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 ‘기후변화 위험을 택할래, 원자력 위험을 택할래?’라는 질문은 잘못됐다

희망제작소‧허핑턴포스트코리아 공동기획
시대정신을 묻는다⑨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시대는 이미 바뀌었어요. 전 세계가 그에 맞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우리만 계속 이대로 버티면 어떻게 될까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시점에 가서 급격한 변화를 강요당하게 되죠. 그럴 때의 변화는 폭력적인 형태가 됩니다. 그 충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인터뷰 내내 빠르고 높은 목소리, 걱정과 답답함, 안타까움이 담긴 말투였다. 지난 4월 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스페이스노아에서 만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마침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다면서도 2시간이 훌쩍 넘도록 잠시도 쉬지 않고 말했다. 희망제작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허핑턴포스트코리아와 공동으로 기획한 ‘시대정신을 묻는다’ 아홉 번째 인터뷰에서였다.
이원재 희망제작소장이 진행하는 이 인터뷰는 공통적으로 ‘한국 사회 진단’, ‘이대로 갈 때의 5~10년 후 한국 사회 예측’, 그리고 ‘개선하기 위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에 대한 세 가지 질문으로 구성된다. 이번에도 똑같은 질문을 했지만 윤 교수는 “저는 아무래도 환경과 에너지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사실 따져보면 환경‧에너지와 관련 없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위기 원인‧해법 상당 부분 에너지와 직결”
앞의 두 질문에 대한 윤 교수의 답은 “한국의 경제·사회·산업·공동체 등 여러 측면이 다 위기에 처해 있고 앞으로 더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원인과 해법의 상당 부분이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직결돼 있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윤 교수는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비현실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덧붙였다. 환경과 에너지 이슈에 대해 한국 사회가 보이는 반응을 응축한 말이다. “그렇지만 단언컨대 국제 사회 관점에서는 제가 지극히 정상이고 현실적”이라고 윤 교수는 강조했다.
특히 환경 관련 논의가 늘 경제 논리에 밀리곤 하는 데 대해 “경제, 경제 하는데 기후변화에 영향 받지 않는 경제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인터뷰 날은 4월 초였지만 이례적으로 더운 날씨였다. 윤 교수는 “사람들 옷차림이 하루 만에 확 달라졌더라”면서 “이렇게 날씨가 조금만 더워져도 사람들이 소비하는 음료와 옷에서부터 냉난방 형태, 여가생활, 야외 작업 환경 등이 다 달라진다”고 했다. 1차 산업인 농림‧어업‧축산업만이 아니고 그 원료가 투입되는 2차 산업,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는 3차 산업이 다 달라지며, 궁극적으로 전 산업과 사회에 영향이 미친다는 것이다.
“기후가 변하고 에너지에 대한 세계의 대응 방식이 변하면 산업도 변하는 게 당연한 수순입니다. 15~20년 후면 현존하는 산업 대부분이 없어질 수도 있어요. 그에 대응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경제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 아닐까요?”
단적인 예가 자동차산업이다. 미국 기업 테슬라의 공격적인 신모델 출시로 인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전기차로의 이행 추세를 상기시키며 윤 교수는 “그저 신기해 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전기차는 연료를 태우는 내연기관이 필요 없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산업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엔진 부품산업이 직접 타격을 받게 되고, 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다른 부문들까지 도미노처럼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판매‧유지보수‧주유‧폐차‧보험 등 업종까지 따지면 우리 국민 5명 중 1명이 자동차 산업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있던데, 자동차 산업의 판도가 바뀌는 것을 이렇게 남일 보듯이 해도 될까요? 에너지와 기후변화 문제는 북극곰 죽는 얘기, 어디 먼 나라 태풍 이야기만이 아니라 이렇게 우리 일자리,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화석연료 시대 종말’, 대한민국만 외면
그렇지만 윤 교수가 피부로 느끼는 산업계 반응은 무관심에 가깝다. 얼마 전 중소기업 관련 행사에 초청돼 강의하러 갔는데, 앞선 강의 때 자리를 꽉 채웠던 중소기업 CEO들이 ‘기후변화’ 강의 때는 10명 남짓으로 줄었단다.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1차 기후변화 당사자 총회가 열릴 때 구글‧애플 등 세계 대표 기업들은 ‘반드시 협정이 체결되길 바란다’는 편지를 보냈는데, 국내 기업들은 그런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하면서 윤 교수는 “물론 정부와 언론의 책임도 크다”고 했다.
“지난해 ‘파리협정’ 체결의 의미는 이제 세계가 ‘화석연료 에너지원에 기댄 삶은 가능하지 않게 됐다’는 데 동의했고, 다른 삶으로의 이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총회 직후 전 세계 언론들은 일제히 ‘화석 연료 시대의 종말’을 전면에 다루면서 그에 대한 준비 상황을 진지하게 돌아봤습니다. 우리 언론은 어땠습니까? 우리 정부는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나요?”
