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실계곡이 생태경관보전지역이고, 생태계를 원상태로 보전할 의무가 있음에도 주변의 사유지 그리고 준보전지역들은 합당한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합니다. 사유지문제는 생태계보호지역을 둘러싼 문제중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사유재산이라 하더라도 토지의 강한 공공성에 의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닐겁니다.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 중간에 이상한 게 보여서 올라왔습니다. 왼편에 보이시나요? 웬 허연 나무들이 줄지어 심겨져 있는데 조팝나무입니다. 지난번에 단풍나무를 엄청나게 식재 한 것에 이어서 조팝나무를 심어놨네요. 생태경관보전지역의 원래 생태계를 보전하는 데는 신경을 안 쓰나 봅니다. 조경수로 계곡을 도배할 셈인가 보군요.
그리고 현통사 자락에서 발견한 건데, 작년에 식재 한 어린 단풍나무 가지 치기를 최근 진행한 것 같습니다. 수형을 잡아 건강하게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지치기를 한다지만, 정말 그럴까요? 아무리 어린 나무라고 해도 이렇게 굵은 가지를 베어버리면 썩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겁니다.
이를 증명하듯 잘린 절단면 위로 까맣게 무언가가 썩어들어가는 것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계곡의 생태계와 전혀 상관없는 조경수를 식재하더니, 이 나무가 여기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마구잡이식으로 관리하고 있군요. 죽어버리면 다시 또 심으면 된다는 식인 걸까요? 우리나라 생태계보호지역의 현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듯해 씁쓸하단 생각이 듭니다.
지난해 12월 11일, 정부는 미국과 제201차 주한미군지위협정 합동위원회를 열고 한남공원 부지를 포함한 미군 기지 12개소를 반환받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에 반환된 미군 기지 중 서울에 위치한 기지는 모두 6개소입니다. 서울 중구의 극동공병단과 용산의 캠프 킴 등 산재부지뿐만 아니라 본체부지인 사우스포스트의 2개 시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합동위원회는 최초로 용산미군기지 반환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사실상 반쪽짜리에 불과합니다. 미군 기지 내부의 오염 정화 비용 부담 등에 대해서는 반환 이후 협상해나가기로 했거든요.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덧붙이자면, 미군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반환된 주한미군기지의 오염 정화 비용을 부담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선반환 후협상이라는 이번 합동위원회의 결과는, 기지 오염에 대한 미군의 책임을 사실상 우리나라 정부에서 지겠다고 한 것이나 다름없단 겁니다.
최근 서울환경연합이 입수한 용산미군기지 일부 구역의 환경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용산 기지 내 환경오염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특히 공공 주택 건설이 예정된 캠프 킴의 경우, 주택이 건설될 경우 거주자가 100분의 2의 확률로 암에 걸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환경부의 ‘토양오염물질 위해성 평가 지침’에 따르면 허용 가능한 발암 위해도의 기준은 ‘100만 분의 1’에서 ’10만 분의 1’입니다. 캠프 킴의 발암 위해도는 현재 ‘100분의 2’에 달하고 있습니다. 즉 기준치보다도 2000배 더 심각한 상황인 겁니다.
