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지향)일기] 콩국수 마인드맵

[비건(지향)일기 시즌4]
콩국수 마인드맵
이은
크게 가리는 음식 없이 뭐든지 잘 먹던 중학생의 나는, 난생처음 콩국수를 한 입 먹은 뒤 오만상을 찌푸리며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누가 내게 싫어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이제부터 주저 없이 콩국수라고 대답해야겠다.’ 콩국수를 한 입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는 나를 보며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나이가 들면 콩국수가 좋아질 수도 있을걸?” 그 말을 들은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콩국수를 좋아하는 어른이 되지는 않으리라 확신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삶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생명을 가진 존재가 음식으로 바뀌는 과정에 대한 앎, 약 20년 동안 이에 대한 의심 없이 음식을 즐겼던 지난날에 대한 반성, 비인간 동물로 만든 음식을 쉽게 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사회 구조에 대한 회의감, 이 세 가지는 나를 자의로 비인간 동물을 먹지 않는 어른으로 자라게 했다. 비건을 지향하는 삶을 살면서,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은 어떤 재료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게 되었고, 그해 여름에는 생채소의 싱싱함과, 익힌 구황작물의 달짝지근함이 주는 건강함에 푹 빠지게 되었다.
이렇게 다소 심심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입맛으로 바뀌면서, 생애 두 번째 콩국수를 먹어 보게 되었다. 걸쭉한 콩물에서 고소한 콩 맛이 느껴지는, 이 일차원적인 콩국수의 맛과 조리 과정은 ‘좋은’ 음식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세우게 해 주었다. 원재료 본연의 맛이 느껴지고, 어렵지 않게 조리 과정을 상상할 수 있는 음식. 다시 말해 원재료와 조리 과정이 투명하게 보이는 음식을 ‘좋은’ 음식이라 정의할 수 있었다. 데친 면을 담은 그릇에, 삶은 콩을 믹서기에 갈아 만든 콩물을 붓고, 고명으로 방울토마토와 채 썬 오이를 올리면 완성되는 콩국수는 좋은 음식이 되기에 충분했다. 콩국수는 여름 한정 메뉴로 많은 식당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단체 생활을 할 때 자주 시켜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여름을 제외한 계절에 내가 단체 회식에서 주문하는 것은 보통 알리오 올리오나, 달걀후라이를 뺀 비빔밥, 야채 볶음밥 정도이다. 나를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바라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떨쳐내는 것은 아직 어렵기에, 다른 사람들이 나를 지켜보는 가운데서 알리오 올리오에 치킨스톡이 들어가는지, 비빔밥 나물에 액젓이 들어가는지, 볶음밥에 굴 소스가 들어가는지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데에는 아직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마음 한편에 죄책감을 간직한 채, 동물성 식품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음식을 먹곤 하는데, 콩국수를 주문할 때는 달걀 고명만 빼달라는 말만 추가하면 되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식사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이번 여름에는 콩국수를 적어도 다섯 번은 먹겠다는 당찬 포부를 안고 있는 내게, 콩국수는 여름 별미, 그 이상이다. 내가 간직하고 싶은 가치를 온전히 지키면서도,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게 해 주는 연결고리, 콩국수는 나에게 그런 음식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환경운동연합 에코생활협동조합의 대의원 워킹맘 이서윤입니다.
생협을 한번이라도 이용해본 시민이시라면 어떤 마음으로 생협 매장에 찾아가는 지 아실 겁니다. 처음에는 저도 ‘유기농.무농약.공정무역’ 이런 딱지를 붙인 식품들을 굳이 사서 먹어야 하나, 너무 유난스럽게 내 몸의 건강을 위하는 것은 아닌가 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한명, 한명 또 한명 태어날 때마다 자연스레 생협을 찾는 횟수가 늘어갔습니다. 왜냐하면 어린 아이의 건강은 온전히 나의 선택에 좌우되고, 제게 그 무엇보다 귀한 가치는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와 우리 가족, 이웃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나쁜 뉴스를 접했습니다. 자국의 발전소에서 생긴 사고로 오염된 물을 전 세계 인류와 해양생물들이 공동으로 소유한 바다에 흘려 버리겠다는 발상은 대체 어느 정도로 양심에 털이 나면 가능한 건지 짐작조차 안 됩니다.
게다가 자국의 어업을 수렁에 빠지게 하고,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우려하는데도 굳이 남의 나라 핵오염수 방류를 쌍수 들고 환영하며 응원해주는 한나라의 지도자와 정치인들은 무엇을 먹고 살기에 그렇게 남의 집 불구경이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혹시나 제주도산 고등어만 안 먹고, 태안반도 바지락만 안 먹고, 동해 오징어만 안 먹으면 본인들은 무병장수, 자식들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착각하고 있나요?
바다는 돌고 도는데도 미국, 유럽 국민들은 별 소리 없는데 왜 대한민국 사람들은 유난스럽게 불안해 하냐, ALPS 시설로 위험한 핵종은 다 걸러내고 안전한 성분만 바다에 방류되는 거라는데 왜 그렇게 반대를 하냐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오염수 방류 옹호자들의 논리를 수십, 수백 번 제 자신에게 물어봤습니다. 그 물음에 대한 결론이 ‘반대’로 내려지면 당당하게 ‘반대’를 하려구요.
그 수백 번의 물음에 대해 제가 내린 결론은 제가 오늘 이 자리(기자회견)에 선 것입니다. 그 모든 옹호론자들의 반문에도 불구하고 저는 차마 그 오염수 섞인 바다에 나의 아이들을 물장구 치러 들어가게 할 수는 없습니다. 원자력 전문가니, 핵물리학자니 이름도 거창한 분들이 언론에 나와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의 입장을 대변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저는 도저히 핵 발전소 연료봉이 녹아내린 곳을 휩쓸고 지나간 물이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바다 물살이 동식물의 몸 속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언제든 다시 제2, 제3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 때마다 지구 공동의 바다에 갖다 버릴 구실을 만들 순 없습니다.
이미 우리는 충분히 많은 핵발전의 리스크를 안고 살고 있습니다. 양심을 가지고 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훗날 우리는 두고두고 오늘을 후회할 것입니다. 물론 양심이 있는 자라면 말입니다.
저는 지금 당장 핵 오염수 방류계획을 철회하기를 일본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또한 일본의 꼭두각시 놀음을 그만 두고,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시 해주기를 대한민국 정부에 촉구합니다.
쏟아진 물은 다시 컵에 담을 수 없습니다. 저의 첫째 딸이 지금의 저와 비슷한 나이가 될 때까지 긴 시간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이 끔찍한 악몽을 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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