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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등

익명 (미확인) | 화, 2016/06/28- 13:00

요즘 어떤 영화 보셨나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보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영화를 소개합니다. 그 영화는 오래된 흑백필름일 수도 있고, 현란한 화면으로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는 영화일 수도 있으며, 보물처럼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내 마음의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같이 볼까요?

 
두 번째 영화 <4등>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정지우 감독의 신작 <4등>(2016)은 수영을 소재로 한국의 교육현실을 비판하는 작품이다.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대어보면 언뜻 뜬금없는 소재로 느껴지지만, 막상 영화를 들여다보면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날카로운 논란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벼려 들이미는 솜씨가 참 빼어나다.

수영을 “놀려고” 시작한 초등학생 준호(유재상)는 소질은 있지만 나가는 대회마다 4등이다. 메달을 아슬아슬하게 비껴나가는 등수에 속이 뒤집어지는 엄마 정애(이항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끝에 메달을 따게 해준다는 코치 광수(박해준)를 소개받는다. 광수의 진심어린 지도 덕에 준호는 “거의 1등”에 가까운 2등 메달을 딴다. 그러나 이 진심어린 지도의 실체는 다름 아닌 체벌이다. 진실을 마주한 부모는 갈등한다.

<4등>은 준호의 몸에 멍이 들게 된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 광수란 인물에 공을 들인다. 그가 준호를 체벌하는 까닭은 십수 년 전 유망주였다가 체벌에 반발해 성공가도에서 엇나간 자신의 과거를 진심으로 후회하기 때문이다. 정애는 “준호가 맞는 것보다 4등하는 게 더 무서운” 불안감에 이를 눈감아 준다.

관객은 이 불안이 메달만 따면 그만인 한국의 성과 중심 선수 양성 시스템에서 비롯함을 광수의 과거 에피소드와 현실에 비추어 알게 된다. 다행히 아빠 영훈(최무성)이 나서서 상황을 제재하지만 알고 보면 그는 과거 광수를 낙오시킨 체벌 시스템의 적극적인 방관자이다. 이 영화 속 도식을 복기하다 보면 도입부에 삽입된 1998년 박세리 선수의 LPGA 우승 보도 화면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1등에게만 환호하며 4등을 몰아붙인 것은 수많은 국민영웅을 소비해 온 이 나라가 아닌가.

하지만 이는 다 어른들의 사정일 뿐, 주인공 준호는 복잡한 갈등을 배경으로 유유히 영화를 가로질러 나아간다. 그 과정 내내 관객은 준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결정하고 행동하는 준호를 볼 수 있다. 준호는 심드렁한 코치에게 용기 있게 자신의 수영을 봐달라고 요구하고, 체벌의 위협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마침내 어른들의 이야기가 실패로 끝났을 때에야 혼자 수영장으로 돌아와 최선을 다해 자신의 경기를 치른다. 준호를 따라가는 이 영화의 마지막 10분은 아름답고 한 장면 한 장면이 명확한 의미로 충만하다.

이처럼 준호의 결정에 극의 진행을 맡기면서도 그 당위를 설명하는 데 무관심한 태도에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성장은 아이의 몫이며 그 원동력도 아이 내면에 기인한다. 그리고 아이가 자신의 욕망을 직면하고 세계로 달려 나갈 때 어른을 우선 이해시켜야 할 의무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글 : 백희원|시민사업팀 연구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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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화철학] 디지털 시네마와 시간-이미지 : 테크놀로지의 진보와 영화 이미지의 진화

3. [문학/철학] 치명적인 선택, 운명적인 선택을 바라보는 문학과 철학의 시선들

4. [철학/글쓰기] 리라이팅 『에티카』 ㅡ 나만의 주석 쓰기 : 시즌 1 <신과 인간에 대하여>

5. [철학/예술사회학] 사회학자의 눈으로 본 미술

6. [예술사회학] 시각예술과 젠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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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2019/03/1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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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철학] 치명적인 선택, 운명적인 선택을 바라보는 문학과 철학의 시선들

강사 소서영
개강 2019년 4월 1일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 7:30 (6강, 120,000원)

강좌취지
현대 철학이 어떤 의미에서 새롭고, 어떻게 우리 현재와 이어져 있는지 묻는다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 이 곤란한 질문의 실마리를 이 강의는 철학이 문학과 맺었던 밀접하고 특별한 관계에서 찾아보려 한다.
문학은 꾸준히 한 개인이 부조리한 운명에 맞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 선택이 때로 어떤 파국을 불러오는지 그려왔다. 이 강의에서 함께 읽고자 하는 『악령』, 『안티고네』, 『필경사 바틀비』, 『선고』 등은 그런 문학작품의 예다. 문학이 이렇게 치명적인 선택의 상황을 자주 다루는 것은 그것이 삶의 근원적인 모순을 드러내기 때문이 아닐까.
철학 역시 언제나 윤리적 딜레마를 고민한다. 인간이 어떤 이유로 어떤 선택을 하고, 해야 하는가를 탐구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철학의 문제이고, 철학은 오랫동안 인간이 선택 상황에서 모순을 해소해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유의 틀과 선택의 규준을 제시하려 노력해왔다.
20세기 철학이 이전과 다른 점은 바로 이런 접근 방식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이다. 선택에 들어있는 어떤 모순이나 불일치는 어쩌면 분석을 통해 파해 되어야 하고 또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철학이 오랫동안 확실하고 근본적이라 간주해 온 개념들보다 앞서는 것일 수 있다는 인식. 우리가 선택을 통해 만들어내려는 새로움과 변화는 구체적인 각각의 고유한 선택이 환원되지 않는 차이가 될 때 생겨난다. 그러므로 20세기 철학은 그 어느 때보다도 문학에 가까워진다.
이 강의는 하나의 문학 텍스트와 그 문학 텍스트를 둘러싼 철학적 담론을 살펴보며 20세기 철학의 변화를 이해해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낯설고 불투명한 철학의 용어들을 문학 텍스트를 통해 사유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1강 소개, 문학과 철학 : 장 폴 사르트르 ― 4/1 월
2강 죽음을 선택할 수 있을까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모리스 블랑쇼 ― 4/8 월
3강 무의미한 선택 :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 조르쥬 아감벤 ― 4/15 월
4강 선택은 우연/필연인가 :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헤겔에서 버틀러까지 ― 4/22 월
5강 불가능한 선택 : 프란츠 카프카의 『선고』, 질 들뢰즈 ― 4/29 월
6강 마무리, 문학과 철학 : 자크 데리다 ― 5/13 월

참고문헌
장 폴 사르트르 『구토』, 『문학이란 무엇인가』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악령』, 열린책들
모리스 블랑쇼 『문학의 공간』, 그린비
허먼 멜빌 『필경사 바틀비』
조르쥬 아감벤 『호모 사케르, 주권 권력과 벌거벗은 생명』, 새물결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왕, 안티고네 외』, 문예출판사
주디스 버틀러 『안티고네의 주장』, 동문선
프란츠 카프카 『선고』
질 들뢰즈 『카프카 - 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 동문선
자크 데리다 『문학의 행위』, 문학과 지성사

강사소개
홍대 미학과와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라이프니츠를 공부하고 현재 번역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철학] 예술로서의 삶 : 저항과 긍정, 창조의 삶

강사 윤동민
개강 2019년 4월 4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7:30 (8강, 160,000원)

강좌취지
이 강의에서 우리는 재커리 심슨의 『예술로서의 삶』을 기반으로 삼아 주로 19-20세기 유럽대륙철학 전통에서 논의된 예술적인 삶에 대해 탐구한다. 철학은 언제나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탐구했다. 특별히, 본서에 논의된 학자들은 그러한 좋은 삶이 예술적이고 미학적으로 자기를 구성해내는 것을 통하여 가능하다고 믿었다. 이에 본 강의에서 우리는 더 나은 삶을 꿈꾸기 위한 계기로서의 예술로서의 삶이 무엇인지 각 철학자들의 사상을 추적하며 논의한다. 또한 본 강의는 19-20세기 수놓은 대표적인 철학자들을 다루기 때문에 현대유럽철학에 입문하거나 그 흐름을 파악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도 크게 유익할 것이다.

1강 예술로서의 삶과 댄디즘 ― 4/4 목
2강 니체의 이상적 유형들 ― 4/11 목
3강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부정적 사유와 유토피아 ― 4/18 목
4강 헤르베르트 마르쿠제와 예술적 개인 ― 4/25 목
5강 마르틴 하이데거와 시적 사유 ― 5/2 목
6강 메를로-퐁티와 장-뤽 마리옹의 존재사유 ― 5/9 목
7강 알베르 카뮈와 삶-예술가 ― 5/16 목
8강 푸코의 실존의 미학 ― 5/23 목

참고문헌
주교재: 재커리 심슨, 『예술로서의 삶』, 김동규·윤동민 역, 서울: 갈무리, 2016
(수강생들은 첫 강의부터 교재를 지참해야 합니다.)

강사소개
총신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철학과에서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주체의 문제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해군사관학교와 여러 중·고등학교 시민 아카데미 등에서 철학과 인문학을 강의하며,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의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예술로서의 삶』(공역)이 있다.



