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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 반출 쟁점 총정리 ②]보안 처리: 구시대적 지도 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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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 반출 쟁점 총정리 ②]보안 처리: 구시대적 지도 검열

익명 (미확인) | 화, 2016/08/16- 16:57

보안 처리: 구시대적 지도 검열

글| 허광준(오픈넷 정책실장)

 

이 글은 총 두 편입니다. 1편은 지도 반출 문제, 2편은 지도의 보안 처리 문제를 다룹니다. (필자)

  1. 구글 지도 반출, 21세기식 접근이 필요하다
  2. → 보안 처리: 구시대적 지도 검열

 

이미 알려진 대로 한국 지도 데이터를 국외 서버에 저장하겠다는 구글의 신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하여 허락되지 않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정부는 일정한 시설물을 지도나 위성사진에 공개하지 않는 방침을 갖고 이에 따라 지도를 제작 및 공개하고 있으나, 미국 기업인 구글이 이를 수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지도에서 은폐되는 시설물과 보안 처리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온라인 지도는 규정에 따라 일정한 시설물을 표시하지 않거나 위장, ‘물칠’(블러링) 등의 형태로 가려야 한다. 이것은 공간정보법 제35조와 그에 따른 보안관리규정이 일정한 지도 정보를 비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규들에 따르면 공간정보를 관리하는 기관(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국가정보원과 협의하여, 공개가 제한되는 정보의 접근이나 유출을 막는 조치(보안 처리)를 시행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시설물이 보안 처리가 되는지는 3급 기밀 사항이다. 그러나 보안관리규정의 공간정보 분류기준표와 실제 지도를 참고하면 대략적인 기준을 알 수 있다. 청와대나 국가정보원 같은 특수 정부 기관, 군부대 등 군사 시설, 휴전선 일대, 교도소, 발전소, 변전소, 댐, 송유관 같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송전탑이나 각종 맨홀(전기, 통신, 전화 맨홀들)도 그 대상이다.

이들 시설물은 안보 위험도에 따라 ‘비공개’와 ‘공개 제한’으로 나눈다. 비공개는 그 존재를 아예 표시하지 않는 것이며, 공개 제한은 무언가가 있지만 삭제했다는 흔적을 남기는 방식이다.

이러한 조치가 국가 중요 시설물을 보호할 목적으로 취해진 것은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과거와는 달리 새로운 정보 통신 환경이 조성되면서 이 같은 정책의 필요성이나 실효성에 변화가 생기고 있고, 점증하는 국민의 공간정보 서비스 수요와도 잘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갑자기 사라지는 교도소

법무부가 운영하는 교도행정 종합 웹사이트인 ‘교정본부’에는 전국 교도소의 위치를 안내하는 지도가 게시되어 있다. 각 교도소에는 주소가 명기되어 있고, ‘오시는 길’이라는 버튼도 달려 있다. 버튼을 누르면 다시 해당 교도소를 안내하는 약도가 뜨고 버스 편 같은 정보가 나온다.

이렇게 오시는 길은 알려주고 있지만, 실제로 방문자가 가시는 길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일상에서 길찾기나 위치 확인의 표준이 되다시피 한 네이버나 다음의 지도에서는 이 교도소들을 도무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지도에서는 ‘OO교도소’를 넣어도 검색되지 않고, 교정본부 웹사이트에 나온 교도소 주소를 넣으면 없는 지역이라는 응답이 뜬다.

어찌어찌 하여 주변 지역을 찾아갔더라도, 거대한 시설물 중에서 어느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진입로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거리뷰로 경로를 쫓다 보면 건물들은 갑자기 사라지고 대신 뿌연 물칠이 앞을 가로막는다. 정부 사이트에 ‘오시는 길’을 약도와 더불어 친절히 안내한 시설물이 지도에서는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보안관리규정에 따르면 대형 댐은 공개제한 대상이다. 발전소를 겸한 대표적인 대형 댐인 소양댐은 네이버와 다음의 지도에서 이러한 규정에 따라 보안 처리되어 있다. 거리 지도에는 아예 나오지 않았고, 위성사진에는 덧칠했다.

