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노동당서울시당, 서울시 추경안 분석 보고서 발행_"1000억원 지방채 필요합니까?"
민주당이 이른바 ‘언론개혁법’, ‘언론민생법’이라는 부르는 6개 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예고했다. 해당 법안은 인터넷에서 허위사실유포나 기타 불법정보로 명예훼손 등의 손해를 입힌 경우 피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윤영찬 의원안), 인터넷 기사로 피해를 본 경우 기사의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신현영 의원안), 악성 댓글 피해자가 신고하면 게시판 운영제한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양기대 의원안) 등이다.
위 법안들은 모두 ‘가짜뉴스’, ‘악플’ 등으로 인한 피해를 억제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손해액을 넘는 배상액을 부담시키도록 함으로써 징벌하거나, 사법기관의 판단 전에 기사 자체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악플 피해자의 신고만으로 게시판 전체를 폐쇄시킨다는 과도한 규제를 예정하고 있다.
한 명제 내에서 ‘사실의 적시’와 ‘의견’, ‘평가’, ‘추론’ 등을 명백히 구별하는 것은 어렵고, ‘진실’과 ‘허위’ 역시 시간에 따라 그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당시까지 진실임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허위로 분류되거나, 법원의 판결 역시 유죄의 증명이 없어 무죄 결론이 나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표현의 ‘허위성’만을 이유로 표현자를 엄하게 징벌하거나 사법기관의 판단 전에 정보 자체를 차단하여 공적 사안을 둘러싼 의혹의 역사가 함부로 차단되어선 안 된다.
민주당은 ‘언론민생법안’이라고 하지만, 이 법안들이 보호하는 것은 결국 ‘언론 기사’의 주요 대상이 되는 정치적·사회적 권력자인 ‘공인’이나 ‘기업’들의 법익이 될 것이다. 일방이 한 명제를 ‘허위사실’, ‘가짜뉴스’로 주장하는 것은 매우 쉽기 때문에, 공인이나 기업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에 대해 고액의 배상금을 청구하여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고자 하는 전략적 봉쇄소송을 남발할 수 있고,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액을 부담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기자들로서는 명백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게 될 것이고, 공인이나 기업에 대한 자유롭고 신속한 의혹 제기의 환경은 크게 위축될 것이 자명하다.
나아가 기사열람차단권을 규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허위사실 유포의 경우뿐만 아니라, ‘사생활의 핵심영역을 침해하거나’, ‘그 밖에 인격권을 계속적으로 침해하는 경우’에도 기사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렇듯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으로 기사에 대한 열람차단청구를 허용하고 언론중재위원회의 기사의 열람차단 결정이 내려질 수 있게 되면, 공인이나 기업들이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나 비판적 내용의 보도에 대하여 열람차단청구를 남발하여 언론중재법상 절차에 대응할 의무가 있는 언론사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보도활동을 심대하게 저해·위축시키는 수단으로 남용될 위험이 높다.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발생시킨 댓글이 게재될 경우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게시판 운영 제한조치’를 하도록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역시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라는 개인의 내심의 의사에 의존한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을 기준으로 하여 문제 댓글뿐만 아니라 전체 게시판의 운영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성이 심대한 법안이다.
