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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제의 도래” 다른백년 출판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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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제의 도래” 다른백년 출판도서 소개

admin | 화, 2021/05/04- 21:05

책소개

“포용적 지식경제, 포용적 전위주의는

극단적인 불평등과 성장둔화에 대한 가장 유망한 해법이다”

이 책은 브라질 출신의 법학자이자 비판법학의 대가로 알려져 있는 로베르토 웅거 교수(하버드대 로스쿨)가 2017년 5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컨퍼런스 센터에서 “경제적 도전에 대한 새로운 접근들: 로베르토 웅거 교수와 함께 사회적으로 포용적인 경제성장과 지식경제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옮긴 것이다. 웅거의 주요 저서인 『주체의 각성』, 『민주주의를 넘어』, 『비판법학운동』 등 웅거의 저서를 꾸준히 국내에 소개한 이재승 건국대 로스쿨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

옮긴이는 ‘해제’에서 “우리 사회는 저출산으로 인해 쇠락의 위협을 받고 있다. 저출산의 문제는 특정 정당이 집권하는 5년 또는 10년 동안 다룰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발휘해야 할 시간이 왔다. 기성제도를 땜질하는 방식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쇄신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침체와 불평등을 극복하고 균질적이면서 활력 넘치는 사회경제를 만들려는 저자의 비전은 우리에게 새로운 경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출판사 서평

지식경제의 심화와 확산은 곧 지식경제의 민주화

옮긴이는 이 책이 지식경제의 심화와 확산을 경제적 침체와 불평등을 극복하는 수단으로 삼기 때문에 지식경제에 대한 단순한 분석론이 아니라 ‘지식경제의 민주화이론’으로 부를 만하다고 평가한다. 웅거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국제무대에서 지식경제와 포용적 전위주의를 꾸준히 전파해왔다. 지식경제는 과학과 기술 집약적인 생산과 서비스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공장제 대량생산이 가장 선진적인 생산방식을 대변하였다면 오늘날은 지식경제가 그러한 지위를 차지한다. 그런데 웅거가 보기에 현대경제의 문제는 지식경제가 고립된 섬으로 존재한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저자인 웅거는 이 책에서 경제성장과 경제적 평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식경제를 심화시키고 경제 전반에 이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제안한다. 웅거는 지식경제를 심화하고 확산시켜 보통 사람들의 사장된 역량을 계발하고 활용하여 모두가 경제적 자립과 인성적 위대함을 성취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웅거는 경제제도를 포함하여 기성제도의 전복 또는 개량이 아니라 기성제도의 영구적 쇄신으로 이러한 과제에 접근하고자 한다. 포용적 지식경제 또는 포용적 전위주의가 극단적인 불평등과 성장둔화에 대한 가장 유망한 해법이다. 그는 시장제도를 그대로 두면서 조세와 이전지출을 통해 그 결과만을 조정하려는 재분배주의를 거부하고 불평등한 결과를 낳는 시장제도를 영구적으로 쇄신하는 생산주의를 옹호한다. 보통사람들의 사장된 역량에서 희망을 찾고 거기에 날개(교육, 기술, 자본에 대한 접근)를 달아주려는 것이다. 상술하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교육에서 과정과 상상력을 중시하고 일반교육과 기술교육을 융합하며 평생교육을 시행하는 것, 협력적 노동관행을 고취하고 생산과정에서 작업팀 스스로 혁신을 수행하는 생산문화를 진작시키는 것, 개혁의 속도와 온도를 떨어뜨리고 교착상태를 추구하는 보수적인 정치를 참여민주주의로 타파하는 것, 영세자영업자까지 일하는 사람들의 연합체로 포괄하여 노사정타협을 사회경제적 제도로서 안정화하는 것, 새로운 세대에게 실험주의적 충동을 장려하고 가난한 기술자와 노동자들에게 창업기회를 부여하는 시장권과 사회상속제를 도입하는 것, 누진소득세를 대신해서 누진종합소비세(칼도어세)를 도입하고 금융을 생산적 투자에 봉사하게 하는 것, 노동자가 영원히 임노동자로서 머물지 않도록 독립상공인이 되거나 지분보유자로서 기업에 참여하게 하고 기업과 재산에 대해 다수의 사람들에게 다양하고 조건적인 이해관계를 갖도록 분산적 재산관념을 활성화하는 것, 지식창조자로서 사회와 대중의 지분을 인정하는 지식재산권 제도를 개혁하는 것 등이다.

“현대경제의 문제점은 지식경제가 고립된 섬으로서 존재한다는 데 있다”

특히 웅거는 생산방식의 변화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애덤 스미스와 마르크스 시대에는 기계화된 제조업이나 대량생산 제조업이 가장 선진적인 생산방식이었다면, 오늘날의 가장 선진적인 생산방식은 지식경제이다. 지식경제는 고도의 과학과 지식집약적인 생산활동으로서 웅거는 지식경제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꼽으며 현대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첫째, 지식경제는 규모에 맞는 생산과 제품 및 서비스의 탈규격화를 조합한다. 둘째, 지식경제는 생산의 일관성과 추진력을 유지하면서 생산활동의 기회를 분산시킨다. 셋째, 지식경제는 영구혁신의 잠재력을 활용함으로써 경제학에서 보편적 법칙으로 여겨진 한계수확체감의 법칙을 전복하거나 이완시키겠다는 약속을 견지한다. 넷째, 지식경제는 생산 활동과 상상력의 활동을 밀접하게 결합한다. 따라서 전위기업은 좋은 학교를 닮는다. 다섯째, 지식경제는 생산의 도덕적 문화에서 변화(생산참여자의 재량권과 신뢰의 제고와 참여자들 간의 협동적 관행의 심화)를 요구한다. 이러한 지식경제는 모든 산업분야에서 존재한다. 오늘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은 대체로 이러한 특성들을 보여준다. 현대경제의 문제점은 이러한 지식경제가 고립된 섬으로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고립된 섬의 주인들(자본가와 혁신적 노동자)은 지식경제가 낳는 수익의 알짜배기를 확보하고, 지식경제의 변방 하청업체들은 수익의 나머지를 차지한다. 지식경제와 관련을 맺지 못한 사람들은 생산성이 더욱 낮은 분야에서 연명한다.”(25~26쪽)

 

저자 소개

로베르토 M. 웅거

저자 : 로베르토 M. 웅거
ROBERTO M. UNGER

브라질 출신의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 교수. 리우데자네이루 대학교와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1976년 29세의 나이로 하버드 로스쿨에서 종신재직권을 받았다. 1970년대 중반 『지식과 정치KNOWLEDGE AND POLITICS 』(1975), 『현대사회에서 법LAW IN MODERN SOCIETY』(1976)을 출간하며 미국 법학계를 뒤흔든 비판법학운동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이후 1987년 ‘정치학POLITICS’ 3부작을 통해 자신의 사회이론을 집대성했다.

웅거는 방대한 저술 작업을 하면서도 현실정치에 깊이 관여해 왔다. 1970년대 후반부터 브라질 군사정권에 대항하는 정당 활동을 했으며, 1990년에는 직접 브라질 연방하원의원에 출마하기도 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룰라 정부에서 전략기획장관을 지냈다. 지금은 하버드에서 강의를 하며 브라질 론도니아주의 사회발전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역자 : 이재승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법철학, 법사상사, 인권법, 이행기 정의 등을 강의한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를 기반으로 연구 활동을 수행해 왔으며, 국가폭력의 청산과 사회민주주의의 혁신을 연구하고 있다. 공저로 『법사상사』,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 『고통의 공감과 연대』, 『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 『트라우마로 읽는 대한민국』,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등이 있으며 칼 야스퍼스의 『죄의 문제』를 비롯해 로베르토 웅거의 『비판법학운동』, 『주체의 각성』, 『민주주의를 넘어』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저서 『국가범죄』로 제5회 임종국 학술상(2011)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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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민주주의의 영향과 실행에 대해 경험을 기반으로 한 총체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사회-경제적 맥락과 역사-문화적 배경, 레퍼렌덤 권리의 발전 단계, 법적인 틀과 국가적으로 각 현실의 정치적 상황 등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이를 시행한 모든 체제에 적합한 어떤 단일한 결론을 이끌어 내기란 어렵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모든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판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국제적인 차원에서도 다양한 연구 기관에서 실시한 경험적 조사에서 나타나며, 꾸준히 찾아볼 수 있는 몇 가지 효과들이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들을 요약한다.

 

민주주의라는 근본적인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

직접 민주주의는 어떤 정치체제의 토대를 허물어 내는 수단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시민들은 정치적 권리들을 확장시키고 손질하기 위해 정치체제의 몇 가지 근본 요소들을 개선할 자유가 있다. 민주 사회에서 정치 참여는 기본권에 속하며, 정치법을 바꾸는 데 활용될 수도 있다. 국민 대다수가 바라는 레퍼렌덤 권리들은 사실상 민주주의의 정착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레퍼렌덤으로 엄청난 정치적 분열이 일어난 적은 없다. 새로운 정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현존하는 체제에 새로운 국민의 권리를 통합시키는 것이다.

스위스에서 1900년대 후반 국가 권력 구조의 근본적인 개혁과 더 힘없는 계급들의 해방을 바란 좌파의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처음에 보수층은 직접 민주주의를 확대하면 개인 소유주들의 권리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을 두려워했고, 유산有産계급은 새로운 국민 권력을 일종의 위협으로 느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두려움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수당에 불이익은 없다

직접 민주주의는 덩치에 따른 선거 제도를 만들려는 지배당의 시도에 대항하기 위한 피난처이다.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적 요소는 자유선거와 복수 정당제이다. 때로는 강한 정당들이 레퍼렌덤을 이용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선거법을 바꾸려는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이런 논란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그런 정당들은 의회에서 다수당인 덕분에 어찌되었건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레퍼렌덤 권리는 이런 효과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그와 반대로 다수당들을 통제하는 데 유용한 도구라는 것이 드러났다. 스위스에서 시민들은 레퍼렌덤 투표로 소수 정치 세력들에게 더 유리한 비례 제도를 적용했다. 반면 1990년대에 이탈리아에서는, 군소 정당들의 발안으로 완전 비례 제도가 폐지되고 정당 연합을 결성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주로 다수 편향적인 제도에 자리를 내어주었다.

