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국회의원을 감시하려면 국회의원 기록이 필요하다

지역

국회의원을 감시하려면 국회의원 기록이 필요하다

admin | 목, 2021/05/13- 23:07

‘공무원은 문서로 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공무원은 모든 일을 기록해 근거를 남기고, 그 근거에 따라 일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공무원은 하루에도 수십건씩 문서를 만들어냅니다. 다른 부서와 일을 하거나 다른 기관과 일을 할 때 공무원은 공문을 주고 받습니다. 심지어 민간기관이나 시민들과 일을 할 때에도 공무원은 일단 공문을 보냅니다. 공공기관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려면 일단은 공문 목록을 보면 된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면 국회의원은 어떨까요? 법을 만들고, 예산을 결정하는 국회의원. 정부를 감시하고 시민을 대의하는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우리는 기록으로 알 수 있을까요? 

국회도 당연히 기록을 만듭니다. 어떤 문서를 생산하고 접수받는지 알 수도 있습니다. 국회의 각종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열린국회정보>에서는 국회의 생산 및 접수 공문 목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개하는 것은 국회사무처(각 상임위 포함),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 국회도서관 등 국회 소속기관에 대한 기록 뿐입니다. 스스로 헌법기관이라고 자임하는 국회의원이 어떤 기록을 만들었는지, 누구와 공문을 주고 받았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 정보공개센터는 국회의원실이 어떤 문서들을 남기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회에 ‘국회의원실의 국회전자문서시스템 문서등록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실의 업무지원을 맡아 하는 국회사무처는 해당 정보가 없다며 정보부존재 답변을 했습니다. 

  ‘국회의원실의 국회전자문서시스템 문서등록 현황’ 정보부존재 통지서

* 청구내용 : 20대 국회 국회의원실에서 사용한 국회전자문서시스템 생산접수 현황
- 의원실명, 등록번호, 등록일자, 단위업무명, 문서제목, 담당자, 접수등록구분, 보존기간, 공개구분, 수발신자, 문서유형 등 전자문서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는 항목별로 공개하여주시기 바랍니다.

* 답변내용 : 귀하께서 청구하신 정보는 국회사무처에서는 생산ᆞ접수하지 않는 정보이므로 「국회정보공개규정」제6조의3제1항제1호(공개 청구된 정보가 소속기관이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인 경우 정보부존재 처리)에 따라 정보부존재함을 알려드립니다.

 

<정보 부존재>는 참 이상한 답변입니다.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게 아니라면, 일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국회사무처의 정보가 없다는 답은 어떤 의미로든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우리는 왜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록이 없어서입니다. 아니 엄밀하게는 기록이 관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회의원실에서 생산하는 문서들은 기록관리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기록관리법 격인 ‘국회기록물관리규칙’이라는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300개 국회의원실은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기록을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기록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세계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19대 국회 기간(2012~2016) 동안 ‘국회전자문서시스템 생산·접수 현황’에 등록된 문서 중 국회사무처의 기록은 39만4374건에 달하는 반면 국회의원실 기록은 8777건에 불과합니다. 의원실 당 연평균 7건 꼴입니다. 지금은 나아졌을까 싶지만 앞서 봤다시피 아예 정보가 없다고 하니 확인할 길도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실이 하는 일은 많은 데 비해 인원이 많지 않아 그때 그때 기록을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록관리의 부재는 곧바로 기록의 부재로 이어집니다. 초라한 국회의원 기록이 이를 증명합니다. 

임기를 마친 국회의원들은 기록을 국회에 남기기도 하는데요. 국회기록보존소가 수집해 관리하고 있는 전현직국회의원이 남기고 간 의정활동기록물은 2021년 기준 23,393점에 불과합니다. 제헌의회부터 지금까지 국회의원이 5천명도 넘었다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도 초라한 양입니다. 
의정활동기록을 국회에 기증해달라는 요청에 국회의원실은 오히려 당당하게 되묻습니다.
“의정보고서 제출하면 됐지, 내부 업무 기록을 왜 남겨야 하나요?” 

