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토렌트와 저작권: ‘98% 다운로드’ 사건 –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 인터뷰

지역

토렌트와 저작권: ‘98% 다운로드’ 사건 –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 인터뷰

익명 (미확인) | 화, 2016/08/23- 18:06

토렌트와 저작권: ‘98% 다운로드’ 사건 –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 인터뷰

글 | 민노씨(슬로우뉴스 편집장)

 

“(…)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구지방법원 2016. 7. 6. 선고 2015고정858판결 중에서

화두는 ‘토렌트’다. 저작권자 대다수에게 토렌트는 ‘불법의 온상’이고, 향유자 대다수에게 토렌트는 디지털 ‘문명의 이기’다. 이제 토렌트는 인터넷이 삶의 공간으로 자리한 네티즌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만큼 저작권자의 불안은 커진다. 생산과 소비, 창조와 향유, 이 좌우의 날개가 조화를 이룰 때 문화는 융성하고, 창작자와 향유자는 서로를 존중하며 상생할 수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최근 토렌트 이용자를 상대로 한 저작권 침해 형사 소송에서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2016년 7월 6일 대구지방법원).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고, 따라서 이 사건은 확정됐다.

 

사건 개요: 

다수의 소설 저작물을 압축한 압축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게 하는 토렌트 파일을 이용하여 해당 파일을 98%까지 다운로드 받은 피고인이 저작권자의 복제권 및 전송권을 침해했는지 여부. 법원은 피고인의 무죄를 선고. 검찰은 항소 포기. 사건은 확정. (→ 판결문 전문)

이 사건을 담당한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에게 이번 사건과 판결의 의미를 물었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 시대의 화두, ‘토렌트와 저작권’에 관해 한 번 더 생각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토렌트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 일문일답>

 

-쟁점을 간단히 설명하면. 

쟁점은 두 가지다.

쟁점 1. 압축 파일이 98% 다운로드 완료되었다는 캡처 화면으로 다수의 소설 저작물 중에 저작권자의 소설 저작물의 복제가 완료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그렇게 볼 수 없다.) 

쟁점 2. 토렌트 송수신의 특징상 다운로드와 동시에 일부 패킷이 송신되는데, 98% 다운로드 되었고, 고소인이 그 중 일부 패킷을 수신할 수 있었다면, 이를 해당 소설 저작물에 대한 전송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그렇게 볼 수 없다.) 

 

-법원이 피고인(토렌트 이용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풀어 달라. 

이 사건에서 토렌트 이용 자체가 저작권 위반이 아니라고 법리적으로 결론 난 것은 아니다. 다만 법리적으로 다툼이 큰 쟁점임에도 유죄 인정에 필요한 충분한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아래 판결 내용에서 알 수 있듯, 유죄 인정은 증거에 의해 엄격하게 확인돼야 하므로 법리적으로는 당연한 결론이다.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토렌트 이용시 업로드 제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고소인이 피고인으로부터 수신한 패킷이 매우 미미했다. 고소인은 본인의 소설 저작물만 특정하여 다운로드를 요청했지만, 본인(저작권자)의 소설 저작물의 용량을 넘어서는 분량의 패킷을 수신하였다는 점이 무죄 판단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안이 좀 복잡해 보인다. 사실 관계를 좀 더 풀어달라. 

고소인(저작권자)의 핵심 주장은 자신의 저작물을 피고인(토렌트 이용자)이  토렌트 상에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올렸다는 것이다. 그 파일은 여러 저작물이 포함된 압축파일 형태였다. 그런데 토렌트에서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때는 여러 파일의 압축 파일이라고 하더라도 개별 파일을 선택할 수 있다. 고소인(저작권자)는 해당 압축파일 중 자신의 저작물만 선택해서 다운로드했다. 그래서 패킷을 나에게 준 사람(피고인)이라면, 본인의 저작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저작권

이 사건에서 피고인(토렌트 이용자)은 업로드 제한 설정을 한 상태였는데, 그래서 최종적으로 피고인을 통해 고소인(저작권자)에게는 전달된 파일 용량은 약 8mb에 불과하다. 해당 저작물의 전체 용량은 약 485mb다. 저작권자는 다섯 번에 걸쳐 다운로드를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피고인에게 받은 8mb를 포함해서) 다운로드한 용량은 500mb였다. 즉, 자신의 저작물 용량인 485mb를 초과해서 받았다.

