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기획2] 노인 일자리의 진단과 개선과제

지역

[기획2] 노인 일자리의 진단과 개선과제

admin | 금, 2021/07/02- 03:21

노인 일자리의 진단과 개선과제

 

박경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연구조사센터장

 

2021년도에 노인 일자리 규모는 80만 개를 넘어섰다. 지난 제 1∼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에 설정된 사업 목표량은 1∼2차 계획 사이에 51%, 2∼3차 계획에서 142% 증가율을 보였다(박경하 외, 2020). 기본계획에 제시된 노인 일자리의 기본 정책방향도 변화하였다. 1∼2차 계획기간 동안에 ‘노후준비 기반조성 및 노후생활보장’에 초점을 두었는데, 제 3차 계획에서는 ‘고령자의 다양한 사회참여 기회 확대’로 정책목표를 전환하였다. 이러한 양적 성장과 정책방향 전환은 노인 일자리의 큰 진전을 이룬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형식적 변화를 두고 노인 일자리의 질적 변화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노인 일자리는 가난한 노인들의 빈곤문제를 관여하며, 사회보장제도의 보충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제도적 경로로 진화하지 못하고 기존의 경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하지 않는 노인은 가난에 빠지기 쉽다

일하는 노인은 우리사회에서 일상적 풍경에 가깝다. 2019년도 65세 이상 노인의 고용률은 32.9%로 OECD 평균에 비해 2배가 넘고, 2012년도 이후 3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이처럼 제도적인 퇴직연령이 지나서도 생산적 노동을 그치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은 이유는 노후준비가 제대로 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노후 소득보장제도에서 가장 큰 기둥인 국민연금은 40년 가입에, 소득대체율 40%로 설계되었음에도 실질 소득대체율은 2020년 기준으로 불과 22.8%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노년의 노후생활비는 충분치 않다(경기연합뉴스, 2020). 그래서 일하는 노인의 근로동기는 결코 막연하지 않으며,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다. 얼마 전에 발표된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서 일하는 노인의 73.9%는 생계비 마련, 7.9%는 용돈마련, 건강유지 8.3%로 확인되었는데, 이러한 노년기의 경제활동 현실은 노후 소득보장제도가 취약한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노인은 늦은 연령에 이르기까지 일자리를 희망하고 있어 노동생애는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연령별 일자리 희망 비율을 나타낸 그림에서 관찰되듯이, 70대에 접어든 노인들도 일하고자 하는 의지는 쉽게 꺾이지 않는다.   

 

dnzIbbxlIprek9sXpJBwfl6mtDMh-WErOCj0uE8Whttps://lh5.googleusercontent.com/dnzIbbxlIprek9sXpJBwfl6mtDMh-WErOCj0uE... />

 

이렇게 노인이 일하는 삶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구조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노동생애는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그것을 기반으로 설계된 사회보장제도의 기능은 한계가 있다. 2010년에서 2020년 사이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평균 근속기간은 19년에서 15년으로 단축되고, 일자리를 그만둔 평균연령은 평균 53세에서 평균 49세로 크게 줄어들었다(통계청, 2010; 통계청, 2020). 노동생애를 불안정하게 보낼 경우 50대 이후 근로소득이 감소함으로써 노년기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빈곤에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이승호·이원진·김수용, 2020). 일하는 노인이 일하지 않는 노인보다 빈곤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고, 노인가구에서 사적이전 소득이 기여하는 몫이 줄어들면서 근로소득은 노인가구의 필수적 수입원이 되고 있다(유진성, 2019).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과 노인 일자리 현황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이하 노인 일자리 사업)은 “어르신이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자리·사회활동을 지원하여 노인복지 향상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가진 직접 일자리이다. 노동시장에 참여기회를 얻지 못한 퇴직 노인들은 정부가 ‘공공부문 또는 민간기업에 미취업자를 취업시킬 목적으로 임금의 대부분을 직접 지원’하는 직접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여 일정한 소득을 보전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직접 일자리는 한시적·경과적·일 경험 일자리를 통해 장기실직자 등 취업취약계층을 민간일자리에 취업시킬 목적으로 운영되지만 예외적으로 노인 일자리 참여자와 같은 은퇴인력이 수행하는 자원봉사형 일자리를 포함하고 있다(고용노동부, 2021). 노인 일자리 사업의 대부분 프로그램은 민간일자리 취업 목적보다 기본적 소득보조를 위한 일자리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직접 일자리사업 유형 구분에서 사회봉사·복지형으로 분류되는 재능나눔형과 정부재정지원일자리에서 고용서비스로 분류되는(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 취업형 사업들을 제외한 모든 사업이 직접 일자리의 소득보조형에 속한다.

 

g3vz07Nn1ztX85XZvYKwqYh7VPryUnoQ7hBeMR4-https://lh5.googleusercontent.com/g3vz07Nn1ztX85XZvYKwqYh7VPryUnoQ7hBeMR... />

 

소득보조형 직접 일자리는 특정 취약계층의 생계유지에 필요한 소득을 제공하는 일자리 유형이다. 2020년 기준으로 노인 일자리 사업의 참여자는 재능나눔형을 제외하고 77만 명을 넘겼고 규모면에서 전체 직접 일자리사업에서 80%를, 전체 소득보조형에서 89%에 이를 정도로 영향력이 막대하다. 직접 일자리 참여자의 79.8%는 65세 이상 노인인데, 이들 중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인원이 95%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OdMptGbuZDLtUVogWBoOcqkR8lpnLqzcu3hSKB3rhttps://lh5.googleusercontent.com/OdMptGbuZDLtUVogWBoOcqkR8lpnLqzcu3hSKB... />

 

2021년 노인일자리사업 운영 지침에 의하면, 현재 노인 일자리 사업의 유형은 공공형, 사회서비스형, 민간형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 유형을 사회활동 영역과 일자리 영역으로 재분류하면 사회활동 영역에는 공익활동형, 재능나눔형이, 일자리 영역에는 사회서비형, 시장형 사업단, 취업알선형, 시니어인턴십, 고령친화기업이 있다. 여기서 공익활동 유형은 전체 사업에서 74%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 사업이다. 노인 일자리 지원방식을 기준으로 급여와 사업비를 지원하는 사업유형을 구분할 수 있다. 참여자에게 직접 급여를 지원하는 사업은 공익활동(월 27만 원), 재능나눔형(월 10만 원), 사회서비스형(월 59만 원)이며, 나머지 사업 유형은 모두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시장형은 연 267만 원, 취업알선형은 연 15만 원, 시니어인턴십은 월 37만 원, 고령친화형기업은 개소당 최대 3억 원까지 지원한다.       