국회의원 의정활동 기록물 수집 및 관리현황 ⓒ 국회기록보존소

누구는 국회의원의 일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들도 많아 기록으로 남기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치적 민감함으로는 결코 뒤지지 않을 대통령도 퇴임할 때는 기록을 남깁니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 14명이 남긴 기록은 3100만여건입니다.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처벌을 받기도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기록물법위반)
하지만 모든 대통령이 의무감과 책임감을 기록을 충실히 남겼던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이 남기고 간 기록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건 김대중 대통령 부터 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혼자 남긴 기록의 양이 이승만 대통령부터 김영삼 대통령까지 남긴 기록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왜였을까요? 법 때문입니다. 당시 국민의정부는 법적으로 공공기록물의 관리를 의무화하기 위해 <기록물관리법>을 제정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모든 공공기록은 마음대로 가져가서도, 마음대로 폐기해서도 안된다는 원칙이 만들어졌고 자연스럽게 대통령도 여기에 적용된 거죠. 
그 이후인 참여정부에서는 대통령기록을 더 잘 남기기 위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제정합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부터 김대중 대통령이 남긴 기록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기록을 남기고 퇴임했습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제도의 힘 입니다. 
국회의원은 쏙 빠져있는 국회기록물관리규칙과도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고 싶지만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볼 수 있고, 회의에서 발언한 것도 확인할 수 있지만 그것은 의정활동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법안은 만들기까지 어떤 일을 하는지, 발언과 질의를 하기까지 무슨 과정을 거치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니 알아야겠습니다. 그것은 권한을 위임해 준 시민의 권리입니다. 시민을 대의하는 국회의원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기록은 책임의 근거이자 투명성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지금 국회의원은 책임을 설명한 기록도 투명성을 드러낼 기록도 없습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해봐도 정보가 없다는 답변 뿐입니다. 기록을 남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의 기록이, 기록을 남기게 할 국회의원 기록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https://cfoi.campaignus.me/

 

정보공개센터는 국회의원 의정활동 기록물이 '의무'적으로 남겨질 수 있도록, 제도와 법을 바꾸기 위한 21대 국회의원실록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국회의원들도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요구, 서명으로 동참해주세요! (⬆⬆⬆⬆⬆⬆⬆위 이미지를 클릭)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  전국민중행동 소속 진보단체들이 지난 5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이재용 사면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농단 범죄자,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을 위반한 이재용 사면 시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뇌물공여 및 횡령 등의 범죄로 서울구치소에서 복역중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광복절 가석방 예비심사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이재용에 대한 광복절 가석방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용은 2017년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을 탄핵하게 한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공범이며,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박근혜 측에 86억 원의 뇌물을 공여한 바 있다. 때문에 이재용의 사면이나 가석방은 국정농단과 촛불시위를 둘러싼 상징으로 읽힐 수밖에 없고, 정치적인 영향력이 매우 큰 결정이다.

이에 1055개 시민사회단체들은 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 대상임에도 아직까지 삼성전자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재용의 행태를 비판하는 한편, 재벌의 중대한 경제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세우겠다던 문재인 정부에게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사면 및 가석방에 반대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면과 가석방은 어떤 절차를 통해 결정될까?

 

[사면] 5년 후에 공개되는 회의록, 그나마도 부실

형을 면제해주는 사면의 경우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법무부가 사면 대상자 리스트를 만들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의 적정성을 심사하여 의결을 거친다. 이후 법무부장관이 사면자 명단을 대통령에게 올려 사면을 최종 결정한다. 9명으로 구성된 사면심사위원회에는 공무원이 아닌 위원을 4명 이상 위촉하여, 사면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심사해야 한다. (사면법)

