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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소송의 끝은 계약직? 공기업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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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소송의 끝은 계약직? 공기업의 ‘꼼수’

익명 (미확인) | 금, 2016/08/19- 19:10

지난 6월 23일, 대법원은 한전KPS 하청업체 근로자 40명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한전KPS가 파견법을 위반했고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확정 판결했다.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이다.

그러나 지난달 14일, 한전KPS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2년 계약직으로 일한 뒤 2년 후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합의서를 제안했다. 한전KPS는 이들이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하지 않고 보조 업무를 했기 때문에 무기 계약직으로 채용한다는 것이다.

▲ 한전KPS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제시한 합의서

▲ 한전KPS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제시한 합의서

그런데 한전KPS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정규직들과 똑같은 송전선로 관리, 유지, 보수 업무를 맡고 있다. 보통 25m, 최대 185m에 달하는 송전탑에 올라 작업을 한다. 하청노동자들은 이 송전탑 위에서 맨몸으로 고압선 사이를 오가며 전선 상태를 점검하는 위험한 업무이기 때문에 보조 업무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 송전선로 유지보수 업무는 보통 25m, 최대 185m 정도의 송전탑 꼭대기에서 이뤄진다.

▲ 송전선로 유지보수 업무는 보통 25m, 최대 185m 정도의 송전탑 꼭대기에서 이뤄진다.

실제로 한전KPS의 주간업무계획을 보더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혼재로 근무해 왔던 것이 확인된다. 공기업인 한전KPS가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은 채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8월 2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한전 KPS측에 직접 고용과 관련해 적극적인 이행을 하도록 권고까지 했다.

▲ <목격자들>에서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정규직과 하청 노동자들이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 <목격자들>에서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정규직과 하청 노동자들이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소송을 담당한 권두섭 변호사는 “한전KPS가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배치되는 내용으로 합의서를 들이밀어 사인을 하면 나중에서 합의서가 법적으로 효력을 갖게 되니까 그걸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도 비슷한 꼼수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26일, 대법원은 울진 핵발전소에서 일하다가 해고된 8명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한수원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했기 때문에 이들이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인정했다. 6년 간의 소송 끝에 나온 판결이었다.

그러나 한수원은 이들을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 복직시켰다. 게다가 8명 중 5명은 연고가 없는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나 십여년 간 생활 터전을 잡아온 울진을 떠나야 했다.

이번에 양양에 있는 양수발전소 무기계약직으로 발령난 전병호 씨는 “한수원의 부임명령을 듣지 않고 출근을 하지 않으면 무단 결근으로 해고를 당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한수원의 부임 명령에 대해 응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이미 6년의 세월을 해고 당했기 때문에 가족들과 자신이 받을 피해를 잘 알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취재작가 곽이랑
글구성 고희갑
연출 박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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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에게 고용안정이란?

“저 취직했어요.”
부모님께 이렇게 말하면 가장 먼저 어떤 말을 듣게 될까? 아마도 이 말이 아닐까.
“정규직이니?”
2030세대도 마찬가지다. 친구가 “나 취직했어.”라고 한다면 정규직인지 아닌지, 즉 ‘안정적인 직장’인지부터 묻지 않을까?

청년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40만 명이 넘는 나라.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이 300대 1에 이르는 나라, 외국어고 전교 1등이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언론에 소개되는 나라, 노동계가 가장 크게 요구하는 일자리 정책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인 나라 대한민국에서 ‘고용안정’은 분명 최우선의 가치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과연 ‘고용안정’이란 의미는 어느 세대에게나 똑같을까? 첫 직장에 취업하면 정년까지 다니는 것이 당연하던 시대를 살아온 세대, 그리고 취업자 절반이 6개월 이내에 직장을 그만두는 지금 세대의 사이에서 그 의미가 같을 수가 있을까?

‘자비 없네 잡이 없어-2030세대 노동 이야기’의 첫 번째 주제로 ‘고용안정’을 정한 것은 그 차이를 짚어보고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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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촌르호봇G캠퍼스에 연구자 네트워크 8인 중의 3명이 모였다. 셋은 각각 20대 후반, 30대 중반, 30대 후반의 나이이고, 영리·비영리를 포괄하는 여러 조직에서 일해 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게 ‘정년보장’일까?

