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시장님, 카메라를 켜 주세요!

지역

시장님, 카메라를 켜 주세요!

admin | 월, 2021/04/05- 20:30

우리의 일터는 인터넷이다. 더 정확하게는 공공기관 홈페이지. 정보공개운동을 하는 우리는 작업 현장을 돌듯이 공공기관 홈페이지들을 돌며 행정기관과 의회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오늘은 서울정보소통광장엘 들어가 본다. 어떤 위원회가 무슨 회의를 했는지 훑어보는데, 익숙지 않은 위원회의 회의자료가 눈에 띈다. '2021년 제1차 시민행복위원회' 2020년에 활동을 시작한 이 위원회는 얼마나 비밀스러운 일을 하는 곳이길래 개요와 안건을 제외하고는 회의에 누가 참석했는지,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전부 비공개다.

도대체 무슨 위원회인지 궁금해 조례를 찾아본다. 위원회 운영의 근거가 되는 '서울특별시 시민 행복 증진 조례' 어디에도 회의나 위원 명단을 비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정보소통광장 홈페이지도 찾아본다. 아니! 문서에서는 비공개한 위원 명단이 홈페이지에는 버젓이 올라와 있다.

대체 홈페이지에 다 공개되어 있는 정보를 문서에서는 왜 굳이 비공개한 걸까. 이렇게라도 공개해줬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걸까. 궁금했던 정보를 보긴 했지만 후퇴하는 정책과 폐쇄적인 행정 관료주의의 단면을 함께 봐 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누드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적극적인 정보공개 정책을 펼쳤다.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서울정보소통광장'이라는 정보공개를 위한 별도의 사이트를 만들었고, 결재문서와 회의록 등 주요 정보를 선도적으로 공개했다. 이전에는 비공개가 일쑤였던 위원회 관련 정보와 회의록도 공개되기 시작했다.

수년이 지난 지금, 서울시는 처음처럼 정보를 잘 공개하고 있을까? 적극적으로 공개하거나 잘 공개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냥 공개하고 있을 뿐이다. 
 

'2021년 제1회 시민행복위원회 개최 결과보고' 문서의 일부

뒤늦은 정보공개, 안 하느니만 못해

투명한 행정, 책임지는 정책을 위해서는 정보공개가 필수다. 기존 권력 시스템이 독점하던 정보는 공개를 통해 불균형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정보공개는 민주주의의 바탕이다. 공개해야 할 수많은 정보 중에서도 위원회와 회의의 공개는 그 무게가 남다르다. 위원회 구조야말로 행정의 권한과 책임을 시민과 나눈 민주주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거버넌스 사회에서 제공자와 수혜자라는 정부와 시민의 전통적 역할의 경계는 흐려지고 있다. 민주주의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해 온 변화이고, 시민들의 참여 요구로 이뤄낸 성과다. 그래서 지금 행정의 많은 영역에서 참여민주주의, 협치 등의 이름으로 시민과 행정이 함께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많은 시민들은 특히 차등 없는 정보의 제공이 실질적 거버넌스를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이야기한다. 정보가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상태에서는 논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버넌스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시민들 역시 제대로 된 거버넌스를 위해서는 누락 없는 정보의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누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는지, 어떤 내용으로 협의하고 결정했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될 때 거버넌스 시스템 자체가 신뢰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는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 참여의 충실성을 위해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인 것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민의 참여를 위해 정보공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방법은 간단하다. 지금 공개하는 것이다. 나중에 말고 지금,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말이다. 정보는 타이밍이다. 철 지난 유행가 같은 정보는 힘이 약하다. 그래서일까 정보와 데이터의 활용을 위한 많은 국제원칙에서는 '시의적절한 공개'를 정보 개방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뒤늦은 개방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시민을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그런 의미에서 카메라를 켜고 행정이 지금 무슨 논의를 하는지 생중계해주는 시장을 보고 싶다. 의사결정 과정이 다 끝난 이후에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결정을 하는지, 의사결정 과정 자체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시장 말이다.

회의 자체가 공개되면 회의록에서 발언자의 이름을 공개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무의미한 논쟁거리가 될 뿐이다. 회의 공개는 시민을 거버넌스에 더욱 깊숙하게 초대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시민의 실질적인 참여와 연결된다. 

미국에는 '회의공개법'이라는 게 있다. 이름 그대로 연방과 각 주 정부의 주요 회의를 공개하도록 정한 법이다. 그동안 음지에서 부패하기 쉬웠던 정책 결정 과정에 햇볕을 비춘다는 의미로 '햇볕법'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기도 하다. 공공을 위해 권한을 부여받아 하는 일이라면 그 과정은 당연히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담아 법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혁신으로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대응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대만 역시 회의 공개가 새로운 정부 운영 패러다임의 중요한 요소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만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 장관 오드리 탕은 그가 참석하는 회의를 원칙적으로 공개한다.