[철학/글쓰기] 리라이팅 『에티카』 ㅡ 나만의 주석 쓰기 : 시즌 1 <신과 인간에 대하여>

강사 박영대
개강 2019년 4월 4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7:30 (8강, 160,000원)

강좌취지
이번 강의에서는 『에티카(윤리학)』를 다시 쓰는 공부, 또는 실험을 시도하려 합니다.
1. 글쓰기가 중심입니다. 읽은 내용을 단순히 정리하고 반복하는 글쓰기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글쓰기는, 주어진 ‘상식’에 맞서서 새로운 앎을 스스로 발견하는 글쓰기-실험 입니다. 『에티카』를 도구로 삼아, 기존의 나, 흔한 상식, 우리 시대를 넘어 써봅시다! 글쓰기를 통해 삶의 변화와 그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것이 우리 공부의 목적입니다.
2. 스피노자와 『에티카』의 힘을 빌립니다. 모든 철학자들처럼, 스피노자 또한 자기 삶의 변화와 자유를 『에티카』로 표현했습니다. 때문에 『에티카』 속에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힘이 들어있습니다. 이 힘을 빌려 글을 씁니다. 물론 그 힘을 끄집어내려면, 매우! 꼼꼼히 읽어야만 합니다. 이 꼼꼼한 읽기가 우리의 무기가 될 것입니다.
※ 『에티카』는 크게 본문과 주석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우리는 <『에티카』에서 나만의 주석달기>를 할 것입니다.
3. 매주 쓰고 함께 읽습니다. 매주 꼼꼼히 읽고, 자신의 『에티카』 주석을 씁니다. 수업시간에서는 각자 쓴 주석들을 함께 읽으며 토론합니다. 토론 후에 저의 강의로 수업을 마무리 합니다. 각자 써온 글은 제가 첨삭 및 코멘트를 할 예정입니다. (첨삭 방법과 시간은 사람 수에 따라 조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수업의 마지막 시간에는 지금껏 쓴 주석들을 토대로 최종 에세이를 발표합니다.

※글쓰기가 목적인 만큼, 스피노자나 『에티카』, 혹은 철학을 잘 모르셔도 괜찮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 편이 좋습니다. 사전지식 없이 누구나, 제로부터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에티카』를 쓴 스피노자의 목적이니까요. 저는 철학이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철학적 지식이 전혀 없어도 철학적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글을 쓰는 공부를 해보고자 합니다. 부담없이, 함께 공부했으면 좋겠습니다.

1강 이번 강의의 목표와 글쓰기 방법. 스피노자와 『에티카』 소개 강의. ― 4/4 목
2강 『에티카』 1부 전반부 (매 시간은 토론과 강의로 이루어집니다) ― 4/11 목
3강 『에티카』 1부 중반부 ― 4/18 목
4강 『에티카』 1부 후반부 ― 4/25 목
5강 『에티카』 2부 전반부 ― 5/2 목
6강 『에티카』 2부 중반부 ― 5/9 목
7강 『에티카』 2부 후반부 ― 5/16 목
8강 최종 에세이 발표 ― 5/23 목

참고문헌
스피노자, 『에티카』 (어느 번역본이든 상관없습니다. 다만 새로 사신다면, [황태연, 『에티카』, 비홍출판사]를 추천합니다)
스피노자, 『스피노자 서간집』, 아카넷

강사소개
철학과 과학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스피노자를 가장 좋아하며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때문에 함께 공부하면서, 삶에 슬픔보다 기쁨이 많아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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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9/03/1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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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철학] 디지털 시네마와 시간-이미지 : 테크놀로지의 진보와 영화 이미지의 진화

강사 장미화
개강 2019년 4월 2일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7:30 (8강, 160,000원)

강좌취지
이 강의는 필름 시대 예술 영화와 할리우드 상업 영화의 이분법적 경계를 넘어 ‘디지털 영화의 시간-이미지’이라는 생소한 컨셉을 이야기합니다.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 영화 이후 들뢰즈의 운동-이미지 체제의 붕괴가 나타났습니다. 시간-이미지 체제의 출현은 주체와 세계, 안과 밖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이 크게 달라졌음을 뜻합니다. 이미지는 더 이상 자극-반응으로 감각할 수 없는 감각-기관적 운동의 붕괴에 이르렀습니다. 시간-이미지는 시간의 직접적 현시로서 비사유와 대면하게 합니다. 사유 불가능한 사유를 이끌어 내는 ‘시간-이미지’는 디지털 시네마에서 테크놀로지의 지대한 영향으로 크게 달라졌습니다. 비디오 시대 전자 이미지의 특성이 오늘날 디지털 합성 이미지로 변화하면서 새로운 리얼리티가 열리게 됩니. 급격한 변화 속에서 나타난 양상에 대해 할리우드 스펙터클 영화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합니다. 컴퓨터 그래픽의 디지털 합성 기술이 특수효과 장면들(예를 들어 <매트릭스>의 불릿 타임, <트랜스포머>의 몰핑, <혹성 탈출>의 모션 캡처, 알폰소 쿠아론 영화의 합성 롱 테이크 등)에서 관객이 필름 속 장면들과는 다른 시간경험을 하게 함을 질 들뢰즈의 시간-이미지를 기준으로 함께 살펴 보고자 합니다.

1강 디지털 영화 속 시간-이미지는 진화된 시간-이미지인가? ― 4/2 화
2강 몽타주와 간격의 변화 ― 4/9 화
   <무비 카메라를 든 남자>, <영화의 역사(들)>, <그래비티>
3강 버추얼 카메라, 합성 롱 테이크의 촉각성 ― 4/16 화
   <거울>, <엔터 더 보이드>, <로마>
4강 촉각적 스크린 속 과거, 현재의 교차 ― 4/23 화
   <이터널 선샤인>, <마이너리티 리포트>, <데자부>
5강 디지털 특수효과의 정신적 쇼크(noochoc) 효과 ― 4/30 화
   <매트릭스>, <혹성탈출>, <그레이트 월>
6강 디지털 몰핑, 홀로그램과 바깥(Dehors)의 시간성 ― 5/7 화
   <울프맨>, <트랜스포머4>, <터미네이터Ⅱ>
7강 디지털 스플릿 스크린(화면 분할)과 현재의 첨점들의 유사성 ― 5/14 화
   <캐리>, <타임 코드>, <헐크>
8강 디지털 영화, VR, 게임: 상호작용적 내러티브 ― 5/21 화
   <아바타>, <게이머>, <레디 플레이어 원>

참고문헌
질 들뢰즈, 『시네마Ⅱ: 시간-이미지』, 시각과 언어, 2005.
데이비드 노먼 로도윅, 『디지털 영화 미학』, 커뮤니케이션북스, 2012.

강사소개
파리 1대학 영화 시청각학,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영화이론 전공. 광고 마케팅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관심분야는 디지털 매체론, 영화사, 영화 비평이며 디지털 시대 할리우드 영화 속 이미지와 내러티브의 변화에 대해 연구 중이다.
저서: 『히치콕에게 묻고 싶은 것들』, 『디지털 영화와 시간-이미지』(출간 예정)
학위논문: 「영화의 최면과 시간성: 샹탈 아케르망의 <잔느 딜망>을 중심으로」, 「디지털 할리우드 스펙터클 영화의 시간성: 들뢰즈 이후 시간-이미지의 진화」
연구논문: 「디지털 극영화 화면분할의 내러티브와 스펙터클적 특성에 대하여」, 「The Style and meaning of the Long Take in Hitchcock’s Films」



[철학/예술사회학] 사회학자의 눈으로 본 미술

강사 신현진
개강 2019년 4월 1일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 7:30 (8강, 160,000원)

강좌취지
사회학자들이 바라보는 예술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사회학자들의 궁극적 질문은 인간과 이 세계와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입니다. 사회학자의 시각은 주체와 시공간, 관념과 실재에 대한 입장을 변수로 달라집니다. 그런데 현대의 사회학자들은 세계가 무엇이다 라고 말하는 대신 세계가 어떻게 작동한다는 방식으로 인간과 세계와의 관계를 규정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강의가 다루는 현대 사회학자(랑시에르, 바디우, 랏자라또, 루만)들에게 예술은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술은 세계가 언어로 작동하는 동안 언어의 행간을 감성으로 표현하고 어필하는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본 강의는 각각의 사회학자가 바라보는 주체와 시공간, 관념과 실재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이와 관련된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 수강자와 수다를 떨게 됩니다.

1강-2강 랑시에르가 보는 현대미술 ― 4/1 월, 4/8 월
랑시에르가 생각하는 세계는 어떻게 구조 지어지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계속가능하게 하는 정치는 어떻게 가능한지. 그는 그것이 감성의 정치라고 합니다. 이를 기준자로 보았을 때 과연 예술은 온전한 과정을 거쳐 왔는지. 만약 온전하지 않다면 그가 꿈꾸는 세계는 어떤 정치가 작동하는지 그리고 현대미술은 이를 어떤 방식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그의 해법은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그가 말하는 결정 불가능한 예술, 생각에 잠긴 이미지란 무엇인지 그것이 사회 참여적 예술, 비판적 예술과 결을 같이 하는 것인지.... 그가 제시한 작품과 미학의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3강-4강 바디우가 보는 현대 미술 ― 4/15 월, 4/22 월
포스트모던, 프로이드 이후의 사회에 진리가 있을까? 철학자의 임무는 진리를 찾아내는 사람일까? 신-플라톤 주의자라고 불리는 바디우의 세계관에는 진리가 있습니다. 그는 인간이라는 주체가 진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현대주체의 존재방식, 특히 예술가와 철학자의 존재 방식으로 봅니다. 그가 보는 현대미술은 정치, 사랑, 과학과 함께 진리를 만들어낼 잠재성을 가진다고 합니다. 예술이 진리는 만들어낼 잠재성은 미학도 아니고 반미학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의 비 미학은 또 무엇인지 이전의 예술 도식과의 차이는 무엇이고 그가 찾고자 하는 ‘잘못 말하’는 미술은 무엇일까요?

