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나라 재벌이 운영하는 호텔들은 왜 하나같이 샥스핀을 판매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재벌이 운영하는 호텔들은 왜 하나같이 샥스핀을 판매하고 있을까?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email protected])
호텔은 물, 에너지 등 자원을 매우 많이 소비하는 시설이다. 그래서 많은 호텔들이 친환경 호텔이 되려고 무척 애를 쓴다. 반환경적인 시설이라는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위한 이미지 개선이 목적일 수도 있지만, 물자를 절약하면 자신들의 영업이익에도 도움이 된다.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스스로 먼저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것이 좋다는 호텔업계의 현명한 판단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상어 보호운동과 샥스핀 요리 금지 캠페인이 확산되면서, 샥스핀의 주요 소비 장소 중 하나인 고급 호텔의 동참은 무척 중요한 과제였다. 샥스핀 요리 판매 금지로 인한 영업 손실 때문에 참여를 기피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많은 국제적인 호텔들이 적극적으로 샥스핀 금지 운동에 동참하였다. 2011년 11월 아시아에서 가장 명망이 높은 호텔 체인인 페닌슐라(Peninsula)가 더 이상 샥스핀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12년 말에는 힐튼(Hilton) 호텔 체인이 모든 호텔과 음식점에서 샥스핀을 메뉴로부터 삭제하였다. 2014년에는 그동안 특별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판매하던 것도 전면 금지하였다. 메리어트(Marriott) 호텔 체인 역시 2014년부터 전면적으로 샥스핀 요리를 금지시켰으며, Starwood Hotels & Resorts Worldwide의 1,200여 개 호텔도 같은 해에 샥스핀 금지에 동참을 선언하였다. 호텔 업계의 환경이나 동물보호 인식이 남다른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샥스핀 판매로 인한 작은 영업이익에 집착하다가 자기들이 쌓아 올린 친환경 이미지가 유행어처럼 ‘한방에 훅 갈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상어 지느러미 어업은 워낙 잔인하고 야만스러운데다가 여러 종의 상어들이 멸종 위기종이어서, 샥스핀은 특급 호텔들의 평판에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 [caption id="attachment_165420" align="aligncenter" width="640"]
샥스핀 판매에 가장 적극적인 한화그룹의 더 플라자호텔(출처:플라자호텔 홈페이지)[/caption]
최근 환경연합이 서울 지역의 특 1급 호텔 26곳을 조사하였더니 14곳은 판매를 하지 않고 있었으나, 12개 호텔은 아직도 샥스핀 요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메리어트, 힐튼, 하얏트 등 국제적인 체인 호텔들은 상어 보호운동과 샥스핀 요리에 대한 국제적 비난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샥스핀 요리를 금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표적 재벌그룹인 삼성(신라호텔), 롯데(롯데호텔), 한화(더 플라자호텔), SK(워커힐호텔), 신세계(웨스틴 조선호텔) 그리고 유력 언론그룹인 조선일보(코리아나호텔) 등에서 운영하는 호텔들은 우연인지 모르나, 하나같이 샥스핀을 판매하고 있었다. 샥스핀 금지에의 동참 요청에 대해서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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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은 여러 개의 호텔에서 샥스핀을 판매하고 있다(출처:롯데호텔 홈페이지)[/caption]
많은 나라의 사례를 보면 사냥터 보호 등 엉뚱한 동기도 없지 않았지만, 보수적인 성향의 왕실이나 귀족들이 자연보호와 동물보호운동에 더 적극적이었다. 자기 유산을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하는 사례도 많았다. 시장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의 환경이나 동물보호가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보다 못하다는 증거도 들은 바 없다. 멸종위기종 보호, 동물학대 금지 등이 대기업이나 보수언론이라고 해서 반대하는 가치일리가 없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재벌이나 보수언론은 샥스핀 판매 같은 일까지 국민들을 창피하게 만드는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국제 동향을 전혀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인지, 아니면 영화 ‘제보자’의 대사처럼 사회여론이나 국민들을 우습게보기 때문인지 궁금하다.
우리나라의 최고의 재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병역비리, 탈세, 성 추문 등 온갖 추문은 끊임없이 많다. 그들이나 그들이 운영하는 기업이 국제적인 추세에 맞춰 환경보호나 동물보호에 동참했다는 미담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고도 국민들이 부자에 대한 반감이 높아서 걱정이라는 말이 과연 성립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기대할 수 있기는 커녕, 아직도 천민자본주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해서 나라의 앞날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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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스러운 눈동자를 가진 환도상어, 특히 지느러미가 길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장재연[/caption]
여러 종의 상어가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으로 공식 지정되어 규제를 받고 있고, 지느러미만 채취하는 상어 어업도 많은 나라에서 금지되었다. 많은 국제적인 항공사들이 샥스핀 수송을 거부하는데 동참하고 있다. 샥스핀의 수출입이나 판매 과정이 합법적으로 또는 위생적으로 진행되기 쉽지 않아졌다는 뜻이다.
