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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안보에 제2외국어가 필수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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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안보에 제2외국어가 필수적인 이유

admin | 금, 2021/05/28- 19:41

[월간경실련 2021년 5,6월호-우리들이야기(1)]

안보에 제2외국어가 필수적인 이유

 

박만규 아주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대한민국의 GDP가 작년 말 기준 1조 6,310달러로 세계 10위의 반열에 올랐다. 또 수출에서 7위, 수출입을 합친 교역에서는 9위의 규모를 보여 명실공히 무역강국의 위치를 분명히 했다. 여기에 문화 분야에서의 한류도 지속하여 경제와 문화 모두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나라가 되었다.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

우리의 아킬레스건, 안보

그러나 반대로 우리의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하는 영역이 있는데 이는 바로 안보다. 안보 이야기만 나오면 마음이 항상 답답하다. 그것은 한반도의 운명이 우리가 아니라 주변 강대국의 역학구도에 철저하게 의존되어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결코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는 것 같지도 않다. 오직 자국의 이익 관점에서만 접근하여 이익을 취하려 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이들의 역학관계를 잘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이상론에 불과하다. 지난번 사드 파동 때 이를 이미 경험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이해 당사자만의 대화와 협상을 추구하는 양자주의(bilateralism)에서 벗어나서 문제를 다자주의(multilateralism)의 틀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자주의는 근본적인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우리가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해관계가 걸린 당사국들뿐 아니라 제3국들까지 최대한 포함시키는 다자주의의 틀로 문제를 가져갈 때 단지 한반도라는 지역의 문제를 넘어 인류 공영의 가치 추구라는 어젠다를 상정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그리고 오직 그렇게 할 때만이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만을 고집하는 정책에 한계를 긋고, 제동을 걸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 수준과 정보 취득력은 다자주의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가? 대답은 매우 부정적이다. 한국은 경제력에 걸맞지 않게 국제기구 진출 비율이 매우 낮다. 국제기구에서 한국인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이는 기본적으로 낮은 외국어 능력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국제 관계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결정을 얻기를 기대할 수 있는가? 흔히 영어 하나로 충분하다는 의견을 표명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서로에게 외국어인 영어는 이제 기본이고, 보다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언어인 제2외국어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이라는 어젠다로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비록 현재는 우리의 역량이 부족하지만 우리의 후손들은 이런 일들을 감당할 수 있도록 길러야 하지 않을까? 요컨대 유일한 답은 교육에 있다. 동북아라는 지역적 틀에서 벗어나 넓은 세계로 나아가 많은 우방들을 확보한 뒤 그들을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이라는 어젠다로 이끌기 위해서는 우리의 어린 세대가 이를 감당할 만한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높은 국제화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인데, 이의 기본 전제가 되는 우리의 외국어 교육 현황을 보면 암울하기 짝이 없다. 오직 영어 일변도의 정책, 즉 제2외국어를 등한시하는 정책도 문제이지만, 제2외국어 가운데에서도 오직 일본어와 중국어에 거의 모든 학생들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물론 동북아의 지역어도 필요하지만 세계 주요어가 너무 홀대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의 프랑스어, 독일어가 몰락하였고, 스페인어와 러시어어도 들어갈 자리가 없다.

중국과 미국에 편중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프랑스어권 국제기구(OIF)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인구 증가로 인해 전 세계의 프랑스어권 인구가 2050년에 최대 7억 5천만 명에 이르러 일약 세계 2위의 언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스페인어도 중남미의 많은 국가들이 사용하는 매우 중요한 언어이고, 독일어도 EU 내에서 화자의 수가 가장 많은 주요 언어이다. 또한 동구권과 중앙아시아 등에서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러시아어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으며,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에서 사용되는 아랍어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교역에 있어 지나치게 중국과 미국에 편중하고 있는데, 이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우리는 최근 들어 자주 경험하고 있다. 하루 빨리 해외시장의 다변화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들 주요 세계어들이 학교에서 가르쳐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 당국은 항상 교육 현장에서의 수요 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요청이 있어야 자신들이 움직일 수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원인과 결과의 분석이 뒤바뀐 논리이다. 학생의 과목 선택권 보장을 표방한 제7차 교육과정을 앞두고 제2외국어 수요 조사를 시행한 바 있는데 이때 교육부나 교육청을 중심으로 프랑스어와 독일어 교사가 수요에 비해 과다하다고 판단하여 두 언어의 교사들을 감축하기 위한 여러 조처들을 취했으며, 그 결과 대부분의 학교에서 일본어와 중국어만 남게 되었다. 이후 각 학교는 가르칠 교사가 부재한 상황에서 이 언어들에 대한 수요 조사를 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시하는 일본어나 중국어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이렇게 누구로부터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내버려진 사이 이들 제2외국어는 그야말로 고사 직전에 있다. 예컨대 서울시의 공립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 교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내년 신학기에는 오직 한 명만이 남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철저하게 시장논리에만 맡겨둔다면 교육정책은 왜 있으며 교육부는 왜 존재하는가? 이렇게 국가의 운명이 위태로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올바른 국가 미래 계획은 누가 만드는가? 불행하게도 이러한 사태에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달 한국외국어대학 사범대가 프랑스·독일·중국어교육과를 통폐합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외대가 가지는 상징성으로 인해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교육부의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이 원인이지만 사실 졸업 후 교사로서의 취업이라는 본래의 목적 수행이 원천적으로 막힌 상태에서 내려진 평가라는 점에서 어쩌면 한국외대는 피해자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제2외국어 교육, 특히 서양어 교육의 확대 필요

