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특허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지역

특허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익명 (미확인) | 목, 2015/06/25- 18:11

오픈넷이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특허법 개정안(원혜영 의원대표발의안)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 PDF로 보기: 특허법 개정안(원혜영 의원대표발의안)에 대한 의견서_오픈넷

* 관련 성명서: 특허 허브 전략 국가론은 폐기해야 -기술지식의 사회적 이용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때

 

특허법 개정안(원혜영 의원대표발의안)에 대한 의견서

 

원혜영 의원이 2015. 2. 13. 대표발의한 특허법 일부 개정법률안(의안번호: 13980, 이하 “개정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의견을 개진합니다.

 

1. 특허 허브 국가론의 문제점

1-1. 특허 허브 국가론의 내용

개정안은 특허 허브 국가론을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특허 허브 국가론은 한 마디로 말해 전 세계 특허 소송을 우리나라에 유치해 보자는 것입니다. 즉, 특허 허브 국가론의 ‘허브’는 특허 허브 또는 기술혁신의 허브가 아니라 특허 소송 또는 특허 분쟁의 허브를 말합니다. 특허 허브 국가론에 따르면 전 세계 특허 분쟁은 시장 규모가 연간 200조원에 달하고, 관련 분야 파급효과까지 고려하면 500조원에 달하는 블루오션이라고 합니다.

특허 허브 국가론이 제시하는 미래 전략의 핵심은 이를 추진하는 ‘대한민국 세계 특허 허브국가 추진위원회’의 공동대표인 원혜영 의원과 정갑윤 국회부의장의 언론 인터뷰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 “이 시장[특허 소송 시장]은 제조업처럼 설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전문 인력만 있으면 되는 블루오션이다 … 한국이 특허 허브국가로 발전하면 200조원의 10분의 1만 유치해도 20조원이다. 이보다 좋은 창조경제 아이템이 어디에 있나”(원혜영 의원, 전자신문 2015. 1. 22. 인터뷰)
  • “특허분쟁 시장의 10%만 우리가 가져와도 한해 50조원을 벌 수 있다”(정갑윤 국회부의장, 주간조선 2015. 3. 2.자 인터뷰)

특허 소송 허브 국가가 되려면 외국 기업들이 특허 소송을 국내에서 제기하도록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특허 허브 국가론은 크게 3가지를 제시합니다. 첫째, 소송에게 이긴 경우 거액의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둘째, 입증책임 등 법률상의 부담을 줄여 소송을 제기하기 편하게 하며, 셋째, 시간 낭비 없이 신속한 판결이 내려지도록 하자고 합니다.

1-2. 특허 허브 국가론은 국가의 전략이 될 수 없습니다.

특허 허브 국가론에서 내세우는 시장 규모 200조원은 근거가 없습니다. 관련 분야 파급 효과까지 고려할 때 500조원에 달한다는 것도 지나치게 부풀린 수치입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국제무역통계 2014(Interantional Trade Statistics 2014)1)만 보더라도, 전 세계 지재권 무역2)의 수출 규모 전체가 2012년에 2,950억 달러, 2013년에 3,100억 달러로 약 300조원 규모입니다. 따라서 지재권 무역에 비해 그 규모가 훨씬 적은 특허 분쟁 시장이 관련 분야까지 포함하더라도 500조원에 달한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이 수치들은 국가 정책의 기초로 삼을 수 없습니다.

설령 시장 규모가 200조원이라 하더라도 이 돈은 모두 특허권자가 침해자로부터 받아가는 손해배상액과 소송을 수행하는 변호사 보수입니다. 이 돈이 어떻게 국가가 전략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특허 소송에서는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을 상대로 승소할 가능성이 더 높고, 그 피해는 국내 기업과 최종적으로는 소비자인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므로, 특허 분쟁 시장은 우리에게 ‘블루오션’이 아니라 ‘잿빛 피바다’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처럼 특허 허브 국가론은 학문적·이론적 근거가 취약하여 미래전략이란 이름으로 부르기도 어려울 정도 입니다. 특허 소송을 국내에 유치하여 가장 이득을 보는 집단은 변호사들입니다. ‘세기의 특허 전쟁’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특허 분쟁에서 최후 승자는 변호사란 분석3)은 특허 허브 국가론이 실제로는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간파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합니다(애플과 삼성이 특허 분쟁에 지출한 소송비용이 2013년 말에만 1,000억이 넘었다고 합니다).

1-3. 기술무역수지 적자폭만 키울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기술 무역 수지 만성 적자국4)입니다. 아래 그림과 표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기술무역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WTO의 국제무역통계 2014(Interantional Trade Statistics 2014)5)에서도 우리나라의 지재권 무역(royaltie and license fee) 수지는 수출 2012년 38억 달러, 2013년 41억 달러, 수입 2012년 85억 달러, 2013년 96억 달러로, 적자 규모가 2012년에는 47억 달러, 2013년에는 55억 달러 즉, 매년 약 5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기술무역 통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술무역 적자 규모는 2010년까지 계속 증가하여 그 규모가 약 7조원까지 되었다가 2011년부터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무역 수지가 크게 호전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2013년 우리나라의 기술무역 총 규모는 188억 달러로 전년 대비 15.4% 증가하였는데, 기술수출의 증가는 기계, 섬유 분야가 주도한 반면, 기술도입의 증가는 국내 주력산업인 전기전자, 정보통신 분야에서 해외 기술 활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무역현황

[출처: 미래창조과학부 「기술무역 통계조사」(각 년도)

http://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335]

기술무역현황2

우리나라의 기술무역 적자는 대부분 미국, 일본, 독일 등과의 무역에서 발생합니다. 이들은 우리와 달리 기술무역 흑자국입니다.