이렇듯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높은 법안들을 여당은 ‘언론개혁’을 위한 필수 법안이라며 중점 처리를 예고했다. 징벌적 손배제를 규정한 윤영찬 의원안에 대해서는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한 1인 미디어만이 대상이며 ‘언론사’는 제외된다는 등 여당 내에서도 해석이 어긋났었는데, 이렇듯 적용 대상조차 합의되지 못했던 상황은 곧 여당이 심도있는 논의 없이 여론을 최대한 강력하게 규제할 수 있는 방향의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언론사의 영향력과 신뢰도를 고려하여 무책임한 보도에 대해 경제적 타격을 주겠다던 ‘징벌적 손해배상’이 일반 국민의 표현물에까지 적용되고, 일부 댓글에 악플이 있다는 이유로 다른 다수의 선한 일반 이용자가 게시판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당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목적이 과연 진정 ‘언론개혁’, ‘민생’을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명박의 BBK 실소유주설을 주장한 정봉주 전 의원, 최태민-최순실 부녀와 박근혜의 유착관계에 의혹을 제기했던 김해호 목사 모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위반 판결을 받고 처벌받았다. 당시 이 법안들이 시행되었다면 이들은 이명박, 박근혜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액도 지급하여 경제적 빈곤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고, 관련 기사와 게시물들도 모두 차단되어 이 사건들에 대한 검증, 단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제도는 최악의 지도자가 등장하여 남용하는 경우를 상정하여 설계되고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법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권력자가 비판적 목소리를 억압하기 위한 도구로 남용하기 쉽기 때문에 특히 그 도입을 경계해야 한다. 언론의 정치 권력에 대한 의혹 제기 활동이 성공하여 탄생하게 된 현 정부와 여당이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억압하는 법안 및 정책 추진을 중단할 것을 다시금 촉구한다.
2021년 2월 9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010-5109-6846, [email protected]
[관련 글]
[보도자료]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한 민법 개정안(이원욱, 2106359)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2020.12.24.)
[논평] 언론 타깃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철회되어야 하며 일반적 징벌적 손배의 대언론 적용도 신중해야 한다 (2020.11.19.)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 적용, 신중해야 하는 이유 (한국기자협회보 [‘언론보도 징벌적 손배제를 말한다’ 전문가 릴레이 기고], 2020.11.04.)
[보도자료]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언론중재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2020.08.24.)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1. 2. 22. 언론중재법 일부개정법률안(최강욱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07949)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국회에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본 개정안은 정부기관의 언론 검열권을 규정하고 불명확한 기준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을 규정함으로써 헌법상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반하여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알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할 위험이 높은 위헌적 법안으로 철회되어야 한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010-5109-6846, [email protected]
『언론중재법 일부개정법률안』 의견서
1. 본 개정안의 주요 내용
가. 현행 언론중재위원회의 명칭을 ‘언론위원회’로 변경하여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두고, 언론보도등으로 인한 침해사항 조사ㆍ구제등 업무를 추가함(안 제7조제2항).
나. 언론위원회의 위원을 현행 90명에서 120명으로 늘리고, 위원에 인권 분야 및 언론감시 활동에 10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을 포함하여 구성하고, 이들이 각각 중재위원 정수의 7분의 1 이상이 되도록 함(안 제7조제3항).
다. 언론위원회에 상임위원을 두고, 상임위원은 위원장의 추천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함(안 제7조제9항).
라. 언론위원회의 사무처에 조사관을 두며, 언론위원회 소관 사무에 필요한 조사를 하고, 해당 중재부 또는 심판부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함(안 제11조의2).
마. 언론사등이 하는 정정보도는 원 보도와 같은 크기, 같은 위치, 같은 방송시간 등 원 보도와 같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하도록 함(안 제15조제6항).
바. 언론보도등으로 인한 피해자는 언론위원회에 정정보도청구등 또는 손해배상의 분쟁에 관하여 구제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함. 피해자의 구제신청이 있을 때 언론위원회는 지체 없이 필요한 조사를 하고 관계 당사자를 심문하도록 함. 언론위원회는 위 심문을 할 때 관계 당사자에게 증거 제출과 증인에 대한 반대심문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주어야 함. 언론위원회의 조사와 심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함(안 제25조의2).
사. 언론위원회는 침해행위가 성립한다고 판정하는 경우 언론사등에 시정명령을 하여야 하며, 침해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판정하는 경우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여야 함. 언론위원회는 위 결정을 피해자와 언론사등에게 각각 서면으로 통지하고, 확정된 시정명령의 내용은 외부에 공표할 수 있음(안 제25조의3).
