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양천구청과 구의회, '나쁜 지방자치'의 사례가 되려나
– 망이용대가 = 연결대가로 규정하여 망중립성에 부합
– 신용카드와 인터넷의 차이점 이해 못해
– 사적자치 강조하면서 기존 합의에 대한 평가 부재
사단법인 오픈넷은 6월 25일 넷플릭스 대 SK브로드밴드 1심 판결이 망중립성에 대한 개념혼선을 보여줌으로써 법률 제정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
법원이 파악한 사실관계 따르면, 원래 SK브로드밴드는 미국 시애틀에서 상위 망사업자를 통해 넷플릭스 데이터를 받아서 국내에 공급을 하다가 데이터량이 늘어나자 2018년 넷플릭스와의 합의 하에 각각 홍콩과 일본에서 무정산직접접속을 하였고 SK브로드밴드는 최근 들어 ‘망이용대가’를 지불하라는 주장을 해왔다고 한다. 넷플릭스는 이에 대해 망이용대가 지급의무가 없다는 법원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이번에 넷플릭스에 대해 ‘망이용대가 지급의무가 없다고 할 수 없다’는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어느 한 쪽이 이겼다고 할 수 없는 애매한 판결이다.
오픈넷이 꾸준히 지적했듯이 ‘망사업자가 자신의 고객들에게 데이터를 전송하는 대가로서 콘텐츠제공자로부터 받는 망이용대가’라는 개념 자체는 인터넷의 구조에서 성립될 수 없으며 이렇게 콘텐츠제공자가 돈을 낸다고 해서 그 콘텐츠제공자의 데이터를 전송하거나 우선전송하는 것은 망중립성의 차별금지 원리에 금지된다.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와 EU의 통신규제기구(BEREC)가 공히 이를 명시적으로 금지한 바 있다.
망이용대가 = 연결에 관한 대가
법원은 판결문 초반에 이에 반하여 ‘전송대가로서의 망이용대가’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원고 넷플릭스는 피고를 통하여 인터넷 망에 접속하고 있거나 적어도 피고로부터 피고의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 및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는 ‘통신사가 자사망에 흐르는 합법적 트래픽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인 망 중립성에 관한 논의나 ‘전송의 유상성‘에 관한 논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결국 원고들은 피고에게 적어도 피고로부터 피고의 인터넷망에 대한 연결 및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대한 대가(이하 ‘연결에 관한 대가’라고만 한다)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그와 같이 보는 것이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형평에 부합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법원은 망이용대가가 전송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연결에 대한 대가’임을 적시하고 있다. 망중립성은 인터넷에 접속된 이후에 돈을 내야만 전송해주거나 돈을 더 내야만 우선전송하는 식으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원리이지 접속유지비용의 다양한 조달방법(peering, transit, paid peering등)을 금지하지 않는다(예: FCC2010년 망중립성명령 각주 79번). 그러므로 ‘연결에 대한 대가’ 즉 접속료를 주고 받아야 한다는 것은 망중립성에 어긋나지 않는다. 그러한 의미에서 망중립성이 ‘연결에 관한 대가’와 무관하다는 표현도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SKB의 망에 대한 연결”이 넷플릭스에게 가치가 있는 유상의 역무임을 적시한 것 역시 잘못된 바는 없다. 물론 위 판시의 문제는, 거꾸로 “원고 넷플릭스의 데이터에 대한 연결” 역시 피고 SKB에게 가치있는 유상의 역무임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렇게 상호 가치있는 역무를 교환하기 때문에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때 무정산(settlement free peering)으로 이루어지고 넷플릭스-SKB, 넷플릭스-LGU+, 넷플릭스-KT와의 직접접속이 모두 무정산으로 이루어져 왔던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다음과 같이 ‘대가’의 내용을 폭넓게 정의한다.
“일반적으로 CP가 ISP의 망을 통하여 트래픽을 전송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에 대하여 지불하는 방식은, 회선용량 단위(Gbps)로 접속회선료 또는 접속통신료 등의 명목의 금전을 지급하거나 CP가 ISP에게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제안하는 것처럼 복수의 지역에 CP의 OCA를 설치하여 ISP의 망에 발생하는 트래픽을 경감시키거나 각종 공사비용과 설비의 업그레이드비용을 상호 분담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에 관한 대가가 지급될 수도 있다. 이처럼 원고들이 피고에게 금전적으로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외에도 위와 같은 방법들 모두 ‘CP의 콘텐츠를 최종이용자에게 도달시키기 위해 ISP의 망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지불되는 경제적 이익’에 해당된다. 원고들과 피고는 협상에 의하여 어떠한 방식을 택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사적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법원이 금전으로 그 지급을 명하는 것은 당사자들 사이의 합의가 완전히 결렬된 이후에 한하여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 . 실제로 Global CP들 중 구글은 금전으로 망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국내 ISP들과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여 국내 ISP들에게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망 사용료의 지급을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넷플릭스가 ‘국내 망사업자와의 접속은 CP-ISP 간의 필요가 일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금전적으로 아무런 대가를 주고 있지 않더라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판결문에 나온대로 넷플릭스 역시 OCA 제공을 통해 대가를 대신할 수 있다면 결국은 상호무상접속이 되기 때문이다. 판결에서 말하는 구글이 제공한다는 “다른 서비스”라는 것도 사실 국내까지 데이터를 끌어온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컨퍼런스 운영자가 먼길을 날아와 준 참가자가 고마워 참가비를 받지 않는 상황과 비슷하게 보는 것이다.
결국, 법원은 (1) ‘망이용대가’는 ‘연결에 대한 대가’ 즉 접속료이며, (2) 그 접속료는 반드시 망사업자가 받아야 한다기보다는 서로간의 비금전적 가치교환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음도 인정한 것이므로 망중립성 원리에 부합한다.
양면시장이라도 신용카드와는 달라
단지 법원은 아래와 같이 인터넷의 특성에 대한 이해의 부족을 보인다.
“신용카드회사가 신용카드 회원인 소비자로부터 연회비를 수취하고, 가맹점으로부터 결제 수수료를 지급받는 등 동일한 서비스에 관하여 양 당사자로부터 이용대가를 수령하는 형태의 다면적인 법률관계는 현대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원고들이 A서비스가입자에 대한 콘텐츠 제공과정에서 발생하는 콘텐츠의 전송은 명백히 원고들의 적극적 행위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가 인터넷 망을 제공하고 관리하는 것이 자신의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에 대한 계약상 의무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 인터넷 망을 통한 콘텐츠의 전송을 두고 피고가 서비스 가입자에 대하여 행하는 의무의 이행에 불과할 뿐 원고들의 인터넷 망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고, 그와 같은 사정이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가 유상인지 여부에 관하여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없다.”
여기서 법원은 ‘망 이용대가’를 언급하면서 ‘콘텐츠의 전송’을 ‘망 이용’과 등치시키면서 ‘망이용대가’가 ‘전송에 대한 대가’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는데 앞서 망이용대가를 ‘연결의 대가’로 규정한 다른 판시에 모순된다. 이 모순된 판시를 위해 동원된 신용카드회사 즉 VISA, Master에의 비유 역시 적절하지 않다. 망사업자들은 네이버, 카카오로부터도 접속료(전용회선료라고 부름)를 받고 다른 한편 국내 소비자들로부터도 접속료를 받고 있다. 여기까지는 VISA, MASTER와 같은 신용카드회사와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하나의 서비스에 대해서 양쪽으로 돈을 받으려고 스스로 완결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회사와 달리 인터넷서비스는 하나의 망사업자가 하나의 망을 양쪽에 모두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망사업자들이 힘을 합쳐야 비로소 하나의 완결된 제품이 나온다. 국내만 하더라도 하나의 망사업자가 모든 CP들을 호스팅하거나 초고속인터넷가입자 전부를 호스팅하고 있지 못하고 해외의 CP나 이용자까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전 세계의 모든 인터넷 고객들은 ‘한국 인터넷’, ‘미국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 세계적 인터넷에 접속하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VISA카드를 발급받을 때는 VISA가맹점에서 이용하려는 것이지 Master카드 가맹점에서까지 이용할 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 점과 다르다. 이 때문에 망사업자는 국내외 다른 망사업자들과 힘을 합쳐야만 국내 고객들에게 매력있는 전 세계적인 연결성(full connectivity)이 있는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의 모든 망사업자들은 전 세계 모든 망사업자들과 상호접속을 통해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인터넷은 상호접속시에 서로간의 전송에 대해 대가를 치르는 것은 엄청난 거래비용을 발생시켜 망이용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전송의 대가는 없고 연결의 대가만 서로 받기로 하였다는 점이다(참고: 오픈넷 망중립성 동영상 3편). 이에 따라 국내 CP와 국내 이용자들은 국내 망사업자들에게 접속료를 내고 인터넷접속을 하고 미국 CP와 미국 이용자들은 미국 망사업자들에게 접속료를 내고 인터넷접속을 하면 미국 망사업자, 한국 망사업자, 그리고 전 세계 다른 모든 망사업자들이 트래픽을 서로 교환해서 비로소 인터넷이라는 상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해외 소재 콘텐츠제공자에게 국내 망사업자가 접속료를 달라고 하는 것은 Visa가 Master 가맹점에 카드수수료를 달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양면시장의 구조에 반하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은 미국 CP의 트래픽이 한국에 많이 들어온다고 해서 망이용대가를 달라는 것인데 그런 ‘전송의 대가’가 인정된다면 네이버, 카카오가 미국 내에서 인기가 있으면 AT&T나 버라이존으로부터 망이용대가 청구서를 받아야 할 것이다(아래 웹툰<라이즈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에서 발췌).