해커톤이나 민관이 함께 하는 회의 역시 온라인으로 송출해 원하는 시민들이 함께 보고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공무원들이 그것을 별로 싫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논의와 결정 과정의 공개는 결과적으로 위험을 줄이고 책임을 함께 나누며 신뢰를 높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이번엔 본인의 회의에 카메라를 켜 줄 시장이 나타날까 싶어 공약을 살펴본다. 박영선 후보도, 오세훈 후보도 데이터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데이터로 디지털 산업을 육성하겠다, 취업을 지원하겠다와 같은 성장 논리밖에 보이질 않는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새로운 민주주의 철학은 찾아볼 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 올 시장에게 요구한다. 아니 부탁한다. 나중 말고 지금.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투명하게 공개해주기를 말이다. 시민에게 신뢰받고 싶다면, 시민을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시장의 일을 공개하는 것이어야 한다.

 

작성 : 정진임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국가정보원(국정원)의 태도 변화가 심상치 않다. 곽노현 전 교육감과 박재동 화백 등의 사찰 문건 관련 정보공개소송에서 대법원이 공개 판결을 내린 후 국가정보원은 사찰 정보에 대해 당사자들에게 전향적으로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11월 2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배우 문성근, <버닝> 등의 영화를 제작한 이준동 영화제작자, 故이소선 여사, 故문익환 목사, 故노회찬 의원의 유가족들도 국정원에 사찰 파일 정보공개청구를 하자 국정원은 아예 기조실장이 팀장을 맡고 변호사 직원을 포함하는 ‘민간인 사찰정보 공개를 위한 전담 TF’를 꾸린다고 한다. 이는 분명히 극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현행 정보공개법에는 별다른 처벌과 제재조항이 없어 아무리 대법원에서 공개 판결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그간 공공기관들은 마음만 먹으면 해당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뺌하거나, 공개를 차일피일 미뤄 늑장 공개하거나, 아예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끝까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을 미루어보면 국정원이 스스로 사찰정보를 당사자들에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결코 작은 변화라고 할 수 없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박지원 신임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7.29.ⓒ뉴시스

이런 변화 기류는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세웠던 국정원 개혁과 무관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첫해인 지난 2017년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를 설치하며 개혁을 시작했으나, 지난 3년간 국내 첩보 업무 이관을 위한 조직개편과 예산삭감 등의 내부 개편이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진행되었다. 그리고 지난 11월 30일 국내정보수집업무 폐지, 국정원법 개정안이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이제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가 남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개혁은 7부 능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국정원 개혁에 대한 시민사회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번에 정보위에서 통과된 국정원법 개정안은 국가기관 등에 국정원이 사실조회 및 자료제출 등을 요구할 경우 이에 응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국정원 직원에게 광범위한 조사권을 부여하면서도 정작 수사권 이관은 정작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17년부터 이어졌던 국정원 개혁의 칼자루와 책임을 다음 정권에 넘긴 것이나 다름 아니다. 즉 다음 정권에서 마음만 먹는다면 국정원 개혁은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는 불안이 내재된 상태다. 이대로라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개혁은 용두사미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이명박·박근혜 시절 사찰 파일 공개한 국정원

중앙정보부 시절부터의 폐해 청산은 용두사미 우려

안보 가치 소실된 국내업무 문건 국민에게 공개해야

국정원 마크 ⓒ김철수 기자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국정원 개혁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앙정보부 설치 이후 현재까지 지난 60년간 국정원이 국가기록원에 이관한 기록은 단 72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이마저도 2014년부터 단 네 차례 이관이 이루어졌고 2018년 이후로는 아예 단 한 건도 이관된 바가 없다고 밝혀져 오히려 정보공개의 측면에서 보면 국정원 개혁의 저의마저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다. ‘본질적 차원의 변화’는 결국 과거에 대한 ‘성찰과 반성’에서 나온다는 단순한 진리를 간과하지 않았다면, 국정원 개혁의 시작은 대외 안보적 가치가 소실된 국내업무 문건들을 비밀해제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활동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민간인 사찰 및 정치개입, 박근혜 정부 시기 국정원 특활비 청와대 상납 등 직전 보수 정권들의 국정원과 관련된 부정과 치부를 밝히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결과적으로 1961년 중앙정보부 시기부터 오늘날 국정원까지 60년에 이르는 현대사에서 정보기관 본질과 한국 사회에 끼친 폐해들을 오롯이 마주하게 하지는 못한 셈이다.

