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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비평]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해도 손배 책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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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비평]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해도 손배 책임 없다?

익명 (미확인) | 목, 2015/05/21- 16:20

 

지난 2010년 3월, 한 포털사이트의 가입 회원 몇몇이 자신들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전달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그 내역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포털사측에선 “수사상 기밀이 포함되어 있어 통신비밀보호법상 비밀준수의무 등에 따라 제공할 수 없다”며 거부했습니다.
이에 회원들은 개인정보 제공현황 공개소송과 함께,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알 수 없는데서 오는 불안감, 두려움, 박탈감 등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그 최종 결과가 지난 2월에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유출 현황을 이용자들에게 통보할 법적 의무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정신적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 보겠습니다.

 

* 참고로, 2012년 10월부터 포털사들은 참여연대가 제기한 다른 소송의 고등법원 판결에 따라, 통신자료 무단 제공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관련 기사 보기 


 

 

 

[광장에 나온 판결] 포털사의 네티즌 신상정보 수사기관 제공 미통지 손배불인정 판결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해도 손해배상 책임 없다?

 

 

대법원 제1부 2015. 2.12.선고 2011다76617 공개청구의 소
대법관 이인복(재판장) 김용덕 고영한(주심) 김소영


 

필자 이희창 변호사

이희창 변호사

 

 

 

최근 포털사와 이동통신사 등에 제공된 통신자료(이름, 주민번호, 주소 등)가 수사기관에 제공되는 일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누구든 사생활 및 사적 정보가 자신도 모르게 수사기관의 감시를 받을 수 있다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으리라고 쉽게 예상이 된다. 그렇다면 적어도 자신의 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되었는지 확인할 길이 열려야 하며, 이를 알려주지 않을 경우 받게 되는 적지 않은 정신적 손해에 배상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올해 초 대법원은 포털사에 회원들이 자신의 통신자료(신원정보)가 수사기관에게 제공되었는지를 문의하였음에도 포털사가 답변을 회피한 때, 포털사의 통지의무 위반은 인정하면서도 정신적 손해배상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판결을 하였다. 이러한 절충적인 판결이 나온 이유는 무엇이며 그 논리에는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려 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제30조 제2항 제2호 및 제4항에 의하면,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하여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을 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서비스 제공자는 이러한 요구받았을 때 지체 없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통신비밀보호법과 전기통신사업법 상 비밀준수의무에 차이가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서는 통신기관이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한 데 대해 외부에 누설하지 못하도록 비밀준수규정이 있는 반면,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자료(신원정보) 제공에 대해서는 비밀준수규정이 없다. 즉, 이용자가 자신의 ‘신원정보’를 포털사가 수사기관에 제공하였는지 확인 요청을 할 경우, 포털사는 이를 알려줄 법률상 의무가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도 포털사가 법률상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점을 들어 신원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였는지 알려주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보주체에게 수인한도를 넘는 구체적 손해가 일어나지는 않았다고 소극적인 판단을 하였다. 신원정보가 제3자에게 제공되었는지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이나 불쾌감”이 생겼더라도 이는 위자료까지 인정할 만한 구체적 손해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여기서 문제되는 점은 대법원 판결에서 설명한 “막연한 불안감이나 불쾌감”이야말로 앞서 보았던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 제2호 및 제4항에서 방지하고자 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사실이다.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에 의하여 도출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의 공개와 이용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말한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헌법상 기본권이면서도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구체화되어 신원정보가 유출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상 권리이기도 하다. 정보통신망법상 이러한 신원정보 제공사실 확인에 대한 권리와 의무는 2004년 1월 29일 법률 제7139호에 처음 신설되었다. 공고된 제·개정이유를 살피면, 무단으로 수집되거나 유출 또는 남용될 위험이 있는 회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하여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의무를 강화하기 위한 것임이 드러난다. 즉, 정보통신망법에는 위 대법원 판결에서 “막연한 불안감 또는 불쾌감”이라고 표현한 정신적 손해도 구체적인 권리침해로 보아 이로부터 정보주체를 보호하여야 한다는 입법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입법자의 의지는 같은 법 제76조 제1항 제5호에서 정보제공사실 공개의무 위반 시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인한도를 넘는 구체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위자료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법원 판결에서 원용하는 원심 고등법원판결을 살펴보면, 정보를 제공하는 상대방이 수사기관이나 법원이라면 신원정보가 악용될 가능성이 적다는 점, 신원정보공개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는 포털사를 회원이 탈퇴할 수 있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들어 손해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포털사를 통해 자신의 개인정보를 가져갔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제3자인 일반인이 가져갔는지에 대한 불안감보다 작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제3자 일반인이 아닌 국가권력에 의해 자신의 신원정보가 유출되었다면 수사나 재판을 받는 등 더욱 직접적이고 큰 영향이 신변에 미칠 가능성이 생기므로 정보제공사실을 포털사가 알려주지 않을 때 입는 정신적 손해가 더 크다. 자신의 신변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받는 정신적 손해가 포털사를 탈퇴한다고 해결되진 않으리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 문제된 포털사들은 정보를 제공받았는지 수사기관에 문의할 것이지, 자신들이 확인해주지 못한다고 답변하였다. 이 상황에서 회원들은 어떠한 수사기관에 문의하여야 하는지도 알 수가 없는데 이 때 겪게 되는 정신적 손해는 대법원처럼 “막연한 불안감이나 불쾌감”이라고 판단해선 안 된다. 오히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자 수사 방어권행사 및 그 준비를 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침해로까지 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 피해는 정신적 손해배상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본다.

