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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2016년 6~8월호)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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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2016년 6~8월호)가 나왔습니다.

익명 (미확인) | 화, 2016/09/13- 15:35

 

 

 

[편집자의 글]

전쟁과 역병, 환경 재난에 맞서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

 

[기획특집]

‘몬산토’의 발암물질 제초제, 글리포세이트 사용 금지를 위한 투쟁은 현재 진행형 / 이상윤

한국 화학물질의 유통 현황 및 관리의 문제점 / 김신범

환경호르몬과 여성건강 / 윤정원

미나마타병의 역사와 현재 / 이타이 야에코(板井 八重子)(번역 이수정)

 

[시론]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돌아보며 / 백도명

 

[쟁점]

담뱃갑 경고그림, 규제개혁위원회, 그리고 보건의료운동 / 조홍준

 

[번역]

경구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 정책적 결정인가 정치적 고려인가? / 박정은

 

[영화로 보는 의료]

기업, 독성물질, 건강: 우리의 ‘실화’는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 2000)> / 채민석

 

[야옹선생의 자연주의 육아]

어떻게 먹을 것인가?

 

[역사와 의료]

한국 물대포의 역사 / 최규진

 

[시가 보는 세상]

詩와 함께 가는 길. 5 / 노태맹

 

[서평]

숨기고 감추고 조작하고! / 리병도

 

[국제]

「3.11」과 민이렌 / 노다 히로(野田浩夫)(번역 이수정)

코리아에이드: 한국형 원조라는 이름의 역행 / 장효범

 

[팩트시트]

의료비 100조 시대, 건강보험 흑자의 의미는? / 이은경

 

[보건의료운동]

누구를 위하여 존(zone)은 울리나? – 규제프리존특별법이 등장한 배경과 그 내용 / 최규진

의료법인 인수 합병의 문제점 / 정형준

사회보험재정 투자활성화 방침의 문제점과 대안 -건강보험 중심으로 / 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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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5/10/2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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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심병원에서 체육대회 장기 자랑에 병원간호사들을 동원하여 선정적인 춤을 추게 한 일이 보도됐다. 이 병원은 장기자랑 준비를 하는 시간 및 추가 근무에 대해서 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 신입간호사들에게 밤낮없이 춤연습을 시켰으며, 짧은 치마, 민소매 등의 복장을 강요했다는 진술도 잇달았다. 여기에 차출된 간호사들은 무려 행사 2주전부터는 춤연습만 했다고 한다.

사실 평범한 시민들이 보기에 아픈 사람을 돌보고 치료하는 병원에서 감히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하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경우들을 많이 보아왔다. 즉 이번 사태로 밝혀진 내용은 정도가 심하지만 성심병원만의 독특한 병원문화라고 할 수는 없다.

이미 한국의 여러 병원에서 송년회에서 장기자랑을 시키고, 시간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각종 폭언과 ‘태움’문화에서 간호사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이런 비정상적인 문화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개선되기는커녕 병원내에서 암묵적으로 유지되는 현실에 정상적인 사람들은 납득을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병원 내 극단적 권위주의와 간호사에 대한 부당한 강요 등은 세습된 ‘문화’만은 아니다. 그 근본에는 한국의료체계가 성장,축적한 본원적 방식이 놓여 있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본관 모습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본관 모습ⓒ민중의소리

한국의 병원

한국의 병원은 기관수로 95% 가량이 민간병원이다. 즉 대부분이 개인이나 민간비영리법인이 운영한다. 이는 OECD 국가 대부분 민간병원이 20-30% 선인 것과 비교해서 너무 높은 수치이며, 의료민영화의 천국인 미국의 70%선과 비교해도 높다. 사실 한국의 민간병원 비율은 OECD 국가 최고수준이다.

그런데 원래 한국이 애초부터 민간병원 천국인 것은 아니었다. 해방 당시를 보면 당시는 민간병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병원이 몇 개 없었고, 대부분이 공공병원이었다. 일본제국주의는 한일합방이후로 일본군 주둔지에 병원을 지었다. 이것이 지금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의 효시다. 또한 1930년대 만주사변이후로는 한반도를 후방 병참기지화 하면서 공공병원을 좀더 확충했다.

