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 유예 또 유예! 1회용컵 줄일 의지는 있나

출처 : 함께사는길 11월호 (클릭) 글 :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팀 백나윤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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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1회용컵 보증금제 관련 질의에 답변하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모습 (출처 : 뉴시스)[/caption]
지난 9월 12일, 환경부가 또다시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포기했다. 환경부는 12일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환경부, 일회용컵 보증금제 지자체 자율에 맡긴다…전국 시행 철회 등)에 대해 지자체가 여건에 맞추어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자원재활용법)」 개정안 발의에 맞추어 “지자체·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을 통해 추진 방향을 마련하겠다”라고 발표했다. 올해 1월 초,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민들에게 1회용컵 보증금제 추진 경과와 향후 운영계획을 밝히면서 현행 고시한 대로 3년 내에 제주·세종 등 선도 지역 성과를 확인하고 전국 확대 시기를 정하겠다고 발표한 모습과 180도 다르다. 이는 사실상 전국 시행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같다.
1회용컵 보증금제 유예와 후퇴
1회용컵 보증금제는 이미 한 차례 유예되었다. 1회용컵 보증금제는 2020년 5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에 따라 시행되었어야 하는 제도이다. 2002년에 자발적 협약으로 추진했다가 2008년에 폐지한 지 12년 만에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당시 환경부는 제도 시행 전까지 보증금 관리를 위한 ‘자원순환보증금관리위원회’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설치, 1회용컵 회수를 위한 시스템(△무인회수기, 수거센터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국회는 2년의 유예기간을 두어 2022년 6월 10일부터 제도를 시행하도록 하였다. 원안대로였다면 2022년 6월 10일 시행되어야 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직전인 2022년 5월, 환경부는 돌연 시행을 유예하였다. 시행을 불과 3주 앞두고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를 견뎌온 중소상공인에게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시행 전, 소상공인들의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에 대해 환경부는 또렷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뒤늦게 라벨 비용, 컵 회수 및 보관 등 제반 비용 부담 지원 방안을 검토했지만, 제도 시행 직전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2년이라는 기간이 있었음에도, 제도를 집행하고 관리하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하나도 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환경부는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면서까지 2022년 12월 시행으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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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caption]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같은 해 9월, 환경부는 또다시 법 집행을 연기하였다.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은 하되, 전국 시행이 아닌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선도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전국 확대 일정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환경부는 제주도와 세종시 선도 사업을 진행한 뒤 현장 의견과 운영 성과 등을 모니터링 및 평가해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 시행 예정이었던 1회용컵 보증금제를 두 지역에서만 시행하겠다고 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선도 시행 지역 내 교차반납이 금지된 것이다. ‘교차반납’이란, 브랜드에 관계 없이 1회용컵 반납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A 브랜드에서 1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포장한 후, 다 마신 음료 컵을 같은 브랜드가 아닌 B, C 브랜드 매장에 반납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편의와 보증금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임에도, 환경부는 이를 금지한 것이다.
시범 시행 중인 제주도·세종시에 있는 커피전문점 중 이 제도의 대상 업체는 10.8%에 불과하고, 대상 매장 중 매장이 1개인 브랜드가 제주는 37%, 세종은 23%이며 2개 이내는 40%가 넘는다. 교차반납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같은 브랜드 매장 수까지 적다면 높은 반환율을 기대하긴 어렵다. 실제로 최근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정책시행 성과를 분석·평가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운영 실태와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제도 시행 직후 3개월 동안 세종시와 제주시의 반환율은 평균 19.3%에 불과했다.
“전국 확대 미시행은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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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포기했다는 지적을 부인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출처 : 뉴스1)[/caption]
이번에 환경부가 전국 시행 유예 근거로 언급한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은 권명호 의원이 발의한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다. 대상사업자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ㆍ규모로 지정한 것에 대해 특별시ㆍ광역시ㆍ특별자치시ㆍ도ㆍ특별자치도 또는 시ㆍ군ㆍ구의 조례로 정하는 기준과 지역으로 변경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지자체가 상황에 맞게 알아서 설계해 추진하라는 것이다. 이 개정안을 환경부가 언급한 것은 이 개정안을 토대로 1회용컵 보증금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사실상 전국 시행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같다. 여러 환경단체와 언론은 환경부의 무능함과 무책임함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환경부가 제도 시행과 관리·감독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방기했다고 규탄하였다.
