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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사유] 공공서비스, 불필요한 본인인증은 차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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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사유] 공공서비스, 불필요한 본인인증은 차별이다

admin | 월, 2021/07/19- 20:28

정보공개센터 김조은 활동가

2021년 6월 23일부터 정보공개 제도에는 주요한 변화가 하나 생겼다. 그동안 공공기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마다 제출해야 했던 청구인의 주민번호를 더 이상 기재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앞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할 때는, 주민번호가 아닌 생년월일 정보를 기입하면 된다.

시민사회는 오래전부터 의무적으로 주민번호를 쓰라는 것은 개인들의 민감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것일뿐더러,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를 키운다는 점을 지적해왔기에, 이번 개정은 매우 소중하고 반가운 변화다(이미 2015년 개인정보위원회에서 이 같은 주민번호 수집이 불필요한 절차임을 의결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6년 만에 개정이 이뤄진 것은 안타까운 속도긴 하지만 말이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된 이후, 기대되는 마음으로 정보공개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직접 청구를 해봤다. 그런데 이게 웬걸. 행정의 변화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걸까? 법에서 생년월일만 기입하면 된다고 했던 것과 달리 청구를 하려면 생년월일 이외에 주민번호 뒷자리의 첫 숫자, 즉 성별 정보까지 기입해야 했고, 이에 더해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라는 문구가 튀어나와 청구서 접수를 가로막았다.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고 회원가입을 하다 보면 본인인증을 하라는 요구가 별 것 아니라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우리는 이 절차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왜 필요한 것인지 좀 더 따져 물을 필요가 있다.

본인 인증 자료화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본인인증

지난해 1월,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있는 시민이 '공공도서관에서 본인 명의의 휴대폰이나 아이핀이 없는 사람들도 가입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을 국민청원사이트에 올렸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이후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려면 '본인인증'을 통해 먼저 회원가입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복잡할 절차를 통과하기 힘든 노인이나 장애인,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가 없는 어린이, 빈곤으로 휴대폰이 정지된 사람들은 도서관을 이용하기가 너무나 힘든 현실을 목도한 것이다. 청원인은 ‘모든 사람에게 누구나의 책을’ 이 도서관학 다섯 법칙 중의 하나이지만,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본인 명의 휴대폰이 없는 사람은 ‘모든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인에게, 어린아이에게, 장애인에게, 가난한 이들에게 모두 장벽을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라면, 그 시스템이 어찌 공공성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본인인증은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된 자리에 대체적인 수단으로 손쉽게 도입된다. 그러나 본인인증이라는 절차는 답답하고 불편하다는 차원을 넘어서 어떤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와 목적을 포기할 만큼 험난한 장벽이다. 이는 이미 현존하는 차별이며, 때문에 본인인증을 도입할 때에는 그것이 꼭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면밀히 검토해 최소한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고, 필수적으로 필요한 경우라면 배제된 사람들에게 접근권을 보장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 본인인증은 정말 꼭 필요한 걸까?

다른 나라는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유독 '자격'에 집착하는 한국?

행안부는 '청구권자 인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본인인증 절차를 두었다고 말하는데, 이는 우리가 청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 자격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현행 정보공개법은 정보공개 청구권자를 국민,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국내에 사무소를 둔 법인/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청구인이 혹시 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모두가 본인인증을 먼저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본인인증을 요구하는 관행은 정보공개청구를 하려는 사람들을 번거롭게 할 뿐 아니라, 청구인들에게 신원 추적에 대한 불안감을 주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앞서 보았듯 어떤 사람들은 인증의 장벽을 넘지 못해 직접 공공기관을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청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청구권자의 자격을 확인하는 것이 이 모든 것을 감수할 만큼 중요하고 필요한 일인지 생각해본다면, 득에 비해 실이 너무나 크다.

작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랐던 공공도서관의 본인인증 완화 요청 ⓒ국민청원 사이트 캡처

사실 정보공개 청구는 원칙적으로 모두에게 공개해달라는 요청이기 때문에, 누가 그 요청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축적된 많은 판례와 운영지침에서도 청구인이 누구인지나, 청구 목적을 추궁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청구 내용을 보고, 요청한 정보가 혹시라도 비공개 대상에 해당하는지 판단하여 공개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본인에게만 공개해야 할 정보들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특별한 경우에 한 해 자료를 공개하는 시점에서 본인인증 절차를 활용하면 될 일이고, 정보공개포털은 이미 그렇게 운영되어왔다.