화석원료가 아직도 1차 에너지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점도 문제지만, 전자기기의 일상화로 전기가 점점 더 많이 필요한데도 원자력 발전 확대로 전력 공급을 늘리려 할 뿐 다른 대책이 없는 점도 대한민국의 심각한 문제라고 윤 교수는 지적했다.
‘알파고’ 대국 이후 인공지능이 야기할 미래 사회에 대한 관심이 커졌을 때도 “인공지능도 결국 전기로 작동될 텐데, 사회 전반을 지배하게 된다면 그 전기는 무엇으로 충당하나?” 하는 걱정부터 들더라고.
이는 곧 에너지원을 태양광‧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해 가야 한다는 주장과도 연결되지만 윤 교수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지금 소비하는 에너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이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에너지 소비, 나아가서 물질적인 소비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이미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지구 전체 생태용량의 1.5배를 쓰고 있어요. 미래 세대가 쓸 것까지 가져와서 쓰고 있는 거죠. 심지어 인류세(Anthropocene)라는 표현도 있어요. 이 시대가 지질시대로 치면 신생대 제 4기 ‘충적세’인데, 지금 우리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커서 ‘인류세’라는 이름으로 따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방식은 지구가 감당할 수 없고, 이제는 멈출 때라는 것을 한시라도 빨리 인정해야 합니다.”
위험 알면서도 원전(原電) 지지하는 비극
이에 대해서도 ‘누가 그걸 모르느냐’는 반응, ‘에너지 절약은 지금도 하는데 더 이상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반응도 적지 않게 들어본 듯, 윤 교수는 바로 이어서 말했다.
“이탈리아에 가 보면 전기를 얼마나 열심히 아끼는지 모릅니다. 지붕은 물론이고 창문마다 태양광 패널이 붙어 있어요. 우리는 왜 그 정도로 하지 않을까요? 전기요금이 그만큼 비싸지 않기 때문이죠. 왜 비싸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발전 방식은 대규모 석탄 화력과 원자력 발전을 통해 대용량으로 전력을 만들어내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전기를 되도록 안 남기고 바로바로 팔아야 이득이 커진다. 전기를 저장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발전에 따르는 사회‧환경 비용이 반영되지 않으니까 전기료를 싸게 유지할 수 있다. 발전사업자로서는 소비자가 전기를 아끼도록 권장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입장이 정부 정책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환경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느냐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행동 방식을 직접적으로 바꾸는 것은 경제적 동기”라면서 “이 동기가 부여되기만 하면 시민들이 지혜를 짜내서 덜 소비하는 사회로 갈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 정부, 국가 권력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심지어 소규모 사업자들이 태양광,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하면 이를 한국전력에서 사주던 ‘발전차액보전제도’조차 없어졌고, 국가 소유 건물들조차도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데 대해 공시지가 기준의 사용료를 요구해서 엄두를 못 내게 만든다고 지적하면서 “정부 정책이 이런 식인데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이 늘어날 수가 있겠느냐”고 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에 대해 윤 교수는 “지금의 방식으로 부를 얻고 사회적 지위를 누리는 소수의 기득권들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이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산업은 수출도 하기 어려워질 겁니다. 그 때가 돼서 갑자기 산업 방향을 틀려면 그 충격에 쓰러지는 쪽이 생기게 됩니다. 물론 기업은 거기까지 보지 못할 수 있지만, 정부는 봐야죠. 산업이 체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죠. 그런데 주로 어떤 기업들하고 논의합니까? 에너지 많이 쓰는 기업들입니다. 그러니 깜깜할 수밖에요.”
후쿠시마 사고가 이미 ‘원자력 안전 신화는 끝났다’는 것을 분명히 알렸는데도 여전히 원자력을 유일한 대안으로 믿는 우리에 대해 ‘비극적인 사회’라고도 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 이슈로 인해 우리 국민의 원자력 발전 지지도는 90%를 넘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80%대로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89.4%까지 올랐다. 윤 교수는 “그런데 원자력 발전이 안전하다고 보는 비율은 얼마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43%밖에 안 됩니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지지하는 거죠. ‘경제를 위해서’, 먹고 살기 위해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게 비극이 아니면 뭐겠습니까?”
윤 교수는 ‘기후변화 위험을 택할래, 원자력 위험을 택할래?’ 라는 질문은 잘못됐다면서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덜 쓰는 방법들을 찾아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저 두 가지를 다 피해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더 이상 위협적인 질문으로 국민들에게 답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절약으로 시작해 이상(理想) 사회로
다만, 인터뷰의 세 번째 질문,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시민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와 기업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것을 감안하면 의외였다. 그 이유는 “그래야 정부와 기업을 변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환경 정책을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으면 정치인들은 바로 환경을 살릴 방법을 고민하고 법안을 내놓을 겁니다. 그런 평가기준이 없으니까 안 하는 거죠.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시민들이 변해야 한다’고 칼럼을 쓰니까 바로 ‘기업 보고 아끼라고 해야지 왜 시민 보고 그러느냐?’는 말이 들려오던데, 어디에 가치를 둘 건지, 판단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시민들이 제시해야지 기업들 스스로 세우기는 어렵습니다.”