황세원 : 3인 토크 첫 주제를 ‘고용안정’으로 잡았는데요. 처음부터 다소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일에 대한 세대 간 시각 차이가 있다면 이 부분이 핵심이 아닐까 했어요. 정규직·대기업·공무원 등 우리 사회에 몇 안 되는 좋은 일의 보편적 기준들은 다 ‘고용안정’에 근거하니까요. 저도 언론사, 공공 업무를 하는 민간위탁기관, 비영리재단 등을 거치며 일해 왔지만 두 분은 더 다양한 조직 경험을 하셨는데요. ‘고용안정’ 측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정민 : 저는 고교 때부터 예술을 전공해서인지 ‘고용안정’을 기준으로 진로를 택해 본 적은 없어요. 그렇지만 안정성 높은 공공부문 직장을 경험해 봤더니 안정성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겠더라고요. 갑질 당할 일 없고, 어떤 일 하는지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고, 사회적으로 보호된 직종에서 일한다는 자체가 안정감을 주니까요. 또, 건강검진, 해외연수, 경조사비, 상조서비스 등이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모아 놓으면 생활에 굉장히 큰 차이를 만들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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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빛나 : 제 지인 중에도 경조사비 혜택 때문에 회사를 못 그만두겠다는 사람이 있어요. 그렇지만 그 점만 봐도, 사람들이 원하는 ‘고용안정’은 단지 안정적인 조직을 말하는 건 아닌 듯해요. 어떤 일을 안정적으로 하려면 개인의 안정성도 필수적이잖아요? 가정의 상황이 어떤지, 스트레스는 감당할 만한지, 급여가 만족스러운지 등등에 따라서 아무리 안정적인 직장도 도저히 다닐 수 없는 곳이 되니까요.

황세원 : 저도 그 점이 궁금해요. 고교 3학년도, 예순이 다 된 사람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게 우리 현실인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게 정말 ‘정년 보장’인가 하는 거죠. 저는 요즘 청소년이나 대학생 진로교육을 나갈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꼭 물어봐요. “지금 마음에 드는 직장에 들어갔다고 하면, 65세까지 다닐 수 있겠어요?” 하고요. 다들 황당한 표정을 짓죠. “왜 그래야 하는데요?” 반문하기도 하고요.

김정민 :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 시험이 가지는 의미는 ‘공정한 선발’ 아닐까요? 민간 부문에서도 비슷한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다면 이 정도로 쏠림이 심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황세원 : 정규직·비정규직의 문제도 정년 보장의 차원은 아닌 듯해요. 그보다는 ‘차별’이 있느냐, 갑질을 받느냐,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해고될 위험은 없는지의 차원 아닐까요? 무엇보다도 다음 단계로의 성장 가능성이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봐요.

안정된 직장에서도 느끼는 ‘공포’

김정민 : 사실 2030세대가 ‘고용안정’을 추구한다는 건 모순이에요. 앞선 시간에도 얘기했듯이 ‘밀레니얼 세대’는 자기 자신의 욕구를 늘 탐색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기를 원하죠. 그런데 ‘고용안정’이 되는 순간 이런 갈증을 포기해야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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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빛나 : 맞아요. 제가 참여한 ‘밀레니얼 프로젝트’(밀레니얼 세대의 공익활동을 이해하고 촉진하기 위한 연구)에서도, 이 세대의 퇴직 사유 중 가장 큰 것이 ‘내가 원하는 일의 의미와 가치에 맞지 않아서’이더라고요. 일에 대한 인식이 ‘단순히 직장에 다니는 것’에서 ‘나의 전문성을 활용해서 의미와 가치를 실현하는 것’으로 변해온 것이죠.

황세원 : 그렇지만 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이 공시생이라는 통계만 봐도, 2030세대 역시 현실적으로는 안정성에 얽매여 있는 것도 사실이죠. 한국 사회의 상황이 그런 다양성을 추구하도록 허용하지 않잖아요?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임금 차이는 점점 커지는데, 그런 정규직도 생애소득은 공무원만 못 하다더군요. 명예퇴직을 피해서 정년까지 다니기가 어려운 거죠. 그러다보니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에게서도 공포가 느껴져요. 드라마 ‘미생’(2014)에 나왔던, “직장이 전쟁터 같지? 여기서 나가면 지옥이야.”라는 대사 그대로죠.

김정민 : 문화가 조금씩 바뀌고는 있어요. 제가 2013년에 이직할 때만 해도 “그동안 이직을 왜 그렇게 자주 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 이후부터는 그런 질문은 못 들었고, 오히려 이직한 것도 능력으로 봐 주더라고요. 워낙 취업 자체가 어렵다보니 그런 것도 같지만, 조직보다는 개인 기준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커지는 게 아닌가 해요. 하려는 일의 가치와 미션이 명확하다면 기업이건 비영리건 어디서 일해도 상관없고,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이직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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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원 : 그런가요? 아직 모든 영역에서 그래 보이지는 않는데, 그런 경향이 더 확산되면 좋겠네요. 김빛나 씨는 해외에서의 일 경험도 있으시잖아요? 한국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김빛나 : 미국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다닐 때 학교 입학처에서도 일했고, 비영리 기관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는데요. 일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은 영리·비영리·공공부문 등의 섹터를 한국에서처럼 구분하지는 않았어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경력을 쌓아갈 뿐이죠. 그렇게 자신만의 ‘커리어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봤더니, 청소년기부터 다양한 환경과 문화, 인식을 자연스럽게 접했고 그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고 나누는 교육을 받았더라고요. 그 결과로 대학교의 전공, 직업을 택하는 것이죠. 한국에서처럼 성적에 맞춰서 전공을 정했다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 했어요.

