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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업체에서 사람 죽거나 다쳤다'... 이런 건 널리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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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업체에서 사람 죽거나 다쳤다'... 이런 건 널리 알려야

admin | 수, 2021/09/08- 23:08

얼마 전 트위터에서 국세청의 고액세금체납자 명단 지도 서비스가 인기를 모았습니다. 국세청은 국세기본법에 따라 체납기간 1년 이상, 체납 국세가 2억 원 이상인 고액상습체납자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국세청 홈페이지에서는 이 명단을 지도 형태로 공개하여, 고액체납자들의 성명, 직업(업종), 주소, 체납액, 체납건수, 체납요지 등 다양한 정보를 누구나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링크). 해당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트위터 이용자들이 강남구에 고액체납자들이 몰려 있다는 사실을 알리거나, 전직 대통령의 세금 체납 액수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트위터에서 인기를 끈 고액상습체납자 명단 지도 ⓒ 트위터

명단공개 제도의 효과

이렇게 고액상습체납자의 명단을 일반에 공개하는 것을 행정용어로는 '공표'라고 합니다. 행정상 공표에는 법적인 의무를 위반하거나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성명이나 위반 사실 등을 일반에게 공개하여 명예나 신용에 타격을 주어, 법적인 의무를 이행하도록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법적 의무를 이행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만드는 효과도 있겠죠. 

한국에는 다양한 공표 제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청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식당의 상호명과 소재지, 대표자, 행정처분 등의 내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운영하는 식품안전나라 웹사이트에서는 식품위생법을 위반하여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들을 공개합니다(링크). 이 경우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는 식당이나 업체들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성격도 있겠죠.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상습적으로 임금체불을 한 사업주들의 명단을 공개하기도 합니다(링크). 체불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기능도 있고, 구직자들로 하여금 임금체불 사업장을 피할 수 있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직업안정법에서는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공개 제도를 활용하여 임금체불 사업주가 직업소개소에 구인공고를 내지 못하게 하거나, 임금체불 사업장이라는 사실을 적시하도록 하고 있기도 합니다.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에서는 체불사업주의 구인공고에 사전안내를 제공한다. ⓒ 알바천국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의 경우 앞서 살펴봤듯이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지도로 친절하게 세급체납자들의 정보를 공개합니다. 임금체불 사업주 역시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따로 메뉴를 만들어 바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체불사업주 명단공개 메뉴 ⓒ 고용노동부

 
이렇게 다양한 공표제도 중에서는 산업재해 사망사고 사업장에 대한 명단공개 제도도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산업재해가 잦아 사망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 사업장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공개 방식은 다른 공표 대상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유독 찾아보기 어려운 산업재해 사업장 명단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의 경우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하지만, 그 내용을 쉽게 찾기 어렵습니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정보공개 → 사전정보 공표목록 메뉴를 거쳐, 산재예방/산재보상 카테고리를 선택해야 '사업장의 산업재해 발생건수 등 공표'라는 게시판 바로가기 링크가 나옵니다(링크).

이 게시판에서 다시 PDF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수고를 들여야,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 사업장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더라도, 한참을 뒤져야 겨우 발견할 수 있는 셈이죠. 게다가 파일을 열면, 제대로 내용을 알아보기 힘든 빽빽한 표가 나옵니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하는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 일부 ⓒ 고용노동부

 
문제는, 이렇게 어렵게 명단을 확인하더라도 어떤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업종명, 규모, 사업장명, 소재지, 재해자 수 등의 정보는 공개하지만, 해당 사업장에서 어떤 안전 조치를 위반했고 그로 인해 어떤 처벌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국세기본법에서 고액상습체납자들의 명단을 공표하도록 한 것, 근로기준법에서 임금체불 사업주들의 명단을 공표하도록 한 것,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의 명단을 공표하도록 한 것. 셋 모두 법령 상 공표에 대한 조문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각자의 공표 대상 정보 범위를 정하고, 공개 방식은 관보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정보는 시민들이 찾아보기 쉽게, 활용하기 쉽게 공개하고, 어떤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게 공개하는 셈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발생할까요? 매일 일하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죽어가지만, 그 책임을 져야 할 기업들의 이름은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요?

앞에서 살펴보았듯, 명단공개와 같은 공표제도의 주요 효과 중 하나는 '법적인 의무를 이행하도록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것에 있습니다.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 공개 제도는 2002년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당시 명단공개 제도의 도입 취지는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예방의지 및 실천을 촉구하기 위해, 사업주의 명예·신용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통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함이었습니다(링크).

몇 달 전 산업재해 문제에 경각심을 가진 시민들의 많은 지지를 얻으며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이러한 명단공개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중대재해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사업장 명칭과 재해 내용 등의 정보를 공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사업주가 제대로 산재 예방에 나서라"는 법입니다.

