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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미래가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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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미래가치는

익명 (미확인) | 화, 2016/06/21- 14:24

■ 요약

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 기획연구 ‘시대정신을 묻는다’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한국사회 오피니언리더 및 분야별 전문가 11인을 인터뷰했으며, 그 전문을 의미연결망분석(semantic network analysis)기법으로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2016년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 키워드’를 도출했다. 그 결과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미래가치로 <안전한 ‘놀이터’와 지속가능한 삶>이 제시되었다.

지금 우리사회에 시급한 것은, 기득권을 뚫고 제도 변화를 이끌어낼 민주적 정치 리더십,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한 구조적 틀이다. 이를 위해 먼저 시민들의 자발적인 결사체, 사회 곳곳에서 ‘둘러앉아 이야기하는’ 단위들이 나타나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실천영역은 정치다. 막 문을 연 20대 국회가 합의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줘야 하고, 유권자들은 2017년 대통령선거, 2018년 전국동시 지방선거 등 임박한 선거에서 사회적 타협의 틀을 짤 수 있는 리더를 선출해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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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해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안신숙의 일본통신 43

마을 일에 침묵하던 주민들이 입을 열게 된 까닭

도쿄 도 신주쿠에서 중앙선을 타고 20여 분을 달리면 미타카 역이 나온다. 쾌속선을 타면 바로 다음 정거장으로 10여 분 만에 도착할 수도 있다.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미타카 역을 들어봤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브리 박물관’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관장으로 있는 지브리 박물관의 정식 명칭이 ‘미타카시립 애니메이션 미술관’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즉, 지브리 박물관은 (주)스튜디오 지브리(이하 ‘지브리’)가 아닌 미타카 시민의 재산인 것이다. 어떤 경위로 지브리 박물관이 미타카 시민의 공공재산으로 탄생하게 된 것일까?

▲ 미타카시립 애니메이션 미술관

▲ 미타카시립 애니메이션 미술관

미타카 시는 시내의 도립 이노카시라 공원에 문화시설을 만들고자 소유자인 도쿄 도와 1992년부터 논의하고 있었다. 마침 1997년부터 지브리 박물관 건립을 계획해 온 지브리는 미타카 시에 공동으로 미술관을 건립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도립공원 내에 민간시설을 건립할 수는 없었다. 이때부터 미타카 시와 시민들은 미술관을 유치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브리가 건축물을 미타카 시에 기부하고 시의 공공시설로 미술관을 건립한 후 지브리와 미타카 시 그리고 니혼TV가 함께 설립한 ‘공익재단법인 도쿠마 기념 애니메이션 문화재단’을 관리 운영자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른바 PFI(Private Finance Initiative)방식을 도입한 도시재생사업의 선구적인 실험 사례가 된 것이다.

미타카시의회는 ‘미술관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미술관 건립에 관한 안건들을 공개적으로 검토한 뒤 ‘미타카시립 애니메이션 미술관 조례’를 제정했다. 또한 시민들과 지역 관계자들은 ‘미타카 시립 애니메이션 미술관 마을 만들기 추진 협의회’를 조직해 교통대책과 지역활성화 대책을 협의했다. 이렇게 해서 인구 19만의 미타카 시는 세계적인 관광지인 지브리 박물관을 시민의 재산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주민참여와 파트너십의 인텔리전트 도시’로 불리고 있는 미타카식 민관 협동 사업의 모델이 탄생한 것이다.

50년을 이어온 주민참여와 협동의 시정

미타카 시의 시민참여와 파트너십에 의한 시정은 약 50여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미타카 시는 1950년부터 시정이 시작되어 1955년 사회당 출신의 스즈키 헤이사브로가 3대 시장에 당선됐다. 5기에 걸친 20여 년간의 재임 동안 그는 혁신 시정을 펼치면서 현재의 미타카 시정의 기초를 다졌다. 그중 하나가 시를 7개의 지구로 나누고 각 지구별로 커뮤니티센터를 건립하여 주민협의회가 이를 운영하게 하는 ‘커뮤니티 시정’이다. 커뮤니티센터를 중심으로 주민자치의 마을만들기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행동하는 시민들을 육성한다는 구상이었다. 1971년 커뮤니티센터 조례가 제정돼, 1973년에 오사와에 제1호 커뮤니티센터가 개관됐다. 1972년에는 ‘미타카 시 기본구상’에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마을만들기 시민의 모임’이 구성됐다. 여기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1975년 ‘미타카 시 기본 구상’이 책정되었고 시의회에서 가결돼 미타카 시정의 기초가 됐다.

노동조합 출신의 사카모토 마사오 시장 또한 4기에 걸쳐 16년간 스즈키 시장의 커뮤니티 시정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서 1984년 렌자크 커뮤니티센터를 마지막으로 7개 지구의 커뮤니티센터가 완성되어 주민협의회가 운영하게 되었다. ‘건설비와 운영비는 시가 부담하지만 운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라는 방침이었다. 다양한 시민 및 단체가 자발적으로 운영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각종 시민회의가 개최되기 시작했다.

▲ 지역주민들은 이노카시라 커뮤니티센터를 거점으로 다양한 지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 지역주민들은 이노카시라 커뮤니티센터를 거점으로 다양한 지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1981년에는 7개 지구 주민협의회가 각 지역별로 ‘커뮤니티 카르테’를 작성해 시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커뮤니티 카르테란 시민 스스로 지역적 과제를 진단하고 ‘마을만들기 계획’을 작성한 것이다. 시가 이를 미타카 시 기본계획과 실시계획에 반영하면서 커뮤니티 시정은 한층 발전했다. 커뮤니티 카르테는 주민협의회가 선출한 ‘카르테 작성 위원회’에 의해, 1981년, 1984년, 그리고 1989년 모두 3회에 걸쳐서 작성됐다. 카르테 작성에 참가했던 시민들은 ‘새로운 만남의 기회가 됐다’, ‘주민자치란 관용과 조정, 결단이 필요함을 알게 됐으며, 정치란 현실의 통찰로 이뤄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참가소감을 밝혔다.

1990년대에 이르러 미타카 시의 시정은 ‘참여에서 협동(파트너십)으로’ 한층 발전하게 된다. 제 5대 야스다 요지로 시장은 미타카 시 공무원 출신으로 스즈키 시장과 사카모토 시장의 시정을 보좌해 왔었다. 그 덕분에 시민의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려는 ‘시민회의 방식’은 그대로 이어져 다양한 분야에서 전개됐다. 그리고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워크숍 방식’을 도입해, 마을만들기 계획뿐만 아니라 그것을 구체화하는 과정에도 시민들의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주민협의회 멤버뿐만 아니라 아이들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지역에 공원을 만들고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는 일에 직접 참여하게 됐다. 워크숍에 의한 마을만들기 사업의 대표적인 예로 ‘꿈의 공원 만들기(이노카시라 테노히라 어린이 놀이터) 워크숍’과 ‘마루이케 부활 플랜 만들기 워크숍’이 유명하다.