다른 삶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김정민 : 어려서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삶은 어떤지를 상상할 수 없으면 불안해지기 마련이니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첫 직장부터 안정적인 조직에 들어가서 쭉 다닌 사람일수록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중요한 의사결정권을 가지잖아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들의 삶에 공감하는 감수성이 떨어지기 쉬워요. 경험치가 낮고, 시야가 좁으니까요. 그게 지금 20~30대들의 직장생활을 답답하게 하는 큰 요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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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원 : 맞아요. 2030세대가 답답해하는 점이, 열심히 노력해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만족스러워야 하는데 오히려 직장문화라든지 시스템이 더 후진적이라는 거예요. 연봉이 높으니까 참고 다니는 사람에게도, 견디지 못 해서 이직해야 하는 사람에게도 사회적인 낭비가 발생하죠.

김빛나 : 요즘은 기업이나 비영리 부문의 경험을 가지고 공무원이 되는 분들도 있고, 그 반대의 경로로 일하는 분들도 있던데 확실히 달라 보여요. 안타까운 건, 청소년 시기에 자신의 삶에 대해 열린 선택지를 두고 고민해 볼 기회가 별로 없다는 거에요. 제 청소년기를 돌아봐도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기보다는 주어진 길대로 걸어온 시간들로 느껴져요. 꿈을 꾸라, 진로를 고민해 보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정답을 정해놓은 시험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김정민 : 한국에서는 경험도 다 비용에 달려 있거든요. 부모님들의 경험치가 자녀들 진로를 좌우하기도 하고요. 경험치가 높은 부모님들은 아이에게 한 방향만 강요하지 않지만, 대부분은 딱 몇 가지 진로, 그야말로 ‘안정적이다’라고 평가되는 진로만 주입시키죠. ‘네가 아프거나 아이를 낳을 때,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도 보호 받을 수 있는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식의 메시지를 주는데, 가만히 보면 다 경제적인 이유들이에요. 다른 방식의 삶은 상상하지 못 하는 거죠.

황세원 : 다양한 경험이 부족하고, 다른 삶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까 불안감을 느끼고, 그러니까 안정성을 보장해 주는 진로에 매달리게 되고, 혹은 그런 진로를 택하라고 다음 세대에게 주입하게 된다는 거네요. 앞선 자리에서 최태섭 씨가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나 자란 세대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으라’는 추동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런 추동과 안정성을 추구하라는 추동을 동시에 받으니 2030세대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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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빛나 : 그런데다 간접경험은 훨씬 늘어났으니까요. 인터넷 검색만으로 해외의 새로운 조직문화나 일의 사례, 경험들을 쉽게 접할 수 있죠. 차라리 모르면 지금 체계에 순응을 할텐데, 좋은 사례들을 알아버린 상태에서는 그럴 수가 없죠.

김정민 : 그래서 저는 중학교에 도입된 ‘자유학기제’, 내년부터 확장되는 ‘자유학년제’ 같은 제도들이 제대로 활용됐으면 좋겠어요.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접어드는 시기에 ‘자기 삶’에 대해 충분히 탐색하는 시간을 준 것은 참 좋은데, 자원이 풍부한 아이들과 아닌 아이들 사이에 격차가 나타난다든지, 이전 세대인 교사들의 경험치 범위에 갇히는 일이 없었으면 해요.

내가 원하는 방향에 있느냐가 ‘안정성’

황세원 : 정리해 보면, 2030세대에게 ‘고용안정’은 분명 이전 세대와는 다른 의미네요. 한 직장에 정년까지 다닌다는 의미보다는 내가 추구하는 방향대로 경력을 쌓아갈 수 있는 환경에 있느냐는 의미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세대는 각자 자기에게 맞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경험들이 필요하겠네요. 그런 노력들이 경력 상 손해로 작용하지 않도록 조직들은 유연해져야 하겠고,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도 바뀌어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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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이 대화했던 첫 번째 자리와 달리 이번은 ‘3인 토크’였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3시간이 쉴 틈 없이 지나갔다. 명확한 결론을 낸 것은 아니었지만 술술 풀려가는 이야기의 끝에 어떤 실마리가 나타나는 듯했다. 앞으로 7개의 주제를 더 다루는 동안에 이 실마리도 점점 더 분명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다음 편은 3회 ‘충분한 휴식이란?-휴가 가기 위해 사표 냅니다’로, 2030세대가 원하는 휴식의 수준과 이를 위한 권리에 대해 다룬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해피빈 공감펀딩(후원) 금액은 전액 프로젝트 진행 및 출판 비용으로 활용되며,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경우 재단법인 희망제작소의 공익사업에 전액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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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2030세대의 새로운 노동에 대한 고민을 담은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2회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코워킹 공간 ‘신촌르호봇G캠퍼스’에서 진행됐습니다.

