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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우리 시대 소셜 디자이너, 김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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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우리 시대 소셜 디자이너, 김남근

익명 (미확인) | 월, 2016/11/2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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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갯불에 콩 볶아먹듯이, 이번 인터뷰는 그야말로 콩뿐만 아니라 밤도 구워 먹어보려고 속전속결로 알차게 진행하려 했다. 너무도 바쁜 그 분을 만나기 위해서는 찰나의 틈새를 포착해 영원처럼 부여잡아야 했기에 갑자기 시간이 되신다는 말을 듣고는 부리나케 민변으로 달려갔다. 그 동안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월례회뿐만 아니라 여러 팀 회의의 유리창 너머에는 늘 그 분이 있었다. 서울시, 참여연대 등 각종 회의에도 어김없이 그 분이 있었다. 어디 그뿐이던가. 민생경제와 관련된 기자회견뿐 아니라 각종 현장과 토론회에도 어느새 그 분은 마이크를 잡고 계시더라. 교대와 시청, 여의도를 순간이동하며 종횡무진하시는 그 분. 라볶이를 특히 사랑하시는 그 분. 이쯤 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줘도 체력이 안 될 것 같은데, 그 분은 이를 비웃듯이 현재는 민변 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계시고, 최근 시국을 대비해 미르-K팀을 일찍이 조직해 현재의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특위’)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 분은 바로 늘 푸른 청년 변호사, 김남근 변호사님이다.

 

이혜정(이하 ‘이’) : 변호사님께 직접 소개하시라고 하긴 그렇지만, 변호사님을 모르는 신입회원들을 위해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릴게요.

김남근(이하 ‘김’) : 저는 사법연수원 28기이고요, 연수원 마치고 1999년에 변호사 개업하자마자 민변에 가입했어요. 회원 중 김진 변호사, 이재화 변호사하고 동기이구요. 장주영 변호사는 대학 동기예요. 학생 운동을 하고 감옥도 갔다 와서, 노동 운동도 8년 쯤 하다가 고시 공부를 해서 연수원에 들어갔어요. 36살 때는 노동법 학회장이었고요. 제가 주로 후배 변호사님들 모시고 참여연대, YMCA, 환경운동연합, 민변과 같은 시민사회단체를 후배 변호사들에게 소개시켜주고, 활동도 연결시켜주고, 이런 역할을 했죠.

 

후배님들! 꼭 운동하고, 밥 굶지 말고, 수줍어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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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 대외활동이 정말 많으신데, 사건 수임해서 재판도 가셔야 하고…돈은 언제 버세요?

김 : 제 나이 때쯤 되면, 시스템으로 일을 하게 돼요. 저 혼자서 상담도 다하고, 서면도 다 쓰고, 법정 나가고 이러긴 어렵고요. 우선 상담을 한 뒤에 바로 쟁점을 정리해서 사건을 어떻게 진행할지 기획하고, 기획에 따라서 쭉 자료 수집하고 서면 작성하고, 최종 감수해서 제출하는 거죠. ‘증인을 주로 통해서 할 소송이다’, ‘전문적인 사실 조회나 감정을 통해서 할 소송이다’, ‘치열한 법리 공방을 주로 해서 할 소송이다’ 이런 소송 전체에 대한 전략을 짜요. 보통 소장과 답변서가 나오면 큰 구도가 잡히잖아요. 진행하기 어려운 사건이나 승패가 불투명하고 복잡한 사건을 많이 맡아두면 이런 활동을 할 때 어려워요. 그런 사건은 가능하면 안 맡으려고 하죠.

이 : 요즘 후배 변호사들은 변호사님 세대와 다르게 생계도 어렵고, 민변 활동을 하고 싶어도 여력이 안 된다 이런 분들이 많거든요. 가끔 내 생계도 못하는데 공익 활동도 못하니까, 더 뻘쭘해서 못 나가겠다, 이런 친구들도 많이 만났어요. 젊은 회원들이 민변 활동을 하면서 경제적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김 : 크게 두 가지 문제인 거 같아요. 하나는 일단, 3년 정도 숙련 과정이 필요해요. 성실하게 의뢰인과 상담도 하고, 소송도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이야기해주고, 소송을 하더라도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서 하고. 그렇게 하면 신뢰가 생겨서 3년 후면, 처음에 한 의뢰인들이 그 다음 새로운 사람을 데리고 오더라고요. 3년쯤 되면 의뢰인이 2배가 돼요.

그런데 3년 동안 너무 급해서 돈 되는 소송만 찾고, 안 되는 소송도 억지로 소송하고…이런 분들은 3년이 지나든 10년이 지나든 처음 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처음에 기초가 잘 안 쌓여있으니 소송 능력에 대해서도 불신이 생기고, 본인의 실력도 잘 안 쌓이는 거죠.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한 3년 쯤 쭉 가다보면, 실력도 쌓이고, 의뢰인들과도 신뢰도 생기고, 그게 두 배쯤 되면서 안정화된다, 이런 생각으로 일을 하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또 하나는, 가만히 앉아있으면 의뢰인도 늘어나고 나의 실력도 쌓이느냐, 그런 건 아니에요. 오히려 그런 여유가 있을 때 의식적으로 민변 같은 데에 참여를 하고, 시민 단체에도 참여하고, 필요하면 서울시나 중앙 정부에 참여해보고 하는 적극성이 필요해요. 변호사의 실력은 결국 여러 가지 케이스를 접하면서 느는 건데, 찾아오는 의뢰인만 기다리면 접할 수 있는 케이스에 한계가 있잖아요. 여기저기 많이 나와서 많이 활동하는 분들은 몇 년만 되면 금방 실력이 느는것 같아요. ‘나는 내성적인 성격에 사람 만나는 거 싫다’, ‘밖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거 싫다’, ‘어려운 거 하기 싫다’ 그러면 한계에 부딪혀요.IMG_8904

저도 대학 동기들한테 물어보면 지금 성격하고는 좀 달랐어요. 대학 때는 굉장히 어둡게, 침울하게 학교 다니고, 샤이하고 그런 사람이었어요. 시민운동을 하면서 남들과 자주 어울리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나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그러면서 누구를 만나도 그 사람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거기에 맞춰서 필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훈련이 된 것 같아요.

