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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잠’에 대한 생각 : 표현의 자유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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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잠’에 대한 생각 : 표현의 자유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익명 (미확인) | 목, 2017/01/26- 15:41

이 글은 국제앰네스티의 공식 입장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며, 앰네스티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나의 생각.
국회에 걸린 <더러운 잠>이 여성비하적이라고 비판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가? ( X )
국회에 걸린 <더러운 잠>을 자칭 ‘박사모’가 와서 물리적으로 훼손하고 뜯어낸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가? ( O )


<더러운 잠>을 둘러싼 일련의 소란은 무척 혼란스럽다. 여성사회단체와 페미니스트를 필두로 한 사람들은 이것이 여성비하적이라고 한다. 예술계에서는 풍자이며 표현의 자유라고 한다. 야권 지지자들은 이것이 시국비판이며 소수자가 아닌 박근혜라는 최고권력자 비판이지 어떻게 여성비하냐고 한다. ‘박사모’는 그림을 물리적으로 뜯어내고 훼손했다. 그걸 본 어떤 야권 지지자들은 이것을 ‘여성혐오적이라고 하는 것은 박근혜를 두둔하는 것’이라고 하는 괴상한 결과에 도달한다. 한국 페미니즘의 적이라고 할만한 박근혜를 묘사한 것을 두고 “여성비하”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페미니스트는 ‘박사모’와 같은 취급을 받는 억울한 지경에 이르렀다. ‘일베’는 원래 이미지 합성을 통해 모독하는 것을 장기로 삼는 곳이니만큼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뛰었다. 이를 놓칠리 없는 박근혜는 탄핵심판과 전혀 관련 없는 이 사안을 두고 끌어다가 ‘세월호 7시간 행적 의혹은 여성비하’라는 기적의 논리를 펼쳤다. 물론 야권 지지자이며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페미니스트인 남성인 나 같은 사람도 있다. 단체 안에서도 이것에 대한 시각은 개인마다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얘기할 수 있는 논점과 고려해야할 맥락은 너무 다양한데 사람들은 저마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주장하고 있다. 정말 혼란스럽다.

honran
표현의 자유는 여러 가지의 법리적 이론이 있으며, 이론마다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와 그 근거가 분분하다.1) 권리로서 표현의 자유의 출발은 국가가 개인의 사상과 표현을 이유로 탄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지만, 최근에 이르러서는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 혐오표현 등은 명백히 제한해야 한다는 식으로 논의가 더 촘촘해지고, 확장되고 있다. (그래서 복잡해지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표현의 자유는 다른 자유권과 마찬가지로 신성 불가침의 권리가 아니며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사상을 어떠한 형태로 나타내거나 발표한다고 해서 공권력에 의해 억압 당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비평,비난 받지 않을 자유’나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을 자유’가 아닌 것이다. 다른 사람의 권리, 특히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표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마법의 언어처럼 오남용 되고 있다.2) 게으르고 저급한 예술적 성취나 타인을 모독하는 등의 저열한 의도로 제작한 창작물을 만들어놓고 “표현의 자유니까 존중해달라”고 말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한계와 그것을 법적, 규범, 윤리적으로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공유되는 사회적 합의선이 부재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혼란으로 보인다. 표현의 자유가 다른 가치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억지에 불과하다. 자유는 일반적으로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향유되는 것을 자유라고 부른다.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다고 해서 타인의 주거에 무단침입해서 원래 살던 사람을 쫓아내는 것을 거주 이전의 자유라고 하지는 않는다. 길을 걸어다니며 아무 곳에나 침을 뱉고 담뱃재를 날리며 피해를 준 사람에게 지나가던 다른 행인이 항의했다고 해서 ‘이동의 자유’가 침해 받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더러운 잠>에서 예술품에서 발견하길 기대되는 어떤 새로운 미학적인 쾌감이 있는가? 아니, 이 그림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그렇다면 풍자로서 대통령 박근혜의 실정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통찰이 있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박 대통령의 정치인으로서의 특징이나 그가 저지른 수많은 정치·사회적인 실패는 방기한 채 오로지 여성성만을 부각시키고 벌거벗겨 모욕하는 방식은 다분히 여성비하의 결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싸드와 세월호를 그려넣었다고 하지만 이것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에 적절한 방식이 아니며 그저 박근혜를 비난하기 위해 세월호를 가져다 썼다고 보여진다) 혹자는 <더러운 잠>이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박근혜를 풍자하고 있는데 이것이 왜 여성 전체에 대한 모독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 혹자는 높은 확률로 남성이다) 그러나 거기에 누드로 묘사된 것이 박근혜라고 해서 박근혜만 불쾌감을 느껴야한다는 주장은 인간의 인지능력에 대한 굉장히 빈곤한 이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전혀 모르는 여자의 외설적인 사진을 그저 보여주기만 해도 성희롱이 성립할 수 있다. 원치 않는 성적 당혹감과 모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이미지가 메세지를 재현하고 생산해내는 방식에 기인하는 것이지, 거기에 그려진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고 해서 희석될리 없다. 더군다나 일평생에 걸쳐 여성의 외모와 몸을 평가하고 대상화하는 이 사회, 이 문화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성이 아니면 이것이 모독인지 아닌지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 뿐만 아니라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그 그림에서 성적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그 불편함을 작품이 의도한 것인가? 그렇다면 그 불편함을 비평하고 표현하는 것 또한 관람자의 것이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느껴지는 모욕감은 박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엉뚱하게도 박근혜 대통령과 전혀 관련 없는 다른 평범한 여성들과 문제 의식을 공유하는 시민들의 것이기도 하다. 선출 공무원, 정치인, 대통령으로서의 박근혜가 저지른 정치적 비위가 아닌 대통령의 성별에만 매달려 여성 박근혜를 공격한 결과는 결국 역설적으로 박근혜를 젠더 뒤에 숨게끔 만드는 역효과를 낳았기 때문에 결국 실패한 비판이 될 수 밖에 없다. 여성 일반을 모욕하려는 창작자의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것은 그저 <더러운 잠>이 박근혜 혹은 정치를 비판하려는 방식이 게으르고 나태했다는 자기고백에 불과할 뿐이다.3) 같은 맥락에, 광화문 광장에서 “미친년”이라는 피켓을 보고 불쾌감을 느끼거나 “미스 박”을 호출하는 DJ DOC의 노래를 광장에서 듣길 원치 않았던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평소에 정치비판에는 전혀 무관심했던 힙합씬은 왜 갑자기 혁명가 흉내를 내는 것이고 그 가사는 왜 꼭 여성성 공격으로 귀결되는가)