– 정리 : 황세원 | 시민상상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이우기 사진작가

화, 2017/11/2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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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가치존중 헌법개정 요구안 관철!” 제70차 중앙집행위원회 회의 개최... 노동가치존중 헌...
화, 2017/12/0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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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한림대 성심병원 갑질 사건의 본질은 온갖 편법을 동원한 총체적 체불임금이다. 결국 전방위로 진행된 ‘노동법 위반’ 사건이 터졌다.

강동성심병원은 고용노동부가 산정한 체불임금 240억 원 시정지시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와 체불산정 기준이 다르다는 입장으로 시정지시와 달리 62억원 만 지급했다. 이 때도 개별 노동자에게 “체불임금을 모두 지급받았으니 병원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처벌불원서까지 받았다.

▲ 체육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성심병원 직원들이 새벽에 버스에 오르고 있다. Ⓒ직장갑질119

▲ 체육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성심병원 직원들이 새벽에 버스에 오르고 있다. Ⓒ직장갑질119

조기출근에 따라 미지급한 임금에 대해 강동성심병원은 간호부를 포함한 전 직원에게 체불임금을 지급했으나, 그밖의 성심계열 병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조기출근, 체육대회, 화상회의 준비, 장기자랑 준비, 교육 및 워크샵 등 시간외근무에 따른 체불임금은 성심계열 모든 병원에서 이뤄졌다.

조기출근, 교육, 행사 시간외수당 미지급

강동성심병원은 무급 조기출근을 인정해 전 직원에게 체불임금을 지급했으나, 그 밖의 다른 성심병원은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기관실, 전기실 직원에게만 최저임금 미달분을 추가로 지급하면서도 다른 부서 직원들에겐 체불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병원은 최저임금에 미달한 이들에게 지난 10월 급여명세서에 ‘전월급여’라는 명목으로 체불임금(미달분)을 줬다. 그런데 최저임금에 미달한 근본원인을 고치지 않아 여전히 최저임금 위반상태다.

최저임금에 들어가는 기본급(962,100원)과 직급수당(50,000원), 조정수당(99,300원)의 합이 111만 1,400원에 불과하여 법정 월 최저임금 135만 2,230원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조기출근과 교육, 병원 행사(체육대회)에 동원된 시간에 대한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외래 주간근무자는 근로계약서상 출근시간 8시30분인데, 1시간 정도 당겨 출근해야 했지만 1시간치 임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업무시간 외에 진행한 교육에는 시간외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 성심병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쉬는 날(비번)에 교육에 참석하고 출근시간을 당겨 교육 후 곧바로 근무에 투입되기도 했다. 병원 이사장 주재로 매주 화요일 오전 6시30분에 열었던 화상회의 준비를 위해 약 2달 동안 오전 6시에 출근해 밤 10시에 퇴근한 직원도 있었다. 물론 준비시간과 화상회의 시간조차 시간외수당은 나오지 않았다.

한림대 성심병원의 조기출근은 의료기기 작동시간만 봐도 알 수 있다. 2015년 10월 14일엔 오전 7시 44분, 15일엔 7시 43분, 16일엔 8시 7분, 17일엔 7시 46분 등 근무시간 전에 기기를 가동했다.

▲ 근무시간 훨씬 전인 오전 7시대에 가동한 의료기기 작동내역 Ⓒ직장갑질119

▲ 근무시간 훨씬 전인 오전 7시대에 가동한 의료기기 작동내역 Ⓒ직장갑질119

선정적 춤으로 문제가 된 체육대회나 장기자랑 등 각종 병원행사에 참가했을 때도 시간외수당을 주지 않았다. 교대근무 간호사는 직장갑질119에 올린 글에서 “체육대회 한달전부터 연습에 들어갔는데 새벽에 출근해 오후 4시쯤 퇴근하는 교대근무 간호사들조차 오후 6시까지 남아 운동연습을 지켜봐야 했다”고 했다.

호봉 낮춰 수당 줄이기

병원은 주간근무자가 야간당직으로 근무가 바뀔 땐 시간외수당을 적게 주려고 호봉급수를 낮춰 임금총액과 시간외수당을 줄였다. 7급 B24인 한 간호사는 야간당직으로 옮기면서 7급 D18로 호봉급수가 낮춰졌다.