때로는 야당들이 특정 정치 현안에 대해 집권 다수당을 좌절시키려는 과정에서 “레퍼렌덤이라는 방법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 집권당 연합 또한 거의 플레시비트와 유사한 술책의 형태로서 유권자들에게 결정권을 맡김으로써 별로 반갑지 않은 결정의 책임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대개 모든 레퍼렌덤에서 각 정당은 공개적으로 찬반으로 편을 나누거나 투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호소했다. 요컨대 선거 제도의 입법에서 직접 민주주의는 소수 정당들에게 피해를 주기보다는 이익을 가져다 준 것을 볼 수 있다. 여러 나라에서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군소 정치 세력들이 종종 레퍼렌덤 도구를 활용하는 것은 그저 우연이 아니며, 이탈리아의 급진당Partito Radicale은 1974년부터 2006년까지 20개 이상의 레퍼렌덤 사안을 추진했던 것도 사실이다.

 

국민발안과 연합주의Associationism를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

직접 민주주의는 이익단체들이나 시민발안의 역할과 가능성을 강화시키는 한편 때때로 각 현안에 대한 정당들의 반대에 부딪힌다. 아무런 정치적 책임이 없고, 선거에 후보자를 내지 않으며 로비 활동처럼 집단의 이익을 위해 조직적으로 일하지도 않는 단체나 어떤 운동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관심 있는 특정 현안에 영향을 미칠 기회가
있다.

직접 민주주의는 보통 레퍼렌덤 투표에서 선거 때 투표한 정당과 완전히 같을 필요가 많지 않아, 시민사회 및 연합주의 단체나 운동의 역할을 강화시키고, 대화와 타협에 나서도록 정당들을 압박한다. 레퍼렌덤 도구 덕분에 국민 대다수는 필요할 경우 비상 브레이크나 안전 잠금 장치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연방제도: 직접 민주주의 가동에 유리한 조건

연방제도와 지방자치는 레퍼렌덤 권리의 발전에 유리한 기반을 제공한다. 지방(주, 현, 기초자치단체)에 더 큰 법적 권한이 더 부여될수록, 레퍼렌덤 권리를 가동할 수 있는 정치 부문이 더 확대된다. 이 권리는 일종의 “민주주의의 훈련장”이다. 지방 정치에서 시민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레퍼렌덤 투표에 참여하려 하는데, 다루는 사안이 그들 자신과 밀접히 관련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시민들이 담당해야 할 정치적 책임이 더 클수록, 시민들은 레퍼렌덤 도구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또한 레퍼렌덤 권리를 법적으로 잘 정비하여 미래의 지방법 개정을 위해 투표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포함시키면, 중앙에 비해 지방 정부들의 입지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사실상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지방의 책임을 기꺼이 중앙 정부에 양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직접 민주주의는 연방제도 또한 강화시킨다. 곧 시민들은 가능한 한 자신들의 참정 기회가 훨씬 큰 지방 정부급에 힘을 실어주려 할 것이다.

 

소수의 위험과 기회

직접 민주주의는 사회적, 정치적 소수자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그들의 관심을 명확히 밝히거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론상 레퍼렌덤 도구는 소수자들에게 불리하게 쓰일 수도 있다. 우선 두 부류의 소수자를 잘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한쪽은 “영속적인” 사회적 소수자들이 있다(예를 들어, 장애인, 집시, 동성애자, 소수 민족, 소수 종교인 단체, 이민자 등). 다른 쪽은 정치적 소수자나 가변적인, 다른 부류의 소수자들이다. 발안은 사회적 소수자에게 정치적으로 결정하고,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많이 제공한다. 그러나 그들 혼자서 해낼 수는 없다. 정치적 다수가 그들의 관심사에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더 광범위한 사회적 집단들과 협력해야 한다. 레퍼렌덤을 통해 소수자들도 새로운 연합에 들어가고 심지어 국회의 다수를 꺾을 가능성도 갖게 된다. 이런 권리의 존재만으로도 정당과 정부를 압박하여 더욱 진지하게 소수의 이익을 고려할 수 있게 한다.

다른 한편으로 패배한 체계적이지 않은 소수자들 또한, 때로는 그들이 바라는 개혁을 위해서는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음을 깨닫고, 정치적이건 사회적이건 레퍼렌덤 투표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경우이건 소수자들과의 공개적이고 바람직한 대면은 그들의 사회적 통합을 촉진시킨다. 물론 그것을 목표로 소수자들에게 레퍼렌덤 권리를 완전히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조달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어쨌건 직접 민주주의를 통해 의회에 도달하지 못하는 단체로서는 조직하기 어려운 사회적 빈민층이나 정치적 소수자들의 이익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직접 민주주의는 역사적으로 특정한 시점에 국민들 사이에 존재하는 다수의 입장을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므로 때로 사회적 소수자들은 직접 민주주의 절차의 틀 안에서 적대감과 뿌리 깊은 편견으로 똘똘 뭉친 집단들에게서 소외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공적인 토론은 그 자체로 역동성이 있으며, 매우 다각화된 우리 사회에서 그 어느 누구도 단 한 가지만 소수에 속하거나, 또 늘 소수자로 남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의회에서도 소수의 이익은 종종 다수당의 논리에 희생된다. 어쨌건 헌법과 국제 협약 및 인권 조약에서 마련된 기본권들로 구성되고, 거의 모든 나라에서 지방법 및 유럽연합 조약으로도 비준된 레퍼렌덤 권리들에는 한계가 있다.

 

정치적 엘리트의 확대

누가 정치적 엘리트에 속하는가? 정부, 국회, 행정부, 정당의 정치적 인물들과 정치적 성격을 지닌 거대 조직의 인물들이다. 엘리트, 혹은 적어도 이런 형태의 리더들의 집단은 대개 대의민주주의를 선호하며, 의사 소통 채널을 만들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한다. 직접 민주주의는 주로 그들에게 일반 국민들과 관계를 맺도록 독려함으로써 상황을 변화시킨다. 한편으로 각각의 레퍼렌덤 발안 또한 오로지 기꺼이 헌신하고, 어떤 대의를 위해 투쟁할 태세가 된 능동적인 시민들 덕분에 태어난다. 이들은 사회적 엘리트 층을 형성하지 않으며, 하나의 정치적 주제나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갈 역량을 지닌 소수자들이다. 제기한 사안과 관련하여 항상 이 시민들의 비중은 무시 못할 정도인데 특히 레퍼렌덤 권리가 얼마나 발전되었느냐에 따라 더욱 그렇다. 직접 민주주의는 그저 엘리트 층 사이에서 어떤 주제를 대면하도록 자극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계급과 국회 차원에 존재하지 않는 그룹들 간의 토론도 자극한다. 정치적 절차가 그렇게 더욱 확대되고 풍요로워진다.

 

직접 민주주의는 적법성legitimacy을 더 부여한다

“적법성”이라 함은 어떤 결정이나 어떤 조직에 대한 정치적 평가 수준을 의미한다.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록 그 결과는 더 적법성을 지닌 것으로 간주된다. 이런 의미에서 더 강력한 적법화의 형태는 두말할 나위 없이 온 국민이 참여하는 레퍼렌덤 투표, 혹은 선거의 경우 국가 원수나 지방 행정부 수장의 직접 선거이다.

만일 레퍼렌덤 도구를 통해 대의 기관의 심의에 반대하거나 행정부에서 바라는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집단들이 레퍼렌덤 투표에서 패배한다면, 그들이 제안한 주제의 유효성이 아니라 그들 반대의 적법성이 사라지게 된다. 민주주의에서는 다수의 이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한편 각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레퍼렌덤 투표에서 패배한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전반적인 신임이나 총선을 통해 그들이 부여받은 위임의 적법상이 아니라, 단순히 국민과 의견을 달리하는 어떤 명확한 선택과 관련한 적법성을 잃는다.

 

진보주의의 온상도 보수주의의 온상도 아니다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토론에서 정치인들이 제기하는 첫 번째 질문의 하나는, “이 도구는 어떤 방식으로 나의 정치에 도움이 될까?’ 이다. 보수 세력이건 자유주의 세력이건, 좌파건 진보 진영이건 국민은 직접 질문을 받고 그들 견해를 밝힐 것을 요청받는다. 과거에는 과연 직접 민주주의가 사회의 진보를 옹호하거나 방해할 수 있을지 자문하는 것은 주로 좌파였다. 좌파들이 봉착한 딜레마는 직접 민주주의는 국민에게 더 큰 결정권을 넘겨 주지만, 과거에도 현재도 이것이 꼭 진보적 해결책을 옹호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대개 국민발안은 단지 여러 사람들이 느끼는 긴급 현안들을 제기하여 정치인들을 포함한 모두가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일 따름이다. 이 도구들은 시민 단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공적으로 표현하여 국회와 정부의 의도에는 어긋나는 것이더라도 그것을 다수의 결정으로 이끌어 낼 수 있게 해 준다. 만일 레퍼렌덤 절차가 대규모 토론과 함께 이루어진다면, 레퍼렌덤의 결과는 항상 열려 있다. 국민발안들 사이에서도 주요 구분을 할 필요가 있다. 곧 보수적인 국민발안이 있고, 혁신적인 국민발안이 있다. 직접 민주주의가 사회의 진보적 입장과 세력을 희생하여 보수적 입장과 세력을 옹호하려 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단순히 전통적인 통로만으로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국민들에게 좀 더 목소리를 실어 주는 것이다.

 

정치 시스템 전반의 효율성 증진

어떻게 정치에서 “효율성”을 측정할까? 만일 어떤 정치적 승인에 도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 기준으로 잡는다면, 직접 민주주의는 확실히 결정 과정을 간소화시키지도 않고, 그 기간을 줄여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평균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이나 좀 더 보편적인 시각에서 직접 민주주의의 실시는 정치체제의 안정을 증진시키며, 그러므로 그 효율성 또한 증진시킨다. 대개 효율성은 한 정치체제의 유익성과 비용 사이의 관계로 정의된다.

종종 정치인들은 레퍼렌덤 도구들이 정부의 통치 능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레퍼렌덤 투표가 선출된 정치적 책임자들과 거대 조직 책임자들의 결정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게 될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정보 전달과 공개 토론 비용 및 투표 자체의 실시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 비용 증가와 정치적 절차가 어느 정도 지연되는 것이 다른 이점들, 곧 지속성과 안정, 적법성 및 레퍼렌덤 승인으로 채택된 해결책의 수용 등의 이점을 없애지는 않는다. 시민들은 종종 선거 중간에 개입할 수 있는 그 어떤 정치적 도구도 없이 법적으로 호소하거나 좀 더 급진적인 항의 형식에 의존하여 어쨌든 프로젝트들을 막아내곤 한다. 그러나 직접 민주주의로 정치권은 미리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만 한다.