시민들부터가 전기를 덜 쓰고, 재생가능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면 자연히 기업들에게 “우리도 이렇게 아끼면서 전력을 생산하는데 너희들은 왜 변하지 않느냐?”고 압력을 주게 된다. 윤 교수는 “전기를 아껴본 사람은 대낮에 전등이 환하게 켜진 것만 봐도 마음이 불편해서 그냥 못 넘어가지 않느냐?”고 했다.
윤 교수의 집에도 발코니에 500w급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했는데 그 뒤로 식구들이 더 적극적으로 전기를 아끼고 다른 자원도 절약하려고 한다고.
“언어학 교수인 남편은 평소에는 에너지 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태양광 발전을 경험한 뒤에야 수업시간에 블라인드를 내린 채 전등을 켜고 지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해요. 그 이후로는 되도록 블라인드를 올리고 자연채광으로 수업을 한답니다.”
이런 맥락에서 높이 평가하는 것은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이다. 2012년 원자력 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에너지인 200만 TOE(석유환산톤) 절감을 목표로 시작돼 목표기한으로 정했던 2014년 말보다 6개월 앞당겨 2014년 6월에 이를 달성하고, 현재 ‘2020년까지 에너지 자립률 20% 달성, 에너지 400만 TOE 절감, 이산화탄소 발생량 1,000만 톤 감축’이라는 목표의 2차 단계에 접어든 사업이다.
윤 교수는 “언론이 제대로 안 다뤄서 시민들 상당수가 몰라서 안타까운데 상당히 의미 있는 실험”이라면서 “특히 ‘에너지자립마을’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줄여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주민들이 모여서 전기 덜 쓰는 방법을 공유하고, 성과를 비교하고, 그 수치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관계가 회복되고 공동체가 살아나더라고요. 사실 서울에서 ‘동네’, ‘마을’이라고 하면 저도 어색했어요. 예전에 딸아이가 학교 사회 수업에서 ‘우리 동네 알아오기’ 숙제를 내줬다기에 ‘우리 동네가 어디야? 어디까지가 우리 동네지?’ 했었죠. 그런데 이런 주민 활동을 통해서 마을 개념이 다시 만들어지는 걸 직접 보니까 저도 신기해요.”
윤 교수는 “어차피 지금 있는 일자리들이 대거 없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앞으로는 줄이고 아끼는 게 일(일자리)이 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에너지 절감을 위한 산업의 비중이 커지고, 거기서 많은 일자리가 나오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뜻이다.
특히 농촌에 대한 지원을 에너지와 연계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지금처럼 기계식 대농(大農) 육성 방식은 고령화 된 농민들에게 맞지도 않고, 농기계‧저온창고 등으로 전기를 점점 더 많이 쓰는 방식이라서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고. 그보다는 기존 농민들의 수익을 보전하고, 귀촌인구들이 잘 정착하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태양광‧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팔아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농촌은 건물 그림자가 안 지니까 도시보다 태양광 발전에 더 좋아요. 휴경지에 직불금을 주는 등 각종 지원정책이 있어도 큰 실효성이 없는데, 그러느니 그 땅에 태양광 발전을 하도록 해서 그 전기를 사주면 다른 에너지원도 줄이고, 농민에 안정적 소득도 보장해 줄 수 있어요. 요즘은 농토 위에 기둥으로 층을 높여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방법도 있어요. 농사를 지으면서 발전을 할 수도 있는 것이죠. 여기에 도시민들이 협동조합 등을 통해 출자해서 참여하면 연금보다 나은 소득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게 창조경제 아닙니까?”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하고 에너지를 줄이는 게 직업이 되고, 산업이 되고, 농촌이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되고, 도시에 동네와 마을이 살아나게 해주고, 환경과 에너지에 대한 의제가 정치인에 투표하거나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는 사회. 윤 교수가 두 시간 반 동안 쉬지 않고 말한 내용을 정리하면 그런 이상(理想)이 그려진다. 지금처럼 에너지를 쓰다가는 절벽까지 몰리게 된다는 위기의식에서 시작됐던 이야기가 이렇게 귀결되니 묘한 일이다.
윤 교수는 “그게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저서 ‘위험 사회’에서 말한, 심각한 재난과 같은 파국 상황에서 도리어 길을 찾는다는 뜻의 ‘해방적 파국’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예언자가 하는 말이 안 맞는 이유는 사람들이 예언에 나온 상황을 피해 가기 위해 지금부터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하잖아요? 지금부터 다르게 행동하면 미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 한 명 한 명이 먼저 시작하면 됩니다.”
