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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안전]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인정이 필요한 이유

[화학안전]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인정이 필요한 이유

admin | 화, 2024/01/02- 14:35

호흡기계 질환 발생률 최대 20배 증가사실 확인돼

 

▲ 끌어안고 통곡하는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족인 박수진씨가 지난 5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피해자 전신질환 일정과 판정기준 대폭 완화, 피해단계 구분 철폐와 현행 판정 근거 공개 등을 요구하며 삭발하자, 동료 피해자가 박씨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임종한(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전 환경독성보건학회 회장)

지난 11월 8일 환경독성보건학회를 비롯한 7개 환경관련 학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SK케미칼, 애경산업, 신세계이마트 임직원 등 가습기살균제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고, 재판부에 이와 관련한 의견를 제출했다. 사실 과학자들이, 학회차원에서 특정한 형사재판의 선고를 앞두고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간절했다. 더이상은 화학제품이 야기하는 피해가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돌아보면 여러 차례 참사를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1997년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를 원료물질이 유독물이 아니라고 고시해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나오는 길을 터 주었고, 2000년 옥시는 독성실험 없이 제품을 출시했다. 2003년 SK케미칼, 애경 등 제조·판매업체는 원료의 유독성을 알고도 아무런 해가 없다고 광고하고 유해한 제품을 버젓이 제조·판매해 왔다.

그럼에도 법원은 지난 2021년 1월 CMIT/MIT 가습기살균제 1심의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이 가습기살균제와 건강피해 사이의 인과적 관련성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유감이다.

지난 3년 사이에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다. 특히 독성학 연구가 진전을 이루었다.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CMIT/MIT 성분이 폐에 도달하고 독성영향을 일으키느냐는 원심판단의 결정적인 근거였다. 후속연구는 이 물질이 에어로졸로 분무되어 간질성폐렴과 천식이 발생하는 하기도까지 도달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또한 실제 피해신고자가 사용한 거리를 반영한 실험에서는 2주라는 비교적 짧은 노출시간에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다.

사람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역학연구도 진전이 있었다.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한 수많은 정교한 결과를 산출했다.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대부분의 호흡기계 질환발생률이 최대 5배에서 20배 정도 증가했다. 이는 2011년 말 가습기살균제 수거 전후의 전국민 건강실태를 비교한 결과이다. 특히, CMIT/MIT 피해구제 신청자들에 대해서는 제품 사용전후 5년을 비교해보니 전체 천식 발생이 5배, 천식으로 인한 입원 발생이 10배나 늘어났다. 이처럼 지난 3년간 학계 전문가들은 연구결과들의 과학적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학제적 근거를 종합하는 방법론을 적용했다. 그결과 CMIT/MIT를 포함한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이 인체에 건강피해를 유발함을 확인했다. 객관적인 전체근거를 종합하여 피해구제특별법에서 인과관계 추정에서 요구하는 ‘역학적 상관관계’를 확인한 검토보고서도 2차례 발간했다. 특히 특별법상 구제급여 대상 질환인 폐손상과 천식의 조사판정에 있어 충분한 근거를 확보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는 안전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이고, 가해기업에게 사회적인 책임을 묻는 과정이 없다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 사법적 판단에 있어서 그간의 연구를 통해 건강피해 발생과 관련하여 확연한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검증된 과학적 근거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원인 제공자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된다. 사실심 판단의 기회가 마지막인 항소심 재판에서, 기업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선언되기를 기대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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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이 함께 외친 SK·애경·이마트는 유죄다

[caption id="attachment_236070"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23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환경·시민사회단체가 가해기업 임직원에 대한 유죄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3년 가까이 진행되어 온 항소심 결심공판을 지켜보며, 이들은 절절한 호소를 담아 가해기업들의 유죄를 촉구했다.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와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 등 CMIT/MIT를 원료 물질로 만든 가습기살균제를 제조ㆍ판매한 SK케미칼, 애경산업, 신세계이마트 등 가해기업 전직 임직원 13인에 대한 선고공판은 2024년 1월 11일에 열릴 예정이다. 이들은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다가오는 12월 중순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서명양식 바로가기 : 탄원서캠페인 온라인 서명양식