▲ 주간근무때 7급B/24호봉이었으나, 야간근무자로 바뀌면서 7급D/18로 낮춰졌다. Ⓒ직장갑질119

▲ 주간근무때 7급B/24호봉이었으나, 야간근무자로 바뀌면서 7급D/18로 낮춰졌다. Ⓒ직장갑질119

연차 강제지정, 응급OFF 남발

병원은 6급 이상 직원에겐 시간외수당을 주지 않는 대신 대체휴가제도를 시행했다. 하루치 시간외근로에 대한 대체휴가는 1.5일을 줘야 하는데도 1일만 휴일로 인정했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가 자기 재량으로 연차휴가 날짜를 정하도록 했지만, 이 병원에선 매월 근무표에 연차휴가가 지정돼 원하는 시기에 연차를 쓰지 못했다. 병원은 사용하고 남은 연차에 대한 수당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병원은 일시적으로 환자가 없을 땐 직원들을 급하게 비번 근무(응급 OFF)로 돌린 뒤 연차휴가를 사용한 걸로 처리했다. 보건의료노조 전소희 노무사는 “환자가 없어 실시하는 응급 OFF는 경영상 이유로 인한 휴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휴업수당을 줘야 하는데도 휴업수당은커녕 미사용 연차휴가를 처리하는 수단으로 악용했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은 출근을 위해 집에서 나와 병원으로 이동하는 중이나 근무시간 2시간 전에 갑자기 ‘응급OFF’라는 문자를 받고 돌아가기도 했다.

▲ ‘응급OFF’ 피해를 본 직원들의 글 Ⓒ직장갑질119

▲ ‘응급OFF’ 피해를 본 직원들의 글 Ⓒ직장갑질119

만삭에 야간근무, 생리휴가 신청 못해

광범위한 모성보호권 침해도 드러났다. 임산부에게 야간근무는 기본이고, 육아휴직을 제한하거나 복귀 뒤에도 불이익을 줬다. 생리휴가 신청을 불허한 사례도 잦았다. 임산부에 대한 야간, 휴일근무는 당사자가 명시적으로 원해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간호과는 임신 당사자에게 야간, 휴일근로 청구서를 작성해 오라고 했다. 한 간호사는 “만삭 때까지 야간근무를 계속하는 바람에 근무복을 수선해서 입어야 했다”고 했다.

병원 내 일부 부서는 법에 보장된 육아휴직이나 임산부 단축근무도 제한했다. 육아휴직을 갔다 오면 다른 부서로 배치전환해 업무상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전자시스템으로 당사자가 직접 휴가를 신청하는데, 신청사유에 ‘생리휴가’ 자체가 없어 생리휴가 신청이 불가능했다.

그밖에 업무외 부당한 지시도 잦았다. 간호사에게 청소와 이삿짐 나르기나 광고지 배포 등을 지시하고, 심지어 환자 유치를 강요하기까지 했다. 특정 정치인에게 정치후원금 모금을 강요하기도 했다. 병동에서 체온계 같은 의료기구가 분실되면 간호사가 개인 돈을 다시 사야했다.

홈페이지에는 강동성심병원이 지난달 이전엔 계열병원으로 함께 표기됐는데 지난달부터 빠졌다. 이는 재단이 강동성심병원과 나머지 다른 병원들을 분리시켜 체불임금으로 문제가 된 강동성심병원의 시정지시가 나머지 병원으로 옮겨 붙는 걸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 왼쪽(10월24일)엔 강동성심병원이 표기됐는데, 오른쪽(10월28일)엔 빠졌다. Ⓒ직장갑질119

▲ 왼쪽(10월24일)엔 강동성심병원이 표기됐는데, 오른쪽(10월28일)엔 빠졌다. Ⓒ직장갑질119

한림대 학교법인 일송학원 윤대원 이사장은 지난달 14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는 이런 사회적 물의가 재발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 속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성심병원 관계자는 “임금체불 문제는 노동부와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최대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직장갑질119는 지난달 15일과 1일 두차례에 걸쳐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을 만나 한림대병원 등 광범위하게 터져 나오는 노동법 위반 사례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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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에게 안정적 소득이란?

“얼마를 벌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다 다를 테지만 ‘사회 초년생 때는 적게 벌 수 있다’는 데는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데 5년 10년을 일해도 소득이 높아지지 않는 사회 구조라면 어떨까?

20년 이상 한 직장에 다닌 사람은 678만 원을, 대기업(300인 이상) 직원은 432만 원, 금융 및 보험업 종사자는 578만
원을 평균적으로 매달 받는다고 한다(2016, 통계청). 그런데, 그런 일자리들은 점점 사라져가고, 지금 20~30대로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다면 어떨까?

창의적인 일, 고정성을 탈피한 일, 가치 있는 일을 찾아내려고 노력한 결과로 예술, 비영리,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하거나 프리랜서, 스타트업 구성원이 됐는데 월세와 식비도 감당할 수 없는 처지라면, 무엇이 잘못된 걸까?