정리하자면, 인터넷 이용자나 CP는 각자 자신이 소재한 지역의 망사업자에게 인터넷접속료를 내는 것이 양면시장에 충실한 것이다. 미국의 CP들은 미국의 망사업자들에게 연결에 대한 대가를 냄으로써 자신의 의무를 다한 것이지 자신의 데이터가 한국에 왔다고 해서 다시 한국에 전송의 대가를 낸다는 것은 도리어 인터넷 양면시장의 조직이론에 반하는 것이다. 물론 넷플릭스와 몇몇 대형 CP들은 미국 망사업자에게도 접속료를 내는 대신 트래픽 일부에 대해서는 비용으로 Open Connect Appliance 서버를 전 세계에 뿌려두고 자체 CDN을 구현하고 있고 구글 역시 해저케이블을 스스로 설치하여 데이터를 세계 각지에 분배하는 등 자기 지역의 망사업자가 할 일을 대신 하고 있다. 마침 법원은 이미 이런 ‘다른 서비스’들도 ‘연결의 대가’로 인정하였다.
사적자치 인정했다면 기존 합의에 대한 평가 했어야
법원 판결의 가장 큰 문제는 법원 스스로 인정한 대로 양당사자가 2018년경 ‘합의’에 의해 일본 등에서 무정산직접접속을 시작을 했고 이 ‘합의’ 역시 사적자치원칙에 따라 양당사자들의 협상에 따라 이루어진 것인데, SK브로드밴드가 갑자기 기존 합의로부터 일탈하여 새롭게 망이용대가를 요구한 행위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원의 판시대로라면 2018년경 합의 역시 ‘연결에 대한 대가’에 대해 유효한 합의였고 그렇다면 별도의 채무가 있을 수 있다고 하려면 채무의 법적 근거에 대해 밝혔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원이 당사자들 사이의 합의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지 않는 모습은 다음과 같은 판시에서도 드러난다.
“원고들은 피고와 직접 연결되어 피고의 이용자에게 한정하여 콘텐츠를 전송할 뿐 피고로부터 전세계적인 연결성을 제공받고 있지는 않으므로 위와 같은 연결은 유상성이 인정되는 인터넷 접속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런데 피고는 전세계 여러 ISP와의 상호접속을 통해 원고들에게 전세계적인 연결성을 제공할 수 있고, 원고들도 원하는 경우 얼마든지 원고들의 데이터를 전세계에 송수신할 수 있음에도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으로 피고를 통해 전세계 각 종단으로 트래픽을 송신하지 않고 있을 뿐이므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원고들이 주장하는 전세계적인 연결성이 보장된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전 세계적인 연결성이 있어야만 유상성이 인정되는 인터넷접속이라는 원고의 주장도 문제가 있다. Paid peering과 같이 접속상대방 사이의 연결성만으로도 유상접속이 이루어지는 경우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전 세계 연결을 하지 않기로 합의를 했다는 점이다. 물건을 살 가능성을 제공한 것이지 물건을 사지도 않았는데 그 값을 받을 수 없는 것이고 물건을 사도록 강제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는 위에서 사적자치에 따라 망이용대가를 정하라고 한 판시에도 어긋난다.
인터넷은 약자를 위한 플랫폼이다. 친약자성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망중립성이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망중립성에 어긋난 판결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망중립성에 대한 명쾌한 이해의 부족으로 효율적인 분쟁해결을 하지 못하였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돈을 낸다고 해서 전송 또는 우선전송을 해주는 행위를 명쾌히 금지하는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
2021년 6월 29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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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5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며, 사단법인 오픈넷은 이에 대해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공정위는 개정안 수정 작업을 진행 중이며 곧 최종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오픈넷은 정보매개자에게 감시 의무를 부과하고 인터넷 실명제를 강제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
개정안은 제2조에서 전자상거래법 적용대상 사업자를 크게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 및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 ‘ 자체 인터넷 사이트 등 이용사업자’로 구분·정의하고,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는 ‘정보매개’, ‘연결수단 제공’, ‘중개’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 중 정보매개 서비스는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와 소비자 간에 재화등에 관한 정보 교환을 매개하는 서비스”(제2조 제5호 가목)라고 정의되며, 공정위는 SNS와 C2C 중고마켓을 대표유형으로 들고 있다. 정보매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는 다른 말로는 정보매개자(Internet intermediary)라고 할 수 있다. 현행법상 ‘정보매개자’라는 개념은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정보통신망법 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정보의 제공을 매개하는 자”(제2조 제1항 제3호), 저작권법 상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중 “이용자들이 정보통신망에 접속하거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저작물등을 복제·전송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그를 위한 설비를 제공 또는 운영하는 자”(제2조 제30호)가 정보매개자에 해당한다. 즉 정보매개자란 인터넷 상에서 정보나 콘텐츠를 직접 제작·제공하는 자가 아닌 정보의 전달을 매개하는 서비스의 제공자를 말한다. 각종 포털, 검색엔진, 메신저, SNS와 같은 플랫폼은 모두 정보매개자이다.
개정안은 정보매개자들에게 새로운 책임을 부과하고 있는데 정보매개자 규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정보의 유통에 대하여 정보매개자에게 과도한 법적 책임을 지운다면 정보매개자는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사적 검열(private censorship)을 하게 될 것이며 이는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의 침해로 이어지고 인터넷의 문명사적 의의인 사회 혁신과 기술 발전에도 제동이 걸리게 된다. 이러한 우려에 따라 정보매개자 책임에 관하여 국제적으로 책임제한(safe harbour) 제도와 일반적 감시(general monitoring) 의무 금지 원칙이 확립되었다. 즉 정보매개자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불법정보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며 그런 불법정보를 인지하기 위해 모든 게시물을 감시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개정안에서 정보매개자 책임과 관련해 특히 문제가 되는 조항은 제28조 제2항이다.[1] 제28조 제2항은 정보매개 플랫폼 운영사업자에게 소비자피해를 방지할 의무를 지우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제80조 제4항 제1호). 또한 제30조 준용규정에 따라 온라인 판매사업자와 똑같이 사업자 신고의무(제6조), 정보의 투명성 확보 조치 의무(제16조), 맞춤형 광고 고지의무(제18조 제3항 내지 제5항), 국내대리인의 지정 의무(제19조), 위해방지를 위한 조치의무(제20조)를 지게 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SNS와 같은 정보매개 플랫폼의 이용자들은 플랫폼을 통해 재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보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피해를 예방할 책임을 지우게 되면 플랫폼은 재화등에 관한 정보의 교환이 일어나는지 또 피해를 초래하는 정보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용자들이 어떤 정보를 공유하는지를 상시 감시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 감시 의무가 되어 버린다.
또한 정보매개자 책임과 별개로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제29조 제1항과 제2항[2]은 개인간 전자상거래에서의 소비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플랫폼 운영사업자에게 개인판매자의 신원정보 확인을 강제하고, 분쟁 발생시 소비자에게 개인판매자의 신원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신원정보가 사실과 다른 때에는 연대책임을 지우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사업자는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모든 개인판매자의 신원정보를 확인한 뒤 수집‧보관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보매개자를 포함하는 플랫폼사업자에게 이러한 의무를 지운다면 사실상 위헌적인 인터넷 실명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실명제는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인터넷 이용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제도로서 헌법재판소는 2012년 게시판 인터넷 실명제(헌재 2012. 8. 23. 2010헌마24·252(병합)), 2021년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헌재 2021. 1. 28. 2020헌마406)에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리고 실제로는 분쟁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정보를 취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쟁이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일방의 주장만으로 사업자가 개인판매자의 성명, 전화번호, 주소와 같은 개인정보를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개인판매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과 관련된 개인정보 보호법 제17조 위반 소지도 있다. 이에 대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사업자의 개인판매자 정보 확인의무 및 개인판매자 개인정보의 소비자 제공의무를 삭제하도록 의결하였다.
대폭 변화된 시장상황에 상응하는 규율체계를 마련하고, 소비자권익을 내실있게 보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개정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치지 않고 졸속 입법된 규제는 득보다 실이 많을 뿐이다. 공정위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입법예고한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하여 소비자이자 인터넷 이용자들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수정안을 도출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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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28조(분쟁해결의무 등) ②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하여 재화등에 관한 정보 교환을 매개하는 경우 이로 인한 소비자피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이행하여야 한다.
1.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가 이 법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도록 안내하고 권고할 것
2.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에 이 법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한 경우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제35조에 따른 조정위원회 또는 제42조제1항에 따른 소비자피해 분쟁조정기구에 소비자의 피해구제신청을 대행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운영할 것
3. 그 밖에 소비자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2] 제29조(개인간 전자상거래에서의 소비자 보호) ① 재화등의 거래를 목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는 자신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하여 재화등을 판매하는 자가 사업자가 아닌 개인(이하 “개인판매자”라 한다)인 경우에는 그 개인판매자의 성명ㆍ전화번호·주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확인하여야 하고, 개인판매자와 소비자(재화등을 사업자가 아닌 자로부터 제공받는 자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는 소비자에게 그 정보를 제공하여 분쟁의 해결에 협조하여야 한다.
②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제1항에 따른 개인판매자의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하거나 제공한 정보가 사실과 다른 때에는 개인판매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소비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개인판매자와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진다. 다만, 소비자에게 피해가 가지 아니하도록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021년 6월 30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1. 7. 2. 포털 뉴스에 대하여 아웃링크 방식의 매개만을 허용하는 내용의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병훈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0995)’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의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의: 사단법인 오픈넷 02-581-1643, [email protected]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의견서
1. 본 개정안의 요지
본 개정안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언론의 기사를 매개하는 경우에는 그 기사를 생산한 자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매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음. 제안배경을 고려할 때, 현재 포털이 자체적인 뉴스서비스를 통해 뉴스를 ‘제공’, ‘배열’, ‘전재(인링크)’하는 방식을 금지하고, 뉴스 콘텐츠는 검색 및 언론사 사이트로의 아웃링크 방식으로만 접할 수 있도록 ‘매개’만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해석됨.
2.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언론의 자유 및 영업 수행의 자유 등을 침해
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내용을 제한하는 것은 사업자의 영업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는 규제임. 또한 ‘인터넷뉴스서비스’의 제한은 뉴스(표현물)를 제공, 매개, 배열하여 사상을 전파하고자 하는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언론의 자유(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해당 서비스에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와의 계약을 통해 다양한 뉴스 공급 방식을 선택할 자유도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적 자치의 원칙에 기한 언론사의 언론의 자유 및 영업의 자유 역시 제한하는 규제임. 나아가 인터넷뉴스서비스 이용자들이 다양한 형태의 인터넷뉴스서비스를 이용할 정당한 권리도 제한됨.