피해자 이영옥씨는 ”안녕하십니까 가 아닌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가 피해자의 인사 아닐까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제품의 원료를 공급했고 제조판매까지 나섰다는 점에서 SK케미칼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판 과정에서 책임있는 임직원들이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결과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재차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피해자 송기진씨는 “가해기업들이 대형참사를 일으킨 만큼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목회자로서의 길을 가던 그는 제품사용으로 인해 “아내와 장모님을 잃었고 가정이 파탄났다”며 “기업들의 영향력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상식과 과학적 근거에 의해 공정한 판결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caption id="attachment_236071"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피해자 이장수씨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도무지 말이되지 않는다“고 감정을 토로했다. 그는 CMIT/MIT계열 제품을 사용했는데 그 결과 28년전에 어린 딸을 잃고 말았다.기자회견이 진행된 날이 딸의 기일이었다고도 회상했다. 피해자 채경선씨는 ”위해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데 이번에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나온다면 저희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라고 되물었다.”사람을 패서 멍이 들게 만들어 놓고는, 내가 때린곳에 멍이 들었다는 입증이 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때리지 않았다 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그녀는 막강한 변호인단을 앞세운 가해기업의 변호전략을 비유를 들어 비판했다.실제로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일부 변호인은 옥시가 판매했던 PHMG계열제품의 위해성은 확인되었지만 CMIT/MIT 제풒들은 아직 연구결과가 부족하다며 일종의 차별화 전략을 시도한 바 있다. 피해자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항소심 선고가 이제 채 두달도 남지 않았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SK,애경,신세계이마트 같은 굴지의 대기업들 의 책임을 물어 반드시 유죄가 선고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는 당부이다.

[caption id="attachment_236072"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항소심 공판이 진행된 3년의 시간 동안 피해자들은 여전히 "내 몸이 증거"라고 호소하고 있다. 법원이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는 절규였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홍지호,안용찬 피고인을 비롯한 임직원 13인에게 1심과 동일형량을 구형했다. 지난 2021년 1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고 다양한 질환으로 사망하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보조적 연구수단에 불과한 '동물실험을 통한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건의 인과관계를 부정한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같은 환경사건의 특수성 이해하지 못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은 가해기업들과 관련 임직원들에게 면죄부를 쥐어주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지난 31일 기준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는 7,877명이고 1,835명이 사망했다.정부의 지원대상자는 5,212명이다.
목, 2023/11/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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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받는 이마트도,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우수 기업으로?

  [caption id="attachment_236131"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겨울이 찾아오는 이맘때, 요즘 날씨에 떠오르는 간식은 단연 붕어빵이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팥이나 슈크림을 비롯해 알맞은 재료가 들어간다.굳이 실제 붕어를 찾는 사람도 없다.이것이 붕어빵에 대한 시민들의 상식적인 눈높이다. 그런데 요즘 환경부는 어떠한가? “화학물질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부터 표면처리 등 뿌리산업까지 모든 업종 뿐 아니라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어 국민의 안전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그러나, 구미불산 화학사고 이후 화학물질 관리가 강화되면서 화학물질 규제가 모든 업체에 획일적으로 적용되어 산업계는 규제에 대한 이행 부담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시민사회는 화학안전 관리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중략) 법령 개정안은 규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안전성을 강화하며, 동시에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했습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관리 사각지대를 없애고 빈틈없는 안전관리를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얼핏 산업부 장관의 축사 아닌가 생각이 들겠지만, 이는 환경부 장관의 말이다. 붕어빵에 비유하면 팥대신 붕어를 찾고있는 형국 아닐까.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에서 제4회 화학안전주간 개막식이 열렸다. 화학안전주간은 화학안전3법으로 대표되는 화학물질 안전관리 체계의 현재를 돌아보고 안전한 사회를 위해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과제를 모색하는 자리다.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게 발돋움시키자는 취지로 2020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환경부를 이끌고 있는 한 장관은 이 자리에서 안전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경북 구미 불산누출사고를 말했지만 획일적인 규제의 부담을 더 강조했다.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을 킬러 규제로 지목하며 카르텔 혁파를 주문한 윤 대통령의 말을 좇기 바빴다. 이는 전임자 한정애 장관은 물론, 한해 전 같은 행사 때 “우리는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이에 환경부는 '안전'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화학안전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라던 자신의 축사와도 대비됐다.     “정부는 가습기살균제사고와 구미불산가스 누출사고를 계기로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예방을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대책을 추진해왔습니다. 시민사회는 정부대책 추진과정에서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청했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화학사고 예방대책을 제시하는 등 정부와 산업계에 감시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산업계 역시 정부대책의 발 빠른 이행을 위해 노력해주셨습니다”.-한정애 장관 (제2회 화학안전주간 2021) “다양한 화학물질로 인해 보다 편리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학물질로부터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기에, 우리는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이에 환경부는 '안전'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화학안전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중략) 이러한 제도 개선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기업 부담은 낮아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 한화진 장관(제3회 화학안전주간 2022)   [caption id="attachment_236130"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이날 행사의 놀라운 장면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 장관은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우수기업 5곳에 상장을 줬는데, 여기에는 이마트도 포함됐다. 이마트는 CMIT/MIT 원료의 가습기살균제 상품을 판매한 업체로, 이 회사 임직원들은 에스케이(SK)케미칼, 애경산업 쪽 임직원들과 함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는 중으로 2024년 1월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지난 2017년 이후 진행돼온 생활화학제품 자발적 협약에 이마트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공이 있다는데, 찜찜함이 가시지 않는다.  “이마트는 품질에는 타협이 없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 품질관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환경부 관계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오전에 있던 시상식에 이어 오후에 열린 생활화학제품 안전협약 성과발표회에서 이마트 품질관리 팀장은 이렇게 발표를 마무리했다. 품질에 타협이 없다는 원칙을 과거에 지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민들에게 용법을 준수하고, 안전을 위해 노력하라는 말은 적어도 참사로 신뢰를 저버린 기업들이 담기에는 성급하지 않았나. 당혹스러울 뿐이다. 한 장관은 2022년 5월 인사청문회 당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최우선 과제”로 두겠다고 공언했지만 진일보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안전제도의 ‘합리화’를 통해 기업을 지원하는 일이 중요해도, 환경부 장관이라면 잊어버린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먼저 떠올려달라는 부탁은 무리일까.
목, 2023/11/3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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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에는 국민건강 지키는 파수꾼, 지금은 킬러규제?