 

대법원에서는 명백히 다루지 않고 있지만 원심 고등법원 판결에서는 포털사가 신원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였는지 확인해주도록 하면, 그동안 입었던 정신적 손해도 치유된다는 설명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는 신체, 자유, 명예 등 재산 이외의 인격권 자체가 침해된 경우와는 달리 애당초 정신적 고통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고, 정신적 고통이 존재하더라도 침해되었던 재산의 가치 및 채권이 전보되면서 정신적 고통도 대부분 치유될 수 있는 특수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되는 법리이다(대법원 1993. 12. 24. 선고 93다45213 판결 등 참조). 재산의 가치 및 채권 침해가 아니라 정보통신망법상 의무 위반이 문제가 된 이 사건에서는 위 법리가 적용되기 어려우며 확실한 법리적 근거가 부족한 내용이라고 본다.

 


손해배상이 인정된 사례들 

 

반면, 2014년 3월 10일 서울남부지법은 공공기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사건(2013가소80847)에서 방송문화진흥회가 정보공개청구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정보공개를 지연했을 때, 행정심판 등 우회절차가 있다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므로 정보공개청구권이 형해화되어 정신적 손해를 입는다고 판결하였다. 결국 다른 구제절차로 정보공개가 이뤄짐을 고려해도 그간 발생해온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를 인정한 것이다. 
유사한 일본의 판결인 센다이 지방재판소 제1민사부(판례번호 平成20(ワ)1248(国家賠償請求事件 平成21年01月29日 仙台地方裁判所)에서도 정보공개청구소송이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 정보비공개에 따른 정신적 손해가 해소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점들을 살펴볼 때, 법원이 판결로 정보제공사실 확인이 이뤄지도록 하더라도 실제로 포털사가 회원들에게 확인을 해줄 때까지 그들이 겪게 되는 정신적 손해는 별도로 배상하여야 한다.