이번 국정원법 개정안에 따라 수사권 이관이 3년간 유예되며 국정원 개혁의 종결도 결국 3년간 유예된 셈이다. 따라서 향후 3년간 국정원 개혁의 최대 숙제 중 하나는 특정 세력의 정치적 유불리와 관계없이 대외 안보적 가치가 다한 국내업무 문건들을 과감하게 비밀해제하고 이들을 국민들 앞에 공개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신설될 국내업무를 전담할 수사기관도 이를 반면교사 삼아 국정원의 어두운 길을 다시 밟지 않을 수 있다.

화, 2020/12/08- 21:41
1
0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의 은평시민신문 정보공개 칼럼입니다.


 

 

작년 봄, 낯선 동네였던 은평구로 이사를 왔습니다. 은평구민이 된지도 어느새 1년이 다 된 셈입니다. 은평구에서 보낸 지난 1년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불광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가, 예쁜 이름을 가진 내를건너서숲으로도서관에서 책을 빌립니다. 불광천변에 널린 맛집들을 찾아 저녁을 먹기도 하고, 주말이 되면 구산동도서관마을로 향해 느긋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요새는 혁신파크에 있는 자전거 공방에서 자전거 고치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동네 보다 조용하고 부산스럽지 않아 높은 삶의 만족도를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은평부심’을 느끼면서도, 본업인 정보공개 운동으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지난 해, 은평구는 자의적으로 정보공개심의회를 개최하지 않아 서울시옴부즈만위원회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링크) 최근에는 당연히 공개해야 할 차량 운행일지를 은평시민신문을 콕 찍어 비공개 하기도 했습니다. (링크) 잇따라 폭거를 저지른 구청의 행보에 신출내기 은평구민의 ‘은평부심’이 바사삭 스러지고 있는 찰나에, 은평구의 각종 위원회 회의공개 수준이 형편없다는 동료 활동가의 제보는 또 한 번 자부심을 부끄러움으로 바꾸기에 충분했습니다. 잘못은 구청이 했는데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지 모르겠습니다.

 

120개에 달하는 각종 위원회, 제대로 운영되고 있을까?

 

은평구청 홈페이지(링크)에 따르면 은평구엔 120개의 위원회가 존재합니다. 각종 위원회들은 조례에 따라 구청 공무원 뿐 아니라 외부 민간위원들이 참여하며 각종 구정과 관련한 심의 및 조정, 자문의 역할을 합니다. 행정이 마음대로 모든 것을 다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참여를 통해 행정의 여러 분야에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때로는 행정이 가지지 못한 전문성을 보완한다는 차원에서 각종 위원회의 존재 의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위원회가 그 존재 의의에 걸맞게 행정의 민주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선결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위원회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고, 둘째는 회의와 관련한 각종 정보들을 주민들에게 잘 전달하고 있느냐 입니다.

 

각종 위원회에 민간 위원들이 참여하더라도, 모집할 때부터 관청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골라 뽑는다면 위원회 자체가 요식행위에 불과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위원회가 제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논의 끝에 결정된 사안들이 행정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시민들이 살펴볼 수 없다면 이 역시 의미가 퇴색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은평구의 각종 위원회는 이 두 가지 조건을 제대로 지켜서 운영되고 있을까요? 은평구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보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웃한 지방자치단체들과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은평구 홈페이지의 각종 위원회 현황

 

위원 공개모집 확대가 필요해!

먼저 ‘위원 모집’에 대한 부분입니다. 민간 위원을 공개적으로 모집하고 있는지, 아니면 관청의 판단에 따라 위촉하고 있는지에 따라 각종 위원회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건축법 시행령에서 ‘공모’하도록 정해져 있는 건축위원회나, 역시 조례에서 공개모집 절차를 명시한 참여예산시민위원회 같은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위원회 위원의 모집 절차를 조례에서 따로 명시하지 않고 구청장이 위촉한다고만 되어 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원들을 어떻게 모집하느냐는 거의 전적으로 관청의 판단에 따른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각종 위원회 위원들을 공개모집하는 경우엔 구청 홈페이지의 고시/공고란에 공고문이 올라옵니다. 은평구의 경우 고시/공고란을 살펴보면 2021년 들어 건축위원회와 협치회의, 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 모집 공고가 올라온 바 있고, 2020년에는 인권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을 공개 모집한 바 있습니다. (동 단위로 모집하는 주민자치위원회나 사안이 있을 때마다 전문가를 모집하는 제안서평가위원회는 제외하겠습니다.) 이 중에서 도시계획위원회를 제외하면, 모두 법령이나 조례로 위원 공개모집이 의무화된 위원회들입니다. 그 이전의 공고들을 살펴보더라도 120개에 달하는 위원회 중에서 위원들을 공개모집하고 있는 위원회는 10개 미만에 불과합니다.

