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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금지법을 둘러싼 논란 – 국제앰네스티의 접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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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금지법을 둘러싼 논란 – 국제앰네스티의 접근법

admin | 월, 2021/05/17- 21:00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 비난 후 폭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옆 훼손된 개성공단지원센터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 비난 후 폭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옆 훼손된 개성공단지원센터

대북전단금지법

2020년 12월 14일 한국의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약칭 ‘남북관계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었다. 국회에서 의결된 이 법은 같은 달 29일에 공포되었으며, 공포일을 기준으로 3개월이 지난 2021년 3월 30일부터 법의 효력이 발생했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은 이 특별법은 일명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또는 ‘대북전단금지법’으로 대중에 잘 알려져 있다. (이하 ‘대북전단금지법’)

논란, 그리고 상반된 입장

그러나 대북전단금지법은 입법 단계부터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국내외에서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법안 도입에 대해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설 만큼 양 측 모두 자신의 주장에 대한 나름의 명확한 근거와 이유를 가지고 있다.

법안에 찬성하는 측은 안전평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법안에 반대하는 측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의 접근법

양측이 우선적으로 내세우는 가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위해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거나 무시되어서는 안 되는 주요한 인권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권적 측면에서 국제앰네스티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60여 년간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한 국제인권규범에 근거해 독립된 활동을 펼치며 개별 사안을 다루는 데 있어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불편부당성不偏不黨性, Impartiality’을 유지하고자 노력해 왔다.[1] 이번 대북전단금지법 논란을 바라보는 국제앰네스티의 입장 역시 그동안 일관되게 유지해 온 기준을 바탕으로 한다. 아래 글에서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아놀드 팡Arnold Fang 동아시아 조사관이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국제앰네스티의 접근법을 간명하게 정리해 보았다.

우리는 대북전단금지법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에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먼저, ‘시민사회단체는 대북 전단을 살포해야 하는지’, 그리고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 단체의 활동을 제한해야 하는지’이다. 전자는 이들 단체에 의해 다른 이들, 특히 남·북한 사람들이 어떤 위험에 맞닥뜨리게 되는지와 관련이 있다. 후자는 정부가 정당한 이유를 내세워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제한하는지와 관련이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을 포함한 수많은 나라의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이슈를 다뤄왔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 우리의 입장은 국제인권법과 일치한다. 바로 ‘모든 사람은 모든 매체를 통하여 국경과 상관없이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받아들이고 전파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모든 매체를 통하여 국경과 상관없이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받아들이고 전파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우리는 이러한 권리 행사에는 특정한 의무와 책임이 함께 한다는 것도 인정한다. 국제앰네스티는 ‘무위해성의 원칙The principle of ‘Do No Harm’’에 따라 개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활동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현재 북한의 상황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표현의 자유가 여전히 심각하게 제한돼 있다. 북한 당국의 사전 승인 없이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인쇄물이나 시·청각 자료를 소지한 북한 사람은 자의적 구금, 고문 또는 기타 부당한 대우와 같은 다양한 인권 침해의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는 전단, USB 드라이브, 또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형태로 북한에 정보를 보내는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북한 사람들과 외부 간 의사소통이 현재와 같이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정보 교류 방식을 추구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남·북한 경계를 넘나드는 정보 교류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계속해서 역할을 할 것을 요구한다. 현재의 표현의 자유 제한이 한국 사람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되었을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와 같은 제한을 결코 북한 당국의 위협에 대한 해결책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분리된 이산가족을 포함해 남·북한 사람들 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허용하는 합법적인 경로를 개설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현재의 표현의 자유 제한이 한국 사람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되었을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와 같은 제한을 결코 북한 당국의 위협에 대한 해결책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1. Amnesty International (1978) Impartiality and the Defence of Human Rights, London: Garden House Press.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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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과 2017년에 걸친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에 대하여 유엔안보리UNSC는 기존의 제재를 더욱 강화하였다. 종래에는 핵과 미사일에 관련된 상품거래와 개인 그리고 조직에만 국한되었으나 새로운 제재는 군사조직과 일반시민들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2017년 결의한 제재는 에너지원인 천연가스와 석유제품의 수입을 규제하였는데, 원유의 경우에는 연간 4백만 배럴 그리고 디젤과 가솔린 등 정제된 석유제품은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였다. 군사용의 에너지 수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일체 금지되어 왔기 때문에, 이번 유엔의 석유수입 금지조치는 불균형적(disproportionally)으로 시민사회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북한에는 석유 및 천연가스 등 천연의 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농업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전량 수입해야만 한다. 비료와 살충제 생산에서부터, 관개 및 농업시설의 작동, 그리고 파종에서 수확에 필요한 장비들과 수송차량의 운용과 수리작업에는 에너지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2018년 북한의 농업수확량이 급격히 저하되어 1990년대 대기근의 시기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

물론 국제법상으로 북한정부가 북한 시(인)민들의 안녕과 식량제공에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부의 (제재를 결정한) 행위자인 유엔이 상황에 대하여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엔과 안보리 회원국가들이 북한에 살고 있는 죄없는 인민들의 희생에 대하여 단순히 해당정부가 잘못한 탓이라고 변명을 댈 수는 없는 일이다.

