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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장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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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장의 저주

익명 (미확인) | 일, 2015/06/21- 14:37

[칼럼] 아침을 열며

성장의 저주

 

사제는 말했다. “이 병은 하느님이 우리의 죄를 벌 주려 보내신 것이요. 이 세상은 악으로 가득 차고 있소.” 신자는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만 합니까.” “살고 싶다면 교회로 가서 회개하고 기도하시오.” 근엄하게 사제가 말하면서 킹스브리지 마을의 천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 모두를 교회로 오라하고 그곳을 떠나지 말고 밤새 기도하라고 설교한다. 이것은 영국의 유명한 역사소설가 켄 폴릿(Ken Follett)이 ‘끝없는 세상’이란 책에서 중세시절 흑사병에 시달린 한 마을의 풍경을 묘사한 일부이다.

 

일명 흑사병이라고 불린 페스트는 14세기 중엽 유라시아를 휩쓴 대유행병이었다. 흑해 인근의 카파(Caffa)라는 도시에 죽은 몽골 병사들의 시체에서 묻어난 균들이 이탈리아 상인들을 통해 배로 베니스에 도착한 때가 1348년이었고 계속 북진하여 마침내 러시아까지 번진 것은 3년 뒤인 1351년이었다. 그 과정에서 7,500만명, 추정하기에 따라서는 최대 2억명의 인구가 목숨을 잃었단다. 유럽인구의 60%가 감소하였다는 이야기다. 결국 영국에선 그 페스트가 장원경제의 토대를 무너뜨리고 나아가 자본주의를 낳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어떻게 이렇게 인구박멸 수준에 이르는 대재앙이 왔을까? 38도 이상의 고열과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몸에 검은 반점이 생기다가 삼사일만에 피를 쏟으며 죽어가는 이 끔찍한 새로운 질병은 당시의 유럽인들에겐 어마어마한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 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 리 없기에 사람들은 유대인이나 집시에게 원인을 돌리며 박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폴릿이 묘사한 것처럼, 대다수는 신의 분노라고 믿었기에 마을의 회당에 모두 모여 열렬히 기도하며 회개하게 되었다. 환자 역시 그곳에서 함께 기도한 것은 물론이다. 더욱 더 절실히. 환자의 격리가 아닌, 환자와의 동거라는 결과가 되고만 이 기막힌 대응법이 결국 대재앙의 단초 중 하나였던 것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신의 저주’가 되고 말았다.

 

지금 이 시각 한국에 상륙한 메르스라는 이 전염병도 우리에겐 매우 생소하고 잘 파악되지 않은 질병이다. 어느덧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세계 최고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자랑하는 한국이 왜 이리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일까?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해당 병원에 미칠 손해를 생각하여’ 병원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는 정부의 초기 대응. 결국 경제도 잃고 병원도 잃고 무엇보다 소중한 이들과 평범한 일상을 나누었을 이십여명의 소중한 생명까지 잃었다.

 

한국에는 그 어떤 나라보다 성장의 DNA가 강하게 존재한다. 1990년대 말 맞이한 외환위기 전까지 전세계를 매료시킨 고도성장의 기억과 그 성과가 있었기에 그렇다. 그러나 그 압축성장의 신화가 이 시점 우리에겐 ‘성장 신화의 역설’을 낳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성장 자체가 결코 악은 아니다. 중세 페스트로 분노를 표시했다고 믿었던 그 신이 결코 악이 될 수 없듯이. 그러나 맹목적인 신앙이 결국 신의 저주를 불러일으켰듯, 맹목적인 성장에의 집착은 ‘성장의 저주’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메르스로 인해 참담한 상황에 와있는 지금처럼.