헌법상 기본권 및 법익을 제한하고자 하는 법률은 비례의 원칙에 따라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이러한 제한을 정당화할 정도로 명백하여야 함. 본 개정안의 제안이유에서는 ‘포털 등 인터넷뉴스서비스가 특정 이슈와 관련된 기사를 모아 재배열하여 일방적으로 여론을 확대·재생산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라고만 설시되어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본 개정안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방지하고자 하는 해악)이 무엇인지 명확히 드러나있지 않음. ‘인터넷뉴스서비스가 특정 이슈와 관련된 기사를 모아 배열하여 일방적으로 여론을 주도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선해하더라도, 이와 같은 해악은 막연하게 추측되고 있는 것에 불과함. 따라서 현재 이러한 해악이 존재하는지부터, 현재 포털이 운영하는 인터넷뉴스서비스(포털의 뉴스 배열, 추천, 인링크 전재 방식 등)가 이러한 해악을 불러일으킨다는 개연성, 본 개정안 내용대로 서비스를 제한하여도 이러한 해악이 해소될 것이라는 개연성을 판단하기 어려움.
따라서 본 개정안은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조차 불분명하여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국민의 각종 기본권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내용으로 위헌의 소지가 높음.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1. 7. 12. 통신판매중개의뢰자의 대가성 이용후기 작성 의뢰 등을 처벌하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배진교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1080)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의: 사단법인 오픈넷 02-581-1643, [email protected]
『전자상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 의견서
1. 주요내용
이용후기에 관한 통신판매중개자 및 통신판매중개의뢰자의 의무사항과 위반 시 처벌 조항 등을 신설함으로써 과도한 이용후기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고 온라인상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려는 것임(안 제20조의4 신설, 제40조 등).
2. 검토의견: 반대
가. 명확성의 원칙 위반
개정안은 제20조의4를 신설하고 제20조의4제2항을 위반한 통신판매중개의뢰자와 제20조의4제3항을 위반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면서(제40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20조의4제2항을 위반한 통신판매중개의뢰자의 행위가 다른 통신판매중개의뢰자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제40조 제2항). 그런데 제20조의4제2항의 “유인”, “이용후기”, “대가”, “조작·변경”, “불이익” 등의 표현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음.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히 정하여야 함을 의미함. 여기서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는 것은 입법자의 입법의도가 건전한 일반상식을 가진 자에 의하여 일의적으로 파악될 수 있는 정도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임(헌재 2000. 6. 29. 98헌가10, 헌재 2010. 5. 27. 2009헌바183 등 참조).
“유인”, “이용후기”, “대가”, “조작·변경”, “불이익” 등의 표현은 모두 범죄의 구성요건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불명확하여 예측가능성 및 자의적 법집행 배제가 확보된다고 보기 어려움. 예를 들어 “이용후기”는 입법 목적과 달리 진실한 이용후기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대가”의 경우 금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무형의 이익이 포함될 수 있어 이용후기 작성을 장려하기 위한 포인트 제공 등의 행위가 모두 처벌될 수 있음.
나. 과잉금지 원칙 위반
개정안은 이용후기 작성자의 표현의 자유와 통신판매중개의뢰자의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임. 그런데 모든 대가성 이용후기의 작성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도출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됨.
- 형사처벌은 가장 강력한 공권력 행사이자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크기 때문에 보충성의 원칙이 적용되어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되어야 함. 그런데 대가의 범위나 이용후기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모든 대가성 이용후기 작성 및 대가 요구를 징역형 또는 벌금형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본권 제한에 있어 보다 완화된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는지를 모색할 것을 요구하는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됨.
- 대가성 이용후기 금지 및 처벌로 달성하는 공정한 거래질서라는 공익에 비해 이로 인해 침해되는 표현의 자유와 영업의 자유 등을 비교형량할 때 공익이 더 크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법익 균형성의 원칙에 위반될 가능성도 있음. 또한 대가성 이용후기 작성자 처벌은 이용후기 작성 자체를 위축시켜 소비자의 알 권리가 제한되는 측면도 있음.
다. 중복·과잉 규제
개정안은 제안이유에서 현행법이 이용후기에 관한 의무나 처벌 등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별다른 제재수단이 없다고 하나, 대가성 이용후기 작성 및 작성 의뢰 행위에 대해서는 이미 표시광고법에 의해 규율되고 있으며, 경쟁업체에 불이익을 주는 허위 이용후기 작성 및 조작 등의 행위는 형법상 제314조의 업무방해죄 또는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으므로 별도로 규율하는 것은 중복 규제이자 과잉 규제임.
언론개혁을 내세우며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이하 민주당 미디어특위)가 법·제도 개선안을 구체화시키며 7월 내 법안 통과를 추진할 것이라 예고했다. 민주당 미디어특위는 법·제도 개선안의 핵심적 내용으로 △ 가짜뉴스(허위정보)에 대한 대응으로서 언론의 허위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 도입 및 허위정보에 대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삭제·임시조치 의무 부과, △ 포털의 뉴스 편집·추천 기능 폐지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언론의 자유와 다양성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정책들로 졸속으로 강행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제시되고 있는 법안들은 허위정보의 문제점만을 강조하며, 이들을 민사법상의 대원칙을 넘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규정하거나, 사법기관의 판단 전에 인터넷상 정보나 기사 자체를 차단(임시차단, 기사열람차단)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한 명제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내는 것부터가 매우 어렵고, 그 안에 사용된 용어도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주장이 ‘허위’인지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 역시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기사와 정보들은 ‘허위정보’로 쉽게 프레임 씌워질 수 있고, ‘악의’, ‘중과실’, ‘피해자를 해할 목적’과 같은 주관적·추상적 요건들 역시 판단자의 주관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장치로 기능할 수 없다. 공인이나 기업과 같은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와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고자 고액의 배상금을 청구하는 전략적 봉쇄소송과 기사열람차단 청구 등을 남발할 것이다. 고액의 손해배상책임에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언론사와 인터넷뉴스서비스제공자들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기사열람차단 청구에 쉽게 응하여 다량의 기사를 차단해버리거나, 기자들은 명백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게 될 것이고, 공인이나 기업에 대한 자유롭고 신속한 의혹 제기의 환경과 국민의 알 권리는 크게 위축될 것이다. 한편, 사실의 존재는 이를 명백하게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당시까지 진실임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허위로 판단되었다가 시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표현의 ‘허위성’만을 이유로 표현자를 엄하게 징벌하여 단죄하거나 정보 자체를 제거하여 공적 사안을 둘러싼 의혹의 역사를 함부로 차단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포털의 뉴스 배열·추천 서비스를 금지하고 뉴스 콘텐츠는 아웃링크나 이용자 구독 형태로만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내용 등의 포털뉴스 서비스에 대한 규제 역시 합리적 이유없이 포털과 언론사의 언론의 자유, 영업의 자유 및 국민들이 다양한 뉴스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를 침해하고 언론 생태계의 다양성도 위협하는 규제다. 민주당 미디어특위는 포털의 기사 추천이 특정 언론에 편향되어 불공정 시비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규제들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이는 전 정권에서도 동일하게 주장되었던 것으로 막연한 추측, 주장에 불과하다. ‘편향’이나 ‘불공정’은 개념과 판단기준 자체가 불명확하여 그 존재나 해소 여부가 증명될 수 있는 해악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국가가 사적 영역의 서비스 내용을 일방적으로 검증·금지·강제하는 규제는 합리적 이유없이 국민의 기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써 위헌적이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포털뉴스 서비스는 다양한 언론사의, 다양한 이슈와 분야에 대한 기사를 함께 파악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로 인해 독자들은 자신의 관심사가 아닌 분야의 뉴스 혹은 상이한 관점들의 뉴스를 접함으로써 뉴스 소비의 지평을 넓힐 수 있고, 이러한 서비스에 만족하는 이용자들도 상당수다. 또한 이러한 뉴스 서비스 형식을 통해 군소언론의 기사도 노출되고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음으로써 여론 다양성이 증진된 측면도 크다. 그러나 포털의 뉴스 배열·추천 서비스를 금지하고 뉴스 콘텐츠는 아웃링크나 이용자의 언론사 구독제 형태로만 제공해야 한다면, 포털뉴스 이용자들은 다시 자신의 관점, 관심사에 따른 ‘뉴스 편식’ 현상에 빠져 다양한 뉴스 소비는 줄어들 것이고, 뉴스 시장 역시 기존 구독자를 확보한 대형 언론사만이 살아남고 인지도가 낮은 지역언론, 전문매체 등의 군소언론은 쇠락하는 언론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가중될 것이다. 한편,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뉴스 배열을 한다고 해도, 독자들이 자극적인 기사를 원하고 언론사가 트래픽에만 연연하거나 저널리즘 윤리를 중시하지 않는 이상, 언론사가 의도한 의제 중심의 기사들 혹은 트래픽을 유도하기 위한 자극적, 선정적 기사들만이 노출·소비되는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결국 포털뉴스 규제는 저질 저널리즘을 퇴출하겠다는 본래의 언론개혁의 목표와는 무관히, 일반 국민인 뉴스 이용자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뉴스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와 편익, 그리고 언론 다양성만을 훼손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정권을 불문하고 언론을 정권에 대한 공격자로 적대시하여 강력히 규제하고 통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언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법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권력자가 비판적 목소리를 억압하기 위한 도구로 남용하기 쉽기 때문에 특히 그 도입을 경계해야 하며, 언론 유통 시장에 대한 국가의 부당한 개입 역시 반민주적 결과만을 양산할 뿐이다. 언론의 정치 권력에 대한 의혹 제기 활동이 성공하여 탄생하게 된 현 정부와 여당이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고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법안의 강행 추진을 중단할 것을 다시금 촉구한다.
