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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출구없는 시대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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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출구없는 시대의 선택

익명 (미확인) | 금, 2016/11/11- 12:21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날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는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수없이 쏟아지던 전자메일이 거짓말 같이 멈추었다. 교수들은 트럼프 당선의 의미를 평가하기 보다는 헛웃음을 지으며 애써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다.

몇 몇 직원들은 도저히 학교에 올 수 없다고 휴가를 냈고, 일부 직원들은 목 놓아 울기도 했다. 캔사스 대학이 위치한 도시인 로렌스는 보수주의가 강한 이 곳에서 외딴 섬같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작은 대학 도시다. 이곳에 트럼프 당선이 던져준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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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NYT)

낙관적 미래에 대한 전망 사라져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에 등장할 때의 캐치프레이즈가 “담대한 희망”이었다. 그 희망이 깊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 절망의 깊이는 도저히 당선될 수 없을 것 같은 후보가 당선되어서 앞으로 4년은 더 기다려야 새로운 대통령을 뽑을 기회가 주어진다는 정도가 아니다. 이 절망은 훨씬 더 근본적이다.

트럼프 당선의 절망은 진보적 미래를 그리는 정치세력의 지적 실패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대침체(The Great Recession)라고 칭해지는 2008년의 경제 위기 이후 유럽이 긴축재정을 피며 오랜 기간 동안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중동과 아프리카의 이민자 유입으로 사회가 분열될 때, 미국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뽑고, 양적완화, 의료보험 확대, 최저임금 인상, 동성애 합법화, 소수 인종의 고위직 진출,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 보호 정책 등 중도좌파적 정책을 꾸준히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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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 변화는 아니지만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리버럴리즘과 사회과학적 연구에 의해 증명되는 온건한 중도 좌파적 정책에 기반하여 점진적 진보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지배했다. 러시아의 권위주의 정권, 중국의 공산당 일당 독재, 유럽의 혼란, 중동의 테러리즘, 일본의 장기침체에 대비되어, 미국의 리버럴리즘이 유일한 희망의 이데올로기였다. 비록 담대한 희망이 아니라 소심한 희망이었지만, 희망은 희망이었다.

따지고 보면 20세기 이후의 모든 사회적 변화는 항상 새로운 지적 기획, 유토피아적 미래를 그리는 이데올로기에 기반했다.

1차 대전이 끝난 후 혼돈의 시기가 지속되었지만, 1917년 10월에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이 있었다.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라고 칭해지는 1920년대 미국은 연일 소요와 파업이 지속되었다. 귀족 강도의 시절(The Robber Barons Era)라고 칭해지는 경제적 독점과 불평등 착취의 시대에 노동자와 시민들이 분노 속에 요구한 것은 사회주의적 정책들이었다. 맑스와 레닌의 사회주의적 이념이 희망이 대안이었다. 낙관적 희망이야말로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는 원천이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대부분의 국가들이 사회주의나 복지자본주의로 전환하였다. 미국은 경제정책에서는 노동계급에게 경제적 과실을 안겨 총수요를 확대하는 케인즈주의, 사회적으로는 1965년의 인권법 제정으로 미국 인권 역사의 신기원을 연 자유주의 이념이 지배하였다. 미국을 자유주의 복지국가로 바꾼 루즈벨트 대통령의 많은 정책들이 1920년대 사회주의자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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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1980년대의 보수화도 희망적인 지적 기획의 산물이다.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클린턴에 이긴 이 번 선거를 레이건이 카터에게 이긴 1980년 대선에 비교한다. 사업가일 뿐만 아니라 연예계에 몸담고 있던 트럼프나 배우였던 레이건이나 다를 바 없고, 정치계에 오래 있었던 카터와 클린턴이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레이거노믹스, 영국의 대처리즘으로 대변되는 보수화는 우파의 지적 성과의 산물이다. 1970년대 스테그플레이션의 문제를 해결하는 노벨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만(Milton Friedman)의 통화주의와 시카고 학파의 신자유주의라는 보수의 지적 이데올로기가 있었다. 1984년 레이건 재선 당시의 슬로건이 “미국의 새아침 (Morning in America)”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 뒤에 아무런 지적 기획이 없다.

불만스런 현실…강한 권위에 대한 의존 높여   

21세기도 16년이 지난 지금, 현실에 대한 불안과 불만은 넘치는데 어떻게 이를 해결하고 낙관적 미래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진보의 담대한 기획이 없다.

현재의 사회적 불만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전복적 방안은 황당하게도 권위주의와 테러리즘 뿐이다. 그러니 현실에 대한 불만을 가진 대중은 권위주의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권위주의적 후보의 선택이 폭력을 동반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체제 내 전복으로 보인다.

실제로 출구조사에서 미국 유권자들은 후보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강력한 지도자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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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s://www.quora.com/)

2012년에는 가치를 공유하는 후보의 중요성이 27%로 가장 높았는데, 올 해는 가치 공유의 중요성이 16%로 줄어들었다. 반면 후보 선택의 가장 큰 이유로 강력한 지도자를 꼽은 유권자가 36%로 2012년 대비 2배 상승하였다. 구체적 정책이나 도덕적 가치가 아니라 권위주의에 기반한 어떤 막연한 변화만이 그들이 기댈 수 있는 희망이다.