▲ 1997년 100여 명의 지역주민들이 총 11회의 워크숍을 개최하여 살린 마루이케 공원

▲ 1997년 100여 명의 지역주민들이 총 11회의 워크숍을 개최하여 살린 마루이케 공원

시작부터 시민참여로 이뤄진 미타카 시 기본계획

1999년 10월 미타키 시 시민들로 구성된 NPO조직 ‘미타카 시민 플랜 21 회의’가 발족했다. 미타카 시의 기본 구상・제3차 기본계획을 책정하기에 앞서, 시민들이 직접 그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에 제언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이다. 이는 시가 계획을 수립할 때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기존의 시민회의 방식과는 크게 다른 새로운 형태의 시민참여 방식이었다. 즉, 시가 원안을 작성하기 전에 백지상태에서 시민회의가 구성됐다. 시민회의의 구성원 또한 공모에 의해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1995년 결성된 ‘미타카 시 마을 만들기 연구소’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연구소는 기존의 공원 만들기나 학교의 재건축 등에서 이뤄졌던 워크숍 방식의 시민참여가 시의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도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해 시작부터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서 토론하고 이를 계획에 반영하는 ‘시민참여의 새로운 모델’을 시에 제안한 것이다. 시는 이 제안을 수용해 먼저 준비위원회를 공모했다. 준비위원회는 새로운 시민참여 조직의 형식과 회의 운영의 기본 규칙 등을 정하고 시민 참가자를 공모했다. 인원의 제한을 두지 않는 완전 자유 참가 형식이었다. 이 공모로 모인 375명의 시민들이 1999년 10월 ‘미타카시민플랜21회의’를 출범시켰다.

시민플랜21회의는 미타카 시와 파트너십 협정을 체결하고 10개의 분과 위원회로 나뉘어 계획을 수립하기 했다. 1년간의 토론에 토론을 거듭한 결과 ‘미타카시민플랜21’을 완성하여 이를 시에 제출하게 된다. 미타카시민플랜21은 지구・협동・순환・ 공생이라는 4개의 키워드로 정리돼 있으며 시민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자치기본조례’를 제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시는 이 제안서를 바탕으로 신기본구상과 제3차 기본계획 초안을 작성했고, 시민플랜21회의는 시의 초안에 대한 의견서를 다시 제출했다.

그 결과, 2001년 5월에 최종안이 책정돼 그해 9월에 의회에서 의결됐으며, 이를 수용해 제3차 기본계획이 2001년 11월에 확정됐다. 임무를 마친 시민플랜21회의는 3년에 걸친 활동을 종료하고 해산했다. 그리고 시민플랜21회의는 이듬해 마크하리멧세에서 열린 일본 행정학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행정의 시작부터 시민들이 참여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궁극적인 시민참여 행정 모델로 평가받은 것이다. 기요하라 케이코 현미타카 시장이 바로 시민 플랜 21회의 3명의 의장 중 한 명이었다.

▲ 2003년 시 조례에 의해 설립된 NPO법인 미타카 시민협동네트워크가 운영하고 있는 시민협동센터는 지역주민들의 행정 참여를 돕고 있다.

▲ 2003년 시 조례에 의해 설립된 NPO법인 미타카 시민협동네트워크가 운영하고 있는 시민협동센터는 지역주민들의 행정 참여를 돕고 있다.

침묵하던 시민들 시정운영에 입을 열다

2006년 8월 26일~27일, 미타카 시 시민협동센터에서 ‘미타카 마을만들기 공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 개최를 위해 미타카 상공회의소와 미타카 시는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청년회의소 회원 12명, 미타카 시 공무원 4명, 시민단체 회원 6명으로 구성된 총 22명의 실행위원회를 조직했다. 실행위원회는 6개월 동안 총 30회가 넘는 회의를 통해 토론회를 준비했다. 우선 18세 이상 시민 1,000명을 무작위로 선발하여 토론회 참가 의뢰서를 발송했다. 그중 87명의 시민이 참가 승낙서를 보냈다. 예상을 넘는 숫자였다. 87명 중에서 공개추첨을 통해 참가자 60명을 선발했다. ‘무작위 선발’이란 방식으로 참가자를 결정한 것은 ‘침묵하는 다수의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들에게 관련 현황 등의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토론회는 ‘안전・안심 마을 만들기-어린이 안전’을 주제로 1시간씩 총 4회에 걸쳐 진행됐다. 먼저 5명씩 10개의 그룹으로 나눠 동시에 토론을 진행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과제별로 그룹의 토론 멤버를 교체했다. 각 그룹은 제출된 다수의 의견 중에서 3개의 의견을 정한 뒤, 그룹 대표가 전체 회의에서 이를 발표하고 참가자들은 찬성하는 의견에 투표를 했다. ‘경찰과 시청, 학교가 어린이 안전을 위한 협의회를 만든다(총득표 14), 퇴직한 시니어들로 유급 어린이 보호관을 양성한다(총득표27)’ 등의 의견이 제안되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진짜 시민이 된 것 같다’, ‘재미있었다’ 등의 소감을 밝혔다. 물론 토론회의 효과는 참가자들의 높은 만족도에 그치지 않았다. ‘제출된 제안들이 시민과 지역에서 해야 할 과제와 행정에서 해야 할 과제가 각각 구별돼 있고 매우 현실성이 높다’며 ‘제안의 질’ 또한 높이 평가됐다. 이런 평가에 힘입어 미타카 시는 무작위 선발에 의한 마을만들기 공개 토론회를 매년 정례화시켰다. ‘미타카 마을만들기 공개 토론회’는 시의 종합기본계획 책정, 외곽순환도로 주변의 마을만들기, 방재 마을만들기 등등 해마다 주제를 바꿔 개최되고 있다. 매년 각 연령층에서 무작위로 선발된 침묵하던 다수의 시민들이 모여 진지하고 활발하게 토론을 벌이고 질 높은 제안을 하고 있다. 그동안 행정 참여의 경험이 없었던 시민들이 시정에 참여하여 지역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는 미타카 시의 토론회는 매우 획기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으며, 미타카 시는 앞으로도 시민참여와 협동을 기반으로 한 시정 운영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글 : 안신숙 |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금, 2016/07/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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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스물아홉 번째 책
<어떤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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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부터 포구가 있는 ‘어떤 동네’에서 살아온 작가는
지금도 그곳에 살면서 공부방 삼촌으로 공동체를 꿈꾸며 일하고 있다.
그는 자꾸만 스러져 가는 동네와 그 동네 이웃들의 삶이 안타까워 사진을 찍어 왔다.

그는 동네와 이웃들의 삶을 사각의 틀 안에 담고 싶다는 것이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탓에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동네 골목을 다니며
‘찰칵’ 소리도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었단다.

그렇게 “불량한 사람들이 사는 불량한 동네”라고 낙인 찍힌
어떤 동네를 고스란히 담은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왔다.

어른 하나가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골목을
함께 밥을 나누는 밥상 삼아, 마늘이나 굴을 까는 일터 삼아,
늦은 밤까지 일을 해야 하는 엄마 아빠를 기다리며 뛰어노는 놀이터 삼아,
한 덩어리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담긴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나 역시 조심스러웠다.

남루한 일상의 한 조각처럼 어떤 동네의 골목에 널려 있는 빨래를
마주했을 때 마음이 먹먹해진 것은 어쩌면 하루벌이로 먹고사는
이웃들의 고된 삶에 연민을 느낀 것은 아닌가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마음을 눈치챈 것일까
연민은 동정이 아니라고 약하고 부서진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길어 올려진 사랑이라고 어떤 동네 사람들은 말을 건네주었다.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책장을 거닐다 보면
저 동네 싹 밀어 버려야 한다고 말하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어진다.

수도가 들어왔을 때가 가장 행복한 때였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삶
그 집에서 나머지 삶을 마치고 싶어 하는 할아버지의 소망
동네에 있는 세 평의 공간이 가장 크고 자유로운 놀이터인 아이들의 웃음
이들의 삶이 얼마나 불량하기에 그렇게 쉽게 말하느냐고 말이다.

