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5천원도 안되는 이 제품이 삶을 망가트릴 줄은…“

레킷 한국지사 찾은 피해자들, 영국본사에 책임촉구 서한보내

27일 여의도에 위치한 IFC 빌딩 앞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김승환씨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는 지난 2010년 옥시의 제품 가습기당번을 사용한 이후 폐기능이 급격히 나빠졌고, 결국 2017년에는 폐이식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한편 옥시RB는 지난 23일 사명을 레킷으로 바꾸었다. 전 그룹차원의 변경이며, 한국 지사는 이로서 네 번째로 이름을 갖게 되었다.
승환씨는 재차 강조했다.
“저는 정부와 기업을 믿었습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처럼요. 제품이 안전하다고 판매한 기업과 이를 허가한 정부를 믿었을 뿐입니다. 5천원도 안되는 이 제품이 제 삶을 송두리째 망가트리고, 폐이식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해야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가해기업이 제대로 만들고, 정부가 충준히 검증했다면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분노하고 있지는 않을겁니다.”
수술은 잘 되었으나 끝이 아니었다. 수술흉터는 여전히 선명하다. 여전히 수많은 약품에 의존해야 한다. 경제적인 고통또한 막심했다. 인생의 황금기인 30대 후반과 40대 초반, 남들처럼 왕성한 경제활동을 해야했지만 몸상태 때문에 평범한 일상생활 조차 힘겨웠기 때문이다.
이날의 기자회견은 가습기살균제참사10주기 비상행동(준)이 주최했다. 이는 10개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단체들과, 시민사회 단체의 연대체인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가 함께 만든 대응기구로 지난 5월 18일 발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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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2021)[/caption]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옥시RB의 영국본사 CEO인 락스만 나라시만에게 공개서한을 보낼 계획을 밝혔다. 핵심 요구사항으로는 8월 31일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공론화 10주기를 앞두고 거라브제인이 한국검찰에 수사를 받도록 조치를 취할 것과, 옥시RB의 영국본사가 결단을 내려 한국정부가 인정한 4,117명의 피해인정자들에 대한 배상계획을 내놓을 것 등이었다.
거라브 제인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막중한 책임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지사의 마케팅 부서를 총괄했고, 2010년에서 2012년까지 한국 지사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서아시아 지역의 상무(SVP)로 재직중이다. 또한 2011년 조명행 교수(서울대 수의학과)를 매수해 동물실험을 조작한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으나 수사가 본격화 된 시점에는 해외지사로 발령받아 출국한 후였고, 현재까지 모든 조사와 수사에 불응하고 있다. 검찰은 거라브 제인에 대한 신병확보를 실패했고, 이로인해 존 리 전 대표(옥시RB 한국지사)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서도 입증하지 못했다. 2018년 대법원은 무죄판결을 확정했다.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신현우 전 대표는 같은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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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지난 2019년 말 특조위가 거라브제인에 대한 조사 위해 레킷의 인도 사무실을 방문했으나, 거라브는 만남을 피했다”고 말했다. 또한 “영국본사의 CEO인 락스만 나라시만은 참사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도, 거라브 제인에 대한 검찰수사와 특조위 조사는 거부했다”고 밝혔다. “개인의 문제”라는 이유였다. 최 소장은 이에 대해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막대한 인명피해를 생각한다면, 도저히 납득할수 없는 해명”이라고 비판했다.
환경산업기술원이 운영하는 피해구제 포털에 따르면, 5월 21일 기준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는 7,458명이고 이 중 1,657명이 사망했다. 정부의 지원대상자는 4,170명이다.

