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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백년은 동아시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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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백년은 동아시아에 있다

익명 (미확인) | 목, 2016/12/22- 15:45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페스트라이쉬 교수가 (사)다른백년의 고정 필진으로 참여합니다. 여기서 부정기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말할 것입니다.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실린 글(중국의 꿈’은 미국인가’)을 저자의 요청에 따라 전재한 것입니다.)

얼마 전에 어느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남경에 다녀왔다. 거기서 안내를 해주는 학생에게 그 유명한’부자묘(夫子廟)’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도심이 아닌 외곽의 옛 정취가 남아 있는 찻집에서 차라도 마시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경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명나라 때까지 ‘금릉(金陵)’이라 불렸던 ‘남경’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연구를 해왔다. 도쿄대학(東京大学)과 하버드대학에서 중국문학을 공부했을 때 남경을 무대로 지어진 시를 많이 읽었다. 17세기의 산문 잡기에 등장하는 진회하(秦淮河)의 아름다운 풍경과 대학시절 소설 『홍루몽(紅楼夢)』을 읽을 때 상상했던 18세기 남경의 죽 늘어선 저택들의 모습이 여전히 뇌리에 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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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를 모신 남경부자묘. (사진 출처: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greatwal88&folder=2…)

그러나 시끌벅적한 거리를 걸으며 옛 금릉의 모습을 찾아보고자 했던 나의 노력은 허사로 돌아갔다. 부자묘 주변의 옛 건물은 이미 철거되었고, 그 자리에는 패스트푸드점과 양복점 등이 들어선 볼품없는 콘크리트 구조물들로 채워져 있었다. 질 좋은 고급 차를 파는 곳도 몇 집 있었지만 길가 상점에서 팔고 있는 음식과 기념품들은 방콕이나 L.A에서 파는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쉽게도 남경에서 직접 만들었다는 것들은 끝내 찾지 못했다. 시인, 소설가는커녕 장인과 기술자들의 모습까지 이젠 사리지고 없었다.

옛 정취 사라진 전통 도시

부자묘의 내부도 옛 정취가 사라졌다. 벽은 석벽과 토벽 대신 콘크리트가 발라져 있었고, 목수의 실력이 나빴는지 벽과 바닥을 잇는 접합부의 마감은 허술했다. 진열된 가구들도 싸구려 느낌이 들었고 벽에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식상한 그림들이 여기 저기 걸려 있었다.

나는 남경에서 파리의 노틀담 대성당과 일본의 나라(奈良) 동대사(東大寺)에서 볼 수 있었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역사의 흔적과 끝내 조우하지 못했다. 중국인이라면 누구나가 남경의 과거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어느 책에선가 읽은 적이 있는데, 거리를 다녀 보니 그 화려했던 남경의 역사와 문화는 흔적조차 찾을 길이 없고, 지금의 남경은 과거와 단절된 낮선 도시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오랜 시간 동안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그나마 옛 정취를 조금 간직하고 있는 어느 찻집을 찾았지만, 찻집을 나오면서 이내 가슴 한가득 슬픔이 밀려왔다.

중국의 역사와 전통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그것은 문화대혁명의 탓이 아니라 소비문화의 성장이 초래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 슬픔은 가슴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탄식에 가까운 한숨이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마음 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고대 중국은 지속가능한 유기농업을 통해 세계 제일의 농경시스템을 만들어내었지만, 복잡한 관료 제도를 지탱하고 많은 인재들을 길러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훌륭한 유기농업의 전통을 버렸다는 것이다.

미국의 농학자 프랭클린 하이럼 킹(F·H·King)은 그의 저서 『동아시아 사천년의 영속농업 -중국・조선・일본』(Farmers of Forty Centuries, or Permanent agriculture in China, Korea, and Japan)에서 “동아시아는 확실한 영속농업의 모델을 만들어냈으며 미국은 그것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치명적인 화학비료와 농약을 도입한 탓에 약탈농업으로 탈바꿈해 가고 있어서 더 이상 영속농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고대 중국 농업문명의 눈부신 지혜가 가장 필요한 지금 그것을 이어받은 그 무언가를 찾기 어렵게 되었다.

만약 소비사회의 잔혹한 가치관의 이면에 중국인들의 소박, 절약, 효행, 겸손한 인품은 아직도 매우 매력적이 아닌가 생각하며 이들 미덕을 찾아 중국을 찾는다면 당신은 그나마 약간의 위안을 삼을 수는 있을 것이다.

옛 전통의 힘 잃어버린 중국

서구문화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그 이상적인 모습의 모델을 찾아 많은 서양인들이 중국을 방문한다. 미국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제도를 좀먹고 있는 물질주의와 군국주의에 절망감을 갖고 있던 나 또한 같은 이유로 중국의 문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중국의 유학, 불교학 및 도학사상(道学思想)은 인간의 모든 부분을 금전적으로 평가하는 미국사회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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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불선 사상의 조화로운 공존을 묘사한 김홍도의 군선도.

중국문화의 근면, 절약 및 지행합일 정신이 학생시절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많은 위대한 유학자들은 비록 유복한 가정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 할지라도 넘치지 않는 소박한 식생활을 실천하였고, 문학과 철학을 인생 최고의 목표로 설정했었다. 옛 중국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인간사회와 자연계의 조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영속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중국 방문에서 나는 내가 미국에서 버리려 했던 가짜 ‘신(神)’에게 앞 다투어 머리를 숙이는 중국인들을 보았다. 식당에서는 다 먹지 못해 남겨지는 엄청난 음식에 놀랐고, 즐비한 상점에서 액세서리 등을 충동 구매하는 중국인들을 보고 나는 꽤 놀랐다.