다행히도 낡은 집과 집 틈 사이로 따뜻한 햇살이 깃들고 있다.
어른들이 주저하며 힘겹게 꿈꾸는 세상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온몸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자라고 있고
가난한 동네를 떠나지 않고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동네에 가면 사람들이 살고 있다.
나누고 또 나누어서 더 나눌 것이 없을 만큼 가난해져서
모두가 넉넉해지는 평화의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글 : 권성하|미디어홍보팀 팀장 · [email protected]

수, 2016/07/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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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 opinion

뉴타운사업으로 상징되는 전면 철거 방식의 도시개발은 이제 서서히 도시재생으로 대체되어 가고 있다. 수많은 정비사업 구역이 주민 다수의 의사로 해제되고 도시재생특별법의 제정과 뒤이은 전국적인 도시재생사업의 시행은 그런 흐름이 이제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직 도시재생이 도시인의 생활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체감될 정도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점진적 공간구조의 변화를 그 특징으로 하는 도시재생의 본질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 근린이 재생을 필요로 한다는 공감대의 형성, 구역지정, 계획수립, 사업실행, 자치적 지역관리의 시행이라는 긴 시간의 흐름에 우리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합의의 형성에 소요되는 시간을 사업성 악화의 주된 이유로 바라보면서 일정 수의 동의가 이루어지면 반대하는 소수는 현금청산이란 이름으로 소유권에 근거한 권리를 박탈하고 세입자는 의사결정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인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과의 근원적인 차이는 바로 재생사업의 그러한 점진적이고 장기적인 실행과정에서 기인한다. 주민, 상인으로 대표되는 ‘주민참여’를 바라보는 관점이 단기간에 다수의 동의를 이끌어내 사업을 추진하는 하나의 ‘절차’로 보는가 아니면 사업에 착수하고 실행하는 과정의 필수불가결한 ‘목적’으로 보는가에 따라 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도시재생은 지역사회의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활성화를 통합적으로 고려하고 역사, 문화, 자연, 공간자원의 합리적 활용과 재발견을 그 수단으로 하면서 인적자원으로 대표되는 주민의 실천과 역량에 의한 실현을 도모한다. 도시재생은 낡아가는 주택과 불편한 거주여건, 부족한 기초생활 인프라, 공간의 쇠퇴와 고령화 속에서 가속화되는 생활경제권의 침체, 점차 단절되어가는 이웃 간의 관계와 마을의 문제를 함께 다루었던 비공식적 공론장의 폐쇄라는 현실에서 ‘공간’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문제를 사업성을 판단 근거로 하는 개발자본의 논리가 아닌 주민의 참여를 통해 풀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활로를 잃어가고 있는 저층 주거단지로 대표되는 노후주거지와 구도심으로 상징되는 침체되고 있는 상업지역과 골목경제권에 관심, 공감, 협의, 협업의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어 변화의 단초를 만들려는 시도이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된 도시재생사업은 형식적 주민참여, 행정주도의 사업추진, 기술용역으로 대표되는 물리적 계획 중심의 사업이란 비판에 직면해 있다. CCTV 설치나 도로정비, 주민공동이용시설 건립과 같은 기반시설에 확충하는데 대부분의 예산이 투입되는 무늬만 바꾼 개발사업이란 시선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모두 기존의 관행에 익숙한 행정이 주도하고 주민참여에 기반한 사업진행이 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이다.

선진국의 경험을 봐도 도시재생사업은 기존 주력 산업의 몰락과 빈곤의 대물림 속에서 잘못된 도시정책에 반대하는 주민활동이나 공유자산을 주민들이 창조적으로 활용하여 지역자사화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즉, 주민의 자각과 참여가 공간의 변화와 새로운 활용, 일자리의 창출과 지역경제의 재구조화로 이어지면서 활력이 창출되는 ‘과정’이 도시재생의 특징이고 성과인데 우리는 아직 ‘사업’으로만 바라보고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시작과 동시에 한계가 드러나는 것이다.

다시 도시재생의 근본으로 돌아가서 자신이 살거나 일하는 지역사회의 변화를 열망하는 주민들의 희망이 작은 지원사업 등을 통해 모여야 하고,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 민간비영리조직, 사회적경제조직도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런 준비를 거쳐 사업구역으로 선정되면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고 홍보와 실천활동을 거쳐 주민리더십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해진다. 다수의 주민이 참여하여 직접 지역의 과제를 논의하고 의제를 설정하는 과정은 활성화 계획으로 구체화된다.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이 투입되는 사업의 시행은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이 한 그릇에 담겨 맛있게 비벼지는 비빔밥을 만드는 과정과 유사하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지만 지역활성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주민, 상인, 지자체, 전문가, 민간조직 등이 조화를 이루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해 나가는 것이다.

사업시행의 종료가 곧 사업의 마무리인 기존의 정비사업과는 달리 도시재생은 사업종료 후가 더 중요하다. 확충된 생활인프라, 보다 안전하고 편리해진 거주여건, 거주자의 의사와 자원투입에 따라 고쳐지거나 신축되는 주택은 지속적인 관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주민이 새롭게 확보된 공유시설을 거점으로 지역의 필요와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마을기업과 협동조합을 만든다면 지속가능성을 높이면서 새로운 일자리, 수익이 지역 내에서 순환되는 효과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오래 살고 싶은 동네, 이웃과의 소통과 함께하는 실천이 자연스러운 마을은 도시재생이 꿈꾸는 도시의 미래상이다. 그 근본에 주민참여가 있다. 이제 막 도시재생의 출발선을 떠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글 : 남철관|(사)나눔과 미래 국장

화, 2016/08/0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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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해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안신숙의 일본통신 43

마을 일에 침묵하던 주민들이 입을 열게 된 까닭

도쿄 도 신주쿠에서 중앙선을 타고 20여 분을 달리면 미타카 역이 나온다. 쾌속선을 타면 바로 다음 정거장으로 10여 분 만에 도착할 수도 있다. 일본 방문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미타카 역을 들어봤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브리 미술관’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관장으로 있는 지브리 미술관의 정식 명칭이 ‘미타카시립 애니메이션 미술관’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즉, 지브리 미술관은 (주)스튜디오 지브리(이하 ‘지브리’)가 아닌 미타카 시민의 재산인 것이다. 어떤 경위로 지브리 미술관이 미타카 시민의 공공재산으로 탄생하게 된 것일까?

▲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

▲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

미타카 시는 시내의 도립 이노카시라 공원에 문화시설을 만들고자 소유자인 도쿄 도와 1992년부터 논의하고 있었다. 마침 1997년부터 지브리 미술관 건립을 계획해 온 지브리는 미타카 시에 공동으로 미술관을 건립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도립공원 내에 민간시설을 건립할 수는 없었다. 이때부터 미타카 시와 주민들은 미술관을 유치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브리가 건축물을 미타카 시에 기부하고 시의 공공시설로 미술관을 건립한 후 지브리와 미타카 시 그리고 니혼TV가 함께 설립한 ‘공익재단법인 도쿠마 기념 애니메이션 문화재단’을 관리 운영자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른바 PFI(Private Finance Initiative)방식을 도입한 도시재생사업의 선구적인 실험 사례가 된 것이다.

미타카시의회는 ‘미술관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미술관 건립에 관한 안건들을 공개적으로 검토한 뒤 ‘미타카시립 애니메이션 미술관 조례’를 제정했다. 또한 주민들과 지역 관계자들은 ‘미타카 시립 애니메이션 미술관 마을 만들기 추진 협의회’를 조직해 교통대책과 지역활성화 대책을 협의했다. 이렇게 해서 인구 19만의 미타카 시는 세계적인 관광지인 지브리 미술관을 주민의 재산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주민참여와 파트너십의 인텔리전트 도시’로 불리고 있는 미타카식 민관 협동 사업의 모델이 탄생한 것이다.