전쟁에 대하여 국제법을 정한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죄없는 일반시민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과 곡물, 가축, 식수 및 관개의 시설과 이를 생산하기 위한 농업지대를 정당한 이유없이 공격하거나 파괴, 제거 또는 이동시키는 행위는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역내의 인민들을 기초수준으로 먹여 살리는데 대략 5백50만톤의 곡물이 필요하다. 이미 1990년대에 경제가 붕괴되고 농업분야의 기반이 황폐화되면서 약 60-70만명이 생명을 잃은 뼈아픈 경험을 치루었다. 다행히 2012에서 2016년간에 이르러 연간 곡물 생산량이 5백만 톤에 이르게 되었고, 부족량은 외부의 지원과 무역을 통한 수입으로 보충하여 왔다. 2017년 이전까지는 대략 50만톤 규모의 식량이 수입되어 왔는데, 유엔재제가 강화되면서 수입량이 70만톤으로 증가하였다.

고난의 행군시절 이후 2017년 이전까지는 농업생산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필요한만큼 수입이 가능하였기에 아동들의 영양상태가 눈에 띄게 개선되어 왔다. UNICEF의 보고서에 의하면, 2017년에는 북한 아동들의 영양상태가, 장기적인 영양부족 상태 또는 아사수준의 기준으로 보아도, 극빈국가인 네팔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파키스탄, 인디아 그리고 필리핀보다도 사정이 호전되고 있었다.

그러나 유엔의 에너지 제재가 강화되자 2018년 농업생산량은 다시 4백만톤 아래로 위축되었고 결과적으로 2019년 현재 식량 부족량이 1백만에서 1,5백만 톤에 이르게 되었다. 달리 말하면, 2019년 현재 북한 인민 25백만 인구에게 기본적인 식량을 제공하기에도 1/3 정도가 모자라게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중국과 러시아가 대량의 식량과 비료 그리고 살충제를 공급하였으며, 추정하건대, 제재를 무시하고 북한에게 석유도 공급해준 듯 하다.

유엔의 에너지제재 이전에도 북한의 경제는 세계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밑바닥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25백만 명이라는 인구를 가진 국가라지만 일인당 원유소비량이 콩고 다음으로 가장 적었다. 유엔이 2017년 말에 제재을 가한 정제석유제품의 연간수입량 한도인 50만배럴은 같은 인구규모를 가지고 있는 산유국가 호주가 하루에 수입하는 량과 맞먹는다.

북한의 농업은 소비에트 붕괴 이후 기술과 장비의 부족으로 주로 여성들에 의한 중노동에 의존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제재로 인하여 곡물과 노동자들을 이동시킬 디젤을 대체할 노동력도 부족하고, 협소한 농지와 황량한 지형에서 그나마 적정한 수확량을 거두기 위해 필요한 비료와 살충제를 만드는데 필요한 가스와 석유제품을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시(인)민경제를 희생시킨 제재의 대가로 추구했던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가 실현되는지 여부를 평가할 로드맵을 유엔과 안보리이사국 회원국가 누구도 갖고 있지 않다. 안보리의 기대는 상황이 악화되면 북한 인민이 봉기하여 정권을 타도할 것을 가정했는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북한은 일인당 국민생산액에 있어서 세계최빈국에 속한다. 2017년의 제재로 농업생산 기반이 붕괴되면서 북한인민들의 생활은 하루의 먹거리를 근근히 해결하는데 온갖 노력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으로, 개인이든 사회단위이든 안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전체주의 국가를 정치적으로 비난하여 자신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시간도 기회도 조직적 역량도 주어지지 않는다.

이미 2003년에 유엔은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보건 전문가들의 보고서와 주문에 따라 목표가 애매한 제재조치를 철회한 바 있다. 수백만 명이 희생된 이라크와 아이티의 사례에서 보듯이, 목표가 애매한 제재는 선량한 시민과 처벌대상인 범죄집단과 구별을 못하면서 죄없는 희생만 양산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유엔안보리는 그들의 결의 속에 ‘인도주의적 예외사항’이라는 관료적(비인간적) 문구를 삽입하여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발행해서는 안된다.

농업생산 기반의 붕괴는 향후 수년간 농민들의 식량생산 역량을 파괴하는 것이다. 북한의 식량 생산기반이 붕괴된 범위와 수준은 그 동안 국제사회에서 시행한 가장 대규모의 가장 고비용의 식량지원을 통해서만 보상이 가능한 지경이다.

그러나 안보리 회원국 중에 누구도 이러한 안건을 제시한 바 없다. 해당국가가 자주적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할 역량을 갖추었음에도, 이를 파괴시킨 조직이 한편에서는 이를 보상한다는 구실로 인도주의 지원을 운운하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이율배반적이며 참으로 황당무계한 생각이다.

불행하게도 2020년에는 중국도 러시아도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워야 한다. 앞의 양국들이 질병의 확산으로 정상적인 농업생산 활동에 타격을 받거나, 혹은 팬데믹으로 인한 세계경제의 불안정한 여건으로 에너지와 곡물을 자국 내에 비축하기로 결정해야만 한다면, 그리고 유엔의 에너지 제재가 지속된다면, 북한은 과거와 같은 굶주림의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유엔의 산하조직 기구들은 지난 25년 이상 북한에 상주인력을 파견하여 왔으며, 특히 세계식량기구(FAO)와 식량계획기구(WFP)는 보고서를 통해 이미 새로운 제재가 초래한 북한의 식량위기가 고난의 시기로 되돌아갈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곧 북한의 농번기가 다가온다. 최소한 유엔안보리가 제재가 식량문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상세한 보고와 판단이 이루어질 때까지, 석유와 에너지에 대한 제재는 보류되어야 마땅하다.

