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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포럼 요약문] 마라케시의 기적: 독서장애인을 위한 정의 구현과 세계지식재산기구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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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포럼 요약문] 마라케시의 기적: 독서장애인을 위한 정의 구현과 세계지식재산기구의 변화

익명 (미확인) | 화, 2016/05/31- 20:48

[오픈넷 포럼 요약문]

마라케시의 기적: 독서장애인을 위한 정의 구현과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변화 (2016. 05. 19. 개최)

 

* 참조(자료집): http://opennet.or.kr/11756

1. 마라케시 조약의 의의

마라케시 조약은 저작권의 제한과 예외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한 최초의 국제규범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참가자는 모두 동의했다. Danielle Conway(미국 메인 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교수는 ‘마라케시의 기적’이라는 이번 포럼의 제목이 조약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을 매우 중시하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마라케시 조약은 이용자의 권리와 이익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보여주기에 기적이라는 것이다.

마라케시 조약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정보접근의 권리를 주는 것인데, 왜 저작권자들과 출판업자들은 이러한 지식, 정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려는 걸까? 이는 조약의 수혜자인 시각장애인들이 지적재산권 보호에 위협의 상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출판사, 지적재산권 소유자들은 시각장애인들에게 허용한 예외가 다른 수혜자 그룹에게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따라서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이들의 반대가 매우 격렬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오히려 시각장애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사용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움직임에 동참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래서 마라케시 조약에는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다양한 당사자들이 참여하여 국제적 연맹을 형성했다. 아프리카 그룹은 정보 부족의 이슈가 이들 국가와 직접적으로 해당됐기에 적극적으로 조약 체결 과정에 참석해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교육기회를 박탈당한 사람들, 빈곤층, 책이나 디지털 정보에 접근이 제한된 사람들 등을 생각하고 이 과정에 참여한 것이다. 세계 각지의 도서관과 아카이브들은 시각장애인 등 수혜자 그룹에게 더 많은 저서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위해 싸웠다. 결국 저작권자들에 대항하여 모든 사용자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그 결실을 맺었다.

마라케시 조약은 저작권 보호를 받는 저작물을 모든 사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형태(accessible format)로 변환하고, 재생산하고, 배포할 수 있는 권리를 다룬다. Conway 교수는 마라케시 조약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들의 수출을 허용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전통적인 텍스트를 접근 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차원을 넘어, 접근 가능한 형태의 저작물을 수출하는 문제에 중점을 둘 필요성을 말했다. 이 경우, 220만 개의 저작물이 변형된 형태로 국경을 넘어 로열티 없이 수출되고, 베른 협약의 관할권 내에서도 저자나 출판사가 저작권을 통제할 수 없어 베른 협약이 적용되지 않는 다른 곳으로 저작물이 수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게된다.

법적으로 사용자의 권리가 저작권자의 권리보다 더 우선하여 보호된다면, 이용자는 국가를 상대로 자신은 조약에 기초해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는 수혜자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우리가 그동안 저작권을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완전한 전환으로, 저작권자는 더 이상 기술적 보호 장치로 이용자가 저작물을 디지털 형태로 사용하는 일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이처럼 마라케시 조약은 저작권 보호 일변도의 흐름 속에서 명시적으로 이용자를 인정했기 때문에 혁명적이고, 미국 저작권법의 ‘fair use(공정 이용)’보다 더 나아가는 수준이라고 Conway 교수는 말했다.

남형두(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인권사의 연장선상에서 마라케시 조약이 의미를 지닐 수 있다며, 이를 계기로 정보화 시대에 걸 맞는 장애인 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화가 되고, 컴퓨터와 같은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의 보급이 늘어날수록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정보격차는 줄어들지만,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구텐베르크 이후 출판물을 중심으로 매체가 발전되면서 시각장애인들의 도서기근(Book Famine)이 시작되었는데, 19세기 중엽에 촉각을 이용한 점자, 20세기 중엽에 청각을 이용한 녹음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의 활자 정보에 대한 소외가 조금씩 해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나름의 한계를 지녀, 시각장애인들에게 주는 도움도 제한적이었다. 점자의 경우 변환 과정에서 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문제와 후천적으로 실명한 사람의 경우 생활 점자 외에 촉각으로 점자를 배워서 읽는다는 게 거의 불가능한 문제가 있고, 녹음도서의 경우 누군가가 카세트 테이프에 활자를 읽어 더빙을 해야한다는 점과 테이프를 찾는 것부터 중간에 재생을 멈춘 경우 표시할 수 없는 문제 등이 있기 때문이다.

IT 기술의 발전과 시대의 디지털화 흐름 속에 2000년 초반에 이르러서야 시각 장애인들은 드디어 디지털 파일만 있게 되면 우리가 읽는 것과 똑같이 문자를 읽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저작권의 장벽 앞에 시각장애인은 점자와 녹음에만 만족하라는 상황이었고,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습득은 비시각장애인들에 비해 제한되어 정보격차가 오히려 커지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라케시 조약은 의미를 지니게 된다.

또한, 남형두 교수는 인권의 저작권에 대한 우위확인을 말했다. 저작권법은 헌법에 위임받아 만들어진 법률인데, 장애인들의 인권, 인간의 존엄, 교육받을 권리 등은 시각장애인들의 기본적인 인권이고 헌법에서 보장된 것이다. 헌법의 기본권과 저작권이 충돌하는 경우 기본적 인권이 우위에 서야한다고 보는 입장에서 본다면, 마라케시 조약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때문에 저작권계에서 마라케시 조약이 지적재산권의 기초를 허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상당수 부풀려진 것이거나 장애인들이 겪는 고통을 너무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고 앞으로의 인식에 따라 바꿔질 수 있다고 말했다.

 

2. 마라케시 조약의 체결경위

마라케시 조약은 2013년 6월 27일 체결되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과 저작권이 충돌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WIPO(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세계지적재산권기구)와 UNESCO가 워킹그룹(working group)을 만든 30년 전이다. 2004년 11월에는 WIPO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상설위원회(Standing Committee on Copyright and Related Rights, SCCR)에서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 향상을 위한 저작권 면제 조약에 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마라케시 조약의 안은 SCCR 18차에서 브라질, 에콰도르, 파라과이 3개국이 WBU(The World Blind Union,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의 안을 받아서 제출해 마련됐다.

