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지향)일기] 그림책으로 생명 바라보기

[비건(지향)일기 시즌4]
그림책으로 생명 바라보기
여현
3월부터 7월까지 매주 화요일, 이름처럼 평화로운 책방 ‘피스북스’에 모여 그림책과 환경을 이어보려는 활동에 참여했어요. 환경과생명문화재단 ‘이다’에서 진행한 이 활동의 정식 명칭은 ‘그림책, 환경교과서가 되다’. 4개월 동안 살펴본 그림책 중 생명을 이야기하는 책들을 모아 소개합니다.
《감기 걸린 날》 김동수 글, 그림 | 보림출판사
겨울의 어느 날, 단발머리의 아이는 엄마가 사주신 따뜻한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섰다가 깃털 하나가 옷 밖으로 삐져나와 있는 걸 발견해요. 왜 삐져나왔을까 고민하다 아이는 잠에 들고, 꿈속에서 털이 없어 추위에 떠는 오리들을 만나요. 아이는 옷에서 깃털을 꺼내 오리 한 마리 한 마리에게 돌려주고 다시 보송보송해진 오리들과 같이 썰매도 타고 숨바꼭질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숨어 있다가 갑자기 재채기가 나오려는 순간, “에-취!” 하며 아이는 꿈에서 깨고 감기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잠에서 깬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요? 김동수 작가님은 그림책으로 담담히 이야기를 건넬 뿐인데 저는 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까요? 작가님의 또 다른 그림책 《잘 가, 안녕》에서는 로드킬로 죽은 동물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할머니가 등장하는데요. 할머니를 지켜볼 뿐인데 마음은 왜 이리 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한성민 글, 그림 | 파란자전거
사는 곳도 먹이 환경도 너무 다른 네 명(命)의 동물이 미국 남동부 해안가에서 만나며 이야기가 시작돼요. 남극에 사는 펭귄, 북극에 사는 바다코끼리, 인도양에 사는 듀공 그리고 미국 해안가에 살고 있는 매너티까지.. 어떻게 한곳에서 만나게 되었을까요?
“우리 집은 녹아서 없어지고 있어.” “어? 우리 집도 녹고 있는데.”
“난 살 곳을 찾으러 왔어.”
한성민 작가님이 북토크에서 말씀해주시길, 매너티는 수온 등 환경이 조금만 변해도 생명이 위험하기 때문에 매너티의 서식지인 미국 남동부 해안가를 동물들이 모이는 배경으로 설정하셨다고 해요. 8월 24일부터 도쿄 전력이 바다에 버리기 시작한 원전 오염수로 또 얼마나 많은 바다동물들이 고통을 겪을지 상상할 수조차 없어요. 오염수가 바다에 희석되면 ‘인체에 무해’하다는 말이, 산불로 수많은 생명이 스러지는 가운데 ‘인명 피해는 없다’는 말이 쉽게 오가는 사회가 더욱 아프게 다가옵니다.
《돼지 이야기》 유리 글, 그림 | 이야기꽃
그림책의 표지를 보면 까만 바탕에 어미 돼지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한껏 들고 있어요. 눈을 감고 있는 돼지가 언뜻 평화로워 보이지만 표지를 넘기면 마주하는 이야기는 흑백으로 가득합니다. 칸칸이 나뉜 분만사와 좁은 사육 틀이 ‘평범하게’ 받아들여지는 축사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돼지가 어느 날 누군가에게 이끌려 외출하게 되며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돼지들에게는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외출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돼지가 바라본 하늘은 어떤 색이었을까요? 2010년 구제역으로 ‘살처분’ 당한 돼지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읽고 만약 돼지들이 자연 그대로 나이 든다면 어떨까? 궁금해졌다면, ‘마침내 나이 들 자유를 얻은 생추어리 동물들의 초상’이라는 부제의 사진집《사로잡는 얼굴들》도 함께 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이사 레슈코 지음, 김민주 옮김 | 가망서사)
비거니즘은 먹는 것뿐만 아니라 동물을 대하는 태도와 생활방식 전반을 아우른다고 하지요. 청주동물원에서 사연이 있는 동물을 돌보고 계시는 김정호 수의사님이 “동물처럼 이해관계 없는 대상한테 잘하는 사회는 분명히 사람들한테도 잘하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하신 말씀처럼 이해관계 없는 동물에게, 나아가 사람에게 서로 다정한 사회를 그려보게 돼요. 우리는 자연이라는 하늘 아래 모두 연결되어 있고 바꿔 말하면 모두와 이해관계가 있으니까요.
《다양한 '생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모여있는 공간》