정리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죽은 물고기 아가미와 입속에는 녹조류 사체로 보이는 물질로 가득했다.ⓒ김종술[/caption]
지난해 수온이 떨어지면서 강바닥에 가라앉았던 녹조류 사체가 떠오르고 물고기 집단 폐사가 발생했다.ⓒ김종술[/caption]
기자는 공주보 상류에 투명카약을 띄워 현장 조사를 벌였다. ⓒ김종술[/caption]


지난해 수온이 떨어지면서 강바닥에 가라앉았던 녹조류 사체가 떠오르고 물고기 집단 폐사가 발생했다.ⓒ김종술[/caption]
공주보 수위가 1m가량 낮아지면서 상류에 드러난 모래톱에 왜가리 백로가 몰려들고 있다. ⓒ 김종술[/caption]
▲ 4대강 사업 이후 공주보 상류 버드나무 군락지 나무들은 집단으로 말라 죽었다. ⓒ 김종술[/caption]

4대강 사업 당시 충남 공주시 옥성리 모래톱을 준설하고 있다. 여기에서 퍼낸 모래는 옥성리 농지리모델링에 사용되었다.ⓒ김종술[/caption]
4대강 사업 때 강바닥에서 퍼내 농경지에 쌓은 준설토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농어촌공사는 4대강 공사로 인한 농지 침수 지구를 대상으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농지 리모델링 사업을 했다. 4대강에서 퍼낸 골재를 농경지에 쌓아 수 미터씩 복토를 했다. 이 준설토가 골재채취업자들의 표적이 되어 농경지에서 대량 반출되고 있다는 것이 처음으로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가 2009년 6월에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준설 물량은 4.5억㎥이다. 당초 서울 남산 크기의 11배에 해당하는 5.7억㎥를 계획했으나 다소 축소됐다. 골재의 일부는 팔리거나, 아직도 야적된 상태이다. 또 농어촌공사는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으로 한강(2곳)과 금강(17곳), 영산강(8곳), 낙동강(113곳) 등 140곳에서 전체 7709㏊ 면적의 농경지에 준설토 1.9억㎥를 복토했다.
이 사업으로 쓴 국민 세금은 1조2천억 원에 달한다.
4대강 사업으로 농경지 리모델링이 이루어진 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농경지에서 사업자가 공주시로부터 허가를 받아 다시 육상골재 채취를 하고 있다.ⓒ김종술[/caption]
지난 24일 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강변 비포장도로가 뽀얀 먼지로 휩싸였다. 대형 덤프트럭이 강변도로와 농로를 줄지어 내달리면서 발생한 것이다. 골재를 채취중인 곳에서는 중장비의 소음으로 가득했다. 커다란 굴착기가 모래와 자갈이 뒤섞인 골재를 선별기에 넣어 모래와 자갈을 분리했다. 또 다른 굴착기는 줄지어 들어선 대형덤프 트럭에 골재를 퍼 올렸다. 뒤뚱거리며 달리는 차량에서는 채 빠지지 않은 흙탕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기자에게 충격적인 말을 전해줬다.
4대강 사업 당시 금강에서 나온 골재로 농경지 리모델링 후 농사를 짓던 모습.ⓒ김종술[/caption]
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는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으로 복토됐다. 4대강 사업 당시 시공사인 SK건설사가 강바닥에서 퍼 올린 골재를 이곳으로 옮겨왔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민들이 2년간 농사를 짓지 못하는 비용으로 40억 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했다. 평탄 작업과 농수로 건설비용으로 40억, 기타 비용까지 총 110억 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이 세금이 휴지조각이 된 셈이다.
4대강 사업 당시 인근 강변에서 퍼낸 모래로 농경지 복토가 끝난 농지. ⓒ김종술[/caption]
국민 세금으로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서 공사한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이 허물어지고 있는데도 이를 관리 감독할 관청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한 업자가 지난 2015년 공주시에 ‘골재채취 허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우성면 옥성리 587번지 외 57필지에 3단계에 걸쳐서 총면적 163,406.9㎡에서 채취면적 129,357.3㎡를 신청했다. 채취예정량은 254,063,00㎥(건설 골재: 모래 50.50%)다. 허가신청은 지난해 11월 30일까지다. 사업자는 공주시에 추가로 연장 허가를 해놓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골재채취 허가권자인 공주시 담당자의 말이다.
육상골재 허가를 놓고 공주시의 질의에 한국농어촌공사 답변했던 공문.ⓒ김종술[/caption]
당시 농어촌공사 공주지사가 공주시에 처음 보낸 공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되던 2011년 충남 부여군 저석리 농경지에 리모델링 사업으로 강에서 퍼낸 모래를 쌓아 놓았다. ⓒ김종술[/caption]
이런 사태를 예견하지 못한 건 아니다. ‘4대강 죽이기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009년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할 때에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범대위는 “강에서 퍼낸 자갈과 모래는 농사를 짓는 토양에 맞지 않는다”면서 “토양을 높이면 지하수가 고갈되어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범대위는 또 “시간이 지나면 다시 골재를 퍼내야 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골재 채취업자들의 배만 불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당시 이명박 정부는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을 시행하면서 “지역경제의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고 홍보했다. 국토해양부의 위임을 받은 농어촌공사가 이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오영환 4대강사업단장은 “농경지를 정비하는 2년의 세월만 견디면 꿈의 농경지가 만들어지고 더 이상 물 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오 단장은 그동안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에 이렇게 홍보해왔다.