위로 아닌 위로를 삼자면 공화당도 대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공화당의 주류로 부터 철저하게 외면 받았다. 트럼프의 막말에 더해 보호무역주의, 대중주의, 대외고립주의, 이민자 적대는 공화당 주류의 의견과는 달랐다.

선거 직후라 공화당 인사 중 트럼프의 정책을 수용하자는 정치인들이 의견 피력을 많이 하지만, 그 기류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공화당을 새롭게 지지하고 나선 백인 노동계급을 외면하기도 어렵다. 양 당 모두 지지기반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클린턴의 패배는 선거 전술의 실패, 유권자의 변화뿐만 아니라, 진보의 지적 기획의 부족의 결과라는 면에서 오랫동안 아프게 기억될 것이다.

심리적인 치유는 상대적으로 빨리 되겠지만, 새로운 지적, 정치적 대안을 마련하는데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 것이다. 미국의 진보와 지식인들은 상당 기간 트럼프 당선의 충격을 트라우마로 안고 살게 될 것이다.  

 잔뜩 ‘화가 난’ 백인 노동계급

왜 미국의 백인 노동계급, 특히 남성들은 트럼프를 지지하고 나선 것일까? 미국 시간으로 11월7일 월요일 선거 전날 필자가 가르치는 경제사회학 대학원 수업에서 이번 선거의 전망과 트럼프 부상의 의미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 때 학생들이 몇 가지 놀라운 얘기를 했다.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에는 미 중부에 위치하고 있어 수업을 듣는 박사 과정 학생들 중 위스콘신, 미시건 지역 출신들이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지역이었다가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 지지로 돌아서 충격을 안겼던 그 곳이다.

그 중 자신을 노동계급 출신으로 규정하는 박사과정생이 이런 주장을 하였다.

“자신이 고향에서 느낀 바로는 여론조사와 언론이 보도하는 것보다 중서부 지역에서 트럼프 지지가 높을 것이며 설사 클린턴이 결국 이기더라도 상당한 놀라움을 안길 것이다. 사람들이 매우 매우 화가 나 있다 (very를 두 번 강조하며 말하였다).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하면 경멸하는 여론이 있어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펜실베니아도 안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펜실베니아는 중요 여론조사 기관이 모두 80-99%의 확률로 클린턴이 이긴다고 전망할 때였다.

선거 결과가 나온 후 그 학생에게 다시 물었다. 중서부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높을 것이라고 본 근거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고.

그의 대답은 노동계급은 전통적으로 침묵을 미덕으로 삼고 있지만, 히스패닉 노동자들의 존재를 매우 잘 인식하고 있고, 경제적 과실이 자신들에게 돌아오지 않는데 불만이 많다는 것이다.

사회학자인 아네트 라루(Annett Lareau)가 <불평등한 어린시절>에서 주장했던 노동계급 출신들은 제도적 환경에서 스스로를 제약하는 감각(Sense of Constraint)을 가지고 있다는 관찰과 일치한다. 여론조사의 실패 원인도 이들 침묵하는 계급의 의견을 반영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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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www.motherjones.com/)

그렇다고 백인 노동계급의 트럼프 지지를 그들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모두 옹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백인 노동계급의 트럼프 지지 뒤에는 인종주의와 성차별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저학력 백인 노동자들은 히스패닉계 이민노동자 유입으로 노동공급이 늘어나서 저숙련 일자리의 임금에 하방압력이 가해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많은 사회과학적 연구들이 이민노동자 유입이 본국 노동자의 소득을 낮춘다는 근거가 없다고 보여주지만, 모든 연구 결과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하버드대 보하스 교수(George Borjas)는 이민노동자 유입과 본국 노동자의 소득은 음의 상관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필자도 한 논문에서 저학력 저숙련 이민노동자의 유입이 본국 노동자 소득을 낮추는 효과가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트럼프의 이민자 추방 정책이 인권의 측면에서는 지지하기 어려워도 경제적으로 백인 노동계급에게 이득을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가져올 가능성은 상당하다.

백인 노동계급이 임금 하락 압박에 직면했을 때 인종주의적 해결책을 지지하는 것은 역사적 선례가 있다. 미국의 자유 이민 정책에 반했던 가장 차별적인 법률이 바로 1882년의 중국이민제한법(The Chinese Exclusion Act)이다.

골드러시 이후 미국 서부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이 줄어들자, 미국의 노동계급은 중국 이민자들을 비난하며 적대시하였다. 중국이민제한법을 지지하고 이끌었던 사람이 노조 지도자였던 데니스 키어니(Denis Kearney)와 노동자당(Workingman’s Party)이었다.