젠더 권력은 여성의 몸을 볼거리로 전락시키고, 남성의 시선에 권력을 부여해왔다. ‘일베’나 ‘박사모’를 비롯한 박근혜의 지지자들이 ‘반격’을 하기 위해 이 전시의 당사자인 표창원 의원이나 이구영 작가를 모독하지 않고, 표 의원의 부인과 딸의 사진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공격했다는 점을 잘 생각해보면 이 작품에 왜 여성비하적이며 박근혜와 아무 관련 없는 사람들이 모욕감을 느끼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방증이 될 것이다. 심지어는 새누리당 여성의원들조차 “표창원 네 마누라를 벗겨주마”라는 여성비하와 성적 괴롭힘을 담은 피켓을 들어(음주운전을 비난하는 음주운전자 같다) 표 의원이 아닌 그의 부인을 타겟으로 모욕의 매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는 지난 몇 년간 “표현의 자유”를 엉뚱하게 갖다 쓰는 이들이 사회 공동체가 지켜야할 최소선을 위협하는 저열한 공격들을 봐왔다. 그것은 우리가 가지는 존엄에 대한 공격이었다. 진실규명을 위한 단식농성을 벌이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앞에서 “폭식투쟁”을 했던 사람들은 어떤가? 평소에 광화문 광장에서 뭘 먹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들은 그 상황, 그 맥락에서 약자이고 피해 당사자인 사람들을 조롱하기 위해 굳이 거기서 피자를 ‘폭식’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것이 보호받아야 할 “표현의 자유”라고 말할 수 있을까? 트럼프의 대두로 공공연하게 미국 사회에서 발화되는 무슬림, 성소수자, 백인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위협과 비하처럼 타인을 공연히 공격하거나 사회가 공유해야 할 가치를 저해하는 표현도 보호받아야 하는가?

 

“표현의 자유”는 수준 낮은 창작물을 변명하는 방패가 아니며 ‘악’으로 상정되는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허용될 수 있는 절대선은 더더욱 아니다. <더러운 잠> 전시로 비롯된 것과 같은 논란과 논쟁을 통해 “표현의 자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사회적 합의선을 찾아가는 것은 바람직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성별/나이/외모/신체/학력/지역/인종/성적지향/장애를 도구로 누군가를 비난하는 일은 멈춰야 한다. 다른 누군가를 상처주는 방식이 아닌, 더 예리하고 더 세련된 비판과 풍자를 원한다. 지금은 2017년이고, 이제는 좀 그럴 때가 되었다.

 

꿀곰,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간사


1) 홍성수 숙대 법과대학 교수의 ‘표현의 자유와 인권’ 강좌를 정리한 포스팅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법학계의 몇 가지 이론과 국내와 미국의 9가지 판례 사례가 잘 정리되어 있다.

2) 정작 진짜 표현의 자유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위축되어 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야 하는 앰네스티의 웹사이트에 표현의 자유가 제한받을 수 있다고 쓰는 것이 조심스럽다. 다른 권리와 가치와 충돌하여 현저한 해악을 미치는 경우에 한한 것임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한다.

2-1) 정말 표현의 자유가 공격 받고 제한 당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경우라고 본다.

시위를 취재했다는 이유로 고문하고 재판 없이 무기한 구금되어 있는 이집트의 사진기자 샤칸

가상의 왕국을 다룬 연극을 공연한 것이 ‘왕실모독죄’라며 징역형을 선고한 태국 정부

정부 비판적인 블로그를 운영했다는 이유로 벌금 약 10억, 채찍질 1000대, 징역 10년형을 선고 받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라이프 바다위

트위터에 인권침해 우려를 표현했다는 이유로 투옥시키는 바레인 정부

정부 비판적인 방송 채널에 방송 금지 처분을 내린 파키스탄 정부

3) 2016년 5월에 홍대에 ‘일베’ 회원을 인증하는 손가락 조형물이 작품으로 등장해 당시에도 표현의 자유에 대해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일베’는 피해자인양 굴었다. 홍대 ‘일베 조형물’에 대한 내 생각은 일단 너무 게으르다는 것. 어떠한 해석이나 변형 없이 그 자리에 그저 재현하는 것이 예술로서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는가. 하물며 재현의 대상이 아름다운 것도, 소외된 것도 아닌 고작 일베 인증이라면.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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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인구집중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에게 피로감을 준다. 2021년 5월 기준, 대한민국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0.3%가 산다.