다른 사람과의 소통 능력은 떨어져도 자주 어울리는 자리에 참여하고, 하다보면 어느 순간에 자신이 많이 배워서 다른 후배들과 소통하는 게 도움이 돼요. 아무래도 변호사나 법조인 하시는 분들이 성격 활달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그런 분들이 많지 않아요. 대부분의 판검사, 변호사들이 성격이 내성적이고, 사람들과 소통능력이 떨어지고. 그런 사람들이 우리나라 법조인이 되는 게 안타까운 일이죠.

하지만 변호사 시작할 때 똑같이 수줍음 많고 소통력 떨어지는 사람이었다고 해도 5-6년 지나서 봤을 때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의뢰인과 충실히 소통하며 하시는 분도 있고, 여전히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분도 있어요. 그러니까 노력을 하면 변하는 부분이라는 거죠. 그래서 변호사 초기 단계인 분들이 제일 많이 해야 할 일은 도움은 안 되더라도 사람들을 많이 접하고 상담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녀야 하는 거라고 봐요. 물론 힘들죠. 나한테 도움이 될까 회의적이고. 당장 상담한다고 한 건의 수익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하지만 이런 일들이 경험을 축적하는 기회가 돼요. 상담을 100번 하면 100개의 케이스를 접해보는 거니까. 그런 거를 많이 하시는 분은 선배들한테도 굉장히 적극적인 것 같아요. 상담을 하면 문제를 해결해야하니까 책임감이 생겨서 물어보고 그러는 거 같더라고요.

이 : 어떤 때는 참여연대에 계시다 또 민변에 계시고, 다시 서울시에 계시고, 재판도 하시고..오전에 서울변회에서 영어강의도 들으신다면서요. 대학원인지 무슨 시험도 보신다고 들었는데…아무튼 도대체 잠은 언제 주무시고 체력 관리를 어떻게 하시는 거에요?

김 : 운동을 꼭 해야 해요. 헬스를 일주일에 3번하는데, 밤에. 일을 너무 막 하다보면 피로가 쌓이고 스트레스가 차고 하면 몸이 무겁고 그래요. 몸에 노폐물이 많이 쌓이잖아요. 운동을 해서 땀을 흘리고 나면, 쫙 빼고 나면 새로운 활력이 생기고 몸이 가벼워져요. 제가 노동 운동을 8년 정도 했는데, 저와 같이 노동 운동을 처음 시작했던 분들이 2, 3년쯤에 많이 떠나더라고요. 괜히 열정에 치우쳐서 아침도 안 먹고, 술도 많이 마시고, 그랬던 분들이 지쳐서 떠났던 거죠.

저는 공장 다닐 때도 꼭 제가 아침밥 해먹고 그랬어요. 활동을 많이 하려면 스케줄 관리를 잘 해야 되겠죠. 그리고 지적활동과 배움은 계속 해야 해요. 그런 면에서 지적인 자기관리도 필요해요. 지적 활동을 안 하면 사고도, 머리도 쇠퇴되고, 사람이 그러면 보수적이 되거든요. 새로운 거에 도전하지 않고 자꾸 하던 것만 하려고 하고, 하던 것만 관리해서 살아가려고 하면 보수적으로 될 수밖에 없죠. 자꾸 새로운 거에 도전을 하려고 하고, 그런 정신을 안 놓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박근혜 정권 퇴진 특위, 민변의 역할에 대하여

 

이 : 이번 박근혜 정권 퇴진 특위의 역할이 커요. 광화문에 시민 100만 명이 모였고, 상황이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잖아요. 이 역사의 한 가운데서 민변은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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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 역사라는 게 역동적인 거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하면 권력 공백 상태에서 다음 권력을 만들어 낼 때 혼란적이고 역동적인 과정이 전개될 수도 있죠. 그런 과정에서 헌법, 법률, 선거에서 전문적인 역량이 있는 법률가와 우리 민변이 해야 할 역할이 많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불행하게도 어쨌든 박근혜 대통령이 완고하게 버티면서 정국이 지지부진하게 흐르면서 다 힘들어지겠죠. 어떻게 보면 정치적, 사회적 타협이 필요한 국면일 수도 있고요.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기본적인 헌법과 법률의 원칙들을 잘 지켜내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우리 사회가 한 발 더 나아가게 하는 그런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민변이나 변호사의 역할이 상당히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걸 우리가 충실히 해야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민변이 시민 사회 전체나 우리 민중 운동을 주도해 가는 단체다, 라고 생각하시는 회원분도 있으실 것 같고, 한편으로는 민중운동을 주도하는 것은 다른 단체, 예를 들면 민주노총이나 참여연대 같은 곳이 하고 민변은 사회 변혁의 움직임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소송이나 입법이나 법률적인 의견이나 이런 것들을 지원해주는 게 더 현실적인 역할이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죠. 그걸 민변 내 논의를 통해서 ‘어느 쪽이 맞다’, ‘어느 쪽으로 활동한다’라고 결판을 낼 수는 없는 것 같고, 두 가지를 잘 조화시키는 게 민변 집행부의 중요한 역할인 것 같아요. 집행부가 민변의 위치를 잘 잡아나갈 때, 대다수 회원들도 만족하고, 민변이 역동적인 역사의 발전 과정에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시민운동의 BIG PICTURE

 

이 : 민생위에서 많은 활동을 하셨는데, 민생위 분들은 특히 참여연대와 인연이 깊잖아요. 변호사님도 참여연대 활동을 많이 하시길래, 막연히 참여연대에 애정이 많으시구나 했는데 지금은 또 민변 부회장으로 계세요.

