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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숭동칼럼] 새로운 일보다는 잘 마무리하는 지혜를

지역

[동숭동칼럼] 새로운 일보다는 잘 마무리하는 지혜를

admin | 수, 2021/07/28- 19:36

[월간경실련 2021년 7,8월호]

새로운 일보다는 잘 마무리하는 지혜를

윤순철 사무총장

 

내년 3월 9일은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일이다. 지난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했다. 그는 취임식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권위적 문화를 청산하고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 상식이 통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지역과 계층은 물론 이념과 세대 갈등을 뛰어넘어 통합의 새 시대를 여는 국민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더욱이 이전 정부가 국정농단으로 국민들로부터 탄핵을 받아 물러났기에 국민들은 ‘나라다운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에 큰 기대를 품었다.

지난 4년여 동안 국민들은 현 정부에 대해 환호, 공감, 실망, 좌절 등 희비의 쌍곡선을 경험하며 애증을 쌓아왔다. 성공한 정부는 국민이 바라는 시대정신을 구현하면서도 국가의 미래 비전을 만들고 함께 실현해 나가야 한다. 이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는 많은 부족함을 보였다. 물론 시민의 일상에 큰 고통을 주었고 정부의 국정 운영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 코로나19 감염병 유행이 있었을지라도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여 국가를 이끄는 대통령과 정부 책임은 면책되지 않는다.

현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인사와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두드러진다. 정부의 인사는 일반적으로 정책의 기조와 방향을 가늠하는 척도로 간주된다. 겉으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인사청문회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는 29명으로 역대 어느 정권보다 많아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알만한 분들은 알겠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부터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해 온 고위직 공무원이 더 심각한 문제였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약 10년간 국민들의 비난을 받았고 사회갈등의 원인이 되었던 정책들을 입안하고 실행했던 공무원들이 새 정부의 주요 요직으로 자리 잡았다. 자신의 만든 정책을 자신이 부정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 것이다. 겉은 진보로 변했지만 속은 보수 정책의 연장이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그 정부의 국정좌표에 맞게 정부조직을 개편하고 이에 합당한 새 인물을 임명해야 하는 데 그 과정이 없었던 탓이다. 때문에 새 정부의 국정은 과거와의 뚜렷한 단절이나 새로운 변화를 찾기 어려웠고 이는 무능이나 오만으로 비춰졌다.

부동산 정책은 인사정책과 다른 측면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부동산은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하여 역대 정부에서 항상 민심 척도의 바로미터였다. 이 문제는 국토·금융·세제정책은 물론 수요와 공급관리 등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안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주택보급률을 근거로 공급은 충분하다는 판단에 도시재생을 정책의 기조로 삼았고, 다주택자들의 불로소득에 초점을 맞춰 신규공급을 억제하면서 세제와 금융을 통한 가격안정에 치중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은 시장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책 기반이 제대로 갖춰져 있고 특정한 지역으로 쏠림을 방지하기 위한 수요분산이 병행하여 진행될 때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책인프라는 부동산 가격 상승률 논쟁이었던 17%(국토부)와 53%(경실련)의 통계 논란에서 보듯이 기초통계 자체가 엉터리였다. 최근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이 아니라 소득하위 80%에 지급하려면 수혜자 분류가 필요한데 소득파악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쟁점이 되었던 것처럼 아직 정책 수립의 기초 인프라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비농업인의 농지소유 및 이용 실태에 대한 기초자료나 기획부동산으로 변질되었던 농업회사법인에 대한 통계도 없다. 문제는 기초자료가 없는 것이 아니라 중앙부처들이 소유하고 있는 자료들이 유기적으로 통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에 통계보다 더 심각하게 영향을 주었던 요인은 수요분산, 즉 균형발전 정책의 부재였다. 현 정부는 균형발전을 국정기조로 삼았던 참여정부를 계승한다고 했지만 실행 계획이 없었다. 이미 수도권은 우리나라 인구의 52%가 밀집해있고 지방의 소멸은 이제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인구와 자본이 수도권에 집중되면 비대해진 수도권은 일자리와 주택, 교통 등 도시 인프라가 부족할 수밖에 없고 지방의 소멸은 자명하다. 끊임없이 지방의 인구와 자본을 흡입하는데 수도권에 신도시 10개를 더 건설해봐야 여전히 공급부족론이 설득력을 얻는 까닭이다.

