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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③] "박 대통령 보고 육지 가야겠다는 생각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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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③] "박 대통령 보고 육지 가야겠다는 생각 없어졌다"

익명 (미확인) | 화, 2015/07/21- 10:28

올해로 강정마을 해군기지 싸움이 시작된 지 벌써 9년입니다. 제주의 생명과 평화를 기원하는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 7월 27일부터 8월 1일까지 제주에서 개최됩니다. 강정해군기지 반대 싸움 3000일을 맞아 8월 1일에는 강정마을에서 문화제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해군기지는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지만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의 행진은 계속될 것입니다. 강정마을회,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와 <오마이뉴스>는 대행진을 앞두고 제주해군기지의 안보적·환경적 문제점, 입지타당성 문제 등 제주해군기지의 끝나지 않은 문제점들을 짚어보는 칼럼을 연속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① "우리 아빠가 왜 빨갱이인가요?" 3000일을 견뎠습니다 (고권일 강정마을 부회장)
② 강정바당 연산호,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합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③ "박 대통령 보고 육지 가야겠다는 생각 없어졌다" (문정현 신부)

 

"박 대통령 보고 육지 가야겠다는 생각 없어졌다"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③] 강정으로 이사한 문정현 신부 인터뷰

문정현 신부

 

* 이 기사는 지난 7월 17일 문정현 신부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인터뷰 정리 (평화바람 딸기)

 

▲  인터뷰 중인 문정현 신부 ⓒ 이우기

 

- 강정에 처음 오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처음에는 제주에 온 것은 화순에서 해군기지 반대투쟁이 있을 때였어요. 그 후에 2007년 강정으로 해군기지가 확정이 됐잖아요. 마을에 도움이 되는 뭔가를 해야 할 텐데,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다가 갈치를 팔아서 수익금을 마을에 전달했어요. 그게 2008년도 일이에요. 그때는 한두 번 왔다 간 상황이었어요. 그러다가 육지에서 용산참사가 나서 용산에 가서 살다가, 4대강 단식농성에도 참석하고, 이후 명동성당에서 8개월에 걸쳐 서각기도를 했죠. 

 

그동안 강정에서 계속 연락이 왔었어요. 양윤모씨가 직접 찾아오기도 하고, 당시 마을회장이었던 강동균, 반대대책위원장 고권일에게 전화도 왔어요. 그런 연락들을 받으면서 안절부절못하다가 2011년 6월 말에 마을에 오게 됐는데. 그때 여기서 살아야겠다고 결정했죠. 바로 준비해서 7월 초에 집을 얻어서 들어오게 됐고 그때부터 계속 살고 있죠."

 

- 처음 내려올 때부터 계속 강정에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을 텐데, 계속 살아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 내려올 때도 이 싸움은 긴 싸움이라는 생각이었죠. 그래도 여기서 못 박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언젠가는 올라간다는 생각이 있었죠. 이명박 정권 때 강정주민들이 힘들게 싸웠잖아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 이후 박근혜 정부로 넘어가는 건 엄청나게 큰 충격이었어요.

 

아마도 정권이 바뀌었다면 해군기지 저지에 대한 희망이 생길 수도 있었을 텐데….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강정을 놓고 나갈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나갈 수 없는 처지가 됐죠. 언젠가는 올라가야겠다 하는 생각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 없어져 버렸어요."

 

"죽음을 각오하고라도 계속 싸우겠다"

 

▲  강정 초등학교 맞은편에 세워진 프란치스코평화센터. 2015년 9월 5일 오픈 예정이다. 1975년 박정희 유신정권의 긴급조치 9호 발동 후 유신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3.1 민주구국선언에 참여한 문정현 신부가 구속되었고 이후 40여년이 지나 받은 무죄판결 배상금으로 마련한 땅에 건물을 지었다. 강우일 주교가 앞장서고 제주교구 신자와 평화바람, 전국의 신자들, 익명의 손들이 큰 뜻을 모아 저항의 노둣돌을 건축했다. ⓒ 이우기

 

- 많은 사람들은 해군기지가 완공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다 끝난 것 아니냐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되레 프란치스코 평화센터까지 짓게 되셨어요.
"해군기지를 막아내지 못하고 결국 해군기지가 완성되는 단계로 가고 있어요. 우리가 여기서 싸움을 중단한다면, (해군기지의) 시작부터 거짓말, 사기, 폭력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그것을 덮어두는 게 되는 거죠.

 

그것은 덮어둘 수 없고 드러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실과 거짓의 대결을 계속해야만 한다는 겁니다. 긴 싸움이 될 텐데 거점이 없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알맞은 땅이 나와서 그것을 사게 됐죠. 

