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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려 살고 어울려 짓는 문경 희양산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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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려 살고 어울려 짓는 문경 희양산공동체

admin | 금, 2021/07/30- 19:41

* 2021년 8월호(646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조합원과 함께 토종벼 손모내기에 한창이던 문경 희양산공동체를 찾아갔다. 새벽부터 시작했다는 것 치곤 영 진도가 나가지 않은 모양새가 의아했는데, 지켜보니 일하는 시간보다 새참으로 막걸리 마시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길기 때문이었다. 그런들 어떠랴. 날은 맑고, 술맛은 좋으며, 삐뚤빼뚤 모를 심어도 어차피 김은 우렁이가 맬 텐데. 오늘 가장 중요한 건 ‘어울리는 일’이니 알고 보면 모두들 본업에 충실한 중이다.

 

마을의 일부가 되어 농촌을 살린다

귀농인 중심으로 결성되어 회원 대부분이 귀농인으로 이루어진 희양산공동체는 ‘농부로서의 삶’보다 ‘농촌에서의 삶’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였다. “희양산공동체를 알려면 먼저 ‘희양산마을’이라는 마을공동체를 이해해야 해요. 원래부터 지역에서 농사짓던 사람, 귀농한 사람, 귀촌해서 다른 일을 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모인 마을에 한살림 생산공동체가 일부로서 속해 있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농사와 활동을 공동체에 한정하지 않고 마을 단위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귀농 19년차인 장기호 공동체 대표의 말이다. 농촌에는 농사짓는 사람만 있지 않고, 다양한 사람이 지속가능하게 살 수 있어야 우리 농업과 농촌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희양산공동체에서 농사를 대하는 태도도 다른 곳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크게 농사짓고 높은 소득을 올리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재미있게 살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였어요. 그래서 농사 규모를 늘리기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에도 힘쓰죠.” 농사로만 생계를 꾸리지 않고 소규모로 농사짓는 이유 중 하나로, 실제로 희양산공동체는 다른 일을 병행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근본은 농사라는 사실을 늘 기억하며 특히 친환경 유기농업을 고집한다. “귀농학교 등을 거쳐 여기로 귀농한 사람들은 유기농을 안 하는 걸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막상 해보면 쉽지 않고 잘 안되죠. 그래도 유기농을 포기하고 관행으로 해야겠다고 하기보다는 면적을 조금 줄이더라도 유기농으로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올해로 귀농 10년차인 김경미 생산자도 올해 유기농 고추농사가 잘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 “3년 전 전업농부가 되면서 한살림 생산자가 되었어요. 논 다섯 마지기 짓고 밭 1,500평에 고추와 결명자를 심었는데, 5월부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고추는 약정량을 포기했고 결명자도 병이 와서 다시 심어야 해요. 그래도 서로 품앗이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게 힘이 돼요.”

 

어울려짓기, 들어보셨나요?

희양산공동체의 가장 큰 특징은 ‘어울려짓기’. 농사짓고 싶은 사람 30여 명이 십시일반으로 논을 빌려 공동경작하는 활동을 10년 이상 해오고 있다. “어울려짓기에 참여하는 사람은 한 달에 한두 번은 와서 때마다의 농사일을 해야 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농촌에서의 삶을 경험하게 되지요.” 농사를 경험하고 농촌공동체 안에서의 소통을 배운다는 두 가지 목적을 충족시키는 활동으로, 특히 귀농귀촌에 관심 있고 준비하는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어울려짓기를 통해 수확한 쌀은 참여한 사람들이 조금씩 나누어 가져가고, 나머지는 사회적 연대의 의미로 밥을 지어먹는 운동 현장에 후원한다. “해마다 400kg 정도를 나누는데 제주 강정마을과 성주 사드 반대 현장, 쌍용자동차 파업 현장에도 보냈어요.” 희양산공동체가 ‘어울려 사는’ 이웃의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환경운동도 공동체가 함께

희양산공동체는 옷되살림운동과 하루쉼표의날 등 한살림 기후위기 대응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한살림 생산공동체이기 때문에 작은 마을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활동을 알고 참여할 수 있지요. 농사를 짓다 보니 기후위기에 관심이 큰데 한살림 소식지를 많이 활용합니다. 생산자 각자가 정보를 일일이 찾아보기 힘드니까 공동체 월례회의 때 소식지에 나온 이야기를 같이 나눠요.” 이와 관련하여 장기호 대표가 바라는 점은 기후위기에 대한 영상자료도 있으면 좋겠다는 것. “마을 모임할 때 같이 보고 사람들한테 공유도 할 수 있게 3~5분 정도 되는 짧은 동영상이 있으면 좋겠어요.”