기술무역수지
이처럼 국내 기업은 외국 기업으로부터 받는 특허 로열티보다 외국 기업에게 지불하는 특허 로열티가 2배 이상 많습니다. 따라서 특허 허브 국가론의 주장처럼 특허 침해 배상액을 늘리면, 기술무역 수지 적자폭만 커질 뿐입니다.

또한 원고인 특허권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피고에게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면 무분별한 특허 분쟁만 늘어나고,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서 폐해를 지적하는 ‘특허 괴물(patent troll)’에게 이제 국내를 무대로 활동하라고 멍석을 깔아주는 꼴이 될 것입니다.

1-4. 근거 없는 오해들

특허 분쟁 허브 전략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은 싱가포르를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3년에 ‘IP 허브 기본 계획(IP Hub Master Plan)’을 채택하였지만, 그 후 특허 분쟁이 싱가포르 법정에서 많이 발생하였다거나, 분쟁 증가로 싱가포르가 어떤 혜택을 보았다는 통계는 없습니다. 여전히 싱가포르는 대표적인 지재권 무역 적자국으로 남아 있습니다(2012년 수출 20억 달러, 수입 199억 달러, 2013년 수출 20억 달러, 수입 202억 달러).

또한 특허 분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고 배상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특허권자가 우리나라에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현실성이 없습니다. 특허 허브 국가 전략론은 인천공항 사례를 들고 있으나, 인천공항이 아무리 서비스를 강화해도 목적지나 경유지가 우리나라가 아닌 비행기는 인천공항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 진출하지 않은 기업이나 관련 시장 규모가 작은 경우에는 승소가능성만을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특허 소송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특허권은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국가별로 별개의 권리가 발생하고 침해 소송과 같은 권리 행사는 어차피 개별 국가에서 해야 합니다. 인터넷 도메인 이름 분쟁과 같이 판정 결과가 국경과 무관하게 모든 나라에 미친다면 모를까 개별 국가별로 권리 행사를 해야 하는 특허 분쟁을 우리나라에 유치하겠다는 발상은 상식에도 반합니다.

그리고 우리 법원이 특허 침해 사건에서 손해액을 낮게 인정한다는 것도 근거 없는 오해입니다. 설령 손해액을 낮게 인정하더라도 이는 실제 손해가 적기 때문이지 법원이 특허권을 경시하였기 때문이 아닙니다. 특허 허브 국가론이 근거로 삼는 낮은 손해액과 달리,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선고한 특허침해 사건에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22건을 분석한 결과 손해액은 평균 10억원에 달하며 인용율도 60%나 됩니다.

 

2. 기술지식의 사회적 이용을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합니다.

특허법은 특허권 보호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법이 아닙니다. 사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연구 개발의 성과, 즉 기술지식을 어떻게 하면 사회전체로 흘러넘치게 할 것인지가 특허법 또는 특허 정책의 핵심입니다.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들의 기술성과를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내버려두면 사회적으로 필요한 수준으로 기술지식이 생산되지 않는 일종의 시장실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정한 기간 동안 기술지식의 생산자에게 특허권이란 인위적 독점권을 부여합니다. 이런 점에서 특허 제도는 기술지식의 과소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시장개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특허제도에서 특허권의 보호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필요한 수준으로 기술지식이 생산되도록 하려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수단을 쓰는 궁극적인 이유는 기술지식의 사회적 활용에 있습니다. 특허권자가 기술지식의 독점이윤을 독차지하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면 국가가 개입하여 특허권을 보장해줄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특허 정책에서는 기술지식의 과소 생산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필요한 수준 이하로 기술지식이 이용되는 과소 소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는 단순한 산업정책이나 기술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제법상 의무이기도 합니다. 사회권 규약 제15조와 세계인권선언 제27조는 “과학의 진보와 응용의 혜택을 향유할 권리”를 체약국이 보장할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 천명하고 있습니다. 기술지식의 진보로부터 혜택을 볼 보편적 인권은 특허권을 강화하고 우리나라를 특허 분쟁의 전쟁터로 만든다고 보장되지 않습니다. 기술지식의 사회적 이용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특허권 보호와의 적절한 균형을 도모할 때 비로소 보장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허 허브 국가론은 이에 정면으로 역행하여 우리나라를 인권 후진국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허 제도의 기본 취지와 인권법적 함의에 비추어보면, 특허 허브 국가론은 특허권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켜 특허권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제도 변경만 모색할 뿐 기술지식의 사회적 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려도 하지 않은, 정책으로서는 매우 위험한 것입니다.