 

최고 수준의 정보 전달 덕분에 이루어지는 일반 교육

정치적 이익과 “정치적 성숙”을 위해서는 적절한 학습과 교육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모든 시민들은 참여 여부에 상관없이 레퍼렌덤에 즈음하여 생겨나는 공적 토론에 노출되게 된다. 직접 민주주의의 사회화 효과는 시민들과 정치인들 간에 직접 접촉으로 정치적 대면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더 크다. 이 효과는 시민들이 대개 그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느끼는 지역적 차원에서 더 생생하다.

그들은 다양한 입장이 있다는 것과 모든 이들의 논점과 목소리가 모두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민이 내린 결정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불특정의 시민은 한 번은 승리한 다수에 속하고, 또 다른 때는 패배한 소수에 속하게 된다. 레퍼렌덤 과정에서 다수를 설득해내지 못한다면 그 어떤 세력도 더 이상 “국민”을 운운할 수 없다. 미국과 스위스에서 투표 참여는 늘5 0%를 넘지 않지만, 진정한 민주주의의 성취로 여겨지는 레퍼렌덤 권리를 훼손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면 국민 저항이 매우 높다.

 

승인된 해결책의 수용율은 높고, 잠재적 갈등은 줄어든다

레퍼렌덤 투표에서는 특정 현안에 집중하며 그것을 전반적인 정치적, 사회적 갈등과 섞지 않는다. 레퍼렌덤 절차가 규정을 완전히 존중하여 시행된다면, 곧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모두가 받아들인다면 투표는 국민들과 의회 다수당, 정부 사이, 그리고 정치 세력들 간의 긴장을 명확히 설명하고 완화시키는 데 기여한다. 어떤 이는 직접 민주주의가 복잡한 현안들을 다룰 때 반듯이 필요한 타협에 이르는 것을 방해하지만 대신 의회에서는 그런 타협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스위스에서는 레퍼렌덤의 예측 불가능함을 염두에 둔 세련된 기제가 존재한다. 자신들이 레퍼렌덤에 착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그룹들을 참여시켜 “예방 공간”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타협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때로는 직접 민주주의가 제도적 차원에서 진전이 없는 어떤 상황을 돌파할 수 있게 해 준다. 만일 의회가 타협점을 찾을수 없어 법을 정하지 않는다면 국민발안은 시민들에게 최후의 발언권을 준다. 스위스에서는 대개 국민 50% 이하가 레퍼렌덤에 참여하지만, 결과의 수용율은 높다. 각자 자신들이 원한다면 참여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주제가 잘 알려져 있고, 단순하고, 토의를 거친 것일수록 레퍼렌덤에 더 적합하다

모든 정치 현안이 레퍼렌덤 절차로 쉽게 다뤄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하고, 잘 알려져 있고, 논의를 거쳐서 정보 제공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며, 그에 대해 어떤 가부가 명확한 답을 줄 수 있는 의제가 바람직하다. 원칙에 따른 정치적 차원에서 내린 모든 결정은 평균적인 시민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의 현대적 개념은 자유롭고 정보를 갖춘, 의식 있는 시민을 전제로 한다. 그 밖에도 상당한 서명을 모으는 일이 민주주의의 여과기 역할을 한다. 헌법 개정, 정부 형태 변경, 초국가적 기구에 주권의 양도 등 더욱 강력한 합법성을 요하는 의제들이 존재한다. 많은 유럽 국가에서 실시한 유럽연합 가입 관련 레퍼렌덤들이 이런 막중한 정치적 결정을 합법화하는 법적 구속력을 지녔다.

예를 들어, 연간 예산 관련법 같이 여러 차원에서 타협을 요하는 복잡한 현안들은 레퍼렌덤 절차에 놓이는 것이 그리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특정 세금 관련법의 경우는 다르다. 캘리포니아 또한 몇몇 정치적 사안을 직접 민주주의에서 배제시키지만, 스위스는 그렇지 않다. 스위스에서는 그 어떤 사안도 배제하지 않는다. 한편으로 공공 예산과 관련하여 “참여적 예산”이라는 흥미로운 경험이 존재한다(11장 참조).

대체적으로 직접 민주주의의 긴 전통을 지닌 나라에서 실시한 선험적 조사에 따르면, 좋은 직접 민주주의에 따른 주요 효과는 다음과 같다(Gross 2007과 Kaufmann/Buchi/Braun 2009 참조).

▪ 직접 민주주의는 정치를 더욱 전달력 있게 만든다. 구체적인 정치적
현안에 관한 정치적 결정의 합법성에 대해 시민들 측에서 의문을 제
기할 수 있으며, 정치인들 측에서는 충분한 근거를 들어 이를 설명
해야 한다.
▪ 직접 민주주의는 모든 관계자들이 사실과 주제에 기반한 공개 토론
에 나서게끔 함으로써 정치적 대화를 더욱 진지하고 합리적인 것으
로 만들어 준다.
▪ 직접 민주주의는 수적으로 열세한 그룹이나 소수자들도─국회와
의회에 존재하지 않는─공개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압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해 준다.
▪ 직접 민주주의는 보다 공평하고 정확한 정치 권력 분배를 가능하게
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그의 정치를 정당화시킬 필요가 없을 정도로
또는 국민 레퍼렌덤 투표에서 다수를 설득할 정도로 큰 특권을 주지
않는다.


편집자 주:

다른백년 출범 3주년을 기념하며 자축하는 책을 발간하였습니다.

더 많은 권력을 시민에게” 제목으로 21세기 새로운 흐름인 직접민주주의를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현재의 한국정치로는 미래의 희망이 없습니다. 1%의 소수를 위한 정치에서 99%의 시민을 위한 정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비례성을 100% 강화하는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고 주권자인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비판하고 결정하고 통제하는 민치 – 시민권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이런 뜻에서 책의 내용을 격주를 통하여 약 10개월 간 연재하고자 합니다.  직접 구매를 원하시는 분들은 시중의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을 통하여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금, 2019/12/20-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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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팬데믹의 경제위기를 대응하고 부실한 안전망을 구축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한국정부의 취약한 재정수입에 대하여, 다른백년은 MMT라고 불리는 현대금융이론이 하나의 해답을 제공한다고 판단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MMT효과가 혁신을 통한 산업의 구조조정과 자산중심의 증세정책을 통하여 보완되어야 한다.

토마 피케티가 지적하였듯이, 제도와 이론보다는 이를 작동시키는 시대의 이념적 틀과 정치권력의 성격이 현실 속에 우선한다. 아래의 칼럼은 미국을 중심으로, MMT라는 동일한 정책의 수단에 관하여, 이를 다수의 국민들을 위해 실물경제에 투입하는 것과 소수의 자산가를 위해 금융산업과 부동산에 투입하는 것과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체의 요약

통화론자들을 중심으로 수십 년 간의 비판을 받아온, 정부가 적자재정을 운용하는 것은 불안정한 것이 아니라 안정을 가져온다는, 현대금융이론의 개념이 갑자기 이를 비판하던 다양한 정치집단으로부터 찬사를 받기 시작한다: 은행 등 금융분야뿐만 아니라 특히 공화당 집단까지 칭찬일색이다. 그러나 이들이 칭찬하는 내용인즉 MMT를 지지해온 사람들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현대금융이론은 경제소비활동 영역에서 수요와 실물분야에서 투자를 늘려서 완전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적자재정을 운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에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오바마 시절인 2008년 은행구제와 이후 트럼프의 세율인하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 재정지원에서 발생하는 적자재정의 운용은 실물경제에 투자를 늘려 고용을 증가시키고 임금을 인상하여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부의 자금투입과 양적완화는 금융과 보험 그리고 부동산 (FIRE, finance insurance & rental)분야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MMT가 추구하는 목표와는 정반대로 이를 악용한 부정적 결과를 가져왔다.

금융분야를 지원하고 이들이 짊어진 부채를 탕감하는 것은, 실물경제를 지원하기는커녕, 디플레를 가져오는 정책이 되어 버렸다. 결과적으로 비생산적이며 수탈적인 형태를 띠면서 신용과 부채만을 만들어내는 은행산업을 강화시켜 주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민간분야의 활동을 다음의 두개 분야로 분리해서 확인하여야 한다: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실물경제 분야가 임대지대, 독점지대 그리고 금융부채의 양산 속에 이루어지는 부채와 지대의 수탈이라는 금융의 망에 포위되어 있다. 이러한 활동영역의 분리를 통해 1) 고용과 생활수준의 향상을 유지하는 것에 기여하는데 정부자금을 투입하여 발생하는 긍정적 적자재정과 2)부패한 정부가 비생산적인 FIRE(finance, insurance & rent)처럼 수탈과 부채의 디플레를 초래하는 영역에 투입하는 악질적이고 만성적인 적자재정을 구분해내야 한다.

 

MMT의 본질과 정책적 목표

MMT는 다양한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서 재정을 적자로 운용해도 무방하다는 화폐이론을 설명하기 위해서 개발되었다. 이러한 논리는 이미 1930년대에 케인즈에 의해서 공인을 받았는데 그의 개념은 사용자와 임금노동자 간의 선순환이론에 기반한 것이었다 재정적자를 통해서 공공분야의 일자리를 늘리고 수요를 촉진하여 경제활동에서 적정이윤으로 생산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생산품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목표는 합리적으로 완전고용 수준을 유지 또는 회복하는 것에 있다.

그러나 생산과 소비만이 경제활동의 전부는 아니다. MMT는 시카고 학파의 우파적인 정책을 비판하면서 1990년대에 금융분야를 경제활동 전반에 보다 실제적이고 기능적으로 결합시키려는 Abba Lerner의 기능적 금융이론과 Hyman Minsky 등 노력에서 공식적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시카고 학파를 비판하는 핵심은 Warren Mosler의 통찰에 찰 요약되어 있는데 ‘화폐발행권이 있는 나라에서는 시민들이 돈을 사용하기 전에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내기 전에 돈을 먼저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MMT는 완전고용을 성취하기 위해 경제영역에 구매력을 공급하는 수단으로 정부의 재정적자를 옹호한다는 점에서 포스트-케인즈에 속했다. 이러한 연구의 노력으로 정부의 재정적자는 민간분야의 부채가 야기하는 불안정을 안정으로 대치시킨다 것을 입증해 보였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러한 접근으로 불경기는 정부의 적자재정으로 단순하게 치유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반면에 2008년 금융위기 과정에 미국과 유럽지역에서 거대한 재정적자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경제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반면에 오로지 금융과 부동산 분야만 활성화되었다.