5강-6강 랏자라또가 보는 현대 미술 ― 4/29 월, 5/6 월
‘비물질 노동’이란 무엇일까요? 포디즘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그리고 이를 이어받은 인지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 안에서 우리의 삶은 24시간 사회적 노동에 포섭된 상황입니다. 예술가는 그럼 다른 상황인 것인지? 정신노동자이자, 미래의 문화를 제시하던 정신노동자였던 예술인 집단의 위상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자본주의의 횡포로만 해석되는 것은 아니라 주체적인 현대적 인간의 탄생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랏자라또는 이러한 상황을 인간의 비물질 노동이 세상을 구축해간다는 신유물론, 발생적 인식론의 형이상학과 궤를 같이 하는 랏자라또만의 특별한 세계관으로 발전시켰습니다.

7강-8강 니클라스 루만이 보는 현대미술 ― 5/13 월, 5/20 월
사회 이론에서 인간은 필요 없다? 인지 생물학, 사이버네틱스에 체계이론을 결합한 루만의 사회이론은 그가 현대적 주체를 다루는 방식으로 해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인본주의적 심지어 인류세로 구분되는 현대사회를 파악하는 그의 방식은 소통입니다. 인간이 아니라 소통만을 대상으로 세상을 파악한다는 것은 빅데이터와 어떻게 다를지, 인간의지는 여기에 어떻게 작용할지, 그러나 여론이나 선호도의 합이 인류가 의존하는 시스템을 그대로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예술의 소통을 바라보아도 예술이 작동해온 시스템이 구분됩니다. 이때 예술계와 예술 체계는 동일한 것일까요?

참고문헌
1강-2강 :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 『미학 안의 불편함』, 『해방된 관객』 등
3강-4강 : 바디우의 『비미학』, 제이슨 바커 『알랭 바디우 비판적 입문』
5강-6강 : 마우리치오 랏자라또 『비물질노동과 다중』, 『사건의 정치』, 『정치 실험』
7강-8강 : 프란시스코 바렐라&움베르토 마뚜라나 『앎의 나무』, 니클라스 루만의 『예술체계이론』, 게오르그 크네어·아민 낫세이의 『니클라스 루만으로의 초대』, 프란시스 할살 〈Irritating body〉

강사소개
예술학 박사. 이후 권위를 뺀 미술비평의 내용을 담은 소설을 쓰겠다는 밀리언셀러 소설가 지망생. 혹은 한량.



[페미니즘]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 에코페미니즘

강사 최형미
개강 2019년 4월 3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7:30 (8강, 160,000원)

강좌취지
페미니즘은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저항과 반란의 학문이다. 2세대 페미니즘은 ‘catch up’을 주장하며 가부장제에 저항했다. 그러나 이것은 위계를 인정한 경쟁의 전략이었고, 결국 ‘빈곤의 여성화’, ‘이주의 여성화’, ‘비정규직의 여성화’가 가속되었다.
에코페미니즘은 발전, 위계, 경쟁 지향적 세계관과 사회구조를 비판하고 새판짜기를 시도한다. 그런 점에서 3세대 페미니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페미니즘이 비판한 모성과 돌봄을 다시 가져와 up-cycling 하고 있으며, ‘개인을 존중하는 공동체주의’를 고민하고, 차이와 다양성의 감수성이 연대의 자원이라 주장한다.
본 강의는 에코페미니즘/생태주의를 주장한 학자들의 이론과 개념들을 살펴보고, 페미니즘의 자원을 조금이나마 풍요롭게 하고자 개설하였다.

1강 페미니즘 에코페미니즘이 어떻게 다르냐고? ― 4/3 수
2강 반다나 시바 : 근대과학/근대철학비판에서 돌파구를 찾는 에코페미니즘 ― 4/10 수
3강 마리아 미즈 : 우리는 왜 자급을 이야기 하나? ― 4/17 수
4강 레이첼 카슨 : 경이감과 아름다움의 회복 ― 4/24 수
5강 페기 메킨토시 : 탈위계적 세상을 실천하다. ― 5/1 수
6강 프리초프 카프라 :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이해 ― 5/8 수
7강 슈마허 : 생태발전론, 적정기술의 아름다움 ― 5/15 수
8강 메리 멜러 : 돌봄없는 경제학에 대한 돌봄 경제학의 도전 ― 5/22 수

참고문헌
장필화·노지은, 「‘발전’에 대한 새로운 상상 : ‘나눔 경제’와 여성주의 대안 모색’」, 여성철학회
문순홍, 『생태학의 담론』, 아르케
아이린 다이아몬드, 『다시 꾸며보는 세상』,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앙드레 고르, 『에콜로지카』, 갈라파고스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문예 출판사
미즈·시바, 『에코페미니즘』, 창작과 비평
마리아 미즈·베로니카 벤홀트-톰젠, 『자급의 삶은 가능한가?』, 동연
레이첼 카슨, 『침묵하는 봄』, 에코리브르
프리초프 카프라, 『히든커넥션』, 휘슬러
Peggy McIntosh "White Privilege: Unpacking the Invisible Knapsack"
Mellor, M. (2006) ‘Ecofeminist Political Economy’, International Journal of Green Economics 1(1-2): 139-150.

강사소개
여성학박사



다중지성의 정원 daziwon.com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8길 9-13 [서교동 464-56]

T. 02-325-2102

메일링 신청 >> http://bit.ly/17Vi6Wi

태그 : 다중지성의 정원, 다지원, 강좌, 세미나, 철학, 예술, 영화, 시네마, 문학, 글쓰기, 에티카, 사회학, 미술, 젠더, 페미니즘, 신자유주의, 에코페미니즘, 인문교양, 서예, 고전, 네그리, 하트, Assembly, 니체, 들뢰즈, 미학, 맑스, 자본론, 미디어 이론, 삶과 예술, 벤야민, 생명과 혁명, 시몽동, 시 읽기, 역사비판, 여성항쟁, 이야기하기, 스토리텔링, 정동, affect, 정서, affection

 

화, 2019/03/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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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사회학] 시각예술과 젠더

강사 이라영
개강 2019년 5월 3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2:30 (4강, 80,000원)

강좌취지
시각예술에서 보는 주체이며 창작의 주체인 남성의 시각으로 기술된 역사에서 벗어나 여성의 시각으로 미술사를 재구성한다.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재현의 주체로 활동하기 위해 시각예술이라는 장에서 여성들은 어떤 역할과 투쟁을 해야 했을까. 예술에서도 강요받는 ‘성역할’이 있다. 응시의 권력은 어떻게 여성을 창작의 영역에서 대상화하려 애쓰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1강 중세 : 여성과 공예 – 이름 없는 작가들 ― 5/3 금
2강 르네상스 : 여성에게도 ‘부흥’의 시기였는가 ― 5/10 금
3강 18~19세기 : 시각예술에서 여성성과 남성성의 수행 ― 5/17 금
4강 1920년대 : 여성을 찬양하기 – 소비자로서의 여성성 ― 5/24 금

참고문헌
휘트니 채드윅 『여성, 미술, 사회』

강사소개
예술사회학연구자. 칼럼니스트. 지은 책으로 『여자사람, 사람』(전자책),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등이 있다.


[인문교양] 일상탈출 ㅡ 삶의 희망을 찾는 공부

강사 이인
개강 2019년 4월 3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7:30 (8강, 160,000원)

강좌취지
시간은 참 무심하게도 무섭게 지나가네요. 올해는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우리 모두는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데, 정작 어제처럼 오늘을 어영부영 탕진합니다. 소중한 인생이 그렇게 사라져버립니다.
인생은 진지한 것입니다. 우리는 제대로 살아야 합니다. 인간이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진실로 고민하기 시작할 때, 삶은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달라집니다. 그리고 딱 그만큼 진정한 희망과 행복이 생겨납니다.
세상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운 깊고 높은 지식을 탐구합니다. 얼어붙은 마음을 살살 녹이면서 한 차원 높은 삶을 향한 열정을 북돋는 봄바람 같은 공부, 이제 시작합니다.

1강 루미 ― 그대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 ― 4/3 수
페르시아의 신비주의 시인 루미가 21세기에 다시 읽히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2007년을 루미의 해로 선포하기도 했지요. 왜 13세기의 시 구절에 현대인들은 열광하는 걸까요? 루미의 글이 인간의 진실을 꿰뚫으면서 가슴에 등불이 하나씩 켜지는 체험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고된 인생살이에서 루미의 글은 신선하면서도 선명한 감동으로 다가오지요.

2강 헨리 데이비드 소로 ― 내 안의 북소리를 따라 살라 ― 4/10 수
19세기의 초절주의는 미국정신의 토대입니다. 미국 정부에 불복종 선언을 하기도 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실험하는 인생을 이야기하지요. 숲에서 홀로 살면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기성세대의 말을 듣기보다는 자기 안에서 울리는 북소리를 따라 살라고 조용히 선동합니다. 우리 인생의 새벽이 찾아오기를 염원하며 고즈넉하게 자극한 아침의 철학자를 만납니다.

3강 프리드리히 니체 ― 영원히 반복되어도 좋은 삶을 살기 ― 4/17 수
니체라는 이글거리는 이름은 우주에 뿌려진 별처럼 이곳저곳에서 반짝이죠. 니체의 사상은 나를 더 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줍니다. 니체를 만나는 순간 우리는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됩니다. 그동안의 살아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나의 한계라고 믿었던 경계를 넘어 ‘초인’이 될 수 있습니다. 눈부신 태양이 우리 삶에 떠오르고 있네요. 인생의 정오입니다!