 

3. 조문별 의견

3-1. 통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보상금

개정안은 특허출원이 공개된 경우 특허권자가 침해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상금(안 제65조)과 특허권자가 침해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금 추정 규정(안 제128조 제4항)을 개정하여, “특허발명의 실시에 대하여 통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에서 “통상적으로”란 용어를 삭제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특허권자가 받을 수 있는 배상액을 높이겠다는 취지인데, 이렇게 되면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국내 기업들이 외국 기업에게 지불해야 할 특허 로열티만 늘어나 기술무역 적자폭 확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3-2. 고의·중과실 유무의 고려

개정안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침해자에게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그 사실을 고려하도록 한 규정을 삭제하려고 합니다(안 제128조 제5항). 이는 특허권의 성질을 고려할 때 매우 위험한 제안입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특허권 침해는 타인의 특허 기술을 모방했을 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타인의 특허 기술을 모방하지 않고 스스로 개발한 기술이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특허 기술과 동일하거나 균등(equivalent)한 경우에는 특허권 침해가 됩니다. 저작권 침해의 경우에는 타인의 저작물을 모방해야 저작권 침해가 되는 것과 다른 점입니다. 이런 이유로 특허권은 절대적 독점권이라 부르며, 완전한 승자독식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특허 분쟁이 모방자가 아닌 독자 개발자를 상대로 제기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특허 소송 사례를 보면 특허 기술을 모방하지 않았는데도 특허 소송에 휘말린 경우가 90%를 넘습니다.6) 따라서 특허 기술을 모방하지 않은 선의의 경쟁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개정안은 선의의 경쟁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마저 없애려고 합니다. 개정안과 같이 특허법이 바뀌면, 독자적으로 개발한 선의의 경쟁자가 특허 소송에 엮여 모방자와 똑같은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는데, 이는 정의의 관념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선의의 경쟁자의 기술을 사장시켜 사회적으로도 손실이며, 특허권자에게 지나친 독점 이윤을 몰아주는 부당한 결과가 됩니다.

3-3. 징벌적 배상액

특허권 침해자에게 징벌적 배상액을 인정하는 국가는 미국이 유일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특허권 침해자를 형사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징벌적 손해액이 어느 정도 근거가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 특허법은 특허권 침해자를 징역 7년 이하에 처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형벌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특허법 제225조). 그리고 양벌규정까지 두어 법인의 대표자에게 3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제230조). 또한 특허권을 침해한 물건뿐만 아니라 침해에 사용된 물건까지 몰수하여 폐기할 수 있습니다(제231조).

따라서 개정안과 같이 미국식 징벌적 배상액 제도를 그대로 모방하자는 제안은 기초적인 비교법적 검토만 해보더라도 타당하지 않습니다.

징벌적 배상액은 미국이 대부분의 FTA 협상에서 제안하였다가 최종적으로는 철회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징벌적 배상액 요구에 대해, 실손해배상을 원칙으로 하는 우리 민법과 맞지 않는다는 등이 이유로 반대하였고, 최종 협정문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징벌적 배상 제도는 사회적 법익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특허권 침해로 인한 피해는 특허권자 개인의 피해에 불과합니다. 이런 이유로 특허권 침해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가 제기되는 친고죄입니다. 상표권 침해와 저작권 침해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고소 없어도 형사 절차가 진행되는 비친고죄인 것과 다른 점입니다. 따라서 특허권 침해에 대해 징벌적 배상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은 특허권의 성격에도 맞지 않고, 특허권자가 실제 손해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배상받도록 함으로써 특허권자에게 부당이득을 안겨주자는 부당한 제안입니다.

3-4. 실시행위 제시의무

개정안은 특허침해 소송에서 피고가 자신이 실시하고 있는 구체적인 행위를 제시하도록 의무화하려고 합니다(안 제126조의2). 이는 입증책임을 부당하게 피고에게 전가하는 것이고, 특허권자가 소송을 편하게 제기할 수 있도록 하여 무분별한 특허 소송을 부추길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개정안대로 특허법이 개정되면 특허권자는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만으로 경쟁사가 어떤 기술을 실시하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는 지위를 얻게 됩니다. 따라서 외국 기업들이 국내 경쟁사의 기술을 알아내기 위하여 이 제도를 활용할 것이고, 기술유출을 특허법이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3-5. 자료 제출 의무

개정안은 특허 침해 소송에서 피고로 하여금 침해의 입증에 필요한 자료와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의무화하려고 합니다(안 제132조 제1항). 그리고 피고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요증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도록 합니다(안 제132조 제4항).

이는 입증책임을 피고에게 부당하게 전가하여 절차적 공정성을 훼손하는 대단히 잘못된 제안입니다.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는 피고의 불법행위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는 점과 그 손해가 얼마나 되는지를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입증책임의 배분은 합리적 개인이라는 근대적 사상에 기초를 둔 것입니다. 소송에서 피고 역시 합리적 개인으로 취급받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원고 측에서 주장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져야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손해와 불법행위간의 인과관계 및 손해액을 피해자가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허권 침해에 대해서만 유달리 피고를 합리적 개인으로 평가하고 원고가 부담할 입증책임을 뒤집어쓸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더구나 특허권 침해로 인한 피해는 오로지 특허권자 개인의 피해에 불과한데 다른 사인간의 분쟁과는 달리 특허권자에게만 특혜를 부여하려는 개정안은 형평성에도 반합니다.

