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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목물떼새가 사는 법] - 내성천과 낙동강 자연성 회복 소고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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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목물떼새가 사는 법] - 내성천과 낙동강 자연성 회복 소고 #2-4

admin | 화, 2021/04/27- 22:08
● 국립생태원의 이상한 내성천 보고서 - 2
○ 모래강에서 습지를 강조한 국립생태원 내성천 「생태·경관 우수지역 발굴조사」 보고서

중국집에서 생선초밥을 주문하거나, 잔디가 깔린 축구전용구장에 다이아몬드를 그려 넣고 야구를 한다거나 하는 일 따위는 생기지 않는다. 이런 것들은 상식에 속한다.
「생태·경관 우수지역 발굴조사」는 <생태·경관 보전지역> 지정과 관련된 조사이다. 우리나라에서 환경부와 지자체가 지정하는 보호지역은 <국립공원>에 포함된 보호지역을 제외하면 습지(환경부는 내륙습지), 생태·경관 보전지역, 특정도서 이 세 가지를 대표적인 보호지역 유형으로 말할 수 있다. <습지>와 <생태·경관 보전지역>은 보호와 관련하여 그 갈래가 전혀 다르다. 
내성천은 모래강이다. 그냥 모래강도 아니고 한국의 모래강을 대표하는 강이다. 이런 내성천을 대표하는 깃대종을 말하라면 단연 고운 모래에서 사는 흰수마자를 꼽을 수 있다. 넓은 모래톱에 알을 낳아 품는 흰목물떼새와 강바닥이 잘 보이고 수심이 얕은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강 옆의 높은 나무나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먹황새 등도 들 수 있다. 
앞서 흰수마자 입도조사 문제를 지적한 국립생태원의 내성천 「생태·경관 우수지역 발굴조사」 는 보고서의 총괄 부분에서 내성천의 구간별 습지현황을 나열하고 그 등급을 표시하였다. 그중 7구간(경진습지)은 ”습지 Ⅰ등급, 습지보전등급 1등급“으로 구분하였는데, 이 구간은 골재채취와 댐 건설 등의 영향으로 모래강이라는 내성천의 고유성을 가장 많이 잃은 채 내성천에서 육역화가 가장 많이 진행된 구간이다. 국립생태원이 보고서의 맨 앞에 배치한 총괄에 구간별 습지등급까지 표시한 것에 중점을 두고 이 보고서를 읽다보면 내성천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가 대체 불가능한 한국의 대표적인 모래강이기 때문이 아니라 습지를 다수 지녔기 때문에 보전해야 하는 것처럼 잘못 인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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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이 사라진 내성천 경진교 하류. 2019년 7월. <시민생태조사단>


일반적으로 습지가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보전해야할 곳으로 인식되지만 하천마다의 고유성을 보전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문제이다. 모래강 고유의 생태계에서만 생존할 수 있는 특정 종이 사라지면(흰수마자를 대표적인 종으로 손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지구적인 차원에서 볼 때도 생물다양성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한편 습지와 관련해서 언급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도처에 만연한 하천개발로 인해 대부분의 하천이 역동성을 잃은 채 육역화하고, 습지가 발달하고 있다. 현재 내성천의 가장 큰 고민은 영주댐 건설 이후 모래강인 내성천이 점차 습지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립생태원이 환경부 용역으로 <생태·경관 보전지역> 지정과 관련된 조사를 1년간 하고나서 그 보고서 총괄부분에 습지현황을 이렇게 자세하게 분류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립생태원은 정부가 돈을 조달하는 정부 출연기관으로 여러 국가정책에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환경조사를 수행한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전국자연환경조사」를 꼽을 수 있다. 국립생태원이 수행하는 조사 중 전국자연환경조사만큼 중요한 조사는 없다. 이는 정부가 매년 인구주택총조사를 수행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국가정책과 관련된 중요한 조사를 수행하는 국립생태원이 왜 내성천과 관련된 조사를 하면서 아마추어도 내놓지 않을, 오해받을만한 결과물을 내놓은 것에 대해 그 배경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단 국립생태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독 내성천의 영주댐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든 또는 전문가 집단이든 솔직한 발언을 듣기가 쉽지 않다. 특히 어류와 관련해서 더욱 그렇다. 4대강사업으로 같이 만든 보와 댐인데, 똑같은 콘크리트 구조물인데, 4대강의 보와 영주댐은 같지 않다. 어류 전문가 중 영주댐을 설치한 내성천의 흰수마자 문제를 지적한 것은 한겨레신문의 흰수마자 기획 기사 때 ”아무리 많이 부화시켜서 내려보낸다 해도 살아갈 서식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 채병수 박사가 유일한 것으로 안다. 영주댐은 댐이 우리나라에서, 우리사회에서 어떤 존재인지 묻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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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용훈 – ‘초록사진가’라는 이름으로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운 강, 우리가 잃어버린 강, 위기에 처한 우리의 강들을 사진에 담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성천의 아름다움과 상처를 기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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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댐 건설 그리고 흰수마자 수난사 -2
○ 치어방류는 계속되어야 한다. 살아남을 가능성? 一將功成萬骨枯!
한국수자원공사는 올해 5월 29일, 내성천 흰수마자 치어방류 사업과 관련하여 5,000마리의 치어를 내성천 하류 낙동강에 방류했다. 2014년 10월 15일, 내성천 중류 미호교 일대에서 예천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치어 2,000마리를 처음 방류한 이후 4번째 방류였다. 수공이 당초 이 사업을 시작할 때 받은 전문가 자문은 내성천에서 친어를 확보하도록 했는데, 이와 관련하여 환경부는 “지역 유전자 보존”이라고 답변했다고 20대 국회 이상돈 의원 정책보고서 「내성천 생물다양성 보전/2019.12.」은 밝히고 있다. 

1,2차 방류는 내성천에서 친어(어미)를 잡았지만 3차와 4차는 낙동강의 다른 지천인 남강에서 잡았다. 4차 때는 내성천에 방류하지 않고 인근 낙동강에 방류했다. 강은미 의원의 보도자료를 보면 이 4차 방류 관련 입도조사를 정작 서식처인 내성천에서는 하지 않았다. 내성천 흰수마자가 아닌 남강의 흰수마자 치어를 내성천이 아닌 낙동강에 방류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 5월 말 방류 이후 9월과 10월 조사결과 내성천과 낙동강의 모든 조사 지점에서 치어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물론 1~3차에 방류한 1만 마리의 치어도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내성천에서 흰수마자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게 되었고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지적되었으며, 중앙일보가 “1조1030억 들여 초래한 '환경재앙’”이라는 소제목을 달아서 영주댐 문제를 크게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에서는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언론이 여러 차례 다루었던 흰수마자가 그 고향과도 같은 내성천에서조차 완전히 사라졌다는 내용은 그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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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에서 흰수마자 치어를 처음 방류한 후 세운 입간판. 2014년 10월.