영농폐기물 분리배출과 친환경세제 사용 등을 실천하는 희양산공동체는 자체적으로 막걸리 병재사용도 하고 있다. “농사지은 쌀이 많이 남아서 막걸리를 빚었는데 플라스틱 병이 너무 많이 나오는 거예요. 안되겠다 싶어서 마을 안에서 마시는 막걸리는 유리병에 담아 재사용하기로 했죠.” ‘희양산 막걸리’를 만드는 이재희 생산자는 올 초부터 시작한 막걸리 병재사용이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말한다. “깨끗하게 씻은 병만 회수하고 그렇지 않은 건 마신 사람에게 다시 씻어서 내놓게 하죠. 회수한 병은 열탕소독한 뒤 말려서 쓰고요. 이런 게 공동체 생활의 묘미라고 생각해요. 조금 귀찮아도 해야 하는 것을 하는 거죠.”

 


자체적으로 옷되살림운동을 독려하고 전기절약을 실천하는 포스터를 만들 만큼 기후위기 대응에 진심인 희양산공동체. 세월호 7주기도 공동체가 함께 기렸다.

 

더 깊은 교류로 조합원과 만나다

희양산공동체는 올해부터 한살림경기남부 조합원들과 함께 토종벼 어울려짓기를 시작했다. 1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조합원 5~10명이 생산지에 와서 볍씨 파종부터 논농사 전 과정을 함께한다. “전부터 도농교류를 해왔지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우르르 와서 관광지 구경하듯 생산지를 슥 돌아보고 대표 이야기 듣고 가는 것에 한계를 느꼈어요. 그 역시 조합원이 생산지를 경험하는 데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좀 더 깊게 서로를 알 수 있는 도농교류를 하고 싶었죠.” 기계로 할 수 있는 모내기를 굳이 손으로 하고, 크지 않은 논에 네 가지 토종벼를 심은 것도 조합원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것일 테다. 코로나19로 대규모 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운 시대에 맞는 방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살림 구성원으로서 한살림 물품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매장이 멀고 공급받기 어려운 환경인데도 지역한살림에 요청하여 올해부터는 매주 수요일마다 공급받는다. 장기호 대표는 이러한 일이 한살림 생산자와 조합원이 서로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될 거라고 믿는다. “조합원은 생산에 직접 참여해 보고 생산자도 물품을 이용함으로써 조합원이 생산자가 되고 생산자가 조합원이 되어야 ‘생산과 소비는 하나다’라는 한살림의 정신이 진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희양산공동체를 만나고 ‘진짜’ 한살림 생산공동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 농사를 잘 짓고 좋은 품질의 물품을 생산하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생산자 개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소홀하지 않고, 이웃과 수확을 기쁘게 나누며, 우리 사는 환경과 지구를 위한 생활실천에도 힘쓰는 것. 그리고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조합원과 발을 맞춰 나가는 것.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일을 함께해나가는 희양산공동체 덕분에 한살림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글 이선미 사진 김현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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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월호(640호) 소식지 내용입니다가온 없이 길러 더 달고 단단한겨울 애호박 맛보세요 김기태 고성 공룡나라공동체 생산자겨울철 가온 없이 애호박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초부터 올해 2월 중순까지 공급할 예정으로, 요즘에는 하우스 여섯 동에서 하루 이삼백 개씩 수확하고 있어요. 봄철 생산량의 1/3 수준이지요. 인위적 가온을 하지 않는 한살림 농사 특성상 그동안 애호박은 겨울에 공급되지 않았다고 해요. 그러나 여기 경남 고성은 남부지방이라 겨울에도 비교적 따뜻하고 물이 풍부해 저온에서도 애호박을 기를 수 있답니다. 단, 크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관행 같은 경우는 열매가 맺히고 10일 만에 수확하지만.......

수, 2020/12/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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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월호(640호) 소식지 내용입니다추위 머금으며 쑥쑥 자라는 냉이 태월순 함평 천지공동체 생산자 결혼하면서 함평에 내려와 20년 넘게 농사짓고 있어요. 몸은 힘들어도 신랑하고 같이 하니까 즐겁게 하고 있지요. 주로 짓는 건 벼농사인데 4년 전부터 겨울작물로 냉이와 시금치를 시작해서 각각 노지에서 1,200평씩 기르고 있답니다. 대표적인 봄나물이지만 우리한테는 겨울농사지요. 냉이는 9월 말에 파종해서 지금 한창 자라는 중입니다. 성장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1월 넘어야 수확할 수 있을 듯해요. 요즘 날씨가 추운 게 일하기는 힘들어도 작물에는 좋은 것 같아요. 추울 때 크는 것들이라 날이 너무 따뜻하면 웃자라버리거든.......