김 : 민변과 참여연대 중 어느 곳에 애정이 있느냐, 이런 건 유치하지만(웃음) 시민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 시민운동의 전체적인 역량을 다 보고, 역량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치할 것인가, 대응할 것인가, 이런 관점이 있어야 해요. 민변은 민변이니까, 참여연대는 참여연대니까, 이렇게 자기 조직 입장만 생각하면서 운동하면 다 망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능하면 시민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있어요. 민변 변호사님도 너무 민변 틀 안에만 있을 필요가 없죠.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변호사의 역량으로만은 힘들어요.

변호사의 장점이라면 최종적으로 문제 정리 능력이 뛰어난 거예요. 우리 사회에 쟁점들이 생겼을 때 쟁점의 내용은 뭐고 그걸 최종적으로 어떻게 조합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송을 해야 한다, 법을 바꿔야한다, 문제 원인들을 정리해서 의견서를 내야한다’ 이런 결론을 내리고 실행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어요.

한편으로는 변호사들이 아무래도 최초의 문제제기를 하는 단계부터 문제에 함께 참여하기는 어렵죠. 대학교수나 연구자들이 거시적인 정책을 연구하고, 시민운동가 같은 사람들이 기동성 있게 운동을 전개할 수 있어야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저는 연구자와 시민운동가와 변호사의 삼박자가 잘 갖춰져야만 사회개혁을 할 수가 있다고 봐요. 민변 변호사님은 그 중 한 축을 담당할 수가 있죠. 그러니까 저는 가능하면 역량 있는 변호사들이 밖에 나가서 여러 시민 사회 결합 활동을 하는 걸 많이 권장해요.

 

세상을 바꾸는 소셜 디자이너의 힘

 

이 : 좀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변호사님 활동력과 능력에 비추어 보면 정치권에서 러브콜이 많았을 것 같은데, 왜 정치권에 안 나가셨는지 궁금해요.IMG_9062

김 : 민생경제위원회는 경제 민주화, 민생에서 입법운동을 많이 해왔어요. 국회의원들도 끌어들여서 연대 활동도 하고, 재벌개혁 운동하시는 대중 단체와 전문가들도 같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해왔어요. 영어에는 deadlock(교착 상태)이라는 표현이 있어요. 어디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팽팽하다 보니까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 단어예요. 제가 보기엔 우리 사회가 십수 년 전부터 그런 데드락 상태에 갇혀있는 것 같아요.

보수 입장에서도 자기들이 원하는 만큼 규제를 풀어서 능력 있는 사람이 마음대로 활개치는 사회로 못 나가니까 갑갑하다고 그러고. 진보 입장에서도 이미 실패한 신자유주의적인 국정 운영은 실패한 게 뻔한데, 좀 더 사회를 평등하게 끌고 나가야 하는데 거기를 한 발짝도 못가니까 갑갑하겠죠. 이런 상황에서 특히 사회적으로 위기가 와요. 진보 측 입장에서도 보수 측 입장에서도 자기들이 원하는 걸 못하는 그런 상태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인 해결을 꾀한다는 건 한계가 있어요. 그럴 때 사회의 밑바닥에서부터 힘을 끌어 올리고, 전문가들을 모아내고, 큰 힘을 코디네이트 하려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봐요. 민변이나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해요. 저는 시민 단체 간사들이나 후배님들한테 코디네이터가 되어야 한다고 말해요. 우리 사회에 대한 social design을 하는 거죠. 우리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될지 디자인하고, 그에 필요한 일들을 기획하고, 그 기획에 맞춰서 입법이 필요하면 정치권도 끌어들이는 거고, 전문가도 발굴해서 그분들과 끊임없이 소통도 하고 끌어들이고. 시민 단체들과도 결합하고. 그런 식으로 세상을 바꿀만한 힘을 모아내는 역할을 누군가 해야 해요.

나에게 주어진 일만 하겠다. 이러면 백날해도 나도 발전이 안 되고, 사회도 발전이 안 되고, 불만만 많아져요. 그래서 저는 ‘나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태도보다는 코디네이터적인 역할을 하자고 마음먹은 거예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정치권에 가면 그런 코디네이터 역할은 어려운 것 같아요.

이 : 소셜 디자이너로서 사회를 코디네이트하고 조직하고,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고….그런 역할이군요. 그럼 이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포함해서, ‘소셜 디자이너로서 우리 사회를 위해 민변이 이런 것 좀 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나 기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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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 집회 현장에 나온 시민들은 굉장히 다종다양한 분들이잖아요. 집회를 주도하는 분들이 법적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 법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변론도 할 수 있죠. 다양한 관점과 계기에서 집회에 참여하는 다양한 시민들에게도 민변이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 생각엔 희망 제작소가 이런 작은 소셜 디자이너를 키우는 역할을 했다고 보는데, 이런 곳과 함께 기획해서 현장에 나온 조그만 단체들, 조그만 인터넷 모임들, 카페모임들한테 단체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해 보여요. 또 기존의 집회 시위와 관련해서 뿐 아니라, 세입자들을 위한 가이드북 같은 것도 해보고, 가맹점 대리점 창업 시작하는 분들한테, 창업해서 적어도 불공정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가이드북 같은 걸 만든다든가. 그런 다양한 기획들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민변 변호사만 하면 안 되고 여러 시민단체와 결합해서, 그런 쪽으로 관심을 두면 좋겠어요. 민변이 지금까지 너무 큰 담론, 큰 정책, 큰 기획에 집중했던 것 아닌가 싶고요. 많은 회원들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다종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는 영역들을 개척해나가는 게 필요해요. 앞으로 민변이 이런 다양한 일과 기획을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이 : 오늘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바로 또 특위 회의가 있어서 이만 보내드려야 겠어요.