치어를 방류했지만 이후 모니터링에서 확인되지 않는 문제점은 2015년 국감에서 심상정의원이 처음 제기했다. 이후로도 2016년과 2020년에 치어방류는 반복되었고,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왜 이런 치어방류가 반복되는 것일까? 그 해답은 위의 중앙일보 언론보도에서 짐작할 수 있다. “1조1030억 들여 초래한'환경재앙’” 같은 신랄한 비판은 영주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구지방환경청의 용역으로 수행한 「내성천 유역 자연생태계 모니터링」의 연구수행계획서는 “모래입도의 변화는 내성천에 살고 있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담수어류인 흰수마자에 영향을 주는데, 수자원공사가 영주댐을 건설하면서 흰수마자 보호를 위해 2014년 10월부터 인공증식 복원을 실시하여 2016년까지 3년간 1만마리의 치어를 방류한 것은 댐으로 인한 흰수마자 서식환경의 변화 문제를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런 고리들을 연결해보면 흰수마자 치어를 댐 하류에 반복해서 방류한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댐 하류가 살만하다면 애써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없다. 굳이 남강에서 태어나 잘 살 수 있는 흰수마자를 내성천이나 내성천 하류 낙동강에 방류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앞서 「씨알의 옛글풀이」에 있는 장자의 「소요유」를 소개했는데, 다시 같은 책에 있는 「기해세」란 제목의 당시에 담긴 뜻을 보자.

물 나라 강산이 왼통 쌈판 됐구나.
씨알이 뭣으로 나무 베고 풀 베느냐.
그대게 이르노니 제후 된단 말 마라.
한 장수 공 이루려고 일만 뼈다귀 말랐단다(一將功成萬骨枯)

쓸모없는 댐 하나 지키겠다고,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하여 법으로 보호하는 흰수마자를 포획, 인공 산란시켜 매번 수천마리씩 방류하여 결과적으로 죽게 한 것인데, 이런 행위를 멸종위기 보전대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그렇게라도 해서 단 한마리라도 내성천에 남겨야 하는 흰수마자라면 애초에 그런 강에 댐을 왜 세웠는지, 그 댐을 세우면서 어떻게 환경부가 사전환경성검토 때 환경성검토협의회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흰수마자를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는지 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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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용훈 – ‘초록사진가’라는 이름으로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운 강, 우리가 잃어버린 강, 위기에 처한 우리의 강들을 사진에 담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성천의 아름다움과 상처를 기록해왔다. 
화, 2021/02/2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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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댐을 짓고, 
   흰수마자 치어를 계속 댐 하류에 방류하고
● 54일간의 장마가 보여준 내성천과 금강의 극명한 차이
○ 금강에서는 모래톱이 살아나고, 내성천에서는 모래톱이 자갈밭으로 변했다.
2020년 여름, 54일간의 긴 장마가 지난 후 보를 개방했던 금강은 강에 모래톱이 크게 형성되고 흰수마자가 곳곳에서 나타났지만, 영주댐을 굳게 닫은 내성천에서는 강 곳곳에 자갈이 크게 드러나는 등 강이 더욱 황폐해졌다. 우리가 알던 회룡포가 이번 홍수가 지난 직후 사라졌다. 반면 댐 상류 20여km 지점에는 고운 모래가 펼쳐졌다. 
장마 54일이 만든 금강과 내성천의 차이, 영주댐 상류와 하류의 차이는 매우 중요한 것이어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성천과 영주댐이 서로 공존할 수 없는 관계임을 확연히 드러냈다. 댐이 내성천에 끼치는 영향력이 매우 큰 것이다. 공교롭게도 환경부가 댐이 내성천에 끼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시험담수를 시행하면서 크게 2가지 용역을 25억원을 들여 진행 중이었는데, 이번 홍수기에는 댐에서 모래가 하류로 이동하는 배사문을 완전히 닫아놓은 상태여서 굳이 돈을 들이는 이런 용역이 아니더라도 댐이 끼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나타낸 것이다. 이보다 더 정밀한 모니터링이 있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테스트였다. 동시에 환경부가 영주댐을 시험담수하면서 진행하는 유사이동과 생태계 복원관련 조사용역이 도대체 왜 필요한지 다시 한 번 묻게 만든다. 
○ 금강에서 발견된 흰수마자가 내성천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2020년 국감 마지막 날, 환경노동위원회 강은미(정의당) 의원은 올해 내성천에서 흰수마자가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영주댐 협의체가 영주댐 시험담수를 마치고 방류하기로 정한 날인 10월 15일까지의 사후환경영향조사 자료를 수공에 요구하여 제출받았는데, 댐 하류 내성천 9곳과 낙동강 1곳 등 총 10곳을 3차례 6일간 조사한 결과 자연산이든 인공증식 흰수마자든, 성체든 치어든 한 마리도 나오지 않았다. 충격적인 결과였지만 예견된 결과이기도 했다. 
아직 강에 모래가 고운 곳이 남아 있긴 하지만, 혹시 극히 일부 개체가 생존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강바닥이 자갈밭으로 변한 곳이 너무 많이 늘었다는 점이다. 단 1년여의 시험담수와 그 기간 중의 홍수기를 거친 결과였다. 장마가 끝나고 10월에 생태지평 시민생태조사단이 찾은 회룡포는 불과 몇 달 만에 크게 변했다. 우리나라 110곳 명승 중 백미였던 회룡포야 중장비를 동원해서 돌을 골라내어 당장의 황량함을 감춘다 해도 내성천에 회룡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댐을 정식 가동하려는 순간부터 한국의 대표적인 모래강인 내성천은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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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후 자갈밭으로 변한 내성천 회룡포. 2020년 8월. <시민생태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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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후 모래톱이 복원된 영주댐 상류 석포교 일대. 2020년 8월. <시민생태조사단>