수, 2021/01/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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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월호(640호) 소식지 내용입니다.청정지역에서 지은 쌀 직접 도정해오분도미 생산하는산청연합회산청연합회는 4개 지회, 17개 마을공동체, 185개 농가 회원으로 구성되어 쌀을 주로 내고 있습니다. 특히 도정시설을 새롭게 갖추고 2020년부터 한살림 오분도미 전량을 도정하여 공급하는 일을 맡았다고 합니다. 깨끗하게 잘 관리되어 있는 도정시설은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하는 최신 기계로 성능이 좋아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거의 현미처럼 도정되어 나오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경험이 많은 기술자들에게 열심히 배워 지금은 안정화되었다고 합니다. 쌀도 품종마다 크기가 달라 여러 품종의 쌀을 일정하게 도정하기가 쉽지 않다.......

수, 2021/01/1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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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먹거리 생산의 기본은 지역에서 나고 자라서 받은 토종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토종을 사용해 생산된 농산물이 좋다는 것을 소비자들께서 알아주시길 바라며, 종자 산업이 다국적 기업에 뺏기고 다국적 기업들이 만들어 내는 종자를 사야 되면서 가격이 오르고, 그 종자를 사용하면 농약을 써야 하는 악순환을 겪으며, 우리 땅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농업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토종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응원이 필요합니다.아산제터먹이 사회적협동조합은 아산지역 농업회생과 로컬푸드 활성화,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2013년 3월 27일 설립되었습니다. 한살림 생산자단체인 푸른들영농조합에.......

금, 2021/01/15-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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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2월호(641호) 소식지 내용입니다보령우유 이수호 생산자한살림에는 좋은 우유가 있다. ‘좋은 우유’의 정의가 무언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생산자가 직접 유기재배한 초지에서 난 풀과 유기농 배합사료를 연중 빈틈없이 고르게 먹이고, 폭신한 톱밥이 도톰하게 깔린 널따란 축사에서 편히 쉬며, 젖이 아프지 않도록 하루에 세 번이나 착유하며 키운 젖소가 생산한 우유라면, 또한 여러 목장의 원유를 섞지 않고 단일목장의 원유로만 만들고, 살균과정에서 유익균과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하여 만든 우유라면, 좋은 우유라고 잘라 말해도 되지 않을까? 보령우유가 만들고 한살림이 공급하는 ‘유기농우유’가 그렇다.이 같은 좋은 우.......

화, 2021/01/2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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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2월호(641호) 소식지 내용입니다제철 딸기의 맛을 한껏 즐기세요 호남환 부여연합회 진호공동체 생산자딸기는 지금이 한창때예요. 11월 말부터 일주일에 세 번 수확하고 있는데 오전에는 딸기를 따고 오후에는 꽃을 솎아요. 꽃이 스무 개쯤 나오는데 예닐곱 개만 남겨놓고 무성한 이파리도 정리합니다. 딸기농사를 지은 지는 7년 정도 됐어요. 하우스 13동에서 매년 10t 정도 내니까 생산량이 많은 편이죠. 운 좋게 지금까지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답니다. 딸기농사 지을 때는 눈 오는 날이 제일 안 좋아요. 눈이 하우스를 덮으면 햇빛이 안 들고 환기도 못 시키거든요. 맛있고 품질 좋은 물품을 내려고 하지만 이렇게 여건이 안 될.......

화, 2021/02/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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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2월호(641호) 소식지 내용입니다겨울철 몸이 원하는 신선함,한재미나리입니다 김성기 청도 한고을공동체 생산자한재마을에서 이름을 따온 우리 미나리의 올해 작황은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아요. 미나리는 원래 저온식물이다 보니까 추위에 견디는 힘이 다른 작물보다 강하거든요. 물론 하다가 실패할 수도 있지만 웬만하면 이겨내죠.모든 생명체는 어려운 시기와 평온한 시기의 모습이 확연히 구분되는 것 같아요. 혹한기가 되면 식물은 후손을 빨리 남기려고 부지런히 열매를 맺고 씨앗을 퍼트려요. 겨울철 미나리도 빨리 꽃을 피우려고 대를 올리는데 그걸 우리가 감사히 이용하는 거랍니다.겨울엔 생리적으로 미나리가 더 맛있.......

화, 2021/02/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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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3월호(642호) 소식지 내용입니다토리식품 김영태 생산자기본을 지킨다는 것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의미가 있다. 누군가는 불필요한 것을 배제했다는 뜻으로, 어떤 이는 첫 뿌리를 잊지 않는다는 의미로, 또 다른 이는 담백한 것을 추구한다는 다소 추상적인 의지로 읽을 터. 먹을거리를 만드는 곳에서는 어떻게 해석할까. 먹을거리의 기본을 ‘원재료’라고 본다면 ‘기본을 지킨다는 것’은 좋은 원재료의 맛과 향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불필요한 과정과 성분을 덜어냈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좋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21년째 기본을 지켜온 생산자가 있다. 토리식품 김영태 생산자가 그 주인공이다.토마토케첩, 옥수수병조림.......