18차, 19차 SCCR에 당시 판사로서 한국 대표로 참석해 마라케시 조약의 상정 및 논의 과정을 지켜봤던 입장에서 윤종수(CCKOREA 프로젝트 리드,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교육, 도서관, 아카이빙 등 이전에도 저작권의 제한과 예외에 대한 많은 주장이 있었지만 대부분 무시되었지만, 시각장애인과 관련된 마라케시 조약안에 대해서는 반응이 달랐다고 한다. 그는 마라케시 조약의 체결이 가능했던 이유로 우선, 수혜자 그룹이 시각장애인으로 명확했고,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 보장이라는 정당성이 함부로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주제였다고 말한다. 또, WBU 등 비중이 큰 이익단체와 이를 뒷받침해주는 단체 연합의 영향력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대표단에는 전문성을 가지고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비중 있는 사람이 많았고, 자연히 단체의 발언권에도 상당한 힘이 실렸다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2006년 기준 WIPO 가입국 184개국 중에 57개국이 이미 시각장애인을 위한 법안을 가지고 있었다. 관련 규정을 지닌 미국, 일본, EU 등의 선진국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회원 국가들이 시각장애인 등의 저작물 접근확대를 위한 국제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동의를 표했다. 다만 그 방법에 있어 조약과 같이 구속력을 갖는 방안(binding instrument)에 중점을 두느냐, 아니면 회원국들의 입법에 대한 권고나 다른 사실적인 수단의 확충 등 구속력을 갖지 않는 방안(non-binding instrument)에 중점을 두느냐가 쟁점이었다. 결국, 마라케시 조약의 경우 다른 저작권 제한에 대한 논의와 출발선상에서부터 달랐던 것이다.

 

3. 국내 상황 및 한국과의 관계

한국 정부는 2014년 6월 22일, 마라케시 조약에 서명을 했다. 서명을 한 이후 비준을 1년 이상 미루다가 2015년 10월 초순경, 국회의 비준 없이 행정 협정과 같은 형태로 문화콘텐츠실장이 제네바 WIPO에 가서 비준서에 기탁하였다. 이로써 마라케시 조약이 국내에서 효력을 갖게 되었다. 다만, 국내에서는 시각장애인과 관련한 저작권법의 관련 규정이 이미 있었다.

남형두 교수는 이와 관련한 법개정의 역사를 개괄 설명했다. 1987년도 베른 협약 가입을 앞두고, 우리 저작권법이 전면개정이 되면서 시각장애인 조항 33조가 생겼다. 원래 묵자로 된 출판물을 점자로 제작하는 것도 일종의 복제 침해가 됐는데, 33조에서 저작재산권에 대한 예외조항으로 점자 복제를 허용해주고, 그 후 90년대 들어 녹음에 대해서도 허용을 해주게 된 것이다. 2009년 3월에는, 시각장애인 등 전용기록 방식으로 이른바 디지털 파일을 주는 것에 대해 예외로 허용하도록 33조가 개정되었다. 이는 굉장히 놀라운 것으로, 사실 마라케시 조약의 내용이 2009년에 이미 우리 법으로 들어온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도서관법도 같이 개정되어 출판사들은 합리적인 별도의 이유가 없을 경우 국립중앙도서관 산하 국립장애인도서관에 출판물의 디지털 파일을 납본하게 됐다. 이로 인해 시각장애인은 자신이 듣는 수업의 교과서를 파일로 받고 싶다고 요청하면, 이용할 가능성이 열렸다.

하지만, 실제로는 출판사에서 협조를 잘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제출하는 파일의 형태도 텍스트 파일로 주면 바로 변환이 가능한데, 대부분 쿽이나 인디자인 같은 출판사 특유의 그림 파일로 제출했다. Pdf 파일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듯, 출판사에서 보낸 파일을 디지털로 바꾸고 다시 대조하는 과정에서 평균 100일의 시간이 지체된다. 또한, 도서관법에서 디지털 파일의 제출과 관련하여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으로 규정하여 의무가 아닌 권고 조항이기 때문에 현재 많은 출판사가 이를 피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제도는 좋게 들여왔지만 현실에의 적용은 여전히 답보 상태인 것이다.

이처럼 관련 규정이 이미 있는 상황 속에서 윤종수 변호사는 마라케시 조약의 체결이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봤다. 실제로 우리나라 당국은 조약 비준 후에도 법을 바꿀 게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 한다. 오히려 이 조약으로 가장 혜택 받는 곳은 선진국으로부터 변환 가능한 포맷을 받을 수 있는 개발도상국들로 봤다. 특히, 자체적으로 포맷을 만들지 못하고 선진국에서 포맷을 받을 수 있는 아프리카 등 개도국의 혜택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 언어 포맷을 받을 만한 수요가 거의 없고, 이를 그대로 받아 번역하는 것은 조약에서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혜택 받는 것이 사실상 많지 않다고 봤다.

 

4. 마라케시 조약의 한계

마라케시 조약은 기적이라 부를 수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조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Conway 교수에 따르면, 마라케시 조약의 진일보한 내용 때문에 이용자 권리에 관한 부분을 반대 측도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서 조약 내용의 이행은 각 국가의 재량에 맡긴다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조약 내용을 전혀 변경 없이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국가가 있을 수 있지만, 수혜자를 명시적으로 나열한 후 비준하겠다거나, 국내법에 이미 마라케시 조약의 내용이 입법화됐다고 주장할 수도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협상은 마라케시 조약의 구성원들에게 베른 갭의 3단계 테스트 조건을 적용하도록 요구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

윤종수 변호사는 3단계 테스트의 문제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 테스트에 따르면, 지적재산권의 제한과 예외는 ①어떤 특별한 경우(certain special case), ②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과 충돌하지 아니할 것(not conflict with normal exploitation of the work), ③ 저작자의 합법적인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할 것(not unreasonably prejudice legitimate interest of the author) 이 3단계를 차례대로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이 규정은 불명확한 용어를 쓰고 있다. ‘통상적인 이용’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 ‘합법적 이익’의 경우 이익형량 해야 한다는 것 등의 문제가 있다.