 

 

포털사가 신원정보를 유출하였는지 확인해주지 않았을지라도 이 때 입게 된 정신적 손해가 위자할 만한 구체적 손해는 아니라고 본 대법원의 판결은 위자료를 지나치게 좁게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오히려 정보제공여부 공개를 지체 없이 행하지 않은 포털사에게는 정보공개의무를 인정할 뿐 아니라 정보공개시점까지 발생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라 회원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별도로 배상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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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톤 합의, 개인정보 보호체계 일원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지난 4월 3-4일,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주최의 「제3차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이 개최되었다.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의 조화” 의제의 경우 지난 2월 제2차 해커톤에서의 합의에 이어 추가적인 논의가 진행되었다. 여전히 많은 세부 쟁점에서 참가자 사이의 이견이 존재하고 해커톤 참여자들이 각 이해관계자 그룹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두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 차례에 걸친 밤샘 토론을 통해 큰 틀에서의 합의를 이룬 것은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핵심적 의제 중 하나인 ‘개인정보 보호체계’ 이슈가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 이미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오래 전부터 지적해왔듯이, 개인정보 보호 체계의 효율화와 감독 체계 강화는 빅데이터 시대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월 12일 <빅데이터 시대 개인정보 감독체계에 대한 시민사회 의견>을 발표한 바 있다.)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에 합의하더라도, 개인정보의 오남용을 감독하고 소비자의 피해를 구제할 개인정보 감독기구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우리 개인정보 주체들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관리되리라는 신뢰를 가질 수가 없기 때문에 우려할 수밖에 없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활용이든,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이든,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분야 빅데이터 테스트베드 추진이든, 효과적인 개인정보 감독체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무망한 꿈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으로 분산된 개인정보 보호법제를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일원화하고, 개인정보감독기구로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할 것을 요구해왔다. 문재인 정부도 “2018년부터 개인정보 보호 거버넌스 강화 및 개인정보 보호 체계 효율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각 정부부처는 자신의 권한을 유지하는 것에만 신경써왔다. 금융위원회는 <금융분야 데이터활용 및 정보보호 종합방안>을 발표하며 금융 개인정보의 산업적 활용에 앞장서고 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유럽 개인정보보호규정(GDPR) 시행을 앞두고 ‘부분’ 적정성 평가 통과에만 매진하고 있다. 정부가 유럽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보호하겠다면 최소한 ‘전체 적정성 평가’를 병행 추진해야 하고, 전체 적정성 평가 통과를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독립성과 권한 강화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움직임은 없다.

이번 해커톤에서도 개인정보 보호체계 의제가 뒤로 밀리고 충분한 논의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정부부처들은 여전히 부처이기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며 독립적 감독기구로의 권한 이양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해커톤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중복, 유사 조항에 대해서는 통일적 규율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을 위한 거버넌스 개선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 등에는 합의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우려스러운 것은 해커톤에서 거버넌스 개선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행안부, 방통위, 금융위가 통일적 정책 추진은 도외시하고, 여전히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배제하면서 협력 대신 부처이기주의와 각자도생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해커톤을 통해서도 확인되었지만, 행안부, 방통위, 금융위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정보화 사회의 가장 중요한 기본 과제인 개인정보 보호법제 정비와 감독체계 정비를 수행할 의사가 없다. 이들은 개혁의 대상이고 이들을 개혁하는 것은 오직 외부의 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이제 공은 청와대와 국회로 넘어갔다. 청와대는 “개인정보 보호 거버넌스 강화 및 개인정보 보호 체계 효율화”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나 빅데이터 활성화 정책 역시 순조롭게 추진되기 힘들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소병훈, 송희경, 변재일, 진선미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어있다. 국회 차원의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도 운영되고 있다. 이제 국회에서도 개인정보의 보호와 안전한 활용에 대한 내용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체계의 일원화 방안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개인정보 보호법제의 일원화 및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독립성과 권한 강화 없이는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에 대한 논의가 한치도 진전될 수 없음을 정부와 국회는 인식해야 한다.