경제활동에 있어 정부의 역할이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공공기업과 인프라 투자 그리고 재정적자와 시장개입을 반대한 주요 집단은 금융론자들이었다. 소위 오스트리아 그리고 시카고 학파의 금융론자들은 MMT에 결사적으로 반대하면서 정부가 재정적자로 운영되면 인플레를 유발할 것이라며, 1920년대의 독일 바이마르 시대와 짐바브웨 등에서 있었던 재정적자 사례를 들먹이면서, 정부의 재정적자를 자유시장에 대한 개입이라고 묘사한다 (MMT는 실제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개입을 추구한다).

MMT 학자들은 정부가 흑자재정 또는 균형재정을 이루면 경제활동에서 발생한 수입을 흡수하게 되고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를 축소시키면서 실업을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적자재정을 시행하지 않으면, 경제는 민간분야의 은행에서 대출에 의존해야만 비로소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고 판단한다.

이런 사례로 실제 미국에서 클린턴 행정부시절의 말기에 흑자재정을 시현했다. 그러나 정부가 흑자를 보인 반면에 민간분야에서는 부채가 누적되었다. 정책적 측면에서 보면,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금을 얻기 위해서는, 무역에서 흑자를 시현하던가 아니면, 민간분야에서 부채를 누적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구조화되면 이자와 상환의 부담으로 불경기가 찾아오고, 궁극적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것처럼 만성적인 불황과 부채에 의한 디플레라는 정치적 부담을 맞이하게 된다.

 

적자재정과 MMT를 반대하는 공화당과 금융분야

정부가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적자재정을 통해 충분한 구매력을 제공하지 못하면, 화폐와 신용을 제공하는 역할이 은행으로 넘어가면서 이자와 수익을 위하여 은행들은 주로 부동산과 주식 그리고 채권 구매에 신용대출을 발생시킨다. 이런 측면에서 은행들은 정부와 경쟁관계를 형성하면서 사용목적에 상관없이 경제활동에 자금과 신용을 대여한다.

은행들은 정부가 단순히 화폐를 공급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금융과 가격정책, 조세와 기업을 규제하는 법규제정 활동에서 퇴출되기를 원한다. 금융분야는 정부가 필요보다는 정책적으로 자금이 부족하거나 외환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자금을 제공하면서, 이의 대가로 자연자원 또는 기초공공 인프라를 사들이면서 공공재를 독점하려고 의도한다 (과거에는 전쟁과정에서 그러했고, 현재에는 외채상황을 이용한다)

이러한 지위를 획득하려면 은행은 정부가 필요한 자금을 스스로 만드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민간은행들의 신용제도와 공공영역의 자금창출력 간에 충돌이 발생한다. 공공자금은 기본적으로 생산과 소비의 성장을 유지하려는 사회적 목적으로 집행된다. 그러나 민간은행의 신용은 토지와 금융자산의 거래, 즉 부동산과 주식 그리고 채권에 집중된다.

 

적자재정의 운용을 반대하는 논리

레이건과 부시 행정부시절에는 적자재정을 운용하였는데, 이는 사회적 지출을 위해서 지불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세금인하와 특히 부동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회안전망을 위시하여 의료와 교육 등에 지출할 예산을 삭감하는 것을 재정절감이라며 시행하였다. 이러한 목표는 클린턴과 오바마 시절에 더욱 노골화되어 ‘책임있는 재정의 개혁을 위한 국가위원회 National Commission on Budget Responsibility & Reform’ 이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이름이 반영하듯이 책임은 균형재정을 뜻하며, 결국 사회지출 프로그램의 축소를 가져왔다.

정부지출 프로그램을 반대하는 그룹은 재정지출을 축소하고자 하는 정치적 집단을 이용하여 재정적자에서 오는 정부부채의 증가를 비난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공화당파와 중도적인 민주당파들은 오랫동안 사회안전망을 축소시켜야 하는 이유를 찾고 있었다. 이런 배경으로 오스트리아와 시카고의 금융학파들이 정부로 하여금 활동을 축소시키고 가능한 역할을 민영화하여 시장이 자원을 배분하도록 촉구하고 나섰다.

이후 대규모의 부채를 발생시킨 금융업계는 자원과 자금의 할당을, 정부에서 금융분야로, 워싱턴에서 월가로, 다시 외국으로 진출하여 런던과 파리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중권가로 전환시켰다. 그러나 이들은 군사비 지출에 대해서는 일체의 바판을 행하지 않았고, 급기야 정부는 2000년 닷컴버블과 2008년 불량부채의 금융위기를 맞이하여 결국 경제의 신용과 자산분야의 구제를 위해 거대한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였다.

 

MMT를 악용한 오바마와 트럼프의 금융구제 정책 사례들

MMT 지지자들과 포스트-케인즈 경제학자들에게 적자재정의 긍정적 역할은 자금을 ‘경제’의 수입을 위하여 투입하는 것이다. 여기서 ‘경제’라는 것은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실물분야를 의미하는 것이지 금융과 부동산 시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실물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중 하나는 부채규모를 현실적인 시장가격과 임대수준에 맞추어 축소시키는 것이다. 다른 방식은 돈을 대주고 지원금을 제공하여 채무자인 시민들이 자신의 주택에 머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금융문제의 현안을 해결하고 고용과 주택보유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지지자들을 두 번씩이나 배신하면서, 금융권의 불량대출과 기타부채를 연장시키면서, 현실적인 시장가격으로 조정하는 대신에, 불량대출(사기적인 행위)을 야기시킨 은행들을 지원하고 구제하였다.

은행이 새로운 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재무표를 경감시켜주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자신이 신용을 창출하는 역할에 발을 담았다. 이를 통해 은행과 그림자 은행 그리고 비은행 금융기관들에게 황금을 만들 기회를 제공하면서 이들에게 저당잡힌 주택들을 다시 사들여 임대부동산을 활성화시켰다.

이러한 정책은 Blackstone사에 의해서 주도되었고, 금융의 위기는 오히려 지분 참여자들에게 엄청난 배당을 가져다 주는 기회로 바뀌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경제적 양극화가 이루어지면서 이런 기회에 참여하려는 투자자의 지분참여 최저액이 5백만 불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연방준비제도가 시행한 양적완화 액수인 4.6조 달러는 실물경제에 자금을 창출하지 못했고, 마치 알라딘의 램프가 오랜 된 것에서 새 것으로 바뀌는 것처럼, 불량자산이 양질로 교체되는 기술적 스왑을 이루었을 뿐이다. 이러한 스왑은 저축이 유입되는 것과 같다. 은행으로 하여금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능력이 없는 자들을 갈아 치우고, 새로운 채무자에게 대부를 제공하는 재무적 투기를 시행한 것이다. 월가는 MMT를 핑계로 악용하여 실물경제를 살린 것이 아니라 금융자산을 부풀린 것이다.

경제성과를 어떻게 측정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있다. 소수의 1% 또는 10%에게 경제라는 것은 시장이며, 특히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부동산, 주식과 채권)의 시장가치를 의미한다. 이런 자산이 실물의 생산과 소비경제를 포위하면서 임금과 이익에 비례하여 점차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올려간다.

또한 이들의 가치는 정부의 지원과 신용창출(부동산과 금융자산에 대한 세금축소), 경제적 지대, 재무적 수수료와 이자 그리고 서비스 비용 등으로 부풀려 지는데, 이러한 증가가 마치 실물경제에 기여한 것처럼 GDP의 일부로 계상된다.

따라서 우리는 두 개의 경제영역을 다루어야 하는데, 하나는 생산수단과 유동자산 그리고 노동의 영역(이는 일반적으로 GDP로 측정된다)과 금융 및 부동산으로 노동과 실물자본에 의해서 발생한 수입에서 지대비용을 수탈해 가는 영역으로 구분해야 한다.

금융조작이 산업성과를 대체해 가는데 이는 정치적 로비과정을 통해 세금을 인하시키고 지대에 대한 특혜를 제공받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내면서 이루어 진다. 부동산과 금융자산 그리고 기업에 대한 소유권을 증대시키기 위해, 이들은 신용과 정부의 지원을 유도해 내는데 이는 생산과 고용을 증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식의 바이백과 배당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주가를 올리는 것이다. 바이백은 소위 ‘자본되사기’로 불리며 투자확대가 아니라 투자축소에 해당한다. 이는 세법에 의해 선호되는데 배당금에 대한 과세에 비교하여 자본이익에는 세금인하 내지 면세가 적용된다.

 

오용된 MMT의 사각지대: 실물경제가 아닌 투기적 FIRE 영역

FIRE 영역과 생산-소비의 실물경제 간의 표면적 착시현상은 전통적 금융공식인 MV=PT라는 지나치게 단순한 형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이에 의하면 경제는 단순히 민간과 정부의 영역으로만 구분된다. 무역분야인 국제수지균형을 별도로 하고, 정부가 지출하는 것은 국내경제에 자금을 대는 것이고 반대로 재정흑자는 자금을 빨아들이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의 문제점은, MMT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정부가 FIRE 및 금융자산의 영역에 지출하는 것과 간접자본투자를 포함한 실물경제의 고용과 생산에 투하하는 것을 구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분이 없으면 고용과 생산활동을 지원하는 생산적인 재정지출과 단순히 금융자산을 지원하는 것을 구별하여 확인할 수가 없으며, 후자의 경우 신용제공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권을 보장하는 과정에서 상환이 불가능한 채권에 대해 정부의 자금을 밑빠진 독에 쏟아붓는 꼴이 된다.

금융분야를 지원하고 이에서 발생하는 악성 부채를 변제하는 것은 실물경제에 긴축을 가하는 것을 의미하며, IMF식으로 말하자면 ‘월가에 MMT를’이라는 모순어법으로, 완전고용을 지향하는 실물경제의 반대편에 서있는 꼴이다.