50년을 이어온 주민참여와 협동의 시정

미타카 시의 주민참여와 파트너십에 의한 시정은 약 50여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미타카 시는 1950년부터 시정이 시작되어 1955년 사회당 출신의 스즈키 헤이사브로가 3대 시장에 당선됐다. 5기에 걸친 20여 년간의 재임 동안 그는 혁신 시정을 펼치면서 현재의 미타카 시정의 기초를 다졌다. 그중 하나가 시를 7개의 지구로 나누고 각 지구별로 커뮤니티센터를 건립하여 주민협의회가 이를 운영하게 하는 ‘커뮤니티 시정’이다. 커뮤니티센터를 중심으로 주민자치의 마을만들기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행동하는 주민들을 육성한다는 구상이었다. 1971년 커뮤니티센터 조례가 제정돼, 1973년에 오사와에 제1호 커뮤니티센터가 개관됐다. 1972년에는 ‘미타카 시 기본구상’에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마을만들기 시민의 모임’이 구성됐다. 여기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1975년 ‘미타카 시 기본 구상’이 책정되었고 시의회에서 가결돼 미타카 시정의 기초가 됐다.

노동조합 출신의 사카모토 마사오 시장 또한 4기에 걸쳐 16년간 스즈키 시장의 커뮤니티 시정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서 1984년 렌자크 커뮤니티센터를 마지막으로 7개 지구의 커뮤니티센터가 완성되어 주민협의회가 운영하게 되었다. ‘건설비와 운영비는 시가 부담하지만 운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라는 방침이었다. 다양한 시민 및 단체가 자발적으로 운영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각종 시민회의가 개최되기 시작했다.

▲ 지역주민들은 이노카시라 커뮤니티센터를 거점으로 다양한 지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 지역주민들은 이노카시라 커뮤니티센터를 거점으로 다양한 지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1981년에는 7개 지구 주민협의회가 각 지역별로 ‘커뮤니티 카르테’를 작성해 시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커뮤니티 카르테란 주민 스스로 지역적 과제를 진단하고 ‘마을만들기 계획’을 작성한 것이다. 시가 이를 미타카 시 기본계획과 실시계획에 반영하면서 커뮤니티 시정은 한층 발전했다. 커뮤니티 카르테는 주민협의회가 선출한 ‘카르테 작성 위원회’에 의해, 1981년, 1984년, 그리고 1989년 모두 3회에 걸쳐서 작성됐다. 카르테 작성에 참가했던 주민들은 ‘새로운 만남의 기회가 됐다’, ‘주민자치란 관용과 조정, 결단이 필요함을 알게 됐으며, 정치란 현실의 통찰로 이뤄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참가소감을 밝혔다.

1990년대에 이르러 미타카 시의 시정은 ‘참여에서 협동(파트너십)으로’ 한층 발전하게 된다. 제 5대 야스다 요지로 시장은 미타카 시 공무원 출신으로 스즈키 시장과 사카모토 시장의 시정을 보좌해 왔었다. 그 덕분에 주민의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려는 ‘시민회의 방식’은 그대로 이어져 다양한 분야에서 전개됐다. 그리고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워크숍 방식’을 도입해, 마을만들기 계획뿐만 아니라 그것을 구체화하는 과정에도 주민들의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주민협의회 멤버뿐만 아니라 아이들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민들이 지역에 공원을 만들고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는 일에 직접 참여하게 됐다. 워크숍에 의한 마을만들기 사업의 대표적인 예로 ‘꿈의 공원 만들기(이노카시라 테노히라 어린이 놀이터) 워크숍’과 ‘마루이케 부활 플랜 만들기 워크숍’이 유명하다.

▲ 1997년 100여 명의 주민들이 총 11회의 워크숍을 개최하여 살린 마루이케 공원

▲ 1997년 100여 명의 주민들이 총 11회의 워크숍을 개최하여 살린 마루이케 공원

시작부터 주민참여로 이뤄진 미타카 시 기본계획

1999년 10월 미타키 시 주민들로 구성된 NPO조직 ‘미타카 시민 플랜 21 회의’가 발족했다. 미타카 시의 기본 구상・제3차 기본계획을 책정하기에 앞서, 주민들이 직접 그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에 제언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이다. 이는 시가 계획을 수립할 때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기존의 시민회의 방식과는 크게 다른 새로운 형태의 시민 참여 방식이었다. 즉, 시가 원안을 작성하기 전에 백지상태에서 시민회의가 구성됐다. 시민회의의 구성원 또한 공모에 의해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1995년 결성된 ‘미타카 시 마을 만들기 연구소’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연구소는 기존의 공원 만들기나 학교의 재건축 등에서 이뤄졌던 워크숍 방식의 시민참여가 시의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도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해 시작부터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서 토론하고 이를 계획에 반영하는 ‘시민참여의 새로운 모델’을 시에 제안한 것이다. 시는 이 제안을 수용해 먼저 준비위원회를 공모했다. 준비위원회는 새로운 시민참여 조직의 형식과 회의 운영의 기본 규칙 등을 정하고 시민 참가자를 공모했다. 인원의 제한을 두지 않는 완전 자유 참가 형식이었다. 이 공모로 모인 375명의 시민들로 1999년 10월 미타카 시민 플랜 21회의가 출범했다.

시민 플랜 21회의는 미타카 시와 파트너십 협정을 체결하고 10개의 분과 위원회로 나뉘어 계획을 수립하기 했다. 1년간의 토론에 토론을 거듭한 결과 ‘미타카 시민 플랜 21’을 완성하여 이를 시에 제출하게 된다. 미타카 시민 플랜 21은 지구・협동・순환・ 공생이라는 4개의 키워드로 정리돼 있으며 시민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자치기본조례’를 제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시는 이 제안서를 바탕으로 신기본구상과 제3차 기본계획 초안을 작성했고, 시민 플랜 21회의는 시의 초안에 대한 의견서를 다시 제출했다.

그 결과, 2001년 5월에 최종안이 책정돼 그해 9월에 의회에서 의결됐으며, 이를 수용해 제3차 기본계획이 2001년 11월에 확정됐다. 임무를 마친 시민 플랜 21회의는 3년에 걸친 활동을 종료하고 해산했다. 그리고 시민 플랜 21회의는 이듬해 마크하리멧세에서 열린 일본 행정학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행정의 시작부터 주민들이 참여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궁극적인 시민참여 행정 모델로 평가받은 것이다. 기요하라 케이코 현미타카 시장이 바로 시민 플랜 21회의 3명의 의장 중 한 명이었다.

▲ 2003년 시 조례에 의해 설립된 NPO법인 미타카 시민 협동 네트워크가 운영하고 있는 시민협동센터는 시민들의 행정 참여를 돕고 있다.

▲ 2003년 시 조례에 의해 설립된 NPO법인 미타카 시민 협동 네트워크가 운영하고 있는 시민협동센터는 지역주민들의 행정 참여를 돕고 있다.