게다가 공익적으로 중요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알아야 할 정보라면 그것이 외신 기자든, 한국 시민이든 누구의 요청이든 상관없이 공개되어 널리 활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정보공개 제도가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은 국적이나 나이 등 다른 조건 없이, '누구나' 정보공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언어나 문화의 장벽으로 외국인의 청구는 어쩔 수 없이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말이다. 많은 이웃 나라들과 달리 유독 요청할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하고 나아가 주민번호를 바탕으로 손쉽게 그 자격을 검증하려는 관행은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축시키고 불신을 조장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의 영역에서 불필요한 본인인증으로 불합리하게 시민들이 부담을 떠안는 일이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란다.

 

* 정보공개센터가 매 달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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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무엇을 공개해야 하나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병 대응에 실패한 이유는 단연 ‘정보은폐’라고 꼽을 수 있다. 초기 메르스 감염이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확산되었지만 발병 병원과 지역이 공개되지 않아 정부에 대한 불신과 시민들의 불안이 극으로 치달았다. 메르스 대응 실패라는 교훈을 통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공개가 이루어졌으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방역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공개 이면에는 확진환자 개인의 사생활이 여과 없이 공개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확진자의 과도한 사생활 노출로 인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에서도 확진자 동선 공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여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권고하며 일정 기한이 지난 후에는 공개된 확진자 동선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확진자의 성별, 나이, 이동경로 등 개인을 특정하거나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공개되었다. 이미 방역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선 정보공개가 이루어졌다. 방역당국에서 배포하는 동선 공개 가이드라인은 단순히 ‘개인을 특정 하는 정보를 제외 한다’라는 안내만 있을 뿐 일선 현장에 적용 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등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혐오 조장을 규탄하며 인권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5.14ⓒ김철수 기자


결국 6월 3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는 ‘확진 환자의 이동경로 등 정보공개 안내[3판]’을 통해 시간에 따른 개인별 동선 형태가 아닌 장소목록 중심으로 정보를 공개하며, 확진환자 개인의 성별, 연령, 국적, 거주지 등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지침을 수정했다. 하지만 이미 확진자 12,800명(6월 30일 0시 기준)의 정보가 공개된 이후 취해진 조치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감염병 이동경로 공개에 있어 중요한 정보는 ‘누가’가 아니라 ‘언제, 어디에’이다.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충돌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개인의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경우, 정보공개는 그 목적에 맞게 최소한의 정보 값만 공개되어야 한다. 더 이상 시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정부의 개인정보수집과 무차별적인 사생활 공개가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떻게 공개해야 하나

코로나19 사태에서 감염병 대응에 관한 정보는 유례없이 신속하고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선별진료소 운영 현황, 마스크 구입 정보, 긴급생활지원금 등 재난상황에서 시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는 주로 휴대폰 재난문자 중심으로 공유되며 더 자세한 정보는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휴대폰과 인터넷 보급률만 보자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디지털 정보를 검색하고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보에 소외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특히 디지털 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노인들에겐 코로나19에 관한 정보접근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휴대폰으로 전화와 문자메시지 정도만 간신히 사용하는 노인계층에게 디지털 환경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감염병 정보들과 정부 및 지자체의 재난지원 정보들, 비대면 물품구입과 금융거래 등의 혜택은 거의 다른 세상 이야기에 가깝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중 92%가 60대 이상으로 정작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받는 것은 노인계층인데 정보로 부터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셈이다.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11일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등 노숙인 관련 단체가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리스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최 단체는 빈곤에 따른 열악한 조건 속에서 홈리스들의 인터넷 신청이 어렵고 현장 신청 역시 주소와 거소의 분리, 거주불명등록 등의 이유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카드와 상품권, 선불카드와 같은 지불수단은 홈리스의 필요를 채우는 데 큰 제약이 있다고 말하며 적절한ⓒ뉴스1


그밖에 다른 취약계층의 정보소외도 심각한 상황이다. 복지단체인 대구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대구시의 긴급생계자금을 받지 못한 쪽방 주민이 2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긴급생활자금 지원방법과 구체적인 안내를 받을 수 없어 재난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시민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접근과 활용이 어려운 사람들은 지역사회 감염정보와 대처방안에 신속한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선별진료소, 마스크 구매 등 방역에 대한 정보접근이 어려우며,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사회보장 정보들이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노인, 홈리스,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등 디지털 정보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 대한 정보 전달 체계를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정보에서 소외되면 사회적 보호에서도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재난 관련 정보는 사회구성원 중 누구하나 소외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간편하고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통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디지털 정보접근이 쉽지 않은 사회적 약자들도 소외되지 않도록 섬세하게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예견한다. ‘뉴노멀’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환의 시점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놓치는 것들을 다시 고민해야만 한다. 한 쪽에서는 다수의 안전을 명목으로 사생활 정보들이 과도하게 노출되는 인권침해를 겪고, 다른 한 쪽에서는 정보로부터 소외되어 생존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정보는 결국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공개하느냐에 문제로 귀결된다.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시민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공개해야 하는지 새롭게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일, 2020/08/0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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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의 은평시민신문 정보공개 칼럼입니다.