이제 제2외국어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 서양어 교육을 확대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 서양어 교사 임용을 확대해야 한다. 선진국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EU의 외국어 교육 정책은 우리에게 좋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예컨대 프랑스에서는 언어 간의 아무런 차등 없이 학생의 요구에 따라 서너 개의 외국어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 5월 13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전국 시도 교육감협의회’가 2022년 임용시험부터 독어와 프랑스어 과목을 포함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는 내년부터 교사 임용시험에 독어와 프랑스어 과목이 포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소식을 전해준 교육감들의 결단에 찬사를 보낸다.

이것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에도 이어지기를 바라며, 이번 결정이 우리나라의 제2외국어 교육정책의 대전환이라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제2외국어 교육의 강화와 균형 잡힌 언어의 분배가 우리의 미래 안보 역량을 강화하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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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9,10월호 이슈진단3]

일본수출규제에 따른 국내 중소기업의 영향과 대응방안

박근호 경실련 중소기업위원회 위원장 / 강남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

일본이 지난 7월 4일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의 수출규제에 이어 8월 28일부터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규제를 강행하였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함에 따라, 한국은 더 이상 ‘일반 포괄허가제’를 적용받지 못하는 ‘특별 일반 포괄허가제’ 대상 국가가 되었다. 일반 포괄허가제 하에서는 일본의 수출기업이 1,120개 품목의 전략물자에 대해 한 번 수출 허가를 받으면 3년간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수출 건마다 일본 정부로부터 심사를 받아야하고, 심사 기간도 90일까지 늘어날 수 있게 되었다. 제출서류도 허가신청서 등 2종에서 3종 이상으로 늘어나며, 품목에 따라서는 최대 9종까지 필요하게 되었다. 수출업체가 정해진 허가기준을 충족하는지는 전적으로 일본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 기준에 따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에는 수출허가가 나지 않거나 다시 수출허가를 받는 등 수출심사 기간이 대폭 늘어날 수도 있게 되었다. 또한,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전략물자가 아니더라도 식품과 목제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에 ‘캐치올’ 규제가 적용된다. 캐치올 규제는 일본 정부가 수출품이 군사전용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수출업체에 수출허가를 받으라고 통지 시 개별 허가를 받아야만 하는 규제로서, 대 한국 수출기업의 수출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이러한 대 한국 수출규제 행위는 글로벌 공급 사슬(GVC: Global Value Chain)의 후방에 존재하는 자국의 소재부품이나 장비의 공급 단절을 통해 전방에 있는 한국 산업과 기업에 타격을 주겠다는 노골적 의도와 다름없다. 물론, 이러한 일본의 조치가 우리나라에만 타격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이러한 조치는 수십 년간 구축되어 온 전 세계적인 글로벌 공급 사슬의 효율성을 희생시키고, IT 산업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일본정부의 이러한 행태는 글로벌 공급 사슬에 참여하는 일본기업의 신뢰를 붕괴시켜 장기적으로는 일본 산업의 기반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본산 제조장비와 부품을 대량으로 수요하는 한국 기업들뿐 아니라 주요 글로벌 IT 기업들이 공급선 다변화 등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1993년 스미토모화학이 전 세계 물량의 60%를 생산하던 반도체 에폭시 수지 제조공장에서의 폭발사고 후, 국내 반도체 기업이 중국과 대만 업체로의 수입선 다변화로 인하여 결국,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해당 사업을 대만 기업에 매각한 것이 그 사례이다. 일본 정부가 한일 간의 역사적 문제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정치적 불만을 ‘수출 규제’라는 경제적 보복 수단으로 표출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고 불매운동 등 국민의 감정이 악화되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보다 냉철한 대응이 필요하다. 국내 산업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단기적 대응정책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대응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긴요하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산업이 타격을 입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7월 4일 플로우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 핵심 소재에 대해 우선적으로 수출규제를 시행한 것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대외교역과 국가경쟁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핵심 소재와 장비의 일본 의존도가 높아 타격이 예상된다. 또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 외에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정밀기계, 화학, 배터리 산업 등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수출규제 조치로 인한 피해가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일본이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품목에 대해 수출절차를 지연하거나 수출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에 노출되었다는 두려움이 가장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