※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 캠페인은 노란리본기금의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옥시사태 이후 주요 생활용품 매출 추이 (출처 : 2017.02.07 머니투데이)[/caption]
2016년 5월 두 달 동안, 옥시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전국 유통업체 매장 앞에서, 옥시 앞에서, 국회 앞에서, 광화문에서 ‘옥시 아웃’을 외쳤습니다. 전 국민의 유례없는 호응과 참여 속에서 옥시 제품의 매출은 급추락했고, 국내 대형마트와 소규모 점포 중심으로 판매망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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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옥시불매 집중행동Ⓒ환경운동연합[/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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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옥시불매 집중행동 Ⓒ환경운동연합[/caption]
이 성과로 지난 5년 넘게 외면받아 왔던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재조명 되었고, 가습기 살균제를 넘어 치약, 물티슈, 향균 필터 등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경각심과 우려가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민들은 생활 속 화학제품이 어떠한 관리나 통제 없이 제조되고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았습니다. 눈앞의 이익 때문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기만하고 있는 기업들, 그 모든 과정에서 무책임하기만 한 정부, 이들의 엄청난 잘못을 감추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언론과 전문가 등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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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화학제품에 대한 불신을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댓글 캡쳐(출처 : 2017.02.07 머니투데이 기사에 달린 댓글 캡쳐)[/caption]
시민들은 기업의 노골적인 탐욕과 정부의 무능을 지켜보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유린당했음을. 더 이상은 나와 가족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수 없음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온라인 댓글을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윤을 목적을 가진자들이 사는 나라’,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기업 돈벌이에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정부의 이상한 논리’ ..등. 기업과 정부의 불신, 화학제품의 공포와 경각심이 생활화학제품 소비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가 단순히 정부와 기업에 대한 깊은 불신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면 화학물질로부터 안전사회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입니다. 우리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이전의 사회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선언이며,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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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특별법 등 ‘옥시방지법’ 제.개정 촉구 서명 캠페인 Ⓒ환경운동연합[/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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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 국회 본회의 통과 화면[/caption]
시민들은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 내고 있습니다. 전 국민의 바람과 18,759명의 촛불시민들의 서명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이 5년 5개월 만에 통과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국회에서는 유해 화학물질 관리, 생활화학물질 관리대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관련 화학물질 법령이 제·개정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는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제도화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게 요구하는 활동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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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9일, 정부의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대책 발표[/caption]
지난해 11월 정부는 정부 합동으로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여전히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막기에는 부족하지만, 시장조사 및 퇴출 강화, 포괄적 관리 체계 개편, 살생물제 관리 방안 도입 등 화학물질 관리에서 많은 진전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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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화학제품의 전 성분을 공개 관련 언론 보도 내용 캡쳐[/caption]
또한 기업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의 전성분 공개 요구에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3대 유통업체 뿐만 아니라 옥시레킷벤키저, 애경산업, 다이소아성산업도 전성분을 단계별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GS리테일, 헨켈홈케어코리아, 산도깨비, 제너럴바이오, 클라나드 등도 전성분을 올해 상반기 안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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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화학제품 전성분 공개 요청에 11개 기업으로부터 전성분 공개 약속을 받았으며, 그 중 6개 기업은 현재 홈페이지를 공개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물론 이러한 변화가 아직은 미비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속해서 기업의 안전 입증 책임을 요구하고, 정부의 정책에 있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할 것을 요구한다면 생활화학제품의 시장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로 전환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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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옥시를 막자“ 가습기 피해자, 가습기특위 국정조사위원들에게 진실의 꽃 전달 Ⓒ환경운동연합[/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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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옥시를 막자” Ⓒ환경운동연합[/caption]




▲제품 용기 전면에 ’천연 솔잎향의 산림욕 효과’라고 표기되어 있는 애경의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caption]
▲ 애경은 [가습기 메이트] 라벤더 향을 출시하면서 “아로마테라피 효과와 비슷한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소개했다.[/caption]
▲ 지난해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한 애경 고광현 대표이사(왼쪽)와 SK케미칼 김철 대표(오른쪽)[/caption]


























▲애경은 전 성분 표기제를 '투명한 생각' 뿐만 아니라 “적용 제품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처: 애경)[/caption]
▲ 출처 :애경산업의 연차보고서(2017 Annual & CSR Report)[/caption]
▲헨켈은 9월 중 홈페이지를 통해 전 성분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환경연합에 공문을 보내왔다. (출처: 헨켈홈케어코리아)[/caption]
▲ 생활화학제품 전성분 공개 약속 이행 현황 (2017.8.23. 기준)[/caption]
▲시민과 여론의 압박으로 기업들 전성분 공개를 이끌어냈다.[/caption]

▲ 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부터 가습기살균제 책임 기업에게 생활화학제품 전성분 공개를 촉구하는 활동을 전개했다 (출처: 환경운동연합)[/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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