이런 캠프 킴의 이야기는 한남공원 부지인 니블로배럭스와도 닮았습니다. 캠프 킴이 1952년부터 미군에게 공여되었던 것처럼, 한남공원 부지도 1951년부터 미군에게 점용되어 사용됐습니다. 캠프 킴이 미군의 차량 정비소로 사용됐던 것처럼, 한남공원 부지도 주한미군과 그 가족들의 부대시설로 사용되기 전까지는 미사일 부대가 주둔하거나 병장기를 주둔시키는 기지로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한남공원 부지의 오염이 얼마나 심각할지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환경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남공원 부지는 미사일 부대가 떠난 이후부터 주한미군과 그 가족들을 위한 부대시설, 주로 스포츠 필드로서 이용되어 왔습니다. 미군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던 곳이기에 오염이 덜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과거 군 장비가 보관되고 주둔됐던 것을 생각할 때 결코 안심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현재 한남공원 부지는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상황입니다. 환경조사를 하는 것도, 조사 이후 결과를 발표하는 것도 모두 가능합니다. 이제 안전하고 깨끗한 생활권 공원을 만들기 위해 한남공원 부지에 대한 신속한 환경 조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다가오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에게 한남공원 조성에 대한 종합적인 질의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모아 발표하고자 합니다. 다가오는 4월, 서울환경연합이 전해드릴 한남공원의 소식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1년간 서울의 행정을 책임질 시장을 뽑는 선거가 코앞입니다. 지난 4월 2일과 3일, 이틀에 걸쳐 사전투표가 진행되었고 다가오는 7일에는 본 투표가 진행되지요.
2021 재보궐선거 개요 네이버 선거 정보 화면 중 갈무리
지난 3월부터 시민사회에서는 서울시장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내용의 질의를 진행했습니다. 서울환경연합에서도 기후환경분야 정책질의에 이어 한남공원 지키기 시민모임과 함께 한남공원에 대한 질의를 진행하였는데요. 오늘은 한남공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짚어보고, 서울환경연합이 질의를 통해 받은 후보자들의 답변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질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간략한 설명에 앞서 한남공원의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싶으시다면 아래의 링크를 참조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1940년 3월 12일, 조선총독부 고시 제208호를 통해 처음으로 결정된 한남공원은 81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공원이 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비운의 도시공원입니다. 당시 최대의 시가지였던 용산 일대에 공공녹지의 필요성이 제기되며 계획되었음에도 아직까지도 공원이 되지 못한 데에는 한남공원 부지가 과거부터 외세에게 점용되어 왔다는 배경이 있죠.
일제의 기마부대가 주둔하던 병참지였던 한남공원 부지는 해방 이후 미군의 임시 주둔지로서 사용되다 1951년부터 ‘니블로배럭스 캠프’라는 이름으로 점용되었습니다. 이 니블로배럭스 캠프는 미군의 미사일 부대가 주둔하거나, 군 장비를 보관하는 기지로서 사용되다가, 1980년대에 들어서며부터 미군과 그 가족들을 위한 부대시설이 되며 ‘한남빌리지’라는 이름으로 불려왔습니다.
니블로배럭스 캠프, 그러니까 한남공원 부지는 용산미군기지의 이전이 본격화된 2014년부터 사용되지 않는 공지로 있어왔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도시공원일몰제로 인한 자동실효의 위기를 겪기도 했죠(민간에게 고급 주거시설로 개발될 뻔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2019년부터 한남공원 지키기 시민모임이 결성되었고, 서울환경연합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며 지난 2020년 6월 25일 서울시 주체의 도시계획시설(공원) 조성 사업 실시 계획 인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바 있습니다.
한남공원에 대한 실시 계획 인가는 한 세기에 가깝게 금단의 땅으로서 존재해온 땅을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되찾았다는 것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시 계획 인가가 고시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아직까지도 한남공원을 본격적으로 조성하기 위한 예산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죠.
이에 서울환경연합과 한남공원 지키기 시민모임은 한남공원 조성을 위한 예산 계획, 조성 과정과 운영 과정에서의 시민참여 보장 등을 주제로 기호 1번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기호 2번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질의했습니다.