세종보 수문을 열자 합강리에 독수리가 찾아왔다.ⓒ이경호[/caption]
철새들에게 사람과 천적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공간이 하나 생겼다. 세종보 수문이 개방되면서 합강리(세종보 상류 미호천과 금강이 만나는 곳)에 만들어진 하중도와 모래톱이 철새들에게 쉼터가 되고 있다. 눈으로 보기에도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쉬는 오리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천 중간에 만들어진 모래톱은 새들에게 천적이 되는 고양이, 삵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몸을 은신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천적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곳이 생기면 개체수와 종다양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균형이 잡혀가면 삵 등 포유류의 먹이가 늘어나고 다시 생태계는 균형을 맞추게 된다.
합강리에서 비행중인 잿빛개구리매 ⓒ이경호[/caption]
이런 맹금류가 세종보 상류 합강리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종이 되어가고 있다. 과거 합강리에서는 하루에 100종 이상을 볼 수 있는 생태계 보고였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후 급감하면서 맹금류를 만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곳이 되었다. 매년 터줏대감처럼 찾아오던 흰꼬리수리, 참수리도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러던 합강리가 수문개방으로 달라졌다. 지난 20일 찾아간 합강리에서 독수리, 흰꼬리수리, 잿빛개구리매를 만났고, 쇠황조롱이, 황조롱이도 만났다. 모래톱에 휴식하는 새들이 늘어나면서 맹금류도 자연스럽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사냥이 불가능한 독수리를 제외하더라도 4종이나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컸다.
과거 보기 힘들었던 독수리 30여 마리가 하중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독수리 한꺼번에 하중도에 앉아있는 것은 보기 힘든 일이다. 하중도가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까마귀와 까치를 경계하며 머문 독수리 떼가 이제는 금강의 터주대감이 될까? 앞으로를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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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수문개방 이후 합강리에 조성된 하중도에서 오리가 쉬고 있다ⓒ이경호[/caption]
20일 현장에서 확인한 종은 모수 38종이다. 하루 100종이상의 새를 만났던 과거의 영광을 찾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금강의 생태계는 교란은 그만큼 심각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현장에서 만난 5종의 맹금류는 생태계 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만큼 의미 있는 변화이다.
이제 합강리에는 생태계 균형자인 맹금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처럼 수문개방을 유지한다면 말이다. 세종보의 경우 상류에 농사에 이용하는 양수장이 없다. 호수공원을 위한 양수장은 이미 보완조치가 마무리되어 취수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시는 수문을 걸어 잠글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이제 수문을 이대로 유지하고 금강의 회복력을 믿어야 한다. 맹금류가 서서히 도래하고 있고, 오리들도 하중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몇 번의 홍수를 거치는 기다림이 있어야 완전한 강으로 돌아올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자연은 스스로 복원을 해나갈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금강이 될 수 있다. 하루 100종의 새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금강의 합강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새로 생긴 작은 모래톱에서 휴식중인 백로ⓒ 이경호[/caption]
그런데 수문개방 이후 합강리를 찾은 겨울철새들이 모래톱과 하중도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특히 북쪽에 호안이 위치하고 햇빛이 드는 모래톱에는 더 많은 새들이 모여 있다. 작은 배산임수 형태의 지형이 만들어진 곳을 찾아 쉬고 있는 것이다.
북쪽의 바람을 피하고 햇빛을 볼 수 있는 명당에 빼곡하게 백로들이 서있다. 수문이 개방되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광경이다. 쉴 곳이 필요한 새들에게 모래톱은 천군만마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추위를 피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어야 할 고민을 수문개방이 일시에 해결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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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도에 휴식중이 오리들 .ⓒ 이경호[/caption]
보 개방을 하지 않아 물이 갇혀 있는 곳은 꽁꽁 얼어붙었다. 얼어붙은 강에서 새들은 먹이를 찾기도 쉽지 않다. 잠수나 자맥질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금강이 얼게 되면 철새는 얼지 않는 물을 찾아 갈 수밖에 없다. 물은 천적으로부터 이들을 지켜줄 수 있는 공간이다. 천적인 오소리, 삵 등이 다가올 때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수문개방은 흐르는 물과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을 동시에 마련 주었다.
국보급 하천 내성천, 지금은 영주댐으로 수장되어버린, 모래강 내성천의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모습이다. 금강마을 앞 2012년. ⓒ 박용훈[/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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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아름다운 모래강 내성천. 지구별 유일의 모래강 내성천.ⓒ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2016년 10월, 내성천에 들어선 영주댐이 준공을 했다. 이제 곧 담수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왜 영주댐 해체를 주장하고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존하자는 것인가?
왜냐하면 마지막 4대강사업인 영주댐의 전제 자체가 잘못됐고, 영주댐을 유지했을 때의 가치보다 내성천을 온전히 보존했을 때의 가치가 더 크기 때문이다.