4강 윌리엄 제임스 ― 회심하여 인생을 성화하기 ― 4/24 수
우울증에 시달렸던 미국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영적 세계를 추구하고 종교성을 깊게 파고듭니다. 윌리엄 제임스는 자연악에서 환멸과 고통을 겪다가 새롭게 태어나 평화와 행복을 누리는 ‘거듭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요. 비굴한 본성의 전염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면서 성인이 되어보자면서 윌리엄 제임스는 제2의 인생을 정중하게 권유합니다.

5강 마르틴 하이데거 ― 양심의 부름에 응답하여 자신의 고유성을 결단하기 ― 5/1 수
존재한다는 사실이 문제가 되는 건 인간뿐입니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우리가 자신의 본래성으로 살지 않고 비본래성으로 산다면서 결단을 촉구하지요. 존재로부터 도피하며 살더라도 우리는 모두 죽음 앞에서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인간은 양심의 부름 앞에 세워져 결단을 하게 된다는 하이데거의 철학을 통해 삶의 변화를 촉발합니다.

6강 파머 파커 ― 나는 나의 그늘이자 나의 빛이다 ― 5/8 수
날마다 보도되는 기사들을 접하면 우리는 주먹을 움켜쥐게 됩니다. 미국의 기독교 교육학자 파머 파커는 가슴이 부서질 때가 기회라면서 비통한 자들을 위해 글을 쓰네요. 나지막이 속닥이지만 뜨겁게 다가오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왜 민주주의와 마음이 연결되어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파커 파머를 통해 좀 더 세상을 넓게 파악하고 인간을 깊게 이해하게 되지요.

7강 샘 해리스 ― 종교를 넘어서 영성을 체험하기 ― 5/15 수
우리는 ‘자아’를 통해서 세상을 인식하고, 나와 그 밖의 것들로 나누어서 감각하며 살아가지요. 이 이분법에서 벗어나는 것이 영성의 핵심이라고 미국의 신경과학자 샘 해리스는 얘기합니다. 윤리를 지키며 살고 타인의 행복을 증진하도록 애쓸수록 영성이 올라간다면서, 종교에 갇히지 않은 채 이성을 바탕으로 영성을 체험하는 방법을 알려주네요.

8강 조던 피터슨 ― 삶의 고통을 헤쳐 나가는 믿음 ― 5/22 수
캐나다의 임상심리학자 조던 피터슨은 현대인들에게 자기 삶을 책임지라고 질타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없어 하는 사람들에게 쉬운 길이 아닌 어려운 길을 가라고, 높은 목표를 갖고 옳은 방향으로 걸어갈 때 삶에 희망이 생긴다고 설명하죠. 혼돈스러운 삶을 해독하고자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믿음을 처방하는 조던 피터슨의 주장을 살핍니다.

참고문헌
1강 메블라나 루미, 『사랑 속에서 길을 잃어버려라』, 이현주 옮김, 샨티, 2005
2강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김석희 옮김, 열림원, 2017
3강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정동호 옮김, 책세상, 2000
4강 윌리엄 제임스,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김재영 옮김, 한길사, 2000
5강 마르틴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이기상 옮김, 까치글방, 1998
6강 파머 파커,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김찬호 옮김, 글항아리, 2012
7강 샘 해리스, 『종교의 종말』, 김원옥 옮김, 한언출판사, 2005
8강 조던 피터슨, 『12가지 인생의 법칙』, 강주헌 옮김, 메이븐, 2018

강사소개
당당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살고 있고, 재미있게 그리고 의미 있게 살고 싶다.
빛에 눈멀지 않고 그늘에 눈 돌리지 않는 아늑하게 아름다운 지성이 되고 싶다.
인간이란 무엇이고 왜 이러는지 사유하면서 지금 우리에게 인문학이 무슨 쓸모가 있을지 고민한다.
지금까지 『우리, 대한미국』, 『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 등의 책을 썼고, 여성에 대한 책이 출간예정이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http://bit.ly/2QEUQNg



[서예] 한글서예 / 한문서예
* 한글서예나 한문서예 중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 수강할 수 있습니다.

강사 선림(禪林) 박찬순
개강 2019년 4월 14일부터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10강, 180,000원)

강좌취지
한글/한문서예의 기본획을 잘 습득하여 기틀이 잘 잡히도록 합니다. 나아가 공모전 · 전시회 참여 등 서화예술 활동에 참여하면서 더 행복한 삶의 질을 나눌 수 있도록 합니다. 수강회원이 원하는 경우 사군자(문인화)를 배우는 것도 가능합니다. 수강회원 개개인에 대한 맞춤 지도가 이루어지므로 서예를 배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수강할 수 있습니다.

※강의 특징 : 매회 강의 시간마다 10분 정도의 천자문(千字文) 漢文句 一句의 자세한 음 · 훈, 내용 해설과 더불어 서예 강의가 진행됩니다. 계속 수강하시면 천자문(千字文)에 이어서 명심보감 등 다른 한문 고전 명구 해설로 이어집니다.

[한글서예]
1강 판본체 유래, 용구관리, 집필법, 중봉과 측봉, 장봉과 노봉, 판본체 ‘가 · 카’열 습자 ― 4/14 일
2강 판본체 ‘나 · 다’열 습자 ― 4/21 일
3강 판본체 ‘라 · 타’열 습자 ― 4/28 일
4강 판본체 ‘마 · 바’열 습자 ― 5/19 일
5강 판본체 ‘사 · 아’열 습자 ― 5/26 일
6강 판본체 ‘자 · 차’열 습자 ― 6/2 일
7강 판본체 ‘파 · 하’열 습자 ― 6/9 일
8강 작품 완성해 보기 ― 6/16 일
9강 궁체의 유래, 정자체 ‘가 · 카’열 습자 ― 6/23 일
10강 궁체 정자체 ‘나 · 다’열 습자 ― 6/30 일
··· ‘라’열 이후의 정자체 · 흘림체 진도는 차기 수강 기간으로 심화 연결됩니다.

[한문서예]
1강 ‘장봉(藏鋒)·노봉(露鋒)·중봉(中鋒)·측봉(側鋒)’의 용어이해, 해서(楷書)의 기본획 익히기(1) ― 4/14 일
2강 집필(執筆)법 · 해서(楷書)의 기본획 익히기(2) ― 4/21 일
3강 해서(楷書)의 기본획 익히기(3) ― 4/28 일
4강 해서(楷書)의 기본획 익히기(4) ― 5/19 일
5강 해서(楷書)의 기본획 익히기(5) ― 5/26 일
6강 한자 구성 익히기(1) ― 6/2 일
7강 한자 구성 익히기(2) ― 6/9 일
8강 한자 구성 익히기(3) ― 6/16 일
9강 한자 구성 익히기(4) ― 6/23 일
10강 발전학습(習字) : 소품연습 : ‘福如海 壽似山’ / 낙관 쓰기 : 자신의 이름 쓰기 연습 ― 6/30 일
··· 차후의 진도는 다음 수강 기간으로 심화 연결되어 안진경해서·북위해서·예서·행서·전서 등의 강좌로 이어 갑니다.

준비물
1. 한글붓: 털길이 8cm, 지름 15mm 정도(2~3만원)
   한문붓: 털길이 11cm, 지름 20mm 정도(4~5만원)
2. 연습지 : 35~135cm 인터넷 고급연습지( #33 ) : 100장 2만원 (더 싼 1만원정도도 있으나 너무 안 번지거나 너무 과도히 번져 초보에게 적응 어려움).
3. 먹물(3,000원~)
4. 서진[書鎭, 1,000원~]
5. 모전[毛氈, 깔판, 5,000원~]
6. 벼루 혹은 오목한 접시

강사소개
경기대 미술디자인대학원(현전통예술대학원) 서예전공석사.
한국서가협회 초대작가·자문위원이며 소당묵연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수원 영통사회복지관 한글서예·문인화 강사 및 경기교육복지센터 한글서예·문인화 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다중지성의 정원 daziwon.com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8길 9-13 [서교동 464-56]

T. 02-325-2102

메일링 신청 >> http://bit.ly/17Vi6Wi

태그 : 다중지성의 정원, 다지원, 강좌, 세미나, 철학, 예술, 영화, 시네마, 문학, 글쓰기, 에티카, 사회학, 미술, 젠더, 페미니즘, 신자유주의, 에코페미니즘, 인문교양, 서예, 고전, 네그리, 하트, Assembly, 니체, 들뢰즈, 미학, 맑스, 자본론, 미디어 이론, 삶과 예술, 벤야민, 생명과 혁명, 시몽동, 시 읽기, 역사비판, 여성항쟁, 이야기하기, 스토리텔링, 정동, affect, 정서, affection

 

일, 2019/03/3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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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매월 초 진행되는 월례회의에서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은 특별한 것을 나눕니다. 한 사람을 콕 찍어 그를 위한 책을 선물하는데요. 이때 주고받는 것은 책뿐만이 아닙니다. 서로를 향한 따뜻한 관심과 응원도 함께 나누고 있답니다. 2015년 6월 월례회의까지 연구원들이 나눴던 책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아홉 번째 책 <P교수의 황당 연구실>
아이디어가 꽉 막혔을 때 읽는 책

hope book 09

일본의 대표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오카다 준의 <P교수의 황당 연구실>은 일상과 환상을 넘나드는 상상력 풍부한 글을 대충 그린 듯 허술하지만 귀엽고 따뜻한 그림과 조합시킨 독특하고 유쾌한 카툰집입니다. 엽기 발명왕 P교수가 조수와 함께 펼치는 좌충우돌 버라이어티 실험을 통해 우리도 기발하고 황당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희망제작소 3층 사람들의 시야가 잘 닿지 않는 곳에 정책그룹 이남표 위촉연구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늘도 묵묵히 소리 없이 강하게 맡은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이남표 위촉연구원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책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소소한 즐거움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글_ 안영삼 시민사업그룹 연구원 / [email protected]

열 번째 책 <마음의 미래>
인간은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가

hope book 10

우리가 속한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미래를 그리려면 인간의 의식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의식세계에 대한 탐구는 계속되고 있지요. 사실 아무리 완벽한 구조를 갖고 있는 정책이나 사상일지라도 인간의 본성에 어긋난다면 본질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누구나 한 번쯤 인간은 왜 그런 것일까? 마음의 실체는 무엇이며,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가? 이기심과 욕망의 근원은 어디일까? 문명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근본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됩니다.