‘자비 없네 잡이 없어-2030세대 노동 이야기’의 네 번째 주제는 ‘안정적 소득’이다. ‘고용안정’, ‘충분한 휴식’ 편에 이은 세 번째 ‘주제 별 토크’로, 지난 12월 2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DO 카페’에서 진행됐다.

연구자 네트워크 중에서 김정민 씨가 진행을 맡았고, 최태섭 씨가 참여했다. ‘알바노조’ 위원장 이가현 씨가 ‘플러스 1인’으로 함께 했다. (연구자 네트워크 소개 보기)

001

김정민 : 얼마를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지난 자리에서도 얘기했지만 고교 때부터 예술을 전공하다보니 셀 수 없이 다양한 아르바이트, 프리랜서 경험을 했어요. 인디 뮤지션으로 활동한 시절도 있고요. 공익재단과 공공 부분의 안정적인 조직에서 일한 경험도 있지요. 양쪽을 경험해 보니 큰 차이가 보여요. 일단 매달 고정적으로 돈이 통장에 들어온다는 자체가 삶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최태섭 : 저는 직장생활은 그리 오래 하지 않았어요. 다 합쳐서 2년이 채 안 되네요. 연구를 하고 글을 쓰는 ‘저술노동’을 10년 넘게 해 왔어요. 글을 써서 받는 원고료와 강연료 수입으로 살죠. 당연히 ‘안정적 소득’이라고는 할 수 없는 정도예요.

사람을 초라하게 만드는 고민들

이가현 : ‘안정적 소득’이라는 기준을 저는 실제 삶의 형태로 말하고 싶어요. 제가 살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대학교 근처에서 자취했을 때예요.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를 주 3~4일 하면서 월 40만 원을 벌었어요. 세 명이 누우면 꽉 차는 방에서 친구들이랑 살았는데도 월세로 10만원 가까이 냈고요. 밥 한 끼 먹을 때도 망설여졌어요. ‘6,000원짜리 순대국밥 먹을 것이냐, 2,000원 밥버거 먹을 것이냐’ 하면서요. 그런 고민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게 ‘안정적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002

최태섭 : 그거 참 사람을 초라하게 만드는 고민이잖아요? 가만히 보면 제가 사는 물건은 거의가 ‘원 플러스 원’이에요. 음료 하나를 그냥 마시고 싶어서 선택할 수가 없는 거죠. 가끔은 “이 돈 모아서 집 살 것도 아닌데…” 싶기도 해요. 사실, 예전에는 임금이란 생활비 빼고 저축해서 집도 사고 그런 거였어요. 지금은 설사 억대 연봉을 받아도 서울에 아파트 사기 어렵잖아요? 심지어 중위소득도 안 되는 돈을 번다면 ‘돈 모아 집 산다’는 생각은 아예 지우고 살죠. 최소한의 생활비, 보험을 들거나 약간의 저축 할 정도를 원하는 건데 주위를 보면 그것도 안 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김정민 : 최근 통계(2016, 통계청)를 보면 우리나라 중위소득은 월 209만 원이래요. 가장 큰 소득부터 적은 소득까지 한 줄로 놓았을 때 정 가운데가 월 209만 원이라는 거죠. 20대만 보면 중위소득이 172만 원으로 확 떨어져요. 15~35세가 가장 많이 종사하는 업종은 숙박음식점업, 그 중에서도 서비스업이고요. 사실상 ‘알바’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인 거죠. 통계보다 현실은 훨씬 더 열악할 거예요.

003

이가현 : ‘알바’가 학생 때 잠깐 하는 일이 아니라 20~30대, 그 이후로도 이어지는 노동이 되고 있는데 그 노동환경이 극도로 열악하니까 점점 힘든 사람이 많아지는 거예요. 알바노조에서 상담을 받아보면 사실 근로조건만 가지고 진정까지 가지는 않아요. 인격적 모독을 당했는데 마침 불법적인 근로조건까지 있다면 겨우 용기내서 진정 하는 정도죠. 그런데도 그 중 처벌이 되는 건은 1%도 안 돼요.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다른 법은 지키라고 할까, 이해가 안 돼요.

김정민 : 우리는 자라면서 노동교육을 거의 받지 못 했잖아요. ‘돈’의 가치가 이렇게 절대적으로 큰 사회인데 실제로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임금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채로 사회에 나오고요.

학자금 대출에 눌린 첫 세대

최태섭 : 요즘 ‘영 포티’라는 말이 유행하기에 ‘그럼 지금의 2030세대는 더 나이 들면 뭐가 되나?’ 하고 생각해 봤어요. ‘뭐긴 뭐야, 계속 88만 원 세대지.’라는 답이 나오더라고요. 나이가 들어도 자연히 임금이 오르거나 고용이 안정적으로 바뀌는 게 아니니까요. 제가 딱 그 경우예요. 거기다 쓸데없이 ‘가방끈’은 길어졌는데, 덕분에 빚도 많이 지게 되었죠.