여러 정부 관련 기관에서도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은 환경부가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하였다. 감사원은 감사를 통해 환경부가 전국 시행 방안을 마련할 것을 환경부에 촉구하였다. 지난 8월 2일 감사원은 감사 발표를 통해 “이해관계자의 주요 반발 사유가 호전된 이후에도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하지 않은 것은 환경부의 적절한 업무 처리라고 볼 수 없다”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환경부는 감사 결과를 무시하였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10월 10일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운영실태와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제도 대상 매장을 확대하고 매장 간 교차반납을 허용해 일회용컵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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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1회용컵보증금제도 운영실태와 개선과제」[/caption]
지자체 자율 시행은 한계가 존재한다. 당장 시범 시행 지역인 두 지역도 상이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2040 플라스틱 제로 섬 제주’ 선언으로 1회용품 감량, 폐기물 재활용 등을 통해 2020년 대비 폐플라스틱 배출량을 50% 감축하기 위해 1491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였다. 제주도는 1회용컵 보증금제 정착을 위해 이행 매장 이용하기 및 공공반납처 확대를 위해 2030년까지 공공반납처를 300개소 설치하는 등의 지원을 할 방침이다. 또한 도입 이전부터 환경부 공무원 1인을 제주도청에 파견하여 컵보증금제 현장 중심 운영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세종시는 1회용컵 보증금제를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특징으로 인근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아 소비자들의 불편함이 크고, 미시행 지역과의 관계 특이성으로 컵보증금제 미이행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과 같은 강한 규제 시행이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과태료 부과에도 차이가 있다. 제주도의 경우 2023년 6월 7일부터 컵보증금 미이행매장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회용컵 보증금제 미이행 수가 5월에 223개소에서 7월 8개소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세종시의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으며 미이행 매장은 5월에 44개소, 7월에 61개소로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1회용컵 보증금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는 제주도에서는 이번 환경부의 발표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도정 현안 공유회의에서 이번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와 환경부가 명확히 반대해야 한다며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안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증금제 시행을 유보시키려는 시도에 분노한다고 규탄했다. 제주도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선 일부 가맹점에만 제도가 적용되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지자체 조례로 보증금제 적용 대상 매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개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도 장관도 약속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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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더스쿠프 기사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차일피일 미룬 채 ‘쇼잉 챌린지’"[/caption]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는 취임 당시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1회용컵 보증금제 제도 전국 시행을 꼽았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반드시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한화진 장관도 여러 차례 시행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환경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1회용컵 보증금제를 유예하고 후퇴시켰다. 작은 약속 하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정부에 국민들이 도대체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을까.
1회용컵 보증금제는 5%에 불과한 1회용컵 재활용률을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주요한 자원순환 과제이다. 나아가 다회용컵 시스템을 마련하고 길거리에 방치된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제도이다. 1회용컵 보증금제가 전국 시행된다면 전 세계에서 전례 없는 1회용컵 수거 및 재활용 시스템 마련의 선례를 남기고 자원순환 사회에 한 걸음 다가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 1회용컵 보증금제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우리는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순환경제 모식도 / 출처 : 배진수(2021)[/caption]
UN SDG 12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 목표 / 출처 : ICCROM[/caption]
K-SDG 12 이행 평가결과 / 출처 : 환경부(2022), 국가 지속가능성 보고서[/caption]
자원순환에 기업들도 적극 참여 : ESG
출처 : 그린포스트코리아[/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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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환경부 가면을 쓴 사신과 1회용품으로 죽어가는 동물/사람의 영정사진이 시민들이 모아준 1회용품 쓰레기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구현했다.[/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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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컵 보증금제 선도지역인 제주에서 제주시민사회단체는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요구했다.[/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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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충북, 대전, 세종의 시민단체는 환경부 앞에서 1회용품 규제 완화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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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매장 내에서 사용할 다회용컵을 준비했지만 일회용품을 쓰라는 환경부의 지침에 대한 비판을 담은 모습을 구현했다.[/caption]

출처: 연합뉴스[/caption]
환경부가 오늘(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회용품 계도기간 종료에 따른 향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비닐봉투 사용에 대한 과태료 부과·단속과 종이컵 사용 규제를 철회했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에 대한 계도기간은 무기한 연장됐다. 11월 24일 시행 예정이었던 1회용품 사용 제한 정책을 사실상 철회한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소비자와 시민들의 목소리는 전혀 듣지 않고 오로지 소상공인 뒤에 숨어 정책을 포기한 환경부를 규탄한다. 또한, 불필요한 플라스틱 감축 주체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책임을 방기한 환경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1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일회용컵 사용량 약 7억 7,311만개(’19) → 약10억2,388만개(‘21) *18개 자발적 협약 업체 기준, 출처 : 환경부 ‘1회용품 사용 줄이기 가이드라인’). 특히 2020년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폐기물은 심각한 수준으로 늘어났다. 환경부도 이를 알고 있다. 이에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의 1회용품 사용 억제 제도 운영을 시작으로 2018년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1회용컵과 비닐봉투 사용 저감을, 그리고 2019년 11월 ‘1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 수립 및 시행을 통해 1회용품 줄이기 대상과 준수사항을 단계적으로 확대·강화하였다. 11월 24일 시행되어야 할 1회용품 규제 정책도 위와 같은 1회용품 사용 제한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오늘, 환경부는 돌연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철회하고 종료 시점이 없는 계도 기간을 두겠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 환경부는 제대로 된 플라스틱 정책을 단 하나도 내놓지 못했다. 그 이유의 대부분은 ‘소상공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계도기간을 두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동안 소상공인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환경부는 당장 못하겠다며 계도기간을 두고, 계도기간 동안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지도 않았다. 그리고 또 다시 규제를 철회하였다. 환경부가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을 위해 보여준 모습은 “유예·계도·철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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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스핌[/caption]
정책을 시행하는 것과 소상공인과 같은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과 조율은 환경부에서 해야 할 일이다. 다회용기 세척 시스템 마련, 다회용기 사용 업체 지원, 친환경 용기·식기 생산 업체 지원 등 1회용 플라스틱 사용 감축을 위해 환경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계도기간 동안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들은 소상공인 지원과 협력을 통해 1회용품을 줄여나가겠다고 발표해왔다. 그런데 중앙부처인 환경부는 규제를 포기했다. 정책 시행도, 이해관계자 조율도 그 어느것 하나 하지 못했다.
환경부는 이번 발표에서 “종이컵을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고 말했다. 있던 규제를 풀고 1회용품 남용을 권장하는 나라도 우리나라 뿐이다. 다른 나라에서 하지 않으니 우리나라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판단한 환경부가 정말 부끄럽다. 계속해서 소상공인 핑계를 대며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게끔 떠넘기고 있다. 환경부는 1회용품 규제를 원안대로 시행하고 플라스틱 규제에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라.
순환경제를 위한 세 가지 조건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순환경제로 향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며 여기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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