일본이 더 이상 일본 이민자를 미국에 보내지 않기로 약속한 “신사협정”은 이러한 미국 노동계급의 인종 차별 분위기의 연장이다. 그 때와 지금의 차이는 인종주의의 대상이 아시안에서 히스패닉으로 바뀐 것뿐이다.     

경기 침체 속 인종주의 득세

노동계급이 인종주의적 차별을 지지할 때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이 조건을 뒤집으면 노동계급이 인종주의를 버리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조건이 된다.

미국 역사에서 이태리인, 아일랜드인, 동유럽 출신들은 “얼굴 하얀 흑인(White Negro)”으로 간주되며 큰 차별을 받았다. 그런데 2차 대전 이후 자본주의의 황금기에 이들 백인 내부의 민족적 차별은 완전히 사라진다. 1965년의 인권법이 가능했던 것도 1950년대와 60년대가 자본주의의 황금기였기 때문이다.

경제가 발전하면 파이가 커지고 모두가 파이를 나눠도 모자람이 없다. 모든 그룹의 상향적 사회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종 간 경쟁이 무뎌진다.

뉴욕시립대의 리차드 알바(Richard Alba)는 이런 상태를 “비(非)제로섬게임(Non zero sum game)”이라고 칭한다. 이 환경에서 인종주의는 줄어들고 노동계급은 인종적 화합을 도모한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낮아서 분배가 중시되는 제로섬게임의 상황이나 소득이 줄어드는 경제 후퇴의 상황에서는 인종주의가 창궐하게 된다. 구조적 장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인종주의를 완화시킬 구조적 환경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계몽과 교육이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문화를 확산시킬 유일한 방법이지만, 이번 선거로 증명되었듯 이 방법은 한계가 분명하다. 

더욱이 백인 노동자계급의 몰락은 최근의 경제적 위기 이전에 시작되었다. 2008년 이후의 저성장과 회복은 그 몰락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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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벨트(rust belt)라고 칭해지는 미국 중부의 제조업 공장 지대를 다녀보면 몰락하는 도시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과거 제조업 부흥의 시절에 건설했던 도로 등의 기반시설은 넘쳐나지만 이 시설을 이용하는 차량과 사람의 숫자는 적고 이 모든 시설이 낡아 으스스한 느낌을 준다.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떠나고 남아있는 노동계급이 느낄 절망감이 바로 음산한 회색 도시의 느낌이다.

절망과 분노는 자기파괴적 행위로 이어진다. 작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Angus Deaton)은 최근 논문에서 21세기 들어 중년의 기대수명과 생존률이 다른 모든 그룹에서 상승했는데, 유일하게 저학력 백인은 하락했음을 보고해 미국 사회에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사망률 상승의 원인도 마약 알콜과 같은 향정신성 약품 중독과 그로 인한 질병의 확산 때문이다. 마약, 알콜 관련 사망율이 81%, 간질환이 50% 늘었다. 경제구조의 변화로 인한 생활 양식과 문화의 파괴다. 과거 흑인 문화로 간주했던 언더컬쳐가 저학력 백인 노동계급으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학력 백인은 2008년에는 오바마의 다양성에 기반한 “담대한 희망”을 지지했다가 2016년에는 트럼프의 인종주의가 만들 “위대한 미국”으로 옮겨갔다. 트럼프의 위대한 미국이 저학력 백인 노동계급에게 진정한 희망을 주지 못할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진보진영에서 다음 선거에서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이 무엇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방황하는 진보…어떤 미래를 만들지에 대한 전망 보여줘야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임할 때는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누가 당선될 것인지 불안에 떨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트럼프의 등장에 충격을 받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불안해 하지는 않았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네이트 실버(Nate Silver)를 비롯한 메타 여론조사 분석가들이 선거 결과를 너무나 정확하게 예측하였기 때문이다. 올해도 이 예측이 반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 기대에 비례해 트럼프 당선이 지식인 사회에 가져온 충격은 크다.

언론에 보도되었듯 폴 크루그만(Paul Krugman) 뉴욕시립대 교수는 “우리가 몰랐던 우리나라(Our Unknown Country)”라는 칼럼에서 지식인들이 미국, 주로 시골 지역에 사는 저학력 백인들의 생각과 가치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아마 많은 지식인들이 이 고백에 동감할 것이다.

미국 사회는 과거 어느 때 보다 계급 간의 지리적, 물리적 분리가 심하다.

서부나 동부의 대학에서 일하던 교수가 필자가 재직 중인 캔사스대로 옮겨온 후 한결같이 하는 얘기가 있다. 동교 교수들이 중부 캔사스에 가서 살 수 있는지 걱정한다는 것이다. 동서부 해안 지역의 엘리트에게 중부는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곳이다.

