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주식은 잘못된 진단에 의한 잘못된 정책 수단 도입 시 부작용 우려 벤처 활성화에 기여할지 불분명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인 것은 분명 벤처기업법 개정은 재벌⋅대기업 복수의결권 허용으로 가는 징검다리
내일(2/16)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하 “법사위”)에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 별조치법」(이하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현행 상법에서 정하고 있는 1주 1의결권 원칙에 위배하여 비상장 벤처기업에게 복수의결권 주식의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이다. 우리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단체들은 재벌·대기업 특혜로 가는 징검다리라 할 수 있는 벤처기업법 개정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며, 국회 법사위가 국내 기업지배구조에 큰 후퇴를 가져올 수 있는 동 개정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
법사위 안건 상정은 2021년 12월 정기국회에서 법사위 위원들이 안건 보류를 결정한지 1년여만의 시도이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2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이며, 지난 주 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 11개 단체로 구성된 혁신벤처단협의회에서 2월 내 국회 처리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정부와 벤처업계는 복수의결권주식이 혁신성장을 바라는 벤처기업에게는 대규모 투자유치로 지분이 희석되더라도 지배권 위협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이것이 벤처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진단에 기초한 헛된 기대일 뿐이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복수의결권주식 때문에 유니콘기업 육성과 벤처창업 및 일자리 활성화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이미 성공한 유니콘기업 중 일부가 높아진 창업자의 협상력 덕분에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한 것이 그동안의 역사적 사실이다. 즉 정부는 인과관계를 뒤바꾸어 말하고 있다.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없이도 우리나라 유니콘기업이 2022년말 기준으로 무려 22개나 된다는 사실(유니콘 졸업 기업까지 포함하면 30개), 그리고 Google 등 미국의 기업들도 복수의결권주식 없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한 이후에 기업공개를 앞두고 비로소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했던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둘째, 복수의결권주식의 발행이 허용되더라도 실제 발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행 상법상 의결권배제주식이나 의결권제한주식 발행이 허용되어 있어 굳이 복수의결권주식이 없더라도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2011년 상법 개정 이래로 이러한 주식을 활용한 전례가 없다. 이는 의결권이 배제 또는 제한된 주식을 매입하면서 자본제공을 할 투자자가 없다는 의미이고, 복수의결권주식이 도입된 회사에 투자할 수요가 사실상 없다는 방증이다.
셋째, 복수의결권주식이 실제 발행되더라도 창업자의 지배력 확보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벤처기업이 기업공개 이전에 창업자에게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하는 경우 주주 간 사적계약에 의해 벤처캐피탈도 기업공개 때까지는 복수의결권과 이사 선임권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복수의결권주식 도입의 긍정적 효과가 과대 포장된 반면, 아래에서 보듯이 복수 의결권주식 허용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는 매우 크다.
첫째, 복수의결권주식은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위험을 높이고 무능한 경영진의 교체를 어렵게 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배구조는 낙후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복수의결권주식 허용 자체만으로도 우리 시장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더 하락할 수 있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또한 지난 2021년 12월 법사위 보류의 근거였던 대주주의 지배력 집중도 심화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둘째,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비상장 벤처기업이 상장할 경우 복수의결권주식이 보통주로 전환되도록 정하고 있지만, 실제 집행될지 여부는 확신하기 어렵다. 복수의결권주식이 보통주로 전환되는 시점은 급격한 지배권 변동을 수반하기 때문에 상장 후 3년 일몰 시점에 다시 법 개정 요구가 분출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요구는 모든 기업에게 차별 없이 복수의결권주식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귀결될 것이 뻔하다. 전경련이 벤처기업법 개정안 법사위 상정 시점에 즈음하여 복수의결권주식을 일반화하는 내용의 모범회사법 제정을 요구한 것을 보면 이런 우려를 단순히 기우로 보기 어렵다.
