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기사] 제3회 화학안전주간 그리고 남는 질문

화학안전 제도의 비전과 신뢰, 그리고 소통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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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2022)[/caption]
“ 케모포비아(chemophobia) 소비위축... 제품 및 기업 경쟁력 약화... 우려된다. ”
“ 일반 소비자, 시민들이 제대로 된 용법대로 써야한다. ”
16일 세번째 화학안전 주간이 막을 내렸습니다. 시민사회와 산업계 환경부가 함께 화학안전의 의미를 돌아보는 이 행사는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5일에는 개막식을 비롯해 부스행사가 열렸고, 16일에는 화학안전정책포럼 종합토론회가 진행되었습니다.
같은 날 종합토론회의 첫번째 순서는 우리사회 화학안전의 근간을 이루는 3가지 법률(화학물질평가법, 화학물질관리법, 화학제품안전법) 의 중장기적인 방향성을 논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본격화 되는 상황이지만. 안전제도의 본질에 대한 성찰과 상호 신뢰와 소통을 기반으로 제도의 내실화를 주문하는 바람을 토론문에 담아 보았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비롯한 화학물질 안전이슈가 불거지고, 어느 순간부터 따라 나오는 말들입니다.
특히 케모포비아(chemophobia)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띄는데요. 최종안에는 변경되기는 했지만 제3회 화학안전주간 홍보를 위한 교육만화 구성안에도 들어가 있던 단어였습니다. 저는 이런 표현이 달갑지 않습니다. 뭔가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제품을 광고하고 판매한 건 기업인데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원하는 화학안전제도의 비전은 일반 시민들이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입니다. 대한민국의 역동성 때문인지 사건이 사건으로 잊혀지고, 이미 국민들이 수고를 하셔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제품 한 구석에 전성분이라고 나열되어 있는 복잡한 글씨를 안 보더라도, 설령 용법을 덜 꼼꼼히 찾아보더라도 안전정보가 확인되고, 안전한 제품들만 시중에 판매될 수 있다면 사회적인 우려가 좀 줄어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당장 그게 어렵다면 일단 정보의 효율적인 전달방안은 없을까. 하위사용자들의 책임이 강화되고, 시민들이 수고를 하지 않더라도 가능한 방식 말입니다. 발제를 해주신 전교수님과 사회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마침표와 변화의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한 “신뢰와 소통” 이라는 상식적인 전제를 우리가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까 고민이 듭니다.
“ 경제가 위기를 감안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 기술혁신과 기업 경쟁력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지난 몇 년간 산업계에서 반복해온 말들입니다.
사실 산업계의 말대로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나 생각도 듭니다. 최근 2019년 일본 수출규제때도,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기에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고요. 불황이 시작되고 있는 요즘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당을 막론하고 이런 산업계의 요구는 상당히 수용되어 오기도 했고요. 하지만 산업계의 메시지는 달라진 게 많지 않습니다. 오늘 발제하신 내용에도 들어가 있는 내용입니다.
1.지속가능성. 2.자발적 참여유도 시스템... 구축 3.현장작동성을 갖춘 실현가능한 규제방안
사실 중소기업도 정말 잘 하고싶다는 말씀이 저한테도 좀 울림이 있었는데요. 산업계가 말씀하시는 자발적 참여유도 인세티브 (세액감면 등)의 전제로서 대기업-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차원에서 노력해 새로운 이행방안을 도출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실 수는 없을까요? 중견기업, 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이행을 상당히 어려워 하시는 현실을 바꿔볼 방안도 제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그려보면 어떨까요? 문화적 요소를 말씀하셔서 이런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2011년에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공론화 된지도 올해에만 벌써 11년째인데 기업들은 얼마나 성찰했을까요. 우리 사회에 남긴 교훈은 무엇일까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사회학자 울리히 백(Ulrich Beck)의 저서 위험사회가 1986년에 독일에서 나왔는데요. 그가 강조한 성찰적 근대화라는 개념이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성찰성은 과학상의 현실주의에 대한 체계적 가정 때문에 근대적 위험들에 관한 전문가와 사회집단들 사이의 사회적-정치적 상호작용에서 배제되었다. 오늘날 이에 해당하는 예는 아주 많다.”