문제는 해방 이후로 공공의료기관이 거의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부 국립대병원을 제외하면 공공병원은 일제가 만든 유산들이 고작이다. 그렇다면 왜 공공병원을 늘리지 않았을까? 우선 해방이후 미국식 종합병원, 전문의제도등이 이식되면서 의료부분에 대해서는 시장지향점이 분명해졌다. 또한 한국전쟁이후 폐허속에서 의료공급은 우선순위에서 밀려있었다.

1960년대 말부터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필수의료의 요구가 늘어갈때도 박정희 정권은 의료공급만은 철저히 민간에 의존했다. 건강보험이 도입되는 과정에서도 의료수요는 모조리 민간병원이 독식했다. 이런 과정에서 초기에 작은 의원에서 시작한 개인의사들이 유명해지고 병상이 커지면서 병원을 짓게되고 이를 확대축적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이번 갑질사태가 밝혀진 성심병원도 1960년대말 의료수요를 기반으로 확대해서 대학교까지 만든 민간병원자본(인제대 백병원, 순천향병원, 김안과 건양대병원, 을지병원, 차병원, 길병원 등)의 표본 중 하나다.

이들 민간병원들은 병상을 확충하면 할수록 돈을 벌었기 때문에, 계속 병원을 늘려가거나 병상을 늘리는 방식의 축적을 계속했다. 성심병원의 경우만 보더라도 한강성심, 강남성심, 강동성심, 춘천성심, 평촌성심, 동탄성심 등 계속 병원을 늘린 대표적 사례다. 이런 축적은 빠른 병상확충을 우선하면서 병원설립자가족의 막강한 권력과 기형적인 권위주의, 높은 수익성을 기반으로한 병원 확대를 특징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모형이 이후 국공립병원은 물론 재벌들이 만든 병원에도 이식이 되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공공병원이 의료체계의 모델이 되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빠른 증식형 민간병원이 공공병원의 모델이 되었다. 이 과정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례라고 볼 수 있어 씁쓸할 따름이다.

 

 

높은 노동강도와 위계질서

이들 민간병원은 병원수익성과 팽창을 기반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노동자들의 승진등을 미끼로 강력한 위계질서를 양산했다. 살아남아 위로 진급한 의료인들에게는 높은 권한이 부여되고, 일부는 병원관리에 참여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우선 애초부터 한국은 의사,간호사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들 병원은 의사는 물론이고 간호사 한명이 수십명의 환자를 돌보는 체계에서 발전해왔다. 정상적인 병상관리에서 수십명의 환자를 한명의 간호사가 돌볼 수 없기 때문에, 간병은 가족에게 맡겨졌다. 또한 간호조무사와 잡무를 담당하는 하위파트너가 확충되어 이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런 일부업무(간병 및 이송 등의 업무)가 가족과 하위파트너로 빠졌다고 해도, 의사인력도 적었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해야 할 의료업무가 늘어갔다. 간호사들은 간호기록, 활력징후측정, 투약 같은 기본적인 환자 돌보기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는 의사들이 주로 하는 근육주사, 혈관주사, 정맥 주사 수액공급에 튜브교체 등의 업무까지 해야했다. 여기에 간병을 가족들에게 맡기고, 문병객을 제한하지 않는 민간병원의 영리추구 때문에 환자보호자 응대까지 해왔다.

이런 높은 노동강도는 수간호사-주임간호사-평간호사-간호조무사-보조인력으로 이어지는 위계질서 속에서 유지되었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일을 놓치거나 실수를 하면 서로 힘들어졌기 때문에, 항상 고도의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특히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시간은 서로의 책임소재문제가 겹쳐져 간호사들의 태움문화가 만들어졌고, 신경질적인 분위기가 정착되었다.

