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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일부러 화를 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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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일부러 화를 낸다는 것

익명 (미확인) | 금, 2017/03/31- 12:06

벌써 7, 8년 전의 일이다. 연말에 업무상 일하던 사람들과 송년회 겸해서 회식을 했다. 한 해 수고했다며 이런저런 덕담을 나누고 있던 참에 연세도 많고, 지위도 높던 한 사람이 테이블에 놓여 있던 바나나를 집어들면서, “이 바나나 어떻게 먹는지 알아요?”라고 사람들에게 물었다. ‘뭐지? 이 사람?’ 그 사람이 이전에도 회식 자리에서 이상한 농담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었기에 올 것이 왔다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이 당황해하거나 말거나, 그는 점점 농담의 수위를 높여갔다. 속에서는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내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을 버티다, 그의 말을 끊어주길 기대했던 남자 동료들이 농익은 농담으로 화답하는 순간, 머리보다 몸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세상읽기]일부러 화를 낸다는 것

“어허허험” 헛기침을 크게 하며 그의 말을 끊고, 거의 고함치듯 “그만하시죠!”라고 외쳤다. 나의 얼굴은 당혹스러움과 화로 벌개져 있었다. 당황한 그는 “겨…경미씨. 무슨 뜻인지 이해해요?”라고 되물었다. “중·고등학생들도 다 알죠. 지금 하신 말”이라고 대답했다. 일순간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내 눈은 이글거리고 있었고, 그 사람은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고, 그의 농담에 화답했던 다른 사람들은 부끄러움에 조용히 입을 닫았다. 그렇게 어색한 시간이 흐른 후, 억지로 몇 마디를 나눈 후, 그는 먼저 일어나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직급이 높은 사람인지라 다들 예의를 갖추기 위해 문 앞까지 배웅을 나갔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인사를 하자 문을 나서던 그가 뒤돌아서, “저…. 김 국장. 내가 음담패설하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오해 마세요. 그냥 재밌자고 한 말입니다”라고 변명을 했다. “네”라고 웃으며 답했지만 눈으론 ‘당신, 음담패설 한 것 맞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해 겨울, 이런저런 연구모임과 회의에서 그를 거의 보지 못했다.

그날을 복기하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친한 사람들도 아닌 공적으로 만난 사람들과의 자리에서 음담패설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테다. 그런데 그는 ‘너무 쉽게’ 음담패설을 시작했다. 한 번의 주저함도 없이 말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몇 번을 생각한 끝에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렇다. ‘그동안 그 누구에게도 제지당한 적이 없었구나.’ 그제야 자신의 농익은 농담을 이해하고 있느냐고 놀라 되묻던 그의 당혹스러운 표정이 이해가 되었다.

그 사건 이후로 일부러 화를 낼 때가 있다. 눈으로 ‘당신 지금 (인격이) 벌거벗은 상태예요’라고 말해줄 때가 있다. 그렇게 화를 낼 때마다 속이 후들거린다. 까칠한 사람으로 보이진 않을까, 조직에 적응 못하는 사람으로 찍히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며칠씩 잠을 잘 못 이룬다. 내가 화를 입었는데, 되레 화를 당할까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에 속이 상한다.

그럴 때마다 그 사람을 다시 떠올린다. 그 사람의 벌거벗은 인격으로 또 다른 누군가가 고통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용기를 낸다. “그만하시죠”라고 당당히 그의 말을 끊어내도 괜찮다는 걸, 동료들에게 알게 해주고 싶어 힘을 낸다. ‘당신 나에게 고마워해야 돼요. 그렇지 않음 벌거벗은 채 온 동네를 돌아다녔을 텐데, 지금이라도 옷을 차려입게 되었으니 말이에요’라고 생각한다.

