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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도피처로 간 한국인들의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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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도피처로 간 한국인들의 자살?

익명 (미확인) | 수, 2017/03/29- 07:51

뉴스타파는 지난 1월 초 한 30대 남자로부터 친형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달라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자는 형이 죽기 몇 시간 전 한국으로 보냈다는 노트북과 외장하드, 그리고 수십여 장의 송금 영수증 등을 갖고 왔다. 제보자는 “이 자료들은 형이 진실을 파헤쳐 달라며 죽기 몇 시간 전 인편으로 한국에 부친 것”이라고 말했다.

형이 동생에게 남긴 자료는 방대했다. 모두 620기가바이트 분량. 각종 전화통화 녹음과 동영상, 회사 대외비 자료가 담겨 있었다.

제보자의 형이 일했던 회사는 오픈 블루. 공교롭게도 지난해 뉴스타파가 보도한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에서 등장했던 회사 가운데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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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도피처에 페이퍼 컴퍼니 ‘오픈블루’를 만든 설렁탕집 류순열 사장. 류 사장은 당시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 그냥 동생들과 놀러 가서 어떤 서류에 사인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죽은 허재원 씨가 남긴 자료에는 설렁탕집 사장이 왜 조세도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웠고, 이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어떤 사업을 벌였는지 자세히 기록돼 있었다.

오픈블루라는 페이퍼 컴퍼니는 허 씨의 죽음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이 비밀을 풀기 위해 취재진은 인도네시아로 향했다.

수도 자카르타의 한 고층 아파트. 이 아파트 29층에 살던 허 씨는 지난해 11월 아파트 옆 공사장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시신은 다리와 골반이 비틀어진 채 엎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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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씨의 사망진단서를 발급한 의사는 사망 원인을 자세히 기억하지 못했다. 당시 사고 현장을 조사한 현지 경찰은 허 씨의 죽음이 자살이라고 단정했다.

경찰은 허 씨의 유서가 발견됐고, 이전에도 허 씨가 자살소동을 벌인 적이 있다며 타살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허 씨는 죽기 수개월 전부터 심각한 재정난을 겪었고, 사기 혐의로 현지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이처럼 극도의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게 현지 경찰의 분석이다.

그러나 허 씨의 동생은 느닷없는 형의 죽음에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사실 저는 형님을 알아볼 수 없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형님의 시신이 깨끗했고, 형님이 난간에서 떨어졌으면 지문검식을 해야 되는데, 지문검식도 이루어지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형이 사망한 당시 CCTV가 작동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허 씨 동생의 말이다.

제가 현장에 도착을 했을 때가 형님 사건이 나시고 이틀 뒤였는데 현장에 갔을 때에는 CCTV가 작동하고 있었어요. 아파트 19층, 29층에서부터 거기까지 다 작동을 하고 있었는데 유독 저희 형님이 사건 당하시기 하루 전부터 사고를 당하신 그다음날까지 CCTV가 작동을 하지 않았단 말이지요.

취재진은 허 씨가 생전에 살던 아파트를 찾았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는 접근할 수 없었다. 계단의 철문은 굳게 닫혀 있고, 건물 관리 책임자는 경찰의 허가 없이 촬영을 허용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뿐 아니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취재진이 이동하는 곳마다 따라붙으며 촬영을 방해했다.

그때 취재진의 카메라에 이상한 점이 포착됐다.