 

3Jr8WQlGx0wgI66FSorKkot3zaaZxVaYtTSd-bO9https://lh6.googleusercontent.com/3Jr8WQlGx0wgI66FSorKkot3zaaZxVaYtTSd-b... />

 

노인 일자리는 가치있는 노동인가? 

가치 있는 노동이란 무엇인지 한 마디로 단정할 수 없다. 우선 개인이 만족할 수 노동은 가치롭다. 그런데 자아실현을 위한 활동은 개인마다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노인 일자리의 가치를 규정하긴 어렵다. 왜냐하면 노인 일자리 참여자는 소득보장, 건강, 여가시간 등 다양한 욕구를 해결할 수단으로 사업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행하는 일이 생계수단으로서 의미나 노동에 대한 대가 등의 근로조건 측면에서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노인일자리에서 수행하는 일은 사회적 평판의 대상이 된다. 즉 노인 일자리는 개인적 차원의 가치 추구를 넘어 사회적 기여가 인정되는 공익활동으로서 가치를 매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2020년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만족도 조사에서 노인의 77.3%는 “스스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응답하였다. 조사결과로 보면 노인들은 일할 수 있다는 것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자의 근로조건을 보면 사업 유형별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단기 일자리 특성을 띠고 있다. 타 부처에서 시행하고 있는 직접 일자리보다 반복 참여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익년도에도 참여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연속참여를 하지 못할 경우 빈곤을 경험하는 노인가구일수록 경제적 불안정 상태가 심화될 수 있다. 또한 노인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떠한가? 사업비중이 가장 큰 공익활동은 노인 일자리 대한 사회적 인식이 잘 드러나는 그야말로 쟁점 한가운데 있는 사업이다. 노인 일자리에 대한 언론의 태도는 긍정적 관점과 부정적인 관점이 상반되지만 비판적인 시각에서 공익활동형은 보수가 27만 원에 불과하고, 쓰레기 줍기와 같은 단순업무를 수행하는 ‘질 낮은 일자리’로 평가된다(한국경제, 2020). 이와 같이 노인 일자리는 어떤 가치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평가도 달라진다. 

 

sKe1ZSeTUi0qmQAZBHh2F-cMLyx4Ai0Pdu1Vi7e4https://lh5.googleusercontent.com/sKe1ZSeTUi0qmQAZBHh2F-cMLyx4Ai0Pdu1Vi7... />

 

정책방향의 혼선

이러한 혼재된 평가는 정책방향을 가늠하는 데 많은 혼선을 초래한다. 이 사업이 사회활동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지, 일자리로서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확장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노선이 구획되어야 한다. 현재 노인 일자리 사업은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공익활동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참여자들이 저소득 노인들로 구성되어 경제적 욕구를 해결하는 소득보장 기능에 대한 제도역할을 내려놓지 못한 상태에서 사회활동을 지향하는 정책목표 설정이 오히려 사업의 형식적 목적과 사업의 내용 간에 제도적 정합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사회활동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선발기준에서 소득기준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조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대상자를 교육, 직업경험, 활동역량 등의 기준을 우선 적용하여 인적 자본이 취약한 저소득 노인을 제도 밖으로 밀어내면 노인빈곤 문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형식적 목적뿐만 아니라 실질적 목적을 모두 포괄하여 사회활동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현 단계에서 구조적으로 어렵다. 2015년도부터 사업유형을 사회활동과 일자리로 분류하여 성격 구분을 하였지만 사회활동 유형의 노인 일자리는 여전히 일자리로서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일자리의 사회적 기여도 

노인 일자리 사업이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로서 노동조건이 불충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노인에게서 일을 통한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여러 연구들을 통해 사업에 참여한 노인을 중심으로 빈곤감소 효과, 건강증진, 심리사회적 효과, 사회적 관계 만족도 등 여러 측면에서 노인 일자리의 정책효과가 입증되고 있다(강은나 외, 2017; 손병돈 외, 2019; 김기태 외, 2021). 이와 같은 정책효과는 근로활동과 차별화 된 목표설정으로도 가능하다. 즉 노인 일자리 활동을 통해 자존감 고취, 자기개발 및 기술습득 등 다양한 개인적 차원의 만족감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노인 일자리는 정부가 재정투입을 통해 시장에서 충족되지 않는 미충족된 사회적 욕구(unmet social needs)를 충족하는 역할에 적절할수록 사회적 문제해결력(social impact)이 강화될 수 있다(박경하 외, 2021). 이러한 접근은 노인 일자리를 통한 전체의 공공성 증진과 사회적 생산력을 고양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 경우 중요한 건 사회 구성원들이 인정하는 사회적으로 유용한 활동 범위를 정의하고 사업화 하는 것이다. 노인 일자리의 사회적 영향력을 제고하려는 시도는 공익활동뿐만 아니라 사회서비스형까지 광범위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 특히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사회적 기여도 개선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매우 적절하다. 