더구나 “침해의 입증에 필요한 자료”는 특허 침해 소송에서 원고가 입증해야 할 가장 기초적인 사실인데, 이를 원고가 아닌 피고가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제출하지 않은 경우 특허권자의 주장을 사실이라고 인정하자는 제안은 실체적 진실을 가리기 위한 재판 절차의 기본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4. 결론

특허 허브 국가론은 우리 사회 전체의 이익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일부 소수 집단의 배불리기 전략에 불과합니다. 국내에서 특허 분쟁이 늘어나고 소송 규모가 커지면 이익을 보는 집단의 편향적인 주장에 헌법 기관인 국회가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개정안과 같이 특허권자에게 온갖 특혜를 인정하면 우리나라가 특허 분쟁의 전쟁터가 되어 국내 기업의 피해만 늘어날 것이고, 기술지식의 사회적 이용이 저해되어 특허 정책의 실패를 불러올 것입니다. 따라서 개정안을 폐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5년 6월 25일

 

사단법인 오픈넷

정보공유연대 IPLeft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

1) https://www.wto.org/english/res_e/statis_e/its2014_e/its14_toc_e.htm

2) WTO는 이를 “royalties and license fee”란 항목으로 집계하는데, 여기에는 특허 뿐만 아니라 저작물, 상표, 디자인, 프랜차이즈와 같은 무형자산에 대한 로열티 등이 포함됩니다(royalties and licence fees, covering payments and receipts for the use of intangible non-financial assets and proprietary rights, such as patents, copyrights, trademarks, industrial processes, and franchises)

3) 전자신문 2013. 12. 10.자 기사 http://www.etnews.com/201312100395

4) 기술무역이란 국가간 기술거래를 측정하는 지표로서, OECD TBP(Technology Balance of Payment) 지침서에서는 기술무역을 기술 및 기술서비스와 직접적으로 관된 국제적·상업적 거래로 정의하며, 기술은 매매 및 라이센싱, 기술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거래되며, 국가간 거래에서 기술도입과 기술수출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기술무역통계는 해당국의 기술 및 산업구조 변화를 측정하는 지표로도 활용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무역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2001년도 실적분부터 OECD TBP 지침서에 따른 기술무역통계를 매년 작성하여 발표하고 있다고 합니다. http://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335 참조.

5) https://www.wto.org/english/res_e/statis_e/its2014_e/its14_toc_e.htm

6) Christopher A. Cotropia & Mark A. Lemley, ‘Copying in Patent Law’ (2008) <www.law.berkeley.edu/files/Lemley_Copying-in-Patent-Law1.pdf>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민주당이 이른바 ‘언론개혁법’, ‘언론민생법’이라는 부르는 6개 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예고했다. 해당 법안은 인터넷에서 허위사실유포나 기타 불법정보로 명예훼손 등의 손해를 입힌 경우 피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윤영찬 의원안), 인터넷 기사로 피해를 본 경우 기사의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신현영 의원안), 악성 댓글 피해자가 신고하면 게시판 운영제한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양기대 의원안) 등이다. 

위 법안들은 모두 ‘가짜뉴스’, ‘악플’ 등으로 인한 피해를 억제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손해액을 넘는 배상액을 부담시키도록 함으로써 징벌하거나, 사법기관의 판단 전에 기사 자체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악플 피해자의 신고만으로 게시판 전체를 폐쇄시킨다는 과도한 규제를 예정하고 있다. 

한 명제 내에서 ‘사실의 적시’와 ‘의견’, ‘평가’, ‘추론’ 등을 명백히 구별하는 것은 어렵고, ‘진실’과 ‘허위’ 역시 시간에 따라 그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당시까지 진실임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허위로 분류되거나, 법원의 판결 역시 유죄의 증명이 없어 무죄 결론이 나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표현의 ‘허위성’만을 이유로 표현자를 엄하게 징벌하거나 사법기관의 판단 전에 정보 자체를 차단하여 공적 사안을 둘러싼 의혹의 역사가 함부로 차단되어선 안 된다.

민주당은 ‘언론민생법안’이라고 하지만, 이 법안들이 보호하는 것은 결국 ‘언론 기사’의 주요 대상이 되는 정치적·사회적 권력자인 ‘공인’이나 ‘기업’들의 법익이 될 것이다. 일방이 한 명제를 ‘허위사실’, ‘가짜뉴스’로 주장하는 것은 매우 쉽기 때문에, 공인이나 기업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에 대해 고액의 배상금을 청구하여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고자 하는 전략적 봉쇄소송을 남발할 수 있고,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액을 부담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기자들로서는 명백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게 될 것이고, 공인이나 기업에 대한 자유롭고 신속한 의혹 제기의 환경은 크게 위축될 것이 자명하다.