성찰적 근대화라는 담론을 강조한 외국 학자의 지적이 거의 40여년 전에 나왔는데,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어 보입니다. 우리가 화학안전3법의 지속가능성을 얘기하며 중장기계획을 수립할 때, 성찰의 내용들이 간과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랍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용역 제목이 (신뢰와 소통에 기반한)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 인데요. 이 제목이 약간 시민사회와 산업계의 요구를 반씩 섞은 것 같긴 합니다만 다시 한번 이 제목을 돌아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어떻게든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이 부분은 시민사회와 산업계 모두에게 공감대가 있다고 봅니다. 이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제도를 잘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 캠페인은 노란리본기금의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2030년까지 30%의 보호구역을 지정해 보전해야할 해양 생물다양성[/caption]

ⓒ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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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공판이 진행된 3년의 시간 동안 피해자들은 여전히 "내 몸이 증거"라고 호소하고 있다. 법원이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는 절규였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홍지호,안용찬 피고인을 비롯한 임직원 13인에게 1심과 동일형량을 구형했다. 지난 2021년 1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고 다양한 질환으로 사망하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보조적 연구수단에 불과한 '동물실험을 통한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건의 인과관계를 부정한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같은 환경사건의 특수성 이해하지 못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은 가해기업들과 관련 임직원들에게 면죄부를 쥐어주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지난 31일 기준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는 7,877명이고 1,835명이 사망했다.정부의 지원대상자는 5,21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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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찾아오는 이맘때, 요즘 날씨에 떠오르는 간식은 단연 붕어빵이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팥이나 슈크림을 비롯해 알맞은 재료가 들어간다.굳이 실제 붕어를 찾는 사람도 없다.이것이 붕어빵에 대한 시민들의 상식적인 눈높이다. 그런데 요즘 환경부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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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의 놀라운 장면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 장관은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우수기업 5곳에 상장을 줬는데, 여기에는 이마트도 포함됐다. 이마트는 CMIT/MIT 원료의 가습기살균제 상품을 판매한 업체로, 이 회사 임직원들은 에스케이(SK)케미칼, 애경산업 쪽 임직원들과 함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는 중으로 2024년 1월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지난 2017년 이후 진행돼온 생활화학제품 자발적 협약에 이마트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공이 있다는데, 찜찜함이 가시지 않는다.

2023년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 중 보호종 처리 현황이 확인된 주요 사업명과 지역도 ⓒ환경운동연합[/caption]
인천대공원 개발 대상 부지 일부 ⓒ환경운동연합[/caption]
인천대공원 조성사업 대상 부지에서 발견된 보호종은 총 10종으로 참매, 맹꽁이, 대모잠자리, 오색딱따구리, 도롱뇽, 곤줄박이, 줄장지뱀, 늦털매미, 톱사슴벌레, 큰주홍부전나비다. 인터넷에서 지도를 열고 인천을 살펴보면 대부분 지역에 건물이 밀집해 있다. 수도권 도시화와 산업단지 등으로 국토환경성평가지도 1등급 비율이 약 21%에 불과하다. 전국 9개 도와 8개 시의 1등급 비율을 비교했을 때 16위다. 이렇게 개발이 많이 진행된 도시의 개발 대상지에서 많은 보호종이 나온다는 건 대상 부지가 가진 녹지 생태와 생물다양성이 주변에 비해 풍부하다는 방증이다. 안타깝게도 인천시는 시가 보유한 가장 큰 녹지의 생태적 가치보다 개발을 선택하여, 매우 큰 면적의 대공원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시는 시가 진행한 보호종에 대한 보전조치 사항에 대해 ‘단계별 공정시행, 야간공사 지양, 미소(작은)서식지 조성 등’이라고 기재했다.
