핵실험을 한 며칠 뒤 트위터를 통해 “일본과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상당히 증가된 양의 첨단 군사장비를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트럼프의 발표가 있기 전부터 한국 정부는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기존보다 두 배 무거운 1t으로 늘리기 위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을 추진해 왔다.

CIA에서 한반도 문제 담당 부국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우익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에서 동북아시아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군사전문매체 ‘디펜스원(Defense One)’과의 인터뷰에서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이) “한국이 견고한 표적을 파괴하는 역량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동맹국의 억제력과 방어 역량을 증대시키고, 한국이 자국 국방에 대한 책임을 늘려가고 있는 흐름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군으로부터 전시작전권 환수를 가속화하려는 움직임을 통해 한국이 군사문제에 있어 더욱 큰 역할을 하고자 하는 의욕을 엿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8일 국군의 날 기념사를 통해 “우리가 전시작전권을 가져야 북한이 우리를 더 두려워하고, 국민은 군을 더 신뢰하게 될 것”이라고 공표했다. 군사분석가들은 전시작전권 환수에 따라 한국이 위성통신을 확대할 필요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한다. 호주 보안전문가 유안 그레이엄 박사는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전시작전권을 갖기 위해서는 “통신체제 전반에 걸쳐 상당히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카시 인터내셔널(CACI International)과 같은 미국의 정보통합서비스 업체들에게 수익성이 높은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기회일 수 있다. 카시 인터내셔널은 미국 첩보 및 감시 시장에서 군림하는 5개 업체 중 한 곳으로, 평택의 험프리스 미국 육군기지를 비롯한 한국의 여러 미군기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카시 인터내셔널의 웹사이트의 채용공고란에 따르면, 현재 이 업체가 평택기지에서 일할 기밀통신망 운용자를 찾고 있다.

▲미국 정보통합서비스 업체 카시 인터내셔널

▲미국 정보통합서비스 업체 카시 인터내셔널

한국이 드론과 같은 첨단기술 품목을 구매하는 것은 한-미 간 산업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노스럽 그러먼사는 2015년 한국 정부가 노스럽 그러먼과 체결한 드론 수입 계약에 따라 한국측이 “드론 시스템을 통제하고 유지하기 위해” 지상관제시설 2기와 부속장비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폭넓은 훈련이 수반되기 때문에, 이는 첩보활동에 있어 한-미 간 협력을 강화시키고 군사 동맹을 한층 결속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군수업체들 중 가장 광범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록히드 마틴이다. 이 업체는 한국의 F-16 전투기와 일본에서도 배치한 이지스 탄도유도탄방어체계, 그리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공동으로 전세계에 홍보하고 있는 T-50 초음속 고등훈련기를 제조한 곳이다.

록히드 마틴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업체는 “ROKStar”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대학과 연구기관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핵심 역량’과 관계된 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비 조달 및 멘토링 명목으로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대고 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전세계 통신을 감시하는 데 사용하는 신호처리기술도 이렇게 개발된 기술 중 하나다. 2016년 ROKStar 상은 고려대, 서울대, 그리고 울산과학기술원 소속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한반도 위기 고조되면서 미국 군수업체 주가 폭등

미국 미사일 프로그램이 사용하는 신형 레이더를 대량 제조하는 노스럽 그러먼은 한국지사 CEO 브라이언 킴을 통해 한국에 깊숙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브라이언 킴은 보잉 방산우주보안에서 AH-64 아파치 헬리콥터와 소형 폭탄 판매 책임자를 역임했다.) 그는 지난 20년 간 미국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삼성항공산업 및 휴스 항공기 회사(Hughes Aircraft Company) 등에서 KAI T-50과 같은 항공기 프로그램을 맡았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군수업체 노스럽 그러먼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군수업체 노스럽 그러먼

물론 보잉사도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를 내세워 주목받고 있다. 리퍼트 전 대사는 지난 4월 외국 정부 업무 담당 부사장으로 보잉사에 합류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한국과의 관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전에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연설을 할 때에도 귀빈으로 참석했고, 워싱턴 시내에서 열린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포럼 이후 모든 한국 관련 주요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된다.

올해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업체의 주식 가격이 크게 뛰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보잉사의 주가는 60% 올랐다. 레이시온의 주가는 25% 올랐고, 록히드 마틴과 노스럽 그러먼 모두 주가가 20% 올랐다. (이는 다우존스 산업주 평균지수인 12.4%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러나 지난 한 해 동안 미국 내 국방예산이 소폭 삭감된 것마저도 미국 군수업체들이 수출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 원인이 되었다. 록히드 마틴의 CEO인 메릴린 휴슨은 지난 3월 록히드 마틴이 주최한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앞으로 우리의 성장 잠재력이 나올 분야 중 하나로 우리의 해외 고객들을 꼽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의 계획에 한국이 핵심적이라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취재: 팀 셔록
번역: 임보영

목, 2017/10/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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