004

김정민 : 저는 20대 때, 은행에 가서 “학자금 대출을 갚기 어려우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물어봤더니, “개인 파산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권유를 받았어요. “이게 20대에게 할 말인가?” 싶더라고요.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어느 날 돈이 생겨서 갚았어요. 인디뮤지션으로 활동할 때 만든 곡이 갑자기 팔려서요. 그런데도 기쁘기보다는 허탈했어요. 그렇게까지 나를 짜증나게 하던, 어마어마하게 느껴지던 금액이 어떤 관점에서는 별로 큰돈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최태섭 : 저는 지금도 갚고 있어요. 이제는 좀 무디어졌지만 한 때는 장학재단에서 오는 독촉 문자 받다가 미쳐버릴 것 같기도 했어요. 친구가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라는 책을 썼는데, 딱 제가 그렇죠. 공부할수록 빚이 많아지고 가난해져왔으니까요. 물론 안했다고 부자가 되진 못했겠지만요.

이가현 : 제 주변에는 ‘취업후 상환’, 그러니까 취업한 이후부터 원금을 갚기 시작하는 조건으로 학자금 대출을 받았는데 취업을 못 해서 10년이 넘게 이자만 내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동안 낸 돈은 엄청난데 원금은 그대로 있는 거죠.

005

김정민 : 그거 아세요? 지금 40대 이상 세대는 대학 학자금 대출 부담이 우리처럼 크지 않아요. 90년대까지만 해도 등록금이 그렇게 비싸지 않았거든요. 문과 쪽은 학기당 200만 원이 안 되는 곳이 많았어요. 지금 2030세대가 소득의 상당 부분을 학자금 대출 갚는 데 쓰면서 산다는 자체를 모르는 분들도 많다니까요.

최태섭 : 그런 부분들이 결국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게 무서워요. 생활에 여유가 없으면 경험의 폭도 제한되고, 성취에도 영향을 주죠. 예를 들어, 책을 쓰기 위해서 다른 책들을 읽어야 하는데, 책 값 때문에 필요한 것을 다 못사는 일이 많아요. 그런 영향은 제가 내놓는 성과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잖아요? 그렇게 효과들이 쌓여가는 거죠.

경조사비 내고 계세요?

김정민 : 받을 돈을 제 때 못 받아서 수입이 불안정해지는 경우도 있죠. 뮤지션으로 일할 때 그런 점이 화가 났었어요. 헬스 트레이너 하는 분에게도 들었는데, 제 때 돈이 안 들어오니까 계속 현금서비스를 받게 된다는 거예요. 현금서비스는 이자도 비싸지만, 신용에도 악영향을 주잖아요? 우리 사회는 그렇게 신용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왜 다른 사람의 신용을 지켜주는 데 무감각할까요?

006

이가현 : ‘최저임금’에 대한 반응에도 모순을 느껴요. 일본 노동조합 활동가에게 들었는데, 거기서는 우리처럼 최저임금에 딱 맞춰서 임금을 주는 사업장은 거의 없다는 거예요.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생활에 맞는 임금 수준을 만들어 간다고 해요. 사실 최저임금은 그야말로 국가가 정한 ‘최저’ 선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언젠가부터 모든 사업장이 일제히 최저임금에 맞춰서 임금을 줘요.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고, 얼마 안 가서 ‘정부가 정해준 임금’으로 통할 지경이죠.

김정민 : 우리 사회에서는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학생에서 노동자로, 준비도 없이 내던져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갑자기 ‘어른의 도리’를 하라는 압박까지 받고요. 결혼식, 장례식 때 경조사비 내는 일이 대표적이죠. 저는 30대에 접어드니까 ‘이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인가?’하는 생각이 심각하게 들더라고요. 두 분은 어떠세요?

이가현 : 종종 있어요. 사실 3만원만 해도 알바 시절 월급의 10% 수준이니까 부담이 되죠. 그 용도로 매달 얼마씩 떼서 모아 놓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최태섭 : 사실 저는 경조사에 많이 못 가요. 정말 친한 친구의 경우를 빼고는요. 가서 축하하거나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은 들어도 경조사비 때문에 포기하는 거죠.

김정민 : 인간의 도리를 못 하는 것도 문제지만 또 다른 측면도 있어요. 국민연금을 안내면 미래소득의 차이가 커지는 것처럼, 지금 경조사비를 못 내면 큰일을 당했을 때 함께 해 줄 사람이 적어지는 거니까요. 금전적 도움을 떠나서 심정적으로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 자체도 정말 힘든 일인데, 사실은 미래의 안정성도 침해되는 거예요. 이렇게 우리가 많은 부분이 유실된 채로 살아간다는 걸 윗세대들은 모를 거예요.

