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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밀실논의, 위법한 구성, 기업의 민원창구
이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필요없다
2023년 3월, 향후 20년 기후정책을 좌우할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이 만들어지고 있다. 날로 시급해지는 기후위기의 현실을 고려할 때, 향후 모든 시민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계획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궁금하다. 이렇게 중요한 정책에 어떤 내용이 담기는지 전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도 의아하다. 이런 중요한 계획이 수많은 당사자의 목소리는 외면한채 밀실에서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기후위기에 막대한 책임이 있는 기업들의 민원을 해결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이 정부의 행태를 말이다.
현재의 기본계획 수립과정은 이미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 법정시한이 다 되어가도록 그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7조에 따르면 공청회를 개최하고 전문가, 국민,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청회는 법정기한을 불과 3일 앞둔 날짜로 공지가 되었고, 최소한의 주요 내용조차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다. 전문가 설문조사는 조잡하고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질문들로 가득하다. 오직 기업들의 민원과 고충을 듣기 위한 편향된 의견수렴만 있을 뿐, 그 어떤 이해당사자와도 대화와 소통이 없다. 사회적 공론 절차는 상실되고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은 실종되었다.
애시당초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구성자체가 법을 무시한채 이루어졌다. 탄소중립기본법 15조는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등 다양한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위원회의 절대 다수가 교수, 전문가, 그리고 경제단체와 기업을 대표하는 이들이다. 기후위기 최일선의 당사자들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지금 일부 확인되고 있는 기본계획의 내용도 참으로 터무니없다. 산업부가 제출한 초안에는 산업부문 감축목표를 14.5%에서 5%로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탄녹위는 이런 내용의 회의록을 허겁지겁 감추기에 급급하다. 국내 전체 배출량의 절반 이상(전력사용량 포함)을 차지하는 산업부문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오염자부담의 원칙을 부정하는 일이다. 기후와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리며 이윤과 성장의 과실을 차지했던 기업들을, 엄격히 규제하고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기후위기 대응의 실패는 예견된 일이다.
그리고 이것이 비단 탄녹위만의 문제가 아님을 안다. 지금의 탄녹위 뒤에는, 제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대통령, 모든 부처의 산업부화를 지향하는 행정부, 당장의 이윤만을 좇아 기후대응을 발목잡는 기업들이 있다. 우리는 여기에 선 것은, 탄녹위를 비롯한 이 모든 불의한 기후악당들과 맞서는 더 큰 싸움의 시작에 불과하다.
밀실 속 편향되고 비민주적인 탄녹위를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 이런 탄녹위가 만드는 기본계획도 이미 정당성을 상실했다. 기-승-전-핵발전으로 귀결되는 전력정책, 1.5도 상승을 막을 수 없는 안이한 감축목표, 현 정부의 부담을 회피하는 온실가스 감축계획, 공공성과 정의로운 전환은 외면한채 수익만을 쫓는 에너지정책, 탄소중립을 명분으로 자본만을 배불리는 녹색성장, 신규석탄발전과 신공항 등 탄소다배출사업을 멈추지 않는 국가정책. 우리는 이런 것들이 담겨있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편향되고 위법한 탄녹위가 지금과 같은 엉터리 절차를 통해 기본계획을 만든다면, 그런 정책으로는 결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도, 기후악당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도, 기후재난으로부터 안전하게 살아갈 시민들의 권리도 지킬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혀두는 바이다.
-밀실논의 엉터리절차, 탄녹위를 규탄한다
-기업의 민원창구, 탄녹위를 해체하라
-탄소예산 고려하여, 2030 감축목표 상향하라
-산업계 감축 책임 즉각 강화하라
-실효성 있는 정의로운 전환 계획 수립하라
-핵은 답이 아니다. 핵발전 확대정책 중단하라
-신규석탄발전 건설 중단하라
-신공항 계획, 생태파괴 개발사업 철회하라
-성장은 답이 아니다, 녹색성장 폐기하라
2023년 3월 15일
기후정의동맹, 녹색연합, 민주노총, 지역에너지전환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

국민의힘의 저열한 선동에도 생명과 평화의 가치는 흔들리지 않는다.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가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한 악의적 주장을 펼쳤다. 환경과 생명의 보호·보전에 관한 건설적 토론은 언제든 환영하지만, 국민의힘의 낙인찍기식 선동에 대응할 일고의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기후위기·생태위기 시대에 걸맞은 ‘정치의 선진화’를 제안한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30여 년 동안 전국적 조직을 두고 ‘사전예방의 원칙’, ‘오염자부담의 원칙’에 따라 시민과 뭇 생명의 편에서 우리 생태계의 건강함을 위해 활동해 왔다. 환경 훼손의 위험이 있는 사안에 문제를 제기했고 시민들의 과학적 우려를 대변해 활동해 왔으며 오염을 유발한 자들의 책임을 물어왔다. 이러한 활동들은 ‘환경운동연합’의 이름으로 알려졌지만, 수많은 시민들의 지지와 연대를 통해 이어져 온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시민이 알고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온갖 토건 개발 사업 밀어주기로 생태계 파괴와 온실가스 배출이 가속화하는 데 일조하고, 국민 84%가 반대하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의 공범이 되어주려는 국민의힘이 왜 지금 환경운동연합에게 부당한 낙인을 찍으려고 하는지 말이다. 환경운동연합은 국민의힘의 조악한 주장과 부당한 탄압에 흔들리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늘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생명과 평화, 시민과 환경의 편에서 활동할 것이다.2023.06.28