이러한 두려움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그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게 더 가중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8월 12일 발표한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와 관련해 일본 제품을 수입하는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조사에 따르면, ‘한일 무역분쟁 부작용 완화를 위한 준비 정도’를 묻는 질문에 과반이 넘는 52%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으며, ‘대부분 준비되어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8.6%에 불과하였다. 특히, 종사자 규모별로 보았을 때, 10인 미만의 기업 중 59%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답하였는데, 이번 조사에 따르면 10인 미만인 기업은 작년 총 수입액 대비 일본 수입액 비중이 ‘60~80%’라는 응답이 44.6%, ‘80~100%’라는 응답이 36.1%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큰 영세한 중소기업일수록 수출규제가 가시화되었을 때, 대응책이 별로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업들의 대응 방안도, 단기적이고 다소 소극적 대응 방안인 ‘재고분 확보’가 46.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대일본 거래축소 및 대체시장 발굴’(31.3%), ‘기술 개발 등 경쟁력 강화’(15.3%) 등의 순이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정부와 기업의 대응방안은 단기적 대응방안과 장기적 대응방안으로 구분되어 추진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를 통하여 불확실한 환경에 처하거나 피해를 입는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여야 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소재와 부품 국산화를 위한 대책, 예컨대, 대·중소기업 협업을 통한 생산설비 구축과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은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정책이기 때문에, 당장 소재·부품 대체재를 찾아야 하는 중소기업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이 일본 외의 국가에서 대체재를 신속하게 조달하여, 생산물량의 축소로 인한 유동성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대체재의 거래정보 제공 및 거래지원, 수입절차 간소화 및 통관지연 해소 등에 의해 신속한 수입허가 절차 등 무역 지원을 통해 생산 상의 애로사항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또, ‘할당관세제도’의 선별적 도입을 통해 일본기업 외의 제3국의 공급자를 통해 부품과 소재, 장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국산대체재 개발을 위한 기술 및 생산 지원과 긴급경영 안정자금 등의 지원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며 자생력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위기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평적인 상생협력 생태계 구축의 기회로 삼는 계기가 삼아야 한다. 일본의 수출규제 외에도 트럼프 정부의 등장 이후 증대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의 대두로 글로벌공급사슬상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공급사슬 위험관리 측면에서도 부품 및 소재의 국산화를 통한 국내기업의 공급사슬 참여는 확대되어야만 한다. 국내의 부품 및 소재분야 중소기업들의 기술 및 제품개발 단계에서부터 수요처인 대기업이 참여하고, 또 이와 같이 생산된 제품을 수요 기업이 안정적으로 구매하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구매자-공급자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국내 글로벌대기업들의 공급사슬의 안정성을 가져올 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공급망 다변화 과정에서의 협상에서도 레버리지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특정 공급기업이 기술적 우위가 있고, 품질이나 비용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기업의 공급사슬관리위험 측면에서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는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공급사슬관리에서 말하는 ‘7대 3’ 구매전략, 즉, 공급자를 복수로 운영하여 주 공급자에게서는 70%를 공급받아 규모의 경제 효과를 충분히 누리고, 대체 공급자에게는 30%를 공급받아 상황에 따라 주 공급자와 대체 공급자를 상호변경 가능하도록 하여 경쟁하도록 하는 전략적 대응의 측면에서도 국내 중소기업의 공급사슬참여는 매우 필요한 측면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들이 글로벌경쟁력을 갖춘 부품 및 소재를 개발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 노력이 요구된다. 기술개발지원 뿐 아니라, 기술기반의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공급사슬에 효과적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판로 및 마케팅 지원, 금융지원 등의 전주기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글로벌 공급사슬을 활용하는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맹목적인 애국심과 정부의 강제에 의해서 국내의 공급망을 이용할 수도 없고, 이러한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글로벌경쟁우위의 달성도 불가능하다. 일본의 IT산업 및 전자산업 분야의 제조기업들이 일본 기업이 개발한 기술과 서비스로 일본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추는 방향으로 발전하다가 결과적으로 글로벌 시장의 니즈와 국제표준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글로벌경쟁력을 잃어버린 갈라파고스현상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국내 부품소재분야의 중소기업들이 글로벌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글로벌 공급사슬의 핵심 참여자가 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혁신 지원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또한, 기존의 관행인 대중소기업 간 전속거래 행위,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 중소기업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갉아먹는 불공정한 관행의 개선에도 힘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별히 전속거래의 경우 일반적인 하도급 거래에 비해 기술탈취 행위, 경영 간섭행위,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의 불공정 행위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산업 간 경계가 불투명해지고 기술융합이 가속화되며 수요자 중심의 연구개발 필요성으로 협력업체의 역할이 중요해짐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위탁대기업과 협력업체간의 수평적 협력이 중심이 되어 동반성장을 가져오는 확장형 공급사슬이 증가하고 있다. 금번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국내 글로벌 대기업들도 협력기업을 하청업체가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는 확장형 공급사슬의 확대 계기로 삼을 때, 국내 산업시스템이 개방형 혁신 생태계로서 한 단계 진전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화학물질 규제의 일부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규제를 풀어서라도 대응하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화학물질 규제 관련 법률은 과거 우리 사회가 치른 화학물질사고에 따른 뼈아픈 반성과 사회적 합의에 의해 제정되었고, 그 시행도 채 몇 년이 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 현재,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피해가 가시화되었다기보다, 기업의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대응의 어려움, 공급사슬관리의 위험성 증가의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정부는 섣부른 규제 완화를 지양해야 한다. 규제완화보다 대체재의 조달과 부품 및 소재 개발을 위한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단기적 지원과 기술혁신 지원과 대기업-중소기업 수평적 상생협력 생태계를 강화하는 방향의 장기적 정책지원방향을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모쪼록, 일본의 수출규제 행위가 국내 글로벌 대기업들의 글로벌 공급사슬의 강화와 안정으로 이어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평적 상생협력 생태계가 강화되며, 국내 소재 및 부품 장비 분야의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강소기업들로 성장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마지 않는다.