아. 언론위원회의 시정명령이나 기각결정에 불복하는 피해자나 언론사등은 구제명령서나 기각결정서를 통지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음(안 제25조의4).
자. 언론위원회는 시정명령을 받은 후 이행기한까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언론사등에 2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음. 이행강제금은 매년 2회의 범위에서 시정명령이 이행될 때까지 반복하여 부과할 수 있으나 2년을 초과하여 부과ㆍ징수하지 못하도록 함(안 제25조의5).
차. 언론사등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언론보도등을 통하여 거짓 또는 왜곡된 사실을 드러내어 손해가 발생한 경우, 법원은 법 제30조에서 산정한 손해액을 초과하여 배상액을 정하도록 함(안 제30조의2제1항).
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언론사등이 비방할 목적을 가진 것으로 추정함(안 제30조의2제2항).
1. 언론보도등으로 인하여 사람의 명예나 권리,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경우
2. 언론보도등으로 얻는 이익이 그로 인해 부담하게 되는 제30조에 따른 손해배상액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한 경우
3. 언론보도등을 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자의적으로 선별하거나 취재원에 대한 위법행위를 한 경우
타. 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경우 해당 언론보도등으로 인하여 언론사등이 얻은 이익을 초과하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하고, 이 때 언론사등의 허위 인식 정도, 피해규모, 언론사등이 취득한 유ㆍ무형의 이익, 동종 또는 유사 언론보도등의 기간 및 횟수, 언론사등의 존속기간 및 재산 상태, 언론사등의 피해구제 노력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함(안 제30조의2제3항).
파. 언론사등이 얻은 이익이란 해당 언론보도등이 있은 날부터 삭제된 날까지 총 일수에 해당 언론사등의 1일 평균 매출액을 곱한 금액으로 정하도록 함(안 제30조의2제4항).
2. ‘언론위원회’ 설립 부분
본 개정안은 현 언론중재위원회의 법적 성격을 변경한 ‘언론위원회’라는 기관의 설립근거를 마련하고 있음(안 제7조).
현재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사의 언론보도로 인하여 침해되는 명예나 권리 그 밖의 법익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 분쟁을 조정·중재하는 준사법기구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독립적으로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는 기관임. 중재위원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위촉하고, 언론중재위원회의 운영재원은 방송발전기금으로 하되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며, 중재위원 및 직원은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보도록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현재 언론중재위원회 역시 그 설치 및 운영과 관련하여 어느 정도의 국가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중앙행정기관으로부터는 독립된 기관임. 한편,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보도에 대한 피해자의 정정보도청구등과 관련한 분쟁이 있는 경우 「민사조정법」상 조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거쳐 분쟁을 조정하고, 당사자 쌍방이 중재부의 종국적 결정에 따르기로 합의하고 중재를 신청하는 때에는 중재결정을 하는 기관으로, 언론사와 피해자 당사자간 분쟁에 관하여 사법상 재판절차에 준하는 심의절차를 거쳐 조정·중재결정을 하는 준사법기구임.
본 개정안은 이러한 현 언론중재위원회를 ‘언론위원회’로 변경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둔다고 하여 명백히 정부기관의 성격을 가지도록 규정함. 또한 현행 규정은 중재위원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위촉하고, 위원장, 부위원장, 감사 등은 호선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개정안은 위원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위촉하거나 대통령이 임명’하고,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감사 등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여 위원회 구성에 관한 정부와 대통령의 권한을 확대하고 있음. 한편 공무원인 경우 중재위원의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동법 제8조 제2항 제1호를 삭제하여 행정부 소속 공무원이 위원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음.
사법상 재판절차에 준하는 조정·중재결정 권한을 가지는 준사법기구는 삼권분립 정신에 기초하여 공정성의 확보를 위해 정치적 중립성,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가져야 함. 그럼에도 이러한 기관을 중앙행정기관의 직속기관으로 두고 정부와 대통령이 위원회 구성에 직접적인 권한을 갖도록 규정한 본 개정안은 그 위헌성이 심대하다고 할 것임.