2018년 4월 1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녹색소비자연대,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소비자연맹

목, 2018/04/1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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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빅데이터 시대의 안전한 개인정보 활용을 위한 원칙 제시]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 체계와 감독기구 일원화 시급하다

– 가명정보 활용은 공익적 목적에 한정하고, 안전조치 전제되어야 –

경실련, 녹색소비자연대, 서울YMCA,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소비자연맹,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7개 시민단체는 빅데이터 시대의 개인정보 원칙을 제시하고,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에 대한 의견을 국회와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제출했다. 빅데이터 시대의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며, 개인정보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개인정보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이에 시민사회는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빅데이터 시대의 개인정보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개인정보 체계와 개인정보 감독기구를 일원화해야 한다.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 위치정보법 등 여러 법률로 나누어져 있는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개인정보보호법」으로 통합하고,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에 분산된 개인정보 감독 기능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해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국회에는 개인정보보호 체계를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일원화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해 개인정보 감독기구의 권한을 부여하는 다수의 개정안을 상정되어 있다. 빅데이터 시대의 안전한 개인정보 활용을 위해서는 개인정보 관련 법 정비 및 감독기구 일원화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권한 강화와 독립성 보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이다. 또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전문성과 업무량을 고려해 최소 3명 이상의 상임위원으로 구성해야 한다.

둘째, 개인정보의 관련개념을 ‘개인정보, 가명정보, 익명정보’로 구분하고, 각각 적합한 활용과 보호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가명정보는 일부 식별자가 제거되어 직접적인 식별이 불가능하여도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식별이 가능해지는 정보이며, 익명정보는 다른 정보와 결합하여도 더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정보이다. 가명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 적용을 받아 적절한 안전조치를 전제로 일정한 조건에서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고, 익명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해커톤 합의에 따라 국회에 발의된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하는 다수의 개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또한, 개인정보 정의를 축소하거나 개인정보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는 익명정보 개념 도입도 부적절하다.

셋째, 가명정보 활용은 공익적 목적에 한정해야 하고, 안전조치가 전제되어야 한다

정보 주체의 동의 없는 가명정보 활용은 공익적 목적에 한정해야 하고, 반드시 안전조치가 전제되어야 한다. 공익적 목적으로 가명처리를 하더라도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되어야 하며, 익명처리를 통해서 이러한 목적이 달성될 수 있으면 익명처리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가명정보 활용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다수의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시장조사 등 사적 이익을 위해 정보 주체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며, 통계작성 및 학술연구 등 공익적 목적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예방과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배상명령제와 과징금 상향이 필요하다.

빅데이터 시대의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부 부처는 관련 법과 감독기구에 정비 없이 제각각 개인정보 활용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빅데이터라는 허울 좋은 개념에 매몰된 보여주기식 개인정보 정책은 정보 주체의 권리만 침해할 뿐 공공의 이익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정보 주체의 신뢰가 없다면, 결국 빅데이터의 활용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개인정보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의 첫걸음이다.

2018.05.17.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녹색소비자연대, 서울YMCA,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소비자연맹, 함께하는시민행동

■ 첨부 : 빅데이터 시대의 개인정보 관련 시민사회 의견서

목, 2018/05/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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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유럽연합(EU) 개인정보 보호수준 적정성 평가 추진에 대한 시민사회 의견서

유럽연합에서 2018년 5월 25일부터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이 시행되었다. 기존의 95년 개인정보보호지침과 달리 GDPR은 EU 역내에서 법과 같이 직접적인 구속력을 가진다. GDPR은 EU의 법률이지만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기업에게 영향을 미친다. EU 내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기업은 물론, EU 시민에게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모두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개별 기업 차원의 GDPR 대응도 필요하지만, 한국 정부도 유럽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의 지원을 위해 EU 적정성 평가를 추진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EU 적정성 평가 추진이 국내 개인정보 보호수준을 국제적인 규범에 맞게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한국 정부의 EU 적정성 평가 추진을 기본적으로 환영하는 바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부분 적정성 결정 추진은 오히려 국내 개인정보 보호법제 개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 보다는 국내 개인정보 보호법제를 국제 규범에 맞게 개선한 후, 전체 적정성 결정을 추진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며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한국 정부의 EU 적정성 평가 추진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시민사회의 의견을 밝힌다.