  [caption id="attachment_236319" align="aligncenter" width="640"] ⓒ공동취재사2022.08.04 한화진 환경부 장관(오른쪽)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caption]  

법률이 하나 있다. 이름도 길고 생소한 ‘화학물질 평가 및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다. 공식명칭보다 화평법이라는 약칭으로 불린다. 별칭은 더 유명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한때 이 법률을 ‘암덩어리’ 내지 ‘단두대에 올릴 규제혁명의 대상’으로 불렀다. 때로는 ‘국민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라 했고, 요즘에는 ‘킬러규제’로 부른다. 이러한 평가는 집권한 대통령의 인식에 좌우되었다.

28일 화평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문을 통과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에는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 완화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화평법을 킬러규제로 지칭하며 압박해온, 윤석열 정부의 위험한 주장이 관철된 결과이다. 한화진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에 출석해 유럽,일본 등 세계적 기준(1t)에 맞게 제도를 고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GDP를 감안하면 유럽은 약 7배, 미국은 15배에 달한다. 또한 미국의 기준은 10t이다. 소비할 수 있는 인구를 감안해 우리 실정에 맞는 적정기준이 필요하지, 맹목적인 기준일치가 국익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한화진 장관의 안이한 인식을 엄중하게 규탄한다. 등록기준에 대한 이중잣대도 문제다.

 

외국 기준에만 맞추면 된다는 한화진 장관의 이중잣대

악마는 언제나 디테일에 숨어있다. 등록기준을 1t으로 통일한다고 해도 국가별로 요구하는 자료의 수준이 다르다. 유럽과 우리의 요구자료는 여전히 상이하다. 이번 조치로 우리나라가 신규화학물질에 관한 화학산업의 테스트베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준은 동일해도 자료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볍기 때문이다. 환경부도 지난 2019년 8월에 이를 상세하게 설명한 바 있다.

화평법은 제조·수입량에 따라 최소 15개∼최대 47개의 시험자료 요구,  EU는 최소 22개∼최대 60개로 더 많은 시험자료의 제출 요구. 또한 국내 중소기업 등 산업계의 건의사항을 적극 검토·수용하여 현재 유해성이 낮은 것으로 분류·표시되는 기존물질에 대한 등록서류 제출 일부 면제(최대 47개→15개) 제도도 도입한 바 있음.기존물질은 업체의 등록부담을 고려하여 유통량·유해성에 따라 최대 10년 이상으로 등록유예기간이 이미 부여되어 있으며, 연간 1∼10톤 제조·수입되는 물질은 2030년까지 등록하면 됨.특히, R&D용 물질은 현재도 등록이 면제되고 있으며, EU보다 면제규정도 완화되어 적용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화평법 때문에 기술개발이 어려워 소재부품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임 ※ R&D 등록면제도 EU는 제품·공정 중심 연구개발에 한해 5년 한시적으로 면제되나, 화평법은 기한, 장소 등 제한 없이 면제됨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화학산업 또한 제조·생산이 국제화 되어있는데 이번 개정안으로 수익에 따라 책임을 부과하는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 2019년의 환경부는 화평법을 ‘국민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칭했다. 산업발전을 저해한다는 경제지의 주장을 비판했다. 애석하게도 2023년에는 오히려 후자에 동조하고 있다. 한화진 장관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말한다면, 의무도 함께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

화평법을 둘러싼 산업계의 규제완화 요구는 과거부터 집요했다. 그 시기는 2013년 법률이 만들어지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이은 참사에 떠밀려 박근혜정부는 화평법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제시한 신규화학물질 1t이라는 기준은 국회논의 과정에서 ‘전부등록’으로 강화되었다. 하지만 이후 시행령을 둘러싼 논의가 모법의 무력화에 맞춰지며 표류하게 된다. 그러다가 2016년 가습기살균체 참사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타고 화평법은 본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모든 신규물질을 등록토록 한 기준은 법률제정 5년만에 완화되었고, 이번에 다시 1t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화평법은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제도다. 기존 화학물질은 제조·수입하는 취급량에 따라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등록절차가 진행된다. 반면에 신규화학물질은 별도의 유예기간이 없다. 100kg이상 취급하는 기업은 등록을 해야하고, 그 이하 소량으로 취급하는 물질에 대해서는 신고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대략 5만 건으로, 매년 2,000여건의 신규물질이 들어오고 있다. 이 중 중소기업의 취급량이 절반에 달한다.