문재인 정부는 후대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아직 알 수 없다. 남은 1년여 기간은 새로운 일을 펼치기보다는 그동안 벌여 놓은 일들을 잘 마무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참여정부가 부동산 문제로 많은 곤란을 겪었음에도 자신들의 정책을 평가하면서 주택을 소유에서 거주로 인식의 전환을 꾀하고 주거 빈곤층을 위한 실질적인 주거대책으로 공공 주택 20% 비전을 유산을 남겨준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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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1,2월호]

시대의 과제, 재벌과 고장낸 투기근절제도 개혁

윤순철 사무총장

 

‘경제정의실천 시민운동으로 민주복지사회’ ‘부동산 투기 뿌리 뽑아 주거안정’

1989년 11월 4일 정동문화체육관에 내걸린 <경실련 창립총회 및 제2차 토지공개념 강화입법과 주택문제 해결 촉구 시민대회>에 내걸린 구호입니다. ‘경실련’의 원래 이름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인데 이 긴 이름은 경실련 준비모임에서 오랜 논쟁 끝에 채택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부동산 투기와 싸우는 시민의 모임’의 제안이 있었으나 부동산 투기는 해결해야 할 과제중의 하나일 뿐이지 근본적인 목표로서는 너무 협소하여 ‘경제정의’가 운동의 목표로 채택되었고 이를 이름으로 걸었습니다. 경제정의는 당시 시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가장 심각한 문제의 원인이 경제 불의였고, 경제분야를 포함하여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들을 포괄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주로 정치적 문제를 다루던 사회단체와는 다른 영역에서 운동의 확장성을 가질 수 있었고, 실사구시 원칙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과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하여 대안을 만들고 제시한다는 새로운 사회운동 방식의 적용, 그리고 민주적 절차와 질서를 지켜가면서 불평등구조의 개혁을 추진하는 데 부합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경실련은 경제 불의 중 시급한 해결과제로 땅과 집의 정의로움 실현에 큰 비중을 뒀습니다. 1989년 7월 8일 서울YWCA 강당에서 열린 발기인대회 선언문에서 “인위적으로 생산될 수 없는 국토는 모든 국민들의 복지증진을 위하여 생산과 생활에만 사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재산증식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토지소유의 극심한 편중과 투기화, 그로 인한 지가의 폭등은 국민생활의 근거인 주택의 원활한 공급을 극도로 곤란하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물가폭등 및 노사분규의 격화, 거대한 투기소득의 발생 등을 초래함으로써 현재 이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대부분의 경제적 사회적 불안과 부정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리사회의 문제를 진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실천과제로 “1) 모든 국민은 빈곤에서 탈피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2) 비생산적인 불로소득은 소멸되어야 한다. 3) 자기 인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경제적 기회균등이 모든 국민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4) 정부는 시장경제의 결함을 시정할 의무가 있다. 5) 진정한 민주주의를 왜곡시키는 금권정치와 정경유착은 철저히 척결되어야 한다. 6) 토지는 생산과 생활을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하며 재산증식 수단으로 보유되어서는 안 된다.”를 제시하였습니다. 초대 공동대표를 맡으신 변형윤, 황인철, 이효재, 송월주님의 지휘로 재벌 개혁, 재벌과 정권의 유착 근절, 토지공개념 조기 입법화, 부동산 과세표준 현실화, 국공유지 확대, 영구임대주택 확대, 임대료 인상 규제, 한국은행 독립, 금융실명제 실시를 정책 대안으로 내놓으며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정책 개혁운동은 시민들과 현장에서 이뤄졌는데, 서초동 검찰청사 앞 꽃마을에서 철거민들과 성탄절 촛불예배를, 재벌과 자산가 5%의 로비에 맞서 95% 시민의 역로비를 선언하고 의정감시단을 국회에 보내 지연되는 토지공개념과 금융실명제 도입을 촉구하고, 폭등하는 전․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두 달에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17명의 세입자를 위해 합동추모제 열고 위패를 들고 가두행진을 하며, 재벌의 비업무용 토지 실태 공개와 재벌에 대한 감사 중단 압력을 폭로한 시대의 양심 이문옥 감사원 감사관의 석방 운동 등 다양한 현장이 개혁의 공간이었습니다.