1. 상향된 개인정보 국제규범 형성의 계기

EU는 자국 시민의 개인정보가 유럽 역외로 이전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개인정보를 이전받는 제3국이 적정한 개인정보 보호수준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U의 법제와 동일할 필요는 없지만, EU에서 보장하고 있는 것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제3국의 요청에 의해 해당 국가의 개인정보 보호수준을 평가하고 적정성 결정을 내린다. 물론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적절한 안전조치의 제공 등 유럽 시민의 개인정보를 자국으로 이전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적정성 결정을 받을 경우 해당 국가의 기업은 추가적인 조치 없이도 개인정보를 이전할 수 있다.

세계화된 디지털 정보 사회에서 재화나 서비스의 제공을 위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전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제3국으로 개인정보가 이전될 경우 본국보다 개인정보 보호수준이 낮은 나라로 이전될 경우에 정보주체의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 문제는 비단 EU 시민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가 제3국으로 이전될 때에도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우리 역시 관련 법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의 국제적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각 국의 개인정보 보호법제의 상호운용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즉, 개인정보의 보호를 위한 국제적인 규범이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각 국의 개인정보 보호수준을 향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정보가 추가적으로 이전되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허점이 발생할 수 있고, 오히려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않는 기업이나 국가가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U 집행위원회도 EU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상호 호환가능한 개인정보 보호 표준 증진을 위해 국제파트너와 논의를 지속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1]

우리는 EU 적정성 평가 신청을 계기로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다행히 한국 정부는 우리나라 국민의 개인정보가 제3국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하여 해당 국가의 개인정보 보호수준이 적정한 수준이어야만 한다는 내용으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사회는 정부가 EU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에 의한 적정성 평가를 추진하고, 우리 개인정보보호법제에 ‘적정성 평가’ 신설을 추진하는 것을 적극 환영한다.

2. EU 적정성 평가에 비추어 본 국내 개인정보 보호체계 개선 과제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법제는 강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시민사회단체인 우리가 보기에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사회 전반을 관할하는 개인정보보호법과 더불어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위치정보법 등 개별 영역을 관할하는 법이 존재하는데, 중복되고 유사한 조항들이 다수 존재하여 수범자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독립적이고 적절한 권한을 가진 개인정보 감독기구의 부재는 큰 문제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비롯하여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다수의 감독기구가 있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정책의 심의, 의결 권한 및 분쟁조정을 관할하고 있을 뿐 인사권, 예산권이 없어 독립성이 없고 감독기구로서 필요한 집행권한도 없다. 행정안전부는 집행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정부부처이기 때문에 독립성이 없고,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주된 업무가 해당 분야의 산업 발전과 규제를 동시에 담당하고 있어 종종 산업 발전을 명분으로 개인정보의 보호를 약화시킨다. (최근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감독기구가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각 감독기구는 전문성을 갖기 힘들고 효율적인 집행에 한계가 있다. 우리 시민사회는 오래 전부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감독기구로서 필요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감독기구를 일원화할 것을 요구해왔다. 사실 한국정부는 이미 오래 전에 EU 적정성 평가를 추진한 바 있지만, 개인정보 감독기구의 독립성 문제로 EU로부터 부적격 통지를 받은 바 있다.

정보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접근 문제도 필요성과 비례성 요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와 통신사들이 보유한 이용자의 가입자 정보가 영장없이 수사기관에 제공되고 있다. 특정 기지국에 접속한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제공되거나 실시간 위치추적이 허용되는 등 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한 보호도 충분하지 않다. 정보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독립적인 감독기구의 감독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 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도 한국정부에 영장없는 통신자료 제공, 기지국 수사, 국정원의 감청과 이에 대한 불충분한 규제 등에 대한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법적 근거 없이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부 비식별조치 된) 개인정보가 기업 간에 공유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 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고 있지만, EU의 적정성 결정과 같이 개인정보 보호수준이 한국보다 미흡한 국가로 개인정보가 이전되지 못하도록 규제하지는 않고 있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은 프로파일링이나 자동화된 결정과 관련된 규정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이 많은 문제점들로 인해 국내 개인정보 보호법제는 EU 적정성 평가를 통과하기 힘들다. 그러나 비단 EU 적정성 결정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시민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 국내 개인정보 보호법제는 국제적인 개인정보 보호규범에 맞게 개선될 필요가 있으며, 우리 시민사회는 이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3. 부분 적정성 평가의 문제점과 한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 정부는 이미 EU 전체 적정성 평가를 추진한 바 있으나 감독기구의 독립성 문제로 EU로부터 부적정 통보를 받은 바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정보통신망법 중심의 부분 적정성 평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어서 EU로부터 적정성 결정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설사 적정성 결정을 받더라도 그 적용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망법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 ‘정보통신망 서비스제공자’가 수집하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로 그 관할 범위가 제한된다. 예를 들어 유럽 시장에 진출한 국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유럽의 피고용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국내에서 통합 처리하는 경우,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수집한 고객정보의 처리, 보건의료나 금융 서비스 목적의 개인정보 수집 등도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또한, 정보통신망법에 관련 규정이 없어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되거나(예를 들어, 개인정보보호법 제24조는 고유식별정보의 처리 제한을 규정하고 있는데, 정보통신망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 국세청, 수사기관 등 정보통신망 외로 개인정보가 제공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는 감독권한을 행사하는데 한계가 있다.