 

한국은행(2017)은 2020년부터 노년기에 접어든 신노년 세대(베이비붐 세대)는 약 727만 명이며, 2024년도에 이르면 전체 노인인구의 35.8%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모든 신노년 세대가 노인 일자리 참여 욕구가 있다고 전제하고, 소득이나 건강, 학력이 높은 단일한 정책대상으로 판단해 정책을 기획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도 신노년 세대는 노인 일자리 수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수린 외(2019)에 따르면 신노년층을 직접수요 대상으로 삼았을 때 2020년 기준으로 노인 일자리 정책수요는 124만 명으로 나타나 현재의 일자리 공급수요를 크게 웃돌고 있다. 사회서비스형은 신노년 세대를 겨냥한 특화된 일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의 사회서비스형을 신노년 세대를 위한 특성화된 일자리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인력의 역량을 고려해 차별화된 사업개발이 중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사회서비스형은 시작된 역사가 짧아 발아기라고 볼 수 있으며, 아직 노인 일자리 사업 체계 내에 있는 다른 사업들과 비교해 내용적으로 변별력이 낮다.  

 

v8CvBUhTKB-2xqvFHm9Ii7D4wiKW4gz2hBf2GR5jhttps://lh4.googleusercontent.com/v8CvBUhTKB-2xqvFHm9Ii7D4wiKW4gz2hBf2GR... />

 

민간일자리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 

노인 일자리는 재정지원에 의존한 일자리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이에 대한 출구로서 민간 일자리 활성화 정책이 강화되어 왔다. 민간 일자리 유형에서 창업형은 초기 시장형 사업단 모델에서 벗어나 고령친화형기업과 같은 기업형 모델이 창안되었고, 취업형 역시 인력파견형보다 발전한 기업연계형, 시니어인턴십 사업이 시작되었다. 민간 일자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수행기관이나 기업에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수단이 만들어졌다. 인턴지원금, 채용지원금, 장기 취업유지금, 위탁운영비, 채용성공보수, 기업설립 지원 등 기업의 고용비용을 경감하거나 장기고용을 유인하는 지원책이 정책성과를 낳는 데 유용한 역할을 하였지만 아직은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민간형 일자리는 한시적 일자리로 근로 지속성과 낮은 급여수준이 조건화된 공공형 일자리의 대안으로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기대하는 조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민간형 일자리는 연중 12개월 내내 사업을 운영할 수 있고 참여자들은 소득단절 없이 근로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사업유형이지만, 실제 활동기간은 오히려 공익활동(평균 11개월)보다 짧다. 또한 일자리 참여를 통해 획득한 소득을 보더라도 민간 일자리가 공익활동의 대안으로서 의미를 부여하기가 어렵다. 민간일자리의 연간소득을 대략 추정하면(사업참여개월수× 급여수준), 시장형 사업단은 약 평균 260만 원이며, 취업알선형과 시니어인턴십은 각각 평균 753만 원, 평균 1,602만 원, 고령친화기업은 평균 507만 원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와 같이 민간형 노인 일자리는 형식적 조건과 실질적 제도내용 간에 간극이 존재한다.

 

3xPV-5Go9nN79eRbT4u1fVvFhRJNWGjCrlFYmSHAhttps://lh3.googleusercontent.com/3xPV-5Go9nN79eRbT4u1fVvFhRJNWGjCrlFYmS... />

 

하향식 인프라 구축의 한계

노인 일자리는 중앙정부에서 주도해 수행기관에서 운영하는 사업단을 중심으로 하향식으로 추진된다. 사업 목표량이 2011년 20만 개, 2015년 37만 개, 2019년도 64만 개로 급격히 증가하면서 노인 일자리 사업단 역시 동일 시점에서 5,014개, 7,091개, 9,449개로 늘어났다(한국노인인력개발원, 2020). 하지만 사업 목표량이 3.2배, 사업단이 1.8배나 증가할 동안 최일선에서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수행기관은 2011년 1,214개, 2,019년 1,291개로 겨우 77개 기관이 확대되었을 뿐이다. 인프라는 확충되지 않고 사업은 대폭 증가하는 구조에서 전담인력 인원이 2011~2019년 사이에 2.2배 수준으로 늘어났지만 수행기관의 부담이 쉽게 해소되지 못하였다. 그런데 수행기관의 과부하 상태는 균등하게 분산되지 않는다. 수행기관 중에서 시니어클럽 소속 사업단이 전체의 33.0%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관리하는 인원도 평균 누적 참여자수가 1,163명으로 가장 많다. 또한 관리하는 평균 사업단수는 시니어클럽이 평균 19.1개로 가장 많고, 노인복지관은 평균 7.9개, 대한노인회는 평균 6.0개 순서이다. 노인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확대될 수 있었던 것은 영세한 규모의 시니어클럽이 책임부담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향식 인프라를 확대하는 방식의 관리체계를 발전시키면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노인 일자리의 수행체계에 혁신을 기해야 할 시점이다.       

 

Z3X8U6dQuLxSZYUPZs_N-8OhE5B1w_rEGN9uGX4Nhttps://lh3.googleusercontent.com/Z3X8U6dQuLxSZYUPZs_N-8OhE5B1w_rEGN9uGX... />

 

나아갈 길 

노인 일자리의 정책 방향을 당장 사회활동으로 경로를 전환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노인 일자리의 급여를 필수적인 생계수단으로 삼고 있는 저소득 노인의 복지가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참여노인은 기초연금을 수급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경제적 이유, 즉 생계비 확보를 위해 노 인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베이비붐세대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대응이 적절하지 못하면 정책수요와 사업내용 간의 불일치가 확대되어 노인 일자리의 질적 저하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노인 일자리 활동을 통해 노인 개인의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도록 근로활동과 차별화된 목표설정을 하고 시장에서 충족되지 않는 미충족 된 사회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공익활동과 사회서비스형의 문제해결력, 즉 사회적 기여도를 강화해야 한다. 한편 민간형 노인일자리가 공공형 일자리의 대안으로 자리매김 하려면 안정적인 소득보장과 일자리의 지속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일자리의 근로조건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공공형 일자리보다 근로시간, 급여수준, 근속기간 등 일자리 조건이 개선된 다양한 취업형, 창업형 일자리 모델을 활성화하고 노인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 일자리 수행기관의 경쟁력 제고, 담당인력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노인 일자리 인프라는 기존의 전형적 유형이 아닌 혁신적 방향모색을 통해 전달체계의 다변화를 기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경제조직을 연계한 일자리 창출방식이나 참여자 중심의 사업단 운영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과제로 주어져 있다. 