그래서 초과된 저작물의 패킷(500-485=15)만큼은 다른 저작물일 확률이 있고, 게다가 피고인에게 받은 패킷은 극히 저용량이며, 사실이 이렇다면, 저작권자가 받은 피고인의 파일에 저작권자인 자신의 저작물만 있다고 확정할 수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한마디로 말해, 저작권의 저작물 용량인 485mb를 초과해서 받은 15mb 중에 피고인에게 받은 8mb가 전부 포함될 수도 있다. 즉, 저작권자의 저작물 정보가 아닌 패킷을 받았을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변호인으로서 피고인이 저작권자의 저작물을 가지고 있다고 확증할 수 없다는 점을 변론했고, 법원은 이런 사실관계를 살핀 뒤에 무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이 ‘리딩 케이스’ 역할을 할까. 판례 변경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우선 같은 취지의 선행 판결이 이미 창원지방법원에서 있었고, 이번 판례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일종의 리딩 케이스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단순히 IP주소 등 캡처 화면만을 증거로 제출하는 고소 사건 대부분은 기소조차 어려울 것으로 본다.

다만, 이 사건은 특이하게 다수의 저작물을 압축한 파일을 패킷으로 송수신한 것이어서 추후에 하나의 저작물에 대한 사건이라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즉, 하나의 저작물이 문제된 경우에는 이 사건과 달리 본격적으로 토렌트 이용에 대한 법리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법적 쟁점 외에 이번 사건을 ‘저작권 삥뜯기’(합의금 장사)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보나. 

이 사건에서 고소인(저작권자)는 피고인에게 형사 고소와 관련하여 별도로 합의금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이른바 ‘저작권 삥뜯기’ 사례로 보기에는 어렵지만, 저작권자 스스로 토렌트를 이용한 패킷 송수신에 참여했기 때문에 일종의 ‘기획 소송’에 해당한다고 본다.

저작권 폭탄

-기획 소송? 

기획 소송은,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하면, ‘함정 수사’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토렌트 파일 유통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토렌트 시스템 자체에 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데, 저작권자 스스로 다운받아 토렌트 하면서 접속한 사람들의 IP로 고소했다. 저작권자가 전송에 참여하지 않고, 제3자를 통해 증거를 수집해 소송에 참여했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직접 참여해서 토렌트 이용했다는 점에서 기획 소송에 해당한다고 본다.

 

-끝으로 독자에게. 

최근 몇 년 사이에 토렌트 파일을 대규모로 유통하는 해외 홈페이지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운영이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토렌트를 이용한 저작권 침해는 이를 대규모로 유통하는 홈페이지에 대한 문제 제기로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이용자에 대한 기획 고소의 부당함과는 별개로, 이 판결로 인해 토렌트 이용에 대한 면죄부가 주어진 것은 아니므로 이용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6.08.23.)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인터넷은 서로가 서로의 메시지를 품앗이로 전달해줌으로써 누구나 무료로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각자가 메시지 전달에 돈을 받으려거나 메시지 내용에 조건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이 상부상조의 약속인 ‘망중립성’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위협받고 있습니다. 5G폰을 왜 지금 사면 안되는지, 인터넷은 왜 전화나 우편에 비해 무료인지, 인터넷은 왜 “쓴 만큼 내는 것”이 아닌지, 왜 한국 인터넷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는지, 왜 국내에서 넷플릭스와 페이스북 접속속도가 느린지 등등 실생활의 궁금증을 해소하면서 망중립성을 이해할 수 있는 만화를 소개합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오픈넷 이사)

[망중립성 특별기획 웹툰 1] 라이즈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

목, 2020/09/03- 00:19
3
0

이 글은 2020. 11. 5.(목)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4 간담회실에서 ‘공익제보와 개인정보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발제문의 요약문입니다. https://opennet.or.kr/18973 

개인정보보호법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만 생활과 행복추구에 긴요한 서비스나 재화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의 향후 이용이나 제3자제공을 미리 제한할 협상력이 없을 정도로 개인정보처리자와의 힘의 비대칭에 놓인 정보주체를 ‘정보감시’ 또는 정보감시의 가능성으로부터 오는 ‘위축효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법제로서 정보주체에게 자신에 대한 모든 정보에 대해 소유권과 유사한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짜로 하고 있다. 