3. 침해사항 조사ㆍ심문 및 시정명령 결정에 대한 부분
본 개정안은 ‘침해구제’의 절을 신설(제4절)하여, 침해사항 조사ㆍ심문 및 시정명령 결정 권한을 부여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음. 언론보도등으로 인한 피해자는 언론위원회에 정정보도청구등 또는 손해배상의 분쟁에 관하여 구제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의 구제신청이 있을 때 언론위원회는 지체없이 필요한 조사를 하고 관계 당사자를 심문하도록 함(안 제25조의2). 언론위원회는 침해행위가 성립한다고 판정하는 경우 언론사등에 시정명령을 하여야 하며(안 제25조의3), 시정명령을 받은 후 이행기한까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언론사등에 2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함(안 제25조의5).
조사와 심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 등(신구조문대비표에는 언론위원회규칙) 하위법규에 위임하고 있어 조사와 심문 절차가 어느 정도의 강제력을 가진 절차인지 예측이 불가능함. 또한 ‘시정명령’의 종류와 내용도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고 위임규정도 없어 시정명령의 내용이 정정보도등의 조치에 국한되는지, 기사 삭제 등 유통 금지조치까지 포함하는지, 손해배상책임 인정 및 배상액 결정까지 이를 것인지 등을 예측할 수 없고, 위원회가 포괄적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자의적으로 내용을 창설할 우려가 있음.
언론중재법은 제1조(목적)에서 “이 법은 언론사 등의 언론보도 또는 그 매개(媒介)로 인하여 침해되는 명예 또는 권리나 그 밖의 법익(法益)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 이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구제제도를 확립함으로써 언론의 자유와 공적(公的) 책임을 조화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 인격권과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충돌하는 사인간의 분쟁은 원칙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해결되어야 하나, 사법부의 판단 이전에 당사자의 합의에 기반한 조정·중재 절차를 통해 양 기본권을 조화롭게 보장하면서도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해결을 도모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법이 언론중재법이라 할 수 있음. 이에 따라 현재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중재 제도는 무엇보다 ‘당사자간 합의’에 기초하고 있는 분쟁 해결 절차라는 것을 상기하여야 함. 당사자가 조정 결과에 합의를 하거나 중재 절차에 따를 것을 합의한 경우에만 효력이 발생하며, 불응시에는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사인간 분쟁이 해결되도록 구성되어 있는 것임.
그러나 본 개정안은 정부기관이 일방의 신청만으로 사인간 분쟁에 강제적,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심판을 내리고, 언론사등의 기사에 대해 법적 강제력을 가지는 ‘시정명령’을 하도록 함으로써, 정부의 직접적인 언론 검열권을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음. 이는 위와 같은 ‘언론중재법’의 근본적인 취지와 맞지 않는 제도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표현물 검열은 정권에 의해 반정부적 여론을 차단하고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기 때문에 민주국가에서는 금기시되는 위헌성이 높은 규제 방식임. 본 개정안 부분 역시 정부 인사가 자신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기사에 대해 정부기관인 언론위원회에 침해구제 신청을 하고 문체부 장관 및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정부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를 조사·심판하고 시정명령을 결정하여 언론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남용할 위험이 큰 위헌성이 매우 심대한 조항이라 할 것임.
4.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 부분
본 개정안은 언론사등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언론보도등을 통하여 거짓 또는 왜곡된 사실을 드러내어 손해가 발생한 경우, 법원은 손해액 및 해당 언론보도등으로 인하여 언론사등이 얻은 이익을 초과하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하도록 하고 있음. 나아가 ‘언론보도등으로 인하여 사람의 명예나 권리,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경우’, ‘언론보도등으로 얻는 이익이 그로 인해 부담하게 되는 제30조에 따른 손해배상액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한 경우’, ‘언론보도등을 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자의적으로 선별하거나 취재원에 대한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비방할 목적을 추정하여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으로 규정함.