두 번째로 큰 규모로 진행될 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 대상은 청주그랜드CC홀 9홀 증설사업으로 면적은 1.97㎢를 넘어선다. 먼저 언급한 골프장 18홀 면적이 약 0.9㎢라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청주그랜드CC가 9홀을 증설할 계획을 세우고서 어떻게 실제로는 36홀 규모의 엄청난 개발을 진행하는지 의문이 들게 된다. 지도상으로 확인한 청주그랜드CC의 면적은 약 1.4㎢지만, 앞으로 증설할 9홀의 면적을 1.97㎢로 보고했다는 것은 규모 면으로 9홀 이상이 증설될 수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다. 지도에서 단순 규모 비교를 하면, 1.97㎢의 면적은 청주그랜드CC를 맞대고 있는 산지에 대한 훼손까지 가능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게 된다.
청주그랜드CC 골프장 증설 협의 내용에 표기된 보호종은 ‘삵, 수달, 큰기러기, 참매, 흰목물떼새’ 5종이다.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멸종위기 2급 종인 삵, 큰기러기, 참매, 흰목물떼새에 대한 보호종 후속 조치사항으론 ‘소형동물 이동통로 조성, 야간조명 관리 등’으로 표기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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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그랜드CC 사업부지 ⓒ환경운동연합[/caption]
세 번째는 산업입지 및 단지 조성의 분류에 포함된 진천 메가폴리스 산업단지 조성사업이다. 중부고속도로와 17번 국도 사이에 있는 산지에 조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진천 메가폴리스 산업단지 부지에는 1.4㎢ 규모로 수달, 삵, 하늘다람쥐와 같은 포유류와 원앙, 독수리, 새매, 새호리기, 황조롱이와 같은 조류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협의 후 생태자연도 2등급 지인 이 지역에 서식하는 보호종에 대한 후속 조치로 ‘단계별 공정시행, 저소음(진동) 장비 사용, 야간공사 지양, 미소(작은)서식지 설치 등’으로 기재했다.
말뿐인 보호종 후속 조치
55건의 환경영향평가 협의 중 면적 규모의 총합은 7㎢ 미터, 거리는 약 159㎞다. 이 규모는 여의도의 면적의 세 배가 넘는 면적이다. 우린 확보한 자료를 통해 지난 9개월간 협의한 대상지엔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럼 이렇게 넓은 대상지에서 시행된 보호종 처리 조치와 비율은 어떻게 될까?
55개 대상지에선 총 163건의 보호종 후속 조치가 진행됐다. ▲저소음(진동) 장비 사용(21%, 35건) ▲야간공사 지양(13%, 21건) ▲단계별 공정시행(12%, 19건) ▲보호교육 시행(6%, 10건) ▲대체서식지 마련(5%, 8건) ▲생태측구 설치(4%, 6건) 등의 후속 조치가 전체 비율의 61%에 달했다.
과연 이런 정도의 보호종 후속 조치로도 충분한 것일까?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종 포유류, 조류, 양서류가 과연 위에 제시된 방법만으로도 새 서식지를 찾아 생존을 이어갈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현실을 돌아보면, 이미 전국적으로 서울시 면적의 84%에 달하는 골프장이 존재하고 앞으로 더 많은 골프장이 건설될 예정이다. 또, 15개의 국제⋅국내선 공항이 존재하지만, 앞으로 10개의 공항을 더 건설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개발의 권한을 지자체장의 판단에 맡겨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대한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하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특별법을 만들어 발의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는 그간의 개발 경험을 통해, 그리고 상식으로도 인간 활동이 넓어지는 만큼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시민의 건강과 환경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생태계를 보전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마지노선인 환경영향평가를 실효성 있고 효과적으로 만들려면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개발 사안이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진행됐는지, 신중히 관찰·분석해 과오를 바로잡고 나아가 환경영향평가제도 자체를 바로 잡아야 한다. 이번 55건의 환경영향평가 데이터 분석 결과의 시사점은 바로 그것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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