수감자를 일정 조건 하에 임시로 석방시키는 가석방의 경우 법무부의 소관이다. 구치소 혹은 교도소의 장이 가석방 대상 명단을 법무부에 보고한 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대상자들에 대해 적격심사를 거친다. 위원회에서 가석방 적격 결정을 내리면, 법무부장관이 가석방을 허가한다. 가석방 위원회의 경우 5~9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은 판사, 검사, 변호사, 법무부 소속 공무원, 교정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 법무부장관이 위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사면이나 가석방에 있어 대상자들의 적격성을 심사하는 각 심사위원회의 의결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위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이 위원회에 어떤 사람들이 들어가는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논의를 했는지는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이 권한을 남용하지 않는지 감시하고, 법치 체계의 정의와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공개되어야 하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사면 및 가석방 심사위원 명단의 경우 2021년 현재 위촉 즉시 법무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이는 이전까지 사면 심사위원 명단을 비공개하던 법무부에 맞서 시민단체가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한 결과로, 2010년 대법원이 '밀실심사를 방지하고 투명한 절차가 이뤄지도록 사면심사위원의 명단과 약력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고 사면법이 개정되면서 가능해졌다.

 

▲ 2021년 7월 현재 가석방심사위원회 명단 ⓒ 법무부

 

그러나 회의록의 경우 사면심사와 가석방 심사가 모두 끝나고 5년 후에 공개하도록 각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어, 심사가 어떠한 내용으로 진행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꼬박 5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정보공개센터는 특히 재벌을 대상으로 한 주요 시점의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을 꾸준히 공개 청구하여 위원들의 발언내용을 살펴보는 한편, 사면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또 위원들의 판단에 편향적인 부분은 없는지 감시해왔다. 하지만 가장 최근 공개된 2015년 사면심사위원회의 경우 법무부가 속기록을 아예 남기지 않고 요약 형식으로만 기록을 남기는 등 기록 자체를 부실히 남기는 꼼수를 통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어 우려와 공분을 산 바 있다.

[가석방] '회의록 공개'하라는 법 안 지키는 법무부

한편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가석방 심사'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형을 면제해주는 사면심사에 비해서 관심도가 적었기 때문에 청구를 통해 널리 공개되고 공유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가석방위원회 운영지침 제16조 제3항을 살펴보면, 사실 가석방심사 회의록은 "해당 가석방 결정을 행한 후 5년이 경과한 때부터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하여 공개"해야만 한다. 즉 시민들이 노력을 들여 청구하지 않더라도 법무부가 가석방 심사 회의록을 홈페이지에 미리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가석방심사위원회와 관련한 자료가 올라오는 법무부 홈페이지 행정자료실 게시판에 들어가면, 개별 가석방심의서 내용과 위원 명단은 지침에 따라 바로바로 공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회의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지침에는 분명 회의록을 사전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데, 법무부 홈페이지 어디를 찾아봐도 가석방 심사위원회 회의록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가석방심사위원회의 회의록 공개 규정은 2011년에 처음 생겼기 때문에 적어도 2016년부터는 법무부 홈페이지에서 회의록이 공개되었어야 한다. 지난 5년 동안 법무부는 운영지침을 어겨왔던 셈이다.

그간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있었던 '가석방 심사'가 시민들의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그동안 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는지 모든 국민들이 살펴볼 수 있도록 법무부는 하루 빨리 규정에 따라 지난 회의록들을 모두 공개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사회적으로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시민들에게 더 많이 공개되어야 하고, 여론 형성 및 정치적 의사표현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시민들의 국정 참여는 단순한 구호를 넘어서 정책 효용성의 측면에서도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사면과 가석방이 이미 결정되었음에도 5년 동안이나 회의록을 비공개하는 사면법과 형집행법의 조항은 그야말로 '구시대의 악법'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이뤄진 사면이 아니라면, 권력의 편의에 따라 활용된 가석방이 아니라면, 왜 굳이 '5년' 동안 비공개 해야 하는지를 아무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이 두 가지 '알 권리' 침해 조항이 반드시 폐지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그 정보가 알고싶다>시리즈 연재에도 실렸습니다. 

 

목, 2021/07/29- 00:22
0
0

 

2020년 12월 22일, 정보공개법이 개정되었습니다. (링크)

정보공개 담당자의 성실 의무를 규정하고, 정보공개위원회의 위상과 권한을 확대하는 등 많은 내용이 새롭게 바뀌었는데요, 이렇게 새로운 내용들이 많이 추가된 것은 2014년 이후 7년 만의 일입니다. 다양한 변화가 있는 만큼 부칙으로 각 조문들의 시행일을 다르게 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개정일인 2020년 12월 22일부터 당장 시행된 내용도 있지만, 개정 후 6개월, 개정 후 1년으로 시행일을 정해놓은 조문들도 있습니다. 