지난 3월 29일 질의서를 발송하며 4월 2일(금)까지 답변을 요청했지만, 아쉽게도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측은 서울환경연합과 한남공원 지키기 시민모임의 질의에 어떠한 답변도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아쉽게도 두 후보의 답변을 모두 소개해 드릴 수 없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질의 1> 후보자께서는 도심 속 생활권 공공녹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서울시장으로 당선된다면 생활권 그린인프라로서 뛰어난 잠재력을 지닌 한남공원 조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실 것인지 질의합니다. 한남공원 토지 보상을 위한 예산 마련 안을 포함하여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자 기후 변화와 기후 위기, 미세 먼지가 극성을 부리는 계절이면 도심속의 그린 녹지나 근린 생활 공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에는 약 377개의 근린 생활 공원이 있어 각 지역별로 생활 단위별로 주민들에게 건강한 활동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정서적 안정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용산구는 다른 구청과는 달리 근린 생활 공원의 갯수가 6개에 463,318(㎡) 의 면적을 가지고 있어 다른 구청보다도 그 평균수(15개)나 면적도 평균(1,160,773㎡)의 1/2 이하로 공원 부지가 매우 협소한 편입니다. 이런 환경을 개선하고 미군 용산기지의 산재 부지로 사용되었던 부지를 근린 생활 공원으로 조성하여 주민의 품으로 돌려드리는게 맞다고 봅니다. 이는 용산구내에 거주하는 시민들 일상의 소소한 행복추구권과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즐기고 감상하면서 힐링할 권리에도 부합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남공원 부지 토지 보상을 위한 예산 마련은 구청의 행정 절차 및 시의회의 의결을 거쳐서 합리적인 선에서 추진하도록 할 것입니다. 금번 한남공원의 경우 기본 계획 수립 과정에 있으므로 제가 시장이 되면 근린 생활공원은 주민과 함께하는 힐링과 생활 공간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한다는 기본 철학과 정책 방향으로 자치구의 노력과 더불어 서울시 본청에서도 예산을 지원하는 등 토지보상 등에 국비. 시비 지원 등을 아끼지 않고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
<질의 2> 한남공원의 부지는 ‘니블로배럭스’라는 이름으로 80년간 미군에게 점용되어 왔습니다. 미군이 점용하기 시작한 1951년부터 미군과 그 가족들을 위한 부대시설로 활용되기 시작한 1980년대 이전까지 니블로배럭스 캠프는 미군의 미사일부대가 주둔하거나 군장비를 보관하는 용지로서 사용되었던 만큼 환경오염 사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후보자께서는 서울시장으로 당선될 경우 한남공원 조성을 위해 필요한 오염정화 과정을 어떻게 진행하실 건지 질의합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자 그동안 미군이 사용하였던 캠프나 군사 시설 지역내의 토양 오염과 환경 유해물질, 침출수 유출 등이 사회적 문제나 외교적 문제로도 비화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의 용산구내 미군 사용부지도 환경 오염이나 토양 오염 등에 대한 정밀 조사를 환경부의 관련 기준이나 유해 물질 처리 기준에 근거하여 조사할 계획입니다.
공정하고도 객관적인 조사와 실험, 분석을 위하여 국가 공인 인증된 공공 기관이나 연구소, 대학실험실 등과 공동으로 수행한 후에 언론이나 전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표할 계획입니다. 또한 만일에 공원 부지내의 일정 부분이 환경 오염이 되었다면 환경 질을 개선하고 정상 상태로 회복시키는 대책을 수립하여 모니터링하고 그 환경 위해성이 없다고 판명된 후에 사용하는 방안으로 적극 검토, 추진할 것입니다.