2021년 7월 13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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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매개자에게 징벌적 손배 적용은 자기책임원리에 반해
사단법인 오픈넷은 언론중재법을 통해 언론의 명예훼손 행위에 한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려는 시도에 대해 여러 차례 반대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언론중재위원회를 제2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만들어 기사열람차단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려는 안에 대해서도 누차 반대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여당이 내놓은 언중법 개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과 기사열람차단청구를 담고 있음은 물론 다음과 같은 이유로 더욱 포악한 반민주법으로서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첫째, “허위·조작보도”를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입는 경우 법원이 5배수 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정의하고 있다. 이같은 규정은 기존 징벌적 손해배상안들과 달리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을 증액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모든 허위·조작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배를 적용한 것으로서 단순히 손해배상의 액수를 높인 것이 아니라 이미 위헌 판정을 받아 없어진 허위사실유포죄의 역할을 하는 새로운 민사불법행위 유형을 만들어낸 것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 백신이 델타변이에 효과가 있다’는 보도처럼 그 자체로 개인에 대한 명제가 아니라서 허위이든 진실이든 명예훼손과 같은 피해를 예상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그 보도에 의존하여 행동한 사람이 나중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그 외에도 명예훼손 등 정형화된 불법행위가 없었음에도 보도에 허위, 오해의 요소가 있고 그 요소와 자신의 피해 사이에 모종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명예훼손, 사기, 문서위조 등 특정한 피해자에게 특정한 피해를 발생시키는 표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정 표현이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하는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한 국제인권적 평가는 명확하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도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해서는 ‘공익훼손 목적’과 위법성요건으로 그 범위를 좁히더라도 위헌이라고 판정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은 형사처벌은 아니지만 다른 불법행위들과 달리 5배수 손배를 부과한다는 면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는 형사처벌처럼 강력하여 민사법적으로 허위사실유포죄를 부활시킨 것과 마찬가지이다.
둘째, 위 징벌적 손해배상의 적용대상에 “… 정보를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을 통해 매개하는 행위”로 포함하고 적용대상자를 “언론 등”으로 정의하여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까지 포함되도록 하였다. 즉 보도를 직접 하지 않고 그 보도를 매개하는 행위까지 징벌적 손배의 대상으로 삼은 것인데 이 역시 기존의 징벌적 손배안들을 초과하는 악법이다.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자는 그 스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자가 아니라 기사가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도록 언론사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할 뿐이다. 이들은 언론사별로 제휴/제공 여부를 결정할 뿐이지 기사별로 제공 여부를 결정하지 않기 때문에 개별 기사의 내용은 물론 그 불법성에 대해 알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든 위법행위에 대한 방조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방조자의 인지가 필요하다는 것은 민사든 형사든 당연한 자기책임원칙의 귀결이다. 그런 원칙이 없다면 렌터카로 저질러진 납치에 대해서 렌터카 회사가 방조책임을 져야할 것이고 범죄모의를 휴대폰으로 하면 이동통신사가 방조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자에게 불법성 여부는 물론 심지어 존재나 내용에 대해서 인지조차 없는 기사를 매개한 책임을 지라는 이번 개정안은 자기책임원칙에 반한다. 특히 비슷한 이유로 인터넷 초창기부터 미국의 DMCA 제512조와 CDA 제230조 그리고 유럽의 전자상거래지침 13-15조로 조문화되었던 정보매개자책임제한원리에 반한다. 특히 현재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자는 국내업체들밖에 없는데 이번 개정안은 숨막히게 긴 역차별적 갈라파고스 규제 목록에 새롭게 등재되어 우리나라의 인터넷 생태계의 발전을 계속 저하시킬 것이다. 또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자들은 징벌적 손배를 피하기 위해 합법적인 게시글들을 자진해서 검열하기 시작할 것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억울한 일을 당해 승소해도 쥐꼬리만한 배상밖에 받지 못하는 우리나라 민사손해배상제도를 발전시켜야 하는 필요성에 공감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일반적인 민법개정안을 통한 징벌적 손배 논의에 찬성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언론사 및 정보매개자의 표현 및 표현매개행위에 대해서만 징벌적 손배를 설정하여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균형을 무너뜨리는 법이다. 과거 표현의 자유가 공직자명예훼손 형사처벌, 허위사실유포죄 등으로 심대하게 위협을 받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이런 법이 있었다면 어떤 기사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의 위협 때문에 위축되고 사라져갔을지 상상해보라. 촛불의 뜻을 저버리는 언중법 개정안을 당장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2021년 7월 19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010-5109-6846,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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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2021. 7. 19. 6·25전쟁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6·25전쟁 특별법안 (정진석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1055) 및 천안함 폭침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천안함 폭침 사건 등에 관한 특별법안 (장제원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1198)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의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6·25전쟁 특별법안 (정진석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1055) 반대의견서
1. 법안 요지
6·25전쟁 특별법안(정진석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1055, 이하 ‘본 법안’)은 “6·25전쟁”을 “북한군의 불법적 기습남침에 의한 전쟁으로서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 사이에 발생한 전투 및 북한군의 불법적 기습남침 전후에 이루어졌던 1948년 8월 15일부터 1955년 6월 30일 사이에 발생한 전투”로 정의하고(안 제2조), 6·25전쟁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안 제5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음.
2. 역사 왜곡 행위에 대한 처벌 등 표현 규제는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근본적 이유는 국가의 사상 통제를 벗어나 민주주의의 전제인 사상의 다원성·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함임. 헌법재판소 역시 “대저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음(헌법재판소 2002. 6. 27. 결정, 99헌마480 참조). 국가가 법 등으로 역사에 대한 일정한 방향의 ‘국론’이나 ‘진실’을 결정하고 이에 반하는 표현행위나 사상을 표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방식의 규제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됨.
3. 과잉금지원칙(비례의 원칙)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 침해
표현행위로 인하여 초래되는 해악은 추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막연한 해악 발생의 가능성만으로 함부로 규제해서는 안 됨. 즉, 표현이 특정한 내용을 담고 있다거나 사회윤리 등에 반한다는 이유만으로 규제할 수는 없는 것이며(헌재 2009. 5. 28. 2006헌바109 참조), 표현으로 인하여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발생할 때에만 규제가 정당화됨. 특히,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가장 최후의 수단으로써 형벌과 책임간의 비례원칙도 고려되어야 하며, 표현행위로 인한 해악이 일단 표출되면 처음부터 해소될 수 없거나 너무나 심대한 해악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정당화됨. 헌법재판소 역시 반국가단체에 대한 찬양, 고무를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해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축소적용”되는 선에서 헌법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선언하였는바, 그럼에도 이 역시 여전히 위헌 논란은 지속되고 있음.
그러나 본 법안은 표현행위로 발생하는 ‘결과’나 ‘해악’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지 않고, 표현행위 자체가 법률로 정의된 역사적 사실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음.
제안이유에서는 ‘6·25 전쟁의 정의에 북한군의 불법적 기습남침에 의한 전쟁임을 명확히 하고, 6·25 전쟁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흘린 피와 땀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6·25전쟁을 올바로 기억하고 참전 세대에게 자긍심을, 전후 세대에게는 호국안보의식의 고취를 도모하고자 함’을 규제 목적으로 밝히고 있으며, 본 법안 제1조(목적)에서는 ‘이 법은 6·25전쟁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여 6·25 참전유공자의 명예를 선양하고 국민의 애국정신을 기르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
그러나 ‘참전 유공자의 명예 선양 및 자긍심 고취’, ‘일반 국민의 호국안보의식, 애국정신 고취’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의 정당한 규제 목적이 될 수 없음. 이를 이유로 표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본 법안은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는 전체주의적, 위헌적 표현 규제임.
4. 결론
위와 같이 본 법안은 헌법상 원칙들에 위배하여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으로써 철회되어야 함.
천안함 폭침 사건 등에 관한 특별법안 (장제원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1198)
반대의견서
1. 법안 요지
천안함 폭침 사건 등에 관한 특별법안 (장제원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1198, 이하 ‘본 법안’)은 “천안함 폭침” 사건을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서 경계 임무수행 중이던 해군 소속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 어뢰에 의한 공격으로 침몰함에 따라 천안함에 승조한 104명의 장병들이 사망하거나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건”으로 정의하고(안제2조), 천안함 폭침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자에 대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안제5조)을 담고 있음.
2. 역사적 사실에 대한 표현 규제는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근본적 이유는 국가의 사상 통제를 벗어나 민주주의의 전제인 사상의 다원성·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함임. 헌법재판소 역시 “대저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음(헌법재판소 2002. 6. 27. 결정, 99헌마480 참조). 국가가 역사적 사실에 대해 일정한 방향의 ‘국론’이나 ‘진실’을 결정하고 이에 반하는 표현행위나 사상을 표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방식의 규제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됨.
3. 과잉금지원칙(비례의 원칙)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 침해
표현행위로 인하여 초래되는 해악은 추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막연한 해악 발생의 가능성만으로 함부로 규제해서는 안 됨. 즉, 표현이 특정한 내용을 담고 있다거나 사회윤리 등에 반한다는 이유만으로 규제할 수는 없는 것이며(헌재 2009. 5. 28. 2006헌바109 참조), 표현으로 인하여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발생할 때에만 규제가 정당화됨. 특히,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가장 최후의 수단으로써 형벌과 책임간의 비례원칙도 고려되어야 하며, 표현행위로 인한 해악이 일단 표출되면 처음부터 해소될 수 없거나 너무나 심대한 해악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정당화됨. 헌법재판소 역시 반국가단체에 대한 찬양, 고무를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해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축소적용”되는 선에서 헌법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선언하였는바, 그럼에도 이 역시 여전히 위헌 논란은 지속되고 있음.
그러나 본 법안은 표현행위로 발생하는 ‘결과’나 ‘해악’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지 않고, 표현행위가 법률로 정의된 역사적 사실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음.
제안이유에서는 “국가가 보호하여야 마땅한 천안함 희생자 유족과 생존 장병들이 수년간 유언비어로 트라우마를 겪고 일상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보호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음.”이라고 명시되어 있어, 본 법안은 ‘천안함 사건 관련자들의 인격권 보호’를 입법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음. 그러나 ‘천안함 사건’이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 어뢰에 의한 공격으로 침몰한 사건’임을 부정하거나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제시하는 모든 표현이 곧바로 천안함 사건 관련자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거나 기타 인격권 침해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음. 또한 사건 관련자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사실을 적시하는 표현에 대하여는 현행 명예훼손·모욕 법제로도 충분히 규제가 가능함. 그러나 본 법안에 의하면 사건 관련자에 대한 평가와 무관한 객관적인 사건, 사실관계에 대한 모든 표현이 사건 관련자들의 인격권 보호를 이유로 부당하게 제한되고 형사처벌 대상까지 될 수 있는바, 이는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는 위헌적 조항이라 할 것임.