 

출처 : PacNet in Honolulu, Hawaii on 2020-05-05, 제공 : 스테판 코스텔로

Hazel Smith ([email protected])

런던대학교 극동아프리카 연구소 SOAS 주임교수이자, 워싱턴 소재 윌슨 연구센터의 국제경제 미래연구모임에서 북한문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2010년 전후 UN-UNICEF 조사관으로 북한에 2 년간 체류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북한운전 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다

수, 2020/09/30-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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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일상회복을 방해하는 자, 누구인가

국제앰네스티 X 추적단불꽃

‘n번방’ 사건 이후 입법·사법·행정적으로 여러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법촬영과 지인능욕, 온라인 성착취, 비동의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인지하게 되는 경로는 피해 유형만큼이나 다양하다. 지인에게 ‘당신의 사진을 본 것 같다’는 메시지가 오는가 하면, 온라인상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가해자에게 “너의 사진이 여기 올라와 있다. 사진이 다른 곳에 유포되길 원치 않으면 내 말을 들어라”는 등의 협박성 메시지를 받는 경우도 있다.
본인의 피해사실을 인지하게 된 피해자들은 ‘n차’ 가해를 일으키는 텍스트와 사진, 영상 등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지우기를 원한다. 이들은 각종 온라인 검색으로 찾은 가능한 모든 경로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경찰청,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산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디성센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물론, 착취물이 게시되어 있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직접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한국여성의전화 및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나 추적단불꽃, 리셋 같은 단체의 도움을 얻어 삭제 및 신고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정부 기관 및 단체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물 삭제에 열과 성을 쏟는다 해도, 완벽한 삭제는 힘든 게 현실이다. 피해자들의 영상 삭제를, 일상회복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일까. 피해자의 삭제 여정을 따라가 보니 빠른 삭제를 매번 가로막는 벽을 마주하게 됐다. 바로 플랫폼 기업이었다.
피해자의 삭제 여정을 따라가 보니 빠른 삭제를 매번 가로막는 벽을 마주하게 됐다. 바로 플랫폼 기업이었다.
한사성 서승희 대표는 “일반적인 오프라인 성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성돼 있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플랫폼이 존재한다”며 “폭력을 구성하는 주체인 플랫폼, 즉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온라인 성폭력에 있어 중요한 화두가 되어야 했음에도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그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지 못해 왔다”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플랫폼이 존재한다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
방심위에 따르면 지난 1월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구글,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국내외 플랫폼에 자율 규제를 요청한 디지털 성범죄 관련 정보 총 4,929건이 삭제됐다. 방심위는 플랫폼에서 자율 규제 요청에 대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중복 삭제 요청을 하므로 온라인상에 떠도는 디지털 성범죄 정보의 정확한 건수를 파악하는 건 사치인 수준이다. 최승호 방심위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이하 디성심의지원단 긴급대응팀장은 “전화, 이메일 등 삭제를 요청하기 위한 모든 창구를 동원해 자율 규제 조치를 하고 있고 한 번 요청하는 건 불안해 여러 번 요청한다”라며 “따라서 방심위가 해외 플랫폼에 자율규제를 요청한 건수는 삭제된 건보다 3배에서 10배 정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심위가 해외 플랫폼에 자율규제를 요청한 건수는 삭제된 건보다 3배에서 10배 정도 많을 것

— 최승호 방심위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 긴급대응팀장

피해물의 삭제 여정 = 무한 좌절의 연속

본인의 피해를 인식하게 되는 순간, 피해자 대부분은 가장 먼저 경찰을 떠올릴 것이다. 직접 경찰서를 방문하여 범죄 피해를 신고하거나, 사이버범죄신고시스템ECRM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신고할 수 있다. 경찰에서는 가해자 검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피해자가 피해영상물 삭제를 원할 경우 디성센터나 방심위를 통해 피해영상물 삭제 지원을 연계한다. 경찰이나 시민 단체 등을 통해 디성센터로 연계된 피해자는 본격적인 피해영상물 삭제지원 서비스를 받게 된다. 영상물 삭제를 위해선, 우선 해시값복사된 디지털 증거의 동일성을 입증하기 위해 파일 특성을 축약한 수치, 디지털 지문이라고도 한다을 추출하기 위한 피해 원본 영상이 필요하다. 피해자가 피해 원본 영상과 대리삭제 동의서를 제출하면 디성센터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는 동시에 플랫폼에 피해 촬영물 삭제를 요청한다. 삭제 지원은 따로 기간 제한이 없다. 처음 3년 동안 지원받을 수 있으며 원할 경우 무제한 연장이 가능하다. 삭제 지원이 시작되면 한 달 주기로 3달간 삭제지원 결과보고서를 피해자에게 발송한다. 이후 1년 주기로 연간 결과보고서를 전달한다. 이외에도 디성센터는 수사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수사에 필요한 증거 자료를 작성하는 일을 돕거나, 피해자 거주 지역과 가까운 상담소의 의료 및 심리 치유 지원을 연계하거나 무료법률 도움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디성센터는 피해자 접수가 들어오면 유포 여부에 따라 대응을 하고 있다. 유포가 진행됐을 경우 삭제를 위해 플랫폼에 삭제 요청을 하고, 유포 불안일 경우 모니터링을 통해 현황을 확인한다. 이외에도 방심위에 사이트 차단 요청, 경찰 수사를 의뢰하기 위해 제출할 채증 자료 작성을 돕는다. (출처: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삭제지원 흐름도)