그러나 ‘비방할 목적’, ‘왜곡된 사실’, ‘인격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 ‘이익이 손해액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 ‘자의적 선별’과 같은 개인의 내심의 의사에 의존한 개념이나 추상적, 주관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을 기준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여부가 결정되도록 규정하는 것은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반하여 판단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표현의 자유와 재산권 등의 기본권이 부당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음.
또한 ‘언론’, ‘표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은 이미 국제인권기준에 반하여 과도하게 형사화되어 있는 명예훼손 제도가 남용되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재고되어야 함.
피해자의 손해액만큼의 보상, 즉, ‘전보배상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민사 손해배상 체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은 예외적인 제도임. 즉, 개인의 피해에 대한 보상을 넘어, 사회 공익적 고려에서 다시 재발되어서는 안 되는 반사회적 행위를 징벌을 통해 억지하는 데에 초점이 있는 것임. 대표적으로 ① 불법행위의 결과로 인한 개별 사업자의 이익은 막대한 반면, 개별 피해자의 손해는 소액에 불과해 피해자가 재판절차로 구제받기 어려운 분야 (환경오염, 소비자 보호, 식품위생, 보건의료 등), ② 불법행위를 통해 획득한 가해자의 이익이 피해자가 입은 손해보다 크기 때문에 악의적인 불법행위가 재발하고 있음에도 현행 손해배상 제도나 과징금만으로는 부당이득을 환수하기 어려운 분야(공정거래, 금융거래 등), ③ 사회적 약자를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분야로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 및 정보에 대한 접근성에 차이가 있어 피해를 입증하기 곤란한 분야(노동, 장애인 등) 등에 우선 도입이 검토되고 있음.
그러나 표현행위로 인한 인격권 침해가 이렇듯 예외적 징벌이 필요한 영역인지는 의문임. 또한 표현행위는 그로 인한 해악의 결과나 인과관계 자체가 명백하지 않아 예외적 징벌이 필요할 정도로 해악이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표현의 위법성 여부도 심급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도 많음. 한 명제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내는 것부터가 매우 어렵고, 발화자가 적시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등을 판단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유·무죄 판단도 심급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고, 어떠한 사실이 ‘허위’인지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 역시 당시까지 진실임이 증명되지 않거나 은폐되어 허위사실유포로 처벌되었다가 추후 진실한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역사적으로 많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함.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보통 형사제재가 미비하거나 부족한 사건에서 추가적인 사적 벌금을 부과하여 재발방지 효과를 노리는 제도인데, 우리나라는 이미 표현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많은 형사처벌 규정이 존재하고, 징역형까지 규정되어 있음.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형법」상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서는 동 법의 다른 위반행위와 비교하여서도 더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이 더욱 강화된 제재가 필요한지 의문임.
한편, 기존의 언론 판결에서 손해배상액이 적었다는 것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될 수 없음. 법원이 정신적 손해배상액(위자료) 산정에서 인색했다는 문제는 언론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사 사법 전반의 문제로서 앞으로 법원이 자유재량 영역인 위자료 인정을 현실화·합리화하여 해결하여야 함.
반면, 표현행위에 대해 과도한 형사처벌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강화된 제재가 도입되면 사회 전반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부당하게 위축될 우려가 있음. 언론, 대중들은 명백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언급이나 비유적, 상징적 표현을 꺼리게 되고, 공인이나 기업에 대한 자유롭고 신속한 의혹 제기나 자유로운 비판적 표현이 크게 위축될 것임.
5. 결론
본 개정안은 정부기관의 언론 검열권을 규정하고 불명확한 기준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을 규정함으로써 헌법상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반하여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알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할 위험이 높은 위헌적 법안으로 평가됨.