베른 협약의 개정으로 복제권의 제한 및 예외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해져 도입된 3단계 테스트는 TRIPs가 13조에서 이를 그대로 차용하고, WPPT, WCT도 이를 도입하면서 일반적 국제규범으로 저작권 판단 기준이 되어버렸다. 그 결과 확실한 저작권 예외 규정 있을 때도 3단계 테스트로 판단해서 여기에 어긋나면 저작권 예외사유를 위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시각장애인 조약의 취지는 본디 이익형량이 아닌 특정 계층 보호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공정 이용은 이용자의 권리와 공공 이익을 비교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익형량의 문제이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이익형량에서 뒤지더라도 보호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예외사유를 두어야 한다. 기존에 존재하던 한계와 예외규정에 이익형량을 따지는 3단계 테스트가 조약에 들어가 오히려 기존규정의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이익형량으로 따질 게 아닌 예외사유를 이익형량으로 심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남희섭 오픈넷 이사장은 조약 자체의 효력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가 마라케시 조약에 비준을 한 것이 아니라 기탁서를 내는 방식을 취했다. 저작권에 관한 베른 협약, 특허에 관한 파리 협약과 같은 기본 조약이 국회의 동의를 받은 바가 없다. 비준 동의를 받지 않으면 국내법상 효력을 갖는 조약이냐는 문제가 야기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중요하다. 또한, 당국은 국내 저작권법에 조약 내용을 반영하여 고쳤기 때문에 입법사항도 아니라는 입장인데, 현실은 다르다. 마라케시 조약에 있는 내용이 국내에 모두 반영이 되어 있지 않거나 조약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게 되면, 법률의 지위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하위인 시행령에 들어가거나, 기술적 보호조치의 경우 장관 고시에 들어가 있고, 그 내용도 조약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라케시 조약 수혜자가 조약에 기해서 권리 주장을 한다든지, 국회가 입법 의무 이행을 하지 않았다고 손해배상을 한다든지 등의 법률적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완전히 달라진다. 미국의 경우에도 조약 그 자체를 비준한 게 아니라 이행법을 만들어 이를 의회에서 통과시켜달라는 상황이어서 마라케시 조약은 미국 땅에 들어가도 아무 효력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개별 국가들이 조약을 반영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WIPO가 관장하는 조약은 WTO와 달리 지키지 않을 경우 특별한 제재가 없어 국제법상으로는 강제력이 있다고 얘기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지적재산권에 관한 조약 대부분이 FTA에 가면, 체결국끼리 준수해야 할, 혹은 비준해야 되는 국제적 기준의 의무사항으로 열거된다. 그런데, 2013년 마라케시 조약 체결 이후 가장 비중 있는 FTA인 TPP(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를 살펴보면, TPP 가입국이 반드시 비준해야하는 조약의 목록(18.7조)에 마라케시 조약은 빠져있다. 한국이 현재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RCEP에서도 마라케시 조약은 나중에서야 ibis 항목에 겨우 들어왔다. 문구 또한 우리나라와 일본은 조약 비준을 의무화하는 게 아니라 ‘비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로 되어 있다. 결국, 지적재산권 규범이 현실적으로 구축되는 메커니즘 하에서 마라케시 조약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5. 향후 전망과 앞으로의 과제

마라케시 조약의 향후 전망과 관련하여 남형두 교수는 미국에서 조약 비준 여부가 지니는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마라케시 조약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제적 유통이기 때문에, 영어권의 상당히 방대한 자료가 나오는 미국이 비준을 해야 조약이 실질적 효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Conway 교수는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장애를 가진 많은 변호사들이 본인이 정보에 접근하는 데 어려웠던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부터 여러 당사자들 및 이익단체와 인권 단체들이 참여하면서 기존에 장애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과 인식이 없던 당사자들도 접근 가능한 형식의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빠른 속도로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바뀐 분위기 속에서 미국 정부가 기존의 입장을 상당히 많이 바꿨고, 앞으로도 그 흐름을 이어나갈 것이라 말했다. Conway 교수는 공정 이용의 원칙과 3단계 테스트를 미국에서 어떻게 잘 조화시켰는지에 대해서도 말했다. 미국의 공정 이용 원칙에도 한계는 있지만, 3단계 테스트보다는 명확하다. 그리고 이 원칙은 한 명의 재판관이 저작권에 대한 예외를 결정할 때 보다 나은 법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됐다. 마찬가지로, 미국 사법부의 독립성과 개인의 의식에 비추어 볼 때 사법부가 마라케시 조약의 중요성을 인지할 수 있을 거란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윤종수 변호사는 마라케시 조약이 국제 저작권 체계에서 지니는 중요한 의미와 별개로 추가적인 논의의 진전 여부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저작권을 가진 자들이나 이를 뒷받침하는 선진국 측에서는 이 조약의 체결로 인해 다음 예외조항까지 넘어가는 것을 처음부터 매우 경계했고, 조약의 체결 자체도 오랜 논의 과정 끝에 미국의 입장 변화로 급격히 가능해진 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조약으로 이용자의 권리나 저작권 예외·제한에 대한 국제저작권체계 및 선진국의 입장이 전체적으로 달라질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와 관련하여 윤종수 변호사는 수혜자 확대의 필요성을 말했다. 시각, 청각 장애인을 위한 지적재산권 제한 규정은 한국 법에 이미 들어와 있지만, 다른 장애인들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폐 등 발달장애인의 경우 제대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발달장애의 경우 정보전달 위한 교재부터 대체적 언어수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처럼 의사전달이 글로 안 되고, 이미지로만 가능한 경우 관련 교재를 만들기 위해 이미지를 쓰는 것이 저작권에 걸려 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정보를 이해가능한 형태로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체의사소통수단이 마련될 필요가 있는데,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법적 제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개선해야한다는 것이다.