법의 취지가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명단 공개가 '망신'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시민들이 산업재해로 사망사고가 일어난 사업장의 명단을 제대로 찾아보기도 어렵고 기업이 어떤 책임을 다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면, 명단 공개제도는 허울에 불과할 뿐,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명단 공개 자체보다도, 어떻게 공개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미국과 영국은 제대로 망신 주는데
 

 미국 산업안정보건청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업장 공개 ⓒ 미국 산업안전보건청

해외의 사례는 어떨까요?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은 산업재해 사고와 관련한 방대한 정보를 데이터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사망사고뿐 아니라 절단, 낙상 등 심각한 재해가 발생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수사하고, 그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립니다. 산업재해 사례 중에서 법 위반으로 소환장이 발부된 케이스들을 개별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고, 주별로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4만 달러 이상의 벌금을 문 사업장들의 명단을 지도 형태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가 일어난 사업장이 어떤 안전의무를 위반했는지, 이로 인해 어떤 사고가 생겼는지,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등의 정보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영국 보건안전청에서 공개하는 보건안전법 위반 기업 데이터 ⓒ 영국 보건안전청

영국 보건안전청도 산업재해 사고에 대해 상세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만약 영국에서 어느 기업이 보건안전법 위반으로 기소되면,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와 위반 법 조항, 구형 내용, 이전의 사건 기록들 등이 상세하게 공개됩니다. 미국과 유사하게 개별 산업재해 사고 사례에서도 사업장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업을 제대로 압박할 수 있는 명단공개 필요

2021년 1월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부터 시행됩니다. 법 시행을 위해서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마련하고, 현재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사업주가 안전보건의무를 위반해 일어난 중대산업재해에 대해 사업장의 명칭, 발생일시와 장소, 재해의 내용과 원인 등을 공표하라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시행령 제정안을 보면 "의무 위반으로 형이 확정된" 경우에야 사업장 명칭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고, 심지어 공표 이전에 소명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명단을 공개한 다음에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기간은 1년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공표하는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은 매년 3월 정도에 공개하는데, 2021년 3월에 2019년에 일어난 산업재해 사업장을 공개하는 방식입니다. 이미 2년 늦은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나마도 재판 등으로 인해 의무 위반 여부가 늦게 확정되면, 3년, 4년 된 사고 정보가 뒤늦게 공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해당 사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다 떠나간 후에야 공개된다는 뜻입니다. 

만약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명단 공개 역시 한없이 질질 끌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2년, 3년 후에야 사업장 명단이 공개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 공개 방식마저도 지금처럼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게시판에 PDF 파일로 올라온다면, 시민들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기도 어렵겠죠.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명단공개로 인해 '망신당한다'는 압박을 느낄 리 없습니다. 공표 제도의 원래 취지가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공표 제도가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명단을 빠르게, 상세하게, 시민들 누구나 쉽게 살펴볼 수 있는 방식으로 공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의 경우 법 위반 사실에 대해 소환장이 발부되면, 영국 역시 법 위반으로 기업이 기소되면 그 사실을 홈페이지에 바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보통 사고가 일어나 조사가 진행되면, 6개월 이내에 정보를 공개하는 셈입니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1심 판결이 나면 바로 명단을 공개해야 합니다. 명단공개 방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세청의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처럼 지도까지 동원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 공개처럼 시민들이 쉽게 찾아보고, 검색할 수 있는 방식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매년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 사고로 죽어갑니다. 더 이상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시민들의 열망에 힘입어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이제 공은 정부에게 넘어왔습니다. 법을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 입법 취지를 가장 잘 살리기 위한 방식은 무엇인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어떻게 제도를 운영할 것인가,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시험대에 오른 것입니다.

사업장 공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여러 내용 중에서도 정부가 어렵지 않게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제도 중 하나입니다. 현재 공개된 시행령은 비록 실망스럽지만, 나중에 시행령이 공포될 때는 작은 부분에서부터 제대로 해결하겠다는 태도가 드러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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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19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안이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현재의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공직역량청문회로 나누어 실시하고 공직윤리청문회의 경우에는 비공개로
실시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

 

이번 개정안이 발의되자 야당인 미래통합당 측은 개정안을 인사청문회
프리패스법
이라며 즉각 반발했습니다. 또한 여러 언론들도
각기 보도와 사설 등을 통해 이번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보내는 등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


그런데 사실 공직후보자의 윤리·도덕성
검증에 대한 청문절차를 별도로 두고 이를 비공개화 하려는 국회 차원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 오히려
매우 빈번하게 발의되고는 했었죠
. 그럼 이번 개정안과 유사하게 윤리·도덕성에 대해 비공개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이 얼마나 많았었는지 한 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작부터 문재인 정부 중반이 넘어서고 있는 현재까지, 정확하게는
2013 2 25
부터 현재
(6 24)까지
발의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모두
90개 안에 이릅니다. 이는
7 4개월 동안 한 달도 쉬지 않고 꼬박꼬박 매달 한 건
씩 발의된 꼴이죠
.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3225일부터 2017
310일까지 약 4 2주에 이르는 시간 동안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안 발의는 총 43차례
이루어 졌습니다
. 그리고 공직후보자의 윤리·도덕성
검증에 관한 청문을 비공개화 하자는 같은 골자의 의안 발의는
6번이나 반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의원들에 의해서 말이죠.