 

참고문헌

강은나·백혜연·김영선·오인금·배혜원 (2017). 노인일자리 정책효과 분석 연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용노동부. 2021년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성과평가 계획. 

고용노동부. 2021년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성과평가 보고

김기태․정은희·류진아·이소정·박경하·염태산·김보미(2021). 노인 일자리 사업의 효과 분석.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수린·남기철·최혜지·정세미·이하진 (2019). 노인일자리 정책 환경변화에 따른 수행기관 확충방안 연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박경하․남기철․강은나․김수린․배재윤․김성용․이창숙․박준혁(2020). 복지와 노동시장 환경변화에 대응한 노인일자리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손병돈·이원진·한경훈 (2019). 노인일자리가 노인빈곤 완화에 미치는 영향 연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평택대학교산학협력단.

유진성 (2019). 고령화시대 가구특성 분석과 노인빈곤율 완화를 위한 시사점. 한국경제연구원.

이승호․이원진․김수용(2020). 고령 노동과 빈곤. 한국노동연구원. 

통계청(2010). 경제활동인구조사 : 고령층 부가조사. 

통계청(2020). 경제활동인구조 :-고령층 부가조사.

한국노인인력개발원.2020. 2019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통계동향.  

한국은행 (2017). 인구구조 고령화의 영향과 정책과제.

<뉴스기사> 

경기연합뉴스. “국민연금 실질소득대체율 20년 22.4%, 60년 22.8%”. 2020.10.14.

한국경제. “급증한 노인일자리, 질은 더 나빠졌다”.2020.2.20.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현대판 고려장’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문제와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

 

2019년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예산 중 예산규모가 가장 크고, 장애인과 가족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 제도가 바로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이다. 이 제도는「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 제1조(목적)을 통해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여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사회서비스이지만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만 65세 연령제한에 따른 대상제한’ 문제다. 활동지원서비스를 수급 받던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수급심사를 받아야 하고, 요양등급을 판정받게 되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강제 전환되는 것이다.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불리는 이 문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 문제는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 및 변화 과정(’07~’11: 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 / ’11~현재: 장애인활동지원제도)과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2007년 4월 국회를 통과했는데, 이때 국회 상임위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부대 의견으로 아래의 내용을 결의하였다.


이 법은 국민의 보험료부담 증가,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 제공 시설 부족 등과 아울러 서비스 본질이 노인은 일상생활 보조 위주의 서비스인데 비하여 장애인은 사회참여․재활치료를 통한 자립지원에 중점을 둔 서비스라는 점을 고려하여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당시에는 부득이 65세 미만의 비 노인성질환을 가진 장애인은 장기요양보험급여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중증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현실적 여건과 각종 장애인 시책이 장애인의 요구수준에 미흡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장기요양보험급여에 상응하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이 있음.



 

부대 의견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장애인과 노인은 서비스의 목적과 내용이 다르지만, 장애인도 ‘장기요양(Long-term Care)’적 특성에 해당되는 서비스 필요도가 있을 수 있고, 전반적인 장애인복지서비스가 부족한 가운데 ‘장기요양보험급여’에 상응하는 복지서비스가 추가로 제공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부대의견에 따라 당시 정부는 공청회와 시범사업 등을 통해 국회에서 제시한 일정에 따라 ‘장애인장기요양보장제도(현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준비하였다.

 

활동보조서비스 제도의 첫 시작인 2007년 4월 ‘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은 지침을 통해 신청자격상 만 6세에서 만 65세까지 ‘연령제한’을 두었으며, 기존 수급자가 만 65세가 되는 경우에는 해당 연말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연령제한’ 조치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 피해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9년 3월 에이블뉴스에 보도1)된 지체장애인 김광성 씨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부족하나마 월 230시간의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었지만, 같은 해 5월 15일 만 65세 생일이 다가와 활동보조서비스가 중단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서 당시 보건복지부 담당 과장은 언론을 통해 “노인요양시설을 이용하는 37% 정도가 장애를 가진 노인”이라며, “노인장기요양제도에 비해 활동보조서비스가 비용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활동보조서비스와 노인장기요양 중 선택권을 준다면 현재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는 현재 보건복지부가 반대하는 이유와 유사하다.

 

2011년 11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로 변경되면서 발표된 ‘2011년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지침’에서는 “활동지원 수급자가 만 65세가 도래하였으나, 장애 특성상 활동지원급여가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활동지원급여를 계속 희망하는 경우”로 신청자격이 바뀌었다. 변경된 지침은 2012년까지 적용이 되었는데, 2013년 지침에는 다시 2011년 10월 이전처럼 ‘장기요양 등급 외 판정을 받은 경우’로 제한되었다. 2011년에는 ‘장애인활동지원’과 ‘노인장기요양’ 중 ‘선택권’을 인정하였다가 다시 1여년 만에 철회한 셈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법령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았던 내용을 지침에는 담았다가 다시 철회한 촌극은 왜 일어난 것일까? 이에 대해 정부는 특별한 설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장애인활동지원과 노인장기요양 제도 간의 차이를 정부도 알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첫 지침에 이런 중대한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는 「노인장기요양법」제정 당시 부대 의견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기도 하다.