사실 외국은 한국처럼 많은 환자를 한 간호사들이 절대 돌보지 않는다. 병상의 특징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체로 4명 안팎의 환자를 한 간호사가 돌본다. 한국은 간호인력에서 여유가 있는 병원조차도 15명에서 20명정도의 환자를 일반적으로 한 간호사가 돌본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환자치료수준이 올라간 것은 모두 병원노동자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어서 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노동강도를 기반으로 민간병원은 팽창하고 경영진들은 돈을 벌었지만, 계속된 경쟁과 축적압력으로 병원노동자들은 더욱 쥐어짜져왔다. 인력확충이나 노동자들의 처우가 일부라도 개선되기 시작한 것은 1987년이후 노동조합등이 만들어지면서부터다. 하지만, 이런 위계질서는 노동조합설립과 가입에 대한 불이익, 특히 병상내 진급누락 등의 불이익을 발생시켜 간호사들의 정상적인 노조활동조차 가로막힌 상태다.

 

제46회 국제간호사의날인 5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계단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보건의료분야 50만개 일자리 창출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인력법 제정, 50만 일자리 창출을 촉구하고 있다.
제46회 국제간호사의날인 5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계단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보건의료분야 50만개 일자리 창출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인력법 제정, 50만 일자리 창출을 촉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공공성이 관건

이런 병원내 위계문화와 오너일가의 갑질, 부당노동, 살인적 노동강도 해결은 우선 적절한 인력 충원과 노동강도 조정이 해결책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병상관리가 정착하는데 과연 민간병원들이 인력충원을 통해서 이를 제대로 구현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병원의 수익성을 우선으로 하고 있고, 2000년대 이후로 이제는 주요도시에서는 병상과잉으로 민간병원들 사이의 경쟁도 격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력을 늘려도 병동관리가 아니라 QI, 교육, 잡무 등으로 말짱 도로묵이 되기 일쑤다.

결국 적절한 인력확충과 병상관리는 적정모델 설립이 필요하다. 개인이 설립한 혹은 이사회를 오너일가가 좌지우지 하는 병원이 아니라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이 정책적으로 이런 모델병상을 개발하여 긍정적인 모델을 양산하는게 가장 현실적 대안이다. 당장 병상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적정인력과 적정노동강도의 병상을 시범운영하고 여기에 자원배치를 해야 한다.

물론 병상대비 한국의 간호사수는 절대수치에서도 매우 낮다. 인구 1000명당 6명으로 독일(13.1명)이나 일본(11명)에 반도 안된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높은 노동강도와 태움문화는 그 조차 활동간호사의 수마저 줄어버렸다. 간호사면허 보유자중 약 13만명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간호사를 더 배출하는 것 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들 간호사들이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조건 역시 적절한 노동강도와 일하는 보람일 것이다.

이를 위해 여러가지 사회적 방안이 마련되고 있지만, 민간의료기관의 선의를 기대하는 것은 이번성심병원 경우를 보듯이 순진한 생각이다. 인력을 늘리면 병상경쟁을 위해 시간외 병원홍보등에 간호사등을 배치하는 병원들까지 새롭게 생겨나는 상황에서 적정진료는 모델이 필요하고 공적인 책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역할을 외국에서는 대부분 공공병원이 하고 있다. 이미 민간병원이 공공의료마저 망가뜨리고 있는 한국의료체계라고 공공병원을 포기해선 안된다. 현재 한국의 공공병원이 가진 위계적 병원문화와 높은 간호사 노동강도 역시 개선의 대상이다.

결국 어디선가 적정진료모델을 시범적으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간호대학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결코 인력문제가 해결 될 수 없다. 공공병원이 늘어나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지만, 간호사들이 인간적인 노동을 통해 환자치료의 질을 향상할 수 있기 위해서도 절실하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민간병원을 매입하여 적절한 노동강도의 병원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위계질서속에서 개개인의 윤리회복이나 병원경영진의 개과천선만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문제는 관념이 아니라 체제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17.12.18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원문출처: 문중의 소리 http://www.vop.co.kr/A00001233658.html)

화, 2018/01/0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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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04/2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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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출발선에 서며

 

01.