 

성장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무엇을 위한 성장인가가 중요하다. 경제성장률로만 표시되는 성장, 그 몫이 일부에게만 향유되는 성장,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뭉개고 그 위에 올라앉은 성장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성장의 모습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성장이 아니라 ‘더 많은 인간존엄’이라는 가치이다. 이 시각 정부는 “메르스 사태가 우리 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말에서 왠지 우리에게 성장의 저주가 되풀이될 것이란 불길함을 떨칠 수 없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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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 꽃동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 본 칼럼은 2015년 6월 21일 한국일보에 실린 글입니다. (클릭! 원문보러가기)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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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한국일보 공동기획 19대 대선후보 정책평가

참여연대가 한국일보와 함께 진행한 이번 공동기획은 대선 후보들이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공약만이 아니라 개혁과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직접 질문을 통해 입장을 들어보고 평가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공동기획단은 3월 하순 대선후보자들에게 일괄 질문지를 보내 순차적으로 답변을 받았으며, 답변 분석은 각 분야 전문가 집단을 통해 적절성과 일관성, 구체성 등을 따져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5명의 후보 중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답변 제출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내와 평가에서 제외했다. 

 

이번 평가에는 권력감시, 사회경제, 국방외교 분야를 모니터링하는 참여연대 11개 부서와 부설기관이 참여하였고, 학계 연구자들과 변호사, 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실행위원들의 검토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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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기관 개혁 - 4

대선 후보들 ‘대법원장 권한 축소’ 법원개혁 대체로 동의

 

‘대법원장의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하는 법원개혁에 대해 각 당 대선후보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체로 동의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자격을 다양화하자는 의견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국일보와 참여연대가 공동 진행한 정책 평가 질의에서 법원개혁을 위한 대법원장 권한 축소 여부를 묻는 질문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치지 않는 것과 조화를 이루면서 개선해야 한다”며 조건부 찬성 입장을 냈다. 안 후보는 “법원의 관료화 방지와 법관의 독립성 확보 방안으로 권한 축소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대법원장 권한은 일정 정도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헌재 재판관 지명권과 대법관 후보 추천과정에서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폐기하고, 추천위원회의 추천자에 대한 임명 제정권만 행사해야 한다”는 구체 안을 제시했다.

헌재 재판관의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기 위해 ‘법관’에게만 자격을 주는 현행 조항을 삭제하자는 의견에 대해선 안 후보 외 다른 후보들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는 “헌재에 비법관 출신을 임명하는 것은 개헌이 필요한 사항이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장과 헌재 재판관이 갖춰야 할 기준과 자질에도 후보마다 차이가 있었다. 문 후보는 “정의의 파수꾼으로서의 의지, 사회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 마인드(대법원장)와 헌법수호 의지(헌재소장)”를, 안 후보는 “도덕성과 공정성 및 균형 잡힌 시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을 꼽았다. 유 후보는 “해박한 법 지식과 청렴성, 독립성을 견지할 의지와 능력”을 중요하게 봤고, 심 후보는 “전문성과 독립성, 민주성”을 우선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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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한국일보 공동기획 19대 대선후보 정책평가 시리즈 (정치·권력기관 개혁)

1. 문재인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안철수 “정당명부제 도입을”
2. “개헌, 국민 참여로” 후보들 의견 일치
3. “검ㆍ경 수사권 분리 조정ㆍ공수처 신설”
4. 대선 후보들 ‘대법원장 권한 축소’ 법원개혁 대체로 동의
5. 문재인ㆍ안철수 “국정원 개혁해야” 한 목소리… 구체성은 부족
6. 대선 후보자들 “부패 근절 시급” 전담기구 설치엔 이견

수, 2017/04/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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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한국일보 공동기획 19대 대선후보 정책평가

 

참여연대가 한국일보와 함께 진행한 이번 공동기획은 대선 후보들이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공약만이 아니라 개혁과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직접 질문을 통해 입장을 들어보고 평가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공동기획단은 3월 하순 대선후보자들에게 일괄 질문지를 보내 순차적으로 답변을 받았으며, 답변 분석은 각 분야 전문가 집단을 통해 적절성과 일관성, 구체성 등을 따져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5명의 후보 중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답변 제출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내와 평가에서 제외했다. 