우리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단체들은 대 국회 법사위가 상법에서 정한 ‘1주 1의결권 원칙’에 위배되고, 도입 시 실익보다 부작용이 훨씬 큰 복수의결권주식을 허용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을 촉구한다. 지금 법사위가 할 일은 벤처기업법 개정안을 즉각 폐기함으로써 더 이상 사회적 논란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오늘(1/11)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박주민·이용우,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토론회―주주의 비례적 이익 강화를 중심으로>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지배주주 이익 중심의 의사결정 방지 및 코리아 디스카운트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의 입법 필요성을 논의하고, 한국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자 마련되었습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삼성물산·호남에틸렌·한일합섬 합병 등의 판결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의 판례에서는 경영진의 주주보호의무 및 주주와의 이해상충 해소의무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간의 판례들은 하나같이 이사는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일 뿐, 주주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아니며, 이사는 회사에 대해서만 선관주의 및 충실의무를 부담하므로 ‘주주의 손해’에 대해서는 해당 의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즉, ‘주주와 경영진의 이해상충’은 회사법상 이해상충 해소 의무 적용 대상이 아니며, 의무위반이 성립하지 않으므로 ‘주주의 손해’에 대해서는 사전 가처분 및 사후 책임추궁 소송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판례는 지배구조 변경시 이사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회사’의 손해 여부를 따질 수 있는 영업양수도 등이 아닌 ‘주주’ 이익의 문제인 합병 등으로 거래구조를 변경하는 유인이 됩니다. 경영진과 일반주주의 정보비대칭성 및 경영진의 의사결정권 등 경영진의 막강한 권능을 감안하면, 언제라도 일반주주의 부를 지배주주에 이전하는 이해상충 자기거래 등을 자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상훈 교수는 관련하여 이용우 의원의 상법 개정안은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 뿐만이 아닌 주주의 비례적 이익으로까지 확장시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게끔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본거래 중 상장법인 주요 사업부를 분할하여 100% 자회사로 만드는 물적분할의 경우, ‘회사의 이익’은 침해되지 않으므로 회사중심 선관주의·충실의무 규정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이 경우 일반주주의 비례적 이익 침해 및 편취 금지를 의무화한다면, 사전적으로는 주주보호의무 위반시 가처분, 사후적으로는 소송에 의한 책임추궁이 가능하다고 이상훈 교수는 밝혔습니다. 두 회사의 자산·부채·영업조직을 합치는 합병의 경우에도 ‘회사의 손해’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합병비율에 따라 ‘주주의 손해’는 발생 가능하며 이 경우 지배주주가 일반주주의 이익을 편취할 가능성이 발생합니다. 이외 자사주의 마법, 공개매수 상장폐지, 포괄적 주식교환, 지분증권 발행, 주식 병합, 자기주식매매 등의 사례에서도 지배주주의 일반주주 이익 편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나, 회사 중심 선관주의·충실의무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사안입니다. 그러나 주식양수도를 통해 25% 이상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50%+1주 취득시까지 공개매수를 의무화하는 금융위원회의 의무공개매수 도입안은 기존 지배주주의 물량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고, 100% 취득도 보장하지 않아 재벌대기업의 내부지분율이 평균 57%인 상황에서 부적절한 공개매수 시도시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실효성이 크지 않습니다. 결국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무공개매수 제도는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합니다. 이에 유사한 문제의 종합적 해결을 위해서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보호 의무 선언이 필요하다고 이상훈 교수는 주장했습니다.
해외에서는 미국 모범회사법이 “이사가 회사 및 그 주주를 공정하게 대할 의무”를 위반한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소송이 가능함으로 이사는 “회사 또는 주주”에게 책임을 지고, 미국 델라웨어 회사법이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에 대해 이사가 금전적인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간 자본거래의 특수성 및 기업 실무에 대한 인식 부족, 이해상충 문제에 대한 민감성 결여, 회사법과 민사법 간의 칸막이 현상 등으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에 부정적이었습니다. 특히 공정한 배분보다는 성장에 치중한 과거 고도성장기,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고 지배주주의 이해상충적 자기거래에 관대했던 풍조가 여전히 남아있으며, ‘회사 보호시 주주도 자동으로 보호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존재하는 등 주주간 이해상충의 의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습니다. 회사와 주주는 별개의 존재로, ‘회사에 대한 의무 및 배상’으로 주주 피해에 대한 소송및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인식 또한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해당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각종 자본거래에 대한 주주보호 의무화, 주주간 이해상충 해소의무 실효성 확보가 가능하며, 특히 ‘주주피해 방지’를 위한 이사회의 사전 내부 검열 문화가 확립될 것입니다. 또한, 피해를 입은 주주가 직접 소송이 가능하게 되여 재판청구권의 실효성이 담보되며, 계열사 방만지원 등 주주간 이해상충으로 말미암은 비효율적 자본운용을 막을 수 있어 자산운용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경영진이 주주간 이해상충 입증책임을 져야하는 등 많은 장점이 존재한다고 이상훈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이상훈 교수는 정부의 이슈 선별을 통한 개별적 법 개정은 일반주주 편취 방지가 지배구조 개선의 본질임을 간과한 것으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선관주의·충실 의무 강화로 회사의 자체 규제를 독려하고, 피해자의 소송권을 인정하여 시민사회의 자정 시스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접근 방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상훈 교수는 건전한 주식시장의 성장은 일반주주 보호와 떼려야 뗄 수 없으며, 해당 상법 개정으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민들의 노동가치와 재산 보호가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발제를 끝맺었습니다.