올해는 경실련 창립 30년입니다. 경실련은 경제정의와 사회정의가 실현될수록 역사에서 사라져야할 소명입니다. 어느 단체이든 20년, 30년을 기념하고 성과를 자축합니다. 그러나 경실련은 부끄럽습니다. 경실련의 회원, 전문가, 자원봉사자, 상근활동가들은 나름 헌신적으로 활동을 했습니다만 30년 전 목소리 높여 외쳤던 경제 불의 해소는 더 심화되었습니다. 경제력을 독점하고 있는 소수는 각계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대다수 국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들을 관철시키고 있고, 인간다운 삶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빈곤과 양극화는 더 커졌으며, 기업들의 창의력과 투자의욕을 소멸시킴은 물론 땀 흘려 일하는 근로소득자들을 보잘 것 없는 존재로 만드는 투기와 불로소득의 비윤리적 자산 축적이 만연합니다. 2018년 기준, 0.3% 재벌대기업은 매출액의 48%, 영업이익의 61%를 차지하였습니다. 번창한 재벌대기업의 친족들은 막대한 자본력으로 골목 빵집과 커피집까지 장악하였습니다. 최근 10년, 재벌대기업들은 10억 평(8억 평→18억 평)의 토지 사재기를 통해 약 1500조원의 자산을 늘렸습니다. 다주택자 상위1%(14만 명)은 2배 이상(3.2채→6.7채)의 주택을 늘렸습니다. 젊은 청년들은 컵라면을 먹으면서 지옥같은 노동현장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현실이 엄중함에도 촛불정신을 실현한다는 정부는 재벌의 터럭 한끝조차 손대지 못하고, 고의로 고장 낸 부동산 투기근절제도의 정상화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경실련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초심을 돌아가, 재벌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 해소와 혁신 기업들이 국가 경제의 중심이 되는 경제생태계를 구축하고, 부동산 투기와 불로소득의 탈세를 근절하는 문제에 전력하겠습니다. 현장에서 정부의 개혁 정책을 이끌며 시민들의 개혁 소리를 힘차게 밀겠습니다. 시민 여러분 함께 해 주십시오.

월, 2019/01/2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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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빈곤의 덫에 빠진 청년들

손보미 인천대 건축학과 / 경실련 아름다운 청년 선거단

‘흙수저 게임’이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이 보드게임은 ‘금수저 물고 태어나는 플레이어’와 ‘흙수저 물고 태어난 플레이어’를 가정하고 시작한다. 금수저가 기본으로 가진 아이템은 집 세 채와 유동자산 칩이다. 두 채는 임대 수입을 얻는 수단이다. 흙수저는 초기에 유동자산 칩만 가지고 시작한다. 게임하면서 자기 차례가 돌아올 때마다 각 플레이어는 매달 칩으로 월세를 내고, 월세를 받고, 대학에 갈지 말지, 취업을 할지 말지 선택해야 한다. 일종의 ‘인생 게임’이다. 이 게임은 얼핏 보면 금수저에게 유리하게 설정되어 흙수저의 ‘좌절’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 턴마다 흙수저와 금수저가 자신들을 위한 ‘법안’을 발의하고, 그에 따라 이 모든 선택의 질서를 바꾸는 데 있다. 이것이 이게임의 핵심이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바꿀 수 있다. 게임의 법칙 자체를 새롭게 생각할 수 있다. -미스핏츠, 《청년, 난민되다》, 코난북스, 311쪽

청년들은 사상 최고를 기록한다는 취업난에 이어 심각한 주거난에 노출되어 고통 받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라 상징되는 청년주거빈곤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2010년 이후 8년이 흘렀음에도 주거문제의 확실한 해결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청년들의 주거권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사업은 지금도 끊임없이 제지 당한다. 지난 달 4일 서울 영등포구의 모 아파트에는 내부 게시판에 걸린 청년주택을 ‘빈민 아파트’라고 표현하며 반대하는 안내문이, 성북구의 한 아파트 앞에는 행복기숙사 건립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국토교통부 ‘2016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가구 72.5%는 월세 형태에 거주하고 있다. 그리고 청년 1인가구 중 42.4%가 주거빈곤가구로, 전체 1인가구 평균 27.1%에 비해 훨씬 높다. 정부가 정한 최저주거기준(1인 가구 14㎡)에서 미달된 최소한의 환경 속에서 정책으로 마련된 청년을 위한 공간은 지역주민의 이해관계 속에서 다시 밖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주거빈곤은 청년을 열악한 환경의 악순환 속에 몰아넣었다. 청년들은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의 원룸도 구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 대출의 이자를 감당하며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에 시달리거나 하루 2~3시간이 넘는 통학을 감수해야 한다. 낮은 보증금의 집은 협소하고 낡고, 소음에 취약하며 보수비용이 발생한다. 주거비를 스스로 감당하기 위해 수업시간보다 긴 시간을 노동에 할애한다. 그렇게 얻은 방도 치솟는 주거비에 맞춰 6개월, 1년단위로 떠돌아야 한다. 주거는 이렇게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없는 덫이 된다.