화, 2021/02/2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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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3월호(642호) 소식지 내용입니다널찍하고 쾌적한 농장에서 난신선한 유정란 홍순율 예산자연농회 생산자2월 중순부터 육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육추란 부화한 병아리를 들여서 농장 환경에 잘 적응하게끔 기르는 것을 말해요. 케이지에서 닭을 기르는 일반 농장은 보통 70~80일령된 중닭을 들이는 데 비해 한살림은 1일령 병아리부터 키우기 시작해요. 사람도 어릴 때 손이 많이 가듯이 병아리부터 키우려면 정성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가죠. 하지만 그만큼 농장 적응도 잘하고 생산자와의 상호 교감도 많답니다.요즘엔 조류인플루엔자(AI)가 가장 큰 걱정거리입니다.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도록 차단방역을 하고, 농장 주변에 생.......

수, 2021/02/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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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2월호(641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이수호 보령우유 생산자

한살림에는 좋은 우유가 있다. ‘좋은 우유’의 정의가 무언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생산자가 직접 유기재배한 초지에서 난 풀과 유기농 배합사료를 연중 빈틈없이 고르게 먹이고, 폭신한 톱밥이 도톰하게 깔린 널따란 축사에서 편히 쉬며, 젖이 아프지 않도록 하루에 세 번이나 착유하며 키운 젖소가 생산한 우유라면, 또한 여러 목장의 원유를 섞지 않고 단일목장의 원유로만 만들고, 살균과정에서 유익균과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하여 만든 우유라면, 좋은 우유라고 잘라 말해도 되지 않을까? 보령우유가 만들고 한살림이 공급하는 ‘유기농우유’가 그렇다.

 

이 같은 좋은 우유를 만들기까지 보령우유 이수호 생산자는 39년의 시간을 오롯이 쏟아부었다. 보령우유에 원유를 공급하는 개화목장의 문을 연 것은 그가 스물두 살이던 1982년. “친구들이 대학교 다닐 때, 저는 머리를 젖소 다리 사이에 파묻고 우유 짜느라 정신없었죠. 하하. 원래 고향인 당진에서 젖소 두 마리로 시작했어요. 돈이 없으니 남의 땅 옮겨 다니며 풀을 먹이다 10년쯤 지나서 땅값이 싼 보령으로 넘어왔어요. 그때 2천 평을 처음 샀는데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땅이 생기니 너무 좋더라고요.”

 

두 번의 위기 끝에 탄생한 좋은 우유

자기 소유의 땅에서 젖소를 키우고 국내 1, 2위를 다투는 우유회사에 전량 납품하는 등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이룬 지 채 몇 년이 되지 않아 위기가 닥쳤다. 우루과이라운드와 한미FTA 등 유제품을 비롯한 농산물 시장의 빗장이 하나씩 열리기 시작한 것. “낙농 선진국들과는 역사나 규모 등에서 비교가 안 되잖아요.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지 공부를 많이 했는데, 결국은 ‘좋은 우유’로 승부를 낼 수밖에 없더라고요. 조사해보니 미국은 전 국토가 GMO로 오염되어 있어서 사료용 곡물을 중국에서 수입해서 젖소에게 먹이고, 거기서 난 우유를 다시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구조였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직접 유기재배한 풀을 먹여서 키워보자고 마음먹고 유기농우유를 시작했죠.”

당시만 해도 유기농우유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던 터라 납품하던 우유회사의 반응은 냉담했다. 우유회사의 낙농팀장으로부터 시작해 회장의 결제도장을 받기까지 꼬박 열한 달이 걸렸다. 고무된 마음으로 주변의 젊은 생산자들도 설득해 지금은 보령지역이 우리나라 전체 유기농우유의 30%를 차지하는 곳이 됐다. “범산목장이나 성이시들목장, 상해목장 등과 함께 우리나라 유기농우유 1세대인 셈이죠.”

 

 

또 한 번의 위기는 2013년 찾아왔다. 납품하던 우유회사의 갑질 사태가 터지며 불매운동의 주요 대상이 된 유기농우유의 매출이 급감한 것. 우유회사는 유기농우유 비중을 최소화하기로 하고, 보령지역 생산자들에게 납품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어렵게 일군 유기농우유 터전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함께 납품하던 젊은 생산자들이라도 살리고자 자발적으로 우유회사와 거래를 끊고, 독자적인 가공 및 유통망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가공과 유통 경력이 있는 동업자에게 우유 가공공장을 맡겼지만 양쪽 다 경험이 부족해 몇 년간 적자를 겪었다.

다행인 것은 그러한 좌충우돌의 과정에서 한살림을 만났다는 점이다. 큰 실패를 통해 체득된 가공 경험에 좋은 유통망까지 확보한 이수호 생산자는 2016년 지금의 보령우유를 설립하고, 2017년 가공공장을 준공해 지금까지 한살림과 함께하고 있다. “10만 평 초지에서 난 풀로 270마리 젖소를 먹이고, 매일 5톤의 우유를 내고 있어요. 그중 70% 정도가 한살림에 나가고요. 몇 번의 굴곡이 있었지만 39년 전으로 돌아가면 다시 할 것 같아요. 제가 만드는 우유에 자부심이 있고 그걸 많은 사람에게 먹일 수 있다는 기쁨도 크죠.”