 

그 후에 제주교구와 함께 전국적 도움으로 프란체스코 평화센터를 완성하게 됐어요. 이제 9월 5일이면 축복식과 함께 본격적으로 가동이 됩니다. 이것은 정부, 국방부, 해군 그리고 공안기관의 거짓을 들춰내는 것이고 생명평화를 노래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 이것에 협력을 해야지, 중단할 수는 없죠."

 

- 이곳에 계속 살아가는 것이 거짓을 들춰내는 일의 일환이라는 것인가요?
"그렇죠. 직결되는 거죠. 여길 떠나서 추상적인 생명평화를 이야기 한다면 의미가 없는 거죠. 해군기지의 거짓과 사기, 폭력을 들춰내는 과정에서 평화가 나옵니다. 그 자체가 평화입니다.

내가 신앙인이고 종교인인데, 포기라는 것은 종교인답지 않은 소리예요. 종교인으로서 해군기지는 기정사실 아니냐, 이제 싸움은 끝난 것 아니냐 하면 화가 나는 겁니다. 물리적이고 조직적인 힘은 극복할 수 없어요. 누가 봐도 극복할 수 없지만 우리는 진실이 있기 때문에, 이 진실을 들춰내기 위해서는 죽음을 각오하고라도 계속해야 하는 입장인 겁니다. 

 

진실된 마음으로 진실을 추구하는 삶을 통해서 내가 생각지도 않은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고, 그런 일이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사는 거죠. 저들의 폭력이 우리를 뒤덮어서 숨 쉴 수 없게 해도 그것을 뚫고 나가는 것, 진실을 향한 참된 발걸음을 따라간다는 이런 마음을 가져야죠. 

 

군인들이 7000~8000명 들어오고, 우리들은 왜소해지는데, 그렇다고 포기한다? 프란치스코 평화센터도 해군기지에 비하면 성냥개비 정도밖에 안 돼요. 그러나 작은 목소리라도 이어나가서 그 거짓을 들춰내야죠. 

 

그러다 죽을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러나 결국은 정의이시고, 생명 자체이시고, 진리이신 그분을 생각하고 살아가는 게 종교인으로서의 입장이지 주저앉는 것이 우리들의 입장은 아니라는 거죠."

 

"진실은 끈질긴 것, 앞으로 3000일이라도 우리는 싸워야 한다"

 

▲  강정마을 구럼비의 전경(정우철 영화감독 촬영). ⓒ 정우철 감독

 

- 강정 해군기지 반대운동이 다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강정에는 아직 많은 분들이 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해군기지 반대운동 3000일을 맞는, 의미 있는 평화대행진이 열릴 예정인데요. 강정을 잊지 않고 꾸준히 찾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한국 근대사에 있어서 우리는 독재정권을 겪었고 6·10항쟁, 5·18광주항쟁을 겪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4·19, 3·1운동도 있었죠. 다 꺼져 가는 것 같지만 진실은 되살아옵니다. 

 

이것이 진실의 힘입니다. 잡초는 짓밟는다고 해서 죽지 않아요. 죽은 것 같지만 올라오는 것이 있어요. 결국 거짓은 덮어질 수 없고,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것이죠. 우리 강정싸움도 2011년, 2012년에 비하면 많이 가라앉았죠. 지금까지 짓밟히면서 당한 가혹하고 잔인함에 힘이 약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실 자체가 묻힌 것이 아니고 생명이 끊어진 것은 아니거든요. 

 

진실은 끈질긴 것이거든요. 이 끈질긴 것을 통해서 우리는 저 거짓을 들춰내고 먹구름을 거두는 날이 올 때까지 계속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년 7월 말 8월 초에 평화대행진을 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아무리 참여자가 적더라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우리가 끈질기게 진실과 진리의 끈을 놓지 않고 사는, 어떤 탄압이라도 놓지 않고 사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적은 수일지라도 평화대행진을 하는 것이죠. 우리가 3000일을 겪어왔다는 의미로 (행진을) 하는 것이고, 앞으로 3000일이라도 우리는 가야 한다는 마음을 불러내야죠."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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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퇴임을 앞둔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의 평가가 가능할 것입니다. 특히 법원 내 연구모임에 대한 외압이나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은 양승태 대법원장 평가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한과 법원행정처에 대한 개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평가는 바로 ‘판결’에 대한 평가여야 할 것입니다. 대법원의 역할은 법과 양심에 따른 올바른 판결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고,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일입니다. 과연 양승태 대법원장은 판결로서 그러한 역할을 다하였는지, ‘양승태 대법원’의 주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평가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칼럼을 시작으로 총 7회에 걸쳐 <판결비평칼럼-양승태 대법원장 시리즈> 를 연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대법원을 평가하고, 향후 새롭게 임명될 대법원장의 요건과 이후 대법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제시해보려 합니다. 