아파트 3층에 검은색 대리석으로 마감한 테라스. 이 테라스 아래는 지하 주차장으로 연결된 통로가 있다. 이를 감안하면 테라스의 폭은 최소 3미터. 그런데 허 씨의 시신은 이 테라스외벽으로부터 다시 3, 4미터 정도 떨어진 공사장 바닥에서 발견됐다. 즉 허씨가 낙하하면서 도합 6, 7미터 정도를 수평 이동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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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 서울대 의대 법의학 교수는 “추락사의 경우 대개 벽에서 2~3미터 내외에 시신이 위치한다”며 “일반인이 달려가는 반동을 이용해 뛰어 내려도 6미터를 이동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허씨가 떨어질 때 아파트 3층 테라스 벽에 부딪혀 튕겨 나갔을 경우라면 6미터 정도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사건을 조사했던 인도네시아 경찰은 테라스 외벽에 시신이 부딪힌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1970년대 초 미국에서는 유명한 법의학 실험이 있었다. 고층 아파트 발코니에서 추락한 여인이 스스로 떨어졌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 의해 떠밀려 추락했는지를 규명하는 실험이었다. 법의학자들은 여인의 몸무게와 똑같은 인형을 제작해 반복 실험했다. 발을 헛디뎠을 때와 스스로 몸을 던졌을 때, 떠밀려 추락했을 때,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눠 실험했다. 발을 헛디뎠을 때 인형은 3.2미터, 뛰어내렸을 때는 4.3미터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 시신이 위치했던 5미터에는 크게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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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경찰은 남편이 10만 달러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아내를 난간 밖으로 밀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아이리스 시거 사건이다.

아이리스 시거 사건의 실험결과에 비춰보면 허 씨의 죽음은 자살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허 씨의 시신은 아파트에서 6,7미터나 떨어져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허 씨의 죽음만큼이나 이상한 의문의 추락 사망 사고는 또 있었다.

허재원 씨가 죽은 5일 뒤 자카르타에 있는 글로라 붕까르노 경기장에서 또 한 명의 한국인이 죽은 채 발견됐다. 이 남자는 바로 죽은 허재원 씨와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동료였다. 경찰은 4층 높이의 경기장 옥상에서 한국인 김 모 씨가 투신자살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부검은 하지 않았다. 영안실에서 김 씨의 시신을 목격했다는 한 교민은 김 씨의 온몸에 멍자국이 있었다고 말했다.

붕까르노 경기장은 내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해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어 있고, 밤에는 아예 출입이 차단된다. 그런데 경찰은 김 씨가 혼자 몰래 경기장에 들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단순 자살 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이상하게도 김 씨의 유가족 역시 진실 규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사인 조사를 위해 부검을 맡기기는커녕 김 씨의 시신을 서둘러 화장했다. 뉴스타파의 취재도 거부했다.

취재진이 김 씨의 사망 당시의 사진을 입수해 확인해보니 김 씨의 턱 밑에 멍 자국이 보였다. 법의학 전문가는 턱 밑의 상처는 추락으로 인해 발생한 게 아니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김씨의 죽은 모습이다. 사진 속 김씨의 양 손은 가슴에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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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 교수는 “추락사일 경우 대부분 즉사를 하는데 이 경우 온몸에 힘이 풀린다”며 “죽기 전 힘을 줘 손을 모은 자세는 매우 부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 장의 사진만으로는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인도네시아 경찰처럼 쉽게 자살로 단정하기도 힘들다. 분명한 것은 김 씨가 죽기 전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는 점이다. 김씨는 허씨가 죽은 뒤 한국에 있는 허 씨의 동생에게 국제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녹음을 부탁했다.

그가 남긴 녹음은 자신이 곧 어딘가로 옮겨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부검을 통해 허 씨가 자살했는지 아니면 타살됐는지 확인하고자 했으나 그럴 상황이 안됐고,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이 허 씨를 죽였다는 것으로 결론 나고 있어 억울하다고 했다.

김 씨가 숨지기 전, 김 씨를 직접 만났던 허 씨의 동생은 실제로 김 씨가 인도네시아 현지인들로부터 반 감금상태에서 감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허 씨의 동생은 눈시울이 벌개진 김 씨로부터 “나는 어디론가 옮겨질 것 같다. 그리고 죽음을 당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같은 유령회사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2명이 불과 5일 간격으로 사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도네시아 경찰의 말대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까?

취재진은 허씨가 남긴 녹음에서 한 가지 단서를 찾았다.

허 씨는 죽기 하루 전 PT CKA의 실질적 오너는 자신이며, 모든 권한은 김 모 씨에게 넘긴다고 했다. 허재원 씨가 죽기 하루 전 육성 녹음을 통해 자신의 소유라고 밝힌 PT CKA의 광산은 자카르타 서쪽의 한 석회광산이다. PT CKA는 이 광산의 지분 51%를 소유한 페이퍼 컴퍼니다.

