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조용한 집권, 꿈도 꾸지 마라

지역

조용한 집권, 꿈도 꾸지 마라

익명 (미확인) | 월, 2016/08/29- 14:05

(이 칼럼은 경향신문(2016. 8. 23)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낯선 풍경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반대라는 기존 입장을 과감히 폐기할 때였다. 당내 분란이 일지 않았다.

작은 차이로도 갈라지고 그 때문에 집권으로부터 멀어져도 신경 쓰지 않던 더민주였다. 이제는 상호 이견을 존중하며 당의 목표 아래 결집하는 법을 터득한 것일까? 의원들이 모두 신중해졌다.

이게 총선 이후 4개월간 더민주가 보여준 변화의 전부다. 더민주는 총선에 패배한 박근혜 정권이 온갖 자충수를 두며 억지를 부리는데도 소 닭 보듯 했다.

2016082701003_0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추미애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됐다. 추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퇴행을 막으면서 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하고, 내년 대선 승리의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 그럴려면 지금처럼 최대한 실책을 줄이려는 소극적인 행보로는 안 될 것이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이 무심함 혹은 신중함은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혹시 열린우리당 트라우마 때문일까? 열린우리당은 2004년 총선에서 대승한 뒤 조심하자며 몸을 사렸다. 이에 권력을 줬는데도 왜 개혁을 하지 않느냐는 불만이 지지층에서 비등했고, 놀란 열린우리당은 느닷없이 4대 개혁입법을 들고나왔다. 그러자 보수세력이 들고 일어섰다. 당시 보수는 총결집했고 정권은 위기에 빠졌다.

양극단을 오락가락하다 정권을 잃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부작위의 신중함이 아니라 둘 사이의 균형을 잡는 적극적 행동이 필요하다.

대안 없는 반대의 공허함은 이명박 정권 때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그런데 대안은 야당이 개혁입법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본래 야당이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시민들도 그걸로 야당을 평가하지 않는다. 대신 야당이 어떤 의제로 집권세력과 갈등하고 타협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야당이라면 정권 비판과 견제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 특히 박근혜 정권처럼 무슨 사고를 칠지 알 수 없는 권력을 견제하지 못해 시민을 고통에 빠뜨린다면 무능 야당으로 찍혀 다음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정권과의 갈등을 피할 수 없으면 단호히 맞서야 한다. 미국의 대선후보 경선,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확인했듯이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은 세계적 경향이다. 불평등이 심화된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야당은 기득권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나서야 한다.

그런데 더민주는 정권 견제를 똑똑히 하는 것도, 기득권을 깨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의제 선점으로 여론을 주도하고 있지도 않다.

사드 문제가 부상할 때 한반도 평화 구상을 내놓기는커녕 박 대통령을 추종하는 얼빠진 태도, 노동자가 삭제된 당 강령을 내놓았다가 우경화 의심을 받자 철회한 섣부른 행동,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한다면서 핵심 증인을 빼주려는 허튼 선심이 그렇다.

물론 더민주가 부드러운 야당으로서 중도·보수층으로부터도 호감을 얻으려 하는 것은 평가받을 일이다. 하지만 김종인식의 돌발적 노선 전환 방식은 곤란하다. 그런 보수층 유인책은 정체성 논쟁 촉발이라는 반작용을 불러와 결국 효용성을 떨어뜨린다.

보수층 유인을 위해 기성 체제의 틀을 받아들이는 전략의 이점 역시 야당을 또 다른 기득권으로 인식하는 역효과에 의해 상쇄된다. 만일 정권교체가 하나의 기득권에서 다른 기득권으로 교체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불행한 일이다.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야당의 대선 승리는 또 하나의 사기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노선 전환이 아닌 노선 확장을 해야 한다. 가령 종북, 안보무시, 성장소홀 등의 공세를 피할 수 있는 포용적 정책을 내놓는 것이다. 그래야 반대와 대안, 기득권 타파와 지지기반 확장전략을 적절히 조화시킨 똑똑한 배합이 가능하다.

이처럼 적극적인 조화와 균형을 이뤄가는 과정은 야당의 양보할 수 없는 가치와 목표, 현 집권세력보다 나은 정책과 리더십을 잘 드러내줄 것이다. 그 결과, 야당 선택은 대단한 결단이나 모험이 아니라, 아이스크림 고르기와 같은 부담 없는 행위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승리를 안겨준 현재의 판을 흔들지 않는 게 좋다고 믿어서인가, 너무 소심하다. 말조심, 몸조심은 좋은 일이다. 다만 그건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상대 실책으로 잭팟을 터뜨린 총선 때의 행운이 대선 때 또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균형은 여건이 유리해질 때를 기다리는 안이함이 아니라, 정치적 기회를 만드는 주도적 행동에 의해 이루어진다.

혹시 더민주 집권 자체가 개혁인데 무슨 대단한 준비가 필요하냐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사실 두 보수정권의 퇴행을 고려하면 야당이 어떻게든 집권하기만 하면 지금보다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건 야당이 정권을 다 잡은 듯한 발상에서 나온 것 아닌가?