남희섭 이사장은 대표단 구성의 변화 필요성과 국제적 담론과 연구를 지역 단위로 전파할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선, 국제회의에서 한국의 입장을 대표하여 조약을 체결하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SCCR 18차 회의에서는 문화부 저작권 담당 전문관, 문화부 국제협상 담당자, 저작권위원회의 법제담당자, 제네바 주재원(특허청 파견 1등 서기관) 등이었다. 이런 대표자들은 주로 외교부 훈령에 따라 움직이는데, 18차 당시에도 미국, EU, 일본 등과 마찬가지로 마라케시 조약 관련하여 강제력이 있지 않은 soft recommendation으로 가자는 입장을 취한다. 하지만, 이런 입장표명 이전에 국내 이해당사자인 시각장애인 시설이나 도서관 등과 논의를 한 적이 없었다. 이에 당시 장애인 단체에 있던 남희섭 이사장이 문화부에 항의 방문을 했고, 19차 회의 때는 보건복지부 담당자가 들어가게 됐다. 당시 회의 참석한 사람들에 따르면, 한국이 이전과 달리 상당히 긍정적 기여를 했다고 한다. 한국 이외에도 저작권 담당자들만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등에서 참여를 했더라면, 마라케시 조약이 보다 빨리 체결되고, 내용도 훨씬 달라질 수 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대표단의 구성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적재산권이 세계화된만큼 이에 대한 저항의 흐름도 꾸준히 있어왔다. 대항담론으로서 인권에 관한 학문적·개념적 연구가 진척되고 있고, 유엔인권기구 등에서 구체적 정책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지역 및 개별 국가 단위까지는 들어와 있지 않은 상태이다. 각국의 정책을 실제로 담당하는 이들, 예를 들어 특허청의 공무원이나 문화부의 저작권 담당자나 국회의 교문위 의원 혹은 보좌관, 전문위원 등 실무가들에게 인권과 지적재산권은 먼 얘기이다. 따라서 마라케시 조약을 추진했던 사람들이나 지적재산권의 인권 측면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접촉면을 넓히면서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이해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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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경미 (오픈넷 연구원)

사단법인 오픈넷이 2020. 8. 21. 2020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IGF)에서 ‘인터넷 공간의 안전’이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했다. KrIGF는 국내 주요 인터넷 공공정책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대화 및 토론을 위해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KIGA),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 기관 및 단체가 함께 연 1회 개최하는 포럼이다. 

오픈넷과 진보네트워크센터의 공동기획으로 개최되었던 이번 워크숍은 2020 KrIGF의 큰 주제인 인터넷 공간의 안전에 초점을 맞추어 사회적 소수자에게 인터넷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지, 모두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이를 위해 우리가 해야할 것들은 무엇인지를 짚어보는 시간이었다. 

워크숍은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미루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오경미 오픈넷 연구원의 발제에 이어 이승현 비온뒤 무지개 재단 이사장, 오영택 국가인권위원회 혐오차별대응 기획단 사무관, 왹비 주홍빛 연대 차차 활동가와 양지혜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활동가가 토론했다. 1. 현재 우리가 마주한 혐오와 배제의 현실은 어떠한가, 2. 우리가 생각하는 ‘안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안전 담론 그 이후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3. 혐오와 배제를 넘어 ‘안전’과 ‘연대’를 이루기 위해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아래는 발제문 전문과 요약한 토론 내용이다. 

[발제문] 인터넷은 ‘모두’에게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간인가? – 오경미 오픈넷 연구원

인터넷은 마치 공기와도 같았습니다.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든” 인터넷을 통해 연결될 수 있었고 여전히 그러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하고, 커뮤니티를 만들며 서로 연결되고, 익명성을 기반으로 안전을 추구했던 시절이 한때 우리에게 있었습니다. 또한 지금은 퇴색되었을지라도 인터넷의 미덕은 접속자가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며,  젠더의 구분 없이 혹은 자신이 원하는 젠더로서 개인이 존재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이러한 인터넷의 특성으로 인해 인터넷이라는 공간과 기술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해방의 공간이자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이 갖춘 익명성의 미덕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거나 의사를 표현하기에 효과적인 도구로 인터넷이라는 기술을 채택한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여성들은 인터넷을 통해 일생을 안전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인권과 노동권을 외쳤습니다. 여성을 타겟으로 한 악의적인 00녀 시리즈 등 우리 사회와 인터넷 공간에서 넘쳐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와 적대에도 맞서 싸워왔습니다. 미러링을 통해 적대적인 혐오에 대항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국내의 여성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여성들과도 연대했습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페미니즘 해시태그 운동은 전 지구적 규모의 여성이 인권 향상과 여성을 대상으로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항하고 있다는 것을 서로에게 알렸습니다. 또한 거대한 연대의 힘이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막강한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여성의 해방과 연대는 아주 협소하고 배타적인 범주의 ‘여성’을 위한 것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폭력을 없애고 성적 대상화를 거부한다는 이유와 ‘여성’의 품격을 평가절하시킨다는 이유를 근거로 인터넷 상에서 성, 섹스,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터부시되거나 심지어는 적대시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를 잣대로 이 기준에 맞지 않거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집단이나 개인에게는 비난, 혐오, 적대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배타적인 권리 주장은 현실 세계에까지 실질적인 위협으로 드러나는 등 높은 파급력으로 충격을 되먹이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와 성노동자 등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집단에 속하지 못한 소외된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수위 높은 낙인과 배제가 그 결과일 것입니다.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절대적일 수도 없고, 가치중립적이지도 않은 기준은 공격과 비난을 받아도 될 대상과 사회가 보호해야 하는 대상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어떤 누군가가 사회가 비난하고 꺼리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거나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 경제, 문화 등등의 무수한 맥락은 단지 전체 여성의 가치 저하라는 추상적이지만 절대적인 명제로 빨려들어가 사라져버리고 있습니다. n번방 피해자에게 책임을 되물었던 일부 여론은 음란과 성폭력의 구분을 우리 사회가 한사코 거부했던 결과일 테지만, 여성 청소년의 성적 욕망이나 실천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이나 사회적인 인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여성의 성적 대상화 금지라는 높은 장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변방의 목소리로 묻혀버렸습니다. 