학력 구성의 측면에서 동부와 서부의 대도시들, 남부의 발전하는 ‘선벨트(sun belt)’ 지역은 고학력 집중 현상이 심화된 반면, 그 외 모든 지역은 저학력 노동자만 덩그러니 남겨진 현상이 심화되었다. 사회적 접촉을 통해 가치관을 공유할 기회가 구조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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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발전은 사회구성인자들의 유기적 화합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소수 부류끼리 끼리끼리 대화를 나누어도 외롭지 않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뒤르껨이 근대는 기계적 연대에서 유기적 연대로 사회적 유대가 변화했다고 주장했는데, 지금의 환경은 가치관의 측면에서 유기적 연대에서 오다쿠가 되어도 외롭지 않은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기계적 연대로 옮겨가고 있다.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돌아선 백인 노동계급 남성이 다양성이라는 가치관에 공감하고 그러한 변화를 지지할 가능성은 오히려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진보적 대안으로 남는 것은 계몽과 교육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에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고, 부를 공유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현재의 정치적 환경에서 이를 실현할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트럼프 승리가 진보진영에 던진 정치적, 지적 숙제의 부담은 매우 무겁다. 가장 암울한 전망은 어쩌면 세월이 흘러 인구 구성이 바뀌어 새로운 가치관을 공유하는 시민의 숫자가 늘어날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희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희망적인 전망은 트럼프 시절의 암울함을 겪은 후 노동자계급이 민주당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담대한 희망의 구체적 모습을 제시할 때까지 노동자계급의 지속적 지지를 담보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 중 누구도 그 구체적 모습이 무엇인지 적어도 아직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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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6/03/2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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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번 박경미 교수(홍익대 수학교육과) 가 또 다른 제자의 논문을 거의 그대로 베껴 학술지에 발표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새롭게 드러났다.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을 베낀 논문을 학술지에 단독 저자로 게재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박 교수가 비례대표 1번에 적합한 인물인가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박경미 교수는 지난 2004년 6월, 대한수학교육학회가 발행하는 전문학술지 <학교수학>에 16쪽 분량의 논문을 발표했다. 제목은 ‘중국 수학교육 과정의 내용과 구성 방식의 특징’으로 중국의 수학교육 과정의 내용과 특징을 다루고 있다. 박 교수는 이 논문의 단독 저자로 명기돼 있다.

▲ 왼쪽이 강 씨의 2004년 석사학위논문, 오늘쪽이 박 교수의 단독 논문이다.

▲ 왼쪽이 강 씨의 2004년 석사학위논문, 오늘쪽이 박 교수의 단독 논문이다.

뉴스타파의 분석 결과 박 교수의 이 논문은 같은 해 6월 30일자로 홍익대에서 통과한 강 모 씨의 석사학위 논문 ‘중국의 수학교육과정 분석 및 연구’를 상당 부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논문의 2장 2절인 ‘중국의 교육과정의 개관’에서부터 3장 ‘중국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수학과정’, 그리고 5장에 해당하는 ‘제언’ 부분까지, 박 교수가 강 씨의 석사 논문을 인용이나 출처 없이 사실상 베낀 부분은 전체 16쪽 가운데 8쪽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박 교수는 강 씨의 석사 논문 지도교수였다.

▲ 왼쪽이 강 씨의 2004년 석사학위 논문, 오른 쪽이 박 교수가 단독저자로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주요 표와 본문의 상당 부분이 석사논문과에서 그대로 옮겨졌다. 그러나 인용이나 출처는 없다.

▲ 왼쪽이 강 씨의 2004년 석사학위 논문, 오른 쪽이 박 교수가 단독저자로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주요 표와 본문의 상당 부분이 석사논문과에서 그대로 옮겨졌다. 그러나 인용이나 출처는 없다.

박 교수는 강 씨의 석사 논문을 옮겨오면서 단어, 순서 등을 조금씩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강 씨 석사논문
 
박 교수 논문
“이러한 중국교육과정의 경향은” “중국교육과정의 이러한 경향은”
“반면” “이와 달리”
“대체적으로 중국의 학습 목표가 더 구체적으로 진술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일차함수에 대한 두 나라의 교육과정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대체적으로 볼 때 중국 교육 과정의 목표가 보다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이차 함수에 대한 양 국가의 교육과정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교육 내용의 삭감과 난이도 하향화를 시도하여 교육과정 적정화를 이루는 것이” “교육 내용의 양을 줄이고 난이 수준을 낮추는 교육과정의 적정화가”

이처럼 박 교수는 제자인 강 모 씨의 석사 논문을 베껴 본인 논문의 절반 가량을 채웠으나 인용표기를 하지 않았고, 참고문헌에도 넣지 않아 연구윤리 위반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2004년 논문을 단독 발표하면서 제자인 강 씨의 동의를 얻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문제가 없는 것으로 소명이 이뤄진 상황이라고 답했다.

박 교수는 2004년 11월 발간된 <한국수학교육학회지>에 ‘한국, 중국, 일본의 학교 수학 용어 비교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는데, 이 논문 역시 같은 해 홍익대학교 제자 정 모 씨의 석사학위 논문 ‘한국·중국·일본의 학교수학 용어 비교·분석 연구’의 구성과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밝혀져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박경미 교수는 지난 2000년부터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4.13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1번을 받은 것으로 발표돼 주목을 끌었다.