침묵하던 주민들 시정운영에 입을 열다

2006년 8월 26일~27일, 미타카 시 시민협동센터에서 ‘미타카 마을만들기 공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 개최를 위해 미타카 상공회의소와 미타카 시는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청년회의소 회원 12명, 미타카 시 공무원 4명, 시민단체 회원 6명으로 구성된 총 22명의 실행위원회를 조직했다. 실행위원회는 6개월 동안 총 30회가 넘는 회의를 통해 토론회를 준비했다. 우선 18세 이상 시민 1,000명을 무작위로 선발하여 토론회 참가 의뢰서를 발송했다. 그중 87명의 시민이 참가 승낙서를 보냈다. 예상을 넘는 숫자였다. 87명 중에서 공개추첨을 통해 참가자 60명을 선발했다. ‘무작위 선발’이란 방식으로 참가자를 결정한 것은 ‘침묵하는 다수의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들에게 관련 현황 등의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토론회는 ‘안전・안심 마을 만들기-어린이 안전’을 주제로 1시간씩 총 4회에 걸쳐 진행됐다. 먼저 5명씩 10개의 그룹으로 나눠 동시에 토론을 진행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과제별로 그룹의 토론 멤버를 교체했다. 각 그룹은 제출된 다수의 의견 중에서 3개의 의견을 정한 뒤, 그룹 대표가 전체 회의에서 이를 발표하고 참가자들은 찬성하는 의견에 투표를 했다. ‘경찰과 시청, 학교가 어린이 안전을 위한 협의회를 만든다(총득표 14), 퇴직한 시니어들로 유급 어린이 보호관을 양성한다(총득표27)’ 등의 의견이 제안되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진짜 시민이 된 것 같다’, ‘재미있었다’ 등의 소감을 밝혔다. 물론 토론회의 효과는 참가자들의 높은 만족도에 그치지 않았다. ‘제출된 제안들이 시민과 지역에서 해야 할 과제와 행정에서 해야 할 과제가 각각 구별돼 있고 매우 현실성이 높다’며 ‘제안의 질’ 또한 높이 평가됐다. 이런 평가에 힘입어 미타카 시는 ‘무작위 선발에 의한 마을만들기 공개 토론회’를 매년 정례화시켰다. ‘미타카 마을만들기 공개 토론회’는 시의 종합기본계획 책정, 외곽순환도로 주변의 마을만들기, 방재 마을만들기 등등 해마다 주제를 바꿔 개최되고 있다. 매년 각 연령층에서 무작위로 선발된 침묵하던 다수의 주민들이 모여 진지하고 활발하게 토론을 벌이고 질 높은 제안을 하고 있다. 그동안 행정 참여의 경험이 없었던 주민들이 시정에 참여하여 지역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는 미타카 시의 ‘마을만들기 공개 토론회’는 매우 획기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으며, 미타카 시는 앞으로도 시민참여와 협동을 기반으로 한 시정 운영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글 : 안신숙 |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금, 2016/07/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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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이란 상대적으로 낙후된 기존 도시에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여 경제적, 사회적 동반 성장을 도모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카드뉴스로 한국의 도시재생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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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6/07/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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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했던 세기말, 1999년 개봉한 워쇼스키 자매 감독의 매트릭스는 종교적, 철학적, 과학적, 정치적, 사회적 영화장치들이 치밀하게 배치된 21세기 영화사의 걸작으로 불린다. 이 영화가 이런 장치들을 얼마나 세심하게 설정해두고 있는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특히 매트릭스가 영화 속에서 이야기하는 메시지들은 인간의 삶에 관한 수많은 분야에 걸쳐 있는데 그중 상당수는 21세기 지구의 대다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도시의 문제와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의 키워드들은 오늘날 도시재생이 급격히 대두되게 된 배경과 유사한 맥락들을 갖고 있다.

소통의 단절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는 사이버 공간에서 소외된 채 살아간다. 매트릭스 자체가 사이버 공간이기도 하지만 중의적으로 주인공은 해커가 되어 자신이 사는 세계의 본질을 알기 위해 수없이 많은 밤을 검색으로 지새운다. 그는 도시 안에서 만나는 직장 상사나 암거래 고객과는 표면적 관계만 맺고 있을 뿐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커뮤니티가 없다. 도시는 기본적으로 계약으로 맺어진 공간이기에 그렇다. 간혹 인간적 관계를 맺었더라도 각자 사연에 의해, 상황에 의해, 업무로 인해 쉽게 엇갈리게 된다. 만일 네오가 세계의 본질을 같이 논의하고 탐구하는 공동체를 만났다면 영화는 다르게 진행되지 않았을까? 간단한 취미 수준의 동호회는 모르겠지만 세계의 정체를 밝히려는 모임은 권력에 의해 제거되어야 할 조직이기에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도 쉽게 가능한 일은 아니다.

인간이 점점 다양한 생각, 가치관, 기호를 갖게 되는 것은 정보와 사회의 발전에 따라 당연한 일이다. 이런 다양한 개체들은 도시의 삶 속에서 파편화되어 소외되고 다시 소통과 공동체를 필요로 하게 된다. 다만 현실에서는 소통을 추구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어떻게 일상에서 풀 수 있는가에 따라 그 소통에 다다르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할 것이다.

불평등의 누적

이 세상의 본질적 지배요소는 무엇일까? 흔히 이야기하는 것으로 자본, 국제권력, 종교, 문화 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일차적 문제는 도시에 모여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부와 정보 그리고 기술과 교육의 기회가 점점 더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는 점이다. 이런 권력구조를 평범한 도시민들이 만회할 수 있는 힘은 연대와 단결이며, 정책적 요소로는 공유, 사회보장제도 등이 있다.

매트릭스에서 오라클은 그리스신화의 의미 그대로 예언자로 기능하는데, 사회에서 소외받고 불평등에 고통받는 슬럼가의 흑인들과 빈민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 아이들은 현실에서는 슬럼가에 버려진 아이들이지만 영화에서는 가려진 진실을 알리는 선지자들로 키워진다. 그녀는 지속적으로 기계권력에 대항하는 저항군 세력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고, 민중들이 어려움을 돌파하도록 지원하는 하방연대의 중심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도 오라클 같은 수많은 사회복지기관과 시민단체들이 존재한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개별적인 사회기여활동이나 네트워크화된 활동을 하고, 끊임없이 사회보장제도와 복지정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도시를 움직이는 거대한 시스템의 구조에서 여러 한계에 직면하곤 한다.

참여기회의 제한

네오를 포함한 매트릭스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사회참여를 통해 점차 세상의 본질을 깨닫고 자신의 능력을 확장시켜 나간다. 자신이 가진 문명의 편의를 버리고 나서야 하는 투쟁 앞에 망설이고, 전투에서 공포를 느끼던 주인공들은 권력의 본질, 억압의 구조, 참여의 의미, 동료로서 서로의 역할과 지원에 대해 깨닫고 신뢰관계를 맺으며 성장한다. 어쩌면 도시민들의 요구는 다양한 주제, 다양한 영역으로 표출되고 있지만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일지도 모른다. 바로 자아실현이 그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자아실현은 사회적 활동과 참여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참여의 질이 올라갈수록 개인이 느끼는 삶의 완성도는 높아진다.

무엇을 즐기는 사람이 혼자 즐기는 단계에서 발전하고 싶어할 때,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다 보면 결국 더 많은 것을 알려주게 되면서 결국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도시는 사람들의 이런 다양한 참여욕구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참여의 욕구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참여를 통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러므로 도시재생은 모든 도시민의 삶을 지원해야 한다

도시에서 여러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 핵심적인 문제로 손꼽히는 것이 소외, 불평등, 자아실현 통로의 단절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마을공동체, 공유경제, 문화공동체 지원 등이 제안되고 있지만, 도시의 문제들이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라 도시가 가진 본성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다. 그러나 도시의 문제들이 완전히 해결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도시를 발전시키겠다고 시민들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들은 도시민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찾는 도시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도시민의 삶의 관점에서 바라본 도시재생으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도시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일 것이다. 행정은 도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도시재생을 통해 일상에서 도시민의 삶을 지원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생명력 있는 도시가 될 것이다.