샥스핀마다 CITES(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서 규제하고 있는 상어종의 지느러미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제대로 합법적으로 채취되고 운송된 것인지를 감사하거나 수사하면 법에 저촉되는 것이 많을 수 있다. 설사 동물보호에 조금의 관심이 없더라도, 이렇게 문제가 많은 샥스핀은 판매하지 않는 것이 속 편하지 않을까 싶다.
국내 재벌들이 운영하는 호텔들도 지금이라도 국제적인 호텔들처럼 상어 보호 운동에 동참하기를 권고하고 싶다. 그들도 샥스핀 요리를 전면 금지한 것은 5 년 이내로 얼마 안 된다. 이제라도 얼른 한국 재벌 특유의 속도전 역량을 발휘해서, 빨리 따라가기를 바란다.
| <환경운동연합 조사 결과> – 샥스핀을 판매하고 있는 서울지역의 특1급 호텔(12개) 롯데호텔 서울, 롯데월드 롯데호텔(롯데그룹), 신라호텔(삼성그룹), 더 플라자호텔(한화그룹), 쉐라톤그랜드 워커힐호텔(SK), 웨스틴조선호텔(신세계그룹), 코리아나 호텔(조선일보), 인터컨티넨탈호텔서울 코엑스, 메이필드호텔,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파르나스, 그랜드앰버서더,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 |

2023.9.2.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2차 범국민대회에 참가중인 시민들. 이날 약 5만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쓰레기를 주워 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절대로 값지고 좋은 물건은 쓰레기로 나오지 않습니다. 길에 버려진 쓰레기는 무조건 더 이상 필요가 없고, 더럽고 누구나 피하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팔아서 돈이 되는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게 처치하려면 종량제 봉투를 사던지, 폐기물 신고를 하던지 비용을 내가 부담해야 합니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도 이런 쓰레기의 본질과 맥을 같이 합니다. 일본 정부에게 득이 되고, 팔아서 돈이 되고, 효용가치가 있는 것은 절대 버려지지 않습니다. 가지고 있기 싫고, 더럽고, 빨리 눈 앞에서 사라지게 하고 싶은 것을 버리는 데, 그 종량제봉투의 값이 최대한 적게 드는 방식을 선택한 것입니다. 지구 상에서 가장 거대한, 더 이상 큰 사이즈가 없는 종량제봉투입니다. 바다입니다.
저는 이번 방사능 오염수의 방류로 진짜 무슨 심각한 인간 건강에 위해가 일어나길 바라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세계인 중 단 한명이라도, 바다에 사는 온갖 동식물들 중 한 존재라도 이번 오염수 투기의 악영향을 받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지만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면서 이 쓰레기가 단 한 존재도 해치지 않기를 바란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그러려면 애초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았어야 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육상에서 이 폐기물을 처리하고 감당했어야 합니다. 그 정도의 부담도 지지 않으려면 원자력발전소를 지으면 안 됩니다. 원자력의 혜택은 있는대로 다 누리면서, 원치 않는 사고가 났을 때의 뒷감당은 해당 지역 주민이나 아무 관련도 없는 다른 나라 국민들에게 나누어 지자고 하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백번 양보해서 국제정치의 원리가 슬프게도 오로지 힘과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만 지배되니, 일본 정부는 자국의 이득에만 눈이 멀어 해양투기 결정을 내렸구나하고 쳐봅시다. 더 어이가 없는게, 우리나라 정부의 대처입니다. 8/31일자 KBS뉴스에도 나오던데, 우리 정부가 수산물 활성화를 위해 800억원을 투입한다고 합니다. 이건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30여년에 걸친 오염수 방류가 우리 나라의 관련 산업과 국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많은 금액의 세금을 투입해야 할겁니다. 그런데 이런 세금 투입이 대체 누구 때문에 시작 된겁니까? 왜 일본의 쓰레기 투기를 위해서 우리가 이런 엄청난 감당을 해야하는 지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됩니다. 오염수 방류에 문제제기를 하는 국민들을 싸잡아서, 괴담을 만들어낸다느니 불안감을 조장한다느니 비난하는 것이 나라의 지도자가 할 일은 아닙니다. 왜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는지, 그것을 해소하려면 어떤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하는지 고민하고 현명한 방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지도자와 집권당이 해야 할 책무입니다. 대통령은 절반의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대통령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정말로 더 걱정되는 건 이번 오염수 방류가 끝이 아닐까봐입니다. 나쁜 선례라는 말이 있죠. 법에서도 앞선 비슷한 사례들에서 어떤 판결이 실제로 내려졌던지가 현재 사건의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넘어 열대화가 되어 간다고 유엔 사무총장이 말할 정도로, 우리는 이미 이상기후가 일상이 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든다 해도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상당기간 우리는 해수면상승, 이상 기후의 빈번한 발생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지금 대한민국을 포함해,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 하고 있는 탄소절감 실천을 보면 지금 당장 온실가스 제로가 되긴 틀렸습니다. 