정부에서는 주거 안정화를 위해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릴 계획이라 발표하였다. 하지만, 지역주민갈등을 넘어 힘겹게 준공한 청년임대주택에 입주하기 위해 까다롭고도 높은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주택청약과 목돈의 보증금, 보증금 마련을 위한 대출. 학자금 대출도 버거운 상황에서 몇 천만 원의 목돈 마련은 부담스럽다.

꿈을 꾸며 살아야 할 청년들의 시간을 사회가 지켜줘야 한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님비갈등 속에서 양측의 배려와 이득을 취할 수 있는 현명한 정책이 요구된다. 자라나는 새싹이라 불리 우며 자라온 우리, 청년이라는 어린 나무가 깊은 뿌리를 내리고 크게 자랄 수 있게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정책을 바란다.

목, 2018/05/2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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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지방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 이번에는!

허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정당은 ‘선’ 한가?

“민주주의 꽃은 선거”라는 말이 있다. 인류의 진화과정을 정치측면에서 보면 가치배분 권한을 누가 어떻게 갖느냐를 놓고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숱한 역사적 사건들을 돌이켜볼 때 혁명이나 전쟁보다는 선거로 선택된 인물에게 권력을 줄 때 사회의 혼란이 가장 적었다. 그러므로 선거가 민주주의 꽃이라는 명제는 타당하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선거를 그렇게 속 편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정당들의 욕심 사나운 행태가 선거를 혼란에 빠뜨린 경우를 많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정당은 원래 그렇다고 반론할 수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아담 쉐보르스키(Adam Przeworski)도 “정당은 공익을 추구하는 좋은 사람들의 집단이 아니라, 사익을 탐하는 이기적 인간들의 군집이다”라고 말한다. 그래도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것은 선거에서의 경쟁과 선택 때문이라고 한다. 지방자치의 발전 역시 경쟁과 선택이 자유로운 선거에 달려 있다.

하지만, 현재의 정당공천제는 민주주의 학교라고 불리는 지방자치와 역행하고 있다. 과거에 치룬 지방선거들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들이 자신들에게 도전하는 인물을 공천에서 도태시키는 것을 보아왔다. 또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고 지역의제로 성장한 인재들이 지방선거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좌절한 경우도 많았다. 민주주의 선거의 이론적 측면에서도 유권자가 직접 후보를 선택하여야 하는 권리가 정당에 의해 제한된다는 점에서도 부정적이다.

최근 한 자치단체장의 증언도 지방선거의 후보자들이 누구에게 잘 보여야 하는 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략)하여튼 매달리고 읍소하고 그저 공천받기 위해서 있든 없든 모든 것 동원을 해야 되기 때문에 시민을 위한 시장 보다는 국회의원이라든지 정치권을 보는 시장 만드는 것 시의원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티 브로드 지역채널 뉴스, 10. 26). 그가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하다 나온 말이다. 당내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공천을 해왔다면 이런 말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정당들이 정당공천제 본래의 의미대로 지역에 좋은 후보와 유권자를 매개하는 역할에 충실하였더라면 이야기는 좀 달라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정당공천제의 도입은 정당정치 타협의 결과였다

정당공천제는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된 1991년부터 시행됐다. 1987년 민주화의 열망에 의해 지방자치를 받아들여야 하기는 하였으나. 정당은 자신들의 지역적 기반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결과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은 영남 등에서 야당인 신민주연합당은 호남 등에서 지역적 권력기반을 강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지방선거를 활용하려 했다. 그들 간의 정치적 타협의 결과가 정당공천제였다. 당시는 광역단체장인 도지사와 광역의원인 도의원, 기초단체장 후보까지 정당이 공천하였다.

기초의원 선거 후보자까지 정당공천을 한 것은 2006년 제 4회 지방선거였다. 헌법재판소가 2003년 5월 기초의원 후보의 정당표방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84조)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까닭이다(헌재 2003. 5. 15. 2003헌가9 등). 헌재는 당시 다른 지방선출직은 정당표방을 하는데 기초의원만 금지하는 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였다. 그 후로 중앙정치의 지방지배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광역자치단체는 선거구가 국회의원선거구보다 크므로 후보자 자신들이 마음만 먹으면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 소속정당의 지배를 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초자치단체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경기도의 한 국회의원은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지방의원에게 ‘이제 그만 할 거야’라는 등 협박성 발언을 하고 지방의원들은 그런 갑질에 대응조차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행태는 정당공천제가 얼마나 오염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작은 사례일 뿐이다.