또한, 우리는 부분 적정성 평가가 이루어질 경우 현재의 복잡한 개인정보 보호체계가 고착화되지 않을지 우려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부분 적정성 평가가 진행되고 있음을 명분으로 개인정보보호법으로의 법제 일원화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자신의 권한을 이양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분 적정성 평가는 사실상 EU의 적정성 결정을 인정받기 힘들 뿐만이 아니라, 국내 개인정보 보호법제의 신속한 개선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

4. 결론

따라서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는 한국 정부가 부분 적정성 평가를 추진하는 것보다 개인정보 보호법제를 개선한 후 전체 적정성 평가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국과 유럽연합이 상호 전체 적정성 결정을 하고 함께 전 세계적으로 개인정보 보호수준의 향상과 표준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1] European Commission, Digital Single Market – Communication on Exchanging and Protecting Personal Data in a Globalised World Questions and Answers, 2017.1.10
<끝>

경실련, 서울 YMCA,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소비자연맹, 함께하는시민행동

목, 2018/06/2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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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통신3사 상대 고객정보 무단결합 열람청구소송 제기 기자회견

내 개인정보 기업간 개인정보결합에 이용됐는지 공개 구하는 취지   

일시 장소 : 2018. 8. 22. (수) 14:00, 참여연대 아름드리홀

1. 취지와 목적

 

2016년부터 2017년 사이 통신3사를 비롯한 20개 기업은 한국인터넷진흥원, 신용정보원 등 비식별조치 전문기관을 통해  3억 4천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를 동의없이 제공하고 상호 결합한 바 있음. SK텔레콤은 한화생명 및 서울신용평가정보 주식회사와, 엘지유플러스는 KB국민카드와, KT는 나이스평가정보 주식회사와 각기 보유한 개인정보를 결합하였음.     

 

통신 3사의 이동전화서비스를 이용하는 원고들은 각 통신사에 자신의 개인정보가 개인정보 제3자 제공과 결합에 이용되었는지 여부를 각 통신사에 알려달라고 요청하였으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원고들의 개인정보를 ‘비식별조치’하였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아니라는 취지로 답변하며 열람청구를 거절하였고, KT는 아예 답변을 하지 않았음.

 

통신3사가 주장하는 ‘비식별조치’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제에 비추어 근거도 효력도 없는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에 등장하는 개념으로, 익명화와 가명화를 포함하는 광의의 불분명한 개념임. 비식별조치를 하였다고 해서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추정할 수도 없음. 따라서 정보주체인 원고들은 여전히 자신의 개인정보의 처리내용에 대해 열람을 구할 권리가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임. 또한 위법하게 열람청구를 거절한 데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함.  

 

이번 소송은 기업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고객정보를 일정 정도 가공하여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요소를 일부 삭제하거나 대체하였다 해도 이를 수집 목적 외로 이용하고 제3자 제공하여 데이터결합을 한 경우에, 정보주체가 이에 대해 어떻게 정보주체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임.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소송의 취지와 주요 주장을 설명하고자 함.