첫번째 토론자로 나선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이상훈 변호사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의무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해석론적 해결방안이 바람직하지만, 해당 해석으로의 종결여부가 불확실할 뿐 아니라 다양한 논의의 발전을 위해서도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명시적으로 포함시키는 입법론적 해결방안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2006년 영국 회사법 개정 당시 주식회사의 이사는 이해관계자의 이익이 아닌 주주 이익을 위하여 행동하여야 함을 원칙으로 규정하게 되었으며, 대규모 주식회사의 시장지배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사회적 영향력이 증대함에 따라 이사의 개별주주 비례적 이익 보호 의무 조항의 추가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이상훈 변호사는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독립적인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및 이사회 의장의 분리, 기관투자자의 책임투자원칙 행동 도입 등 지배주주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는 없었으며 이에 해당 상법 개정안처럼 본질적 방향을 제시하는 입법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상훈 변호사의 주장입니다.
두번째 토론자로 나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김규식 변호사는, 이사는 부동산 투자회사의 자산 수탁자와 유사한 지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하며, 이해충돌시 신탁법 제33조(충실의무)에 의해 수탁자는 수익자의 이익을 위하여 신탁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부동산은 실물자산, 주식은 금융자산이지만 자산이라는 본질은 동일하며, 자산 소유자의 수익은 자산으로부터 창출되는 현금흐름이 원천이라는 것입니다. 부동산은 임대료, 주식은 배당으로 수입을 얻지만 한국 증시는 주식을 자산이 아닌 카지노의 도박칩처럼 취급한다고 김규식 변호사는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주가 역시 주주환원의 중요한 부분으로, 영미법에서는 전통적으로 주식투자를 형평법(Equity Law) 상의 신탁법리로 보아왔으며, 이에 이사회 독립성, 이사의 신인의무 등 상법·자본시장법 및 거래소 투자자 보호제도 등에서도 신탁계약의 원리가 관철되어야 한다고 김규식 변호사는 주장했습니다.
세번째 토론자로 나선 경제개혁연대 노종화 변호사는 ‘이사가 주주에 대하여 충실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논리의 근거를 ‘회사와 주주의 이해관계는 완전히 일치하므로, 이사는 최대한 재량적으로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되, 회사에 대하여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것만으로 책임 추궁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 것에서 찾았습니다. 그러나 이사 선임 권한이 주주에게 있는 상황에서, 이사가 주주에 대해서는 충실의무가 없다고 보는 것은 매우 어색하고 불합리하다는 것이 노종화 변호사의 의견입니다. 노종화 변호사는 현재 대법원 판례 법리는 법률적으로 당연히 보호되어야 할 주주 이익을 외면하고 있으므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이사 의무에 추가하는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의무를 명확히 하고, 주주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면서도, 불공정한 합병, 물적분할 후 이중상장, 자사주의 마법 등 행위 자체를 할 수 없도록 직접적인 규제 또한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종화 변호사는 ‘주주의 이익’은 해당 회사 주식의 경제적 가치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입법과정을 통해 분명히 드러낼 필요가 있으며,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와 별개로 상법 제399조에도 회사 이외에 주주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명시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트러스톤자산운용 이성원 부사장은 현행 상법으로는 기업 내부거래를 통한 사익편취를 방지할 방법이 없다며 상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현재 보유 부동산 가치만 2조 원이 넘지만 시가총액은 2,300억원대에 불과한 BYC의 경우 이사회의 사전승인 없는 지배주주 관계회사와의 거래 등이 저평가 이유입니다. 그러나 현재 이사가 회사에 끼친 손해를 입증할 책임은 문제를 제기한 일반주주에게 있으므로 검찰 수사 및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이 이뤄지지 않는 한 주주대표소송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며, 자연히 본질가치에 비해 많은 회사들의 저평가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해당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2022년 12월, 흥국생명의 자금확충을 위한 태광산업의 유상증자 참여 시도처럼 지배주주만의 이익을 고려한 행위는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성원 부사장은 설명했습니다. 이성원 부사장은 또한 개정안 통과시 일반주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경영진 태도의 변화, 고질적 저배당 성향 개선 등이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성원 부사장은 지배주주의 이익이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불공정한 계약관계는 회사 저평가의 원인이 되고 있으므로, 해당 상법 개정안의 통과시 회사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토론을 마무리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국 정부들은 양적완화, 저금리 기조 등의 정책을 폈고, 이러한 유동성 장세를 틈타 한국 기업들은 경영 효율성 제고, 사업의 전문성 확보 등을 이유로 각종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상장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함.