보호소 사칭 신종펫숍과 동물보호단체 보호소, 이렇게 구분해 봅시다![/caption]
'보호소’, ‘입양’, ‘책임비’ 라는 단어들은 모두 펫숍에 대항해 싸워온 동물보호단체들이 지금까지 사용해 온 단어들입니다. 그러나 말만 같고 그 양상은 너무나도 다릅니다.
경험이 많은 개인구조자분들은 대부 신종 펫숍을 구분해낼 수 있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구조가 처음인 분들은,
유기견 무료 분양을 홍보하고 있는 유기견 보호소의 인터넷 홍보 페이지. ⓒJTBC 보도화면[/caption]


Ⓒ환경운동연합[/caption]
인류의 문명 발상지는 대부분 강에서 시작하였으며, 문명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교류의 공간인 바다로 향하게 되었다. 숲속에서 살던 인간은 개활지인 강에 모여 문명을 일으켰고, 나아가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역에서 그 꽃을 피웠다. 배를 이용하여 강을 따라 바다의 산물을 내륙 마을까지 전달해줬던 과거와는 다르게 근현대에 들면서 강의 물류 기능은 육지의 도로가 대신하게 되었고, 육지와 바다를 연결하며 찬란하고 다양하게 진화하였던 강변 문화는 점차 쇠퇴하여 사라지고 있다.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하여 강은 단순히 도시의 식수나 산업용수를 공급하는 물탱크 정도로 간과하는 사고가 지배적인 상황이고, 더욱이 강의 자연성 기능을 변경하여 인간 편의대로 이용하고자 하는 이기적 사고가 결국 기형적인 하천을 탄생시켜 생태적 생명 순환을 역행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해외 연안 지역에서는 방조제로 막아왔던 하구역을 터서 물의 순환 기능을 되돌리는 역간척 사업이 진행 중이고, 과거 제방과 둑, 댐으로 막았던 강을 다시 자연형 하천으로 되돌리는 진정한 생명 회복이 세계적 추세이다.
우리는 자연의 기능을 강화한다는 말은 하면서도 강을 막고, 보를 쌓고, 강변을 인공화하는 이율배반적인 4대강 사업을 해왔다. 섬에 다리를 놓으면 섬의 정체성이 변하듯 강변이 변하면 강의 정체성도 바뀌게 된다.
강의 형상과 생태계 특성의 변화는 결국 강변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 정체성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 우리나라에 원형 가까운 강과 하천은 존재하는가. 강 문화, 강변 문화의 원형을 찾을 수 있는가.
발원지에서 시작한 강은 상류에서 하류, 그리고 바다에 이르기까지 길고 복잡한 지리 지형적 특성을 통해 생기는 다양한 생태적 기능으로 인하여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따라서 강을 이해한다는 것은 물의 흐름을 토막 내서 살펴볼 수 없는 역동적이며 포괄적 특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유역(流域)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다.
강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물의 역할이 달라진다. 식수인지, 농업용수인지, 레저 공간인지, 아니면 뱃길인지. 우리는 부처별, 지자체별, 물을 다루는 전문가 별로 서로 다른 눈으로 강을 바라보고 있다.
숲에서 시작된 유역은 바다와 접하면서 해역(海域)과 만나는 것이 정상적인 물의 순환이다. 유역과 해역을 만나게 하는 완충지역이 하구역(河口域)이고, 그곳 또한 고유한 생활문화가 존재한다. 강을 통해 육지의 물질이 흘러나가기도 하고, 또한 바닷물이 유입되는 곳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논란이 되었던 하천 물관리를 환경부에서 일원화하여 담당하게 하는 다행스러운 결정을 하였다. 그러나 정부가 바뀌면서 아직도 강의 기능에 대해서는 시원한 해결을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강 정체성에 대한 퇴행적 사고가 다시 지배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는 것 같아서 심히 우려가 된다.
물은 고이면 썩게 된다. 4대강 사업으로 잘못된 부분은 조속히 수정하여 막힘없이 흐르는 강이 되도록 바꿔야 하는 것이 생태전환 시대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된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