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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추진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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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추진방안

익명 (미확인) | 월, 2016/05/0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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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도]

정부는 지난 3/29일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를 개최하여 저출산·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됨에 따라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저성장·저금리 추세로 사회보험 적립금의 운용수익률 저하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하며 사회보험의 재정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재정건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보험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를 통해 7대 사회보험의 중장기 재정 규모와 수지를 전망 진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회보험 적립금의 안정적 수익을 제고할 수 있는 자산운용시스템을 마련하며, 사회보험의 부대 복지사업 및 관리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는 저출산·고령화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보기 어려우며, 4대 보험 중 국민연금을 제외하고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은 단기보험으로 보험료의 적립금을 투자목적으로 운용한다는 것은 사회보험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습니다. 또한 사회보험을 복지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것은 사회보험의 본질이 훼손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건강보험 같은 경우, 2015년 말 17조 원의 흑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국가의 재정계획의 실패이며 수년간 건강보험료의 지출과 수입을 잘못 판단한 결과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보장성 강화, 국고지원금 확대 등을 추진하기는커녕 오히려 건강보험 흑자를 금융권에 투자하여 수익성 제고를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이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정부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추진방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개요]

- 일시: 2016년 5월 2일(월), 오전 10시
- 장소: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

 

[진행안]

사회
김연명(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발제
정부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 추진 현황과 문제(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국민건강보험(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국민연금(이은주, 연금행동 정책위원)
산재 및 고용보험(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토론
한국노총, 건강보험노조, 국민연금노조
 
주최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노총
 
문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02-723-5056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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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 사례 등을 근거로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 비판

사회보험의 본래 목적을 훼손하고 각 보험의 특성을 무시하는 방안임을 지적

건강보험의 단기보험으로 특성과 보장성 약화 고려없이 여유자금으로 보는 문제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는 오늘(5/2) 오전10시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추진방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날 좌담회는 김연명 교수(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가 사회를 맡아 진행하였다. 첫 번째로 총론발제를 맡은 남찬섭 교수(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가 ‘정부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논리와 문제점’을 발표하였다. 남찬섭 교수는 “정부가 사회보험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는 요인으로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저금리로 보고 있으며 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건전화 조치를 제시하고 있는데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전적으로 부정적인 재정적 관점에서만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OECD 국가들의 사례를 분석하여 “노인인구비중과 노령지출상대비(노인에 대한 사회지출을 비노인에 대한 사회지출로 나눈 수치) 및 재정건전성을 비교해본 결과, 재정지출이 증가해도 복지지출의 균형이 잘 잡힌 국가들은 국가채무 수준이 높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또한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정부의 논리는 세대의 개념을 명확히 하지 않은 점이 있으며 현 세대의 삶의 방식에 변화가 없다고 전제하여 이를 미래에 그대로 투사한 것으로 정부의 논리는 문제”가 있다고 하였으며, “정부의 재정추계가 현행 제도와 사회적 조건이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전망하고 사회보험의 본래 목적을 훼손시키는 것”임을 지적하며 “따라서 정부의 재정건전화 방안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어 정형준 정책위원장(무상의료운동본부, 의사)은 “2015년 말 건강보험이 17조 원이 누적되었는데 이는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의 실패”임을 지적하며, “현재 건강보험의 대부분의 재정을 가입자(국민)이 내고 있으나 보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서비스가 상병수당과 같은 현금서비스는 없고 대부분 현물급여 중심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의료서비스의 제한이 있는 문제”를 설명하였다. 또한 “건강보험은 1년 단기 재정운영을 해야 하는 것으로 정부가 제시한 중장기 재정계획은 하등 필요 없음”을 주장하였다. 이은주 정책위원(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국민연금의 적립기금은 제도의 성숙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부분으로 여유 자금을 만들려는 목적으로 기금이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지적”하며 “사회보험 기금을 ‘여유자금’으로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하였다. 또한 “각 7대 사회보험은 대비해야 할 사회적 위험이 다르고 실제 운영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통합관리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유자금을 금융시장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금융위기를 통해 경험한바 있듯이 금융시장에서 자본관리가 지속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민연금제도에서 현재 필요한 것은 정체되어 있는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며, 금융시장의 투자가 아닌 사회적 투자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최명선 노동안전보건국장(민주노총)은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기금 자산 운용 현황”에 대해 설명하였으며 “최근 고용 및 산재보험의 사회적 책임 투자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정부의 사회보험의 장기재정추계 계획은 사회보험의 제도의 위상과 정체성을 흔드는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발제를 마치고 토론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유정엽 정책실장(한국노총)은 “사회보험은 기금의 크기를 확장시키고 시장수입만을 추구해서는 안된다”고 하며 “사회보험의 본질적 목적인 사회적 위험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문희 정책위원장(국민건강보험 노조)은 “현재 건강보험 흑자로 보장성을 높여야 하며, 건강보험 재정의 국고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마지막으로 변희영 위원장(국민연금지부)은 “일반적인 재정논리로 제도불신을 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국민연금은 재정안정화보다 노후불안 해소와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후, 참석자들의 질의응답이 있었고, 행사를 마무리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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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의견

이미지: 텍스트

새 정부 출범, 노동자가 건강한 세상을 꿈꾸는 노동건강연대가 회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전망을 가지고 활동을 해 나아갈 지 진솔하게 이야기할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시대, 노동자 건강권 운동의 전망을 찾아서"


5월 26일(금), 노동건강연대 사무실

(7호선 남성역, 사당동 262-8번지, 가급적 대중교통 이용을 부탁드립니다.) 


문의 : 02-469-3976

수, 2017/05/1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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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맨이 보낸 희망 


노동건강연대 박혜영 활동가
(매일노동뉴스, 6.13)

분명히 봤다. 2분 여의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의 태도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갑자기 통역기를 귀에 대기 시작하고, 수그렸던 몸을 일으키고, 대체 어떤 사람이 발언하는지 뒤를 돌아본다. “저는 여러분의 휴대전화를 만들다가 시력을 잃고 뇌손상을 입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손에 든 휴대전화를 바라본다. 시력을 잃은 그의 휴대전화도 자신의 시력을 앗아 간 그 기업의 것이다. 발언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옆 사람이 건네는 휴지를 받아 닦았다. 29살의 청년,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은, 한국에서 온 그는 휴대전화 부품을 만들다 시신경 손상을 입은 피해자 김영신씨다.

이달 9일 오전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인권이사회 본회의장. 온몸에 긴장감이 흐르는 한 남자가 있다. 생전 처음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에 왔다. 10시간이 넘는 비행 동안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화장실 한 번 가지 않고 음식도 먹지 않겠다고 했다.

영신씨는 시각장애인이다. 한쪽 눈은 안 보이고 다른 한쪽 눈으로 그나마 큰 사물을 구별한다. 휴대전화 화면을 캡처해 크게 확대해 사용한다. 2015년 1월 갑자기 이런 증세를 보인 그는 1년 반이 지난 어느 날, 자신의 실명 이유를 알게 됐다. 메틸알코올(메탄올) 급성 중독에 의한 실명. 비슷한 피해자들이 다섯 명 더 있었는데, 그들과 실명 과정이 일치했다. 뇌손상이 심해 아직 병원에 있는 피해자도 있고, 두 눈을 완전 실명한 피해자도 있다. 모두 대기업 휴대전화 부품을 만들다가 메탄올에 고농도로 급성 중독됐다.

이 사건은 지난해 1월 세상에 알려졌고, 언론은 떠들썩했으나 잠시 뿐이었다. 정부는 소극적이었고, 원청을 포함한 관련 하청·파견 회사들은 발뺌했다. 파견 사업주들은 벌금 100만~200만원만 내면 됐고, 피해자들은 이들이 처벌 받는 과정을 알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당연히 사업주들이 구속되는 줄 알았다던 피해자들은 처벌 결과를 받아들고, 화를 삭이고 삭였다.

청년이자 불안정고용 피해자, 다단계 하청구조의 피해자이자 누군가의 위험한 노동조건에 무관심한 사회의 피해자인 이들은 그동안 끊임없이 자신을 내보여 가며 피해 상황을 알려 왔지만 무엇이 개선됐는지는 알지 못한다. 오히려 촘촘하지 못한 산재보험 제도와 무관심한 정부에 힘겨워한다.

지난해 말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이 사건을 포함한 한국 원청기업의 무책임한 기업경영이 다뤄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스스로가 제네바까지 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간신히 2분의 시간을 얻어 냈다.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 비정부기구(NGO)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생소한 영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했다. 한 달 전 토론을 통해 발표문을 만들었다. 다른 일로 바빠 발표문을 만들러 그에게 못 가고 있는 동안 '빨리 만들어야 하는데' 하고 내내 불안해했던 그다. 영어로 바뀐 그 글을, 친구가 한글로 발음을 적어 줬다. 한 달에 걸쳐 그는 외우고 또 외웠다. 회의장에서 종이를 눈앞에 가까이 하고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큼직한 글씨가 인쇄된 종이를 통째로 외웠고,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그저 종이를 보고 읽는구나 싶게 자연스러웠다.

사실 영신씨는 마치 앞이 잘 보이는 것처럼 행동한다. 실명 이유를 모르던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습을 했더란다. 좌절했고 답답했던 그때, 그가 할 수 있는 연습이었다. 인정하기 싫었을지 모른다. “난 아직 잘 보인다.”

제네바에 도착한 다음날 일찍 유엔 인권이사회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건강과 인권에 관한 세션 중이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분위기에서 회의를 하는지 염탐하기 위해서다. 그가 발표하는 기업과 인권 세션 이틀 전이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보던 광경이 펼쳐졌다. 책상이 원형모형으로 겹겹이 놓여 있는데, 각 나라 이름이 알파벳순으로 적혀 있다. 현관 앞 신분증 검사 직전 영신씨가 경직됐다. 이 공간에 들어간다는 자체가 너무 떨린다며 심호흡을 했다.

NGO쪽 발언은 어디에서 하는지, 말은 어떤 속도로 하는지, 영어 발음은 어떤지, 자신처럼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지, 정말로 1분 30초가 지나면 마이크를 꺼 버리는지 세심하게 물었다. 앞이 보이는 척해서 자꾸 까먹지만 그는 앞의 모니터도 안 보이고 전광판도 안 보인다. 부지런히 중계를 해 주려고 노력하지만, 영어가 생소하긴 나도 마찬가지다. 그사이 현관 앞에 놓아 둔, 영어로 번역한 피해자들의 이야기책을 사람들이 잘 가져가는지도 관찰했다. <The Blind>. 그 책 제목이다. 노동건강연대 홈페이지(laborhealth.or.kr/43375)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회의 상황을 관찰하던 중 발음이 선명하고 속도가 적당한 데다 쉬운 단어를 구사하는 발언자가 나타났다. 저절로 새겨듣게 됐는데, 회의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유쾌하게 웃으며 경청했다. 주변 사람들이 웃으니, 영신씨도 같이 웃는다. 빠르게 어떤 말인지 전달하니, 진지한 표정으로 “아 그렇죠. 그러네요. 맞아요” 한다. 그날 저녁 영신씨는 일기에 그 내용을 적었다. 잠시 훔쳐 오자면 이렇다(그가 매일 쓰는 기록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다음 스토리펀딩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는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엔 본회의장에 출입증을 보여 주고 입장하니 심장이 뛰면서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이미 회의장은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고 목요일 있을 내 차례를 생각하니 많이 떨렸다. 그중 기억나는 인상 깊은 멘트는 국제연대에 관한 독립 전문가가 말한 내용이다. 인권·사랑·종교는 인간에게 소중하고 인간에게 소중한 것은 현재진행형이다, 라는 말을 전했다. 정말 너무 나도 중요한 얘기고 필요한 얘기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는 이런 기본적인 것이 가장 중요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회의 초반엔 낯선 분위기와 어려운 영어 때문에 솔직히 지루했지만 내용을 이해하면서부터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여야 우리도 바뀌고 세상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 (…) 몸이 고단한 만큼 생각은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 목요일에 있을 회의에서 떨지 않고 준비해 온 말을 전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겠다.”

영신씨는 제네바에서 하루하루 인권을 몸소 배웠다.

“여기는 버스에 계단이 다 없네요. 한국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버스 계단 힘들어한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대단하네요.”

“여기는 횡단보도가 노란색이라서 저 같은 사람도 잘 보여서 좋아요.”

“길에 턱이 안 많아서, 저 여기 와서 어디에 걸려 넘어지지 않았어요.”

“출퇴근길 만원버스에 너무 당연하게 유모차를 태워요. 사람들이 잘 도와주네요.”

더 공부하고 싶다고도 했다. 덩달아 나도, 이곳에서의 생활상을 자세히 관찰하게 됐다.

드디어 정해진 발언을 하는 날, 대한민국 정부가 먼저 입장을 얘기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보고서에서는 메탄올 급성중독, 삼성전자 직업병,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사망 문제 등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다양한 언급이 있었지만 정부 발표에는 그와 관련해 단 한 문장도 나오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사망 1위인 나라에서, 그들의 인권 챕터에 노동자들의 죽음과 직업성 사고, 직업병은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일까. 1년에 2천400명이 죽는 나라에서 그들은 눈을 가리고 귀를 닫고 있는 것일까. 영문으로 번역해서 온 메탄올 급성중독 보고서 <The Blind>를 빤히 쳐다봤다. 과연 눈먼 자는 누구인가.


유엔인권이사회_메탄올 피해자 김영신씨 발언.jpg  
9일 오전(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삼성전자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을 당한 김영신(29·사진 왼쪽)씨가 메탄올 실명사건과 한국정부, 삼성·엘지전자의 책임을 호소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영신씨의 발언이 무사히 끝났다. 정말 잘했다. 다리가 너무 후들거렸다는 영신씨에게, 그를 존경하고, 영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 회의를 주관한 마이클 아도 의장이 영신씨에게 연신 잘 풀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너무 잘 들었다고, 대단하다고 말했다.

“Brave man!” 자신을 의사라고 밝힌 금발의 여성이 영신씨에게 다가왔다. 그의 양 어깨를 잡고 외친다. “Brave man!” “노무사님, 브레이브가 뭐예요?” “영신씨 진짜 용감한 사람이라고!” “아~ 하하하. 저 외국에 와서 외국사람이랑 처음 말해 봐요! 얼떨떨하네요.”