언론개혁을 내세우며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이하 민주당 미디어특위)가 법·제도 개선안을 구체화시키며 7월 내 법안 통과를 추진할 것이라 예고했다. 민주당 미디어특위는 법·제도 개선안의 핵심적 내용으로 △ 가짜뉴스(허위정보)에 대한 대응으로서 언론의 허위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 도입 및 허위정보에 대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삭제·임시조치 의무 부과, △ 포털의 뉴스 편집·추천 기능 폐지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언론의 자유와 다양성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정책들로 졸속으로 강행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제시되고 있는 법안들은 허위정보의 문제점만을 강조하며, 이들을 민사법상의 대원칙을 넘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규정하거나, 사법기관의 판단 전에 인터넷상 정보나 기사 자체를 차단(임시차단, 기사열람차단)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한 명제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내는 것부터가 매우 어렵고, 그 안에 사용된 용어도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주장이 ‘허위’인지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 역시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기사와 정보들은 ‘허위정보’로 쉽게 프레임 씌워질 수 있고, ‘악의’, ‘중과실’, ‘피해자를 해할 목적’과 같은 주관적·추상적 요건들 역시 판단자의 주관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장치로 기능할 수 없다. 공인이나 기업과 같은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와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고자 고액의 배상금을 청구하는 전략적 봉쇄소송과 기사열람차단 청구 등을 남발할 것이다. 고액의 손해배상책임에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언론사와 인터넷뉴스서비스제공자들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기사열람차단 청구에 쉽게 응하여 다량의 기사를 차단해버리거나, 기자들은 명백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게 될 것이고, 공인이나 기업에 대한 자유롭고 신속한 의혹 제기의 환경과 국민의 알 권리는 크게 위축될 것이다. 한편, 사실의 존재는 이를 명백하게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당시까지 진실임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허위로 판단되었다가 시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표현의 ‘허위성’만을 이유로 표현자를 엄하게 징벌하여 단죄하거나 정보 자체를 제거하여 공적 사안을 둘러싼 의혹의 역사를 함부로 차단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포털의 뉴스 배열·추천 서비스를 금지하고 뉴스 콘텐츠는 아웃링크나 이용자 구독 형태로만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내용 등의 포털뉴스 서비스에 대한 규제 역시 합리적 이유없이 포털과 언론사의 언론의 자유, 영업의 자유 및 국민들이 다양한 뉴스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를 침해하고 언론 생태계의 다양성도 위협하는 규제다. 민주당 미디어특위는 포털의 기사 추천이 특정 언론에 편향되어 불공정 시비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규제들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이는 전 정권에서도 동일하게 주장되었던 것으로 막연한 추측, 주장에 불과하다. ‘편향’이나 ‘불공정’은 개념과 판단기준 자체가 불명확하여 그 존재나 해소 여부가 증명될 수 있는 해악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국가가 사적 영역의 서비스 내용을 일방적으로 검증·금지·강제하는 규제는 합리적 이유없이 국민의 기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써 위헌적이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포털뉴스 서비스는 다양한 언론사의, 다양한 이슈와 분야에 대한 기사를 함께 파악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로 인해 독자들은 자신의 관심사가 아닌 분야의 뉴스 혹은 상이한 관점들의 뉴스를 접함으로써 뉴스 소비의 지평을 넓힐 수 있고, 이러한 서비스에 만족하는 이용자들도 상당수다. 또한 이러한 뉴스 서비스 형식을 통해 군소언론의 기사도 노출되고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음으로써 여론 다양성이 증진된 측면도 크다. 그러나 포털의 뉴스 배열·추천 서비스를 금지하고 뉴스 콘텐츠는 아웃링크나 이용자의 언론사 구독제 형태로만 제공해야 한다면, 포털뉴스 이용자들은 다시 자신의 관점, 관심사에 따른 ‘뉴스 편식’ 현상에 빠져 다양한 뉴스 소비는 줄어들 것이고, 뉴스 시장 역시 기존 구독자를 확보한 대형 언론사만이 살아남고 인지도가 낮은 지역언론, 전문매체 등의 군소언론은 쇠락하는 언론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가중될 것이다. 