이번 평가에는 권력감시, 사회경제, 국방외교 분야를 모니터링하는 참여연대 11개 부서와 부설기관이 참여하였고, 학계 연구자들과 변호사, 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실행위원들의 검토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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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복지 공약 비교

 

대통령 누가 돼도 대학입학금은 없어질 듯


문, 2021년 수능부터 절대평가
“오히려 사교육 부추길 우려”
안, 위원회 통해 부당 입시 조사
“입학사정 기준 공개 등 유의미”
홍 빼고 “외고ㆍ자사고 폐지”
고입은 대대적 개편 예고


대선 후보들은 대학과 고교 입시 체계 개편에 대해 다양한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대체로 대학 입시의 경우 큰 틀은 유지를 하면서 미세 조정을 하는 방식을, 고교 입시와 체계의 경우 큰 폭의 변화를 추구하는 방식을 내놓고 있다. 대학 입학금의 경우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폐지 쪽으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21일 한국일보와 참여연대가 공동 진행한 정책평가 질의에 따르면, 문 후보는 대학 입시제도를 학생부교과ㆍ학생부종합ㆍ수능 3가지 전형으로 단순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정시 모집을 확대할 방침이다. 수시 모집의 일부인 논술ㆍ특기자(영어 수학 과학) 전형을 폐지해, 이 비율만큼 정시를 늘린다는 것이다. 2018학년도 대입을 기준으로 보면 수시 모집 비중이 73.7%, 정시가 26.3%인데, 논술ㆍ특기자 전형 폐지로 줄어드는 약 6~7% 정도만큼 정시를 확대할 방침이다. ‘정시 확대가 곧 수능 확대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문 후보 측은 “수능 비중을 늘릴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수시로만 뽑았던 학생부를 정시에 뽑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문 후보 측은 “고3 학생들이 1년 내내 입시에만 매달리는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학종은 수시에 두되, 학생부교과는 정시모집으로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논술ㆍ특기자 전형 폐지는 임기 초, 정시 비중 확대는 장기적으로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내신의 중요성은 커질 전망이다. 문 후보는 봉사활동, 추천서 등 비교과영역을 주로 보는 학생부종합(학종) 전형의 지속적인 확대보다는, 고교 내신 중심의 학생부교과를 대학들이 활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2021년 수능부터 전과목 절대평가 도입을 약속했다. 평가단은 “결국 대학의 학생 선발 변별기준은 학생부교과와 구술ㆍ면접만 남게 된다”며 “대학이 변별력 확보를 위해 구술ㆍ면접과정을 사실상 논술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사교육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학종 중심의 현행 기조를 유지하되, 선발의 공정성 향상에 무게를 뒀다. 대학에 입학사정 기준 공개를 의무화하고, ‘입시 공정성을 위한 학생ㆍ학부모보호위원회’(가칭)를 설치해 대학의 부당한 입시 행정 등의 피해사례를 조사해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다. 또 학생부에 대한 사교육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과활동 중심으로 적도록 기재방식을 개선하고 교사추천서를 폐지할 방침이다. 공약평가단은 “학종과 관련해 학생부 평가방식 개선과 대학 선발 공정성을 위한 입학사정 기준 공개 정책은 유의미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장기적으로는 수능의 영향력이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문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021년부터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를 약속했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한 4명의 후보 모두 수능의 자격고사화를 내걸었다. 자격고사는 일정한 점수 이상을 받은 수험생은 모두 ‘합격’하게 되는 방식으로, 후보들은 향후 10년 정도의 장기 계획으로 제시했다.

 