 

 

작년 봄, 낯선 동네였던 은평구로 이사를 왔습니다. 은평구민이 된지도 어느새 1년이 다 된 셈입니다. 은평구에서 보낸 지난 1년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불광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가, 예쁜 이름을 가진 내를건너서숲으로도서관에서 책을 빌립니다. 불광천변에 널린 맛집들을 찾아 저녁을 먹기도 하고, 주말이 되면 구산동도서관마을로 향해 느긋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요새는 혁신파크에 있는 자전거 공방에서 자전거 고치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동네 보다 조용하고 부산스럽지 않아 높은 삶의 만족도를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은평부심’을 느끼면서도, 본업인 정보공개 운동으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지난 해, 은평구는 자의적으로 정보공개심의회를 개최하지 않아 서울시옴부즈만위원회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링크) 최근에는 당연히 공개해야 할 차량 운행일지를 은평시민신문을 콕 찍어 비공개 하기도 했습니다. (링크) 잇따라 폭거를 저지른 구청의 행보에 신출내기 은평구민의 ‘은평부심’이 바사삭 스러지고 있는 찰나에, 은평구의 각종 위원회 회의공개 수준이 형편없다는 동료 활동가의 제보는 또 한 번 자부심을 부끄러움으로 바꾸기에 충분했습니다. 잘못은 구청이 했는데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지 모르겠습니다.

 

120개에 달하는 각종 위원회, 제대로 운영되고 있을까?

 

은평구청 홈페이지(링크)에 따르면 은평구엔 120개의 위원회가 존재합니다. 각종 위원회들은 조례에 따라 구청 공무원 뿐 아니라 외부 민간위원들이 참여하며 각종 구정과 관련한 심의 및 조정, 자문의 역할을 합니다. 행정이 마음대로 모든 것을 다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참여를 통해 행정의 여러 분야에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때로는 행정이 가지지 못한 전문성을 보완한다는 차원에서 각종 위원회의 존재 의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위원회가 그 존재 의의에 걸맞게 행정의 민주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선결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위원회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고, 둘째는 회의와 관련한 각종 정보들을 주민들에게 잘 전달하고 있느냐 입니다.

 

각종 위원회에 민간 위원들이 참여하더라도, 모집할 때부터 관청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골라 뽑는다면 위원회 자체가 요식행위에 불과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위원회가 제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논의 끝에 결정된 사안들이 행정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시민들이 살펴볼 수 없다면 이 역시 의미가 퇴색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은평구의 각종 위원회는 이 두 가지 조건을 제대로 지켜서 운영되고 있을까요? 은평구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보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웃한 지방자치단체들과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은평구 홈페이지의 각종 위원회 현황

 

위원 공개모집 확대가 필요해!

먼저 ‘위원 모집’에 대한 부분입니다. 민간 위원을 공개적으로 모집하고 있는지, 아니면 관청의 판단에 따라 위촉하고 있는지에 따라 각종 위원회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건축법 시행령에서 ‘공모’하도록 정해져 있는 건축위원회나, 역시 조례에서 공개모집 절차를 명시한 참여예산시민위원회 같은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위원회 위원의 모집 절차를 조례에서 따로 명시하지 않고 구청장이 위촉한다고만 되어 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원들을 어떻게 모집하느냐는 거의 전적으로 관청의 판단에 따른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각종 위원회 위원들을 공개모집하는 경우엔 구청 홈페이지의 고시/공고란에 공고문이 올라옵니다. 은평구의 경우 고시/공고란을 살펴보면 2021년 들어 건축위원회와 협치회의, 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 모집 공고가 올라온 바 있고, 2020년에는 인권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을 공개 모집한 바 있습니다. (동 단위로 모집하는 주민자치위원회나 사안이 있을 때마다 전문가를 모집하는 제안서평가위원회는 제외하겠습니다.) 이 중에서 도시계획위원회를 제외하면, 모두 법령이나 조례로 위원 공개모집이 의무화된 위원회들입니다. 그 이전의 공고들을 살펴보더라도 120개에 달하는 위원회 중에서 위원들을 공개모집하고 있는 위원회는 10개 미만에 불과합니다.

 

은평구와 이웃한 고양시는 각종 위원회에 대한 주민 참여를 높이기 위해 아예 온라인 공모접수 창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링크) 이를 통해 2021년 한 해에만 벌써 17개 위원회의 위원들을 공개모집했거나, 모집 계획을 공고한 상황입니다. 새로 위원을 모집한 기간에만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비신청 제도를 두어 관심이 있는 위원회에 결원이 발생하면 바로 모집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참여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 주민들이 있더라도, 위원 모집 공고를 매일 확인할 수 없어서 기회를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위원 모집 공고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고 게다가 예비신청 제도를 통해서 관심 위원회의 모집 공고를 개인에게 알려준다면 더욱 편리하게 참여가 가능하겠죠.