그러나 최근 몇년 간 자회사 물적분할 후 상장한 회사들인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SK케미칼과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 등은 대부분 물적분할 이후 모회사의 주식가치가 급락하였음. 이처럼 대부분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알짜 사업부를 물적분할 후 상장함으로써 지배주주는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강화하면서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반면, 주로 소액주주인 일반 주주들은 기존 사업부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면서 주가하락에 대한 손실을 부담해야 했음.
물적분할 뿐 아니라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법합병, 2018년 현대모비스와 현대차의 분할합병 시도 등 의사결정 과정에 책임이 있는 이사들이 지배주주 이익 중심의 결정을 내림으로써 일반주주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왔음.
이러한 일들이 유독 한국 자본시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많은 회사의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이익 위주의 경영의사결정을 내려온 데에 기인함.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 분할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법 등이 검토되고 있으나, 이는 공정한 매수가격 산정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소액주주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기 어려움.
반면, 상법 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사들이 주주의 지분에 비례하여 동등하게 충실의무를 부담하게 함으로써 지배주주만을 위한 기업 지배구조 변경에 대한 책임 등을 주주대표소송으로 이사들에게 물을 수 있게 됨. 이에 이번 토론회를 통해 지배주주 이익 중심의 의사결정을 방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개선할 수 있는 상법 개정안의 입법 필요성을 논의하고, 한국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자 함.
지난 2022. 8. 31. ICSID 중재판정부는 론스타가 한국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하여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중재 절차(ISDS) 최종 판정문을 통해 한국 정부의 위법 행위를 일부 확인하고, 한국 정부는 론스타에 2억1,650만 달러와 그에 따른 이자를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림.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배상 원금이 과다 산정되고 이자 일부가 중복 계산되었다며 2022. 10. 15. 중재판정부에 정정신청서를 제출했음.
그러나 손해배상금액의 적정성에 관한 논란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한국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의 근본 원인으로 중재판정부가 지목한 금융위원회 관료들의 불법 행위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 특히 영문으로 배포된 ISDS 최종 판정문의 국문 번역 결과가 속속 입수되면서, 모피아가 자신들의 조직유지라는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론스타의 결격을 실질적으로 눈감아 주는 대신 외환은행 매각가격을 깎는 모양새를 연출함으로써 금융감독의 원칙을 훼손하고 국민들을 호도한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음. 더욱이 한국 정부의 ISDS 대응팀은 론스타로부터 한국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지주의 법률대리인으로서 한국 정부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이해상충 가능성이 농후한 법무법인 태평양을 ISDS 절차의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론스타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인 비금융주력자 논점을 제기하는 것을 스스로 포기하는 등 한국 정부의 이익을 수호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소송 전략을 채택하고 이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등 소송 수행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노정했음.
진상 규명과 관련하여 우리는 특히 지난 ISDS 중재 절차에서 드러난 다음 다섯가지 의문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중요하고도 시급하다는 점을 지적함.