디성센터는 피해자 접수가 들어오면 유포 여부에 따라 대응을 하고 있다. 유포가 진행됐을 경우 삭제를 위해 플랫폼에 삭제 요청을 하고, 유포 불안일 경우 모니터링을 통해 현황을 확인한다. 이외에도 방심위에 사이트 차단 요청, 경찰 수사를 의뢰하기 위해 제출할 채증 자료 작성을 돕는다. (출처: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삭제지원 흐름도)

그러나 디성센터의 삭제지원에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해외 플랫폼이 삭제 요청에 응답하지 않거나 삭제를 거부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디성센터는 방심위 측에 사이트 차단을 요청한다. 방심위는 신고 접수창구와 경찰청, 디성센터 등 유관기관 및 단체로부터 사이트 차단 요청이 들어오면 심의위원들이 심의를 거쳐 사이트에 강제 차단 조처를 내린다. 또한 방심위의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서도 디지털 성착취 관련 정보를 인지하고 심의를 진행해 문제가 되는 사이트는 국내 접속을 차단한다. 기관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인도 신고할 수 있다.삭제 방법은 플랫폼마다 상이하다. 플랫폼 내 신고 버튼이 있는 곳도 있으며, 방심위나 디성센터 같은 기관은 플랫폼 사와 핫라인 소통 창구를 구축해 신고가 들어올 경우 바로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전용 신고양식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해외플랫폼이 삭제 요청에 응답하지 않거나 애초에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가 없을 경우엔 요청 메일을 보낼 수조차 없다.

디성센터나 방심위, 경찰의 수사 지원을 받아도 플랫폼이 지금과 같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이상, 피해자들의 삭제 여정의 끝을 알 수 없는 긴 싸움이다. 각 기관과 활동가, 그리고 피해자의 노력 끝에 피해물이 삭제됐다고 해도, 가해자들이 피해물이 올라와 있던 시간 동안 본인 PC에 피해물을 저장하고 다른 플랫폼에 다시 올린다면 피해자가 경찰청과 디성센터, 방심위를 오가며 피해물을 지우고자 노력했던 삭제 여정이 무색해질 따름이다. 그렇게 다시 삭제 여정을 반복해야 하는 피해자는 언제 또다시 피해물을 마주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평생을 시달릴 수밖에 없다.

디성센터나 방심위, 경찰의 수사 지원을 받아도 플랫폼이 지금과 같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이상, 피해자들의 삭제 여정의 끝을 알 수 없는 긴 싸움이다.
피해자의 삭제 여정을 따라간 결과, 플랫폼의 불통으로 동일한 요청이 무한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피해자의 삭제 여정을 따라간 결과, 플랫폼의 불통으로 동일한 요청이 무한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렇게 다시 삭제 여정을 반복해야 하는 피해자는 언제 또다시 피해물을 마주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평생을 시달릴 수밖에 없다.
※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디성센터와 방심위의 삭제지원 및 경찰의 수사 지원 외에도, 각 지역의 여성의전화나 성폭력상담소, 해바라기센터 등을 통해 심리상담 및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무료법률구조공단, 대한 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을 통해 법률지원 또한 가능합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증언:
피해물 대신 얼굴과 이름을 지울 수밖에 없던 이유

비동의 유포 및 재유포 피해자 P씨
“구글은 나를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3년 전, 친구를 통해 내 영상이 온라인에서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엄마는 내게 성형을 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을 권했다. 처음에는 ‘내가 왜 가해자들 때문에 내 얼굴을 바꾸고 삶을 단절시켜야 하나’ 생각했다. 그러나 피해와 단절되지 못하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성형으로 내 얼굴을 바꾸고, 이름도 개명하는 일이었다.사이트에 올라온 내 사진을 삭제하려면, 먼저 사이트에 유포된 내 사진을 확인해야 했다. 사이트 내 유료 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사진을 확인하고자, 유료 포인트를 구매해 사진을 확인해야 했다. 내 피해물을 판매하는 가해자들의 배를 불리는 데 여태껏 쓴 결제한 포인트만 20만 원이 넘는다. 그렇게 내 피해 사진을 확인하고, 삭제를 요청해 왔다. 무려 3년 동안 말이다. 피해가 멈출 만도 한데 요즘도 나는 신고를 위해 경찰서를 들락날락한다.

비동의 유포 및 재유포 피해자 P씨

처음에는 ‘내가 왜 가해자들 때문에 내 얼굴을 바꾸고 삶을 단절시켜야 하나’ 생각했다. 그러나 피해와 단절되지 못하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성형으로 내 얼굴을 바꾸고, 이름도 개명하는 일이었다.

사진 유포는 사이트에서 멈추지 않고 구글 드라이브로도 공유됐다. 몇백 장이 압축된 파일을 올리고 그 링크를 파는 것이다. 경찰에서는 내 신고를 받고 구글 측에 삭제 요청을 보냈다. 그러나 수사관이 전해준 말에 따르면, 나는 불법촬영을 당한 것도, 아동·청소년 피해자도 아니라 구글은 답을 줄 수 없다고 했다. 나는 내 사진을 유포한 것을 동의한 적 없는데도 불구하고, 구글은 나를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으며 삭제 요청을 거부했다.피해가 계속되니 결국 나는 내 몸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옷 입을 때나 로션 바를 때, 심지어 공부를 할 때도 글씨를 쓰는 내 손을 볼 수가 없었다. 내 신체를 보면 피해가 생각이 나고. ‘내가 여자가 아니었으면, 내가 몸이 없었더라면’ 등 나의 몸을 피해를 야기한 매개체로 인지하게 됐다. 어느덧 학업을 중단한 지 1년이 넘어간다. 이전에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는 모두 연을 끊었다.