고양시의 위원회 위원 온라인 공모접수 창구

 

이렇게 위원들을 공개모집하는 위원회도 많고, 신청 접수도 편리한 고양시민들과 비교하자면 은평구민들은 행정에 참여하고 의견을 낼 통로 자체가 좁은 셈입니다. 1년 차 은평구민의  ‘은평부심’이 ‘바사삭’하고 부서지는 순간입니다.

왜 안하죠? 회의 정보공개

은평구의 또 다른 이웃인 서대문구는 과거에 개최된 각종 위원회의 회의 뿐 아니라 앞으로 열릴 회의 일정까지 미리 사전공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민 누구나 자신이 관심 있는 위원회 회의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주제로 열릴지 미리 알 수 있습니다. (링크)

서대문구의 위원회 회의 일정 공개

 

 

은평구는 회의 일정을 사전에 공지하지 않습니다. 회의에 참여하는 위원들이야 개별적으로 연락이 가지만, 일반 주민들의 경우 언제 무슨 회의가 열리는지 알지 못하고, 나중에 회의록이 공개된 후에야 어떤 회의가 언제 어디서 있었는지 알게 됩니다. 사실 이런 위원회 일정을 누가 궁금해하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위원회에 대한 정보공개가 어떤 수준으로 공개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지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평구 회의 정보공개의 더 큰 문제는 위원회에 참여하는 민간위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은평구와 서대문구의 건축위원회 구성 현황 정보 페이지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왼쪽 이미지는 은평구 홈페이지 위원회 현황 메뉴에서 공개하는 건축위원회 위원 명단이고, 오른쪽 이미지는 서대문구 홈페이지 위원회 현황 메뉴에서 공개하는 건축위원회 위원 명단입니다. 은평구의 경우 명단에 ‘직업’란이 있음에도, 그 어떤 위원들의 직업도 공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반대로 서대문구의 경우 각 위원이 어떤 건축사 사무소 소속인지, 어떤 대학의 교수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원의 소속이나 직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 과연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들이 전문성이 있는 사람인지 일반 주민들은 살필 도리가 없습니다. 

주민의 정보접근 편의성도 부족

정보를 공개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주민들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부족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은평구의 위원회 정보가 궁금하다면, 위원회의 구성 현황과 회의록 내용들을 함께 살펴보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두 정보는 한 카테고리에 모아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은평구 홈페이지에서 위원회의 회의록 정보는 ‘행정정보공개’ 메뉴에, 위원회 구성 현황은 ‘행정자료실’ 메뉴에 따로 흩어져 있습니다. 

 

 위원회 관련 정보가 서로 다른 메뉴에 흩어져 있어, 신경 써서 메뉴들을 눌러보지 않으면 위원회 관련 정보들을 모두 살펴보기 힘든 구조

 

서대문구의 경우 회의일정, 구성 현황, 회의록을 같은 페이지에서 탭만 달리해서 살펴볼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위원회에 대한 회의정보공개부터, 정보를 찾고자 하는 사람의 편의성까지 모두 서대문구의 압승입니다.

 

위원회 정보를 한 페이지에 모아놓은 서대문구

 

 

 은평구는 주민들이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찾고 싶은 정보를 편리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기본적인 UI부터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의 UI는 다 고만고만하게 불편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유사한 카테고리의 정보들을 한 곳에 모아놓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만들어 각종 위원회를 꾸리는 것은 구정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를 높이고, 함께 논의하는 행정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그러나 그 운영에 있어서 주민들에게 정보를 개방하고, 참여의 기회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각종 위원회는 ‘면피’에 불과해집니다. 은평구청이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부터 이웃한 지자체들은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고, 배우고,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길 바랍니다.

 

금, 2021/04/3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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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국정원)의 태도 변화가 심상치 않다. 곽노현 전 교육감과 박재동 화백 등의 사찰 문건 관련 정보공개소송에서 대법원이 공개 판결을 내린 후 국가정보원은 사찰 정보에 대해 당사자들에게 전향적으로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11월 2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배우 문성근, <버닝> 등의 영화를 제작한 이준동 영화제작자, 故이소선 여사, 故문익환 목사, 故노회찬 의원의 유가족들도 국정원에 사찰 파일 정보공개청구를 하자 국정원은 아예 기조실장이 팀장을 맡고 변호사 직원을 포함하는 ‘민간인 사찰정보 공개를 위한 전담 TF’를 꾸린다고 한다. 이는 분명히 극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현행 정보공개법에는 별다른 처벌과 제재조항이 없어 아무리 대법원에서 공개 판결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그간 공공기관들은 마음만 먹으면 해당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뺌하거나, 공개를 차일피일 미뤄 늑장 공개하거나, 아예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끝까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을 미루어보면 국정원이 스스로 사찰정보를 당사자들에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결코 작은 변화라고 할 수 없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박지원 신임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7.29.ⓒ뉴시스