4. 결론
위와 같이 본 법안은 헌법상 원칙들에 위배하여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으로써 철회되어야 함.
징벌적 손해배상 및 기사열람차단청구권 규정하는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반대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에 ‘최대 5배’까지 책임을 지우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오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시키고 8월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려는 시도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반대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나아가 현재 구체화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들의 주요내용은 특히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내용으로 위헌의 소지가 높다.
중과실에 의한 단순 허위보도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정안에서는 “허위ㆍ조작보도”란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라고 규정하고 있어, 허위보도 및 조작보도를 의미한다. 즉, 조작이 가해진 조작보도 뿐만 아니라 단순 허위보도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데, 조작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비난가능성이 높은 행위라고 볼 수 있으나, 단순히 허위의 사실을 보도한 경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 왜냐하면 한 명제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내는 것부터가 매우 어렵고, 그 안에 사용된 용어도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주장이 ‘허위’인지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 역시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기사와 정보들은 ‘허위정보’로 쉽게 프레임 씌워질 수 있고, 공인이나 기업과 같은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와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고자 고액의 배상금을 청구하는 전략적 봉쇄소송과 기사열람차단 청구 등을 남발할 것이다. 한편, 사실의 존재는 이를 명백하게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당시까지 진실임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허위로 판단되었다가 시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표현의 ‘허위성’만을 이유로 표현자를 엄하게 징벌하여 단죄하거나 정보 자체를 제거하여 공적 사안을 둘러싼 의혹의 역사를 함부로 차단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또한 개정안들은 보통 ‘중대한 과실’에 기한 경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 악의나 허위성에 대한 명백한 고의 없이 ‘과실’에 의한 경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과도하다. 즉, 허위임을 명백히 인지하거나 조작한 수준이 아니라, 취재원 일방의 주장만을 듣고 당사자의 주장을 듣지 않았다거나, 추가 취재없이 받아쓰기만 했다거나, 확실한 증거가 없이 공표했다는 이유만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는바, 이는 행위와 책임의 비례의 원칙을 위배하는 과잉규제라 할 수 있다.
포털 등 뉴스매개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은 자기책임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에 명백히 위반
개정안은 “허위ㆍ조작보도”를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어, 직접 문제 기사를 작성, 보도한 경우뿐만 아니라 ‘매개’하는 행위까지 포괄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포털 등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즉, 뉴스 매개자들에게도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넓게 물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사를 직접 작성한 행위가 아닌 ‘매개’ 행위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 뉴스매개자들이 공급받고 유통하는 모든 뉴스의 내용과 이의 불법성을 인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특히 명예훼손 등은 표현의 허위성 여부, 공익적 목적 등을 인격권 침해 정도와 비교형량해야 하는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분야이기에 사법부의 판단 전에는 사인이 불법성 여부를 함부로 판단할 수도, 판단해서도 안 되는 영역이다. 그런데 이렇듯 정보매개자로 하여금 그 내용과 불법성 여부를 명백히 인지할 수 없는 정보에 대해서 책임을 지도록 하고, 나아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까지 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타인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리 또는 행위와 책임의 비례의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김용민의원안에는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기사제공언론사의 위법이 있는 경우 그 위법한 기사 등을 제공이 아닌 매개하였다는 이유로 면책을 주장할 수 없으며, 그 매개에 따른 독립적인 책임을 진다.”는 조항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판례로도 포털 등은 서비스 내 정보의 존재와 불법성을 명백히 인지하거나 인지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했던 경우에는 해당 정보 유통에 대해 일정한 법적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 본 조항이 이를 넘어 포털 등 뉴스매개자에 대해 ‘매개’에 대한 무조건적인 책임을 지우기 위해 의도된 규정이라면, 이 역시 위와 같은 이유로 위헌적이다.
또한 이처럼 뉴스매개자로 하여금 과중한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규정은, 포털 등이 언론사와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하여 문제의 소지가 있는 기사, 정정보도청구나 소가 제기된 기사들을 모두 선제적으로 차단하도록 하는 유인을 제공하여 종국적으로는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될 수 있는 기사들마저 과검열될 위험이 높고, 이는 기사를 공급하는 언론사의 언론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로 이어질 것이다.
고의·중과실을 추정하여 피고인 언론사 등에게 함부로 불리한 법적 지위를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
개정안들은 대부분 허위보도가 있은 경우 고의·중과실을 추정하고, 언론사등이 스스로 부존재를 입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민법상 청구권을 주장하는 자가 청구권 발생의 요건사실을 입증하여야 하고,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피해자가 피고의 ‘고의,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와 ‘손해발생 사실과 인과관계’ 등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은 민사법의 대원칙이다. 이러한 대원칙을 거슬러 합리적 이유없이 불명확하고 상당성이 결여된 기준으로 고의, 중과실을 추정하여 민사사법의 당사자로서의 피고(언론사등)에게 함부로 불리한 법적 지위를 부담시키는 것은 법적으로 부당하다.
김용민의원안에서는 “1. 취재원의 발언을 허위 또는 왜곡 인용 2. 법률을 위반한 보도 3. 인터넷신문사업자 및 인터넷뉴스사업자가 정정보도청구 등이나 정정보도 등이 있음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 4. 정정보도 청구등이 있는 기사 또는 정정보도·추후보도·열람차단이 있었는데도 정정보도 전의 기사를 검증 없이 복제 인용 보도 5. 계속적·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 6. 제목과 기사내용을 다르게 하거나 또는 제목과 기사내용을 조합해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제목을 왜곡하는 경우” 등에 고의·중과실을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최근 기사에 따르면 대안에서는 “사진·삽화·영상 등 시각자료로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라는, 조국 전 장관과 조선일보 간의 특정 사건을 겨냥한 듯한 조항도 포함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취재원 발언이나 제목, 기사 내용의 ‘왜곡’이란 불명확하고 주관적인 개념으로, 법원이 ‘왜곡’ 여부를 판단하여 언론사의 고의, 중과실을 추정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징벌적 손해배상 여부를 법관의 자의적, 주관적 판단에 일임하는 것과 다름없다. ‘법률을 위반한 보도’ 기준 역시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며, ‘법률 위반’이나 ‘시각자료’ 등은 보도 내용의 허위성에 대한 주관적 인식과는 무관한 요건이라 할 것이다.
3호, 4호의 기준인 언론중재법상의 정정보도등은 기본적으로 당사자간 합의에 기한 조정의 결과로, 허위사실 여부에 대한 종국적, 절대적인 판단기준이 될 수는 없으며, 특히 반론보도, 추후보도, 열람차단청구는 보도 내용의 허위성에 대한 결정으로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본 결정에 따른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거나 제3자가 결정 전의 기사를 검증 없이 복제 인용했다는 이유만으로 허위성에 대한 고의나 중과실을 추정하는 것은 상당성을 결여한 것으로 보인다.
정무직 공무원 등에 대한 예외 규정은 무용한 장식적 조항에 불과
김용민의원안에서는 “정무직 공무원 및 그 후보자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기업 및 그 주요주주, 임직원”(이하 ‘정무직 공무원 등’)에 대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하여는 그 피해자를 해할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규정이 공인의 전략적 봉쇄소송 등 남소를 방지하고 공익적 보도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해 목적’, ‘악의’ 등 사람의 내심의 의사에 의존하는 추상적, 주관적인 개념은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없으며,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자가 존재한다면, 이러한 피고의 주관적 목적 역시 원고의 피해 주장만으로 사실상 추정될 것이 자명하다. 또한 정무직 공무원 등의 가족 등에 대한 보도인 경우 이는 정무직 공무원 등의 자질 판단 등과도 연결되는 보도일 것이나 피해주장자(원고)를 정무직 공무원 등의 가족 등이 되는 경우 본조의 적용도 배제될 것이다. 따라서 본 조항은 정무직 공무원 등에 대한 보도를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 있는 충분한 가중적 요건이나 안전장치로 기능할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렵고, 정무직 공무원등의 남소나 위축효과도 방지할 수 없는 무용한, 장식적 조항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기사열람차단청구권의 신설은 언론의 자유 위축으로 이어져
언론중재법은 인격권과 언론의 자유 충돌 상황에서 사법부의 판단 이전에 당사자의 합의에 기반한 조정·중재 절차를 통해 양 기본권을 조화롭게 보장하면서도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해결을 도모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법으로, 현행 언론중재법상의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청구는 기존 기사를 삭제·차단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사를 유지하면서 당사자의 합의와 소통을 통해 당시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다른 주장 등 기사 내용에 대한 이력을 덧붙임으로써 양 기본권을 비교적 조화롭게 보호하고자하는 수단으로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열람차단’은 기사 전체를 노출하지 못하도록 하여 표현물의 유통 자체를 금지하는 것으로, 이는 일방의 기본권(표현의 자유)만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의욕하는 조치로써, 위와 같은 언론중재법의 근본적인 입법목적과 조화하기 어렵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절차에 응할 일정한 법적 의무가 있는 언론사로서는 조정 절차의 개시나 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수밖에 없다. 언론 기사의 주요 대상인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공적 인물들은 이러한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절차의 특성을 이용하여, 법원으로 갈 필요 없이 간이한 절차를 통해 언론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남용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대상, 권한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며, 열람차단은 기존의 정정보도등 조치보다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훨씬 중대한 조치라는 점에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
더군다나 개정안상 허위보도의 경우뿐만 아니라, ‘사생활의 핵심영역을 침해하는 경우’와 ‘그 밖에 인격권을 계속적으로 침해하는 경우’까지 열람차단청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모든 개인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내용의 기사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인이나 기업들은 자신에 대한 의혹제기나 비판적 내용의 보도에 대하여 열람차단청구를 남발하여 조정 절차에 대응할 의무가 있는 언론사등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보도활동을 심대하게 저해·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포털 등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도 기사의 열람차단 청구의 상대방으로 포함하고 있는바, 분쟁의 소지가 높은 정보에 대하여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뉴스매개자로서는 열람차단청구를 수용할 유인이 더욱 높고, 이로써 원 기사 제공자인 언론사의 언론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될 위험도 높다.