월, 2016/03/2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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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3월21일 현재 새누리당 공천현황.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세종·경기... 의원) ▲송파구갑 박인숙(67·현 의원) ▲송파병 김을동(70·현 의원) ▲부산 연제 김희정(45·현 의원) ▲수영...
월, 2016/03/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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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병은 서울 내에서 유일하게 여야 여성 현역의원이 맞붙는 지역구다. 또 송파병은 송파을에서 분구된... 송파병은 강남벨트(강남구ㆍ서초구ㆍ송파구)에 묶이지만, 역대로 보면 오히려 야권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화, 2016/03/2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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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욱 새누리당 중구 당협위원장과 정호준 국민의당 의원이 맞붙은 서울 중구성동구을의 총선 구도를... 송파병은 강남벨트(강남구ㆍ서초구ㆍ송파구)에 묶이지만, 역대로 보면 오히려 야권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송파을에서...
화, 2016/03/2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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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인 최운열 서강대 명예교수가 논문 ‘중복 게재’ 행위로 연구윤리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최운열 교수는 2004년 전문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면서 핵심 내용을 1년 전 자신이 발표한 논문에서 그대로 옮겨왔으나 인용이나 출처 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논문 중복 게재를 인정했다.

▲ 왼쪽이 2003년 <서강경영논총>에 게재한 논문, 오른쪽이 2004년 <증권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이다.

▲ 왼쪽이 2003년 <서강경영논총>에 게재한 논문, 오른쪽이 2004년 <증권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이다.

최운열 교수는 지난 2004년 6월, 한국증권학회에서 발행하는 전문학술지인 <증권학회지>에 제자 정 모 씨 등 2명과 함께 공동저자 형태로 학술논문을 게재했다. 제목은 ‘인지행위적 재무론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처분효과에 관한 연구’이다. 논문 분량은 참고 문헌과 요약을 빼고 17쪽이다. <증권학회지>는 한국연구재단에 등재학술지로 지정돼 있다.

최 교수가 발표한 이 논문은 자신이 1년 전 서강대 교내 학술지인 <서강경영논총>에 실은 ‘한국주식시장에서의 처분효과에 관한 실증연구’라는 제목의 논문 내용을 상당 부분 그대로 옮겨온 것으로 확인됐다. 두 논문을 대조한 결과, 2004년 논문의 3장 ‘분석자료 및 연구방법’ 5쪽 가운데 80% 정도가 2003년 논문과 일치했다. 표본 조사 집단의 내용과 도표가 같았다. 또 4장 ‘연구결과’ 역시 도표를 포함해 절반 가까이 이전 논문과 동일했고, 5장 ‘결론’에서 후속 연구를 제안하는 내용도 이전 논문에서 거의 그대로 옮겨왔다.

▲ 최운열 교수는 2004년 논문(오른쪽)의 3장 <분석자료 및 연구방법>과 4장 <연구결과>, 5장 <결론>의 상당 부분을 2003년 논문에서 그대로 옮겨왔다.

▲ 최운열 교수는 2004년 논문(오른쪽)의 3장 <분석자료 및 연구방법>과 4장 <연구결과>, 5장 <결론>의 상당 부분을 2003년 논문에서 그대로 옮겨왔다.

다만 이전 논문에서는 가설에서 “실현이익비율은 실현손실비율보다 클 것이다”를 2004년 논문에서는 “전체기간동안 PGR은 PLR보다 클 것이다.”로 하는 등 실현이익비율(PGR)과 실현손실비율(PLR)의 표기 방식을 달리했다. 또 주식시장의 ‘상승장’을 ‘상승추세’로, ‘하락장’을 ‘하락추세’로 바꿨다. “자주 매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를 “자주 매도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로 바꾼 문장도 있었다.

최 교수는 이처럼 자신이 이전에 쓴 논문의 상당 부분을 그대로 베꼈지만 2004년 논문 어디에도 이전 논문을 인용했다는 출처 표기를 하지 않았다. 참고 문헌에도 적지 않았다. 이는 학계에서 인정하고 있는 ‘인용 없는 논문 대 논문 간 중복게재’에 해당되는 것이다.

한국금융학회가 2007년 제정한 연구윤리규정은 “학회에 투고하는 연구논문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른 간행물에 이미 게재되었거나 새로운 연구물인 것처럼 중복해서 투고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연구 부정행위로 판정하여 처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5조 (중복게재의 금지)한국증권학회 연구윤리규정

① 학회에 투고하는 연구논문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른 간행물에 이미 게재되었거나 새로운 연구물인 것처럼 중복해서 투고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② 학회에 접수된 투고논문이 제1항을 위반하였음이 확인되면 연구부정행위로 판정하여 처리한다.

최 교수는 이메일 답변을 통해 “인용이나 출처 표시 과정에서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며 사실상 논문 중복 게재 사실을 인정했다.