<마음의 미래>는 진화인류학을 다룬 책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론물리학계의 세계적 석학인 저자 미치오 카쿠는 뇌과학과 신경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을 만나 지금까지의 연구동향과 전망을 듣고 특유의 치밀한 정보 수집력과 분석력을 발휘해 인간의 의식세계에 대한 집중 탐구를 시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초능력, 기억, 유전자 발전, 꿈의 촬영, 마인드 컨트롤, AI, 유체이탈과 같은 공상과학 영역의 주제들 속에 인간의 의식과 현재 사회상을 단편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더불어 인간의 의식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미래를 소개하고 있고요. 미래상에 대한 상상이 추상에서 구상으로 뚜렷하게 표현될 때, 인간의 미래는 상상 그 이상이 되지 않을까요?

이 책을 정책그룹 인은숙 선임연구원에게 선물한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관점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소 인은숙 선임연구원은 인간의 내면과 사회, 문화 분야를 끊임없이 탐구하며 토론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아직까지 우리는 충분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 결과를 융합하여 인간의 내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이 우리가 좀 더 의미 있는 토론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글_ 이남표 정책그룹 위촉연구원 / [email protected]

열한 번째 책 <글쓰기의 최전선>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hope book 11

<글쓰기의 최전선>은 제목 그대로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증언입니다. 저자는 자기 경험에 근거해 읽고 쓰고 말하면서 자기 언어를 만들고 자기 삶을 재구성하는 작업의 의미를 이야기합니다. 누군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여지없이 맞닥뜨리는 문제들, 고민들, 실험들, 깨침들, 변화들, 질문들에 관한 이야기를 잘 담아낸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글을 쓰고 싶은데 한 문장도 나아가지 못할 때, ‘왜’라고 묻고 ‘느낌’으로 써내려가는 그 섬세한 몸부림의 시간을 담았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4년간 글쓰기 수업의 경험과 고민을 토대로 구성한 산물입니다. 마치 탄탄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직조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 의미를 발견하고 힘을 받는 사람에게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습니다.

“우리 삶이 불안정해지고 세상이 더 큰불행으로 나아갈 때
글쓰기는 자꾸만 달아나는 나의 삶에 말 걸고, 사물의 참모습을 붙잡고,
살아 있는 것들을 살게하고, 인간의 존엄을 사유하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 <글쓰기의 최전선> 중


권성하 선임연구원은 희망제작소 온라인 홍보 담당자로서 홈페이지 운영과 뉴스레터 기획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권성하 선임연구원이 희망제작소와 희망제작소를 향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담아 발신하면서 맞닥뜨리는 문제, 고민, 질문, 깨침, 변화의 과정에서 이 책이 좋은 동반자가 되길 바랍니다.

글_ 인은숙 정책그룹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월, 2015/07/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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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들은 인생 2막을 ‘어떻게 하면 일을 하면서 보람도 찾는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희망제작소의 은퇴(예정)자 생애설계 교육 ‘행복설계아카데미’에서 두 달을 함께 공부한 동기생들입니다.

이들은 교육을 통해 은퇴 이후의 의미 있고 행복한 삶에 대한 동기부여는 되었지만,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지 그 방향은 잡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중 앞서 고령사회를 경험한 나라들의 시니어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서적과 웹사이트를 섭렵하며 그들이 어떻게 시작하고, 실패하고, 극복하고, 성공하고, 만족하고, 나눔의 기쁨을 누리는지 찾아보았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뛰어난 아이디어가 가득했습니다.

저자들은 인생 2막을 준비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먼저 경험한 베이비붐 세대로서, 은퇴 후 삶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그동안 찾은 해외 시니어들의 사례를 책으로 엮었습니다.

이 책에는 의미 있는 창업과 재취업, 비영리단체 활동, 자원봉사 등으로 은퇴 이후를 멋지게 살고 있는 해외 시니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가까운 일본에서부터 아일랜드까지 전 세계 곳곳의 시니어들의 이야기가 종횡무진 펼쳐집니다. 시니어가 궁금했던 시니어 이야기, 세계 시니어들의 일과 삶이 궁금한 분들과 같이 읽고 싶습니다.

글_ 권성하(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금, 2015/07/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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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열세 번째 책 스크루지의 마음도 여는
<한국의 모금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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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시니어사회공헌센터에서 후원회원 담당 부서로 자리를 옮기면서 제일 먼저 읽었던 책이 <한국의 모금가들>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모금가 10명을 모금 실무자가 직접 만나서 모금 비결과 그들이 변화시킨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인터뷰한 책이지요.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그들의 능력과 열정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모금의 대가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책장 깊숙한 곳에 있던 이 책을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1년 동안 1004클럽과 HMC 후원회원 업무를 담당하면서 좌충우돌했던 저에게 이 책은 다시 말하고 있습니다. 모금은 기술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이죠. 뚜렷한 사업명분과 화려한 모금 기술을 기부자에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부자에게 문안 전화 한 통 드리는 것이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모금가는 기부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다리가 되어 줄 것을 이야기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모금가 10명의 생생한 모금 이야기는 척박한 기부 문화 속에서 모금가의 길을 가려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모금가’라는 직업을 생동감 있게 소개해 주는 흥미로운 책입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계곡에서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찬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떠세요?

글_ 석상열(시민사업그룹 선임연구원 [email protected])

금, 2015/07/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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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열네 번째 책 <송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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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기운이 웹툰으로 몰리는 것 같다.” 어느 출판 관계자의 이 말은 허세가 아닙니다.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면서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40~50대 중장년층도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의 웹툰이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죠. 그중 하나가 바로 ‘송곳’입니다. 송곳은 ‘습지 생태 보고서’,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등 예사롭지 않은 전작을 선보인 최규석 작가의 작품으로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노동 현실이라는 진중하면서도 묵직한 소재를 특유의 날카로운 대사와 사실감 넘치는 그림체로 표현한 웹툰입니다.

송곳은 상하관계가 분명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외국계 유통회사(정확하게는 ‘대형마트’)에 취직해 나름 대접을 받으며 살아가던 중 비정규직에게 가차 없이 행해지는 부당 해고를 바라보며 결국 총대를 매고 나서게 되는 이수인과 노동자들에게 권리의식을 일깨워주는 노동상담소 소장 구고신이 대형마트 푸르미를 배경으로 노조를 결성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푸르미 노조 조끼를 입은 이수인과 노동자들은 뉴스에서나 보던 시위하는 사람들 같지만, 송곳은 막다른 골목에 몰린 노동자들을 구하는 어떤 영웅의 이야기도 아니고, 노동자들이 저절로 각성하여 노동해방을 쟁취하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저 자신의 일터에서 인간 대접을 받으며 일하고 싶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은 때론 노조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남의 일 해주고 돈 받으면 임금이고, 일하는 사람한테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가 있는 겁니다!” 외치며 ‘노동조합’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알려 주고, 정의감에 짓눌린 이수인의 어깨를 다독이며 “너무 위대해지지 맙시다.”라고 말하는 구고신에게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다음 한발이 절벽일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제 스스로 자신을 어쩌지 못해서
껍데기 밖으로 기어이 한 걸음 내딛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 송곳 중 –


작가는 송곳을 통해 “부조리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면, 언젠가 당신에게도 이런 일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를 송곳을 같이 읽고 싶습니다.

글_최호진(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목, 2015/08/13-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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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열다섯 번째 책 <아파트 게임>
그들이 중산층이 될 수 있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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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게임>은 ‘그들이 중산층이 될 수 있었던 이유’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책의 제목과 부제는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요약하고 있다. 게임에 비유하자면 ‘중산층 되기’라는 미션을 클리어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게임’에 접속한다.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고 기민하게 움직인 사람들은 목표를 달성하고 레벨을 높이거나(계층 이동) 정부와 시장이 만들어 놓은 뜻밖의 아이템(경기부양을 위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을 획득해 저랩(게임의 신규 접속자)과의 격차를 더 빠르게 벌려간다. 반면 정보 없이, 전략 없이 휩쓸린 개미군단과 같은 사람들은 강남과 같은 핫한 던전(싸움터)이 아닌 엉뚱한 곳에 초대받아 ‘하우스푸어’라는 레벨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책을 읽고 게임의 법칙을 이해했다면 지금이라도 게임에 뛰어들면 되는 것일까? 책의 마지막 장의 제목은 ‘지상의 방한칸- 큐브의 간략한 역사’이다. 부모에게 상속받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청년들이 아니라면 대다수는 게임에 접속해 볼 아이디조차 부여받지 못한다. 이들이 가질 수 있는 것은 지상의 방 한 칸뿐이다. IMF 이전이라면 더 높은 곳으로 사다리를 걸쳐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 청년들에게 주어진 공간은 그 사다리마저 사라진 ‘착취를 위한 빨대가 꽂힌 공간’이다.