 

제2화에서는 제주해군기지 설치처분을 다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김필성 변호사의 칼럼을 통해 살펴봅니다.  
 

 

① 교사의 시국선언과 정치기본권_곽노현

② 제주해군기지 사건과 환경민주주의_김필성

 

 

[광장에 나온 판결]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1두19239 전원합의체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박일환 김능환 전수안 안대희 양창수 신영철 민일영(주심) 이인복 이상훈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

제주해군기지 사건과 환경민주주의

 김필성 변호사

 

 

김필성(변호사, 법무법인 양재)

 

1. 제주해군기지 사건

 

제주해군기지 사건은 지금도 논쟁이 끝나지 않은,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여러 다양한 주장들이 존재함에도, 과연 이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점에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이 사건은, 노무현 정권이 제주해군기지 설치 결정을 강행했고, 그 뒤를 이은 이명박 정권이 그 공사를 강행하면서 항의하는 국민들에 대해 무차별적인 처벌을 강행했다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서로 상반된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정권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는 동일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권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는 현 정권이 집권한 상황에서, 이 사건에 대해 전반적으로 되돌아보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2. 사건의 특징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해군기지 설치처분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 그리고 또 하나는 해군기지 설치처분 자체에 하자가 있는지 여부이다.

이 중 첫째 쟁점은 환경영향평가의 완료 시점과 관련된 문제로, 법학적으로는 상당히 중요한 주제라 볼 수 있으나, 실제 소송과정에서 더 중요하게 다뤄진 문제는 둘째 쟁점이었다. 제주해군기지 설치처분은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고, 해군기지의 설치는 두 번째 처분에 근거하여 진행되었는데, 첫째 쟁점은 최초 처분과 관련된 쟁점이었므로, 치열하게 다툴 실익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둘째 쟁점, 즉 설치처분 자체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 사회 내에서 여러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었다. 특히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환경 보호, 반전 평화, 자주 국방 등의 주제와 관련된 주장들이 다양하게 제출되었다. 그러나 실제 재판과정에서 다퉈진 쟁점은 법정 외의 주장들과는 조금 달랐다. 주로 절차적 하자가 다퉈졌기 때문이다.

 

두 번의 처분 모두에 공통된 것이기는 하지만, 특히 실제 제주해군기지 설치의 근거가 된 두 번째 처분과 관련된 절차적 하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강정마을 내부에서 제주해군기지 설치에 동의하는 결의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적 하자 문제, 또 하나는 제주도 의회 결의의 절차적 하자 문제이다.

 

이 두 가지 절차적 하자 중 강정마을 내부의 결의 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적 하자 문제는 제주해군기지 사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제주도 의회 결의의 하자 부분은 재판의 전 과정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진 매우 중대한 쟁점임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특별자치도에만 적용되는 특별한 법령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이라 한다) 및 그 관련 법령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법령에는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제주도 내 지역 중 특별히 보호가치가 있는 구역을 “보전지역”으로 지정하여, 이 보전지역 내에서는 특정한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규정들이 존재한다.

이 보전지역은 크게 상대보전지역과 절대보전지역으로 나눌 수 있고, 절대보전지역은 다시 3가지 기준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세분한 후, 각 등급에 따라 금지하는 행위들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강정마을의 경우, 절대보전지역의 3가지 기준 모두 1등급에 해당할 정도로 청정한 환경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당연히 1등급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는데, 문제는 해군기지 설치가 1등급 절대보전지역에서는 금지행위로 명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강정마을에 대한 해군기지 설치처분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강정마을에 대한 1등급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먼저 해제해야 하는데, 1등급 절대보전지역 해제를 위해서는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그러나 강정마을의 1등급 절대보전지역 해제를 위한 제주도의회의 의결에는 심각한 하자가 있었다.