바로 지금 ‘여성’의 해방과 연대는 ‘여성’이라는 범주에 속할 수 없는, 속해서는 안 되는 이들이 사라져야만 실현 가능한 것인 듯합니다. 안전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존재를 부정하고 그 존재의 삭제를 요구해도 되는 정당한 권리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꿈꿨던 인터넷을 통한 연대의 가능성도 무참히 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해방과 연대를 가능하게 한 인터넷의 미덕과 가치가 빛바랜 과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들은 되물어야 합니다. 도대체 우리가 놓친 것은 무엇인지, 사회적 보호와 안전이라는 것은 어떤 기준을 통과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선별적인 특권인 것인지,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의 진정한 해방과 연대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말입니다. ‘여성’의 연대에서 배척되었던 소수자들이 경험했던 차별과 혐오 그리고 배제의 경험들을 들어보며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에게 인터넷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지, 모두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공존할 수 있을지, 이를 위해 우리가 해야할 것들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토론] 

1. 현재 트랜스젠더, 성노동자, 여성청소년이 마주한 혐오와 배제의 현실은 어떠한가?

트랜스젠더, 성노동자, 여성청소년의 성에 대한 담론은 제대로 인식되기도 전에 비가시화되거나 부정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온라인을 중심으로 ‘사이버 불링’ 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피해자가 해당 공간에서 떠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여성청소년의 경우에도 단순히 청소년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고 제대로 된 대화나 토론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비가시화된 존재로서 성소수자로 뭉쳐져 이야기되어왔을 뿐 제대로 이야기된 적이 없었다. 그러다 조금씩 트랜스젠더의 이야기, 성소수자 내에서도 다양한 존재들이 있다는 이야기들을 통해 가시화되기 시작했지만,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는 심화되고 있다. 복합적인 맥락에서 혐오가 발생하고 있고, 여전히 트랜스젠더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 

성노동자에 대한 모순된 시선이 존재한다. 여성운동가들은 성매매 철폐를 외치며 이를 성착취라고만 이야기하고 성노동자들의 운동을 폄하하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어느 곳에서도 누구도 성노동자의 경험과 목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 성노동자는 말할 수 없는 존재로 존재해야 한다. 언어를 가진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게 성노동자의 언어를 탈취하여 성노동자를 타자화시키는 것이 일부 여성주의 진영이 취하는 전략이다. 성노동자의 현실이나 당사자들의 운동 자체를 부정하는 상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웹페미니스트들은 사이버 불링의 타깃으로 삼기도 한다. 디지털 공간에서 소수자가 자신을 말하고 드러내는 행위가 안전해지기 위한 논의가 절실하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을 경험한 세대이고, 기초적인 감각이 인터넷 기반에서 구성되어 있다. 이들에게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정보 획득을 넘어 적극적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공간이다. 분명 인터넷은 청소년에게 많은 가능성을 열어준 공간인 것은 맞다. 스쿨미투 역시 그런 배경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청소년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그러면서도 여성청소년들에게는 ‘여성’으로서의 성적 매력, 어리고 순결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적 요구 등 사회가 여성청소년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는 다양하지 않고 여성청소년이 권리주체로 존재하지 못하고 있다. 또 사회적으로 청소년의 성적 쾌락과 성담론을 문란한 것으로 치부하고 규제하려고만 하고 있다. 이런 모순적인 사회 구조의 문제는 N번방 사건 일탈계에서 나타난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국가인권위에서도 혐오차별에 대한 대응을 지속적으로 해왔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진정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지정되어야 하는데 혐오, 차별 표현은 하나의 집단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건 처리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앞으로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 혐오차별 대응기획단도 만들고 혐오표현 리포트를 발간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기획단은 혐오표현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범사회적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설정했고, 리포트를 발간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정책적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2. 우리가 생각하는 안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안전 담론 그 이후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가 ‘연대’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시험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여성주의 슬로건 중에 “단 한 명도 더 잃을 수 없다”는 슬로건을 좋아한다.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는 것은 단 한 명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단 한 명도 고립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마치 파이싸움처럼 누가 더 많은 파이를 가질것이고 누가 파이를 가질 자격이 없는지를 검증하는 배제주의적 페미니즘을 직시하고 주변화된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한다. 모두의 사회경제적 상황이 다르고 사회구조적 문제, 개인의 관계망 등 여러 원인으로 성노동자가 되곤 한다. 이런 사회구조적 논의 없이 똑같은 자리에 선 사람들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자격이라면 우리가 싸우고 있는 기득권과 다를 바 없다. 

청소년 보호법이 오히려 청소년을 규제하는 것으로만 작용하고 정작 무엇이 유해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청소년들은 자신의 성적 정체성, 성적 쾌락, 성담론을 일탈적으로밖에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따라서, 일상적인 감각으로서의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고 금지하는 것만으로 안전한 환경을 만들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대응해야 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집단이 아니라 젠더 규범과 차별의 역사를 계속 반복시키는 사람들의 생각이어야 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는 페미니즘은 결국 누가 조금 더 빠르게 안전한 곳으로 가느냐를 두고 갈등하는 것이다. 단기적인 방식으로 안전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시도는 투쟁의 대상을 단순화하고 맥락에서 제거시킬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혐오와 차별, 배제가 작동하게 만들 수 있다. 젠더 규범은 그렇게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단기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각각의 접점을 만들어 소수자간의 연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의 혐오표현 규제들은 맥락과 역사적인 고려 없이 단순히 거친 표현, 욕설 등을 주로 규제하고 있다. 앞으로는 다양한 경험들을 공유하면서 무엇이 혐오표현이고 어떤 것이 차별의 맥락을 담고 있는 것인지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 포털 기업들 또한 이에 대한 책임이 일부 있음을 인정하고 그 역할을 해 줄 필요가 있다. 

3. 혐오와 배제를 넘어 ‘안전’과 ‘연대’를 이루기 위해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성소수자, 성노동자, 여성청소년을 규제와 혐오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은 없는지 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혐오표현의 규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사회 전체적 맥락에서 무엇이 당사자들에게 가장 필요한지 이야기 나눌 공론장의 구성이 필요하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목, 2020/09/1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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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얼마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떠돌았을 때, 많은 사람이 ‘우리는 북한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라는 말을 새삼 실감했다. 북한 특유의 폐쇄성으로 인해 그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는 특히 북한에 대해 무지한 부분이 많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나 적으로 취급하든, 혹은 같은 언어와 민족성을 나누는 통일과 화합의 대상으로 보든, 상식적으로 우리가 분단국으로서 북한을 제일 잘 알아야 하는 나라임을 고려하면 더욱 아이러니하다.