마지막 장의 내용에서 보듯 책은 대단한 대안이 여기 있다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문화사적 움직임이 우리 삶의 차원에서 어떻게 작동해 왔는지를 묘사할 뿐이다. 선택은 우리가 해야 한다. 게임에 접속해 그 룰을 따를지 새로운 판을 만들어 낼지.

글_송하진(시민사업그룹 연구원 / [email protected])

수, 2015/09/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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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열여섯 번째 책 <요즘것들>
청소년의 시선으로 읽는 사람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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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사회혁신프로젝트 oo실험실에 초청한 사람책 ‘요즘것들’을 소개합니다. ‘요즘것들’은 청소년이 만드는 청소년의 인권신문입니다. 청소년 독자와 함께한 이야기인 만큼, 잠시라도 청소년의 시선으로 사람책을 읽어 보면 어떨까요? 이런 분들게 권합니다: 청소년이 세상을 보는 시선이 궁금한 누구나 그리고 ‘나만 이렇게 생각하나?’ 답답했던 청소년
‘요즘것들’ 구독도 대환영이라고 합니다. (요즘것들 홈페이지: http://yosm.asunaro.or.kr/)

 

안녕하세요? 저는 ‘요즘것들’을 만드는 ‘치이즈’와 ‘밀루’입니다. ‘치이즈’는 규율이 엄격한 기숙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이고요 ‘밀루’는 글로 먹고살고 싶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입니다.

1장. ‘요즘것들’을 굴리는 힘 : 청소년 따돌리는 세상에 대한 분노

치이즈: 언제부턴가 기성 언론이 청소년 이슈를 다룰 때 당사자 생각은 담지 않는 게 눈에 들어왔어요. 저희는 청소년의 목소리를 담아요. 비청소년(어른들)이 보기엔 사소할지 모르지만 청소년에게는 반인권적 문제들을 기사로 싣습니다.

밀루 : ‘메르스로 휴교령을 내려달라고 학부모가 요구했다’는 이 신문기사를 보세요. 학부모가 요구했다고 써 있지만, 사실은 학생과 학부모 모두 강력하게 요구했거든요. 그런데 학부모말만 기사로 실렸어요. 학생 대표의 이야기는 딱 한줄 실렸는데, 편집되고 ‘학생들이 메르스 휴교령 이후 PC 방에 간다’는 내용만 실렸어요. 실제로 학생들이 여러 가지 요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요.
청소년 범죄가 일어나면 ‘무서운 10대들’ 이런 식으로 기사가 나오잖아요. 실제 범죄율은 30대가 가장 높대요. 그렇다고 ‘무서운 30대’라고 하지는 않지 않잖아요. 청소년 문제만 확대시켜서 보면서 미성숙한 존재, 무서운 존재라는 식으로 표현해요.

독자 A : 어떻게 모이게 되셨어요?

밀루 :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라는 청소년 인권에 관련해서 활동하는 단체에서 만났어요. 여기서 청소년 신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신문을 전담할 팀을 꾸렸어요. 네 명이 활동하고 있어요.

치이즈 : 광주에서도 오고 인천도 와요. 그래서 모임 할 때 중간인 대전에서 모여요. 대전 터미널 근처 카페에서 자주 가요.

독자 A: 반갑네요. 저도 대전 살거든요.

밀루: 대전이 학생인권침해 도시 1위래요. 두발 규제도 최고 많이 하고요. 그런 게 많아서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 하고, 시위도 했어요.

독자 A: 진짜요?

밀루 : 네. 근데 조사결과 보면 다른 지역이 괜찮냐면 그것도 전혀 아니거든요. 그나마 서울이나 경기도는 청소년인권조례가 있어서 9시 등교도 하고 조금 나은 정도예요.

독자A: 맞아요. 우리는 야자도 다 하고 아침 등교도 겨우 10분 늦췄어요. 복장 검사도 하는데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1위가 되었나 봐요.

밀 : 당연한 걸 깨는 게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요즘것들 신문을 본 어른들이 ‘싸가지 없다’ 고도 하거든요. ‘나이 어리다고 반말하지 말라’, ‘방학 늘리자’, ‘야자 보충 그만하자’, ‘하루 여섯 시간만 공부하자’고 하면 발칙하다고 하죠. 터무니없다고도 하고요.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알리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2장. 우리는 요즘것들을 끌고 온 걸까 끌려간 걸까

치이즈: 저는 기숙학교에 다녀요. 공부열이 엄청 심한 학교예요. 신문을 만들려면 기사 쓰고 피드백 받고, 구성 논의 등 해야 하는데 모일 시간이 없어서 카톡으로 해요. 학교에서 핸드폰을 못 쓰게 해서 노트북으로 연락하는데, 담임선생님이 쉬는시간까지도 감시를 하거든요. 트라우마가 생겼어요. 카톡 하다가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깜짝 놀라서 노트북을 얼른 닫아요.
곧 고3이 되는데 이걸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스펙도 아닌데 왜 하냐는 말도 듣고요. 학교가 아닌, 나만의 삶이 있다는 것을 고3에겐 아무도 인정하지 않으니까 힘들어요.

밀루 : 저는 글쓰기에 자신감이 있었는데, 여기서 글 쓰면서 많이 깨졌어요. 처음 쓴 칼럼을 다른 팀원들이 보고 고쳤으면 좋겠다고 해서 세 번이나 고쳤거든요. 그런데 신문에 못 쓸것 같다고 해서 굉장히 충격 받았어요. 하지 말까도 생각하고요. 오기삼아서 쓰고 팀원들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 글 보며 의견도 내면서 자신감이나 실력이 향상되었어요.

3장. 청소년의 목소리를 내기, 의미 없지 않은걸!

치이즈 : ‘에어컨 틀어달라’고 학생들이 학교에 목소리를 낸다고 되지 않고, ‘두발규제 풀어달라’ 해도 안 되고. 이런 상황에서 신문을 만들어 봤자 달라질까?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허망해지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우리가 왜 할까 생각해보면, 먼저 아직도 너무 하고 싶은 얘기가 많으니까 끝낼 수 없단 생각이 들고요. 아무리 효과가 없다고 해도, 사회적 약자가 말이라도 못하면 마음에 맺히잖아요. 신문기사 보면 마치 우리가 야자 좋아하는 것처럼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신문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해요.

밀루 : 신문을 8,000부 찍으면 구독하는 분이 가져가는 게 4,000부가 안 돼요. 나머지는 여기저기 뿌리는데요, 받아서 길에 버리면 너무 속상해요. 구독자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4장. 독자의 이야기

치이즈: 여기 계신 분들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즉석에서 기사를 써 볼게요.

독자B: 저희 학교는 사귄다고 전학을 가야했던 친구가 있어요.

모두: 헥!!

독자B: 선생님이 1학년들에게 ‘너희들 혹시 교내 연애하는 선배 없냐’고 물어봐요. 알려주면 뭐 해 주겠다고요. 그리고 날 잡아서 교내 CCTV를 싹 돌려봐요. 어느 날 전교에 있는 모든 커플들 명단을 방송으로 쫙 불렀어요. 1차로 불러서 혼내고, 2차로 불러서 또 혼내고. 결국 3차로 불린 애들 중 한 명은 다른 학교로 전학 보냈어요. 저는 다른 학교도 그런가보다 했는데, 다른 학교에 물어보니까 우리학교가, 미쳤다는 거예요.

학교에서 학생인권 관련해서 포스터도 만들지만, 정작 포스터만 만들지 그걸 가지고 어떤 권리가 있는 것인지 조항은 뭔지 아무런 교육을 하지 않아요. 선생님들도 ‘너희가 그걸 뭘 굳이 알려고 하냐’고 해요. 경기도에 학생인권조례가 있지만 어떤 내용인지 전혀 교육도 하지 않으니 실효성이 없어요.

밀루 : 정말 적반하장이네요. 광주에 학생인권조례 만들 때 자문위원이 스무 명 넘게 있었는데 그 중 학생은 딱 두 명이었어요. 그 학생들에게도 ‘위원에 학생이 포함된 걸로 의미를 둬라’고 해서 학생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없었대요. 또, 차별금지조항을 만들면서 성소수자 학생 차별금지 내용 빼자고 하는 거예요. 학생 자문위원들이 그건 안 된다고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무시하고 몰아붙여서 결국 자리에서 나오게 됐고요. 학생위원들이 더 이상 참여하지 않은 채로 학생인권 조례가 만들어졌어요.
서울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주민발의로 만들어졌는데, 학생인권조례인데 학생은 서명할 수가 없었었어요. 민법상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는 거죠. 청소년들이 ‘이건 정말 필요하다’면서 참여하려고 하면 청소년은 소용없다고 부모님 싸인 받아오라고 했어요.

치이즈: 솔직히 인권조례 만들어도 실시도, 교육도 안 되고 있어요. 효력도 없고요. 그런데 방송에선 ‘청소년 인권조례도 생기고 많이 발전했다’고 이야기만 하니 안타까워요.

밀루: 들려주신 이야기 기사에 잘 쓸게요. 고맙습니다.

월, 2015/10/1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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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영화 보셨나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보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영화를 소개합니다. 그 영화는 오래된 흑백필름일 수도 있고, 현란한 화면으로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는 영화일 수도 있으며, 보물처럼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내 마음의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같이 볼까요?