최 교수는 지난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에서 정년 퇴임했으며, 한국증권연구원 원장,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한국증권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뉴스타파는 어제(3월 21일)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번으로 발표된 박경미 교수가 제자의 석사논문을 인용없이 상당 부분 그대로 베낀 논문을 학술지에 투고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해 보도한 바 있다.(링크)

화, 2016/03/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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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허핑턴포스트코리아 공동기획
시대정신을 묻는다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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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시민의 것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민주화투쟁입니다. 그걸 놓치면 남는 건 불평등, 그리고 약자들에 대한 모멸뿐입니다.”

박상훈(52) 후마니타스 대표(정치발전소 학교장‧정치학 박사)는 우리 사회에서 손꼽힐 만큼 민주주의, 그리고 정치에 대해서 많은 글을 쓰고 말해 온 사람이다. 정치권이 생물처럼 움직이는 선거 국면, 정치 구호와 뉴스가 쏟아지는 지금 같은 때에 한 번은 의견을 듣고 싶은 사람이다.

박 대표를 만난 것은 지난 2월 12일이었다. 희망제작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허핑턴포스트코리아와 공동 진행하는 기획 연구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를 위해서였다. 이원재 희망제작소장이 서울 양화로 ‘미디어카페 후’에서 진행한 이 인터뷰에서 박 대표가 한 이야기는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정치’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특정 당이 어떻게 문제인지, 선거에서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같은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그러면서도 3시간이 넘도록 ‘정치’ 이야기만 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박 대표가 하고자 한 말의 조첨이 사실 여기에 있다. ‘정치’란 흔히 생각하는 저런 전략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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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해도 달라진 게 없다는 실망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 시리즈의 공통 질문인, “지금 대한민국 현실에 진단을 내린다면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에 대해 박 대표는 “4반세기가 넘도록 민주주의를 해왔는데도 우리 삶이 별로 좋아지지 않았다는 깊은 회의가 우리 사회를 덮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민주주의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르지 못 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첫 단계가 통치자를 직접 뽑는 것이라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실시로 일단은 성취됐다. 두 번째 단계는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가 좋은 대표를 통해서 공공정책에 반영되는 것, 그래서 시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를 위해서는 대표의 질을 높여왔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9년을 돌아볼 때 유권자에게 투표권은 있지만 그 결정으로 변하는 것이 없으니 불만과 냉소, 갈등이 생겨난다는 설명이다.

그러다보니 시민들은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 투표율이 50% 넘을까 말까 한 상황에서 50% 득표를 겨우 넘겨 당선되는 일이 흔하다. 전체 유권자로 보면 겨우 25%만 지지한 것이다. 박 대표는 “이는 다수의 참여, 다수의 결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심각하게 위배된다”고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정치에서 배제된다는 것이다. “서울시만 봐도 잘 사는 자치구 3개, 못 사는 자치구 3개의 투표율을 비교하면 20%p 차이가 난다”면서 “가난한 사람들은 정치 참여의 효능을 못 느끼고, 정치인은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갈 필요를 못 느낀다”고 했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도 선거 때면 정치인들이 산동네, 달동네를 방문했지만 이제는 그런 풍경을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약속 안 지켜도 속수무책, ‘선출된 군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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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를 안 하는 게 시민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려고 마음먹어도 누구를, 어느 정당을 찍어야 할지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 그 이유를 박 대표는 “책임성의 고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집권 정부가 4~5년 동안 공공정책을 운영한 데 대해서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정상적인 민주주의입니다.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인이 권력을 위임받아 갈 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선출된 군주정’이라 불러야 할 정도입니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뽑아놓고 늘 화만 나게 되지요.”

‘선출된 군주정’이라는 비유가 센 것도 같지만, 이 말에 문제의식 자체를 못 느끼는 사람들도 적잖다. 박 대표도 인터뷰 시작 전에 이미 이 점을 지적했었다. 첫 질문에 답하기 전에 “우리의 공적 결정의 규범과 기초가 민주주의라고 가정한다면”이라고 전제한 것이다. 이런 말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에 대한 완전한 합의가 없다는 뜻이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강력한 통치자가 있는 편이 낫다”는 식의 생각이 존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정책 결정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입니다. 반면 민주주의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을 치르는 체제입니다. 정책을 과감하게 결정하고 집행하는 데는 단점이 있지요. 그렇지만 그 과정을 충분히 잘 겪으면 집행 단계의 비용은 훨씬 적게 듭니다. 사회적 갈등이 줄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이 힘들다고 생략하면 정책은 계속 만들어지는데 집행 단계에서 돈도 다 새버리고 실효성도 사라지고 맙니다.”

지난해 말 정부가 밀어붙였던 ‘노동개혁’만 떠올려 봐도 이해 가는 설명이다. 이런 문제가 계속되면, 즉 정치와 민주주의가 좋아지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어떻게 될까?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의 이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박 대표는 “지금의 불평등‧빈곤‧사회적 해체 징후들이 지속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정치는 다른 영역과 달라서 사회 전체를 다루기 때문에 정치가 나빠지면 경제도, 문화도, 개인의 삶도 다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심하게는 더 걷잡을 수 없이 나빠져서 동유럽과 남미의 나라들처럼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가 될 수도 있고 남부 유럽처럼 경제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했다. “모든 가능성이 다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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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지기 시작하면 놀랄 만큼 좋아진다”

다만 이 말은 긍정적인 의미기도 하다.