글 : 이남표|지역정책팀 연구원 · [email protected]

금, 2016/07/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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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예산조례 개정에 발맞춰 주민참여예산제를 적극 시행하기 시작한 시흥시는 주민참여예산제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곳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시흥시가 주민참여예산제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2012년부터 인연을 맺고 교육과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6 시흥시 주민참여예산교육은 크게 세 분야로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신규 주민참여예산위원과 지역회의위원을 대상으로 기본교육인 ‘주민참여예산학교’를 진행하였고, 두 번째는 동별 지역회의를 이끌어갈 지역회의 위원장, 간사(동사무장)들을 대상으로 ‘지역회의 리더양성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 동별 지역회의에서 지역회의위원 및 일반주민들에게 시흥시 주민참여예산제를 안내할 ‘시민강사 양성교육’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주민참여예산학교는 시흥시를 크게 2개 권역으로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지역회의위원들이 편하게 참여하실 수 있도록 교육 장소와 일정을 다양화하여 모두 6회(2개 권역에서 3회씩 교육을 실시)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1회차 교육에서는 주민참여와 공동체, 사회적 자본의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주민참여예산제의 의미와 시작, 사례 등을 살펴보았고, 2회차 교육에서는 시흥시의 재정상황과 예산의 기본개념, 시흥시 참여예산제도의 특징, 시흥시 지역회의의 역할과 사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3회차 교육에서는 각 동별로 공통의제를 선정하여 이에 따라 직접 주민참여예산제의 사업제안서를 작성해 서로 공유하는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지역회의 리더 양성워크숍에서는 지역회의의 중요성과 역할을 다시 한 번 짚어 보고,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지역회의의 운영과 참여가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각 동별 워크숍을 통해서 2015년 지역회의의 활동과 운영을 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2016년 지역회의의 운영계획을 작성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진행한 교육과정은 시민강사 양성교육입니다. 시흥시는 동별 지역회의 운영의 활성화와 내실화를 위해서 ‘찾아가는 주민참여예산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민강사 양성교육은 주민참여예산위원 중에서 찾아가는 주민참여예산학교의 시민강사로 지원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교육을 통해 동별 지역회의에서 시흥시 주민참여예산제와 사례들을 설명하고 지역회의의 운영을 안내하는 공통교안을 만들었습니다.

기존에 진행된 시민강사 양성교육과 달랐던 점은 워크숍을 통해 시민강사들이 지난해 강의교안을 평가하고 직접 ‘2016 찾아가는 주민참여예산학교’의 강의교안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교육에 참여한 시민강사들은 주민들에게 주민참여예산제의 개념과 정의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각 제안의 장단점을 토론하면서 공통교안을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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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시흥시 주민참여예산학교를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담당 공무원과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도였습니다. 예를 들면 예산 담당 공무원이 직접 시흥시의 재정과 예산의 구성, 기본개념에 대해서 소개하였고, 주민참여예산 기획홍보분과는 교육을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안했습니다. 또한, 시흥시 주민참여예산제의 역사와 특징을 설명하는 강사로도 참여해 주셨습니다. 교육에 참여한 지역회의위원들은 교육과정이 끝나는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관심을 보여 주었습니다. 시민강사 양성교육에 참여한 시민강사들은 수동적인 교육 참가자가 아닌 교안의 설계자로서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흔히 ‘시흥시 주민참여예산제’하면 ‘동별 주민참여예산 2억원’을 말합니다. 지자체 중에서 가장 큰 예산이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시흥시의 주민참여예산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시행되어 온 시흥시 주민참여예산제를 살펴보면, 단지 동별 예산 규모만으로 시흥시 주민참여예산제를 설명하고 평가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흥시는 주민참여예산제를 충실하게 운영하기 위해서 여러 단계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시민들은 지역회의, 참여예산위원회, 시민강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별 지역회의가 사업제안과 선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와 운영방향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습니다.

이번 2016 시흥시 주민참여예산교육은 시흥시 시민들과 행정의 이러한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또한 시흥 시민들이 주민참여예산제에 가지고 있는 자부심과 열정을 확인하고 고민을 나누며 해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글 : 김지헌 | 지역정책팀 팀장 · [email protected]

목, 2016/07/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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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노동 가치’ 복원이 먼저다 (경향신문)

노동이 생활시민의 가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재구성될 때 우리 시대 노동의 세계는 획기적으로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광복 70주년의 노동개혁은 노동의 공공성을 확장하는 방향성을 갖고 노동의 가치를 더욱 보편화해야 한다. 여기에는 기업의 협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노동개혁은 반드시 재벌개혁과 병행되어야 한다. 


아래 주소에서 기사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8132123255…

토, 2015/08/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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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

○ 주민참여예산제는 시민참여예산 조례제정운동의 일환으로 2003년 광주 북구에서 시작돼, 2011년 지방재정법 개정 이후 의무화되어 전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주민참여제도이다. 희망제작소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시 성북구, 은평구, 강동구, 노원구, 종로구, 고양시, 시흥시, 충청북도, 제천시, 청양군 등 여러 지역에서 이를 확산하기 위한 교육과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 지방재정이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 의무시행 5년 차에 접어든 주민참여예산제는 각 지역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그 내용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운영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의식과 쟁점사항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방향을 제안해본다.

○ 주민참여예산제의 운영목적은 예산편성과정에 주민참여를 보장함으로써 예산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증대하고 참여민주주의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의 운영방식이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합한지 점검해봐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사항으로, ①사업제안방식이 경쟁식이지 않은가, ②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가, ③주민들의 어떤 역량강화를 원하는가, ④주민과 행정의 소통 과정이 체계적으로 고려되고 있는가로 집약된다.

○ 이러한 점검을 바탕으로 주민참여예산제가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실질적 참여를 높여야만 하는데, 각 운영단계의 ‘주민 관점’ 구성을 그 전제로 한다. 더불어 도출된 내용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각 방법들을 ‘조례’에 반영시키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다양한 ‘주민참여정책’과 참여예산과의 연계 지점을 고려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참여민주주의를 활성화하는 형태로 주민참여예산제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사업‘심의자’에서 사업‘제안자’로 주민참여예산위원들의 적극적인 역할변화 또한 필요하다. 이를 위한 운영방법으로 참여주민 모집부터 사업선정까지의 과정을 제로베이스에서 제안해본다.

화, 2016/07/1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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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예산제를 운영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다섯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주민참여예산제의 목적을 기억하세요! 주민참여예산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예산 편성과정에 주민참여를 보장함으로써 지자체 예산의 투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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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7/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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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해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안신숙의 일본통신 42

오래된 임대아파트단지가 초고령화시대 맞춤형 마을로

▲ 지바 현 가시와 시(柏市)에 위치한 도요시키다이(豊四季台)단지

▲ 지바 현 가시와 시(柏市)에 위치한 도요시키다이(豊四季台)단지

지바 현 가시와 시(柏市)에 위치한 도요시키다이(豊四季台)단지는 일본주택공단(현재 UR 도시기구, 이하 UR이라 칭함)이 일본의 고도경제성장기에 수도권으로 유입된 주민들에게 쾌적한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조성한 임대주택 단지 중 하나다.

1964년 완성되어 총 4666호, 1만여 명의 삶의 터전이 된 도요시키다이단지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와 수세식 화장실, 욕실 등으로 그 당시에는 최첨단 시설을 자랑했다. 또한 도쿄까지 30~40분이면 출퇴근이 가능한 JR카시와역 역세권에 위치해 있어서 입주권이 곧 복권 당첨으로 여겨질 만큼 중산층들에게 꿈의 주택단지로 불렸다.

그러나 꿈의 주택단지도 반세기가 지나면서 낙후되기 시작했고, 입주민들의 평균 연령은 고령화되었다. 또한 정년퇴직으로 인한 입주민들의 이주로 빈집도 점점 늘어갔다. 이에 따라 UR은 2004년부터 도요시키다이단지의 재건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현재 제1기와 제2기 공사가 완료되었고, 제3기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다른 주택단지의 재건축과 달리 도요시키다이단지의 재건축은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UR과 가시와 시 그리고 시내에 캠퍼스가 있는 동경대학교 고령사회종합연구기구(이하 동대 IOC)가 이 주택단지를 일본이 곧 직면하게 될 초고령사회에 맞는 이상적인 시스템을 갖춘 마을로 재건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관・학이 일체가 되어 추진하고 있는 초고령화사회의 이상적인 마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도요시키다이단지의 모습을 살펴보자.