의안번호 발의자 정당 제안일자 주요내용
1906543

권성동
(등 12인)

새누리당 2013-08-26 윤리 검증을 위한 제1차인사청문회와 업무능력 검증을 위한
제2차인사청문회로 나누어 실시, 제1차인사청문회 비공개
1909419 강은희
(등 13인)
새누리당 2014-02-17 도덕성 검증을 위한 제1인사청문회와 업무능력 검증을
위한 제2인사청문회로 이원화, 제1인사청문회 비공개
1910597 윤명희
(등 15인)
새누리당 2014-05-14 인사청문소위원회를 두어 비공개로 도덕성 검증 완료 후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및 상임위원회에서 업무능력 검증을
위한 청문회를 실시
1911287 김영우
(등 12인)
새누리당 2014-08-01 공직수행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공직후보자 및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사생활은 비공개로 진행 하도록 함
1913503 장윤석
(등 12인)
새누리당 2014-12-31

도덕성심사소위원회를 둠으로써 이원화. 도덕성심사소위원회는 비공개 및 심사와 관련하여 알게 된 사항이나 취득한 자료를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것을 금지

2005799 윤안홍
(등 12인)
새누리당 2017-02-24 윤리성검증인사청문회와 업무능력검증인사청문회로 나누어
실시, 윤리성검증인사청문회는 비공개

 

그러면 문재인 정부는 어떻냐고요? 인사청문회를 부분적으로 비공개로 진행하자는 개정안이 문재인 정부에서 발의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실은 이미 4차례나 발의된 적이 있었죠. 특히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있었던 지난해 9월에는 공직후보자의
배우자 및 직계존속에 관한 내용
, 윤리 검증에 관한 내용을 비공개로 진행하거나 비공개 사전 검증을 신설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세 차례나 거의 동시에 발의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



의안번호 발의자 정당 제안일자 주요내용
2022475 이석현
(등 11인)
더불어민주당 2019-09-16 공직후보자와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사생활에 관한 사항은
비공개로 진행
2022484 이원욱
(등 10인)
더불어민주당 2019-09-16 인사청문소위원회를 두고, 윤리에 관련된 검증은 인사청문소
위원회에서 비공개로
2022499 정성호
(등 10인)
더불어민주당 2019-09-17 예비심사소위원회에서 비공개 사전 검증를 신설
2024664 문희상
(등 19인)
더불어민주당 2020-03-04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하여
실시하되 공직윤리청문회는 원칙적으로 비공개
2100781 홍영표
(등 46인)
더불어민주당 2020-06-01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 실시, 공직윤리청
문회는 비공개



이렇게 놓고 보자니 인사청문회의 윤리·도덕성
청문의 비공개화는 양당이 여당이 되면
, 그리고 굵직한 인사청문회 뒤에 으레 발의되는 법안인 듯한 느낌까지
들기도 합니다
. 그런데 왜 아직까지 법률안이 통과되지 않았을까요? 우선
발의만 되면 야당들이 전면적으로 반발했습니다. 또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하면서 기존 인사청문회를
형식적인 깜깜이 청문회로 퇴색시킨다는 정치적인 부담을 견디기 쉽지 않았던 이유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사뭇 분위기가 다른 느낌입니다. 이번 인사청문회 개정안은
발의 의원이 무려
46명에 달해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반대를 뚫고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듯합니다
.


기존 인사청문회에 문제가 있다면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런데 윤리·도덕성 검증에 관한
청문회를 비공개로 전환하는 것이 과연 
해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정말 기존에 국민들에게 전면 공개했던 청문회를 일부 비공개하는 것은 옳은 것일까요? 오히려 청문회가 비공개로 진행되면 공직후보자들의 윤리·도덕성의
문제들이 비공개 되거나 여야간 정치적 타협거리가 되지는 않을까요
?

 

여야를 막론하고 거대 양당의 소속 의원들은 스스로 청문회에 임하는 태도를 성찰하지 않은 채, 공직후보자에게 높은
윤리
·도덕적 책무와 국회의 이성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현재 청문회
제도를 시대적 요구와는 무관하게 퇴행시키며 자신들의 정치적인 이점을 취하려고 합니다
. 여기에 정부는 사전 검증을 허술하게
거쳐 공직후보자를 지명해 국회에게 정쟁의 덜미를 제공해 놓고 청문회 제도와 국회를 탓합니다
. 이런 한국정치의
총체적인 이기심과 게으름 속에서 결국 침해당하고 있는 것은 결국 시민들의 소중한 알권리 뿐입니다
.


2100781_홍영표_등_더불어민주당_의안원문.pdf

2024664_문희상_등_더불어민주당_의안원문.pdf

2022499_정성호_등_더불어민주당_의안원문.pdf

2022484_이원욱_등_더불어민주당_의안원문.pdf

2022475_이석현_등_더불어민주당_의안원문.pdf

2005799_윤안홍_등_새누리당_의안원문.pdf

1913503_장윤석_등_새누리당_의안원문.pdf

1911287_김영우_등_새누리당_의안원문.pdf

1910597_윤명희_등_새누리당_의안원문.pdf

1909419_강은희_등_새누리당_의안원문.pdf

1906543_권성동_등_새누리당_의안원문.pdf


 

 

목, 2020/06/25-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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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에는 시민들의 생계와 사회적 생활에 있어 매우 중요한 두 가지 결정이 이뤄졌습니다. 2021년 최저임금과 기준중위소득이 결정된 것입니다.