금, 2019/09/27-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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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7,8월호 – 시사포커스(4)]

지금의 남북관계는 누구의 탓인가?

 

조성훈 경실련통일협회 간사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촉발된 남북 긴장 상황은 해결책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폭파 이전부터 쌓여온 남한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를 표면적인 문제로 삼았지만,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미 의존이 큰 정부의 태도와 지지부진한 남북 합의 이행이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이로 인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사퇴했으며, 국정원장·청와대 안보실장에 이르는 대대적인 외교안보 라인 인사가 단행됐다. 통일부는 정치 상황을 들어 남북 합의 이행에 내내 소극적으로 임했다. 청와대 외교안보실은 과도한 대미 의존으로 인해 주체적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에 나서지 못했다. 이러한 통일부의 무능과 청와대 외교안보실의 대미 의존이 합쳐져 빚어낸 결과물이 현재 상황을 만들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 인적 쇄신을 택했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시작된 남북 평화 무드는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으며, 사상 초유의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러한 평화 무드가 무색해질 만큼 남북관계는 살얼음판을 걷게 되었다. 다행히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로 급한 불은 끈 것처럼 보이지만 갈등은 언제라도 재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의 남북관계는 누구의 탓일까? 미국의 비협조, 북한의 강경한 대응, 우리 정부의 무능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는 70년을 끌어온, 결코 단시간에 해결하기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외부 요인을 탓하기보다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을 다시금 살펴봐야 한다. 외부 요인의 도움이 있다면 최상이겠지만 그렇지 못하기에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경실련은 남북교류협력 기반 조성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당장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산가족 상봉 추진,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의 문제들도 이론상으로 남북 간의 결단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미국이라는 현실적 제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남북교류협력법, 남북협력기금 등 교류협력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고, 남한 내 대북정책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러나 정부는 매우 소극적이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북관계를 정상회담 개최처럼 일회성 이벤트 정도로 취급한 듯 보였다.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정답은 남북관계가 우리 문제임을 인식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나서는 것이다. 이와 연결해 과도한 대미 의존의 산물인 한미워킹그룹은 해체해야 한다. 남북관계 모든 사안에 대해 미국의 눈치를 볼 경우, 아무것도 진전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좀 더 전향적인 방법을 고민해본다면, 한미워킹그룹 대신 남북워킹그룹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한반도 문제는 남과 북 당사자가 직접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어느 때보다 필요할 것이다.