여기에서 우리는 문제의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간다. 어떻게 해야 야당이 집권할 수 있는가? 조용한 집권? 꿈도 꾸지 마라.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 새누리당 텃밭에서도 참패…서울·경기·인천·영남권 등 빨간불 실제 개표결과 새누리당은 서울, 경기, 인천... 송파구갑 박인숙 후보만이 박성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앞서고 있다. 송파구병에서는 남인숙 더불어민주당...
목, 2016/04/14- 02:30
25
0
<지역구 당선자> [새누리당] 서울 중구성동구을 지상욱 강북구갑 정양석 도봉구을 김선동 양천구을 김용태 강서구을 김성태 동작구을 나경원 서초구갑 이혜훈 서초구을 박성중 강남구갑 이종구 강남구병 이은재 송파구갑...
수, 2016/04/13- 23:42
8
0
김을동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서울 송파병에 출마하며 문화예술타운 조성 등 다양한 공약을 내놓았다. 김 후보는 앞서 4일 SNS를 통해 “(송파구에 있는) 성동구치소 이전 부지에는 주민 여러분께서 가장 원하는 복지 및...
목, 2016/04/14- 08:22
11
0
지난 13일 진행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김을동 후보는 서울 송파구 병에 출마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남인순 후보에게 5.2% 뒤져 3선에 실패했다. 김 후보는 ‘삼둥이 할머니’ ‘김좌진 장군의 손녀’ 등의 이름으로...
목, 2016/04/14- 08:22
63
0
김을동 새누리당 후보(서울 송파구 병)는 14일 20대 총선 선거 개표 결과 50,212표로, 56,771표를 얻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뒤쳐져 3선에 실패했다. 김을동 후보는 아들 송일국의 적극적인 지원엔 힘입어 유세활동을...
목, 2016/04/14- 07:32
11
0
24년 동안 야권에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서울 강남 을에서 더민주 전현희 후보가 현역의원인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를 꺾는 이변을 낳았습니다. 강남벨트의 한 축인 송파구에서도 송파 병에 출마한 더민주 남인순 후보가 새누리당...
목, 2016/04/14- 07:05
16
0
김을동 새누리당 후보(서울 송파구 병)는 14일 20대 총선 선거 개표 결과 50,212표로, 56,771표를 얻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뒤쳐져 3선에 실패했다. 김을동 후보는 아들 송일국의 적극적인 지원엔 힘입어 유세활동을...
목, 2016/04/14- 06:25
60
0
4·13 총선 서울 송파병에 출마한 새누리당 김을동 후보의 아들인 '삼둥이' 아빠 탤런트 송일국 씨가 1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리에서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씨는 김 의원의 유세 현장에 나타나 마이크를...
목, 2016/04/14- 10:58
12
0
특히 서울은 지역구 여성 출마자 13명 중 12명이 금배지를 달아 여성 정치인의 파워를 과시했다. 추미애 당선인... 이밖에 나경원(동작구을), 이은재(강남구병), 박인숙(송파구갑), 박순자(경기 안산단원을), 김정재(경북...
목, 2016/04/14- 10:41
14
0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지역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까지 돌리며 적극적인 지원 사격에 나섰던 배우 송일국의 어머니인 새누리당 서울 송파구병 김을동 후보는 39.7%(5만212표)의 득표율로, 44.9%(5만6771표)의 득표율을 기록한...
목, 2016/04/14- 10:36
155
0
지난 13일 진행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서울 송파구 병에 출마한 김을동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남인순 후보에게 5.2% 뒤져 3선에 실패했다. 김을동 후보는 이번 총선에선 승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었다. 인지도가...
목, 2016/04/14- 10:25
89
0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14일 0시 30분께 서울 송파구 거여동 송파병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송파 엄마 지지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email protected]
목, 2016/04/14- 09:33
9
0
서울 송파구병에서는 김을동 최고위원이 39.7% 득표로 더민주 남인순 당선인(44.9%)에게 뒤졌다. 서울 마포구갑에서도 더민주 노웅래 당선인이 51.9%의 득표율로 대법관 출신의 새누리당 지명직인 최고위원인 안대희 후보(33.2%)를...
목, 2016/04/14- 09:00
20
0
(서울=NSP통신) 강은태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표한 제20대 총선 49개 서울지역 당선자는 더불어 민주당... 이은재 ▲송파구갑 새누리당 박인숙 ▲송파구을 더불어민주당 최명길 ▲송파구병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목, 2016/04/14- 14:11
45
0
서울 서초갑을 포함해 6개 지역구에서 여성 의원을 배출하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혜훈 당선자는 5만4,116표(57%)를 얻으며 이정근 더민주 후보를 꺾었다. 나경원(동작구을), 이은재(강남구병), 박인숙(송파구갑), 박순자...
목, 2016/04/14- 11:41
6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