 

1987년 이후 대중적인 보건의료운동단체들이 만들어진지 이제 곧 30주년이 된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을 이루고 있는 단체들 모두 1987년 6월 항쟁을 계기로 결성되었고, 보건의료부문 노동조합들도 6월 항쟁과 7-9월 노동자 대파업을 통해 결성되고 연합조직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단체들과 현 민주노총의 이전 조직이었던 전노협, 그리고 농민조직, 빈민단체들이 89년 전국민건강보험 도입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또한 보건의료운동은 이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운동을 통해 건강보험통합을 이루어냈고 산재추방운동을 시작으로 노동자 건강권 실현을 위한 여러 가지 진화를 일구어왔다.

오늘 우리는 다시금 보건의료운동이 지향했던 자리를, 그리고 우리가 놓여 있는 자리를, 또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형식적 완성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고 이후의 과제는 민주주주의의 내용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담론이 97년 이후 진보진영의 주된 담론이었다. 최장집은 2005년 그의 글에서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한편에는 권위주의적 관치경제에 그 연원을 갖는 신자유주의적으로 변용된 성장정책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화운동 및 노동운동에 기반을 갖는… 사회(민주)주의”의 두가지 길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인식의 바탕에는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제도적으로 완성되었다는 인식이 있었고 우리들 중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우리가 역사를 단선적이고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순진하게 바라보았던 것은 아닌가를 깊이 성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우리가 지금 놓여있는 자리는 10년전 순진하게 예상했던 그러한 두 가지 길 중 어느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그야말로 ‘형식적’이었으며 따라서 극히 취약했다. ‘형식적 민주주의’는 신귄위주의 체제라고 불리울만한 무엇으로 바뀌어가고 있고 이른바 ‘10년간의 민주정부’가 우리가 가질 수 있었던최선의 정부였던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사회(민주)주의’로의 두 번째 길은 아예 실종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10년간의 민주정부’ 속에서도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극히 미미하게 증가했을 뿐이고, OECD 노인 빈곤률 1위라는 숫자가 보여주는 우리나라 연금제도 역시 민주정부에서 시작된 제도적 문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한국의 사회운동과 보건의료운동의 성과라고 자부심을 가지던 것들은 과연 어떻게 되고있는가? 제도적 민주주의마저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의료부문의 그나마의 ‘성과’들도 점차 빼앗기고 있지는 않은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거의 15년째 제자리걸음과 뒷걸음질을 반복하고 있다. 공공의료비중은 계속 후퇴하여 이제는 병상수로도 10% 아래로 떨어졌고 기관수로는 5%에 가까워졌다. 반면 10수년전 인구당 OECD 평균병상수의 1/2이던 한국의 병상수는 10여년 동안 OECD 평균 병상수의 2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비대해진 병원자본은 이제 최후이자 유일한 자본통제장치인‘비영리병원’이라는 빗장을 풀려하고 있으며 박근혜정부는 정권의 최우선 순위로 이 괴제를 올려놓고 있다. 영리자회사를 통한 우회적 방법을 강행했고 이제는 직접적인 영리병원 허용을 강행하려 한다. 그 뿐이 아니다. 의료가산업이라는 주장에 과거의 의료산업화를 주창한 집권당이었던 제 1야당도 진지하게 반대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다시 묻는다. 아니 물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역사의 정방향에서 어디쯤 와 있고 또 어디로 가야하는가. 30년 전에 우리 선배들과 동료들이 물었던 질문을 우리는 지금 다시 던져야만 한다. 바로 이런 출발선에 선 심정과 절박한 현실이 오늘 우리가 <의료와 사회>를 내는 이유다.

 

02.