● 영주댐 건설 그리고 흰수마자 수난사
○ 영주댐 사업 전 흰수마자의 집단 서식처였던 내성천
낙동강수계관리위원회와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물환경연구소가 4대강사업 전인 2007년 2월에 발표한 「낙동강 수계의 어류생태 및 수질평가에 관한 연구」는 “지점 1,2인 내성천 상·하류 지점에서는 아우점종이 흰수마자(G. nakdongensis)로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Ⅰ급종으로 지정하여 관리중인 종으로 서식처가 낙동강으로 제한되어 있는데 본 조사의 결과에 의하면 내성천 지역에 집단 서식처가 있는 것을 밝혀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아우점종이란 우점종 다음으로 개체수가 많이 확인된 종이라는 뜻이다. 흰수마자가 내성천에서 아우점하여 집단서식처가 확인될 정도면 얼마나 많은 흰수마자가 내성천에 있었다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환경부는 영주댐 건설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부터 이런 흰수마자 문제를 도외시하였고, 현 정부에 들어서서는 이미 심각해진 흰수마자 문제를 외면한 채 장관 지시로 시험담수를 강행하였다. ‘유럽연합 물관리 기본지침(EU Water Framework Directive, WFD)을 제정한 EU나 깨끗한 물법(Clean Water Act)을 제정한 미국이라면 한 국가의 대표적인 강의 모습을 간직한 곳을 훼손하는 영주댐 건설은 상상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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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흰수마자. 2014년 10월.
○ 4년간 과도한 골재채취가 내성천 수생태계에 끼친 악영향
한국수자원공사는 2009년 12월에 영주댐을 착공하고, 이후 매년 사후환경영향조사를 통해 댐 수몰예정지 몇 곳에서 어류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2013년에는 다묵장어가 확인되지 않았고, 2014년에는 조사한 7개 지점 중 골재채취를 하지 않은 댐 상시만수위인 석포교 일대를 제외하면 6개 지점 모두에서 흰수마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2014년 5월에 실시한 2차 조사에서 ST6 지점인 석포교 일대에서만 흰수마자 5개체가 확인되었다). 
한편 영주댐 수몰지내에 있는 흰수마자 개체를 댐 하류로 이주시키기 위한 포획조사가 2014년 6월부터 약 1년간 진행되었지만 댐 상류에서 한 개체도 확인되지 않았다.
사후환경영향조사는 댐 상류의 골재채취가 흰수마자의 서식환경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댐 상류의 흰수마자들이 산란을 위해 연차적으로 내성천 하류 인접 본류지역으로 자연적으로 이동하였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골재 채취 등으로 인한 폐사 가능성을 분석하지 않았다. 
20대 국회 이상돈 의원이 낸 정책보고서 「내성천 생물다양성 보전/2019.12」은 이와 관련하여 골재채취를 주목하면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채취한 모래의 양은 총 289만6천㎥로, 이는 착공 직전 4년간의 채취량 26만6천㎥의 11배에 달하는 양”이라는 점과, “2012년 한 해에만 댐 상류에서 내려오는 연간 유사 추정량의 약 8년 치에 해당하는 165만㎥를 채취했다”는 점, 그리고 “그 중 117만㎥을 평은면에서 파냈는데, 이후 2013년부터는 평은면 소재지의 모든 조사지점에서 흰수마자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보고서는 “수공도 골재채취가 모래하상에 서식하는 흰수마자의 서식환경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공은 흰수마자의 폐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은 채, 산란을 위해 내성천 하류 인접 본류지역으로 자연적으로 이동하여 더 이상 서식 개체는 없을 것으로 보았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4년에 걸친 큰 골재채취로 인해 폐사 가능성이 있음에도 전혀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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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수마자 서식처인 내성천 영주댐 수몰예정지.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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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수마자 서식처가 골재채취로 크게 훼손된 모습. 이곳에 서식하던 흰수마자의 이동이 얼마나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2013년 4월. 
흰수마자가 폐사가 아닌 산란회유를 위해 내려갔다고 주장하려면 다묵장어에 대해서도 왜 같은 시기에 확인되지 않았는지 타당한 학술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한국수자원공사와 대구지방환경청이 19대 국회 환노위 심상정 의원의 ’15년 국감 지적에 따라 제출한 「내성천 하상입도 조사계획(안)」에서 “흰수마자의 생태습성 등은 현재 10%정도 밝혀진 상태로, 산란습성 및 모래입도 등의 정확한 서식지 환경은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함”이라고 했으면서도 댐 상류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과 관련하여 흰수마자의 서식처를 4년간 과도한 골재채취로 극도로 훼손한 정황을 반영하지 않은 학술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영주댐 환경영향평가에서 “유영력이 떨어지는 멸종위기종 Ⅰ급인 흰수마자의 경우 어도 이용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한 흰수마자가 골재채취로 흙탕물이 된 댐 상류 내성천에서 당시 만든 농업용 철재 보를 넘고 최대 20km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여 댐 여수로 등을 통해 모두 무사히 빠져나갔다고 결론 낼 수 있는 학술적 근거 또한 제시해야 한다. 만약 영주댐 공사 중 법정보호종인 흰수마자가 집단 폐사한 정황이 있다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한편 흰수마자가 내성천에서 급감한 주요 원인과 관련한 영주댐 사후환경영향조사의 산란회유 분석에 대해 강은미 의원은 2020년도 국감 기간 중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한편 2019년도 영주댐 사후환경영향조사는 “산란회유로 개방”문제와 관련하여 “내성천 흰수마자는 낙동강 본류로 이동하여 산란하고, 발생한 치어와 산란을 마친 성어는 다시 내성천으로 올라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당년생 치어가 출현한 것은 대홍수가 발생하여 낙동강 본류 합수부에 모래가 퇴적되면서 산란회유로가 일시적으로 개방되었던 2016년뿐이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 산란회유로 개방문제는 문경시 영순면 일대에 있는 취수용 달지 하상유지시설을 부산지방국토청이 2015년에 보강 공사함으로 인해 흰수마자의 이동에 심각한 장애가 있음을 지적한 것인데, 부산국토청은 2018년 12월에 흰수마자 보호대책으로 해당지역에 생태수로 조성공사를 시행하였으며, 올해에는 2016년을 능가하는 대홍수가 발생하였지만, 내성천 10개 지점을 3차례에 걸쳐 6일간 조사한 결과 흰수마자는 자연산이든 인공증식 방류 개체든, 성체와 치어를 막론하고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산란회유로 문제는 비교적 쉽게 개선될 수 있지만, 영주댐 하류 내성천의 흰수마자 서식처 회복은 영주댐 처리문제를 검토하지 않는 한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수공이 내성천에서 흰수마자가 나오지 않는 문제를 산란회유로를 차단하는 보에 돌리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인 댐으로 인한 문제는 살펴보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번 1년이 넘는 시험담수로 인해 흰수마자와 영주댐의 공존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충분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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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용훈 – ‘초록사진가’라는 이름으로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운 강, 우리가 잃어버린 강, 위기에 처한 우리의 강들을 사진에 담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성천의 아름다움과 상처를 기록해왔다. 
월, 2021/01/2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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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서식처 – 무상無常하여 강에 사는 약자들의 피난처가 되는 자리

“그래서 내성천은 수 천 만년 동안에 여기 생겼다가 저기 생겼다가, 저기 생겼다가 여기 생겼다가 하는데 이런 장소를 뭐라고 얘기 하냐면 순간서식처라 합니다. 순간서식처를 학술적으로 ephemeral habitat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그 순간서식처의 의미가 뭐냐 하면 물의 disturbance, 물의 파괴작용에 의해서 주기적, 비주기적으로 서식처가 불안정한 상태로 변하는 것, 동적으로 변해가는 서식처, 그게 순간서식처인데 그런 순간서식처는 다년생 식물이 살겠습니까? 생명 환이 짧은 1년생이 살겠습니까? 1년생이죠. 그래서 1, 2년생 식물이 들어가는데 거기에 다년 생인 달뿌리풀이 들어오면 이미 끝나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변화가 급진적으로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위성서식처(satellite habitat)가 매우 중요한데, 위성서식처를 중간에 징검다리 해주는 서식처가 있어요. 그 서식처들이 대부분 순간서식처입니다.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그걸 이용해서 가는 겁니다. 이게 피난처가 된다는 거예요. 가다가 위험에 처하면 어디에서 피신을 좀 해야 될 것 아닙니까? 피하려면 어딘가 가봐야 될 것 아닙니까? 그것을 순간서식처라 하는데, 있다가 없어지는 서식처가 생기는 거죠” (사람들이 자는 곳과 일하는 곳이 대부분 같지 않듯이 야생동물들도 그러하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공간이 다 서식처에 해당하는데, 이렇게 기능적으로 구분되는 각각의 서식처를 위성서식처라고 한다. 참여한 김윤전님이 현장 강의 내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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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지평 시민생태조사단 김종원 교수 현장 강의. 2020년 6월. <시민생태조사단>
생태지평에서 2016년도부터 내성천 흰목물떼새의 서식현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꾸린 시민생태조사단이 2020년도 생태조사를 하면서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현장으로 모셔서 강의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고, 그 첫 강사로 「한국식물생태보감」 저자이며 식생학과 생태학에 권위 있는 김종원 교수를 모셨다. 접하기 어려운 귀한 강의였다. 해질 무렵에야 강의가 끝났는데,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약한 야생동물에게 퇴로를 확보해주는 순간서식처를 가장 인상적인 내용으로 손꼽았다. 우리 강의 특징을 그대로 응축한 한마디이다. 
건강하게 흐르는 강에 존재하는 ‘순간서식처’는 그곳에 있되 늘 변화하는 까닭에 힘이 센 누군가가 움켜쥐는 독점적 전유물의 형태가 되지 않는 그 무엇이다. 하천이 늘 흐르고 움직이며 변동하는 상황에 적응하고 또 이를 이용하면서 살아온 강의 약자들에게는 이런 공간이 삶의 통로이면서 유사시 안전판 또는 퇴로가 되지만 강자들에게는 그래서 그 변화가 오히려 불편한 어떤 차별적인 공간이다. 
다년 생 식물이 아닌 1,2년생 식물이 들어와 산다는 ‘순간서식처’는 강이 만들어낸, 강에서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다년생인 달뿌리풀이나 왕버드나무 등은 순간서식처로 들어와 오래 머물면 안 되고 강과 육상의 경계에서 살아야 한다. 이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모래톱을 장악하는 순간 강에서 공존은 깨지고, 강에 의지해서 사는 작은 물새 등이 밀려나며, 그 영향은 결국 사람들에게까지 미쳐서 더 이상 강에 들어가서 물장구를 치거나 모래톱을 걷거나 앉아서 쉬며 즐길 수 없다. 
순간서식처를 우리사회에 비유하여 재구성해 본다면, 여러 삶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 사회의 사회적 안전망에 의해 유무형으로 제공된 어떤 안전시스템이 늘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사회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통로와 퇴로 또는 피난처를 제공하는 순간서식처는 물 위로 드러난 모래톱 뿐 아니라 물이 흐르는 강바닥에도 있는데, 김종원 교수는 강에서 약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종으로 다른 큰 물고기들이 활동하는 낮에는 모래 속에 숨어 있고 위기가 닥쳤을 때도 모래 속으로 숨는 흰수마자를 꼽았다. 흐르는 강물 따라 늘 움직이며 새로워지는 내성천의 고운 모래가 흰수마자의 서식처이면서 피난처인 것이다. 