김 : 간단한 건 줄 알았는데, 무슨 청문회 하는 것 같아서..(웃음)

 

지속가능한 소셜 디자이너 활동을 위해 끊임없이 자기관리를 하고, 지적활동을 위한 배움을 멈추지 않는 김남근 변호사님과 이야기 나누면서 새삼 ‘존경’이라는 두 글자를 아로새기게 되었다. 우리 사회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소셜 디자이너, 김남근 변호사님을 민변이 찐하게 응원하고 애정합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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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장난기 서린 웃음을 가득 담고 누구에게나 성큼 손 내미는 유쾌한 청년’

강산애 산행에서 만난 전귀정 후원회원님의 첫인상입니다. 강산애 총무를 맡고 있기도 했지만, 산행에 처음 참가하는 회원에게 먼저 다가가서 세심하게 챙겨주며 배려하는 친화력이나, 긴 다리로 성큼성큼 산을 오르는 활기찬 모습에서 선뜻 나이를 가늠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전귀정 후원회원이 직업군인으로 30여 년을 일했고, 곧 퇴직을 앞두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이나 직업의 경직된 그늘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오히려 언제나 자유분방한 청년 같은 에너지를 가득 품은 그가 궁금했습니다.

후원기획팀(이하 후원) : 희망제작소와 언제 첫 인연을 맺으셨나요?

전귀정 후원회원(이하 전) : 2011년 춘천에서 근무할 때였어요. 희망제작소 후원회원 행사인 ‘희망탐사대’가 춘천에 온다고 해서 참가신청을 하고 후원회원이 되었습니다. 두 자녀가 모두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평소 시민단체에 관심이 많았어요. 희망제작소가 어떤 곳인지 자세히 알고 싶어서 신청했던 게 시작이었지요. 그때 전명국 후원회원님도 처음 만났는데요. 강산애를 소개해주셔서 자연스레 산행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러다 2016년에는 1004클럽 회원이 되었습니다.

후원 : 강산애 활동은 어땠나요?

: 강산애 회원이 늘어나면서 활기를 띠고, 뭔가를 해보자는 기운이 가득 차 있을 때 참여하게 됐어요. 너무 좋았죠. 좋은 사람들과 풍성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헤어지는 시간이 아쉬울 정도였어요. 강산애에는 3무 규칙이 있어요. 나이와 지위, 학벌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을 떠나면 수평적이고 평화로운 관계를 선호하는 욕구가 제 안에 강하게 있어서 강산애랑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강산애를 담고 있는 희망제작소가 더욱 아름답게 보였죠.

지난 연말, 촛불이 뜨겁게 타오르던 광장에서 전귀정 후원회원님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얀 소맷자락을 휘감으며 광장 한가운데에서 평화의 춤을 추는 전귀정 후원회원님의 모습은 마지막 남은 그늘 한 자락까지 다 털어버린 듯 강렬하고 자유로웠습니다.
전귀정 후원회원님은, 광화문광장뿐만 아니라 함께 활동하는 평화의 춤꾼들과 자비를 들여서 광주 5.18 묘역, 제주 4.3 묘역을 찾아서 아픈 역사의 상흔을 위로하는 춤을 추었습니다.
‘나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 그분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그래서 용서와 평화를 기도하며 춤을 추었다’는 전귀정 후원회원님. 자신도 그곳에서 마음을 비우고 새롭게 채우는 과정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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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 춤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 올해로 35년 동안 일을 했는데요. 10년 전부터 퇴직을 하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제 나름대로 세 가지 원칙을 세웠는데요. 첫 번째는 월급을 받는 직장생활은 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이제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았거나 두려워했던 일에 도전한다, 세 번째는 모든 걸 새로 시작하자는 것이었지요. 춤, 노래 이런 건 제가 두려워했던 거였어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일이 아닌가 해서 용기 내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후원 : 춤출 때 어떤 느낌인가요?

: 나 자신에게 몰입하다 보면 순간순간 느껴지는 감동이 있어요. 부암동에 연습실이 있는데 한번은 수업 시간에 35년 직업을 회고하면서 춤을 추었어요. 그때 굉장히 뭉클하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인다는, 자유롭고 깊은 느낌이 저에게도, 주변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먹먹한 울림을 주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전귀정 후원회원님은 내년 2월 퇴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1년 동안 사회적응 기간을 보내면서 서울시50플러스센터에서 요리를 배우고, 희망제작소 모금전문가학교를 수강하고, 여행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먹고 살아가기 위해서 하는 일을 흔히 ‘업’이라고 합니다. 평생직장의 신화가 사라지고 이직과 전직이 흔해진 세상에서 한 가지 업에 35년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역지원서를 수백 번 썼다 찢었다’는 전귀정 후원회원님은 이제 인생 전반기를 마치고, 제2의 인생을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후원 : 앞으로 계획은?