백 년 전의 중국인들이라면 아마도 이와 같은 삶의 태도를 분명 부끄럽게 여겼을 터이다. 기후변동이 급격한 시대에 이와 같은 과소비는 분명 부끄러운 행동임에 틀림없다. 중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미국인들처럼 환경에 대한 영향을 생각지 않고 페트병이나 비닐봉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길에 버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슬프게 만드는 것은 중국의 정부조차 이러한 왜곡된 경제논리와 물질주의를 잣대로 삼아 관료들의 공적을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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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에 열광하는 중국 젊은이들. (사진 출처: http://m.blog.daum.net/2yalove/17953803?categoryId=421641)

이와 같은 평가기준은 이미 서구사회에 막대한 파괴를 초래했다. 또한 많은 중국인들은 일회용 상품이 넘쳐나는 고급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것을 아주 좋아하며 화려한 전투기를 국력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있다.

내가 이와 같은 변화를 민감하게 파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모국인 미국이 발전 방향성을 잃고 국민들이 소비에 대한 환상에 빠짐으로서 현실로부터 도피하려 했던 모습을 이미 오래 전부터 충분히 봐 왔기 때문이다.

세계의 도덕 모델로서 미국은 참패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최근 20년 동안 일련의 불법전쟁에 가담해 왔다. 미국인들은 전쟁에서의 승리로 인한 우월감에 빠져 환경보호나 빈곤층에 대한 관심 등에 관한 세계적 기준을 만들려 하지 않았다.

반면 중국은 세계의 개발도상국을 견인하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은 중국의 발전을 성공 모델로 삼고 중국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세계 인구의 5분의 1은 중국인이고 중국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또한 중국의 문화는 아프리카와 남미의 여러 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의 많은 사람들은 열심히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지금 세계 각국에서는 중국문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인류의 미래를 구원할 지혜를 구하고 있다. 역사가 길지 않고 소비를 바탕으로 새로운 발전 모델 창조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미국과 비교해 중국은 새로운 발전 모델을 만들어낼 필요가 없다. 지속가능했던 농경문화의 긴 역사와 절약의 전통이 새로운 발전 모드의 문화적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되려는 중국의 꿈

많은 중국인들이 생각하고 있는 자신들의 강점은 아편전쟁(1839-1842)과 애로호전쟁(1856-1860 ; 제2차 아편전쟁이라고도 함)과 같은 전쟁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자신들의 힘으로 국가의 이익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는 데 있다. 물론 국력을 키워 외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는 그들의 소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국력의 향상이 기후의 변동 등, 인류의 존재와 관련된 과제 해결을 통해서가 아닌 항공모함과 전차의 제조 등과 같은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군비확장의 방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그 방향이 틀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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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과정에서 서구에 침략당했던 중국은 다시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군사대국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하드파워만으로는 21세기의 세계를 리드할 수 없을 것이다. (사진 출처: http://blog.donga.com/sunlim1102/archives/281)

중국 국내에서는 한층 더 강화된 신자유주의의 추진과 모택동 사상의 부흥에 대한 논의가 동시에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 방식으로 경제, 생태 및 정치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자 하는 방식은 한 번도 논의된 바가 없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는 ‘중국의 꿈’이라는 구상을 발표해 21세기 중국의 글로벌화를 어떻게 모색해 나갈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 시진핑은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실현이야말로 중화민족의 꿈이며, 중국인 한 사람 한 사람의 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시진핑이 말한 꿈은 중국인의 정신적 성숙을 촉구하는 것으로, 국가와 세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힘을 모으자는 호소였음에도 대다수 중국인에게는 셀 수 없을 만큼의 고급차, 편리한 교통망, 즐비한 고층빌딩과 상품이 넘쳐나는 백화점 등 유복한 국가를 의미하는 말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값비싼 요리를 잔뜩 주문하고 다 먹지 못해 남긴 음식이 산처럼 쌓이는 것을 꿈꾸고 있다. 중국인은 서구화된 생활양식을 부러워하지만 우리들 서양인들에게 그것은 좋지 않은 전조로 여길 뿐이다.

고대 중국 말기 유학사상 가운데는 특히 여성에 대한 속박이 가혹했던 것도 있고 해서 서양인의 가치 기준으로 볼 때 중국의 모든 전통을 긍정할 수는 없지만, 중국인이 그들의 과거를 극복해야 할 장벽으로 보지 말고 과거 속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어떤 깨달음과 창조적 아이디어를 발견해 냈으면 한다.

중국의 전통문화는 어린 시절부터 비즈니스 마인드나 마케팅보다는 시집, 논리와 철학 공부를 우선하였다. 국민들로부터 지식인은 사회와 정부에 충성을 다하고, 관료는 그 무엇보다도 인덕을 중시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지금 중국에 필요한 것은 에른스트 프레드릭 슈마허(E. F. Schumacher)의 저서 『Small is Beautiful: Economics as if People Mattered』에서 다루었던 ‘물질지상주의materialist heedlessness)’와 ‘전통의 고수(traditional immobility)’의 ‘절충방법’이다.

중국 전통 속에 지난 100년 서구화의 대안 있어

과거 중국의 경제발전은 서구와 같이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착취하여 그들의 자연자원을 약탈했던 패턴과는 다르다. 탐욕스런 글로벌주의자의 일원이 되지 말고, 인문과 지혜를 소중히 여기는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의 길로 다시 돌아와 중국 내지는 전 세계에 진정한 ‘중국의 꿈’을 펼쳐나가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중국인은 유교와 도교의 전통사상을 담은 장기적 경제적 정의와 환경적 정의를 중국의 꿈속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리고 생태와 정치논리의 전통사상을 되살려 새로운 세계관의 기초를 구축하고, 경제성장의 평가 기준 및 소비활동지수의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

중국에는 이와 같은 사상체계를 뒷받침할 수 있는’미학’이라는 철학적 기초가 있다. 명과 청 시대의 중국인들은 몇 세기 전부터 시도되었던 농업관개계획 수립을 마무리하는 데 성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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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학자들은 끊임없이 자연을 약탈하는 서구의 농업과 달리 수 천년동안 자연과 어울리며 자급자족했던 중국의 유기농법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 http://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82110)

존 페퍼(John Feffer)가 그의 저서 『The New Marx』에서 주장했듯이, 중국의 지속가능한 농업발전의 전통이념을 다시금 연구함으로써 경제학과 환경론을 융합하는 종합적 개념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이 두 과학의 발전방향의 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인 자신들이 이런 보물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중국의 발전방향을 재고함에 있어 학술전통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치평편(治平篇)』을 쓴 홍량길(洪亮吉)과 『농정전서(農政全書)』를 쓴 서광계(徐光啓)의 경제, 농업, 생태의 융합에 관한 노력이 환경요소를 무시한 경제이론에 진력했던 아담 스미스, 칼 마르크스 또는 존 케인즈 처럼 세상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날이 언젠가는 꼭 올 것이다.