 

MMT, 공공 그리고 민간의 부채

자금이 생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부채이다. 정부의 자금은 공공의 목적, 즉 고용과 생산량을 높이고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한다. 그러나 현재의 양상을 보면, 민간분야의 부채는 다분히 수탈적이며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 즉 부채디플레를 발생시킨다.

정부는 국내통화만 사용한다는 조건에서 디폴트가 발생하지 않는 공공의 부채를 창출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필요하다면 화폐를 만들어서 갚을 수 있다.  생산량과 고용을 늘려 성장을 지원하는 것에 지출하기만 한다면, 공공의 부채는 인플레를 일으키지 않는다. 정부는 공공부채를 세금으로 되갚으면서 통화에 의미를 부여한다. 따라서 통화시스템은 본래적으로 재정정책과 연계되어 있다. 이러한 정책의 고전적 전제는 생산과 소비라는 실물분야의 임금과 이익에 과세하기 보다는, 주로 불로소득 즉 경제지대에 과세를 하면서 경제의 비용구조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민간분야의 부채이다. 대부분의 부채는 은행에 의해서 형성된다. 은행의 신용은, 은행 고객이 가지는 채권으로, 채무자가 이를 갚을 수 있는 수입의 능력을 넘어서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배경에는 민간의 부채 대부분이 생산적이고 활동에서 수익을 올리는 것에 사용되기 보다는 자산소유권의 이전(신용의 증가율에 따라 자산가치가 영향을 받는)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실물경제 활동에 연동되지 않은 신용의 투입은 부채디플레를 유도한다. 정부는 적자재정을 운용하여 경제활동에 구매력을 증가시키는 대신, 민간부채는 약정기간 동안 경제분야에서 이자와 원금상환 그리고 수수료를 빼어 나간다.

대부분 담보대출의 경우, 채무자가 부동산을 처분하여 발생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이자비용을 발생시키며 종결된다. 약정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복식이자로 계산되면서, 담보물의 부채는 여러 번에 걸쳐 은행에 원리금을 상환된다. 결과적으로 은행이야말로 담보대출서비스를 통해 지대수입을 회수하면서, 궁극적으로 자본증식(자산가치의 추가획득)의 주요 수혜자가 된다.

은행의 신용제도에 통화의 특성을 부여하는 것은 – 부채를 통화로 지급하도록 허용하면서 – 정부가 은행을 공적으로 유용한 기구로 인정하고 은행의 제예금을 보증하고, 궁극적으로 은행을 파산에서 보호하는 것이다.

금융분야를 지원하면서 적자재정가 발생한다는 것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부채의 감당비용을 경제활동이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복식이자의 계산결과로 감당비용이 늘어나면서, 구제의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은행과 금융분야에서 발생한 결손을 보충하는 대안으로 부채의 감당비용을 지원하는 적자재정(스왑의 합의를 포함하여)의 규모도 커지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되는 것을 지켜본 내용이다. 금융분야에 휘둘리면서 결국 경제의 주요흐름이 적자재정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만 적자재정이 금융과 FIRE 분야 등에 주로 지원되지만, 일반시민들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다. 이는 케인즈 경제와 MMT가 의도했던 진짜 경제 – 실물경제가 아닌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정부적자재정을 MMT의 적용이라고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정책적 목표가 정반대의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레이건 시절의 적자재정은 사회적 지출(사회안전망, 의료보호제도, 교육 등)을 축소시키며 여러 번 펀치를 날렸다면, 최근의 오바마와 트럼프 시기의 적자재정은 금융분야를 구제하기 위하여 사회프로그램을 축소시켜야 균형재정을 이룰 수 있다는 경고로서 작용하였다.

월가가 마술을 부려 ‘경제’를 대표하는 것으로 변신하는 동안에, 오히려 노동과 산업 분야는 중앙은행과 재무부와 공생관계를 형성한 금융분야에 부담을 주는 비용적 요소로 간주되는 신세로 전락하였다.

 

금융분야, 민간자본, 긴축재정과 중앙계획

이제 또다시,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실물경제를 희생시키면서 월가를 구제한다면, 미국은 결정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금권이 지배하는 과두제 국가로 바뀔 것이다. 그런데 요상하게도 적극적인 정부가 민간분야보다 본래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주효하면서, 정부의 역할은 축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로비스트의 표현에 의하면 욕조의 하수구에 들어갈 만큼 축소되어야 한다).

그러나 금융분야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허용한다는 것은 경제의 질서를 회복한다는 것은 저축은행과 금융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상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결국 경제에 대규모로 손실을 끼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현시기의 금융분야에 종사하는 은행가들과 금융투자자들은 19세기 당시 지주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당시 지대의 가격은 비용가치를 능가하면서 영국과 중부유럽을 고비용의 경제로 만들었다. 고전경제학이 가르치는 내용이 바로 이것으로, 생산의 비용은 실제적이고 사회적이며 경제적인 원칙에 따라 시장가격으로 형성되어야 된다는 것이다.

경제지대는 불필요한 비용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는데 특혜, 세습적 토지소유, 공공의 영역에서 신용제공자가 제멋대로 행사하는 독점, 전쟁부채를 갚아준다는 구실로 받는 반대급부의 제도적 보상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대계급은 경제의 주요 부가가치를 즐기는 주요 수혜자일 뿐만 아니라, 의회를 통하여 정부를 조정한다. 현재의 미국정치는 돈많은 후원자들이 해괴한 선거자금법을 이용하여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을 움직인다. 정치인들의 사무소는 민간 경매품이 되어 가장 고가의 응찰자에게 팔려 나간다. 이들 후원자들은 주로 월가와 금융기업에서 활동하는 자들이다.

2008년 이후 주식과 채권은 DJIA 평가기준으로 8,500에서 30,000 포인트로 급상승하였다. 이러한 상승은 소위 자유시장에 지나치게 제공된 중앙은행의 지원에 의해서 조작된 것이다. 양적완화를 시작하기 전의 주식가격은 지난 세기의 평균가격선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양적완화는 주식가격을 2019년 공황과 2000년의 버플을 뛰어넘어 상종가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코로나 사태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주식가격은 그린스펀 의장시절 이전의 가격보다 높이 형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를 버블이 아니라 기포의 수준으로 받아들이면서, 코로나 이후 실물경제가 극적으로 수축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대폭락없이 버티어 내기만을 기대하면서 정부는 금융분야에 지원을 계속하려는 낌새이다.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구를 살려야 하나? 하루의 고된 생활이 생계수단인 일반 시민들인가? 아니면 생계가 위축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호화생활을 즐기는 과두제의 수탈자들인가?

이런 모든 것이, 경제지대를 배제하고 불로소득을 고립시키려고, 가치이론을 중심으로 설계한 고전경제학자들에 의해 이미 설명된 것이다.

 

Hudson의 모순 : 재정, 가격 그리고 지대경제

FIRE영역과 실물경제를 구별하지 않고는, 자산-인플레와 상품가격-인플레를 일으키는 정부의 적자재정을 설명할 길이 없다.

여기에 일종의 모순이 존재한다. 은행의 신용은 담보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주로 부동산, 주식과 채권 등에 이루어지게 되고, 이런 자산에 투입되는 자금이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오면서, 우선 주택가격이 오르게 되고 뒤를 이어 금융증권이 뒤따른다. 주택가격이 오르면 주택을 사려는 매입자는 더욱 많은 대출액수를 일으켜야 한다. 이런 분야로 대출이 집중되면서 상품과 서비스에 지출할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

은행의 대출에서 오는 자산가격 인플레효과(자산효과)는 따라서 상품가격을 낮추는 충격을 주게 되는데 이는 대출비용 부담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살수 있는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은행대출의 디플레 효과는 불량채무를 발생시키고 이에 따라 중앙은행과 민간은행 간의 대출채권에 대한 스왑방식(실제 돈이 거래되는 않는다)을 통하여 정부는 은행을 구제하게 된다.

이는 위의 MV=PT라는 등식의 역방향에 해당하며,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과 무관하게 통화량만 늘리면 된다는 식이다. 이는 정부의 적자재정의 운용과 비교하여, 은행의 신용창출은 자산을 사들여 자신인플레를 일으킨다는 차이점을 분간하지 못하면서, 공공과 민간 분야 간에 이루어지는 과거의 통화이론과 새로운 MMT간의 구분을 인식하지 못하고, 생산과 소비라는 실물경제에 사용되는 임금과 수익을 FIRE 영역의 자산과 부채간에 이루어지는 거래로부터 분리시킬 필요성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은행 시스템에 내재하는 신용창출은 대출에 대한 이자라는 형태를 취한다. 이자를 지불하는 부채가 증가하면 할수록, 산업과 노동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줄어 든다. 그 결과 경제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부채디플레로 나타난다.

이를 다음과 같이 우화적으로 요약할 수 있다.

– 배고픈 사람에게 생선을 주면 하루를 먹일 수 있다.

– 생선을 잡는 법을 가르쳐 주면, 고객을 잃게 된다.

– 그러나 그에게 생선을 잡을 배와 어망에 사도록 이자증식의 자금을 빌려주면, 그는 자신이 잡은 모든 생선으로 당신에게 갚을 것이다. 당신은 부채라는 노예를 소유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미국에서 정부와 금융산업이 MMT를 빙자하여 일반시민들을 수탈하고 있는 모습이다.

 

출처 : Global Research Center, 2020.-04-28.

Michael Hudson

캔서스시에 있는 미주리 대학 연구교수이자 Bard 대학의 조세경제 연구소 연구원이다 부채탕감에 대한 여러 권의 저서가 있다. Dirk Bezemer, 네덜란드 Groningen 대학교수이다.

월, 2020/05/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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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주요 거리와 광장은 텅 비워가는 중에, 수많은 병원들은 혼잡과 고통 속에 빠져드는 것을 지켜 보노라면 가슴이 무너진다. COVID-19가 유럽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창궐하면서, 팬데믹 현상이 이후 세상을 바꿀 것이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대처를 할 것이지 결정하는 오늘의 선택에 미래가 달려있다.

우선 코로나바이러스를 세계 공동(일반)의 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물론 이는 물리적 전쟁은 아니지만 전쟁유사상황에 준하는 물자이동의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위기상황에는 본능적으로 위축되고 이기적으로 되기 싶다. 이러한 반작용은 이해를 할 수 있지만 바로 패배로 가는 길이다. 혼자 해결하려 들면 싸움은 길어질 수밖에 없고, 경제적 인명적 피해는 훨씬 커지게 된다. 적(敵)은 폐쇄된 자국주의를 자극하지만, 국경을 넘어선 협력을 통해서만 이를 격퇴시킬 수 있다.