 

2. 개요

 

     - 행사제목 : 기업간 개인정보 무단결합 열람청구소송 기자회견  

     - 일시 장소 : 2018. 8. 22. 수 14:00 /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 주최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 참가자 

            사회 : 김선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 

            발언 1 : 개인정보무단결합 열람청구소송의 취지_ 양홍석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발언 2 : 청구 내용과 주요 논거_강태리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   

 

 

      문의 : 김선휴(참여연대 공익법센터, 02-723-0666)

 

 

화, 2018/08/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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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보호체계 개선없는 빅데이터 활성화 동의할 수 없다.

– 정부부처 이기주의로 개인정보보호 난맥상… 제 머리는 깎지 않는 정부부처

– 마이데이터(MyData) 사업은 개인 건강검진 기록의 민간 공유를 담고 있어 우려

– 개인정보 감독기구를 독립적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하라

6월 26일,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데이터 산업 활성화 전략」 을 심의, 의결하였다. 이 전략은 마이데이터 시범사업 실시, 빅데이터 전문센터 육성, 개방형 데이터 거래 기반 구축, 빅데이터 선도기술 확보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헬스케어 6대 프로젝트 추진 현황도 보고되었다. 한편, 6월 27일에는 대통령 주재의 제2차 규제개혁 점검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준비 미흡으로 취소되었다고 하지만, 이 회의에서는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개인정보 보호 분야 규제’가 논의될 예정이었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한 개인정보 규제 완화는 서두르면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제도적 환경 구축은 외면하고 있는 정부의 움직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데이터 산업 활성화 전략」은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게 잘 쓰는 나라’를 비전으로 하고 있지만, 안전한 활용을 위해 필수적인 개인정보 감독체계의 개선 문제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 제2차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도 개인정보 활용을 위한 규제 완화만을 다룰 예정이었고, 개인정보 감독체계 개선 문제는 의제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개인정보 보호체계 효율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국정과제였다. 그러나 정부부처들은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개인정보의 활용만을 얘기할 뿐, 정작 개인정보 감독체계의 효율화는 뒷전으로 밀어두고 있다. 이는 자신의 권한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부처 이기주의 때문이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빅데이터 시대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의 전제 조건으로 개인정보 보호법제와 감독기구의 일원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한 바 있다. 국내 개인정보 보호법제는 개인정보보호법을 비롯하여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으로 분산되어 있고 다수의 중복, 유사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수범자들의 혼란과 중복규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감독기구 역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으로 분산되어 있고 개인정보를 실효성 있게 보호하기 위한 효율적인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환경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데이터 산업 활성화 전략」에서 제시하는 바와 같이 개인정보의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무척 위험한 발상이다. 국민 개인의 건강검진 기록을 기업과 민간이 활용하도록 허용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쳐 추진된 의료민영화의 핵심 내용중 하나인 개인질병정보의 민간 공유 및 활용, 건강관리서비스 민영화 정책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또한 정보주체의 자기정보통제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보다는 사실상 개인정보 브로커를 양성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민간‧공공을 연계한 개방형 데이터 거래 기반 사업은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데이터 연계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우리는 국민의 정보인권에 대한 고려 없이 산업 활성화만을 밀어붙이던 박근혜 정부의 실책(규제프리존법과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 등)을 문재인 정부가 되풀이하지 않기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청와대가 중심을 잡고 각 정부부처의 이기주의를 통제하면서 조정역할을 해야한다.

시민사회단체는 현재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으로 분산된 개인정보 감독권한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개인정보의 활용을 위한 어떠한 계획도 동의할 수 없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독립성과 권한 강화 없이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이란 말장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제2차 규제개혁 점검회의가 다시 열린다면, 개인정보 보호체계 효율화가 핵심적인 의제가 되어야 한다.<끝>

건강과대안,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실련, 서울 YMCA, 소비자시민모임, 언론개혁시민연대,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소비자연맹, 함께하는시민행동

목, 2018/06/2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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