고교 체계와 입시는 크게 변화할 전망이다. 홍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외고ㆍ자사고의 폐지 및 축소를 제시했다. 문 후보는 현재 일반고보다 앞서는 이들 고교의 신입생 선발 시기를 단일화한 후, 임기 후반기에는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 후보는 모든 고교의 입시를 전면 폐지할 계획이다. 외고ㆍ자사고ㆍ국제고는 존치시키되 선발 방식을 추첨으로 바꿔 일반고 전환을 유도한다. 또 영재고ㆍ과학고는 스스로 학생을 뽑는 것이 아니라 개별 고교에서 선발한 학생들을 1,2년간 위탁해 교육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학년별, 반별로 이뤄지는 고교 교육에도 대학처럼 학점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홍 후보를 제외한 4명의 후보 모두 고교생들이 학년과 반에 상관없이 스스로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공부하도록 하는 고교 무학년제와 학점제 도입을 약속했다. 후보들은 임기 동안 학생들이 과목별로 전용교실을 찾아 이동하며 수업을 듣는 ‘교과교실제’ 등을 먼저 도입한 후 장기적으로 학점제까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후보들은 학생들의 등록금 등 학비 부담 완화에도 한 목소리를 냈다. 문 후보는 2020년쯤 대학의 등록금 수입 총액의 절반에 달하는 예산 지원, 안 후보는 취약계층부터 단계적인 반값등록금 추진 방침을 밝혔다. 특히 문ㆍ안 두 후보와 심 후보는 대학 입학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데 찬성 입장을 밝혔다.

 

교육·복지 분야/2017년 4월 22일(토)

[참여연대-한국일보 공동기획] 육아휴직 급여 인상·아동수당 신설 공약, 재원조달 방안은 없어

[참여연대-한국일보 공동기획] 대통령 누가 돼도 대학입학금은 없어질 듯

[참여연대-한국일보 공동기획] 문 “내신 중심 학생부교과 확대” .. 안 “현행 학생부종합 기조 유지”

 

 

화, 2017/04/2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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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복지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영국의 작가 찰스 도지슨이 1865년 발간한 책이다. 적어도 174개의 언어로 번역되었을 뿐 아니라 셀 수없이 많은 연극, 영화, 만화 등으로 재탄생하여 전 세계 어린이들과 어른들에게 친숙한 동화이다. 이 소설 12장엔 하트왕이 앨리스를 재판정에 세워놓고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재판을 진행하면서 그 경과가 여의치 않자 점점 몸이 커지고 있는 앨리스를 겨냥하여 “규칙 42. 누구든 키가 1마일이 넘는 사람은 법정을 떠나야 해!”라고 소리친다. 우스꽝스런 장면으로 우리 뇌리에 남지만, 그 책의 원제목처럼 ‘이상한 나라에서 겪는 체험’의 전형이다.

우리 주변에 그리 이상한 일이 어디 한 두가지이랴만, 오늘은 복지부를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참으로 우스꽝스런 일을 짚어볼까 한다. 

 

보수정부 8년차에 들어선 지금, 민주정부 10년간 초기 복지국가의 틀을 놓으려는 다양한 ‘대못질’은 아련한 추억으로 존재감도 사라져간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이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이며, 노동시간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이며 의료, 노후소득, 고용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널려있어도 ‘무위(無爲)’라는 노자의 철학을 고수할 뿐이다. 경제가 살아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철 지난 보수의 주술에 기대어.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하지 않는 ‘무위’의 영역을 지방정부가 해보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 시간을 24시간까지 확대하려는 지자체의 시도를 비롯하여, 장애수당의 추가 지급, 65세 어르신의 버스비 지원, 장수수당 도입, 6세 미만 아동의 의료비 지원, 공공산후조리원 설치 등등 지자체가 행하려는 그 가상한 노력을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가로막는 기막힌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쇄 때는 발동시키지 않던 협의 및 조정 권한을 지금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

 

작년 한해 심의 대상인 81개 사업 중 원안 그대로 시행이 허락된 것은 33건뿐이었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21건은 권고 또는 추가 협의 대상이 되었고, 불복하여 복지부에 사무국을 두고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 있는 사회보장위원회의 조정 대상이 되었다가 끝내 19건은 불허되었다. 기존 사업과 중복된다거나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에 어긋나서, 타당성이 떨어져서, 선심성이라서, 나아가 재정지속가능성이 없어서… 등이 불허의 이유였다.

 

제도는 있으나 그 보장 수준이 낮은 현실에서 기존 사업과 중복된다는 불허 사유는 맹랑하다. 지자체 간의 형평성이 문제가 된다면 중앙정부의 제도로 끌어올려서 전국사업화하면 된다. 타당성과 선심성 유무의 판단은 궁극적으로 주민의 몫이고 선거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 염려 붙들어 매어도 된다. 지방 재정이 염려된다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재원 조달의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만 그만두면 될 일이다.