한국시간으로 9일 저녁 신문과 텔레비전 뉴스에 영신씨 이야기가 보도됐다. “왜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거죠? 제가 한 일이 그렇게 할 만한 일인가요? 엄마랑 친구들도 뉴스 봤다고 장하다고 연락이 와요. 한국에서는 잘 안 봐주더니 뭐가 다르긴 다른가 봐요.” 말하는 그의 얼굴이 상기됐다. 한국에서 함께 출발한 3명의 활동가들에게 연신 감사인사를 전했다. “예전에 황정민이 수상소감에서 자기는 숟가락만 얹은 거라고 하던데, 그 맘이 이해가 돼요.”

1주일 동안 영신씨 발언기회가 취소되고, 사라졌다. 다시 수많은 사람들이 영신씨 발언을 살리려고 준비된 3개의 한국 NGO 발언을 조정하다가, 밀리고 밀려 결국 단 하나의 발언만 가능해졌다. 단 하나 영신씨 이야기만 하기로 했다. 그 며칠 본회의장을 여기저기 뛰어다닌 우리를 보는 영신씨도, 많이 불안하기도 했더랬다. 모든 행사를 끝낸 저녁, 우리는 정말 행복하게 이 시간을 복기했다. 그리고 모두, 다음날은 기상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행복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응답할 차례다.

수, 2017/06/2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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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탄올 실명노동자가 겪은, 재활 필요한 재활정책 


정우준 /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노동건강연대는 지난여름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은 6명 노동자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다음 스토리펀딩’을 진행한 바 있다. 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6명의 재활을 위해 1700만원이 넘는 돈을 모금했다. 이런 호응은 많은 시민들이 스마트폰 부품 공장 파견노동자로 근무하다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상실한 청년 6명의 새로운 삶을 응원한 덕이다.


시민들의 격려에 힘입어 메탄올 피해자들은 시각 상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재의 처지에서 가장 적절한 삶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를 위해 필수적인 것은 재활과 각종 보조기기이다.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과 재활을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은 이러한 역할을 책임지는 국가기관이다. 2015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제4차 산재보험 재활사업 중기발전계획에 따르면, 2017년까지 산재보험 재활사업의 최우선 추진 전략은 재활서비스 제공체계의 최적화를 통한 맞춤형 재활서비스 제공 확대였다. 이는 개별 산재노동자에게 보다 알맞은 재활을 제공함으로써 산재노동자의 사회 적응과 직업 복귀를 돕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계획의 실현을 위해 올해 8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했다. 그렇다면 계획은 잘 실천되고 있을까? 메탄올 피해자들의 사례는 산재보험 재활사업의 내실 없음을 잘 드러내준다. 산재노동자에게 신청에 앞서 적합한 재활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은 현실에서 고작 산재노동자에게 안내통지문 한 장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당사자들은 안내통지문 이외에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또 재활전문가 확대를 통해 산재노동자 재활의 전문성을 증대하겠다는 계획은 시각장애가 산재사고에서 드물기에 특별한 조치를 취할 것이 없다는 답변 앞에 무력했다. 더 심각한 점은 메탄올 피해자처럼 재활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새로운 조치나 계획이 내년에도 준비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역사회에 있는 사회복지 시스템과의 연계 역시 전무했다. 공단이 모든 서비스를 갖추지 못했다면 그 대안은 사회복지 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단은 재활에 관해 문의하자 시각장애인복지관 연락처를 알려주는 것으로 그 역할을 끝마쳤다. 메탄올 피해자가 필요한 재활을 제공받기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알아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사회복지 시스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시각장애로 이동이 어려운 당사자들이 그것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언론에 많이 알려진 산재사건에 대한 정부의 이와 같은 무관심은 일반적인 산재노동자에 대한 재활정보 제공이 얼마나 형편없을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산업재해의 예방과 보상 그리고 재해노동자의 재활 제공은 국가의 의무이다. 국가의 관리 소홀이라는 직무유기로 발생한 시각 상실에 대해 드물고 예외적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핑계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방기일 뿐이다.


내년 제5차 산재보험 재활사업 중기발전계획이 발표된다. 올해 촛불집회로 새 정부가 들어섰다. 국민들은 새 정부가 적폐청산을 시작으로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산재보험의 재활사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메탄올 피해자 사례는 산재보험 재활사업에 보완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정부는 메탄올 피해자 사례를 바탕으로 제5차 산재보험 재활사업 중기발전계획에서 보다 개선된 산재보험 재활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14292.html#csidx141778c2de2a…;

금, 2017/10/1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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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서 숨진 '정규직' 아들…아버지의 긴 '산재 싸움' (jtbc)

국내 노동자와 달리 해외 파견 노동자의 경우 사업자가 산재 보험을 신청해야 하는데 삼성이 이를 신청하지 않은 것입니다.

삼성 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이 회사에서 한해 해외에 출장이나 파견근무를 보내는 직원은 1000여 명.

하지만 JTBC가 확인한 결과 지난 5년간 삼성엔지니어링에서 해외에 보낸 노동자 중 산재보험을 신청한 사례는 1건에 불과했습니다.

기업이 산재 신청을 하지 않는 이유는 '산재율'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아래 주소에서 기사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752937