높은 인구 밀도로 삶의 질은 낮아지고, 실업이나 주거빈곤 최저주거기준 미달 또는 주거비가 소득의 30% 이상 차지하는 주거비 과부담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를 ‘주거빈곤’1)도 증가한다. 남은 49.7%의 인구는 수도권 이외의 곳에서 흩어져 있다. 이 중에는 10년 후의 모습을 장담할 수 없는 지역소멸 지역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지역소멸의 위협이 목전에 다가온 몇몇 지역에서는 ‘청년’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동안 청년은 젊다는 이유로 정책 대상에서 배제되곤 했지만,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미래세대의 유입과 안착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식한 것이다.

몇몇 지방정부는 이미 선도적 청년정책을 추진해오고 있었고, 이제 막 청년정책을 시작하는 후발주자도 많아졌다. 청년이 지역소멸 위기극복의 키워드가 된 지금, 지방정부가 청년정책을 ‘잘’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짚어보고자 한다.

종합적 접근을 위한 전담부서 위상 강화

청년문제는 삶의 질 전반에 걸쳐진 구조화된 문제라는 점에서 그 원인과 접근이 매우 복합적이다. 그러나 많은 지방정부에서 청년전담팀은 일자리과 내에 설치하고, 그 외 다양한 부서에서 개별적으로 청년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부서에서 따로 운영하는 청년 사업은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는데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청년정책은 종합적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여러 부서를 망라할 수 있는 위상 강화가 있어야 지역의 변화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단체장이나 부단체장 직속으로 전담 조직을 두거나, 기획실 등의 산하에 설치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지역의 비전과 청년정책의 융합

청년정책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젊은 청년을 지원하는 것에 공감대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지역의 청년정책이 개별 사업으로 추진되는 것도 이러한 한계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청년으로부터 얻고자 한다면, 청년을 지역의 비전과 엮어내고 융합시켜 추진력을 높여야 한다.

지방정부는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미래먹거리를 발굴하고, 사회서비스, 문화, 교육 등을 강화하여 기존 주민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과정에 청년이 결합할 수 있는 연결점과 방식은 매우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소멸을 행정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역량과 실행력을 가진 청년의 역할을 찾아내는 것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지역에 안착하고 싶은 청년, 청년이 필요한 지역

여러 지역의 청년을 만나본 결과, 청년은 현재 사는 곳에 계속 머물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수도권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청년들에게도 달갑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청년에게도 삶의 선택지가 많아질 필요가 있다.

현재 청년을 설명하는 핵심 단어는 ‘다양성’일 것이다.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무궁무진한 청년들에게 지역이 별 다섯 개를 받을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되길 바란다.

각주
1) 최저주거기준 미달 또는 주거비가 소득의 30% 이상 차지하는 주거비 과부담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를 ‘주거빈곤’에 처한 것으로 정의한다.

– 글: 이다현 연구사업본부 연구원·[email protected]

목, 2021/09/0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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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인 소니아 응(Sonia Ng)은 자신의 실명을 걸고 홍콩 경찰의 성추행 혐의를 고발한 유일한 시위자다. 다른 시위자들도 익명을 조건으로, 홍콩 경찰이 체포 또는 구금 도중 부적절하게 더듬는 행위를 하거나 알몸 수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응은 기자회견을 통해, 시위 현장에서 체포되어 구금되어 있던 중 한 경찰관이 자신의 가슴을 쳤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후 사람들로 가득 찬 대학교 강당에서 “나뿐만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다른 시위자들도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마스크를 벗고 자신의 신분을 드러냈다.

이제, 응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마스크를 벗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소니아 응이 운동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홍콩을 싫어했다. 이곳 사람들과 공통점이 별로 없는 것 같았고, 민주화운동이 진전 없이 지지부진하자 우리가 약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일을 겪고 나니, 이제는 나도 홍콩 시민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됐다.

경찰이 저지른 성폭력 피해 경험을 밝히고 난 후,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내게 힘을 주었다. 사람들은 나에게 카드를 보내주고, 곰인형을 선물하고, 수프나 케이크를 만들어주었다. 사람들의 애정 덕분에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있었다.

다른 방법으로 나를 지지해준 사람들도 있었다. 8월 31일 산욱링(Sun Uk Ling)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을 때, 담당 경찰은 내게 옷을 벗어야 하는 2단계 몸수색을 진행했다. 그 자리에서 경찰에게 항의했던 사회복지사 한 분의 친절함은 앞으로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분 덕분에 수색 방법이 조정되었고, 나는 옷을 벗지 않을 수 있었다. 이날의 사건 덕분에 알게 되었다.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고, 주변에 있는 약자들, 그리고 체포당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확실히 알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는 이런 사실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반발에 부딪혔다. 사람들은 나에게 “문란하다”고 말하거나, 내가 돈을 받고 성관계를 했다며 나를 비방하려 했다. 내게 “하룻밤에 얼마를 받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의심했고 우리 가족들의 배경과 나의 정신 건강에 대해 떠들어댔다. 사람들은 내가 제기한 문제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사람을 없애버리려고 했다.

경찰의 성폭력 문제를 폭로한 후, 처음 며칠 동안은 도망칠까 생각했다. 하지만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했다. 평생 도망치기만 한다면 이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나보다 훨씬 더 심한 피해를 겪은 사람들도 알고 있다. 나는 경찰에게 물리적인 폭행을 당하지도 않았고, 실명하거나 이가 뽑히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부상당한 것에 비하면 내가 겪은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사람들이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경찰에 성추행을 당할 위험이 있으니 여성 시위대는 최전선에 나서지 말라고 제안하기도 한다. 결정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지만, 나는 여성들에게 앞에 나서지 말라고 충고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위에는 사람이 필요하다.