언론 활동을 중대한 위험을 가진 ‘징벌’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과 이에 기초한 과도한 규제는 언론인들을 위협하고 언론의 자유 및 이에 기한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심대한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회는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 등을 위반하여 언론,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위험이 높은 언론중재법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
2021년 7월 22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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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 7월 11일 악성리뷰, 별점테러의 사각지대에 놓인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해 5가지 정책 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 중에서도 유통되는 정보가 ▴과장‧기만성이 명백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발생이 예상되는 등 일정요건을 갖춘 경우, 해당 정보의 유통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마련한다고 하는 바, 이러한 개정안은 이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 제도로 인한 이용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더욱 강화시킬 우려가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방통위가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이용자 후기 정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온라인 거래에서 이용자 후기 또는 소비자 리뷰는 소비자의 표현의 자유의 행사일 뿐만 아니라 다른 소비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 불균형을 완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쿠팡이츠 이용자의 무리한 환불 요구로 인해 식당주인이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악성리뷰로 인한 사업자의 피해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일견 타당해 보이는 주장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진실한 사실의 공개도 처벌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자의 요청이 있다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게시글을 바로 삭제·차단해야 하는 임시조치 제도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일부 사업자들은 이러한 제도를 악용해 진실한 부정적 후기에 대해서 명예훼손 고소를 하거나 삭제요청을 남발하고 있어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가 많이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2010년대 초 남양유업 갑질 사건 때 관련 기사를 링크하고 비판한 글들이 임시조치 당하기도 했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이용후기를 자주 작성하는 소비자의 20.9%가 사업자에 의한 이용후기 삭제·차단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에 더해 쿠팡이츠 사례와 같이 악의적인 리뷰 작성 및 무리한 환불 요구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 모욕죄, 협박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반면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은 전무하다. 따라서 악성리뷰 유통방지법보다는 임시조치 제도 폐지 내지 게시자의 복원권 보장 등 임시조치 제도 개선과 함께 진실한 리뷰를 보호하는 미국의 소비자 리뷰 공정화에 관한 법(Consumer Review Fairness Act)과 같은 제도의 도입이 훨씬 시급하다.
그리고 사업자가 개입한 과장되거나 기만성이 명백한 정보에 대해서는 이미 규제들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표시광고법과 관련 지침은 과장·기만성 광고부터 대가성 이용후기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규율하고 있으며,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소관이다. 따라서 과장·기만성 정보의 유통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중복규제이며 혼선만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또한 정보매개자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성착취물과 같은 불법성이 명백한 정보가 아닌 과장·기만성 정보에 대해 유통방지 의무를 지우는 것은 사적 검열을 강화하고 일반적 감시의무를 부과하여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오픈넷은 정보매개자에게 일반적 감시의무를 지우려는 모든 시도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방통위는 이용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추진되는 정책이 오히려 이용자의 권익을 침해하지는 않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방통위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쳐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악성리뷰로 인한 사업자의 피해는 최소화하면서도 진실한 이용자 후기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내기를 기대한다.
2021년 7월 30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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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의 법적 책임과 표현의 자유 (IT조선 2021.07.13.)
[논평] 정보매개자에게 감시 의무 부과하고 인터넷 실명제 강제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 (2021.06.30.)
[입법정책의견] 정보매개 플랫폼에게 새로운 의무 부과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의견 제출 (2021.04.16.)
[논평] 헌법재판소의 인터넷 게시글 임시조치 제도 합헌 결정 유감 (2020.11.27.)
[논평] 인터넷 임시조치 제도 개선의 5대 원칙 (2018.01.29.)
포털 ‘임시조치’가 악법인 이유 (허프포스트코리아 2017.05.20.)
인터넷 검열 부추기는 정보매개자책임제도 (허프포스트코리아 2015.07.09.)
지난 7월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는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1. 8. 2. 국회 문체위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본 개정안의 주요내용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언론중재법』 개정안 의견서
2021년 7월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결된 언론중재법 개정안(대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의견을 개진합니다.
중과실에 의한 단순 허위보도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
이번 개정안에서는 “허위·조작보도”란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라고 규정하고 있어, 허위보도 및 조작보도를 의미한다. 즉, 조작이 가해진 조작보도뿐만 아니라 단순 허위보도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데, 조작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비난가능성이 높은 행위라고 볼 수 있으나, 단순히 허위의 사실을 보도한 경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 왜냐하면 한 명제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내는 것부터가 매우 어렵고, 그 안에 사용된 용어도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주장이 ‘허위’인지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 역시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기사와 정보들은 ‘허위정보’로 쉽게 프레임 씌워질 수 있고, 공인이나 기업과 같은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와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고자 고액의 배상금을 청구하는 전략적 봉쇄소송과 기사열람차단 청구 등을 남발할 것이다. 한편, 사실의 존재는 이를 명백하게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당시까지 진실임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허위로 판단되었다가 시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표현의 ‘허위성’만을 이유로 표현자를 엄하게 징벌하여 단죄하거나 정보 자체를 제거하여 공적 사안을 둘러싼 의혹의 역사를 함부로 차단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또한 개정안은 ‘중대한 과실’에 기한 경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 악의나 허위성에 대한 명백한 고의 없이 ‘과실’에 의한 경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과도하다. 즉, 허위임을 명백히 인지하거나 조작한 수준이 아니라, 취재원 일방의 주장만을 듣고 당사자의 주장을 듣지 않았다거나, 추가취재 없이 받아쓰기만 했다거나, 확실한 증거가 없이 공표했다는 이유만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는바, 이는 행위와 책임의 비례의 원칙을 위배하는 과잉규제라 할 수 있다.
한편, 안제30조 제2항은 법원이 손해액의 구체적인 금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보도에 이르게 된 경위, 보도로 인한 피해정도, 언론사등의 전년도 매출액에 10,000분의 1에서 1,000분의 1을 곱한 금액 등을 고려하여 인정되는 정당한 손해액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본 조항은 구조상 ‘허위·조작보도’에만 적용되는 특칙이 아니라, 인격권 침해를 비롯한 모든 일반적인 위법 보도에 적용되는 조항이다. 조국 전 장관 측의 사진을 삽화로 활용한 조선일보의 기사와 같이, ‘허위·조작보도’로 볼 수 없는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상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내릴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민사상 불법행위의 손해액 산정에 있어, 손해와 관련성이 없는 피고의 모든 일반적 행위에 기한 ‘매출액’을 그 기준으로 삼는 것은 합리성, 상당성을 심히 결여한 위헌적 조항이라 아니할 수 없다.
포털 등 뉴스 매개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은 자기책임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에 명백히 위반
개정안은 “허위·조작보도”를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어, 직접 문제 기사를 작성, 보도한 경우뿐만 아니라 ‘매개’하는 행위까지 포괄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포털 등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즉, 뉴스 매개자들에게도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넓게 물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사를 직접 작성한 행위가 아닌 ‘매개’ 행위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 뉴스매개자들이 공급받고 유통하는 모든 뉴스의 내용과 이의 불법성을 인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특히 명예훼손 등은 표현의 허위성 여부, 공익적 목적 등을 인격권 침해 정도와 비교형량해야 하는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분야이기에 사법부의 판단 전에는 사인이 불법성 여부를 함부로 판단할 수도, 판단해서도 안 되는 영역이다. 그런데 이렇듯 정보매개자로 하여금 그 내용과 불법성 여부를 명백히 인지할 수 없는 정보에 대해서 책임을 지도록 하고, 나아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까지 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타인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리 또는 행위와 책임의 비례의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이처럼 뉴스 매개자로 하여금 과중한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규정은, 포털 등이 언론사와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하여 문제의 소지가 있는 기사, 정정보도청구나 소가 제기된 기사들을 모두 선제적으로 차단하도록 하는 유인을 제공하여 종국적으로는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될 수 있는 기사들마저 과검열될 위험이 높고, 이는 기사를 공급하는 언론사의 언론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로 이어질 것이다.
고의·중과실을 추정하여 피고인 언론사 등에게 함부로 불리한 법적 지위를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
개정안은 허위보도가 있은 경우 고의·중과실을 추정하고, 언론사등이 스스로 부존재를 입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민법상 청구권을 주장하는 자가 청구권 발생의 요건사실을 입증하여야 하고,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피해자가 피고의 ‘고의,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와 ‘손해발생 사실과 인과관계’ 등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은 민사법의 대원칙이다. 이러한 대원칙을 거슬러 합리적 이유없이 불명확하고 상당성이 결여된 기준으로 고의·중과실을 추정하여 민사사법의 당사자로서의 피고(언론사등)에게 함부로 불리한 법적 지위를 부담시키는 것은 법적으로 부당할 뿐더러, 징벌적 손해배상청구의 남소를 유발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개정안은 “1.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하여 보도한 경우, 2. 인터넷신문사업자 및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가 이 법에 따라 정정보도청구등이나 정정보도등이 있음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 3. 정정보도청구등이 있는 기사 또는 정정보도·추후보도·열람차단이 있었음에도 정정보도·추후보도·열람차단 되기 전의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4.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를 통해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5. 제목과 기사 내용을 다르게 하거나 또는 제목과 기사 내용을 조합하여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제목을 왜곡하는 경우, 6. 사진·삽화·영상 등 시각자료와 기사 내용을 다르게 하거나 또는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시각자료를 사용하여 새로운 사실을 유추할 수 있게 하는 등 시각자료로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에 고의·중과실을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5호, 6호의 기사 내용이나 제목의 ‘왜곡’, ‘새로운 사실에 대한 유추 가능성’ 등은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법원이 이를 판단하여 언론사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징벌적 손해배상 여부를 법관의 자의적, 주관적 판단에 일임하는 것과 다름없다. ‘법률을 위반한 보도’,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를 통해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라는 기준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서, 잠입 취재, 녹취 공개, 기획·연속 보도 등을 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법적 지위를 부담할 수 있어 공익적 언론 활동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 또한 ‘취재 과정에서의 법률 위반’ 여부나 ‘기사 내용과 무관한 시각자료의 사용’ 등은 보도 ‘내용’ 자체에 대한 위법성 및 이에 대한 주관적 인식과는 관련이 없는 요건이라 할 것임에도 고의, 중과실을 추정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은 상당성을 결여한 것이다.