  한편 법이 원래의 목적에 부합하게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개인정보처리가 정보주체의 통제권 하에 놓여지면 도리어 힘없는 개인정보주체들이 표현의 자유나 알 권리를 통해 행사할 수 있는 저항권이 제한되므로 정보주체의 통제권을 정교하게 재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개인정보보호법제들은 첫째 GDPR 및 GDPR이행입법들의 상당수는 공익 및 정당한 이익을 위해 정보주체의 동의가 없는 정보수집 및 제3자 정보제공을 허용하고 둘째 단순히 제도권 언론의 취재보도만을 면책시키는 것이 아니라 언론 “목적”의 정보처리에 대해서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제3자가 언론에 제보하는 행위도 예외에 포함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은 특히 공익제보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3자제공, 언론목적 정보처리, 개인정보처리자의 해석 등에 있어서 국제기준에 비추어 개정해야할 필요가 있다. 


우리법 
수집이용
우리법
3자제공
GDPR (수집, 이용, 3자제공)
타법률 O O O (4c)
공공기관업무 O O O (4f)
계약이행 O X O (4b)
정보주체보호 O O O (4d)
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
O X O (4f)
공익보호 X X O (4e)

개인정보보호법 제58조(적용의 일부 제외)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개인정보에 관하여는 제3장부터 제7장까지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 . . .4. 언론, 종교단체, 정당이 각각 취재·보도, 선교, 선거 입후보자 추천 등 고유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집·이용하는 개인정보

GDPR의 경우 다음과 같이 주체를 한정하지 않고 “언론 목적의. . 처리(processing for journalistic purposes)”에 대해 표현의 자유 및 정보의 자유와의 화합을 도모하도록 개별국가가 법제화를 하도록 의무화하고(“shall”) 있음.

Article 85 Processing and freedom of expression and information 

1. Member States shall by law reconcile the right to the protection of personal data pursuant to this Regulation with the right to freedom of expression and information, including processing for journalistic purposes and the purposes of academic, artistic or literary expression.

수, 2020/11/18- 02:43
3
0

글 | 황성기(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장)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나 사업자 중에서 정보나 콘텐츠를 직접 제작·제공하는 자가 아닌 정보의 전달을 ‘매개’하는 서비스의 제공자를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 혹은 정보 매개자(Internet intermediary)라 부른다. 각종 인터넷 포털, 검색엔진, 메신저, SNS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대부분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 해당한다.