선진국가들뿐만 아니라 취약한 국가군들과 이해가 충돌되었던 지역 간에도 팬데믹을 퇴치하기 위한 국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나는 이 점을 지난 G7 외교장관 모임과 주요한 국제회의 때마다 강조하였다. 유럽연합(EU)은 이러한 노력의 일부이자 주도하는 세력이 되어야 한다.

바로 지금이 연대라는 표현이 빈 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다행히 프랑스와 오스트리아가 마스크 수백만 장을 서로 교환하고 독일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환자를 자국 내 병원으로 수용하면서 이미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자국주의라는 조치를 넘어서서 국가간 연대로.

해당 책임부서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주요한 의료장비들의 공동구매가 용이해지고 경제촉진 구제정책에 함께 협력하고 외국에서 곤경에 빠진 국민들을 자국 내로 귀환시키는 영사활동의 협력이 이루어 지고 있다. 유럽의회에서 의결이 이루지면서, EU지도자들 간에 유럽단위의 위기관리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한 공동전략에 협력적 노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COVID-19는 국간 간에 또는 체계경쟁을 향한 전쟁이 아니다. 이미 팬데믹의 진행단계에 맞추어 유럽과 중국 그리고 기타 지역 간에 상호지원과 연대가 상호적으로 진행되어 오고 있다. 전염병이 발발되자 유럽은 중국을 지원하였고, 이제는 회복된 중국이 전세계에 의료자재와 의료진을 보내주고 있다. 지국적 연대와 협력의 귀중한 사례가 되고 있고 이를 규범화해야 한다.

COVID-19를 접근하는 한가지 선택은 이를 통해 역사를 변화시켜야 한다. 변화의 내용이 무엇이 될는지 아직 모르지만, 팬데믹이 주는 메시지와 결과에 대해 EU가 중국과 미국이 함께 공동적인 노력을 하도록 일치단결하여 목소리를 내야 한다. 상기 3개의 힘들이 함께 같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만 G20와 UN 역시 달라 질 수 있다.

단순히 정부간의 국제적 공조를 넘어서서, 과학자와 경제학자 그리고 정책입안자들 간에도 협력이 확산되어야 한다. 2008년 세계경제가 수직으로 추락하는 위기에서 구출하는데 G20의 협력이 핵심적 역할을 한 경험이 있다. 같은 선상(線上)에서 다시 한번 그리고 긴급하게 주요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이다.

국제적인 협력을 추진하는데 4가지 우선적 사항이 있다.

첫 째, 국제적인 공공선을 실행하기 위하여는 방역조치와 백신개발에 모든 자원을 공유해야 한다.  둘 째, 금융과 재정적 구제조치와 국제통상의 보호에 힘을 합하여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 해야 한다.  셋 째, 건강책임 당국이 긍정 신호를 보내면 닫혀진 국경들을 호혜적 방식으로 다시 개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음해적 정보를 퍼트리는 것을 차단하기 위하여 함께 노력해야 한다.

최근에 있었던 G20 회상회의에서 상기 사항들이 일반적 형식으로 언급되었으나, 정말로 필요한 것은 당장 그리고 수주 내에 다자적이고 구체적인 실행이 유지되고 충분할 만큼 추가되어야만 한다.

추가하여 아프리카에 특별히 중점을 두어야만 한다. 지난 2014-16 년간에 있었던 에볼라 출현으로 이미 경험이 축적되어 있기는 하지만, 전 대륙을 통하여 의료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 감염자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많은 빈곤 국가군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선택의 여지가 없이 비공식 경제를 통하여 하루하루를 연명해 가야만 한다. 이들 국가군에서는 상하수도 시설도 없는 상태에서 집단적인 캠프생활을 하기 때문에 손을 씻거나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전염병과 싸우기 위해서는 국가재정이 필요한데, 빈곤국가들은 재정에 대해 다음 3가지 자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 외국의 투자, 송금 그리고 관광인데. 그러나 모두 현재 상황에서 크게 타격을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투자자본은 안전지대로 신속히 흘러가 버렸고, 돈을 벌러 외국에 간 빈국의 노동자들은 실직을 당하여 본국으로 송금할 여력이 없다.

현재 세계적 규모의 불황에 직면하여 있는 가운데, 빈곤 국가들이 파탄 상황에 빠지게 하지 않으려면, 재정적 지원과 신용의 제공이 절실하다 – 그것도 매우 긴급하게. 국제금융기구와 (선진국)중앙은행 간의 협력만이 이를 풀어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반적으로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장기적인 대립을 피할 기회가 있다. 벌써 경쟁 국가들 간에 협력의 긍정적인 신호들이 오가고 있다. 심각하게 감염된 이란에 대해 적대적 이웃이었던 UAE와 쿠웨이트 등이 지원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누구라도 동시에 다자(면)적인 전쟁을 수행할 수는 없는 일이다. UN 사무총장이 촉구하였듯이, 현재의 위기를 평화를 회복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 동안 세계는 비협조적으로 위기의 상황을 맞이했고 경고의 신호를 무시했으며 대부분 국가들은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이제는 분명해 졌다 – 모두가 힘을 합치는 것만이 앞으로 전진하는 길이다.

 

출처 : Project Syndicate 2020

Josep Borrell

유럽연합 국제관계 및 안보정책의 책임자이자, 유럽연합 집행위의 부위원장

 

<보충칼럼>

국제적 문제는 국제적 해결을 요구한다- G20의 역할론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은 무엇보다 공중 보건 측면에서 비상사태이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정부가 질병을 억제하고자 극적인 조치를 취했음에도 바이러스는 급속도로 번지면서 국제경제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수요 감소, 공급망 교란, 불확실성 증가가 이어지면서 일자리 감소가 만연하고 회사가 폐업하고 기타 2차적 경제충격의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근대에 발생한 가장 엄청난 보건 및 경제의 위기임이 분명하다.

사회의 접촉망을 철저하게 차단하여 바이러스 전파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막을 수 있는지에 따라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의 영향력이 좌지우지될 것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조치가 행해지지 않는다면 사망자 및 확진자의 급격한 증가, 보건 시스템의 과부화, 기업의 정상 운영 불가능, 세계 경제의 심각한 결과가 초래할 것이다. 경제 성과와 보건(수명) 사이의 밀접한 상관 관계를 고려할 때 경제가 어려울수록 보건부문 또한 장기적으로 더욱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게 된다.

각국 정부가 대내 정책을 점차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동시에 국제적 차원 또한 경시해서는 안 된다. 만약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한다면 해외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국내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호주의 경제적 번영은 코로나-19의 지역적 확산뿐 아니라 무역 상대국 및 세계 경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달려 있다. 초연결 세계에서 이러한 점은 모든 국가에서 통용된다. 모든 국가는 다른 국가에서 시행된 효과적인 보건 및 경제 정책과 가능한 협력에 대해 불가피한 이해 관계를 갖는다.

G20 정상들은 이와 관련하여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일반종합행동계획’에 속히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 G7은 공동 대응을 논의하고자 비상 화상회의를 소집하고 있다. 이에 G20은 코로나-19의 국제적 대응을 위해 주된 역할을 담당하면서, 국제적 권한에 따른 국제적 대응을 통하여 폭넓은 회원국 (주요 선진국 및 주요 개발 도상국 모두 포함)을 포용해야 하며, 세계 금융위기의 성공적 극복에 기여하여야 한다.

G20 창설의 주요 추진국인 호주는 현재 G20 정책에 목소리를 낼 특별한 책임이 있다. 코로나-19 확산방지용 국제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집단간섭 및 안정적으로 세계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조정 정책 모두 G20 대책에 포함되어야 한다.

G20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필요한 세계적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와 의무가 있다. 코로나19는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고 국제 시장의 신뢰 상실과 변동성 증가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세계 금융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G20 정상들은 전 세계 기업, 시장, 시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증가하는 불확실성과 잠재적인 경제 혼란에 맞서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국가 간 조정 또는 협력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중국이 이탈리아에 보낸 의료 물품과 같은 쌍방의 계획을 통해 현재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발생을 약화시키며 인명 구조에 도움을 주고 있다. 더 많은 국가들이 함께 하면 더 많은 결과를 이뤄낼 수 있다. 국제적 협력을 통해 다른 국가와 함께 하면 국내에서 일어나는 어려운 상황을 더욱 쉽게 이겨낼 수 있다. 반대로 인종집단 및 노인계층을 차별하는 반사적인 대응은 다른 국가들이 위기에 대처하기 어렵게 만든다.

G20 정상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필수 의료물품 이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정방안에 합의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해당 방안에는 최소한 핵심요소 세 가지가 포함되어야 한다.

첫째로 G20 정상들은 필요한 모든 의약품, 의약품, 소독제, 비누 및 개인 보호 장비의 자유 유입에 대한 수출 금지 또는 제재를 풀어야 한다. 국제 팬데믹에서는 필수 장비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 세계 보건위기 동안 ‘근린궁핍화 (beggar-thy-neighbour)’ 정책에 의존하면 다른 국가에 경제적 어려움 이상으로 훨씬 큰 피해를 주어서 궁극적으로 자국에도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다.

둘째로 국가 정상들은 필요한 의약품의 가격을 낮춰야 한다. 이는 관세, 수입 쿼터 및 정부 부과 비용을 철폐함으로써 가능하다.

그리고 셋째로 정부는 최소한 세계 최빈국에서도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공보건을 위한 기금을 확대하거나 세계 보건 기구의 코로나-19 연대대응기금에 대한 사업, 자선 및 개인 기부를 장려함으로써 공공보건 재정의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

정부는 시민보호를 절대적으로 우선시해야 하면서 세계 정상들은 경제침체에서 벗어나 세계경제의 신뢰, 성장, 일자리를 복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행할 것임을 함께 다짐해야 한다. 세계 정상들이 타격을 받은 분야 및 중소기업에 공동으로 지원하겠다고 합의하면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신뢰가 구축되며 중요한 시기에 경제가 기능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방안에 대한 G20 정상들의 논의는 팬데믹에 대응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증진하고 코로나-19의 사회적,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할 것이다. 호주는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대응을 주도할 기회 및 책임을 지닌다.