: 일단 내년 2월에 퇴직할 때 기념으로 뭔가 의미 있는 나눔을 하고 싶어요. 인생의 한 매듭을 그렇게 지었으면 좋겠고, 그런 나눔이 나머지 생에서 꾸준하게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아직 희망사항이지만 고향 인근에서 포도농사를 짓고 싶어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할 생각입니다.
퇴직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관한 것이었어요. 일하는 동안은 눈앞에 일들에 얽매여서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거든요. 자유, 희망, 나눔. 앞으로는 이 세 단어를 마음에 품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 글, 사진 : 커뮤니케이션센터 후원기획팀

수, 2017/10/1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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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시선으로 한국의 사회권 현실을 바라보다

_유엔 사회권 위원회 한국 심의 대응 NGO대표단

 

인터뷰 및 정리: 조준희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참석자: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변호사

류미경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국제국장

류민희 |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류민희 변호사,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 조준희 참여연대 간사,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 참여연대

 

지난 10월 9일,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규약 위원회(UN Committee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이하 사회권 위원회)’는 한국 기업의 인권침해 대응,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노조할 권리 보장을 핵심 과제로 하는 한국의 사회권 개선을 위한 최종 권고문을 발표했다. 핵심 과제 외에도 재분배적 재정정책을 포함한 사회지출 증액 가속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제한 폐지, 모든 아동에 대한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보장, 군형법상 동성애 처벌 조항 폐지, 부양의무자기준의 완전한 폐지, 주택임대차 계약갱신권 보장, 낙태의 비범죄화 등 구체적인 권고를 다수 제시하였다.

사회권 위원회의 이번 권고는 4번째를 맞는 사회권 위원회의 한국정부 심의 결과물로서, 한국의 사회권 증진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과 요구가 국제사회로부터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회권 위원회가 한국 상황에 대해 이같이 구체적인 권고를 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 가을부터 이어져온 74개 인권·시민사회·노동단체의 노력이 있었다. 이번 복지톡에서는 74개 단체를 대표하여 제네바 심의 현장에 다녀온 7명의 NGO대표단 중 류민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류미경이라고 한다. 이번 사회권 심의에서는 사회권 규약 중 6,7,8조(노동할 권리, 공정하고 우호적인 노동조건, 노조할 권리)와 관련하여 대응에 참여했다.

 

류민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에서 일하고 있는 류민희 변호사라고 한다. 이번 사회권 심의에서는 반차별 조항, 여성 관련 조항에 대한 준비를 했다. 이번이 네 번째 조약기구 심의에 참여하는 것이라 대표단의 제네바 안내 역할도 맡았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을 맡고 있는 김남희 변호사라고 한다. 사회권 관련 단체들이 제네바에 모두 갈 수 없어서, 참여하지 못한 단체들이 다루는 이슈들을 담당했다. 사회보장권과 교육권, 문화권 등이 주요내용이었다.

 

이번 사회권 심의 준비과정을 소개해준다면?

김남희: 2016년 7월, 이번 4차 사회권 심의를 위한 정부 측 보고서가 사회권 위원회에 제출되었다. 이어서 2016년 가을부터 한국 심의 대응을 위한 NGO모임 활동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올해 2월까지, 정부 보고서에 대한 반박보고서를 공동작업해 유엔 측에 접수했다. 

사회권 위원회가 3월 경 정부보고서와 반박보고서를 바탕으로 질의목록(list of issue)을 발표했고 다시 정부는 질의목록에 대한 답변을 7월 유엔에 제출 했다. NGO모임은 정부답변에 대한 반박과 질의목록을 중심으로 한국 현실을 알리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어 8월 말 유엔에 제출하고 본 심의를 준비했다.

 

이번 심의 대응을 위해 74개 단체가 모였다고 하는데, 준비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김남희: 74개 단체가 모두 모여서 작업을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참여연대, 민주노총, 인권운동사랑방,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몇몇 단체가 주로 모여 준비를 담당했다. 참여단체들로부터 각 의제에 대한 의견을 받고, 그것을 위의 몇몇 준비 단체들이 취합하여 하나의 보고서로 만드는 방법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동일한 범주에 있는 단체라도, 각 단체마다 강조하는 지점이 달라 그런 것을 조정하는 것이 어려운 작업이었다. 가령, 건강권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도 에이즈 환우회에서는 에이즈 환자의 건강권 문제를, 장애인 단체에서는 장애인 건강권 침해 문제를 강조한다. 그래서 우선 사회권 위원회에서 제시한 질의목록을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해나갔고, 참여단체들에게 보고서 내용을 확인받는 방식으로 조정해 나갔다.

 

류민희: 참여연대가 이번 사회권 심의 대응에 있어서 사무국 역할을 맡아줬다. 한국 시민사회의 좋은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점인데, 이렇게 규모 있는 단체가 이런 국제적인 심의과정을 잘 모르거나 익숙하지 않은 단체에 안내를 하고 의견을 받아 종합적인 한권의 보고서로 만드는, 전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방식의 책임성 있는 역할을 맡았다. 이런 역할을 그동안 참여연대나 민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법센터 어필 등이 맡아왔다. 정말 고생하는 역할이지만, 국제담당자가 없는 작은 단체들로서는 이런 전통이 있어서 조약 심의에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9월 제네바에서 진행된 본 심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 본 심의는 어떤 절차를 통해 이뤄지나?

김남희: 한국 심의는 9월 20~21일 양일에 걸쳐 진행되는데, 그 전에 국가인권위원회와 NGO가 공식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미팅’자리가 9월 18일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서 NGO모임이 준비한 보고서의 주요내용을 발표했다. 그리고 18일부터 본심의가 진행되는 기간까지 사회권 위원들을 접촉하며 한국의 이슈에 대해 알리는 활동을 벌였다.

 

류민희: 가장 하이라이트는 비공식 브리핑인 런치 브리핑이었다. 한국 심의를 담당하는 위원들을 초대해 주요의제를 전달하는 자리다. NGO대표단에 참여하신 분들이 다들 선수(?)들이라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 피치라는 말이 있지 않나.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시간처럼 짧은 시간에 핵심만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광고용어인데, 우리 대표단도 그 용어처럼 짧은 브리핑 시간동안 각자 분야에 대한 핵심을 잘 전달했다.