홍콩은 우리 모두가 사는 곳이다. 성별에 상관없이 용감하게 나서야 한다.

 

나는 이곳을 사랑한다. 이곳 사람들은 더더욱 사랑한다.
여전히 변화는 가능하다고 믿는다.

소니아 응

 

홍콩의 여성단체들은 여성인권옹호를 위해 매우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레인릴리(Rainlily)라는 단체는 여성들에게 ‘성폭력에 대해 폭로하는 것은 주저할 필요가 없으며, 그 폭로를 욕보이려는 말들에는 관심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훌륭히 일을 해내고 있다. 또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이번 운동 이후, 우리 사회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이 홍콩에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에 맞서고 있다.

홍콩 사람들은 돈 밖에 모른다고 할 때, ‘저 많은 기부자들을 보라’고 말할 수 있다. 홍콩 사람들은 남에게 관심이 없다고 할 때, ‘낯선 사람의 죽음에 눈물짓는 사람들을 보라’고 말할 수 있다. 홍콩 사람들은 힘 있는 사람에게 굽실거린다고 할 때, ‘하나가 되어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보라’고 말할 수 있다.

홍콩이 중국 공산당에 맞서는 것이 계란에 바위를 치는 겪이라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는 우리의 고향이고, 우리는 끝까지 투쟁해야만 한다. 이 운동 이후, 나는 진심으로 홍콩이 나의 집이라고 느끼게 됐다. 나는 이곳을 사랑한다. 이곳 사람들은 더더욱 사랑한다. 여전히 변화는 가능하다고 믿는다. 아직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고, 우리 가슴에 이 불꽃이 살아있는 한, 아직 기회는 있다.

 

 

온라인액션
홍콩: 경찰의 폭력을 즉각 조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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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9/12/12-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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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활동가 메흘랍 자밀(좌)과 나이로비 카스티요(우)의 모습

트랜스젠더 활동가 메흘랍 자밀(좌)과 나이로비 카스티요(우)의 모습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기념해 국제앰네스티는 도미니카공화국과 파키스탄 출신의 활동가 2인에게 그간 마주했던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했습니다.

나이로비 카스티요는 도미니카 트랜스젠더와 트랜스베스타이트 성노동자 커뮤니티COTRAVETD의 이사장입니다. 2004년 이 단체를 설립한 공동 설립자이기도 합니다.

메흘랍 자밀은 연구자이자 지역사회 교육자로, 파키스탄의 역사적인 트랜스젠더법(2018) 초안 마련을 도운 인물입니다. 이 법은 관련법 중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것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 연대가 가져오는 막대한 위안과 힘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여러분의 성장 환경은 어땠는지 알려주세요.

나이로비저는 정말 끔찍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제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가족들은 절대 인정하지 않았어요. 결국 제가 열세 살이 되던 해 가족들은 제 성적 지향을 이유로 저를 내쫓았습니다. 저는 산토 도밍고 거리에서 노숙을 하며 향정신성 물질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트랜스여성이 되기까지의 전환 과정은 매우 힘겨웠습니다.

메흘랍저는 펀자브 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대부분의 삶을 그곳에서 보냈습니다. 그러다 생활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러 고등교육을 받기 위해 도심 지역으로 이주했습니다. 지금은 지역사회에서 운영하고 파키스탄의 젠더 및 성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HOPE(‘긍정적인 기대만 가져라’)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젠더 이분법에 반대하고, 가부장제를 거부하고, 자본주의 전복을 모의하며 차이chai를 아주 많이 마시는 것이 제 일상입니다. 그냥 평범해요.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나이로비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여자 옷을 입는다며 “게이 자식faggot”이라고 불렀습니다.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선택지가 없어 생계를 위해 성노동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제도권에서는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포주 없이 혼자서 일을 시작했지만 다들 그렇듯이 많은 위험에 직면했습니다. 매일같이 경찰의 검문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저를 폭행하고, 제 돈을 빼앗고, 그들과의 구강 섹스를 강요했습니다. 옷을 벗으면 그동안 당해온 부당대우로 인해 생긴 흉터가 모두 드러납니다. 각 흉터가 생긴 날짜와 시간까지도 정확히 말할 수 있어요.

 

배제와 낙인, 차별을 끝내기 위해 계속해서 싸워야 합니다.
사회적 배제는 우리의 인권 침해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나이로비 카스티요, 도미니카 트랜스젠더 및 트랜즈베스타이트 성노동자 커뮤니티COTRAVETD 이사장

 

메흘랍트랜스젠더, 그 중에서도 특히 저희 지역 출신 사람들은 언제나 불운한 희생자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억압당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그렇게나 알고 싶어하면서도, 정작 우리를 억압하는 제도에 맞서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가 이런 폭력을 매일 마주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조차 우리의 방식대로 발언할 기회를 전혀 얻지 못합니다.

 
현재의 상황에 저항하기로 마음먹은 순간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나이로비활동가가 된 때 저는 29세였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연합여성운동Movement of United Women이라는 단체가 폭력이나 체포, HIV로 고통받는 여성 성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이런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저희 지역에는 트랜스젠더 문제를 다루는 단체가 없었습니다. 성노동자의 요구는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노동자 단체를 결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죠. 그렇게 2004년 COTRAVETD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메흘랍하루에도 그런 순간들을 몇 번이나 겪는 것 같아요. 변화를 위해 싸우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때에만 가능합니다. 우리의 조직적인 활동은 동떨어지고 개인주의적인 인권 프레임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같은 사람들을 위한 정의를 요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안젤라 데이비스Angela Davis의 말처럼, 집단 속에서 우리는 희망과 낙관이 잠든 저수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룬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요?