나아가 기사열람차단권을 규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허위사실 유포의 경우뿐만 아니라, ‘사생활의 핵심영역을 침해하거나’, ‘그 밖에 인격권을 계속적으로 침해하는 경우’에도 기사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렇듯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으로 기사에 대한 열람차단청구를 허용하고 언론중재위원회의 기사의 열람차단 결정이 내려질 수 있게 되면, 공인이나 기업들이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나 비판적 내용의 보도에 대하여 열람차단청구를 남발하여 언론중재법상 절차에 대응할 의무가 있는 언론사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보도활동을 심대하게 저해·위축시키는 수단으로 남용될 위험이 높다.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발생시킨 댓글이 게재될 경우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게시판 운영 제한조치’를 하도록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역시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라는 개인의 내심의 의사에 의존한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을 기준으로 하여 문제 댓글뿐만 아니라 전체 게시판의 운영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성이 심대한 법안이다.

이렇듯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높은 법안들을 여당은 ‘언론개혁’을 위한 필수 법안이라며 중점 처리를 예고했다. 징벌적 손배제를 규정한 윤영찬 의원안에 대해서는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한 1인 미디어만이 대상이며 ‘언론사’는 제외된다는 등 여당 내에서도 해석이 어긋났었는데, 이렇듯 적용 대상조차 합의되지 못했던 상황은 곧 여당이 심도있는 논의 없이 여론을 최대한 강력하게 규제할 수 있는 방향의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언론사의 영향력과 신뢰도를 고려하여 무책임한 보도에 대해 경제적 타격을 주겠다던 ‘징벌적 손해배상’이 일반 국민의 표현물에까지 적용되고, 일부 댓글에 악플이 있다는 이유로 다른 다수의 선한 일반 이용자가 게시판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당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목적이 과연 진정 ‘언론개혁’, ‘민생’을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명박의 BBK 실소유주설을 주장한 정봉주 전 의원, 최태민-최순실 부녀와 박근혜의 유착관계에 의혹을 제기했던 김해호 목사 모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위반 판결을 받고 처벌받았다. 당시 이 법안들이 시행되었다면 이들은 이명박, 박근혜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액도 지급하여 경제적 빈곤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고, 관련 기사와 게시물들도 모두 차단되어 이 사건들에 대한 검증, 단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제도는 최악의 지도자가 등장하여 남용하는 경우를 상정하여 설계되고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법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권력자가 비판적 목소리를 억압하기 위한 도구로 남용하기 쉽기 때문에 특히 그 도입을 경계해야 한다. 언론의 정치 권력에 대한 의혹 제기 활동이 성공하여 탄생하게 된 현 정부와 여당이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억압하는 법안 및 정책 추진을 중단할 것을 다시금 촉구한다. 

2021년 2월 9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010-5109-6846, [email protected]

[관련 글] 
[보도자료]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한 민법 개정안(이원욱, 2106359)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2020.12.24.)
[논평] 언론 타깃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철회되어야 하며 일반적 징벌적 손배의 대언론 적용도 신중해야 한다 (2020.11.19.)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 적용, 신중해야 하는 이유 (한국기자협회보 [‘언론보도 징벌적 손배제를 말한다’ 전문가 릴레이 기고], 2020.11.04.)
[보도자료]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언론중재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2020.08.24.)
수, 2021/02/10- 00:37
0
0

사단법인 오픈넷은 미얀마 군부가 지난 2월1일 쿠데타 및 계엄과 동시에 페이스북을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를 차단하고 인터넷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제한하기 위한 사이버안전법안을 사전예고한 것에 대해 반대성명을 2월12일 해외단체들과 함께 발표하였다. 사이버안전법안은 특히 우리나라에서 위헌판정을 각각 받은 바 있는 인터넷실명제(2012)과 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사실유포죄(2010)를 답습하고 있으며(제30조, 제64조),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비견할만한 행정부처에 의한 정보차단체제를 도입하면서 “혐오를 초래하거나 통합, 안정 및 평화를 교란하는 모든 정보”에 대한 차단 및 삭제(제29조)를 허용하고 있다.

아래는 영문논평 http://opennetkorea.org/en/wp/3194

논평에 대한 외신기사 https://abcnews.go.com/Business/wireStory/myanmar-draft-cybersecurity-la...

수, 2021/02/17- 23:54
0
0

북한 주민이 접속가능한 웹페이지 만들어도 처벌되나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0년 12월 29일 개정되어 올해 3월 30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4조가 아무런 지역적·내용적 제한없이 “전단 등 살포”를 통해 “국민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면 3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원리에 심각한 균열을 가하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함을 밝힌다.