PT CKA가 소유한 석회광산의 추정 매장량은 무려 1억7천만 톤. 국내 한 회계법인은 2020년 이후 이 광산에서 매년 3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날 것으로 평가했다. 한마디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이다.

허 씨는 육성 녹음을 통해 광산의 명목상 주주를 현지인으로 만들어놨지만, 실소유주는 자신이고, 그 소유권을 김 씨에게 넘긴다고 말했다. 실제로 페이퍼 컴퍼니 PT CKA의 주주 명부를 살펴보니 허 씨의 생전 증언대로 주주 4명 중 3명이 허 씨 회사의 현지 직원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들의 광산 소유를 제한하는 인도네시아 법망을 피하기 위해 직원들의 이름을 빌려 투자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허 씨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은 김 씨도 허 씨가 사망한 지 5일 만에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매장량 1억7천만 톤의 석회광산은 대체 누구에게 넘어간 걸까?

취재진은 인도네시아에서 자신이 석회광산의 소유권을 넘겨받았다고 주장하는 한국인을 만날 수 있었다. 리마스 퉁갈이라는 회사의 사업 파트너다. 그는 자신이 소속된 리마스 퉁갈이 파드마 등 허 씨 회사 직원 3명이 갖고 있던 지분을 통째로 넘겨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진술은 허 씨가 죽기 하루 전 남겨둔 육성녹음과는 상반된다. 죽은 허 씨가 실제 소유주는 자신이라며 받아놓은 사실 확인서의 내용과도 배치된다. 그러나 광산의 실소유주로 보이는 허 씨와 김 씨가 모두 죽은 뒤여서 이 광산이 넘어가는 걸 법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허 씨와 김 씨의 죽음으로부터 누가 부당한 수혜를 봤는지 확정할 증거는 아직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조단위의 가치를 지녔다는 석회광산을, 유령회사를 통해 소유하면서 일확천금을 노렸던 사람들은 허망하게 죽었다는 사실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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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10/1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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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지난 11월 23일자 「은인표 정관계 인맥과 로비… ‘3가지 의혹’」제하의 기사에서 전일저축은행 대주주 은인표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제기하면서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이 은 씨와 강남의 모 술집에 자주 가고 집까지 은 씨의 차를 같이 타고 갔으며, 은 씨의 구명 로비에 주 의원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주호영 의원은, 위 보도내용은 은 씨 운전기사의 일방적 진술에 따른 것으로 주호영 의원은 은 씨와 우연히 한 차례 만났을 뿐 개인적 친분이 없으며, 강남의 모 술집에 가거나 은 씨의 차량에 동승한 사실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또한 주 의원은 은 씨의 사건에 개입한 바 없어 은 씨의 로비의혹과 무관하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토, 2015/12/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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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정감사가 집권여당의 보이콧으로 인해 나흘째 파행을 겪고 있다. 김재수 농림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과정에 야당과 야당 출신의 국회의장이 의회민주주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보이콧의 명분이다. 하지만 이것이 국정감사에 우선하는지에 대해선 새누리당내에서조차 이견이 나오는 실정이다. 결국 의도적으로 국정감사를 파행으로 이끌기 위해 명분을 위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감 임해달라’ 당대표 요청도 거절…왜 이렇게까지?