 
첫 번째 영화 <늑대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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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이 싫다”던 어머니는 어디로?

영화 ‘사도’를 자녀 손잡고 가서 보는 것이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이라는 기사가 한 신문에 났다. 무슨 소리인가 읽어보니 ‘부모(영조) 말 안 듣고 공부 게을리 하다 왕이 못 되고 일찍 죽은 사도세자처럼 되지 말라’는 교훈을 자녀에게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기사 말미에는 ‘강남 엄마 유행’이 하나 더 실려 있다. 청소년 한 명이 들어가 앉으면 움직이기도 어려울 만큼 좁은 직육면체 부스 ‘스터디룸’이다. 그야말로 뒤주를 즉각 연상시키는 섬찟한 물건인데, 200여만 원의 고가에 잘 팔린단다. (관련기사: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부는 영화 ‘사도’바람)

영국문화협회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를 설문조사했더니 ‘어머니(mother)’가 1위를 했다는 얘기는 잘 알려져 있는데, 과연 이 시대 한국의 어린이, 청소년, 청년들에게 물어도 그런 답이 나올까? 낮에는 고된 밭일, 밤에는 삯바느질을 하면서도 자식에게는 늘 온화한 미소로 ’짜장면이 싫다‘고 하시는 어머니상은 이미 지난 시대의 것이 돼버렸다.

비단 여성의 삶과 사회적 지위가 바뀌어 온 때문만은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고, 멋도 부릴 줄 알고, 취미생활을 위한 시간도 확실히 챙기는 어머니들이 많아졌지만, 그게 자녀들을 힘들게 하는 핵심은 아니다. 21세기 대한민국 엄마들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과 공을 자녀들에게 쏟는다. 교육 정보를 모으고 매니저처럼 관리하고, 교육에 과감하게 투자하기 위해 다른 데서 허리띠를 졸라맨다. 이런 ‘노력’이 존재함에도 분명한 것은 자녀들 가슴속에서 ‘어머니’의 위상은 나날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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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어머니를 원할까? 어머니 역할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품은 영화가 있다. 2012년, 한국 영화 ‘늑대소년’(송중기‧박보영 주연)이 한창 인기몰이를 하던 시기, 하필 비슷한 이름으로 개봉하는 바람에 관심을 더욱 못 받았던 일본 애니메이션 ‘늑대아이’다.

“늑대 할래, 사람 할래?” 묻는 엄마

늑대인간은 도시화된 인간에게서 점점 사라져 가는 야생의 본능을 대리 표출시키면서도 최근 인기인 ‘겉은 나쁜남자, 속은 따뜻한 남자’의 이미지와도 맞아 떨어지는 캐릭터다. ‘늑대아이’ 초반에도 야성미와 따스함을 겸비한 늑대인간이 등장한다. 대학생 ‘하나’는 늘어진 티셔츠 차림으로 교과서도 없이 청강을 하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데, 알고 보니 그는 늑대인간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은 하나는 늑대인간의 피를 이어받은 남매를 낳는다.

늑대의 모습으로 태어날까봐 병원에도 가지 못 하고 집에서 출산한 하나와 늑대인간은 함께 갓난아이를 들여다보며 “다 클 때까지 함께 지켜 주자”고 약속한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못 했다. 늑대인간은 사고로 목숨을 잃고, 혼자 남겨진 하나는 둘이나 되는 ‘늑대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라 쩔쩔맨다. 떼 쓸 일이 생기면 늑대로 변해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는 딸 유키, 늑대아이 답지 않게 병약해서 밤새도록 울어대는 아들 아메, 유난스런 두 아이를 사람들 눈까지 피해 가며 키우기가 여간 힘들지 않지만 하나는 존경스러우리만큼 잘 감당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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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웃어라. 억지로라도 웃어라”라고 배운 뒤 힘이 들수록 웃는 버릇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하나의 태도 덕분인지 아이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천진하게 자란다. 엄마로서 하나의 태도 중에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다. 두세 살밖에 안 된 아이들에게 하나는 묻는다. “이제 어떻게 할래? 늑대 할래? 사람 할래?”

물론 아이들은 엄마를 멍하니 바라볼 뿐 대답하지 못 한다. 하나는 아이들이 양쪽을 충분히 겪고 나서 선택할 수 있도록 도시를 떠나 깊은 산중으로 들어간다.

“너에게 맞는 건 내가 안다”는 엄마

하나가 폐가 수준의 집을 재건하고, 버려진 땅을 밭으로 일구느라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저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험난하다. 그림일 뿐이라 해도 하나의 가녀린 몸으로 그런 일들을 해낸다는 게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깐,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의 믿음직한 엄마들 중 다수는 젊은 시절 그렇게 여린 아가씨들이었다. 물론 아닌 경우-언제나 튼튼했던 여성-도 있기야 하지만.

하여튼 하나가 그렇게 애쓰는 동안 아이들은 드넓은 자연 환경에서 마음껏 늑대와 사람을 오가며 자라난다.
첫 고비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찾아온다. 천방지축 유키는 의외로 잘 적응하고, 인간의 삶에 자신을 맞춰 나간다. 반면 아메는 사람들 사이에서 겉돌고, 그 반작용으로 산 속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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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야생 늑대를 만나 어울리면서 늑대로서의 본성을 완전히 찾은 아메는 집을 떠날 준비를 한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사려 깊게, 한 발짝 떨어져 지켜보며 격려하던 하나였지만, 아메가 “완전한 늑대로서 살아가겠다”고 하자 격한 반응을 보인다.

“아메. 다시는 산에 가지 마. 넌 아직 10살짜리 어린애란 말이야. 늑대는 10살이면 다 큰 어른이겠지만 넌….”
말하다 말고 멈칫하는 하나. 자신이 한 말 속에 이미 들어있는 답, 즉, ‘늑대의 삶을 사람이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나가 이때껏 늑대아이들을 잘 키워올 수 있었던 것은, “나는 늑대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 모른다”고 솔직하게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이들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보조자의 역할에 머물 수 있었다. 그러나 10여년이 흐르는 동안 그런 인식은 옅어져 가고, 하나도 보통 엄마들처럼 “너에게 맞는 것이 뭔지는 내가 더 잘 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얼마 뒤, 폭풍우 치는 날 집을 떠난 아메를 찾아 산속을 헤매면서 그야말로 폭풍 같은 상실감을 겪은 뒤에야 하나는 다시금 처음의 자세로 돌아간다. 아이 스스로 선택한 삶을 존중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권리를 내려놓는 엄마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열망하는 큰 생명의 아들과 딸들이다. (…) 아이들에게 사랑은 주되 당신의 생각까지 주려고 하지는 말라. 아이들은 자신만의 사명을 가지고 태어났기에.” 양육자로서 해 줄 수 있는 정성은 기울이되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자세, 이것이 바로 ‘어머니의 본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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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운할 수 있다. 엄마가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당장에 죽을 것처럼 굴던 아이들, 그 갈구에 응해 주느라 잃은 것도 포기한 것도 많건만, 이제는 그 아이들이 “어머니가 놓아줘야만 살 수 있겠다”고 할 때, 억울한 마음까지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그 대가는 받았는지도 모른다. 바로 그 시절, 귓가에 와서 재잘재잘 대고, 살갑게 달라붙고, 퐁퐁 좋은 냄새를 풍기며 안겨 오는 아이들과 함께 한 순간순간의 재미와 행복감, 그 자체가 충분한 대가가 아니었을까. 이듬해 중학교 기숙사에 들어가며 집을 떠나게 된 유키의 독백에는 그처럼 ‘본질’을 지킨 어머니에 대한 최고의 찬사가 들어 있다.

“엄마는 우리를 기른 12년 세월을 돌이켜 보고는 마치 동화 속 얘기처럼 찰나 같다며 웃었다. 아주 만족한 듯이, 까마득한 산봉우리를 바라보는 듯한 그 환한 미소가 나를 기쁘게 했다.”

글_ 황세원(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월, 2015/10/2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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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열일곱 번째 책 <목민광장 9호>
21세기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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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연구모임 ‘목민관클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목민관클럽은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해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사업, 공공갈등 조정, 도시재생 등의 의제를 중심으로 한 정기포럼과 연수를 진행했으며, 현장에서 뛰고 있는 목민관들의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새로운 지방자치의 담론을 형성하고 확산시키고자 <목민광장>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지방자치는 우리의 삶을 많이 변화시켰습니다. 지방을 바라보는 시각이 중앙의 시각에서 지방과 주민의 시각으로 전환되었고, 소극적인 지방행정도 주민의 생활 변화를 이끄는 적극적인 행정으로 변했으며, 전시 행정과 토건 중심의 행정을 미래 세대를 고려한 지속가능발전 행정으로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습니다.

<제9호 목민광장>에서는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후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민을 담았습니다. 특집좌담을 통해 ‘한국형 도시재생’의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인지 의논하고, 기고를 통해 도시재생을 대하는 지방정부의 태도와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의견을 들었습니다. 그 외 지방자치단체의 큰 의제인 공교육 활성화를 지원하는 목민관들의 분투 그리고 혁신을 만들어나가는 정책과 현장들을 모은 정책박람회와 마을만들기 전국대회 취재기도 실려 있습니다.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장과 풀뿌리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많은 분들과 <목민광장>을 같이 읽고 싶습니다.