나이로비COTRAVETD을 이끈 것입니다. 저희는 어린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교육 활동을 진행하고 군과 경찰의 트랜스젠더 인권침해 중단을 위한 인식 제고 및 교육 워크샵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약을 복용하는 트랜스젠더 성노동자였던 제가 이 단체의 대표가 되고 약물 남용을 극복하기도 했다는 것이 큰 성과입니다.

 

저는 퀴어의 미래를 꿈꿉니다. 트랜스젠더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억압의 제도적 근원을 해결하는 강력한 정치적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메흘랍 자밀, 조사관 겸 지역사회 교육자

 

메흘랍저는 제가 이룬 것보다 제가 하지 못한 일들에 더 호기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부장적인 가족 안에서 행복하게 살지 못한 것, 트랜스젠더 의제를 우익 정부에 이해시키지 못한 것처럼 말이죠. 제 존재 자체와 인간성을 끊임없이 말살하는 사회에 안주하지 못한 것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저는 제 실패를 통해, 제가 살아남고자 노력하고 있는 이 사회의 폭력성과 제가 저항하려는 폭력을 지지하는 구조에 대해 매일 새롭게 배워가고 있습니다.

나이로비도미니카공화국 공문서에 우리의 이름과 성 정체성을 반영할 수 있는 성 정체성 법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보호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도 시급합니다. 메흘랍씨, 당신은 이 멋진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었나요?

메흘랍모두가 노력한 결과입니다. 트랜스젠더 법은 무엇보다도 성 정체성과 표현에 관한 자기결정권과, 차별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인정합니다. 변호사, 활동가, 연구자들로 구성된 저희 팀은 이 법안이 의회에 제출될 때 경제적으로 가장 소외되고 폭력에 취약한 성소수자 사회의 요구를 특히 대표할 수 있도록 쉬지 않고 노력했습니다. 파키스탄의 입법 절차는 아시다시피 매우 배타적이고 엘리트주의적이기 때문에 장벽을 허물고 진입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경찰의 만행과 범죄조직의 폭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웠던 용감한 트랜스젠더 전사들이 있었기에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전세계의 트랜스젠더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이로비배제와 낙인, 차별을 끝내기 위해 계속해서 싸워야 합니다. 사회적 배제는 우리의 인권 침해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더 크게 목소리를 내고 의사 결정자들에게 영향을 미쳐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우리가 직접 선택한 이름으로 부를 수 있도록 스스로 힘을 가지고 행동해야 합니다.

메흘랍우리는 온몸 구석구석에 사회의 수치를 품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몸으로 태어나 우리의 신체에 대해 직접 결정할 권리를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받습니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폭력과 삭제, 증오로 얼룩져 있습니다. 이미 우리의 삶은 충분히 고통스러우니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지는 맙시다. 자신과 주변 사람에게 친절해지고 서로 보살피는 문화를 만들어나갑시다. 그리고 변화를 위해 다 같이 행동합시다.

미래에 대한 가장 큰 꿈은 무엇인가요?

나이로비제 꿈은 우리나라에서 젠더 정체성 법이 통과되고, 고령이거나 갈 곳이 없는 트랜스젠더들과 HIV에 감염돼 가족들에게 거부당한 트랜스젠더들을 위한 쉼터를 만드는 것입니다. 트랜스젠더들이 더 이상 성 노동자가 될 필요가 없도록 다른 고용 기회들이 주어지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제 꿈입니다.

메흘랍저는 퀴어의 미래를 꿈꿉니다. 트랜스젠더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억압의 제도적 근원을 해결하는 강력한 정치적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트랜스젠더 자매가 지구 반대편에서 비슷한 싸움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아주 소중한 경험입니다. 서로의 투쟁을 통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도록 다국적 연대를 만드는 것에 대해 더 많이 대화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국경을 넘어선 자매애를 통해 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얻고 있습니다. 당신의 활동 이야기를 듣고 매우 큰 영감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정말 훌륭해요. 당신은 지역사회의 희망의 빛입니다. 소망이 모두 이루어지도록 기도하고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더욱 큰 힘이 되기를!

이 글은 TIME에 먼저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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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20/03/31-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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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지금, 북한은 ‘확진자 0명’이라는 발표를 통해 국제사회의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북한의 발표를 접한 사람들은 그 신빙성에 의문을 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보건의료 환경에 궁금증을 가지기도 합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지금, 북한은 ‘확진자 0명’이라는 발표를 통해 국제사회의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북한의 발표를 접한 사람들은 그 신빙성에 의문을 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보건의료 환경에 궁금증을 가지기도 합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 2명을 직접 만나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에 대해 함께 짚어 보기로 했습니다.