이런 변화 기류는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세웠던 국정원 개혁과 무관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첫해인 지난 2017년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를 설치하며 개혁을 시작했으나, 지난 3년간 국내 첩보 업무 이관을 위한 조직개편과 예산삭감 등의 내부 개편이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진행되었다. 그리고 지난 11월 30일 국내정보수집업무 폐지, 국정원법 개정안이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이제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가 남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개혁은 7부 능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국정원 개혁에 대한 시민사회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번에 정보위에서 통과된 국정원법 개정안은 국가기관 등에 국정원이 사실조회 및 자료제출 등을 요구할 경우 이에 응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국정원 직원에게 광범위한 조사권을 부여하면서도 정작 수사권 이관은 정작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17년부터 이어졌던 국정원 개혁의 칼자루와 책임을 다음 정권에 넘긴 것이나 다름 아니다. 즉 다음 정권에서 마음만 먹는다면 국정원 개혁은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는 불안이 내재된 상태다. 이대로라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개혁은 용두사미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이명박·박근혜 시절 사찰 파일 공개한 국정원

중앙정보부 시절부터의 폐해 청산은 용두사미 우려

안보 가치 소실된 국내업무 문건 국민에게 공개해야

국정원 마크 ⓒ김철수 기자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국정원 개혁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앙정보부 설치 이후 현재까지 지난 60년간 국정원이 국가기록원에 이관한 기록은 단 72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이마저도 2014년부터 단 네 차례 이관이 이루어졌고 2018년 이후로는 아예 단 한 건도 이관된 바가 없다고 밝혀져 오히려 정보공개의 측면에서 보면 국정원 개혁의 저의마저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다. ‘본질적 차원의 변화’는 결국 과거에 대한 ‘성찰과 반성’에서 나온다는 단순한 진리를 간과하지 않았다면, 국정원 개혁의 시작은 대외 안보적 가치가 소실된 국내업무 문건들을 비밀해제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활동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민간인 사찰 및 정치개입, 박근혜 정부 시기 국정원 특활비 청와대 상납 등 직전 보수 정권들의 국정원과 관련된 부정과 치부를 밝히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결과적으로 1961년 중앙정보부 시기부터 오늘날 국정원까지 60년에 이르는 현대사에서 정보기관 본질과 한국 사회에 끼친 폐해들을 오롯이 마주하게 하지는 못한 셈이다.

이번 국정원법 개정안에 따라 수사권 이관이 3년간 유예되며 국정원 개혁의 종결도 결국 3년간 유예된 셈이다. 따라서 향후 3년간 국정원 개혁의 최대 숙제 중 하나는 특정 세력의 정치적 유불리와 관계없이 대외 안보적 가치가 다한 국내업무 문건들을 과감하게 비밀해제하고 이들을 국민들 앞에 공개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신설될 국내업무를 전담할 수사기관도 이를 반면교사 삼아 국정원의 어두운 길을 다시 밟지 않을 수 있다.

화, 2020/12/0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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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기록 없는 국회, 노무현을 떠올린다

 

 

지난 5월 23일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한 번째 기일이었다. 올해도 많은 정치인들이 봉하마을로 향해 추도식에 참여했다. 너나할 것 없이 ‘노무현 정신’ 계승을 이야기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런데, ‘노무현 정신’을 이야기할 때 빼놓아선 안 될 이야기가 있다. 바로 노무현의 ‘기록 정신’이다. 노무현은 역대 대통령 중 그 누구보다도 공공기록물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체계적인 기록관리 정책을 추진한 대통령이었다.

 

참여정부 이전까지 정부의 공공기록물 관리 수준은 아주 처참했다. 2005년 [공공기록물 보존 및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1952년 제1차 개정헌법부터 제5차 개정헌법까지의 원본들을 원본인 줄 모르고 일반서류로 보관하고 있었고, 오히려 필사본을 원본으로 여기고 귀중 기록물 보존서고에 보존하고 있었다. 심지어 제헌헌법 원본, 제1대 국새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록물들은 분실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화폐나 우표 원본 도안도 사라졌다. 통치사료로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대통령기록물 역시 제대로 수집 관리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12년 동안 장기 집권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경우 현재 남아있는 대통령기록물이 9만 3천여건, 16년을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7만 6천여건에 불과하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점차 대통령기록물의 양이 늘어나긴 했지만, 무엇이 대통령기록물인지, 기록물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노무현 정신은 곧 기록 정신
“우리가 이렇게 해서 새출발 못합니다”던 육성