그 동안의 연구를 종합해 보면 정당공천제의 폐해는 이렇다. 첫째 지방선거가 지방정치가 아닌 중앙정치에 예속되었다. 지방선거의 쟁점이 여당의 중간평가가 되어버리기 일쑤였고, 지역의제는 설자리가 적어졌다. 둘째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제안하였다. 지역주의로 인해 지방의 1당 독점구조가 만연하면서 특정 정당의 공천이 당선의 보증수표처럼 되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유권자들이 선출한 게 아니라 정당이 선출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지방선출직 후보자가 정당유력자의 사적 자원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후보자들은 공천을 따내기 위해서 정당 유력자에게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는 말이 떠돌게 되었다. 공천권자에게 뇌물을 들고 가다 붙잡히기도 하고, 국회의원의 사적인 일을 챙기는 지방선출직 후보자들도 상당수였다. 넷째 지방선거의 폐해만이 아니라 지방정부의 자치성과 자율성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었다. 공천권에 목이매인 자치단체장은 지방이 중앙의 파트너가 아니라, 지역 국회의원과 정당을 통해 중앙정치와 행정에 예속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지방자치의 본래의 뜻은 중앙지방관계가 수직적 통합모델이 아니라, 상호협력의 대등한 관계여야 하는데도 말이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제 없애야

정당공천제도가 지방자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폐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연의 법칙과 달리 인간사회의 행동양식을 정하는 제도란 그 시대의 정신이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이미 사회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합의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09년에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기초단체장 정당공천폐지에 77.6%, 기초의원 정당공천폐지에 86%가 찬성하였다. 지방자치학회의 조사도 이와 유사하여 유권자들의 의견은 오래전에 모아졌다고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도 합의는 이루어졌었다.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 때는 유력한 여야 후보들이 모두 당선되면 폐지하겠다고 했다. 당시 박후보는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기초의원의 공천폐지를 문후보는 기초의원 정당공천폐지를 내걸었다. 그리고 박후보가 당선되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이 된 후 한 번도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19대 국회는 2012년, 2013년에 정당공천제 폐지 법안을 6차례나 냈다. 하지만 4년 내내 심의조차 안했고, 결국 자동폐기 됐다.

중앙의 정치인들이 겉으로는 정당공천제 폐지에 찬성하지만, ‘그 좋은 걸 왜 없애’라는 속마음을 갖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아마도 구태의 정치인들이 자신의 안위나 권력유지를 생각하고, 지방자치의 발전에는 눈을 감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 탄핵도 생각해보면 지방자치와 분권이 되지 않은 가운데, 대통령 독단의 권력이 부른 참사였다고 할 수 있다.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고 권력을 나누는 시도를 했더라면 양상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이를 통해 적어도 대통령이 독점적 권력의 폐해를 인식할 수도 있었다. 또 정당들은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여론을 아프게 여겨, 당내민주화를 진전시켰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현 정부는 헌법에 지방분권국가를 명시하고 4대 지방자치권을 보장하는 헌법 개정을 하겠다고 한다. 지방분권국가 모델 추진을 정부의제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차제에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기초지방의회의 의원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도록 하여야 한다. 광역지자체는 국가와 기초자치단체 사이에서 협의와 조정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광역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의 효용은 있다고 본다. 2003년에 헌법소원에서의 위헌판결을 들어 폐지하려면 광역지방선거에서도 폐지해야지 하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당시 소수의견을 낸 3인의 헌법 재판관의 판단을 들어보자. “기초의원의 정당표방금지는 헌법이 추구하는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을 위한 입법목적에 필요 불가결한 것으로서, 그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 또한 필요 최소한의 부득이한 경우로 인정되므로 평등원칙 위반의 위법도 없다”(판례집 15-1, 503)고 하였다. 당시 헌재의 소수 의견은 오늘날 울림이 크다. 지방분권국가의 길은 개헌 같은 큰 항목만 바뀐다고 되는 게 아니다.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을 위해서는 최선의 사람을 뽑는 제도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지역마다의 고유한 개성과 조건을 이해하고 이를 지혜롭게 활용하는 리더가 선택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사람이 선택되기 쉬운 현재의 정당공천제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화, 2017/11/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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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3,4월호 – 2019 부동산개혁1]

땅과 집 QnA : 공시지가가 대체 뭐야?