영주댐 건설 목적의 9할은 낙동강의 수질개선이다. 낙동강은 아직도 보에 갇힌 물이 그득하다. 그 양이 6억7천만 톤이나 된다. 그 많은 물이 가둬진 곳에 영주댐에서 조금씩 물을 흘려보낸들 수질에 어떤 영향을 끼친단 말인가? 더욱이 지난여름 영주댐에 발생한 녹조라떼는 오히려 내성천의 수질을 더욱 악화시켰다. 한마디로 영주댐은 정체불명의 댐이다. 이 댐을 위해 국민혈세 1조1000억이 날아갔다.
1급수 수질을 자랑하던 내성천에 심각한 녹조가 발생했다. 낙동강 녹조라떼보다 더 지독한 녹조 강이 되어버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그리고 이런 영주댐의 물로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차라리 댐을 허물어 과거처럼 맑은 1급수 물과 모래가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간다면 낙동강 수질개선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고, 낙동강 재자연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내성천은 예전부터 낙동강으로 맑은 물과 모래를 50% 이상 아낌없이 공급해주는, 낙동강의 어머니와 같은 강이 아니었던가.
또한 내성천은 '흰수마자'란 귀한 물고기의 고향이기도 하다. 흰수마자는 우리나라에서만 사는 우리의 고유종으로 그 서식처가 제한돼 있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녀석은 고운 모래톱이 발달하고 물이 맑은 모래강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주댐 공사는 내성천에서 고운 모래들을 앗아감으로써 내성천의 깃대종이라 할 수 있는 흰수마자 생존에도 치명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귀한 생명 한 종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영주댐은 사라져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종이 하나 사라진다는 것은 모든 만물이 연결된 존재라는 인드라망의 생명그물 한쪽이 끊어진다는 것으로 생태계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의미다. 그 결과는 우리인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멸종위기종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은 이 거대한 생명그물을 지키는 일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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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이 고향인 우리나라 고유종 흰수마자의 신비한 모습. 모래색과 같이 진화한 녀석은 모래톱 속에서 살아간다. 신의 숨결이 절로 느껴지는 생명체가 아닐 수 없다. 멸종위기종 1급인 이 귀한 생명체는 내성천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지만 영주댐 공사로 중상류에서는 멸종했으며, 하류에서도 그 개체수가 극감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감입곡류 내성천 감입곡류 하천의 전형을 보여주는 내성천 회룡포의 아름다운 모습. 자세히 보면 용 두 마리가 승천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신병문[/caption]
아이들이 안심하고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강 내성천. 온몸으로 산 체험을 할 수 있는 이런 강은 흔치 않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두 번이나 낙동강과 내성천을 찾아 4대강 현장을 둘러본, 독일 최고의 하천 복원계의 전문가 카를스루 공대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 또한 내성천의 가치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모래강 내성천을 찾은 비오리 한 쌍이 수면 위를 날고 있다. 한 폭의 그름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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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에서 백로들이 평화로이 물고기 사냥을 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제2의 4대강사업인 지천공사 경북 군위의 아름다운 하천 곡정천이 4대강사업식의 하천공사로 인공수로가 돼버렸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그러나 강은 단순한 인공수로가 아니다. 강은 생명의 공간으로 그 자체로 살아있는 유기체라 할 수 있다. 강은 살아있는 역동적 존재로서 갈수기와 홍수기를 반복하면서 스스로를 정화해나가고 수많은 다양한 생명을 키운다.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은 물을 마실 수밖에 없고, 강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강의 인공수로화나 댐은 강의 생태적 단절을 초래해 많은 생명들이 강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게 되고, 그 결과 결국 죽음으로 내몰리게 된다. 강을 막고 댐을 짓거나 인공의 수로로 만드는 것은 강을 죽이는 행위이자, 수많은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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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한 마리가 물을 마시기 위해 내성천을 찾았다. 이처럼 내성천을 찾는 수많은 다양한 동물들이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이제 하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강을 단순히 물길로 보는 시각을 벗어나 강은 인간뿐 아니라 다양한 생명들이 공존하는 공간이자 그 자체로 살아있는 유기체로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으로 말이다.
SOS 내성천! 영주댐을 허물고 모래강 내성천은 흘러야 한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물론 이미 준공한 댐을 허무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크나큰 결단을 요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일은 우리강의 원형을 되살리는 일이자, 댐으로 인해 죽음으로 내몰리는 수많은 생명을 되살리는 생태정의를 구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가 강을 바라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교정할 수 있는 기회란 점에서 꼭 필요한 결단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땅의 미래세대인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녹조라떼 영주댐을 물려줄 것인가? 아니면 살아있는 대자연으로서의 내성천을 물려줄 것인가? 그 해답은 너무나 자명하다. 내성천을 내성천답게 만들어가는 일은 어쩌면 지금이 시작일 수 있다. 내성천을 국립공원이나 국가습지로 만드는 것이 그 첫 발걸음이다.