 

물론 현행제도가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도의 부족함을 골간을 허무는 근거로 말하기는 무리가 있다. 현재의 화평법을 준수하기 위해 기업은 직접 유해성자료를 만들거나, 외국기관(GLP)에서 구매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 과정에서 유리한 자료를 정부에 제출한다. 이 때문에 자료에 기반한 페이퍼와 현실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에 따른 내재된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등록제도는 일단 검토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한다는 점에 존재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환경부는 등록제에 바탕을 둔 현행제도로 신규화학물질에 대한 정보확보가 어려우니, 신고제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유럽도 유해성정보신고제도(CLP)를 통해 화학물질등록평가 규정(REACH)를 보완하지 대체관계로 삼지 않는다. 화평법은 공식명칭에 ‘등’을 추가해 등록뿐 아니라 신고에 관한 내용도 일부 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유럽에 빗대면 리치를 완화해서 CLP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EU는 REACH*(2007)라는 ’화학물질등록평가 규정‘ 이외에 별도로 소량 물질의 유해성을 관리할 수 있는 CLP(2009∼)**, 즉 ’화학물질 및 혼합물의 분류·표시·포장에 관한 규정‘이 있어 모든 화학물질·혼합물 관리 중* 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s(EU 내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물질 등록, 2018.5월까지 2만 1,551종 등록완료)  ** Classification, Labelling and Packaging of substances and mixtures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환경부는 등록시 요구하는 시험자료는 원문확보가 필요하지만, 신고제도는 시험결과 값만 활용할 수 있어 저작권 문제없이 유해성 분류결과를 공유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또한 기존화학물질에나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또한 추가확인 공개자료를 검토한다는 내용도 이미 등록제도 아래 국립환경과학원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 중 하나이다.게다가 신규화학물질은 그 특성상 자료가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가 많다. 제조사가 생산하지 않으면 확보가 어려운데 제출의무가 없으면 생산유인이 떨어진다.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기업은 확정적인 이익을, 화학안전은 장밋빛 가능성만

마지막으로 법률이 부과하는 의무 측면에서 ‘해야한다’와 ‘할 수 있다’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다. 환경부가 내실화의 근거로 강조하는 조치는 모두 –할 수 있다로 마침표를 찍는다. 최악의 경우 기업의 의무만 면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안전에 관한 문제를 환경부의 ‘재량’에만 맡기는 것도 석연치 않다. 혹여나 문제가 발생한 살생물질만 중점 관리하고, 나머지는 느슨하게 챙기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을까 우려도 남는다. 미래를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개정안이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환경운동연합 또한 2021년 화학안전정책포럼이 출범할 당시부터 함께 참여해왔지만, 이번 개정안이 담고있는 한계와 과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화평법의 이러한 부침은 안전에 관한 우리사회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잠시 강화되었다가, 지속적 약화의 길을 걸어야 하는 운명이라도 있는 것일까. 화평법의 연혁은 그 자체로 한편의 비극이다.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우리는 이 법률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관한 중요한 과제가 놓여있다. 우리에게는 더 좋은 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에게 확정적인 이익을 보장하며, 안전에 관한 장밋빛 약속과 불확실성의 리스크를 사회로 떠넘기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이는 공수표이자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2023. 12. 29. 환경운동연합

 

▶[논평] 화평법의 후퇴를 규탄한다.(20231229) 다운로드

금, 2023/12/2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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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독이다. 독이 없는 것은 없다. 용량만이 독을 결정한다 (Paracelsus, 1493-1541)."

  [caption id="attachment_236368" align="aligncenter" width="600"] ⓒ연합뉴스 2023년 9월 6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공청회에 출석한 기업측 진술인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맨 오른쪽은 안식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 사무국장. 왼쪽부터 SK케미칼 김철 대표, 애경산업 채동석 대표, 옥시레킷벤키저 박동석 대표[/caption]  

우리가 접하는 모든 화학물질과 그로 만든 화학제품들, 섭취하는 모든 식품들, 심지어는 약도 '독성(부작용)'을 가진다. 다만 그것이 독으로 작용할지, 영양분이나 약으로 작용할지는 우리 몸에 들어오는 양이 얼마인가에 달려 있다. 이것이 독성학의 기본적인 개념이다.