위기를 각국이 개별적으로 대처하려 하면 보건 및 경제적 비용이 더욱 커질 뿐이다.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위기를 타개하려면 진정한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바로 G20라는 조직을 통해서 가장 효과적이고 합법적인 방안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들의 정상들은 지체하지 말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출처 : 동아시아포럼(East Asia Forum), ANU. 2020/03/19.

존 WH 덴톤

파리에 기반을 둔 국제상업회의소 (ICC) 사무총장 그리고 피터 드리즈데일, 호주 국립대(ANU) 공공정책학교 부설 동아시아경제연구소 소장이자 명예교수

 

목, 2020/04/2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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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업체들이 수지의 타산을 따져야 할 시점이다. 에너지 수요의 축소와 코로나사태의 봉쇄로 인해 발생한 역사적인 사태에 직격탄(perfect storm)을 맞고 있으면서 주요 산유국들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산유량의 축소에 합의를 해야 하는 상황인 반면에, 사우디와 러시아는 오히려 가격을 낮추려고 추가적인 생산량의 조치를 통해 원유를 시장에 퍼붓고 있다.

지난 3월 초, 러시아가 사우디의 석유감축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자, 사우디는 자신의 동맹들과 연합하여 러시아와 가격전쟁을 촉발하였다. 이후 원유가격은 폭락을 거듭하였고, 4월 20일은 서부텍사스 원유(WTI)값이 배럴당 -37.6달러를 기록하는 재앙의 날이 되었다. 이는 1983년 미국상품교환시장이 원유를 선물로 취급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셰일가스 생산업체들은, 축출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까닭에, WTI의 배럴당 원유가격이 40-45불을 유지하여야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에 사우디는 세계에서 생산원가가 가장 저렴하여 배럴당 8.98달러 수준이고, 러시아는 19.21달러이면 생산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같이 세계적인 불황의 경제환경 속에서 미국의 세일가스 업체들이 생산을 지속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지급하고 기본생산비용을 감당하려면 유동자금이 곧 고갈될 것이다.

이러한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으며, WTI가격이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형성되면, 내년에 약 100여 개의 업체들이 파산을 신청하게 될 것이다. 3월에서 오는 5월 사이에 미국 원유의 일간생산량은 127백만 배럴에서 119백만 배럴로 8십만 배럴의 축소를 가져올 것이다.

실제로는 이미 수 년 전부터 미국의 셰일가스산업의 전성기는 지나가고 있었다. 미국의 오일 붐의 중심지인 서부 텍사주의 Permian Basin은 가장 저렴한 유전지대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조차 문제가 터져 나오기 직전이다. 이미 과다한 부채에 시달리고 시장에서 가격이 내려가자, 돈줄인 은행들이 대출을 차단하면서 해당 산업은 역사적인 파산에 직면하고 있다.

4월초 G20에서 논의되었듯이 주요 산유국들은 세계적 공급량을 10% 줄이는 거래를 정착시키려고 노력하였다. 이는 석유산업의 주요 업자들이 가격을 올리자는 것에 합의하고 부과된 의무를 실행할 때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해당 업자들의 이해와 생산능력이 천차만별한 가운데 미국의 산유업자들의 차이가 특히 심하다. 감축합의라는 거래는 너무나 하찮은 것이었고 너무나 늦게 진행되었다.

원유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미국의 개별 생산업체들이 파산에 직면하면서 에너지의 자급이라는 미국의 꿈이 갑자기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 그간 셰일가스의 붐으로 일간 생산량이 17.9백만 배럴까지 높아져 세계최대의 원유생산량을 보였던 미국은 2020년 말이 되면 생산량이 2-3백만 배럴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에너지담당 장관 Dan Brouillette은 예측한다.

2014 년에 이미 셰일가스 산업을 봉쇄하려고 시도를 했다가 실패한 사우디의 경험으로 사우디와 러시아는 미국이 석유산업에 무임승차하는 것을 유례없이 허용하고 말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트럼프가 사우디에게 생산량을 줄이도록 요청하고 연방상원이 사우디 왕국에게 온갖 위협을 가한다 하더라고, 미국 내 생산량은 당분간 지속적으로 축소될 것이다.

에너지 자급의 목표가 멀어져 가면서, 미국은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석유에 의존하며 대량의 원유을 뿜어내는 국가들을 한편에서는 달래가며 한편에서는 협력과 편이를 제공하여야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사우디는 새로운 매장량의 발견으로 석유시장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국가이다. 결국 매우 취약해진 미국 석유산업의 미래는 사우디 왕국의 석유정책에 달려 있다. 새롭게 전개되는 환경 속에서, 미국은 에너지의 자급 대신에 상호의존이라는 새로운 현실에 대응하는 외교 및 경제정책으로 선회하도록 강요를 받을 것이다.

 

Nawaf Obaid

2002-2015 년간 사우디 정부의 고문을 역임했으며, 2012-2018년간 하버드대학의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The Failure of the Muslim Brotherhood in the Arab World” 의 저자이기도 하다.

수, 2020/05/0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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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극산 첫 LNG 수출

북극권에서 액화천연가스(LNG)가 생산되는 시대가 열렸다.

2017년 12월 8일. 러시아 서부 시베리아 야말반도에 세운 야말 LNG 기지에서 사상 첫 북극산 LNG가 생산됐다. 2014년 4월 시작된 ‘야말 LNG 프로젝트’가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야말 프로젝트’란 러시아 시베리아 최북단 야말반도에 매장된 약 1조2500㎥의 천연가스전을 개발, 연간 1650만 톤의 LNG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야말반도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러시아 전체의 80%, 전세계의 17%에 해당한다. 이 지역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9260억 세제곱미터로, 향후 30년 동안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야말 가스전

한국 돈으로 30조 원 가량이 투입된 대단위 국책 사업이다. 러시아 최대 민영 가스회사인 노바텍(Novatek), 프랑스 토탈(Total), 중국 석유천연가스공사 (CNPC: China National Petroleum Corporation) 등 세계 유수 기업이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도 관심을 쏟고 있다.

지분 구성은 노바텍 50.1%, 프랑스 토탈 20%, 중국의 CNPC 20%, 중국 실크로드 기금의 합작 법인 JSC Yamal LNG가 9.9%으로 돼 있다. 야말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첫 트레인은 2017년 12월 5일 가동을 시작했으며 8일 17만 큐빅미터의 LNG를 처음으로 선적했다.

야말의 연간 가스 생산량은 우리나라가 사할린-2 프로젝트에서 들여오는 연평균 LNG 도입량(150만t)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천연가스 추정 매장량도 1조2500억㎥ 정도로, 이는 우리나라가 60년 가까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첫 LNG를 선적한 배

2017년 12월 8일. 야말반도 사베타 항구에서는 북극산 첫 LNG가 운반선박에 선적되는 역사적 순간을 축하하는 성대한 기념식이 열렸다. 푸틴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선적 버튼을 눌렀다. 푸틴은 축사를 통해 “우리는 이제 북극 항로를 개발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에 직면했다”라고 강조했다. 필자는 영하 30도의 강추위 속에서 현장을 취재했다.

사실 야말반도를 찾은 것은 이때가 2번째였다. 2016년 5월에도 야말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을 취재했었다. 2016년엔 65%의 공정율을 보이고 있었다. 2번의 취재를 통해 북극권에서 LNG를 생산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 대략적인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위성사진 /야말반도 사베타

북위 71도. 시베리아 야말-네네츠 자치구에 있는 야말반도. 일년에 7,8월 두달을 제외하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툰드라 지대.

영하 60도까지 내려가고 한여름에도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극한지대다. 야말 LNG 생산기지는 가장 북쪽에 위치한 천연가스 생산지역이다. 발 밑을 파내면 곧바로 영구동토층이 나온다. 깊이는 340 미터에 이르고 영하 4도를 유지한다. 그 위로 거대한 LNG 생산시설이 들어선 것이다.

수백미터 지하에서 뽑아올린 천연가스를 보관하는 초대형 LNG 저장 탱크는 높이 52미터, 직경 80미터에 달한다. 이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얼음 밑으로 수백개의 파일을 박았는데, 이 중엔 ‘열 안정기’도 있다. 열 안정기의 역할은 냉장고랑 같아서 영구동토층이 녹지 않도록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다.

마나코프 야말 프로젝트 제1 부감독은 이런 극한의 장소에 생산기지를 세움으로써 2가지 이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생산기지가 가스전 바로 근처에 위치하기 때문에 운송비가 덜 든다는 것이다. 둘째는, 영하 50~60의 낮은 온도가 생산성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낮은 기온 때문에 천연가스가 더 쉽게 액화되면서 10%의 비용 절감이 되고, 더 많은 LNG를 생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1) 야말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 러시아의 LNG 수출 확대 전략

러시아 천연가스 수출의 패러다임 즉, 파이프 라인(PNG) 중심에서 LNG로 변화를 모색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스를 수출했고 LNG는 사할린-II에서만 생산했었는데, 생산라인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셈이다. 크림병합 등으로 우크라이나와 갈등 관계이면서도 유럽으로 가는 파이프 라인이 여전히 가동중이고, 독일 등 북쪽으로 가는 다른 파이프 라인들도 많다. 러시아는 이제 기존 유럽 중심의 PNG 수출과 함께 LNG 확대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천연가스 수요를 노린 것이다. 에너지 조사회사인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30년 세계 LNG 수요는 2016년보다 86% 증가한 4억 79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석탄화력에서 가스 화력으로 급격히 이동중이다. 미켈슨 노바텍 사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까지 아시아 LNG 시장의 증가율이 73% 정도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사베타 공항

특히 재미난 것은 야말반도 건너편 기단반도에 또다른 LNG 생산기지인 ‘북극-2 LNG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라는 점이다. 야말 프로젝트의 성공에 힘입은 노바텍이 2022년쯤 생산을 목표로 야심차게 추진중인데, 북극-2의 최대 목표 생산량은 연간 7000만 톤에 이른다. 이는 LNG 수출량을 대폭 늘리고 있는 미국의 10년 뒤 총생산량인 6200만 톤을 능가하는 규모다.