시작은 지난 24일에 있었던 ‘김재수 농림부 장관 해임건의안’의 본회의 표결이었다. 야당 의원 170명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를 개최해 이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여당은 ‘거야에 의한 횡포’라며 즉각 의정 보이콧을 선언했고, 국감 개시 나흘째인 오늘(29일)까지도 국정감사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정세균 국회의장이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여당의 주장이 더해지면서 보이콧 사태는 격화됐다.정 의장은 24일 표결 과정에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여당이 세월호나 어버이연합과 관련해서 양보하지 않으면 맨입으로는 합의가 어렵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 이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여야 대치 국면에서 조정을 해야할 의장이 한쪽에서 서서 거래를 한 것”이라며 26일 정 의장 사퇴를 촉구하는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정 의장은 당시 발언에 대해 “협상과 타협이 아닌 표결처리에 따라 해임 건의안을 처리하게 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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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으로 치닫던 보이콧 사태가 잠시 진정의 기미를 보인 것은 지난 28일. 이정현 대표는 국회 앞에서 열린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 관철을 위한 새누리당 당원 규탄 결의대회’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감사에 임해 달라”며 다만 “정세균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자신의) 단식 투쟁은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우려한 당 대표의 결단으로 풀이된다.조중동을 비롯한 이른바 보수언론조차 이날 사설을 통해 여당의 국정감사 보이콧은 명분이 없고, 즉시 국정감사에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할만큼 여당의 국감 전면거부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곱지 못한 상황이다.게다가 당내에서조차 국정감사에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더이상 국감 불참을 당론으로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은 개인적 소신에 따라 국정감사를 개의하겠다고 밝혔다가 여당 원내지도부 의원들에 의해 사실상 감금되는 사태를 빚었다. 유승민, 이혜훈 등 비박 성향의 중진의원들도 국감에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당 대표의 요청마저 의원총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음으로써 여당은 다시 탈출구없는 보이콧 정국을 이어나가고 있다.

국감파행 장기화…피해자는 결국 국민

여당의 국감 전면 보이콧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과거에도 쟁점 현안에 대한 여야의 의견차로 일부 국정감사의 상임위가 파행을 겪은 일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당론에 의해 여당 전체가 국감에 불참하는 일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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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9일)로 나흘째 국감 파행이 계속되면서 1년동안 국정검사를 준비했던 의원과 보좌진들 사이에선 볼멘 소리가 나온다. 4선의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년동안 국정감사를 치뤘지만 이처럼 증인 1명도 채택되지 않는 국감은 처음”이라며 “1년동안 의원과 보좌관이 함께 공부하고 조사한 것을 정부에 따지는 중요한 시기인데 이런 식으로 허망하게 보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정부여당이 말로만 비상시국이라고 하고 실제로는 그렇게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진짜 비상시국이라면 대통령이 나서 여당이 국정감사만큼은 국회의장 문제등과는 별개로 다뤄달라고 설득해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29일 현재까지 열린 13개 상임위의 국감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5개 상임위는 개의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 가운데 국감이 개의된 상임위는 이른바 ‘위원장 감금사태’를 겪은 국방위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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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임위들이 다뤄야 할 현안에는 시급한 민생 관련 현안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무위의 경우 △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물류대란, △ 가계부채 문제,△서민금융 지원,△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등이 주요 현안이다.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기재위도 △법인세 인상,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최저임금 인상 등을 시급히 다뤄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개선,(이상 미방위, 신상진 위원장)이나 △지진대응 문제, △지방세제 개편(이상 안행위, 유재중 위원장)도 민생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관된 현안이지만 국감 파행으로 인해 논의 기회조차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수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올해는 야당이 지난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이후의 최초 국정감사인 만큼,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가 컸다”며 “정세균 의장 건을 핑계로 여당이 불참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여당이 앞장서서 가로막아, 모면하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대통령제에서의 의회 민주주의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의회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민주적이고 정당하게 권력을 행사하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에게 문제가 있어서 국회의장이 국회법상 정당하게 해임건의안을 가결한 것을 여당이 문제 삼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를 기본적으로 망각했거나 이해가 부족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감 파행으로 묻혀진 ‘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여당의 노림수?

이번 국감에서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예고됐던 현안은 최근 불거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이다. 특히, 국감을 앞두고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던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관계자들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될지 여부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여당의 보이콧으로 인해 현재까지 단 한명의 증인도 채택되지 못한 상황이다.