 

 

등급제에 가려진 젖소의 어려움

젖소가 자라는 환경이나 세세한 생산과정을 살피기 어려운 소비자가 좋은 우유를 고르는 방법으로 가장 흔하게 알려진 것이 바로 등급 확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당 세균수와 체세포수에 따라 우유 원유의 위생등급을 매기고 있고 우유회사들도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세균수는 원유를 얼마나 깨끗하게 짜내는지를, 체세포수는 젖소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확인하는 척도로 쓰인다. 하지만 이수호 생산자는 위생등급체계 만으로는 좋은 우유를 구별하기 어려우며 이 같은 방식이 오히려 젖소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세포는 젖소의 몸에서 생기는 죽은 상피세포나 백혈구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건강한 젖소에서도 원유에 ㎖당 20~40만 개씩 섞여 나오죠. 유방에 염증이 생기면 체세포수가 늘어나니 젖소 건강을 살필 수 있는 지표가 되긴 하지만 요즘처럼 체계적인 관리가 되는 상황에서 위생등급을 유일한 기준으로 남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낙농진흥회 원유검사현황에 따르면 2020년 11월 기준 생산한 원유의 94.7%가 세균수 기준 최고등급인 1A등급을 받았고, 체세포수 기준으로는 67.1%가 1등급을 받았다. 다시 말해 시중에 나오는 우유 대부분이 최고등급을 받는 상황에서 위생등급은 좋은 우유의 변별력이 되기 어려운 것. 오히려 체세포수를 낮추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진다.

“우리나라의 체세포수 1등급 기준은 ㎖당 20만 마리 이하로 아주 높아요. 미국이나 유럽 등은 40만 마리인데 그럼 우리나라에서는 3등급 수준이죠. 그런데 체세포수는 젖소가 나이 들면서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거든요. 등급이 낮으면 판매대금을 적게 받으니 젖소를 빨리 도태시키죠. 젖소가 새끼를 낳는 횟수인 산차 평균이 우리나라는 2.5회에 불과한데, 낙농선진국보다 1회 이상 적은 수준이에요. 젖소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유 생산량도 많은데, 체세포수 때문에 일찍 도태시켜야 하니 젖소에게도 생산자에게도 아쉬운 일이죠.”

이와 비슷한 일이 유지방 관련해서도 일어나고 있다. 우유회사에서 원유 판매대금을 지급하는 기준에는 세균수, 체세포수 등 위생등급 이외에 유지방과 유단백질 함량도 포함되는데, 이중 유지방의 경우 4.1% 이상이 되어야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홀스타인 종의 평균 유지방은 3.5%인데 이를 4.1% 이상으로 높이려면 곡물사료 비중을 높인다든지 목화씨를 급여해 침샘을 자극, 되새김을 많이 하게 하는 등의 방법을 써야 해요. 소비자들은 오히려 지방이 적은 우유를 선호하는데 원유의 유지방 비율을 높게 만드느라 젖소는 젖소대로 고생시키고, 4.1%짜리 원유를 가져다 지방을 분리해서 1.5~2%의 저지방우유를 만들어 파는 이상한 상황이죠. 특히 수입산 목화씨는 거의 GMO라고 봐도 되니 그 또한 문제고요.”

 

 

자연을 순환하게 하는 좋은 우유

이야기 막바지에 다시 한 번 ‘좋은 우유’란 무엇인지 물었다. 위생등급, 가공방식 등 우유 생산의 전 과정을 짚어주며 이야기하던 이수호 생산자는 잠시 생각하다 ‘좋은 젖소가 생산한 우유’라고 정리했다.

“좋은 젖소에게서 나온 우유가 좋은 우유겠죠. 좋은 젖소는 좋은 땅에서 난, 좋은 먹을거리를 먹으며 자랄 거고요. 유기농우유를 시작했을 때 가장 신경 썼던 것이 젖소를 먹일 초지였어요. 풀사료와 배합사료의 비율을 연중 일정하게 맞춰서 먹이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직접 농사지은 풀을 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거든요. 좋은 풀을 먹은 젖소가 배출한 축분을 잘 발효시켜서 땅에 환원하고 거기서 나오는 풀을 다시 소에게 먹이는 등 자원순환하는 농법이 결과적으로 좋은 우유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보령우유에서 생산한 한살림 유기농우유는 우리나라 유기농우유 중 가장 저렴하다. 유기농 풀사료를 수입하는 대신 직접 재배한 풀을 먹이고, 체세포수나 유지방 함량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젖소의 산차수를 높인 결과다. 순환하는 자연의 산물인 ‘좋은 우유’를 ‘부담없는 가격’에 이용하자니 덩달아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할 것만 같다.