사진 유포는 사이트에서 멈추지 않고 구글 드라이브로도 공유됐다.
나는 내 사진을 유포한 것을 동의한 적 없는데도 불구하고, 구글은 나를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으며 삭제 요청을 거부했다.

사진 합성 및 유포 피해자 R씨의 언니 S씨
“플랫폼에 노출된 시간만큼 유포 불안 커져”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텀블러Tumblr라는 곳에 동생의 사진과 성적인 모욕 글이 함께 올라와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다. 대체 왜 내 동생이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동생의 피해 사진이 올라가 있는 가해 계정을 들어가 보니 수많은 일반인 피해자들의 사진과 성적인 글들이 1,000개 넘게 올라와 있었다. 하나하나 읽으며 더욱 화가 났고 이런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 꼭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은 SNS 접속은 물론 스스로 피해물을 확인할 엄두를 못 내었기에 내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사진 합성 및 유포 피해자 R씨의 언니 S씨

동생은 SNS 접속은 물론 스스로 피해물을 확인할 엄두를 못 내었기에 내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 연대를 결성해 국민 청원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SNS 계정을 해킹당하기도 했고, 나와 동생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에 노출되기도 했다. 휴대폰 번호도 여러 번 바꿨고,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수시로 초기화했다. 전자기기의 카메라를 항상 가리고 사용했고 IP 우회 서버를 유료로 사용했다. 동생의 사진이 다른 어디에 퍼져있지 않을까 싶은 두려움에, 매일 밤 구글 등 검색엔진을 통해 동생의 이름, 신상정보를 검색했다. 발견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동생이 보면 어떡하나 싶은 불안한 마음과 함께, 사진을 올린 가해자들에 대한 증오가 솟구쳐올랐다. 사진과 정황을 채증해 경찰에 신고하는 동시에 삭제지원센터에도 삭제를 요청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증거가 삭제되면 수사에 차질이 생긴다는 경찰의 말에 혼란이 왔다. 결국 동생과 나는 사진 삭제와 수사 중 선택을 해야 했다. 신고해서 가해자를 잡고 싶은 마음과, 온라인상에서 하루라도 빨리 동생의 사진을 삭제하고 싶은 마음 중 무엇이 우선돼야 할지 혼란스러웠다.문제를 알게 된 이후 동생의 사진이 유포될 불안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체중이 10kg 가까이 빠졌다. 평소에 없던 불안 장애가 생겨서 손을 계속 물어뜯기 시작했고, 우울증이 생겨 심리상담을 받기도 했다. 동생에 대한 오해나 이상한 시선, 뒷얘기가 도는 것도, 공공장소를 가거나 버스, 기차를 타는 것도 힘들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다.

증거가 삭제되면 수사에 차질이 생긴다는 경찰의 말에 혼란이 왔다. 결국 동생과 나는 사진 삭제와 수사 중 선택을 해야 했다. 신고해서 가해자를 잡고 싶은 마음과, 온라인상에서 하루라도 빨리 동생의 사진을 삭제하고 싶은 마음 중 무엇이 우선돼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눈감고 귀 닫은 플랫폼:
공식 기관 요청에도 묵묵부답

디성센터와 방심위는 피해 접수가 들어오면 여러 플랫폼 및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한다. 네이버, 카카오처럼 국내 플랫폼일 경우엔 ‘n번방 방지법’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으로 제재가 가능하지만, 해외 플랫폼일 경우엔 공인된 기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최승호 방심위 디성심의지원단 긴급지원팀장은 “해외 플랫폼 사업자에게 자율 규제 요청을 보내도 바로 메일을 읽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번은 조급한 마음에 메일을 읽을 때까지 여러 번 삭제 요청 메일을 보내며 재촉했다가 소통 계정을 차단당한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이렇게 소통 창구가 막히게 되면 삭제가 지연되고 그만큼 피해 규모는 확산된다. 해외 플랫폼도 디지털 성착취물 관련 정보는 규제 대상에 해당되어 방심위의 자율 규제 요청이 내려지긴 하지만 해외 사업자의 경우 요청에 이행하지 않아도 국내법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결국 해외 플랫폼에는 제재가 아닌 협력을 구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텔레그램같이 본사가 어딘지 파악되지도 않는 경우엔 삭제 조치가 더욱더 어렵다. 겨우 연락처를 알아내 자율규제 요청을 한들, 플랫폼이 요청을 무시하거나 거부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해외 플랫폼일 경우엔 공인된 기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과 성인 비동의 피해물에 대한 플랫폼의 상이한 대응도 문제다. 경기도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이하 경기디성센터의 삭제지원 담당자는 “피해자가 성인일 때와 아동 청소년일 때 플랫폼에서 삭제 요청을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속도가 다르다”며 성인 피해자의 경우 피해 사실을 증명하려면 플랫폼에 제출할 서류도 많아 삭제가 더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백미연 경기디성센터장은 “아동·청소년과 성인 피해자에 대한 삭제 정책이 다른 것도 문제”라며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3년, 5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 청소년이었던 피해자가 성인이 되기도 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로 입는 고통의 정도를 연령으로 가늠할 수 없음에도 많은 플랫폼이 성인 피해물의 경우 삭제 지원에 잘 협조하지 않고 있고, 재개정된 위장수사 역시 아동·청소년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적용 범위가 확장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많은 플랫폼이 성인 피해물의 경우 삭제 지원에 잘 협조하지 않고 있고, 재개정된 위장수사 역시 아동·청소년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적용 범위가 확장될 필요가 있다.