 

472년 간의 역사를 정리한 조선왕조실록, 국왕의 업무와 각종 행정사무들을 매일매일 기록한 승정원일기 등 세계에 자랑할 만한 기록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에서, 정작 정부의 기록물 관리는 엉망진창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2004년 당시 참여연대와 세계일보는 [기록이 없는 나라]라는 기획 연재를 통해 정부의 기록물 관리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시민단체와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자, 노무현 대통령은 즉각 국가기록관리의 혁신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2004년 7월 20일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해서 새출발 못합니다. 기록물관리부터 새롭게 하고 지난날의 이런 처리에 대해서 얼렁뚱땅했던 것도 다 국민들 앞에 진상 공개하고 앞으로 안 그러겠다고 맹세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친필 메모ⓒ뉴스타파 홈페이지 캡처

 

노무현의 ‘맹세’는 공염불에 그치지 않았다. 정부 수립 후 최초로 국가기록관리 체제 혁신을 공식화한 ‘국가기록관리혁신 로드맵’을 세우고, 이에 따라 공공기록물법을 전면 개정하여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 체계를 바로잡았다. 무엇보다도 노무현의 ‘기록 정신’을 잘 드러내는 지점은 대통령기록물법을 제정한 것이다. 이전까지 대통령기록물은 사실상 대통령과 비서실, 측근들의 사유물과 다름없었다. 박정희가 죽자 유가족들은 트럭 6~7대 분량의 대통령기록물을 들고 나왔고,(관련 기사) 전두환 역시 퇴임 시 트럭 서너대 분량의 통치기록을 집으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삼 역시 컨테이너 세 대 분량의 대통령기록물을 개인적으로 보관하다가, 향후 이를 대통령기록관에 기증했다. 노무현은 달랐다. 본인이 직접 개발에 참여했던 전자문서관리시스템인 e지원을 청와대에 도입하여 문서의 생산과 관리, 보고와 결재 등을 상세히 기록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를 토대로 800만 건에 달하는 대통령기록물을 퇴임하면서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했다.

 

이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을 상세히 남긴 것은 후대 대통령들이 이전 정부의 통치자료를 참고하여 국정 운영에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함이었고, 또 훗날의 연구자들이 1차 사료들을 토대로 참여정부를 연구하고 역사적 평가를 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고자 한 의미도 있다. 기록을 남기는 것이 되려 대통령 자신에 대한 비판의 도구로 쓰일지도 모르지만, 대통령기록물은 폐기나 은폐, 누락이 없어야 하고 가급적 많은 기록물이 사회와 시민들에게 공개돼야 한다는 신념이 노무현의 ‘기록 정신’이었다.

 

그러나 노무현의 뒤를 잇겠다는 허다한 정치인들 중에서, 정작 그의 ‘기록 정신’을 본받은 이는 찾기 어려운 것이 오늘날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지난 5월 19일, MBC뉴스데스크는 임기를 마치고 국회를 떠나는 국회의원들이 의원실의 각종 문서들을 마구잡이로 폐기하고 있는 장면을 보도했다. 방위사업청의 무기 구매 비공개 문건, 용산 참사 수사기록, 국무총리의 주민등록번호가 담긴 문건 등 민감한 정보를 담은 문서들이 폐지로 버려졌다. 의원실에서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들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의정활동 기록’이라는 인식이 없기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이렇게 의정활동 기록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 20대 국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19대 국회가 마무리되던 4년 전에도, 마찬가지로 “4년 마다 국회 사초가 실종된다”며 문제를 제기한 언론들이 있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국회의원들은 전혀 변화가 없는 셈이다.

 

내다버린 ‘총리 개인정보·국방문서’…국회서 무슨 일이?ⓒMBC 방송 캡처

 

노무현 정신을 따른다면서 기록을 남기지 않는 정치권
21대 국회는 ‘국회의원기록물법’ 만들길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기록은 행정부의 문서와 마찬가지로 공공기록물로 보존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회는 의원실이 제작한 토론회나 정책연구 자료집 등 일부 기록만 국회도서관을 통해 보존할 뿐, 대다수 의정활동 기록물들은 파쇄되거나, 의원실 관계자들이 개인적으로 가져가거나, 때로는 그냥 버려지기도 한다. 의정활동 기록을 국회도서관에서 관리한다는 원칙만 있지, 이를 의무적으로 강제할 만한 법적 규정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정보공개센터와 한국기록전문가협회는 각 의원실에 공문을 보내 의정활동 기록물들을 그냥 폐기하지 말고 국회도서관 국회기록보존소로 기증을 해달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나 기증을 약속하거나, 이미 기증을 했다고 밝힌 의원실은 전체 20대 국회의원 중 10개 의원실에 불과했다. 이후 세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서른 명 가까운 의원들이 국회도서관에 의정활동 기록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래 봤자 전체 의원의 10%에 불과한 정도다. 90%의 국회의원들은 ‘기록을 남긴다’는 인식이 전혀 없는 것이다.