국감이 진행 중인 교문위에서는 최순실 게이트과 관련된 추가 의혹들이 제기됐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순실 씨와 관련된 두 신생재단(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700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모금하는 과정에서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개입했다는 추가 증거를 제시했다.노 의원이 국감장에서 재생한 녹음파일에는 안 수석이 전경련을 통해 일괄적으로 기업에 후원금을 할당했다는 대기업 관계자의 진술 내용이 담겨있다. 이어서 공개된 미르재단 관계자의 인터뷰에는 정부가 미르재단의 사업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간여했다는 정황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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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씨의 딸이 이화여대의 학칙 개정을 통해 특혜를 봤다는 추가 의혹도 교문위 국정감사 과정에서 제기됐다.야당 교문위 소속 의원들이 이화여대 현장조사 등을 통해 확인한 사실에 따르면, 승마 종목 체육특기자였던 최 씨의 딸은 2015년 이화여대가 기존 11개의 입학 운동 종목을 23개로 대폭 확대하면서 이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16년 6월에는 출석 대신 대회나 훈련 참여만으로도 학적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학칙이 개정됐는데,이 개정 학칙의 소급 기간을 당해 3월로 규정하면서 출석일수가 부족했던 최씨의 딸도 이 혜택을 봤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여당측 교문위 소속 의원들이 국감 보이콧에 나서면서 이같은 의혹을 규명할 증인 채택은 무산될 위기에 놓여있다.야당 측 교문위 간사인 유은혜 의원은 “최소한 이들 핵심증인들이 국감장에 나오도록 하기 위해선 종합감사 일주일 전에 증인 채택이 이뤄져야 한다”며 “늦어도 이번주 중에는 합의가 돼서 증인출석 요구서를 보내야 증인들이 출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여당이 핵심증인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해야 한다”며 “계속해서 책임을 방기한다면 의혹이 사실이기 때문에 이것을 국민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이콧을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취재 : 오대양, 홍여진, 연다혜
촬영 : 정형민, 김수영
편집 : 윤석민
CG : 정동우

목, 2016/09/2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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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당불기(倜儻不羈)
뜻이 있고 기개가 있어 남에게 얽매이거나 굽히지 않는다

이 한자성어는 지난 22일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하면서 끝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홍 대표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측 인사가 “돈을 건넬 당시 홍준표 의원실에서 이 글씨를 봤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홍 대표 측은 “그 액자는 의원실이 아닌 당 대표실에 걸려 있었다”고 맞섰다. 끝내 ‘척당불기’ 논란의 진실은 확인되지 않았고, 법원은 “돈 전달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만약 “척당불기(倜儻不羈)가 홍준표 의원실에 있었다”는 진술이 사실로 확인됐다면 법원 판결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뉴스타파는 최근 홍준표 의원실에 ‘척당불기’가 쓰여진 액자가 걸려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동영상 자료를 발견했다. 2010년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던 홍 대표가 자신의 의원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영상이다. 영상 속에서는 사람 키보다 높은 곳에 붙어 있는 ‘척당불기’ 액자가 확인된다. “척당불기 글씨는 단 한번도 의원실에 걸려있지 않았다”는 홍 대표 측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이 물증으로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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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홍 대표에게 1억 원을 전달했다고 지목된 사람은 경남기업 부사장이던 윤승모 씨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윤 씨는 2011년 6월 11일에서 30일 사이 故 성완종 회장의 지시를 받고 홍준표 의원실(당시 국회 의원회관 707호)에서 직접 돈을 건넸다고 검찰과 법정에서 일관되게 진술했다. 그리고 돈을 건네던 날, 홍 의원실에서 ‘척당불기’라고 쓰인 액자 혹은 족자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 의원 측은 재판에서 “척당불기라고 쓰여진 액자는 의원실이 아닌 한나라당 당대표실에 걸려 있었다. 척당불기 액자는 단 한번도 의원실에 걸려 있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윤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발견한 6분 분량의 동영상에서 홍준표 의원실에 걸려있는 척당불기 액자가 확인된 것이다. 홍 대표 측이 그동안 재판에서 허위주장을 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다.

뉴스타파가 발견한 동영상은 2010년 8월 4일 MBC가 찍은 영상이다. 영상이 촬영될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었던 홍 대표는 안상수 당시 당대표의 당직인선안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은 ‘풀영상’으로 표시된 것으로 보아 국회 방송기자단에 소속된 다른 방송사에도 제공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홍 대표의 기자간담회 발언은 촬영 당일과 다음날 여러 언론에 보도됐다.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된 것은 촬영 다음날인 8월 5일이었다.