먼저 최저임금은 모든 노동자들이 아무리 적어도 이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법으로 정하는 금액으로, 돌아오는 2021년 최저임금은 시급 8720원 (월급 환산시 1,822,480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2020년 최저임금이 8,590원이니 1.5% 인상을 결정한 것입니다. 
이는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낮은 인상률인데요, 코로나19의 여파로 자영업자등 많은 영세 사업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애초 최저임금을 1만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나 소득주도 성장의 기조를 생각해볼 때 노동자 입장에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치인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특히 2019년부터는 복리후생비와 상여금 일부를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법이 개정되면서 실질적으로 임금 상승의 효과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이번 인상안을 최악으로 평가하고 최저임금제도 개혁 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진 최저임금에 비해 '기준중위소득'은 다소 낯선 용어인데요,  중위소득이란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소득을 오름차순으로 배열했을 때 중앙에 있는 금액을 말합니다. 그런데 가구별 소득의 정확한 수치는 어떤 통계를 활용하느냐, 가구원에 따른 추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에서 매년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기준중위소득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산정을 포함해 소득을 기준으로 한 각종 복지사업에 있어 기준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이 금액이 얼마인지에 따라 복지의 대상과 수준이 크게 달라지게됩니다. 최근 많은 지자체에서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중위소득에 따라 지급한 사례를 떠올려보면, 기준중위소득이 왜 중요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매년 발표되는 최저임금과 기준중위소득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요? 

현재 최저임금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설립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자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이 협의해 결정합니다. 기준중위소득의 경우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산하의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관계부처 공무원 6명, 전문가5명, 공익위원 5명이 회의를 통해 결정합니다.  대표로 인정되었거나 정부에서 위촉한 소수의 인원이 협상하여 금액을 결정하는 것인데요, 결정금액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정작 결정에 이르기까지 각 입장의 구체적인 주장과 근거, 쟁점은 무엇인지, 어떤 상황과 맥락에서 최종결정이 이뤄지는지는 시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러한 위원회 회의들이 시민과 언론에 공개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년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는 최저임금의 경우, 위원회 회의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18대 국회에서부터 지금까지 9건이나 상정되었지만 실제 개정은 이루지지 못했습니다. 기준중위소득 결정과정은 상황이 더 심각한데요, 위원회의 구성부터 결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행정의 주도로 이뤄져 투명성이 더욱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회의록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18대-21대 최저임금 회의공개 관련 법안]

사실 개별법을 바꾸지 않더라도, 회의의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시행령이나 규칙으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행정차원에서 공개를 할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상위법의 강제 조항이 없는 한 행정이 스스로 위원회 회의를 공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행정이 주도하는 위원회의 폐쇄적 운영은 각 사회운동 영역에서도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는데요, 때문에 정보공개센터에서는 '모든 위원회 회의는 공개'임을 원칙으로 하는 '회의공개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국회에서 하는 회의나 국정감사, 청문회의 경우 시민들이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속기록으로도 남겨집니다.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의원들이 제기하는 내용이나 태도를 보여주는 '레전드 짤'이 탄생해 화제가 되기도 하고, 의원별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분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국회에서 논의되는 정책이나 인사결정에 대해 보다 다양한 의견을 접하면서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만큼 많은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무려 22년 전, 정보공개법이 만들어졌던 주요한 취지는 "행정기관의 정책결정에 의견을 제시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수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이 된 지금까지도 시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많은 사안들이 밀실에서 결정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의사결정 과정'을 꽁꽁 숨기는 관행을 깨고 위원회 회의에서 어떤 주장이 나오는지, 누가 어떻게 말을 하는지 더 많은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행정에서는 회의가 공개되면 위원들이 어떻게 자유롭게 발언을 하겠냐는 우려를 내세워 회의공개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대표성을 가지고 주요한 공적 결정을 하는 위원이라면 발언이 공개되는 정도의 책임감은 가지고 임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최저임금과 기준중위소득처럼 주요한 회의가 중계는 고사하고 속기록도 남지 않는것은 시민의 알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사항입니다. 주요한 회의는 행정에서 선제적으로 중계나 방청을 시행하고 속기록을 충실히 남겨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21대 국회에서는 하루 빨리 회의공개법을 제정해 현장에서 적용되는 주요한 결정들에 대한 알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입니다.  


정보공개센터의 회의공개 관련 활동

목, 2020/08/1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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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역지방자치단체들에서 잇따라 직원에 대한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방단치단체의 성폭력 문제 해결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인 안희정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씨는 자신의 책 [김지은입니다]에서 자신의 피해 경험에 대해 밝히면서 비서 노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직적이고 권력적 관계에서 노동자로 겪었던 어려움이 위력에 의한 성폭력으로 이어졌음을 토로하였습니다. 강한 권력을 가진 선출직 공직자를 '모시는' 입장이기 때문에 주변 동료들에게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더라도 침묵하기를 강요 받거나, 조직 내에서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고충이 처리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도청 공무원 간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고충처리를 위한 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성희롱 사건에 대한 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참모 조직도 알고 있었다. 문제없다는 결정을 내린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의 구성은 비전문가인 내부인 위주였다. 심지어 한 심의위원은 심의 자리에서 피해자에게 사안과 전혀 관련 없는 "어떻게 이 사건을 언론이 알게 되었느냐?"는 질책성 질문을 했다고 들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해준 셈이다.