 

기록물 기증을 요청했을 때, 부정적인 의사를 밝힌 의원실의 공통적인 반응은 “의원실의 문서들은 내부자료가 많아서 외부에 기증하기 어렵다”, “대외비가 많아서 공개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세금으로 세비를 받아 활동하는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하면서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공공기록물이다. 의원실에서 생산한 문서니까 의원실 내부에서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는 문서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국회 내부 기구에 기록물을 기증하는 문제를 두고 ‘내부’, ‘외부’를 따지는 것도 사실 웃기는 일이다. 기록물을 기증한다고 해서 그 자료가 바로 공개되는 것도 아니다. 국회기록보존소에서 자료의 이런 설명을 충분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내부자료’라거나 ‘대외비’라는 표현으로 기증을 거부하는 것은 국회의원들 대다수에게 얼마나 ‘기록 정신’이 부재한지 보여주는 사례라 볼 수 있다.

 

‘기록 대통령’이었던 노무현은 대통령 재임 당시 회의나 면담 중에 남긴 손글씨 메모들도 대통령기록물로 남겼다. 청와대 공식 노트 뿐 아니라 해외 순방 시 머무른 호텔 메모지에 끄적인 메모 하나하나까지 그대로 기록으로 남았다. 대통령기록관에 보존된 266건의 친필 메모들은 십수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시민들 누구나 쉽게 살펴볼 수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떤 생각으로 국정 운영에 나섰는지 알 수 있는 자료로 쓰이고 있다. 이렇게 메모지 하나까지 공적인 기록으로 남기고,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 노무현의 기록관리에 대한 신념이었다. 2005년 10월 4일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기록관리를 100%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기록 중에 필요 없는 기록이 상당히 많겠지만 100% 기록을 남긴다는 원칙을 가져가지 않으면 아주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서 모든 기록들이 사멸이 되어버리고 결국 기록문화는 유지할 수 없는거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대로, 어떤 기록은 남기고 어떤 기록은 버린다는 판단을 자의적으로 내리면 결국 기록문화가 유지 될 수 없다. 지금처럼 국회의원이 자의적으로 어떤 자료는 자기가 가져가고, 필요 없는 문서는 폐기하고, 일부 문서만 기증하는 방식으로는 국회 기록물들이 제대로 보존될 리 만무하다. 21대 국회는 달라져야 한다. 노무현이 ‘대통령기록물법’을 만들었듯, ‘국회의원기록물법’을 만들어 노무현의 기록 정신을 이어갈 용기 있는 국회의원을 기다려 본다.

 

 

※ 참여정부의 기록관리정책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노무현사료관의 참여정부 기록관리 혁신 정책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월, 2020/06/0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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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2일, 정보공개법이 개정되었습니다. (링크)

정보공개 담당자의 성실 의무를 규정하고, 정보공개위원회의 위상과 권한을 확대하는 등 많은 내용이 새롭게 바뀌었는데요, 이렇게 새로운 내용들이 많이 추가된 것은 2014년 이후 7년 만의 일입니다. 다양한 변화가 있는 만큼 부칙으로 각 조문들의 시행일을 다르게 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개정일인 2020년 12월 22일부터 당장 시행된 내용도 있지만, 개정 후 6개월, 개정 후 1년으로 시행일을 정해놓은 조문들도 있습니다. 

 

정보공개법 개정에 따라,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개정될 예정입니다.

 

오늘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2021년 6월 23일 부터 새롭게 시행될 내용들에 주목하여, 정보공개제도의 ‘디테일’이 어떻게 바뀔지, 시민의 입장에서 알아둘 만한 내용들을 정리하여 소개하려 합니다.

먼저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마다 의무적으로 적어야 했던 주민등록번호가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주민등록번호 대신, 생년월일을 작성만으로 정보공개 청구가 가능합니다. 그동안 정보공개센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보공개 청구 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비판해 왔습니다. 정보공개 청구권은 모든 국민에게 열려 있는데, 구태여 주민등록번호 작성을 통해 청구인을 특정하여 확인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청구인이 특정된다는 것은, 시민의 정보공개 청구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몇 해 전 정보공개센터에서 상담한 사례 중에서는 정보공개 청구 사실이 동네에 알려져 곤란한 처지에 놓인 경우가 있었습니다. 군청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더니, 담당 공무원이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청구인을 특정하고, 이장에게 그 사실을 알려 동네에 소문이 났다는 것입니다. 폐쇄적인 지역 사회에서는 누군가 어떤 내용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이미 2015년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정보공개청구 시 주민번호를 확인해 처리할 이유가 없다’고 의결한 바 있습니다. (링크)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이 미뤄져 오면서 주민등록번호 요구가 계속되어 오다가, 이제야 불필요하게 신상정보를 수집하던 절차가 사라진 것입니다.