MBC 풀영상은 대부분 의자에 앉아 있는 홍 대표를 향해 고정돼 있다. 그리고 5분 55초경, 간담회를 끝낸 홍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카메라가 그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영상 속에는 홍 대표의 뒤로 벽에 걸린 4개의 액자와 병풍이 담겼는데, 그 중 4번째 액자가 윤승모 씨가 봤다고 진술한 바로 ‘척당불기’였다.

지난 2016년 홍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1심 재판 당시 돈 전달자인 윤 씨와 홍 대표 측은 치열한 법정다툼을 전개했다. 돈을 건넨 경위와 윤 씨의 동선, 심지어 돈을 전달했을 당시 홍 대표와 윤 씨가 앉았다는 자리까지 다툼거리가 됐다. 그러나 홍 의원실을 찾아간 윤 씨의 동선과 자리 배치에서 윤 씨의 진술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홍 대표를 기소한 검찰은 코너에 몰렸다. ‘척당불기’는 그런 가운데 나온 증언이어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졌다. “돈을 전달할 당시 홍 의원실에서 분명히 척당불기라고 쓰인 글씨를 봤다”는 윤 씨의 주장에 맞서 홍 대표 측은 “척당불기는 당 대표실에 있던 액자다. 의원실에는 의자제세(義者濟世)라는 글씨가 붙어 있었다. 윤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맞섰다. 홍 대표 측은 이를 입증하는 각종 언론기사를 증거로 제출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윤 씨와 윤 씨를 증인으로 내세운 검찰이 추가 증거를 내놓지 못하면서 논란은 흐지부지됐다. 사실상 홍 대표의 주장을 깨뜨릴 중요한 증거 하나가 날아간 셈이다.

뉴스타파는 이번에 발견된 동영상 속의 글씨와 홍 대표 측이 법정에 제출한 글씨가 같은 액자인지를 확인했다. 글자는 물론 갈색의 액자 테두리 색깔, 액자의 크기 등으로 볼 때 동일한 것으로 판단했다. 뉴스타파는 돈 전달자였던 윤승모 씨에게도 동영상의 존재를 알리고 의견을 물었다. 뉴스타파가 찾은 동영상 속 액자가 그가 본 것과 동일한 것인지를 묻기 위해서였다. 그는 기억이 명확치 않지만 돈을 전달할 당시 ‘척당불기’를 분명히 봤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홍준표 의원실에서 척당불기를 본 것은 분명하다. 검찰에서도 처음부터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평소에 한자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사람 인(人) 변에 두루 주(周)자가 합해져서 척자로 읽힌다는 것이 나에게는 신기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사전을 찾아보기도 했다. 법정에서 홍 대표 측은 척당불기는 의원실이 아닌 당 대표실 내실에 걸려 있는 글자였다고 주장했고 재판이 끝날 때까지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난 당 대표실 내실에는 들어가 본 적도 없다. 홍 대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내가 꿈에서 그 글씨를 봤다는 얘긴가. 윤승모 / 전 경남기업 부사장

홍 대표는 1심에서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 법원에 이어 대법원은 홍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돈 전달자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발견한 이 동영상으로 홍 대표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최소한 ‘척당불기’가 2010년 8월부터 어느 시점까지는 그의 의원실에 걸려 있었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뉴스타파가 발견한 이 동영상은 인터넷에서 누구나 찾을 수 있는 화면이었다. 검찰이 이를 미리 확인했더라면 법원의 판단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향후 검찰의 부실수사와 법원의 판결에 대한 오심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취재 : 한상진
편집 : 윤석민

월, 2017/12/2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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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지난 4년 동안 19대 국회가 청년 정책을 제대로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했는지, 각 정당의 관계자를 만나 물었다. 새누리당(김용태 의원), 더불어민주당(장하나 의원), 정의당(조성주 미래정치센터 소장)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정의당은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청년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공약을 적게는 10개, 많게는 40개 가까이 제시했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이들은 스스로 자당 청년정책의 이행과 성과에 대해 몇 점이나 매겼을까? 이번 4.13 총선에서 기성 정치권은 청년 문제에 제대로 된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동영상을 클릭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판단과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관련 보도 : 2016 총선기획 ‘중식이의 노래’

월, 2016/01/1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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