중국이 세계를 선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은 이젠 의미 없는 물음이다. 중국은 이미 글로벌 무대 위에 서 있다. 최근 30년 동안 미국문화의 현격한 후퇴와 놀랄 만큼의 지식인들의 무책임이 미국사회에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미국의 미디어가 이를 어떻게 해석하든지 간에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중심적 역할이 방해받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눈부신 경제력, 과학, 정치력과 심오한 문화를 지닌 중국이야말로 국제무대의 한가운데에 서는 유일한 나라가 될 것이다.

과거 아시아에서 가장 강했던 중국은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과 같이 식민지 개척의 길을 걷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공평한 ‘세계 경기장’구축에 공헌할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대이지 확실한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왕성한 창조력과 도덕성을 갖추고 경제력과 권력 추구를 냉정하게 절제하고, 자신들의 전통문화가 어떻게 국가와 세계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 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법률준수, 세계 평화와 세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기대가 기회제공만의 무대가 아니라 책임의 영역이기도 하다는 것을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혜택을 받는 나라도 있는가 하면 부담을 져야 하는 나라도 있다. 중국은 분명 부담을 져야 하는 쪽이다. 지금 중국의 결정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일대일로(一帯一路)’의 전망

글로벌 경제발전이라는 무대의 주역인 중국은 아시아와 유럽 각국의 일체화와 협력관계를 추진하기 위해 ‘일대일로(一帯一路)’라는 전략을 발표하고 세계 각국의 지지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여태껏 ‘일대일로’전략은 인프라 건설과 자원개발의 영역에 머물고 있다. 이와 같은 프로젝트는 지속가능한 미래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했다. 경제성장과 투자확대를 위해 이들 프로젝트는 중국의 석유와 천연가스, 그리고 그 밖의 원재료 공급을 중점으로 한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실크로드기금(NSRF), 상해협력기구(SCO), 실크로드 골드기금, 광업산업발전기금 등은 환경보호와는 거의 무관한 것들이다. 에너지 소비의 정도를 국력의 상징으로 여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레스터・R・브라운(Lester Brown)의 저서 『누가 중국을 먹여 살릴 것인가? 닥쳐올 식량위기의 시대(Who will Feed China?)』에서 말하고 있듯이 중국의 식량과 연료 소비상황은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중국은 최종적으로 새로운 조직, 정책 및 습관을 만들어 낼 것이고, 이로써 세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선도해 나갈지도 의문이다.

실크로드

‘일대일로’는 지금까지는 없었던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를 계기로 이미 서구사회에서는 잊혀진 『국제연합헌장』을 기반으로 삼아 새로운 국제질서의 구축이 현실화될 수 있으리라. 또한 프라이빗 엑티 펀드와 다국적기업의 영향 하에 있는 세계은행과는 다른, 세계의 고도 일체화 동향에 적합한 글로벌 관리기구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다.

‘일대일로’전략은 중국의 독재가 아닌 세계의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초강대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국제합의시스템을 낳는 소중하고도 보기 드문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 또한 이 전략을 경제적 이익의 측면에서가 아닌 ‘인류를 위한 구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는 결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중국은 ‘일대일로’전략에서 제시하고 있는 ‘신 실크로드’라는 말을 깊이 음미해야 한다. ‘실크로드’라고 하면 당 나라 때 중국과 아시아, 유럽의 각국을 연결하는 사마칸드, 안디잔과 같은 무역중심으로 대표되는 ‘오아시스의 길’과, 중국과 인도, 페르시아, 아프리카를 잇는 ‘바닷길’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중국과 중앙아시아, 인도, 페르시아 간의 깊은 문화교류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문화교류는 불교사상의 융성을 촉진시켰고, 돈황의 아름다운 벽화, 장안의 멋진 조각과 자기(磁器), 그리고 그 후의 중국문학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이백(李白)과 두보(杜甫)의 시집을 탄생시켰다.

신 실크로드 구상은 서구의 경제발전을 위한 길이 아닌 문화 창조에 중점을 두어야 하고, 새로운 공항 건설을 대신해 유기농업 추진에 얼마만큼의 힘을 쏟을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 또한 협력 프로젝트에 의한 연료, 광물의 채굴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개발로의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어느 국가든 경제발전계획은 정신적 요구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의 사회개혁주의자 리차드 핸리 토니(R. H. Tawney)는 가장 분명한 사실은 이러한 요소가 언제나 무시된다고 했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영혼이 있다. 경제계획은 인간 존엄성에 상처를 주고, 영혼의 자유로움을 방해하는데, 이는 물질적 풍요로써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은 진리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경제 질서와 그것을 재고하고자 하는 여러 대책들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의 영혼을 경시하는 공업은 언젠가 반드시 인간 영혼에 분노의 불을 붙이고, 틀림없이 경제발전의 주기적인 파괴 내지 붕괴를 초래할 것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경제적 가치 이외에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해야만 한다.