장성현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 [email protected]

 

공시지가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표준주택 공시가격과 표준지 공시지가가 발표됐고, 4월 말에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결정됩니다.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은 공시가격이 전년도보다 급격히 상승했고, 세금 폭탄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은 정부가 개별 필지와 주택에 매기는 ‘가격’으로 과세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복잡한 문제는 제쳐두려고 합니다. 대신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공시지가와 관련한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서 시민들의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Q1. 공시지가가 왜 필요한가요? 무슨 근거로 산정되는지 궁금해요.

주택 혹은 토지를 소유한 사람은 지방세인 재산세를 냅니다. 고가 주택이나 고가 토지를 소유한 사람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냅니다. 이러한 세금을 걷으려면 기준이 있어야겠죠? 예를 들어 자동차세 경우 승용차 배기량을 기준으로 부과하잖아요? 주택과 토지의 경우도 이런 기준을 정하기 위해 주택과 토지의 적정가격을 정부가 매년 조사해 발표합니다. 이게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입니다. 중요한 과세 기준으로 쓰이기 때문에 당연히 ‘부동산가격 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이란 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적정가격이란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의 가격”으로 법문에서 정의하고 있습니다.

매년 1,800억원 규모의 예산이 공시업무에 소요됩니다. 땅값인 공시지가인 경우 전국 50만 대표 필지(표준지)를 국가로부터 용역을 받은 감정평가사들이 가격을 산정합니다. 나머지 3,260만 필지(개별지)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각 시,군,구에서 조사합니다. 단독주택의 경우는 22만 대표 필지(표준주택)를 한국감정원에서 산정하면 나머지(개별지)는 각 시,군,구에서 산정합니다. 전국 1,289만 호의 아파트(공동주택)는 한국감정원에서 일괄 산정합니다. 이런 기관들이 가격 분석, 가격 심의 및 심사, 가격균형협의, 이의신청, 조정공시 등 여러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을 발표하게 됩니다.

 

Q2. 공시지가가 오르면 세금이나 건강보험료가 얼마나 오르나요?

시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일 텐데요. 이 질문은 국토교통부 자료로 답을 대신할까 합니다. 국토부는 지난 1월 표준주택공시가격을 발표할 당시 공시가격 인상이 논란이 되자,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국토부의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다수 중저가 단독주택은 시세 상승 수준만 반영되므로 가격 변동 폭이 크지 않다. 건강보험료 변동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재산보험료는 재산세 과표를 기준으로 60개 구간으로 구분한 ‘재산보험료 등급표’를 통해 매겨지기 때문에 공시가격이 인상되어도 등급이 바뀌지 않는 경우 보험료 변동은 없다. 재산세는 직전년도 대비 5~30% 이내로 제한된다. 공시가격 3억원 이하(시세 6억원)는 5% 이내, 공시가격 3억~6억원 10% 이내 공시가격 6억원 초과는 30% 이내. 1인 1주택인 65세 이상 고령자가 15년 이상 장기 보유하는 경유는 보유세가 최대 70% 감면된다. 세부담 증가는 제한적이다”

전체 표준주택 중 98.3%를 차지하는 중‧저가(시세 15억원 이하)는 시세상승률 수준이 5.86% 인상에 그치기 때문에 서민이 소유한 주택의 공시가격 인상 폭은 크지 않다는 말입니다. 설령 공시가격이 급격히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세 부담 상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급격한 세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친절한 정부는 시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18년 11월부터 T/F를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공시가격 상승이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장학금 등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말이죠.

 

 

Q3. 공시지가와 실거래가격 간 차이가 왜 생기는지 궁금합니다.

공시지가와 실거래가격 간 차이는 경실련도 뭐라 확정해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공시지가‧공시가격 산정 주체인 정부가 산정 방식이나 과정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왜 나는지 시민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경실련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닌가 추측할 따름입니다.