두려운 마음이 들 때마다 내가 배운 민주주의 원리에 대해 떠올린다. 그와 나 사이 놓여 있는 직급의 차이는 사람의 높고 낮음이 아닌 주어진 역할의 차이일 뿐이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은 민주시민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덕목이다. 이것을 알고 나니 마음을 다치지 않고 문제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피해자와 가해자로서가 아닌, 그에게 ‘동료 시민으로서 예의’를 갖춰주길 정중히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일부러 화를 낸다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그럼에도 화를 내야 할 일이 있으면 나는 또 화를 낼 것이다. 이상한 농담에 불편했던 나와, 원치 않음에도 그 농담에 화답해야 했던 동료들과,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모르던 그 사람을 위해서 말이다. 참, 그날 이후 그 사람은 옷을 차려입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김경미 정치발전소 이사>

원문보기: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703302038045&code=990100&med_id=khan#csidx70a1c77ab638522bba0abf33ea08c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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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연속 토론회]

2020시민운동의 길: 직면한 도전과 곤란

2010년대의 시간대에서 2016-17년의 촛불항쟁은 다수 학자들의 주장처럼 어떤 단절적인 지점으로 형상화됩니다.  촛불을 계승했다고 자임하는 현정부의 미비한 개혁성과를 두고, 촛불시민의 열망을 손쉽게 꺼내들곤 합니다. "촛불시민이 원했던 건 이런게 아니다". 하지만 잘 알려져있다시피 '촛불시민'은 간단히 하나의 균일한 주체로 호명하기 어렵습니다. '촛불시민'이라고 찬탄했던, 그리하여 '민중'에서, '깨어있는 시민'으로, 이제는 '촛불시민'으로 호명하는 '민주주의의 계승자'라고 상상되는 이들의 산발적 떨림에 당혹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 많은 이들이 광장에 나와 민주주의를 연호했지만, 이후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비단 대표의 위기로 상징되는 의회정치의 무능력 탓만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현정부의 집권 4년차 그리고 소위 '조국 사태'를 경유하면서 시민사회가 던져야할 질문은 '촛불시민' 또는 민주주의와 등치되었던 '촛불'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진보운동은 누구를 호명하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곧 다가올 4월의 총선은 현재의 답보를 역전시킬 계기가 될까요? 불평등이 심화되고 '공정'이 화두가 되는 시점에, 우리 모두는 이 사회의 차별과 격차, 불평등이 사람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몰고 있는 현실을 잘 '알고 있지만', 이를 역전시켜낼 키는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천천히 곡선을 그리듯 변화할 수도 있고, 계단처럼 단절적으로 변할 수도 있겠지요. 시민사회운동이 이 변동의 시대에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고민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1회] 진보정치라는 질문, 무엇을 해야하는가?


01/17(금), 오후1시, 참여연대 지하

김만권(참여사회연구소), 이관후(경남연구원), 김윤철(경희대), 박정은(참여연대)


[2회] 불평등이라는 곤경, 무엇을 해야하는가?


01/20(월), 오후1시, 참여연대 2층

김만권(참여사회연구소), 김진석(서울여대), 김공회(경상대), 박권일(사회비평가)


문의: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김건우, 02-6712-5248)

 

토, 2020/01/1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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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동-홍대입구 광역철도 계양선 급행 20분대 구축
서운산업단지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
서부간선수로 친수공간 확보를 통한 주민 삶의 질 향상
계양구 청소년문화의집 건립 추진
장애인, 소기업 근로자,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위한 법률상담센터 개설 및 운영
신속한 감염병 발생 초기 대응으로 질병 관리체계 강화
투자 활성화 및 서비스산업 육성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국민 부담 경감
'조국방지법' 제정으로 불공정 입시, 취업 청탁, 고용세습 방지
정치 편향된 교육 현장을 바로잡고 공정한 가치 교육 구현
반려동물 복지 강화 및 반려인 진료비 부담 완화

이 글은 AI 가 수집 요약한 글 입니다..
토, 2026/06/13-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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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및 민생 경제를 지킬 약속
누구든 외롭지 않을 약속
당당하게 일하고 움직일 약속
누구의 삶도 지워지지 않을 약속
지구와 권리를 살려낼 약속

이 글은 AI 가 수집 요약한 글 입니다..
토, 2026/06/13-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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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참여연대 시민참여팀입니다.
지난 6월 10일은 6·10민주항쟁 39주기입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어느덧 4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요, 지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민주주의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기 위해 회원 및 예비 회원 15명과 함께 민주화운동기념관을 둘러보는 시간을 마련했어요.