2호, 3호의 기준인 언론중재법상의 정정보도등은 기본적으로 당사자간 합의에 기한 조정의 결과로, 허위사실 여부에 대한 종국적, 절대적인 판단기준이 될 수는 없으며, 특히 반론보도, 추후보도, 열람차단청구는 보도 내용의 허위성에 대한 결정으로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본 결정에 따른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거나 제3자가 결정 전의 기사를 검증 없이 복제 인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위법성에 대한 고의나 중과실을 추정하는 것 역시 상당성을 결여한 것으로 보인다.
공직자 등에 대한 예외 규정은 무용한 장식적 조항에 불과
이번 개정안에서는 “공직자윤리법에서 규정하는 공직자와 그 후보자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기업 및 그 주요주주, 임원에 대하여는 악의를 가지고 허위·조작보도를 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규정이 공인의 전략적 봉쇄소송 등 남소를 방지하고 공직자 등에 대한 공익적 보도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악의’ 등 사람의 내심의 의사에 의존하는 추상적, 주관적인 개념은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없다. 더군다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악의’를 ‘1. 허위·조작보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할 것을 인식한 경우, 2. 허위·조작보도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경우, 3. 보복성 허위·조작보도를 하는 경우, 4. 허위·조작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특정인에 대한 비판적 보도는 모두 이로 인한 특정인의 손해 발생을 당연히 예정, 인식하고 행해지는 것이며, 모든 개인의 손해는 ‘회복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정의로 거의 대부분의 사건에서 ‘악의’는 쉽게 추정, 의제될 것이다.
또한 공직자 등의 가족 등에 대한 보도인 경우 이는 공직자 등의 자질 판단 등과도 연결되는 보도가 대다수일 것이나, 피해주장자(원고)가 공직자 등의 가족 등이 되는 경우 본조의 적용도 배제될 것이다. 따라서 본 조항은 공직자 등에 대한 보도를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 있는 충분한 가중적 요건이나 안전장치로 기능할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렵고, 이들의 남소나 공인, 기업 보도에 대한 위축효과도 방지할 수 없는 무용한, 장식적 조항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기사열람차단청구권의 신설은 언론의 자유 위축으로 이어져
언론중재법은 인격권과 언론의 자유 충돌 상황에서 사법부의 판단 이전에 당사자의 합의에 기반한 조정·중재 절차를 통해 양 기본권을 조화롭게 보장하면서도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해결을 도모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법으로, 현행 언론중재법상의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청구는 기존 기사를 삭제·차단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사를 유지하면서 당사자의 합의와 소통을 통해 당시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다른 주장 등 기사 내용에 대한 이력을 덧붙임으로써 양 기본권을 비교적 조화롭게 보호하고자하는 수단으로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열람차단’은 기사 전체를 노출하지 못하도록 하여 표현물의 유통 자체를 금지하는 것으로, 이는 일방의 기본권(표현의 자유)만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의욕하는 조치로써, 위와 같은 언론중재법의 근본적인 입법목적과 조화하기 어렵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절차에 응할 일정한 법적 의무가 있는 언론사로서는 조정 절차의 개시나 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수밖에 없다. 언론 기사의 주요 대상인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공적 인물들은 이러한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절차의 특성을 이용하여, 법원으로 갈 필요 없이 간이한 절차를 통해 언론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남용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대상, 권한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며, 열람차단은 기존의 정정보도 등 조치보다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훨씬 중대한 조치라는 점에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
더군다나 개정안은 허위보도의 경우뿐만 아니라, ‘그 밖에 인격권을 계속적으로 침해하는 경우’까지 열람차단청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모든 개인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내용의 기사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인이나 기업들은 자신에 대한 의혹제기나 비판적 내용의 보도에 대하여 열람차단청구를 남발하여 조정 절차에 대응할 의무가 있는 언론사등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보도활동을 심대하게 저해·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포털 등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도 기사의 열람차단청구의 상대방으로 포함하고 있는 바, 분쟁의 소지가 높은 정보에 대하여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뉴스 매개자로서는 열람차단청구를 수용할 유인이 더욱 높고, 이로써 원 기사 제공자인 언론사의 언론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될 위험도 높다.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법은 언론보도의 주요대상인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권력자가 비판적 목소리를 억압하기 위한 도구로 남용하기 쉽기 때문에 특히 그 도입을 경계해야 한다. 언론 활동을 악마화, 적대화하며 ‘징벌’과 ‘입막음’에만 치중하고 있는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언론사와 포털에 대해 거액의 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전과 기사 차단 요구가 남발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러한 규제는 언론인들을 위협하고 언론의 자유 및 이를 바탕으로 하는 국민의 알 권리의 위축, 민주주의의 퇴행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회는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 등을 위반하여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위험이 높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추진을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1. 8. 12.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김용민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1649)에 대해 다음과 같이 찬성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형법』 개정안 의견서
1. 개정안의 요지
본 개정안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는 형법 제307조제1항 및 제309조제1항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음.
2. 찬성의견
최근 본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2017헌마1113, 형법 제307조 제1항 위헌확인)이 있었으나, 이는 진실을 말한 경우에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본 조항이 미투 운동 등 각종 사회 부조리 고발 활동을 위축시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란 비판이 있음. 이번 헌재 결정에서도 4인의 재판관이 지적한 바와 같이, 진실한 사실을 토대로 토론과 숙의를 통해 공동체가 자유롭게 의사와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진실한 사실이 가려진 채 형성된 허위·과장된 명예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야기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법익이라고 보기 어렵고, 향후 재판절차에서 형법 제310조로 무죄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본 조항의 존재 및 공익성 입증의 불확실성으로 표현행위에 대한 위축효과가 심대한 점,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행위로 보기 어렵고, 진실한 사실의 적시로 손상되는 것은 잘못되거나 과장된 사실에 기초한 허명에 불과하므로 사실적시 명예훼손 행위를 형사처벌이 필요한 정도의 행위반가치와 결과반가치를 가진 행위로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본 조항의 위헌성은 심대함.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2018년 10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약 43,000명의 국민이 참여하였으며, 나아가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중 1,944명의 변호사가 참여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9.9%(970명)가 해당 조항을 폐지하고 민사상의 손해배상의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하였음. 2018년 4월에는 법학 교수 및 변호사 등 법률가 330인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촉구하는 법률가 선언문’이 발표됨.
유엔 인권위원회는 우리나라가 비준한 유엔 자유권조약 중 표현의 자유 부분에 대하여 말한 사실이 진실한 경우에는 최소한 형사처벌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으며,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두고 있지 않으며, 2015년 유엔 자유권 규약 위원회와 2011년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역시 대한민국 정부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권고한 바 있음.
이러한 본 조항의 위헌성 및 국민의 법감정, 국제사회의 권고 등을 고려할 때, 본 조항은 폐지, 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본 개정안은 이러한 헌법정신, 국제인권기준을 구현할 수 있는 내용으로 평가됨.
3. 보충의견
현재 명예훼손죄는 친고죄가 아닌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되어 있는 바(형법 제312조 제2항),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더라도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고죄보다 형벌권의 발동 시기를 앞당겨 위축효과를 더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불러올 수 있으며,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들이 지지세력이나 인적 자원을 동원하여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기 위해 정치적으로 남용할 수 있는 위험을 매우 크게 안고 있음. 현재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는 다른 입법례를 찾아볼 수 없으며, 인격권이라는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명예훼손 법제의 취지에 맞도록 친고죄로 개정하는 것이 타당함.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즉각 중단하라
민주당이 어제 (2021. 8. 19.) 국회 문체위에서 문제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끝내 통과시켰다. 언론 현업단체, 여러 시민사회단체, 대한변호사협회, 세계신문협회(WAN)와 국제언론인협회(IPI) 등 국제언론단체가 한결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독소조항들로 가득한 법안을 밀어붙인 것이다.
오픈넷이 이미 수차례 지적한바와 같이, 언론, 표현 행위는 위법성 여부나 손해와의 인과관계 등을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분야로서 함부로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규정할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본 법안은 허위성에 대한 명백한 인식이 없는 ‘중과실’에 의한 오보나, 직접 보도가 아닌 ‘매개’ 행위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행위와 책임의 비례원칙에 위반하는 과도하고 위헌적인 입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무엇보다 법안은 민사법의 대원칙을 거슬러 많은 경우 언론사의 고의나 중과실을 ‘추정’하도록 함으로써 언론 소송에서 언론사의 법적 지위를 불리하게 만들어놓았다. 고의, 중과실을 추정하는 요건들은 ‘제목, 시각자료로 기사 내용 왜곡’, ‘반복적 보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등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이며 보도 내용의 ‘허위성에 대한 인식’과도 무관한 것들이다. 특히 이번에 기습적으로 추가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는 너무나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거의 모든 언론 소송에서 고의, 중과실을 추정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렇게 합리적 이유없이 민사소송상 당사자 일방의 지위를 불리하게 만드는 규정은 명백히 위헌이다.
결과적으로 이 법안은 폭넓게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을 규정하고, 원고의 소송 제기 부담은 덜어주고 언론 소송에서 언론사가 불리한 지위에 있음을 천명함으로써, 언론사에 대한 소송 제기를 더욱 활성화시켜 대다수의 언론이 소송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전반적인 언론의 자유가 크게 위협받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공인과 기업 등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기 위해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이른바 ‘전략적 봉쇄소송’도 더욱 부추길 것이다. 민주당은 법원이 결과적으로 상식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기에 정상적인 언론 활동이 침해될 일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표현행위의 위법성 판단은 애매한 분야라 누구도 법적 결론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소송이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언론으로서는 큰 부담과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공인과 기업들이 언론사와 포털 등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와 함께 기사열람차단 청구로 압박하고, 불안한 언론과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하는 포털사는 기사를 내려주고, 해당 언론은 물론 다른 언론도 그 사안에 대한 후속, 추가 보도는 자제하게 되는 사태가 빈번히 발생할 것이다.