 

우리는 <의료와 사회>를 통하여 우리가 놓인 상황을 냉철히 분석하고자 한다. 길을 잃었을지도 모를 때 또 너무 힘들어 어디로 가야할지 흔들릴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우리는 <의료와 사회>라는 잡지를 통해 한국의 보건의료와 한국사회의 건강권의 현 주소를 묻고자 한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인식이 우리의 앞길에대한 조타수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길을 찾는 사람들이 흔히 그러듯이 차분한 논의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다. 길을 찾기 위해 고성이 오가기도 하고 시끄러운 논쟁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의료와 사회>는 이러한 논쟁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나아갈 길을 함께 찾을 수만 있다면 시끄러움 정도는 문제도 아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의료와 사회>가 ‘건강권’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를 통해 새로운 논의와 논쟁을 할 수 있는 열려있는 저자거리가 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저자거리를 흔히 말하는 ‘진보적 보건의료운동 진영’에만 가두어 놓지 않을 생각이다. <의료와 사회> 편집위원들의 구성에서 보이듯이 우리는 <의료와 사회>를 다양한 사회적 이론적 실천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건강권에 관한 실로 다양한 사회적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길을 찾을 때는 항상 서로 이야기하던 사람들끼리만 이야기해서는 답이 잘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우리는 길을 찾으려면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야 한다고, 또 새로운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2015년 오늘 우리가 놓인 장은 30년 전 한국의 보건의료가 나아갈 길을 찾던 때와는 물론 상황이 다르다. 우선 경제적 상황만 두고 보아도 87년은 이른바 ‘3저 호황’(저금리·저달러·저유가로 인한 수출 증대, 그리고 수출 흑자로 열린 부동산 활황 시대)시기로 한국자본주의 가장 ‘잘 나가던’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2008년 이후 전세계 자본주의가 이른바 19세기 말과 1930년대 이후의 세 번째 공황기라고 일컬어질 만큼 장기불황의 시기다. 동시에 동아시아가 전 세계에서 가장 군사적 긴장이 높은 시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우리는 국제적인 관점을 놓치지 않을 것이며 경제위기와 군사적 갈등과 국제적 협약과 블록 속에서의 평범한 사람들의 건강문제를 다루어야만 하고 또 다룰 것이다.

또한 87년에는 보편적인 건강보험제도의 도입이 가장 큰 문제였다면 지금은 건강권 문제가 보편적인 건강보험제도의 문제로만 환원될 수 없는 시기다.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가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으며, 노동자 산업재해 문제는 ‘하청’ 의 문제로 이어져 여전히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빼앗고 있다. 동시에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차별과 편견으로 인한 사회적 소수자의 건강문제는 이제 주요한 의제들이 됐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들을 다

루기 위해 우리는 ‘매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것이 바로 <의료와 사회>다.

우리는 또한 <의료와 사회>가 몇몇 사람만이 읽는 어려운 잡지가 되지 않기를 원한다. 우리는 ‘사회속에서 바라보는 건강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잡지를 원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건강문제를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과정 속에서 지금 우리가 겪는 어려움이 해결될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대중적 잡지가 되고자한다.

우리가 <의료와 사회>를 다른 시기가 아닌 지금 내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것이다. 우리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논의와 논쟁의 장을 열고자 한다. 그리고 이 논의의 장은 사회 속에서 바라보는 건강문제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지금이 ‘건강정의’를 회복하려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해야 하고 또 그런 이야기를 할 사람들을 더 많이모을 시기라고 판단한다. 우리가 생각한 이러한 과제들의 답이 이 <의료와사회>다.

 

03.

 

이 <의료와 사회>를 낼지 말지, 언제 낼지, 또 어떠한 내용이고 어떠한 형식이어야 할지에 대해 편집위원들이 이러저러한 논쟁과 논의 또는 격론을 벌이고 있던 시점에 ‘공교롭게도’ 메르스 사태가 터졌다. 그리고 메르스 사태는 한국사회의 보건의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었다.

우리의 생명과 안전과 건강이 얼마나 허약한 기반위에 놓여있으며 정권과 자본은 그들의 이익이 아니라면 사회구성원의 생명과 건강에 아무런 관심도 없음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이 때문에 우리는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한국의 보건의료의 문제, 건강문제를 우리 잡지의 첫 번째 주제로 삼기로 했다. 이번 기획특집이 메르스 사태가 된 것은 이 잡지의 출범을 앞당겼고 또그 때문에 메르스에 대한 여러 글들이 이번 호의 주제다.