개발에 예상되는 자금은 1100억 달러(우리돈 119조 원). 천문학적인 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노바텍은 LNG 의존도가 높은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게 적극적으로 투자 제안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 19% 정도인 LNG 발전 비중을 2030년엔 37%까지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누가 가장 싸게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느냐가 관건인데 호주산과 미국산 LNG는 비싼 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러시아가 2040년까지 미국.아프리카 국가들과 함께 LNG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EA는 보고서에서 “현재 전세계 LNG 수출의 약 60%를 카타르와 호주가 맡고 있다. 하지만 2040년까지는 미국과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이 LNG 수출을 약 900억 입방미터 늘릴 것으로 예상되며 러시아도 600억 입방미터를 더 수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들 3대 공급원이 전세계 LNG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23%에서 2040년까지는 40%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북극 가스전 개발

잠재된 방대한 러시아 북극해 천연가스전 개발 촉발했다는 것. 러시아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야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야말 LNG’는 러시아와 프랑스.중국의 다자간 협력체계이다. 프랑스가 20%, 중국 지분은 29.9%나 된다.

실제로 야말 LNG사에 초기 주요 보직에 프랑스 토탈사의 파견자와 프랑스 LNG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었다고 한다.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대러 제재가 시작되면서 야말 프로젝트는 좌초 위기에 몰렸으나 이들 지원자들 덕분에 살아났다.

최초 쇄빙 LNG 선박

최초의 북극산 LNG를 운반한 선박은 세계 최초의 ‘쇄빙 LNG’인데 선박의 명칭이 ‘크리스토프 드 마르제리’이다. 이름이 함축하는 의미가 크다. 이 선박의 이름은 다름아닌 2014년 모스크바에서 사고로 숨진 프랑스 토탈사 CEO의 이름을 딴 것이다. 마르제리는 생전에 서방의 대러 제재 조치가 불공정하고 비생산적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고, 야말 프로젝트의 성공을 이끄는데 중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또 야말 프로젝트에 쓰일 ‘쇄빙 LNG 운반선’ 15척을 우리 기업이 수주했었는데 그 중 14척에 중국 금융권이 돈을 댔고, 러시아 금융권은 단 한척만 돈을 댔다고 한다. 당시 대러 제재 때문에 서방 금융권은 개점휴업 상태였다고 한다.

 

Ⓒ 북극 항로 재발견

그 동안 비현실적이라고 여겼던 쇄빙 LNG를 이용한 북극해 자원(Gas)의 수출 현실화, 그리고 북극항로의 상업운항 가치를 재발견했다는 것이다.

북극 항로는 일년에 절반 이상 두꺼운 얼음에 덮혀 있어 통상 얼음을 깨는 쇄빙선이 앞장 서고 그 뒤를 LNG 운반선이 따라가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경제성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야말 LNG를 북극해를 통해 운반하려면 쇄빙기능과 LNG 운반 기능을 동시에 갖춘 선박이 필요했는데 한국의 대우조선해양이 이 갈증을 해결해줬다. 대우조선해양이 만든 ‘아크(ARC)-7’급 쇄빙LNG선은 스스로 얼음을 깨면서 나가는 LNG 운반선이다. 길이 299m, 폭 50m로 우리 나라 전체가 이틀간 사용할 수 있는 17만3,600㎥의 LNG를 싣고 최대 2.1m 두께의 얼음을 깨며 항해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LNG 쇄빙선 15척은 총 48억 달러(약 5조 원) 규모다. 이 LNG 쇄빙선들은 야말 반도 사베타(Sabetta)항에서 북극항로를 통해 중국 등의 아시아와 북유럽 지역으로 LNG를 운송하게 된다.

 

2) 철제 상자 같은 버스

야말 LNG 생산 기지 근처에는 사베타 항구와 사베타 공항이 있다. 모두 생산된 LNG 운반과 기지 종사자들을 위한 기반시설인 셈이다. 일년 내내 영하권을 맴도는 기후 때문에 운송수단도 독특했다.

야말의 버스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버스라는게 꼭 직사각형 철제 상자를 대형 트럭 위에 얹어 놓은 모양새다. 눈과 얼음으로 덮힌 도로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트럭의 하상이 매우 높다. 즉 높이 2미터쯤 되는 계단을 올라서 철제 상자에 타야 하는 것이다. 날씨가 추우니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장갑을 껴서 몸이 둔한데다 이렇게 높이 오르내려야 하니 버스 몇 번 타고 나면 기진맥진해질 지경이었다.

또 북극 지역은 해를 보기 힘들다. 해가 떠봐야 오전 10시반 정도에 뿌옇게 밝아지다 2시간 뒤에 곧바로 다시 어두워진다. 낮 시간이 2시간 정도 밖에 안되는 것이다. 하루 종일 어둠이 지속된다. 그런데 이게 거의 일년 내내 지속된다. 우울증이 안 걸리는게 이상할 정도다.

하늘을 향해 뻗는 광선그 와중에 기지 한복판에서 하늘을 향해 일직선으로 쭉 뻗어 올라가는 흰 광선이 목격됐다. 무엇인가 했더니 가스를 태우는 것이란다. LNG 생산할 때 생기는 안 좋은 가스를 빼고 태워버리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가스를 태울 때 빛과 뜨거운 공기가 생기는데 날씨가 너무 춥고 공기가 너무 맑아서 그렇게 뚜럿하게 잘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2) 북극 개발

북극 개발은 러시아 국가 발전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축이 되었다. 막대한 규모의 지하자원이 존재하고 세계 물류의 중심을 현재의 남부에서 북부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점, 지구상 마지막 남은 청정 식수원 등의 잠재력 때문이다.

러시아는 북극 지방 영토의 약 40%를 점유하고 있는데 이 지역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은 전체 러시아 인구의 약 2%이며 GDP는 전체 GDP의 약 10% 수준이다. 러시아 전체 니켈과 코발트 생산량의 95%가 북극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가스는 80%, 구리는 60%, 중정석 및 인회석은 100%, 해산물은 15%가 북극 지역에서 개발, 생산되고 있다.

미국 지질학자들의 조사 결과를 보면, 러시아, 노르웨이, 그린란드, 미국 및 캐나다에 매장돼 있는 천연가스의 90% 이상이 러시아 북극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또 세계 니켈 매장량의 약 10%, 백금류 금속 매장량의 약 19%, 아연 매장량의 3% 이상이 북극에 매장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는 19세기 즈음 기온이 비교적 온화한 무르만스크와 아르한겔스크 등에서 북극 개발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북극 산업화는 1930년대 보르쿠타 지역의 석탄 채굴, 노릴스크 지역의 비철금속 채굴, 그리고 북극의 동서를 잇는 고속도로 건설을 통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13년 러시아 북극지역 개발 전략을 승인했다. 러시아 정부는 2025년 러시아 극지방 사회경제 개발 정책 추진을 위해 150개 프로젝트를 지정하고 앞으로 몇 년 동안 5조 루블을 투자할 계획이다. 5조 루블 중 1조 루블은 정부 예산으로 지원되며, 4조 루블은 외부 투자 등에 의해 조달될 계획이다.

 

(3) 북극 개발 각축전

지구상 마지막 남은 자원의 보고, 북극을 둘러싸고 주변 나라들의 개발경쟁이 치열하다. 그 중에서도 러시아가 쇄빙선을 앞세운 자원 개발이나 군사 기지 건설 등 북극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이다.

쇄빙선

북극은 연중 얼어있는 얼음 바다인데다 얼음의 두께도 2~5미터에 달해서, 북극 개발에는 얼음을 깨고 나가는 배, 쇄빙선이 필수적인 도구이다. 러시아는 36척의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 유일의 원자력 쇄빙선단도 4척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쇄빙 LNG 선박까지 도입했다.

또 캐나다, 미국과 독일이 이미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중국과 일본도 경쟁적으로 쇄빙선을 건조하고 있다.

2017년 4월 러시아는 북극에 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기지도 건설했다.

북위 82도의 알렉산드라랜드 섬에서 러시아 국기처럼 하얀색과 파란색, 빨간색 칠을 한 건물들을 지었는데 만 4천 제곱미터 부지에 150명을 수용할 수 있고 전투기도 배치할 수 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이 기지를 전격 방문해 빙하 지역에서 망치로 얼음을 깨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그나마 행동의 제약을 받지 않는 북극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왔다. 국제전략연구소의 히더 콘리 박사는 “푸틴에게 북극은 러시아 위신의 프로젝트이다. 북극에 러시아 국기를 게양할 수 있고 군 기지를 건설할 수 있고 자연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고 평가했다.

2014년까지만 해도 러시아는 북극 자원을 채굴할 기술이 없었지만, 몇년 만에 수평시추법 등을 자체 개발해, 북극 지하 5천 미터의 원유를 채취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러시아의 GDP, 국내총생산의 5% 정도가 북극에서 나오고 있다.

주변국들도 북극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데, 1982년 채택된 유엔 해양법 협약은 북극해에 대한 개별 국가의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극해와 인접한 러시아와 미국, 캐나다,노르웨이, 그린란드 등 5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만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러시아와 캐나다 등이 자국의 해양영토 확장을 위한 대륙붕 연장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알래스카, 러시아는 북동항로, 노르웨이.덴마크는 북서항로를 중심으로 군사 기지를 늘려가고 있는데 이는 북극해에 대한 ‘실효적 지배 모색 차원’으로 풀이된다.

1987년 ‘북극권 개방 선언’으로 세계 각국의 북극권 진출 가능성이 열렸지만, 실제로는 연안국들의 주권 행사가 강하게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1996년 캐나다 주도로 러시아, 미국, 스웨덴, 덴마크 등 북극권 8개 나라가 창설한 정부간 협의체 ‘북극 이사회’가 기후 변화 문제와 석유ㆍ가스 등 자원 개발과 북극 항로 등 북극 관련 모든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 중국, 일본이 새롭게 옵저버 국가로 참가하면서, 북극 자원개발에 대한 투자와 쇄빙선 건조 등 실질적인 북극 파트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북극 곰

한편으로는 무분별한 북극 난개발에 대한 환경보호론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북극개발은 역설적으로 지구온난화, 즉 빙하가 녹으면서 가능하게 된 일이다. 따라서 쇄빙선이 다니면서 개발이 본격화되면, 온난화가 더욱 가속화될 거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 북극에서의 유전개발이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유전개발 과정에서 수백톤 이상의 메탄가스가 방출되고 중금속, 산성화, 오존층 파괴 등 환경오염이 가중될 우려도 높고, 이런 이유로 북극 동식물 생태계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화, 2020/02/1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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