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 사이에서 쏟아지는 각종 ‘개발공약’은 십중팔구 상당액의 국비 지원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되는 국고보조사업은 준비 부족과 도덕적 해이 등이 겹쳐 지방자치단체에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신문은 60조원에 육박하는 국고보조사업의 문제점과 대안을 고민하는 기획을 3회에 걸쳐 다룬다.
31일 충남 예산군 응봉면 예당저수지 내부에서 박중수 예산군 상하수도사업소장이 상수도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부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노후 상수관을 개량하고 이를 통합 운영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목적은 ‘유수율이 극히 저조함에도 지방재정이 열악해 상수관망 정비 및 유지관리 시스템이 미흡한 지자체의 수도시설 운영 효율을 증대하고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국고보조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정부는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우선 문제는 사업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지방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47개 지자체를 골라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결국 통합운영 양해각서(MOU)를 환경부와 교환하지도 않은 채 사업 대상이 됐던 32개 지자체는 모두 사업을 포기하거나 보류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자부담 사업비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충남 보령시 등 11개 지자체는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 보류했으나, 환경부가 사업비 1260억원(국비 339억원, 지방비 921억원)을 중기사업계획에 편성해 임의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다가 감사원으로부터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국고보조율을 ‘30%±20%’로 설정한 것은 문제였다. 예산군처럼 재정자립도가 낮은 곳에 국고보조율 30%, 즉 전체 사업비의 70%를 지방에서 부담하라는 건 애초에 무리한 요구였다. 황석태 환경부 수도정책과장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국고보조율이라는 비판에는 공감한다”고 수긍했다. 그는 “우리도 기획재정부에 국고보조율을 50%로 높여 노후 상수관망 교체를 지원하자고 요구했지만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수자원공사 위탁을 사업 추진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은 “근본 취지가 정말로 주민들에게 좋은 물을 마시게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어느 지방공무원의 말처럼 정당성 자체를 의심받게 만들었다. 결국 수자원공사와 예산군이 개최하려던 주민설명회는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예산군농민회, 예산참여자치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상수도 민영화 반대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군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수자원공사 배나 불리는 상수도 민영화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읍내 곳곳에 내걸렸다.
예산군 사례는 조용한 농촌 지역이 자칫 국고보조사업 때문에 허리가 휘는 모순을 드러냈다. 지자체들은 29개 정부 부처가 주관하는 956개 국고보조사업(2013년 기준)을 수행한다. 예산 규모는 1991년 2조원에서 올해는 57조원을 바라본다. 지자체 전체 예산에서 국고보조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28.0%에서 지난해 36.7%까지 늘었다. 지방예산 연평균 증가율은 4.3%였고 지난 7년 동안 국고보조사업 전체 증가율은 8.7%인데, 국고보조사업을 위한 지방비 부담은 12.5%나 증가하며 대조를 이뤘다.
정부는 2004년에 대대적인 국고보조사업 구조 개편을 단행한 적이 있다. 국고보조사업 급증으로 인한 각종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04년 기준 533개(총사업액 12조 6548억원)였던 국고보조사업을 2005년부터 233개(7조 9485억원)로 축소했다. 하지만 국고보조사업은 다시 늘어났고 지자체에 부담을 전가하는 양상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거기다 ‘분권교부세’를 실제 수요보다 적게 책정하면서 재정 부담이 커지고 지역별 복지수준 격차가 심각해지는 부작용까지 낳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지방재정 전문가들이 내놓은 진단은 대체로 일맥상통했다.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기준보조율을 정하고, 그나마도 일부 보조사업에 대해서만 기준보조율을 정할 뿐 나머지는 예산편성 지침 등으로 임의로 결정하는 실정이라 ‘자의성 문제’가 제기될 뿐만 아니라 국회를 통한 ‘공적 통제’가 취약하게 됐다는 것이다.
유사 성격의 사업에 대해서도 기준보조율이 다양하고 정률보조와 정액보조에 대한 구분도 모호하다. 임성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부원장은 “원칙 없는 대상사업 선정, 합리성을 결여한 기준보조율, 불합리한 차등보조 방식, 중앙·지방 협의 시스템 부재”등을 지목했다.
환경부의 상수관망 최적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지난해 관련 예산이 334억원이었던 이 사업은 올해도 규모가 342억원이나 된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는 이 사업에 대해 ‘지자체 간 이해관계의 첨예화와 상수도 시설 개선을 위한 국고지원 비율이 낮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종료될 전망’이라면서 “정책적 실패”라고 못 박았다. 결국 2012년 정부의 지역발전위원회 평가에서 ‘우수사업’으로 호평받았던 이 사업은 지난해 감사원에서 지적한 국고보조사업 낭비 사례 대표주자라는 불명예만 남긴 채 올해를 끝으로 씁쓸하게 막을 내릴 예정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해외농업개발 사업에 역점을 뒀다. 지난 2007~2008년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자 비상시 국내에 안정적인 곡물 공급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업들이 해외에서 농지를 개발해 국내로 곡물을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후 어떤 성과를 거뒀을까.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성적표는 초라하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정부의 해외농업개발 사업 민간업체 융자지원 금액은 총 1,426억8,200만원이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융자지원을 받은 35개 기업 중 국내로 곡물을 반입한 곳은 14개에 불과했다. 21개 기업은 국내 반입 실적이 전혀 없었다.