 

류미경: 제출한 보고서만으로 위원들이 세세한 한국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렇게 현지에서 개별 브리핑을 통해 핵심을 전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할 말은 많은데 시간은 짧다보니, 의제를 늘어놓는 것보다는 핵심적인 의제를 반복적으로 전달, 강조하는 게 주효했던 것 같다. 역할을 미리 세세하게 계획한 것이 아님에도 각자 맡은 분야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안배해서 이야기했고, 각 분야별 연결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등 팀워크가 잘 맞았다.

 

ⓒ 사회권위원회 심의 대응 한국NGO모임

 

이틀 간 이뤄진 본심의에서 정부 측의 공식 발언이 있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자.

류민희: 현지에서 위원회와 정부 사이의 대화를 흔히 상호적 대화(interactive dialogue), 건설적 대화(constructive dialogue)라고 표현한다. 발언자와 위원이 서로 논쟁하고 비난하는 자리가 아니라 상호 간 대화를 통해 더 나은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한국정부 측 발언 방식은 상호적 대화를 위한 발언이 아니라, 정해진 스크립트를 읽어 내려가고, 정해진 스크립트 내에서만 답변하는 방식이었다. 위원들이 정부 측 발언 내용에 대해 재질문을 던져도 처음 읽었던 스크립트를 재차 읽어 내려가는 식이다. 이번 심의에 여러 부처에서 정말 많은 공무원분들이 참석했는데 각자 본인 분야에 대해 말 그대로 ‘상호적 대화’를 진행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 점이 아쉽다.

 

김남희: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갖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기보다 한국 정부의 정해진 답변을 수동적으로 전달하는 역할로 대표단을 꾸린 느낌이었다.

 

류미경: 각자 기억에 남는 정부 측 발언을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노조할 권리와 관련해서, 한국에서 파업노동자가 형사처벌이나 손배가압류로 고통 받는 문제는 유엔이나 ILO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사안이다. 이번에도 한 위원이 파업권 행사에 제약이 많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물었는데 정부 측 대표는 “정당한 쟁의행위는 헌법과 노동법에 의해서 보호하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처벌을 한다. 노조는 불법을 자제하고 기업은 지나친 가압류를 자제하도록 지도해 나가겠다”는 답변을 했다. 정부가 파업권을 촉진하기 보다는 제약하는 위치에 서 있다는 점을 드러낸 답변이었다. 다음날, 위원이 “합법파업의 조건 자체가 너무 까다로운 것 아닌가”라고 질문의 취지를 정리해 재질문을 던졌는데 정부 측 대표는 전날 답변의 문구 하나 바꾸지 않고 “정당한 쟁의행위는 헌법과 노동법에 의해 보호하고...(중략).., 노조는 불법을 자제하고 기업은 지나친 가압류를 자제하도록 지도해 나가겠다”로 이어지는 답변을 하더라. 아마 질문했던 위원도 황당했을 것이다. 그래서 최종권고에는 마치 정부의 반복된 답변에 운이라도 맞추듯이 “당사국은 파업권 침해에 이르는 행위를 자제하고-”로 이어지는 권고가 내려졌다. 정부가 쓴 표현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정부의 책임성을 요구한 것이다.

 

류민희: 차별금지법 역시 매번 심의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이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안 되고 있는 한국 상황에 대해 위원이 질문하자, 정부 측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런데 사실 “동성애자가 성적지향을 이유로 해고당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와 같이 질문을 풀어서 던지면,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81%까지 나오는 등 우리 사회에 어느 정도 합의가 존재한다. 위원이 이 설문 결과를 제시하자 정부 측은 “한국에는 다양한 여론조사가 있다”는 답변을 하더라. 사실 사회권은 규약 당사국의 정부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가야하는 것인데, 그런 식의 답변 때문에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최종권고가 나온 것 같다.

 

김남희: 주거권과 관련해서 임차인의 주거권 보호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자, “임차인의 주거권과 집주인의 권리보호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일종의 한국정부가 자주 쓰는 관용적 답변이 나왔다. 그런데 사회권 규약을 다루는 위원회에서 임차인의 주거권과 집주인의 재산권이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닌데, 그저 늘 하는 정치적 수사를 사용해 답변한 점이 너무 아쉬웠다. 이주민의 출생등록 보장에 대한 지적에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검토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했는데, 사회권 위원들은 아동의 보편적 권리를 보장하는 문제가 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지 황당해 했다.

 

류미경: “사회적 합의”가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 같다. 정부가 자주 쓰는 논리다.

 

보통 조약기구 심의에서 정부 측의 대응은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지나?

류민희: 보통 이런 식이다. 다른 나라의 심의를 볼 기회도 많은데, 다른 나라 대표단은 대표단 규모가 작더라도 할 수 있는 말은 다 하고 간다. 그야말로 사회권 위원들과의 상호적 대화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어떤 질문을 해도 같은 답변이 돌아오는, 마치 벽을 보고 심의하는 것은 한국정부 심의의 특징 같다. 정제되지 않은 답변이 불러올 수 있는 오해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그래도 좀 다르게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류미경: 한국에 앞서 심의를 받은 콜롬비아만 하더라도 스크립트를 읽지는 않았다. 실제로 콜롬비아 정부가 자국에서 어떤 노력을 하는지와는 별개로, 심의 과정에서는 질문에 대해 동문서답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부족한 점은 부족한대로 인정한다. 그리고 그 부족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 심의를 받는다는 점을 인지한다는 듯, 자국 정부의 노력과 함께 국제사회도 힘을 보태달라는 솔직한 답변을 하더라. 반면 한국 정부는 사회권 규약의 이행 여부와 노력보다는 한국의 현재 법제도에 대한 소개를 하러 온 느낌이었다.

 

김남희: 사실 사회권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나라는 없다. 그래서 사회권 심의는 어떤 부분이 취약하고, 어떤 부분이 시급한지 정부와 국제사회가 함께 점검하는 자리다. 그런데 정말 한국 정부는 그런 대화가 아니라 한국의 법제도를 소개하는 정도의 발언만 했다.