글·사진 김현준 편집부

 

일, 2021/02/2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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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먹거리 3대사업 예산 전액 삭감 규탄 성명서

 

정부의 2022년도 임산부 친환경농식품 지원사업,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 저소득층 농식품바우처 사업 예산의 전액삭감을 강력히 규탄하며 국회 심의에서 전액 반영할 것을 촉구한다.

 

어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발표되었다. 전년대비 8.3% 늘어난 604조 4000억 원 규모의 예산안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은 16조 6,767억원으로 전년대비 2.4% 증가되었다. 모든 부처 중에서 증가율이 꼴찌다. 코로나19, 기후위기 등으로 인해 식량주권과 농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 비춰봤을 때 농업 관련 예산 증가율이 전 부처에서 꼴찌라니 어처구니없는 예산안이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전 국민에게 먹거리 기본권을 확대하겠다는 국정과제 하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국가푸드플랜 수립과 먹거리 관련 3개 사업인 임산부 친환경농식품 지원사업,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 저소득층 농식품바우처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런데 기재부는 사전절차(예비타탕성 조사) 미비와 미이행을 주요한 사유로 들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먹거리 관련 3개 사업 예산 모두를 전액 삭감했다. 삭감된 예산은 임산부친환경농식품 지원사업 19,620백만 원,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 21,660백만 원, 저소득층 농식품바우처 사업 15,672백만 원, 총 56,952백 만원이다.

 

이 3가지 사업은 모두 사회적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계층인 임산부, 어린이, 저소득층의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기본권을 확대함과 동시에 국내 농업을 보호하는 두 가지 측면에서 효과적인 사업이다.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추진되어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사업이다. 그리고 임산부 친환경농식품 지원사업은 2018년 기재부의 국민참여예산 공모에서 1위로 선정되어 추진된 사업이다. 기재부가 임산부 친환경농식품 지원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자신 스스로를 부정하는 처사이자 정부 정책의 연속성과 신뢰도를 정부 스스로가 무너뜨리는 처사이다.

 

국회 및 연구기관에서 조사한 ‘농업·농촌·농식품 현안 여론조사’에 의하면, 건강한 먹거리 공급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임산부·취약계층에게 국산 친환경 농식품을 제공하는 정책에 국민의 70%가 찬성한다고 답하였다. 특히, 임산부 친환경농식품 지원사업의 경우 사업에 참여한 임산부의 60%가 만족한다고 조사되었으며, 다시 자격요건이 될 경우 사업신청하겠다는 의향은 95%에 달하고 있다.

사회적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이들에게 국가에서 먹거리에 대한 기본권을 확대하는 사업과 사업 참여자인 임산부, 어린이, 저소득층의 만족도가 높은 사업, 사업의 결과로 국내 농업을 보호하는 사업 등은 적극 추진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사업의 내용과 효과를 보지 않고 단순히 행정상의 과정만을 문제 삼아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국민의 민생에는 관심이 없고 관료의 입맛에 따라 정책추진이 취사선택되는 관료주의의 극심한 폐해로 볼 수밖에 없다. 결국 관료들이 정부 정책의 신뢰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이러한 행태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들은 결국 대한민국의 국민인 임산부, 초등학생, 학부모, 저소득층, 그리고 농민인 것이다.

 

이에 우리는 이러한 무책임한 예산안을 작성한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정부와 국회는 먹거리 취약계층과 국내 농업을 보호하는 임산부친환경농식품 지원사업,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 저소득층 농식품바우처 사업 예산을 전액 반영하라.

 

둘째, 정부는 임산부 친환경농식품 지원사업,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 저소득층 농식품바우처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한 통합추진체계를 구축하고, 예비타당성 평가 후 본 사업으로 즉각 실시하라.

 

202191

 

친환경농업 발전을 위한 대책협의회

한국친환경농업협회, 가톨릭농민회,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한국유기농업협회, 한살림연합, 한살림생산자연합회, 두레생협연합회, 두레생산자회, 행복중심생협연합회, 행복중심생산자회, 한국친환경농산물가공생산자협회, 아이폼아시아,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 친환경농업인협동조합

 

전국먹거리연대

가톨릭농민회, 국제슬로푸드협회, 두레생협연합, 로컬푸드전국네트워크,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지역재단 토종씨드림, 청년농업인연합회,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한국친환경농산물가공생산자협회, 한살림생산자연합회, 한살림연합, 행복중심생협연합회,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희망먹거리네트워크, GMO반대전국행동, 서울먹거리연대, 상생먹거리광주시민연대, 전북먹거리연대, 충남먹거리연대, 충북먹거리연대, 경남먹거리연대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서울녹색소비자연대협의회, 고양녹색소비자연대, 인천녹색소비자연대, 안산녹색소비자연대, 대전녹색소비자연대, 제주녹색소비자연대, 평택녹색소비자연대, 천안녹색소비자연대, 대구녹색소비자연대, 포항녹색소비자연대, 부산녹색소비자연대, 광주녹색소비자연대, 원주녹색소비자연대, 성남녹색소비자연대, 울산녹색소비자연대, 수원녹색소비자연대, 의정부녹색소비자연대, 전주녹색소비자연대, 청주녹색소비자연대