금, 2020/07/3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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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단상

 

김철환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새안산상록의원 원장

 
1. 질병의 대유행을 막을 수 있을까?

1347년부터 3년간 유럽인 1/5의 생명을 앗아갔던 흑사병(黑死病: Plague)은 야생의 설치류(齧齒類:다람쥐·쥐·비버 등)의 돌림병이었다. 벼룩에 의하여 동물 간에 유행하는데, 사람에게 전염된 후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환자로부터의 비말감염(飛沫感染:환자가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튀어나온 병원균에 의하여 감염됨)과 보균동물을 흡혈한 벼룩에 물려서 감염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유럽의 대규모 인구 손실은 유럽 경제의 기반을 이루고 있던 장원제도와 봉건제도를 뒤흔들었고, 죽음에 대한 공포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신에 지나치게 의존하도록 하였다. 이후에도 페스트에 버금가는 대유행이 독감, 사스,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페스트를 일으킨 세균보다 훨씬 작은 바이러스이다. 바이러스는 20~400나노미터의 작은 생물체로 정의한다. 나노미터(nm)가 천만분의 1mm이니 얼마나 작은 지 상상이 가능한가? 바이러스는 너무나도 작아서 전자현미경으로만 관찰 가능한 생물체이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생존할 수 없고 동물, 식물, 세균 등 살아있는 세포에만 기생하고 증식 가능하다. 즉, 세포 밖으로 나오면 수 분 내지 수 시간 내 사멸되는 미생물체이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이 직접적인 접촉이나 가래, 침, 성관계 등 매우 긴밀한 접촉이 아니면 옮길 수 없다.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세포벽에 붙어서 유전체의 DNA 혹은 RNA를 세포 내로 들여보낸다. 이후 세포 내에서 끝없이 분열되고 증식해서 병을 유발한다. 현재 인류가 알고 있는 바이러스 종류는 수 만 가지이지만, 그 중 인류에게 병을 일으키는 것은 많지 않다. 코로나-19는 평소에는 심한 병을 일으키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종을 일으켜서 대유행을 일으킨 것이다.

세계의 경제 교류와 인적 교류가 이처럼 활발하고 앞으로는 더 활발해질텐데 감염성질환의 대유행을 막을 수 있을까? 밀접접촉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면 바이러스의 유행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바이러스가 변종을 일으키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변종은 아무도 면역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밀접접촉을 통해 국내와 국외로 대유행을 일으킨다. 변종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와 예방하는 백신을 개발하는데 수 개월에서 수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 유행은 끝난 후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질병의 대유행을 막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2. 바이러스를 이기는 면역체계는 있는가?

우리 몸 면역체계의 컨트롤 타워는 T 림프구이다. T 림프구는 우선 인터페론이라는 천연 방어물질을 만들어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한다. 또한 T 림프구는 특정 바이러스에 대해 면역적으로도 공격할 수 있는 감작세포로 변화도 하고, B 세포로 하여금 항체를 생산하도록 지휘해서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고 퇴치한다. 한 번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온 후 없어지더라도 우리 몸 면역체계는 오랫동안 같은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이겨내는 능력을 갖게 되는데 이것이 면역력이다. 이러한 면역력을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갖추도록 하는 것이 예방접종이다. 현재 홍역·볼거리·소아마비·풍진 등과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을 막는데 이용된다. 독감 예방접종도 이런 방식으로 항체를 형성하도록 해서 예방하고 있다. 다만, 독감 바이러스는 변이가 심해서 매년 4가지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유행을 예상해서 백신을 생산하고 있고, 예방접종도 매년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바이러스를 막는 면역체계는 예방접종을 통해서 미리 갖추는 것이 최선이고, 그럴 수 없다면 물리적으로 화학적으로 우리 몸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차선이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서 접종을 받으면 예방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다만, 독감백신도 예방효과가 60% 정도에 불과해서 완전하지 않은 것처럼 변이가 심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평소 개인위생관리로 전염성질환을 예방하고, 건강관리를 통해서 만성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혹시 만성질환이 있다면 잘 관리해서 최대한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 몸의 면역력을 강화하여 바이러스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3. 가장 강력한 방역은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 의식이다.