그러나 소양강댐 주변의 거리뷰를 따라가면 댐 시설물이 배경에 그대로 보이고, 댐 자체도 관광지로 조성되어 있어 관광버스들이 늘어선 모습을 보게 된다. 다시 말해 다양한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고 심지어 관광지가 되어 누구나 접근하여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옛날식 규정에 따라 지도에서만 가려져 있는 것이다.

 

미국도 공개하는 미군 부대, 한국이 지켜준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경계지역에는 소규모 미군 부대가 주둔해 있다. 역시 한국 인터넷 지도에는 보안 처리되어서, 위성사진에도 나오지 않고 거리뷰는 뿌연 물칠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 미군 부대 코앞으로 1호선 전철(도봉산~망월사 구간)이 지나간다. 전철은 지상보다 높은 위치에 설치되어 있어서, 차 안에서 미군 부대 영내가 훤히 다 들여다보인다. 매일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감상하며 지나는 곳이 지도에서만 가려져 있다.

한국을 포함한 해외의 미군기지는 미국 영토의 일부 간주되며, 이 미군기지도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정작 미국 기업은 자기네 군대가 주둔한 자기네 영토의 모습을 아무런 규제없이 보여주는데(미국 본토의 군사기지도 마찬가지다), 제3자인 한국은 남의 나라 부대의 안전을 염려하여 삭제해주고 있는 셈이다.

 

18개의 비밀 골프장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을 놓고 정부가 하는 주장은, 이 지도 데이터를 (구글닷컴의 위성사진처럼) 보안 처리하지 않은 위성사진과 결합하면 주요 안보 시설에 대한 위협이 커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도 데이터를 가져가려면 위성사진을 보안 처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구글은, 데이터와 위성사진을 합칠 필요도 없이 모니터 두 개를 놓고 지도를 비교해 보기만 해도 누구나 알아낼 수 있는 일을 놓고 위협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지도의 보안 처리 덕분에 새로운 취미를 발견한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지도에서 사라진 주요 시설물들을 찾아보는 일을 게임에서 수행해야 할 퀘스트(임무)처럼 생각한다.

이런 일을 본격적으로 해본 사람도 있다. 독일인으로 한국에 와서 가르치는 막스 노이페르트 교수는 어느 날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이 사용하는 외국 지도와 한국의 웹 지도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시각예술가이기도 한 그는 정말로 ‘모니터 두 개를 놓고’ 대한민국의 전국 지도를 이 잡듯이 뒤져 보았다. 그 결과 한국 지도에서 삭제되어 있는 많은 시설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그의 눈길을 끈 것은 수십 개의 골프장이 한국 지도에는 모두 삭제된 점이었다. 바로 군부대 안에 있어 ‘군사시설’로 간주되는 골프장들이었다. 노이페르트 교수는 이러한 조사를 바탕으로 하여 [열여덟개의 은밀한 골프장]이라는 소책자를 펴내고 전시회도 열었다.

 

그가 이 문제에 흥미를 느낀 것은, 이것이 분명한 검열에 해당하기 때문이었다. 검열치고는 상당히 우스꽝스러운 것이었다. 아예 검게 처리한 것도 아니고, 주변 지형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형태로 위장했기 때문이다. 골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다른 위성사진이 흔해빠진 세상에서 극구 이를 지우려 하는 모습도 우스꽝스러웠다. 노이페르트 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렇게 썼다.

“검열되지 않은 이미지를 공짜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을 검열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의미한 것처럼 보인다. 한국 내 지도에서 이런 지역을 가리려는 노력은 아무런 실익이 없는 시지푸스의 행위 같은 것이다.”