화, 2019/01/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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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xe_content"><h1 dir="ltr">산재보험의 사회보장으로서의 역할과 발전방향</h1> <p> </p> <h3 dir="ltr" style="text-align:right;">김인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교실 교수</h3> <p> </p> <h2 dir="ltr">산재보험의 시작과 역할</h2> <p dir="ltr">산재보험은 1964년에 도입된 그 역사가 가장 오래 된 사회보험이다. 1960년 4ㆍ19 혁명이후에 분출된 사회 개혁에 대한 요구에 부합하면서 이후 박차를 가할 산업화를 위한 기본적 제도였다. 광업, 제조업, 건설업 등 경제 발전을 위한 기본 산업의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사고를 당할 경우 최소한의 경제적 생활을 보장해주기 위해 시작한 것이기는 하지만 건강보험이 도입된 것이 1970년이고, 국민연금은 1988년, 고용보험은 1995년에야 도입이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시작이 매우 빨랐다.</p> <p> </p> <p dir="ltr">인간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일을 겪는다. 아프기도 하고, 장애가 생기기도 하고, 일자리를 잃기도 하고,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간다. 이러한 상황에 인간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 권리이자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제도와 규범 등을 사회보장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2012년 전부개정된 「사회보장기본법」 제3조는 “사회보장”이란 출산, 양육, 실업, 노령, 장애, 질병, 빈곤 및 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소득ㆍ서비스를 보장하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를 말한다고 하여 사회보장의 법적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p> <p> </p> <p dir="ltr">산재보험은 이러한 사회보장 정책의 하나로서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다치거나 병이 드는 경우 이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을 하고 재해 노동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노동자에게 장애가 남거나 사망을 한 경우 경제적 손실을 보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산재보험의 목적은 의학적 ‘치료’를 포함하여 신체상태 복귀와 직업복귀를 통한 경제생활의 주체로서 노동자가 사회에 복귀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지금의 산재보험은 이러한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고 있는 것일까?</p> <p> </p> <h2 dir="ltr">산재보험의 실질적 적용 확대</h2> <p dir="ltr">첫 번째 질문은 ‘이러한 사회보험이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이 되느냐’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일부에만 적용이 국한된다면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이나 사립학교 교직원연금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 군인과 선원들은 산재보험의 가입대상이 아니기는 하지만 일단 경제활동조사를 기준으로 경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장은 2000년 706,231개소, 2008년도 1,594,793개소, 그리고 2017년 2,507,364개소로 급격하게 증가했고,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 수도 2000년 9,485,557명에서 2008년 13,489,986명, 2017년 18,560,142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해왔다. 2000년 임금근로자 수가 13,356천명, 2008년 16,357천명, 2017년 19,934천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산재보험의 적용률은 2000년 71.0%에서 2017년 93.1%라고 할 수 있다.</p> <p> </p> <p dir="ltr">그러나 산재보험의 적용범위가 늘어나는 속도보다도 빠르게 노동시장도 변화했다. 플랫폼 노동이나 특수고용 노동자 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모호한 노동자들이 증가하였고, 실제 최근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적용의 대상을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변경하기도 하였다.<sup>1)</sup> 산재보험은 최근 그 적용범위를 실제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8년 7월부터 무면허업자가 시공하는 소규모 건설공사나 상시고용 1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범위가 확대되었고 2019년부터는 건설기계업종까지 적용대상이 되는 특수고용직을 확대하였으며, 금속제조업, 자동차정비업, 도ㆍ소매업ㆍ음식점업을 하는 자영업자에게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일반계고 학생뿐만이 아니라 대학생 현장실습생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하였다.<sup>2)</sup> 또한 최근 고용노동부는 2019년 업무보고에서 임신 중 유해요인 노출로 인한 태아의 건강 보상에 대한 산재보험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하였다. 현재 산재보험이 당해 노동자의 사고, 질병, 사망만을 보상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이러한 산재보험법 개정에 합의한다면 적용의 범위가 한 단계 더 넓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제도가 현상을 앞서가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각지대가 덜 생기도록 법적인 적용의 범위는 지속적으로 꾸준히 넓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p> <p> </p> <p dir="ltr">그러나 이러한 적용범위의 확대가 실제 산재보험으로 보상을 받는 노동자들의 증가로 직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있다. 아직도 현장에서 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은 4대 보험에 가입하는 대신에 당장의 소득을 보전받는 것을 택하고 있기도 하고, 사업주들이 이를 권장하기도 한다. 또한 산재보험에 가입은 되어 있으나 여러 가지 문제로 산재를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여전히 다수 존재한다. 2018년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산재발생 보고를 하지 않은 총 적발건수가 2800건으로 2014년 726건, 2015년 736건, 2016년 1338건 등 매년 증가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sup>3)</sup>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의 내부 실사 자료, 산재 설문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산재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처리하지 않은 산재은폐율이 21.0~42.4%에 달하였다.<sup>4)</sup> 사망사고라고 하여도 종종 산재은폐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으며 실제 최근 한 대기업에서는 사망사고가 은폐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을 정도이다.<sup>5)</sup> 이러한 사실로 보면 산재보험의 가입 가능 대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산재보험으로 본인의 질병과 사고, 경제적 손실 등에 대해 보상을 받고 있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p> <p> </p> <p dir="ltr">이렇게 적용범위는 넓어졌으나 실제 적용이 안 되는 것은 건설 공사나 물량 수주를 위한 입찰 자격의 문제 등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 때문이기도 하고, 고용노동부의 감독을 두려워하거나 산재보험료율의 할증을 두려워하는 사업주들의 노동자 건강에 대한 이해부족도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으며, 조금씩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실제 민주노총에서는 2014년 고용노동부와 지속적인 회의를 거쳐 산재은폐 사업장 처벌 강화, 공무원 연금ㆍ사학연금 대상 사업장의 산재 미보고 대책, 병원 신고 제도를 통한 산재은폐 근절, 산재은폐 적발 시스템 강화 및 감독과 처벌 강화, 영세사업장 노동자를 위한 국선 산재 노무사 제도 도입, 산업재해 조사표에 근로자 대표 확인 등 중장기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6) 한편, 2017년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ㆍ시행규칙 개정 시에는 사업주가 고의로 산재를 은폐할 경우 1년 미만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고용노동부에 산재를 신고하지 않은 경우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의 상한액을 최고 3,000만 원까지 올리기도 하였으나 실제 현장에서의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라고 할 수 있다.</p> <p> </p> <h2 dir="ltr">산재에 대한 노동자들의 접근성 강화</h2> <p dir="ltr">한편, 산재은폐 문제는 경제적 이해뿐만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질병과 사고에 대한 치료와 복귀, 그리고 예방을 포함하는 산재보험의 기본적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외형적인 틀의 확대와 함께 일시적인 대책에서 벗어나 사업주에 대한 처벌의 강화와 더불어 산재신청과 보상이 좀 더 용이해질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시도들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p> <p> </p> <p dir="ltr">그런 측면에서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도입하고 있는 업무상 질병에 대한 추정의 원칙은 업무관련성의 입증이 매우 어려운 암, 정신질환, 자살, 근골격계 질환이나 뇌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산재신청과 승인에서 노동자들의 입증책임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추정의 원칙은 형사법에서의 무죄 추정의 원칙과 마찬가지로 ‘개인 질환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 한 업무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라는 것이다. 특히 인정기준에 노출기준이나 기간 등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 재해조사나 전문조사 결과 노출수준, 노출기간 등이 기준을 충족하면 명백한 반증이 없는 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에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이 되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라는 것이다.</p> <p> </p> <p dir="ltr">여기에서 말하는 상당인과관계에 대해서 최근 대법원의 판례는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ㆍ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sup>7)</sup>고 명시하고 있으며, 현재 이러한 인과관계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다양한 판례에서 인용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직업적 요인에 해당하는 유해요인에 노출이 되었는가와 해당 유해요인이 어떻게 작용하였는가가 업무관련성에 있어서 핵심적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개인적 요인과 직업적 요인 중 무엇이 더 크게 작용했는가가 아니고, 경과적으로 판단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반영하여 추정의 원칙이 명시되면서 업무상 질병에 대한 승인률 역시 높아지고 있고,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으로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p> <p> </p> <p dir="ltr">한편, 산재신청의 장애물 해소와 관련한 상징적 변화가 최근에 있었는데, 2018년 초부터 산재신청시의 사업주 확인을 위한 날인 폐지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 사업주 날인 폐지 이후 산재신청이 19.4%가 급증하기도 하였다.<sup>8)</sup> 사업주 날인 제도가 노동자들의 산재신청에 큰 부담을 주었고, 산재 인정 여부를 마치 사업주가 결정하는 인상을 주어 부담과 갈등을 키우던 제도가 개선된 효과였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산재신청을 가로막는 부담과 장벽의 정체를 확인하고 이를 하나하나 없애가는 것은 지속적인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업무관련성의 입증책임에 대한 부담 완화, 신속한 신청과 보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인정기준의 개정과 처리 절차의 간소화, 전문적인 지원이 가능한 전문가의 활용 등 노동자들의 산재보험에 대한 접근성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 이유이다.</p> <p> </p> <h2 dir="ltr">산재보험의 공공병원 운영자로서의 역할</h2> <p dir="ltr">산재보험의 미래를 고민할 때 던지게 되는 또 다른 질문은 ‘산재노동자의 조기치료, 조기복귀, 사회재활을 위한 의료전달체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동안 산재보험을 둘러싼 논의는 승인이냐 불승인이냐의 최초 신청결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산재보험의 보험자인 국가를 대신하여 이를 운영하는 근로복지공단은 9개의 병원과 1개의 요양병원, 2개의 케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병원운영기관이기도 하다. 공공의료서비스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는 많은 학자들도 산재노동자를 위해 운영이 되어야 할 공공병원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반성이 되는 지점이다.</p> <p> </p> <p dir="ltr">몇 년 전 독일의 산재보험조합에서 운영하는 공공병원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손상환자의 이송을 위한 헬기장이 옥상에 준비되어 있고, 재활을 위한 25m 수영장을 갖추고 있었으며, 로봇을 이용하여 장애가 심각한 환자의 재활을 도와주고 있었고, 작업치료실에서는 실제 업무훈련이 가능한 기초적인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한 명의 산재환자가 치료에서부터 복귀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사례관리자를 중심으로 재활의학, 직업환경의학, 정형외과 의사와 병동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와 관련 행정직이 한 팀이 되어 매주 환자의 치료 상태를 점검하고 이후 치료와 재활 계획을 수립하며 사업주와 복귀를 위한 소통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산재환자가 발생할 경우, 급성기와 아급성기, 만성기와 재활 등 치료 단계를 염두에 두고 병원의 수준과 재해 수준을 고려한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수준의 산재전문의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산재보험이 산재환자들의 치료와 재활, 직장복귀를 위해 재원을 투자하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p> <p> </p> <p dir="ltr">최근 산재환자는 없이 민간병원과의 경쟁에서 밀려가기만 하고 있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들었던<sup>9)</sup> 근로복지공단 소속병원의 역할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2012년 대구에서 개원을 한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은 재활전문병원으로서 직장복귀를 위한 집중적이고 통합적인 재활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병원에서는 수중재활치료실을 비롯해, 로봇재활, 운전재활, 근골격계재활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재활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지역의 산재노동자들에게 직장복귀를 목적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sup>10)</sup> 그리고 2016년 도입된 집중재활치료에 대한 시범수가 사업은 대구병원, 인천병원과 안산병원 등에서 제공하고 있는 집중재활프로그램에 대해 산재보험을 통한 적절한 수가를 제공함으로써 양질의 재활치료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산재재활수가는 독일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개별 행위에 따른 수가라기보다 프로그램수가로 목표지향, 팀접근(포괄적 접근), 기능평가 등을 모두 담고 있다. 환자 한 명을 두고 의사가 리더가 돼서</p> <p dir="ltr">다양한 직종의 전문가인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과 팀 치료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sup>11)</sup></p> <p> </p> <p dir="ltr">이렇게 재활을 중심으로 시작된 산재병원의 체질 개선은 2018년 근골격계 질환 등에 대한 업무관련성 특별진찰 제도 도입하여 업무관련성 입증을 위한 노동자의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한 걸음 진화했다, 산재병원에서 업무관련성 특진을 위해 만난 환자가 업무상 질병의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의 부담 없이 양질의 치료를 받고 조기에 재활을 시작하도록 하여 조기 복귀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올해부터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사업장 방문과 사업주 면담 등을 통해 직업 복귀가 가능하도록 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는 사업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산재노동자에 대한 업무적합성 평가, 직무전환, 요양 중 직장적응훈련 및 사업주 원직 복귀계획서 작성 지원 컨설팅 등 조기치료와 조기복귀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산재노동자와 산재 관련 의료전달체계, 관련 프로그램 등에 대한 전문성이 높은 산재관리의사들이 주요한 역할을 하고 산재노동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작년 말 산재관리의사 제도를 도입하기도 하였다.<sup>12)</sup></p> <p> </p> <p dir="ltr">어쩌면 이제는 산재노동자들에게 치료와 재활, 복귀를 위해서는 산재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고 권할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는지 모른다. 물론, 이 과정에 지급되는 산재수가라는 것이 결국 산재보험료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현재 산재병원의 경영상태 개선이 산재기금을 투입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한편, ‘공공병원은 이윤이 아니라 그 병원의 환자들을 위해서 공공의 재원으로 운영되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산재노동자들에 치료와 직업복귀를 위한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산재보험료를 가지고 제공한다면, 이는 산재보험의 목표에 매우 정확하게 부합하는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p> <p> </p> <p dir="ltr">그러나 이런 사업들이 아직은 산재병원의 시범사업으로 운영이 되고 있어 정책적 발전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여전히 불안한 요소이다. 그리고 산재노동자의 치료 접근성 차원에서 언젠가는 다른 민간병원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라는 가능성 역시 제도의 안정성에 대한 전망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관련 시범사업의 성과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평가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산재보험이 산재노동자의 재활과 직업복귀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재보험으로 운영하는 공공병원의 역할과 목표에 대한 병원 구성원의 동의를 모아가기 위한 작업도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병원을 운영하는 주체들이 보험자이자 공공병원 운영자로서의 근로복지공단의 역할을 깊게 공감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ㆍ운영하고, 재해 예방과 그밖에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기 위한 의료전달체계의 중심으로서 근로복지공단 소속병원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p> <p> </p> <h2 dir="ltr">사회보장으로서의 산재보험</h2> <p dir="ltr">지금까지 모든 노동자들의 사고와 질병을 치료하고 경제적 주체로서 사회에서 다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근의 산재보험의 주요한 변화와 정책적 개입의 지점과 앞으로의 방향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산재보험이 진정한 사회보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몇 가지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p> <p> </p> <p dir="ltr">먼저, 예방 제도와의 연계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에서 노동자들의 사고와 질병 예방의 역할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공단의 역할로 규정되어 있다. 이러다보니 근로자 건강진단 과정에서 발견한 신체의 이상이 산재 보상으로 연결이 되지 못하며, 연결된다고 하여도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 이는 보상과 치료, 재활과 직업복귀 과정에서 이전의 작업장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 모두 산재보험을 운영하는 기관에서 예방과 보상, 재활에 모두 개입하고 있다. 산재 인정과 환자의 재활복귀 과정에서 예방 사업을 위해 해당 사업장을 방문하여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 전문가가 함께 팀을 구성한다. 예방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사업장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노동자들이 적절하게 치료받고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p> <p> </p> <p dir="ltr">이러한 과정에서 확인되는 문제는 다시 예방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인 셈이다. 한국에서도 사고나 질병 예방을 위해 간호사, 산업위생사, 안전관리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등 다양한 사람들이 사업장을 방문하여 노동자들을 만나고 있으며 관리 영역에서 소외되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해 근로자건강센터 등도 운영하고 있다.</p> <p> </p> <p dir="ltr">이 다양한 전문가들의 지식과 경험이 노동자들의 재활과 복귀, 그리고 다시 예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차적으로 근로자건강센터 등에서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업무 적합성을 평가하고 직업복귀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의 사업을 시범적으로 시행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능한 일부 사업들에 대해서는 건강검진을 통해 업무상 질병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업무관련성 특진을 실시하고 조기 치료로 돌입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1차 예방, 2차 예방, 3차 예방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p> <p> </p> <p dir="ltr">둘째로 상병급여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최근 사회보장위원회에서도 그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은 환영할만한 일이다.<sup>13)</sup>  노동자에게 발생하는 질병과 사고의 원인이 다양해지고 있고, 절대적으로 기여한 명백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은 상태에서 노동자들이 아프고 다쳐서 일을 못하게 될 경우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방안이 정책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송파 세 모녀’ 사건을 막는 것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태아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과 관련하여, 업무와 관련한 유해요인 노출로 자녀가 건강상의 문제를 갖게 되면 이 때문에 양육자가 경제생활을 할 수 없어 소득이 감소될 것이므로 이에 대해 자녀 돌봄과 관련한 휴업급여를 도입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p> <p> </p> <p dir="ltr">산재보험의 논의가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데 개인적 질병이라고 하더라도 노동자가 경제 활동을 못하게 될 경우 가족의 기초적 생계를 보장해주기 위한 제도적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전국민 의료보험이기는 하지만 치료비 이외에 생계비 지원이 안 되는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노동자들이 아프거나 다친 경우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0조(부가급여)에 상병수당이 명시되어 있어 법 개정 없이도 도입이 가능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으로 충족을 하는 것이 어렵다면 다른 형태의 사회보험을 만들 수도 있고, 보험료 인상도 고민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실현이 가능한 방법은 다양하게 모색하되, 노동자들이 아프거나 다친 경우 소득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사회보장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큰 틀의 합의와 공감대가 필요하다. 산재보험이 아무리 좋아져도 이는 결국 산재로 인정을 받은 일부 노동자들에게만 적용이 된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 그리고 비용을 투여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p> <p> </p> <p dir="ltr">이러한 장기적 과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고민을 해가는 한편, 산재보험이 사회보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개입을 지속해야 한다.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보험을 통해서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이 제도는 간접적으로 근로자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개선되도록 하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궁극적으로 경제ㆍ산업 발전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갈등과 비용을 줄여 안정적으로 산업의 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명시한 바 있다.<sup>14)</sup> 산재보험이 노동자들의 사고와 질병에 대해서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최소한 적용 노동자들에게라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현재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산재보험의 역할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도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 사회 구성원의 미래를 밝게 만들 것이란 기대와 함께 말이다.</p> <hr /><p dir="ltr"><sup>1)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 공포!. 보도자료. 고용노동부. 2019년 1월 15일.</sup></p> <p dir="ltr"><sup>2) 취약계층에 대한 산재보험 보장성 강화. 보도자료. 고용노동부. 2018년 12월 4일.</sup></p> <p dir="ltr"><sup>3) http://www.safety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8993</sup></p&gt; <p dir="ltr"><sup>4)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65663</sup></p…; <p dir="ltr"><sup>5) http://www.redian.org/archive/129871</sup></p&gt; <p dir="ltr"><sup>6) http://nodong.org/statement/7062022</sup></p&gt; <p dir="ltr"><sup>7)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sup></p> <p dir="ltr"><sup>8)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80713_0000363430&cID=10201&pID=10…; <p dir="ltr"><sup>9) http://www.rapportian.com/news/articleView.html?idxno=3610</sup></p&gt; <p dir="ltr"><sup>10)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4994</sup></p…; <p dir="ltr"><sup>11) http://www.medigatenews.com/news/961117678</sup></p&gt; <p dir="ltr"><sup>12) http://news.donga.com/3/all/20190319/94621741/1</sup></p&gt; <p dir="ltr"><sup>13)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874954.html</sup></p&gt; <p dir="ltr"><sup>14)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sup></p></div>