“한국 정치는 최악부터 최선의 시나리오까지 모든 게 열려 있는 상태입니다. 정치가 좋아지기 시작하면 사회가 놀랄 만큼 좋아집니다. 경제 시스템도 좋아지고, 노동시장도 좋아지고, 시민들이 사회에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기여하려고 하는 구조가 곧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이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낙관적인 전망이다. 인터뷰 내내 온화한 말투로 여유롭게 말한 것도 이런 낙관 때문인 듯했다. 그는 “경각심을 갖는 건 좋지만 정치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 비판만 하는 태도는 아주 유해하다”고 했다.

“세상 일이 보통은 우리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비관적 예측은 대부분 맞아요. 냉소하고 비판하는 태도는 사람들 앞에서 잘난 척 하기에 좋지요. 그렇지만 사회가 좋아지는데 기여하지는 않습니다. 백해무익한 정도가 아니라 유해합니다. 불평등한 기존 체제가 유지하도록 하는 부작용 때문입니다.”

박 대표는 “정치혐오와 정치 불신은 자연스러운 면도 일부 있지만 사실은 누군가가 즐겨 동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득권 세력이나 부유한 사람들은 약자들이 정치를 통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을 기회를 갖지 못 하게 하려고, 그러면서 자신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치의 수혜를 계속 얻고자 할 때 과도한 정치 불신과 혐오를 의도적으로 동원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 하는 행태를 개탄하고, ‘다 도둑놈들!’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냉정하게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변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의 전략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는 시민의 무기입니다. 물론 정치라는 방법을 가지고 개인의 태어난 조건, 신체조건, 학력을 바꿀 수는 없지요. 그렇지만 사회경제적인 여러 측면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를 시민의 것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정당들이 색깔 분명하게 드러내서 경합해야”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해도, 막상 어떻게 ‘정치를 시민의 것으로’ 가져와야 할지는 간단치가 않다. 한국의 정치 현실을 보면 더 막연하다. 어디부터 관심을 가지고, 무엇을 요구해야 할까? 이 의문은 인터뷰의 세 번째 질문,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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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답은 앞서 박 대표가 말한 민주주의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르는 방법, “대표의 질을 높여야 한다”와 다시 통한다. 이 말은 많은 부분에서 “정당정치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박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부터라도 정당들은 자신들이 대표하는 게 진보인지 보수인지, 기득권인지 약자인지, 정확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게 미덕이라고 하는, 그래서 ‘우클릭‧좌클릭’ 등의 표현도 반은 긍정적으로 쓰이는 우리 상황에서는 다소 낯설게 들리지만 박 대표는 “정당들이 차이를 분명히 드러내서 경합해야만 사회가 좋아진다”고 했다.

정당들은 집권했을 때 사회 전체의 공적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조정해서 누구에게 좀 더 혜택이 돌아가게 할 것인지, 그래서 이 사회를 어떻게 달라지게 할 건지를 분명히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바와 정당을 일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가 좋아지기 위해서는 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집권당 이외의 정당들을 야당(opposition party)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지만, 더 정확하게는 ‘대안 정부'(alternative government)가 잘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지금 집권당은 아니지만 “사회가 좋아지기 위한 정책 대안을 지금부터 잘 마련해서 시민의 지지를 받은 다음에 정부를 구성하면 안정적으로 잘 공급하겠다”는 비전을 가진 정당들이 많아야 지금 정부도, 다음 정부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는 ‘박근혜 정부’ 식이 아니라 ‘새누리당 정부’, 혹은 ‘더불어민주당 정부’, ‘정의당 정부’ 식으로 불려야 하며, 그래야 위에서 말한 ‘책임성의 고리’도 명확해진다고 부연했다. 선출된 대통령이 마치 ‘국가 그 자체’인 것처럼 행동하고 정당과 거리를 두면 그 운영 책임을 묻기가 애매해지기 때문이다. 즉, 정당이 정치와 권력의 중심, 주체로 좀 더 확실히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물’보다는 ‘조직’에 주목해야 한다. 정당들이 경합을 할 때도 상대의 태도나 자세의 문제를 가지고 싸울 게 아니라, 바람직한 정부 운영 방안을 놓고 논쟁해야 한다.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의 버니 샌더스 돌풍을 보면, 설령 버몬트처럼 작은 주 출신 정치인이어도 분명한 대안을 가지고 요구할 때 당내 정치의 활성화에 긍정적 기여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는, 친박과 비박은 사회경제적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 친노와 비노는 사회를 보는 관점이 어떻게 다른 건지 알 수가 없지요. 이래서는 제대로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매번 새 인물에 투표하는 건 투기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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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박 대표가 지금까지 해 온 정치 관련 저술과 강연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당이 중요하다면, ‘인물 중심’ 정치를 해 온 기존 정치인들은 대폭 ‘물갈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공천 심사, 비례대표 영입 등 이슈가 쏟아지기 전에 이뤄진 인터뷰였지만 박 대표는 이와 연관된 이야기를 했었다.