정보공개 청구 과정에서 굳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할 이유가 없다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판단!

다만, 청구한 정보가 청구인 본인의 개인정보와 관련되어 본인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주민등록번호 제출이 필요하다는 점도 기억하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청구인 권리 강화된 정보공개법 개정

공공기관에서 비공개 통지를 받을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근거가 바로 정보공개법  제9조제1항제5호입니다. 보통 5호 중에서도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임을 근거로 비공개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의사결정 과정’이 종료 될 때 청구인에게 이제는 비공개 근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통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다수 공공기관은 이러한 종료 통지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법 개정에서는 5호 비공개 통지 시 아예 내부검토 종료 예정일을 함께 안내하도록 하여 청구인이 미리 종료 예정일을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되었습니다. 이 경우, 공공기관이 제대로 종료 통지를 하지 않더라도, 청구인이 종료 예정일이 지나면 재차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어  편의성이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비공개 통지를 할 경우 정보공개법 제9조제1항 각 호 중 어느 규정을 근거로 비공개 통지를 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라는 내용도 새로 생겼습니다. 정보공개법에 따른 비공개 통지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각호를 근거로 제시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이러한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법 규정에 따른 비공개 통지가 아니라, 단순히 ‘개인사생활 침해 우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조문  근거 제시 없이 비공개 사유만 간략하게 통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정보공개법 제21조 1항의 제3자 비공개 요청을 비공개 근거로 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정보공개제도의 원칙에 따르면 이러한 비공개 통지는 모두 절차 위반인데, 이번 개정을 통해서 이러한 원칙을 법조문에 확실하게 규정하여 그동안 관행적으로 계속되어왔던 잘못된 통지들을 바로 잡게 되었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정보공개제도 운영을 위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한 것 역시 중요한 변화입니다. 사실 공무원들의 입장에서 정보공개 업무는 본래 담당 업무에 딸린 부가적인 일에 가깝기 때문에, 매뉴얼에 따라 정확히 업무처리를 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예고된 시행령에 따라 각 기관이 연 1회의 정기 교육을 실시한다면, 더욱 매끄럽게 정보공개제도가 운영되기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143건의 이의신청 중 은평구청이 정보공개심의회를 통해 심의한 건은 18건에 불과했습니다-_-^

 

특히 은평 주민들이 남달리 체크해야 할 중요한 변화도 있습니다. 지난 2019년, 정보공개센터와 은평구정개혁시민모임은 은평구청의 정보공개심의회 개최 내역을 분석하여 정보공개 이의신청의 대다수가 심의회 개최 없이 임의처리 되었음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이후 주민감사로 이어져, 은평구청이 경고 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링크) 은평구에서 시작된 문제 제기는 지난 해 서울시 전체 자치구로 이어져, 18개 자치구가 정보공개심의회를 자의적으로 미개최했다는 이유로 경고 및 주의 처분을 받기도 했는데요, 이번 정보공개법 개정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기존에는 이의신청에 대해 심의회를 미개최하더라도 청구인이 이를 확인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무조건 미개최 사유를 청구인에게 통지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심의회 개최 여부와, 미개최 시 사유를 알 수 있게 되어 청구인의 권리가 한층 엄격하게 보호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심의회 미개최로 논란을 빚었던 은평구청이 과연 개정법에 따른 절차를 제대로 지킬지, 은평 주민들은 더욱 더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6월 23일자로 바뀌는 내용들을 살펴봤는데요, 그 외에도 12월 23일부터 시행하게 될 내용들도 있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정보공개심의회의 구성 변화를 챙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까지 정보공개심의회는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 중 ½’를 외부 전문가로 위촉해왔습니다.

따라서 만약 기관 임직원이 위원장을 맡는 상황이라면, 외부 위원의 비율이 절반에 미치지 못해 기관의 형편으로부터 독립적인 심의가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법 개정에 따라 12월 23일부터 ‘위원 중 ⅔’를 외부 전문가로 위촉하게 되었습니다. 외부 위원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확 늘어난 것인데요, 이런 변화로 인해 앞으로는 좀 더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정보공개심의회를 기대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역시 최근 공무원 위원들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은평구 정보공개심의회(링크)와도 직결된 변화인 만큼, 은평 주민들이 꼭꼭 체크해야 할 ‘디테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은평시민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목, 2021/06/03-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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