도요시키다이단지는 일본의 미래다

도요시키다이단지가 당면한 문제는 무엇보다 입주민들의 고령화였다. 이곳의 고령화율은 41%로, 65세 이상의 퇴직자들이 절반에 가까웠다. 이는 가시와 시 고령화율의 두 배를 넘는 수치이며(2014년 지바 현 인구통계 참고), 2055년 예상되는 일본의 고령화율과도 같은 수치다. 이처럼 입주민들의 높은 고령화율은 고도경제성장기에 수도권에 형성된 베드타운 단지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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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1만 명을 넘었던 입주민 수가 6,000명으로 줄어든 것도 또 하나의 문제였다. 낙후된 주택단지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에 불안을 느낀 입주민들이 타지역 또는 타시설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15% 이상 존재하는 65세 이상의 요개호자의 비율이 가시와 시 전체 비율에 비해서 낮은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도요시키다이단지의 모습은 곧 가까운 미래에 일본의 전 지역사회가 겪게 될 문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령자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마을만들기
– 도요시키다이 프로젝트 : Aging in Place 모델

도요시키다이단지의 재건축 추진과 더불어 UR과 가시와 시, 동대 IOC는 2009년부터 공동으로 연구회를 개최하여 이러한 지역 문제 해결방안과 마을 만들기에 대해 협의해 왔다. 그리고 2010년 ‘도요시키다이지역 고령사회 종합연구소’를 조직하여 ‘도요시키다이 프로젝트 : Aging in Place’를 추진하고 있다.

‘언제까지나 자택에서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마을’,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마을’이 도요시키다이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초고령화사회의 이상적인 마을의 모습이다. 즉 다가올 초고령화사회를 대비하여 Aging in Place 모델을 도요시키다이단지에서 먼저 실현해 보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언제까지나 자택에서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 ‘지역포괄케어시스템’과 ‘재택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고령자들의 세컨드 라이프 지원사업’ 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UR은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고 관련 시설을 유치하고, 동대 IOC는 정책 제언과 실증 실험을 진행하며, 가시와 시는 관련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 세 기관은 고유의 사업을 진행하며 때로는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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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 권역 내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

지난 2014년 가시와 시는 도요시키다이단지 안에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의 거점시설로 지역 의료연계센터를 설립했다. 이곳에 도요시키다이단지 입주민뿐만 아니라 가시와 시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암 등의 질병으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후 재택요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케어 매니저와 맞춤형 케어 플랜을 작성하고, 주치의, 부주치의, 치과 의사, 방문 간호사, 기능훈련사, 영양사, 개호 헬퍼, 약제사 등으로부터 종합적인 재택 요양 생활 서비스를 받고 있다.

2015년 설립된 코코판 가시와 도요시키다이는 가시아 시가 설립한 또 하나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의 거점시설이다. 이곳은 105개(자립동33호, 개호동 72호)의 객실을 갖춘 고령자 주택으로 고령의 저소득자들이 지역에 거주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방문 간호・방문 개호 스테이션에 다직종의 의료진들과 요양보호사들이 24시간 상주하며 재택 요양자들을 돌보고 있다. 앞으로 방문 재활의학 서비스와 방문 치과도 운영할 예정이다.

가시와 시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의 목적은 일상 생활 권역(30분 이내에 도착 가능한 권역) 안에서 고령자들에게 꼭 필요한 5가지 서비스, 즉 의료서비스, 개호 서비스,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서비스, 생활 지원 서비스, 주거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주민들이 오랫동안 살아온 지역에서 나이가 들어도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가시와 시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재택의료서비스에 있다. 이 프로젝트의 코디네이터 동대 IOC 츠지 테츠오 교수는 재택의료서비스를 추진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가시와 시는 2025년 초고령화시대가 되면 입원 환자의 증가에 따른 병실 부족이 심각해질 것이라 예측하고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사람들의 의식 또한 크게 변해서 시설보다 자택에서 요양하고 싶다는 주민들이 60%를 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까운 병원과 진료소의 의사들로 주치의・부주치를 두고 이들을 중심으로 의료・개호・간호 스텝이 팀을 이뤄서 ICT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면서 24시간 재택 요양자를 돌보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역 의사회를 비롯한 다양한 단체들로 이뤄진 의료 워킹그룹, 시행 워킹그룹, 연계 워킹그룹들이 이룬 성과다. 일본 정부는 가시아 시의 사례를 개호보험법에 적용해 2018년까지 모든 지자체에서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규정했다.

▲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의 거점시설로 설립된 지역 의료연계센터

▲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의 거점시설로 설립된 지역 의료연계센터

단카이 세대를 위한 일자리 모델 창출

퇴직 후 도요시키다이단지로 온 단카이 세대(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7년~1949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들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 역시 또 다른 과제였다. 고령자들이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창출하여 지역사회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퇴직자들도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 여기서 ‘삶의 보람을 위한 일자리’란 지역사회에 봉사하며 세컨드 라이프를 풍요롭게 보낼 수 있는 취업의 형태로 생계형 취업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고령자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곳이 시내에 있는 경작 포기지와 휴경지였다. 부족한 농지는 식물공장을 운영하고 도요시키다이단지 옥상에 텃밭을 조성하여 보충했다. 특히 식물공장은 휠체어 생활을 하는 고령자들도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고령자들은 이곳에서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고 있다.

이 사업을 진행하기 앞서 2011년 시내에 위치한 7곳의 농가가 마음을 모아 ‘가시와농원 유한사업조합’을 탄생시켰다. 조합원 농가들은 고령자들을 고용하여 체험농장사업, 관광농장사업, 농산물가공사업 등 농업 규모를 확대하였고 가시와 시는 고령자들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 (좌)가시와농원에서 고령자 농업학교도 진행하고 있다 (우)도요시키다이단지 안에 설치된 이동식 컨테이너 agri-cube

▲ (좌)가시와농원에서 고령자 농업학교도 진행하고 있다 (우)도요시키다이단지 안에 설치된 이동식 컨테이너 agri-cube

건강한 고령자들이 다른 고령자들의 생활을 돕는 일자리 모델도 창출했다. 지난 3월에 문을 연 커뮤니티 키친은 고령자들에게 건강한 식사를 제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 약 50여 명의 고령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밖에도 사회복지협의회, 자치회, 24시간 개호 스테이션에서 건강한 고령자들이 몸이 불편한 고령자들의 생활을 돕고 있다.

방과 후 보육 사업 또한 고령자들의 취업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면서 방과 후 보육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가시와 시는 시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보육 교실의 보조교사로 고령자들을 채용하고 있다. 또한 가시와역 앞에 ‘넥스트’라는 방과 후 학교를 민간 위탁 운영으로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해외 근무를 했던 퇴직자는 아이들에게 영어 회화를 가르치고, 퇴직한 기술자는 로봇 만들기를 가르치고 있다. 고령자들이 다양한 직종에서 오랜 세월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살려 지역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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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들이 행복한 마을이 곧 모두가 행복한 마을이다

도요시키다이 프로젝트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다양한 시도들이 성공해서 정착할 수도 있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은 고령자들의 활동이 지역사회를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고령자들의 일자리 모델 창출로 애프터 스쿨이 설립되었고, 그들의 손으로 재배한 무농약 채소가 건강한 한 끼 식사로 만들어져 커뮤니티 식당에서 판매되고 있다. 24시간 지원되는 의료서비스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생활을 지원해 주고 있으며, 고령자들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거리는 장애인들과 유모차를 끄는 사람들의 이동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주민들 간의 관계가 형성되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결국 모든 세대가 어울려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글 : 안신숙 |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금, 2016/07/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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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주민참여예산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예산감시운동으로부터 발전해 왔다. 그런데, 예산감시운동을 하던 이들은 ‘감시’운동의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 이러한 한계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예산감시운동은 기본적으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점이다. 이미 결정 또는 사용된 이후에 대한 감시는 그 잘못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 그러다보니 예산감시운동의 형태는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주로 비판과 반대 등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한계를 성찰한 예산감시운동 주체들은 아예 예산이 편성되는 단계에서부터 주민들이 참여할 필요를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감시’를 넘어 ‘참여’로의 전환을 꾀한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브라질 뽀르뚜 알레그리의 참여예산 사례가 많은 도움이 됐다.