— 백미연 경기도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장
포털 사용자의 편리성을 돕는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게는 또 다른 가해로 작용한다. 디지털 성범죄는 직접적인 피해 영상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의 URL이나 클라우드 링크가 삭제된다고 피해가 멈추지 않는다. 가해자들은 의도적으로 ‘ㅇㅇ대학교 ㅇㅇㅇ피해자 이름’, ‘n번방 ㅇㅇㅇ’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연달아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입력하는 것으로 2차 가해를 이어간다.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불법촬영 및 비동의 유포사건을 전담 수사하고 있는 수사관 A씨는 “구글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자동완성검색어’에 노출하고 있어 검색어 삭제를 요청했으나 수개월째 시정되지 않는다”며 “이를 본 피해자가 실시간으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플랫폼은 ‘피해자 신상을 노출하지 말라’고 호소하는 피해자와 수사관의 요청에도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게는 또 다른 가해로 작용

삭제 지연은 ‘n차 유포’의 또 다른 시작:
플랫폼 책임 더 크게 물어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모든 기관은 플랫폼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IT기업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피해 사실에 노출되거나 곱씹는 일에서 멀어져야 한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이 방관하고 침묵하는 사이 거침없는 유포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국가기관과 민간기구, 피해 당사자의 삭제요청은 결국 무한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피해자가 직접 피해 영상을 찾아봐야 하는 지금의 현실은 너무도 암담하다. 피해자 P씨는 피해 이후 ‘1초를 견디기 어렵다’라고 했다. 피해를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싶은 무력함이 일상 속의 1초를 견디는 것조차 버겁게 만든 것이다.플랫폼이 삭제 요청에 응하지 않아 피해물 삭제가 지연될수록 또 다른 가해자들의 ‘n차 유포’ 기회는 늘어난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아무리 국내법 적용이 안 되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일지라도 우리나라에서 수익을 내는 이상,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나 몰라라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최승호 방심위 긴급대응팀장은 “현재 성착취물이 올라온 해외 사이트가 어느 나라에 있는지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런 사이트들이 클라우드 서버로 이동 중인 만큼 디지털 성범죄는 더이상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앞으로 디지털 성범죄물을 삭제 지원하는 일에 글로벌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함을 주장했다.

서승희 한사성 대표 역시 “디지털 성폭력 피해 지원을 하다가 막히는 건 결국 플랫폼의 대응”이라며 “플랫폼 사업자들의 협조가 없으면 피해물 삭제를 비롯한 형사 사건, 민사 사건 등 모든 사건 대응이 다 막혀 버린다”고 설명했다. 또한 “플랫폼이 삭제 및 수사 협조를 하지 않았을 경우 얼마나 큰 인권 침해가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들이 직시해야 한다”며 “사후적으로 피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사업자가 적극 협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플랫폼이 우선적으로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운영 정책을 만드는 등 예방적 접근을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사업자들이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인지하는 것을 넘어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있어 제도적 개선을 위한 중요한 구심체로서 기능하기 바란다”며 플랫폼 자체가 ‘장벽’이 아닌 도움을 줄 수 있는 주체가 될 것을 촉구했다.

피해 당사자와 국가기관, 민간기구는 입을 모아 플랫폼의 책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유포’라는 가해가 일어나는 현장이 플랫폼이라는 점, 피해물을 삭제할 수 있는 힘이 플랫폼 기업에 있다는 점을 볼 때, 디지털 성범죄 문제에서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책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분명하다.

피해생존자들은 정작 지워져야 할 디지털 성착취 피해물 대신 자신의 기억과 정체성을 지우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와 추적단불꽃은, 지워져야 할 것은 성착취물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디지털 성폭력은 온라인에서 여성이 겪는 수많은 폭력 중 하나이며, 이러한 폭력들이 결국 온라인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거나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만든다. 여성이 안전하게 온라인 공간을 이용할 수 있으려면 어떤 새로운 상식과 논의가 필요할까. 오는 6월 말 공개할 <‘n번방’ 1년, 남은 질문들> 마지막화에서는 이에 대한 답변을 모색하며 총 4화의 콘텐츠를 마무리 짓는다.

금, 2021/06/1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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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4일 유럽사법재판소는 프랑스 내의 인물이 요청하고 프랑스 개인정보보호기구가 검색엔진에 명령한 ‘잊힐 권리’ 보호를 위한 검색배제조치*가 유럽연합 외에서 이루어지는 검색결과에는 적용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하였다(Case C-507/17 Google LLC, successor in law to Google INC. v Commission nationale de l’informatique et des libertés(CNIL)). 사단법인 오픈넷은 2016년 위 소송에 이해관계자 의견서(amicus brief)를 아티클 19(Article 19),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전자개척자재단(Electronic Frontiers Foundation, EFF) 등 총 6개 단체의 명의로 제출한 바 있으며, 그 의견서의 취지가 유럽사법재판소에 의해 받아들여진 것을 환영한다.