민주주의를 생각하다

2026.05.14. 인사를 나누는 참여자들 <사진=참여연대>
2026.05.14. 해설을 듣는 참여자들 <사진=참여연대>

답사 참여자들은 모여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특별한 도슨트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예술가의 몸짓으로 표현한 도슨트 프로그램을 관람한 뒤,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이동했어요. 민주주의의 역사가 담긴 장소, 사물, 노래를 통해 각자가 기억하는 사회적 사건을 떠올렸습니다. 이어 민주화운동 ‘기억의 벽’에 새겨진 민주열사들과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고통을 상징하는 설치미술작품 ‘기억의 통로’도 볼 수 있었어요.

➡민주화운동기념관 소개 보기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 대공분실

2026.05.14. 남영역에서 바라본 옛 대공분실 <사진=참여연대>
2026.05.14. 박종철 열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참여자들 <사진=참여연대>

이어 답사 참여자들은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옛 남영동 대공분실로 이동했습니다. 연행자라고 불렸던 시민, 민주화운동가들은 굳은 철문으로 닫힌 채 빛이 들어오지 않는 대공분실에서 끔찍한 폭력을 겪었습니다. 기념관 사이로 보이는 선로의 모습과 남영역 너머의 회색빛 건물을 통해 우리의 일상이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당시 국가폭력과 얼마나 맞닿아 있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생각하며 해설사의 설명에 집중했습니다.

참여자들도 연행자의 발자취를 따라 이동했어요. 방향감각을 상실하도록 설계된 좁은 나선형 계단을 따라, 연행자들을 감금하고 고문했던 특수조사실에 도착했습니다. 특수조사실은 모든 출입문이 맞은편에서 서로 볼 수 없도록 엇갈려 있고, 내부에는 조사공간과 분리되지 않은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요. 천장에 있는 감시카메라에 의해 그대로 노출돼 있어 당시 조사 대상자를 향한 인권침해를 엿볼 수 있었어요. 또 조사실마다 문 밖에 조광기를 두어 외부에서 밝기를 조절할 수 있게 했고, 문 앞에 설치된 작은 외시경을 통해 수사관들이 조사대상자를 밖에서 감시하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외에도 당시 고문에 대한 증언과 도구들, 화장실까지 곳곳을 감시했던 수많은 CCTV들, 투신을 막기 위해 길고 좁게 만들어진 창문 등을 통해 당시의 참혹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박종철 열사가 계셨던 조사실 앞에서는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갖고, 유가족의 요구에 따라 보존된 추모의 공간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 날의 대공분실은 고통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이들에 의해 지켜진 공간이었습니다.

기억,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일

2026.05.14. 회원답사 참여자 단체사진 <사진=참여연대>

옛 남영동 대공분실 답사까지 마친 뒤 참여자들과 한 자리에 둘러 앉아 소감을 나누었어요. 초등학생인 10대부터 당시 민주화운동 현장에 있었던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함께한 답사여서 의미가 있었는데요. 참여자들이 나눠주신 소감을 짧게 나마 공유합니다.

80년대에 청년으로 살았던 기억을 나누며 미래세대에 대한 생각을 하셨다는 회원부터, 지난 12.3비상계엄 당시를 회상하신 회원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계엄이 선포되던 날, 국회에 군인들이 진입한 가운데서도 시민들이 망설이지 않고 국회 앞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과거의 저항했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견, 기록학도로서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우리가 들어야 할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했던 회원이 기억납니다.

우리는 왜 1980년대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까요? 민주화를 요구했던 이들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요? 여러 물음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과거의 시간들을 통해 현재를 비춰보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시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했던 의지를 토대로 현재 우리 민주주의의 행방을 찾고 더 나은 민주주의에 대해 숙고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참여연대는 회원들과 사회이슈부터 역사, 민주주의 등 다양한 주제로 회원답사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계속 함께해 주실 거죠?🙌

💕지난 회원답사 보기

2025-06-30 [회원 답사 후기] 전쟁기념관이 말하지 않는 평화
2022-09-30 [회원 답사 후기] 서대문 형무소 답사 + 안산자락길 산책


캠페인 참여와 시민교육, 온·오프라인 회원모임과 자원활동까지,
참여연대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확인해 보세요!

문의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02-723-4251

The post [회원답사후기]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시간 appeared first on 참여연대.

화, 2026/06/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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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편리한 우리 동네!! 사회적 약자 보호와 공공서비스 확대

이 글은 AI 가 수집 요약한 글 입니다..
토, 2026/06/13-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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