 

은평구와 이웃한 고양시는 각종 위원회에 대한 주민 참여를 높이기 위해 아예 온라인 공모접수 창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링크) 이를 통해 2021년 한 해에만 벌써 17개 위원회의 위원들을 공개모집했거나, 모집 계획을 공고한 상황입니다. 새로 위원을 모집한 기간에만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비신청 제도를 두어 관심이 있는 위원회에 결원이 발생하면 바로 모집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참여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 주민들이 있더라도, 위원 모집 공고를 매일 확인할 수 없어서 기회를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위원 모집 공고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고 게다가 예비신청 제도를 통해서 관심 위원회의 모집 공고를 개인에게 알려준다면 더욱 편리하게 참여가 가능하겠죠.

고양시의 위원회 위원 온라인 공모접수 창구

 

이렇게 위원들을 공개모집하는 위원회도 많고, 신청 접수도 편리한 고양시민들과 비교하자면 은평구민들은 행정에 참여하고 의견을 낼 통로 자체가 좁은 셈입니다. 1년 차 은평구민의  ‘은평부심’이 ‘바사삭’하고 부서지는 순간입니다.

왜 안하죠? 회의 정보공개

은평구의 또 다른 이웃인 서대문구는 과거에 개최된 각종 위원회의 회의 뿐 아니라 앞으로 열릴 회의 일정까지 미리 사전공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민 누구나 자신이 관심 있는 위원회 회의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주제로 열릴지 미리 알 수 있습니다. (링크)

서대문구의 위원회 회의 일정 공개

 

 

은평구는 회의 일정을 사전에 공지하지 않습니다. 회의에 참여하는 위원들이야 개별적으로 연락이 가지만, 일반 주민들의 경우 언제 무슨 회의가 열리는지 알지 못하고, 나중에 회의록이 공개된 후에야 어떤 회의가 언제 어디서 있었는지 알게 됩니다. 사실 이런 위원회 일정을 누가 궁금해하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위원회에 대한 정보공개가 어떤 수준으로 공개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지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평구 회의 정보공개의 더 큰 문제는 위원회에 참여하는 민간위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은평구와 서대문구의 건축위원회 구성 현황 정보 페이지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왼쪽 이미지는 은평구 홈페이지 위원회 현황 메뉴에서 공개하는 건축위원회 위원 명단이고, 오른쪽 이미지는 서대문구 홈페이지 위원회 현황 메뉴에서 공개하는 건축위원회 위원 명단입니다. 은평구의 경우 명단에 ‘직업’란이 있음에도, 그 어떤 위원들의 직업도 공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반대로 서대문구의 경우 각 위원이 어떤 건축사 사무소 소속인지, 어떤 대학의 교수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원의 소속이나 직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 과연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들이 전문성이 있는 사람인지 일반 주민들은 살필 도리가 없습니다. 

주민의 정보접근 편의성도 부족

정보를 공개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주민들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부족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은평구의 위원회 정보가 궁금하다면, 위원회의 구성 현황과 회의록 내용들을 함께 살펴보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두 정보는 한 카테고리에 모아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은평구 홈페이지에서 위원회의 회의록 정보는 ‘행정정보공개’ 메뉴에, 위원회 구성 현황은 ‘행정자료실’ 메뉴에 따로 흩어져 있습니다. 

 

 위원회 관련 정보가 서로 다른 메뉴에 흩어져 있어, 신경 써서 메뉴들을 눌러보지 않으면 위원회 관련 정보들을 모두 살펴보기 힘든 구조

 

서대문구의 경우 회의일정, 구성 현황, 회의록을 같은 페이지에서 탭만 달리해서 살펴볼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위원회에 대한 회의정보공개부터, 정보를 찾고자 하는 사람의 편의성까지 모두 서대문구의 압승입니다.

 

위원회 정보를 한 페이지에 모아놓은 서대문구

 

 

 은평구는 주민들이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찾고 싶은 정보를 편리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기본적인 UI부터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의 UI는 다 고만고만하게 불편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유사한 카테고리의 정보들을 한 곳에 모아놓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만들어 각종 위원회를 꾸리는 것은 구정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를 높이고, 함께 논의하는 행정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그러나 그 운영에 있어서 주민들에게 정보를 개방하고, 참여의 기회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각종 위원회는 ‘면피’에 불과해집니다. 은평구청이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부터 이웃한 지자체들은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고, 배우고,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길 바랍니다.