그래서 어떤 화학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활동, 즉 '위해성평가'는 물질이 가진 잠재적인 유해성인 독성과 더불어 그 물질이 몸에 들어오는 양인 노출량을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위해성의 결론을 도출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새로운 화학물질이나 화학제품을 만들 때 제조자는 그 물질이 잠재적으로 야기할 수 있는 위해성을 예측해야 한다. 제도의 미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면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가습기는 추위 때문에 좀처럼 환기가 이루어지지 않는 겨울철에 연속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 주로 밤의 수면시간 동안 창문을 닫은 채로 쓴다는 건 상식적으로 예측이 가능하다. 호흡기가 민감한 아이들에게 하루에 최소 8시간 이상, 에어로졸 흡입 형태로 원료물질이 노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사전에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기업은 책임이 없는걸까? 여담이지만 우리처럼 극단적으로 건조한 겨울날씨 탓에, 가습기를 사용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그렇게 '가습기살균제 참사'라는 우울한 신기록이 만들어지고 말았다.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하는 이유

완전히 무해한 물질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한다면, 어떤 화학물질의 무해성을 밝히는 일은 내재한 유해성을 밝히는 것에 비하여 훨씬 어렵다.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세상에 드러난 이후, 많은 과학자가 원료물질의 유해성을 규명하기 위하여 노력해 왔다.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결과들이 인정되었고, 일부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까? 반대로, 가습기살균제의 무해성은 입증되었을까. 가습기살균제가 무해하다고 할만한 과학적 근거수준은 충분할까?

화학물질 독성평가를 위한 '근거의 불충분'이 화학물질이 '독성을 가지지 않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가습기살균제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이미 충분한 상황이다. 반대로 가습기살균제의 '무해성'을 입증할 만한 근거는 없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참사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가습기살균제가 완전히 무해하다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그리고 사전에 예측된 민감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상당한 노출량에도 불구하고 모든 소비자에게 무해할 것임을 충분히 증명했다는 자료를 준비했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품은 무해하지 않고, 상당한 노출량에 대한 예측도 없었다. 그렇다면 피해에 대한 책임은 소비자들에게, 혹은 국가에게만 돌릴 수 있을까? 공은 다시 기업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애경산업 등 관계자 13명의 항소심 재판 결과는 오는 11일 나온다. 새해를 맞아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한다.

목, 2024/01/0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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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꾸려면?

  [caption id="attachment_236386" align="aligncenter" width="600"] ⓒ연합뉴스 서울역 앞 계단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12주기 캠페인 및 기자회견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의 유품이 놓여있다.[/caption]  

김민정 교수(한국환경사회학회 부회장)

 

정부는 2011년에서야 비로소 '제한적으로' 피해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가습기살균제로 잇따른 사망이 발생하고, 피해자와 사회운동단체가 항의 활동을 진행한 영향이었다. 1994년 가습기살균제 상품을 첫 판매 시기로 본다면 29년, 가습기살균제 수거 및 판매중단 권고 시점으로 파악한다면 12년이 지난 2023년 현재 문제는 해결되었을까. '아니요' 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존재한다.

2021년 1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SK케미칼, 애경산업, 신세계이마트 임직원 13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부는 가해 기업을 수사해 달라는 피해자의 요구를 외면하다가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이 형성한 사회적 압력에 영향을 받아 2018년 말에서야 수사에 착수해 가해기업 관련자를 2019년에서야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2년 후 피해구제 신청자인 7859명의 피해자와 182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 사건의 가해기업에 면죄부를 제공했다. '동물실험으로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니 인체에 대한 노출 피해의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근거로, 내 몸이 증거라고 호소하는 피해자가 있는데도 가해자는 없다며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느린 재난'으로 만들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1994년부터 2011년까지 CMIT/MIT를 원료 물질로 하는 가습기메이트를 218만 개가량을 판매했고, 신세계 이마트는 2006년부터 이플러스/이마트 가습기살균제 라는 PB상품을 35만 개 이상 판매하며 이윤을 챙겼다. 기업의 매출이 증가하면 할수록 피해자가 늘어가는 철저한 자본의 논리가 작동한 것이다. 또한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 상품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해야만 하는 환경에서 소비재의 선택권은 개별 소비자에게 독립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소비재를 생산하는 영역이 만든 사회 구조에 종속되기 마련이다. 인체와 생명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상품으로 만든 기업이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없는 이유이다.