책, [김지은입니다] 표지

김지은씨의 증언은 공공기관에서 성폭력 피해 예방 및 사건 처리를 위해 구성하고 있는 성희롱·성폭력고충심의위원회가 피해자 구제를 위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질책하여 적극적인 신고와 증언을 가로막았음을 드러냅니다. 실제로 해당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고충심의위원회가 사건을 조사한 후 '성희롱이 아니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합니다. 이후 도 감사위원회가 특별감사에 나선 후에야, 9건의 성희롱이 있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이처럼 조직 내부에서 성 고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은 더욱 더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기 어려워지고, 법적 다툼을 감수하고 형사고발하거나, '미투 운동'의 사례처럼 외부에 공론화하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충남도청의 성 고충 전담 직원은 6급 주무관이었다. 안희정은 수시로 충남경찰청장과 지역 검사장들과 통화했다. 대체 누구에게 신고를 해야 해결해줄 것인가? 아무도 떠올릴 수 없었다.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란?

공공기관의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는 접수된 사건이 성희롱인지 그 여부를 결정하고, 가해자에 대한 징계와 조직에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은 고충심의위원회의 역할로 성희롱·성폭력의 판단,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그 밖에 성희롱·성폭력의 재발 방지에 관한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공공기관 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안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막대한 기구라 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 성희롱·성폭력 예방 지침

[시행 2020.02.03.]

제13조(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의 설치)   성희롱·성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둘 수 있다.

1. 성희롱·성폭력의 판단(2차 피해를 포함한다)

2.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3. 그 밖에 성희롱·성폭력의 재발 방지에 관한 사항

광역자치단체마다 고충심의위원회의 구성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6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당연직 위원, 공무원 노동조합이 위촉한 위원, 외부 전문가를 위촉한 위원 등으로 구분합니다. 특정 성별이 전체 위원의 10분의 6을 넘지 않도록 한다는 점 역시 공통적입니다. 보통 여성 의제를 다루는 담당 부서의 장과 인사나 감사 담당 부서의 장이 내부 위원에 포함되며, 많은 지자체에서 공무원 노동조합이 지명한 1인 이상의 위원을 두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구광역시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및 처리 지침
[시행 2019.04.10.]

제14조(성희롱ㆍ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의 설치ㆍ구성)   ① 시장은 성희롱ㆍ성폭력 사안의 처리를 심의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성희롱ㆍ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설치할 수 있다. <개정 2019.4.10.>

②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6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③ 위원장은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업무 담당 국장이 된다. <개정 2019.4.10.>

④ 위원은 남성 또는 여성의 비율이 전체 위원의 10분의 6을 초과하여서는 아니 되며, 당연직 위원은 인사ㆍ복무 및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업무 담당 부서장 및 감사부서 조사 업무 담당 사무관으로 하고, 당연직 외의 위원은 공무원노동조합에서 추천하는 공무원 및 성희롱ㆍ성폭력 방지 관련 전문가 중에서 시장이 임명 또는 위촉하되, 민간 전문가가 2명 이상 포함되도록 하여야 한다. <신설 2019.4.10.>

⑤ 위원회의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간사 1명을 두되, 간사는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업무 담당 사무관이 된다. <신설 2019.4.10.>

⑥ 위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때에는 위원장이 미리 지명한 위원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 <신설 2019.4.10.>

⑦ 당연직 위원의 임기는 그 직에 재임하는 기간으로 하며, 위촉직 위원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 <제4항에서 이동 (2019.4.10.)>, <개정 2019.4.10.>


 [김지은입니다]를 통해 과거 충청남도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가 도청에서 있었던 성폭력 사건을 묵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과연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들에서는 고충심의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따라서 지난 6월,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이하 '고충심의위원회') 구성 현황과 위원 명단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해보았습니다.

고충심의위원회 구성 현황


 정보공개센터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17개 광역지자체의 고충심의위원의 성명과 직위, 성별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자료를 기준으로 고충심의위원회가 제대로 구성되어 있는지, 위원의 성별 비율은 잘 지켜지고 있는지, 조직 내부의 공무원이 아닌 외부 전문가 위원 비율은 어떠한지 알아보았습니다.