일, 2021/09/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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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3월호(642호) 소식지 내용입니다지난해 폭우로 침수된 집,여러분 덕분에 새로 잘 지었습니다 이박로 장성 백양공동체 생산자2월 말은 보리가 파릇파릇 올라오는 시기입니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6월 초에 수확하니까 지금부터 부지런히 잘 커야 해요. 또 5월 중순경 출하할 봄무 파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귀리, 대파, 생강, 천연수세미 등을 기르고 있는데 1만 평 넘는 농사를 전부 유기농으로 하다 보니 쉴 때가 없네요.특히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는 폭우로 인해 침수된 집을 다시 짓느라 더욱 바빴습니다. 지난해 쏟아진 비로 집이 완전히 물에 잠겨서 살림살이도 하나 건지지 못했어요. 이후 마을회관에서 지내며.......

화, 2021/03/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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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3월호(642호) 소식지 내용입니다매콤한 고춧가루로 찾아갈고추 모종이 잘 크고 있습니다 이술범 울진 반딧불공동체 생산자우리 공동체는 주로 건고추를 내고 있어요. 저도 4,000평 땅에서 고추농사를 지어 연평균 4,000~4,500근 정도 고추를 수확하고요. 1월 말에 심은 씨앗이 이제 한 뼘 정도 싹을 틔웠어요. 본밭에 정식하는 5월 초까지 무탈히 잘 길러야겠죠. 올해는 토박이고추인 ‘수비초’와 ‘돌격탄’이라는 품종을 심었습니다. 우리 공동체에서 지역에 맞는 품종으로 같이 고른 건데, 말렸을 때 모양이 예쁘고 매운맛이 너무 강하지 않답니다.2002년 아버지가 하시던 농사를 이어받아 한살림 생산자가 됐으니 올해로 19년.......

화, 2021/03/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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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4월호(643호) 소식지 내용입니다3월부터 만나는 완숙토마토초보 농부의 열정 덕분입니다강동희 합천 해가람공동체 생산자한살림 최초로 3월부터 완숙토마토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작물의 수확시기를 앞당겨 재배하는 ‘촉성 재배’ 덕분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한겨울에도 시설 내부 온도가 15℃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난겨울 유난히 심했던 한파 때문에 토마토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각종 생육장애를 겪었습니다. 토마토도 아프고 제 마음도 아팠지만,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재배기술을 발전시켜 곧 넉넉한 양의 완숙토마토를 공급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저는 한살림 농사를 지은 지 5.......

화, 2021/03/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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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4월호(643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진호공동체를 방문한 날, 바쁜 와중에도 공동체 회원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모두 모였다. “우리 공동체의 가장 큰 특징은 끈끈한 결속력”이라는 천용범 진호공동체 대표의 말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한살림 생산자로 잔뼈가 굵은 이제철 생산자는 “젊은 층이 협조를 잘해서” 그렇다고, 공동체 막내인 최재섭 생산자는 “선배님들이 많이 가르쳐 주셔서” 그렇다며 서로에게 공을 돌렸다.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생산자가 화합하는 비결을 조금은 알 듯했다.

 

한살림 수박의 절반, 진호공동체가 책임집니다

한살림부여생산자연합회(이하 부여연합회)에 속한 진호공동체에서는 수박, 딸기, 블루베리, 대파, 양파, 고추, 브로콜리, 상추, 가시오이 등 다양한 작물을 농사짓는다. 그중 대표적인 건 수박과 딸기로, 요즘은 수박이 한창 자라는 때다. “한살림에 공급되는 수박의 절반 가까이가 진호공동체에서 납니다. 해마다 3만 8,000통 정도를 내고 있지요. 한살림에서는 수박 하면 부여죠.” 이보학 부여연합회 사무국장의 말에서 자부심이 묻어났다.

진호공동체는 12월 한겨울에 자가육묘한 수박 모종을 심어 키우기 시작한다. “시중에서는 하우스에 보일러를 때니까 겨울나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한살림처럼 인위적으로 가온하지 않고 영하의 추위를 견디게 하기는 쉽지 않아요. 하지만 겨울을 난 수박은 식감이 아삭하고 당도가 높지요.” 이렇게 일찌감치 심어 가장 먼저 수확하기 때문에 한살림에 햇수박이 나오는 5월 초중순부터 6월 말까지는 부여 수박만 공급된다고 한다. 올해 처음 만날 수박에는 진호공동체 생산자의 손길이 닿았을 확률이 크다.