<의료와 사회는> 편집진은 메르스 사태가 ‘국가 재난’ 사태였던 만큼 다양한 측면을 다루기 위해 이번 특집/기획에서는 가능한 글의 분량을 줄이도록 필자들에게 요구했다. 이 때문에 정말 살리고 싶은 많은 원고분량을 잘라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 지면을 통해 필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덕분에 메르스에 대한 많은 꼭지의 글을 이번 호에 모아서 실을 수 있게 되었고 또 독자들이 읽기에는 부담이 적어지는 이점이 생겼다고 자위한다.

우선 이번 메르스의 발원지 평택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인 아주대병원의 감염내과의로 자신의 병원뿐만 아니라 경기도의 거의 모든 메르스 발병 현장에서 활동했고 (사실상 처음으로 한국의 지역방역체계를 만들어낸 숨은 주역인) 임승관이 <2015년 한국 메르스 유행 대응의 결정적 시간들>의 글을 기고했다. 이 글에서 우리는 감염내과의사로 메르스 사태의 최전선에서 온 몸으로 역병을 막았던 한 의사의 시각으로 본 메르스 사태의 전개를 마치 해설이 달린 영화처럼 볼 수 있다. 또 다른 감염내과 전문의인 채윤태의 글 <메르스, 한국에서의 발생과 확산>은 메르스에 대한 임상적 리뷰다. 한국의 메르스가 다른 나라의 메르스 양상과 어떻게 달랐는지 알 수 있다.

정형준은 구체적인 문제로 나아가 <강요된 문화 – 문병, 간병, 의료쇼핑>을 통해 메르스 사태에서 나타난 피해자 책임전가(victim blaming)들이 얼마나 근거가 없는지에 대해 말한다. 흔히 사람들이 환자들의 잘못으로 알고 있었던 의료행태들이 사실 이윤을 위한 의료체계의 강요였다는 사실이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우석균은 <메르스가 한국사회와 보건의료에 던진 문제들>에서 메르스가 한국 보건의료제도의 민낯을 어떻게 드러냈는지, 한국 자

본주의가 건강문제를 어떻게 이윤의 문제로 전화시켰는지를 보인다.

이승홍은 <공동체를 파괴하는 감염공포의 전염>을 통해 메르스의 공포가 어떻게 전염되었는지, 또 그 공포의 실체는 무엇이었는지를 정신의학을공부하는 의사로서 색다른 관점에서 다룬다. 최규진은 <김치·마늘 발언의기원>을 통해 일제강점기와 한국의 역대정권의 역병을 대하는 방식을 비교‘고증’하는데 우리는 이글을 읽고 놀라운 사실을 여럿 알게 된다. 궁금하시면 읽어보시라.

<쟁점>란은 현재 한국의 건강문제에서 최대의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들을 다루는 이슈들에 대한 글을 모은 란이다. 이번에는 박근혜 정부가 하반기 핵심과제 중 하나로 추구하고 있는 개인의료정보에 대해 <정보인권의 관점에서 본 의료정보화의 쟁점>을 통해 이 분야에 대해 다수의 글을 쓰고 있는 이상윤이 심도있게 다루었고,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삼성과 의료민영화>에 대해 이수정이 솜씨있게 정리했다. 그리고 김형성이 메르스 사태에 묻혀 잘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메르스 보다 더 심각한 문제인 <미군의 살아있는 탄저균 반입사태의 현황과 문제점>과 현재 상황을 다룬다. 물론 모두 이 <의료와 사회>에서만 읽을 수 있는 글이다.

<기획번역>란은 의사이자 전문 번역자인 이희원이 <건강형평에 미치는 국제적, 지역적 요인>을 번역했고 김형성 등이 2015년 3월에 소개되어 적잖은 파장을 일으킨 화제의 논문인 <설탕산업은 미국의 국가충치산업을 어떻게 매수했는가>에 대한 논문을 번역했다. 이 두 번째 논문은 충격적이다. 물론 두 번역 모두 다 한국의 초역이다. 이희원은 앞으로 이 란을 통해 매 호마다 2-3편의 논문을 번역하여 소개한다.