 

지방정부의 자주 예산으로 행하는 사업에 대해 중앙정부의 허락을 구해야 하는 것 자체가 지방자치를 못 박은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지방정부의 다양한 복지서비스 제도의 도입과 실행이 선진복지국가로 가는 핵심임도 명백한 사실이다. 중앙정부가 의지 없으니 지방정부도 하지 말라는 심산인지 모르나 정말 이상한 복지부가 아닐 수 없다.

이 사단의 단초는 2012년 당시 박근혜 의원이 한국형 복지국가를 위해 야심 차게 발의하여 통과시킨 사회보장기본법의 제26조이다. 결국 2014년 활동보조인이 없는 사이 호흡기가 떨어져 끝내 유명을 달리한 근육장애인 고 오지석씨의 죽음이 그 법 조항이 만들어낸 현실이다.

 

하트왕의 난폭한 재판 과정에서 공포를 느낀 앨리스는 화들짝 잠에서 깨어 언니의 무릎 위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 법의 덫에 걸려 꼼짝없이 손발이 묶인 지자체는 어디서 희망의 빛줄기를 찾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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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 꽃동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 본 칼럼은 한국일보에 2015년 7월 12일에 기고된 글입니다. (클릭! 원문보러가기)

일, 2015/07/1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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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사회포럼

 

2018 참여사회포럼

자본주의의 다양성과 한국모델의 교훈: 회교 그리고 전망

안녕하세요?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입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와 긴 인연을 함께 해 오신

이병천 선생님(강원대 경제전공)께서 곧 정년퇴임을 하십니다.

 

줄곧 전공을 넘나들며 담론장에서의 굵직한 논쟁 한가운데 서 계셨고,

시민사회 영역에 끊임없이 실천적인 개입을 해오셨습니다. 

선생님의 퇴임을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참여사회연구소에서 올해 첫 <참여사회포럼>으로 이병천 선생님의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 제목: 자본주의의 다양성과 한국모델의 교훈: 회고 그리고 전망
  • 일시: 2018년 2월 23일(금) 오후 4시
  • 장소: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 발표: 이병천 강원대 교수, 전 참여사회연구소 소장

선생님께서 지난 30여년간 연구해오신 
정치경제학, 자본주의 모델, 체제론 등을 종합적으로 회고하시고,
자본주의의 한국 모델의 단절과 연속의 계기와 이중적 속성 등을 살펴봄으로써 대안적 경로를 모색하고자 합니다.

법고창신의 정신을 말씀하시며, 항상 앞에 놓인 것들을 넘어오셨던 이병천 선생님의 강연에 꼭 참석하셔서 자리를 빛내주시길 바랍니다.
 
퇴임을 맞이하시며 당신의 학문의 길을 돌아보셨던 지난 인터뷰와 칼럼을 링크합니다.

 

 

수, 2018/02/2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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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불의 문자들』 출간 기념 저자 조지 카펜치스와의 만남

9월 30일 일요일 저녁 7시 

★ 참가신청 : http://bit.ly/bloodandfire

< 프로그램 >

19:00~19:50 조지 카펜치스의 강연
19:50~20:00 휴식
20:00~ 자유로운 질의응답과 토론


일시 2018.09.30.(일) 저녁 7시

장소 다중지성의 정원 (문의 02-325-2102)

오시는 길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8길 9-13 (서교동 464-56) http://bit.ly/dzwvisit

 

 

▶ 갈무리 도서를 구입하시려면?
인터넷 서점>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전국대형 서점>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북스리브로
서울지역 서점> 고려대구내서점 그날이오면 풀무질 더북소사이어티 레드북스 산책자
지방 서점> [광주] 책과생활 [부산]부산도서 영광도서 책방숲 [부천] 경인문고

 

▶ 메일링 신청 >> http://bit.ly/17Vi6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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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보하면 좋을 사이트를 추천해주세요! >> https://goo.gl/Ce35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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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2018/09/1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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