북한의 보건의료 실태와 변화, 그 속에서 북한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건강권을 살펴보면서 북한 보건의료 환경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남북한 1호 한의사
김지은
  • – 북한 청진의학대학 동의학부 졸업
  • – 북한에서 9년간 내과, 소아과, 임상의학연구소를 거치며 의사/한의사로 근무
  • – 2000년대 초반 한국 입국
  • – 한의사 국가시험 합격
  • – 現한의사
남북한 1호 약사
이혜경
  • – 북한 함흥약학대학 졸업
  • – 북한에서 12년간 약사로 근무
  • – 2000년대 초반 한국 입국
  • – 약사 국가시험 합격
  • – 통일학 박사
  • – 現약사

 

김지은 씨와 이혜경 씨를 언급할 때마다 항상 따라오는 수식어는 ‘남북한 한의사 1호’, 그리고 ‘남북한 약사 1호’ 입니다. 두 사람은 북한에서 각각 한의사와 약사로 일했습니다.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한 두 사람은 각각 한의사, 약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활발히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북한과 한국 양쪽의 보건의료 환경을 직접 경험한 전문 보건의료인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의 보건의료 실태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1보건의료인의 삶을 통해 본보건의료 실태

한때, 눈 앞의 현실을 마주할수록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지부, 김지은 한의사, 이혜경 약사
북한에서 보건의료인으로 일하는 것은 어땠나요?
북한에서는 의사라 하더라도 한국처럼 여유로운 삶을 누리진 못해요. 북한의 의사는 일반 노동자와 같이 국가로부터 급여와 배급을 받고 살아요. 그래서 국가의 경제가 어려우면 의사의 생계도 어렵고… 때문에 제 생활도 정말 힘들었죠.

1990년대 중, 후반, 잘 알고 계시다시피 북한에서는 대기근으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던 ‘고난의 행군’ 시기가 한창이었어요. 당시 저는 병원 소아과 의사였죠. 의사로서 어린아이들이 끊임없이 죽어 나가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지켜 보고만 있자니 그걸 견디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병원 근무 후 퇴근할 때 집에 가면서 ‘내일 아침에는 어느 침대가 비어 있을까?’와 같은 생각에 괴로웠어요. 아침에는 ‘그 아이일까, 아니면 다른 아이일까?’하는 생각을 하며 출근했죠.

병원 근무 후 퇴근할 때 집에 가면서 ‘내일 아침에는 어느 침대가 비어 있을까?’와 같은 생각에 괴로웠어요. 아침에는 ‘그 아이일까, 아니면 다른 아이일까?’하는 생각을 하며 출근했죠.

약사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겠군요?
국가에서 나오던 배급이 사실상 없어졌지만, 병원에 있던 약국에 나가 계속해야 했죠. 물론, 먹고 살기 위해 약사 일이 끝나면 다른 일을 찾아 나서야 했어요.

약사라고 하면 뭔가 잘 살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생계유지조차 힘들었어요. 한국식으로 말하면 투잡, 쓰리잡을 뛰어야 했죠. 저는 이런 상황을 표현할 때마다 ‘낮에는 사회주의 일(병원 약사)을 하고, 밤에는 자본주의 일(장마당 장사)을 했다’고 말해요.

비교적 최근에는 상황이 바뀐 것 같아요. 새로 생겨나기 시작한 시중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는 그럭저럭 괜찮게 산다고 볼 수 있어요.

 

장마당의 활성화는 의약품
수급 구조를 바꿨다

배급제가 사라졌다고 했는데 병원에 들어가는 의약품도 중단되거나 줄어들었나요?
‘자급자족하라’는 당국의 지시가 내려와 산에 올라가서 약초를 캐 그것으로 약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병원에서는 건초말린 약초를 이용해 고려약한약을 만들어 필요한 약제를 어느 정도 수급할 수 있었어요. 경제난으로 ‘무상치료제’와 같은 의료 제도를 유지하기 버거워지다 보니 국가에서는 원래 병원 안에만 있던 약국을 병원 밖에도 만들어 사람들이 돈 주고 약을 살 수 있도록 했어요.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모든 약국은 국영이었어요. 대략 2005년부터 평양을 시작으로 시중에 약국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개인이 운영권을 가진 약국이 곳곳으로 퍼져 나갔죠.
결국 국가에서 필요한 약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니 민간에 의약품 수급을 맡기기 시작한 거군요?
시중의 개인 약국을 통해 약을 팔 때는 보통 ‘7·3제’를 기본으로 해요. 7·3제란 개인 약국에서 약을 팔면 수입의 70%는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 30%는 약사가 가져가는 거예요 즉, 국가가 주도하는 장사이자 임대 개념으로 볼 수 있어요. 개인이 운영하는 약국이라고는 하나 한국처럼 온전히 개인이 약국의 모든 권리를 가지는 것이 아닌, 기본적으로 국가 소유의, 운영권만 개인이 가지는 약국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러면 지금은 일반 사람들이 약을 구하거나 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는 말인가요?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중국에서 많은 약이 들어왔어요. 이렇게 되자 나라에서 공급하는 약이나 자급자족한 약에만 의존하던 모습에서 장마당에서 약을 구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어요.

최근 들어서는 장마당에서 일반 사람들이 약을 구하기 더 쉬워졌어요.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중국에서 많은 약이 들어왔어요. 이렇게 되자 나라에서 공급하는 약이나 자급자족한 약에만 의존하던 모습에서 장마당에서 약을 구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어요.

여전히 의약품을 구입하는 것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북한에는 민간요법이 성행한다는데 어떤 약이 어떤 식으로 사용되는지요?
‘아편’과 ‘빙두’를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아편의 경우 우리 선조들이 민간요법에서 사용한 것과 같이 지사제나 통증 완화의 용도로 많이 사용돼요. 빙두는 흔히 우리가 영어로 메스암페타민, 일본어로 히로뽕이라고 부르는 향정신성의약품이에요. 사람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것인데 이를 투약할 경우 자극에 무감각하게 되죠. 아픈 사람이 이것을 복용하면 일단 통증이 다 사라지고 기분도 좋게 만들어주다 보니 사람들이 차츰 접하게 되었던 거죠.
아무리 치료 목적이라지만 마약에까지 손을 댄다고요? 그게 가능한가요?
북한은 동네 곳곳마다 역삼대마이나 양귀비아편의 재료가 심겨 있어요. 북한에서는 해당 작물을 재배하는 게 위법행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마약 사용에 대해 윤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해요. 쉽게 접할 수 있고 저렴하다 보니 사람들은 이런 마약에 자연스럽게 손을 대게 되는 거죠.