앞으로 <연구보고서>란에는 사회속에서 바라본 건강문제에 대한 여러 연구들을 소개할 것이다. 이번에는 정치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리병도가 <제약기업의 잉여가치율 추이>를 통해 최초로 국내제약회사들의 잉여가치율/착취율을 분석했다.

<시론>에서는 이상윤이 세월호 참사 이후 새로운 동력으로 추진되고 있는 <기업살인법의 필요성>을 다루었다. <보건의료운동>란은 보건의료운동의 정세분석 글들 중 공유할 만한 글들을 모은 란이다. 이번에는 <건강보험흑자 13조원을 국민에게> 운동을 둘러싼 여러 논의와 지형들을 상세하게 다룬 글과 박근혜정부의 <국제의료사업지원법>에 대한 분석 글을 실었다. 이두 가지 주제는 2015년 하반기 운동의 가장 중요한 의제들이다.

시인 노태맹이 <詩와 함께 가는 세상>을 통해 3편의 시를 그만의 감수성과 유려한 문체를 통해 소개한다. 그는 앞으로 이 란을 통해 독자들을 계속만나게 될 것이다. 채민석은 <영화로 보는 의료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영화를 주제로 보다 쉽게 의료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줄 것이다. 이번호의 <서평>에서는 김재형이 허리케인 카트리나 전후 5일 동안, 환자들을 안전하게 피신시킨 병원과 안락사를 시킨 병원을 다룬 <재난, 그 이후>의 서평을 통해 메르스 사태를 다시 반추한다.

 

우리는 <의료와 사회>를 기어코 낼 것인지를 두고 원고가 다 모인 후에도 격론을 벌일 정도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우리는 창간준비호 성격의 책을 1번 정도 더 내고 보다 필진을 확충하고 정기독자들을 확보한 후 본격적인 창간호를 내년 초에 낼 계획이다. 물론 창간준비호 성격의 책이 노력을 덜하지는 않음은 물론이며 격월간의 기간도 지킬 것이다.

우리는 <의료와 사회>가 한국사회의 건강권 ‘운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밑거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가 겁 없이 중임을 자처한 것은 우리가 자신감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실이 매우 엄중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눈에는 부족한 면이 매우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이론적으로 아직은 미숙하더라도 현실 운동에 복무하고 있는 젊은 필진들을 발굴하고 있고 그들의 글들이 향후 투쟁에 든든한 밑거름이라고 믿고 있는데서 비롯될 수도 있다.

우리는 30년 전처럼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다시 출발선에 선 활동가이자 편집인으로서, 이 책의 편집을 직접 맡아 고생을 한 편집팀과 편집위원을 대표하여 약속드리건대, 이 잡지는 무슨 수를 쓰든 살려나갈 것이고 또 이 잡지를 통해 각 지역의 활동가 모임이 구성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자 이제 드디어 우리는 <의료와 사회>라는 새로운 논의의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의료’와 ‘사회’에 관심을 가지신 모든 분들이 부디 이 어린 나무가 저 푸르른 생명의 나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그 나무아래에서 우리의 동료들과 후배들이 마음껏 숨 쉬고 뛰어놀 수 있도록 도움과 질정을 아끼지 말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당장은 정기구독을 많이 신청해 주시는 것이 잡지 발간에 가장 큰 도움이자 채찍질이 될 것이다. 그리고 부탁드리건대, 이 <의료와 사회> 방문 판매인들을 문밖으로 내쫓지 말아주시기를!

 

2015년 8월  편집인  우 석 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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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5/10/2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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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 죽음의 공장이 된 병원을 멈추자

“하루에 세네 시간의 잠과 매번 거르게 되는 끼니로 인해 점점 회복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월 서울아산병원 입사 6개월 차인 故 박선욱 간호사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모의 일부다. 고인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태움’으로 고통 받았다. 부족한 교육을 받고 중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압박감도 컸다. 유족들은 활달하고 자신감 넘치던 고인이 병원에서 일하며 점차 우울해 했다고 비통해 했다. 그런데도 서울아산병원은 고인이 ‘원래 예민하고 우울한 성격’이었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분노를 샀다.