이 ‘신 실크로드’구상은 과연 서구 경제발전의 파괴의 길을 피해 인류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인 문화로 눈을 돌리게 할 수 있을까? 또한 공항의 대량 건설과 석유연료 및 광물을 채굴하는 대신에 지속가능한 유기농업의 발전과 에너지 개발 협력 프로젝트에 힘을 쏟을 수 있을까?

아쉽게도 현재는 이와 같은 동향을 찾아볼 수가 없다. 중국은 이전에도 급격한 개혁과 변화의 시기를 경험한 적이 있다. 많은 중국인들은 의식하지 못하겠지만 바로 중국의 과거 유산에서 세계를 구원할 수 있는 해답이 숨어 있다는 점을 깨우쳐야 할 것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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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0일 오전 10시 즈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당선자 확정을 의결하는 의사봉을 두드리자마자 19대 대통령 임기는 시작된다. ‘대통령당선인’은 오직 찰나(刹那)의 순간에만 존재하게 된다.

그런데 여야정치권이 바로 이 순간을 파고들어 가겠다고 나섰다. ‘인수위 없는 다음 정부’ 출범을 대비해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무위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통령직인수에관한법률(이하 인수위법) 개정이 위헌논란으로 불발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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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국회 의장실에서 4당 원내대표가 인수위법 개정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 당초 4당은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이 45일 간 인수위를 설치하고,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무위원을 추천하도록 인수위법을 고치기로 했다. 그러나 국무총리 후보자의 추천권이 헌법에서 명시한 국무총리의 제청권을 침해한다는 위헌논란이 제기되면서 처리가 무산됐다. 

헌법에서는 국무총리가 국무위원을 제청하도록 되어 있는데 인수위법 개정안이 ‘국무총리의 제청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주장이었다. 기묘한 논리다.

인수위법 제5조는 “대통령당선인은 대통령 임기 시작 전에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를 거치게 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다. 이 경우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하여는 국무총리 후보자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개정안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현행 인수위법도 위헌이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여야 합의 실패한 인수위법 개정안

여야 정치권의 기묘한 법해석은 계속된다. 인수위법 개정에 실패하자 정세균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는 인수위법 제6조 “위원회는 대통령 임기 시작일 이후 30일의 범위에서 존속한다”는 조항을 넓게 해석하기로 했다. 그렇게 한다면 ‘45일간의 인수위원회’ 설치에 대한 위헌논란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인수위법 제1조는 “대통령당선인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명확히 하고 대통령직 인수를 원활하게 하는 데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정운영의 계속성과 안정성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조는 “대통령당선인은 대통령당선인으로 결정된 때부터 대통령 임기 시작일 전날까지 그 지위를 갖는다”고 되어 있다.

명확히 ‘대통령당선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결국 여야 정치권의 합의란 19대 대통령 당선자 결정과 대통령 임기 시작 사이에 존재하는 ‘찰나의 순간’에 인수위를 설치하고, 30일 간 존속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 된다. 법리적으로건, 상식적으로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인수위, ‘성공한 대통령’을 위한 준비과정

그렇다면 왜 ‘찰나의 순간’마저 파고들어 인수위를 만들려 하는가?

인수위법 제7조는 1.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현황의 파악, 2.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3. 대통령의 취임행사 등 관련 업무의 준비, 4. 대통령당선인의 요청에 따른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검증, 5.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을 인수위원회 업무로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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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인수위원회 설치를 법률로 정했던 것은 아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설치령으로 인수위를 운영했다. 2003년 2월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이명박 대통령부터 법률로 정한 인수위원회를 두었다.

법안 내용도 조금씩 바뀌어 왔다. 이번에 문제가 된 ‘국무총리 제청권’ 관련 조항은 법 제정 당시에는 제5조에서 “국무총리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을 뿐 다른 언급은 없었다.

그 후 2005년 7월 국회법이 개정되면서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하여는 국무총리 후보자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당연히 그 이전에도 인사검증을 했지만 인수위가 내각 후보자 인사검증을 한다는 조항은 2017년 3월 법 개정에서야 등장한다.

이처럼 법률로 인수위를 설치해 대통령당선인의 인수업무를 돕는 것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준비된 대통령’, 무엇보다 ‘준비된 당선인’이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의 성공조건 Ⅰ, Ⅱ』(2002)에서 인수위원회는 겨우 4페이지 분량으로 간략하게 언급되는 정도였다.

하지만 2007년과 2012년 대선을 전후해서는 ‘대통령당선인’과 ‘인수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서적과 논문들이 확연히 늘었다. 그러나 막상 이명박과 박근혜 당선인의 인수위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인수위 기간 동안 ‘인사’-‘정책’-‘예산’-‘조직’에 관한 치밀한 준비가 이뤄지기보다 각종 논란과 혼선의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사검증에 필요한 청와대와 관계 부처의 존안자료 사용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었고, 2017년 법 개정을 통해 뒤늦게 인수위원회 역할로 명확하게 규정되었다

차기 정부 인수위 제 구실 할까?

인수위원회 기간만 아니라 정부 출범 이후에도 존안자료를 둘러 싼 갈등은 그치질 않았다. 노무현-이명박 정부 시기는 물론,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조차 그랬다. 

존안자료를 제대로 넘겨주지 않았다거나, 넘겨줬지만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서로 계속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모두 ‘인사참사’를 겪었다.

차기 정부가 맞닥뜨릴 현실은 더욱 암담하다. 대통령기록물 지정 문제를 포함한 청와대 자료 폐기 논란이 이미 뜨겁고, 기존 존안자료가 다음 정부 인사자료로 얼마나 유용할지 근본적으로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 출범 전이건 후이건 인수위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후보 인사를 검증할 시간이 없다.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청와대 비서실을 먼저 꾸릴 수밖에 없고,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인사검증을 진행해야 한다.

청와대와 인수위원회가 이중으로 인사검증을 실시할 여유와 이유가 없다. 더욱이 모든 정보와 관심은 ‘권력 심장부’, 즉 청와대를 향할 수밖에 없다. 정부 출범 이후 30일이건, 45일이건 인수위원회를 두겠다는 시도는 논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허약하다.