이렇게 대중의 눈을 피한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이따금 보도에 흘러나오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군 골프장의 정식 명칭은 ‘체력 단련장’이다. 군사시설이고 그래서 지도에서도 가려져 있지만, 실제로 이곳에서 체력을 단련하는 사람은 대부분 군인이 아니다. 현역은 20%가 채 되지 않고, 그것도 대개 고위급이다. 나머지 80% 이상은 예비역이나 민간인들이다. 조금 과장하여 말하자면 특권층들이 쉽게 부킹하여 값싸게 골프를 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면서도 안보를 명분으로 하여 대중의 시야로부터 철저히 차단한다.

 

민간에 떠넘긴 보안 작업

국내 지도나 위성사진에 이런 보안 처리를 하는 실무 주체는 정부 기관이 아니다. 다음, 네이버 같은 민간 업체가 규정을 참고하여 알아서 처리한 뒤 기관의 검사를 받는다. 정부가 해야 할 보안 업무를 민간에게 떠넘긴 것이다.

이들 업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보안 처리를 수행하는데, 대개 ‘알바’ 형태의 인력을 고용하여 진행한다. 보안 처리 대상 시설은 1천 개 이상이고, 위성사진뿐 아니라 거리뷰 모습까지 하나하나 작업해야 한다. 엄청난 작업량을 비전문가들이 담당하다 보니 실수가 쉽게 벌어진다. 국내 지도들의 거리뷰 등을 보면, 규정에 따르면 명백히 가려야 할 곳이 가려지지 않은 곳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반대도 있다. 가릴 필요가 없는데도 그냥 보안 처리를 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편이 훨씬 안전하다. 가릴 곳을 못 가리면 문제가 되지만, 안 그래도 될 곳을 가렸다고 해서 심각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노이페르트 교수가 처음에 찾아낸 비밀 골프장은 60개 이상이었다. 전국에 존재하는 실제 군 골프장은 29개다. 착오가 생긴 것은, 지도 서비스 업체의 보안 처리 담당자들이 군부대와 인접해 있는 사설 골프장까지 모두 보안 처리했기 때문이다. 실효도 없는 보안 처리 규정 때문에 이용자의 정보 접근권이 얼마나 보호되지 못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적성 국가와 맞붙어 있는 준전시 상태 국가에서 중요 시설들이 지도에 드러나지 않도록 처리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접근이 시대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데다, 변화하는 정보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효성도 없이 규제의 짐만 되는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공간정보에 대한 개인과 기업의 요구가 커지고 이동성이 대폭 확장된 오늘날, 대중 노출을 차단하고 보호하여야 시설은 최소한으로 국한되어야 한다. 꼭 필요한 시설물을 보호할 때, 보호 조치는 의미가 있다. 정부는 케케묵은 목록을 민간 업체에 던져주고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변화한 상황을 반영하여 보호 대상 시설물을 재정의하고 실질적인 보호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민간 업체들도 상황 개선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 자문해 봐야 할 일이다. 과도한 정부 지침을 그대로 이행하기만 하는 데 바쁘지 않았는지, 자신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본 적은 있는지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불합리하거나 무리한 규제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수용하면서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릴 때, 그런 일을 하지 않는 경쟁자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도 고민해볼 일이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6.08.16.)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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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성기(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장)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나 사업자 중에서 정보나 콘텐츠를 직접 제작·제공하는 자가 아닌 정보의 전달을 ‘매개’하는 서비스의 제공자를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 혹은 정보 매개자(Internet intermediary)라 부른다. 각종 인터넷 포털, 검색엔진, 메신저, SNS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대부분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 해당한다.