글_ 이민영(정책그룹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구입 문의_ 경영지원실 / 02-2031-2192

월, 2015/11/0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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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열여덟 번째 책
<선거제도와 정치적 상상력>
아름다운 혼이 담긴 선거제도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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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정치가 가장 ‘후지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저자는 우리나라 정치인들, 정치평론가들, 그리고 정치학자들의 정치적 상상력의 빈곤함을 보고, 선거제도에 관한 전문가가 아님에도 펜을 들었다고 합니다. 전 세계의 다양한 선거제도를 충실하게 소개하고, 그것으로 대한민국의 정치적 상상력을 확장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밝힙니다.

그렇다면 선거제도가 어떻게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을 넓혀 줄 수 있을까요?

단순다수대표제, 연기명 중선구제, 제한적 연기명 중선거구제, 단기명 중선거구제, 결선투표제, 선호대체투표제, 명부식 비례대표제, 다수대표/비례대표 병행제…등 복잡하고 다양한 당선자 결정 방식에 대한 설명들은 저자의 지식을 뽐내기 위해 혹은 독자의 머리를 아프게 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현재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선거제도의 기본 성격을 이해하고, 나아가 우리에게 적합한 선거제도를 창안해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선거의 방식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군더더기 없이 설명된 당선자 결정 방식의 내용들은, 현재 국회 정치개혁 특별위원회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선거구 획정논의를 보는 우리의 눈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어줍니다.

또한 이 책은 선거와 권력의 관계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함으로써 정치적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예를 들어, “권력이란 본시 틈만 보이면 자신의 적정 한계를 넘으려고 애를 쓰는 법”인데, 이러한 권력의 침범을 제지하고 경계하기 위해 매번 혁명을 일으키거나,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야 한다는 것은 무척 피곤한 일이고 또 더없는 낭비입니다. 그래서 마련된 것이 바로 선거라는 것이죠. 따라서 선거제도를 둘러싼 논쟁과 투쟁은 한 정치사회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했던 성장통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이 책은 다양한 질문으로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 1948년 제헌 헌법이 아니라 1987년 헌법이 우리나라 헌정사의 구체적인 출발점인 이유?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무제한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 다수결이 언제나 올바른 결정이 이뤄지는 것이 아님에도 다수결의 원칙에 기반한 민주주의가 다른 형태의 체제보다 나은 까닭은? 권력을 견제한다는 것과 권력을 무력화한다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등등.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저자의 설명과 주장을 따라 답을 찾다보면, 어느 새 이 책이 목표하는 “아름다운 혼이 담긴 선거제도를 만들어 내기 위한 정치적 상상력의 복원”에 한 발짝 다가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거수기 아니면 투사들’ 뿐이라고 실망하는 사람들, 그래서 결국 ‘국회무용론’을 선동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말합니다. “유용한 국회는 좋은 사람이 국회에 들어갈 때에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을 어떻게 뽑을 것인지에 대해 국민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한, 국회는 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자는 선거제도가 국민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주제라고 이야기합니다. “게임의 규칙에 따라 어떤 종류의 가치와 이념을 추구하는 세력이 이 사회를 주도하게 될 것인지가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어디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절대적으로 옳고, 바람직한 선거제도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그런 대표가 뽑힐 수 있는 제도가 무엇인지, 저자의 말대로 ‘섬세한 안목과 치열한 논의를 거쳐’ 개선책을 찾는 데 진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겠지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을 한껏 펼치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글_이은경(연구조정실 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화, 2015/11/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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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열아홉 번째 책
<소셜픽션: 지금 세계는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가>
케인스가 대공황의 한복판에서 100년 후 세상을 상상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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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답답한 시대다. 미래를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오르는 대신 숨이 턱턱 막힌다는 반응이 나온다.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지만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다. 청년들은 기성세대의 경직성을 탓한다. 기성세대는 청년들의 의욕부족을 탓한다. 사회는 뒷걸음질 치는 것 같지만, 딱히 거세게 저항해야 할 마땅한 명분도 없고 싸울 힘도 부족하다.

나를 포함한 7명의 공동저자(강정수, 김산, 김진화, 윤지영, 이성은, 이숙현, 이원재)가 <소셜픽션: 지금 세계는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가>(이하 <소셜픽션>)를 출판했던 2014년 초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작은 2013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열린 ‘스콜월드포럼’(Skoll World Forum for Social Entrepreneurs)에 참석하고 있었다. 전 세계 사회혁신가 1천여 명이 모인 자리였다. 종합 세션 중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가 중앙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한다. 20년 전의 눈으로 보면 현재는 공상과학소설(Science fiction)과 같다. 우리는 알라딘의 램프와 같은 물건을 주머니 안에 하나씩 넣고 다니지 않는가. 스마트폰 말이다. 사이언스 픽션은 상상을 통해 생각할 수 없던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중요한 것은 과학이 이 과학소설을 따라간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은 상상했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소셜픽션(social fiction)이 없다. 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 그래서 사회는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우리가 과학에 대해 상상하는 것처럼 사회에 대해서도 상상력을 발휘했다면, 새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예컨대 왜 우리는 빈곤율 제로 사회를 상상하지 않는가?”

현실적 제약 탓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근본적인 사회 변화라도, 일단 상상하고 나면 실현을 위한 경로와 방법이 설계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당시 10년째를 맞은 스콜월드포럼의 주제는 ‘파괴: 대담하게 상상하고 성공하도록 디자인하라’(Disrupt: Dare to Imagine, Design to Win)였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사용했던 ‘창조적 파괴’(creative disruption)를 연상시켰다. 이 단어가 상징하듯 포럼에서는, 기존 질서를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는 논의가 주류를 이뤘다.

주제를 접하는 순간, 한동안 힘을 쓰지 못하던 ‘상상력’이라는 단어가 사회혁신의 핵심으로 들어섰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뒤 나는 공동저자들과 함께 ‘지금 세계에서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하기 시작했다. 참여, 공유, 협치, 기술 등의 키워드가 나왔다. 그 내용을 담은 책이 <소셜픽션>이라는 단행본이다.

따지고 보면 한국은 사회적 상상력을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시간 동안 발휘했던 나라다. 그리고 그 대담한 상상들을 현실화한 나라이기도 하다.

1980년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금의 5분의 1도 못 미쳤다. 그때 이 나라 대학생들은 시대를 호령했다. 언론이 통제되던 시절, 젊은이들이 쓴 대자보와 유인물은 조간신문과 텔레비전 뉴스보다 훨씬 크게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숨죽여 시대에 순응하는 것처럼 보이던 직장인들마저 결정적인 순간 넥타이부대로 변신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민주화를 외쳤다. 그들이 386세대다.

조금 더 시계를 되돌려 보자. 1970년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금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국제사회에서 이 나라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데다 군인이 지배하는 후진국으로 여겨졌다. 그 때 이 나라의 젊은 공무원과 기업가들은 미래 경제를 기획했다. 중화학공업을 키우고 수출 강국을 만들겠다고 외쳤다. 무리해 보이는 투자를 감행해 고속도로와 철도를 깔고 제철소와 자동차공장을 세웠다. 기업가와 노동자들은 피땀 흘려 세계를 뛰어다니고 뜨거운 공장에서 청춘을 바쳤다. 산업화의 역군을 자처했다. 그들이 베이비붐 세대다.

1980년대에 민주화란 비현실적 판타지였다. 산업화 역시 1970년대 당시에는 몽상이었다. 그야말로 사회적 상상력의 산물이었다. 그 상상력은 결국 현실의 벽을 깨뜨리고 세상을 바꿨다. 이런 경험은 세대의 자부심으로 진화했다.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이 나라에서는 사회적 상상력이 사라졌다. 현실 자체도 답답하지만, 이걸 넘어선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큰 그림이 없다는 사실에 더 숨이 막힌다.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은 상상이 사라진 자리에 무성해진다.

저성장도 문제고, 불평등도 문제다. 저출산도 문제고, 고령화도 문제다. 한국사회는 거대한 벽 앞에 부딪힌 것처럼 보인다.

거대한 벽 앞에서 좌절해 쓰러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벽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사회학자 프레드 폴락이 기념비적 저서 <미래의 이미지>에서 설파했던 것처럼, 사회 변화는 미래와 과거가 밀고 당기는 가운데 일어난다. 이상적인 미래의 이미지가 앞에서 끌어당기고, 현실화된 과거가 뒤에서 밀어야 사회는 진보한다. 사회적 상상력이 사라지면 진보의 시계는 멈춘다.

전 세계에서 사회혁신가들이 벌이고 있는 일을 보면, 미래 사회에 대한 사회적 상상은 이미 많은 곳에서 실험되며 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적경제는 미래 경제의 일면을 보여준다. 협치를 지향하는 정부들은 행정조직과 시민의 다른 관계를 상상한다. 위키피디아는 집단지성이 만들어낼 수 있는 콘텐츠의 완성도가 어디까지 높아질 수 있는지, 그 경계선을 계속 넓히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꿰어지면 새로운 삶과 새로운 사회에 대한 사회적 상상이 된다.

<소셜픽션> 공동저자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상상을 촉진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강정수는 오픈넷 이사로 활동하며 기술과 사회의 접점에서 벌어지는 여러 이슈를 사회에 환기하고 있다. 김산은 ‘소셜픽션’을 직접 만들어 보는 워크숍을 진행하는 일을 하고 있다. 김진화는 ‘비트코인’을 통해 금융 변화의 최첨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윤지영과 이숙현은 각각 기자로, 시사칼럼니스트로 인터넷과 방송에서 상상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성은과 이원재는 사회혁신을 위한 싱크탱크 희망제작소에서 새로운 사회 패러다임과 정책을 만들어가는 일을 하고 있다.

글_이원재(희망제작소 소장 / [email protected])

월, 2015/12/0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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