캠페인 기간 중 인수위 설치 필요

결국 문제의 본질은 인수위원회의 유무가 아니라 차기 정부 ‘출범 전’에 미리 정권 인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그것을 돕는 제도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그간 제출되었던 여러 인수위법 개정안이 대체로 정부 출범 이후 인수위 구성 및 역할에 대한 내용인 반면 원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정부 출범 이전, 인수위 구성 이전 단계에 관심을 둔다.

각 정당 대통령 후보자가 결정되면 대통령직인수준비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0년 미국에서 제정된 「선거전 대통령직 인수법」을 원용한 개정안은 그러나, 다당제라는 정치현실 등으로 인해 여야합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정권 인수를 위한 정당의 사전적 준비가 중요하다는 일반적 이유 때문 만 아니라, 조기대선이라는 특수한 상황이기에 개정안의 취지와 내용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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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https://www.theatlantic.com/)

선거전략 차원에서 논의되는 ‘섀도우 캐비넷’(예비내각) 구성까지 결합하면 논의가 훨씬 풍부해질 여지가 크다. 캠프 중심이 아니라 정당 중심의 국정운영이 되기 위해서는 출범 이전에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 대선에서 ‘선거캠페인팀’과 ‘정권인수팀’이 따로 운영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거 캠페인과 실제 통치는 다르다는 개념 때문에 분리되기 시작했고, 두 조직을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예 : 레이건)과 아예 분리해 운영하는 방법(예 : 카터, 클린턴, 오바마 등)으로 크게 나뉜다.

물론 미국에서조차 두 조직 사이의 갈등이나 혼선이 없는 게 아니지만 ‘집권 이후’를 제대로 준비하는데 인수위 기간만으로 부족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인수위 없는 다음 정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미국 대선에서 ‘정권인수팀’의 구성과 역할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는 제도와 문화, 현실 모두 다르므로 그대로 따를 수는 없다. 당연히 한국적 현실에 깊이 천착하고 그것을 충분히 반영한 조직운영이 되어야 한다.

정부 출범 후 30일을 담당할 인수위원회가 아니라 정부 출범 전 30일을 준비할 정권인수팀 구성이 훨씬 중요한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그것이 후보의 정치역량, 정당의 수권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어느새 4월이다. 앞으로 한 달 여하에 따라 2017년 5월은 “희망찬 달”일 수도, “잔인한 달”일 수도 있을 것이다.

월, 2017/04/0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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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카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보유세 문제 등을 다룰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청와대에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기획재정부에 설치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청와대의 정책기획위원회 내에 두기로 결정된 것이다. 이는 청와대가 보유세 등 증세와 관련된 예민한 현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게다가 보유세 현실화에 미온적이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태도도 보유세 현실화쪽으로 점차 기울고 있다. “부동산 보유세 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왔던 김 장관의 발언은 지난 달 13일 미국 방문 길에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심각해지고 그 해결책을 검토할 단계가 되면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 데 이어 일주일 뒤인 20일 국정감사에서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갖고 검토하고 있다”, “준비를 해놓고 있다가 정책적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는 식으로 변화했다. 

청와대와 기재부가 보유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부의 8.2부동산 종합대책과 10.24가계부채종합대책 발표 이후에도 서울 등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여전히 들썩이는 탓이 크다. 심지어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2분기보다 3분기 상승폭이 더 컸다. 정부가 세제(양도세), 청약, 재건축 및 재개발, 대출 등에 관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는데도 불구하고 서울 등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확연한 안정세를 보이지 않으니 보유세 카드가 등장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보유세를 현실화한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이 당장 잡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보유세 현실화 없이 투기심리를 진정시키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긴 어렵다. 대한민국은 선진국들 가운데에서는 보유세가 낮기로 유명하다. 대한민국은 아래 그래프가 보여주듯 부동산 실효세율이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축에 든다. 

 

부동산 실효세율 비교 (2014년) 

출처 : 토지+자유연구소, 토지+자유 리포트 14호

 

 

 

 

 

 

 

 

GDP대비 보유세 비중(2014년 기준)도 대한민국은 0.78%에 불과한데 이는 미국의 2.62%, 영국의 3.13%, 프랑스의 2.60%, 일본의 2.04%는 물론이고 OECD평균인 1.10%에도 크게 못미친다.

 보유세가 이렇게 낮으니 부동산을 보유하는 데 따른 부담이 거의 없고, 투기심리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낮은 보유세가 대한민국을 부동산공화국이자 투기공화국으로 만든 실증적 통계를 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남기업 외 3인이 쓴「부동산과 불평등 그리고 국토보유세」라는 논문을 보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부동산소득(실현자본이득+임대소득)을 추산하고 있는데 2007년 같은 경우 부동산 소득이 443.4조원(실현자본이득275.5조원+임대소득167.9조원)으로 무려 GDP의 42.5%에 달했다. 최근인 2015년은 부동산 소득이 482.1조원(실현자본이득227.0조원+임대소득255.1조원)으로 GDP의 30.8%에 달했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대표적 지대(rent)로서 공공이 만든 가치를 사유화하는 약탈행위에 다름 아니다. 지대추구가 권장되고 상찬되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나라가 정상적인 발전을 하기란 지난하다. 보유세는 ‘사유화’된 지대를 ‘사회화’하는 최적의 정책수단이다. 최적의 지대환수 수단이자 가격안정화 효과까지 있는 보유세를 문재인 정부는 하루속히 현실화시켜야 한다.  