<질의 3> 서울시에는 도시공원부터 생태계보호지역까지 다양한 그린인프라가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그린인프라들이 지역의 생태계와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 없이 조성/운영 되며 시설 유지를 위해 지속적인 추가 비용이 소요되는 경우들이 있는데요. 서울환경연합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시민참여 위주의 그린인프라 관리 방안을 제안드렸던 바 있습니다. 후보자께선 서울시장 당선시 한남공원의 조성과정과 향후 운영과정에서 충분한 주민참여를 보장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답변 바랍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자 서울환경운동연합에서 제안하신 시민이 참여하는 그린인프라 관리 방안을 구청 행정에 의견 수렴하는 제도는 시민이 원하는 것을 실제 계획에 반영하여 완성시키는 방법으로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추후 이러한 내용이 행정에 반영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연구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용산구 내의 모든 시설이나 공공 용지 등은 시민이 주인이고 시민들의 일상 생활과 직접적이고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시민들께선 언제라도 주민 의견을 모아서 관할 구청 담당 부서에 제안을 하고 건의를 하면 주민공청회 등이나 의견 수렴 등의 객관화, 합법화 과정을 거쳐서 한남공원의 조성 과정과 향후 운영 과정까지도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형태로 진행될 것입니다. 이것이 시민이 정책에 참여하는 플랫폼을 확대하고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토지보상 문제부터 공원 조성에 필요한 각종 부대 시설의 설치나 종류, 이용 가능성 등 기본 계획 수립에서부터 충분한 주민 참여가 필요하고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여야만 예산낭비 없이 적절하게 쓰이고 시민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들에 대한 최대의 효과가 나올 것으로 판단합니다. 이것이 선도적인 민관거버넌스의 모범 사례가 될 거라고 봅니다.
<질의 4> 한남공원 부지의 오염이 정화된 이후에도 실질적으로 공원이 조성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녹지를 비롯한 생활권 그린인프라가 부족한 한남공원 일대의 주민들을 위해 공원이 조성되기 전까지 공원부지를 열린 공간(공동 텃밭 등)으로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자 기본적으로 유휴 공간을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대상 부지를 평가하는 기본적인 환경영향평가나 적합성 등에 대한 검토나 조사를 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전문가나 해당팀과 서울시내 대학이나 연구소에 조사 용역을 공동 의뢰하여 그 결과의 공정성, 전문성, 객관성을 담보할 생각입니다.
공원이 조성되기 전까지는 일정 기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유휴 기간에는 인근 주민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주말 농장이나 텃밭으로(3평〜5평 규모) 이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연구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 생각됩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자 답변 없음.
한남공원은 공원으로 조성했을 때의 잠재력이 굉장히 높은 곳입니다. 산지형 공원이 대부분인 서울에서 흔치 않은 평지형 녹지일 뿐 아니라, 남산과 한강을 잇는 생태축의 한가운데 있는 땅이기 때문입니다.
적응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기후위기의 시대, 한남공원과 같은 생활권의 그린 인프라를 확장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시민들의 건강과 도시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되찾기 위해, 서울환경연합은 한남공원을 비롯한 생활권 녹지를 확대하는데 함께 하겠습니다.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겠다며, 보행환경을 쾌적하게 개선하겠다며, 보행친화적인 도시를 만들겠다면서 보행친화 요소인 가로수를 베어내는 행정의 태도에 의문이 생겼습니다. 서울환경연합은 “가로수길 가로수들은 과연 안녕할까?”라는 물음을 가지고 신사동을 찾았던 2021년 3월 2일 이후, 매월 1회씩 신사동 가로수길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강전정된 가로수는 계절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들이 말하는 걷기 좋은 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5월 20일(목), 한 달 만에 신사동 가로수길 모니터링에 나섰습니다. 신사역 8번 출구에서 200m쯤 걸어갔을까, 가로수길로 들어가는 길목 앞에 서서 잎사귀에 가려진 은행나무의 절단면을 바라봅니다. 벌써 3번째 방문이니만큼 시각적인 충격은 덜해졌지만 여전히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얼마 전까지 보도용 블록으로 포장돼있던 길 위로 ‘임시포장’이라는 글씨와 함께 아스팔트가 깔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임시포장이 시작된 것은 지난달에도 확인했었지만, 이번 달에 확인하니 더 많은 구간이 아스팔트로 포장돼있었습니다. 올해 11월 30일까지 진행될 예정인 보행환경 개선 공사의 일환입니다.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가로수의 행렬이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가로수는 도시에 대표적인 그린 인프라 중 하나입니다. 시민들의 정서함양과 보행 편의 개선, 생물 다양성 증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로수가 양옆으로 심어져 산책 등에 좋은 환경이 갖춰진 길을 우리는 가로수길이라고 부릅니다. 신사동 가로수길은 우리나라의 가로수길 중 가장 유명하고, 어쩌면 상징적이기도 한 길입니다. 이런 신사동 가로수길 은행나무의 상태를 통해 우리나라 가로수들의 관리 실태가 어떠한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앞서 신림선 경전철 공사 현장에서 보았듯이, 호흡기 센터가 들어서면 일대의 나무들이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옛날부터 자리 잡고 살아온 나무들은 이번에도 작업 편의와 경제성을 이유로 베어지고 옮겨지겠죠.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이제는 멈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무가 가지는 존엄성과 나무의 주거권에 대한 고민 등이 어이없고 이상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권리의 탄생은 언제나 다소 비상식적인 일이어왔습니다. 도시의 미래를 위해 어느 때보다도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제 나무와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위해 나무의 권리에 고민이 필요합니다. 사라져가는 보라매공원의 나무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도, 이런 형태의 권리 보장 아닐까요?