그러자 매일 같이 ‘태움’과 과로노동에 시달려 왔던 간호사들이 침묵을 깨기 시작했다. 추모제에 모인 수백 명의 간호사들은 “우리를 활활 태운 연료로 병원이 운영되고 간호사들은 재가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움직임은 <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공동대책위’) 결성으로 이어졌다.

노동자와 환자를 쥐어짜는 돈벌이 병원

서울아산병원은 하루 평균 외래 환자가 1만 명이 넘고 지난해엔 매출액 1조 원 이상, 순이익 789억 원을 기록한 거대 병원이지만, 간호사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신규간호사들은 16시간씩 일한다고도 알려진다.

한국의 병상 수 대비 간호사 인력은 OECD 평균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태움’이 벌어지는 이유는 선배 간호사들이 도저히 신규 간호사를 교육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간호사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지만, 진짜 가해자는 이 구조를 만들고 이익을 얻어온 병원과 이를 방조해온 정부다. OECD 국가 대부분은 공공병원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한국은 민간병원이 90% 이상이다 보니 인력을 줄이거나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병원은 인건비가 40~50%에 이르기 때문에 (제조업은 약 5%) 특히 그래왔다.

일하다가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은 처음이 아니다. 육체적 과로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야간노동으로 인한 수면장애, 만성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밥 먹을 시간과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 생기는 위장장애, 방광염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병상 확대와 과잉진료를 부른 의료영리화 또한 살인적 노동 강도의 주원인이다. ‘의료 군비경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간이 소유한 병원들의 규모 경쟁은 심각하다. 괴물처럼 커져버린 서울아산병원은 2,700병상으로 세계 최대 수준이고, 한국의 병상 수는 OECD 평균의 2.5배나 돼 버렸다. 늘어난 병상들은 불필요한 과다 진료와 처치, 수술로 손쉽게 채워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OECD 국가 중 의료비가 가장 빠르게 오르고, 1인당 외래진료를 받는 횟수도 가장 많은 나라다. CT와 MRI도 많고, 다빈치 로봇수술 같은 안전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값비싼 의료기기도 많다. 건물과 설비에는 과다 투자하고 노동력에 투자하지 않는 자본주의적 이윤창출 구조 속에서, 환자들은 비용을 강탈당하며 건강을 잃고 병원 노동자들은 과잉진료에 동원되어 초과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간호대 정원 확대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지만 이는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간호사 배출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열악한 노동조건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간호사들은 평균 5.4년 만에 병원을 떠나고, 병원은 그 자리를 저임금 신규 간호사들로 돌려 써 왔다. 손쉽게 대체할 수 있는 예비 인력을 늘리는 것은 병원 자본가들이 요구해온 정책일 뿐이다.

모두의 생명을 위한 투쟁

시민사회단체들과 간호사들이 모인 공동대책위는 이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병원의 책임 인정과 사과, 산업재해 인정,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간호사들을 혹사하고 산업재해를 방조한 서울아산병원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또 간호인력 충원 등을 위한 ‘박선욱 법’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는 간호사 뿐 아니라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가 1명 많아질 때마다 환자사망률이 8%씩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호사가 많을수록 환자의 합병증이 줄고, 재원일수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실제로 간호사들은 병원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도저히 한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살인과 치료의 경계를 물으며 불안과 압박 속에 일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영리화된 의료체계에서 환자 치유의 공간이어야 할 병원은 점점 죽음의 공장에 가까워진다.

서울아산병원에 반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에는 신입 간호사 채용 면접에 참여한 예비간호사들에게 고인의 사건을 언급하며 신입 생활을 어떻게 버틸 것인지 물었다고 알려졌다. 죽지 않고 버틸 수 있겠냐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여태껏 사과 한 번 없이 오로지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병원을 향한 문제제기는 계속돼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병원이 간호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도록 강제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인력충원을 전제로 하지 않은 조치들은 결국 무용지물이기 쉽다.

간호사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며 나섰고 우리 모두의 삶과 안전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여기에 손잡고 연대하자.

2018년 8월 21일

전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 변혁정치 제70호

금, 2018/10/1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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