현행법에서는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 혹은 정보 매개자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는 않지만, 정보통신망법 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정보의 제공을 매개하는 자’, 저작권법 상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 중 ‘이용자들이 정보통신망에 접속하거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저작물 등을 복제·전송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그를 위한 설비를 제공 또는 운영하는 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여기서 자신이 매개하는 정보나 콘텐츠가 음란하거나 명예훼손, 혹은 저작권 침해 등의 불법정보에 해당하는 경우, 그 정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는 져야 할까? 자신이 매개하는 정보가 음란하거나 명예훼손, 혹은 저작권 침해 등의 불법정보에 해당하지 않는지를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는 일반적‧상시적‧적극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할 의무를 져야 할까? 등의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우선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아도, 일반적‧상시적‧적극적 모니터링 의무를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게 법적으로 부과하는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게 일반적‧상시적‧적극적 모니터링 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우려해서이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 대해서 일반적‧상시적‧적극적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면,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는 본질적으로 자신의 법적 책임과 관련하여 애매모호한 정보는 모두 삭제를 하려고 하거나 할 수밖에 없는 소위 ‘사적 검열’을 하게 된다. 따라서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책임이나 의무의 과도한 부과는 결과적으로 위축효과를 유발해,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를 매개로 유통되는 정보의 ‘총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그 사회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총량’에 영향을 주게 된다.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규제를 시도할 때 항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불법정보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며, 그러한 불법정보를 인지하기 위해 모든 게시물을 일반적‧상시적‧적극적 감시할 의무가 없다는 원칙이 국제적으로 확립되어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법안에는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재화 등에 관한 정보 교환을 매개하는 경우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각종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내용이 있는데, 이러한 의무가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게 일반적‧상시적‧적극적 감시의무를 법적으로 부과하는 것으로 해석될 위험성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왜냐하면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들은 플랫폼을 통해 재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내용과 형태의 정보를 공유하는데, 그 정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한 각종 예방 책임과 의무를 지우게 되면, 재화 등에 관한 정보의 교환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교환되는 정보가 불법정보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일반적‧상시적‧적극적으로 감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관련 규제정책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은 항상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특히 정보매개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규제를 시도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 이 글은 IT조선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1.07.13.)

화, 2021/07/1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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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리나라의 방역 및 대응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모범적인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코로나 대응전략은 투명성, 개방성, 민주성 등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이러한 전략의 수행과정에서 개인정보의 활용은 필수적이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후에 우리나라의 감염병 예방에 관한 전반적인 시스템을 반성적으로 회고하고 성찰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비록 현재까지는 세계적인 모범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100점 만점짜리 전략이나 시스템은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향후 시스템의 점검 및 개선에 있어서는 감염병 예방을 포함한 공중보건시스템과 개인정보를 포함한 프라이버시 보호의 문제를 균형있게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감염자의 과거 위치정보를 국가기관이 제공하는 확진자 동선(이동경로) 공개 정책과 자가격리자의 격리장소로부터의 이탈 방지 및 감시를 위한 손목밴드 착용 강제 정책의 문제를 한 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확진자 동선 공개 정책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주의 이상의 위기경보가 발령되면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 국민들이 감염병 예방을 위하여 알아야 하는 정보를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 여기서 공개되는 정보에는 개인정보가 포함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개인정보는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를 의미하고, 성별, 연령,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등은 서로 결합되어 개인을 식별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개되는 개인정보의 범위이다. 예컨대,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와 날짜 및 시간대만 공개하면 되지 성별, 연령 등 개인을 구체적으로 식별할 수 있게 하는 개인정보는 공개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의 의문이 제기된다. 독일에서 우리나라의 확진자 동선 공개 정책과 비슷한 제도의 입법을 논의하다가 프라이버시 침해를 이유로 중단하고, 감염자의 휴대폰에 근접한 휴대폰에 자동으로 경고신호를 보내주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민이 엿보인다.