오늘내일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상황에 처해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아편이나 빙두를 사용하는 것에 부작용이나 윤리적 문제를 고민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사치와 같아요. 이들에게는 순간적인 고통을 당장 면하기 위해 사용되는 하나의 약일 뿐인 거죠.

한 단면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기는 힘들다

무상치료제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병원에 약이 없어 환자가 필요한 약을 직접 구해와야 한다… 얼핏 보기에도 모순적인 것 같아요. 의사와 약사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일해야 했나요?
제가 일하던 병원 과에 6명의 의사가 있다고 하면 3명은 오전에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나머지 3명은 나가서 먹을 것을 구하고 그랬어요. 가끔 며칠씩 교대로 다른 지역으로 가서 물건을 사고팔거나 동네에서 순두부 등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했죠. 그러다가 상황이 더욱 안 좋아지면서 감당할 수 없게 되니까 병원에 있던, 환자에게 써야 할 약을 돈 받고 팔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환자들이라고 해서 모두 다 아주 없거나 그러진 않았기 때문에 가끔 치료가 급한 환자가 의사를 보러 올 때는 뇌물을 가지고 오기도 했어요. 뇌물이라고 하지만 보통 두부, 통강냉이 같은 먹을 것 위주였죠. 어쨌든 그런 환경에서는 먹고 사는 게 최우선이다 보니 그런 식으로라도 생계를 유지해야 했어요.
의료인들은 나라에서 나오던 월급과 배급이 끊기자 당장 자기가 먹고살 방법이 없어졌어요. 환자 진료 이전에 자신의 생계부터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죠.

그렇다 보니 돈이나 먹을 것과 같은 뇌물을 건네줘야 환자에게 좋은 처방을 내려주는 식으로 바뀌고 있어요.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외부 지원이 전보다 늘어나면서 외국 약이 많이 들어갔어요. 하지만 이렇게 들어가는 약 중 상당량이 뒤로 빼돌려져 장마당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알려졌죠. 결과적으로 보면 장마당으로 약이 흘러 들어가서 사람들이 필요할 때마다 돈을 주고 약을 구할 수 있게 되긴 했어요.

의료인들은 나라에서 나오던 월급과 배급이 끊기자 당장 자기가 먹고살 방법이 없어졌어요. 환자 진료 이전에 자신의 생계부터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죠.

생계를 위해 의료인들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하는군요. 윤리적인 측면에서 이와 같은 모습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세요?
북한의 경제난이 심각하다 보니 여러 ‘비정상적인’ 행위들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모습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는 해요. 하지만 한 단면만 가지고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다고 봐요.

북한의 의료인들이 부패하거나 인간성이 없다고 비난하기에는 그 사람들이 처한, 국가에서 나와야 할 월급과 배급이 끊긴 상태에서 맡은 일을 수행해야 하는 동시에 생계를 이어갈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그런 열악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쉽게 평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의료라는 것은 마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의학 자체는 학문이에요. 하지만 의료 행위를 하는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서 그 행위가 얼마만큼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가가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북한 의료인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환자에 대한 마음가짐, 그것은 제가 볼 때 국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이 아닐까 해요.

보건의료인들의 삶을 통해 북한 의료 실태를 살펴보면서 환자뿐 아니라 의료인 역시 열악한 보건의료 시스템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음 화에서 다룰 북한 보건의료 제도 속 변화의 모습에 대해서도 더욱 궁금해집니다.
화, 2020/06/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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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저번 글에 이어 2명의 탈북 보건의료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북한 사람들이 누리는 건강권과 보건의료 개선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인권적 측면에서의 고찰이 필요하다. 북한 보건의료의 상황을 전체적으로 보면 과거와 비교해 봤을 때 제도적으로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 같으나, 그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이 제도의 틈을 비집고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는 게 느껴지네요.

이번 글에서는 저번 글에 이어 2명의 탈북 보건의료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북한 사람들이 누리는 건강권과 보건의료 개선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3북한 보건의료와 건강권지향점과 개선 방향
© 연합뉴스 헬로포토

인권적 측면에서의
고찰이 필요하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지부, 김지은 한의사, 이혜경 약사
북한 보건의료의 상황을 전체적으로 보면 과거와 비교해 봤을 때 제도적으로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 같으나, 그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이 제도의 틈을 비집고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는 게 느껴지네요.
지금 북한은 변화하고 있어요. 북한 사람들은 원하는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과 자신의 노력과 선택에 따라 더 나은 의료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하나하나 스스로 알아 가고 있는 중이에요.

이건, 외부에서 알려주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터득해 나가는, 정말 놀라운 현상이라고 봐요. 그래서 저는, 현재 북한의 의료 현실이 열악해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사망하는 그런 상황에 대해서는 정말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만큼 더 고통스럽지만, 아픈 만큼 새로운 시스템을 북한 사람들 스스로 만들어내고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며 북한 의료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어요.

지금 북한은 변화하고 있어요. 북한 사람들은 원하는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과 자신의 노력과 선택에 따라 더 나은 의료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하나하나 스스로 알아 가고 있는 중이에요.