그것은 생명의 강을 되찾는 길이자, 우리사회가 생명을 대하는 의식을 보다 성숙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점에서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께 간절히 부탁드려본다.
우리 아이들에게 온전히 물려줘야 할 강 내성천.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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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에서도 꽃은 핀다. 이곳이 내성천이다. 영주댐 허물고야 말 내성천 회생의 희망의 싹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문의 : 물순환담당 02-735-7066

<그림1> 조사지 현황과 주요종 발견지점[/caption]
최상위포식자인 맹금류 역시 개체수와 종수 모두 증가했다. 2016년 5종 12개체였던 맹금류가 6종 42개체로 증가했다. 잿빛개구리매가 2017년 새롭게 확인되었으며, 독수리가 4개체에서 31개체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독수리는 하중도와 모래톱이 드러난 곳에서 휴식과 먹이를 먹고 있었다. 조사에서 확인된 맹금류는 모두 멸종위기 종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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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금강 합강리 겨울철새 변화 비교[/caption]
이번 조사에서는 법정보호종도 8종 확인됐다. 흰꼬리수리, 독수리, 잿빛개구리매, 쇠황조롱이, 황조롱이, 흰목물떼새, 원앙, 흑두루미 등이다. 8종의 법정보호종의 확인은 합강리 생태의 중요성을 입증해준다고 할 수 있다. 맹금류를 포함한 법정보호종 8종이 확인되었다. 세종시 건설당시 환경영향평가에서 15종의 법정보호종 서식이 확인되었던 것에 비해 적은 수지만 4대강사업 이후 생태환경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정책국장은 “4대강사업 이후 호소화되었던 지역이 11월 수문개방 이후 모래톱과 하중도 등이 생겨나면서 조류의 서식밀도와 개체수가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1회의 조사로 모든 것을 확인하거나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생태계 회복 가능성을 확인 하는데 충분한 결과였다.”며 향후 “관계부처에서 합강리 일대의 정밀조류조사와 수문관리에 대한 계획을 추가적으로 마련해 복원 효과를 명확하게 드러내야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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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금강 합강리 조류조사결과[/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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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3> 법정보호종 현황[/caption]
현풍양수장의 양수구 말단이 훤히 드러나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달성군의 일부 농민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창녕합천보(합천보)의 수문을 열어서 일어난 일일까? 단편적으로만 보면 그럴지도 모른다. 4대강사업을 하면서 합천보에 물을 가둬 수면을 5~6m 높였고, 그 물을 빼자 말단이 드러났으니 말이다.
양수장 양수구 주변엔 모래가 하나도 없고 사석들로 이루어진 온통 돌밭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이는 현장에 동행했던 농어촌공사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한 바다. 이상돈 의원과 함께 현장을 찾은 일행에게 농어촌공사 직원은 "이곳의 강바닥이 낮아져 양수구의 말단이 드러났다"는 주변 농민들의 증언도 있었다 말한다.
이번 양수구의 말단이 드러난 사건을 파헤쳐보니 그 원인은 4대강사업에 있었다. 4대강사업의 준설이 그 근본원인이었던 것이다. 강바닥을 6m나 파낸 준설로 낙동강 하상이 심각하게 낮아진 것이 그 원인이다.
만약 6m 깊이의 '미친' 준설을 하지 않았다면 합천보의 수문을 아무리 열더라도 양수구의 말단이 물 밖으로 드러나는 이런 기막힌 일은 없다는 것이 현장에서 확인한 바다.
농어촌공사 고령·달성지사가 관리하는 양수장은 모두 18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 중 현풍양수장처럼 말단이 물 밖으로 드러나서 양수를 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빠진 곳은 현풍양수장을 포함해 3곳이라고 한다. 이대로 두면 이 3곳의 양수장에서 물을 가져다 쓰는 지역에서는 농업용수를 공급받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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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의원과 일행이 현풍 양수장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일부 농민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합천보의 수문을 닫으면 그만일 것인가? 물을 가두면 다시 물은 차올라올 테니까 그러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합천보의 수문을 열자 강 수위가 동반 하강하면서 강바닥이 드러났다. 온통 돌밭들 사이로 드문드문 모래가 보인다. 저 멀리 문제의 현풍양수장이 보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양수장의 위치를 낮추는 것은 건물을 뜯고 새로 들여야 하므로 새로 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양수장 하나를 짓는데 수 백 억이(최근 상주시 사벌면에 건설한 묵하양수장 건설비가 310억 원이다) 드니, 문제가 되는 3곳의 양수장을 새로 지으려면 천 억대의 돈이 든다는 계산이 된다.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4대강에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모든 곳을 합치면 수천억의 예산이 들게 된다.