 

금, 2021/04/30- 02:00
1
0

※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무엇을 공개해야 하나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병 대응에 실패한 이유는 단연 ‘정보은폐’라고 꼽을 수 있다. 초기 메르스 감염이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확산되었지만 발병 병원과 지역이 공개되지 않아 정부에 대한 불신과 시민들의 불안이 극으로 치달았다. 메르스 대응 실패라는 교훈을 통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공개가 이루어졌으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방역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공개 이면에는 확진환자 개인의 사생활이 여과 없이 공개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확진자의 과도한 사생활 노출로 인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에서도 확진자 동선 공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여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권고하며 일정 기한이 지난 후에는 공개된 확진자 동선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확진자의 성별, 나이, 이동경로 등 개인을 특정하거나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공개되었다. 이미 방역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선 정보공개가 이루어졌다. 방역당국에서 배포하는 동선 공개 가이드라인은 단순히 ‘개인을 특정 하는 정보를 제외 한다’라는 안내만 있을 뿐 일선 현장에 적용 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등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혐오 조장을 규탄하며 인권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5.14ⓒ김철수 기자


결국 6월 3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는 ‘확진 환자의 이동경로 등 정보공개 안내[3판]’을 통해 시간에 따른 개인별 동선 형태가 아닌 장소목록 중심으로 정보를 공개하며, 확진환자 개인의 성별, 연령, 국적, 거주지 등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지침을 수정했다. 하지만 이미 확진자 12,800명(6월 30일 0시 기준)의 정보가 공개된 이후 취해진 조치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감염병 이동경로 공개에 있어 중요한 정보는 ‘누가’가 아니라 ‘언제, 어디에’이다.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충돌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개인의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경우, 정보공개는 그 목적에 맞게 최소한의 정보 값만 공개되어야 한다. 더 이상 시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정부의 개인정보수집과 무차별적인 사생활 공개가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떻게 공개해야 하나

코로나19 사태에서 감염병 대응에 관한 정보는 유례없이 신속하고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선별진료소 운영 현황, 마스크 구입 정보, 긴급생활지원금 등 재난상황에서 시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는 주로 휴대폰 재난문자 중심으로 공유되며 더 자세한 정보는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휴대폰과 인터넷 보급률만 보자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디지털 정보를 검색하고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보에 소외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특히 디지털 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노인들에겐 코로나19에 관한 정보접근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휴대폰으로 전화와 문자메시지 정도만 간신히 사용하는 노인계층에게 디지털 환경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감염병 정보들과 정부 및 지자체의 재난지원 정보들, 비대면 물품구입과 금융거래 등의 혜택은 거의 다른 세상 이야기에 가깝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중 92%가 60대 이상으로 정작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받는 것은 노인계층인데 정보로 부터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셈이다.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11일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등 노숙인 관련 단체가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리스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최 단체는 빈곤에 따른 열악한 조건 속에서 홈리스들의 인터넷 신청이 어렵고 현장 신청 역시 주소와 거소의 분리, 거주불명등록 등의 이유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카드와 상품권, 선불카드와 같은 지불수단은 홈리스의 필요를 채우는 데 큰 제약이 있다고 말하며 적절한ⓒ뉴스1


그밖에 다른 취약계층의 정보소외도 심각한 상황이다. 복지단체인 대구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대구시의 긴급생계자금을 받지 못한 쪽방 주민이 2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긴급생활자금 지원방법과 구체적인 안내를 받을 수 없어 재난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시민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접근과 활용이 어려운 사람들은 지역사회 감염정보와 대처방안에 신속한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선별진료소, 마스크 구매 등 방역에 대한 정보접근이 어려우며,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사회보장 정보들이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노인, 홈리스,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등 디지털 정보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 대한 정보 전달 체계를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정보에서 소외되면 사회적 보호에서도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재난 관련 정보는 사회구성원 중 누구하나 소외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간편하고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통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디지털 정보접근이 쉽지 않은 사회적 약자들도 소외되지 않도록 섬세하게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예견한다. ‘뉴노멀’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환의 시점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놓치는 것들을 다시 고민해야만 한다. 한 쪽에서는 다수의 안전을 명목으로 사생활 정보들이 과도하게 노출되는 인권침해를 겪고, 다른 한 쪽에서는 정보로부터 소외되어 생존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정보는 결국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공개하느냐에 문제로 귀결된다.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시민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공개해야 하는지 새롭게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일, 2020/08/09- 22:21
1
0

▲ 마포구의회 및 마포구청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 관련 jtbc 보도 tbc는 지난 10월 6일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업무추진비를 청구한 시민단체에 소주나 한잔하자며 회유를 시도한 사실을 보도했다.▲ 마포구의회 및 마포구청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 관련 jtbc 보도

지난 10월 6일 JTBC에서는 '풀뿌리' 썩는 지방의회' 기획으로 기초의원의 비리와 업무추진비 오남용 실태를 보도했다. 놀랍지도 않았다.