현행법에서는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 혹은 정보 매개자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는 않지만, 정보통신망법 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정보의 제공을 매개하는 자’, 저작권법 상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 중 ‘이용자들이 정보통신망에 접속하거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저작물 등을 복제·전송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그를 위한 설비를 제공 또는 운영하는 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여기서 자신이 매개하는 정보나 콘텐츠가 음란하거나 명예훼손, 혹은 저작권 침해 등의 불법정보에 해당하는 경우, 그 정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는 져야 할까? 자신이 매개하는 정보가 음란하거나 명예훼손, 혹은 저작권 침해 등의 불법정보에 해당하지 않는지를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는 일반적‧상시적‧적극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할 의무를 져야 할까? 등의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우선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아도, 일반적‧상시적‧적극적 모니터링 의무를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게 법적으로 부과하는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게 일반적‧상시적‧적극적 모니터링 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우려해서이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 대해서 일반적‧상시적‧적극적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면,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는 본질적으로 자신의 법적 책임과 관련하여 애매모호한 정보는 모두 삭제를 하려고 하거나 할 수밖에 없는 소위 ‘사적 검열’을 하게 된다. 따라서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책임이나 의무의 과도한 부과는 결과적으로 위축효과를 유발해,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를 매개로 유통되는 정보의 ‘총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그 사회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총량’에 영향을 주게 된다.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규제를 시도할 때 항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불법정보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며, 그러한 불법정보를 인지하기 위해 모든 게시물을 일반적‧상시적‧적극적 감시할 의무가 없다는 원칙이 국제적으로 확립되어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법안에는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재화 등에 관한 정보 교환을 매개하는 경우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각종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내용이 있는데, 이러한 의무가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게 일반적‧상시적‧적극적 감시의무를 법적으로 부과하는 것으로 해석될 위험성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왜냐하면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들은 플랫폼을 통해 재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내용과 형태의 정보를 공유하는데, 그 정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한 각종 예방 책임과 의무를 지우게 되면, 재화 등에 관한 정보의 교환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교환되는 정보가 불법정보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일반적‧상시적‧적극적으로 감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관련 규제정책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은 항상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특히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규제를 시도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 이 글은 IT조선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1.07.13.)

화, 2021/07/13- 20:29
3
0

글 |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리나라의 방역 및 대응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모범적인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코로나 대응전략은 투명성, 개방성, 민주성 등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이러한 전략의 수행과정에서 개인정보의 활용은 필수적이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후에 우리나라의 감염병 예방에 관한 전반적인 시스템을 반성적으로 회고하고 성찰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비록 현재까지는 세계적인 모범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100점 만점짜리 전략이나 시스템은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향후 시스템의 점검 및 개선에 있어서는 감염병 예방을 포함한 공중보건시스템과 개인정보를 포함한 프라이버시 보호의 문제를 균형있게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감염자의 과거 위치정보를 국가기관이 제공하는 확진자 동선(이동경로) 공개 정책과 자가격리자의 격리장소로부터의 이탈 방지 및 감시를 위한 손목밴드 착용 강제 정책의 문제를 한 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확진자 동선 공개 정책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주의 이상의 위기경보가 발령되면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 국민들이 감염병 예방을 위하여 알아야 하는 정보를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 여기서 공개되는 정보에는 개인정보가 포함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개인정보는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를 의미하고, 성별, 연령,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등은 서로 결합되어 개인을 식별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개되는 개인정보의 범위이다. 예컨대,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와 날짜 및 시간대만 공개하면 되지 성별, 연령 등 개인을 구체적으로 식별할 수 있게 하는 개인정보는 공개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의 의문이 제기된다. 독일에서 우리나라의 확진자 동선 공개 정책과 비슷한 제도의 입법을 논의하다가 프라이버시 침해를 이유로 중단하고, 감염자의 휴대폰에 근접한 휴대폰에 자동으로 경고신호를 보내주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민이 엿보인다.

다음으로 자가격리자의 격리장소로부터의 이탈 방지 및 감시를 위한 손목밴드 착용 강제 정책이다. 손목밴드 착용 강제 정책도 피부착자의 위치와 이동경로 등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피부착자를 24시간 감시할 수 있도록 해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갖고 있다. 문제는 현재 법적인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손목밴드 착용 강제는 불가능하다. 문제는 법률을 개정해서 도입하는 경우에도, 그 정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여전히 남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자가격리 처분에 따르지 아니한 자에 대해서는 이미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처벌 수준이 너무 낮은 것이 아니냐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에 더해서 손목밴드 착용 강제까지 추가하는 것은 프라이버시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문제제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목밴드 착용 강제 정책이 제안됐을 때부터, 빅 브라더의 출현을 가능케 할 수 있는 강력한 시민통제장치들의 도입 유혹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분명히 존재했다.

결국 확진자 동선 공개 정책과 손목밴드 착용 강제 정책의 문제는 전체주의적 감시체제의 강화, 시민의 자유와 권리 수호 사이의 극단적인 대립 내지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라 하더라도 감염병 예방을 위한 개인정보의 활용 방식 및 범위와 관련해 고민하게 하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보다 심도있는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아시아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5.08.)