 

장애인에게도 ‘장기요양’이 필요할 수 있으니, 보다 더 사회적 활동(자립생활)을 지원하는 ‘활동보조’는 그대로 둔 채 ‘방문요양’과 ‘방문목욕’이라는 ‘장기요양’ 서비스를 추가한 것이 지금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다. 이 제도의 목적에 부합되려면 65세 이후에는 ‘장애인+노인’으로서 기존 활동지원급여에서 ‘장기요양’을 더 이용할 수 있도록 급여를 추가해주거나 최소한 유지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현재는 ‘장애인+노인’은커녕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의 필요는 하루아침에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비장애)노인’으로서의 필요만 인정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장애인과 노인의 형평성?

이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가장 주요하게 제기하는 것은 노인장기요양 수급자와의 형평성 문제다. 노인도 장애인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운데 만 65세 이후에도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제도보다 더 많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을 유지한다면 노인들이 불공평하다고 느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면 기존 수급자를 포함하여 노인들이 ‘장애인 등록’을 하려고 할 것이고 모두 장애인활동지원으로 넘어올 것이며, 결국 ‘보험’이 아니라 ‘조세’로 운영되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예산이 엄청나게 불어날 것이라는 이유이다.

 

‘형평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거꾸로 생각해보면 ‘불균형’하고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불공평’한 쪽을 공평하게 맞추는 것이 우선이지, 반대로 ‘모두 공평하게’ 라는 말로 포장시켜 하향시키는 것이 맞는 것인가? 결국 핵심은 ‘예산’이다. 돈 많이 들어가니 못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도를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만 65세 이하인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 등급을 신청하여 등급이 결정된 사람은 수급권을 포기하더라도 ‘장애인활동지원’을 신청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6년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지침’에는 제외 대상 중 하나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노인장기요양 급여를 받는 자 또는 수급자격이 있는 자

  • 만 65세 미만인 장애인이 장애인활동지원급여 신청 전 노인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하여 노인장기요양등급이 결정된 사람은 

  • 노인장기요양수급권을 포기하더라도 활동지원급여를 받을 수 없음을 상세히 안내할 것

 

만 65세 이하인 장애인이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몰라서(!)’ 노인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하면, 노인장기요양 수급권을 포기하고 싶어도 다시는 물릴 수 없다는 것이다. 어째서 수급권을 가졌다고 해서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고 지침에 명시해둔 걸까? 만 65세 이하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 수급을 신청할 경우, ‘장기요양’ 서비스도 포함하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안내하고 신청을 돕는 것이 오히려 맞는 것 아닌가? 2017년 지침부터 ‘안내 규정’은 사라졌지만 이 문제는 아직도 진행중인 사안이며, 2017년에는 이와 관련된 행정심판이 청구되기도 했다.

 

만 65세 연령제한에 따른 피해 실태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에서 질의하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피해실태는 다음과 같다. 연평균 약 250명 정도가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노인장기요양제도로 전환되었으며, 이는 최근 6년간 서비스 수급자 증가 인원인 1만 9천명의 8.31% 수준에 이른다.

 

노인장기요양 등급이 인정되어 강제로 전환된 802명의 장애인이 ‘활동보조’와 가장 유사한 ‘방문요양’을 이용한다고 가정하였을 경우, 2017년 수가 기준으로 서비스 시간이 감소한 인원과 평균 감소시간은 다음 표와 같다.

 

<표 1-1> 노인장기요양 전환에 따른 급여시간 비교(’15년~’17년)

<표 1-1> 노인장기요양 전환에 따른 급여시간 비교(’15년~’17년)https://lh4.googleusercontent.com/3M-ECkZggQlqHAqPXx-NhN2U1aOoKy9XxFVOY3... />

 

서비스 이용 시간을 기준으로 한 경우 최소한 약 63% 이상이 서비스 시간 감소로 이어졌으며, 월 평균 감소시간은 약 56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종전 활동지원 1등급의 장애인(최중증장애인) 344명만으로 한정해서 보면 피해실태는 다음과 같다.

 

<표 1-2> 장애인활동지원 1등급 장애인의 노인장기요양 전환에 따른 급여시간 비교(’15년~’17년)

<표 1-2> 장애인활동지원 1등급 장애인의 노인장기요양 전환에 따른 급여시간 비교(’15년~’17년)https://lh6.googleusercontent.com/OKcbiUPluhj9bJB3P__vBaJaGNAN4AAsaJXfXN... />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장애인활동지원 1등급의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제도로 전환된 경우 서비스 시간이 100%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평균 감소시간도 월 77시간에 이르고, 이를 하루 평균으로 계산해보면 2시간 이상이 줄어드는 것이다.

 

제도의 피해자는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지자체 추가지원까지 더해 하루 24시간 지원을 받고 있던 송용헌 씨의 사례가 알려졌다. 송용헌 씨는 경추손상으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활동지원사의 적절한 지원이 없을 경우 욕창 등으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최중증장애인이다. 만일 9월말까지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하루 24시간 지원에서 방문요양 하루 4시간으로 서비스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지난 8월 14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 점거 및 릴레이 단식 농성의 첫 주자로 송용헌 씨가 나선 것은 말 그대로 ‘고려장’ 당하지 않으려는 절박한 투쟁이다.

 

<그림 1-1> 농성 첫 날 단식 중인 송용헌 씨

<그림 1-1> 농성 첫 날 단식 중인 송용헌 씨https://lh6.googleusercontent.com/bydAikUJ87mDXOOXhUm0qx2MM9fSH6AkBwCNfZ... />

사진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재인 정부와 20대 국회는 법 개정과 예산을 마련해야

현재 국회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정안들이 발의되어 있지만 상임위에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입장이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6년 11월 제도 개선 권고를 하였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얼마 전 국회의장에게 관련 법 개정을 권고하기도 하였다. 문재인 정부도, 20대 국회도 이 문제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정책의 방향은 ‘지역사회 중심’이며, ‘공적 지원’속에 ‘통합’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활동지원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제도 간 형평성’ 이라는 얼토당토 않는 핑계로 장애인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제도가 변화하고 맞춰가야 한다는 것을 ‘만 65세 연령제한’ 문제 개선으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1) “요양이 아니라 자립생활 하고 싶어요”. 에이블뉴스. 2009년3월10일. (출처: http://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28&NewsCo...