2011년 3월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주민참여예산제가 모든 자치단체의 의무이행 제도가 됐다. 물론, 그 이전에도 광주 북구 이외에도 울산 동구와 북구 등에서 자율적으로 주민참여예산제를 실시했다. 주민참여예산제를 실시하는 자치단체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자율적으로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한 지역과 법의 강제적 규정 등에 의해 의무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한 지역이 그것이다.

이 두 지역 간에는 질적으로 큰 차이가 발견된다. 그러한 차이는 무엇보다도 제도운영에 대한 고민의 정도에서 드러난다. 우리나라에 처음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한 광주 북구에서는 주민참여예산 운영 방법을 고안하기 위해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 그리고 행정이 머리를 맞댔다. 그 뒤를 이어 이 제도를 도입한 울산 동구와 북구에서도 광주 북구를 벤치마킹했지만, 그러한 고민과 협의의 과정을 거쳤다. 반면, 의무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주민참여예산을 도입한 지역에서는 그러한 고민 과정 없이 다른 지역의 조례 또는 행정자치부 표준안을 그냥 베끼듯이 조례를 제정했다. 당연히 우리 지역에서 운영할 참여예산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었다.

이는 주민참여예산 활성화 정도에 대한 차이로 그래도 드러난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주민참여제도 중 일상적이고 강력한 참여방법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각광받는다. 예산은 행정의 정책과 사업에 있어 ‘알파요 오메가’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여는 권한과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권한을 적게 주면 참여도 저조할 수밖에 없고, 권한을 많이 주면 참여도 그에 비례해 활발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참여예산제는 최소한의 권한만을 주민들에게 주려고 노력(?)한다. 주민들이 권한을 행사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그 능력은 권한을 행사하고 평가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 지금 능력이 없으니 권한을 줄 수 없다고 하면, 우리는 100년 후에도 똑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주민참여예산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아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질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최소한 한 가지만 제안하고 싶다. 그것은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혁신적 고민을 하자는 것이다. 행정과 주민들이 동등한 권한을 갖고 평가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예산편성 과정 자체에 보다 깊숙이 참여해 보다 포괄적인 권한을 적절히 부여하기 위한 방법 등을 말이다.

그래도 요즘 몇 개 지역의 시도들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주민참여예산제를 별도의 제도로 보기보다, 주민들의 주체적인 지역발전계획 수립에 주민참여예산을 통한 예산결정권을 부여하려는 노력이 그것이다. 이런 흐름이 점차 널리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 : 이호 |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연구위원

금, 2016/07/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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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웃음 짓는 아파트, 입주민들과 관리사무소가 함께 행복한 아파트 공동체를 만들 수는 없을까요? 희망제작소와 SH공사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노동계와 사용자,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제2회 사다리포럼을 개최합니다.
수, 2016/07/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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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스물일곱 번째 책
<근시사회>
내일을 팔아 오늘을 사는 충동인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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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 ‘The Impulse Society(충동사회)’ 또는 한국어판 제목인 <근시사회>나 그 부제인 ‘내일을 팔아 오늘을 사는 충동인류의 미래’를 처음 접했을 때는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것만큼 대한민국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제목도 드물기 때문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을 위해 청소년들을 바다에 수장하는 자본의 논리, 청년들에 대한 사회적 투자를 낭비로 호도하는 정치의 논리가 지배하는 한국사회가 대표적인 근시사회가 아닐까?

저자 폴 로버츠(Paul Roberts)는 20세기 중반 자아-공동체, 시장-민주주의가 공존했던 시기와 구별되는 작금의 미국사회를 근시사회로 본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시장과 자아가 적대적 인수합병 형태로 통합되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즉 ‘효율성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시장과 신기술이 순간적 만족과 편협한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시민들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가면서, 우리(미국)사회가 충동사회로 바뀌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시민사회다운 ‘사회적’ 행동을 실천하기는 어려워지고, 민주주의 작동에 필수적인 “우리에게 공통분모가 있다”는 신념이 약해진다.

저자는 자아실현 강박에 대한 해부부터 시작해서 금융자본에 대한 비판으로 논의를 확대한다. 핵심적으로는 자본과 노동의 불균형, 관념적 좌파와 맹목적 우파라는 나쁜 균형에 빠진 정치를 비판하고 있다. 생산성과 효율성, 혁신에 대한 보상을 자본이 독식하면서 충동사회가 된 미국은 부유층과 나머지 계층이 다른 행성에 산다고 봐도 무방한 경제적 이류 국가로 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다른 사회에서도 가능하다. 저자가 ‘결과’의 측면에서 미국사회를 부유층과 그 외의 계층이 다른 행성이 사는 국가로 보았다면, 봄 제솝(Bob Jessop)은 일찍이 영국의 대처주의를 ‘전략’의 측면에서 ‘두 국민 전략(two nation strategy)’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장하성은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산업화와 성장 그리고 분배를 함께 이루던 대한민국이 현재는 세계에서 불평등이 가장 심해진 나라가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국가경제 성장이라는 가면을 벗기면, 부자기업과 대비되는 가난한 가계, 임금격차와 고용격차에 기인하는 소득격차의 확대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그 대안이다. 저자는 책 분량의 1/7을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공간 만들기’라는 대안논의에 할애한다. 우리 경제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그리고 우선순위와 그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보면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시장과 거리를 두어라’ ‘직원교육을 장려하고 은행을 쪼개라’ 그리고 독단적 진보와 보수의 ‘브랜드 정치에 종말을 고하라’고 외친다. 고차원적인 제도변화를 위해서는 시민들이 요구하고 깨달음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충동사회를 지탱하는 전제 즉 “근시안적이고 자기 몰두적이며 파괴적인 지금의 현실이 한 사회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이라는 개념”을 거부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된다. 장하성은 문제해결의 정치적 주체라는 조금 더 구체적인 지점까지 논의를 밀고 간다. 한국사회의 기성세대는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과거 과제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기에, 불평등 해소라는 당면과제 해결의 주체는 청년이라는 미래세대가 되어야 하며, 청년의 정치활동 참여여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우리사회에서도 뜻과 생활양식을 함께 하는 이들의 공동체 운동을 볼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로버츠의 조금은 색다르면서도 재미있는 주장도 있다. 저자는 슬로푸드의 본고장인 포틀랜드 시민들은 근시안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충동사회로부터 벗어나, 심각한 문제가 터져도 도망치지 않고 끈질기게 달라붙어 문제를 해결하면서 하나의 대안사회를 형성하고 있다고 본다. ‘사는 동네도 정체성이다’라는 주장이 거기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과정은 나라 전체의 사회적 결속을 떨어뜨리고, 자신과 견해차가 뚜렷한 사람들과는 교류할 기회마저 차단하기도 한다. 금융의 붕괴와 민주주의의 회복과 같은 사회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옳다고 생각하는 자신만의 생활방식과 삶으로 빠지기보다는 짜증스럽고 비효율적인 상황과 현실사회에 뿌리를 내릴 필요도 있다.

글 : 정창기 | 목민관클럼 팀장 · [email protected]

화, 2016/06/2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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