2024년 1월 11일 항소심 선고 기일을 앞두고 진보적인 시민단체와 학계는 가해기업에 대한 강력한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변화시킬 수 없다. 영업상의 비밀 원칙과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가 인정되는 사회에서 법원의 피해 사실 입증에는 한계가 따른다. 국가의 경제 성장과 기업의 영업 행위가 구조적으로 '공해'를 배출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공해와 피해 발생의 일차적인 책임이 국가와 기업에 있다는 사실을 사회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는 공해 발생이 시장의 외부 효과이거나 비정상적인 행위 혹은 부도덕한 행위의 산물이 아니라 정상적인 자본주의 발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합리적 행위라는 점이다. 국가와 기업에 맞선 거대한 사회운동의 물결이 필요하다. 박근혜 퇴진 운동 속에서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을 기소했듯이, 처벌을 위해서는 아래로부터의 사회 저항을 형성해야 한다. 매주 열리는 윤석열 정부 퇴진 집회에서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의 처벌을 촉구하는 요구를 결합시켜 단일 쟁점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의제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금, 2024/01/0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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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꾸려면?

  [caption id="attachment_236386" align="aligncenter" width="600"] ⓒ연합뉴스 서울역 앞 계단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12주기 캠페인 및 기자회견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의 유품이 놓여있다.[/caption]  

김민정 교수(한국환경사회학회 부회장)

 

정부는 2011년에서야 비로소 '제한적으로' 피해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가습기살균제로 잇따른 사망이 발생하고, 피해자와 사회운동단체가 항의 활동을 진행한 영향이었다. 1994년 가습기살균제 상품을 첫 판매 시기로 본다면 29년, 가습기살균제 수거 및 판매중단 권고 시점으로 파악한다면 12년이 지난 2023년 현재 문제는 해결되었을까. '아니요' 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존재한다.

2021년 1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SK케미칼, 애경산업, 신세계이마트 임직원 13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부는 가해 기업을 수사해 달라는 피해자의 요구를 외면하다가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이 형성한 사회적 압력에 영향을 받아 2018년 말에서야 수사에 착수해 가해기업 관련자를 2019년에서야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2년 후 피해구제 신청자인 7859명의 피해자와 182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 사건의 가해기업에 면죄부를 제공했다. '동물실험으로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니 인체에 대한 노출 피해의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근거로, 내 몸이 증거라고 호소하는 피해자가 있는데도 가해자는 없다며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느린 재난'으로 만들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1994년부터 2011년까지 CMIT/MIT를 원료 물질로 하는 가습기메이트를 218만 개가량을 판매했고, 신세계 이마트는 2006년부터 이플러스/이마트 가습기살균제 라는 PB상품을 35만 개 이상 판매하며 이윤을 챙겼다. 기업의 매출이 증가하면 할수록 피해자가 늘어가는 철저한 자본의 논리가 작동한 것이다. 또한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 상품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해야만 하는 환경에서 소비재의 선택권은 개별 소비자에게 독립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소비재를 생산하는 영역이 만든 사회 구조에 종속되기 마련이다. 인체와 생명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상품으로 만든 기업이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없는 이유이다.

2024년 1월 11일 항소심 선고 기일을 앞두고 진보적인 시민단체와 학계는 가해기업에 대한 강력한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변화시킬 수 없다. 영업상의 비밀 원칙과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가 인정되는 사회에서 법원의 피해 사실 입증에는 한계가 따른다. 국가의 경제 성장과 기업의 영업 행위가 구조적으로 '공해'를 배출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공해와 피해 발생의 일차적인 책임이 국가와 기업에 있다는 사실을 사회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는 공해 발생이 시장의 외부 효과이거나 비정상적인 행위 혹은 부도덕한 행위의 산물이 아니라 정상적인 자본주의 발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합리적 행위라는 점이다. 국가와 기업에 맞선 거대한 사회운동의 물결이 필요하다. 박근혜 퇴진 운동 속에서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을 기소했듯이, 처벌을 위해서는 아래로부터의 사회 저항을 형성해야 한다. 매주 열리는 윤석열 정부 퇴진 집회에서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의 처벌을 촉구하는 요구를 결합시켜 단일 쟁점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의제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금, 2024/01/0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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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와 그래프에 담을 수 없는 우리의 목소리도 증거

  [caption id="attachment_236392" align="aligncenter" width="640"] ⓒ복건우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및 시민사회단체가 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항소심 유죄 선고를 촉구했다.[/caption]  

박진영 | ‘재난에 맞서는 과학’ 저자·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전임연구원

가습기살균제 생산업체인 에스케이(SK)케미칼과 애경산업 임직원에 대한 항소심 재판 선고일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21년 1월 1심 무죄 판결 이후 법조계,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이 판결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이 사건이 형사재판이라서 원료물질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MIT)의 유해성에 관해서 더 엄밀한 잣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주요 성분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의 다른 책임에 대해서는 더 다루지도 못했다.