공시지가 제도는 1990년 도입됐습니다. 시작부터 공시지가의 시세반영률은 20~30%로 크게 떨어져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고, 참여정부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와 집값 안정을 목표로 2004년 12월 종합부동산세를 전격 도입합니다. 종부세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 현실화가 꼭 필요했는데요. 참여정부는 33.3%에 불과했던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2003년에는 36.1%로 2004년에는 39.1%로 끌어올린 뒤 장기적으로 시세반영률 80% 달성을 목표로 정책을 짰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 참모들과 여당(열린우리당)까지도 경기침체를 빌미로 종합부동산세 원안을 약화시키려 했고, 공시가격 현실화 목표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죠. 이후 정권이 바뀌고 종부세에 부정적이었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당연히 공시가격 현실화도 탐탁지 않아 했을 겁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정책을 집행하는 관료들은 세금 문제에 보수적으로 접근합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세금폭탄으로 연결 짓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문재인 정부 역시 공시가격 현실화를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하는 거 아닐까요.

하지만 문제는 경실련이 여러 번 밝혔듯이, 우리나라 부동산은 고가일수록 시세반영률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어떤 사람은 100을 갖고도 70에 대한 세금을 내고, 어떤 사람은 100을 갖고도 30에 대한 세금을 냅니다. 문제는 돈 없는 일반 서민이 100의 70을 내고 돈 많은 재벌이 100의 30을 낸다는 점입니다. 가진만큼 세금을 내는 것은 조세정책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돈 없는 서민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Q4. 공시지가가 높아지면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지 궁금해요.

결론부터 말하면 공시지가 인상과 아파트값 상승은 연관이 없습니다. 아파트의 과세 기준은 공동주택 공시가격입니다. 따라서 아파트 거주자의 경우는 재건축단지가 아닌 이상 공시지가를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은 미래의 땅값, 집값을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년도 가격 상승분이나 하락분, 실거래가 내역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집값 상승과 직접적 연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생각해 볼 수는 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정부가 공시가격을 엄청나게 올려 소유자들이 세 부담을 우려해 집을 서로 내다 팔아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공시가격이 엄청나게 내려가 세금 부담이 사라져 너도나도 집 사재기에 나서 집값이 오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세부담상한선, 공시비율, 공정시장가액비율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놨습니다. 앞에서 정부 자료로 설명해 드린 바와 같이 설령 공시가격이 급격히 상승한다 하더라도 일반 시민에게 세금 폭탄이 떨어질 일은 없습니다.

수, 2019/03/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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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1,2월호 – 시사포커스2]

한반도 평화체제와 남북경협

 

양문수 통일협회 정책위원장/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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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이 작년 4월에 판문점에서 개최되었고, 이어 5월에는 당일치기로 두 번째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렸다. 이어 9월에는 세 번째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다. 한 해에 한 번 열리기도 힘든 남북정상회담이 한 해 동안 세 차례나 열렸다. 당연히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가 하면 작년 6월에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특별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올 초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전망이다. 지난 7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던 북미정상회담이 두 번이나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처럼 올해 한반도를 둘러싼 새로운 움직임은 그 속도가 너무도 빠른 것이어서 일반 국민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그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북한 및 한반도 관련 메가톤급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한반도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한미일-북중러 대립 구도로 대표되는 동북아 질서가 완전히 새롭게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이런 움직임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평화 또는 한반도 평화라는 점이 눈에 띈다. 사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변화는 종착지가 어디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남북한, 미국, 중국 등이 공통으로 추구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목표는 존재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북미관계 정상화가 그것이다. 여기서 첫 번째는 북한에 관한 것, 세 번째는 북미관계에 관한 것이지만, 두 번째는 한반도에 관한 것이고 여기서 키워드는 평화 또는 평화체제이다.

요즘은 국가 차원의 공식적·공개적인 장에서 한반도에 대해 이야기할 때 통일보다는 평화라는 단어가 훨씬 많이 나온다. 이 또한 새로운 흐름이다. 어쩌면 우리는 통일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기존의 관념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의 급격한 변화는 통일보다는 평화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양상이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것은 암묵적으로, 때로는 명시적으로 남북한의 평화공존 상태를 상정한 것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 통일은 앞으로 상당 기간, 어쩌면 꽤 오랜 기간 남북한의 평화공존 기간을 거쳐야만 가능할지도 모른다.

물론 북한 비핵화의 진전에 따라 북한이 국제적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에 편입되고, 북한의 개혁·개방이 크게 진전된다면 그동안 한반도 통일을 가로막고 있었던 여러 장애요인들이 제거되는 것은 분명하다. 남북한 체제의 이질성이 완화되고 남북간의 적대적 관계가 화해협력관계로 전환되면 통일의 여건이 종전보다 개선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통일은 기본적으로 상대가 있는 게임임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남한은 분명 통일을 추구하겠지만 북한은 과연 그러할까. 특히 북한 지도부의 생각은 어떠할까. 권력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통일을 논한다는 것은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다.