2020년 들어서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독감 바이러스가 크게 유행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 원인 중에는 극히 일부만 차지한다. 그동안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로 사망한 숫자는 담배 관련 질환으로 사망하는 한국인이 한 해 5만 명인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이다. 이 중 간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수 천 명인데 사람들은 담배를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를 무서워한다. 건강한 사람은 대부분 코로나-19 감염이 일어나도 가볍게 지나간다. 폐렴까지 진행해서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는 건강한 사람에서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과도할 정도로 두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는 새로운 균에 대한 두려움이다. 인간 무의식에 존재하는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바로 제노포비아(xenophobia)이다. 나와 다른 것, 특히 새로운 것(사람, 환경, 먹거리 등)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의 무의식 깊이 숨어있다.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본능적으로 새로운 것을 경계하고 조심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서면 득보다 실이 크다. 예로부터 전해온 지혜와 의과학의 합리적인 대처방법으로 이겨내면 되는데 지나친 걱정이나 혐오는 불행한 일이다. 바이러스 결벽증이 사람들에게 퍼져있으면 마스크를 아무리 공급해도 모자란다. 청주시에서 택시기사가 감염되어 승객감염이 걱정되었는데 가족 감염은 있었지만 승객 감염은 없었다. 그 기사가 운행 시에 마스크를 잘 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쉽고 상식적인 방법인 개인위생을 지키면 된다.

– 마스크 잘 쓰기(폐쇄된 공간이나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 손씻기(30초 이상, 손 세정제로 대신할 수 있다.)
– 손씻기 전에는 얼굴(눈, 코, 입) 만지지 않기

이런 예방 수칙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만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독감 바이러스와 감기 바이러스 등 수많은 바이러스와 세균 감염을 예방하는 수칙이다. 특히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지켜야할 에티켓이다. 인간이 그 작은 바이러스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강력한 자연의 힘이고 현상이다. 겸손하게 자연현상을 받아들이되 인류가 축적한 지식과 연대의식과 공동체 정신으로 재난을 이겨나가는 길만이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지속할 수 있는 길이다.

금, 2020/03/13-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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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5,6월호 – 시사포커스(1)]

2천조 원 거품 떠받치겠다는 정부, 21대 국회가 막아야 한다

 

김성달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

 
문재인 정부가 20번째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5월 6일 국토부는 수도권 내 연간 25만 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수익성이 없는 재개발 사업에 공기업을 투입해 특혜를 제공하겠다는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세부방안으로 ▲분양가상한제 제외 ▲기부채납 비율 완화 ▲용적률 특혜 제공 ▲조합원 지원확대 등을 제시했다.

최근 부동산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투기형 거래가 위축되며 집값 하락 등 정상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재개발조합 등 특정 세력에게 규제 완화로 포장한 특혜를 무분별하게 제공하면서까지 도심재개발을 활성화시켜 공급을 늘려가겠다는 것은 가만히 놔두면 하락할 집값을 정부가 규제완화와 공급확대로 떠받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한 채당 평균 3억 원, 강남권은 7억 원이 상승했다. 경실련 조사결과 대한민국 전체 땅값은 출범 이후 30개월 동안 2천조 원 상승했다. 때문에 국민들은 미친 집값을 최소한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부동산투기 근절과 경기부양을 위한 부동산대책을 쓰지 않겠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결과는 규제완화와 공급확대에 기댄 거품부양책이니 정부가 무능하거나 국민을 속이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이다.

특히 공공재개발로 포장된 토건특혜책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정부는 서울 내에는 총 531곳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추진 중이고 일부 재개발이 사업성 부족 등으로 정체 중이라며, ▲LH·SH의 시행자 참여 ▲조합원 중도금 및 이주비 등 지원확대 ▲용적률완화 및 분양가상한제 적용제외 ▲사업비의 50%까지 주택도시기금 지원 등의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했다. 반면 세입자 대책은 지원대상 확대와 영세 상인을 위한 대체 영업지 조성뿐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문제인 불로소득의 사유화와 세입자와 원주민 내쫓김을 방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바가지분양을 허용하여 막대한 시세차액을 투기세력과 건설사에게 안겨주고 수많은 세입자와 원주민 등은 삶터에서 내쫓겼다. 주변 집값 폭등에 따른 서민들의 주거불안, 환경파괴와 자원낭비도 심각했다. 사업추진을 통해 공공주택을 확보했다고 했지만 개발이익환수장치가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 확보도 미흡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개발·재건축사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투기세력과 토건세력에게 맘껏 투기하라는 신호를 정부가 보내준 것과 다를 바 없다.