민사재판과 구별된다는 형사재판의 목적을 검색해 봤다. 공익 유지, 기본적 인권 보장, 실체적 진실 발견, 규범적으로 승인된 진실 탐구…. 공익, 인권, 진실과 같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만 가습기살균제 형사 재판과 관련해서 우리가 더 많이 접하는 단어는 증거, 과학, 불충분, 불확실성 등이다. 원료물질의 유해성과 참사와의 과학적 인과관계를 둘러싼 반복적인 논의와 판단을 통해 법원은 어떤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을까?

1심 이후 1년이 넘는 항소심 변론 과정에서 원료물질의 유해성에 관한 과학적 입증만을 다뤘다. 수많은 과학 증거가 법정에 제출됐다. 죄의 유무를 판단하는 법정이 아니라 더 확실하고 엄밀한 과학 연구가 무엇일까를 치열하게 논의하는 학술 공론장 같았다. 얼마 전 검찰은 3753쪽에 달하는 100개의 증거 서류와 23개의 참고 자료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미 오랜 기간 가습기살균제를 연구해 온 전문가들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의 유해성에 관해 과학적으로 충분한 근거가 쌓였다고 말한다. 이렇게 제출한 더 많은 과학 연구의 결과와 증거를 토대로 원료물질의 유해성을 법정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또한 이번 항소심 재판을 통해 오직 확실하고 탄탄한 과학 연구만이 유해성 입증에 필요한 유일무이한 증거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이미 다른 가능성을 목격했다. 2017년 8월29일 대법원은 삼성전자 엘시디(LCD)공장에서 근무한 근로자에게 발생한 질병의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한 사건에서 “연구 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 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와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과학이 우리 사회의 진실과 실체를 확인하는 유일한 도구는 아니다. 숫자와 그래프로 환원되지 않는 진실도 있다. 문서의 형식으로 담을 수 없는 수많은 증거가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 몸이 곧 증거라고 외치는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 사용 피해자가 있다.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기업의 책임이 확인되기를 바라는 탄원서에 서명한 5870명의 목소리가 있다.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하고 출판해 원료물질의 유해성이 입증되기를 바라는 환경·보건의료 분야 전문가의 목소리가 있다. 이러한 법정 밖의 수많은 증거가 법정에 제출된 과학적인 증거와 함께 힘을 발휘해 원심과는 다른 결론이 내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토, 2024/01/0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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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처벌과 민사재판 그리고 책임의 이행

  [caption id="attachment_236397" align="aligncenter" width="600"] ⓒ 권우성 ▲ 2023년 11월 23일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 유죄촉구 탄원서 캠페인이 서울역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단체와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caption]  

임기홍(경남연구원 연구위원/ 정치학 박사)

 

2011년 8월 정부의 역학조사 발표로 공론화된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대다수 피해자들이 건강 피해와 경제적 피해로 고통받는 와중에 최근 민사재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연달아 선고되었다. 하나는 옥시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고 다른 하나는 애경산업이 SK케미칼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대법원은 2023년 11월 8일 옥시 제품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확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가습기살균제 제조 및 판매기업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음을 확인한 판결로써 큰 의미가 있다. 한편, 또 다른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인 SK케미칼과 판매사인 애경산업의 경영진 등은 2021년 원료물질인 CMIT/MIT와 사용자들의 건강피해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오는 11일에는 항소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애경산업이 SK케미칼에 제기했던 재판의 선고내용을 함께 살펴보았을 때, 형사 사건의 무죄 판결이 손해배상책임도 존재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다. 애경산업은 2001~2022년 SK케미칼과 물품 공급계약 및 제조물책임(PL) 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에는 "SK케미칼이 제공한 상품 원액의 결함으로 제3자의 생명, 신체, 재산에 손해를 준 사고가 발생하면, SK케미칼이 이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며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다"고 명시했다.

 

애경산업이 청구한 비용은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사망한 피해자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대응비용이기도 하다. 만약 피해자의 사망을 유발한 질환이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증명되었다면, SK케미칼은 이를 배상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위 판결에서 SK케미칼의 책임이 인정된 것을 보면, SK케미칼이 제품 사용으로 피해자에게 발생한 질환이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것을 증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형사사건보다 입증책임이 완화됨을 감안해도 의의가 있다.