    

사실 정보공개센터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매 때마다 지방의회 의원들 업무추진비를 청구하고 살펴봐 왔기 때문에, 이제 웬만한 사례에는 감정이 동요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번 서울 마포구 사례는 달랐다. 단순히 몇몇 의원들의 '법카' 오남용이 문제가 아니라, 지역 카르텔이 시민들 감시를 피해 어떻게 권력을 유지하고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지가 보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세금미식' 구의원에 '문제발언' 구청장... 마포주민 속 터진다

"여야 막론 얼룩진 마포구"... 보다 못한 주민들이 나섰다

보도에선 마포구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 청구와 더불어, 마포구가 시민의 정보공개청구를 묵살한 사실을 다루었다. 마포구청 위생과장이 정보공개 청구를 한 시민단체에 '후원금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도, 구청장이 나서서 '소주나 한잔하자'며 회유를 시도한 듯한 정황도 충격적이었지만, 자치단체가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 정보마저도 이렇게 손쉽게 비공개한 뒤 계속 공개하지 않는 '배짱'을 부릴 수 있다는 현실이 더욱 뼈아프다. 

'업무추진비'는 시민 감시 상징과도 같은데... 이렇게 손쉽게 '비공개'하는 마포구

정보공개청구는 시민들이 공공기관에서 생산·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로, 1998년부터 시행돼왔다. 정보공개제도가 도입되면서 시민사회에서 가장 먼저 청구했던 정보는 바로 현재 업무추진비에 해당하는 '판공비'였는데, 당시 판공비는 그야말로 기관장 마음대로 유용할 수 있는 '불투명하고 무책임한 정부를 상징하는' 비용이었다(참여연대 빛나는 활동 중 '판공비 공개운동'). 

20여년 전 당시만 해도 판공비 사용내역과 영수증을 공개하라는 시민들 요구는 마치 국가행정 권위에 도전하는 것처럼 여겨졌고, 이에 따라 2000년대 초반까지 수많은 소송·싸움을 거친 뒤에야 점차 공개될 수 있었다. 2004년 정보공개법 전면개정으로 사전공표제도가 강화되면서 중앙정부와 일부 지자체부터 업무추진비가 정기적으로 공개됐고, 2011년부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 공공기관이 업무추진비를 주요 행정정보로서 미리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이 시기를 지나 2020년에 이른 지금, 업무추진비는 엄연한 공공의 세금이며 그 사용처를 제대로 밝혀야 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다고 할 수 있겠다. 업무추진비에 대한 정보공개는 이렇듯 정보공개제도의 발전과 투명성 강화의 흐름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시민감시의 상징과도 같은 항목이라고 할 수 있다.



▲ 정보공개제도 도입과 함께 시작된 각 지역의 판공비 공개 운동


하지만 '판공비 공개 운동'으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기본 중의 기본인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마저도 무시되고 있는 곳은 적지 않다. 의회가 행정기관을 감시하지 않고 오히려 결탁돼 있는 곳, 지원사업 등으로 행정이 개인에게 쉽게 이익이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곳, 이른바 카르텔이 형성된 많은 지역에서 정보공개청구로 행정 권력을 감시하는 것은 상당히 고되고 어렵다.

서울 마포구에서 업무추진비 청구에 대해 '양이 많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비공개'를 했다고 당당하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것은, 현행 법마저도 무시하는 행정 권력의 자의적인 비공개 행태가 통제되지 않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니꼬우면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해라'(행정심판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본 3개월 정도가 소요되며, 소송에는 통상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라는 막가파식 태도를 마주한 곳곳의 지역 활동가, 시민들이 얼마나 많겠나. 

'양이 많아 비공개'라니... 투명성에 대한 기관 책무, 더 강하게 규제돼야

몇몇 공공기관들의 두둑한 배짱을 확인할 때마다, 무엇이 이런 '막장 행태'를 가능하게 만드는가를 고민한다. 일단 정보공개법에는 기관의 악의적 비공개에 대해 책임을 묻는 처벌 조항이 없다. 정보공개센터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현재까지 서울 마포구처럼 기관이 악의적으로 비공개로 일관하는 경우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정보공개법 개정을 제안해왔고(링크), 처벌에 관한 규정을 포함한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부정부패와 비리는 밀실이 보장될 수록 자라날 수 밖에 없고, 악의적 비공개는 사회적 불신을 키우기에, 투명성에 대한 권력기관의 책무는 지금보다 훨씬 강하게 규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보공개 및 예산사용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의 업무추진비 내역 공표에 대한 표준지침 역시 아직은 허술하다. 행안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종합평가'를 진행해 사전정보공표를 평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각 기관이 업무추진비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주기와 공개의 수준이 모두 천차만별이다. 대부분 기관은 '간담회', '직원 격려' 등 최소한의 용도 정보와 일자, 금액 등 최소한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고, 카드내역서 등 세부적인 내용은 청구를 통해서만 받아볼 수 있다.