왜 그럴까. 한국은 북한에 대해 알려고 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뿌리 깊은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가 생긴 배경에는 북한을 찬양·미화하는 표현물을 ‘이적표현물’로 보고, 이의 유포와 소지를 범죄화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제7조가 가장 큰 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많은 남용의 역사를 거쳐, 법원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 등으로 처벌 규정을 엄격히 해석하는 기준을 마련하긴 했다. 그러나 이는 개인을 형사처벌하는 경우에만 고려될 뿐, ‘이적표현물’ 조항의 존재는 여전히 우리가 북한에 대해 알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위축시키고 있다.

북한의 폐쇄성, 통제성으로 인해 북한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조선중앙통신,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의 국영·선전매체가 직접 생산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에는 누구나 알다시피 낯간지러운 북한 체제에 대한 찬양·미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이들 콘텐츠와 북한 사이트 등 거의 모든 북한발 정보를 이적표현물(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로 분류하고 온라인상에서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관행으로 수난을 겪은 두 명의 외국인 ‘마틴’ 씨들이 있다. 북한 기술과 관련한 뉴스를 전달하는 온라인 매체인 ‘노스코리아테크’를 운영하는 영국인 ‘마틴 윌리엄스’는 뉴스의 출처로써 조선중앙통신을 링크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사이트가 차단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노스코리아테크는 북한발 보도에 의혹을 제기하거나 독자적·학술적 분석을 해온 매체였기 때문에 법원에서 차단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아 차단은 해제되었지만, 그는 한국 정부가 북한 정보를 통제하는 방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북한학을 공부하는 독일인 ‘마틴 와이저’씨는 연구를 위해 북한의 장애인 관련 단체 사이트를 비롯한 각종 북한 사이트에 접속하려고 했지만 대부분이 차단되어 있어 한국에서 정상적인 인터넷 활동으로 북한의 정책이나 관행을 연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한다. 그는 인권위에 정보 접근권 침해를 이유로 민원도 넣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그는 아마 한국이 전 세계에서 북한 연구가 가장 힘든 곳일 거라는 말을 덧붙였다. 최근에는 외국인이 운영하는 KCNA watch라는 사이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으로 한국에서 차단된 것 같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 사이트는 조선중앙통신 등의 북한 매체 및 각종 온라인상 북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아카이빙하여 검색 편의를 제공하는 사이트로, 북한 연구자, 외교부, 통일부 등 공공기관 관계자, 언론 등에서 많이 활용했던 사이트다.

우리나라는 북한에 대한 정보가 최대한 많이 파악되고 공유되어야 하는 나라다. 북한발 정보의 왜곡·과장·미화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대부분의 국민이라면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또한 모든 ‘정보’가 그러하듯, 정보를 어떻게 수용하고 활용할지는 정보에 대한 접근 이후 비로소 독자들이 선택하는 영역이다. 북한발 정보가 북한 체제에 대한 찬양·미화적인 요소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의 존립·안전에 위협이 될리는 만무하다. 또한 세계적 시각에서 북한의 동향은 늘 ‘핫한’ 이슈로, 한국의 국가 가치 역시 북한과의 관계에서 중요성이 더 크다. 실리적 관점으로도 북한 정보에 대한 접근을 수월하게 하여 이해관계나 언어적 이해력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가 북한 연구와 보도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럼에도 북한발 정보를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로 보는 뿌리 깊은 관행으로 인해 우리 국민의 북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사실상 원천적으로 통제·차단되는 위헌적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 국민의 보도·연구 활동이 오히려 다른 나라에 비해 크나큰 제약을 받게 됨으로써, 북한의 소식을 외신을 통해 접하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이 새로 임명되었다. 정부는 더 이상 국가보안법을 확대해석하여 우리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불필요하게 옥죄는 구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새 수장을 맞이한 기관들이 당장 이적표현물 조항의 폐지 추진은 어렵더라도, 최소한 북한 정보에 대한 우리 국민의 자유로운 접근과 활용을 보장하는 열린 태도를 견지하길 기대한다. 그것이 바로 정부가 우리 체제와 북한 체제와의 근본적인 차이를 선언하는 길이자, 우리 국민과 체제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을 보여주는 길일 것이다.

*이 글은 미디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8.05.)

수, 2020/08/1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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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혜정 인턴(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수습 기간: 2020.08.10(월) ~ 2020.08.21(금)
  • 수행 과제: 정보인권보고서 개정 발간 연구 학습,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발의안에 대한 반대의견서 작성, 모욕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 피고 답변서 작성, 휴대폰 기지국 접속정보의 개인정보 해당 여부 보고서 작성,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IGF) ‘인터넷 공간의 안전’ 온라인 워크숍 참석

제 첫 사회생활이자 실무수습은 아주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친언니처럼 격 없이 친절하게 대해주신 오픈넷의 김가연, 손지원 두 변호사님 덕분입니다. 벌써 실무수습이 끝나서 후기를 작성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쉽게만 느껴집니다.

저는 학부에서 통계학을 전공하던 중 데이터 활용과 보호에 관심이 생겨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는데, 한 학기 만에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으로는 제 관심 분야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변호사 시험에 출제되는 법들을 소화해내기도 버거웠지만 1학년이 아니면 앞으로는 더욱 관심분야를 탐구해 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마침 서울지방변호사협회에서 공익인권프로그램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특히 정보인권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오픈넷이 협력기관으로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원 기간이 기말고사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저 없이 자기소개서를 제출했습니다. 선발 소식과 오픈넷 배정 결과를 전하는 이메일을 받았을 때는 법학전문대학원 합격 이후 가장 기뻤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가야했던 4일을 제외하고 6일의 짧은 실무수습 기간이었지만, 두 변호사님께서 저를 위해 내주신 과제들을 수행하면서 정보인권 분야의 현안들을 알차게 맛볼 수 있었습니다. 제 첫 과제는 「2019 정보인권보고서 개정 발간 연구」를 읽으며 공부하는 것이었습니다. 생소한 개념과 용어도 포함되어 있어 쉽게 읽히는 연구보고서는 아니었지만, 이 자료를 공부하면서 그 이후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 보고서가 아니었다면 법학을 한 학기 겨우 배운 제가 이후 주어지는 과제들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 돌이켜보면 이 과제를 먼저 내주신 것이 변호사님의 큰 배려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이 보고서는 아직 외부에 발간되지 않아 희귀한, 현재 한국의 정보인권과 관련된 쟁점들을 유형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자료였습니다. 저는 이 보고서를 통해 정보인권과 관련된 현안의 세계적인 동향과 법안, 권고사항과 한국이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 시정해야할 문제들과 개선방안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분야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보고서를 읽는 것만으로도 학문적 갈증을 많이 해소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출간되면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열심히 과제 수행중인 김혜정 인턴]