한편,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뉴스 배열을 한다고 해도, 독자들이 자극적인 기사를 원하고 언론사가 트래픽에만 연연하거나 저널리즘 윤리를 중시하지 않는 이상, 언론사가 의도한 의제 중심의 기사들 혹은 트래픽을 유도하기 위한 자극적, 선정적 기사들만이 노출·소비되는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결국 포털뉴스 규제는 저질 저널리즘을 퇴출하겠다는 본래의 언론개혁의 목표와는 무관히, 일반 국민인 뉴스 이용자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뉴스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와 편익, 그리고 언론 다양성만을 훼손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정권을 불문하고 언론을 정권에 대한 공격자로 적대시하여 강력히 규제하고 통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언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법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권력자가 비판적 목소리를 억압하기 위한 도구로 남용하기 쉽기 때문에 특히 그 도입을 경계해야 하며, 언론 유통 시장에 대한 국가의 부당한 개입 역시 반민주적 결과만을 양산할 뿐이다. 언론의 정치 권력에 대한 의혹 제기 활동이 성공하여 탄생하게 된 현 정부와 여당이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고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법안의 강행 추진을 중단할 것을 다시금 촉구한다.
2021년 7월 13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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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과 해외150여개 시민단체, 미얀마군부 자금줄 셰브론(Chevron)에 배당금 에스크로 요구
POSCO도 슈에가스전 배당금지급 중단해야
국회는 인권침해자에 대한 보이콧제재(sanctions)법률 제정해야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 3월24일 150여개 해외시민단체들과 함께 미얀마군부에 자금지원을 하는 에너지 회사 셰브론(Chevron)에 군부지원금의 통로가 되고 있는 미얀마가스오일공사(MOGE)에 지급하는 배당금을 동결하여 제3의 금융기관에 공탁할 것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였다.
2월초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시작한 이후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는 시민들에 대한 군부의 유혈진압이 심화되자 지난 3월11일 UN미얀마인권특별보고관이 Myanmar Oil and Gas Enterprise(MOGE)라는 국영기업이 군부세력들에 비자금을 대주고 있다며 군부의 쿠데타를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MOGE에 대해 외국정부들이 보이콧제재(sanctions)를 가하여 외국기업들이 MOGE에 재정적 혜택을 주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실제로 미얀마정부 2016년기준 전체 수입이 미화 100억불정도였는데 이중 MOGE의 수입은 연 미화 13억불 (2016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크며 이 중의 반 정도가 명의가 불분명한 군부세력 소유로 의심되는 계좌로 빠져나간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번 공동서한은 MOGE에 가장 큰 이익을 내주고 있는 야다나가스전 합작사업의 대주주이며 주간사인 Chevron에게 소수주주인 MOGE에게 배당금지급을 중단하고 인권침해상황이 종식될 때까지 에스크로계좌에 입금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사단법인 오픈넷은 한국기업인 POSCO에도 비슷한 사회적 책임 이행을 요구한다. MOGE에 큰 돈을 벌어주는 합작사업중의 하나가 슈에가스전인데 이 합작사업의 대주주(51%) 및 주간사는 한국의 POSCO인터내셔널(과거 대우인터내셔널)이다. 2011년에 안다만 해상의 슈에가스전 개발에 성공해서 이 가스를 중국회사인 CNPC가 주도하는 콘소시엄에 판매하여 2013년부터 매년 3-4천억원의 순익을 올리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MOGE의 슈에가스전 사업 지분은 15%이므로 쉽게 1천억원 넘는 돈이 MOGE로 나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고 실제로 2018년3월까지의 1년 기간 동안 미화 1억9천3백만불이 POSCO인터내셔널에서 MOGE에 지불되었다. POSCO는 슈에가스전 보다 매출은 훨씬 작지만 POSCO강판이 지금 쿠데타의 지도자가 운영하는 Myanmar Enterprise Holdings Limited과도 합작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MOGE와 군부가 관련없다고 주장하며 POSCO를 옹호하지만 MOGE의 계좌에 야다나가스전, 슈에가스전 등 여러 합작사업의 수입이 뒤섞이는데 별도계좌를 운영하지 않는 한 POSCO가 주는 배당금만 모두 정상적으로 국고에 입금되었고 다른 가스개발 배당금만 군부비자금계좌로 들어갔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이번 셰브론 공동서한에도 밝혔듯이 정부도 군부가 장악한 현재 상황에서는 MOGE로 지출되는 금액 전체에 대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부가된다. 한국정부는 최근 미얀마와 관련되어 정부차원의 협력중단 및 군용물자 수출허가불승인 등의 조치를 가했지만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였다. 우리나라는 인권을 침해하는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보이콧제재(sanctions)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조차도 없는 상황이다. 이제 한국은 경제 뿐만 아니라 인권과 민주주의의 선진국으로서 국제인권을 위해 보이콧제재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법제정을 하고 그 첫 사례로서 미얀마 군부세력에 대해 보이콧제재를 가해야 할 것이다.