소위 “대북전단금지법”의 핵심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4조(남북합의서 위반행위의 금지) ①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켜서는 아니 된다. 
1.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 
2.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시각매개물(게시물) 게시 
3. 전단등 살포
제4조(정의) 
5. “전단등”이라 함은 전단, 물품(광고선전물ㆍ인쇄물ㆍ보조기억장치 등을 포함한다), 금전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말한다. 
6. “살포”라 함은 . . .북한의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부하거나 북한으로 이동(단순히 제3국을 거치는 전단등의 이동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현재 준전시 상황인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북한정권의 지도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전단을 살포하는 행위가 초래하는 군사적 긴장 그리고 이에 따른 북한정권의 실제 군사적 공격 때문에 만들어진 법이다. 물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군사적 의미의 적을 자극하는 전단 등의 살포를 막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2008년부터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이런 이유로 접경지에서 특정내용의 전단살포를 막아왔고 2016년 대법원도 접경지역 주민들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북전단금지법은 그와 같은 필요성을 초과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명백한 과잉입법이다. 법조문은 “전단 등 살포”를 그 내용이나 살포행위의 위치에 관계없이 금지하고 있다. 이를테면 남한의 문화예술을 담은 USB를 중국사람에게 부탁해 “북한으로 이동”시키는 것도 처벌대상이 된다. 물품이 아닌 ‘금전 또는 재산상 이익’도 처벌대상이니 재산상 가치를 가진 컴퓨터 파일이 인터넷으로 전달되는 것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띄운 웹사이트에 북한 주민이 접속해도 남한의 서버에서 html파일이 북한 주민의 클라이언트로 전달되니 웹사이트 운영자 역시 풍선을 띄운 사람처럼 처벌될 수 있는 것이다. (인도적인 지원인 식료품, 의료품이나 이메일 보내기도 처벌대상이 되겠지만 이와 같은 실물교역이나 통신 및 접촉은 남북교류협력법이 어차피 통제하고 있으니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제24조 제1항 전체에 대해서 “도발행위” 등 내용적 제한이 필요하며, 제24조 제1항 제3호 ‘전단등 살포’에서는 “군사분계선 일대”와 같은 장소적 제한이 필요하다. 물론 아군이든 적군이든 지도자를 자극하거나 도발했다고 해서 우리 국민의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또다른 위헌적인 법이 될 것이다. 독일 형법도 이런 이유로 국가원수모독죄를 2018년에 폐지하였다. 그러나 군사분계선 일대와 같이 소규모 분쟁이 용이하게 발생할 수 있는 준전시 상황인 곳에서 상대방의 군사행동을 도발하는 언사를 금지하는 것은 일견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법은 처벌대상행위가 무엇인지에 관계없이 ‘(1) 접경지 확성기, 접경지 게시물 또는 전단을 통해 (2)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다는 (1) 방법과 (2) 결과만 존재하면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형법 제107조-제109조의 외국원수모독죄(스웨덴, 스위스 등에 남아있는 국왕모독죄)같은 제한요건도 없어 북한인권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조차도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다면 처벌대상이 된다. 특히 위에서 말했든 “전단(재산상 이익 포함)”에 대해서는 접경지와도 무관한 모든 정보의 대북흐름을 형사처벌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여겨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문들(예를 들어 모욕죄 합헌, 진실적시명예훼손죄 합헌)에서 도출되는 우리나라의 표현의 자유 보호 정도가 높지는 않지만 이렇게 명백히 과도하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은 그 기준에서 비추어도 위헌성이 매우 높다.

국가보안법 제7조의 찬양·고무 조항도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제한이 있음에도 UN인권위원회로부터 수차례 폐지권고를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에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다는 문구를 내세워 북한을 비판하는 언사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언사의 대북전달이 형사처벌되는 것은 국가보안법 제7조와 다를 바가 없다.

이미 외국의 많은 정부들이 위 법의 표현의 자유 침해를 지적하였지만 “자국민 생명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은 자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제한하라는 요구를 무시하는 동문서답이 아닐 수 없다. 통일이나 평화는 정권의 붕괴를 반드시 필요로 하지 않으나, 자유로운 정보의 교류는 허용되어 한반도의 모든 사람들이 진실된 정보에 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2021년 2월 23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화, 2021/02/23- 22:09
0
0

외국은 ‘망이용료’ 명시적으로 금지

특수서비스는 일반인터넷 품질 저하시키지 않도록

제로레이팅도 무료개방형만 허락

지난 1월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표한 새로운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이 시행되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이 미국과 유럽의 망 중립성 법제에 비하여 열악하여 인터넷 생태계를 보호하기에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차제에 강화된 내용으로 망 중립성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한다.

첫째,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은 미국과 유럽이 망 중립성을 각각 연방통신위원회(FCC) 명령과 EU 법규(regulation)로서 법적 구속력을 가진 것에 비해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둘째, 최근 국내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망이용료’ 즉 망사업자가 자신의 망에 데이터를 많이 보내는 콘텐츠제공자에게 데이터를 망사업자의 고객에 전송해주는 대가를 내도록 하자는 기획을 미국의 FCC 명령과 유럽규제기구(BEREC)의 의견서가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은 침묵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시행된 ‘발신자종량제’ 상호접속기준 하에서는 발신자종량제 정산의 부담이 콘텐츠제공자에게 전가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의 침묵은 더욱 위험하다고 보인다.

위 이미지는 FCC 2015년 Open Internet Order의 113문이며 120문에서는 no-throttling rule 역시 망사업자가 지연(throttling)을 하지 않고 데이터를 자신의 고객에게 전달하는 대가를 콘텐츠제공자에게 부과할 수 없다는 명령을 해석된다고 밝히고 있다. FCC 2015년 Open Internet Order는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FCC가 망 중립성 폐지를 천명하며 취소되었지만 그 내용을 보전하기 위해 5개주가 주법을 제정하였는데 가장 대표적인 캘리포니아 망 중립성법 제3101조(a)(3)(A)에 ‘망이용료 금지’ 규범이 명문화가 되었다.