부연하자면 민사상 손해배상에 있어 현행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제조물 책임의 경우 소비자는 해당 물건을 용법대로 사용한 사실과 그 제품에 하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정이 존재함을 입증하면, 제조사는 소비자의 손해가 제품하자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판례의 입장에 의하면, SK케미칼은 애경산업(cmit/mit)과 옥시(phmg) 양측에 원료를 공급했다.공급한 원료로 만든 애경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의 건강피해 양상과 옥시 제품 사용자들의 피해 양상이 유사한 상황이다. 결국 제조사인 SK케미칼은 해당 질병이 제품하자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연달아 선고된 위 판결취지에 비추어 보면 SK케미칼의 경영진 등 피고인이 설령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하더라도,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업이 설령 처벌받지 않았다고 해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월, 2024/01/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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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서울과 지역균형발전 두 마리의 토끼 쫓는 윤석열 정부

오직 선거만 바라보며 미래자산 처분하기 바쁜 무책임의 극치

기후위기 시대에 개발 유보지 아닌, 도시의 생명 벨트로 거듭나야

  [caption id="attachment_236700" align="aligncenter" width="640"] ⓒ오마이뉴스[/caption]  

◯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수도권 지역의 개발제한구역을 대거 풀겠다고 발표했다. 부산·울산·창원·대구·광주·대전 등 6개 광역시 주변 그린벨트 2,428㎢가 대상이다. 해제한 그린벨트를 산업단지 등으로 활용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한다. 환경운동연합은 미래세대의 자산인 그린벨트 보전이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국토환경을 위한 원칙임을 천명한다. 또한 여당의 선거정치놀음에 그린벨트를 인질로 삼는 행보를 강력히 규탄한다.

◯ 이번 그린벨트 해제로 지역경제가 되살아나리라는 주장은 망령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울산에서 10조 원의 경제효과를 공언했지만, 경기침체의 여파 속에 첨단산업단지에 대한 개발수요가 충분할지 의문이다. 이미 2021년 12월을 기준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한 해제가능 총량 531.6㎢조차 어떻게 개발할지 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유독 강조한 울산은 61.2%, 창원은 55.9%나 남아 있다. 특히 경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산업단지가 있고 미분양률 전국 4위다. 창원 안골산단 등 분양이 전혀 되지 않은 산단도 있다. 이미 조성된 산단이나 도내 광역적 토지이용을 고려할 수 있음에도 개발제한구역이 개발 1순위가 된다는 것은 경제적이지도 환경적이지도 않다. 그런데도 마치 그린벨트를 풀면 첨단산업이 유치되고, 지역경제의 부흥이 가능할 것 같은 인상을 주며 거짓으로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 게다가 남아있는 개발제한구역은 경사도가 심해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역이 대부분이다.

◯  가장 심각한 것은 환경평가 1·2등급 기준지에 대해서도 해제를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다. 국가·지역 전략사업을 명분으로 난개발의 문을 열어준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3년 2월 ‘중앙지방협력회의’를 통해 30만㎡ 이하에서 100만㎡으로 시도지사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이미 확대했다. 정부는 해제부지만큼의 대체지를 100% 확보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순히 해제된 면적만큼 추가 지정하는 것은 환경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실효성없는 판단이다. 이는 자연 총량제를 가장한 ‘그린 워싱’과 다르지 않다.

◯ 산업단지가 부족해 지역경제가 어렵다는 말도 무책임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울산에서 10조 원의 경제효과를 공언했지만, 경기침체의 여파 속에 첨단산업단지에 대한 개발수요가 충분할지 의문이다. 이미 해제물량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하는 지역의 실정을 돌아봐야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1년 12월을 기준으로 지자체에 배분한 해제가능 총량 531.6㎢조차 소화하지 못했다. 정부가 강조한 울산은 61.2%, 창원은 55.9%나 남아있다.

◯ 특히 경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산업단지가 있고 미분양률도 전국 4위다. 창원의 안골산단 등 도내 분양이 전혀 되지 않은 산단도 많다. 이미 조성된 미분양 산단이나 도내 광역적 토지이용도 고려할 수 있음에도 개발제한구역이 개발 1순위가 된다는 것은 국격에 어울리지 않는다. 첨단산업의 빈자리를 결국 산업폐기물 처리업체가 채우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미 매립장과 소각장이 우후죽순 들어서며 지역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을 위협하고 있기에 근거 없는 기우로만 치부할 수 없다.

◯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은 “개발제한구역이 도시환경 보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보전과 관리를 위한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남아있는 그린벨트의 총량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그린벨트 훼손은 미래세대의 자산을 훼손하는 것이며,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자연을 망가뜨리는 일이다.”이라고 말했다.

◯ 개발제한구역은 1971년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고 생태‧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국토를 미래세대에 넘겨주기 위해 도입했다. 8차례에 걸쳐 지정한 그린벨트 면적은 5,397㎢로 전 국토의 5.4%에 달했지만, 현재는 3.7%가 전부다. 2030년까지 보호지역을 30%까지 늘린다는 글로벌 생물다양성협약에 따라 우선적으로 보호지역으로 지정해도 모자란 지역을 무분별하게 해제하면 어느 지역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가. 환경운동연합은 윤석열정부의 그린벨트 파괴를 강력히 규탄하며 앞으로도 생태파괴 현장에서 강력히 싸워나갈 것이다.

2024년 2월 22일
환경운동연합
금, 2024/02/2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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