지난 11월 12일 법무부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채널A 사건 피의자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례와 같이 피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영국 등 외국 입법례를 참조하여 법원의 명령 등 일정요건 하에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각계 각층의 비판이 쏟아지자 다음날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시 협력의무 부과 법안 연구와 관련하여 “자기부죄금지원칙 및 양심의 자유, 사생활 보호와 조화로운 합리적 방안 마련”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해명하였다. 그러나 피의자에게 비밀번호 공개를 강제하는 방안은 헌법상 보장된 자기부죄금지 원칙, 진술거부권,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또한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제3자에게 협력의무를 부과하는 방안 또한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보안 취약화로 인한 보안위험을 증대시키기 때문에 반대한다.
헌법 제12조 제2항은 누구나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자기부죄금지원칙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원칙하에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와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155조 또한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등만 처벌할 뿐 자신의 범죄는 아예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형사절차에서 피의자와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며 고문을 통한 자백강요 등 반인권적 수사로부터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라는 헌법적 요청인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인권과 법치를 수호해야 할 법무부가 본분을 망각하고 헌법적 요청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휴대폰 비밀번호 공개강제법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하여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에 있어 휴대폰 제조사나 통신사 등 제3자에게 복호화 등 협력의무를 부과하는 방안도 매우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 법무부에서 연구 대상으로 밝힌 영국, 프랑스, 호주, 네덜란드의 입법례가 그러한 의무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대 국회에서 김도읍 의원은 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서 정보 또는 정보저장매체의 소유자·소지자·관리자에게 협력의무를 부과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과태료 및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의안번호: 2001352)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위 개정안에서는 과태료 및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에 피고인은 제외하는 규정을 두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대 때는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감청설비 의무를 지우고 불이행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법안들이 발의되었는데, 이 또한 디지털 증거 수집을 위한 협력의무 부과라는 점에서 결을 같이 한다. 그런데 이렇게 주로 사업자인 제3자에게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에 대한 협력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은 궁극적으로는 암호화 기술의 무력화가 필요한데, 이는 모든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며 보안을 취약하게 만들어 해킹 등 보안위험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함을 상기해야 한다. 나아가 사인(私人)에게 단지 범죄의 개연성만을 근거로 다른 사인 특히 재판을 통해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은 사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대행해달라는 요구는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
정보화 시대에 들어서 디지털 범죄뿐만 아니라 모든 범죄의 수사에 있어 디지털 증거의 수집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제도의 개선은 필요하다고 보이지만, 비밀번호 공개강제나 사업자의 협력의무 같은 제도의 도입으로 헌법상 원칙에 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법무부는 휴대폰 비밀번호 공개강제법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2020년 11월 25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150722_PolRe_서울시추경예산안검토보고서_노동당서울시당.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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