 

 

표고 키운 참나무로 퇴비를 직접 만듭니다

수박 같은 박과 작물은 땅심을 많이 소비하고, 연달아 심으면 농사가 잘되지 않고 병충해를 입기 쉽다. 땅이 안 좋아서 잘 크던 작물이 죽어버리는 일을 종종 겪던 진호공동체에서 찾은 해결책은 바로 유기 표고버섯 폐목재를 활용한 자가제조퇴비. 표고버섯을 기르던 참나무를 분쇄한 톱밥을 땅에 넣어 토양 유기물 함량을 높임으로써 땅을 기름지게 하는 것이다. “버섯이 자랐던 나무는 스펀지 같이 부식되어 있어서 파쇄하기 좋고, 나무 조직의 빈 공간마다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서 땅에서 분해도 잘돼요. 생나무는 발효나 부식 과정을 별도로 거치지 않으면 오히려 작물에 해가 될 수 있어요.”

관행 표고버섯 폐목에는 잔류농약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부여 지역에서 구한 유기 표고버섯 폐목만 쓴다. 좋은 나무인 건 곤충이 먼저 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톱밥 속에 굼벵이가 엄청 많이 생겨요. 온 동네 곤충들이 와서 알을 낳는가봐.” 인근에서 한살림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박찬용 생산자의 농장에서 일 년에 8,000본가량을 가져오는데, 가장 젊은 최재섭 생산자가 “참나무가 워낙 무겁다 보니까 트럭에 싣고 오기가 엄청 힘들다”고 말할 정도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퇴비를 쓰면서부터 서서히 땅이 좋아지는 게 보이기 때문에 기꺼이 어려움을 감수한다고. “해마다 토양검사를 하는데 톱밥을 넣고 유기물 함량이 올라갔어요.” 천용범 대표의 말에서 뿌듯함이 읽혔다.

 

 

농사도 함께, 퇴비 만들기도 함께

진호공동체 생산자들은 이 톱밥퇴비를 공동으로 더 잘 만들기 위해 십시일반 출자하여 영농조합법인까지 설립했다. 이보학 사무국장의 말처럼 “보통 의지를 갖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땅심을 높이겠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으니까. 유기 표고버섯 폐목을 확보하는 게 어려워 아직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른 생산지에도 공급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산자들 다 잘되는 게 좋으니까.” 이제철 생산자의 말처럼 진호공동체는 자신들의 사례가 다른 지역에까지 확산되어 지속가능한 한살림 농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2021년도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총회에서 자급퇴비 활성화 부문 모범공동체상을 수상한 것도 이러한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전에도 앞으로도 같이 갑니다

천용범 대표에게 올해 계획을 물었더니 “회원 모두 초심을 잃지 않고 건강하게 농사 열심히 짓는 것”이라는 바람이 돌아왔다. 2012년 공동체 출범 당시 50대 ‘젊은 생산자’로서 한살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해준 진호공동체 생산자들. 여전히 한살림 생산공동체로 단단히 묶이던 그때 그 마음으로 산다. “도와달라고 하면 선뜻 도와주시고 알려달라고 하면 다 알려주세요. 우리는 경쟁하기보다는 다 함께 잘되려고 해요.”라는 최재섭 생산자의 말처럼 진호공동체를 대표하는 한마디는 그야말로 ‘공동체성’ 아닐까. 좋은 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농사가 안되기도 하고 사이가 안 좋을 때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진호공동체는 “공동체는 같이 가는 것”이라는 공동의 믿음으로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 같다.

 

글 이선미 사진 김현준 편집부

 

[생산자 인터뷰]

자주 들락거리는 게 농사의 비결

천용범 진호공동체 대표

 

Q. 수박농사를 지은 지 15년째이신데요. 요즘은 주로 어떤 일을 하세요?
A. 요새는 순지르기를 하고 있어요. 수박은 포기 하나에 열매를 하나만 달아야 크고 맛도 좋거든요. 막내딸과 둘이서 하우스 12동을 다 하려니 일이 제법 많네요. 하우스 양쪽에는 양배추와 브로콜리를 심어서 기르고 있어요. 수박을 출하하기 전에 채소를 먼저 냅니다.

Q. 농사를 잘 짓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A. 작물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거죠. 자주 들락거려야 잘 자라고 있는지, 어떤 병이 왔는지 알 수 있고 필요한 영양소를 제때 줄 수 있어요. 올해는 진딧물을 방제하기 위해 수박 포기 사이사이에 보리를 심어서 진딧물의 천적이 살게끔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안 되면 “너 클 대로 커라” 하고 두어요. 식물의 강한 생명력을 믿는 거죠.

Q. 어떤 농사에 관심이 있으세요?
A.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전에 네트멜론을 기른 적이 있는데 다들 아삭한 게 진짜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블랙다이아멜론과 애플수박 같은 신품종도 해봤어요. 우리 한살림도 특색 있는 작물을 들여와서 생산자에게도 도움이 되고 조합원에게 다양한 물품을 선보이면 좋겠어요.

수, 2021/03/3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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