북한에서는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은 어떠한가요?
최근의 상황은 어디까지나 돈의 문제라고 봐요. 돈이 없으면 누구라도 약을 구하기 힘들고 돈이 있으면 구하기 쉬워요. 취약계층이라고 해도 의료 접근성에 있어 차별이 있거나 하지는 않아요. 특별한 우대도 없고요.
적어도 의사들을 만날 기회는 많아요. 이 점에 대해 의아하시겠지만, 의사담당구역제에 의해 의사가 가가호호 방문하다 보니 오히려 의료 접근성은 한국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어요.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의료 체계만 놓고 본다면 북한이 정말 잘 만들었기는 해요.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공식적인 북한 보건의료 제도에서는 선택권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선택권은 개인에게 매우 중요한 권리 중 하나잖아요. 이것은 인권과 관련된 것이에요.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원하는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곧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인, 내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당하는 것이라고 봐요.

북한 보건의료 제도가 가진 장단점이 뚜렷하군요.
북한 보건의료 제도는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인권 존중이 결여되어 있어요. 하지만 저는 북한에 있을 때 이러한 것들을 전혀 몰랐어요.

북한에는 아직도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권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한국에 와서 살다 보니 북한에 있을 때는 몰랐던 인권의 가치를 알게 되면서 ‘북한에서는 정말 중요한 것들을 못 누렸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보여지는 것에만 열광하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건의료와 같은 특정 분야에 한정해서만 말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모든 곳에서 인권침해가 만연하고 있어요.

북한에서 인권이라는 잣대를 놓고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 인권이라는 말 자체가 그야말로 행복에 겨운 비명일 정도로 일반적이지 않아요.

아직도 많은 북한 사람들이 인권이라는 잘 말을 모르거나, 그 개념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어요. 병원, 공장 등 기관과 조직 곳곳에서 인권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죠. 북한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리고 있는 인권이라는 것이 없다고 보면 돼요.

북한에서 인권이라는 잣대를 놓고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 인권이라는 말 자체가 그야말로 행복에 겨운 비명일 정도로 일반적이지 않아요.

© 연합뉴스 헬로포토

생각과 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

북한은 자신들이 맞닥뜨린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 않나요?
이런저런 노력은 굉장히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김정은은 집권 이후 제약산업에 큰 관심을 보였어요. 또, 종합대학의 약학부를 따로 분리해 규모를 늘려 새로 약학대학으로 만드는 등 보건의료 분야 교육에도 관심을 보였죠. 이번에 신축하는 평양종합병원도 그렇고 보건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을 하기는 해요. 하지만 병원만 하더라도 거기에 필요한 의료 기기가 제대로 들어갈지, 완공되더라도 전기가 제대로 공급될지에 대해서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그렇다면 북한 보건의료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병원이나 제약 공장만 짓는다고 해서 끝이 아니잖아요.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꼼꼼한 관리가 끊임없이 이뤄져야 하는데 아마 이런 점에서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즉, 제약 기계와 설비를 돌릴 원료가 있어야 하며, 의약품 생산에 들어가는 재료도 있어야 하죠. 이런 것들을 북한 혼자서 충당하기는 불가능해요. 필요한 물품을 수입해야 하는데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대북 제재로 인해 상황이 여의치 않아요.
최근 북한에서도 기본적인 치료 정도는 이뤄지고 있어요. 한국이나 국제사회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아주 막막한 상황은 아닌 거죠. 나름의 보건의료 체계가 갖춰져 있고, 그 체계의 기초만은 정말 뛰어나기 때문이에요. 의료 교육의 질과 의료인들의 수준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북한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원료와 의약품 생산에 들어가는 재료가 부족하다 보니 시설을 제때 돌릴 수 없어요. 원재료가 부족해서 그렇지 의료 시설과 같은 하드웨어, 그리고 의료진과 같은 소프트웨어 등 필요한 체계는 웬만큼 갖추고 있는 상황이에요.

북한 보건의료의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그 어떤 지원보다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지원해 주는 것이 북한의 의료환경 개선과 자력화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효율성 측면에서도 더 바람직하다고 봐요.

충분한 원료와 재료만 있다면 북한도 큰 문제 없이 지금 맞닥트린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위기를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충분한 원료와 재료만 있다면 북한도 큰 문제 없이 지금 맞닥트린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위기를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명백한 것은, 우리가 언제까지 북한에 지원만 할 수는 없어요. 보건의료 측면에서 보면 이런 상황은 엄밀히 말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예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의약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료와 재료를 북한에 지원해서 북한이 혼자서 일어서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자생 능력을 찾을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비록 제 바람은 북한으로의 의약품 원재료 지원이 무리 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긴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이를 제재하는 데에도 여러 가지 수긍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보여야 할 모습, 그리고 국제사회가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요?
한두 가지로 간략하게 말하기에는 어렵지만… 일단, 북한 당국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하지 않았으면 해요. 북한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에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으로의 지원을 바라봄에 있어 정치적인 상황과 연결하거나 정치적 잣대를 가지고 바라보지 않았으면 해요. 모든 것을 떠나서 생명과 관련된 것이지 않나요? 인도적 지원의 취지를 한 번 더 고려해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북한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기 위해 먼저 나서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원 물품에 대한 투명한 관리·감독과 사용 내용 공개가 이뤄져 지원 물품이 무기 만드는데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국제사회도 의혹을 거두고 북한이 원하는 것을 고려해 더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리라 생각해요. 아쉽게도, 북한에 지원되는 물품에 대한 모니터링이 어렵다 보니 국제사회의 지원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봐요. 무엇보다 북한 당국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 국제사회와 협력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북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군요.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인도주의적 측면을 고려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 노력도 필요하다는 점…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북한 보건의료 상황 개선을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양보, 협력과 협조가 필수적이다.
화, 2020/06/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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