법원은 “세계화된 세상에서 유럽연합 내 … 사람에 대한 링크에 유럽연합 외부의 이용자들이 접근권을 가지면 유럽연합 내부에서 그 사람에 대한 즉각적이고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 상당하고, 따라서 세계적으로 검색배제를 하는 것이 완전한 방법이겠지만, 수많은 제3국가들은 검색배제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거나 다른 방법으로 이를 접근하고 있다”고 하면서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는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고, 사회에서의 기능과 관련하여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비례성 원칙에 따라 다른 기본권들과의 관계에서 균형잡혀야” 하며 “사생활에 대한 권리 및 개인정보 보호와 인터넷 사용자들의 정보자유권(freedom of information) 사이의 균형은 세계 여러 곳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법원은 “현재로서는 유럽연합법 아래 검색배제명령을 받은 … 검색엔진 운영자가 검색엔진의 모든 (국가) 버전에서(예를 들어, 프랑스 당국의 명령을 google.com에서 – 편집자) 이러한 검색배제를 수행할 의무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유럽연합법은 검색엔진 운영자가 모든 회원국의 검색엔진 각 버전에서 검색배제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 회원국의 인터넷 사용자가 유럽연합 외부의 검색엔진 버전을 통해 해당 링크에 대한 접근권을 단념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러한 조치를 취하였는지에 대한 판단은 각 회원국의 법원에게 달려있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법원은 “유럽연합법이 현재 검색배제가 검색엔진의 모든 버전에서 수행되는 것을 요구하지 않지만, 동시에 이를 금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따라서 “회원국의 관계자들은 국가적 기본권에 대한 자국의 기준에 따라 정보대상의 사생활에 대한 권리 및 개인정보보호와 정보자유권을 비교형량하여, 적절한 경우 검색엔진의 운영자에게 그 검색엔진의 모든 버전에서 검색배제할 것으로 강화할 권한이 있다”고도 하였다. 

개인정보보호권은 사람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상호윤리적 평가를 어느 만큼 허용할 것인가라는 고도의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판단을 요하는 문제로서 다른 인권들과 달리 사회적 논의로 남겨지는 영역이 크다. 오픈넷은 캐나다법 하의 상표권 침해에 따른 검색배제조치가 캐나다 외에서 이루어지는 검색에도 적용되는가의 문제를 다룬 Google Inc. v. Equustek Solutions Inc. 2017 SCC 34 사건에도 아티클 19, 휴먼라이츠워치와 함께 이해관계자 의견서에 참여하였으나 여기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잊힐 권리와 상표권에 대한 보편타당성에 대해서는 국제법조계의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정보자유권 즉 알 권리와 프라이버시 사이의 균형에 대해 우리나라 내에서의 논의가 활발해질 것을 기대한다. 


* “잊힐 권리” 보호를 위한 검색배제조치란 특정인의 이름이 들어간 검색결과에서 그 사람이 타인들의 기억으로부터 잊히기 원하는 사실들을 담은 웹페이지 링크들을 제외하는 조치를 말한다. 오픈넷은 “잊힐 권리” 보호조치가 명예를 훼손하지도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지도 않고 모든 면에서 합법적인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보에 타인이 접근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써 사람들의 알 권리를 제약하며, 과거의 사소한 언행 때문에 부당하게 차별받기를 원치 않는 검색배제조치 신청인의 욕구 해소에도 도리어 해가 된다는 취지에서 반대해왔다(관련 논평 아래 [관련 글] 참조).

2019년 10월 1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알권리와 잊힐 권리 (시사IN 2017.11.13.)
유럽이 틀렸다 | ‘잊힐 권리’ 법제정이 위험한 이유 (허프포스트코리아 2016.04.28.)
[논평] 방통위 ‘잊혀질 권리’ 제정에 반대하며 (2016.03.15.)
“잊혀질 권리”라는 이름의 사상통제 (경향신문 2014.06.09.)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과하면 독이 된다 (슬로우뉴스 2014.07.24.)
개인정보소유권 이야기하지 말고 프라이버시를 이야기하자 (경향신문 2014.07.15.)
수, 2019/10/0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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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착취 사각지대 : 플랫폼 추적의 시작 #얼마나_바뀌었을까?

1년 전 3월, 텔레그램 ‘박사방’ 조주빈의 검거로 일명 ‘n번방’ 사건이 대대적인 눈길을 끌었다. 이는 여성에 대한 성착취와 폭력이 디지털기술을 만난 위험한 조합이 온라인을 타고 얼마나 최악으로 치닫을 수 있는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 인권 유린 사건이자 한국을 넘어 전세계적 대응이 필요한 인권 과제라 부를만 했다. 검찰에 송치되던 25일 아침 포토라인에 선 조주빈의 모습은 일명 ‘n번방’ 사건으로 불려오던 디지털 성착취 사건의 척결을 상징하는 한 장면으로 남는 듯 했다. 경찰과 서울중앙지검은 각각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와 특별수사 TF를 구성했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 모두가 한 목소리로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여성단체들의 연대와 투쟁이 두드러졌다. 익명의 여성 연대자들은 성 착취물을 채증, 신고하고, 경찰 수사에 공조했으며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모아 법원에 전달하거나 전국 성착취 재판을 단체로 방청했다.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한다. 정부는 불법 영상물 삭제뿐 아니라 법률, 의료 상담 등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 할 것이다. ‘n번방’ 운영자 등에 대한 조사에 국한하지 말고, ‘n번방’ 회원 전원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_문재인 대통령