 

정보공개법 개정에 따라,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개정될 예정입니다.

 

오늘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2021년 6월 23일 부터 새롭게 시행될 내용들에 주목하여, 정보공개제도의 ‘디테일’이 어떻게 바뀔지, 시민의 입장에서 알아둘 만한 내용들을 정리하여 소개하려 합니다.

먼저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마다 의무적으로 적어야 했던 주민등록번호가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주민등록번호 대신, 생년월일을 작성만으로 정보공개 청구가 가능합니다. 그동안 정보공개센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보공개 청구 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비판해 왔습니다. 정보공개 청구권은 모든 국민에게 열려 있는데, 구태여 주민등록번호 작성을 통해 청구인을 특정하여 확인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청구인이 특정된다는 것은, 시민의 정보공개 청구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몇 해 전 정보공개센터에서 상담한 사례 중에서는 정보공개 청구 사실이 동네에 알려져 곤란한 처지에 놓인 경우가 있었습니다. 군청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더니, 담당 공무원이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청구인을 특정하고, 이장에게 그 사실을 알려 동네에 소문이 났다는 것입니다. 폐쇄적인 지역 사회에서는 누군가 어떤 내용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이미 2015년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정보공개청구 시 주민번호를 확인해 처리할 이유가 없다’고 의결한 바 있습니다. (링크)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이 미뤄져 오면서 주민등록번호 요구가 계속되어 오다가, 이제야 불필요하게 신상정보를 수집하던 절차가 사라진 것입니다.

정보공개 청구 과정에서 굳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할 이유가 없다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판단!

다만, 청구한 정보가 청구인 본인의 개인정보와 관련되어 본인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주민등록번호 제출이 필요하다는 점도 기억하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청구인 권리 강화된 정보공개법 개정

공공기관에서 비공개 통지를 받을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근거가 바로 정보공개법  제9조제1항제5호입니다. 보통 5호 중에서도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임을 근거로 비공개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의사결정 과정’이 종료 될 때 청구인에게 이제는 비공개 근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통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다수 공공기관은 이러한 종료 통지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법 개정에서는 5호 비공개 통지 시 아예 내부검토 종료 예정일을 함께 안내하도록 하여 청구인이 미리 종료 예정일을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되었습니다. 이 경우, 공공기관이 제대로 종료 통지를 하지 않더라도, 청구인이 종료 예정일이 지나면 재차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어  편의성이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비공개 통지를 할 경우 정보공개법 제9조제1항 각 호 중 어느 규정을 근거로 비공개 통지를 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라는 내용도 새로 생겼습니다. 정보공개법에 따른 비공개 통지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각호를 근거로 제시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이러한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법 규정에 따른 비공개 통지가 아니라, 단순히 ‘개인사생활 침해 우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조문  근거 제시 없이 비공개 사유만 간략하게 통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정보공개법 제21조 1항의 제3자 비공개 요청을 비공개 근거로 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정보공개제도의 원칙에 따르면 이러한 비공개 통지는 모두 절차 위반인데, 이번 개정을 통해서 이러한 원칙을 법조문에 확실하게 규정하여 그동안 관행적으로 계속되어왔던 잘못된 통지들을 바로 잡게 되었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정보공개제도 운영을 위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한 것 역시 중요한 변화입니다. 사실 공무원들의 입장에서 정보공개 업무는 본래 담당 업무에 딸린 부가적인 일에 가깝기 때문에, 매뉴얼에 따라 정확히 업무처리를 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예고된 시행령에 따라 각 기관이 연 1회의 정기 교육을 실시한다면, 더욱 매끄럽게 정보공개제도가 운영되기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143건의 이의신청 중 은평구청이 정보공개심의회를 통해 심의한 건은 18건에 불과했습니다-_-^

 