늘 같은 모래로 보이지만 강이 본연의 에너지를 잃지 않고 흐른다면 있던 모래는 어느 틈에 내려가고 새 모래가 들어와 형상을 지우고 다시 만들고는 또 사라진다. 강은 본디 무형이고 무상의 강이다. 내성천이 막힘없이 흐르는 한 생태적 조건이 까다롭다고 알려진 흰수마자의 서식처는 늘 새롭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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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수마자가 살기에 적합한 내성천의 고운 모래와 맑은 물. 2012년 10월.
이날 현장 강의가 이어진 대부분의 모래톱에서 달뿌리풀이 크게 자리를 차지한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김 교수님은 달뿌리풀이 모래톱을 잠식하는 현상을 강이 동맥경화에 걸린 것으로 비유했다. 혈관에 플라그가 낀 것과 마찬가지로 보는 것이다. 왕버드나무 군락 또한 여기저기에서 자리를 잡은 채 넓혀가는 것이 목격됐다. 이는 내성천에서 순간서식처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즉 내성천의 모래에 의지하여 살아온 고유종들이 밀려나는 것을 뜻한다. 
강의 공간이 ’육역화‘ 하는 것은 강 에너지가 주로 댐 등에 기인하는 인위적인 교란에 의해 크게 줄어 강안으로 들어온 육상식물을 제때 밀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댐으로 인해 모래가 내려오는 양이 줄어들고, 자유롭게 거침없는 모래의 이동 또한 위축된다. 순간서식처는 사라지고, 내성천의 모래에 의지하여 살아온 여러 종들이 밀려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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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 제19호인 내성천 선몽대일원 일대의 모래톱이 습지로 변하는 모습. 
2020년 10월. <시민생태조사단>
댐에 의해 육역화가 일어나는 강에서는 강바닥에 또 다른 심각한 변화가 생긴다. 떠내려간 만큼의 모래가 상류로부터 내려오지 않는다. 고운 모래가 먼저 떠내려가고 남게 된 굵은 모래의 비중이 점점 높아진다. 이런 현상은 홍수기를 거치며 확연히 나타나는데, 주로 강물이 흐르는 하도를 중심으로 경계의 모래톱까지 또는 보다 넓은 범위에서 굵은 모래와 자갈이 광범위하게 드러난다. 고운 모래에서 살아가는 내성천의 흰수마자에게는 그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변화일 수밖에 없다. 54일간의 긴 장마 후 이런 현상이 뚜렷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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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 후 모래가 사라지고 자갈이 드러난 상태에서 정화능력이 떨어진 모습까지 보이는 내성천 중류 일대. 2020년 10월.<시민생태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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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용훈 – ‘초록사진가’라는 이름으로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운 강, 우리가 잃어버린 강, 위기에 처한 우리의 강들을 사진에 담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성천의 아름다움과 상처를 기록해왔다. 
월, 2020/12/28-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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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꼬마물떼새는 수만리 바다를 오가고, 
   사람들은 집요하게 물떼새의 서식처를 훼손하고
>● 메추리와 붕, 그리고 꼬마물떼새
“북명에 고기 있어 그 이름을 곤이라 하니, 곤의 크기 그 몇 천리임을 알지 못하겠더라. (변)화하여 새 되면 그 이름을 붕이라 하니 붕의 등이 몇 천리임을 알지 못하겠더라. 노하여 날면 그 날개가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으니, 이 새 바다가 움직인 즉 장차 남명으로 옮겨가잔 것이더라. 남명이란 천지다.” 
함석헌 선생님이 「씨알의 옛글풀이/한길사」에서 전국시대에 살았던 장자의 사상을 소개하면서 「소요유逍遙遊」 의 첫 글을 번역한 내용이다. 이 글은 계속 이렇게 이어진다. “「제해齊諧」란 것은 괴상한 것을 기록한 책이라. 해諧의 말한 것이 이렇다. 붕이 남명으로 옮겨가려 할 때 물을 때리기 2천리를 하고 회리바람에 날개 쳐 오르기 9만 리를 한 다음 가기를 여섯 달 하여서 쉬더라...”
소요유는 뒤에 또 이렇게 이어진다. “척안(메추리)이 웃으며 말하기를 저가 또 어디를 가자는 거냐, 내 솟구쳐 올라가도 두어 길에 지나지 못하고 내려오는 것이요, 쑥대 사이에 호르락거리는 이것이 낢의(날아가는) 끝인데, 그런데 저가 또 어디를 가는 거냐 했다” 소요유와 관련하여 함석헌 선생님은 “장자는 당시 부국강병의 포악한 지배주의 때문에 희생되는 인생을 건지기 위해 말한 것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하였다. 
‘붕’이라는 새는 상상의 새이지만 물을 때리기를 2천리를 한다는 따위가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다. 몇 해 전에 만난 외국 NGO의 한 조류전문가에게 내성천에서 포란하는 꼬마물떼새 영상을 보여주었더니 호주지역까지 이동하는 경이로운 새라고 말해주었다. 꼬마물떼새는 어른 손바닥보다 더 작다. 이 작은 새가 새끼를 키우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 수천 킬로미터를 오가는 것을 장자는 알고 있었을까? 마지막 남은 한 뼘의 꼬마물떼새 둥지 터마저 사람의 땅으로 만들려 하고, 빼앗은 땅은 어떻게 해서라도 돌려주려 하지 않으려하고, 해마다 녹조가 식수원을 오염시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도 가둔 물을 흐르게 하지 않으려하고, 심지어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겠다고 선언해놓고도 돌아서서는 강을 훼손하는 참으로 고약한 시대를 보았다면 무어라 말했을까? 
● 작은 물새들의 처지, 우리시대 약자들의 처지
뱃속에 아이가 생기면 태교를 한다.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고, 말을 가려서 하고, 마음을 차분히 하며 생각을 바르게 하려 한다. 모래톱에서 번식하는 작은 물새들도 알을 품으면서 알들에게 어미의 소리를 계속 들려준다. 새와 사람의 태교가 어떤 차이가 있든 생명의 신비로움은 그 무게가 다르지 않아 보인다.
 2017년 봄, 내성천에서 흰목물떼새의 서식현황을 조사하는 생태지평 시민생태조사단 모니터링을 하다가 중류의 외진 모래톱 한 곳에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꼬마물떼새 새끼 4마리를 발견했다. 한 눈에 다 들어오는 좁은 공간에서 몇 뺨씩 떨어져 모래톱에 바짝 엎드린 자세로 눈 하나 꼼짝하지 않았다. 카메라로 기록한 후 멀찍이 떨어져서 쌍안경으로 지켜보았다. 한 마리가 저만치 떨어져 있던 어미를 향해 종종걸음을 하더니 한 곳에서 멈춰 선다. 그렇게 한 마리씩 차례대로 모두 자리를 옮겼다. 봄부터 여름까지 모래밭의 적막 속에는 새끼를 지키면서 키우기 위한 물떼새들의 팽팽한 긴장이 배어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생사의 갈림길이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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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꼬마물떼새 유조. 2017년 5월. <시민생태조사단>