화, 2019/10/15- 01:45
0
0

어떻게 협력이 변하니?

: 민관협력사업의 일방적 중단과 명령복종 태도의 부산시를 규탄하며

 

김경일 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

 

지난 8월 탈북모자 아사 사건과 11월 성북구 네 모녀 사건이 일어나며 우리 사회를 가슴 아프게 하는 일이 또 일어났다. 가슴 아파할 겨를도 없이, 늘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해야한다”라는 말이 그러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후 사회보장제도의 개정과 읍면동 복지허브화 정책이 추진되었고 서울시의 ‘찾동’, 부산시의 ‘다복동’, 경기도의 ‘따복’ 등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사업이 펼쳐지며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취약계층 발굴 등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복지서비스의 최전선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까지 이르렀다. 안전망에 구멍이 났다는 비판은 익숙하게 들리지만 대안은 늘 구멍을 메우는 데만 집중하는 현상을 보며 과연 옳은 대안인가 고민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달체계 개편으로 일컬어지는 사회서비스원 설립과 커뮤니티케어 등의 사업이 진행되는지도 모르겠다.

 

부산시는 이른바 부산형 사업을 통해 사회복지관을 중심으로 민관협력 체계를 구축해왔다. 다복동으로 불리는 이 사업은 53개 종합사회복지관마다 민관협력 전담인력 1인씩을 배치하고 9개 구군에 플러스센터, 광역지원단을 설치해 총 77명을 고용하며 민관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사례관리 등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사업을 펼쳐왔다. 그런데 민관협력체계가 잘 구축되었는지, 사각지대 발굴과 해소는 얼마나 되었는지 그간의 축적된 경험을 제대로 평가하기도 전에 사업이 일방적으로 종료되었다.

 

결국 일방적인 행정에 77명의 종사자는 올해 말로 계약이 만료된다. 보건복지부 2019 사회복지시설 관리안내에 명시된 경력인정을 부산시가 갑자기 축소 해석해 종사자들의 경력마저 미인정되는 사태가 발생할 뻔 했으나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을 통해 경력 미인정 문제는 해결되었다. 여전히 관련 협회들이 부산시와 협의 중에 있지만 좀처럼 부산시를 바라보는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민관협력체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와 파트너십이 아닌 명령복종의 태도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진행되었던 민관협력 사업이 일방 중단되며 부산시가 내세운 대안은 구군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 설치였다. 이는 민선7기 부산시장의 공약이었으며 지역사회에서 오랜 기간 합의하고 요구했던 사안이기에 환영해야 하지만 읍면동 단위의 민관협력 기반을 해체하고 구군 단위의 민관협력을 통해 이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밑돌을 빼내어 윗돌을 괴겠다는 꼴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모순적인 상황이 되었다. 또한 일방적 사업 중단으로 인해 무너진 신뢰는 생각지도 않고 신규 사업을 통해 민간이 참여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얼마나 부산시가 모순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민관협력체계의 해체뿐만 아니라 민간을 바라보는 부산시의 시각과 태도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현장의 사례는 가히 충격적이다. 특히, 감사를 통해 드러난 부산시의 인식은 단순히 사회복지시설 등을 감시와 평가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후원금, 식자재 구입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개인계좌조회를 강요하며 동의서 작성과 통장사본 등을 제출받는가 하면 “보조금을 지원받는데 왜 공동모금회 예산을 지원받느냐”, “타이어는 왜 교체했느냐”라는 등의 어록을 남긴 감사는 마치 사회복지노동자들이 범죄 집단인 것처럼 감사가 아닌 수사의 탈을 쓰고 진행되었고 그 결과는 환수조치로 집중되었다. 사회복지법인을 통한 종교 및 후원강요 등 인권침해와 비리들이 드러나기도 하였지만 마치 노동자들이 범죄의 일선에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감사를 진행한 것은 투명성 제고라는 본질적 의미를 넘어 노동자들의 의욕을 저하시켜 서비스 제공에 악영향만 남기고 있다. 이러한 우려와 불만들 속에 부산사회복지계의 공동행동이 계획되고 면담 등이 계속 추진되고 있으나 과연 부산시를 믿어도 되는 것인가 하는 불신의 마음은 회복되기 좀처럼 어려워 보인다.

 

사회 전반의 영역에서 복지사각지대 해소의 패러다임을 넘어 기본권 보장을 이야기하고 있고, 사회복지전달체계 개편으로 일컬어지는 사회서비스원 설립과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체계 구축은 그간의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모든 서비스 제공을 공공이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 이러한 체계 개편 속에서 놓지 말아야할 핵심은 ‘민관협력’이다. 공공성을 높이는 것은 단순히 운영주체를 민간에서 공공으로 전환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관 모두가 그간에 중요시해왔던 수익성보다 시민들의 삶과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지향할 수 있도록 체질을 변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기에 민관협력을 통하지 않는다면 작금의 지향하고 있는 공공성을 사수한다는 것은 말뿐인 상처로 남을지도 모른다. 적절한 규제와 감시는 유지하되 민관협력체계 구축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되었음을 부산시는 깨달아야 한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SNS에 경력인정 문제해결을 마치 부산시의 성과인 듯 표현하였다. 핵심은 민관협력체계를 유지하고 민간을 바라보는 겸손한 태도인데 여전히 머릿속에 협력은 없는 것일까? 의심하게 된다. 제대로 묻고 싶다. 어떻게 그동안의 협력이 변하니?