지금처럼 탄소배출량을 신나게 늘려가다가는 북극곰 걱정할 것이 아니라, 당장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저는 다가올 해수면 상승과 폭염, 폭우, 잦은 태풍, 해일, 산불, 토네이도 같은 극심한 이상기후현상들이 지금껏 우리가 해변에 잔뜩 지어놓은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 정말 염려됩니다. 일본이 지진대비 강국이라고 자처하지만, 자연의 움직임 앞에 그 원전이 무력하기 짝이 없던 것을 생각해보십시오. 일본 탓만 해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전 세계에 현재 운전중인 원전만 422기, 건설중과 계획중인 것 까지 합하면 583기에 달합니다. 그 중 절대적으로 많은 숫자가 해안에 위치합니다. 우리 나라의 운행중인 한울, 월성, 새울, 고리, 한빛원전들. 한결같이 바닷가에 딱 붙어 있습니다. 우리는 제2, 제3의 후쿠시마를 잠재적으로 안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이번 오염수 방류에 어떻게 대처하는 지가 정말 중요한 시험대인 것입니다.
위험성을 정확히 알 수 없으면 안전하다고 하는 자와, 안전성을 정확히 알 수 없으면 위험하다고 하는 자의 싸움. 언뜻 보면 논리 싸움인 듯, 힘의 대결인 듯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순간에도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논리에서, 힘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우리의 생명과 안전과 행복 그리고 자유를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공교롭게도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2011년에 일어난 또 하나의 비극,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우린 기억합니다. 그때도 환경부 그리고 옥시와 같은 제조사들은 법적 문제가 전혀 없는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거라고 초반에는 아주 당당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결론이 났습니까? 673명이 사망하고 총 피해자가 7800여명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훗날 인류에게 이런 구체적인 피해자 수치를 만들어 준 계기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더 보수적으로 좀 더 보수적으로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국민의 기본적인 건강과 안전, 행복에 대한 추구의 권리를 옹호하고 보호해주는 나라가 되길 바라는 것입니다. 제 꿈이 너무 야무진가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가 벌써 12년 전의 일이란 것이 새삼스럽습니다. 지금 우리를 이 자리에 불러모은 방사능 오염수의 방류라는 사건이 없었다면, 우리의 기억 속에서 12년전 그 끔찍했던 날은 조용히 시간의 지층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일본 사고 현지의 주민들과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들은 여전히 고통이 현재형이겠으나, 적어도 일본국민이 아닌 다른 나라 보통 사람들의 시선은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원자력발전의 음영이 이렇게나 짙다는 것을 우리는 일상에서 너무 쉽게 잊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방류를 진절머리 나게 반대하고, 분통터지는 여기에 모인 우리라 하더라도 원자력발전의 어두움 앞에서 남 탓만을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추구해 온 소비와 성공과 눈부신 경제적 번영 아래에는 핵 오염수와 미세플라스틱과 불에 탄 숲속 동물의 사체가 뒤엉켜 흐르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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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9.2.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2차 범국민대회에 참가중인 시민들. 이날 약 5만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빌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계획이 일본 정부에게 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그 시점부터 방류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보이고 운동에 함께 하지 못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을 고백합니다. 저의 마음 깊숙이 자리했던 무력감, 어차피 아무리 반대해도 대통령이, 일본 정부가, 국제기구가 정한대로 흘러갈 거라는 허탈한 심정. 그것이 진작에 여러분과 함께 적극적인 행보를 걷는 것을 방해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여기에! 여러분과 함께 있고 저의 속마음을 충분히 내보였으니, 이젠 더 많은 친구들과 만나서 함께 쓰레기를 주우며, 우리가 만들어 갈 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인생은 짧고 운동은 길다. 여러분 힘내서 함께 걸어갑시다!!
(이 글은 2023.9.2.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2차 범국민대회에서 발언한 내용입니다)

©YTN[/caption]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은 정부의 피해 인정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가해기업들에 입증 책임을 지우며, 배ㆍ보상 규모와 절차를 개선해 달라는 내용으로 피해구제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 ⓒ 남소연[/caption]
▲3일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구제법 통과를 촉구하는 1인시위가 진행되었다. ⓒ 환경운동연합[/caption]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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