2019년 봄, 내성천 중류의 또 다른 외진 곳에 흰목물떼새가 둥지를 틀었다. 내성천에서 오랜 기간 영상 작업을 해온 한 생태다큐 팀이 둥지와 거리를 둔 곳에 위장막을 치고 이 한 쌍의 포란 기간 일부와 부화과정을 지켜봤다. 흰목물떼새는 약 28일간 알을 품는데, 때가 지나도 새끼들이 나오지 않았다. 예정일을 잘못 잡은 모양이었다. 며칠이 더 지나 첫째가 알을 깨고 나왔다. 세 번째 녀석까지 잘 나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막내가 나오지 않는다. 애를 먹이던 막내가 새벽녘에 드디어 부리 끝의 하얀 난치로 껍질을 깨고 나왔다.
새끼들이 모두 깨어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아침에 현장에 도착했다. 네 마리가 엄마 품에 안겨 있을 전형적인 그림을 상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솜털이 다 마르고 쌩쌩해진 세 형제를 애비가 거느리는 모습이 먼저 쌍안경 안으로 들어왔다, 잠시 후 그들과 떨어진 곳에 있는 어미를 다시 확인하면서 뭉클했다. 품을 파고드는 새끼를 보듬은 채 어미는 사방을 경계했다. 난산 끝에 늦게 태어나 몸을 잘 가누지도 못하는 새끼를 어미는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냉정한 자연의 법칙처럼 버리지 않았고, 그렇다고 다른 새끼들과 함께 두지도 않았다. 4대강사업 이후 자연성회복을 위한 과정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꼼짝을 못하는 현 정부보다 이 작은 새 한 쌍이 훨씬 단호하면서도 지혜로웠다. 
2017년 봄에 꼬마물떼새 유조를 확인한 모래톱에는 2019년 여름 달뿌리풀이 넓게 군락을 이룬 채 자리를 차지했다. 2019년에 흰목물떼새가 난산을 한 둥지 주변 모래톱으로는 2020년에 풀이 많이 들어왔다. 천적을 먼저 보기 위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곳에서 포란을 시도하면 둥지뿐만 아니라 어미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자리를 버리자니 갈 곳 또한 마땅치 않다. 
4대강사업과 영주댐 건설로 이들이 살만한 곳은 이미 크게 줄었고, 지칠 줄 모르는 각종 하천정비사업은 지천에 남은 서식처마저 위협한다. 둥지를 틀만한 모래톱을 둘러싼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어서 내성천에서는 제방 가장자리 쇄석 위에다가 흰목물떼새가 알을 낳은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런 작은 물새들의 처지는 최소한의 사회적인 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여러 현장에서 상해와 죽음의 위협 속에 일해야 하는 작업환경에 노출된 우리시대 사회적 약자들의 처지와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 텅 비어 있음의 섭리 – 강에서.
예수님의 산상수훈은 이렇게 시작된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평생 농민과 농촌을 위해 사셨던 쌍천 이영춘 박사님이 생전에 산상수훈을 한문으로 옮겨 쓴 서예에는 가난하다는 자리에 빌 허를 놓았다. ‘心虛爲福’ 텅 비어 있어서 복된 자리이고, 충만한 자리다. 어떤 말로 표현하든 “말씀”을 온전히 다 담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숙련된 어떤 전문가라면 작업도구들은 선반 등에 정리해서 필요할 때 찾기 좋도록 해놓고, 일하는 작업테이블 위는 깨끗하게 비워둘 것이다. 그래서 비워둔다는 것은 어떤 여건을 조성하거나 어떤 것을 이룰, 어떤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겠다.
한편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無常’의 뜻을 보니 “항상 함이 없다. 끊임없이 변화해서 사라진다” 이런 풀이가 되어 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누가 무엇을 하는 것도 아닌데, 텅 빈 하늘에 조화가 무궁하다. 늘 비어 있어서 아름답다. 강에서는 어떨까? 20011년 봄의 내성천을 찾아가보자. 
내성천 중류 또는 하류 어느 곳이어도 좋다. 또는 댐 공사를 시작한 상류여도 상관없다. 한쪽으로는 하얀 백사장이 넓게 펼쳐 있고, 내리쬐는 햇빛에 맑게 빛나며 흐르는 강 안쪽으로도 군데군데 작은 모래톱이 머리를 물 위로 내밀고 있다. 수리부엉이는 강을 내려다보는 산 중턱 바위그늘에서 졸고 있고, 이따금 황조롱이 한마리가 정지비행을 하다가 몸을 내리 꽂거나 하늘에 예리한 선을 그으며 산 너머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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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중류 모래톱. 2014년 5월.
흐르는 강물 위로 작고 예쁜 새 한 쌍이 멋진 곡예비행을 한다. 할미새다. 이런 비행은 모래톱 터주 대감의 모습은 아니다. 갑자기 텅 비어 있는 넓은 모래톱 위로 높고 맑은 물새 소리와 함께 선회비행을 하는 새들이 눈에 들어온다. 꼬마물떼새 또는 흰목물떼새다. 번식을 위한 준비기간이다. 커다란 모래톱을 차지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
어느 순간부터 물떼새들의 노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모래톱에는 텅 빈 고요가 이어진다. 그 모래톱과 내가 하나가 되면 어디선가 모래톱과 하나가 된 작은 새를 보게 된다. 한 눈에 다 들어오는 모래밭에서 당당하게 알을 품는다. 
텅 빈 모래밭에는 영겁의 세월 지구를 지탱해온 섭리가 배어 있다. 크고 강하다고 모래밭을 지배할 수 없다. 수달도, 황조롱이도 수리부엉이도 잠깐 들렀다가 떠나야 한다. 작은 물새들만 이곳에 터를 잡고 당당하게 알을 품는다. 하얀 모래밭은 작고 연약한 물새들의 피난처이며 성소다.
텅 빈 모래밭에 작은 거미들이 가만히 있다가 종종걸음을 한다. 메뚜기가 슬금슬금 날고 참뜰길앞잡이가 낮게 직선으로 난다. 명주잠자리 애벌레가 모래에 만든 기하학적인 구조물은 흡사 아름다운 우주의 블랙홀 같다. 있는 줄 없는 줄 모르는 물떼새 새끼들은 곤충을 잡아먹다가도 태아 때부터 익힌 어미 소리를 따라 엎드린다. 고라니가 지나가며 파놓은 작은 구덩이, 어미가 만들어놓은 위장 둥지 등 숨을 곳은 천지다. 그냥 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기만 해도 된다. 무궁무진한 형상의 모래밭 자체가 그들의 피난처다.
하얀 모래만 보이는 그 곳에 생명들이 웅크리고 있다. 모래는 강에 의지해서 사는 약한 종들의 삶터이자 피난처다. 사는 동안 그들이 강의 주인이다.
모래톱의 원래 주인은 물론 강이다. 강은 모래톱을 늘 깨끗하게 비워두고 기다린다. 물떼새들이 이른 봄부터 강이 준비해 둔 모래톱을 살펴본 후 적당한 자리를 정하면 그때부터 알을 낳고 품어 부화하기까지 온 힘을 다한다. 해가 너무 강하면 서서 그늘을 만들어주고, 날이 너무 더우면 강물을 가슴에 묻혀 알을 적셔준다. 비가 오면 꼼짝하지 않은 채 비를 다 맞으면서 알의 체온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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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모래톱의 흰목물떼새 유조. 2015년 6월.