금, 2019/04/0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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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xe_content"><h1 dir="ltr">노동자의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무엇이 필요한가?</h1> <p> </p> <h3 dir="ltr" style="text-align:right;">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h3> <p> </p> <h2 dir="ltr">매년 2,365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는 나라, 한국</h2> <p dir="ltr">세계 경제규모 11위, 국민소득 3만 달러 그러나, 한국의 산재사망 만인율(만 명당 산재사망 비율)은 OECD 국가 중 1위다. 일본, 독일의 4배, 영국의 14배에 달한다. 산재사망은 교통사고에 대비해도 1.3배 높은 수준이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는 1,543,797명이다. 이중 산재사망 노동자는 40,217명이다. 지난 17년 동안 매년 2,365명의 노동자가 일하다가 사고로, 직업병으로 죽어나간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284조 7,479억 원에 이른다. 이는 2019년 정부 총예산 470조 원의 60% 수준이다. 매년 2,365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직업병으로, 과로로 죽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끔찍한 통계도 현실을 다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 화물운송, 택배, 퀵서비스 노동자는 훨씬 더 위험하지만 통계도 없다. 250만 명에 달하는 특수고용 노동자 이야기다. ILO 가입국 110개 국가 중 3분의 2가 도입했던 출퇴근 재해도 2018년에야 도입되어, 정부 통계에서는 빠져 있었다. 게다가 의사, 간호사, 그리고 공무원 연금이나 교사가 대상인 사학연금 적용 노동자도 통계에는 빠져 있다. 그런데 노동부는 착시효과만 노리고 있다. 통상 3월말이나 4월에 발표하는 수치로는 매년 1,900명 정도로 발표된다. 이는 2012년 통계기준을 바꾼 결과로, 그나마도 발표 자료에는 예방통계라고 작게 쓰여 있다.</p> <p> </p> <p dir="ltr" style="text-align:center;"><img alt="<표 1-1> 노동부 산재 통계 자료 취합(노동부, 근로복지공단 통계 인용 분석)" src="https://lh5.googleusercontent.com/duXjTko5iIMzkN7eR2aJ5KnWbFC1TvUf7V6y_…; /></p> <p> </p> <h2 dir="ltr">1988년 15살 문송면과 2018년 김용균</h2> <p dir="ltr">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8년 15살이던 문송면은 야간에 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희망으로 서울로 올라와 공장에 다니다 몇 개월 만에 수은 중독으로 사망했다. 그해는 한 사업장에서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915명이 직업병 판정을 받고, 그로부터 30년 동안 231명이 직업병으로 사망한 원진레이온 노동자의 7년 투쟁이 시작된 해였다. 그럼에도 2015년에는 광주 남영전구에서 20명의 수은 중독이 발생했다. 4단계 하청으로 진행된 작업에서 말단에 있던 건설일용 노동자, 운반을 하던 덤프 운전 특수고용 노동자가 중독되었다. 2016년에는 삼성, LG의 3차 하청에서 불법 파견고용으로 일하던 20대, 30대 청년 노동자 7명이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에 이르렀다. 30년 전의 역사는 하청, 특수고용, 파견 노동자에게 이어지고 있다.</p> <p> </p> <p dir="ltr">지난 30년 동안 산재는 줄어들지 않았다. 2018년 개최된 ‘산재피해자 증언대회 및 노동안전보건과제 대 토론회’에서 백도명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일반인구(15~64세) 중 산재사망이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동일하다. 오히려 일반인구 사망률이 산재사망률보다 2000년대 초반까지 훨씬 더 빠르게 감소했다. 즉, 그나마 줄어드는 것 같이 보이는 산재사망의 감소조차 일반인구 중 사고사망의 감소가 반영된 결과로 기업이나 정부의 예방사업이나 감독으로 감소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p> <p> </p> <p dir="ltr">한국의 고용구조가 파편화되면서 산재사망이 하청 노동자, 파견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2011년 인천공항철도에서 심야 선로보수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5명이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열차가 운행된다는 정보가 전달되지 않아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죽음이었다.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하청 노동자의 죽음은 끊이지 않았다. 당진 현대제철소의 아르곤 중독 사망사고, 조선하청 노동자 산재사망, 삼성전자 에어컨 설치 수리기사 노동자 추락사망, 메탄올 중독 청년 노동자 7명 실명, 광주 남영전구 다단계 하청 노동자 20명 수은중독이 발생했다. 2016년에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19살 김군과 2018년 태안화력 김용균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하청, 파견 노동자의 사망, 중독, 실명이 줄줄이 드러났다. 한국 사고성 산재사망의 절반에 달하는 600명 내외의 노동자가 매년 사망하는 건설현장은 산재사망의 90%가 하청 노동자로 조사되고 있다.</p> <p> </p> <p dir="ltr">그러나 현행의 산업안전보건법은 고용구조와 산업구조를 반영하지 못해 원청은 책임도 보상도 처벌도 빠져나갔다. 이러한 현실이 지난 10년 동안 태안화력의 9명의 노동자 죽음으로 이어졌고, 결국 2018년 12월에는 24살 김용균 하청 비정규 노동자의 죽음까지 이른 것이다.</p> <p> </p> <p dir="ltr" style="text-align:center;"><img alt="<그림 1-1> 연도별 일반인구 사고사망 중에서 산재사망이 차지하는 비율" src="https://lh4.googleusercontent.com/wYs32oBHNtfsilCAM3l9it5NtPgZHKDd4_U78…; /></p> <p> </p> <h2 dir="ltr">28년 만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h2> <p dir="ltr">그동안 민주노총은 고용구조와 산업구조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 핵심 중의 하나는 위험의 외주화 금지, 하청 산재사망에 대한 원청 책임 및 처벌 강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이었다. 다른 하나는 산업구조의 변화를 반영하여 서비스, 사무직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강화로 감정노동, 정신건강의 문제였다. 이러한 내용을 지난 대선에서 공약화 투쟁을 전개했고, 그 결과 공약반영, 정부정책 발표가 있었다, 2018년 감정노동보호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되었고, 28년만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었다. 민주노총 차원의 국회농성, 집중집회 등이 있었으나 정치공방에 가로막혀 있다가,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으로 촉발된 유족과 전국적인 투쟁으로 국회심의 8일만에 통과되고, 2020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경총, 건설협회 등 사업주 단체와 산자부, 법무부 등의 반대로 핵심 조항들이 깎이고 깎여, 국회로 이송되었다. 그러나 정치공방으로 국회는 휴업상태였고,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은 법이 통과되면 나라가 망한다며 막아 나섰다. 故김용균 유족의 완강한 투쟁과 전국적으로 진행된 추모와 분노의 투쟁이 전개되어 심의 8일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020년 1월부터 시행되었다.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주요 내용만 9개 분야에 30여 개 항목이고, 개정 신설된 조항이 60여 개가 넘는다. 하나하나의 조항이 지난 수십 년간의 억울한 노동자의 죽음과 투쟁이 어리어있다. 커다란 방향 전환이 되었다는 의미는 충분하지만, 사업주 단체와 보수야당의 반발로 핵심적인 조항이 삭제되거나, 수정되어 그 법의 실효성은 상당부분 후퇴했다.</p> <p> </p> <h3 dir="ltr">첫째, 위험의 외주화 금지</h3> <p dir="ltr">“위험의 외주화”가 사회 의제화 되었으나, 실질적 법률 대안의 진척은 거의 없었다, 생명안전업무의 직접 고용에 관한 특별법 발의가 있었으나, 상징적이었을 뿐이다. 특히 도급의 금지는 “외국의 입법례가 없다, 과잉입법이다, 유해위험 업무의 기준을 정할 수가 없다” 등으로 가장 강력한 반대가 있었다. 개정안은 “도급 금지”를 도입한 것 자체는 커다란 정책방향 선회를 했지만, 그 대상 업무가 도금, 수은 등 화학물질 중심으로 실질 대상은 22개</p> <p dir="ltr">사업장 1,000여 명에 불과해서 극단적으로 협소하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의 사회적 공분을 만들어 낸 구의역 김군도 태안화력 김용균 노동자도 조선 하청 등 수 많은 사고성 재해가 법 적용대상이 아니다. 시행령 위임도 없어 추가 확대하려면 계속 법 개정을 통해야 한다. 또한 가장 큰 문제는 도급 금지의 적용제외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이다. 일시 간헐적 작업이나, 전문적 기술이 필요하고, 사업운영에 필수 불가결한 경우는 도급 금지 대상이라도 도급이 가능하도록 되었다. 일시 간헐에 대한 기준도 없고, 기술적 이유라는 미명하에 도급 금지를 무력화 할 수 있는 조항이 추가된 것이다. 더욱이 하도급을 하려면 노동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도급 승인이 국회심의 과정에서 후퇴되어 중독성 등 화학물질 대상 작업으로 협소하게</p> <p dir="ltr">예시되었다. 도급 금지에서도 적용되지 못한 구의역 참사, 태안화력 참사 등이 도급 승인에서도 적용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도급 금지 대상을 확대하는 추가 입법 투쟁이 필요하고, 도급 금지의 적용제외 조건, 도급 승인 대상은 하위법령 개정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 사안으로 본격적인 투쟁이 시급히 필요한 사항이다.</p> <p> </p> <p dir="ltr" style="text-align:center;"><img alt="<표 1-2>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 주요내용" src="https://lh6.googleusercontent.com/Wj9viUi_bZevF3Jh1rfe2FAF6WpNU6nW1oT64…; /></p> <p> </p> <h3 dir="ltr">둘째, 원청 책임의 확대</h3> <p dir="ltr">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는 그 태생이 건설, 조선, 제조업의 하청 산재에 대한 보호조치로 계속 추가 확대되어 왔다. 그러나 서비스업 등 여타 산업의 다양한 하청산재 문제를 포괄하지 못했고, 임대 위탁 등 다양한 계약형식으로 책임에서 빠져나가는 원청 문제가 지속되어 왔다. 병원, 지하철의 청소 노동자, 삼성전자 서비스 등 다양한 하청 산재 문제가 도급의 정의, 일부 도급, 형식상 임대 위탁인 경우 등을 빌미로 법령에 있는 원청의 의무는 실제 감독, 처벌 과정에서 번번이 누락되었다. 개정안은 도급의 정의를 확대하고, ‘관계 수급인’ 정의를 도입하여 다단계 하청까지도 원도급인 원청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 건설, 조선업종 등의 다단계 하청에 대한 원청 책임을 명확히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종전에는 22개 위험장소로 원청 책임이 한정되던 것을 원청 사업장은 전면 적용, 원청이 지배관리 가능한 지정, 제공 장소도 원청의 책임을 포괄하도록 했다. 태안화력의 경우, 22개 위험장소가 아니라는 이유로 원청인 서부발전이 직접 안전보건 조치 대상이 아니었고, 이는 위반 시나 사망 발생 시 원청인 서부발전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근거였다. 법 통과로 개정안이 시행되면 동일 사업장에서는 생산 공정의 하나이던, 식당, 경비 등 서비스 분야이던 원청이 하청과 공동사용자로서 안전보건 조치의 책임을 지게 된다. 또한 동일 사업장이 아니라 사외작업장인 경우에도 원청이 지정, 제공하는 장소인 경우 원청에 책임을 부여하게 되고, 세부 대상과 내용은 하위법령에서 정하게 된다. 원청의 책임도 종전의 사업주간 협의체 구성, 원ㆍ하청 합동점검 등 외에도 안전교육의 확인의무를 추가하고, 작업환경 측정, 위험성 평가 조항에서 하청 노동자 공정까지 포괄하도록 하고, 노동자 대표가 원청의 하청 산재예방 조치를 요구하면 사업주가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과제로는 도급인이 지정, 제공하는 장소에 대한 하위법령에 대한 개입과 더불어, 원청 책임강화를 위한 실질적 제도개선이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현행 원청의 안전보건관리 체제로는 사업장 이행이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의 선임 인원 규모, 겸직허용, 위탁대행 허용 등과 같은 기업규제완화 특별법이 폐기되어야 한다. 현행과 같이 수천 명, 수만 명이 일을 하는 현장에서도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는 2명만 채용하면 법적 기준을 지키는 게 되고, 선임하지 않아도 과태료 300만 원만 내면 되고, 선임은 되어 있어도, 자격증만 가지고 겸직을 허용하는 구조로는 법의 실질 이행 담보는 불가능하다.</p> <p> </p> <h3 dir="ltr">셋째, 하한형 도입 삭제로 처벌강화 실질화 무산</h3> <p dir="ltr">개정안은 가중처벌 조항을 도입해서 5년 이내에 동일 범죄를 저지른 경우 1.5배 이내로 가중처벌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하청 산재사망에 대한 원청 처벌을 도입하고, 원청의 산안법 위반 처벌을 1년에서 3년 이하 징역형으로 강화하고, 법인 벌금을 분리하여 1억 원에서 10억 원 이하가 되었다. 게다가 기업의 대표이사가 이사회에 산재예방계획을 보고하고 집행하게 하여 산재사망에 대한 기업의 최고책임자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근거 조항을 제출했다. (물론, 이 또한 재판을 통한 실질 처벌이행은 지난한 과정이겠지만) 아울러 경총과 사업주 단체에게 가장 민감한 제도인 수강명령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산재사망에 대한 1년 이상의 하한형 도입과 건설업 불법 하도급으로 인한 산재사망 시 원청에게 3년 이상 하한형 처벌은 경총과 건설협회, 보수 전문가들의 공세에 밀려 국회 이송 전에 삭제되었다. 사업장의 1%도 감독을 못하는 현재의 정부 감독 체제에서 법 개정이 되어도 밥 먹듯이 법을 위반하는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없다면, 개정법은 현장에서 또 다시 무용지물로 전락하게 된다. 현행법이 이미 7년 이하의 징역으로 되어 있음에도 400만 원 내외의 벌금이나 집행유예, 무혐의가 남발되어 왔던 것이 현실이기에, 개정 법안의 처벌 조항 수준으로 사업주가 법을 지키고 산재예방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산재사망에 대한 솜방망이 기업처벌에 대해 그동안 민주노총은 세 가지 문제를 제기해왔다. ① 산재사망에 대해 평균 500만 원 이내의 솜방망이 벌금과 형사 처벌 사례가 전무한 점, ② 하청 산재사망에 대한 원청 처벌이 안 되고 있는 점, ③ 기업 최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안 되는 점이다. 민주노총은 근본적 해결을 위해 입법발의 되었으나 심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싸워 나갈 것이다.</p> <p> </p> <h3 dir="ltr">넷째, 일하는 사람으로의 보호대상 확대</h3> <p dir="ltr">개정안은 산업안전보건법 전문 목적에 “노무 제공자”를 명시했다. 실제 내용에서는 사업주 정의에 특수고용, 배달노동 등의 중개사업주, 프랜차이즈 본부만 구체적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부여하는 사업주를 명시했다. 개정안이 도입되면 안전교육, 안전보건 조치 등 각 대상에 따라 사업주의 의무가 부여된다. 이는 파편화되고 있는 고용구조에 현행의 노동관계법으로는 포괄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방향의 선회이다. 하지만 현재 개정안은 특수고용 노동자 정의가 ‘주로 하나의 사업’이라는 산재보험법 특수고용 정의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어 화물, 택배, 퀵 서비스 등 위험도가 높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적용되지 못한다. 중개 사업주의 경우에도 이륜자동차로 한정하고 있고, 프랜차이즈 본부의 경우에도 ‘소속근로자’로 한정하여 가맹점에 자회사 형태로 인력 공급이 되는 경우에 대한 보호조치가 누락된다. 협소하게 도입된 대상 범위를 하위법령 논의과정에서 확대하고 실질화하는 방안이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p> <p> </p> <h2 dir="ltr">다섯째, 물질안전보건자료 정부 보고 제도와</h2> <p dir="ltr">영업비밀의 제한 화학물질 독성정보와 관련한 현장의 현실은 이렇다. MSDS(물질안전보건자료)가 있기는 한데 산안법에서 영업비밀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것도 영업비밀로 기재되어 있거나, 영업비밀 대상인 경우에도 아무런 절차나 기준 없이 기업 마음대로 영업비밀로 하고 있다. 화학물질 관리법에서는 기업의 영업비밀 남발에 대해 법에서 별도의 기구를 두어 심의를 하도록 2년 전에 이미 개정되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개정안은 두 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MSDS를 노동부에 보고하도록 하여 법에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 화학물질을 기업이 비공개 남발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기업이 화학물질 독성 정보를 영업비밀로 하려면 사전에 안전공단에 신청 심의해서 결정하도록 하고, 영업비밀로 한 화학물질 독성 정보에 대해 노동자 대표, 질병판정위원회, 의사, 대행기관등이 요청하면 정보공개를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개별 기업들의 반대가 가장 강력했던 법안 중의 하나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는 인터넷 공개 조항이 삭제되었다. 여전히 사업장내 노동자 권리가 제한적인 현실에서 인터넷 공개 조항 삭제로 알권리 보장은 상당히 제약받게 된다. 제도 자체는 크게 진전된 내용으로, 영업비밀로 신청할 수 있는 대상 자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개별 노동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현장이행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p> <p> </p> <h3 dir="ltr">여섯째, 작업중지권과 건설업 발주처 책임강화</h3> <p dir="ltr">개정안은 매년 600명이 산재 사망하는 건설업에 대한 조치 강화로 발주처의 책임을 도입하고, 건설기계에 대한 원청 책임을 부여와 타워크레인 설치해체를 등록업으로 강화한다. 또한, 건설업을 별도의 특례로 만들어 독립시켜 안전보건 조치의 실질화를 도모한다. 건설업 중대사고의 원인 중의 하나는 안전이 반영되지 않는 설계, 적정공기가 보장되지 않는 문제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이에 지난 20년간 주장되었던 발주처 책임강화가 이번에 도입되는 것이다. 다만, 공기, 위험공범, 산업안전보건관리비, 발주자 등의 문제는 건설업만의 문제만은 아님에도 건설업 특례로 조정되면서, 조선업 등 다른 산업에의 적용을 위한 별도 조문이 시급히 개정될 필요가 있다. 특히, 원ㆍ하청 노사가 참여하는 안전보건협의체와 산업안전보건관리비 등은 현장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여타 업종에의 확대가 필요하다.</p> <p dir="ltr"> </p> <p dir="ltr">다른 하나로 급박한 위험, 중대재해 발생 등에 대해 노동자, 사업주의 작업중지권과 의무를 명확히 했다. 또한, 지침으로 운영되던 노동부 감독관의 작업 중지 명령을 법제화했다. 사업주 단체의 강력한 반발이 가장 집중되었던 조항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노동부 작업 중지 명령의 제한조건이 늘어났다. 특히, 막판 심의에서 사업주 단체의 요구에 밀려 “급박한 위험에 대한 노동자의 작업 중지에 대한 사업주의 불이익 처우에 대한 형사 처벌” 도입이 삭제된 것은 강력히 규탄 받아 마땅하다. 누락된 형사 처벌 조항을 신속히 추가 입법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것은 노동자의 작업 중지 권리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급박한 위험”에 대한 기준에 대한 준비가 신속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p> <p> </p> <h2 dir="ltr">해마다 370명이 과로사로 죽는 나라, 한국</h2> <p dir="ltr">세계에서 최장 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한국은 최근 11년간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산재인정을 받은 사망 노동자가 매년 370명으로 산재사망의 주요 유형인 추락으로 인한 산재사망에 육박하고 있다. 추락사망이 95% 이상이 산재인정을 받는데 비해 과로사는 산재 승인률이 30% 내외여서 실제 발생은 추락사망보다 훨씬 더 많다고 볼 수 있다.</p> <p> </p> <p dir="ltr">과로사, 또는 과로자살이 심각한 공무원, 교사, 의사, 간호사 등은 공무원 연금, 사학연금 등으로 보상체계가 다르다는 이유로 전체적인 통계조차 드러나지 않는다. 최근 문제가 드러난 집배 노동자는 고용형태가 복잡하고, 공무원연금, 산재보험 등 보상체계가 다르다. 이에 교통사고보다 훨씬 더 심각한 과로사, 과로자살의 문제가 공공운수 집배노조의 제기 이전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p> <p> </p> <p dir="ltr" style="text-align:center;"><img alt="<표 1-3> 추락사망, 과로사망 산재보상 통계 비교(노동부 산재통계 발췌)" src="https://lh4.googleusercontent.com/MX1fzJBv6E1wcJiwY_j-ohOURakZjnKtwzg9d…; /></p> <p> </p> <p dir="ltr">장시간 고강도 노동의 대표적인 직종인 화물운송, 택배, 건설기계, 퀵 서비스, 버스 등 운송업도 대부분이 특수고용 형태로 산재보험적용제외로 통계조차 없다. 한국의 실질 과로사 규모는 더욱 클 것이다.</p> <p> </p> <p dir="ltr">과로가 미치는 심각한 영향 중 하나가 우울증과 그로 인한 자살이라는 것은 이미 전문영역에서는 명확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산재보상을 위한 조사지침에도 노동시간은 중요한 조사 기준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행한 <2017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자살 중 임금 노동자의 비율은 2000년 41%에 달했고, 현재도 계속 35%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 자살에 이르는 동기별 분석에서도 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로 분석된 인원이 559명에 달한다. 또한, 실질 규모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정신건강의 문제로 산재보상을 신청한 노동자의 28.6%는 “근로시간 및 업무량의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과 노동 강도는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중요한 원인인 것이다. 하지만 무제한 노동을 강요하는 노동시간 특례 근기법 제59조는 지속적인 투쟁으로 대폭 줄기는 했지만 택시를 포함한 운송업, 병원 사업장을 그대로 특례유지로 남겨놓았다. 게다가 넷마블을 비롯한 게임 산업, 이 한빛 PD의 죽음이 있었던 영화 방송업 등이 하루 16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고 있는데, 탄력근로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례폐지로 이제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했던 영화 방송 현장에서는 ‘묻지마’ 탄력근로계약서가 횡행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은 사고를 유발한다. 하지만 매년 600명이 죽어나가는 건설 현장에도 300인 이상 사업장은 절차도 없이 탄력근로제를 도입했다. 그리고 건설협회는 탄력근로제 기간을 1년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괄임금제 폐지의 유력한 업종으로 건설업이 거론되어 이제 건설현장도 주 52시간 적용대상이 될 것 같으니,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보다 노동시간이 훨씬 짧은 일본은 2014년 과로사 방지법이 제정되어 정기적으로 과로실태를 조사하고, 업종별 과로사 방지방안을 만들고 있다. 한국은 오히려 과로사 방지법은커녕 노동시간 개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 감독도 방치되어 있어서 과로사로 집배 노동자, 게임 산업 등에 대한 노동부 차원의 실태조사가 진행되었지만 초과 노동에 대한 체불임금만 처리하고 끝났다. 일본이 2개 지점 이상의 과로사가 발생하면 기업의 본사 및 지점 전체에 대한 점검과 감독이 들어가고, 과로사 발생 기업과 법정 초과근로 한도를 위반한 사업장은 기업 명단 공표를 하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p> <p> </p> <h2 dir="ltr">서비스, 청소년,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h2> <h3 dir="ltr">첫째,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서비스업, 안전보건 대책은</h3> <p dir="ltr">한국의 산업구조 변화는 오래전부터 진행되었고, 서비스업 노동자는 이미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한국의 산업안전보건은 여전히 제조업, 건설업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서비스업, 사무직 노동자는 사고성 재해 발생률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각종 법에서 적용제외 대상이다. 안전교육도, 안전보건관리자도,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적용이 안 된다. 서비스, 사무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투쟁으로 감정노동 보호법이 시행되고, 2019년 7월부터는 일터 괴롭힘 방지를 위한 근로기준법도 시행되지만, 사업장에서는 감정노동, 정신건강을 위한 교육, 예방사업을 하기 위한 체계는 없는 것이다. 특히, 서비스 노동자들이 계속 제기하고 있는 앉을 권리, 휴게실, 화장실 등의 기본 인권적인 문제도 세부 기준이 없어 짧은 휴게시간에 수십 명이 화장실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보건관리 분야에 대한 전면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서비스업 중에서도 이동 노동자, 방문 노동자에 대한 대책도 전무하다. 택배, 퀵 서비스, 검침원을 비롯해 이동 노동을 하는 노동자에 대한 쉼터, 폭염이나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은 지자체가 알아서 하는 사업으로 되어 있다. 삼성전자 에어컨 설치 수리를 비롯한 케이블 설치 수리, 가전제품 설치 수리, 요양보호사를 비롯해서 고객의 집을 방문해서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에 대한 대책도 전무하다.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이 고정 사업장을 기준으로 하는 내용만 있기 때문이다.</p> <p> </p> <h3 dir="ltr">둘째, 여성 노동자, 현장 실습생 노동자</h3> <p dir="ltr">여성 노동자의 비중 또한 절반이지만 2016년 산재발생 분석에서 남성은 약 80%, 여성은 20%이다. 세부적으로 사고성 재해나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에도 80:20의 비율은 대체적으로 동일하다. 이는 현재의 산재보상은 건설, 제조업 중심, 사고성 재해 중심으로 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직업병의 경우에도 여성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근골격계 질환은 여성 노동자에게도 대표적인 직업병이지만, 가사노동과의 연관성 문제로 산재 불승인을 남발하는 사례가 발생해 왔다.</p> <p> </p> <p dir="ltr">2009년 제주의료원의 유산, 선천성 태아 질환 산재인정 투쟁은 수차례의 역학조사, 산재신청 투쟁, 소송 등으로 전개되었다. 간호사 노동자의 교대근무, 약제 조제 과정에서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유산 산재인정이 되었지만 선천성 태아 질환은 1심 승소, 2심 패소로 대법원 계류 중이다. 2017년 여성가족부에서 실태조사 후 산재보상 적용을 권고했지만, 아직 법은 개정되지 않았다.</p> <p> </p> <h2 dir="ltr">마치며</h2> <p dir="ltr">노동자의 안전은 시민의 안전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구미의 사업장 불산 누출사고가 지역 전체의 재난지역 선포로 이어졌듯이 철도, 지하철, 공항, 마트, 원전 등 수많은 노동이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다. 라돈 침대를 만드는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안전이 지켜지고 노동자가 감시자로 나섰다면 라돈침대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만드는 기업과 공장에서 노동자가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 알권리와 참여권이 보장되었다면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안전이 제대로 보장된다면 학교 석면에 대한 감시자가 되었을 것이다.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안전보건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노동자 참여 확대”가 보장되어야 한다. 수십 년만에 법이 개정되었어도 사업주에게는 종이 호랑이요, 노동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면 산재사망 1위 한국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장에 작동하는 법 제도를 위해 노동자 참여를 어떻게 보장하고 확대할 것인가, 노동과 시민이 함께 연대하여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어떻게 구축해 나갈 것인가이다.</p> <p> </p></div>
금, 2019/04/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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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xe_content"><h1 dir="ltr">편집인의 글</h1> <p> </p> <h3 dir="ltr" style="text-align:right;">김형용 월간 복지동향 편집위원장,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h3> <p> </p> <p dir="ltr">컵라면 세 개와 과자를 가방에 넣고, 고장 난 손전등으로 한밤중에 홀로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다 숨진 24살 청년 김용균은 하청 노동자였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안전교육을 받고 대형마트의 무빙워크를 점검하다가 기계에 끼여 숨진 21살 청년 이명수도 하청의 재하청 노동자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삼 개월 만에 지하철 역사에서 스크린도어를 보수하다 숨진 19살 김군도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였다.</p> <p> </p> <p dir="ltr">우리나라는 아직도 산재사망률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지난 23년 동안 단 두 해만 빼고 산재사망률 1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한다. 산재사망자 수는 연평균 2,365명이므로 주 5일 노동 기준으로 환산하면 매일 9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셈이다. 더구나 이 수치는 산재보험법에 따른 통계만 반영하고 특수고용노동자도 적용하지 않는 통계라서 은폐된 사망자가 많다는 점, 지난 수십 년간 사망률이 줄지 않고 있다는 점, 그리고 노동자 일자리를 빼앗는 산업용 로봇 도입률 1위 국가라는 점에서도 최악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도 바뀌지 않는다. 청년 김용균이 사망한 지역발전소 5곳에서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 동안 산재로 40명이 사망하였고, 이중 하청 노동자가 무려 37명(92%)이었다. 반복되고 예견되는 죽음이었다. 사업장은 바뀌지 않는다. 반대로 더욱더 위험을 외주화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당진의 한 제철공장은 지난 5년간 105억여 원의 산재보험료 감면 혜택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 6명 중 4명이 원청이 아니라 하청 노동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안전 및 보상 비용을 축소하기 위해서라도 위험을 외주화한다.</p> <p> </p> <p dir="ltr">무엇이 필요한가? 본 호에서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이번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도 아직 많은 쟁점이 남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동안 수천, 수만 명의 억울한 노동자의 죽음들이 모여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면개정을 이끌었지만, 여전히 사업주 단체와 보수야당의 반발로 핵심적인 조항이 삭제되거나 수정되어 실효성이 상당부분 후퇴했다는 것이다.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구축하기 위한 입법 투쟁은 지난한 과제로 남아있다. 반도체 백혈병 이슈를 주도하였던 반올림의 공유정옥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는 산업재해로 제대로 잡히지 않는 노동자들의 질병을 다루고 있다. 그에 따르면 2017년 한 해에 993명의 노동자들이 업무상 질병으로 숨졌는데, 이는 대부분 일터에서 노출된 유해물질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직업병 피해에 대한 저항조차 매우 힘들다는 점인데, 유해물질에 대한 지식은 결국 노동자들의 희생을 통해 쌓이며, 규제를 마련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며, 그리고 규제가 실행되더라도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일터가 취약한 국가나 지역으로 옮겨가면 그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원칙을 준수하고 이를 강제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아울러 김인아 교수는 산재가 발생함에도 산재보험으로 처리되지 않는 산재은폐가 더 취약한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말한다. 이에 산재 신청과 승인에서 노동자들의 신청과 입증책임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켜주는데 제도, 의료 전달체계상 산재 전문 공공병원 강화, 사회보장으로서 산재보험의 예방제도 연계 강화와 상병급여 도입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p> <p> </p> <p dir="ltr">아픈 노동자를 다수 양산하는 사회야말로 병든 사회이다. 그런데 그 아픔을 청년과 비정규직 그리고 외국의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사회는 도대체 무엇일까? 청년 김용균이 생전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대표 100인과 만납시다’ 손팻말을 들고 찍은 사진에서처럼,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고 있다.</p></div>
금, 2019/04/0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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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되고 포장에 급급한 정부의 실업급여 예산안