“정당 내 의사결정권을 외부로 돌리고 새로운 사람들로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민주정치에 대한 완벽한 오해”라는 것이다.

“정당은 그 안에서 정책적 능력 있는 사람, 대중적 호소에 능한 사람, 당내 관리를 잘 하는 사람들을 각기 잘 키워가면서 조직적 경쟁력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유능하고 책임 있는 공직후보자를 정당 내부로부터 내놓아야 합니다. 그러지 못 하고 매번 밖에서 새로운 인물을 데려와서 찍도록 하는 것은 유권자보고 투기행위를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특히 유명인이나 사회적 성취를 이룬 인물을 영입하는 것은 좋지 않은 관행이라고 했다. 정치인들이 정당 내부에서 실력 쌓기를 기피하게 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정부 예산 한 가지 제대로 이해하는 데도 1~2년의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최소한 재선 이상 의원들이 있어야 수많은 이해당사자, 공무원들 사이에서 제 일을 할 수 있고, 그런 경험들이 바로 시민의 자산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정당 내 중요 결정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당원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최근 일반 시민 대상 여론조사로 의사결정을 하는 일이 늘어나고 이 방식이 더 공정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박 대표는 “우리나라 대통령 잘 뽑자고 스웨덴 시민 데려와서 투표하게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정당의 당원들이 책임지는 구조로 하고, 그것만으로는 안 될 때 개방해야지 아니면 무책임만 남는다”는 것이 이유다. “사회가 어려운 때일수록 시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정당에 가입해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정당 행사에도 가보고, 지지하는 후보가 있으면 지역구에서 명함도 같이 돌려주고 해야 한다”고도 했다.

시민의 결사 참여, ‘집단 이기주의’ 비판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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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의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박 대표가 강조한 두 번째는 바로 이처럼 시민들이 다양한 결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시민의 이름이 여러 개여야 합니다. 진보 혹은 보수 세력 지지자이기도 하고, 정당 당원이기도 하고, 지역 단체 회원이기도 하고, 경영자면 경영자 집단, 노동자면 노동조합 구성원이기도 해야 합니다. 그렇게 다양한 결사체들이 시민 의사를 대표할 수 있어야 사회가 튼튼해지고, 삶의 수준도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 하나가 ‘집단 이기주의’라는 말을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다. 박 대표는 “어떤 결사체가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각 집단들이 정치를 통해 자기 이익을 관철시키려면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주장이 어떻게 사회 전체의 공적 이익과 연결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재래시장 상인들이 “재래시장이 활성화 되면 왜 지역사회 전체에 이득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대형마트 규제 등을 얻어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정치적’이라는 말의 본래 의미 되찾아야

또 하나 필요한 것은, 바로 ‘정치적’이라는 말의 본래 의미를 되찾는 것이다. 앞에서 박 대표가 한, “지지하는 후보가 있으면 같이 지역구에서 명함도 돌려주라”는 말이나 “각 집단들이 정치를 통해 이익을 관철하려면” 등의 말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일들에는 필연적으로 “정치적이네”, “저 사람 야심 있나보다”는 말을 듣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우리가 하는 싸움의 본질은 ‘정치적’이라는 말의 의미를 둘러싼 싸움”이라고 했다.

“정치라는 말은 출발부터 좋은 의미입니다. 불공정한 것을 공정하게 바꾸고자 하는 공적 개입을 정치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시민들은 정치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단체를 만들고 대표를 키워서 정치로 내보내야 합니다. 그런데 ‘저 사람 정치적이야’ 라는 말로 차단하면, 원래 있던 정치인의 독무대만 될 뿐이고 정치를 통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박 대표는 대법관도 공무원도 개인으로서는 정치적 입장을 가질 수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거나, 시민단체도 정당과 같이 일하거나 스스로 정당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등 ‘정치적’이라는 말의 부정적 인식을 벗어나야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한참 더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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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정치적인 건 괜찮은 거예요. 좋은 거예요!”

시종일관 차분하던 박 대표가 종내 이렇게 외쳤을 때는 듣던 사람들에게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우리 사회의 아이러니 때문이다.

돌아보면 분명 낙관적인 전망이 많은 인터뷰였지만 상당한 무게감이 남는다. 숙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숙제가 주어진다는 데 안도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직 더 배워도 되고, 조금 시행착오를 하더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숙제를 하다 보면 ‘놀라울 정도로 사회가 좋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보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갸웃거릴 사람들을 위해 박 대표는 조금 더 구체적인 전망 하나를 마지막으로 전했다.

“어떤 일을 앞두고 전문가들이 지나치게 한 목소리로 예측하는 건 거의 틀리게 돼 있어요. 어떻게든 낙관을 찾으려고 하면 불현 듯 이뤄지는 게 바로 정치의 매력입니다!”

정리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권하형 | 사진작가
영상 : 이윤섭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비디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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