천적이 나타나 어미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햇볕을 받은 모래가 대신 알을 품어준다. 태아를 감싸 보호하며 성장을 돕는 양막을 ‘모래집’으로 부른 시작이다. 알이 깨어나서 걷고 뛰고 자란다. 생로병사는 어디에나 있는 법. 살아남은 것들이 묵묵히 대를 이어간다. 물떼새들에게 자리를 제공한 대가로 강은 하늘 높이 울리는 맑은 물새 소리를 즐기고, 예쁜 알과 새끼들의 성장을 대견스럽게 바라보면서 생명이 넘치는 아름다움을 보상받는다. 
강 가장자리에서는 뱁새라고 부르는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앙증맞은 눈으로 덤불에서 폴싹대고 그 옆에서 왕버드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가끔 씨앗을 모래톱 물가로 날려 보내 싹을 틔워보기도 하지만 강은 물새들의 삶터에 이들이 자리 잡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장마에 불어난 강물이 자기 영역에 들어온 것들을 청소해내는데, 버티고 싶어도 성난 강물이 뿌리를 내린 모래까지 쓸고 가버리니 어쩔 도리가 없다. 강은 홍수를 이용해 모래를 적재적소에 옮겨놓은 후 생명력이 넘치면서도 텅 빈 상태로 다시 돌아가고, 이듬해 꼬마물떼새와 흰목물떼새들은 늘 그래온 것처럼 알을 품는다. 강이 곧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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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용훈 – ‘초록사진가’라는 이름으로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운 강, 우리가 잃어버린 강, 위기에 처한 우리의 강들을 사진에 담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성천의 아름다움과 상처를 기록해왔다. 