기관마다 사전 공표를 꼭 하게 하고, 시민들 관심도가 높은 정보들은 별도로 청구를 하지 않아도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지침을 강화하는 것이 마포구 같은 사례를 방지하고 공무원들도 정보공개청구 업무를 오히려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따라 정보공개센터에서는 열린 정부를 위한 국제협약인 '오픈가버먼트 파트너쉽(OGP)'의 국내 계획으로 1)업무추진비를 지출일시, 행사(사업)명, 지출목적, 지출대상, 지출대상 인원 수, 지출장소(상호), 구매내역, 지출금액 등으로 세분화해 공개하고, 2)카드 지출내역을 함께 첨부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업무추진비 투명성 강화> 제안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주무관청인 행정안전부에서는 공개 표준을 강화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카드 지출내역 공개에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서울시 마포구청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2020.09) 마포구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구청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살펴보면 집행장소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 마포구청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2020.09) 마포구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구청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살펴보면 집행장소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몇몇 자치구에서는 조례 입법을 통해 구나 의회의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규정을 자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지난 14일 제정된 '서울 서초구의회 업무추진비 공개에 관한 조례'는, 이전까지는 미리 공개되지 않았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다음 월별로 구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한편, 서식과 지침에 그 용도와 대상을 더 명확히 기술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시민 감시를 더 많이 보장 할 수 있게 됐다.
이 또한 주민들 요구와 지방의회의 각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문제가 불거진 서울 마포구에서도, 분노한 주민들이 대책위를 꾸려 대응에 나섰으니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다. 

▲ 마포구 공직자 부정부패 주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 10월 19일, 마포구 공직자 부정부패 주민대책위원회가 정보공개청구와 보도를 통해 드러난 마포구 공직자 비리를 규탄하고 대응을 선포하고 있다.▲ 마포구 공직자 부정부패 주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지역구의 기관장, 지방의회 의원들이 업무추진비를 남용하는 행태는 이미 너무나 오랫동안 지적돼 온 문제였다. 지난 2018년 정보공개센터에서도 이미 마포구의 사례도 공익감사를 청구한 바 있었지만, 감사원에서는 '법률 위반 사항이 없다'는 이유로 특별한 처분을 내릴 수 없다고 결정했다.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규정 자체도 문제이지만, 시민들의 감시를 피해 뿌리내리려는 지역의 카르텔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보공개를 위한 싸움과 제도 변화가 꼭 필요하다. 권력 남용·비리에 대한 감시는 권력이 존재하는 한 늘 필요한 일이겠지만, 그 내용이 '20년 전 논의에서 왜 변한 게 없는가'에 대해 우리는 치열하게 반성하고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업무추진비의 오남용 사례에서 한단계 나아간 논의와 비판이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

토, 2020/10/31- 02:46
1
0

※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정보공개센터 조민지 사무국장


2020년 7월 정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디지털 뉴딜’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향후 데이터 기반 경제진흥을 위해 공공데이터 14만 2천 개를 신속하게 개방한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의 공공데이터 생산과 관리, 개방 수준을 생각하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공공데이터의 개방은 단순히 데이터 건수에 집중되어선 안 된다. 2013년 공공데이터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약 3만 6천여 건이 공개되고 있지만 공공데이터가 다양한 영역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된 사례는 매우 미미하다. 그 이유는 개방된 데이터가 분석이나 활용할 만큼의 수준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9년 행정안전부에서 진행한 <공공데이터 제공 운영실태평가>에서 전체 공공기관 중 43%가 최하위 단계인 ‘미흡’ 등급을 받았다. 평가 영역 중 데이터 품질과 데이터 활용 항목이 가장 낮은 점수를 차지했다. 정부 스스로의 평가 기준으로도 절반 가까운 공공기관들이 공공데이터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번 디지털 뉴딜 정책에서는 당장 내년까지 14만 개를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평가에서조차 자명하게 드러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공공데이터의 품질과 활용에 대한 고민 없이 실적 채우기를 위한 질 낮은 공공데이터만 개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7월 23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뉴질 사업추진 언론브리핑에서 이영로 지능형인프라본부장이 핵심 어젠다를 발표하고 있다. 2020.07.23ⓒ김철수 기자7월 23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뉴질 사업추진 언론브리핑에서 이영로 지능형인프라본부장이 핵심 어젠다를 발표하고 있다. 2020.07.23ⓒ김철수 기자

특히 이번 디지털 뉴딜의 데이터 개방정책에서는 정부 투명성 강화를 위한 공공데이터 개방 내용은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공직 감시에 관한 데이터, 예산 사용에 대한 데이터 개방은 공공데이터 개방정책이 추진되기 훨씬 이전부터 시민사회가 정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위해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던 것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의 개방은 이번 계획에서도 제외되었다.