이런 기류를 타고 디지털 성범죄 법정형을 높이는 내용을 포함한 일명 ‘n번방 방지법’들이 국회를 통과했고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을 마련했다. 그러나 ‘박사방’ 조주빈이 1심에서 총 45년형이라는 비교적 높은 형량을 받는 와중에도, 여전히 ‘보는 눈’이 덜한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중 대다수는 집행유예나 낮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가해자들은 더욱 고도화된 수법으로 텔레그램에서 디스코드로,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 활개하고 있다. 지난해 말 ‘n번방’ 사건을 갈무리한 어느 특집 기사 속 피해생존자들은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피해자가 엄청 많은데 아직 신고하지도 못하고, 엄벌 탄원서를 내는 것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아직도 고통스러워한다는 걸 사람들이 모른 채 사건이 끝나면 어떡하죠?”,“다 (삭제하지) 못했어요 분명히…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피해자가 엄청 많은데 아직 신고하지도 못하고, 엄벌 탄원서를 내는 것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아직도 고통스러워한다는 걸 사람들이 모른 채 사건이 끝나면 어떡하죠?

다 (삭제하지) 못했어요 분명히…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온라인은_모두에게_안전할까?

비대면 시대 한층 가까워진 온라인 공간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손쉬운 편리함과 무한한 연결성을 담보하는 한편,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성 착취물이 무방비 상태로 무한 공유되는 참담함을 안겨주었다. 온라인상 성 착취물을 감지하고 삭제하는 속도는 신규 파일을 업로드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법 성 착취물을 감지하고 삭제하는 ‘기술의 발전’ 속도보다 이를 업로드하고 공유, 저장하는 기술의 발전이 더 선호되었고 그래서 더 빨리 상용되었다. 피해생존자들은 젠더기반폭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살 권리, 표현의 자유와 정보에 접근할 권리, 프라이버시 및 데이터를 보호받을 권리 등을 처참히 침해당했다. 이들의 정의 회복을 위해서는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모든 의무 담지자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권적 노력을 수행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가해자 처벌과 제도 개선뿐 아니라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이 되어준 플랫폼에도 더욱 책임을 촉구해야할 이유다.

2018년 유엔인권이사회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조장하는 온라인 여성 폭력의 대두와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유엔 여성폭력 특별보고관은 “공적 및 사생활 범주 모두에서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는 일은 여전히 글로벌 사회의 도전 과제로 남아있으며, 이러한 과제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SNS와 왓츠앱, 라인 등의 메신저앱에 해당하는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인터넷 중개자는 상호작용을 위한 디지털 공간을 제공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에 인권 보호에 대한 일정한 책임을 지닌다”고 명시했다. 특별보고관은 또한 ICT, 디지털 테크 기업으로 대표되는 비국가 행위자의 잠재력과 가능성에도 주목할 것을 언급했다.

#Stop_ONLINE_Violence_against_Women_2021

추적단 불꽃 x 국제앰네스티

추적단 불꽃 x 국제앰네스티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새로운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n번방’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가해자들의 수법과 행위를 처벌하는 것 못지않게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는가? 충분한가?

이를 위해 국제앰네스티는 가장 오랜 시간 이 문제를 고민해온 추적단불꽃과 머리를 맞댄다. 지난 2020년 앰네스티 언론상의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추적단불꽃은 여전히 디지털 성범죄 생태계를 추척하며 취재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는 앞서 2018년 트위터를 이용하는 여성들이 겪는 성차별, 인종차별, 동성애혐오적 언어폭력 문제를 다룬 조사 보고서 를 발간하고 ‘누구나 두려움 없이 온라인상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해온 바 있다. 그리고 그보다 앞선 2004년 3월 여성의 날에는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의 시급함을 알리는 글로벌 캠페인 ‘Stop 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를 론칭해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여성 폭력 실태를 고발하기도 했다.

그리고 2021년, 국제앰네스티는 여성 폭력 근절을 위한 캠페인에 ‘온라인’이라는 키워드를 추가하려 한다. ‘Stop ONLINE 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이라는 주제 아래,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한 콘텐츠 연재를 시작한다. 오는 3월 말, ‘n번방’ 대응 1년을 돌아보는 콘텐츠를 시작으로 디지털 성착취의 드넓은 사각지대인 ‘플랫폼’에 남은 질문을 던지는 생생한 추적기를 공유하려 한다. 그 어느때보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삶은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자 일상이 되었다. 더디지만 천천히 사회가 변화하듯 온라인 공간 속 질서와 사용 방식도 바로 잡을 수 있고 학습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여정에 함께할 시민들의 결코 사그러들지 않는 연대를 기대해본다.

N번방 영상 티져 대체 이미지
, 김을지로 (2021)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디지털 성착취 근절 캠페인의 시작을 알리는 티저 영상 을 제작했다. 3D 아티스트 김을지로가 구현한 이번 티저 영상은, 현실(자연)과 가상(인공 큐브)을 상징하는 두 개의 공간성에서 디지털 성착취 문제를 바라본다. 두 세계를 아우르는 하늘 위 구름은 ‘망’ 혹은 ‘공유 기술’을 암시하며, 업로드와 다운로드로 끊임없이 연결된 온·오프라인 생태계를 조성한다. 한편, ‘n번방’ 사건 직후 떠들썩 했던 공직자들의 말과 1차, 2차 가해자들의 말이 맴도는 가운데, 피해자들의 불안은 여전히 남아있다. 가까이서 들여다본 가상의 세계는 섬뜩하게도 현실의 모습이 무한 반복된 집합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의 구분이 무의미한 시대, 디지털 성착취를 비롯해 온라인에서 만연한 여성 폭력 근절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추적단불꽃의 불길과 앰네스티의 촛불이 추적을 시작한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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