(의문1) 2007. 5. 감사원의 요구에 의해 시작된 론스타의 해외 비금융 계열사 일제조사(중재판정문 제211단락 참조)에 의해 2008. 9. 일본 소재 론스타 비금융 계열사가 다수 확인되었음에도, 금융위원회가 2011. 3. 이를 은폐한 채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로 보기 어렵다는 면죄부를 발급한 것이 어떻게 정부 조직체계 내에서 가능했는가?
(의문2) 론스타의 한국 탈출에 대한 우리 국민의 비판적 정서가 집중적으로 분출하기 이전의 시기인 2011. 3. 미국 하와이의 호놀룰루에서 개최된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 관계자 간의 회담에서 이미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간의 메시지 교환을 통해 외환은행 매각 거래의 승인의 대가로 가격 인하가 언급되었다는 주장(중재판정문 각주 810 참조)은 얼마나 진실에 근접하는 것인가?
(의문3) 2011. 5. KBS의 보도로 론스타가 일본에 수조원대 골프장을 보유한 산업자본이라는 점이 공개적으로 확인되었을 때, 즉시 4% 초과분에 대한 론스타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고 론스타가 선임한 이사에 대한 해임을 권고하고, 초과보유 주식을 매각하도록 하는 등 은행법에 합당한 감독상 조치를 취함으로써 론스타의 경영권을 부인하고, 론스타가 중간배당 형식으로 이익을 회수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포기하여 론스타에게 이익을 선물한 이유는 무엇인가?
(의문4) 소송에서 채택된 증거(C-572)에 따르면 모피아는 이미 2011. 4.의 시점에서 론스타가 승인 지연을 이유로 ICSID 중재판정부에 한국 정부를 제소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따라서 만에 하나 패소시 그 배상 부담은 실질적으로 국민 모두에게 전가될 것임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음에도 2011년 하반기 부당하게 매각 가격 인하를 실질적으로 압박한 이유는 무엇인가?
(의문5) 한국 정부의 ISDS 중재 절차 대응팀이 ▲당해 사건의 중대한 이해관계 당사자인 추경호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후에 국무조정실장),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제척하지 않고 대응팀에 포함시키고, ▲론스타가 관련된 국내 재판에서 론스타를 실질적으로 대변했던 김장 합동법률사무소의 의뢰에 따라 ‘비금융주력자 조항은 외국인인 론스타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자문의견을 법원에 제출한 김용재 고려대 교수(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를 한국측 증인으로 채택하고, ▲론스타와의 거래 상대방으로서 한국 정부와 잠재적으로 이해상충 상황에 있을 수 있는 하나금융지주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을 한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론스타의 치명적인 약점인 비금융주력자 논점을 제기하여 당해 중재 절차의 관할권 없음을 주장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포기한 이유는 무엇인가?
위에서 제기된 각종 의문에서 잘 드러나듯이, 그동안 론스타 문제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해 온 우리들은 아직도 이 문제의 많은 부분이 어둠의 장막 뒤에 숨겨져 있다는 점에서 론스타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불법 행위를 통해 국민들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을 떠넘긴 관료들에 대한 처벌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한 번 강조함. 아울러 모피아가 주축이 된 과거 소송 대응팀의 소송 전략이 우리나라와 국민의 이해관계에 부합하기는커녕 오히려 모피아와 론스타의 이익에 부합했다는 점에서 론스타 판정에 대한 후속 대응시 론스타 사태에 관련된 이해관계자를 전부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들로 구성한 의사결정기구가 이의제기의 필요성 여부와 이의제기시 후속 절차 대응을 담당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함.
우리는 대통령,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법무부 장관, 금융위원장 등 행정부의 고위 관료와 국회의장 및 다수의 국회의원 등 입법부의 주요 인사들이 론스타 사태에 이런 저런 이유로 연관되어 있는 현실을 우려함. 만에 하나 이들 인사들이 론스타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 자신의 이익이나 자신이 속한 소집단의 이해관계를 국민의 이익보다 우선시하는 부당한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될 것임. 정부와 정치권은 론스타 사태의 처리와 관련하여 사적 이익에 대한 좌고우면없이 과거와 철저히 단절한 채 진실을 향해 새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임.