여느 때와 같이 찾아온 수능 한파로 쌀쌀하던 14(금) 일에는, 지난 8월 8일부터 시작한 서울, 이곳만은 지키자의 마지막 행선지 관악산 도시자연공원으로 캠페인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4개월간 부진히도 달려온 서울환경연합의 이곳만은 지키자, 그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관악산을 올라 도시공원일몰제를 알리기 위해 서울대학교를 찾았습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기만 한데, 날씨는 한파라는 말에 어울리게 매서웠습니다.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실물로는 처음 본 ‘샤’자를 지나 등산 진입로를 찾고 있었으나.. 날이 너무도 추운 관계로 버스를 타고 서울대 공학관에서부터 오르기로 결정했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부터 300m 가량 내려오고 나니, 관악산 정상(연주대) 방향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나옵니다. 서울대학교 건물이 워낙 크기도 하고, 관악산도 워낙 커다란 산이기 때문에, 이 코스로 오르면서 시민들을 많이 마주칠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지만 우선 길처럼 생긴 곳을 따라 쭉 올라갑니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은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여 생태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거나,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큰 지역으로서 지정되는 지역입니다. 관악산의 생물상을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형과 소형 포유류 중 멧토끼, 다람쥐, 땃쥐, 쥐, 박쥐 등이 서식하리라 짐작되는 곳이기도 하고, 족제비와 두더지 같은 경우 적지만 확실히 서식한다고 하는 데다, 조류만 해도 검은댕기해오라비, 솔개, 붉은배새매, 말똥가리 등 41종이 관찰되었다고 하니 생물 다양성이 낮거나 한 곳은 아니겠지만, 관악산 생태경관보전지역은 이 경관이 너무나 수려해서 지정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길을 오르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과천이나 사당 등지에서부터 올라, 서울대학교 인근으로 하산하더군요. 덕분에 챙겨온 리플렛이 생각보다 빠르게 소진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왜 세워놓은 것일지 모를 돌탑들도 많이 나오더군요. 관악산을 찾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대목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 부터 시작되는 가파른 계단들을 오르고 오르다 보면, 어느새 생각보다 높이 올라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저 멀리 서울 전경이 펼쳐져 있고, 그 반대편으로는 과천과 잠실, 강남 등지의 모습이 보입니다. 잠실 롯데 타워는 멀리서도 정말 잘 보이고.. 과천과 서울의 경계를 건물 높이로만 나눠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으신가요..? 서울에서는 빌딩들 때문에 도시공원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고서는 널찍한 전경을 감상하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도시에서 멀어져서 도시를 바라보는 기분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무언가인 것 같아요.