남한은 통일로 가는 징검다리로서 남북연합 단계로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북한은 이와는 정반대로 Two Korea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급속히 개선되고 남북한 당국자들의 만남이 늘어나면서 우리는 공개적·공식적인 자리에서 통일을 노래하고 통일을 위한 노력을 다짐하는 북한 당국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아졌다. 하지만 북한정부의 속내는 Two Korea이다. 남한정부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을 따름이다.

설령 상당한 시간이 흘러 통일을 달성한다고 해도 통일은 이른바 ‘우리 민족끼리’의 통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세계화 시대의 통일, 즉 다양한 해외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주체들과 공존하는 통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그토록 갈구하는 체제안전보장을 실현하기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를 실질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대외적으로 대폭 개방된 상태, 국제화의 수준이 매우 높은 국가로 탈바꿈되어야 한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전부터 통일보다는 평화에 우선순위를 두는 입장을 보여 왔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근저에 깔려 있는 세계관 또는 철학에서 키워드는 통일이라기보다는 평화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통일이 평화의 선결요건이라고 보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평화를 통일의 선결요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점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계승하고 있다. 평화의 구축 및 정착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통일 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보는 관점이다.

그리고 통일에 관해서는 ‘결과로서의 통일’이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지향한다. ‘법적인 통일’이 아니라 ‘사실상의 통일’을 지향한다. 정치적 통일에 얽매이지 않고 경제적 통일을 우선적으로 추구한다. 통일의 본질은 연방제, 연합제, 체제통일 등 어떤 제도적 상태라기보다는 남북간 평화공존과 교류협력이 확대·심화되는 과정이라고 파악한다.

이렇듯 남북간에도 평화가 우선적으로 추구되고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핵심적 과제로 제기된다면, 이는 남북경협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여건 변화를 의미한다. 첫째, 앞으로의 한반도 평화체제에 상응하는 남북경협, 나아가 남북한 경제관계 체제는 어떤 것이 되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대두된다. 둘째, 향후 남북경협은 어떤 식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하는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가속화·공고화하기 위해 남북경협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과제가 대두된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상태이자 과정이다. 장기적 목표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반도 평화체제는 남북한만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남북한과 함께 주변국도 깊은 연관성을 가지는 국제적인 성격이 강한 사안이다. 북한이 갈구하는 체제안전보장은 북한 영토에 무수한 해외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주체들이 거주하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체제가 국제적인 성격이 강하다면 남북한 경제관계 체제도 그러한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의 남북경제공동체 논의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남북경제공동체의 실현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된다면, 즉 대북제재가 거의 다 해제된다면 미, 중, 일, EU 등 다양한 해외의 경제 주체들의 북한 진출 러시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북한과의 모든 경제협력 사업을 남한 혼자 다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결국 한국경제 입장에서는 양면적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해외의 경제주체들, 공공·민간 자금들과 북한에서 동거·공존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이들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제기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해 우리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이들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제기한다. 결국 언제 어느 분야에서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 것인가, 또한 경쟁할 것인가 하는 복잡한 방정식을 푸는 문제, 전략을 짜는 문제로 귀착된다.

이는 남북경협에서 양자간 협력과 다자간 협력을 구분해서 접근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주변국과 비교한 우리의 분야별 경쟁력 진단 및 제고와도 관계가 있다. 사업의 우선순위, 또는 선택과 집중의 문제와도 관계가 있다.

한편, 이제는 남북경협에 있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경제외적 요인에 대한 고려도 때로는 필요하게 되었다. 특히 상황에 따라서는 외국자본, 특히 미국자본의 북한진출에 대해 한국이 거부·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려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자본의 북한 진출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지난 5월, 북한 비핵화시 미국의 대북 민간 투자를 통해 북한의 전력망 확충, 사회 인프라 건설, 농업 발전을 도울 수 있다며 미국의 대북 민간 투자의 구체적 분야까지 밝혀 눈길을 끓었다.

이런 분야에 미국자본이 북한 진출을 타진한다고 하면 우리는 이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유념해야 할 것은 우리가 반대한다고 해서 미국자본의 북한 진출에 난관이 조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것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영역의 것들이다. 그런 요인들은 상수로 인정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소탐대실이 될 수도 있다. 전략적인 사고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월, 2019/01/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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