서울시가 2015년 이후 추진 중인 청년주택도 공공임대 확대를 내세워 ▲종상향 특혜 ▲용적률 완화 특혜 ▲기금지원과 세제 특혜를 제공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공공임대는 10~20%에 불과하고, 주변 집값만 올려놨다. 민간업자가 그 결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음을 명심해야 한다.

용산정비창 부지 등 국공유지는 100% 공영개발 후 공공주택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정부는 코레일 등이 소유한 용산정비창 부지 등 15개의 국공유지를 개발하여 1만 5천 호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공유지 개발에도 민간분양이 포함되어 있다. 용산정비창 부지의 경우 51만㎡(15만 평)를 업무, 상업시설, 주거 등 복합개발하여 주택은 8천 세대를 공급하고 이 중 50%를 공공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50%는 민간분양이고, 공공주택도 공공분양과 임대가 섞여있어 실질적인 장기공공임대주택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개발계획 발표 이후 코레일의 만성적자가 해결될 수 있는 기회라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고, 용산 일대로 투기세력이 몰리면서 집값도 상승하고 있다. 정부는 용산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여 투기를 차단하겠다고 밝혔지만 막대한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서민들의 내집마련과 집값안정 효과를 위해서는 공영개발 후 100% 공공주택으로 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LH, SH라는 막강한 공기업이 존재하고 이들의 설립취지는 서민 주거안정이다. 때문에 ▲신도시 독점개발권 ▲강제수용권 ▲토지 용도변경권 등 막강한 권력을 공기업에 부여해왔다. 하지만 2000년부터 분양가가 자율화되고, 공기업의 장사논리가 허용되면서 공기업조차 투기세력과 자기들 배불리는 데에 막강한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공기업이 땅장사 집장사를 일삼는다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서민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저렴한 공공주택 확대가 매우 절실하며 이를 민간에게 구걸해서 확보하겠다는 것은 특혜를 제공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국공유지를 공공이 개발하여 공공주택, 공공상가 등 국민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결코 민간분양, 민간매각되어서는 안된다. 재원확보가 어렵다면 주택도시기금, 국민연기금 등을 공영개발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면 강남에서도 1억 원(평당 500만 원, 20평 기준)에 내집마련이 가능하다. 저렴한 공공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때 기존 주택값도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서민주거안정과 집값거품 제거를 위한 1억 원대 아파트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공영개발해야 한다.

토건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부, 21대 국회가 강력한 투기근절책을 입법화해야

2017년 1월 국민은행 통계 기준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호당 6억 원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50조 원 뉴딜대책, 재건축 고분양 허용 등의 투기조장책으로 출범 이후 집값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김현미 장관도 취임사에서 공급부족이 아닌 투기적 거래가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투기근절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책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면제 대출확대 등의 특혜책으로 이어졌고(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2017.12) 그 결과 다주택자들의 투기과열로 집값은 더욱 상승했다. 게다가 2019년에는 수도권 30만 호 신도시 개발을 발표했고, 다시 1년이 지나 이번에는 도심재개발활성화 방안까지 지속적으로 투기조장 공급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 결과 2020년 4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호당 9억 2천만 원으로 문재인 정부 이후 매년 1억 원씩 상승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지 오래인데도 불구하고 공급확대로 집값을 잡겠다는 과거 정부의 토건식 발상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문재인 정부에게 서민 주거안정과 부동산 투기근절에 대한 철학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20대 국회도 정부의 투기조장책을 방관하며 막대한 불로소득의 수혜를 누렸다. 21대 국회는 달라야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최소한 주거불안에서라도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 강력한 투기근절책으로 집값거품을 잡을 때 서민주거안정도 이룰 수 있다. 특히 짓지도 않은 채 주택을 분양할 수 있는 선분양제를 완공 후 분양제로 전환해야 한다. 만일 지금처럼 선분양제를 유지해야 한다면 강력한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해서 소비자의 바가지 분양피해는 막아야 한다. 재벌법인 등에게 막대한 보유세 특혜를 제공하는 불공정 공시가격 제도 폐지, 건설사와 투기세력 배불리는 개발정책 중단, 임대사업자 특혜 페지 등을 위한 입법화도 시급한 과제이다. 문재인 정부의 투기경제, 거품경제를 21대 국회가 막아야 한다.