수급자격 갖추기 어려운 청년위한 사각지대 해소방안 없어  
실업급여 하한액 인하계획 철회하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방안 제시해야

 

정부는 9/8(화) 발표한 2016년도 예산안을 사회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청년희망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도 9/9(수) 예산안을 발표하여 실업급여 하한액 인하를 포함한 실업급여 계획을 발표했다. 청년희망예산이라고 명명된 정부의 실업급여안은 실업급여 제도 자체에서 배제되어 있는 청년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면서 사회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한다고 목청 높이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안은 지급수준 인상과 수급기간 연장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기존 고용보험 가입자의 수급조건 관련 대책이다. 이는 실업급여 제도의 보완을 위해 필요한 사안이지만 실업급여 수급자격조건을 갖추기 어려워 제도 자체에서 배제되고 있는 청년을 위한 정책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번 계획을 청년을 위한 정책으로 포장하고 있으며, 심지어 노사정대화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며 윽박지르고 있다. 때문에 이번 계획의 목표로 내세운 사회보험 보장성 강화는 물론, 노사정대화에 임하는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일급 기준 4만3천원인 실업급여 상한액을 5만원으로, 최저임금 90%인 하한액을 80%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실직자들의 적극적 구직활동 촉진 및 구직급여 보장성 강화를 위한 대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계획은 제도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불가피한 조치이자 미봉책에 불과하다. 제도에 따라 2016년 실업급여 하한액은 일급 43,416원(6,030원*8시간*90%)으로 실업급여 상한액(4만3천원)을 상회할 수 있다. 상·하한액의 역전현상은 상한액은 고정되어 있고, 하한액은 최저임금에 연동되어 있는 제도 설계 때문에 매번 상·하한액을 조정하더라도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정부는 단기적으로 액수를 조정하기보다 근본적인 개선안을 제시해야 한다. 만약 정부가 적극적 구직활동 촉진을 발표한 계획의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 적정한 실업급여를 통해 충분한 구직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계획의 목표에 부합하는 정책방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실업급여 상·하한액을 조정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이 맥락에서 실업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 80% 수준으로 인하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지난 해 직접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대략 실업급여 수급자의 70%가 하한액을 적용받고 있다. 충분한 실업급여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실업으로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구직자는 나쁜 일자리를 수용할 수밖에 없으며 실업과 재취업을 반복하게 된다. 정부의 실업급여 하한액 인하 계획은 실업급여 수준의 전반적인 하락이며 사회보험 보장성의 후퇴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실업급여 하한액 인하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현행 실업급여 제도는 까다로운 지급조건, 광범위한 사각지대, 낮은 보장수준 등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저임금·고용보험 미가입의 나쁜 일자리를 전전하고 있는 청년에게는 수급조건완화를 포함한 실업급여 개선과 구직촉진수당 도입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부는 이렇듯 시급하게 개선이 필요한 실업급여를 정치적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는 실업급여 하한액 인하계획을 철회하고, 실업급여 수준의 현실화하고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진정성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목, 2015/09/1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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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공약 뒤집는 사회보험료 차등지원 계획

사회보험 신규가입 유도위해 기존가입자 지원 축소한다는 황당한 결정

제도 홍보와 지원 확대 등 사회보험 강화 위한 근본적인 대책 필요해

 

정부는 12/22(화) 국무회의에서 두루누리사업의 사회보험 신규 가입 유도효과가 미흡하다며 사회보험의 신규 가입의 경우 보험료의 60%, 기존 가입자에게는 40%를 지원하는 시행령을 의결했다. 현행 사업은 기존 가입자와 신규 가입의 구분 없이 10인 미만 사업장 저임금노동자에게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의 50%를 지원하고 있는데 신규 가입과 기존 가입자 간 차등지원이 사회보험 신규 가입을 유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기존 가입자가 지원대상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가입자에 대한 지원 축소는 제도 전반의 축소라는 사실이다.  