광역지자체 성명 성별 직위 위촉일 당연직/위촉직
강원 김성호 강원도 행정부지사 위원장 당연직
강원 고정배 강원도 보건복지여성국장 2019. 7. 1 ~ 현재 당연직
강원 박동주 강원도 총무행정관 2020. 2. 1. ~ 현재 당연직
강원 홍성호 강원도 감사위원회 위원장 2020. 2. 1. ~ 현재 당연직
강원 조창배 강원도 상임인권보호관 2019. 10. 10. ~ 현재 당연직
강원 김웅희 강원도청 공무원노동조합 소통국장 2020. 1. 22. ~ 현재 위촉직(노동조합)
강원 허애경 춘천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장 2019. 5. 28. ~ 현재 위촉직(외부전문가)
강원 유정흔 젠더십향상교육원장 2019. 5. 28. ~ 현재 위촉직(외부전문가)
강원 천정아 법무법인 소헌 변호사 2019. 5. 28. ~ 현재 위촉직(외부전문가)

강원도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위원 명단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위원 명단(2020.07) 링크

 정보공개 청구 결과, 먼저 경기도와 전라북도, 그리고 부산광역시는 고충심의위원회가 상설기구로 구성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세 지자체는 사안이 있을 때마다 고충심의위원회를 새로 구성하여 사건을 처리한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경우 당연히 위원회를 구성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고충심의위원회의 역할 중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있는만큼, 빠른 사건처리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위원회를 상설기구화 해야할 것입니다.

 나머지 13개 광역지자체에는 모두 고충심의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광주광역시의 경우 특이하게도 '인권옴부즈맨 회의'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관련 지침에서 고충심의위원회를 이 '인권옴부즈맨 회의로 대체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광주광역시는 현재 고충심의위원회를 따로 운영하지 않으며, 인권옴부즈맨 회의를 구성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인권옴부즈맨 회의가 인권과 관련된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지만 성폭력 문제에 대해 사안을 판단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광주광역시 인권옴부즈맨 회의 구성을 살펴보면, 여성, 노동, 장애인, 이주민, 학계 등 각 분야를 총망라하고 있지만 여성 분야 전문가로는 광주여성재단 대표 한 사람만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권옴부즈맨의 본래 역할이 인권침해와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 및 권고인 이상, 해당 기구는 본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고 성폭력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고충 처리 기구를 두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온당한 방향입니다.


당연직 위원들은 왜 남성이 대다수일까?


 광주광역시를 포함하여 고충심의위원회를 상설기구로 운영하고 있는 전체 위원들의 성별 구성을 살펴보았습니다. 전체 101명의 위원 성별 비율은 1:1에 가깝지만, 특징적인 것은,  간부급으로 구성하는 당연직 위원은 남성이 대다수고, 외부 전문가 위원은 여성 전문가를 다수 위촉한 경우가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광역지자체

당연직 위촉직(노동조합) 위촉직(외부전문가) 총계
강원 5 1

3

6 3
경남 3 1 1 1 1 4 3
경북 2 1 2 1 2 4 4
광주 1 3 3 4 3
대전 3 2 2 3 4
서울 3 1 1 2 1 6 5 9
세종 4 1 2 4 3
울산 2 1 1 2 4 2
인천 1 3 1 1 2 4
전남 3 1 1 2 3 4
제주 3 2 1 1 3 4 6
충남 4 3 4 3
충북 4

2

4 2
총계 38 12 7 6 6 32 51 50


14개 광역지자체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위원 구성 현황

표에서 살펴볼 수 있듯 강원도, 울산광역시, 충청남도, 충청북도의 경우에는 당연직 위원, 노동조합의 위촉 위원 등 공무원 위원들은 전원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통 위원 구성에 있어서 인사 및 감사를 담당하는 부서장들이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되는데, 이들이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젠더 관점에 기반하여 사건 처리에 나서야 할 고충심의위원회에서 공무원 위원의 성별이 남성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 특히 또 대다수 고충심의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남성 공무원 위원이 맡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은 꼭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관료 조직 내부의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경우 민간 전문가들이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거나, 공무원 위원들의 입장 때문에 제대로 의견을 개진하거나 관철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충심의위원회 구성에 관한 지침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공무원 위원과 민간 전문가 위원의 수를 동수로 하고, 위원장 역시 당연직 위원과 민간 위원이 공동으로 맡도록 하고 있습니다. 회의를 소집하고 안건을 상정하는 위원장 자리를 민간 위원이 함께 맡도록 하고, 민간 위원의 비율을 높이는 것은 위원회의 운영이 시청의 조직 논리에 맞춰 흘러가지 않도록 견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공무원 사회의 조직문화 자체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공무원 위원들 중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 자체를 바꾸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노동조합에서 위촉한 위원들은 여성을 의무적으로 포함하게 하는 등의 규정을 통해 위원회에서 여성 공무원의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합니다.

작동하지 못한 매뉴얼

마지막으로, 최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소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현재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성폭력·성희롱 예방지침이 기관장이 가해자인 경우를 상정하고 있지 않은 문제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모범적인 성희롱·성폭력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 받았음에도,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최근 시사in 기사( ‘조직은 사각지대였고 구제 채널은 침묵했다')의 분석 내용에 따르면,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에 등장하는 주체는 기관장, 관리자, 행위자, 피해자로 나뉘어 있지만, 여기서 기관장은 해당 기관에 소속된 사람들이 성희롱을 하지 못하도록 관리 감독하는 주체로서만 언급될 뿐"입니다. 즉 "기관장이면서 동시에 ‘행위자’인 경우는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것"입니다.