 

류미경: 예를 들면,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에 대해서, 한 위원이 사용자와 노동자의 정의를 확대해서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야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했는데 정부 측의 답은 “사용자란...(중략)... 근로자란...(중략)...”이라며 근로기준법 조항을 그대로 읽어 내려가는 것이었다.

 

김남희: 시간지연을 위한 전략이 아닌지 의심되는 경우도 많았다. 어차피 심의 시간이 총 6시간으로 한정되어 있으니 발언을 길게 하면 질문을 받을 시간이 줄어든다.

 

류미경: 그렇다. 듣는 사람이 답답할 정도로 천천히 이야기하는가 하면, 불필요하게 반복적으로 자기소개를 하기도 하더라.

 

이번 사회권 위원회의 최종권고는 언론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최종권고 내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류민희: 심의 과정에서 쟁점으로 다뤄지고 정부 측 답변이 부실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골고루 담겼다.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해서는, 그동안은 보통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 자유권과 관련된 부분이 강조되어 왔는데 사실 성소수자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피해는 사회권과 관련된 것이 많다. 예를 들면 차별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 사회보장 영역에서의 성소수자 차별 등이다. 이번 권고에서 성소수자 인권 중 사회권 부분이 새롭게 제시되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이번 권고를 통해 정부도 성소수자의 사회권 침해를 자신들이 해결해야할 문제로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류미경: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사회를 지향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노동존중사회를 자칭하면서도 정작 노조할 권리를 정부의 핵심 과제로 내세운 적은 없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정책이 우선시 된다. 그래서 이번 최종권고에서 세 가지 우선 과제 중 하나로 노조할 권리를 제시한 점은 의미가 크다. 사회권 규약이 제시하는 수많은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크지만 이에 앞서 모든 사람들이 단결하여 집단적으로 힘을 발휘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짚어준 권고라고 생각한다. 노조할 권리는 흔히 ‘enabling right’라고 이야기한다. 어떤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권리, 즉 권리의 기본이 되는 권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부분이 강조된 것이다.

그리고 한국 재벌이 해외에 나가서 기업활동을 벌일 때 생기는 인권침해에 대한 대안도 제시되었다. 최근의 추세는 인권침해 이후 구제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인권침해를 미리 예상하고 예방하는 ‘예방책임’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 점을 권고한 것이다.

 

김남희: 인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권고는 재분배적 재정정책을 포함한 사회지출 증가를 추진하라는 권고였다. 문재인 정부는 복지예산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데, 이에 대해 야당은 ‘퍼주기’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고 있다. 이번 권고에서는 한국의 열악한 사회권 현실에서 더 적극적인 국가의 의무가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 시켜준, 복지예산 지출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준 것이라 의미가 있다. 그 밖에도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라든지, 주거권에 대한 구체적 권고 등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노력해 온 부분에 대한 권고가 포함된 것도 의미가 크다.

 

추후 이런 국제적인 심의에 대응할 때 고려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국제사회의 권고가 실제 한국의 사회권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어떤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나?

김남희: 이번 심의에서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면, 원전과 건강권에 관련된 질의가 나왔는데 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고 최종권고에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의 원전 문제는 국제적으로도 관심을 받은 이슈여서 질의가 나온 것 같다. 그런데 사회권 위원회가 제시한 질의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이라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래서 질의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문제 중에도 국제적으로 관심을 가질만한 의제는 충분히 대비를 하고 심의 대응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사회권과 환경과의 관계가 최근 유엔 내에서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류민희: 우선 차기 심의 전까지 이번에 나온 권고를 국내 사회권 운동에서 적극 활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 최종권고 문서는 국내운동에서 활용하지 않으면 그저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텍스트 중 하나에 불과하다. NGO대표단이 최종권고를 번역해서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도 그런 노력 중 하나였고, 앞으로도 보도자료에 다 담지 못한 행간의 의미를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차기 심의가 있을 때까지는 이번 권고 이행을 위한 운동을 충실히 전개해야 할 것이고, 다음 심의까지도 이행되지 않은 부분들을 중심으로 차기 심의를 준비해야 한다.

 

류미경: 이번 심의는 한국이 4번째 받는 사회권 심의였다. 그런데 1차부터 4차까지의 권고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만큼 한국이 사회권 위원회의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번 4차 권고를 토대로 운동을 벌이는 것만큼이나 1차부터 3차까지 제시된 권고가 충실히 이행되지 못했다는 점을 문제 삼는 작업도 필요하다.

 

김남희: 정부가 심의에서 보여준 태도를 보면, 과연 권고 내용을 진지하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하지만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정부인만큼, 이번 권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행하기를 바란다. 시민사회에서도 끈질기게 감시하고 요구할 것이다. 더불어, 단순히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도 정부가 권고사항을 이행하는지 감시하고 필요한 법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사법부 역시 사회권 규약을 실질적인 재판규범으로 인정하는 등 구체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회권 심의와 권고가 갖는 사회적인 또는 개인적인 의미를 이야기한다면?