 

박근혜대통령은 저임금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해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를 100%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지만, 공약을 이행하기는커녕 집권 4년을 앞두고 현행 사업의 지원대상 대다수를 차지하는 기존 가입자에 대한 지원을 10%p 삭감했다. 두루누리사업의 개선을 통해 사회보험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신규 가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규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기존 가입자에 대한 지원을 축소할 이유는 없다. 기존 가입자에 대한 지원을 축소한다고 해서 신규 가입이 확대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규 가입 유도를 위해 신규 가입자에게 많은 지원을 줄 수 있으나 신규 가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기존 가입자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는 이유는 예산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하기 어렵다. 관련 예산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신규 가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려면 다른 지원대상자에 대한 지원을 줄여야만 한다. 고용노동부의 <2016년 「일자리」 분야 예산안 브리핑 참고자료: 주요 사업 설명자료>를 보면, 그 정확한 내역을 알 수는 없으나 두루누리사업의 규모는 신규 가입에 대한 지원 확대와 건설업 적용 확대 계획에도 불구하고 2015년 5,793억 원에서 2016년 5,202억 원으로 600억 원 가량 삭감되었다. 

 

사회보험 신규 가입을 유도하려면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협업을 통해 제도 자체를 홍보하거나 근로감독 과정에서 사회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가입을 독려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현행 사업은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에 한정하여 지원하는데 사업장 규모와 상관없이 사회보험 모두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영세자영업자와 저임금노동자의 부담을 해소할 수도 있다.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보다 근본적인 고민과 대안이 필요한 시점에서 정부 기초적인 사회안전망의 최소한을 후퇴시키고 있다. 사회보험 지원사업의 후퇴는 정부·여당의 실업급여 후퇴와 궤를 같이 한다. 이번 시행령 의결과 정부·여당의 고용보험법 모두 제도의 보장성이 강화되는 양 여론을 호도하고 생색내지만 결국에는 제도 안팎의 취약계층 노동자를 빈곤으로 내몰려고 있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결정된 사회보험료 차등지원은 박근혜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며 사회안전망의 후퇴임을 분명히 한다. 자신의 공약을 뒤집는 사회보험료 차등지원은 철회되어야 한다. 사회보험 지원사업의 근본적인 대안을 다시 논의하고 정부·여당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수, 2015/12/2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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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글] 2016년 7월_213호

장지연 l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획주제 :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추진방향, 무엇이 문제인가?

 

[기획1] 정부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논리와 문제점

남찬섭 ㅣ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기획2] 건강보험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추진방안 포함은 불법적 시도

정형준 l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기획3] 재정건전화, 불안정한 미래의 소환

이은주 ㅣ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정책위원

 

[기획4]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재정운용의 실태 

최명선 ㅣ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동향1] 영국 복지 체험기: 자유주의 복지국가의 국민기초선

김형용 ㅣ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동향2] 복지국가를 위한 20대국회 입법과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사무처

 


[복지톡] 좋은 돌봄으로 가기위한 한걸음

인터뷰 : 김남희(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패널 : 이경민(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윤지영(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배연희(전국요양보호사협회 협회장)
정리 : 이경민(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생생복지] 서울복지시민연대ㅣ경기복지시민연대ㅣ인천평화복지연대ㅣ전북희망나눔재단


[기명칼럼] 퇴행의 시대, 국가권력에 뒷걸음치지 말아야하는 이유

주은선ㅣ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금, 2016/07/0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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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논리와 문제점

 

남찬섭 ㅣ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서론

정부는 지난 2016년 3월 29일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 제1차 회의를 개최하여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재정건전화 방안을 결정, 발표하였다. 이 방안에 따르면, 현재 우리사회는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그와 함께 사회보험지출의 급격한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동시에 최근의 저성장·저금리 추세로 사회보험 적립금의 운용수익률이 저하하여 사회보험 적립금의 고갈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단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사회보험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 있으므로 당면한 사회보험의 재정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강도 높은 재정건전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진단에 기초하여 정부는 재정추계 및 기금운용방식의 재편과 사회보험 관리운영의 효율화를 뼈대로 하는 대책을 내놓았다(기획재정부, 2016a, 2016b).
정부가 이번에 사회보험과 관련하여 내놓은 방안은 작년 말에 발표한 「2060년 장기재정전망」에 포함된 대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정부는 사회보험과 관련하여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못 박으면서 기존의 「저부담-고급여」 체계를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전환하는 개혁이 긴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기획재정부, 2015a, 2015b).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기조가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그 자체로는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기조와 같은 거시적 환경변화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과도하게 일반화하고 있으며,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기조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복지적 조치에 대해서는 세대간 부담전가로 과도하게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는 사회보장을 포함한 사회복지제도의 존립근거가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사회구성원을 보호하여 사회연대를 이루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데에 있는 것처럼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사회복지제도의 목적과 수단을 전치시켜 사회보장을 포함한 사회복지에 대한 잘못된 여론을 조성할 수도 있는 시각이다.
아래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 이어 정부방안에 내재한 논리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해보기로 한다.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주요 내용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은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및 최근의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대한 대응을 배경으로 하여 강도 높은 재정건전화 방안을 추진하고자 하고 있다. 이 방안이 적용되는 제도는 4대 공적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과 국민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의 7대 사회보험으로서 이들 제도를 대상으로 한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은 크게 통합재정추계제도의 도입, 사회보험기금 운용체계 재편, 사회보험 관리운영 효율화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 이 중 마지막의 사회보험 관리운영 효율화는 정부가 그간 강조해온 기존지출구조의 합리화에 해당하는 것이며 앞의 두 가지가 중요하다.
통합재정추계제도의 핵심은 기존에 제도별로 별도로 이루어지고 있던 재정추계에 대해 거시변수와 인구변수를 공통적으로 적용하여 제도 간 재정추계결과를 비교가능하게 하고, 이를 토대로 각 사회보험별로 재정추계결과와 재정안정화 계획을 연계시켜 강력한 재정안정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미 통합재정추계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연합뉴스, 2016.04.27.) 올해에 중기재정추계(10년)를 실시함과 동시에 장기재정추계(70년)에 필요한 추계모형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사회보험기금운용체계 재편 역시 통합재정추계제도 도입과 유사한 의도를 가진 것인데, 각 사회보험의 기금운용정보를 상호공유하고 투자공조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기금운용수익률을 높여 기금고갈시점을 연장시키려는 것이 그 핵심의도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 4월에 사회보험자산운용협의회를 출범시키고 기금운용공조체계를 가동시키고 있다(연합뉴스, 2016.04.20.).
이와 같은 정부 대책의 핵심내용은 결국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즉, ‘저출산・고령화 및 저성장·저금리 추세 →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 위협 → 미래세대 부담 증가 우려 → 재정건전화 조치 필요 →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위한 통합재정추계제도 도입 → 통합재정추계결과를 반영한 재정안정화 방안 수립 및 사회보험기금 운용체계 재편 → 사회보험기금 고갈시기 연장, 미래세대 부담 완화’라는 논리로 요약할 수 있다. 2015년 말에 발표한 「2060년 장기재정전망」에 인구감소 대응 및 중장기 성장률 제고 등을 시나리오 내지 방안의 하나로 포함시키고 있지만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출산율 제고대책 등도 재정건전화의 틀 내에서 추진케 되어 있어 정부대책의 기조는 재정건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처럼 재정건전화 틀에 기초한 정부대책은 사실상 거시적 환경변화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리고 그에 대해 사회보장제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많은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정부방안의 문제점

저출산・고령화의 영향

저성장·저금리 기조는 정부도 문건에서 명시하는 바와 같이 최근의 기조라고 말하고 있다. 즉 저출산·고령화 흐름과 비교하여 저성장·저금리 기조는 좀 더 가변성이 있는 것이다. 저성장·저금리 기조 역시 장기화할 수도 있지만 이는 생산가능인구의 양적 변화와 관련성이 깊다고 볼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 및 저성장・저금리 기조는 저출산·고령화 흐름으로 단순화하여 볼 수 있는 것이며 정부는 이 흐름에 대해 대단히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주지하다시피 우리사회의 저출산·고령화는 그 속도 면에서 대단히 시급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즉, 한국사회는 고령화 사회(’00년)에서 고령사회(’18년)로 이행하는 데 18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26년)로 이행하는 데 8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또한 한국의 낮은 출산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정도로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왔으며 이에 따라 내년인 2017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비관적인 전망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지금까지 진행된 인구학적 변화가 미칠 영향을 변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예컨대, 최슬기, 2015 참조) 그렇다고 해서 장기적인 영향을 그처럼 부정적인 것으로만 고정시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초래하리라 예상되는 변화를 기정사실처럼 고정시켜 놓고 그에 대한 재정적 적응만을 사회에 부과하려 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시도는 사회변화에 대한 제도적 개입의 가능성을 차단할 우려가 있다. 사회변화의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제도적 개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제도적 개입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왜냐하면 변화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경우 사회구성원들이 적응할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폴라니, 2009). 제도적 개입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 우리는 변화의 경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다른 나라의 예를 살펴보면 고령화로 인해 재정지출이 증가하더라도 지출의 총규모보다는 재정지출증가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재정지출이 증가해도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복지지출과 노인인구에 대한 복지지출 간의 균형이 잘 잡힌 국가들은 국가채무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또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지출과 노인인구에 대한 지출 간의 균형이 반드시 노인인구비중과 연동되지 않는 것 또한 외국사례에서 볼 수 있는 사실이다. 즉, 다시 말해서 노인인구비중이 높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노인인구에 대한 지출이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지출보다 많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외국의 사례는 고령화의 영향을 부정적으로만 예상하는 것보다는 노인인구에 대한 지출과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지출 간의 균형을 확립하기 위한 제도적 개입과 개선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점과 연관하여 정부가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것으로 ‘복지지출 자동증가론’이라 할 수 있는 담론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그간 정부는 현재의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2050년에는 복지지출이 GDP의 22%로 증가하여 현재의 OECD 평균수준에 도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예컨대, 박형수·전병목, 2009). 이와 유사한 정부유관기관의 추계는 그간 몇 차례 발표된 바 있지만 이들 장기추계의 공통점은 현행 제도의 지출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50년 또는 60년 후의 지출수준을 추계한다는 데에 있다. 이는 장기추계모형이 가진 기술적으로 불가피한 점일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한 단점은 사실상 장기추계의 효용성 자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을 정도의 것들이다. 현행 제도의 운영방법이나 지출구조가 변화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장기추계를 한 관계로 대단히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박형수·전병목(2009)의 연구에서 노인에 대한 복지지출은 공적연금의 지출 증가 등으로 인해 2050년에 GDP의 12%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 데 비해 보육 등 가족지출은 2050년에도 GDP의 0.3%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상당히 비현실적인 전망이 도출되고 있다. 이런 식의 전망대로라면 한국은 노인인구비중이 높고 복지지출은 중간수준이면서 동시에 복지지출이 대부분 노인에게 투입되는 高노령화-高노령지출 유형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비현실적인 추계결과를 무비판적으로 공표하여 고령화의 영향을 대단히 부정적인 것으로 시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정부의 행위는 변화에 개입하려는 동기와 의지 자체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개입동기 저하야말로 저출산・고령화 흐름에 대한 대응에서 가장 위험한 일이다.

 