서울특별시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역시 여타 공공기관에 비해 잘 정비되어 있지만, "기관장이면서 동시에 '행위자'인 경우"에는 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맡을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에서 살펴본 결과, 시장이 성추행 가해자로 신고된 초유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고충심의위원회가 개최되지 않았습니다. 매뉴얼은 잘 갖춰졌지만, 정작 비상 상황에서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입니다.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의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관련 문서들

'미투 운동'이 남긴 과제, 시스템의 재정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니다. 조직 내부에서 성 고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은 더욱 더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법적 다툼을 감수하고 형사고발하거나, 자신이 광범위한 2차 가해에 노출될 위험에도 불구하고 외부에 공론화하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결국 시스템의 미비가 피해자의 괴로움을 가중시키고, 조직 차원에서도 더 큰 갈등과 상흔을 남기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김지은입니다]의 증언은 안희정이라는 가해자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관료 조직'에서 '젊은' '계약직' '여성' '노동자'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피해의 경험, 그리고 이를 호소하기 어려운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습니다.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은 수많은 정부·공공기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성폭력 문제에 대한 예방과 처리 역량을 갖춘 기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잇달아 문제들이 발생하고, 시스템의 미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과연 다른 기관들은 문제가 없을까요? 단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상황인 것은 아닐까요?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중요한 과제는, 자신을 드러낸 피해자들의 용기에 연대하는 것에 더불어 아직 드러나지 못한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성폭력·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꼼꼼히 점검하고 개선책을 만드는 것이 그 첫 단계일 것입니다.


화, 2020/08/2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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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21대 국회의원의 재산신고(변동)내역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번 재산신고내역은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중 초선 국회의원들의 최초 재산신고사항이 포함되어 공개되었습니다. 

정보공개센터에서는 매년 정기재산변동신고 내역을 분석이 용이하도록 구글스프레스시트 형식으로 변환하여 시민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오늘 추가로 공개된 재산 신고내역 또한 구글스프레드시트로 변환하여 공개합니다. 

정부가 공개하는 PDF파일 형태로 분석이 어려우신 분들은 정보공개센터가 정제한 재산신고내역을 활용해주세요.  


<2020.08.28 국회의원 재산신고내역(21대 국회의원 신규등록 포함)>(바로가기 클릭)

2020 국회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신고(바로가기 클릭)


[2020년 8월 28일 국회의원 재산신고내역 안내]


<데이터 안내>

- 단위금액 : 천원

- 이 데이터는 2020년 8월 28일 국회공보에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등록(변경) 공개목록 PDF를 시민들이 분석하기 쉽게 정보공개센터에서 정제해 공개한 데이터입니다.

* 재산상세내역 시트구분안내

  - 재산상세내역_신규등록 : 제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중 신규 임용된 공개대상자(154명)의 최초신고사항

  - 재산상세내역_재등록 : 재산등록 후 다시 공개대상자로 된 재등록의무자(21명)의 재산공개내역

  - 재산상세내역_퇴직의원 : 제20대 국회의원 중 공개대상자에서 퇴직한 등록의무자(157명)의 재산공개내역 (공직자윤리법 제6조 제2항)

<이용방법>

1. 엑셀로 저장

   메뉴 > 파일 > 다른 이름으로 저장 > microsoft excel

2.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저장

   구글 로그인 후 메뉴 > 파일 > 사본만들기

<원본 파일>

국회 공보 링크 

PDF->엑셀변환 파일

* 데이터 문의 :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메일 [email protected]

토, 2020/08/29-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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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3개월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5월 16일 기준 370만 명이 백신 1차 접종을 했고, 정부에서는 6월까지 1400만 명에 백신 접종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백신 공급에 대한 우려와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매일 진행되는 보건 당국의 언론 브리핑에서는 정말 제약사들과 계약 하긴 한 것인지, 계약 물량이 구체적으로 언제 도입되는 것인지, 차질이 없을 것이라 보는지 확인하는 질문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 5월 3일 정부에서 발표한 2분기 예방접종 수정계획에 따르면, 현재까지 정부가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한 제약사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노바백스, 얀센, 모더나 총 5곳.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는 2분기까지 1420만 회(710만 명분) 도입이 예정되어 있으며, 다른 제약사들의 경우 도입물량을 협의 중입니다. 

 

5월 3일 정부가 발표한 2분기 예방접종 수정계획 

전 세계가 백신 공급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각 제약사와의 계약 내용이 무엇인지, 얼마를 지불하고 언제, 어떤 형태로 백신을 구매한 것인지 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우리는 이 계약서의 실체와 내용을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EU 미국의 경우 계약서의 주요 부분을 가리고 공공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보공개센터에서는 질병관리청에 백신 계약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우리 정부는 그마저도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유는 '각 제약사와 체결한 기밀유지협약(CDA) 및 선구매 계약서상 기밀유지조항에 저촉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계약서 유무나 형태라도 공개한 나라들에 비해 실체조차 '비공개'로 일관하는 것은 백신 정책에 대한 신뢰를 오히려 저해하는 과도한 비공개 결정입니다.

질병관리청 백신계약서 정보공개청구 내용과 답변

 

 

베일에 가려진 의약품의 적정가격

백신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지난 겨울부터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의 백신 구매가 비밀로 진행된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은 민감한 문제일 수 있어 유독 비밀에 가려진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약회사들은 수십 년 전부터 모든 신약에 대해 구매가격 및 협상 내용을 비밀로 할 것을 각 나라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약회사의 영업전략으로, 서로의 계약 내용을 공유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협상에 있어 자신들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쓰입니다.