계단을 지나고 능선 길 따라 쭉 걸어가다 보면 기상관측시설물(?)이 등장하고 연주대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표지판이 속속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간 계단을 올라오며 단 한 번도 표지판이 나오지 않아 내심 불안했는데.. 벌써부터 뿌듯한 마음이 저 밑에서부터 솟구쳐 옵니다. 제가 이 지점에 도착했을 때의 시간이 4시 즈음이었는데, 이때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산행을 하고 있으셨습니다.
대부분 한국의 산들이 그렇듯 정상부로 갈수록 암반이 돌출되어 있고 소나무가 자라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이곳만은 지키자 캠페인을 진행하며 방문한 도시자연공원 중엔 안 이런 곳이 없는 것 같은데, 신기하면서도 한국은 정말 천혜의 산들을 타고난 나라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좋은 산을 갖고 있다면, 잘 관리해서 오래도록 보전해야 할 텐데요..
저 멀리로 관악산의 정상 연주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관악산의 기암절벽 위에 석축을 쌓아 터를 마련하고 지은 이 암자는, 원래 신라의 승려 의상대사가 신라 문무왕 17년(677)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관악사를 건립할 때 함께 건립한 것으로 의상대라 불렸다고 합니다. 관악사와 의상대는 연주암과 연주대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그 내력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조선 개국 후에 고려에 대한 연민을 간직한 사람들이 이곳에 들러 개성을 바라보며 고려의 충신과 열사와 망해버린 왕조를 연모했다고 하여 연주대라 불렀다는 이야기고, 또 하나는 조선 태종의 첫 번째 왕자인 양녕대군과 두 번째 왕자인 효령대군이 왕위 계승에서 멀어진 뒤 방랑하다가 이곳에 올라 왕위에 대한 미련과 동경의 심정을 담아 왕궁을 바라보았다 하여 연주대라 이름 지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이야기 모두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인데요, 이것은 연주대의 주변 경관이 워낙 뛰어난 절경인데다 한눈에 멀리까지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여서 붙여진 전설로 생각됩니다. 현재의 건물은 세 평 남짓한 맛배 지붕으로 조선 후기에 지어진 것을 최근에 해체하여 복원한 것이라는데, 계속 사찰(?), 암자(?)로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기도객이 아닌 이상엔 방문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라가는 길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내려갈 때는 또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들이 편안하게 살아가기 위해 설치한 전선주들이 능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절경을 망치니.. 아쉬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관악산은 서울 경복궁의 조산 또는 외안산이 되는데, 산봉우리의 모양이 불과 같기 때문에 풍수적으로 화산이 된다 합니다. 따라서 이 산이 바라보는 서울에 화재가 잘 난다고 믿어 그 불을 누른다는 상징적 의미로 산꼭대기에 못을 파고,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옆 양쪽에 불을 막는다는 상상의 동물인 해태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고 합니다. 조선 태조는 화환을 막기 위해 무학의 말에 따라 이 산에 연주, 원각 두 사찰을 세웠다고 하고, 서울의 숭례문을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과 관악산을 잇는 일직선상에 위치하게 하여 관악산이 덜 보이게 한 것 등이 불기운을 막기 위한 풍수적인 의미라고 하네요. 예전에 퍼머컬처에 대한 공부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자연 풍수라고 번역했던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나무가 가득한 산에서 불의 기운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오히려 나무가 많으니 불의 기운이 강한 걸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 하며 빠르게 하산하였습니다.
2019년에 진행한 서울, 이곳만은 지키자 캠페인은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도시공원일몰제에 대해 알리고 도시공원의 모습들을 알리고, 도시공원일몰제를 타파하기 위해 우선 매주 1회씩 현장에 나가보자!라는 생각으로부터 시작한 이번 캠페인이 이렇게 막을 내렸네요. 물론 앞으로도 도시공원일몰제에 대한 활동은 끝나지 않을 것이고, 도시공원들의 위기도 사라진 것이 아니니 앞으로도 새로운 활동, 새로운 모습으로 도시공원을 지키기 위해 이번 캠페인을 보완하여 새로운 활동으로 나타나겠습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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