디지털 뉴딜의 데이터 개방정책에서

정부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공공데이터 개방은 빠져

고위공직자의 재산을 매년 신고하게끔 하고 이를 공개하는 이유는 고위공직자가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재산을 늘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매년 재산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검열하게 하는 자정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런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야말로 공직 감시를 위한 대표적인 공공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이 고위공직자의 재산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그것이 공직과 관련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여간 어렵고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재산정보가 ‘데이터’가 아닌 ‘문서’ 형식으로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활용이 불가능한 PDF 파일을 편집 가능한 형태로 변환하고 몇 번의 정제작업을 거쳐야 데이터화 되어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시민들이 재산공개 때마다 접하는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신고 누락, 다주택 보유 등의 언론 기사들이 이런 수고스러운 작업의 결과물들이다.

그런데 만약 재산공개 내역이 처음부터 데이터 형식으로 제공된다면 누구나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을 손쉽게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정보공개센터는 2년 전부터 국회의원의 재산공개 정보를 엑셀로 가공하여 시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모두에게 공개되는 정보라면 누구나 정보를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제공되어야 알권리가 충족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고위공직자 재산은 법률로 공개의무가 정해져 있어 어렵게나마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다. 공직 감시를 위해 당연히 공개되어야 할 공무원 비위별 징계현황, 정치자금 사용 내역 등의 정보는 데이터 개방은커녕 아예 공개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이 가장 궁금해 하는 공공데이터는 단연 예산사용에 관한 정보다. 물론 정부의 예결산 현황은 공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 역시 PDF 파일로 공개하는 수준이며 극소수 몇몇 기관만이 엑셀파일 형태로 공개하는 수준이다. 공공기관과 체결한 각종 위탁계약, 공사계약, 수의계약 등의 정보는 일부만 확인할 수 있거나 계약 건별로만 확인 가능한 실정이다. 관련 문서는 공개되고 있을지언정 데이터가 공개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얼마 전 박덕흠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있던 5년간, 박 의원과 가족들이 대주주로 있는 건설사들이 국토교통부와 그 산하 기관들로부터 공사수주로 773억원의 계약을 했다는 것이 밝혀져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그는 현재 이해충돌과 피감기관이 뇌물성으로 공사를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직권남용과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되었다.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 내역, 정부의 계약이나 예산집행이 데이터 형태로 공개되어 있었다면 국회의원이 권력을 제멋대로 쓰며 사리를 채우는 일을 5년 동안이나 모르는 채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7월 21일 오전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디지털뉴딜, ‘국민사생활’ 팔아 경제성장하겠다는 것 한국판뉴딜 중 진단 기자설명회에서 국민의 정보인권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2020.07.21ⓒ김철수 기자7월 21일 오전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디지털뉴딜, ‘국민사생활’ 팔아 경제성장하겠다는 것 한국판뉴딜 중 진단 기자설명회에서 국민의 정보인권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2020.07.21ⓒ김철수 기자

미국 정부는 ‘재정데이터시스템(www.usaspending.gov)’을 통해 매년 어디에 어떻게 재정을 사용하고 있는지 상세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만 검색해 봐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예산금액과 세부내용이 무엇인지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재정데이터가 개방되면서 1억 5천 7백달러의 지출낭비를 방지할 수 있었고, 잠재적으로는 5조 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이 이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재정정보 데이터 개방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예산사용 데이터나 공직감시에 관한 데이터 적극 개방해야

개방되는 정보의 수치보다 제대로 된 개방정책 필요

미국의 사례처럼 한국도 정부에서 예산사용 데이터나 공직감시에 관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정부의 투명성이 담보되는 공공데이터 개방 없이는 어떠한 정책도 시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기 힘들다. 14만여 개의 공공데이터가 개방된다는데도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9년 OECD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공공데이터 개방지수는 회원국 중 1위, 같은 해 정부 신뢰도는 36개국 중 22위로 국민 10명 중 6명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알권리가 충족되지 않는 이상, 공공데이터가 무수히 개방되더라도 여전히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디지털 뉴딜은 코로나19 이후 경제 사회구조 전반이 디지털로 전환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 중심에 막대한 양의 공공데이터 개방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공공데이터의 개방에 우선되어야 할 정책은 몇 만 개의 데이터를 공개하겠다는 양적인 수치가 아니다. 반드시 공개되어야 할 데이터가 제대로 공개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뉴딜에서 이야기하는 공공데이터 개방이나 활용은 단순히 경제성장이나 경제회복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디지털 뉴딜은 몇몇 주요 기업들과 경제산업성장만을 위한 디지털 전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오롯이 기업을 위한, 기업이 필요한 공공데이터 개방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공데이터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용될 수 있어야 하며 시민 누구나 공공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사회가 요구해왔던 예산사용 데이터나 권력감시를 위한 데이터를 포함해 시민을 위한, 시민이 필요로 하는 공공데이터 개방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화, 2020/10/13- 22:42
1
0