화, 2020/11/24-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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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중류 예천, 모래강은 아이들을 엄마처럼 품었다. 모래강은 다시 흘러야 한다. 박용훈

국토부가 아닌 환경부가 시험담수라는 이름을 내걸고 영주댐 수문을 닫았다. ‘종합진단’을 끼워 넣었지만 거대한 녹조를 재현하고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훼손하는 일이다. 4대강 보를 ‘자연성 회복’ 방향으로 열어 조사하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였다. ‘4대강 살리기는 생명 살리기’라고 홍보했던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사라진 내성천과 영주댐 이야기, 지금 내성천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떠올려 글을 쓰기 위해 숨을 크게 돌려야 했다. 벌써 아마득한 시간이 되어버린 그때를 찾아가려면, 사라진 것들을 하나하나 불러보려면…
내성천이라는 모래집이 있었다 
내성천은 백두대간 고산준령에서 봉화, 영주, 예천, 문경 쪽 영남지역으로 쏟아낸 물길들이 대간에서 뻗은 문수지맥과 만나 모여 흐르는 강이다. 대간 아래로 중생대에 관입한 화강암층이 오랜 세월 풍화하여 봉화-영주 분지를 만들었고, 물길들이 이곳의 모래를 끌어다 내성천에 부려놓아 우리나라 최고의 모래강으로 만들었다. 강과 산맥이 함께 흐르며 굽이마다 펼쳐놓은 하얀 모래밭과 그 여백이 조화를 이뤄 한국 최고의 산수라는 평을 받는다. 명승 110곳 가운데 4곳이 내성천 유역에 있을 정도로 강의 경관이 매우 빼어났다. 명승 제16호인 회룡포와 제19호인 선몽대일원이 내성천 하류에 있으며, 하류의 하곡 폭은 평균 700미터에 이른다.
2009년 여름, 4대강 사업 종합계획이 나온 뒤 ‘생태지평’을 따라 낙동강 보 예정지로 가다가 낙동강 구담습지와 멀지 않은 예천 오천교에서 이 강을 처음 보았다. 비가 왔는지 물이 조금 불었고, 모래가 가득했다. 그해 여름휴가 때 낙동강을 기록하는 일정에 내성천을 넣었다. 그 뒤 내 좌표를 다시 설정하는데 이 강의 존재는 매우 중요했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됐고, 강 이곳저곳에서 ‘속전속결’이란 표현에 걸맞은 ‘전쟁터’ 같은 죽음의 모습들을 마주해야 했다. 그러다 찾은 백두대간 아래 평은의 마을들은 여느 산골 고향마을이었고, 그곳을 흐르는 강은 그저 평화롭고 잔잔했다. 어디나 넓고 판판한 강은 햇살에 반짝이며 은빛 여울로 흘렀다. 
그곳의 모래는 강에 들어가 찬찬히 보면 알갱이들이 쉬지 않고 흘러갔다. 강물은 바닥의 두툼한 모래 덕에 그 빠름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모래 위로 자신의 모습을 일부만 보여준 채 흘러갔다. 한여름 밤 내성천 강변에서 반딧불이가 생명의 춤을 추듯, 강 안을 걷다 보면 무언가 반가움에 몸을 비비는 듯 차가운 물길이 발을 감싸곤 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모래 속과 모래 위에서 물은 모였다 갈라지고 다시 모이면서 바다로 향했다. 생각해보면, 흐르는 것들은 그것을 바람이라 하든 시간이라 하든, 또는 비라 하든 강이라 말하든 모두 섭리의 발현이다. 작은 모래알 하나도 지구의 다른 시간들이 서로 만나야 할 곳에서 만나 모래가 되어 그곳에 다다른 것이다. 강물이 흘러가다가 무심히 내려놓은 곳에 상 없는 상을 새기다가 또 다른 강물을 만나 바다로 향했다. 그곳에 작은 언덕과 골을 이뤘다가 흩어지고, 다시 언덕이 생기고 골이 생겼다. 모든 생명이 다 인연을 따르는 것이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으며, 너무 얕지도 깊지도 않은 곳을 따라, 수줍은 듯 모래로 집을 삼는 흰수마자는 내성천이라는 모래집에 들어 뼈와 살과 비늘을 받은 내성천의 귀한 아이였다.
아름다운 지구 정원이 온갖 삶을 품었다 
비가 와서 큰물이 지면 수달과 고라니, 삵이 다녀간 모래들도 큰물을 따라 바다로 떠났다. 늘 그 자리를 지켜온 모래톱은 사실 그 자리를 지켜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 모래톱이었다. 만약 늘 그 자리를 지켜왔다면 풀과 나무가 자라 땅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래톱이 모래톱으로 있어야 하는 소명은 기실 다른 데 있었다. 작은 물새들은 이른 봄부터 강변에 맑고 높은 소리를 남기다가 어느 순간부터 도통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알락할미새들이 쌍쌍으로 강물 위에서 날렵한 곡예를 뽐내지만, 그것은 너무 조용해진 강변의 지루함을 깨려는 작은 마법이거나 대를 잇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물새들을 응원하기 위한 장엄한 화음임에 틀림없다. 흰목물떼새가 흰 모래밭 위에 가장 먼저 알을 낳아 품으면 시간을 두고 꼬마물떼새가 슬금슬금 자리를 잡는다. 강에 붙은 산에서는 황조롱이나 수리부엉이가 모래톱을 주시하고, 한낮 달궈진 모래밭에서 물새들은 서서 그늘을 만들거나 강물을 몸에 적신 뒤 살금살금 돌아와 알의 체온을 낮춰준다. 강에서 장마기 홍수는 큰 변곡점이다. 때가 되면 강이 몸을 부풀려서 떠나야 할 것들을 데리고 떠나는데, 물새들은 그 시간이 되기 전 서둘러 새끼를 키워낸다. 
큰물이 지나간 자리, 강과 연결된 작은 물웅덩이에는 치어들이 줄지어 오가고, 새 모래톱에는 낯익은 흔적들이 다시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사람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농사를 지어왔듯이, 그 강에서는 늘 그렇게 강물이 흘렀고, 흰수마자가 살아왔으며, 흰목물떼새가 해마다 온 힘을 다해 알을 품어왔다. 그 강에 들어서는 것은 수십억 년 동안 온갖 생명의 기운이 함께 빚어낸 아름다운 지구 정원의 문 하나를 여는 것이어서, 그것을 단박에 알아보는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며 강으로 뛰어가곤 했다. 
곶자왈에서 아이들이 내성천을 찾았다. 처음 강의 모래를 밟아본 아이들 표정에는 신기함이 가득했다. 몇 명의 어른과 10여 명의 아이들은 모래밭을 걷고, 모래 위에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함께 강을 건너고, 흠뻑 소나기를 맞고, 편을 나눠 꼬리잡기를 하고, 물 위에 둥둥 떠서 팔다리를 뻗은 채 눈을 감고 강물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내성천은 ‘아이들의 강’이 되었다. 그해 가을 프란치스코 수도원에서 수사님 한 분이 내성천을 찾았다. 비를 맞으면서도 동영상으로 강을 여러 날 기록한 그는 이 땅에서 피어날 여러 피카소의 싹을 영주댐이 없앨 것이라면서 탄식했다. 지난여름 회룡포는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아픈 상처를 드러냈다. 아이들은 여전히 찾아왔고, 내성천은 품에 안았다. 바다 같던 그 품이 볼품없이 작아지고 있다. 
적당한 봄날 산마루에 서서 물결치는 연록의 잎들을 보면서 교과서에 실렸던 <신록예찬>을 떠올렸던 적이 있다. 그리고 강변에도 이런 계절이 있다는 것을 그 강에서 처음 알았다. 덩치가 가장 큰 왕버들은 작은 버드나무들에게 먼저 오는 봄을 양보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한꺼번에 연록의 빛을 뿜어냈다. 이에 화답하듯 강을 따라 이어진 산 여기저기에서 산벚꽃이 일제히 분홍빛을 뽐냈다. 볕 좋은 봄날에 강이 굽이굽이 펼치는 한 편의 카드섹션이었다. 평은과 이산에는 굵은 왕버들이 큰 군락을 이뤘었는데, 이산이 물새들에게는 좀 더 아늑했던지 봄이면 원앙을 비롯한 여러 야생오리들이 모여 느긋하게 봄볕을 즐겼고, 저녁이면 아름드리 20여 그루의 왕버들 가지마다 멧비둘기들이 수없이 날아와 앉았다. 늦봄, 산 절벽 밑 물가에 핀 하얀 찔레꽃은 그냥 예쁘고 소박할 뿐이어서 장사익이 부른 것처럼 “너무 슬프고 서러워서 목 놓아 울어야 하는” 그런 하얀 꽃은 결코 아니었다. 한여름이면 왕버들 그늘 아래로 물고기가 모여들었고, 맞은편 절벽 숲의 나무들에는 백로와 왜가리들이 적당히 자리 잡은 채 해를 산 뒤로 보냈다. 강을 따라 넓고 긴 모래밭과 너무 일찍 베어진 왕버들 군락 밑으로 70년 세월의 녹물이 교각에 밴 송리원철교가 있었고, 그 아래로 금강마을 사람들이 불로산이라 부른 크고 깊은 계곡이 별유천지로 펼쳐졌다. 계곡 숲 여기저기에서 작은 산새들의 고운 울림이 얕고 맑게 흐르는 강물 위를 타고 퍼져나갔고, 계곡의 침입자를 끝까지 주시하는 물떼새들과 달리 할미새들은 호기심 반 무관심 반으로 사람을 대했다. 수달은 곳곳에 흔적을 남겼는데, 그 계곡을 여러 번 찾았어도 먹황새가 그곳에서 해마다 겨울을 나는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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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중류 예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흰수마자, 영주댐 건설로 자취를 감췄다.  박용훈
8년치 모래를 파낸 뒤 강은 숨을 멈췄다 
어느 날 많은 포클레인이 댐 상류의 평화로웠던 강으로 들어왔다. 흡사 4대강 준설현장을 다시 보는 듯했다. 영주시는 2012년 한 해에만 댐 상류에서 내려오는 8년치 양의 모래를 파냈다. 모래는 돈이 되는 골재였을 뿐, 환경부조차도 흰수마자의 서식처로 여기지 않은 듯했다. 4년 동안 모래를 파낸 뒤 2013년에는 다묵장어가 보이지 않았고, 2014년에는 흰수마자가 확인되지 않았다. 불로산 계곡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멈춰 세웠던, 큰 바위를 뿌리로 감싼 왕버드나무가 어느 날 베어져 강물에 던져졌다. 그해 겨울 계곡에서는 요란한 전기톱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영주댐에서 상류로 20킬로미터 일대 강 양쪽 산의 나무들이 베어졌다. 평은과 이산의 왕버들도 모두 사라졌다. 이십여 마리씩 한가롭게 떠 있던 원앙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400년 된 느티나무가 천수를 누리지 못했고, 무엇보다 영남의 전통문화를 잘 간직해온 400년 된 마을들이 전통을 살리자는 21세기 초입에 사라졌으며, 531세대가 고향땅을 등져야 했다. 귀한 손님인 먹황새는 해마다 겨울을 보내던 계곡을 나와 강 여기저기를 떠돌았는데, 지난해 겨울에는 이 새를 보았노라고 반갑게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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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상류 영주 금강마을 앞, 내성천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마음을 모았다.  박용훈