수, 2019/12/04- 23:34
0
0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국민연금이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

 

이종오 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기록 및 인터뷰 김경희, 홍정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이미 전 세계 투자시장은 투자 자산을 선택하고 운용할 때 ESG(Environment: 환경, Society: 사회, Governance: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성과를 고려하고 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자연환경을 고려하지 않거나,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고 건강하지 못한 노동환경을 제공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위험이 되기 때문에, 경영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기매김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자산규모가 3위로 큰 국민연금기금의 사회책임투자 현황은 어떤지 이종오 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회책임투자포럼 연혁, 활동에 대해 설명한다면?

“사회책임투자포럼 SIF(Social Investment Forum)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아프리카에도 조직되어 있는 단체다. 유럽 전역을 아우르는 유럽사회책임투자포럼(Eurosif)도 있다. 서로 연대하고 협력한다. 한국에서 사회책임투자는 국민연금이 2006년 9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사회책임투자 방식으로 위탁운용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그 무렵인 2007년 초에 탄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한 키를 쥐고 있다.

 

그래서 2012년부터는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를 위한 입법제안, 정책제안, 캠페인 활동 등을 펼쳐왔다. 이전까지는 국민연금에 우호적으로 방안을 제시하고 요청하는 방식을 택했으나 법과 제도가 없이는 큰 진전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적극적으로 입법제안 활동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2015년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사안에 대한 정보를 정보공시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포함시킨 것이 가장 대표적인 성과다. 이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이 ESG를 고려한 투자에 적극 나서도록,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이 따져물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사회책임투자라는 개념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빙산의 일각이란 말이 있다. 대개 수면 위로 드러나는 빙산은 10%밖에 되지 않지만, 수면 아래 가라앉은 빙산은 90%다. 기업의 가치는 재무자산과 비재무적 자산으로 구성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할 때 기업의 10%에 해당하는 빙산의 드러난 부분, 즉 재무자산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대한항공의 예를 들면 오너 일가의 갑질, 위법 행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며 주가가 하락하는 등 파장이 일어난 것을 모두가 기억한다.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재무적 가치 외에도 비재무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비재무적 가치는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로 구성되며, 이 가치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준과도 같다. 사회책임투자는 바로 투자대상의 ESG를 고려하고 평가하여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적으로 재무적 가치만을 보는 투자를 천동설 투자, 비재무적 가치까지 고려하여 투자하는 것을 지동설 투자로 비유하기도 한다.”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사례를 소개한다면?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연금이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에 투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사를 해보니 실제로 옥시에만 약 860억 원을 투자한 사실을 확인했다.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경영진 면담은 물론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레터조차 보내지 않았다.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명백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가습기살균제의 가해기업에 대해 가장 낮은 수준의 기업관여 활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칼럼을 쓰고, 바로 다음날 환경운동연합 등 다른 단체와의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다. 이를 계기로 국회에서도 국회의원들이 이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또한 그 전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시 재벌승계를 도와주는 의결권 행사 사건 등으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의 사회적 책임성이 부각되어 있던 상태였다. 이 두 사건은 국민들이 사회책임투자를 알게 하고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사회책임투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이미 전 세계 투자는 사회책임투자라는 큰 물줄기를 형성해 가고 있었는데, 그동안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에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점수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설명해달라

“ESG는 각 영역별로 다양한 지표들이 있다. 예를 들어, E(환경)에서는 기후변화라는 중분류 지표가 있다면, 이에 대한 세부지표는 온실가스배출량, 에너지사용량, 감축목표 등이 있다. S(사회)도 노동, 안전, 불공정관행 등이 있고, G(지배구조)에도 주주권리, 이사회 구성(예: 다양성 등), 배당 등이 있다. ESG 점수는 평가회사 나름대로 ESG 각 영역과 각 영역에 설정한 중분류 지표, 그리고 이 중분류에 따른 다양한 세부지표에 대한 데이터를 입력해 그 성과를 파악해 점수와 등급을 산정한다. 사회책임투자에는 다양한 실행전략이 있다. 어떤 실행전략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윤리 또는 규범에 의한 배제(negative screening)가 있다. 종교기관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주류, 도박 관련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것, 교육 관련 연금이 반교육적인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최근에 주류 금융기관 등에서는 선택적 배제(positive screening)와 재무적 가치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통합(integration)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국민연금도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 최근 국민연금이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도 사회책임투자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 아닌가?

투자자들은 통상 기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기업의 주식을 팔아버리는 것으로 그 가치를 대신했다. 이것이 이른바 ‘월스트리트 룰’이었는데, 그러한 투자 행위가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부도덕한 경영진의 행위를 바로잡지 못하고, 결국 금융위기를 낳았다. 이에 대한 반성을 통해 스튜어드십코드가 탄생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주주로서의 오너십을 가지고 경영에 적극 참여해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나쁜 관행을 개선해 기업이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하도록 하고 투자자는 그 과정에서 장기적 관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예로 들면, 주주가 가습기살균제 기업의 주식을 팔지 않고 해당 이슈에 대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 개선하는 방식이다.

https://www.flickr.com/gp/pspd1994/djsxvi" title="SW20200201_복지동향_256_원고_복지톡_이종오_사진1" rel="nofollow">SW20200201_복지동향_256_원고_복지톡_이종오_사진1https://live.staticflickr.com/65535/49514304963_523c05e7a1_b.jpg" width="1024" />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어디로 가고 있나' 국회토론회에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왼). <사진 =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을 투자하는 방식에 있어서 공공성과 수익률을 함께 추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실이지 않나?

“자본투자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다양한데, 양극단에는 재무적 수익 창출만을 추구하는 전통적(Traditional) 방식과 사회적 영향(social impact)만을 추구하는 사회공헌(Philanthropy) 방식이 존재한다. 그 양극단의 방식을 극복하기 위한 중간지대의 투자방식으로 돈을 벌면서도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 사회에 공헌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SRI’, 즉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혹은 지속가능책임투자(Sustainable and Responsible Investment)는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는 명목상으로는 그 중간지대에 해당하는 투자 방식을 택했으나, 실제 목적은 수익률만을 극대화하는 방식에만 매몰되어 있다. 국민연금은 전국민이 조성한 기금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 동시에, 노후보장을 위해 수익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표도 지켜야 한다. 공적연금은 그 사이의 균형을 잘 찾아야 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에 대해 평가한다면?