다음으로 자가격리자의 격리장소로부터의 이탈 방지 및 감시를 위한 손목밴드 착용 강제 정책이다. 손목밴드 착용 강제 정책도 피부착자의 위치와 이동경로 등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피부착자를 24시간 감시할 수 있도록 해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갖고 있다. 문제는 현재 법적인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손목밴드 착용 강제는 불가능하다. 문제는 법률을 개정해서 도입하는 경우에도, 그 정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여전히 남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자가격리 처분에 따르지 아니한 자에 대해서는 이미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처벌 수준이 너무 낮은 것이 아니냐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에 더해서 손목밴드 착용 강제까지 추가하는 것은 프라이버시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문제제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목밴드 착용 강제 정책이 제안됐을 때부터, 빅 브라더의 출현을 가능케 할 수 있는 강력한 시민통제장치들의 도입 유혹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분명히 존재했다.

결국 확진자 동선 공개 정책과 손목밴드 착용 강제 정책의 문제는 전체주의적 감시체제의 강화, 시민의 자유와 권리 수호 사이의 극단적인 대립 내지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라 하더라도 감염병 예방을 위한 개인정보의 활용 방식 및 범위와 관련해 고민하게 하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보다 심도있는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아시아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5.08.)

목, 2020/05/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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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역사는 항상 희극과 비극이 섞여 있는 회색 덩어리 같은 것이다. 역사로부터 배운다는 말은 보통 역사의 비극에 초점을 두고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상징한다. 그런데 비극으로부터 배우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면 비극에 갇혀 있을 수도 있다. 공산주의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의만으로 가득 찬 사회는 자본주의의 착취로 나아갈 수 있고, 그 반대 벡터도 가능하며 양극단 사이에서의 진동이야말로 진정한 비극이 될 것이다. 비극의 관점에서만 역사를 볼 것이 아니라 비극이 실현되지 않은 경우의 수들, 즉 희극도 엄연히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칭했다고 하여 명예훼손 유죄가 선고되었다. 과거에 공산주의자라는 칭호가 국민들에게 씌웠던 누명과 천형을 생각하며 종북몰이에 대한 경계심을 갖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필자도 수년 전 이정희 의원에게 ‘종북’이라고 불렀다고 해서 민사 손해배상 판결이 난 것에 대해서 ‘국가보안법의 역습’이라고 자위했다. 진보적인 인사들이나 독재에 순응하지 않은 사람들을 부당하게 처벌하고 심지어는 정치에 무관한 사람들을 간첩으로 엮었던 역사를 생각해본다면, ‘종북’ 칭호는 상대를 공공의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며 맹목적인 반공 사회의 사법적 피해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라고 볼 수 있었다. 분단사회의 질곡이라는 역사로부터 배우려면 저런 판결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공산주의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역사의 비극으로부터 너무 많이 배우려다가 역사의 비극 속에 갇히는 사례가 될 것이다.

명예훼손 형사처벌은 세계 각국에서 사문화하거나 폐지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명예란 도대체 무엇인가? 불특정 다수가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평가의 집합, 곧 평판이다. 평판은 나를 고찰하는 사람의 사상과 의견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내가 통제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내가 아무리 천사처럼 살아도 아무런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할 수 있다. 그런데 내 평판이 훼손되었다고 해서 훼손의 씨앗이 된 말을 한 사람의 신체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비례성에 어긋난다. 민사 손해배상으로 한정되어야 한다. 더욱이 명예훼손이 형사처벌의 형태로 존재하면 기소와 압수수색만으로도 피의자들의 삶을 피폐화할 수 있는 검찰은 쉽게 권력 연장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역사의 희극은 더 이상 종북몰이가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민중은 완전히 승리하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승리했다. 역사는 항상 그런 것이다. 그런데 역사의 비극, 즉 분단사회에서 진보 인사들이 받은 핍박에만 매몰되어 종북 발언, 공산주의자 발언을 형사처벌까지 하려고 든다면 그 역사의 다른 면에 갇힐 수밖에 없게 된다. 이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유지된다면 이제 문재인 정권을 ‘독재’라고 불러도 나를 포함한 문재인 정권 지지자들은 할 말이 없게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제 ‘공산주의’를 포함한 다른 진보적인 사상들, 즉 사회주의 등등은 우리 사회가 절대로 언급해서는 안 되는 극악의 지표로 남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판결을 절대로 진보적인 판결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이다.