기자회견 개요
제목 : 론스타 사태의 투명한 진상규명 및 공정한 후속 대응을 촉구하는 정당·노조·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
한국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총회는 아직도 요원한 일인가. 어제(3/29)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본사에서 진행된 한국타이어 주주총회에서는 최근 검찰에 구속 기소된 조현범 회장의 일감몰아주기, 횡령, 배임 등으로 야기된 회사 손해에 대한 감사·징계 여부, 준법감시시스템 개선 방안, 조현범 회장의 보수 지급 문제 등 쟁점 질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사회는 어느 것 하나 명확한 답변 없이 주주총회 원안 그대로 통과시켜버렸다. 참여연대는 어제 한국타이어 주주총회를 통해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에서 총수가 기업 지배구조상 여전히 성역으로 남아있음을 재확인했다는 점에 분노하며, 조현범 회장 본인의 사퇴, 또는 한국타이어 이사회의 조 회장 해임 건의 등을 촉구한다.
오늘 한국타이어 이사회는 주주총회에서 보고사항 및 안건 사항에 대한 질의에 대해 가능한 책임을 회피하려 애쓸 뿐이었다. 일감몰아주기 사익편취에 따른 피해 131억원과 조 회장의 약 75억원 회삿돈 유용·횡령이 회사에 끼친 피해에 대해 감사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질의에 대해 외부 독립감사를 의뢰했다고만 답변할 뿐 구체적인 피해 확정도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확인되었다. 조 회장에 대한 징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내부통제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으나 조 회장의 사법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지 못해 유감이라는 뜻만 표명할 뿐이었다. 이미 조현범 회장은 협력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사실이 확인돼 2020년 배임수재·업무상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한국타이어는 정도경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2021년 사업보고서에서 “준법·윤리경영 관련 내부 프로세스 및 임직원 교육 강화”를 대책으로 제시한 바 있다. 또한, 이러한 공표가 무색하게 조 회장의 또 다른 횡령 사건들이 드러났음에도 한국타이어 측은 ‘이번에는 감사위원회 직속으로 제대로 된 준법 감시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할 뿐, 이미 발생한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자체조사와 대응에는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타이어 이사회가 과연 오너리스크 재발 방지에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오너는 여전히 성역인가. 이사회는 조 회장을 옹위하는 작금의 입장에서 전향해 경영진을 견제하는 본 역할에 충실해야 마땅하다.
더 큰 문제는 조현범 회장이 구속 기소되었음에도 회사로부터 계속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점에 있다. 조 회장은 협력업체 금품 수령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6억1500만원 추징금 부과 등 선고 받은 후에도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는 커녕,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와 자회사 한국타이어의 사내이사, 손자회사 한국프리시전웍스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아 과도하게 겸직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조 회장은 회사에 손해를 입인 혐의로 형이 확정된 후에도 지난해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에서 58억5천만원의 보수를 수령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한국타이어 주주총회에서는 명확한 산정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인센티브 명목으로 이사보수 한도액을 기존의 50억원에서 70억원으로 올리면서, 조현범 회장에게 보수 지급을 중단할 의향이 있냐는 주주의 질의에 대해서는 답을 회피했다. 구속돼 제대로 된 경영활동을 하기 어려운 오너에게 임원보수 한도액을 상향 지급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결정인가.