셋째,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은 “합리적 네트워크 관리”가 언제 허용되는가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으나 EU 법규인 EU 2015년 Open Internet Order는 제3조 제3항에서 (1) 법적 의무를 이행할 때 (2) 네트워크 보안을 위해 (3) 긴급 및 임시적 혼잡예방조치로서만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KT의 P2P서버 차단, SK 및 KT의 카카오 보이스톡 차단이 각각 망사업자의 계열사업(IPTV, 음성전화)의 매출을 보호하기 위해 이루어졌을 때 ‘합리적인 네트워크 관리’로 정당화되었던 점을 고려하면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이 유럽처럼 상세하게 규정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넷째, 특수서비스를 허용하는 조건으로 일반인터넷의 품질이 ‘적정수준’이 유지되기만 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EU 2015년 Open Internet Order는 제3조 제5항에서 일반인터넷의 ‘일반적 품질(general quality)’과 ‘접근용이성(availability)’을 저하(detriment)시켜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물론 우리 가이드라인도 ‘적정수준’의 측정에 있어 당대의 기술수준을 고려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EU는 어떤 기술수준에서든 특수서비스가 일반인터넷의 품질을 저하시켜서는 안 된다는 더욱 엄격한 내용을 두고 있다. BEREC은 2015년 Open Internet Regulation의 시행령격인 2016년 Implementation Guideline에서 이 규범에 저촉되지 않는 예로써 현재 기 허용되고 있는 특수서비스 즉 VoIP, IPTV등 모두 망사업자가 “자신의 망 내에서의” 대역폭을 애플리케이션 사이에서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해 자신의 고객들의 동의를 얻어 제공하는 사례를 들고 있는 점(122문)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특수서비스 규범은 엄격히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제로레이팅에 대해서 BEREC은 2015년 Open Internet Regulation의 시행령격인 2020년 Implementation Guideline에서 개방형 제로레이팅에 대한 세이프하버를 콘텐츠제공자의 참여절차의 투명성, 참여조건의 비차별성, 참여조건의 공정합리성(예: 무료)을 요건으로 설정하고(42문) 폐쇄형 또는 유료 제로레이팅에 대해서 경계를 표한 것에 비해 우리 가이드라인은 침묵하고 있다. 2017년 오바마 정부 FCC 역시 AT&T와 T-mobile의 제로레이팅을 비교하며 유료폐쇄형으로 진행되던 전자에 대해서는 망 중립성 위반을 선언하고, 무료개방형으로 진행되던 후자에 대해서는 위반없음을 선언하여 제로레이팅에 대한 규범을 명백히 하였다. 우리나라는 이미 SKT가 자사콘텐츠인 11번가를 제로레이팅하여 논란이 되었는데 타사에는 비용을 요구하여 결렬된 것을 고려하면 EU나 미국에서는 애초에 금지되었어야 할 사례인데 망 중립성 규제는 이런 사안도 명시적으로 다뤄줬어야 한다.

망 중립성에 대한 각종 논란들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법적 구속력있는 망 중립성 규제가 필요하다.

2021년 2월 26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세미나] 오픈넷·윤영찬 의원실, “망 중립성과 새로운 인터넷 10년” 국회 토론회 개최 (2021.01.27.)
[논평]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동통신 3사의 자사 및 계열사 콘텐츠 제로레이팅과 유선인터넷사업자 3개 기업그룹의 과도한 전용회선료 부과와 상호접속료 부과를 적극적으로 조사하라. (2019.12.10.)
[논평] 방통위의 ‘망이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반대한다 (2019.12.09.)
[논평] 방통위는 SKB의 넷플릭스 재정신청 거부해야 – SKB, 소비자 편익과 국제접속료 부담 모두 개선해주는 해법 거부해 (2019.11.27.)
[세미나] 자유롭고 공정한 인터넷 생태계 조성을 위한 ‘상호접속고시’ 개정방안 특별세미나 개최 (2019.11.07.)
[논평] 페이스북-방통위 소송 결과를 환영한다 - 실질적 표현의 자유 침해하는 발신자 종량제 폐지하라, “망이용료 가이드라인”도 폐기해야 (2019.08.23.)
[논평] 망중립성 위협하는 발신자 종량제 원칙 폐지하라! 페이스북-SKB 합의는 ‘유료캐시서버’ 강매, 2016년 상호접속고시의 폐해를 망이용자에게 전가시킨 선례 (2019.02.27.)
[세미나] “EU 망중립성 전문가 초청 국제 세미나: 5G 시대에 대비한 유럽의 망중립성 규제” 개최 (2019.02.13.)
[논평] 과학기술정보통신부 5G통신정책협의회에 바란다 (2019.02.28.)
‘망이용대가’는 없다 (한겨레 2018.11.19.)
이미 폐지된 한국의 망중립성 – 망사업자만을 위한 상호접속고시 (슬로우뉴스 2018.05.03.)
[논평] 제로레이팅으로 통신비 인하를 기대한다는 방통위가 우려된다 – 이동통신사의 입김에 휘둘리지 말고 제로레이팅으로 인한 시장경쟁 악화 여부 파악해야 (2017.08.22.)
[논평] ‘통큰’ 미래부, 제로레이팅 일괄 면죄부로 인터넷의 미래를 망치지 말기를 (2016.06.09.)
[논평] 갈 곳 잃은 망중립성 원칙, 법원마저 판단 회피 – KT의 위법한 P2P 차단 행위, 이제 미래부와 방통위가 나서야 (2016.01.14.)
[논평] KT는 이용자 트래픽을 몰래 차단하는 행위를 중단하라!! – 망중립성 원칙에 어긋나는 위법한 트래픽 관리 (2015.11.11.)
[논평] mVoIP 전면 허용이라고? 미래부는 소비자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바란다 (2014.07.09)
금, 2021/02/26- 20:04
0
0