명예훼손으로 법정 구속된 종편 출신 송아무개 기자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송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수위는 송의 디지털스토킹이 불러왔을 피해자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피해자가 송의 ‘만행’을 먼저 알렸다면 피해를 막지 못했을까? 혹시 알리지 못한 이유는 거꾸로 송으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를 당할 위험 때문 아니었을까? 우리가 피해자가 겪은 비극으로부터 배우려는 자세에만 매몰되어 형사처벌을 통한 검열에만 심취한다면, 소비자들의 이용후기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죄 없는 기업들의 블랙컨슈머리즘에 대한 고발도 같이 위축될 것이다. 역사로부터 배운다는 말은 항상 반만 옳다.

이 글은 한겨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9.03.)

금, 2020/09/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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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0. 11. 5.(목)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4 간담회실에서 ‘공익제보와 개인정보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발제문의 요약문입니다. https://opennet.or.kr/18973 

개인정보보호법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만 생활과 행복추구에 긴요한 서비스나 재화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의 향후 이용이나 제3자제공을 미리 제한할 협상력이 없을 정도로 개인정보처리자와의 힘의 비대칭에 놓인 정보주체를 ‘정보감시’ 또는 정보감시의 가능성으로부터 오는 ‘위축효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법제로서 정보주체에게 자신에 대한 모든 정보에 대해 소유권과 유사한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짜로 하고 있다. 

  한편 법이 원래의 목적에 부합하게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개인정보처리가 정보주체의 통제권 하에 놓여지면 도리어 힘없는 개인정보주체들이 표현의 자유나 알 권리를 통해 행사할 수 있는 저항권이 제한되므로 정보주체의 통제권을 정교하게 재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개인정보보호법제들은 첫째 GDPR 및 GDPR이행입법들의 상당수는 공익 및 정당한 이익을 위해 정보주체의 동의가 없는 정보수집 및 제3자 정보제공을 허용하고 둘째 단순히 제도권 언론의 취재보도만을 면책시키는 것이 아니라 언론 “목적”의 정보처리에 대해서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제3자가 언론에 제보하는 행위도 예외에 포함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은 특히 공익제보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3자제공, 언론목적 정보처리, 개인정보처리자의 해석 등에 있어서 국제기준에 비추어 개정해야할 필요가 있다. 


우리법 
수집이용
우리법
3자제공
GDPR (수집, 이용, 3자제공)
타법률 O O O (4c)
공공기관업무 O O O (4f)
계약이행 O X O (4b)
정보주체보호 O O O (4d)
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
O X O (4f)
공익보호 X X O (4e)

개인정보보호법 제58조(적용의 일부 제외)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개인정보에 관하여는 제3장부터 제7장까지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 . . .4. 언론, 종교단체, 정당이 각각 취재·보도, 선교, 선거 입후보자 추천 등 고유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집·이용하는 개인정보

GDPR의 경우 다음과 같이 주체를 한정하지 않고 “언론 목적의. . 처리(processing for journalistic purposes)”에 대해 표현의 자유 및 정보의 자유와의 화합을 도모하도록 개별국가가 법제화를 하도록 의무화하고(“shall”) 있음.

Article 85 Processing and freedom of expression and information 

1. Member States shall by law reconcile the right to the protection of personal data pursuant to this Regulation with the right to freedom of expression and information, including processing for journalistic purposes and the purposes of academic, artistic or literary expression.

수, 2020/11/18-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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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산업기술보호법(산기법)이라는 법이 있다. 영업비밀보호법이 ‘영업활동에 유용한 정보’만 보호하기 때문에 국책연구기관들의 영업비밀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막상 법을 만들 때는 정부 부처가 “산업기술”이라고 지정만 하게 되면 모두 영업비밀처럼 보호되도록 만들어놓았다. 이런 조문을 가진 법은 전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다. 법 만들 때 벤치마킹했던 미국의 경제스파이법도 영업비밀 보호에 한정되어 있고 중국, 일본, 독일에도 영업비밀이 아닌 것을 보호하려는 무리한 시도를 하는 법은 없다.