공직자나 대기업의 경우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어도, 법으로 규정된 공직자나 대기업은 매우 한정적이며, 배액배상 판결을 할 수 없다는 것뿐이지, 언론의 고의, 중과실 추정 조항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언론 상대 소송 남발의 증가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새로 추가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언론보도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규정 역시 무용하다. 이는 최종 판결시 법원이 공익 목적을 인정하면 배액배상 판결을 할 수 없다는 것으로, 공익 보도에 대한 소 제기 자체를 제한할 수 있는 요건이 아니기 때문에, 소송 남발과 이로 인한 위축효과를 방지할 수가 없다. 형법상 명예훼손죄에도 유사한 조항이 있지만 고소 남발과 수사개시로 인한 위축효과를 막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다. 또한 ‘공익 목적’은 이미 지금도 법원이 보도의 위법성 판단이나 배상액 산정에 있어 고려하고 있는 사항으로 따로 규정하는 것이 불필요하고, ‘공익 목적’은 보다 넓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인데 법안은 오히려 공익신고자보호법상의 공익침해행위, 부정청탁금지법상의 행위와 관련한 보도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징벌’의 칼날은 누구나 휘두를 수 있고, 누구의 목에나 겨눠질 수 있다. 그리고 이 징벌의 칼을 들이대는 것은 주로 언론의 주요한 감시, 비판의 대상인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들이다. 언론이 부담해야 할 위험이 커지면 위험을 무릅쓰는 언론 활동도 줄어들고, 언론의 사회 감시, 비판, 견제 기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사회 전체의 손해로 돌아온다. 언론의 자유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하는 국민의 알 권리, 사회가 진실을 발견할 기회, 세상을 진보시킬 기회도 희생되는 것이다. 민주당이 대한민국의 언론,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역사의 죄인으로 남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본 법안에 대한 강행 추진을 중단하고, 국회 내 언론개혁 특위 구성, 국민공청회 등 사회적 숙의 절차를 밟으며 법안을 전면 재검토하여야 한다.
2021. 8. 20.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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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위에 언론중재법 개정안(대안)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징벌적 손해배상 및 기사열람차단청구권 규정하는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반대한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허위사실유포죄’의 민사법적 부활, 즉시 철회되어야
민주당 미디어특위는 언론개혁 명분으로 한 언론 위축 정책의 강행 추진을 중단하라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하는 활동을 하는 국제인권기구인 아티클19(Article 19)이 8월 25일, 허위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한국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아티클19은 논평에서 이 법안이 비판적 보도를 위축시켜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고 하며, 한국의 인권보장의무와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등 국제인권기준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위 단체는 법안의 ‘허위, 조작보도’의 개념이 불명확하고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언론의 큰 위축효과를 일으킨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허위, 조작보도’에 ‘매개’ 행위를 포함하고,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것, ‘고의, 중과실’이 추정되는 경우가 매우 광범위하여 악의성이 없는 경우까지 규제될 수 있도록 한 것 등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법안의 지나치게 광범위한 규제는 국제법에 따라 보호되는 표현에도 징벌을 가할 수 있으며, 허위보도에 대한 가혹한 징벌은 언론의 자기검열을 심화시키고 비판적 보도, 탐사 보도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또한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저해하여 시민의 알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입법자들은 자유로운 언론이 허위정보 확산에 대응할 파트너라는 점을 인식하고, 과도하고 불필요한 법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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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최근 집게손가락 표현을 ‘남성혐오’라 우기는 억지주장을 여과없이 수용해 유사 표현들을 자체검열하고 있는 대기업과 정부기관이 여성혐오에 동조하는 블랙리스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공적 가치를 생산하는 정부기관과, 그와 유사한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대기업은 공적 가치 생산과 사회적 자원 배분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이들의 의견 표명은 사회 질서와 균형을 잡는 데에 큰 무게감을 가진다. 그렇기에 정부기관과 대기업은 사회에 대한 막중한 책무를 항시 인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책무를 잊은 채 집게손 블랙리스팅에 적극 가담하였다. 검증되지도 않은 논란에 앞장서서 사과하고 억지 근거로 지목한 이미지를 바쁘게 지우고 표현의 당사자를 징계하는 등의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였고, 우리 사회 내 반페미니즘 풍조에 힘을 실어주어 페미니스트들의 대항표현을 전반적으로 위축시켰다. 뿐만 아니라 일부 커뮤니티 내 남성들의 억지주장을 인정함으로써 그들이 그것을 기정사실로 오인하게 만들고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데 다 함께 일조했다.
무엇보다 공적 가치 생산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책임을 져야하는 공공기관이라면 집게손가락 표현을 혐오표현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물론이고 남성혐오표현이 성립 가능한가부터 따져보았어야 마땅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혐오표현 실태와 규제방안 실태조사” 보고서는 혐오표현을 어떤 개인·집단에 대하여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혐오하거나 차별·적의·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으로 규정하고 있다. 혐오표현은 단순히 불쾌한 감정을 유발하는 표현이 아닌 것이다. 특정 맥락에서 사용된 집게손가락 표현이 남성의 성기크기를 비하하기 위한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그 표현으로 얻을 수 있는 결과는 남성의 사회적 지위에 하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니 집게손가락 표현은 혐오표현은 물론이거니와 남성혐오표현이라고도 규정할 수 없다. 또 특정 사회에서 다수이거나 그 사회적 지위가 높은 개인이나 집단을 대상으로 한 비판적 표현이나 희화화한 표현 역시 혐오표현으로 성립할 수 없다. 이와 같은 표현이 혐오표현으로 규정된다면 백인을 대상으로 한 소수 인종의 대항표현, 일제의 식민통치를 비판하기 위한 한국인들의 비판적이고 대항적인 표현 역시 모두 혐오표현으로 제한받게 될 것이다. 더욱 허탈한 것은 지금까지 문제시된 포스터들이 명확하게 남성을 비하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포스터라는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의 무게를 정부기관과 기업이 인지하고 있었다면, 사과하고 삭제하는 데 급급하기 전에 이들 이미지가 명백하게 누군가를 경멸하려는 의도를 전달하고 있는가를 거듭 생각해봤어야 했다. 집게손 이미지는 물론이고 집게손가락 표현은 정치적 의미를 떠나 전인류적으로 보편화된 이미지이다. 정부기관과 기업의 고민없는 즉각적인 반응은 우리 일상에서 떼어낼 수 없는 보편적인 표현 하나를 없애버렸다. 집게손가락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더 이상 집게손가락 표현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를 향한 남성들의 비난이 국제적 망신거리가 된 후에서야 그 도를 넘은 비난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는지 우리 사회는 깨달아가고 있다. 부디 얼마 지나지 않아 꺼져버릴 불씨에 허둥지둥하다 진정 중요한 것을 놓치고 후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기업과 정부기관이 합리적이지 못한 주장에 휘둘리며 더 이상의 블랙리스트를 생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기업과 정부기관의 중심잡힌 대처를 요청한다.
현재까지 집게손가락 표현이 포함된 포스터에 대한 지적에 사과하고 포스터를 삭제한 정부기관과 기업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정부(공공)기관>
행정안전부, 국방부, 서울경찰청,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경북 포항시, 경기 평택시, 전쟁기념관, 인천교통공사
<기업>
교촌치킨, 서울이랜드FC, 스타벅스RTD, 제네시스비비큐, 카카오뱅크, GS리테일
2021년 8월 25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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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아이렌 칸(Irene Khan)은 지난 금요일(2021. 8. 27) 대한민국 정부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해명을 요구하는 통신문(communication)을 전달하였고, 오늘 오전 유엔 공식 사이트를 통해 통신문이 공개되었다. 통신문은 임박하고 긴급한 인권침해에 UN 인권대표부가 개입하기 위해 해당 국가의 정부에게 해명을 요청하는 절차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 8월 22일 한국 표현의 자유 상황에 대해 긴밀하게 협력했던 데이비드 케이(David Kaye) 전 표현의 자유 특보를 통해 칸 표현의 자유 특보에게 긴급 통신문 발표를 요청했고,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등 다른 시민단체 역시 진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칸 특보는 언론, 표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과 고의, 중과실 추정 등을 명시하는 본 개정안의 심각성을 우려하며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공식 서한을 전달한 것이다.
칸 표현의 자유 특보는 해당 통신문을 통해 한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게 규율 대상을 정의하여 자의적인 법 집행, 적용을 가능하게 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과 함께 넓게 고의, 중과실을 추정하는 규정을 둠으로써 언론의 자기검열과 부담을 심화시켜, 한국 정부가 준수할 의무가 있는 국제인권법인 UN 시민적, 정치적 권리 규약(ICCPR) 제19조에 위배하여 언론,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음을 명시하였다.
특히 ‘정보와 사상을 전달할 권리는 정확하고 올바른 진술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 충격적이거나 불쾌하거나 불안함을 주는 정보와 사상 역시 보호한다(Human right to impart information and ideas is not limited to correct statements, and protects information and ideas that may shock, offend, and disturb.)’, ‘근거가 박약한(ill-founded) 의견이나 명제를 말할 권리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며, 명제가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규제하는 것은 이러한 표현의 자유에 관한 국제인권규약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격권 침해나 정신적 고통”은 불명확한 요건으로 표현규제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국제인권법 기준을 충족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존의 명예훼손 규제와 달리 ‘허위 또는 조작보도’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설하여 민사책임을 지우려한 것에 대해 분명히 반대를 한 것이다. 또한 고의, 중과실 추정 조항이 언론사들에게 취재원을 공개하도록 하는 부담을 지워 언론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 하였다. 또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등 정보매개자에게까지 책임을 지우는 것은 이들이 사적 검열을 할 수 있는 “막대한 권한”을 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점도 지적하였다.
오픈넷은 정부와 국회가 UN 표현의 자유 특보의 우려를 중대하게 고려하여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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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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