환경운동연합

2012년 개봉한 우리 영화 <파파로티>는 성악을 꿈꾸는 조폭이 등장한다. 조폭이 사찰을 점령하고, 학교를 가고, 무당이 되는 설정은 있었지만, 클래식 하는 조폭은 생소하다. 하지만 <파파로티>는 실제 ‘고교생 파바로티’로 TV에 소개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장호(이제훈 분)는 성악 재능을 인정받아 낮에는 예술고등학교 학생이지만, 밤에는 아우들을 거느린 형님으로 생활한다. 그런 그를 반강제로 맡게 된 이가 바로 나상진(한석규 분)이다. 나상진은 한때 잘나가는 성악가였으나 지금은 시골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그저 까칠한 선생이다. 나상진의 눈에 건달이 클래식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상진은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봐야 하느냐”며 이장호를 무시한다. 그런 나상진에게 이장호는 “건달은 노래하면 안 됩니까?”라면서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상진은 이장호에게서 하늘이 내려준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되고, 부러워한다. 그러면서 그를 제대로 된 성악가로 만들기 위해 뛰어든다. 그러나 조폭 세계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 이장호를 끌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레슨비에 가로막힌 합창단원의 꿈
영화 <파파로티>를 보면서 옛 기억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1학년 어느 음악 시간, 선생님은 가곡 ‘선구자’를 한 명씩 부르게 했다. 내 차례가 끝난 후, 선생님은 급히 출석부에서 내 이름을 확인하며, “너 합창반에 들어와야 겠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와”라며 탄성을 질렀다. 당시 합창부는 축제 때 가장 큰 공연을 하는, 학교에서 제일 잘 나가는 서클이었다.
나는 조금, 아니 많이 떨렸다. 아마도 친구들 중에는 그때까지 내 이름도 모르는 이들이 많았을 만큼 난 조용했기에, 아이들의 주목은 나를 떨게 했다. 급기야 선생님은 “수업 끝나고 나 좀 보고 가라”고 했다. 친구들이 또다시 탄성을 내질렀다. 17살, 내가 뭘 잘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알게 된다는 것은 ‘설렘’이자 ‘환희’였다. 당연히 합창반에 들어가고 싶었고, 가능하다면 성악을 전공하고 싶다는 꿈도 꿨다.
그러나 나는 성악을 할 수 없었다. 누나 친구 중에 성악을 전공하는 이가 있어 어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기억 남는 건 별도의 레슨을 받아야 한다는 것뿐이다. 문제는 한 한기 등록금의 두 배가 넘는 비용을 레슨비로, 그것도 매달 지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것은 우리 집 형편으로는 불가능했다.
내 위 형제들 모두 고등학교 졸업 후 집안 살림을 위해 취업에 나서는 상황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아예 꿈조차 꾸지 말자는 심정으로 합창반 들어갈 생각을 접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내내 ‘파바로티’를 ‘파파로티’로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꿈을 위해 매진하는 이장호가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인생의 스승...자연이야말로 위대한 스승
아니다. 어쩌면 이장호를 이끌어 준 선생 나상진이야말로 더 부러운 존재가 아니었나 싶다. 만화가 박용흠 선생의 대표작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1995년)』이란 작품이 있다. 이 만화는 조선시대 차별 받는 이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가주의 작품으로서 당시 비평가와 독자들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왕의 남자>로 알려진 이준익 감독은 이 작품을 2010년 동명의 영화로도 연출하기도 했다.
원작에서 서자 출신 견자는 맹인 검객 황정학에게 검술을 배우면서 세상의 이치를 터득해 나간다. 어느 날 황정학이 견자에게 ‘하루살이가 하루에 얼마나 날 수 있냐?’고 묻는다. 견자가 아무 말도 못하자 황정학은 “하루살이가 기껏 날아봐야 하루에 10리를 갈 수 있을까?”라며 “하지만 하루살이가 천리마 등에 오르면, 하루에 천리를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영화 <파파로티>에서 ‘하루살이’ 이장호를 천리를 가게 했던 것은 ‘천리마’ 나상진이었다. 영화의 마지막, 이태리 유학을 갔다 와 귀국 인사를 위해 무대에 오른 이장호는 오늘의 자리까지 오게 한 사람이 바로 나상진이라 말하며 고마워한다. 그러면서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을 열창하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고백하자면 철없는 시절 ‘왜 내게는 천리마 같은 스승이 없을까?’라는 푸념 했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주변에 천리마 같은 스승이 넘쳐 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 아닌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느 방향으로 천리를 갈 것인가와 나는 누구를 위한 천리마가 될 것인가도 생각하게 됐다. 행복을 받는 이가 있다면, 그 행복을 주는 이도 있어야 하니 말이다.
천리마 같은 스승은 사람만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인류의 지혜의 근본은 자연에게 배운 것이 상당하다. 지금도 자연을 제대로 배워야 인류가 지탱가능하다는 점에서 자연이야말로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 아닐까 싶다.
*이 글은 이철재 에코큐레이터(환경운동연합 전 정책처장)가 보내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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