금, 2020/06/05-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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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3,4월호 – 시사포커스4]

다시, 문제는 신뢰다

김일한 통일협회 운영위원 / 동국대학교 DMZ평화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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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6월,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호텔의 대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되었습니다. 회담 결과가 ‘결렬이 아니다’ ‘양국정상이 새로운 대화를 준비하기로 했다’ 등등의 관전평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합의’를 전제로 한 회담이 결과를 내지 못했다면 결렬이 맞습니다. 양국간에 ‘구체적인 합의안이 있었다’ 그러나 ‘문턱이 높아졌다’ 등등의 이유도 지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합의안’에 사인이 없다면 역시 결렬이 맞습니다.

‘완전한 비핵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과 ‘단계적 해결’을 제시한 북한의 입장이 결국 회담을 무산시킨 가장 큰 원인입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요. 결국 문제는 다시 ‘신뢰’의 부족이었습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봅니다. 우리는 늦었지만 차분하게 북한과 미국의 신뢰문제를 다시 제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한의 중재자역할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22년 전인 1997년 6월,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의 메트로폴호텔에서는 작은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무려 4일간에 걸친 회의는 전쟁당시 미국 국방장관 로버트 맥나마라를 포함해서 양국의 책임자들이 모여 과연 전쟁은 피할 수 없었는지, 전쟁이 확전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성찰하는 자리였습니다. 미국측 대표 맥나마라는 다음과 같이 하노이 대화의 교훈을 강조합니다.

“하노이 대화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베트남전쟁은 미국과 베트남 쌍방의 지도자가 보다 현명하게 행동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전쟁이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대화의 교훈을 바르게 배운다면, 미래에 이와 같은 전쟁은 막을 수 있을 겁니다.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교훈을 두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는 우선 적을 이해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 적을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비록 상대가 적일지라도 최고 지도자끼리의 대화, 그렇습니다.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도 게을리 했습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교훈입니다.”

다시 북미협상으로 돌아오면, 둘 사이에는 여전히 건너지 못할 불신의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함해서 대량살상무기 전체를 폐기하라고 합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단계적으로 폐기할 것이라고 맞섭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과정을, 북한은 미국의 관계정상화 약속을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22년전 메트로폴호텔 대화의 교훈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새로운 파국을 준비하기 보다는 오래된 미래를 다시 복기하는 것이 양국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3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양국은 차분하게 서두르지 말고 상대를 신뢰할 수 있는 절대적인 대화의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서두르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새로운 북미협상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집단제재에서 독자제재로, 외통수 정국의 새로운 상상력

완전한 비핵화를 신뢰하지 않는 미국과, 시간을 두고 관계정상화 이행 약속을 확인하겠다는 북한 사이에 대치상황은 퇴로가 없어 보입니다. 양국의 빅딜을 위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UN의 대북한 집단제재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제재해결 방법에 대한 양국간의 믿을 만한 약속과 이행 로드맵 없이는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UN 집단제재를 안보리이사국 각각의 독자제재로 전환하는 방법도 생각해볼만한 해법입니다. 견고한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가 손상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은 스냅백(snapback) 장치를 통해 조건부 해제가 가능할 겁니다. 대신 북한은 가시적인 비핵화 타임테이블을 국제사회에 제시해야 합니다.

이상의 조건에서 진행되는 비핵화와 관계정상화가 양국의 ‘신뢰대화’와 병행된다면 그 효과가 배가될 수 있을 겁니다.

 

포기할 수 없는 한국역할론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면 어떻고, 트럼프의 푸들이면 어떻습니까. 이 땅에서 전쟁만 없앨 수 있다면,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 수만 있다면 그 따위 말장난이 대수겠습니까.

중재자 없이 진행된 중국과 베트남의 대미 관계정상화 과정을 기억하실 겁니다. 분단 70여년 만에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북한과의 신뢰있는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미국과의 책임있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어렵지만,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서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입니다.

흉물스런 철조망이, 군사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 MDL)이 국경선인줄 알고 살아온 남북한의 국민들에게 새로운 한반도의 희망을 보여줘야 합니다.

수, 2019/03/2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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