한편, 한국타이어 주주총회 시작 전 사측의 주주 입장 저지로 소동이 발생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 소속 활동가들은 한국타이어 주주들의 위임을 받아 주주총회가 시작하기 30분 전부터 차례차례 주총장에 입장하려했으나 회사측의 제지로 한동안 저지된 것이었다. 한국타이어측은 잇따른 항의가 있고 나서야 주총 직전에 겨우 입장을 허용했다. 단지 이사회와 총수에게 불편한 입장을 가진 주주라는 이유로 다른 주주와 차별해 입장을 저지한 것은 주주를 의결권을 가진 회사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내심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몹시 유감이다. 오늘 한국타이어 주주총회에 참석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향후에도 지배구조상 문제가 있는 기업들을 비판하고 책임추궁 및 개선촉구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2022년 12월 28일 KT 이사회는 구현모 현 대표이사를 2023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 대표이사 후보로 추대할 것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하다”며 “의결권행사 등 수탁자책임활동 이행과정에서 이러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밝혀 구현모 대표이사 연임에 대한 반대의결권 행사를 암시했다. 국민연금의 이러한 반응은 당연한 것이다. 구현모 대표이사는 과거 KT의 ‘상품권 깡’ 비자금 조성 및 국회의원 정치자금 불법 후원에 가담했으며, 이로 인해 KT가 2022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과징금 630만 달러를 부과받았음에도 대표이사로서 이에 대한 구상권 청구 등 손실 보전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 권익을 침해한 대표이사를 연임시키는 KT 이사회의 결정은 이사의 선관주의·충실의무를 위반한 것이며, 국민연금은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를 반대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은 ‘연금의 정치 도구화’를 운운하며 국민연금의 반대의결권 행사를 비난하기 바쁜 실정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자격없는 구현모 대표이사의 이사 연임을 반대하며, 국민연금이 2023년 정기주주총회에서 KT 등 지배구조 문제기업에 대해 단순 의결권행사를 넘어 주주제안 등 적극적 주주활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KT 이사회의 구현모 대표이사 연임 결정은 여러모로 보아 부적절하다. 주지하듯 구현모 대표이사는 KT의 비자금 조성 당시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역임했을 뿐 아니라 본인 명의 계좌로 국회의원 후원금을 보내는 것을 묵과하는 등 정치인 불법 후원에 가담했고, 현재 이와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2021년 11월 구현모 대표이사 등 임원 10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약식 기소했으나, 구현모 대표이사는 법원의 벌금 1,500만 원 약식 선고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검찰이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한 다른 전직 임원 4명에게는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되어 불법행위가 인정되었으며, 당시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한편, KT 이사회는 정관상 이사의 부적격 사유는 금고이상의 형을 받았을 때에만 해당한다는 입장이지만, 이것이 국민연금의 정당한 주주활동에 대한 반박이나 면피가 될 수는 없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활동에 관한 지침」은 해당 회사와 관련한 횡령·배임 행위 등 법령상의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사안을 중점관리사안으로 선정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은 이미 2022년 KT 정기주주총회에서도 박종욱 안전보건 총괄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구현모 대표이사와 동일한 사유로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으로서 적극적 주주활동 원칙에 따라 부적격한 KT 이사의 선임을 반대해 왔으며, 이번에도 마땅히 해야할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치적 도구, 연금사회주의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지난 12월 취임한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POSCO, KT 등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며, ‘외부인의 참여를 제한하거나 내부인을 차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셀프 연임’에 대한 우려가 없도록 지배구조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처럼, 부적절한 대표이사 누적 연임 및 ‘내 사람 챙기기’ 등은 지배주주 부재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번에 구현모 대표이사가 ‘셀프 연임’ 논란을 의식한듯 복수 후보 심사를 요청했지만, KT 이사회 내 지배구조위원회가 사내·외 공모 및 심사 일정 등 계획을 공지하지 않아 시늉내기식 경선이었다는 비판을 받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심지어 2022년 들어 KT가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 등과 상호지분을 교환하고,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것이 이들의 백기사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표이사가 이사회를 자기 편인 인물로 장악하여 경영의 감시자 역할을 형해화하고,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보다 기업을 사실상 사유화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것은 건전한 기업경영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독립적이지 못한 이사회는 방만한 경영을 불러오고, 이는 한국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결정적인 독소가 되어 왔다. 이제는 이러한 고리를 끊어야 한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그간 국민연금의 주주활동 행보가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8년 7월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을 제정한 국민연금은 기관투자자로서 기업과의 대화, 주주제안 등 적극적 주주활동에 나서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실상 방기해 왔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2019년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배임·횡령 이사의 직 상실’ 관련 주주제안을 한 것 외에는 공개적인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번 KT 사례에서처럼 합리적인 반대의결권 행사조차 정치적 행위 운운하며 온갖 질타를 받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소극적 행보가 일견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단순한 의결권행사는 결코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적극적 주주권행사의 동의어가 될 수 없으며,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로서의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투자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문제 기업과의 대화, 중점관리기업 선정 등 명시된 주주활동 절차를 착실히 밟아 나가고, 벌써 1년 이상 끌어온 주주대표소송 개시 결정권한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이관 여부도 근간에 마무리지어 수탁자책임 활동을 시급히 정상화해야 한다. 2023년 정기주주총회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통상 연말연초에 열리던 기금운용위원회가 감감무소식인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점이다. 구현모 대표이사의 연임을 반대하며,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활동 행보를 촉구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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