 

 

목, 2017/11/0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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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뉴스들이 등장했다. 먼저 전국의 아파트 가격이 보합세로 전환됐고 전세시장은 안정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보도를 보자. 15일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2일 조사 기준 전국의 아파트값은 보합세를 기록했다 한다. 지방은 가격 하락폭이 점차 커지고 있고, 서울은 상승폭이 줄고 있다 한다.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0.07%)보다 낙폭이 확대되며 0.08% 하락했다는 소식도 들린다.(전국 아파트값 ‘일단 멈춤’…전세시장은 안정세 지속, http://land.naver.com/news/newsRead.nhn?type=headline&prsco_id=016&arti…)

수도권의 1~2월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는 보도도 눈에 띈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6만9679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9.8% 증가했는데 2월 주택 거래량 증가율은 2011년(7.7%)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한다. 특기할 대목은 부동산 시장에서 전통적 비수기로 통하는 12~2월 수도권에서 주택 거래량이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다주택자 집 팔았나…수도권 1~2월 주택 거래량 43% 급증, http://land.naver.com/news/newsRead.nhn?type=headline&prsco_id=025&arti…)

두 꼭지의 기사를 정리하면 ‘부동산 시장의 양대축이라 할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4월 시행을 앞둔 정부의 양도세 중과조치가 시장에 먹히고 있다’ 정도가 될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시장은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 분당 등 소재 아파트들의 가격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상승하며 식지 않을 것 같은 열기를 뿜어냈었다. 이들 지역의 가격 상승이 촛불이 꺼지기 전에 가장 밝은 상태와 같은 것이었는지, 아니면 대분출(?)을 앞둔 에너지 결집이었는지는 아직까진 확실치 않다.

하지만 당장 올해 매매가격 및 전세가격이 우상향할 신호는 포착되지 않는다. 단적으로 전세가격의 하향안정이라는 요인이 시장참여자들에게 미치는 효과는 적지 않다. 전세가격의 하향 안정은 전세가율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인데 이처럼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이격도가 벌어지면 흔히 말하는 갭투자에 애로가 생긴다. 투기 사이드에 좋지 않은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전세가격의 하향안정화는 시장참여자들 중 상당수에게 전세시장에 머물 유인을 제공한다. 강렬한 투기목적을 지닌 시장참여자가 아닌 바에야 전세시장이 안정되어 있는 마당에 굳이 무리를 해서 주택구매에 나설 유인이 적다. 2014년부터 본격화된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의 원인 중 하나가 매매가격에 육박할 정도로 폭등하는 전세가격 때문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라고 예측하는 건 어렵다. 다만 이미 지방은 매매가격 및 전세가격이 하향안정화 상태에 접어들었고, 서울도 전세시장은 안정을 찾았고 매매시장도 진정되는 기미가 보인다는 건 명확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발표한 부동산 정책들은 보유세를 제외하면 양도세 중과, 과잉유동성의 부동산 시장 진입 억제, 실수요자 위주의 청약시장 개편, 재건축 관련 시장정상화 조치 복원 등의 조합으로 평가에 박할 이유가 없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조합의 효과가 발휘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본디 정부정책이라는 것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부동산 시장은 더욱 그렇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아무 효과가 없고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 대다수 언론의 논조는 근시안적이다. 발표하고 바로 효과가 발휘되는 정책은 퍽 드물다. 먹고 나서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약이 독약과 마약 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일, 2018/03/1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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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개헌안 가운데 가장 첨예한 이슈가 ‘토지공개념’이다. 일각에선 ‘토지공개념’명문화를 사유재산권과 사유재산제의 근간을 흔든다고 매도하는 모양이다. 무지의 소산이거나 악의적 왜곡이다. 토지공개념이야말로 대한민국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정확히 담보한다. 왜 그런지 차근차근 살펴보자. 대한민국 헌법이 지향하는 목표 중 하나가 사회국가다. 사회국가란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인간적 존엄을 보장하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 하는 국가다. 기실 선진국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사회국가의 달성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회국가는 현대 국가들이 추구하는 궁극의 가치다.

사회국가원리로부터 나오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다. 대한민국 헌법은 사유재산제와 자유경쟁을 기본으로 하되, 사회정의, 사회복지, 경제민주화 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에게 경제에 대한 규제와 조정을 가능케 하고 있다. 만약 국가가 경제부문에 적절한 규제와 조정을 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필연적으로 약육강식의 정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재산권도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행사되어야

이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원리로부터 파생되는 것이 사유재산제와 재산권의 보호, 재산권 행사의 공공복리적합의무 충족 등이다. 쉽게 말해 법률에 의해 내용과 한계가 정해진 재산권의 사유는 보장되지만, 그런 재산권의 행사도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데 토지재산권은 그 속성이나 사회적 영향력 때문에 다른 재산권에 비해 훨씬 높은 공공복리적합의무가 부여된다는 것이고, 이를 토지공개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토지공개념은 기존 87년 헌법에도 스며있으며 헌법재판소의 해석을 통해 확고히 지지돼 왔다. 또한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문화하자는 요구도 줄기차게 있어왔다. 그렇게 해야 국회의 토지공개념 관련 입법재량이 넓어지고, 헌법재판소가 토지재산권 관련 위헌법률심판사건이나 헌법소원사건을 판단할 때 과거보다 더 전향적으로 심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토지공개념 개헌안은 토지공개념 명문화에 대한 시민사회의 요구를 정부가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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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이 사유재산권은 근간을 흔드는 것은 아니다