미래세대의 부담

정부를 비롯하여 우리사회의 주류여론은 저출산·고령화 및 저성장 추세로 인한 재정건전성의 악화는 곧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물려주는 것이라는 데에 아마도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데도 현 세대가 복지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은 세대이기주의이며 나아가 결정권이 전혀 없는 미래세대를 착취하는 것이라고까지 간주한다. 하지만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논리는 여러 가지 허점을 안고 있다.
우선 세대의 개념이 그리 명확하지 않다. 정부와 주류여론이 말하는 세대는 엄밀한 개념정의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는 직관에 기초한 세대개념인 것으로 보인다. 직관에 기초한 세대개념이 반드시 유용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런 세대개념은 가족 내에서의 경험에 기초하고 있어 이해하기에 매우 쉽다. 즉 사회구성원들 대부분은 그가 속한 가족 내에서 세대가 명확히 구분됨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또 더 나아가 30년 내지 60년 이후에 경제활동을 할 사람들을 미래세대라고 상정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흔히 그렇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사회구성원들을 연령별로 보면 모든 연령대에 대단히 촘촘히 연속적으로 배열되어 있어 사회전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세대의 구분은 쉽지가 않다. 30년 내지 60년 이후에 경제활동을 할 사람들을 미래세대라고 간주할 수 있다는 것도 다시 생각해보면 가족 내에서 구분되는 세대를 단순히 시공간적으로 확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30년이나 60년 후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연속적인 흐름 속에서 연속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둘째, 더 중요한 무제는 미래세대 부담전가라는 논리가 미래세대를 마치 계층의 구분이 없는 단일한 집단인 것처럼 전제한다는 데 있다. 이는 다시 이른 바 현세대에 대해서도 계층의 구분을 무시하는 태도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현세대나 미래세대나 계층이 존재한다. 즉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정 세대(그런 특정 세대를 구분해낼 수 있다고 한다면)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서로 다른 수많은 구성원들의 집합이며 그 세대 이후에 오는 세대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런 불평등은 편익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부담에서도 나타난다. 다시 말해, 특정 세대가 삶을 살아가는 특정 기간에 사회경제적 부담이 그 세대 내 계층 간에 골고루 배분되지 않듯이 그 세대 이후에 올 미래세대 역시 그 세대가 살아가는 기간에 발생하는 혹은 그 앞 세대가 그들에게 물려준 사회경제적 부담이 계층 간에 고루 배분되지 않는다.
그런데 미래세대 부담전가 논리를 펴는 정부는, 마치 특정 세대를 다른 세대와 완전히 단절된 것처럼 추상화해놓고 이렇게 추상화된 세대가 그들 내부에서 사회경제적 부담을 골고루 배분하여 그 부담을 총체적으로 짊어지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래세대도 추상화된 모습으로 그려지면서 마치 미래세대가 그 내부적으로 부담을 골고루 배분하여 이전세대에서 내려온 부담을 총체적으로 짊어질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세대를 추상화하여 상정하는 관계로, 현재 우리사회를 살아가는 사회구성원들 간에 다양한 형태의 부담이 계층 간에 어떻게 배분되는지 그리고 향후 고령화에 대한 대응에서 계층 간의 배분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등에 관련된 논의는 전적으로 생략한 채 추상화된 미래세대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 판단이 주체는 대개 정부이다.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추진방안에 포함된 통합재정추계제도 도입은 과학의 이름을 내걸어 정부의 판단을 뒷받침하려는 것이다.
 부담은 모두 거부되고 나아가 이를 위해 복지지출의 억제나 합리화 등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특정계층에게 부담을 강요하는 선택을 하면서도 이를 미래세대의 부담완화로 합리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회구성원들에게 사회경제적 편익과 부담이 계층별로 서로 다르게(그리고 이 서로 다른 것이 대개는 공정하지 못한 성격을 가지면서) 배분될 때 그것이야말로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선택이다.
셋째로 정부가 피하고자 하는 부담의 전가라는 개념도 매우 모호하다. 사실상 모든 세대(세대를 구분할 수 있다면)는 그 세대가 살아가는 시대에 무언가를 남김으로써 후세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경우 우리가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준다고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상품이 결코 될 수 없고 원래부터 존재했던 자연(생산수단으로서의 토지)과 관련된 행위 정도가 될 것이다. 그 외의 것들은 그것들이 반드시 부담인지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즉, 모든 세대는 무언가를 남기기 때문에 그것은 미래에 자산이 될 수도 있고 비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미래세대는 이전세대로부터 부담뿐만 아니라 자산도 물려받을 수 있다. 만일 미래세대에 물려주는 것을 모두 부담이라고만 가정하고 현 세대에서의 지출감소에만 집중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현 세대가 제도조정을 통해 미래세대에 물려줄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케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정부의 논리가 현 제도의 운용방식에 변경이 없다는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방식에도 변화가 없다고 혹은 변화가 없어야 한다고 가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현세대와 달리 공공복지지출이 증가하여 보육에 비용이 들지 않고 공교육의 확대로 교육비가 감소하고 공공주택의 증가로 주택비용이 감소하면 미래세대는 시장임금 중 많은 비중을 보육과 교육, 주거비에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경우에는 국민부담률이 지금보다 증가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공적연금 급여수준의 상승을 미래세대의 기여금 증가로만 연결시키는데 이 역시 현 세대의 삶의 방식을 미래에 그대로 투사한 결과이다. 공적연금의 급여수준이 상승하면 미래세대는 공적기여금 외에는 사적부양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되므로 실제로는 기여금의 상승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현 세대의 삶의 방식에 변화가 없다고 전제하고 이를 미래에 그대로 투사하여 장기경제전망을 하는 관계로 정부는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사회투자보다는 적립금 규모를 늘려 기금고갈시점을 늦추려는 대안을 추진하게 된다. 정부의 이런 기금고갈시점 연기 시도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왜냐하면 정부 스스로 시도한 경제전망결과가 제도변경이 없는 상태에서의 어떠한 시도도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결과를 산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행한 장기경제전망 가운데 기금고갈이나 국가채무 증가의 결론이 나지 않은 전망이 단 한 가지라도 있었는가? 아무리 기금고갈시점을 연시시켜도 정부추계대로라면 언젠가는 또 다시 기금고갈시점이 도래하게 되어 있다. 오히려 삶의 방식이 어떻게 변화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비용을 집합적으로 조달할 것인가의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 훨씬 지속가능성이 있는 대안이다.

 

사회보험 재정건전화의 실현가능성과 가치

정부는 적립금 규모의 증가를 위해 자산운용체계를 전면적으로 재편하고 투자정보를 공유하는 등 자산운용공조체계를 갖추어 수익률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을 1%p 증가시킬 경우, 연금보험료율은 1.8%p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기금고갈시점을 9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논리 등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수익률을 장기에 걸쳐 꾸준히 증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 방안은 실현가능성이 있는 것이겠지만 실제로 수익률을 그처럼 장기적으로 꾸준히 1%p 증가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김우창, 2014; 이찬진, 2015). 한 추정에 따르면 40년 동안 연평균 1%p의 초과수익률을 달성할 가능성은 5.7%이며 2%p의 초과수익률을 달성할 가능성은 0.079%로 거의 현실가능성이 없다(김우창, 2015). 또 미국의 뮤추얼 펀드 중 1985년부터 2014년까지 운영된 223개 가운데 이 30년의 기간 동안 연평균 1%p 이상 초과수익을 낸 곳은 단 한 군데에 불과하였으며, 2%p 이상 초과수익을 낸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우창, 2015). 이는 초과수익을 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또한 수익률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따라 위험도 증가한다(이찬진, 2015). 예컨대 수익률이 1%p 증가할 경우 정부 주장대로 기금고갈시점이 9년 연장될 수도 있겠지만 그와 동시에 손실확률은 무려 10.37%p나 증가하기 때문에 기금고갈을 9년 늦추려다 오히려 기금고갈을 앞당길 확률이 더 높다. 게다가 아무리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려 해도 그것이 주가지수나 경제성장률을 장기적으로 초과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김우창, 2014).
수익률 증가를 통해 적립금 규모를 증가시켜 재정건전성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정부는 통합재정추계제도를 도입하여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보다 정확한 진단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사회보험의 재정안정화 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장기재정추계는 추계모형에 따라 이루어지고 이 추계모형은 기본적으로 추계가 이루어지는 현 시점의 제도적 구조와 운용방식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인구변수와 거시변수(성장률 등) 및 제도별 특이변수(전역률, 실업률 등)를 양적으로 조정하여 장기전망을 하게 된다. 이는 마치 1946년 한국사회의 시점에서 그 당시의 제도적 구조와 운용방식을 그대로 고정시켜 놓고 추계에 투입되는 몇 가지 변수를 양적으로 조정하여 70년 후인 2016년의 한국사회를 전망하는 것과 같다. 1946년 시점에서는 분단이나 경제위기와 같은 정치경제적 격변은 고사하고라도 작은 제도적 변화도 예측할 수 없고 따라서 이들이 추계모형에 반영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경우라도 2016년의 한국사회 모습을 그려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추계모형으로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진단하려는 것은 장기전망을 정부, 구체적으로는 경제부처에 독점된 진단에 근거하여 사회보험의 운영을 통제하려는 것이다. 이는 사회보험제도의 존립근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사회보험은 재정안정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통합과 사회연대를 위해 운영되는 것이다.
정부는 항상 재정추계는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의 전망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장기전망의 목적은 그러한 전망을 회피하기 위해 현행 제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장기전망이 그대로 실현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현행 제도를 그 가정에 맞추어 재단하려는 엉뚱한 처방을 내놓고 있으며, 그 기준은 항상 재정에 맞추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정부는 말로는 장기적 시야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장기적 시야로 바라보아야 할 인구변화나 생산성 증가를 소홀히 취급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정부는 항상 장기(長期)를 단기화(短期化)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정부는 사회보험의 본질을 재정안정과 맞바꿈으로써 미래의 부정적 전망을 변화시키기 위한 사회구성원들의 집합적 노력이나 제도적 개입의 여지를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 앞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것이지만 이것이 30년이나 40년 후에도 지속된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재정건전화를 이유로 출산율 제고를 위한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야말로 제도적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며 이것이 가장 위험하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사회보험이 재정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말하는 정부야말로 저출산・고령화 흐름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가장 위험한 존재인 것이다.

 

논의 및 결론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 중인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주요 내용과 그것에 내재된 논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정부의 재정건전화 방안은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전적으로 재정의 관점에서 해석한 것이며, 그것도 대단히 부정적인 재정전망에 기초한 것이고 또 미래세대와 미래세대의 부담에 대한 매우 단순한 개념화에 근거한 것이다. 그리하여 사회보험제도의 본질적 목적을 살려 저출산·고령화 흐름에 대응하게끔 사회보험의 제도적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부정적으로 전망된 장기추계결과를 사회보험에 부과하고 있다. 또, 장기(長期)를 주기적으로 단기화(短期化)하여 미래세대의 부담을 내세워 재정규율만을 강조함으로써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라는 거시적 변화에 개입할 수 있는 사회적 노력을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방안은 사실상  ‘인구학적 정치’, ‘장기재정추계의 정치’, ‘장기(長期)의 단기화(短期化)의 정치’, ‘미래세대 부담의 정치’라 할만하다.
폴라니(Karl Polanyi)는 사회변화에 있어서 변화의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였다. 사회변화의 속도와 그 변화에 사람들이 적응하는 속도 간의 비율이 사회변화의 최종적인 결과를 결정한다는 것이다(폴라니, 2009: 172). 사회구성원들이 사회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개입하려는 제도적 노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제도적 노력을 통해 사회변화를 사회구성원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하고 사회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편익과 비용을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계층 간에 공평하게 부담하게끔 조정할 때에만 우리는 사회변화의 속도를 늦출 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회변화의 내용과 결과까지도 장기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사회복지제도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위험에 처하였거나 처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간에 연대(連帶, solidarity)를 형성하는 제도이다(피에터스, 2015). 연대 형성의 구체적인 방법은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사회서비스가 서로 조금씩 다르지만 그 본질은 동일하다. 재정안정을 위해 연대형성을 희생시키는 것은 저출산・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 더욱 더 필요한 집합적 노력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일이 될 것이다. 사회보험을 비롯한 사회복지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는 정부의 재정건전화 방안은 중단되어야 한다.

금, 2016/07/0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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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음식배달 서비스 등 SNS기반 ‘플랫폼 노동’ 확산 (서울Pn)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노동’이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에 소속돼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는 근로형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혁명’으로 불리고 있지만 정작 근로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거나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 제도적 지원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아래 주소에서 기사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http://go.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1006012001&section=polic…

월, 2016/10/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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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노동 문제 활동가, 복지를 말하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인터뷰 및 정리 조준희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비정규 노동자 규모 1000만 명, 정규직 대비 임금 53%, 평균 근속기간 약 2년 5개월. 비정규 노동이라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용어와 건조한 숫자 뒤에는 만성적인 고용불안정과 저임금 구조에 묶인 수많은 '삶'이 있다. 그 삶에서 복지는, 사회안전망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나라 최초의 비정규 노동 전문단체인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2000년부터 17년 동안 그 삶들과 함께하고 있다. 사회보험이 품지 못하는 불안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활동가를 만났다. 노동과 복지의 선순환이 필요하다 말하는 이남신 활동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 참여연대

 

자기소개 부탁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이하 비정규센터) 상임활동가 이남신이라고 한다. 원래 이랜드에서 17년 동안 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투쟁 과정에서 해고된 상태라, 9년차 해고노동자 이기도 하다. 비정규센터에 오게 된지는 9년째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를 소개해 달라.

비정규센터는 2000년 5월 20일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비정규 노동 전문단체다. IMF외환위기 직후부터 비정규 노동자가 과반을 넘어섰는데, 정규직 노조 중심의 노동운동이 제몫을 못하는 사이 사각지대에 있는 비정규 노동자의 처지가 날로 열악해졌다. 비정규센터는 이런 문제를 다루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활동은 크게 현장연대와 정책연대 두 축으로 나뉜다. 현장연대는 노조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는 비정규 노동자들, 그리고 노조를 만들어서 싸우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연대하는 활동이다. 그리고 비정규 노동 단체들이 지역별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 단체 간의 네트워크인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서울노동인권네트워크’를 만들고 강화하는 일도 한다.

정책연대 측면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과 분석, 대안제시 활동을 한다. 그리고 비정규노동과 관련한 통계 작업도 중요한 정책 활동이다. 비정규직 규모에 대한 우리 단체와 통계청의 논쟁은 꽤나 유명한 논쟁이 되었다. 우리는 천만 명이라고 하면, 통계청은 5백만 명이라고 하는 식이다. 우리가 판정승했다고 평가하는데, 지금도 통계청의 조사결과를 재분석하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직종별, 고용형태별 실태조사나 중앙정부, 지방정부에 대한 정책제언 등 연구용역 작업도 같이 하고 있다. 격월간으로 「비정규노동」이라는 기관지도 발행하고 있다.

 

 

원래 이랜드의 정규직 노동자였는데, 이렇게 비정규 노동 운동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랜드 노조는 정규직 노조였다. 나는 92년도에 입사해 팀장까지 올라간 상태에서 노조활동을 했는데, 그 바람에 해고와 구속을 경험했다. 나는 크리스천은 아니었는데, 직원 대부분이 크리스천이었고 노조 간부들도 거의 크리스천이었다. “낮은 곳으로 임하라”는 성경 가르침을 노조 간부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노동에 대한 관심이 컸다기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컸었던 것 같다. 이랜드 그룹 내 비정규 노동자들의 처지를 알게 되면서 회사와 크고 오랜 싸움이 시작되었다. 어떤 목적의식에 차있었다기보다 정말 열악한 상황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마땅히 함께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했다.

물론 나도 학생운동을 했고, 야학, 위장취업도 했었기 때문에 노동운동에 대한 지향이 없었다고는 못하겠지만 이랜드에서는 그보다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겪는 열악한 처지가 투쟁의 가장 큰 이유였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사회보험(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가입률이 낮다. 어떤 원인에 기인하는가?

작년 8월 기준으로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1/2 내지 1/3 수준이다. 급여도 정규직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사회보험은 그보다도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가 심하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이 낮은 가장 큰 원인은 고질적인 저임금 구조에 있다. 비정규 노동자 대부분이 최저임금 언저리에 있다 보니 자부담이 있는 사회보험에 대해서는 가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들은 오히려 위법사항이기 때문에 4대 보험을 가입시키고자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임금으로 인해 당사자들이 꺼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고용이 보장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도 사회보험 가입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실업급여 같은 경우 최소 6개월을 납입해야 하는데, 해고, 폐업 등의 이유로 6개월을 못넘기고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가입하는 의미가 크지 않다. 이렇게 최저임금에 수렴되는 저임금 구조와 불안정한 노동조건으로 사회보험의 그물망에서 벗어나게 되면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 주무부처나 공단이 그 실태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루살이 인생처럼 살아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중장기적 미래를 고려한 사회보험 가입은 쉽지 않다. 결국 고용불안정과 저임금 구조가 해결되지 않는 한 비정규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올리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번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사회보험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켜 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임금이 올라가는 만큼 가입률도 올라갈 것이다. 결국 사회보험 가입률 자체는 결과다. 그 근본 원인인 고용안정과 생활임금 수준으로의 임금인상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 선행조건이 해결된다면, 사회보험 가입률이 단번에 정규직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은 쉽지 않더라도 70% 수준 내외로 올라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 등 저임금 노동자의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 등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보험료를 지원하는 정책 기조에 대해 평가한다면?