류민희: 내가 새정부의 입장이라면 이번 권고가 반가울 것 같다. 정말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를 이렇게 정리해서 제공해주니 말이다. 정부도 이번 사회권 심의를 단지 회피, 변명의 자리가 아니라 비틀어진 정상점을 재조정할 수 있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류미경: 그렇다. 조약기구 등 국제사회 심의에 임하는 정부의 태도가 바뀌었으면 한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한국 정부는 항상 이런 심의에서 “사회적 합의가 무르익지 않아 어렵다”는 말을 책임회피용으로 사용하곤 한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기 위해 정부가 이번 권고와 같은 국제사회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는 사회권 규약의 이행여부를 단순히 지켜보는 주체가 아니라 사회권 규약 이행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노력해야하는 주체라는 점을 새겨야 한다. 그런 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남희: 문재인 정부는 실제로 사회권 증진을 위한 몇몇 정책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그 이행에 있어서 예산낭비 프레임을 동원하는 야당의 공격을 받고 있다. 그래서 정부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번 권고를 “국제사회의 요구”로 삼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전까지 사회권 관련 운동을 하면서 한국의 법제도 내에서 해결이 안 될 경우 좌절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심의에서 사회권 위원들이 보편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한국의 상황을 ‘문제’로 진단하는 것을 보니 그동안 국내에서 진행했던 사회권 운동이 굉장히 합당하고 의미 있는 것이었음을 다시 확인받는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활동가로서도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

수, 2017/11/0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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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경제위원회 소식

 

1. 민생위 공익기금(가칭) 모금

 민생경제위원회는 6월 29일부터 7월 30일까지, 민생경제위원회에서는 위원회 내 공익활동의 촉진을 도모하고, 지속가능한 공익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선순환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에서「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공익기금(가칭)」을 모금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금 모금이 민생경제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각종 공익활동 활성화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면서, 모금에 참여해주신 모든 회원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 합병반대 의결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 참석

 민생경제위원회는 2015년 7월 7일 오전 11시 국민연금 강남본부 앞에서 열린 「국민연금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부결 의결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하였습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생위 김종보 회원은 양사의 합병은 회사의 핵심 사업영역에 대한 본질적 고민이나 새로운 사업기회를 위한 도전에 따른 것이 아니라 삼성그룹 총수일가 3세들의 지배권 승계와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하며,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진 엘리엇이 삼성의 합병을 반대하는 것과 관련, ‘국제 투기자본인 엘리엇이 토종 자본인 삼성을 공격하고 있다’는 일부의 해석은 문제의 본질을 흐린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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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국 을살리기 국민운동본부 자문변호사단” 모집

금번 민생경제위원회에서는 <전국 을살리기 국민운동분부(이하 ‘을본부’)>와 함께 중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을’을 대기업, 상가임대인, 가맹본부, 대리점 본사 등 ‘갑’의 횡포로부터 보호하고자 합니다. 이에 “을본부 자문변호사단”을 오늘부터 2주간(7. 10. ~ 7. 24.)모집하고 있습니다.

자문변호사단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을본부로 접수되는 사건들에 관하여 자문을 하고, 필요한 경우 직접 사건을 수임하여 ‘을’의 권익을 보호하는 활동을 하게 됩니다. 특히나 신입 회원분들께는 관련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선배 변호사와 함께 활동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을본부 자문변호사단”에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문의사항은 사무처 송아람 상근변호사([email protected], 02-522-7284)로 연락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이상 민생경제위원회 소식이었습니다^^

금, 2015/07/1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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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편지0623

금, 2015/06/2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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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10월 월례회 후기 (2016. 10. 29.)

서울숲 그리고 청계광장 촛불집회

-전홍근 회원

 

한 여름의 서울숲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려 숲이 주는 여유로움을 느끼기에는 부족하지만, 날씨가 조금 쌀쌀해지는 이 맘 때의 서울숲은 한결 여유로운 느낌을 줍니다.

서울숲이 막 개장한 직후 방문했을 때는 어린 묘목과 채 자라지 못한 나무들이 많았지만 어느덧 시간이 흘러 지금은 나무들이 반듯하게 자리를 잡았고, 상당히 풍성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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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2개 정도는 찾을 수 있는 양의 보물을 숨겨놓았다는 공지와 함께 보물찾기를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저를 비롯하여 몇몇 회원들이 4~5개의 보물을 찾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찾은 것의 상당수는 다른 어린이 집에서 숨겨놓은 그러나 아이들이 찾지 못해 버려진 보물이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보물찾기를 하는 걸 보면 사람들이 보는 눈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10분여 간 열심히 보물찾기를 한 후 보물을 많이 찾은 사람들이 늦게 오거나 보물을 적게 찾은 사람들과 보물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작은 것이지만 따뜻한 배려의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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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이어 숲해설사님과 함께 서울숲을 돌아다니며 숲 해설을 들었는데, 나무들의 형태, 나무 잎사귀의 모양 및 색깔 어느 하나 허투로 만들어 진 것이 없이 제각각의 사연과 치열한 진화의 산물인 것을 다시 한 번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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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덧 붉어져 단풍이 들어버린 나무들의 잎사귀를 보고 있자니 저게 저절로 붉어졌을 리 없다는 시인의 시구가 생각났습니다.

대추 한 알나태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린 몇 밤

저 안에 땡볕 한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게다

 

대추 나무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무릇, 나뭇잎사귀 하나, 대추 한 알조차 저절로 붉어지지 않고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의 순리에 순응하며 생명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고, 우리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서울숲을 떠나 청계광장으로 향하였습니다.

2016. 10. 29.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첫 번째 대규모 주말집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이미 가득찬 인파들.. 7살이 된 어린 제 아들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이들은 세상과 소통하고 이 땅에 반듯한 민주주의가 자리 잡기를 열망하며 모였고, 이들의 마음이 곧 대한민국 대다수 국민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제 아들이 저에게 묻습니다. “사람들이 왜 화가 났어?”.. 대통령이 잘못하기 때문이지…. 제 아들 “대통령 때문에 집에도 못가고 놀지도 못하고 힘들다” 이렇게 살짝 투덜대기는 했지만 함께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어느 때 보다 즐겁고 특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국민들의 민의에 따라 반듯한 민주주의가 이 땅에 다시 한 번 서기를, 그 과정에서 민변이 어느 때보다 더 큰 역할을 하고 국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기를 기대하면 후기를 마칩니다.

화, 2016/11/2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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