국내 반입량도 적었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총 84만2,208톤을 생산했지만 2.9%인 2만4,224톤만 반입됐다. 연도별로 보면 해가 갈수록 반입 비율이 올라가지만 여전히 기대 수준에 미치지는 못했다. 2010년에는 0.3%에서 2013년 3.8%로 3%를 넘었고 2014년 5.3%, 2015년 5.0%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해외생산 곡물을 국내로 들여올 때 비용이 많이 들어 지금은 반입이 저조하지만 만일의 사태의 경우 식량 공급에 안전판이 될 수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또 “해외농업개발 특성상 반입은 10년 이상 장기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는 2009년 처음 사업을 시작한 후 상당 시간이 지났음에도 반입 비율이 5%대에 그쳐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국회에서 이 사업이 문제를 여러 번 지적받았지만 2016년 정부 제출 예산안에서 300억원이 배정되는 등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016년 회계연도 국가결산 부채 절반이 공무원·군인연금 5년 새 411조 늘어..정부 "OECD 이하" 전문가 "차기정부 연금개혁 불가피"
공무원연금충당부채와 군인연금충당부채 합산 결과, 단위=조원, 출처=기획재정부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국민이 부담해야 할 공무원·군인연금 부채가 지난해 750조원을 넘어섰다. 저금리로 연금 수익률은 신통치 않은데 연금을 받는 공무원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회계상의 추정치로 통계상 착시가 있다고 밝혔지만 차기정부에서 연금 개혁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6 회계연도 국가결산’을 심의·의결했다. 재무제표 결산결과(발생주의 기준) 국가 부채는 1433조1000억원으로 국채 등이 680조5000억원, 연금충당부채가 752조6000억원을 차지했다. 이는 전년(1293조2000억원) 대비 139조9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국가 부채가 이렇게 늘어난 데는 국채, 연금충당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채 등은 633조3000억원(2015년)에서 680조5000억원(2016년)으로 47조2000억원(국채 38조1000억원) 늘어났다. 같은 시기 연금충당부채는 659조9000억원에서 752조6000억원으로 92조7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공무원연금 부담이 늘어났다. 연금충당부채 중 공무원연금충당부채는 68조7000억원, 군인연금충당부채는 24조원 불어났다. 연금충당부채는 국가가 공무원 재직자·퇴직자에게 앞으로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추산한 것이다. 753조원에 달하는 공무원·군인연금충당부채는 국민 1인당(작년 총인구 5125만명 기준) 1469만원씩 부담하는 규모다.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이 연금충당부채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연금충당부채는 2011년 342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752조6000억원으로 5년 새 410조5000억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공무원연금충당부채는 289조9000억원에서 600조5000억원으로, 군인연금충당부채는 52조2000억원에서 152조1000억원으로 2~3배씩 뛰었다.
정부는 큰 위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승철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은 “현 국가채무 규모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와 대비해 작은 수준이고 증가 속도도 느린 편”이라고 말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재작년 공무원연금개혁을 통해 부채 수준을 줄인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결국 미래 세대의 부담이 느는 것이기 때문에 차기정부에서 추가적인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이 23일 당정 회의에서 내년 예산 조기 집행과 더불어 ‘2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17년 예산안이 이달 국회 문턱을 넘은 지 고작 20여일 만이다. 규모, 사용처 등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예산안 잉크가 마르기 전에 무작정 추가적인 ‘나랏돈 풀기’를 외치고 있는 새누리당의 행보를 두고 “추경을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현재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민생경제현안 종합점검 당정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추경을 내년 2월까지 편성해줄 것을 당에서 강력히 요청했고, 정부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며 “추경을 편성해 꺼져가는 서민경제를 살리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내년 1분기 경기를 지켜본 뒤 추경 편성 여부를 판단하겠다”(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는 정부의 입장보다 두어 걸음 더 나간 것이다.
사실 추경 편성을 통해 경기하강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는 ‘정부 재정 역할론’에는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달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상반기 추경이 필요하다”고 관련 논의에 불을 지핀 이후 야권에서조차 내년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관들도 “재정 여력이 충분하니 정부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수경기 침체와 대외여건 악화 등 최근 경기가 급속도로 가라앉고 있고, 내년 예산안(400조5,000억원)이 올해(395조5,000억원ㆍ추경 포함)와 비교해 약 0.5% 증가하는 수준에 그치는 ‘짠물 예산’으로 편성됐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내년도 재정정책은 완화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재정의 역할확대를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전격적인 추경 드라이브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우선 시기의 문제다. 이번 추경은 지난 3일 새벽 2017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약 20일 만에 제기됐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말 원안을 발표한 이후 국회와 수개월에 걸친 논의를 거쳐 확정한 예산안이 아직 단 ‘1원’도 집행되지 않은 가운데 추가로 예산을 편성하자는 것이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기침체 우려는 국회가 예산안 심사할 당시에도 ‘상수’였고, 통과 이후 20일 사이에 글로벌 금융위기급 ‘변수’가 발생한 것도 아니다”라며 “2월 추경은 1998년 외환위기 때나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개월 논의를 거쳐 자신들 손으로 통과시킨 예산안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뒤집자는 것으로 정치권의 무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더구나 추경 카드의 ‘알맹이’도 없다. 새누리당은 내년 2월이라는 시기만 못 박았을 뿐 구체적인 규모나 용처, 방식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통상 1~2월에는 예산집행이 저조하기 때문에 조기집행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추경 효과를 낼 수가 있다”며 “내년 2월 추경 카드는 정치권이 경제회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전시성 목적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겉으로는 민생을 내세웠지만 분당과 탄핵 이후 대선 대비용 추경 편성 요구”라고 비판했다.
당정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을 1분기에 30% 이상 조기 집행하는 것을 비롯 상반기에 전체 예산의 60% 안팎까지 사용하기로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가진 재정관리점검회의에서 경기 하방위험과 소비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상반기 재정조기집행 목표를 58% 수준으로 잡았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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