“조금씩 발전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도가 굉장히 더디다. 현재 국민연금은 사회책임투자를 하는 이유로 위험관리(Risk Management)를 꼽는다. 사회적 영향은 수익률을 극대화시키는 투자방식의 부가적인 산물일 뿐이다. 이른바 책임투자 방식이다.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 방식으로 투자하는 규모는 2018년말 기준으로 약 27조 원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사회적책임투자 방식을 늦게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몇 년 사이에 괄목할만한 규모로 확대된 것과 대비된다. 국민연금이 세계 3위의 규모를 자랑하는 ‘큰 손’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동향에 참 둔감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에 선도적으로 나서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투자방식도 바뀐다. 사회책임투자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국민연금의 사회적책임투자 방식은 2018년 말 이전까지 주식으로만 위탁운용해왔는데, 최근에서야 직접운용 방식까지 도입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가 이번에 제정한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가이드라인에 대해 평가한다면?

“지난해 11월 3일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공청회에 참석해서 국민연금을 상당히 비판했다. 빨리 시작할 수 있는 정책임에도 그 시기를 늦추는 방식으로 조정해 놓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시기를 정권 말기로 잡아놓은 것은 사회책임투자에 의지가 없다는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2013년까지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규모를 11조 원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유야무야됐던 것에 대한 학습효과다.

 

또한 사회책임투자를 가장 쉽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해외투자 방식인데, 이를 늦추었다는 점도 지나치게 단계적이고 소극적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탈석탄을 선언하고, 무기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등 사회책임투자를 가장 잘하는 이유는 기금 전체를 해외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국내투자에 있어서는 정치적, 경제적 영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배제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예를 들어 당장 한국전력이 기후변화의 흐름에 반하는 석탄발전소 건설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더라도 시총 규모를 고려하면 투자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투자의 비중을 제한하는 정도만 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투자는 이러한 점에도 더욱 자유롭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해외투자 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

“국민연금은 앞으로 해외투자 비중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국내 시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규모로 자산이 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연금을 흔히 ‘연못 속의 고래’라고 비유한다. 위험관리가 더욱 크게 요구되는 개발도상국 투자에 있어서는 사회책임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기업의 비재무 관련 정보가 불투명한 경향이 있고, 그 외에 위험요소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APG(네덜란드 공적연기금 운용사)의 경우,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 따라 그 목표에 자신들의 자산운용이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이러한 국제적이고 인류적인 관점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장기적으로 기금운용을 통해 공동체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지속가능한 개발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이 전혀 없다. 투자철학의 빈곤이다.”

 

해외에서는 국민연금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문제의식도 상당하다. 국민연금이 유럽 대도시의 대규모 부동산을 사들이며 원주민들이 ‘젠트리피케이션’ 피해를 입는 것을 보고 책임지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중요한 부분을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전혀 그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이것도 지속가능개발목표에 대한 관점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투자활동이 이해관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당연히 고려해야 하며, 모두가 이익을 볼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결국 지역사회,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게 되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더욱 증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인식도 옳지 않다. 국내에서 부동산에 대체투자를 할 때에도 당연히 주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LH와 협업해 공공주택을 공급하기도 하고 사회기반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것인데 그런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국민연금의 과제는 무엇일까?

“세계는 엄청난 속도로 급변하고 있다. EU는 2018년 이미 지속가능금융 액션플랜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G20의 재무장관ㆍ중앙은행장 회의에서 금융안정위원회(FSB)에 의뢰해 만든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는 기후변화가 제2의 금융위기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는 부동산 자산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하지 않거나 못함으로써 발생했다. 기후위기는 자산가치를 변동시킨다.

 

이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 버블로 인해 제2의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TCFD는 금융기업과 비금융기업들로 하여금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등 기후변화 관련 정보들을 재무적으로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공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태풍이다. 그런데 2019년 10월 기준으로 한국에서 TCFD를 지지하는 기관은 5개에 불과하다. 해외의 주요연기금은 TCFD에 지지선언을 하고 CDP(구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를 통해 정보공개를 하는데, 국민연금을 포함한 우리나라 공적연금은 이에 대한 관심이 아직 없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기 위한 제언을 남긴다면?

“지난해 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이 마련되었다. 국민연금을 지난 십수 년간 ‘스토킹’해온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한 걸음을 떼었다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하다. 국민연금이 잘한 것도 있다. 작년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중점관리 영역으로 환경, 사회를 선정하겠다고 한 점이다. 앞으로 국민연금은 이를 근거로 환경 영역에서는 당연히 기후위기 이슈를 반영해야 하며, 사회 영역에서는 산재사고가 다발하는 기업들을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한국에서 제2회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를 유치하겠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그 회의가 개최되기 전에 탈석탄을 선언해야 한다. 또한 국민연금이 TCFD를 지지하고, 기업들의 기후위기 관련 정보공개를 요청하고, 중점관리 영역으로 반드시 기후위기 이슈를 집어넣어야 한다. 그리고 ‘포용금융’을 해야 한다. 이제까지의 성장 전략은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배제적’ 방식이었다. 전세계는 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포용적 성장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앞으로는 주주만의 이해가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를 포괄할 수 있는 투자 패러다임을 적극 주도해야 한다.”

 

화, 2020/02/11- 01:10
0
0
비영리 사회복지시설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운영비 지원을 확대하여 모두의 일상이 편안한 영광을 만들겠습니다.
토, 2026/06/20- 12:31
0
0
인권유린 사건인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들의 아픔을 치유하며 사회적 이슈로 해결해나가겠습니다.
토, 2026/06/20- 12:31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