설사 이번 개헌안이 통과돼 토지공개념이 헌법에 명시된다고 해도 토지재산권을 제약하는 건 일차적으로 국회의 입법을 거쳐야 하며, 그런 이후에도 토지재산권 관련 사법심사는 여전히 과잉금지원칙과 본질내용침해금지 등의 적용을 받는다. 과잉금지의 원칙이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국가작용의 한계를 명시한 원칙으로서 목적의 정당성·방법의 적정성·피해의 최소성·법익의 균형성 등을 그 내용으로 하며, 그 어느 하나에라도 저촉되면 위헌이 된다는 헌법상의 원칙을 말한다. 토지공개념 관련 입법이 과잉금지원칙을 통과하더라도 하나의 관문이 더 남아있다. 본질내용침해금지원칙이 그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사유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예로 사유재산제도의 전면적인 부정, 재산권의 무상몰수,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박탈 등을 들고 있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문재인표 토지공개념 개헌이 성사되더라도 토지재산권을 비롯한 사유재산권은 1단계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입법을 통해 보장받고, 2단계로 과잉금지원칙과 본질내용침해금지원칙 등을 심사기준으로 하는 사법부의 보호를 받는다는 것이다. 즉 토지공개념 개헌이 사유재산권의 근간을 흔들 위험은 제로라는 뜻이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토지공개념 개헌안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토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헌법정신에 정확히 부합한다 할 것이다. 사회적 불평등과 자원배분의 왜곡을 낳는 최대 원인인 토지문제의 해결 없이 인간의 존엄이 보장되는 사회국가의 건설은 난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성숙한 사회국가가 되지 못하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할 따름이다.

일, 2018/04/0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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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대한항공 총수 가족들이 총출연하여 매스컴을 장식했던 유별난 갑질과 밀수입 및 불법행위 등에 대해 여전히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들 가족들에 대한 형사처벌의 수준과 경영권 배제여부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돌출적이고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배경을 조양호 가족들만이 지닌 못된 관행과 버릇으로 제한하여 볼 것인지, 아니면 독점과 특혜로 점철되어온 개별 재벌 및 이에 결탁된 해당 공조직의 부패문제로 확장해서 접근할 것인지, 더 나가서는 한국 현대사에 뿌리를 내린 적폐와 봉건적 유제의 청산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개혁적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인지 결정해야할 매우 중요한 지점에 서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당연히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문제를 단순히 개별기업의 범위를 넘어서 한국사회가 추구해 가야하는 미래를 위해 중요한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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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한국사회를 전향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몇 번이나 놓쳤다. 우선 48년 9월 제헌국회에서 의결하고 공표된 반민특위법을 통해 나라를 팔아먹고 일제에 부역한 반민족적이고 기회적인 출세주의자들을 처단하고 그들이 형성해온 물적 조직적 기반을 해체하여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웠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권유지에만 눈이 먼 독부 이승만에 의해 자행된 초법적 공갈과 협박으로 무력화 되었던 아픈 역사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또한 87년 민주화 대투쟁을 통하여 1961년 이래 기존의 군부개발독재에 의해 누적된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의 기득권 체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패러다임과 시민들의 참여와 합의의 기반위에서 출발할 기회가 있었으나, 양 김씨의 분열과 뒤이은 IMF 사태로 인해 재벌 등 독과점구도가 약화되기는커녕 국내의 기득권 체계와 국제적 자본이 결탁하여 신자유주의적 수탈체계를 강고하게 진행하여 왔다.

젊은 세대들은 절망속에 이를 헬조선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 지난 2016/7년 간 시민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우리사회를 짓누르고 있던 남북의 적대적 대립관계가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로 접어들고 있으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수구적 정치집단을 압출시킴으로써 대대적인 적폐청산과 변혁의 계기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부터 문재인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손잡고 새로운 역사로 진입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오비이락처럼 돌출한 대한항공 총수 조양호 가족의 패악적이고 불법적 행위에 대해 단호한 대응으로 기득권 체계에 갇혀있는 한국의 사회경제적 구조에 대해 중대한 변혁을 가져올 기회로 삼아야 하며, 단순한 형사적 처벌과 일시적인 경영권 배제의 수준을 넘어서서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는 실험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한항공의 역사와 지배구조

1962년에 설립되어 국내선을 주로 운용하던 국영기업 대한항공공사에 적자가 계속 누적되자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6.25동란과 월남전의 군수물자 수송사업으로 급성장한 한진상사 조중훈 회장에게 이를 대신 인수하도록 강요하여 1967년 9월에 한진상사 산하에 민항인 대한항공이 출범한다. 태극문양을 단 국적 비행기가 해외로 나는 것을 갈망했던 박정희는 적자투성이 대한항공공사의 인수를 거부하던 조중훈에게 권총을 뽑아들고 인수를 강요했다는 비화를 남기기도 했다. 이를 뒤집어 이야기하면 선정된 민간기업에게 독점을 허용하고 수많은 특혜를 제공하면서 대한항공을 적극 육성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70년대 이후 중동건설의 붐으로 해외인력 및 자재 송출의 항공수요가 많아지면서 성장을 거듭하였고, 김영삼 정부의 해외여행 자유화로 일약 세계 20위권의 항공회사로 비약한다. 세계최초로 A300편을 도입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고 2000년 중반에는 화물수송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17년 기준으로 자산규모가 23조를 넘고 있으며, 매출액 11.8조를 실현하였고 8% 수준의 영억이익률에 종업원 18,550여명과 20여 개의 난삽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배구조를 보면 1대 주주인 주식회사 한진칼이 29.96%로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민연금이 12% 수준의 지분으로 2대 주주인 셈이다. 한진칼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조회장이 17.84%, 아들인 조원태가 2.34 %, 말썽의 중심에 섰던 조현아 조현민 두 딸이 각각 2.31%와 2.30%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가족친지의 특수관계 총지분율이 29.8%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항공의 주가수익배율(PER)은 3.9배로 국내기업의 KOSPI 평균인 9.9배에 한참 미달하고 있고, 동종의 경쟁업체들인 싱가포르 항공 22.3배와 호주 콴타즈 항공 11.2배의 15-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주가수익배율이 이처럼 부실한 것은 조회장 일가가 개인적인 횡포와 부정뿐만 아니라 경영능력에 있어서도 국제적인 수준에 한참 미달임을 보여주고 있다. 연전에 문제가 된 계열사 한진해운 역시 능력이 부재한 며느리에게 경영책임을 맡기면서 결국 매우 소중한 한국 국적의 해운사 하나가 홀연히 사라진 경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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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투데이

이러한 배경과 중첩하여 기득권과 독과점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패러다임과 변혁의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2018년 한국사회 과제상황을 고려하면, 부적격임을 스스로 연출한 대한항공의 총수가족 처리문제는 단순히 형사적 처벌과 일시적인 경영의 배제를 넘어서서 한국사회의 중심과제인 재벌체제에 대한 예행적 모범적 대응방식의 실험으로 진행을 구상해야 한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국민연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들이 한국의 간판 재벌 기업들의 경영과 지배구조의 의결과정에 반드시 참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연기금사회주의’논쟁은 기득체계를 대표하는 재벌과 자본가들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입장으로 한마디로 한국 현대사에서 벌어진 권력유착과 특혜의 과정에 무지한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다.