노동을 보호 받은 경험이 없다

007

최태섭 : 저는 “얼마를 벌어야 적정하게 살 수 있을까?”는 생각을 평소에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월 150만 원만 안정적으로 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여행도 한 번씩 가고 필요한 물건 사고 부모님 아프실 때에 대한 대비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액수는 중위소득에도 못미쳐요. 평균 소득에는 더더욱 못 미치고요. 적정한 소득에 대한 감을 잡는 게 어려운거죠.

이가현 : 저는 지금 그보다 못 벌지만, 부모님과 같이 살아서 주거비가 안 들기 때문에 아직은 괜찮아요. 월세를 내는 친구들은 저보다 많이 벌어도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알바노조가 ‘최저임금 1만 원’을 몇 년째 주장해 왔는데, 물가와 주거비가 이렇게 계속 오르다보면 그 주장이 관철돼도 생활수준이 얼마나 나아질지 모르겠어요.

김정민 : 저는 그래도 서울에서 살려면 월 200만 원 소득은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조직에 속해서 200만 원을 받는 것과 프리랜서로 200만 원을 받는 것은 전혀 다르거든요. 4대 보험료의 직장 부담분과 퇴직금 때문에도 그렇지만 조직에 속해 있으면 은행 대출 이자도 상대적으로 낮고, 소득공제도 받잖아요. 제가 얼마 전부터 대학원에 다니는데, 학비도 소득공제가 되더라고요. ‘아, 소득이 많고 비싼 학교에 다니면 받는 혜택이 더 크구나’ 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소름이 돋았어요.

최태섭 : 지금 2030세대 중에는 자기 노동에 대해서 보호를 받아 본 경험 자체가 없는 사람이 많아요. 조직에 들어갈 때 환대를 받고, 신분 보장을 받고, 동질적인 혜택을 받아 본 경험이 없는 거죠.

이가현 : 맞아요. 편의점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유통기한이 지나서 폐기할 음식들을 먹게 해 주는 걸 혜택으로 알아요. 어딜 가도 식대 주는 곳이 없으니까 그나마 낫다는 거죠. 기껏 경험하는 복지가 폐기 음식이라니, 다른 상상을 해 볼 수 없다는 점이 슬퍼요. 그런 점에서 저는 요즘 논의되는 ‘기본소득’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이 많이 불안해해요. 자동 주문 기계들을 도입하면서 인력을 줄이고 있거든요. 남은 직원들의 노동강도는 강해지고요. 이런 상황에서 기본소득은 임금을 보전해 주는 역할도 하지만, 자기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고, 문제제기 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역할도 할 거라고 봐요.

008

‘잠재력 대신 잠과 재력을’

최태섭 : 예전에 1980년대에 대학 다닌 세대인 학자에게서 “왜 너희는 그렇게 나라 걱정을 하니?”라는 말을 들었는데, “다른 비빌 언덕이 없으니까 그렇죠.”라고 답했어요. 최소한의 권리라도 지키기 위해서 의지할 곳이 국가밖에 없는 거죠. 사실, 우리 대화의 처음 질문인 “얼마를 벌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내지 못 했는데,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면서 살 수 수준이 적정 소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수준을 사회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도요.

이가현 : ‘최저임금 1만 원’ 슬로건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잠재력 대신 잠과 재력을’이라는 거예요.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고, 최소한의 소비는 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그런 정도가 안정적인 소득이 아닐까요?

김정민 : 멋진 말이네요. 언젠가 나중에 하려고 미루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의 안정성과 인간적인 삶을 누려야 한다는 의미라고 생각돼요. 저는 오늘 이야기를 나누고, ‘노동과 실질적인 경제 교육의 부재’가 정말 큰 문제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어요. 우리 발언권을 우리가 획득하는 수밖에는 없잖아요? 일 하는 사람들의 권리에 대해서 더 많이 말해야 하는 거죠. 알바노조가 만들어진 것처럼 더 다양한 대변자들이 있어야 하겠고요.

009

이날의 대화는 지금까지의 연재 토크 중에서 이 날의 주제와 분위기가 가장 무거운 편이었다. 각자가 말한 ‘안정적 소득’의 수준이 결코 높지 않음에도 그랬다는 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 최저임금 1만 원, 노동교육 등 해법이 가장 다양하게 제시된 대화이기도 했다. 그만큼 이미 문제의식이 깊어져 있고, 더 많은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는 주제라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다음 편은 5회 ‘조직 노동이란?-월급쟁이와 머슴의 차이는 뭔가요?’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해피빈 공감펀딩(후원) 금액은 전액 프로젝트 진행 및 출판 비용으로 활용되며,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경우 재단법인 희망제작소의 공익사업에 전액 사용된다.

* 이 시리즈는 2030세대의 새로운 노동에 대한 고민을 담은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4회는 서울 동대분구에 위치한 코워킹스페이스 DO카페에서 진행됐습니다.

– 정리 : 황세원 | 시민상상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이우기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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