 

제주도의회에 이 안건이 상정될 무렵에는 이미 제주해군기지 설치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주도 의회 내에서도 이를 격렬히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그래서 당시 제주도의회 의장은 이 안건을 본의회에 상정하는 것 자체를 거부했는데, 당시 제주도의회 부의장직을 맡고 있던 아무개 의원이 몇몇 의원들의 지원을 업고 이 안건을 독단적으로 상정한 후 날치기로 통과를 시켰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날치기 통과과정이 제주도의회의 공식 의사록에 속기록을 그대로 옮겨놓은 수준으로 그대로 기재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 의사록에 기재된 내용에 따르면, 당시 표결에 출석한 의원들의 숫자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채 표결이 강행되었으며, 실제 찬성한 의원들의 숫자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공문서인 제주도의회의 공식 의사록으로, 당시 표결에 심각한 하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그대로 입증된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사실을 1심 소송이 마무리될 무렵 알게 되었다. 그래서 2심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치열하게 다투었고, 국방부는 변론 과정에서 공문서로 입증된 제주도 의회의 날치기 사실에 대해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2심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졌던 이 부분 쟁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일축해버린 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갑 제19, 20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절대보전지역 변경을 위한 제주도의회의 2009. 12. 17.자 동의안 의결 절차에 원고 주장과 같은 안건심의규정위반·표결방법위배·일사부재의의 원칙 위배의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의회의 위 의결에 터잡아 한 이 사건 고시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이 사건 고시가 무효라고 할 수 없다.

 

한편 대법원은 아예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조차 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추상적으로만 설시하여 국방부의 손을 들어줬다.

 

절대보전지역의 지정 및 변경은 도지사의 재량행위라고 판단한 후, 이 사건 절대보전지역변경(축소)결정은 강정마을 내의 절대보전지역 중 이 사건 사업부지에 속한 105,295㎡를 해제하여 절대보전지역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므로 주민의견 청취절차가 필요 없고, 도지사가 관계 법령의 범위 내에서 도의회의 동의를 얻어 정책상의 전문적·기술적 판단을 기초로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행한 적법한 처분으로 봄이 상당하고, 거기에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반, 당해 행위의 목적 위반이나 동기의 부정 등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절대보전지역의 지정 및 변경행위의 성격, 주민의견 청취절차의 필요성 및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환경과 민주주의

 

행정소송에서 절차적 하자를 중점적으로 다투는 것은 일종의 소송 기법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행정행위는 행정청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재량권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행정청의 행위가 재량권을 벗어난 위법한 행위라고 인정받기는 쉽지 않지만, 법적 절차는 행정청에게 재량이 인정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므로, 위법성을 입증하는 것이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 사건 소송에서 절차적 문제가 주된 쟁점이었던 이유는 단순한 소송 기법상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주해군기지 설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주장한 가치는 환경보호, 반전 등이었다. 이러한 가치들이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안보 등의 가치도 그러한 가치들만큼이나 중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환경, 반전등의 가치들보다 안보라는 가치가 우선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설사 제주해군기지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부인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각 사안마다 이렇게 서로 경쟁하는 가치들 중 어떤 가치가 우선해야 하는지, 사회 내에서 충분히 논의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주해군기치 설치 여부가 문제라면, 제주해군기지를 설치하려는 쪽에서는 왜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설치해야 하는지, 제주도에 설치한다면 왜 제주도 내에서도 가장 청정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설치해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경청해야 하고, 이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왜 국방부가 제주 강정마을에 제주해군기지를 설치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해 충분히 반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논쟁들이 공정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지고, 그 결과 사회 전체가 합의점을 찾는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결국 민주주의의 원리가 문제해결 절차에서 관철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 설치 과정에서, 이러한 민주주의 원리가 지켜지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정부는 해군기지 설치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을 한 일이 없으며, 오히려 강정마을에 설치를 결정하고 이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과거 군사정권과 다를 바 없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필자는 이 부분이 제주해군기지 설치 처분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이라고 판단하였고, 이러한 문제점들이 극적으로 드러난 지점이 제주도 의회의 날치기 사건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이 부분을 소송의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설정하고 재판을 진행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한 원고의 주장을 일축함으로써, 이 부분에 대한 판단 자체를 거부하였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필자는 결국 법원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책임을 방기하고 만 것이라고 생각한다.

 

4. 결론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제주해군기지 설치 처분은 행정청이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무시하고 강행한 것으로, 참여정부 역시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부분에서 기존의 군사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참여정부 이후 다시 정권을 잡은 군사정권의 계승자들이 적어도 제주해군기지 설치와 관련해서는 참여정부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필자가 가장 아쉽게 여기는 부분은, 이 사건에서 사법부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부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법부는 헌법 체계 내에서 법치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여야 함에도, 제주해군기지 사건에서 행정부의 결정에 대해 판단을 주저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결국 과거 군사정권의 사법부 수준에서 전혀 발전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자인하고 말았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제주해군기지 사건이야말로 지난 대법원장이 이끌었던 사법부의 특성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수, 2017/06/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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