댐 하류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극심한 골재 채취와 댐 공사 뒤 모래가 하류로 흘러간 만큼 위에서 내려오지 않았고, 내성천은 점점 빈약해졌으며, 풀과 나무가 뿌리를 내리면서 모래톱들은 더 이상 바다를 향해 나아가지 못했다. 여뀌에 이어 달뿌리풀과 버드나무가 모래톱을 차지할수록 작은 물새들의 번식지는 줄어들었다. 넓고 판판하던 물길이 좁아지고 빨라진 채 깊어졌으며, 강바닥은 더욱 거칠어졌다. 고운 모래가 급속히 줄어들었고, 2017년까지 영주댐 사후환경영향조사에서 180개체 넘게 나왔던 흰수마자가 2018년도에는 단 9개체만 확인됐다. 내성천 모든 구간에서 흰수마자가 멸종의 벼랑으로 내몰리는 것이 확인되자 환경부는 서식처 복원은 외면한 채 치어 방류에 급급했다. 한편 2016년도부터 내성천 흰목물떼새에 대한 시민공동조사가 이어졌고, 해마다 이십 몇 개씩 둥지가 확인되면서 내성천이 국내 최고 서식지임을 확인했는데, 그 가운데 댐 상류의 서식밀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흰수마자나 흰목물떼새 모두 서식지 보전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환경부는 오히려 지난 9월에 영주댐 시험담수를 강행했다. 
정부는 영주댐의 목적은 ‘갈수기에 낙동강에 물을 흘려보내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이는 백두대간의 물을 받아 두툼한 모래층에 저장하면서 낙동강에 보내온 내성천이 잘 해오던 일이었다. 2016년 1차 시험담수를 했으나 녹조가 심해 2018년 3월, 김은경 전 장관 재임 시절에 전량 방류했다. 그 뒤 1년 반 동안 아무 일도 안 하던 환경부는 국토부에서 넘어온 수자원공사가 발전기 부하시험 같은 이유를 내세워 시험담수를 요청하자 댐의 철거·존치에 대한 처리방안 마련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는 종합진단을 2년 동안 함께 하겠다면서 허가했다. 댐 착공 뒤 10년, 강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흰수마자는 절멸 직전인 긴박한 때에 2중대 소리를 듣던 환경부가 이제 하천유지용수 공급용 댐이라는 새로운 댐의 시대를 열며 무대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몇 해 전 대구의 어린이들과 함께 회룡포 전망대에 오른 적이 있다. 강이 곧장 가면 편할 것을 왜 이렇게 한 바퀴 빙 돌아가느냐고 물었는데, 아직 고사리 손인 지웅이가 “마을을 돌아서 물을 주려고요”라고 말했다. 아이들만 할 수 있는 답이었다. 지웅이는 강에 도착하자 모래성을 쌓고 풀잎 물고기를 그 안에 띄워 놀았다. 흰수마자와 흰목물떼새를 위해, 그리고 지웅이를 위해 내성천은 예전처럼 흘러야 한다. 뒤늦은 면피성 조사가 아니라, 복원과 보전을 위한 결단이 필요한 때다. 그 결단에 지금 당신의 응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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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 268호 '강'특별호 '우리 땅 우리 강의 말'에 실린 글을 옮겨 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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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소식>은 초록사진가이자 생태지평 운영위원인 박용훈 님이 사진과 글로 강이 전하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필자 소개> 
박용훈 – ‘초록사진가’라는 이름으로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운 강, 우리가 잃어버린 강, 위기에 처한 우리의 강들을 사진에 담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성천의 아름다움과 상처를 기록해왔다. 
화, 2020/03/24-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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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2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달 말 선출 예정인 차기 국립생태원장 최종 후보로 4대강사업 공로로 훈장을 받은 전직 환경부 관료가 올랐다고 한다. 환경운동연합은 4대강사업 훈장 수상자의 경우 국립생태원장 후보로 부적절하다고 본다.

4대강 홍조근정훈장 받은 인사는 국립생태원 설립 목적인 생태계 보전과 생물다양성 보호를 존중하는 이가 될 수 없다. 2009년 시작된 4대강사업은 강바닥을 뒤엎고 강의 흐름을 막아 기존의 생태계를 파괴했으며 수많은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 여파는 아직도 남아 매년 여름이면 녹조(남세균 Cyanobacteria)가 창궐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생태계 파괴와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국립생태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2020년 유럽연합은 ‘EU 2030 생물다양성 전략’을 통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전 등을 중요한 가치라고 인정했다. 한국 정부 역시 같은 해 '생물다양성 2030 미래포럼' 발족하는 등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누리집을 통해 "세계는 지금 생태계의 무분별한 훼손으로 멸종 위기종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라며 "이에 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한 생태 조사와 연구, 생태계 복원 및 기술개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으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이 말대로 지금은 생태계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할 시기이다.

그럼에도 국립생태원과 환경부는 적절하지 않은 후보 선발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우리나라 생태계 수호의 최전선인 국립생태원의 수장은 기관 본연의 가치를 존중하는 인사가 되어야 한다. 만약 환경부가 부적절한 후보를 국립생태원장으로 선임한다면 이는 ‘제 식구 감싸기’로써 국민적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환경부는 국립생태원의 가치와 정 반대되는 부적절한 후보를 즉시 탈락시켜야 한다.

 

금, 2021/07/2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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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풀꿈생태탐방은 강을 주제로 4월은 섬진강, 10월은 낙동강으로 다녀왔고, 올해 마지막 11월 풀꿈생태탐방은 금강으로 다녀왔습니다^^
입동이 지난 다음 날이라 추울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요~ 괜한 걱정이었어요!
날씨도 따뜻하고! 하늘도 맑고! ^♡^

갈대숲 따라 지구 한 바퀴~ 다녀왔습니다

주차장에서 내려 1분 정도만 걸으면 바로 갈대와 억새가 높이 자라 마치 숲을 이루는 갈대밭을 볼 수가 있었는데요~
갈대밭 사이로도 걸을 수 있고, 그 위로 스카이워크가 설치되어 위에서도 멋진 풍경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0+

갈대밭은 금강 하구에 펼쳐져 있습니다~ 금강 하류에 위치해 퇴적물이 쉽게 쌓이고 범람의 우려로 농사를 짓지 않아 무성한 갈대밭이 조성되었다고 합니다

갈대밭에서는 사진 콘테스트도 진행이 되었는데요~~
아름다운 금강 / 이야기가 있는 금강 / 함께하는 이들과 있는 금강 이렇게 3가지의 주제로 사진을 찍어 추첨을 했답니다 ^0^)=b

사진 콘테스트에 참가 사진은 아래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점심을 먹고 국립생태원을 갔어요~
참가자를 두팀으로 나눠 에코리움 안의 5대 기후관을 돌며 설명을 들었는데, 이미영 선생님 전소민 선생님이 해설을 진행해주셨답니다 ㅇ0ㅇ)=b

▲전시관 안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열대관~!

▲열대기후에서 자라는 식물들 속에서 사진 찰칵~~!

밖으로 나가면 햇빛을 피해 그늘에서 잠을 자고 있는 수달도 보이네요~ +ㅇ+

5대 기후관을 둘러본 뒤 환경문제에 대해 전시를 해놓은 상설 전시관 설명까지~ 들었어요.
에코리움 밖으로 산책을 하며 자유롭게 둘러보며 탐방 프로그램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어서 사진 콘테스트 참여 사진 올려봅니다 ^~^


    

화, 2019/11/12-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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