녹색강으로 변한 낙동강.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낙동강 녹조라떼.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이번 수문개방은 4대강 재자연화의 시작이고, 그것은 강을 강답게 만드는 것이다. 강은 인공의 수로가 아니다. 수많은 생명들이 사는 삶터다. 모래톱과 여울, 다양한 습지들은 강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고, 강과 그 안의 생명들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그들이 건강해야 건강한 강물이 되고, 그 강물은 우리 인간들에게 안전한 마실 물을 공급해준다. 건강한 강물로 농사를 지어야 건강한 작물도 나오는 것이다.
이번 수문개방은 대세이자 순리이고, 양수장 문제와 같은 그에 따르는 제반 문제들은 해결해가면 된다. 그 문제 해결에 비용이 든다면 그 비용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4대강사업에 부역한 이들에게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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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쓰레기를 양산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의 수하들. 이들에게 4대강사업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꼭 기억하자. 강정고령보 앞 디아크에 가면 이런 기념사진이 걸려있다. 좌로부터 이동우, 김건우 수공 사장,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이명박,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 심명필 4대강 추진본부장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다행히 친절하게도 환경운동연합에서 4대강 부역자 리스트도 만들어놓았다. 특히 스폐셜급 부역자들에게는 반드시 그 책임을 함께 물어야 한다. 그들을 역사적으로 심판해야 하고 구상권도 청구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적폐청산 차원에서라도 말이다.
강은 흘러야 한다. 모든 제반 문제를 해결하고 4대강이, 낙동강이 펄펄 살아 흐르는 그 날을 진심으로 고대해본다.
문의 : 물순환담당 02-735-7066

금강 합강리 조류조사결과[/caption]
실제로 수문개방이후 모래톱이 드러나고 하천 중간에 모래가 쌓인 섬이 발달했다. 이를 토대로 활동하는 오리들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수면성 오리의 경우 깊은 물보다는 낮은 물을 선호하는데 잠수를 못하기 때문에 낮은 물에 사는 수초와 부유물 등을 채식하기 때문이다.
수문개방 이후 생기는 하중도와 모래톱은 휴식처와 채식지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특히 하중도의 경우는 육상포식자인 삵과 고양이로부터 새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수면성 오리들에게는 안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조사에서 잠수성오리인 비오리의 개체가 80개체에서 65개체로 줄었지만 다른 잠수성오리인 흰죽지가 추가로 확인되었다. 수문이 개방되더라도 작은 둠벙이나 하천이 물이 고이는 소가 생기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종다양성이 증가하는 결과가 일어 날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수문개방 이후 물에서 생활하는 고방오리, 흰죽지가 발견되면서 종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수문개방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던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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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꼬리수리가 금강 상공을 비행중이다.ⓒ이경호[/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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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어부 전상기씨는 매일 조업에 나선다. 한 달 벌이 20만 원. 그렇지만 안 나갈 수가 없다. 그의 일이기 때문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이렇게 추운 날도 조업을 하느냐는 나의 물음에 돌아온 대답이다. 고령군 다산면에 살면서 낙동강에서 조업을 하는 어부 전상기씨(65세)는 하루도 빠짐없이 강을 찾았다. 그러기에 그는 누구보다 강을 더 잘 알고 이해하고 있었다.
강이 아니라 호수로 변한 낙동강. 전상기 씨 배에서 바라본 낙동강의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전상기 씨가 자망을 걷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이전의 하루 벌이가 이제는 한 달 벌이가 돼 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힐 현실이다. 이런 현실이지만 강을 떠날 수 없는 현실이 더 아프다. 그는 어떤 것을 바라고 있을까?
달성군이 벌이는 뱃놀이사업. 이 뱃놀이사업 때문에 결국 달성보의 수문은 열지 못하게 되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그러나 현실은 달성군의 뱃놀이사업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정부의 시책이 한 지자체의 뱃놀이사업에 발목이 잡혀 거대한 물그릇으로 남아있다. 그 자리에서 달성군은 오늘도 여전히 뱃놀이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뱃놀이사업 때문에 낙동강을 되찾을 기회를 잃어버린 채 낙동강의 늙은 어부는 오늘도 잡히지 않는 고기를 잡아보겠다고 그물을 손질한다. 그가 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무얼까?
넉 장의 자망에 걸린 물고기는 강준치 두 마리가 전부. 이날 고령 어민 전상기 씨가 잡은 물고기의 전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이야기는 달성습지로까지 이어졌다.
조업을 마치고 배를 대고 있는 고령 어민 전상기 씨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낙동강 늙은 어부의 바람이 헛되지 않도록 문재인 정부는 올 연말 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강도 살고 어민도 사는 길, 바로 생명의 길로 낙동강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해보는 이유다.
한편, 낙동강 대구·경북 구간에서는 90여 명의 어부가 현재 조업을 하고 있고, 부산·경남 구간에서는 450여 명의 어부가 조업을 하고 있다. 500명이 넘는 어부의 목숨이 낙동강에 달려 있다. 낙동강이 살아야 이들도 살 수 있다. 이들 500명의 목숨줄이 지금 위태로운 상황이다. 낙동강에 그들의 생계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의 바람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문의 : 물순환 담당 02-735-7066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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