두 번째 과제는 최근 발의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중 하나인 전용기 의원안에 대한 반대의견서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개정안은 온라인상 혐오·차별표현에 대한 모욕죄를 신설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자살방조를 처벌하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의 반의사불벌조항을 삭제하고, 온라인상 혐오·차별표현에 대한 삭제요구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법안이었습니다. 온라인상 악성 댓글로 인해 최근 자주 발생한 연예인 및 공인의 자살을 방지한다는 좋은 취지의 법안이었지만,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위축시켜 여러 문제를 발생시킬 위험성이 다분했습니다. 실제 법안을 분석하여 헌법상 표현의 자유,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과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 등을 적용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지만,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학교에서 배운 죽은 지식이 살아나는 것 같은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반대의견서는 국회의 법안 발의에 대한 시민사회의 민주적인 감시와 견제 수단이었기에, 활동가이자 법률전문가인 공익변호사님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계신지 체험할 수 있는 뜻깊은 과제였습니다.

세 번째 과제는 “돈에 환장한 악마, 사이코패스 같은 년”이라는 댓글을 썼다가 박소연 케어 대표에게 민사소송을 당한 피고를 대변하는 소송대리인이라고 가정하고 답변서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학교에서 민사소송법을 배우지 않은 상태였는데 실제 민사소송절차의 일부인 답변서를 작성하면서 소송절차에 대해 예습할 수 있었고, 답변서가 어떤 형식을 취하고 있는지, 어떤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지도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님께서 주신 답변서 샘플을 통해 모욕죄에 관한 민사소송에서 실제 변호사들이 어떤 근거로 무죄를 주장하는지, 판례가 모욕죄 성립에서 고려하는 기준들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네 번째 과제는 최근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통신사 기지국이 휴대폰 이용자의 접속기록을 방역 당국에 제출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휴대폰 기지국 접속기록’이 개인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문제점과 관련 법령, 판례를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정의) 제1항 나호에 의하면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도 개인정보입니다. 이 경우 쉽게 결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다른 정보의 입수 가능성 등 개인을 알아보는 데 소요되는 시간, 비용, 기술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야 합니다. 위치정보 추적자료는 청구인들의 인적정보와 결합하여 특정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개인정보이고, 수사기관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제공받은 위치정보 추적자료를 통해 그의 활동반경·이동경로·현재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는데 시간관계상 완성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향후 오픈넷에서 이 주제와 관련된 의견을 표명하거나 헌법소원을 청구한다면 관심을 가지고 그 결과를 지켜볼 것입니다.

[김혜정 인턴과 김가연 변호사]

저처럼 정보인권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오픈넷에서 실무수습을 경험할 기회를 꼭 잡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쓰기 능력이 부족하여 수습 기간 동안 배우고 느낀 점들을 후기에 잘 담아내지 못한 것 같지만, 오픈넷은 우리나라에서 정보인권 관련 목소리를 내는 몇 안 되는 기관 중 하나이고, 변호사님께서 현실의 사안과 연계된 과제들을 통해 흥미롭게 이 분야를 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활동입니다. 후기를 쓰는 시점은 전날 밤이어서 아직 수행하지 못한 마지막 과제는 내일 개최될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lGF)의 ‘인터넷 공간의 안전’ 온라인 워크숍에 참석하는 것입니다. 인터넷 공간이 모두에게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간인지에 대한 토론을 지켜볼 수 있는 드문 기회라는 생각에 설레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무수습 기간 동안 한참 부족한 제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교대역 인근 맛집에서 맛있는 점심도 사주시고, 제가 배우고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과제를 만들어주신 두 변호사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변호사님께서 너그럽게 가르쳐주시고 크게 부담스럽지 않도록 배려해주신 덕분에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과제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두 변호사님처럼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따뜻한 법률가로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2020_예비법률가_공익프로그램_자료집

화, 2020/09/0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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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10.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HY 과학기술 윤리·법·정책 센터가 주최한 “AI 윤리 성찰 포럼”에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가 토론자로 참가해 인공지능과 젠더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토론문] 인공지능과 젠더 문제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

사단법인 오픈넷은 자유, 개방, 공유의 인터넷이라는 가치를 옹호하자는 취지 하에 2013년에 설립된 비영리 시민사회단체입니다.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오픈데이터, 망중립성 등 정보인권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발제를 맡은 이상욱 교수님께서 오픈넷의 이사로 계시기도 합니다.