분명 필요는 하다. 그런데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복지는 2차 분배고 임금은 1차 분배다. 1차 분배인 임금이 제대로 지불되면 복지 수요는 최소화된다. 현재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면세점 이하의 소득을 얻고 있다. 그러니 재정안정에는 기여하지 못하면서 복지 수요는 극대화되는 양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생활임금 수준으로 임금이 인상되면 국가재정기반도 튼튼해지고 복지수요는 최소화되는 양상으로 전환될 수 있다. 다만 현재 지나치게 사각지대가 넓은 상황이기 때문에, 두루누리 사업 등 보험료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규직 노조가 주축이 되는 양대노총이 사회보험 사각지대, 특히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같이 삶과 직결되는 부분에 대한 책임을 가지는 것이다. 정부처럼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정규직 노조가 갖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책임의 경중을 따지자면 당연히 정부와 사용자 측이 훨씬 무거운 것이 사실이지만, 양대노총을 위시한 정규직 산별노조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지금처럼 임금격차, 사회복지 격차가 벌어진 현실에서는 노동조합이 마땅히 해야 할 책무로서 복지안전망 바깥에 있는 저임금 노동자 문제를 위해 갖고 있는 자원을 내어 놓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10인 미만 사업장의 저임금 노동자를 지원하는 정부 정책은 분명 과도기적으로 의미가 있고, 1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이나 영세 자영업자 영역으로 확대할 필요성도 있다. 이와 더불어 노동조합도 일정부분 역할을 하는 등 사회 전체가 저임금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규직 노조가 기여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가?

결국 문제는 재원이다. 노사가 합의해서 자기 사업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정규직화 기금을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고, 사회연대기금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사회보험 사각지대의 노동자 복지를 위해 기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통상임금과 같이 정규직 노동자들이 누리고 있는 자원을 어떤 식으로든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은 두루누리 사업을 보완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 자체로서 실추된 노동조합의 위상 복원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노-노 간 협력도 강화될 것이다.

더불어, 사회보험 사각지대의 노동자들은 상당히 다양한 양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는 실태파악조차 힘들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도 현장 단위의 노동조합이 개입하면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복지 문제에서 노동조합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부와 사용자의 책임이 제일 무겁지만, 노조가 견인차 역할을 해줘야 할 때다.

 

 

당위성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정규직 노조가 나설 이유는 있어 보이는데,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잘 안 되고 있다. 우선 복지국가, 사회복지와 같은 개념을 노동의제와 별개로 보는 시각도 상당부분 존재하고, 자본주의 이후의 대안 사회로 가는 데 있어서 복지를 개량주의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시각도 있다. 물론 지금은 달라지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로 조금씩 들어오게 되면서 달라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자 간 복지 의제에 대한 체감 격차는 큰 상황이다.

나는 노동과 복지는 선순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지는 개량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혁명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미조직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견인하는 데 있어서는 복지의 역할이 필요하다. 지금도 비정규 노동자의 98%가 노동조합 바깥의 노동자들인데, 그들에게 제대로 된 복지가 제공된다는 것,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이 갖춰진다는 것은 결국 노동조합 조직률 제고에 도움이 되고, 그것이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 노동자의 삶 전체에 좋은 순환을 만드는 시작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지렛대로서 노동운동을 이끌어가는 노총 지도부, 산별노조 등 정규직 노조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사회복지 영역도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유명하다. 이와 관련한 활동경험을 소개해준다면?

특수고용노동자로서의 간병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적은 있지만, 사회서비스 분야의 비정규 노동 전반에 대해 깊게 살펴보지는 못했다. 일부 조직화된 부문도 있지만, 사회서비스 분야는 여전히 미조직 노동자들이 많아 우리와 접점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사회서비스공단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주요부문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주목하고자 한다. 그동안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던 대표적 영역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이 사회복지 영역의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지 관심 갖고 지켜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정부의 사회복지 영역을 포함한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과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등의 대책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방향성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회서비스공단의 성격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판단의 여지는 있다. 결국 핵심은 고용안정성과 처우가 개선되느냐 여부다. 그런 부분을 담보할 수 있도록, 공단이 진성 정규직 일자리 공급자로서 설계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정부는 상당히 큰 규모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고 있지만 양적인 면을 떠나 질적인 부분에서 기존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지금 장담하기는 어렵다. 보다 면밀한 로드맵과 시뮬레이션, 예산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어쨌든 공단 방식이 고용안정성 면에서 개선을 가져올 가능성은 높다. 그렇다면 결국 처우개선이 동반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공단이 설립된 뒤, 당사자들이 공단 내에서 노조를 조직해 협상을 통한 처우개선을 해나가야만 단단하고 짜임새 있는 고용 모델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도 사회서비스공단의 목적을 달성하고 싶다면 헌법상 보장된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할 권리를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2017년 7월 12일. 태광-티브로드 원하청 교섭결렬 규탄 기자회견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들어가 협상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한숨 돌리고 되돌아보니 너무 소중한 성과였다는 생각이 든다. 직접 적용 당사자가 최소 300만, 차상위 까지 포함하면 500만 이상 노동자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결정이니 말이다. 그 성과를 만드는 과정에서 양대노총이 처음으로 제 역할을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결국 이 16.4%, 1,060원의 인상은 촛불시민혁명의 힘이 나타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동안의 활동을 되돌아보면 비정규 노동운동을 하다 죽어간 사람들이 많이 기억난다. 아끼던 사람들의 죽음은 쉽게 무뎌지지 않는 상처가 된다. 그런 상처들은 내가 어려울 때, 유혹이 있을 때, 초심을 지켜야할 때 떠오르는 일종의 이정표와 같다. "내가 이 길을 가면 그 녀석이 욕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그런 이정표다. 그리고 기록되지 않은, 이름 없이 죽어간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비정규 노동 운동이 부끄럽지 않아야한다는 생각을 늘 한다.

 

 

향후 활동계획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 동안이 ‘투쟁모드’였다면, 지금은 ‘대안모드’로 돌입하고 있다. 비정규센터 조돈문 대표님이 양대노총과 더불어 일자리위원회에 노동계 대표로 들어가 있고, 그 외에도 많은 정책위원들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관련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어서 그 책임을 무겁게 느낀다. 비정규센터가 그동안 투쟁했던 목표의 상당부분이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반영되었다. 그 약속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결국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1단계는 이룬 것으로 보고 있고, 이제 관건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다. 궁극적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끝나도 계속 지속될 수 있는, 양질의 단단한 정규직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포석을 까는 것이 비정규 노동 전문단체의 역할이 아닐까.

다만 민간영역은 여전히 투쟁해야할 곳이 많다. 지금도 삼성전자서비스, 희망연대노조 등 간접고용노동자 문제로 열심히 투쟁을 이어가는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공공이 모범적인 사용자로서 역할 하는 만큼 그 영향이 민간으로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촛불시민혁명에 힘입어 당선된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아우르는 비정규 문제 개선과 해결의 결정적 분기점을 만드는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나가고 싶다.

 

금, 2017/09/0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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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수의 나라살림 더보기(2018년 2월 21일 수)

- 행정안전부에서 시도별 예산낭비 주민감시단을 만들려고 한답니다. 공모방식으로 구성하여 지역주민들이 직접 예산낭비 행위를 감시해 지방재정을 지킨다는 취지인데요. 신고 우수자는 지금처럼 포상금을 받고, 부정수급 신고자에게는 포상금 상환액을 현행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올린다고 합니다. 그러한 노력 자체는 좋은 것이라 보여집니다. 다만 기존에 있는 주민소송제도나 예산낭비 신고센터 등 제도는 왜 운영이 제대로 안되었을까도 분석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지방자치단체만 이런 제도를 만들 것이 아니라 중앙 정부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예산낭비가 지방만 문제는 아니지요. 지방자치 이후로 재정 투명성이 지방이 중앙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합니다.

- 최저임금 관련한 논쟁이 치열합니다. 독일의 사례를 들어 고용창출에 더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주장들도 있고, 국민부담이 1조2천억이 더 있다는 부정적인 주장도 있습니다. 그 와중에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신청이 24%를 넘었다네요. 신청 받은 지 한 달 남짓이니 생각 보다 높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차피 연말까지 신청하면 그전 부분까지 소급해서 지급하기 때문에 신청률이 저조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 미만과 사회보험 미가입자들이 많은 것이 근본적인 문제일 텐데요, 이들은 사회보험의 혜택을 못 받게 되어 노후에도 빈곤자로 전락할 것입니다. 50대의 국민연금 가입률이 40%밖에 안된다는군요. 정부에서 사회보험을 책임져 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 서울시가 ‘청년의 사랑에 투자하는 서울’이라는 대책을 발표했는데요.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눈물 쏟은 박원순 시장의 결심 때문이라는데요. 신혼부부용 주택공급, 국공립어린이집 1930곳 등 완전한 무상보육을 통해 독박육아를 해결하겠답니다. 8조원이 넘는 채무를 줄여  재정형편도 좋아졌기 때문에 가능해졌답니다.

- 김동연 부총리가 중견련(중견기업연합회)를 방문하여, 중견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세부담 완화, 규제혁신 등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했답니다. 가만 중소기업연합회가 아니라 중견기업연합회죠.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이 아니지만 대기업계열사도 아닌 곳을 말합니다. 매출 400억~1500억원 이상, 자산 5000억~1조원인 곳입니다. 비율은 0.008%네요. 물론 더 어려운 중소기업과 형평성을 맞추겠다고 하지만 또 하나의 상시적인 특혜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 감사원이 15년 만에 청와대를 감사하겠다네요. 아니 그럼 이전 두 정권 때에는 감사가 한 번도 없었단 이야기?
- 차기 복권사업자선정이 다음달로 다가왔습니다. 27일 입찰 마감이라네요. 4조원 매출의 사업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겠군요.
- 국채보상운동 111주년이랍니다. 그 전통인지 우리는 금모으기 운동도 했죠. 지금이 그 때의 절실함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요?
- 서울시가 빈집 실태조사를 한답니다. 통계청기준으로 9만5천가구라는데요, 전국적으로는 106만채랍니다. 일본은 7백만채를 넘는다네요. 몇 년뒤면 인구도 감소할텐데, 빈 집 문제가 더 심각해 질 수도.
- 역사상 가장 추운 동계올림픽이라고 불리우는 평창에서 청소원들이 예산이 없다고 방한복을 지원받지 못했다네요. 90만원짜리 롱패딩은 돌리면서 방한복 예산이 없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네요.

정창수(나라살림연구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수, 2018/02/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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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포용국가 전략회의 결과에 대한 입장

 

지난 9월 6일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최초의 사회정책 전략회의를 개최하여 정부가 추진할 복지국가의 목표상을 ‘혁신적 포용국가’로 제시하고 이를 실현할 사회정책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였다. 혁신적 포용국가는 김대중정부의 생산적 복지, 노무현정부의 사회비전 2030에 이은 민주정부의 세 번째 복지국가 청사진으로 현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더 지난 시점에서 발표되어 오히려 만시지탄의 감마저 없지 않지만 일단은 환영할 만하다.

 

정부가 발표한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은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전략의 전체적 구상에서 반드시 다루어졌어야 할 소득보장과 사회서비스 전략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소득주도 성장의 전체 모습을 제대로 갖추게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이번에 제시한 사회정책 비전에서는 사회보험과 기초소득보장의 동시적 강화를 강조하면서, 그간 지속적으로 후퇴되어 온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에 대하여 적정 수준으로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과 보건복지 서비스 분야에서 적정 수준의 공공서비스 공급자로 국가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이를 통하여 공공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을 강조하였다는 점에서 기존의 정부 정책과는 차별성이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한 사회지속성 확보,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미래기술변화에 대처할 역량이 사회정책에 의해 구축된다고 적시한 것도 바람직하다. 더 나아가 사회정책은 경제정책과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상보적 관계에 있으며, 자본과 시장 중심의 혁신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혁신을 위해 사회투자와 노동시장정책을 복지정책과 결합한 전략은 우리사회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면서 추구해야 할 혁신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적절히 짚은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전략회의의 실효성과 관련한 의문점들은 지적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국가전략회의라는 특성상 방향성 제시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전략회의의 내용은 상당히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인 정책 목표와 수단들이 빠져있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의식하여 내년 상반기 중에 국민기본생활 3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한다고 하였으나, 이것이 또 다시 정책수립을 미루는 관행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해야한다. 무엇보다 이번 전략회의에서 천명한 사람 중심의 혁신이 사회정책 전략회의에서만 통용되는 개념으로 한정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여전히 남는다. 아직까지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자본과 시장 중심의 혁신을 강조하는 흐름은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고, 이는 의료분야의 규제완화를 추진한다는 대목에서도 이미 드러났다. 만일 문재인정부가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한 자본과 시장 중심의 혁신을 사람 중심의 혁신으로 근본적으로 대체하지 못한다면 과거 정부가 그랬듯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이 별개로 운영되어 상호갈등을 유발하고 국가 전체적으로는 이중전략의 신호를 주는 오류를 또 다시 범하게 될 것이다. 사회정책만 사람중심의 혁신을 추구해서는 안 되며, 산업정책과 금융정책, 경제정책 등 비사회정책 전반이 모두 사람중심의 혁신을 목표로 삼는 일관된 국가전략이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문재인정부는 관성적인 재정보수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진정한 사람 중심 예산과 그를 위한 재정 전략도 함께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번 문재인정부의 사회정책 전략회의가 내놓은 혁신적 포용국가 전략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전략회의에서 말한 국민기본생활 3개년 계획이 어떻게 사람중심의 혁신을 가능케 할 구체적 정책으로 제시될 것인지가 문재인정부의 포용국가 비전의 실현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더 나아가 사회정책 뿐 아니라 노동과 주거 그리고 산업을 다루는 경제정책 전반에 있어서도 사람중심의 복지전략이 보다 강력한 원칙으로 추진되어야 양극화와 빈곤의 고통에서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사회정책 전략회의에서 제시한 혁신적 포용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행보를 펼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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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8/09/1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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