특히 은평 주민들이 남달리 체크해야 할 중요한 변화도 있습니다. 지난 2019년, 정보공개센터와 은평구정개혁시민모임은 은평구청의 정보공개심의회 개최 내역을 분석하여 정보공개 이의신청의 대다수가 심의회 개최 없이 임의처리 되었음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이후 주민감사로 이어져, 은평구청이 경고 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링크) 은평구에서 시작된 문제 제기는 지난 해 서울시 전체 자치구로 이어져, 18개 자치구가 정보공개심의회를 자의적으로 미개최했다는 이유로 경고 및 주의 처분을 받기도 했는데요, 이번 정보공개법 개정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기존에는 이의신청에 대해 심의회를 미개최하더라도 청구인이 이를 확인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무조건 미개최 사유를 청구인에게 통지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심의회 개최 여부와, 미개최 시 사유를 알 수 있게 되어 청구인의 권리가 한층 엄격하게 보호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심의회 미개최로 논란을 빚었던 은평구청이 과연 개정법에 따른 절차를 제대로 지킬지, 은평 주민들은 더욱 더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6월 23일자로 바뀌는 내용들을 살펴봤는데요, 그 외에도 12월 23일부터 시행하게 될 내용들도 있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정보공개심의회의 구성 변화를 챙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까지 정보공개심의회는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 중 ½’를 외부 전문가로 위촉해왔습니다.

따라서 만약 기관 임직원이 위원장을 맡는 상황이라면, 외부 위원의 비율이 절반에 미치지 못해 기관의 형편으로부터 독립적인 심의가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법 개정에 따라 12월 23일부터 ‘위원 중 ⅔’를 외부 전문가로 위촉하게 되었습니다. 외부 위원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확 늘어난 것인데요, 이런 변화로 인해 앞으로는 좀 더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정보공개심의회를 기대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역시 최근 공무원 위원들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은평구 정보공개심의회(링크)와도 직결된 변화인 만큼, 은평 주민들이 꼭꼭 체크해야 할 ‘디테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은평시민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목, 2021/06/03- 02:50
0
0

 

※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21대국회에 바란다 : 일하는 국회는 기록을 남기는 국회다

 

 

20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슬로건이 ‘일하는 국회’였다고 한다. 몰랐다. 그런데 이걸 나만 모르진 않았던 것 같다. 국회의원도 몰랐던 게 분명하다. 알았다면 식물국회를 넘어 동물국회라는 별명이 붙었을 리 없었겠고, 국회의원 국민소환 청원에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하지도 않았을 거다. ‘일하는 국회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되긴 했지만 임기종료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계류 중이다. 일하지 않은 국회의 단면이다.

그런데, 국회가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는 국민들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발의한 법안의 개수로? 회의에서 발언한 횟수로? 회의를 한 시간으로? 토론회는 얼마나 열었고, 어떤 정책연구를 했는지로? 물론 이런 것들이 국회의원들이 하는 일들 중 기록이 남아 국민들이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결국 국회의원 활동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은 각 소속 정당들의 회의에 참석하고, 정부에 대해 자료를 요구하고, 지역구 사업과 행사들에 참여하고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등 오히려 국회의원이 하는 많은 일들에 대해 국민들은 전혀 알 수가 없다. 왜냐면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관들이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제출을 저지하기위해 몸으로 막아서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슬찬 기자

 

기록이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록을 남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기록의 관리를 규정한 ‘국회기록물관리규칙’이 있기는 하지만 기록관리의 책임이 있는 곳으로 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만 명시하고 있다. 한 명, 한 명이 모두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은 이 규정에서 쏙 빠져있다. 그러다보니 의정기록은 의원이나 보좌관이 개인적으로 가져가도 그만, 의원실 방을 뺄 때 버려도 그만이다. 행정부처들이 하는 것처럼 국회의원실도 업무를 전자문서로 하면 자동으로 기록으로 남길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 이 정도로 일하는 국회의원은 없다. 조사에 따르면 개별 의원실이 국회전자문서시스템을 통해 생산접수한 문서는 1년에 8건이 채 되지 않는다. (한 달이 아닌 1년에 8건이다. 굳이 열 두 달로 나눠보니 한 달에 0.6666건을 등록한 셈이다.) 종이기록이라고 상황이 나은 건 아니다. 국회의원들의 정책보고서 표절실태를 조사하던 때 관련 기록을 보여 달라는 물음에 ‘의원이 낙선한 후 사무실을 비워줘야 해서 자료들을 파쇄했다’ ‘일을 했던 보좌관이 그만두면서 안 남기고 갔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던 국회의원실의 대답이 이를 설명한다.