목, 2020/05/14- 20:15
2
0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역사는 항상 희극과 비극이 섞여 있는 회색 덩어리 같은 것이다. 역사로부터 배운다는 말은 보통 역사의 비극에 초점을 두고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상징한다. 그런데 비극으로부터 배우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면 비극에 갇혀 있을 수도 있다. 공산주의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의만으로 가득 찬 사회는 자본주의의 착취로 나아갈 수 있고, 그 반대 벡터도 가능하며 양극단 사이에서의 진동이야말로 진정한 비극이 될 것이다. 비극의 관점에서만 역사를 볼 것이 아니라 비극이 실현되지 않은 경우의 수들, 즉 희극도 엄연히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칭했다고 하여 명예훼손 유죄가 선고되었다. 과거에 공산주의자라는 칭호가 국민들에게 씌웠던 누명과 천형을 생각하며 종북몰이에 대한 경계심을 갖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필자도 수년 전 이정희 의원에게 ‘종북’이라고 불렀다고 해서 민사 손해배상 판결이 난 것에 대해서 ‘국가보안법의 역습’이라고 자위했다. 진보적인 인사들이나 독재에 순응하지 않은 사람들을 부당하게 처벌하고 심지어는 정치에 무관한 사람들을 간첩으로 엮었던 역사를 생각해본다면, ‘종북’ 칭호는 상대를 공공의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며 맹목적인 반공 사회의 사법적 피해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라고 볼 수 있었다. 분단사회의 질곡이라는 역사로부터 배우려면 저런 판결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공산주의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역사의 비극으로부터 너무 많이 배우려다가 역사의 비극 속에 갇히는 사례가 될 것이다.

명예훼손 형사처벌은 세계 각국에서 사문화하거나 폐지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명예란 도대체 무엇인가? 불특정 다수가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평가의 집합, 곧 평판이다. 평판은 나를 고찰하는 사람의 사상과 의견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내가 통제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내가 아무리 천사처럼 살아도 아무런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할 수 있다. 그런데 내 평판이 훼손되었다고 해서 훼손의 씨앗이 된 말을 한 사람의 신체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비례성에 어긋난다. 민사 손해배상으로 한정되어야 한다. 더욱이 명예훼손이 형사처벌의 형태로 존재하면 기소와 압수수색만으로도 피의자들의 삶을 피폐화할 수 있는 검찰은 쉽게 권력 연장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역사의 희극은 더 이상 종북몰이가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민중은 완전히 승리하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승리했다. 역사는 항상 그런 것이다. 그런데 역사의 비극, 즉 분단사회에서 진보 인사들이 받은 핍박에만 매몰되어 종북 발언, 공산주의자 발언을 형사처벌까지 하려고 든다면 그 역사의 다른 면에 갇힐 수밖에 없게 된다. 이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유지된다면 이제 문재인 정권을 ‘독재’라고 불러도 나를 포함한 문재인 정권 지지자들은 할 말이 없게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제 ‘공산주의’를 포함한 다른 진보적인 사상들, 즉 사회주의 등등은 우리 사회가 절대로 언급해서는 안 되는 극악의 지표로 남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판결을 절대로 진보적인 판결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이다.

명예훼손으로 법정 구속된 종편 출신 송아무개 기자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송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수위는 송의 디지털스토킹이 불러왔을 피해자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피해자가 송의 ‘만행’을 먼저 알렸다면 피해를 막지 못했을까? 혹시 알리지 못한 이유는 거꾸로 송으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를 당할 위험 때문 아니었을까? 우리가 피해자가 겪은 비극으로부터 배우려는 자세에만 매몰되어 형사처벌을 통한 검열에만 심취한다면, 소비자들의 이용후기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죄 없는 기업들의 블랙컨슈머리즘에 대한 고발도 같이 위축될 것이다. 역사로부터 배운다는 말은 항상 반만 옳다.

이 글은 한겨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9.03.)

금, 2020/09/04- 21:10
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