산업은 어떻게 발전하는가? 영업비밀이 아닌 산업정보는 자연스럽게 확산되면서 더 많은 연구와 실험을 거쳐 더 발전되어 나간다. 영업 직원이든 연구소 직원이든 회사의 기술정보 중에 영업비밀이 아닌 정보를 고객들이나 동종 업계 사람들과 공유할 수도 있지만, 산기법에 의해 차단된다. 더 중요한 것은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든 제조물책임 피해를 본 소비자든 기술정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데 영업비밀이 아닌데도 알 수가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산업 발전에도 해가 되고 생명과 안전의 보호에도 해가 되는 법이 되어버린 것이다. 학자들은 이런 이유로 산업기술보호규제는 영업비밀에만 적용되도록 축소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9년 국회는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영업비밀 침해는 부당취득행위나 비밀유지 위반이 있어야 발생하는데, 법을 개정하여 침해행위도 아닌 행위, 즉 산업기술 정보를 “제공받은 목적”과 다르게 이용 및 공개하는 행위를 처벌하기로 한 것이다(산기법 제14조 8호).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교수가 강의할 때 교육 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지만 그 정보를 학생이 어떻게 사용할지는 학생에게 맡겨진 것이다. 발명을 하건 창업을 하건 강의평가를 하건 말이다. A제품 발명을 위해 나온 정보가 B제품 개발에 유용할 수도 있다. 비밀유지 의무가 없는 한 합법적으로 정보를 제공받은 사람은 자신의 상상 내에서 자유롭게 정보를 이용, 공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막아놓은 것이다. 영업비밀도 아닌 것에 대한 침해행위도 아닌 행위를 처벌하는 세계 유일의 법이 더 위협적인 것은 “산업기술”이 이용되는 업체에 대해서는 노동자나 소비자들이 합법적으로 정보를 얻어도 안전이나 배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산기법이 2019년에 개정되면서 국가핵심기술 규제도 함께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국가핵심기술 규제는 1980년대에 미국, 일본 등이 자신의 첨단기업들이나 첨단기술들이 해외로 팔려나가는 합법거래들을 국가에 신고하거나 또는 허가받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비밀보호와 무관하다. 국가핵심기술 상당수는 법적으로 항상 공개되는 특허나 사실상 공개되는 저작권으로 보호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처음 만들 때는 합법적인 거래들에 대한 허가 신고제로 잘 만들었다.

그런데 2019년 엉뚱하게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에 국민에 대해 비밀로 해야 한다는 조항(9조의2)이 만들어졌다. 결국 정보공개 청구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인데, 국가핵심기술 중에는 이미 국민뿐 아니라 전세계에 공개된 특허, 저작권도 있는데 어떻게 이것을 비밀로 한다는 말일까? 그래서 전세계의 어느 국가핵심기술 규제도 대국민 공개를 금하지 않는다.

이 법은 노동자와 소비자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행정부처가 사업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얻지 못하게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삼성전자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산재소송을 위해 작업장에서 이용된 독극물 목록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으려고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 국가핵심기술이라는 이유로 공개가 거부된 사례다.

14조 8호나 9조의2가 영업비밀에만 적용되도록 축소해석될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실제 업계 일반에 널리 알려진 정보에 대해서도 산업기술침해죄를 적용한 판례가 나왔고 위의 삼성전자 사례도 영업비밀 여부에 관계없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보공개 청구에서 제외된 것이었다. 산업도 죽이고 노동자도 죽이는 세계 유일의 누더기법 산업기술보호법, 정부 여당이 책임지고 하루빨리 개정해달라.

이 글은 한겨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11.29.)

월, 2020/11/3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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