 

또 기록이 없는데, 정보공개가 가능할리도 만무하다. 지금 국회의원에게 정보공개청구를 한다 해도 “정보가 없다”는 대답을 받을 게 뻔하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기록을 남겨야 하는 대상에 국회의원이 빠져있는 것처럼, 정보공개를 해야 하는 곳들에도 국회의원은 빠져있다는 현실이다. 기록도, 공개도 안 해도 되는 국회의원은 그야말로 감시의 사각지대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총선 전, 21대 총선에 입후보한 정당들에 국회의원 기록관리와 정보공개를 제도화할 것을 요구했다. 국회사무처 등 국회 소속기관이 기록관리 및 정보공개 대상 기관인 것처럼 국회의원도 관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입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성정당을 제외한 31개 정당에게 정책질의를 했지만 답변이 온 곳은 기본소득당, 노동당, 미래당, 민중당, 정의당 다섯곳 뿐이었다. 답변을 준 곳 중 현재 원내정당은 정의당과 민중당 두 곳에 불과하다. ‘일하는 국회법’을 21대국회 첫 개혁카드로 내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이나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기록관리 책임 대상에 국회의원은 빠져
기록이 없으니 국민의 감시도 불가능, 일하는 국회도 요원
21대 국회는 스스로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정당들의 무관심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국회의원들의 의지 없음이다. 국회개혁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통과와는 상관없이 발의는 꾸준히 되었다. 하지만 국회기록관리법이나 국회정보공개법은 이제껏 발의도 된 적이 없다. 법을 만든다는 것은 국회의원이 스스로 자기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당의 모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려 해도 당장 우리 당 의원들조차 설득할 자신이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법이 없다고 해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기록을 기증하면 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증은 의무가 아니라 선의다. 안 해도 그만이다. 19대 의원 300명 중 기록을 기증한 국회의원은 20명에 불과하다. 그 기록들도 의정활동을 온전히 남긴 것이라 보기 어렵다. 4년의 의정활동기록이라 치기엔 그들이 남긴 157상자 분량의 기록은 초라한 양이다.

 

지난달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0년도 1차 코로나19 추경이 재석 225인 중 찬석 222인, 반대 1인 기권 2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0.03.17ⓒ정의철 기자

 

정부는 국회가 감시한다. 정부 예산도 국회가 결정한다. 정부는 국회에 자료도 제출해야 하고, 설명도 해야 한다. 국회가 국민을 대의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국회는 누가 감시하나. 국회가 쓰는 예산은 누가 결정하나. 논리대로라면 국민이 국회를 감시해야 한다. 우리를 대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감시는 없다. 4년에 한 번하는 투표가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감시와 평가의 전부다. 사실 감시를 하려고해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감시할 수 있는 꺼리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으로 감시할 건가. 국회의원들이 하는 막말로? 싸움으로? 비리와 부도덕으로?

 

국회를 개혁하라는 구호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국회여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다. 아니 부탁이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응답 역시 이제까지와는 달라야 한다. 국회가 내려놓겠다는 권력은 감시권한의 재편이어야 한다. 지금껏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던 국회는 스스로 감시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일하지 않은 의원의 세비를 삭감하고, 일하지 않는 의원을 국민들이 소환 하는 것도 국회의원에 대한 감시시스템이 작동해야 실효성이 있다.

 

이제 한 달 뒤면 21대 국회에 300명의 의원이 들어간다. 국회의원들에게 방울을 하나씩 선물하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금배지가 아닌 스스로 방울을 달 의원들을 보고싶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월, 2020/06/08- 20:02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