공중보건을 위해 약이 필요하지만 다른 사례들을 알 수 없는 각국 정부와 인도주의 기구들은 신약의 가격이나 도입 시기, 방법이 어떤 근거로 정해지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정보가 없으니 제약사들과 협상할 때 취약한 입장에 설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제약사가 부르는 가격에 맞춰 비싸게 신약을 사거나, 제약사의 자선에 기대거나, 의약품 사용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입니다.

거대 제약사들이 취하는 이러한 비밀주의 관행은 팬데믹 이전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지난 2015년 국제구호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는 폐렴구균 백신을 개발한 GSK와 화이자에 대해 개발도상국에 보급하는 구매단가를 낮추라는 요구와 함께, 백신 판매가로 각 국가에 얼마를 요구하는지 공개하도록 촉구하는 'Fair Shot'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청년의사 5월 1일 기사, "거대 제약사들의 백신 비밀주의를 벗겨야 한다").

제약회사들이 모든 나라에 이렇게 당당하게 비밀 유지를 요구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제약회사들이 신약 특허를 통해 20년 상당의 기간 동안 시장에서 '독점권'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어떻게든 약을 사야만 하는데 그 약을 만들고 팔 수 있는 곳이 단 하나라면? 권력이 제약회사에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비밀주의와 같이 이익 극대화를 위한 수단을 쉽게 관철할 수 있는 구조인 것입니다.

 

특허 면제와 함께 백신 투명성 요구해야

제약회사가 오랫동안 누려왔던 특허 제도가 지금처럼 대중의 큰 관심을 받는 시기는 역사상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지난 5월 5일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백신에 한해 특허 면제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백신 공급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지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몇몇 나라들이 백신 생산량의 대부분을 사재기하는 심각한 상황에서 특허 면제안에 진전이 있는 것은 의미가 크지만, 실제 공급 확대에 대한 예측은 밝지만은 않다. 유럽이 특허 면제안에 반대하고 있고,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한 mRNA 백신의 경우 원 제약사의 적극적인 기술 이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독점 완화로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남아 있습니다. 제약회사들은 특허가 아닌 생산능력, 원료수급 등의 문제라며 어떻게든 자신들의 독점적 지위와 향후 기대 수익을 포기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19의 변이는 계속해서 확산하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는 N차 유행이 반복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가 종식되지 못하고 계속해서 상존하는 엔데믹(endemic)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면에서 제약회사의 이익이 아닌 인류의 건강권을 우선으로 하는 백신 분배를 위해서는, 특허 면제와 함께 백신에 대한 투명성을 더 강력히 요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허를 가진 제약사들은 연구개발 과정에서 공적자금과 자부담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임상시험 비용은 얼마인지 전혀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는 의약품에 대한 원가 산정을 불가능하게 해 공공이 의약품의 적정가격을 논의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백신 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공정한 백신 공급 전략을 세우고, 특허 이외의 보상 모델을 고민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제약회사들이 어떤 기준으로, 얼마의 가격으로 백신 계약을 했는지 공개하도록 하는 것 역시 독점을 이용한 횡포를 견제하는 최소한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필수적입니다. 비슷한 경제 규모의 나라끼리 시세라도 비교할 수 있어야 하고 가격과 공급 일정, 물량을 책정하는 기준이라도 정확히 알아야 각국이 백신 정책을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백신 투명성의 가장 큰 의미는 백신이 결국 공공의 세금으로 구매되는 공공재라는 점을 명확히 해 세계 시민들이 백신 분배에 더 적극적으로 정치적·윤리적 개입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백신을 계속 구매할 수밖에 없다

수급이 안 되는 마당에 백신 가격이나 투명성 요구가 너무 먼 이야기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매체에 유출된 EU-화이자의 최근 계약내용에 따르면 이미 EU는 내년 및 후년의 추가 백신구매 계약에서 26%의 가격 인상을 통보받았습니다. '팬데믹이 종식될 때까지 원가만 받겠다'고 공언한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21년 7월을 기점으로 코로나 종식 선언을 자의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7월 이후부터는 가격이 인상될지 모릅니다.

코로나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게다가 코로나19는 끝이 아닙니다. 코로나 이후에도 다른 감염병은 또 발생할 것이고, 이미 고도로 연결된 세계에서 언제든 팬데믹은 다시 올 수 있습니다.

  EU-화이자 코로나백신 구매계약서

 

결국 의약품 생산체계가 갑자기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각국 정부는 신약을 개발한 민간 제약회사로부터 계속해서 백신과 치료제를 구매하게 될 것입니다. 제약사들이 지금처럼 백신 판매와 주가 상승으로 수십 조의 이익을 챙기면서 한편으로는 불투명한 계약으로 공공의 건강권을 위협한다면, 우리는 공익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다각도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각기 다른 환경에 처한 시민들이 백신의 개발비용과 계약 조건에 대해 알고, 공유하고, 분석하는 것이 이러한 고민과 토론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금, 2021/05/2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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