박정희 정권의 개발독재 이래 인플레를 가장한 강제저축, 민족의 자존심을 팔아 들여온 대일청구 자금, 수천 명의 젊은 생명을 바친 월남파병 속에 전개된 이권, 밀수 및 삼분사건 등 온갖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로 이룩한 축재, 경제 쿠데타로 불리는 8.3 사채동결, 유신헌법과 군부독재를 통한 악랄한 노동운동의 탄압, IMF 이후 대기업에 투입한 엄청난 구제금융 등 한국사회가 동원할 수 있는 온갖 자원의 특혜와 혜택을 누리면서 형성된 것이 오늘날 독과점의 재벌기업들과 기득권 체계이다. 이제 시대를 달리하여 산업과 경제운용의 성과를 역차별적으로 국민 모두가 함께 공유해야 하는 것은 자연스런 흐름이자 시대의 요청이며, 이에 연기금과 기관투자기관들은 마땅히 능동적으로 부응해야 한다.

한진칼의 경우를 들여다보면 조회장 일가의 특수 지분 29.8%에 대응하여, 국민연금이 11%, KB자산운용이 10%, 한국투자자산이 5% 수준을 가지고 있어 주요 기관투자자 지분이 26%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더하여 대한항공 직원과 일반시민들이 합세하여 한진칼 지분을 집중 매집하여 조회장 가족지분을 훨씬 능가하면 조회장 일가들의 경영권 참여를 항구적으로 배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필자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대한항공의 노조 또는 직원회의가 중심이 되어 한진칼 주식 매입이라는 대대적인 시민운동을 전개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만약 대한항공 직원들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기에 전문성이 부족하면, 경실련 등 시민단체 누군가가 구심점이 되어 대한항공 직원과 더불어 시민들이 대거 참여하도록 독려하면서 한진칼의 지분에 대한 매집운동을 전개하고 매입한 지분의 권한을 몽땅 위임받아 기관투자자들과 연합하면서 문제가 된 조씨 가족을 경영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해당 산업에 밝은 전문경영인의 새시대를 열어야 한다.

한마디로 향후 언제라도 사회적 문제가 되는 재벌기업은 연기금등 공적 투자기관과 시민들이 연대하여 ‘국민의 기업’으로 재탄생시키는 첫걸음을 시작하여야 한다. 물론 실천 가능한 더욱 좋은 아이디어나 방식이 있으면 필자는 언제라도 흔쾌히 사재의 일부를 털어 새로운 제안에 참여할 것이다.

 

경제 운용의 새로운 구상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출범이 책임경영에 대한 경험과 역사가 미천한 한국사회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이야기하지만, 대한항공이라는 기업의 적당한 규모와 항공수송이라는 특수분야라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전문경영인 체제의 도입을 실험적으로 과감하게 도입하고 진행할 가치가 매우 크다 할 것이다. 국민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재벌그룹에 소수 족벌의 가문이 전횡적이며 편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을 더 이상 묵인해서는 아니 된다. 이에 때마침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 대한항공을 예로 삼아 새로운 출발과 가능성의 계기를 삼아야 한다.

시야를 넓혀서 보면,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시스템의 심각한 위기를 논하는 이 시점에서 회사의 지배구조를 규정하는 주식회사 방식의 회사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시작해 봄 직하다. 현재의 유한책임으로 애매하게 규정된 대주주의 경영참여 방식은 반드시 공식적이며 법적 지위를 강제적으로 부여하고 이에 따른 결과에 대해 무한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경영참여권을 제한하고 다만 합의된 수준에서 이익 공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만 허용해야 한다.

더 나가서 회사의 경영권과 이익처분권을 오로지 자본 중심으로 결정하는 방식에서 자본과 노동과 기술과 소비자와 해당사회와 환경단체들이 공히 참여하여 합의하는 공동결정의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본인이 일생동안 성취한 성공과 부는 살아생전에는 당연히 향유할 권리를 갖되, 죽음을 앞두고는 그동안 형성한 재산의 기여를 자신이 속한 지리 자연과 해당 사회와 함께 나누는 것이 마땅하기에 일정액 이상의 재산전체를 의무적으로 사회적으로 상속시키는 것도 연구해야 할 주제이다. 

관행적이며 습관적 입장과 관점으로는 격변하는 현하 산업사회의 구조 이행과 경제 현안을 해결할 수 없음이 명증하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현상이 이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21세기의 경제운용에 대한 키워드는 배분과 순환이며 국가의 조세정책이 핵심을 이루게 된다. 보유세 등 자산세를 누진적으로 강화하여 자본의 탐욕을 규제하고 시장이 갖는 균형과 자원의 배분기능을 더욱 강화시키는 방향에서, 경제활동 영역에 참여 – 협력 – 혁신 – 공유 – 포용 – 분배와 소비의 순환 과정이 자연스레 이루어지면 새로운 변화가 형성되고 지난 수백 년간 산업시대에서 형성되어 왔던 직업과는 질적으로 다른 형태로 미래의 일자리들이 제3의 섹터에서 우후주순으로 자라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현실의 변화를 바라보아야 한다.

월, 2018/06/1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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