지난 4월 8일 경찰은 대통령의 백신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게시한 누리꾼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캡 열린 주사기로 주사약 뽑고 칸막이 뒤로 가더니 캡이 닫혀 있는 주사기가 나오노”라는 내용 등으로 ‘대통령 부부가 백신 접종 시 주사기를 바꿔치기했다’는 취지로 올라온 게시글들에 대해 질병관리청이 허위사실 유포로 공무집행을 방해하였다며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 역시 종로구 보건소에 백신과 관련한 항의전화와 백신 접종 취소 사례가 잇따르는 등 보건소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아 입건했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이 공무와 관련하여 의혹을 제기하는 표현행위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함부로 적용하여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국가가 형벌권을 이용하여 정부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려는 반민주적 행태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경찰이 백신 관련 의혹제기글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등을 이유로 하여 진행중인 수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위계’란 그 상대방에게 오인이나 착각 등을 일으켜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 등 상대방이 직접 이러한 오인이나 착각을 일으켜 이에 따라 잘못된 행위나 처분을 하여야 성립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무를 집행하는 보건소 직원 등에 대한 위계가 없고, 이들의 오인이나 착각 및 이에 따른 잘못된 처분의 결과도 없는 이 사건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한 법적용이자 수사권의 남용이다.  더군다나 백신의 효과 자체에 대한 허위사실이 아닌 백신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한 표현만으로 국민의 백신 거부나 방역공무의 현저한 방해로 이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것이 무리한 법적용일 가능성을 경찰 측도 의식한 것인지, 의료진 등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있는지도 검토하겠다고 하였는데, 이 역시 투망식으로 혐의를 상정하고 일단 수사를 진행시켜 관련 행위를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의심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경찰은 ‘올린 글의 표현 내용이 단정적이고 악의적인 부분이 있는 데다, 명확한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없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하면서, 관련 보도를 한 방송사 2곳 영상물 등을 분석한 결과 당시 의료진 판단에 따라 오염 가능성에 대비해 ‘주사기 리캡(뚜껑 다시 씌우기)’을 한 것으로 확인했고, 또 방송 영상에서 당시 실제 백신 주사량, 간호사가 냉장고에서 백신을 꺼낼 때 빨간색 계열 보호 캡이 있었던 점 등을 들어 화이자 등 다른 백신과 바꿔치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반 국민에게 이렇듯 경찰 수준의 면밀한 사실관계 확인 의무를 요구할 수는 없으며, 일반인으로서는 주사기 리캡 이미지만으로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의혹이라 할 수 있는데, 국가가 이렇듯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에게 사실확인이 없이 단정했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악의’를 덮어씌워 형사처벌의 위협을 주어서는 안 된다. 방역당국은 위와 같이 확인된 구체적인 정황을 국민에게 차분히 공표함으로써 불필요한 의혹을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성숙한 민주정부의 모습이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모든 공무에 대한 의혹제기를 공무의 원활한 집행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공무집행방해죄, 업무방해죄 등의 혐의를 씌우거나, 정부 인사의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고발, 수사한다면 국민이 정부의 공무 집행이나 국정 운영을 감시하고 비판할 표현의 자유는 크게 위축되고 억압될 것이다. 세월호 침몰과 관련하여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시 업무수행을 제대로 하지 않고 시술을 받고 있었다는 의혹 제기, 해경이 구조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 당시 국정원이 세월호의 관리책임이 있어 이를 축소·은폐하려 하였다는 주장, 유병언 회장의 시신 사진을 기초로 각종 의혹을 제기했던 글들, 천안함 피로파괴설이나 사드(THAAD)의 유해성을 과장했던 글들 모두 시각에 따라서는 정부의 공무나 공익을 해하는 ‘가짜뉴스’로 단죄될 수도 있는 표현물들이지만, 이러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환경 속에서 진실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시스템을 보강, 발전시키는 기회가 마련되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방역 정책의 원활한 진행을 저해할 수 있는 허위정보나 국민의 반응에 대응할 필요성은 있다. 그러나 이는 질병관리청 등 방역당국이 정부가 가진 막강한 미디어 자원을 활용하여 진실한 정보를 국민에게 더욱 널리 유통시켜 허위정보를 바로잡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방역당국과 경찰이 국민의 방역, 백신에 대한 의혹 제기에 대하여 형사처벌의 위협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방식의 대응을 중단하길 바란다. 

2021년 4월 22일

사단법인 오픈넷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금, 2021/04/23- 00:10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