오픈넷에서는 한 3년 전부터 인공지능과 윤리에 관한 논의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여러 국내외 관련 세미나에 참석을 하고 토론회를 주최하는 등 동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내년 1월에는 하버드 대학교 버크맨 클레인 센터 등과 함께 인공지능과 윤리에 관한 국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 인공지능이 정보인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유의미한 사례가 발생하지는 않아서, 미래를 대비한 연구나 예측을 하는 연구소나 학계와 달리 활동 중심의 시민사회단체로서는 관련 논의를 관망하는 수준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인공지능 개발에 필수적인 빅데이터의 활용에 수반되는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에 대해서는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얼굴인식기술 등이 국가감시 고도화에 악용될 가능성을 항상 경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여러 원칙들을 비교해보면 큰 틀에서 몇 가지 공통되는 핵심 가치를 찾을 수 있고 이는 발제문에서 잘 정리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원칙들이 앞으로 유네스코에서 성안할 윤리 규범에 잘 반영되길 바랍니다. 또한 유네스코에서 기존의 시도와 달리 윤리 전문가 및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워킹 그룹을 꾸려 논의를 시작하고, 젠더나 아프리카 대륙 같이 논쟁적인 주제(mandate)를 다루기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지난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이용자 중심의 지능정보사회를 위한 원칙」을 발표했는데, 이를 논의하는 자문단에 기업과 학계만 참여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논의에는 당연히 이용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시민단체가 참여했어야 하는데 오픈넷은 전혀 초대를 받지 못해 유감스럽습니다. 다양성과 전문성을 함께 추구하는 유네스코의 방식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의 AI는 우리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로서 우리가 가진 편견 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결국 AI와 윤리는 AI를 개발하고 관리·감독하는 인간을 감독하는 원칙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발제자께서 개발자나 이용자 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하셨는데 매우 중요한 지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논의에서 AI와 젠더 문제는 간과되고 있는 면이 있어서 더 비중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유네스코의 방향성은 매우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네스코에서 올해 발표한 디지털 기술 성 격차 관련 <I’d Blush If I Could> 보고서도 매우 좋은 자료인데요, 보고서에서 다룬 인공지능 음성비서의 성정체성 관련 논의를 통해 AI와 젠더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애플 시리, 삼성 갤럭시 빅스비, 네이버 클로바, 아마존 알렉사 등 인공지능 음성비서 또는 스피커는 현재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형태의 AI일 것입니다. 대부분 기본적으로 여성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세계의 인공지능 음성비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여성 비서’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들은 사용자들이 인공지능과 대화할 때 진짜 인간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의 개성과 성장과정, 이력과 같은 세세한 ‘인간적인’ 면도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하는데, 이러한 정체성이 대부분 여성을 상정하고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여성형 음성비서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에 대해 크게 세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여성의 목소리를 선호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는 것입니다. 여러 연구에서 사람들은 여성의 목소리를 더 따뜻하게 느꼈다고 하고, 스탠포드 대학의 Clifford Nass 교수는 “인간의 뇌는 여성의 목소리를 좋아하도록 발달했다(“It’s a well-established phenomenon that the human brain is developed to like female voices.”)”라고 말한 바도 있습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장조사에서 일반 유저들이 여성 목소리를 더 선호한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는 여성형 인공지능이 덜 위협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여성형 인공지능이 많은 이유가 대중문화에서 접한 남성형 인공지능의 위협적 성향 때문이라는 가설입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등 SF 영화에서 남성형 인공지능은 살인을 저지르는 등 종종 매우 위협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워싱턴 대학의 Gender, Women & Sexuality 학과의 Michelle Habell-Pallan 교수는 다수의 엔지니어가 일반인들이 새로운 기술을 위협적으로 느끼거나 거부감이 들게 하지 않도록 여성형의 인공지능을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여성형 음성비서가 많은 이유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은 전통적으로 여성이 비서 역할에 자연스럽기 때문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IT 업계 핵심 직종의 종사자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것은 우리들에게 이미 익숙한 사실이며, 이를 고려한다면 음성비서가 여성으로 성별화되어 있다는 것이 IT 과학자들의 무의식 속 성편견의 반영물이라는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유네스코가 발표한 보고서는 ‘시리’를 비롯한 음성비서들이 대부분 ‘젊은 여성’ 목소리를 기본값으로 설정해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답을 내놓게 돼있어, 여성 역할을 수동적·소극적이며 명령자에 복종하는 역할에 한정해 젠더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문제점이 단순히 AI 개발이나 활용에 적용되는 윤리를 강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 같진 않습니다. 결국 다른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고 성평등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처럼 AI 분야에서도 근본적으로 성격차를 줄이고 성평등을 이루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젠더 문제에 관한 별도의 윤리 규범을 논의하기로 한 유네스코의 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논의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시민사회도 더욱 활발하게 의견을 내고 지지하도록 하겠습니다.

토, 2019/12/2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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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가연(오픈넷 변호사)

일시: 2019. 7. 31(수) – 8. 2.(금), 3일간

장소: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뭉크스쿨(Munk School of Global Affairs)

참석자: 김가연(오픈넷 변호사)

CLSI 2019 Agenda 보기

Citizen Lab Summer Institute (CLSI)는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뭉크스쿨 산하 시티즌랩 주관으로 2013년부터 매년 여름 개최되고 있는 행사입니다. “인터넷 개방성과 권리 모니터링(Monitoring Internet Openness and Rights)”이라는 주제로 인터넷 보안 및 정보인권 관련 최신 이슈들에 대해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2~3일 동안 논의하는 연구의 장입니다. 오픈넷은 2015년 처음 시티즌랩의 초청을 받아 CLSI 2015에 참가한 이후 매년 참가하고 있습니다.

CLSI 2019에는 김가연 변호사가 참가했으며, 참가의 주된 목적은 오픈넷이 2016년 시티즌랩과 공동으로 진행한 AMI (Ask My Info) 연구 최종 보고서 마무리와 AMI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중인 KT 상대 개인정보 공개 청구 소송 전략 모색이었습니다. AMI는 통신사들이 이용자에 대한 어떤 정보를, 얼마나, 어떤 목적에 의해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내용을 얼마나 공개하는지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로, 2014년 시티즌랩과 Open Effect의 주도로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오픈넷은 2016년에 국내에서 AMI 연구를 수행했는데, SKT, KT 및 LGU+ 주요 이통 3사를 대상으로 두 단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김가연 변호사는 첫날 진행된 오리엔테이션과 이후 이틀 간 5개의 세션/워크샵에 참석했습니다. 그 중 “정보주체의 정보접근권(Data Subjects’ Right to Access Information)”세션이 특히 유용했습니다. 세션 주최자인 Lights Institute의 Maristela Miranda는 필리핀의 개인정보보호법제와 정보주체의 권리에 관한 내용에 대해 발제를 했는데, 필리핀의 개인정보보호법상으로는 열람청구권이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권리를 행사할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세션 참가자 대부분이 열람청구권 관련 소송을 해본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이어서 흥미로운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김가연 변호사는 한국에서 AMI 연구를 진행한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세션 참석과 별개로 시티즌랩의 AMI 연구팀과 만나 최종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KT 소송에 대해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를 받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AMI 연구 관련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논평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티즌랩, 오픈넷이 참여한 아시아 5개국 통신사 개인정보 열람청구권 보장 실태 연구 결과 발표

수, 2020/02/2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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